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B그라운드] 20주년 ‘벽 속의 요정’ 김성녀 “관객의 힘으로 울고 웃는, 가시관이자 월계관 ”

“작품을 제일 재밌게 만드는 건 관객들이에요. 모노드라마가 이렇게 힘들고 외롭고 어렵구나, 온갖 생각을 하면서 첫 무대에 올랐는데 전 관객이 기립박수를 쳐주시고 함께 울고 웃고 해주셔서 감동받았습니다. 관객의 힘이 이렇게 몰려오는구나 싶었죠. 저에게 월계관을 씌워주기도 했지만 체력을 갉아먹고 고통스러운 가시관이기도 했어요.” 김성녀는 20주년을 맞은 뮤지컬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10월 31~11월 10일 세종문화회관 S씨터어)을 “고통과 영광을 같이 주는, 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1인 32역, 5살 어린 아이부터 70살의 노부부까지 여러 인간 군상들로 변신하며 130여분을 오롯이 혼자 끌어가는 ‘벽 속의 요정’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그의 나이 55세. 그의 남편인 손진책 연출과의 결혼 3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진부한 건 아닐까, 이 작품의 메시지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까 늘 조바심을 치면서 20년을 해왔어요. 몇달 전에도 성남에서 이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이 변함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셨어요. 살아 있음에 아름답다는 긍정의 신호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얘기구나 싶었죠.” ‘벽 속의 요정’은 일본작가 후쿠다 요시유키가 스페인 내전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꾸린 작품으로 한국의 배삼식 작가가 한국화해 2005년 초연됐다. 전쟁 중 벽속에 숨은 채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했던 아버지, 그의 부재 속 가정을 유지해온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다. 김성녀가 혼자 끌어가는 모노드라마로 12곡의 노래와 극 중 극 형태의 그림자인형극 ‘열두달 이야기’, 관객들과 어우러지는 계란팔이 등으로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저의 대표작을 마련해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삼식 작가의 좋은 글이 있었고 저와 결혼 30주년을 맞은 손진책 연출이 배우가 돋보이는 연출을 해 선물한 작품이었죠. 마당놀이 배우로는 잘 알려졌지만 연극배우로서의 인지도는 부족했던 저에게 연극배우로서의 위상을 마련해준 작품이기도 하죠.”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오픈씨어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손진책 연출은 “당시 (원작자인) 후쿠다 요시유키씨는 본인 대본 그대로, 스페인을 배경으로 해주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비극은 한국에서 여전히 진행형이잖아요. 이걸 스페인 얘기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설득 끝에 배삼식 작가가 각색해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곤 “제가 연출한 작품들은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하는데 이상하게 ‘벽 속의 요정’은 20년 전과 변화가 없다. 대본, 연출은 물론 의상, 세트, 조명 등 모든 게 이상하게도 그대로 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공연은 장소와 시대에 따라 변하긴 합니다. 이 이야기는 이데올로기의 비극에서 시작하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공간 크기와 관계없이 빨려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작품이에요. 한국은 아직도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비극이 현재진형형인 나라잖아요. 이데올로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인간, 가족의 이야기고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예요. 생명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주제죠.‘ 이어 “어떤 시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하게 생각하는 작품”이라며 “인간의 존엄성 문제가 절실한 이 시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성녀는 “처음 이 공연을 할 때는 에너지를 정말 활화산처럼 쏟아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똑같은 ‘벽 속의 요정’을 한 기억이 없다. 매번 달랐고 매회 다른 장면에서 눈물이 나고 매번 새로운 작품을 대하듯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제일 힘든 게 노래입니다. 12곡을 불러야 하는데 높은 음이 잘 안나와요. 에전에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렀다면 이제는 제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게 됐죠. 이번에는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내 나이에 맞는 연기와 노래를 하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곤 “열린 마음으로 동참하면 재밌게 볼 수 있다”며 “우리 관객들은 너무 잘 놀아준다. 그 멋진 관객들이 공연을 더 재밌게 만든다”고 전했다. 초청으로만 300회 이상 무대에 오른 ‘벽 속의 요정’의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김성녀가 “제 의지로 하는 첫 공연”이기도 하다. 김성녀는 “제 의지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님을 찾아가서 ‘20주년을 맞아 이 공연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며 “이번 공연은 저에게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표현했다. “이 열흘을 잘 해낼 수 있다면 30년까지 하는 거고 마음에 안 들면 이번 공연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노래하고 연기하는 2시간짜리 공연을 몇 살까지 할 수 있을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건 배우로서는 무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공연이 (더 할지 마무리할지를) 결정할 기회인 것 같습니다.” 허미선 기자 hulrkie@viva100.com

2024-10-14 22:11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정길만·이재화·최종인 “지금 추어지는 춤, 그럼에도 현대무용 아닌 ‘새로운’ 전통”

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에 선정된 안무가들. 왼쪽부터 정길만, 이재화, 최종인(사진=허미선 기자)“제가 한국예술기록원에 가서 한국무용계 큰 어르신들의 말씀을 찾아본 적이 있어요. ‘한국무용은 자연스러운 춤’이고 ‘추는 춤이 아니라 추어지는 춤’이라는 글귀가 한국무용을 관통한다고 느꼈죠. 보존도 중요하지만 한국무용의 가장 큰 정수는 창작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국립무용단의 ‘2024 안무가 프로젝트’(10월 31~11월 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최종인 안무가는 한국무용을 “추어지는 춤”이라고 정의했다. 최종인은 한국무용에 뿌리를 둔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최근 춤으로 승부를 겨루는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썬캡보이’로 주목받고 있다.“한성준 선생님도, 이매방 선생님도 작품을 만드셔서 추셨고 최승희 선생님도 ‘신무용’이라는 장르를 만드셨어요. 그렇게 다양하게 만들어져 보급하고 그것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까지 보존됐다고 생각해요. 또 다시 그 보존된 걸 바탕으로 새롭고 다양하게 만들어 지금까지 추어지고 있죠.”이어 “동네, 후드적 관점이랄까 지역번호 82번에서 추어진 오리지널리티가 있고 우리만 할 수 있는 특성과 정서가 담긴 춤들을 개발하면 지금 사회에서 춰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춤”이라고 부연했다.‘2024 안무가 프로젝트’는 한국무용계를 이끌 젊은 춤꾼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국립무용단이 마련한 무대다. 최종인을 비롯해 국립무용단 훈련장이기도 한 정길만 그리고 국립무용단원으로 현대화한 ‘가무악칠채’로 주목받았던 이재화가 각각 ‘휙’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탈바꿈’을 선보인다.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육성사업’을 통해 선정된 23명의 청년교육단원 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라 의미를 더한다.◇정길만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이재화 ‘탈바꿈’, 최종인 ‘휙’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중 정길만 안무가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연습시연(사진=허미선 기자)정길만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은 “무의식과 의식 저편에서 서성이는 어떤 인물에 대해 고민한 작품”이다. 정길만 안무가는 “개인이 의식하지 못했던 무의식은 사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나타는 것 같다”며 “그들 중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적 부분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이 신전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침묵하는 자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인, 벼랑 끝까지 내몰린 인물 그리고 안전한 사회에 사는 우리의 가슴 어느 한쪽을 불편하게 하는, 지구 저편에서 분명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부조리를 다루는 작품이다.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중 이재화 안무가의 ‘탈바꿈’ 연습시연(사진=허미선 기자)이재화의 ‘탈바꿈’은 탈춤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늘 주어지는 미션 같은, 한국적인 건 뭘까라는 고민의 실체”로 “힙합과 EDM음악을 듣고 맥도날드를 먹고 자란 저희세대에서 바라본 ‘한국적인 것’에서 출발한” 작품이다.“제목 ‘탈바꿈’은 중의적 표현입니다. 정말 탈을 바꾼다는 의미도 있고 한국무용이라는 장르가 이 시대에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죠. 새로운 곳에서 찾기 보다는 전통적인 창고에서 가져오려고 노력했습니다. 탈춤을 보면 힙하다는 느낌을 받게끔 해요. 거기서 형식, 호흡, 움직임 등을 뽑아내 사용하고 있죠. 탈춤이라는 소재 자체에 존중과 화합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가 전통을, 그것들이 저희를 존중하는 게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합니다.”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중 최종인 안무가의 ‘휙’ 연습시연(사진=허미선 기자)최종인의 ‘휙’은 “사람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이 결정되는 시간 0.18초,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3초, 쇼츠를 볼지말지를 결정하는 8초 등 대비판의 시대, 모든 게 싫증나는 세상의 순간들,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최종인 안무가는 “예전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예전엔 틀렸지만 지금은 호응을 받는, 그런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가치들이 있다”며 “지금 만들고 싶은 춤, 추어져야 하는 춤, 지금의 관객과 무용수, 안무자가 가장 즐길 수 있을만한 춤”이라고 설명했다.“그냥 계속 보게 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하는 것도, 미디어와 계속 소통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제가 감각적이진 못하지만 관객들의 니즈를 맞추고 그들이 좋아하는 걸 파악해서 한국무용이라는 장르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죠.”◇‘지금’을 담은 현대화, 그럼에도 ‘새로운 전통’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이재화 안무가(사진제공=국립무용단)“현대무용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전통 춤사위나 좌우세가 들어가는 자체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때도 있죠. 그럼에도 우리의 정체성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전통’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동시대성을 띨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 중이죠.”지금을 담은 무대들이지만 현대무용이 아닌 ‘새로운 전통’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이재화의 ‘탈바꿈’에는 현대적인 LED마스크가 사용되기도 한다.“탈이 바뀌면서 춤도 변화돼요. 음악적으로는 장단의 속도를 정하는 탈춤의 불림을 대입했습니다. ‘쉬~~’ 하고 나오는 불림들이 속도를 정해주면 라이브 밴드가 호흡을 맞춰가는, 날 것의 느낌을 주고 싶었죠. 이를 통해 관객들이 현장성을 느끼기를 바랐어요. 현재 음악작업을 하고 있는 박다울씨 역시 거문고의 대중화, 전통 음악과 관객의 소통 등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우산과 책, 그 뜻을 알 수 없는 대사 혹은 읊조림이 쓰인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에 대해 정길만 안무가는 “우산은 침묵 그리고 존재의 나약함”이라며 “인간이 생각하는 지각 인식은 문명이고 문명은 책 혹은 언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정길만 안무가(사진제공=국립무용단)“우산은 침묵하는 자의 무의식, 그 자아를 좀 보살펴 주고 싶은 생각으로 사용했습니다. 더불어 침묵하는 자에게 히잡을 쓰지 않는 여인은 보호하고 싶은 대상입니다. 그래서 우산을 오브제로 사용했죠.”이어 현대무용이 아닌 ‘새로운 전통’ 요소에 대해서는 “인류가 오랜 시간 경험을 축적해 발전하듯 한국 무용 역시 그렇다”며 “주어진 시간과 수학적인 박자 안에 한국 춤이 추어지는데 그 특징과 정체성은 일맥상통한다”고 부연했다.“그 박자 안에 동작이 딱딱 떨어지지 않는 것이 한국적인 것 같아요. 그 시간 안에 초과되는 움직임이 있거든요. 그 움직임이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다음 동작으로 연결되죠. 흔히 정중동이라는 호흡이나 정서가 깔려있달까요. 그 정서를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 거냐는 안무가의 능력과 동작의 디테일에 달려있죠.”이어 “이번 작품에는 탈춤적인 혹은 태껸 등 한국적인 동작이 들어있다”며 “호흡을 맺지 않고 다음으로 연결되는 한국적인 특징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부연했다.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최종인 안무가(사진제공=국립무용단)‘휙’ 지나가는 찰나를 표현하는 최종인 안무가는 부채와 거울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한국적 장르에서 쓰이는 부채가 아니다. 던지고 받는 데서 ‘휙’을 봤다. 찰나의 순간에 잡는데도 한국적인 호흡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전통적인 클리셰 안에서 새롭게 변형하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런 무브먼트를 할 수 있는 (젊은 무용수) 친구들을 적극 활용해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털어 놓았다. “거울은 새로운 병풍이 되는가 하면 새로운 춤판이기도 하죠.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결국 내가 아닌 현상을 담기도 합니다. 미디어도 사진도 마찬가지죠. 사진을 찍지만 보정 애플리케이션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82kg인 사람을 50kg인 것처럼 개미허리로 만들기도 하잖아요. 요새가 그런 세상이죠. 미디어에 노출된 썬캡보이가 진짜 나인가, 안무가 최종인과 정확하게 동일한 사람인가, 가면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을 하게 돼요.”그리곤 “거울이라고 해도 좋고 미디어여도, 새로운 시대의 병풍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로 인해 새로운 춤판이 만들어지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의 안무가들. 왼쪽부터 이재화·정길만·최종인(사진제공=국립무용단)“혼자 추지만 거울의 각도에 따라 7, 8명이 추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현 시대랑 가장 맞닿아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어디선가는 ‘그랬다’고 단정지어지는 느낌을 내기 위해 거울을 활용하고 있죠.”‘새로운 전통’에 대해 최종인 안무가는 “완전 새로운 춤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배운 게 그것”이라며 “이번 ‘휙’에 선발된 무용수들은 스트리트 댄스 혹은 현대무용을 하다가 한국무용을 병행하는 등 다양하다. 그들, 그들의 다양성 안에서 현대 사회에 가장 자연스러운 춤, ‘휙’이라는 음가가 줄 수 있는 호흡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잠깐 졸 때도, 깨기 위해 몸을 두드리는 순간에도, 쇼츠를 보며 넘기는 손끝에도 한국무용적 색채, 호흡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바탕으로 우리만의 ‘휙’이라는 장르가 탄생하기를 바라고 있죠. 그게 한국적인 창작의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대범하고 건방지고 되바라지지만 관객들에게 좀더 매력적인 춤이 돼 널리 보급돼 새로운 K콘텐츠가 생겨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11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보존과 창작 '멈춤' 없는 춤 행보…한영숙 정신의 정수 “나를 중심으로 끌어안고 뿜어내며 교감하는!”

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김매자가 30명의 제자들과 구릴 ‘숨, 푸리’ 연습장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한국 춤은 항상 내가 중심이에요. 나를 중심으로 안으로의 집중이죠. 나를 중심으로 장삼을 던지면서 혹은 회두(한쪽 팔씩 들어 올리며 그 방향을 돌아다보는 춤사위) 등을 통해 우주의 기를 모아 끌어들이고 내 안의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그렇게 교감하고 파동을 만들어 그 기를 전파하죠.”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자 전 이화여대 교수, 북경무용대학교 민족무용과 명예교수는 한국 춤의 정수를 “에너지의 순환이자 우주의 모든 것들과의 교감”이라고 짚었다.“우리 춤은 땅에서 탄생해 땅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들이고 하늘로 뿜어내며 아우르죠. 땅에 굳건히 발디디면서도 하늘로 뿌리고 원을 그어 우주를 덮어요. 끊김이 없어요. 나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흐르죠. 그게 한국 춤이에요. 특히 승무는 나를 중심으로 몸속의 흐름을 연결시키죠. 한국 춤에 절대 ‘멈춤’이란 없습니다.”◇나를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뿜어내는! ‘멈춤’ 없는 우리의 근본무형문화재 ‘승무’ 기능보유자 한영숙(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예술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요. 저 역시 ‘창작’에 집중하며 우리 춤을 추고 있죠. 환경에 따라 시대에 따라 제 춤 역시 변해가요. 하지만 그 방법론은 꾸준히 전승돼 온 훌륭한 우리 전통에 근본이 있어요.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현시대에 맞는 사회성을 가지고 만든다 해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근본을 잊어버린다면 그건 ‘우리 것’이 아니죠.““마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닌, 나를 중심으로 하는” 그 근본을 보존하면서도 창작에 집중하며 발레리나 김주원, 국수호 등과 함께 하는 ‘사색여정’ 등 팔순을 훌쩍 넘어서도 무대에 오르는 그의 ‘멈춤’ 없는 춤 행보에는 “내가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교본이자 한국 춤의 정수가 응축된 한영숙 선생님의 승무”가 있다.한영숙의 무형문화재 ‘승무’를 이수한 이애주류 승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무대에서 방향을 만들고 내 몸 속의 공간을 만드는 선생님의 무대를 보면서 제 ‘춤본’이 만들어진 거예요. 춘앵무, 궁중무용의 스승이였던 김천응 선생님께 배우며 터득한 바른 자세와 더불어 한영숙 선생님께는 승무를 통해 내 몸을 중심으로 공간과 시간, 방향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웠죠.”그렇게 스승들에게서 배우며 터득한 우리 춤의 정수는 그가 집대성한 ‘춤본’ 1, 2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첫 스승인 김천응 선생님도, 한영숙 선생님도 제자들이 정말 바른 길을 가기를 바라시는 타고난 춤꾼이자 인품까지 훌륭한 교육자”라며 “제자들에게 일절 뭔가를 요구하는 법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한영숙의 무형문화재 ‘승무’를 이수한 정재만류 승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1960년대, 엄격한 전통춤 계보에서 두 선생님은 ‘무조건 나만 따라와’가 아니라 제자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셨어요. 묵묵히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려주시고 격려하고 응원해주셨죠. 그런 두분의 춤과 인품이 저의 본보기이자 근본입니다.”그리곤 “생전에 한영숙 선생님이 ‘뉴욕 타임즈’ 인터뷰에서 저를 두고 ‘지랄 춤을 춘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다”며 “그 직후 홍콩에 공연을 간 저에 대해 현지언론들이 일제히 ‘크레이지 댄서가 왔다’고 대서특필했고 그 후로도 그렇게 회자됐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창작’에 집중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춤의 기본을 지키면서 저만의 춤을 추고 싶었거든요. 그런 저를 한영숙 선생님도, 김응천 선생님도 인정해주시고 그 행보를 묵묵히 지켜봐 주셨죠.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교육자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두분이 제 스승님이라는 사실이 영광스러워요.”◇5대가 모여 한마음으로 펼치는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span style="font-weight: normal;"한영숙의 태평무를 이은 박재희 보유자의 태평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한성준 선생님은 ‘우리 춤의 아버지’시고 한영숙 선생님은 그 손녀로서 할아버지로부터 전승한 우리 춤을 예술화하신 분이죠.”예술가로서 인정받을 수 없었던, ‘딴따라’로 폄훼되던 시절 춤꾼들은 악단에 섞여 혹은 길거리에서 춤을 추곤 했다. 그렇게가 아니면 춤도 출 수 없던 시절에도 한영숙은 “꿋꿋하고 고고하게 우리 춤의 명맥을 이어온 ‘진짜 춤꾼’이다.”그렇게 오롯이 지켜온 우리 춤의 대가 한영숙은 1988년 올림픽 폐막식,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살풀이 춤을 선보이며 ‘우리 춤’의 위상을 견고히 다졌다.  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살풀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그게 한영숙 선생님의 위대함인 것 같아요. 생계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할아버지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신, 선생님의 그 고고한 정신이요. 그러면서도 무대를 생각하시면서 1분, 2분, 3분짜리 17분짜리, 30분짜리 승무를 만드셨어요.” 그렇게 예술이 되고 무대화돼 전승돼온 한영숙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의 춤과 정신은 1990년 설립된 ‘한영숙춤보존회’가 선보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맥의 춤’(10월 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고스란히 스민다.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학춤(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이 무대에는 한영숙의 승무, 살풀이, 학무, 태평무 등이 김매자를 비롯한 박재희 한영숙춤보존회장·국가무형유산 태평무 보유자, 김숙자·정승희 승무 이수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제자와 그 제자들의 제자들까지 총동원된다. “이번에 100여명 넘는 인원이 참여해요. 이전에도 보존회에서 무대를 꾸리긴 했지만 이런 대통합의 무대는 처음이지 싶어요. 한영숙 선생님의 ‘승무’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수한 故이애주·정재만 선생님의 제자들까지 한데 모이는 화합의 장이죠.”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김매자가 30명의 제자들과 구릴 ‘숨, 푸리’(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여전히 ‘만족’을 모르는 살풀이 “이번 무대에는 제자 30명과 함께 올라요!”“저는 이번 무대에서 살풀이를 해요. 그간은 10여명 정도 함께 했는데 이번엔 30명이 한 무대에 오릅니다.”김매자가 30명의 제자와 함께 ‘숨, 푸리’를 선보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은 한성준에서 이어진 한영숙류 승무(1969년 홀춤으로는 첫 문화재 지정),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맥을 이은 이애주(1996년 지정), 정재만(2000년 지정)의 제자들이 한 무대에 올라 화합하는 ‘승무’로 시작한다.이어 김숙자 승무 이수자가 전통 승무와 조택원의 ‘가사호접’ ‘내림새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나빌레라’, 박재희 회장이 재구성한 ‘학춤’, 정승희 승무 이수자와 그 제자들이 선보이는 ‘살풀이춤’, 김매자와 30명의 제자가 꾸리는 ‘숨, 푸리’ 그리고 박재희와 제자들의 국가무형유산 한영숙류 ‘태평무’가 펼쳐진다“저는 살풀이가 그렇게 힘들어요.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니 쉬워 보이지만 근육도, 에너지도 정말 많이 들거든요. 게다가 기원과 축원을 담아야 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췄는데도 만족스러운 무대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죠. 이번에는 만족할 수 있을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그리곤 지난 6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출연자 전체가 모였던 연습현장에서의 벅찬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다.“다들 얼마나 열심히들 잘 준비를 했는지…한영숙 선생님이 정말 귀한 걸 우리한테 남겨주셨구나 싶었어요. 우리 복이죠. 그 복을 얼마나 잘 활용할지 계속 고민하고 탐구하면서 발전시키는 건 이제 저희 몫이에요. ‘멈춤’없이, 나를 중심으로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1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그대로!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대표되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Arena di Verona Original Production) 그대로의 ‘투란도트’(Turandot, 10월 12~19일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 DOME)가 ‘드디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무려 100여년만의 첫 내한공연이다. ‘투란도트’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유작으로 타타르 국에 모욕적이고도 비참하게 어머니를 잃은 후 냉혹해진 공주 토란도트의 이야기다. 자신과의 결혼 조건으로 3개의 수수께끼를 내 남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던 투란도트가 망국 타타르의 칼라프 왕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3막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 등 대표 아리아로도 유명한 작품으로 이번 ‘투란도트’는 2019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가 2010년 무대화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과 더불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리는 공연으로 “프랑코 제피렐리는 제 인생을 바꾼 사람으로 늘 그의 옆에서 함께 일했다”는 스테파노 트레스피디(Stefano Trespidi)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이 재연출했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이번 ‘투란도트’의 핵심은 지난 6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개막작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다.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프랑코 제피렐리의 오리지널 연출을 한국에 그대로 실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가 가졌던 시각을 전혀 다른 장소에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쉽지만은 않았지만 저희가 가진 모든 기술적인 부분과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의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역시 12월 공연될 ‘어게인2024 투란도트’(12월 12~31일 코엑스 D홀)와의 차별점에 대해 “아레나 디 베로나가 100여년 역사 만큼 축적한 가치를 제대로 재현해 옮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여년만의 내한공연인 만큼 무대를 꾸리는 이들 역시 쟁쟁하다. 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인 다니엘 오렌(Daniel Oren)이 지휘봉을 잡는 ‘투란도트’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마린스키극장의 대표 프리마돈나 올가 마슬로바(Olga Maslova), 아레나 디 베로나와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활약 중인 옥사나 디카(Oksana Dyka)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한국 성악가로는 처음인 전여진이 투란도트 공주로 분한다.차가운 투란도트 공주의 마음을 보듬는 칼라프 왕자로는 스핀토 드라마틱 테너 마틴 뮐레(Martin Muehle),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협의회 오디션 우승자이자 도밍고 오페랄리아 도밍고상 수상자로 30여개국 무대에 60여개 역할로 분한 아르투로 샤콘-크루즈(Arturo Chacon Cruz)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09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매직램프 동굴부터 ‘어 홀 뉴 월드’까지! 미리 만나는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매직 램프 로드’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매직 램프 동굴(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Aladdin The Musical, 11월 22~2025년 6월 22일, 11월 17~21일 프리뷰 기간 샤롯데씨어터) 한국 초연을 미리 맛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10월 13일까지 더현대 서울 5층 에픽서울)가 차려졌다. 실제 뮤지컬 속 장면을 테마로 호랑이 입을 구현한 ‘케이브 오브 원더’(Cave of Wonders)로 들어서면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매직 램프 동굴, 마주하고 있는 자스민 룸과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존 그리고 의상 및 장신구가 전시된 공간과 플레이 존이 이어진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입구인 케이브 오브 원더(사진=허미선 기자)‘진흙 속 숨겨진 다이아몬드’처럼 고귀하고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매직 램프 동굴 존은 알라딘이 케이브 오브 원더를 통해 들어서 지니를 처음 만나는 곳으로 2미터 규모의 거대 금빛 램프와 금은보화들로 그득하다.막 중 가장 화려한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라는, 안무·조명·배경·의상 등 디즈니와 ‘알라딘’ 무대 예술이 응축된 장면에 등장한다.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홀 뉴 월드 존’(사진=허미선 기자)실제 공연 중 사용되는 램프의 재질, 패턴, 컬러, 외양까지를 그대로 살린 매직 램프는 10주년을 맞아 브로드웨이 극장로비에도 설치된 것으로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과 디자인부터 공정까지 공유하며 제작기간만 4개월이 걸린 아이템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마주 하고 있는 자스민 룸과 ‘어 홀 뉴 월드’ 존은 “뮤지컬 ‘알라딘’의 무대 예술이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는지를 볼 수 있다.” 24번의 토니 어워즈를 수상한 뮤지컬 ‘알라딘’ 크리에이티브 팀이 공연화에 앞서 모로코를 방문해 영감 받은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자스민의 방(사진=허미선 기자)페르시안 카펫, 모로코 직물, 이슬람 양식의 건축,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 1930, 40년대 할렘의 코튼클럽에서 영감 받은 바닥, 벽면, 천장, 창 등에 쓰인 이국적인 패턴들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다채로운 기하학 패턴이 디자인에 차용된 300여벌의 의상, 장신구 등 중 알라딘, 지니, 자스민 등이 착용하는 일부가 전시돼 있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플레이 존 중 포스터 월(사진=허미선 기자)팝업스토어 마지막에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존이 자리잡고 있다. 알라딘 역의 김준수·박강현·서경수(이하 가나다 순), 지니 강홍석·정성화·정원영, 자스민 민경아·이성경·최지혜 등 뮤지컬 ‘알라딘’ 한국초연 주연배우들의 포스터들로 꾸린 포스터 월과 포스터 메이킹 부스, 배우들 손글씨로 된 럭키 멘트 스탬프로 나만의 램프 꾸미기 등을 즐길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10-02 19: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가치 전환의 시대, ‘새로운 서사’를 마주하는 ‘8개의 시선’…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센터 씨어터광장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새들의 날에: 첫 번째 이야기-13인의 아해의 불안’ 권병준 연출, ‘에즈라스’ 정훈목 안무가, ‘커뮤니티 대소동’ 이진엽 연출, 최석규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공연 예술의 저변을 넓히는 해외진출 및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국내외 공연기관 및 단체와의 협력도 지속할 것입니다. 풍성한 가을 국내외 관객과 공연예술 관계자분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예술과 교류의 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기대합니다.”올해로 24회를 맞는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 3~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 플랫폼엘, 아트코리아랩, LG아트센터, 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 이하 스파프)에 대해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 김장호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스파프에서는 당대 예술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국내외 수준 높은 공연을 공연장 및 공연예술단체와 공동 추진합니다. 아울러 아트코리아랩과 중장기 협력 중인 예술과 기술, 공연예술의 새로운 이동성을 소개하는 넥스트 모빌리티 등 새로운 프로젝트들 그리고 관객과 예술가가 한곳에 모여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공유하는 워크숍 토론회도 함께 개최될 예정입니다.”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을 비롯해 국립중앙극장, (재)서울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스파프에서는 주제에 맞는 16개 공연을 비롯해 전국 각 공연장에서 최근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예술가들의 클래식 공연, 과거의 명작, 우수 지역 단체 공연들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공연예술 작품의 국내외 유통을 지원하는 서울아트마켓(PAMS, 이하 팜스)도 스파프 기간 중 진행된다.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센터 씨어터광장에서 열린 스파프 기자간담회에서는 ‘새로운 서사: 마주하는 시선’이라는 주제 하에 진행될 16개의 공연, 창작랩, 다양한 워크숍 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올해 스파프의 주제인 ‘새로운 서사: 마주하는 시각’에 대해 최석규 예술감독은 “우리가 지금 전환하고 있는 동시대의 새로운 관점으로 본 서사”라며 “그 서사들을 관객들과 마주하고 그들 스스로가 예술가의 시선으로 대화하는 장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전환하고 있는 가치의 이질적인 문화라든가 다양한 관점들을 보여주는 서사로 준비하려고 했죠. 여성의 서사라든가 이슬람과 아랍의 서사 그리고 장애에 따른 다른 몸 다른 감각의 서사들 등 다양한 서사와 시선을 창작자들과 함께 준비했습니다.”이어 이번 출품작들을 ‘아랍, 이슬람, 중동의 서사’ ‘예술, 기술·과학의 새로운 관계, 포스트휴머니즘’ ‘사운드: 공연예술적 확장과 변주’ ‘다양한 몸, 다르게 감각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성과 초지역성’ ‘고전의 해체와 재구성’ ‘유럽의 리딩 예술가 포커스’ ‘새로운 국제이동성: 넥스트 모빌리티’ 등 8개의 시선으로 정리했다.이들 중 고전작품인 ‘걸리버 여행기’와 ‘레미제라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변주한 ‘걸리버스’(Gulliverse), ‘오류의 방’(The False Room) 그리고 아비뇽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포르투갈 출신의 티아구 호드리게스(Tiago Rodrigues)가 연출하고 출연하는 ‘바이 하트’(By Heart) 그리고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실험하는 권병준 연출의 ‘새들의 날에: 첫 번째 이야기-13인의 아해의 불안’(On the Bird‘s Day)은 눈여겨볼만하다.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출품작 중 아비뇽페스티벌 예술감독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바이 하트’(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바이 하트’는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할머니가 시력을 잃어가면서 전한 당부에서 시작한 작품으로 10명의 관객들을 무대로 올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낭독한다.권병준 연출은 인간 배우 없이 오롯이 13명의 로봇으로 무대를 꾸린다. 최 예술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노동집약적’으로 작업 중인 작품에 대해 권병준 연출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13아해들만 등장하는 연작의 첫 단추”라고 밝혔다.“제 머릿속 큰 그림은 움직이는 정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13아해들)을 식물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죠. 여러 가지 실험과 안무를 통해 이 움직이는 식물들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편입니다. 10년 정도를 계속할 생각이죠. 전시와 공연의 중간 형태를 띠며 앞으로 움직이는 숲이나 정원 등을 천천히 만들어가고자 합니다.”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출품작 중 이집트 작가 나왈 엘 사다위의 동명소설을 무대에 올린 ‘우먼, 포인트 제로’(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더불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아랍, 이슬람, 중동의 컨템포러리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서 문화 다양성, 이질적 문화에 대한 역할을 탐구하는 ‘아랍, 이슬람, 중동의 서사’도 눈에 띈다. 이집트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나왈 엘 사다위(Nawal El Saadawi)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우먼, 포인트 제로’(Woman at Point Zero)는 새로운 형식의 멀티미디어 오페라다. 이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연출가 바샤르 무르쿠스(Bashar Murkus)가 테러리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뮤지엄’(The Museum) 등 아랍의 동시대 예술을 만날 수 있다. 최석규 감독은 “축제에서 중요한 건 어떤 재미를 공유할 것인지 큰 예술 생태계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LG아트센터, 국립극장, 스파프, 프린지, 팜스 등이 줄 수 있는 재미가 다르다. 그 재미들이 골고루 갖춰진 생태계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출품작 중 정훈목 안무가의 ‘에즈라스’(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세계적으로도 모두가 관객들이 원하는 작업만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고민 중이이죠. 저희 스파프가 줄 수 있는 재미는 동시대 담론과 새로운 미학들을 실험하는 거예요. 그 역할이 한국 공연예술 생태계에 같이 존재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어 “내년부터는 팜스, 지금 대한민국은 공연 중 등 다른 프로그램들을 활용해 스파프만의 고유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중들에게 조금더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예경의 김장호 대표는 “주제성을 가져야 하다 보니 스파프의 작품이나 나오는 동작들이 관객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부연했다.“지금까지는 스파프가 새로운 예술경향이나 실험적인 부분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떻게 대중적으로 다가갈 것인지는 좀더 고민해야할 부분이죠. 내년에는 이 부분들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6 21:26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투란도트’, 프랑코 제피렐리 오리지널 연출 그대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연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재연출,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타이틀롤로 낙점된 소프라노 전여진(사진=허미선 기자)“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내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공연입니다. 아레나 디 베로나가 100여년 역사를 가지는 만큼 가치가 있죠. 그 가치를 제대로 재현해 옮기는 것이 차별점입니다.”이소영 솔오페라단장은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Arena di Verona Original Production)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10월 12~19일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 DOME)와 12월 공연될 ‘어게인2024 투란도트’(12월 12~31일 코엑스 D홀)의 차별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지난 6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개막작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무대는 100여년 만에 처음이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포스터(사진제공=솔오페라단)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유작을 2019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가 2010년 무대화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과 더불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리는 공연으로 “프랑코 제피렐리는 제 인생을 바꾼 사람으로 늘 그의 옆에서 함께 일했다”는 스테파노 트레스피디(Stefano Trespidi)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이 재연출한다.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에밀리아 가토(Emilia Gatto)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노래와 오페라를 사랑하는 잠재된 공통점을 통해 두 나라의 우정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인 다니엘 오렌(Daniel Oren)이 지휘봉을 잡는 ‘투란도트’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성악가들이 총동원됐다.마린스키극장의 대표 프리마돈나 올가 마슬로바(Olga Maslova), 아레나 디 베로나와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활약 중인 옥사나 디카(Oksana Dyka) 그리고 한국 성악가 전여진이 투란도트 공주로 분한다. 더불어 스핀토 드라마틱 테너 마틴 뮐레(Martin Muehle),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협의회 오디션 우승자이자 도밍고 오페랄리아 도밍고상 수상자로 30여개국 무대에 60여개 역할로 분한 아르투로 샤콘-크루즈(Arturo Chacon Cruz)가 칼라프 왕자로 호흡을 맞춘다.이소영 단장은 “12월의 ‘투란도트’도 굉장히 좋은 프로덕션”이라며 “이 작품은 무대, 의상, 캐스팅 등 모든 프로덕션 자체가 국내 제작”이라고 밝혔다.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연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재연출,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타이틀롤로 낙점된 소프라노 전여진(사진=허미선 기자)“한국에도 아레나 디 베로나 공연을 보러 가는 인구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의 가치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죠. 그런 때에 이탈리아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큰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연출은 “제피렐리는 수많은 공연 인원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면서도 세밀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뛰어나 연출가”라며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없다. 프랑코 제피렐리의 오리지널 연출을 한국에 그대로 실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다소 걱정 혹은 염려가 되는 부분은 그가 가졌던 시각을 전혀 다른 장소에 구현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잠실체조경기장은 아레나 디 베로나와는 너무 다른 공간이거든요. 게다가 제가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이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공연을 실현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저희가 가진 모든 기술적인 부분과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6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대한민국예술원 70주년 기념식·심포지엄 ‘향연’ “미래에 대한 성찰과 교류확대를 위해”

23일 오후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7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향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연합)“예술창작·기획에도 인공지능(AI)이나 챗GPT 등이 도입되는 시기입니다. 창작자의 고난이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 되는 시대죠. 그런 시대에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주제가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고 생각했습니다.”손진책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 부회장이자 7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장은 개원 7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향연’(10월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주제 ‘포스트휴먼과 예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부회장은 “7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70년, 미래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이 같은 쟁점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주제로 설정했다”고 부연했다.대한민국예술원 개원 7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향연’ 포스터(사진제공=대한민국예술원)배우 손숙 사회로 진행되는 ‘향연’에서는 ‘포스트휴먼과 예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과 더불어 신수정 예술원 회장(피아니스트)의 전언처럼 “의미있고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진다.”축하연주, 박정자·이근배 축시낭송 그리고 ‘포스트휴먼과 예술’에 대한 기조발제에 이어 각 분과별 발제와 질의, 실연이 펼쳐진다.문학분과에서는 황유원 시인의 ‘나무 인간의 속삭임’, 미술에서는 임성훈 교수의 ‘인간적인 너무나 기술적인’, 음악에서는 주대창 교수의 ‘손맛 음악의 디지털 맛’, 전정옥 연극평론가의 ‘우리 없는 세계’, 심정민 무용평론가의 ‘낯선 세계에서 숨 쉬는 춤’, 영화에서는 하승우 교수의 ‘클래식 몬스터즈의 괴이한 역습’ 발제와 질의로 이어진다. 발제 및 질의 후에는 각 분과 별로 자작시 낭송, 조영각 작가의 미디어 아트 ‘초월을 위한 경계 위에서’, 바리톤 김성길 등이 선보이는 ‘그대 있음에’ ‘바위고개’ ‘아무도 모르라고’ 등 한국가곡 3선, 손진책 연출의 연극 ‘스페이스 리어’, 장혜림 안무가가 이끄는 99아트컴퍼니의 무용 ‘땅을 위한 시’, 영화 렉처포먼스 ‘비 미래를 위한 생태학’이 실연된다.신수정 회장은 “대한민국예술원이 고희를 맞은 건 굉장한 의미”라며 “굉장히 고답적이고 우리끼리만이 아닌,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는 예술원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손진책 부회장은 “예술원이 원로들의 모임이다 보니 근엄하고 보수적인 느낌”이라며 ‘향연’에 대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발랄한 예술종합선물세트”라고 밝혔다.“앞으로 보다 많은 예술인 및 애호가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젊은 예술가들한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3 20:21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정상훈 “아픈 사람도 일으키는 웃음, 코미디가 참 좋아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1인 9역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저는 웃음이 아픈 사람들을 일으킨다고 생각해요. 웃음만큼 돈 없이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또 있을까요? 사람들이 주위 분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 좋겠어요. 그게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 코미디가 참 좋아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누군가 그게 원동력이 돼 한 순간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감사해요.”자타공인 ‘웃음 장인’다운 말이었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A Gentleman‘s Guide to Love and Murder, 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은 “웃음의 핵심은 공감대 형성”이라고 털어놓았다.“그것이 아마도 제 강점이 않나 생각도 들어요. 웃음에서 자꾸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게 좀 불편해요. 그냥 흘러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웃음은. 웃으면 ‘장땡’이잖아요. 우리가 쇼츠(Shorts)나 릴스(Reels)를 볼 때 웃기니까 웃고 기분 좋아서 웃는 것처럼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쇼노트)‘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은 지독히도 가난하지만 사랑에도, 세상에도, 삶에도 순수했던 청년 몬티 나바로(김범·손우현·송원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런던 최고의 귀족 다이스퀴스 가문의 8번째 백작 후계자였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190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몬티 나바로와 다이스퀴스 가문 후계자들(이규형·정상훈·정문성·안세하), 오매불망 연인 시벨라 홀워드(류인아·허혜진)와 결혼 상대로 적합한 피비 다이스퀴스(김아선·이지수) 등이 펼쳐가는 좌충우돌 블랙코미디다.2018년 한국 초연 후 2020년, 2021년에 이은 네 번째 시즌으로 이 작품의 백미는 음악, 풍자와 더불어 몬티가 백작이 되기까지 한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빨리(Quick) 죽는(Die) 다이스퀴스 가문 후계자들이다.◇웃음 안에 담긴 탐욕 “알아주시면 감사하지만 그저 웃음 만으로도 괜찮아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1인 9역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이 극본을 쓸 때 제가 만약 참여했다면 너무 행복했겠다 싶어요. 저는 이런 결이 되게 좋거든요.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어둠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죽음’이라는 어두운 측면을 가지고 있죠.”최고 권력 집안의 후손임을 알고도 “그저 일자리 하나”를 부탁하는 순박함과 첫사랑 연인 시벨라만을 바라보던 순정의 소유자였던 몬티는 다이스퀴스들이 죽어나갈수록 백작 자리는 물론 두 여자 모두를 가지고자 하며 인간 본연의 탐욕과 욕망을 불태운다.“인간은 누구나 수직 상승 욕구가 있어요. 누구라도 돈을, 권력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잖아요. 몬티의 행동이 윤리적 잣대로 보면 잘못됐죠. 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극의 구조를 너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리곤 “이 작품 이후 이야기가 만약 나온다면 (마지막에 등장한 또 다른 다이스퀴스 가문의 숨겨진 후손) 천시가 백작에 오른 몬티랑 일대일로 계속 결투를 벌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다른 다이스퀴스들이 다 죽어서 딱 둘 뿐이잖아요. 여전히 암투가 벌어지겠죠. 어쩌면 백작인 몬티를 죽인 후에는 가족들끼리 암투를 벌일지도 몰라요.”내면 깊숙이 누구나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탐욕과 욕망, 이를 건드리면서도 공감대를 끌어내는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은 웃음 자체가 극이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와도 같다.“한 혈통이라는 걸 이용해 9명을 한 배우가 연기하도록 한 그 뼈대 자체가 기발한 아이디어 같아요. 그런 설정 없이 누군가를 죽인다면 좀 불편했을 수도 있어요. 근데 한 사람이 계속 죽잖아요. 하물며 과격할 수도 있는 죽음의 첫 번째는 영상을 이용해 재밌게 풀었어요. 떨어져서 피가 번지는데도 사람들은 신기해 하면서 웃거든요.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정말 극대화한 작품 같아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쇼노트)1인 9역의 다이스퀴스와 그들을 차례차례 해치우며(?) 백작 자리에 가까워지는 몬티에 포복절도 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렇게 웃어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코미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웃기는 것만큼 그 안에 페이소스(Pathos)를 담는 게 중요하거든요. 캐릭터에,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인간이 가진 탐욕스러운 부분을 담아뒀어요. 그 웃음 안에 담고자 노력했던 것들을 관객 분들이 알아주시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그저 웃음으로 끝난다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4년만의 무대 복귀, 다시 한번 ‘젠틀맨스 가이드!’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재연 때는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관객들을 제대로 만나질 못했어요. 영상화, 띄어 앉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박수도 칠 수 없었고 맘껏 웃을 수도 없었죠. 그 아쉬움이 너무 커서 무조건 이 작품은 다음 시즌에 꼭 해야지 했는데 3연은 드라마 촬영이 겹쳤어요.”수십년도 전 ‘스팸어랏’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재범·김대종 배우와 연극 ‘아트’ 무대에 함께 오르고 싶어 직접 발 벗고 나서 백화점 행사 7개를 영업해올 만큼 간절했던 정상훈은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재연에 이어 4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아쉬움이 깊어진 만큼 “이번엔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돌아온 그는 “내가 이렇게 무대를 좋아했나 싶은 생각이 다시금 들 정도로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너무 너무 좋아요. 무대는 진짜 솔직하거든요. 연습 양 만큼, 고민한 만큼 그대로 드러나죠. 때로는 과할 때도 있고 예상을 빗나가기도 하지만 제가 고민해서 만들어 놓은 코미디가 검증받는 느낌이랄까요. 캐릭터 변화를 좀 더 주기 위해서 속도를 높이거나 늦추는 등 계산이 딱 맞아 떨어지면 그대로, 안맞아 떨어져도 그것대로 너무 재밌어요. 무대에서 너무 너무 행복해요.”그리곤 “제일 기분 좋은 소리는 아무 정보 없이 오신 분들이 극을 다 보고서야 놀라시면서 하시는 ‘9명이 다 다른 사람 아냐’라는 말”이라며 “짜릿하다”고 부연했다. ‘김종욱찾기’부터 1인 7역의‘아이러브유’, 40여개의 역할을 소화한 ‘구텐버그’ 등 웬만한 대학로 작품의 멀티는 다 거친 그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멀티의 시초’이자 ‘퀵 체인지 스페셜리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퀵 체인지 동선을 짜주기도 했어요. 한쪽에서 분장팀이 수염을 떼는 동시에 의상팀이 모자를 씌우고 재킷 소매에 팔을 끼우고 뒤로 제끼면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안경을 쓰고 무대로 들어가요. 나오자마자 10초 안에 인물에 대해 설득을 시켜야 해요. 관객들이 그 인물에 빨리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게요. 유야무야 앞뒤 인물이 섞이면 매력도, 완성도도 떨어지거든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다이스퀴스 역의 정상훈(사진제공=쇼노트)이어 “의상이나 분장이 다른 인물처럼 보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서있을 때의 자세와 높낮이로 변화를 주는 편”이라며 “목소리나 동작으로 변화를 주면 인물이 좀 더 밀도 있게 표현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애덜버트가 똑바로 서 있다면 에스퀴스는 한쪽으로 삐딱하고 헨리는 안짱다리로 서서 스누피처럼 손을 꽈요. 목소리도 하이와 로우로 변화를 계속 줘요. 9명 인물 중 확 구분되지 않아서 고민 중인 다이스퀴스가 에스퀴스 2세와 헨리죠.”그는 “에스퀴스 2세 목소리를 좀 더 느끼하게 하고는 있는데 좀 더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 애덜버트는 할아버지 목소리를 내다보니 목에 무리가 가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다 나쁘지만 제일 나쁜 다이스퀴스는 레이디 히야신스가 아닌가 싶어요. 나쁜 짓을 해서 혹은 물려받으면서 권력을 가지고 부를 누리는 건 보기에도 나쁘잖아요. 하지만 누군가를 돕는다는 명목 하에 남의 돈을 자기 돈인 양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잖아요. 어떻게든 단속에 걸려서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어요.”◇보컬특훈 그리고 전혀 다른 매력의 세 몬티와 다이스퀴스 정문성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송원근(왼쪽부터), 김범, 손우현(사진제공=쇼노트)“다양한 방법으로 죽는데 저는 빨리 죽는 편이에요. 이 작품은 특히나 노래의 힘이 너무 좋거든요. 빨리 죽고 넘버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심을 좀 부리고 있죠. 그래서 이번에 돌아오면서는 노래에 진짜 많이 투자를 했어요.”이를 위해 정상훈은 거미와 조정석 부부에게 보컬특훈(?)을 받는가 하면 성악과 출신의 ‘하데스타운’ ‘영웅’ ‘노트르담 드 파리’ ‘웃는 남자’ ‘명성황후’ ‘레미제라블’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의 뮤지컬 배우 양준모 그리고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앙상블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연구를 거듭했다.“뮤지컬에서 노래는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많이 묻고 배웠어요. 감정을 충분히 담으면서도 목을 보호할 수 있는 창법, 고음을 올리는 노하우, 호흡법 등에 대해 연구를 진짜 많이 했어요. 신세계를 만난 것 같아요.”정상훈은 “몬티도, 다이스퀴스도 너무 다양해서 재밌다”며 “연습실부터 무대까지 진짜 열심히들 한다. 묘하게 긴장감도 있고 좀 더 돋보이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면서 상승 효과,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다이스퀴스 역의 정문성(사진제공=쇼노트)“우리 (손)우현이는 장난꾸러기에요. 개구지고 되게 열정이 넘치죠. 애가 힘이 좋아요. 우현이가 얼굴 잘생긴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되는 몬티라면 반대로 (김)범이는 진짜 귀족이었는데 자리를 뺏겼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죠. (송)원근이는 워낙 뮤지컬을 오래 해온 배우다 보니 경력직과 경력직이 맞붙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늘 내가 이긴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죠.”3연부터 다이스퀴스로 분하고 있는 정문성은 정상훈과 tvN 드라마 ‘빅 포레스트’에서 인연을 맺은 사이다. 그는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였다”고 떠올렸다.“코미디도 어떻게 그렇게 잘하고 딕션도 맛깔 나는지…딱 헨리 같아요. 헨리에서 파생된 문성이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팔색조 같아요. 무슨 연기든 그렇게 잘해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유연성도, 호흡도 되게 좋죠.”◇그저 열심히 할 뿐 “행복이 퍼져나가길 바라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1인 9역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관객들의 취향은 정말 다양해요. 관객 모두를 설득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에요. 반만 설득해도 대단한 거죠. 다만 그건 분명해요. 열심히 하면 무조건 설득이 된다는 사실이죠.”이어 정상훈은 “배우가 열심히 하면서 에너지를 주려고 애쓰면 관객들을 감복하게 만든다”며 “나태해지지 않고 요령 피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앞으로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거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게 당연한 제 일이기도 하죠.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을 보고 많은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행복함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7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이해준 “5년 같은 2년, 느티나무 같은 앙드레로 찾은 진짜 나!”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회차는 적었지만 ‘모차르트!’로 첫 주연을 맡으면서 엄청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한테는 버거운 작품이었죠. 그 버거움을 견뎌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숙제처럼 넘어야할 관문이었죠. 그렇게 ‘모차르트!’를 겪고 나니 저도 모르게 어느 정도는 강해져 있더라고요. 경미하지만 부상에도 끝까지 해냈다는 자신감도 생겼죠.”그렇게 ‘모차르트!’로 첫 대극장 주연작을 마무리한 이해준은 ‘마리 앙투아네트’ 악셀 폰 페르젠 백작, 10주년을 맞은 ‘프랑켄슈타인’ 앙리 뒤프레·괴물 그리고 신작 ‘베르사유의 장미’(La Rose de Versailles, 10월 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의 앙드레 그랑디에(이해준·고은성·김성식,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로 연달아 무대에 서고 있다.7, 8월은 ‘베르사유의 장미’ 개막이 미뤄지면서 ‘프랑켄슈타인’과 맞물려 분주했던 그는 뮤지컬 ‘렌트’(Rent)의 극작가 조너선 라슨의 이야기를 다룬 ‘틱틱붐’(Tick, Tick...Boom! 11월 16~2025년 2월 2일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을 차기작으로 확정한 상태다.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사실 진짜 어려웠던 시기는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을 할 때였어요.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에 ‘프랑켄슈타인’ ‘베르사유의 장미’ 연습까지 겹쳤었거든요. 괴물을 위해 생전 처음으로 몸도 만들어야 했죠. 너무 행복한데도 과부하가 걸리면서 다 감당할 수 있을까 부담감이 컸어요.”이어 이해준은 “너무 외롭고 춥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잘 안돼 슬프고 우울한 캐릭터를 쉼없이 연달아 하다 보니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며 “그걸 작품 안에 최대한 녹여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처음에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수능 입시생처럼 일 관련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단절하고 운동과 레슨에 집중했죠.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다시는 없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잡생각도, 스트레스도 사라진 것 같아요.”◇오스칼과 앙드레, 사랑을 넘어 느티나무처럼!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왕용범 연출님과는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인데 연기적인 부분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는 스타일이세요. 앙드레가 서사나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연기를 해야하는 캐릭터다 보니 서사가 부족해 보이지만 되게 짠해요. 그 숨은 연기를 보는 맛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작품 개발과정 중 콘서트부터 앙드레로 분했던 그는 “6개월 넘게 되게 장기공연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그래선지 첫 공연은 떨리곤 하는데 ‘베르사유의 장미’는 무언의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캐릭터에 대한 사랑이랄까요. 앙드레가 이미 오스칼을 사랑하고 있다는 관계성과 서사가 이미 전개된 상태로 극이 시작해요. 귀족인 오스칼과의 신분 차이가 컸으니 사람 혹은 친구로서 오스칼을 존경하고 동경하고 사랑할 수는 있지만 선을 넘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바라만 보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벤허’ ‘삼총사’ ‘영웅본색’ ‘신데렐라’ ‘잭더리퍼’ ‘조로’ 등으로 호흡을 맞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그간 제가 했던 캐릭터들이 그랬어요. ‘베토벤’의 카스파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페르젠도 형 혹은 마리를 위해 헌신하는 캐릭터였죠. 그게 쌓이다 보니 앙드레의 서사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대대로 프랑스 왕실 근위대를 이끌어온 자르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아들로 키워져 근위대장이 된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김지우·옥주현·정유지)의 이야기다.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왼쪽)과 오스칼 옥주현(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소꿉친구 앙드레 그랑디에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오스칼·앙드레와 더불어 반쪽짜리 귀족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혁명을 부르짖는 신문기자 베르날 샤틀레(박민성·노윤·서영택), 마리 앙투아네트를 조정하는 폴리냑(리사·박해미·서지영) 부인의 버려진 딸로 길러준 엄마의 복수를 꿈꾸는 로자리 라 모리엘(유소리·장혜린) 등이 꿈꾸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행복과 인생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걸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죠. 하지만 그게 사랑을 뛰어넘는 어떤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철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오스칼이 신념을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앙드레)가 그(오스칼)의 곁을 지켜줬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사랑을 넘어서는 감정으로 발전했던 것 같아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이에 이해준은 앙드레를 표현할 수 있는 넘버로 ‘너라면’을 꼽았다. 그는 “오스칼이 더 큰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느끼면서 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넘버”라며 “그 가사들이 오스칼을, 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제(앙드레) 마음이 오스칼에게 직접 들리지 않아서 진짜 슬프더라고요. 이 작품의 메시지를 잘 담은 넘버는 마지막의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 같아요. 연출님께서 둘이 사랑하는 사이로 보이는 걸 철저히 배제하기를 바라셨어요. 넘을 수 없는 선 안에서 지켜주고 바라봐주는 게 오히려 진정한 사랑임을 보여주고자 다가가지 않으려고 노력했죠.”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그럼에도 “결국 이 작품의 메시지는 시대를 관통하는 사랑이다. 사랑이 없었다면 이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겉으로는 되게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대를 뛰어넘는 사랑이 있어서 모든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을 보탰다. “앙드레로서 오스칼에게 느티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반려견처럼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늘 곁에 있는, 오스칼의 마음의 안식처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5년 같은 2년 “천천히,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2022년 ‘엘리자벳’ 오디션에 합격해서 대극장 뮤지컬을 시작했으니 정말 단기간에 엄청 많은 작품을 했어요.”‘엘리자벳’을 시작으로 ‘베토벤’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켄슈타인’ ‘베르사유의 장미’까지 쉴 새도 없이 달려온 그는 5년 같은 2년을 보내며 “어쩌면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끽하는 중이다.“중소극장에서 강한 캐릭터나 섹시한 역할 등을 하면서 배우로서 행복했어요. ‘엘리자벳’의 토드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등을 연기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죠. 반면 대극장에서는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다가가기 어려운 첫 인상과는 달리 수다쟁이에 사람을 좋아하는 제 성격을 앙드레나 앙리를 통해 보여줄 수 있었거든요.”EMK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면서 받은 “EMK뮤지컬컴퍼니 작품만 출연한다는 오해를 털어내고 싶다”는 그는 “정당하게 오디션 기회를 얻어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거나 노래와 대본이 좋으면 언제든 도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아직은 대사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서사가 부족하거나 연기적으로 디테일이 없으면 많이 티가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사량이 진짜 너무 많아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인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 꼭 스타가 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 직업을 천천히, 오래오래 하는 게 목표죠.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으면 그 목표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이 직업을 오래, 행복하게 할 수 있겠다 싶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5 17:13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집시킹스, 플라멩코, 감정적 접근 그리고 공감대…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프레스콜에서 크스티안 더럼 각색·연출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허미선 기자)“집시킹스의 다이내믹한 음악과 펜싱을 바탕으로 한 액션, 28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극장 버전 오리지널 공연원작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야기가 다소 심플하고 강렬해졌습니다. 더불어 조금 더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11월 17일까지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의 크리스티안 더럼(Christian Durham) 각색·연출은 1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밝혔다.“한국 프로덕션은 제작사(모먼트메이커), 한국배우들, (홍승희) 협력연출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 관객에게 더 쉽게 다가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변주하고자 노력했습니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주요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조로: 액터뮤지션’은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이자벨 아얀데(Isabel Allende)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무대화한 뮤지컬의 액터뮤지션 버전이다. ‘리베흐테’(Liberte), ‘발리메’(Balie Me), ‘밤볼레오’(Bamboleo) 등 세계적인 집시밴드 집시킹스(Gipsy Kings)의 대표곡들 그리고 집시킹스와 음악감독 존 캐머런(John Cameron)이 함께 쓴 20개곡(짧은 리프라이즈 제외)으로 넘버를 꾸린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2022년 4월 영국 채링 크로스 극장(Charing Cross Theatre)에서 초연됐다.화려하고도 열정적인 집시선율에 플라멩코, 검술액션 그리고 집시 혹은 고통받는 민중으로 등장하는 액터뮤지션들의 바이올린, 트럼펫, 기타, 베이스, 카혼, 셰이커, 아코디언, 캐스터네츠, 탬버린 등 라이브 연주가 흥을 더한다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창작진들(사진=허미선 기자)이범재 음악감독은 “집시킹스의 음악은 정통 스패니시 집시 음악이라기 보다는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퓨전”이라며 “그래서 장르가 아닌 감정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스페인 누에바에스파냐 지배 하에서 억압받던 19세기 초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귀족집안의 아들 디에고가 정의구현을 위해 가면을 쓴 영웅 조로로 변신해 겪는 절망과 좌절, 사랑의 완성, 그로 인한 성장 등을 담는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액터뮤지션들(사진=허미선 기자)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가면을 쓴 디에고(민규·최민우·MJ, 이하 가나다 순)와 권위적이고 냉혹한 지배자인 그의 형 라몬(김승대·최세용), 디에고의 소꼽친구이자 연인 루이자(서채이·전나영), 집시 여인 이네즈(배수정·홍륜희) 등 주요 인물들을 비롯해 액터뮤지션까지 17명이 무대오른다. “액터뮤지션이 집시 문화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집시들이 떠돌면서 춤추고 연주하는 모습 그대로죠. 액터 뮤지션들이 음악 연주를 비롯한 연기, 춤을 통해 집시문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야기가 더 재밌어진 것 같습니다.”협력안무가 헤더 더글러스(Heather Douglas)는 “한국배우들의 스킬이 뛰어나서 런던 프로덕션보다 안무를 더 어렵게 짤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창작진과 전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한국 배우들은 규칙과 자기관리에 철저해요. 뭘 가르쳐주면 혼자서 혹은 남아서 연습하는 등의 모습을 보며 신뢰할 수 있었죠. 영국에서는 많이 쓸 수 없었던 부채 안무도 더 많아졌고 액터뮤지션들의 역할도 크게 늘었습니다.”디에고이자 조로를 연기하는 아이돌그룹 아스트로의 MJ는 “디에고와 조로의 온도차가 굉장히 커서 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제 조로는 완벽하기 보다는 약간 허당미가 있는 영웅으로 표현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DKZ의 민규는 “다른 캐릭터들과 디에고, 조로의 관계가 어떻게 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의 디에고이자 조로 역의 배우들. 왼쪽부터 MJ, 최민우, 민규(사진=허미선 기자)“저만의 특별한 디에고이자 조로는 팀의 막내로서 성숙한 모습보다는 좀 장난꾸러기 혹은 개구쟁이 같은 영웅이지 않나 생각합니다.”최민우는 “캐릭터와의 관계, 서사 그리고 우리가 얼만큼 사랑하고 많은 추억들을 가지고 있는지에 중점을 뒀다”며 “실제로 보이지 않아도 관객이 느낄 수 있게 감정선을 섬세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제 조로, 디에고의 매력은 나이는 제일 많지만 막내 민규에게 뒤지지 않는 에너지와 흥과 끼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2 18:21 허미선 기자

[비바100] 세계적인 집시킹스 음악, 가면을 쓴 영웅을 만나다!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공연장면(사진제공=모먼트메이커)할리우드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변주되며 사랑받았던 이자벨 아얀데(Isabel Allende)의 베스트셀러 ‘조로’(Zorro)가 세계적인 집시밴드 집시킹스(Gipsy Kings) 음악을 만난다. 신음하는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가면을 쓰는 디에고와 권위적이고 냉혹한 지배자인 그의 형 라몬, 디에고의 친구이자 연인 루이자, 집시 여인 이네즈 등 주요 인물들을 비롯해 액터뮤지션까지 17명이 무대에 오르는 ‘조로: 액터뮤지션’(9월 11~11월 17일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이 한국에서 초연된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공연장면(사진제공=모먼트메이커)스페인 누에바에스파냐 지배 하에서 억압받던 19세기 초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그 지역의 스페인 귀족 돈 알레한드로 베가의 아들 디에고가 가면을 쓴 영웅 조로로 활약하며 겪는 절망과 좌절, 정의 구현과 사랑의 완성, 그로 인한 성장 등을 따르는 모험담이다.‘조로: 액터뮤지션’은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던 뮤지컬 ‘조로’의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2022년 4월 영국 채링 크로스 극장(Charing Cross Theatre)에서 개막했다.‘리베흐테’(Liberte), ‘발리메’(Balie Me), ‘밤볼레오’(Bamboleo) 등을 비롯한 집시킹스의 대표곡 그리고 집시킹스와 음악감독 존 캐머런(John Cameron)이 함께 쓴 20개의 넘버(짧은 리프라이즈 제외)로 꾸린다.낯선 듯 익숙한 집시 선율에 화려하고도 열정적인 플라멩코, 검술액션 그리고 집시 혹은 고통받는 민중으로 등장하는 액터뮤지션들의 바이올린, 트럼펫, 기타, 베이스, 카혼, 셰이커, 아코디언, 캐스터네츠, 탬버린 등 라이브 연주가 실린다.캘리포니아 최고 권력과 부를 가진 스페인 귀족집안의 아들로 총명하고 유쾌하며 재치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가면을 쓴 영웅 조로인 디에고는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인사이드 윌리엄’ ‘홀연했던 사나이’ ‘삼총사’ ‘마마돈크라이’ ‘최후진술’ 등의 최민우와 아이돌그룹 아스트로의 MJ, DKZ 멤버 민규가 트리플 캐스팅됐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공연장면(사진제공=모먼트메이커)디에고에 대한 질투와 욕망으로 흑화되는 집안의 후계자인 라몬은 ‘노트르담 드 파리’ ‘다윈영의 악의 기원’ ‘웃는 남자’ ‘고스트’ 등의 김승대와 ‘지킬앤하이드’ ‘모차르트!’ 등의 최세용이 번갈아 연기한다. 치명적인 매력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이네즈에는 ‘그레이트 코멧’ ‘미드나잇’ ‘호프’ ‘블랙메리포핀스’ ‘베르나르다 알바’ 등의 홍륜희와 ‘렌트’ ‘식스 더 뮤지컬’ ‘물랑루즈’ 등의 배수정이, 아름답고 총명한 루이자는 ‘아이다’ ‘렌트’ 등의 전나영과 ‘미드나잇’ ‘브로드웨이 42번가’ ‘김종욱찾기’ 등의 서채이가 더블캐스팅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1 18:15 허미선 기자

[비바100]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김지우 “나, 타인 그리고 조국에 대한 사랑,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었던 이야기”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이 이야기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하는 걸 수도 있고 연인, 사람, 조국을 사랑하는 걸 수도 있고…다양한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랑이 사람과 사람, 나라, 사물 하나하나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아니면 펼쳐나가실 수 없는 이야기죠.”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La Rose de Versailles, 10월 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왕실 근위대장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김지우·옥주현·정유지, 이하 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김지우는 작품의 핵심을 “사랑”이라고 강조했다.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벤허’ ‘삼총사’ ‘영웅본색’ ‘신데렐라’ ‘잭더리퍼’ ‘조로’ 등으로 호흡을 맞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음악감독이 무대화한 작품이다.대대로 프랑스 왕실 근위대를 이끌어온 자르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아들로 키워져 근위대장이 된 오스칼과 그의 애틋한 소꿉친구 앙드레 그랑디에(고은성·김성식·이해준), 반쪽짜리 귀족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혁명을 부르짖는 신문기자 베르날 샤틀레(노윤·박민성·서영택), 마리 앙투아네트를 조정하는 폴리냑(리사·박해미·서지영)의 버려진 딸로 길러준 엄마의 복수를 꿈꾸는 로자리 라 모리엘(유소리·장혜린) 등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야기다. 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장면 중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어느 세계, 어느 시대나 존재했던!“사실 내용을 보면 우리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랑 다르지가 않아요. 혁명이라는 건 어느 세계, 어느 시대나 존재했거든요. 지금도 모두가 알게 모르게 속에서 되게 많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나 보이지 않은 이 싸움은 존재했지만 사랑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잖아요. 배경이 프랑스여서 그렇지 대한민국을 빗대면 대한민국 이야기가 될 수 있죠.”김지우는 그 주제를 가장 잘 담은 장면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를 꼽았다.‘형편없이 작은 존재’라도 ‘자기 진실을 따라’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 자유, 저마다의 ‘마음의 자유’를 위해,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스스로 ‘깃발’이 돼 ‘다 함께 가자’를 부르짖는 곡이다. “정말 살고 싶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나. 제가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게 딱 이거였어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거든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왜 살아야겠어요. 그 마지막 곡 가사 하나하나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 가사에 담겨 있는 메시지가 너무 좋아서 매번 부를 때마다 울컥울컥 해요.”귀족들의 부조리, 국민들의 고통 등에 오스칼을 필두로 모두가 떨쳐 일어나는 이 장면에 대해 김지우는 “원래 디렉션은 로자리를 보면서 ‘우리 함께 가자’고 하는데 저는 모든 배우들을 보면서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누구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다 같이 만들어낸 건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모두를 보면서 노래하는데 그때 배우들의 눈빛이 진짜 어마어마해요. 한 마디 대사도 없이 눈빛을 보낼 뿐인데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받아요.” 이를 “트럭 위에 올라간 느낌”이라고 표현한 김지우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가져다 놔도 다르지 않은 이야기여서 마지막이 굉장히 웅장해진다”고 밝혔다. “마지막에 죽음을 맞아 베르날한테 안겨서 갈 때 전혀 외롭지가 않아요. 죽었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썩어빠진 귀족들) 너희는 이제 죽었다’ 싶고 정말 든든하고 기분이 굉장히 묘해요. 진짜 무서울 게 없달까요. ‘나 후회 없이 살았어’가 절로 나와요. 프랑스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엄청난 시너지가 너무 좋아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장면 중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저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만 살았지 딸로 태어나서 아들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오스칼의 감정이 뭘까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방대한 서사를 압축하고 생략하며 3시간 남짓의 무대극으로 꾸릴 수 있었다.그 과정 중 신분 차이로 조심스러워지고 다소 늦게 깨달은 앙드레와의 사랑,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연대, 왕비의 숨겨진 연인 페르젠에 대한 연심,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야하는 번뇌와 고통 등 생략되고 압축된 감정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을 목격하고 피난시키는 계단 신은 지금도 너무 어려워요. 마리의 ‘같은 여자로서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는 마리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할지부터 고민이었어요. 여자 입장에서 대꾸를 해야할지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할지…연습 과정에서는 제 안에 100만명의 김지우가 등장해 고민한, 순식간에 훅 지나가는 듯하지만 진짜 어려운 장면이죠.”생략과 압축 등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진 캐릭터의 감정들은 결국 함께 하는 사람들로 구체화됐다. 김지우는 “그 어렵던 감정들이 앙드레, 폴리냑, 베르날 등을 비롯한 시민 배우들과 맞닥뜨리면서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저 혼자 제 입장만을 생각하면서 대본을 보다 보니 이해가 안됐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 부분들이 상대 배우들 저마다가 가진 감정들과 부딪히니 알겠더라고요. 연습 초반에는 1막 마지막 곡인 ‘어둠 끝에서’를 부르는 게 너무 억울했어요. 내가(오스칼) 시민들에게 무조건 혁명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싶었거든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타인이 극과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자신만의 오스칼을 만들어간 김지우는 “그 과정에서 공연은 진짜 나 혼자 아는 게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고백했다.“처음에는 화만 났는데 시민들 그리고 그들의 감정과 부딪히다 보니 여러 입장들이 메꿔지면서 점점 복잡한 감정들이 생겨났죠. 그렇게 함께 하면서 생겨나는 엄청난 시너지가 너무 좋아요.”◇전혀 다른 이해준·고은성·김성식 앙드레 그리고 옥주현·정유지 오스칼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군인으로서의 행동이 너무 어려웠어요. 앙드레 배우들을 붙들고 정말 많이 배웠죠. (고)은성씨는 처음부터 장난꾸러기 친구로 지내다 오스칼과 함께 성장하는 앙드레같아요. (이)해준 앙드레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옆을 지키는, 안되는 건 안된다고 얘기해주는 보호자 같은 느낌이죠.”이어 이해준에 대해 김지우는 “혁명에 대한 각성을 하고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해주는 약간 큰 오빠 같은 앙드레”라고 덧붙였다.“(김)성식씨는 어떤 순간에는 굉장히 오빠 같다가 또 굉장히 동생 같아요. 상황에 따라 맞춰주는, 굉장히 유동성 있는 앙드레죠.”김지우와 오스칼로 분하고 있는 정유지에 대해서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나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예쁘거나 관능적인 역할을 주로 해서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다”며 “그 친구가 가진 목소리 톤과 소년미가 오스칼과 너무 어울린다”고 전했다.“노래할 때 목소리와 평소 말할 때 목소리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소년스러움이 너무 귀여워요. 정제되지 않은 소년미가 너무 사랑스럽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안타까워지는 것 같아요. 너무 아이 같아서 마음 아파하는 걸 보면 안쓰럽고 보듬어주고 싶은 오스칼이죠.”옥주현의 오스칼에 대해서는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딴딴한’, 누가 와도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다 보니 어느 순간 연약한 부분을 드러났을 대 굉장히 이팩트가 크게 온다”고 밝혔다.“그 반향이 너무 커서 어떻게 감싸줘야하나, 치유가 될까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오스칼이에요. 엄마를 같달까요. 엄마를 보면 그렇잖아요. 되게 강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와장창 무너지는 느낌이요. 그래서 마지막이 너무 속상해요. 앙드레를 떠나보내고 혼자 울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죠.”◇‘빈틈’을 촘촘히 채우며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마지막 공연까지 느슨해지지 않고 잘 발전시키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빈틈’이라고 느끼시는 부분을 촘촘하게 메꾸는 건 저희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 작업들은 배우인 저희들에겐 기회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오스칼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빈틈을 느끼시지 않도록, 절대 어느 하나도 놓치거나 흘리지 않고 잘 챙겨서 성장시키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이에 김지우는 차기작도 이미 정해졌지만 “우선은 이 공연을 잘 마무리하는 게 저의 목표”라며 “매번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앙드레도 잘 떠나보내고 깃발을 들고 ‘함께 가자’ 부르짖으며 한회 공연을 제대로 마무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연습기간에는 극 후반 앙드레를 떠나보내고 절규하는 장면을 좀 살살 해볼까 생각도 해보긴 했어요. 하지만 살살 하는 거 자체가 더 힘들었어요. 살살 하자 하는 순간 와장창 다 깨져버리거든요. 목 상태도 오히려 안좋아졌죠. 끝나는 날까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쓰고 쏟을 수 있는 만큼 다 쏟아내고 싶어요. 대충 하고 싶지 않아요. 후회하고 싶지도 않아요. 혼신을 다해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에 집중하는 게 제 목표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0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는 뮤지컬 ‘알라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 “핵심은 공감!”

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뮤지컬 ‘알라딘’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뮤지컬 ‘알라딘’에 대해 이랴기 중인 케이시 니콜로 연출 겸 안무(왼쪽)와 작곡가 알렌 멘켄(사진제공=에스앤코)“이 작품에는 여러 가지 위기들이 있어요. 알라딘이 겪는 위기들이 있고 지니와의 유대가 있고 자스민과의 사랑이 있죠. 캐릭터 간 호환하는 부분들, 감정 교류, 사랑과 우정이 그리고 상황을 전환시키는 위기 극복과정이 공감을 이뤄냅니다. 딸과 부모, 연인 등 다양한 사랑에서 공감을 느끼죠.”하반기 한국 초연을 앞둔 뮤지컬 ‘알라딘’(Aladdin 11월 22~2025년 6월 22일 샤롯데씨어터, 2025년 7월 드림씨어터 개막)의 작곡가 알란 멘켄(Alan Menken)은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은 데 대해 “공감”이라고 밝혔다.20일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라이브 컨퍼런스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알란 멘켄은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뉴시즈’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 등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세서미 스트리트’ ‘링컨’ 등 TV쇼, ‘시스터액트’ ‘크리스마스캐롤’ 등의 뮤지컬 작곡가로 토니상과 에미상, 드라마 데스크상 2회, 아카데미상 8회, 그래미상 11회, 골든글로브상 7회 등을 휩쓸었다.뮤지컬 ‘알라딘’ 브로드웨이 공연장면(사진제공=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디즈니 시어트리컬그룹의 뮤지컬 ‘알라딘’은 1992년 개봉한 동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그가 넘버를 꾸리고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등의 하워드 애쉬맨(Howard Ashman),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단짝인 팀 라이스(Tim Rice) 등이 가사를 꾸려 2011년 시애틀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2013년 캐나다 토론토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알라딘’은 4대륙, 11개 프로덕션으로 공연돼 2000만명의 관객을 만나며 사랑받았다. 애니메이션의 대표곡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는 그해 아카데미 최고의 음악상, 주제가상을 거머쥐었고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신비의 아그라바 왕국을 배경으로 도둑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꾼 알라딘(김준수·박강현·서경수, 이하 가나다 순)과 자유를 꿈꾸는 공주 자스민(민경아·이성경·최지혜), 소원을 이뤄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강홍석·정성화·정원영)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꾸려가는 이야기다.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뮤지컬 ‘알라딘’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뮤지컬 ‘알라딘’에 대해 이랴기 중인 케이시 니콜로 연출 겸 안무(왼쪽부터)와 작곡가 알렌 멘켄, 총괄프로듀서 앤 쿼트(사진제공=디즈니 씨어트리컬 그룹)‘알라딘’의 중요한 요소는 지니와 마법 양탄자의 구현이다. “환상적인 마법 양탄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전한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 연출 겸 안무는 “지니를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 또한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연출이다.“최첨단 기술로 인위적인 지니를 표현하기 보다는 관객들이 공감하는 지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면서 익살스럽게 춤추는 스탠드업 코미디언(Stand-up Comedian)처럼요. 알라딘과 지니의 유대관계를 표현하는 게 중요했거든요. 지니는 알라딘이 모험, 자스민과의 사랑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주고 알라딘은 지니에게 자유를 주잖아요. 기술이 가미됐다면 둘 사이의 탄탄한 유대관계가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알라딘’의 대표곡 ‘홀 뉴 월드’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삽입곡인 ‘아라비안 나이츠’(Arabian Nights), ‘원 점프 어헤드’(One Jump Ahead),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 ‘프린스 알리’(Prince Ali)는 알란 멘켄에 의해 무대예술에 맞게 편곡됐다. 특히 2분 남짓의 ‘프렌드 라이크 미’는 스윙 버전으로 편곡되는가 하면 8분짜리로 확장해 스펙터클한 쇼 장면으로 재탄생된다.뮤지컬 ‘알라딘’ 브로드웨이 공연장면(사진제공=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애니메이션 곡과 더불어 자유를 꿈꾸는 자스민의 ‘디즈 팰리스 월’(These Palace Walls), 알라딘과 자스민의 ‘어 밀리언 마일즈 어웨이’(A Million Miles Away), ‘다이아몬드 인 더 러프’(Diamond in the Rough), ‘섬바디스 갓 유어 백’(Somebody’s Got Your Back) 등 새로운 4개 넘버가 추가됐다. 알란 멘켄은 ‘알라딘’의 음악에 대해 “지니의 넘버들은 재즈풍 스타일로 동화 속 지니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정말 재밌는 요소”라며 “음악은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고 뮤지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털어놓았다.“뮤지컬은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뮤지컬 마다 다른 세상이 펼쳐지죠. 작곡을 할 때마다 그 안에 어떤 독특한 세상을 만들까를 고민합니다. 그 세상에 들어갈 이야기, 감정 등을 잘 전달해 관객과의 공감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0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기원 아닌 예술로서의 굿판 벌이는 김매자 “죽은 자 아닌 산 자부터 정화시키는 마음으로!”

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이번에는 망자가 아닌 산자를 위한 씻김을 하려고 합니다. 시대적으로 너무 시끄럽잖아요. 원래 죽은 자를 위한 것이지만 산자부터 깨끗이 정화시키자는 마음으로 표현하고 놀아보고자 합니다.”김매자 예술감독이자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30회를 맞은 창무국제공연예술제(8월 21~31일 세종예술의전당,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서울남산국악당, 포스트극장, 이하 창무예술제) 기간 중 공연될 ‘산자를 위한 씻김굿’(8월 28일 서울남산국악당)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산자를 위한 씻김굿’은 ‘옛 춤과의 대화: 전통춤과 창작품의 상호 접합과 충돌의 측면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 중 하나로 무녀 박미옥·박향옥·양용은과 김매자 감독을 비롯한 최지연, 김지영, 윤수미, 김미선 등이 어우러진다.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사진제공=창무국제예술제 집행위원회)“4장으로 이뤄진 공연 중 3장이 진도 씻김굿이고 마지막 4장을 저와 제자들의 창작춤으로 길닦음을 합니다. 저희 나름대로 안무를 해놓고 전통 진도 씻김굿을 하시는 분들을 보는데 얼마나 춤도 잘 추시고 소리도 잘하시는지…그 분들의 춤이 훨씬 더 무게 있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이에 앞서 ‘서울 천신굿’(8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과 일본 무속춤의 일종인 시네마현 ‘오키도우젠카구라’(8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도 연달아 공연된다.“굿은 종교나 미신이 아닌 우리 민족의 옛 풍습, 관습의 하나죠. 이번 굿판은 종교적 기원이라기보다는 이런 것이 있었음을 알리기 위함입니다.”그리곤 “굿에는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며 “굿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주체가 신이 내린 강신무와 조상에 물려받은 세습무(신들리는 현상 없이 조상 대대로 무업을 이어받아 형성된 무당)로 나뉜다”고 설명했다.“서울 천신굿의 경우 궁중복식과 음식, 춤과 노래, 사설 등이 다 있죠. 진도 씻김굿도 그래요. 다양한 춤과 시나위 등의 장단, 음악 등이 있죠. 저희는 그들에 대해, 문화·예술 장르로서 연구하는 과정 중에 있는 거예요. 춤으로는 저희의 깊이가 한참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의미와 가치를 창작적으로 풀어내는 거죠.”‘서울 천신굿’에 이은 일본의 ‘오키도우젠카구라’에 대해 김매자 감독은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전통극 장르인 노(能, のう)나 가부키(歌舞伎, かぶき) 등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섬에서 4살부터 굿을 하던 무당이 추는 춤”이라고 밝혔다.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그들의 삶도, 굿의 의미나 목적도 우리와 비슷해요. 가뭄을 해갈하거나 병을 막기 위해서 등 노래나 악사, 춤, 형식 등이 다를 뿐 그 의미나 목적은 우리와 다르지 않죠.”그리곤 “천신굿과 오키도우젠카구라 사이에 비는 한 시간 정도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진짜 축제처럼 굿판을 벌일 예정”이라며 “낮에는 한국의 천신 굿, 저녁엔 일본의 오키도우젠카구라, 한날 한국과 일본의 굿을 비교하고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 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창무예술제 해외초청 무대에 오를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The New Zealand Dance Compay, 8월 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마우리 족의 전통춤 ‘하카’(Haka)를 현대무용으로 변주해요. 짧게나마 그들도 함께 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이죠.”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30주년을 맞은 창무예술제는 ‘서울 천신굿’ ‘오키도우젠카구라’ ‘산자를 위한 씻김굿’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 공연을 비롯해 ‘땅구름, 몸구름, 하늘구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클래스가 있는 East meet West’에서는 뉴질랜드 댄스컴퍼니의 ‘레드 드레스, 변천, 하카 와이랑기’(Red Dress Duet, Excerpt from in Transit, Haka Wairangi, 8월 27일 이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비롯한국내외 초청작들로 꾸린다.최상철 현대무용단의 ‘그들의 논쟁’(Their Argument, 8월 27일), 네덜란드 Niek Wagenaar’s Nymphs의 ‘애프터 올’(After All, 8월 29일), 99아트컴퍼니 ‘이야기의 탄생’(The Birth of a Story, 8월 29일), R.se dC의 ‘MOB’(8월 29일), 미국 Ephrat Asherie Dance의 ‘ODEON’(8월 31일), 김미란 댄스티어터 ‘엇’의 ‘중中독-독안의 여자’(8월 31일), 창무회의 ‘몸으로 외치다!’(8월 31일)가 공연된다. 더불어 배우 손병호, 이예린 작가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지금 뛰다’(Now Jump, 세종예술의전당)에서도 진취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김매자 감독은 “어떤 때든 모든 예술은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굿판 역시 사설, 봉수 등을 통해 시대상을 표현하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라며 “서울 천신굿에서는 작두도 탈 예정”이라고 전했다.“사실 작두를 타려면 신이 내려야하기 때문에 가능할지 그 여부를 지켜보는 묘미도 있을 겁니다. 작두타기가 가능해지려면 굿판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빌어야 해요. 화합하고 응원하고 스스로를 반성해야만 그분이 작두를 탈 수 있거든요. 한마음 한뜻으로 이 시대를 아우른다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7 11:39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린아 “대단한 나의 하데스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고 헤르메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전작인 ‘레미제라블’ ‘스위니토드’도 이번 ‘하데스타운’도 중간에 합류하다 보니 조급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미 탄탄하게 합이 잘 맞는 배우들이 있어서 분위기 파악도 빨리 할 수 있었고 더 좋은 시너지도 나는 것 같아요.”뮤지컬 ‘하데스타운’(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페르세포네(김선영·린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출연 중인 린아는 “6주 남짓의 짧은 연습기간에도 이미 했던 배우들의 탄탄함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하데스타운’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극작가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의 동명 앨범을 극화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다.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오르페우스(박강현·조형균·멜로망스 김민석)와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 Orphee et Eurydice), 죽은 자들의 왕이자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봄과 씨앗의 여신이자 저승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부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사랑이야기다. 신들의 사랑이야기지만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등 내레이터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최정원)의 말처럼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작품이다.◇강한 양준모, 모성애를 자극하는 김우형, 부드러운 지현준 하데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 역의 양준모(왼쪽부터), 지현준, 김우형(사진제공=에스앤코)“양준모 하데스는 진짜 강해요. 자신만의 것으로 가득 찬, 올곧게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강한 하데스죠. 그래서 절로 화가 나요. 그런 사람이 변하고 노래를 시작할 때 그래서 더 감동이 큰 것 같아요. 절로 눈물이 나죠. 진짜 강한 그리고 정말 많이 변해버리는 하데스예요.”이렇게 밝힌 린아는 김우형에 대해 “페르세포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지하 세계에 전선을 엄청 깔아 밝고 반짝반짝하게 하고 태양을 좋아한다는 아내를 위해 뜨겁게 달구는 하데스”라고 표현했다.“이벤트를 엄청 많이 하는데 너무 잘못 짚는 하데스예요. 너무 눈치 없는, 페르세포네가 원하는 걸 전혀 몰라서 진짜 헛웃음이 나는 하데스죠. 노력은 알겠지만 ‘뭐 하는 짓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너무 허탈하고 한숨을 짓게 하는데 그 마음도, 사랑도 너무 잘 알겠어서 안타까워요. 그 사랑이 너무 안타까우니까 모성애가 가는 그런 하데스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지현준에 대해서는 “되게 강할 듯 하지만 약한, 부드러운 하데스”라며 “그래서 오히려 페르세포네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하데스”라고 밝혔다. “내가 잘못한 건가? 그가 아니라 내가 변했네 싶은 하데스죠. 이 사람도, 그의 사랑도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나? 의심하게 돼요. 그는 원래 그랬고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데 페르세포네가 변해서 사이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싶거든요. 왜 나만 나쁜 여자로 만들어! 좀 억울하기도 해요.”◇대단한 오르페우스 박강현·조형균·김민석과 에우리디케들 김수하·김환희“김수하 배우의 에우리디케는 엄청 강해요. 강력하고 변화가 극적인 배우 같아요. 극 중 조명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주는 게 많아요. 페르세포네한테 ‘어떻게 해요’ ‘우리 좀 봐주세요’ ‘도와주세요’ 같은 눈빛도, 원망의 눈빛도 엄청 많이 보내죠. 저 역시 거기에 힘을 받을 때가 굉장히 많아요.”그리곤 “진짜 멋지고 열정 있는 배우”라며 “에우리디케 역의 두 배우 모두 그렇다. 둘 다 너무 고운 목소리와 아련한 눈빛 등 에우리디케가 가져야할 것들을 가진 배우들”이라고 전했다.“(김)환희는 감싸 안아주고 싶은 에우리디케 같아요. 너무 안쓰럽고 정말 상처를 많이 받은 게 느껴져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겠구나, 외로웠겠구나 싶어 안아줘야 할 것 같은 에우리디케죠.” 뮤지컬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의 김환희(왼쪽)와 김수하(사진제공=에스앤코)노래로 세상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결국 노래로 꽃을 피우는 “이 세상의 눈으로는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혹은 “너무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오르페우스에 대해 “세 배우 모두 내면에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열정,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의지 등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그 중에서도 (박)강현 배우는 오르페우스가 가진 요소들을 본인 스스로가 많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노래할 때 감동받죠. 김민석 배우는 목소리 자체가 ‘이 작품은 그냥 이 사람 건데’ 싶어요. 음악 자체가 그의 목소리에 너무 잘 어울리데다 변주도 너무 잘하죠. 이걸 안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어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왼쪽부터), 박강현, 멜로망스 김민석(사진제공=에스앤코)그리곤 “내면의 것을 내뱉는 대사에서 오는 감동도 너무 크다”며 “그래서 마지막에 뒤를 돌아보면서 에우리디케에게 ‘있었구나’ 할 때 진짜 슬퍼진다”고 덧붙였다.“가감 없는, 연기가 아닌 그냥 뱉는 말들이 너무 가슴을 찌르더라고요. 조형균 배우는 말이 필요 없죠. 그냥 너무 잘해요. 연기도, 노래도 너무 너무 잘해서 어떻게 저러지 싶어요. 무대 밖에서도 완전 분위기 메이커고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 같죠.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배우들이 모였나 싶어요.”◇참 따뜻한 최정원, 에너지와 음악을 살리는 강홍석, 무대를 장악하는 최재림 헤르메스뮤지컬 ‘하데스타운’ 헤르메스 역의 강홍속(왼쪽부터), 최정원,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최정원 선배의 헤르메스는 너무 따뜻해요. 정말 이들을 너무 사랑하죠. 극 중 인물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걸 몇 번이고 겪은 인물이잖아요. 이번엔 제발 해내기를 바라며 용기와 경고를 주는 헤르메스를 너무 진정성 있게 표현하시죠.”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강홍석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음악적 재능을 십분 활용해 완전히 자기 걸로 만드는 헤르메스”라고 전했다.“원래는 대사인 부분을 직접 랩으로 만들어서 하는데 너무 멋있고 덕분에 음악적으로도 풍성해지는 느낌이에요. 극을 이끄는 내레이터로서의 역할을 진짜 잘하는 헤르메스죠. 혼낼 때는 무섭게 혼내지만 따뜻한 면도 가진 헤르메스예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이어 최재림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가진 그 말도 안되는 성량과 정확함, 쩌렁쩌렁함 등으로 극을 완전 장악하는 헤르메스”라고 표현했다.“그리고 굉장히 차가워요. 냉정하고 냉철하고…그 차가운 흐름 속에서도 기대를 걸며 다시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주는, 그런 헤르메스죠.”◇무대에서 힐링, 체력이 될 때까지!“저는 무대에서 힐링해요. 모든 걸 쏟아내고 내려오거든요. ‘하데스타운’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눈물이 나는 장면이 많거든요. (하데스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가 변화하는 걸 보면서 기뻐서 혹은 슬퍼서 눈물을 흘리다 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이어 “극에 완전 몰입할 때가 있다”며 “일꾼들이 오르페우스한테 마음을 뺏기고 그 메시지를 듣고는 나도 변화해야겠다면서 목소리를 내는 장면부터 ‘How Long’까지 엄청 몰입해 빠져들곤 한다”고 털어놓았다.“배우로서 되게 충만해지는 순간들이죠. 제가 진짜 페르세포네가 된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그 시점들이 너무 짜릿하고 좋아요. 그래서 체력이 되는 한 무대를 계속 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아직은 어린 제 아이들이 뮤지컬을 보러 올 때까지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6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린아 “사랑이야기 속 은유된 환경문제 그리고 지금 우리”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신들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고 지금 누구나 겪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의 오르페우스처럼 스스로를, 상대를 못 믿고…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요. 그게 적나라하게 너무 잘 담겨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아차’ 하게 하는 작품이죠.”뮤지컬 ‘하데스타운’(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페르세포네(김선영·린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린아는 작품에 대해 “사랑이야기지만 지독한 현실”이라고 표현했다.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극작가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의 동명 앨범을 극화한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초연된 데 이은 두 번째 시즌이다.“오르페우스(박강현·조형균·멜로망스 김민석)와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를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가 지하세계로 데려오는 것도 페르세포네이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예요. 손에 잡히지 않은 아내를 어떻게든 잡기 위한 노력이랄까요. ‘How Long’이라는 노래 중간에 하데스가 ‘저 여자애는 나한테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하거든요. 신들의 사랑이지만 되게 인간적이죠.”◇신화 속 사랑, 그에 빗댄 지독한 현실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제공=에스앤코)“마치 클럽처럼 밴드가 무대에 함께 하고 배우들 옷이나 색감, 음악진행, 돌아가는 회전무대의 활용 등 기존에 없던 형식과 스타일들, 구성 등이 세련됐어요. 그리고 무대와 이야기, 움직임, 연출 등의 합이 너무 잘맞는 작품이죠. 그냥 사랑 얘기 같지만 굉장히 은유적이어서 알고 보면 더 재밌을만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요.”은유와 대구, 상징 등으로 꾸린, 한편의 시와도 같은 ‘하데스타운’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Orphee et Eurydice), 죽은 자들의 왕이자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봄과 씨앗의 여신이자 저승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부부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사랑이야기에 극한 현실을 빗댄 작품이다.끝없는 개발과 산업화로 지하세계를 구축한 하데스,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자유를 헌납하고 지옥행을 선택한 사람들, 착취와 억압에도 숨죽인 채 살아가는 현실, 쳇바퀴 도는 듯 고단한 일상 그리고 일년의 반은 지상에서, 나머지 반을 지하에 머무는 페르세포네를 자꾸만 빨리 데리러 오는 하데스로 인해 균형이 깨져 버린 계절들….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지하세계로 몸을 던지는 이들에 대해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라는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최정원)의 반문처럼 그리고 린아의 표현처럼 “그 안에 내포된 이야기들은 사랑과 희망 뿐 아니라 환경문제, 시대에 대한 풍자와 비판 등까지 다방면으로 흥미로운 작품”이다.“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이 인간세계의 계절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람들이 고통받아요. 지상을 너무 사랑하고 이 세계가 제대로 돌아가게끔 해야 하는 신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아무리 호소해도 이들의 사랑에 금이 갈수록 환경적인 문제들이 발생하죠. ‘바다가 땅을 덮쳐, 이건 정말 정상 아냐’ 등의 가사들이 환경에 대한 경고 메시지 같아요. 단박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지금 깨우쳐야할 환경에 대해 계속 메시지를 던지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그의 귀띔처럼 무차별적으로 공장을 세우고 네온사인을 밝히며 비틀린 방식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하데스, 그런 하데스에 ‘이 추운 계절에 여기는 왜 이렇게 뜨거워’ ‘일년 중 가장 어두운 때에 여기는 왜 이렇게 눈부셔’ 등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하는 페르세포네의 관계 속에는 환경, 노동, 권력 등 사회문제들이 내포돼 있다. “오르페우스의 ‘라라라’ 송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옛날에 나눴던 사랑 노래고 에우리디케가 어느 순간 어깨를 아파하며 잡는 건 방울뱀에 물려 죽게 된 신화 속 설정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 방울뱀이 동전 소리를 내는 지옥행 열차 티켓으로 표현되며 신화와 연결시키는 것도 너무 흥미롭죠.”◇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사랑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처음 대본 리딩을 했을 때부터 페르세포네는 너무 이해가 갔어요. 저 이제 결혼 10년차거든요. 결혼한 부부로서 겪어야 할 모든 것들을 한번씩 겪고 풍파도 맞아보다가 이제는 잔잔하면서 고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죠. 그 정도는 다르지만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상태도 그 기간 중 겪었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이어 “세월이 흐르고 관계가 지속될수록 싫지만 포기하거나 받아들이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그 사랑마저 퇴색해 버린 지경에 이른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지만 두 사람 다 서로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그리곤 “그래서 하데스는 1년 내내 붙잡고 있을 수도 있지만 페르세포네를 지상으로 일정기간 보내주고 페르세포네는 지상에서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고 말을 보탰다.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해 설레고 달달하죠. 그들에게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과 복선이 있어요. 음악도 그렇고 ‘원래 알고 있던 사람 같은 느낌이었어요’라는 오르페우스의 말도 그렇고.”그리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두 사람도 그런 사랑을 했다”며 “저 역시 그런 사랑을 했고 10년간의 결혼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분들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 예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노래하는 ‘All I‘ve Ever Known’을 예로 들었다.“저는 페르세포네가 처음 등장해 봄을 불러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막 사랑에 빠진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는 장면에서 다운된 이면을 좀 표현하고 있어요.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우울함이요. 저도 남편도 어디 한 구석에는 불같은 성질이 있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그렇게 싸우고 밖에 나가 사람들과 즐겁게 보내지만 한편에는 너무 우울하고 극심한 슬픔이 있거든요. 뭘 해도 즐겁지가 않고 ‘우울하다’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아픔이 있죠.”이를 린아는 “굉장히 참고 오히려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참아내는 페르세포네도, 비틀려 감정을 표현하는 하데스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방식이 잘못돼 먼길을 돌아오다 보니 손 쓸 엄두조차 나지 않는 관계가 돼 버린 상태”라고 표현했다.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원래 있던 지상에 내려왔을 때 페르세포네는 술에 엄청 취하고 편안하지만 하데스타운에는 내 자리가 없어요. 이 남자, 하데스 때문에 있는 거죠. 처음엔 초록색 옷을 입고 등장을 하다가 하데스타운으로 가면 검은색 옷을 입잖아요. 제 색을 잃어버리는 거죠.”더불어 “자신을 잃은 채 방관자처럼, 목소리를 잃고 흘러가는 대로 지켜만 보던 페르세포네가 절망하는 지점은 하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온 오르페우스에게 내뱉는 ‘이곳에 있는 건 모두 내 소유’라는 외침”이라고 짚었다.“그런 하데스에 페르세포네는 ‘나 역시 소유물’이라는 생각에 힘을 잃어버리고 목소리를 못내죠. 그래서 하데스타운에서 저는 하늘을 자주 봐요. 지상을 그리워해서기도 하지만 내가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절망과 무기력함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극의 주제를 담은 ‘If it‘s True’와 마음을 울리는 ‘Epic III’ 중 하데스와의 왈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사람의 관계에는 늘 새로운 어려움들이 있죠. 그래서 저도 로맨틱한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하던 때를 떠올려요. 요즘은 보지 못했던 ‘눈물의 여왕’을 비롯해 ‘사랑의 불시착’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을 보고 있어요. 극 중 이제 막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을 보면서 내 옆의 남자를 사랑의 눈으로 보게 돼요. 그렇게 다시 사랑할 힘을 얻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그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가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면서 작지만 변화한다”며 “두 사람의 사랑에 변화하는 하데스를 보면서 그를 변하게 하고 싶은 용기를 가지게 되는 페르세포네에 중점을 두고 표현 중”이라고 덧붙였다.“오르페우스가 얻어맞고 떠나려고 일어나면서 하데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일꾼들을 선동하는 ‘If it’s Ture’라는 장면이 있어요. ‘나는 변할 거라고 믿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강해’라면서 선동하는 장면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와 닿아요. 바로 다음 넘버인 ‘How Long’으로 이어지면서 페르세포네도 변해야지 하면서 목소리를 내죠.”그리곤 “오르페우스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일꾼들도 절규하는 그 장면에서 몇번이고 소름이 끼친다”며 “그렇게 일꾼들도 한명씩 변하면서 모자를 벗고 나가는데 앙상블 배우들도 눈물을 흘리고 저도 울게 된다”고 털어놓았다.“펑펑 울어요. 연습실에서도 몇번을 그랬어요. 다들 진짜 푹 빠져서 하는구나.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또 울게 돼요.”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더불어 가장 가슴을 울리는 장면으로는 ‘Epic III’ 중 하데스와 추는 왈츠를 꼽았다. 한쪽은 집착하고 또 다른 쪽은 포기해 버리며 비틀린 두 사람이 오르페우스의 노래로, 그 노래로 피운 꽃으로 왈츠를 추는 장면이다.“그 장면에서 ‘이 사람이 다시 돌아왔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보이네’라는 놀라움으로 왈츠를 추거든요. 정말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죠.”◇작은 변화가 쌓여 세상을 바꾼다, ‘라라라’ 노래하듯!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보니 노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표현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그렇다고 생각해요. 오르페우스처럼 ‘난 내 갈 길을 가겠어’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정의를 올곧게 지켜가는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불러오잖아요. 헤르메스 대사에 있듯 노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오르페우스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너무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그런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고 변화시키죠.”그리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해 칭송받을 때도 있지만 그 보다 더 많이 실패를 한다. 그럼에도 생각이 다른 사람이 실마리가 돼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다”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역시 “점점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극 막바지 페르세포네가 ‘벌써 봄’이라며 하데스에게 ‘기다려줘’라고 인사하면서 헤어지거든요. 그 때의 애틋함, 하데스와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지상으로 가는 거죠. 조금씩 조금씩, 아주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거기에 기대하는 마음이 우리 극이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믿어요.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 변화가 있을 거라고. 그래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도 좋은 사이로, 그래서 더 이상 지상의 사람들한테 피해를 안 끼치는 그런 사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6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뮤지컬 ‘애니’, 점프하고 구르며 풀어내는 가족의 소중함과 꿈 그리고 살아갈 힘

뮤지컬 ‘애니’ 시연(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저희 작품의 소재는 사랑입니다. 어떤 충격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움직이는 자체가 그들 안에 내재된 감정의 표현법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점프하고 구르기를 하고 덤블링을 하는 이유죠.”뮤지컬 ‘애니’(Annie, 10월 1~27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의 신선호 안무가이자 연출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시즌 ‘애니’의 차별점인어린 배우들의 다채로운 안무에 대해 “감정 표현법”이라고 정의했다.더불어 “제가 가진 기본 콘셉트는 클래식함”이라며 “지금 현재를 무대 기술이 아닌 배우의 몸으로 보여주는, 클래식함 속 현대적인 움직임이 저희 ‘애니’의 색다른 무대 미장센”이라고 부연했다.뮤지컬 ‘애니’ 장소영 음악감독(왼쪽)과 신선호 연출·안무(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아이들한테 항상 ‘개인이 아닌 이 안에서 함께 움직이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얘기해요.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잘해야 한다고요. 서로를 존중하고 박수를 쳐주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연습을 진행하면서 저희 ‘애니’의 색은 정확하게 보이겠다 싶었습니다.”장소영 음악감독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고 장담한 뮤지컬 ‘애니’는 해롤드 그레이(Harold Grey)의 소설 ‘작은 고아 소녀 애니’(Little Orphan Annie)를 바탕으로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 ),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수장작 ‘어플라우즈’(Applause), ‘바이 바이 버디’(Bye Bye Birdie) 등의 찰스 스트라우스(Charles Strouse)가 넘버를 꾸린 작품이다.1976년 첫선을 보인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제31회 토니어워즈 최우수 뮤지컬상, 각본상, 음악상, 안무상, 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고 한국에서는 1984년 오리지널이, 2006년에는 한국어 프로덕션이 초연됐다. 뮤지컬 ‘애니’를 준비 중인 워벅스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총괄 프로듀서 Richard Lee, 신선호 안무·연출, 그레이스 역의 박소연, 애니 최은영·곽보경, 장소영 음악감독, 해니건 원장 신영숙·김지선, 워벅스 남경주(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이번 ‘애니’는 2019년에 이은 5년만의 무대로 대공황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부모의 편지를 간직한 채 11년을 살아온 고아 소녀 애니(곽보경·최은영, 이하 가나다 순)의 이야기다.버려졌지만 재기발랄하며 희망이 넘치는 애니를 비롯한 아이들, 세계적인 갑부 올리버 워벅스(남경주·송일국), 돈을 노린 고약한 고아원 원장 해니건(김지선·신영숙), 그의 남동생 부부 루스터(이종찬)와 릴리(이주예), 워벅스의 따뜻한 비서 그레이스(박소연)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무장했다.애니로는 273명이 참가한 오디션 경쟁을 통해 최은영과 곽보경이 낙점됐다. 최은영은 “원래 ‘애니’를 좋아해서 OST를 듣곤 했다”며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투모로우’(Tomorrow)와 ‘N.Y.C’를 꼽았다.뮤지컬 ‘애니’의 타이틀롤인 애니 역의 곽보경(왼쪽)과 최은영(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투모로우’에 대해서는 “이 작품의 타이틀곡”이라고, ‘N.Y.C’에 대해서는 “들을 때도 부를 때도 신나는 느낌”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애니 곽보경 역시 ‘투모로우’와 ‘I Think I’m Gonna Like it Here’를 가장 좋아한다고 전했다.  “일단 ‘투모로우’는 가장 중요하고 없으면 ‘애니’라는 작품이 안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은 곡인 것 같아요. 그리고 ‘I Think I’m Gonna Like it Here’는 워벅스 집에서 청소를 하려는 애니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레이스가 부르는 노래예요. 노래하면서 억만장자인 워벅스의 멋진 집에 가본 애니가 신기해 하지 않을까 싶어서 좋아합니다.”워벅스 역의 송일국은 “집에서 아들 셋(대한·민국·만세)에 시달리다가 딸들을 보니 너무 행복하다”며 “매순간 소원 성취 중”이라고 눙쳤다.뮤지컬 ‘애니’ 중 억만장자 워벅스 역의 남경주(왼쪽)와 송일국(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워벅스 대사 중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곁에 누군가 없다면 정말 공허하다’는 대사가 있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아이들하고 있으면 짜증이 날 때도 물론 있지만 사실 너무 행복하거든요. 너무 행복하다 보니 오히려 두려움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매순간 기도를 하게 돼요. ‘애니’는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벅스로 번갈아 무대에 설 남경주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빌리 엘리어트’나 ‘마틸다’와는 색깔이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며 “시연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얼마나 더 멋진 배우들로 성장할까 생각하면서 뿌듯했다”고 털어놓았다.“더불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버텨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작품입니다. 저는 39년만에 다시 이 작품을 하게 됐는데요. 당시에도 애니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서 희망을 계속 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워벅스로 참여하면서 애니의 대사 그리고 그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뮤지컬 ‘애니’의 해니건 원장 역 신영숙(왼쪽)과 김지선(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아이들에게 이미 반지를 선물로 받을 정도로 친하다”는 해니건 원장 역의 신영숙은 “명작이 주는 영원한 감동”을 언급하며 “제가 어려서 본 영화 ‘애니’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투모로우’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어렸을 때 흘렸던 눈물과 어느새 나이가 들어 흘리는 눈물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온 가족이 오셔서 보신다면 영원한 고전이 주는 감동을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이지만 현대적으로 재탄생될 ‘애니’에 큰 감동을 받고 돌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 무대에서 펼쳐보이도록 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5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국립무용단 ‘행+-’ 안애순 안무·연출 “땅에 발 디딘 우리 춤, 그 안의 컨템포러리를 찾아서!”

국립무용단 신작 ‘행+-’ 안애순 안무·연출(사진제공=국립무용단)“사실 아주 단순한 몸짓,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서양의 움직임에서 현대사조의 하나인 미니멀리즘이 나왔어요. 이미 동양은 음악 자체에도 미니멀한 요소가 많죠. 이런 특징들이 전통에 이미 컨템포러리 요소가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음악에 영향 하에 우리 전통 한국춤에서도 미니멀리즘 같은 컨템포러리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국립무용단과 신작 ‘행+-’(8월 29~9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를 준비 중인 안애순 안무·연출은 전통의 원형에서 현대적 움직임, 컨템포러리 요소를 발견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안무자로서 저의 유니크함은 제가 가진 환경과 배경 그리고 내 몸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통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더 필요하고 그것을 가지고 나만이 가진 지금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또 다른 세계적 안무가들이나 작가들과는 다른 환경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세계를 우리 전통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것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행+-’는 안애순 안무·연출과 더불어 무대디자이너 김종석, 조명디자이너 후지모토 다카유키, ‘화차’ ‘불한당’의 음악감독 김홍집·이진희, ‘해어화’ ‘미스터 션샤인’ 의상디자이너 김영진 등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장은 오랫동안 이어온 춘앵무의 표본에서 발견한 기호적이고 기록적인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상체의 움직임 없이 치마폭 안에서 무수히, 끊임없이 진행하는 춘앵무 중 탑탑고(塔塔高)라는 제자리걸음을 모티프로 한다.2장에서는 몸이 기억하고 자기 의속 속에 넣어뒀던 것을 꺼내 이 시대감각으로 표현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음악에 맞춰 표기된 동작의 편집이 아닌 사람들이 가진 인상, 경험 속에서 나온 몸짓을 발전시키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해체하는 작업들은 각 무용수의 몸이 가진 아카이브로서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43명의 국립무용단원이 미니멀하고 입체적으로 추는 군무와 다채롭고 자유롭게 추는 개인 춤 등으로 구성된 ‘행+-’은 그렇게 무용수 개개인의 역사가 녹아든 움직임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 집단과 개인, 규율과 자유 등 반대되는 개념들이 교차하고 얽히며 획일화된 행(Row)에서 다양한 행(Move)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획일화된 행(Row)과 실천 혹은 변혁의 ‘행’(Move)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행+-’에는 우리 전통의 궁중무 중 유일한 독무인 ‘춘앵무’에서 발견한 미니멀리즘과 기호적인 몸짓 등 컨템퍼러리 요소들이 강조된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는 음악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1장 음악의 핵심은 미니멀이라고 봤기 때문에 최소한의 요소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가운데서 무용수들이 구음을 내며 라이브로 음악을 만드는 게 시간을 기록하는 아름다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음악적 요소로 활용했습니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이어 “더불어 이동성이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민요에 새로운 자연 속 아주 작은 하나의 개체로 있던 개인이 내 몸의 의식 속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모험을 즐기는 몸으로 변한다”고 부연했다.“그렇게 하나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이 변화하고 함께 이동하게 되죠. 그래서 음악도 시간과 공간 두 가지가 이동하는 과정을 디벨롭하고 관객들도 음악을 통해 시공간의 이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전통과 현대를 분리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 장현수 단원의 표현처럼 ‘행+-’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춤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각자의 춤을 미니멀하면서도 한국적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는 안애순은 옥스포드 무용사전, 세계현대춤사전에 등재된 한국적 컨템퍼러리 무용의 대표주자로 그의 바탕 역시 한국적인 것이다.국립무용단 신작 ‘행+-’ 안애순 안무·연출(사진제공=국립무용단)“형태적인 면에서 예를 들자면 서양의 춤이 하늘을 향해 추는 춤이라면 우리 전통춤은 땅에 디딤을 통해 신체의 움직임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땅을 중심으로 몸을 움직이는 한국 춤에 장착된 박자와 호흡이 있고 상체나 손의 흐름을 운영하는 방식, 철학이 있죠.”그리곤 “사실 저는 한국적인 걸 고수한다기보다는 제 춤사위를 추적하다 보면 어디에 기본을 두고 내 신체를 운영하고 움직이느냐를 알게 된다”고 털어놓았다.“이러한 요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전적으로 내려와 자기 몸에 장착돼 있는 것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현대화 작업을 통해 과감하게 벗어나려고도 하지만 한국적인 요소들이 기본으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9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김희재 “그럴 수 있어, 그 마저도 내 삶의 한 페이지”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리마 코세이 역의 김희재(사진제공=티엔엔터테인먼트)“저는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아요. 살다 보면 우여곡절도 있고 힘든 시절도 있어요. 행복한 순간만 있을 순 없잖아요. 그런데 그걸 어른답게 잘 극복해 나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또 성장하는 것 같고 그만큼 또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는 것 같고…그래서 요즘 저는 행복해요.”‘모차르트!’에 이은 두 번째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8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비운의 피아노 천재 아리마 코세이(김희재·윤호소·이홍기, 이하 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김희재는 이렇게 밝혔다.“예전이라면 되게 예민할 수도 있는 누군가의 실수에도 ‘그럴 수 있어’라고 너그러운 혹은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생기고 그러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누구나의 그 시절을 소환하는 ‘4월은 너의 거짓말’ 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포스터(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누구나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이 다 있잖아요. 그때 좋아했던 혹은 어떤 영향을 준 사람들도 있죠. 제 팬분들이 이 작품을 보시고 ‘나는 저 나이 때 뭐 했지’ ‘저 나이 때 누구와 어떤 사랑을 했지’라고 회상을 많이 하셨데요. 그래서 저희 작품을 보시면 그 당시를 회상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생에 뭔가 아픔이 왔을 때 그 아픔을 저희가 위로하고 다독여드릴 수 있는 따뜻한 감동이 있죠.”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아라카와 나오시 원작 만화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엄마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신의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아리마 코세이가 자유로운 영혼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미야조노 카오리(이봄소리·정지소·케이)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코세이도 너무 힘들었지만 카오리를 만나 결국 극복해내는 것처럼 모두가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잖아요. 그런 시절들을 겪으며 성장해나가야 비로소 훌륭한 어른이 되는 거니까요. 사실 저도 아무 것도 모르고 연예계에 데뷔해서 힘든 일이 많았어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도 보고 떨어져도 봤다가 가요제 나가서 상도 못받아봤다가 버스비 2, 3만원이 없어서 참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그 하나 하나를 극복했던 그 때도 제 인생의 한 페이지인 것 같아요.”최근 일본 공연계를 휩쓴 2.5차원 뮤지컬(2.5次元ミュ-ジカル,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무대로 실사화하는 뮤지컬)인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드라큘라’ ‘웃는 남자’ ‘마타하리’ ‘엑스칼리버’ ‘몬테크리스토’ 등으로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이 넘버를 꾸리고 ‘가구야 공주 이야기’ ‘메리와 마녀의 꽃’ 등의 사카구치 리코가 대본을 집필해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초연됐다.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코세이, 카오리와 더불어 코세이의 친구이자 카오리의 짝사랑 상대 와타리 료타(김진욱·이재진·조환지), 코세이와 료타의 소꼽친구 사와베 츠바키(박시인·황우림) 등 저마다의 꿈을 향해 내달리며 발버둥치는 청춘들의 성장극이다.한국 초연은 ‘인터뷰’ ‘스모크’ ‘프리다’ 등의 추정화 연출과 ‘웨딩플레이어’ ‘와일드그레이’ ‘미드나잇’ ‘오디너리 데이즈’ ‘투모로우 모닝’ 등의 이범재 음악감독이 합류해 6월 28일 개막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게 어떻게 흘러갈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 즈음 마침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을 다녀왔는데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님들께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을 아시는지를 여쭸어요. 10분 중 8명은 아실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더라고요. 영화를 3번, 애니메이션을 2번 보면서 코세이가 가진 트라우마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죠.”◇풋풋함으로 무장한 코세이가 되기 위해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리마 코세이 역의 김희재(사진제공=티엔엔터테인먼트)“애니메이션은 너무 아름답고 예쁘고 정말 동화 속처럼 표현이 돼요.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나 톤이 있죠. 이걸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죠.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누군가를 보는 듯한 현실적인 영화 속 코세이 역 배우(야마자키 켄토)를 좀 참고했어요.”만화나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과장된 표현이나 톤을 그대로 표현해야할지 일상적으로 바꿔야할지 고민했다는 그는 “동선이나 모션은 영화에서, 성격이나 대사 톤은 원작 느낌을 살려 애니메이션에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리마 코세이 역의 김희재(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고등학생 때는 세상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어요. 오늘은 맥도날드 빅맥을 먹을까, 롯데리아 새우버거를 먹을까 고민하며 설레하곤 했죠. 전공실기에서는 어떤 친구가 어떤 댄스나 노래를 보여줄까 생각하면서 학교 가는 길이 마냥 행복했었어요. 그 시절 학교 안, 친구들 사이에서 가졌던 순수한 마음, 최대한 때 묻지 않은 아이를 보여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첫 뮤지컬 ‘모차르트!’때부터 매회차 영상녹화를 통해 모니터링을 한다는 그는 “준비를 좀 오래 하면 자신감이 생기는 편”이라며 “원래 길었던 머리도 자르고 코세이스러운 안경도 홍대를 돌아다니며 직접 구매하며” 코세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김희재는 만화원작, 애니메이션, 드라마 그리고 다른 뮤지컬과는 차별화되는 ‘4월은 너의 거짓말’만의 매력을 “넘버와 풋풋함”이라고 꼽았다. “코세이의 트라우마를 대변하면서 극을 여는 ‘나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등 넘버가 가진 힘이 굉장해요. 카오리가 부르는 대표 넘버 ‘작은 별’도 코세이한테 우리 같이 다시 한번 해보자는 용기와 에너지를 주죠. 다른 뮤지컬과 차별화되는 매력은 10대들의 이야기인만큼 풋풋함인 것 같아요.”그는 원작만화의 팬인 추정화 연출을 비롯해 같은 역할의 FT아이랜드 이홍기·윤소호, 카오리 역의 이봄소리 등 오랜 뮤지컬 경력자들과 WSG워너비(윤은혜, 나비, 이보람, 코타, 박진주, 조현아, SOLE, 소연, 엄지윤, 권진아, 흰, 정지소) 멤버이자 ‘더 글로리’의 문동은(송혜교) 아역으로 이름을 알린 연기자 정지소 등에게 “도움을 받아 무대를 꾸렸다”며 “저 역시 코세이처럼 I(MBTI 중 내향) 성향이 90%가 넘는 사람”이라고 털어놓았다.“대범한 스타일도 아니고 조용한 집돌이에요. 4, 5일 동안 집을 안나가기도 하죠. 무대 아래의 청년 김희재는 그냥 코세이 같아요. 그래서 코세이의 소심함 등을 표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엄마를 잃은 슬픔과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상황을 대입해 감정을 표현하면 되겠구나 했죠.”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극 중 코세이가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는 트라우마는 “한참 ‘사랑의 콜센터’ ‘뽕숭아 학당’ 등에 출연하며 너무 바쁠 때 심각한 역류성 식도염으로 노래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빗댔다.“노래를 하는데 뭐가 자꾸 넘어와요. 잠도 많이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챙겨 먹어선지 역류성 식도염이 심하게 와서 노래하는 게 무서웠던 경험이 있어요. 연습할 때는 잘 되는데 이상하게 무대에만 서면 트라우마처럼 노래가 안되는 거예요. 제가 생각한 만큼 못해서 너무 속상하고 무대에서 또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심해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극도로 긴장하곤 했죠. 연습한 시간을 ‘그래도 믿고 가보자’ 마인드 콘트롤을 하면서 이겨냈어요.”◇또 다른 기회 뮤지컬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볼거야!”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저는 비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요. 힘들어서 울고 싶은데 비가 내 대신 울어주는구나 싶어서 그 비가 되게 위로해 주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쨍한 날보다 비오는 날이 너무 좋아요.”그리곤 “그래서 제가 해군을 갔다” 눙치며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는 게 힐링이고 좋아하는 바다 등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리마 코세이 역의 김희재(사진제공=티엔엔터테인먼트)“뮤지컬을 하면서 10, 20대 그리고 남자 팬분들도 좀 생겨서 참 좋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들이 있어요. 저는 실용음악을 공부했고 트로트를 하고 있어요. 그런 제가 뮤지컬에 도전해 잘 한다면 이후에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다른 음악 장르를 하다가 트로트를 하게 된 후배님들이 도전할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작은 바람은 있습니다.“실용음악과 재학시절 전공 실기시험에서 ‘황태자 루돌프’의 ‘날 시험할 순간’을, ‘사랑의 콜센터’에서는 ‘피맛골연가’의 넘버를 부를 정도로 뮤지컬을 좋아했다는 그는 두 작품(황태자 루돌프, 피맛골연가)을 비롯해 ‘모차르트!’ ‘지킬앤하이드’ ‘킹키부츠’ ‘프랑켄슈타인’ ‘벤허’ ‘웃는 남자’ ‘베토벤’ ‘일테노레’ 등의 뮤지컬 배우 ‘박은태 닮은꼴’로 알려지기도 했다.“한번도 못 뵈었고 저의 존재도 모르실 테지만 같이 노래할 수 있다면 진짜 영광일 것 같아요. 어떤 작품, 역할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기회가 주어지면 뮤지컬을 계속 하고 싶어요. 뭔가 되게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힘든 세상을 잘 헤쳐 나가는 청년가장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그리곤 “저에겐 어떤 작품이나 역할이 어울릴까요?”라는 그의 반문에 ‘빨래’ 솔롱고, ‘웃는 남자’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 ‘마타하리’ 등 다양한 작품들이 난무했다.“제가 추구하는 모토와 비슷한 대사가 있어요. 카오리의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볼거야’로 시작하는 대사예요. 나를 응원해 주고 바라봐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카오리의 신을 제일 좋아하죠. 그 대사가 큰 울림과 감동을 줬거든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9 17: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