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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중국, 대국의 풍모를 다시 볼 수 있기를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총괄연구본부장국제정치학에 ‘가치교환 불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뜻이다. 국가가 지켜내야 하는 가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보와 경제이다. 국가는 이 두 가지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어떤 국제적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이 가치들이 지켜지도록 결론을 내려야 한다.문제는 안보와 경제가 충돌할 때 발생한다. 경제를 지키자니 안보가 위협받고, 안보를 지키자니 경제가 위협받는 선택적 상황이 왔을 때 과연 국가는 어떤 기준, 어떤 우선순위로 선택을 해야 할까. 이때 ‘가치교환 불가의 법칙’이 등장한다. 안보적 가치는 그 어느 가치보다 우선하는 것이어서, 경제적 가치를 얻기 위해 안보적 가치를 훼손하는 가치교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가치교환의 원칙을 적용하자면 먼저 국가가 지켜내야 할 가치를 열거하고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순위 가치는 국민의 목숨과 그것을 지켜줄 국가의 안위일 것이다. 그래서 1순위 가치에는 국민, 영토 그리고 국가 그 자체 등이 포함되며 이를 지키는 수단으로 국방이나 국제적 군사동맹 등도 포함된다. 중국은 이런 가치를 ‘핵심 이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순위 가치는 국가적으로 지켜야 하긴 하지만 1순위 가치를 위해 포기할 수도 있거나, 1순위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는 것들이 포함된다. 경제가 대표적이다. 강도를 만났을 때 당연히 목숨보다 돈을 내놓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중국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경제는 ‘전략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요즘 중국이 사드 문제를 놓고 한국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류를 차단하고 한국 관광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보복 조치가 심정적인 화풀이는 될지언정, 중국을 위해선 전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 입장에서도 경제 때문에 안보를 훼손할 리는 없는 것이라 핵심 이익(사드 철회)을 지켜내려는 중국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적 보복 조치로 중국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먼저 국제 사회에서의 평판을 잃고 있다. “경제는 좀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의식 수준으로는 선진국에 끼워주려면 아직 멀었군!”. 둘째, 국제 교역 차원에서도 손해나는 행동이다.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 가입국이다. 중국 경제의 국제 교역 의존도는 우리보다 훨씬 더 크다. 이런 경제적 보복 조치를 보면서 과연 어떤 나라가 중국을 경제적 동반 발전 국가로 생각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중국 국민들의 경제적 선택을 줄이는 것도 손해다. 상품 선택 폭의 축소는 국민의 경제적 후생 감소로 이어진다.중국으로선 자국의 핵심 이익이 훼손되는 데 화가 날 터이다. 그래서 화풀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화풀이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켜주지도 못할뿐더러 전략이익에 더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에 주는 피해보다 중국이 입는 손실이 더 크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필자가 아는 한 중국은 대국이다. 역사 대대로 품위있는 대국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인 분노가 그 대국다움을 가리고 있다. 어서 그 분노를 걷어내어 대국의 풍모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2017-03-05 15:44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주유소 '공공의 적' 도로공사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의 석유시장 개입이 도를 넘어섰다. 한국도로공사법에 의하면 도로공사는 “도로의 설치·관리와 그 밖에 이에 관련된 사업을 하게 함으로써 도로의 정비를 촉진하고 도로교통의 발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최근 도로공사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기름 값 낮추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 석유시장에서 반목이 크다.도로공사는 명절이나 휴가철은 물론 평소에도 고속도로 주유소 중 가장 판매가격이 싼 곳을 발표하며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단풍철을 맞아 보도자료를 내고 고속도로 주유소가 전국 평균 대비 54원, 알뜰주유소 평균대비 22원 낮다며 노골적인 호객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기름 값이 싸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압구정동에 사는 운전자가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주유소까지 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지난해 고속도로 주유소의 판매량은 2014년 대비 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철표 담당 처장은 “서민 가계의 부담을 줄여 국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유류 판매가격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석유시장 개입을 노골화했다. 2년 반에 판매량이 90% 이상 증가한 고속도로 주유소의 판매 비결은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석유시장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바로 보이는 권력, 공기업의 부당행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도로공사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저가판매의 비결은 바로 ‘운영서비스 평가지표’다. 도로공사는 주유소 운영자들에게 연말마다 주유소의 운영관리 및 유가인하 매출관리, 서비스 등 9개 부문에 대해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핵심이 바로 유류 판매가격과 매입가격 인하노력 부문으로, 전체 평가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들은 연말평가에서 최하위 5등급을 연속 2회 받으면 바로 운영계약이 해지된다. 따라서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해 평소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큰 틀에서 구도를 만들어 놓고, 매일 최저가 판매경쟁을 시키고 있다.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 값을 모니터링하고, 인근 국도변 최저가 판매주유소 보다 더 싸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현재 주유소 운영자들은 판매량 중 50%를 석유공사와 도로공사에서 의무구매하고 있다. 때로는 이들 공사의 공급 가격이 시장보다 비싼 경우가 있음에도 최저가 경쟁을 시키다보니 국제유가 상승기에는 많은 주유소들이 적자를 보기도 한다. 공사는 이럴 때마다 주유소에서 기름 팔아 밑진 것을 휴게소 수익으로 벌충하라는 해괴한 논리를 펼쳐왔다.문제는 공사의 이러한 비정상적 행태로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 뿐 아니라, 인근 국도변 골목상권 주유소들이 죽을 지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는 지난 설 연휴에 앞서 성명을 내고 “도로공사의 최저가 판매정책으로 고속도로 주유소 인근 지역의 영세주유소들이 가격인하 여력이 없어 경쟁에서 자연도태 되거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도로공사가 사실상의 공권력을 남용해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들에게 최저가 판매를 강요해 촉발되는 불공정한 시장경쟁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도로공사의 부당한 주유소 시장개입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부 주유소들이 무자료나 가짜석유 등을 불법 유통시키는 등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도로공사의 석유시장 개입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내 석유유통시장의 양대 축인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는 조만간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석유시장 부당개입 중단을 호소하는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도로공사의 시장 개입이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닌지에 대해 따져본 뒤, 공정위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시행하고 있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공사법이 정한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7-03-02 15:17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마음의 경계를 허물며, 公과 私의 경계마저 허문 대통령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일반인인 최순실에게 국가의 주요사를 의논하여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대통령의 대 국민사과담화중 다음의 글귀가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난다.“어려운 시절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다”여기서 어려운 시절 곁을 지켜줬던 사람은 일개 사인(私人)인 최순실이다.결국 우리 사회 최대의 공인이자 권력자인 대통령이 일개 사인에게 그 권력의 이양하고 활용케 했다는 뜻이다.즉 대통령은 공(公)이 사(私)로, 사가 공으로 왔다 갔다 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공이라는 칼에는 권력, 갑질, 이권이 속성처럼 따라붙기에 이 공적인 칼이 권한없는 사인의 손에 쥐어지거나 혹은 사익을 위해 휘둘러지면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크다.공적 책임감이 없는 사인이 권력의 칼을 휘두르면 공공 시스템은 붕괴되고 초토화된다. 가해자는 엄청난 사익을 거머쥐는 대진 피해자는 공동체 전체다.또한 사인의 손에 쥔 칼은 쥐도새도 모르게 은밀하게 휘둘러져 국가를 누란지위로 몰아간다.도성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에 제일 중요한 덕목이 공과 사를 구분하는 마음의 자세를 첫째로 손꼽는 이유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중국춘추전국시대에 내려오는 전쟁일화를 떠올리며 공과사를 구분못해 일어난 지금 우리 상황의 반면교사로 삼아본다.노나라에 이웃해있는 제나라가 최강의 군대를 이끌고 침범하였다.군대를 이끈 제나라 장수는 질풍노도와 같이 노나라의 국경을 유린했고 노나라 국민들은 너도나도 적을 피해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때 제나라의 장수의 눈에 두 아이를 데리고 도망가는 한 여자가 눈에 띄였다. 그여자는 한 갓난 아이를 가슴에 안고 한 아이를 손에 잡고 도망치고 있었다.그러나 힘에 부치는 듯, 가슴에 안은 갓난 아이를 버리고 손잡은 아이만 데리고 도망갔지만 결국 제나라 장수의 손에 붙잡혔다.장수가 하도 이상해서 물었다.“차라리 손잡은 아이를 버리고 가슴에 안은 갓난 아이만 데리고 갔으면 도망칠수 있었을텐데?”“가슴에 안은 갓난 아이는 제 아이요, 손잡은 아이는 형님의 아이이요. 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은 사적인 일이요 형님의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은 공적인 일이요. 그런데 내가 사적인 것을 취해 제 아이만 데리고 간다면 앞으로 형님과 우리 가족들한테 면목이 없고 가족간의 의는 붕괴될것이요. 나라도 마찬가지요.”제나라 장수는 감탄, 이렇게 말하고 철수했다.“이웃 노나라의 국력이 형편없지만, 일개 필부에 불과한 여인이 이토록 공과 사를 뚜렷이 구분하는 처사를 볼진대, 장차 노나라의 국력을 의심치 못할 것이다.”가정, 기업, 사회, 국가 어디를 막론하고 조직이나 공동체에는 전체목표인 공익이 있고 개별구성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익이 있을 것이다. 이 공익과 사익의 교집합은 존재하지 않음을 위정자는 명심해야 한다.만약 권력자가 공익과 사익의 교집합을 교묘하게 짜깁기한다면 그 폐해가 국민경제 전체에 손해를 끼칠 뿐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7-03-01 13:08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준비 안된 100세 시대, 이렇게 준비하라!

김경철 고려대 평생교육원 주임교수우리나라는 출산율 감소와 평균수명 연장으로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18년에는 65세이상 인구가 전 국민의 14%에 이르고, 2026년께에는 20%가 되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건강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태어난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5.48세로 일본(86.8세)·스페인(85.5세)에 이어 세계 3위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여성보다 6.7세 적은 78.8세로 세계 18위였고, 남녀 전체를 합친 기대수명은 세계 10위로 이미 장수선진국에 진입했다.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로 준비 안된 노후로 걱정이 태산이며, 100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질병, 빈곤, 고독, 역할상실을 노인의 4가지 고통이라 하고, 노후설계는 이 4가지 고통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역시 건강, 재무, 관계(소통), 시간관리의 4가지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첫째, 건강분야다. 평소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정기검진은 필수이며, 정신적 건강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둘째, 재무분야다. 현재의 재무 자산을 정확히 파악해 본인의 능력에 적합한 소비생활과 약간의 수입이라도 버는 평생현역이 되어야 한다. 셋째, 관계(소통)분야다. 가족관계(부부,자녀)의 중요성과 각종 모임이나 취미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시간관리분야이다 자신의 경제 상황에 따라 재취업, 창업,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평생 현역, 평생 학습과 봉사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이상에서 노후설계 4분야의 준비사항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부양가족 먹여 살리느라 그 동안 소홀했던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자신의 숨어있는 잠재능력(재능)을 찾아내고 장점을 특화해 자기다운 삶을 살아 가는 것(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하다.필자는 2011년 12월 퇴직 후에야 비로소 인생 2막과 노후설계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그리하여 실제 퇴직한 은퇴자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며 필자가 주임교수로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 평생교육원의 액티브시니어과정에서는 무엇보다도 관계(소통)분야의 중요성과 개인의 숨어 있는 잠재능력(재능,장점)개발을 최우선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준비 안된 100세 시대일수록 서두르지 말고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 차근차근 노후설계 4가지 분야를 준비하되, 반드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자아성취의 삶을 실현하는 인생 후반부를 유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 사랑과 신뢰가 필수이다.김경철 고려대 평생교육원 주임교수

2017-02-27 15:49 김경철 고려대 평생교육원 주임교수

[브릿지 칼럼] 빗물을 받아 쓰는 부자 나라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지금은 작고한 국내 모 철강기업의 총수가 어느 날 수행 비서를 대동하고 지방의 계열사 순방에 나섰다. 순시를 마친 총수는 공장 경영이 잘되고 있음을 칭찬하면서 격려금까지 전달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그리고 새벽 2시경 총수는 갑자기 수행 비서를 깨워 공장으로 다시 가 보자고 재촉했다. 관리자가 다 퇴근한 한밤중에 공장을 순시하던 총수는 한 현장근무자가 멀쩡한 강판을 절단기로 잘게 자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인인즉,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해 불량품을 아예 스크랩화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총수는 기가 막혔다.이 사건 이후로 그룹 전 계열사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걸렸다. 의식개혁 운동은 물론이고 단돈 100원도 아낀다는 대대적인 원가절감 운동이 전개됐다. 공장에 떨어진 못 한 개라도 주워야 했다. 시냇물과 빗물로 공장 바닥을 청소를 하자는 번뜩이는 제안도 속속 접수됐다.당시는 철강 호황기여서 회사 곳곳에서는 전근대적인 절약방식이라고 원성이 높았다. 마음껏 쓰고 더 벌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의식개혁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 해 연말, 임직원들은 창립 이래 최대의 성과급을 받았다. 무려 1000%에 육박했었다.필자는 4년 전, 독일 여행 중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독일인으로부터 오찬 초대를 받고 막 식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장대 같은 비가 내렸다. 독인인 부부는 양해를 구하더니 온 식구가 부산하게 움직였다. 자세히 보니 큰 함지박과 드럼통 같은 그릇으로 빗물을 받아 내고 있었다. 필자와 아내도 거들면서 이유를 물었다. 한국인들은 빗물을 그냥 버리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그렇다”는 말에 독일인 부부는 고개를 갸우뚱할 뿐 뭔가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빗물을 어디에 쓰느냐”고 재차 물었다.독일 가정은 대부분 큰 물통을 정원 같은 곳에 파묻어 두고 비가 오면 이곳에 받아 두었다가 화장실 변기 청소를 하거나 세탁기에 연결해서 빨래용으로 사용하고 있단다. 정원수는 꼭 받아둔 빗물로 뿌려준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아주 오래된 독일의 절약정신을 목격한 우리 부부는 목침을 맞은 듯 멍해졌었다.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 독일 국민들의 보편적인 생활상을 보더라도 우리는 허세가 많다. 독일인들은 주거환경도 소박하고, 가구와 가전제품들도 오래된 엔틱 제품을 귀하게 여긴다. 핸드 메이드 제품을 선물하면 환호를 지를 정도로 고마워한다. 자동차는 소형을 선호하고 의복도 검소하다.대형차를 타고 다녀야 홀대받지 않고, 고급 식당에서 손님 접대를 해야 인사치레가 되고, 명품이 아니면 귀한 선물로 생각지 않는 우리와 다르다. 주부가 정성껏 차림 음식을 나누며 가족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얼굴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을 최고의 대접으로 생각하는 문화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록펠러도 석유 한 방울, 못 한 개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가 브릉크린 제관소에서 현장직 기능공이 원료 한 방울 줄일 수 있는 제안서를 내자 크게 기뻐했다는 일화는 요즘과 같은 저성장기에 본받을 만한 의식이다. 좀처럼 늘지 않는 소득, 빠르게 오르는 물가, 여기에다가 미래 수입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집집마다 고민이 깊은 시대에 일명 ‘짠테크’ 정신이 사회 저변에 정착됐으면 한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7-02-26 13:55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칼럼] 독대 자체가 은괴(隱怪)한 사건

이해익 경영컨설턴트황제는 군림하고 지도자는 섬긴다. 황제는 통치자이지만 지도자는 동반자다. 일찍이 노자(老子)는 “굳세고 강한 것은 죽고, 부드럽고(柔弱) 낮은 것 (處下)은 산다”고 갈파했다.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반면 죽으면 딱딱하고 견강하다. 예수 역시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고” 인자가 이 땅에 온 것을 밝혔다. 리더를 공복(公僕)이라고 하는 것도 낯선 말이 아니다. 결국 군림하는 통치자는 멸절(滅絶)하고 섬기는 동반자는 번영함을 뜻한다.박근혜 대통령의 비극 역시 강하고 높고 뻔뻔한데서 온다. 눈물을 머금은 듯, 형식적이지만 사과방송 연거푸 3번 이후 홀연히 돌변했다. 아니 그게 본질일게다. 딱딱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죽음 자체다.미국 AT T의 로버트 그린리프도 가장 생명력 있는 일터를 창출하기 위해 무엇보다 ‘섬기는 리더쉽(Servant Leadership)’을 주창했다. “다른 사람을 섬기는 가운데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섬기는 리더쉽’의 핵심이다.” 요즘은 조직도를 과거와 달리 역삼각형으로 그리는 스마트한 기업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짊어진 CEO에게는 섬겨야 할 고객 넷이 있다. 이른바 ‘4고객론’이다.고객, 종업원, 주주와 채권자 그리고 협력회사와 사회가 그것이다.첫째, 고객을 섬겨야 한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다. 그만큼 불변의 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M의 존 에이커스처럼 고객의 소리를 듣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객관리라는 말도 불경스럽다. 고객봉사시스템이라고 바꿔야 한다.국가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백성을 통치’하느니 ‘통치자금’이니 하는 말은 모독이다. 국가경영, 국정운영, 국민봉사시스템이 옳은 말이다.‘독대’라는 말도 웃기는 소리다. 국어사전 해설을 봐라. “벼슬아치가 다른 사람없이 혼자 임금을 대하여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던 일”이라고 되어있다.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독대가 횡행하다니 도깨비 씨나락 까먹는 소리들이다.독대 자체가 은괴(隱怪)한 사건이다 은밀(隱密)하고 기괴(奇怪)한 사건이다. 독대하면서까지 날씨와 영화감상 얘기하겠나.둘째, 종업원을 섬겨야 한다. 과거처럼 품삯을 주니 시키는 대로하라고 해서 되는 세상이 아니다. 세월호 비극에서도 잘못 지휘해 놓고 공무원에게 뒤집어씌우는 대통령은 비겁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셋째, 주주와 채권자를 섬겨야 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업이 경제적 성과인 이익을 창출치 못하면 그것은 죄악이다. 대통령이 진짜 만나고 섬겨야 할 상대는 지지자보다 반대자다. 경제적 강자보다 경제적 약자다. 경제적 강자는 대통령이 안 만나줘도 자기들이 알아서 잘 산다.넷째, 협력회사와 사회를 잘 섬겨야 한다. 대통령이 여당의 총선 공천에 끼어들어 친박, 진박, 반박을 가리며 갑(甲)질하는 것도 막장 드라마였다. 국민 혐오였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7-02-23 09:54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기자

[브릿지 칼럼] 노후건강, 그 상식의 사회경제학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얻는 즐거운 기회다. 이번엔 여느 때와 달리 완벽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다소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론은 좋았다. 한국이 좇아갈 장수사회의 단면을 속속들이 챙겨보는 생생한 생활관찰이 가능했다. 대중교통과 노인생활의 상관관계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버스 내부의 불편 및 갈등지점이 적잖았다.출퇴근이 아닌 시간의 버스승객 절대다수는 고령인구다. 10명 가운데 8~9명은 한눈에 봐도 환갑을 훌쩍 넘긴 고령사회 최대비중의 인구집단에 속하는 이들이다. 일본 버스가 승·하차에 굉장한 시간과 확인을 들이는 이유다. 급정거·급출발은 십중팔구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굼뜰 정도로 일일이 룸미러로 착석여부를 확인한 후 출발하는 게 기본이다. 민폐를 싫어하고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한 배경도 있지만 사고방지를 위한 실리차원의 정책 이유도 크다.문제는 자리다. 고령승객이 워낙 많으니 한정된 자리로는 그들을 모두 앉히기 어렵다. 불가피하게 서서 가야 한다. 자리양보가 없다는 일본에서조차 자연스레 경로사상이 발현될 만큼 노구(老軀)승객이 많으니 당연지사다. 그래도 설 수밖에 없는 고령인구는 불편하고 불안하고 불만일 수밖에 없다. 승객이 꽉 차는 만원구간에는 장수사회를 겪지 않은 낯선 이방객의 까닭 모를 염려만이 몰려들 따름이다.핵심은 건강이다. 장수사회의 버스공간에서 버텨내는 관건은 반동을 이기는 직립능력과 악력이다. 이게 부족하면 지옥경험이 따로 없다. 버스를 이용할 정도면 그나마 보행권과 교통권을 두루 손에 쥔 경우다. 나이가 들수록 교통권은 커녕 보행권조차 상실당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렇게 되면 외출은 포기해야 한다. 집안에 머물며 행동반경을 최소화한다. 당연히 더 외롭고 아파진다.노인 외출은 자연스럽다. 몸이 허락하는 한 문밖 출입은 필수다. 그게 노인 소외를 막는 지름길이다. 그러려면 늙어갈수록 건강해야 한다. 최대한 무병기간을 늘리는 게 좋다. 무병장수가 어렵다면 질환을 최소화하는 일병(一病)장수라도 실현하는 게 맞다. 그래야 스스로 움직이고 불편하나마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다. 움직이니 질환을 늦추는 기대효과도 크다. 예외는 거의 없다. 금전능력이 탁월한 부자노인이면 몰라도 중산층 이하라면 신체건강은 노후행복의 절대조건일 수밖에 없다.일본여행에서 느낀 걸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령인구에 대한 경로사상의 상실이다. 워낙 고령자가 많아 일일이 챙겨줄 수 없을뿐더러 기대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경로석이 어린이 전용자리로 바뀔 만큼 인구구조가 뒤틀린 탓이다. 유교적 노인존중이 건재한 한국에선 상상조차 못할 일이 장수대국 일본에선 평범한 일상풍경인 것이다.노후건강은 장수사회의 필수조건이다. 가진 게 없다면 더더욱 놓쳐서는 안 될 최후의 생활방어막이 노후건강이다. 다행인 건 재무준비보다는 건강관리는 평소에 조금만 신경 쓰면 가능하다는 점이다. 노후자금은 더 쟁여두기보다 덜 소비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런 점에서 장수사회 경제원론의 핵심뼈대는 재무를 넘어서 노후건강의 모색일 수밖에 없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02-22 16:30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칼럼] 횡단보도 사고, 교통질서에 대한 신개념이 요구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우리나라는 아직 OECD 국가 중 교통사고가 상위권의 국가이다. 10만 명당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수위를 달릴 정도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중 횡단보도에서의 사고 정도는 전체의 30% 가 관련 사고를 일 정도로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루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매년 400명 안팎으로 사망자 수가 집계될 정도이다. 우리는 그동안 운전 자체가 3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른바 3급 운전, 즉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가 몸에 배어 있고 사거리나 횡단보도 근처에서는 습관적으로 앞으로 차량이 다가가는 것은 물론 보행자도 깜박거리는 신호등을 보면서도 결사적으로 뛰거나 하는 경우도 많다.아직 우리는 교통사고 관련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리 특성에 맞는 선진 교통인프라 조성도 약하고 이에 맞는 제도적 법적 안정성도 부족하며, 무엇보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선진 교통의식이 약한 점도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부분을 개선하여야 선진형 시스템이 도출되어 실질적인 교통사고 지수가 개선될까? 특히 횡단보도에서의 사고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우선 도심지의 차량 속도가 높은 부분도 문제이다. 대부분 시속 60㎞정도로 규정되어 있는데 선진국과 같이 시속 50㎞로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곧 시범 운행된다고 하니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이 확인되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횡단보도에서의 우회전 신호등 설치이다. 우리는 대부분이 우회전 신호가 생략되어 있어서 어느 때고 횡단보도 상태를 보면서 우회전하는 경우가 습관화되어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같이 신호등 연계 체계와 함께 별도로 우회전 신호를 두어 안전하게 우회전한다면 보행자도 신호등을 확인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고 판단된다. 세 번째로 운전자의 3급 운전 지양이다. 즉 에코드라이브라고 하는 친환경 경제 운전의 습관화이다. 한 템포 느린 운전, 즉 여유 있는 배려 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도입된 에코드라이브는 초기에는 그럴듯하게 진행되다가 현재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관심이 떨어진 상태이다. 에코드라이브는 연료절약, 이산화탄소 감소, 그리고 교통사고 감소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운동인 만큼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이라 확신한다. 동시에 안전운전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도입이 요구된다.네 번째 아직은 좁은 도로의 효율적인 폭도 고려하고 더욱 많은 횡단보도와 함께 차량 정지선도 넓혀야 한다. 이웃 일본의 경우 횡단보도에서 심지어 20m가 되는 차량 정지선도 있을 정도로 아예 멀리 차량을 떼어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어린이 보호구역, 즉 스쿨존에서의 강력한 교통지침이다.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그렇게 크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옐로우 카펫 운동 등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으나 최근 개발된 ‘스마트 보행 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라는 장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횡단보도에서의 교통사고 줄이기는 우리의 교통지수를 선진형으로 높이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가장 중요한 해결 현안이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정책적 지원과 실질적인 액션플랜으로 하루속히 선진형 교통시스템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7-02-20 14:51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 기자

[브릿지 칼럼] 트럼프 시대의 패러독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미국 증시에서 흔히 신임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동안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허니문 효과’라고 부른다. 2008년 11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 됐을 때는 의료 서비스 개선 및 확충의 기대감으로 인해 제약, 바이오 관련주들이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하지만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트럼프 허니문’ 효과는 없었다. 뉴욕증시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 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트럼프 취임 직후 장중 22%까지 급등하며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트럼프 허니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이어졌던 트럼프식 광폭 행보가 원인일 수 있다. 트럼프는 공식 취임 직후 일주일 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설치를 지시했다. 아울러 무슬림 7개 국가 국민의 비자 발급과 입국을 막는 파격적인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향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교역대상국과의 무역마찰이 예상되며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에 대한 경계감으로 인하여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트럼프의 선거전략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신흥국의 부상과 글로벌화로 인해 위축된 미국 산업을 다시 부흥시켜, 미국 내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트럼프의 지지기반이었던 러스트벨트(rust belt) 유권자들에게 일자리로 보답하고자 하는 취지는 어쩌면 선거판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략 중 하나일 수 있다.2001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도 당선 직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러시아, 중국, 일본, 남미 등 철강 수출국들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취했다. 수입 철강에 대한 최대 3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쇠락한 미국내 러스트벨트 지역의 철강산업을 부흥시키려는 선거공약을 이행시켰다.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조치로 인하여 미국 내 철강가격의 폭등을 일으켰고 철강을 소재로 하는 미국의 자동차산업, 조선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옛말에 벼룩 하나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보호무역정책의 부작용과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한 부시 행정부는 수입철강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를 바로 폐기하게 된다.이러한 정책적 패러독스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약한 달러’ 정책은 현재 트럼프가 동시에 추진하는 경기부양 정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만약 트럼프의 공약대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진행한다면 이는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며 이어지는 금리 상승으로 인하여 약한 달러보다는 오히려 강한 달러로 전환 될 것이다.강한 달러는 곧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저임금을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트럼프의 의도와는 달리 그가 추진하는 보호무역 정책은 오히려 미국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가속시키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트럼프 정책의 또 다른 패러독스는 외교정책과 이민정책에서도 예상된다. 트럼프가 지향하는 ‘위대한 미국’의 기반은 바로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시작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즉, 미국 중심의 세계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도맡았었고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우수인재 양성을 통해 지난 100여년 간 국력을 키워왔다. 최근 미국의 TPP 탈퇴가 중국이 주도하는 ’팍스 시니카 (Pax Sinica)‘ 시대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역설적으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종언이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어쩌면 트럼프 시대의 도래는 미국에게 지난 70여년 간 ’강대국‘이라는 타이틀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으로 다가왔기에 가능한 결과였을 것이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또한 하루 아침에 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트럼프 시대와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왕관을 내려 놓을지, 아니면 ’대국굴기‘라는 모토(motto) 아래 몸을 풀고 있는 중국이 ’팍스 시니카‘ 시대를 열게 될지, 향후 글로벌 정세의 귀추가 주목된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2017-02-16 18:22 조진래 기자

[브릿지칼럼] 상법 개악은 무책임한 정치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국회가 상법 내에 기업규제 조항을 신설하고 강화하려 한다. 핵심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강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제, 집중투표제 강제 등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경영을 획일화하고 경영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들이다. 주요 내용이 기업과 시장의 원리를 외면하고 있어 부작용이 클 것이다. 이런 반(反)시장적 개악 시도는 당연히 폐기되어야 마땅하다.친(親) 시장적 입법 활동을 통해 기업활성화와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할 국회가 기업경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잘못된 정치다. 정치권은 결코 기업을 정치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기업에게 그 죄를 전가하고 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정치실패를 부르는 일이다. 정치권이 기업 때리기에 성공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반 기업 정서를 앞세워 기업을 규제하는 정치적 해법은 매 번 실패해 왔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 온 ‘경제민주화 실험’은 저성장, 일자리 부족이라는 참담한 실패로 귀결되었다. 우리나라는 해외자본이 외면하고 우리 자본도 투자를 꺼리는, 한 마디로 ‘투자하기 부적합한 경제’가 되어 버렸다.상법을 개악하는 반 시장적 입법활동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까지 수많은 규제로 기업경영을 규제하여 왔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엄청나다. 공정거래법과 각종 규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제민주화법들을 처리한 바 있다.이미 대기업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하고, 이미 그 효과가 드러나 경제는 무력증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또 다시 규제를 강화하여 기업경영을 옥죄고 일자리를 줄이려 한다면, 이는 무책임한 정치일 뿐이다.다중대표소송제는 ‘기업’이라는 법인격을 무시하고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규제다. 따라서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설명 만들어진다 해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반드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며, 그로 인한 경영 위축이 불가피하다.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는 것은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기업경영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방식을 강요하는 규제다.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하라는 강압적 태도는 민주사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이 외에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사외이사 선임 규제 강화, 자사주 처분규제 등 기업의 자율성과 경영권을 위협하는 규제가 줄을 잇고 있다. 마치 기업 괴롭히기, 경제 파괴하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이제는 ‘파괴적 정치’에서 벗어나 ‘생산적 정치’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투자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퇴행하는 정치환경에서 기업만 경쟁력을 유지하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2017-02-16 15:28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기자

[브릿지 칼럼] 양치기 소년이 된 정치인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정치인들을 싣고 가던 버스가 도로를 벗어나 농장의 커다란 나무에 부딪혔다. 근처에 사는 늙은 농부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큰 웅덩이를 파고는 부상당한 정치가들을 모두 묻어버렸다. 며칠 뒤 부서진 버스를 발견한 경찰이 농부에게 물었다. “타고 있던 정치가들은 모두 어디 있습니까?”“다 묻어버렸죠.”“생존자가 한명도 없었단 말입니까?”“몇몇 사람들은 자기가 죽지 않았다고 말을 했습니다만….”“그런데도 땅에 묻었단 말입니까?”“하지만…” 말끝을 흐리던 농부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 하는지는 당신도 잘 알잖아요?”일반적으로 신뢰는 일방의 선언이나 계약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상호 간의 자발적 감정 유발에 의해 형성되는 교감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신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형성되기 어려우며 한번 손상되면 회복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위 이야기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반증하고 있다.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 단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배경은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감과 인격살인, 음해 등 자신의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공표했다. 하지만 실질적 배경은 국민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그 신뢰를 다시 얻기 어렵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루 아침에 뱀에 물리면 10년을 새끼줄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듯 한번 깨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신뢰를 깨지 않는 것이 좋은 신뢰를 형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유년시절 한번 정도 읽었을 법한 ‘양치기 소년’ 우화를 떠올려보자.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하던 일을 멈추고 무기를 들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그 뒤로도 소년은 반복해서 거짓말을 했고 정작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어른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결국 마을의 모든 양들은 늑대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양치기 소년의 우화는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신뢰의 상실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엄청난 불신과 희생을 안겨다 준다. 1997년 한국은 IMF 경제위기에 봉착하기 전에는 다른 나라에 대한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 중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경제가 외국에 개방되자 나라 간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을 신뢰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금리와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나라 경제가 파멸의 위기에 놓였었다.결국 한국 사람들은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방경제에서 신뢰가 매우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수많은 양치기 소년이 득실거린다. 그리고 그들은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걸한다. 진정 당신은 늑대인가? 사람인가?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17-02-15 14:24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시험대에 오른 트럼프주의

박종구 초당대 총장갖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안팎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미국우선주의와 경제 보호주의를 핵심 국정이념으로 제시했다. 지난 수주 동안 일련의 도전적 어젠다를 내놓아 야당 언론 시민단체 등과 크게 대립각을 세웠다. 소위 ‘취임 초 100일 허니문’이 실종된 상태다.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가장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이란, 이라크 등 7개 이슬람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로서 트럼프의 반이민, 반이슬람 정서가 뚜렷히 표출되었다. 그러나 워싱턴 등 여러 주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심각한 정치적 분열 양상이 노정되고 있다. 특히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연방정부가 불복함으로써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연방대법원까지 갈 전망이다.워싱턴주와 미네소타주는 샌프란시스코 항소법원에 제출한 의견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은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의 위협이 매우 현실적이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존 케리,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고 전장의 군인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등 주요 IT기업들도 “행정명령이 미국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며 하급법원의 결정을 인용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의 폐지도 앞길이 험난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오바마케어는 ‘재앙’이며 당선 즉시 폐지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미 2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혜택을 받고 있고 보험 미가입 비율도 작년 상반기 8.6%까지 떨어졌다. 즉각적인 폐지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병원, 의사, 보험회사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반면에 보수성향의 카토 연구소 마이클 캐런 박사는 “의회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될수록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라며 조속한 폐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달 실시된 퀴니팩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4%가 대안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에 건강보건개혁법이 폐지되면 안된다고 응답했다.법이 폐지될 경우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근로자층이 직격탄을 받게 된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 하지만 규정에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조기 폐지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다.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도 산넘어 산이다. 오바마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취임 즉시 폐기했다. 그러나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나 국경세 부과 등의 조치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케빈 쉐어러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글로벌 자본은 수익이 있는 곳으로 흘러간다”며 인위적인 보호무역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나 멕시코와 무역전쟁이 발발한 경우 5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승부사 트럼프가 냉엄한 정치현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02-13 14:53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칼럼] 스마트폰 중독 현상 매우 심각하다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우리나라의 길거리 풍경, 버스나 지하철 내 풍경, 카페 내 풍경은 특이하다.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을 연신 들여다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광경은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일이다. 필자가 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다녀봤으나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무엇이 한국 사회를 이렇게 독특하게 만들었을까. GDP는 선진국의 3분의 1인데 통신료로는 선진국의 3배를 서슴없이 지출할 수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를 관찰하기 위해 필자는 의도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들을 관찰했다. 셋 중 하나는 게임, 다른 하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대화, 나머지 하나는 뉴스 검색(주로 연예 뉴스)에 몰입한다. 이들에게 한 배를 타고 있는 같은 운명의 승객이라는 커뮤니티적 개념은 아예 찾을 수 없다.무아지경으로 스마트폰에 몰두하다가도 목적지 정류장에서 단거리 선수처럼 황급히 내리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이들 머리 속에는 전화 속 그림이나 문자 말고는 뭐가 들어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남의 시선을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분명 심각한 고립 내지 중독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느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의 구성원으로서 위치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인식하고 싶지 않다는 이런 개인주의의 극단에 도달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 속에 많이 존재할 때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것인가.동물의 세계를 봐도 옆에 다른 존재가 다가올 경우 그를 의식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 정상이다. 심지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혼자서만 거처하는 독방이 아닌 공간에서, 주위에서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관심 자체를 의도적으로 완전히 끊는다면 과연 인간의 부류에 속하는 자로 볼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한국인의 70%는 개인주의로 급선회하고 있는 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소셜 교신에 심취하는 이들의 자세를 보면 그들은 분명 과도한 소속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문자 교신의 패턴을 보면 현란하다. 한국처럼 순간이동하듯이 순식간에 문자왕복하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역시 찾아 보기 힘든 불가사의 영역에 속한다. 우려되는 바는 깊은 사고와 반추를 거치지 않는 창피할 정도의 얄팍하고 얕은 생각을 잔뜩 진열해대는 의식구조다.이렇듯 자신의 의견을 제시함에 있어서 진지함이 완전히 결여된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 상대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은 자신의 언행에 진중성을 싣고자 하는 노력 같은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곰곰이 씹어 볼 겨를도 없이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반응의 연속에서 어느 만큼의 생각의 깊이를 상대방에게 전해 낼 수 있을까. 스마트폰의 노예로 전락한 중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가능하면 한번쯤은 해외로 여행 나가서 외국인들의 스마트폰 사용 행동 양식을 직접 관찰해보거나, 아니면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해외에 있는 친구와 한번 소셜 교신해보고 그들의 교신 자세를 유심히 관찰해 보라는 것이다. 교신 상대의 성급하지 않고 차분한 반응들을 직접 경험해 본다면 그간의 자신의 행태가 얼마나 과잉적 행동, 즉 중독형 행동에 속했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2017-02-12 14:55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려면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이제는 오래 사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됐다. 과거에는 일찍 사망하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했다면 요즘은 오래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장수 리스크(longevity risk)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오래 사는 것이 위험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길어진 수명만큼 마주치게 될 질병, 상해, 사고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또 충분하지 못한 노후자금도 문제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보험과 꾸준한 소득을 발생시켜 주는 연금이 필요하다.개개인의 재무·건강상태, 기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연금 및 보험료 지출은 전체 소득의 10% 정도가 적정하다. 국민 1인당 소득(GDP) 중 보험료 부담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험침투도(penetration)라고 하는데 이는 개인의 경제생활에서 보험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을 측정하는 수치다. 스위스 리에서 전세계 보험시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명보험 침투도는 7%, 손해보험 침투도는 4%로 생명과 손해보험을 합해 총 11%로 세계 6위다.즉 기존에 가입한 보험도 보장내용, 중복보장 여부, 금리 등을 분석해 전체적인 보험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있다. 보장내용이 중복되는 보험 중에서는 보장성보험보다 저축성보험을 먼저 해약하는 것이 좋다. 보장성보험은 해약 후 나이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재가입이 어렵거나 보험료가 상승하기 때문이다.은퇴설계시 필수적인 보험을 정리해 보면 먼저 노후실손의료보험이 있어야 한다. 이 보험은 질병 또는 상해로 입원이나 통원치료시 보험가입자가 실제 부담하는 의료비를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가입연령이 75~80세까지로 확대돼 고령자도 보험가입이 가능해졌다. 이 보험은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초과해 보상받지 못해 한 개만 가입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다음으로 실버암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암보험은 암 진단 확정시 진단비를 중심으로 입원비, 수술비 등 암에 대한 치료비를 집중 보장하는 보험이다. 가입연령은 75~80세까지로 갱신을 통해 최장 100세까지 보장 받을 수 있다.마지막으로 간병보험도 꼭 필요하다. 간병보험은 보험기간 중 치매 또는 활동불능상태가 돼 다른 사람의 간병이 필요한 경우 간병자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은 정부의 요양보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개인별 상황에 따라 요양보험의 보장급여 이외에 간병자금이 필요할 경우 가입하는 것이 좋다.오래 사는 것이 위험해진 이유는 바로 돈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자녀교육에, 내집마련에 전력투구하다 보니 정작 본인의 은퇴자금은 마련하지 못하게 됐다. 이때 큰 힘이 되는 게 바로 연금이다. 꾸준하고 일정한 소득을 발생시켜주는 연금은 은퇴 후 필요한 소득을 확보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친구 같은 존재인 셈이다. 또 여건에 맞게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4층 보장체계를 갖춰야 한다.따라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장수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2017-02-09 15:44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패션산업, 꽃길만 걷게 해준다더니…전안법 개악 논란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새해 벽두부터 법안 하나가 우리나라 패션산업을 질식시키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일명 ‘전안법’이 영세한 규모의 신진 패션디자이너를 비롯한 수많은 소상공인의 여린 가슴에 못질을 해대고 있다. ‘전안법’은 전기용품뿐 아니라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패션의류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자에게도 KC 인증마크를 획득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패션 종사자들에게 제품판매를 위한 인증 관련 비용과 절차상 지체라는 부담까지 중과시킨 셈이다. 이에 폐업도 심각히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전안법’은 탁상행정의 폐해이자 민생악법으로 지목받고 있다.‘전안법’은 KC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KC인증표시를 하지 않은 전기용품·생활용품은 제조·수입·판매·구매대행·판매중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해 올해 1월 28일 시행을 공표했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의류·잡화 등 품목의 KC 인증서 게시 및 보관의무를 1년간 유예했다. 하지만 단순한 유예조치만으로 패션산업이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는 없다. 하루라도 빨리 전안법에 대한 재논의를 통해 진정한 민생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전안법’이 야기한 비용폭탄부터 따져보자. 통상적으로 한 가지 소재에 대한 시험분석 비용은 10만원, 열 조각 짜리 옷은 100만원이나 소요되는 셈이다. 대부분 영세한 패션디자이너는 손익분기점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위기를 맞게 된다.‘전안법’으로 인한 패션산업의 시름은 비단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저가패션의 메카 동대문에서는 샘플을 먼저 제작해 바이어의 승인 후 제작에 들어가 하루이틀 내로 제품을 판매 루트에 올려놓는 신속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전안법’상 의무를 준수하려면 대상 제품들을 시험분석을 보내고 라벨을 맞추어야 하는 등 열흘이 속절없이 흘러가버린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속해야 하는 특성과 신속성을 바탕으로 한 동대문 특유의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물론 ‘전안법’의 개정 취지는 분명 국민의 신체 안전을 더 철저히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와 부당한 부담 전가는 서민의 경제력을 저하시키고 종국에는 국가경제 전체를 좀먹게 된다. 국가와 제조사가 책임져야 할 안전문제를 판매자에게 떠넘기는 ‘전안법’은 꽃길만 걷게 해줘도 시원치않을 패션디자이너 소상공인들을 흙길로 내모는 형국이다. 시행이 1년 유예됐지만 패션산업 일선에서는 이미 벌금 등 행정적 단속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KC인증이 없으면 온라인 쇼핑몰 제품 등록 자체가 거부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이고도 어마어마한 부담이 되는 법안을 개정하면서 패션디자이너 등 해당법률의 수범 대상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사실은 허술한 입법절차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뒤늦게나마 야당을 중심으로 각종 간담회 및 TF 결성 등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각 정당의 후속 연구 및 개정 작업으로 유예기간 내에 ‘전안법’ 대상, 인증등급, 생활용품의 범위 등에 대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새로운 정책과 법률, 규칙 등을 도입할 때는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해당 규정이 이해당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면서 정책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야 한다. 꽃길만 걷게 해주려면 열악한 패션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소상공인 우선 원칙(Think Small First Principle)을 잊지 말아야 한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7-02-08 15:27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주택시장의 3가지 의혹, 현실화 가능성은?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설 연휴 이후 정유년 주택시장이 본격 문을 열었다. 하지만 주택 소유자 또는 소유 예정자들은 부정적인 의혹들을 가진 채 문 열기를 꺼리고 있다. 매수 의사가 있는 예정자라도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고,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장의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지난해 주택거래는 2015년 대비 16% 감소했으며, 최근에는 청약경쟁률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관망세를 보이는 수요자들의 합리적 결정이지만, ‘조금만 더 싸게’라는 심리 때문에 매수 타이밍을 놓치거나 장기간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철새’로 밀려다닐 수도 있다. 싼 물건은 넘쳐나더라도 갖고 싶은 물건은 부족한 시장이 올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향후 정치적 불안, 대외 경제 및 자본시장의 전환, 금리인상,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권주자들의 보유세 인상 추진, 대출가이드라인 확대, 기준금리 인상 전환 등으로 인해 매수결정을 더욱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공급과잉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2018년 하반기 이후가 주택 구입하기 적정한 시점일까?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전세주택 공급 증가, 전세가격 하락이 나타날까? 능력만큼 빌리는 대출가이드라인은 가계부담이나 경제충격 완화에 긍정적인가? 등이 대표적인 의심이다.여전히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고, 제도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부 재건축 단지는 수요가 많다. 공급량 증가에 따라 수요자의 선택권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량한 주택의 가격은 일명 ‘풍선효과’로 수요가 집중되고 가격이 상승한다. 당연히 우량 상품의 적정가격은 더 높고 적정 매수시점도 빠를 것이다. 저가 매수시점를 찾는데 매몰되는 것보다 ‘정말 매수하고 싶은 주택’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또 임차시장에서 전세주택의 공급과 가격조정이 나타날 것인가? 최근 전세가격이 유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약 시점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오히려 하락폭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매매 대기수요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더 빠르게 안정될 수 있으며, 준전세로의 전환으로 공급증가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월세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반해 전월세전환율은 하락하고 있다. 임대인은 전세를 공급할 때, 월세가격을 전월세전환율로 나누어 환산한다. 따라서 환산 전세가격의 하락 폭은 크지 않게 된다. 매매가격보다 가격조정이 느린 전세가격으로 인해, 이미 서울의 전세가율의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나고 있다.마지막으로 2014년 전후 저금리 고정 금리 주택담보대출상품 이용 구매자의 금리재산정기간이 도래하고 있다. 대출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금리재산정 구매자는 월 상환부담이 커지거나 대출연장이 어려워진다. 특히 금리인상과 맞물리면 주택시장의 한계가구 급증하여 단기적 경제 충격이 장기화 될 수 있다.따라서 주택을 싸게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싼 게 비지떡’일 수도 있다. 과거 입주대란 때 공급됐던 에프터리빙(회사보유 미분양) 주택 중 분양전환되지 않고 여전히 쌓여있다. 예견된 조정시기에도 보유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의 선택이 필요하다. 싼 것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거나 보유할 수 있는 주택구매결정이 중요한 시점이다.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7-02-06 15:02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정치권력에 접근한 기업들, 이제는 바꿔야 할때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사태를 지켜보면 과연 재벌 기업들이 희생자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특히 일부 재벌들이 적극적으로 정치권력에 접근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이 중 몇몇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최씨를 활용했다는 의혹마저 나온다. 정치 권력을 기업의 뒷배로 활용하고 조정하려고 시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그동안 크고 작은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업의 오너들은 과거의 실패들로부터 좋은 교훈을 얻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얻은 교훈은 결국 정경유착을 통한 기업지배권의 확보와 정치권력을 돈으로 매수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일찍이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1776년 발간한 ‘국부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가는 시장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동안 시장경제(Market Economy)와 기업우선주의(Corporatims)를 동일시하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에 세뇌됐다.기업의 오너가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이면 국내 경제에도 좋을 것이라고 막연한 낙수효과(부유층의 투자, 소비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에까지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 국가적인 경기부양효과로 나타나는 현상)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론적으로 틀린 것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는 낙수효과는 현실에서도 철저하게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그동안 한국의 재벌 기업들의 기업가치 증가는 해고를 통한 일자리 축소로 비용을 절감하고 역외 탈세로 세금을 덜 내고, 낮아진 법인세로 세금 부담을 덜고,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해 한국경제를 장악해 왔다는 느낌이다.기업의 오너와 해당 기업이 창의적 혁신을 만들어 낼 능력이 부족하다면 직원들에게 창의적 재능을 북돋는 장기 투자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또 기존의 사업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해 비용을 절감하든지, 뇌물로 제공한 비용을 세금으로 내든지, 아니면 직업병으로 피해를 본 직원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지난 2008년 경제 위기 진행과정에서 대기업들은 현금을 유보해 기업 내부에 유동성을 많이 축적해왔다. 이는 기업들이 위기에 선제 대응하고 여유자금을 만들어 기업경영에 사용하려는 의도다.최근 10대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지난해 말 대비 3조6000억원이 늘어난 55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이렇게 유동성을 통해 확보된 현금은 기업에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한 경쟁력 회복과 창의적 혁신에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경제도 살 수 있다.얼마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블랙리스트의 경우 정부 예산의 배제와 관제 데모에 투입된 비정상적인 자금의 모집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즉 부정부패로 인한 국내 경제의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방증이다.한국 경제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의 하락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다. 그 동안 민주주의 허울 뒤에서 정경유착의 악을 저질러온 세력들을 이제는 도려내야 할 때다. 그래야 정치적 위험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2017-02-05 15:07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아노미의 충돌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국제정치학계의 석학 조지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100년 후’에서 미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이 놀랄 만큼 새로운 힘과 비이성적 감성 변화를 보이는 사춘기의 정체성 위기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중략) 미국은 지금 젊은 문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서툴고 직설적인데다 때론 야만성을 띤다.”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에는 조지 프리드먼이 말하는 ‘사춘기적 야만성’이 투영되어 있다. 그는 취임한 지 겨우 열흘 만에 온 세상을 다 뒤집어 놨다. 제일 먼저 보호 무역이라는 경제 장벽을 세웠고, 두 번째로 멕시코 국경 장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거기까지만 해도 세계는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쳐다보는 정도였다. 문제는 인종과 이민에 관한 세 번째 장벽이 촉발했다. 인종과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가 미국인데. 미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적통성을 부정해버린 결과가 되었다.지금까지 나온 세 개의 장벽을 보면 인종주의, 국수주의 그리고 (시장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써) 엘리트에 의한 지배와 같은 면모가 엿보인다. 과거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 익히 보았던 모습이고,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근까지도 애써 타파하려고 했던 그 모습이다. 미국 국민들은 아노미 상태다. 미국을 이루는 뼈대와 근간이라고 믿었던 가치들이 불과 몇 일만에 신임 대통령에 의해 모두 부정(deny)되고 있다.신년 벽두부터 한국 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졌다. 세계 경제는 그런대로 최악의 침체 국면을 지나서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는 마당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또 다시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아노미만 해도 우리나라로서는 견뎌내기가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군사적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미국이 기존 질서를 흔들면 당연히 우리와 미국 간의 연결에 문제가 생긴다. 직접적 이해 관계 뿐만이 아니다. 북한이나 일본과의 관계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더구나 미·중간 마찰이 불러올 2차적 파장까지 고려하면 아마도 우리나라가 트럼프 정책의 가장 큰 피해국이 될 것이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만적’ 행보는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다. 트럼프의 장벽은 세 개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제4, 제5의 장벽이 계속 세워질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문제는 우리의 아노미가 내응하면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가 불러온 혼돈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특검과 헌재에서, 정치권에서 그리고 촛불과 반(anti) 촛불이 수개월째 대치하고 있는 광장에서 최고 출력의 메가톤급 권력 공백과 아노미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국가 최고 권력의 아노미 아닌가.2017년. 이제 겨우 한 달 살았는데, 벌써 일 년을 다 살아낸 기분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 아노미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책임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모두에게 있다. 3부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시시각각 밀려오는 위기 국면에 적기 대처하는 한편 권력의 아노미 상태도 어떤 결과가 되었든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미국은 기존 질서를 부수는 대통령이 있는 아노미이지만, 우리는 그에 대응할 대통령이 없는 아노미라는 점에서 우리가 더 심각한 문제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2017-02-02 13:16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아름다운 동행 ‘힐러리와 텐징’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가연(佳緣),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인연이다. 하지만 평생 누군가와 가연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한 때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과 남이 되고, 은혜를 입은 사람과 원수가 되는 게 세상사다.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동시에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와 그의 세르파였던 텐징 노르가이의 아름다운 동행을 가끔씩 떠올리며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 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이곳은 인간의 발길을 결코 허락하지 않아, 수많은 산악인들이 정상을 오르려다 이름 없는 별로 사라져갔다. 산업혁명 후 제국주의로 힘을 키운 서구 열강들은 누가 먼저 에베레스트를 오르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이 대규모 원정대를 꾸며 에베레스트로 보냈지만 모두 실패했다.특히 무려 일곱 차례나 원정대를 보냈지만 정상 정복에 실패한 영국은 8차 원정대를 보낸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대관식 전에 에베레스트를 밟아야 한다, 그 주인공은 영국인이어야 한다는 특명아래. 1953년 4월 26일 영국인만으로 짜여진 1차 등반대가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정상 인근까지 진격했으나, 거친 눈보라로 실패하고 만다. 그 뒤 5월 29일 2차로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뉴질랜드 목동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와 네팔 출신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정상 공략에 나선다. 새벽 6시 30분 산소통을 메고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이들은 정상으로 향하는 동안 곳곳에서 지옥의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높고 깊은 틈)를 만나기도 했지만 고비를 잘 극복하고, 오전 9시 경에 해발 8760m의 남봉까지 오르는데 성공한다.하지만 이곳에서 정상까지에는 거의 직벽에 가까운 15m의 빙벽이 있어 난코스 중의 난코스로 꼽힌다. 힐러리와 텐징은 이 구간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투 끝에 통과했는데 훗날 사람들은 이 구간을 ‘힐러리 루트’로 이름 붙여주었다. 힐러리가 이 루트를 개척하면서 체력의 상당부분을 소모해 텐징이 앞장서서 정상으로 향한다.두 사람은 오전 11시 30분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내용의 무전을 베이스캠프로 날려 보낸다. 인류 최초로 8848m의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순간이다. 언론에는 힐러리가 찍어 준, 영국 국기를 들고 있는 텐징의 사진이 대서특필됐다. 하산 후 언론은 이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인터뷰 때마다 “누가 먼저 정상에 발을 디뎠느냐”며 집요하게 질문을 쏟아냈다.힐러리는 그 때마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함께 올랐다”며 결코 자신의 공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사실 힐러리는 정상을 밟고 하산하던 중 크레바스에 추락해 거의 죽을 뻔했다. 텐징이 줄을 끌어올려 그의 목숨을 구해준데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텐징 또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만약 정상에 한 발 늦게 도착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나는 그런 부끄러움을 안고 살겠다”고 말하며, 힐러리가 먼저였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6년 텐징이 숨을 거둔 뒤에야 힐러리는 “그가 마지막 몇 걸음 앞에 두고 내게 영광을 양보했다”면서 그러니 “둘이 함께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사람들은 말한다. 에베레스트에 첫발을 디딘 사람은 힐러리였지만 사실 에베레스트 정상에 먼저 도달한 사람은 텐징이었다고. 체력이 많이 소모된 힐러리는 텐징에게 먼저 정상에 올라 기다리라고 손짓했지만 텐징은 바로 정상 앞에서 힐러리를 기다린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의 영광을 차지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곳에서 파트너를 기다렸고, 힐러리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첫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의 공로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힐러리는 1958년 남극 횡단에도 성공했으며, 그 후 네팔에서 학교와 병원을 짓는데 여생을 보냈다. 네팔인들에게 전설적인 영웅으로 기억된 텐징 또한 영국의 조지 십자훈장과 네팔의 타라 훈장 등을 받고, 죽기까지 히말라야 등반 지도자로 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연이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7-02-01 10:58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구밀복검(口蜜腹劍)'과 최순실 게이트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연일 쏟아져 나오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관한 뉴스를 보면 기가 찬다.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돼 국민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면 또 새로운 의혹이 떠오르고, 특검이 소환하면 부인하고, 결국은 의혹이 사실로 입증돼 관계자가 구속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국정농단의 양상도 너무 다양해 ‘비리 백화점’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수법으로 비리를 저지를 수 있을까. 직권남용, 직무유기, 출연강요, 납품강요, 뇌물죄, 인사권 남용, 대학특혜, 사업자변경, 민간회사인사권개입. 블랙리스트 등 그들의 죄를 열거하기조차 숨차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연일 터지는 사건을 보면 중국의 고사성어 ‘구밀복검(口蜜腹劍)’이 떠 오른다.중국 당나라황제 현종은 수십년의 태평천하를 만든 성군이었으나 노년에 태자의 부인, 즉 며느리인 양귀비를 궁에 끌어들이고 향락에 빠져 정사를 멀리하였다.조정의 모든 정사를 재상인 이임보에게 일임했고 이임보는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모두 배척했다.이임보는 실력은 없었지만 황족이라 숙부를 통해 관직을 얻은 후, 내시와 후궁의 줄을 타 현종의 의중을 정탐하고 이에 맞는 말만 해 황제의 총애를 얻어 재상의 지위에 오른 사람이다.그는 워낙 각종 술수에 능해 어떤 계략을 꾸밀지 주변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저질렀기에 두려웠지만 그에 감히 대항하지 못했다.특히 대신들이 향락에 빠진 황제와 면담을 못하게 만들고 자신이 모든 정책을 주관하여 현종이 병사할 때까지 19년동안 국정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후에 이를 안 황제는 그를 벌하여 부관참시하기도 했다.그래서 겉으로는 꿀을 말하지만 배속에는 칼을 품고있다는 구밀복검의 고사성어를 만들어냈다. 이 구밀복검의 당사자인 이임보와 최순실을 비교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첫째, 두사람다 국정을 다룰 실력이 없어 정상적으로는 권력자에게 접근하지 못했지만 개인적 관계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임보는 환관과 후궁을 이용해, 최순실은 대통령의 사생활을 매개로 최측근의 지위에 올라섰다.둘째, 권력자의 정사소홀이 배경에 있었다. 당 현종이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셋째, 권력자의 무한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었다. 당 현종의 이임보에 대한 신뢰는 무한에 가까울 정도였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에 대한 신뢰 역시 납득하기 힘들 정도다.넷째. 술수와 배포에 능하다. 두사람 모두 권력자의 배경을 업고 무소불위처럼 국정농단할 정도의 책략과 술수를 몸에 지니고있었다.다섯째,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진행되었던 점에 주변사람들이 더욱 두려워 감히 대항하지 못했다.여섯째, 종국에는 죄 갚음의 결말을 맺었다.우리는 이 구밀복검의 고사와 최근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고권력자는 국민들이 위임한 정치를 절대 소홀히 대하지 말아야 하고, 비정상적 측근의 존재를 반드시 배척해야 한다는 점을 배운다. 또 소수의 측근에게만 지대한 신뢰를 주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7-01-30 11:12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