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쁘띠리뷰+Objet] ‘보이A’는 마지막까지 ‘나이키 이스케이프’를 신지 않는다

‘보이A’.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실명을 대신하는 명칭이지만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기도 하다. 뮤지컬 ‘보이A’(8월 20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3관)는 그렇게 불리던 소년범이 15년만에 가석방돼 새로운 이름 잭(정지우·동현·현석준,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나단 트리겔(Jonathan Trigell)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보이A’는 ‘멤피스’ ‘히스토리보이즈’ ‘리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비더슈탄트’ 등의 김태형 연출작으로 ‘최후진술’ ‘트레이스유’ ‘해적’ ‘마마돈크라이’ 등의 박정아 작곡가가 넘버를 꾸리고 ‘모래시계’ ‘사랑의 불시착’ ‘이토록 보통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설의 리틀농구단’ 등의 박해림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뮤지컬 ‘보이A’ 포스터(사진제공=스튜디오 단단)소년원시절부터 잭을 자식처럼 돌봐주던 보호감찰관 테리(김태한·황만익)는 가석방을 앞두고 그에게 ‘나이키 이스케이프’를 선물한다. 그야 말로 ‘탈출’. 하지만 몸은 감옥 밖에 있지만 그 마음은 늘 불안과 압박으로 가득 차 있는 잭은 ‘나이키 이스케이프’를 차마 신지 못한다.가난해서 무시당하고 주눅들었던, 에릭이던 때의 잭은 같은 반 소녀를 살해하고 자살해 버린 친구 필립(곽다인·김현진·정찬호)의 망령과 늘 함께다.그를 저지하지 못한 혹은 그의 살인을 부추겼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조롱과 비난을 퍼붓던 소녀에 대한 분노, 이유모를 억울함 등에 시달리던 잭은 우연히 목격한 자동차 사고에서 소녀를 구해내며 영웅이 된다. 하지만 ‘보이A’가 익명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범죄자라는 낙인인 것처럼 잭은 영웅이 되면서 ‘보이A’였다는 정체가 탄로나버리고 만다. 영웅을 향한 환호는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오고 잭은 또 다시 갇혀버리는 상황을 맞는다.작품은 잭이 겪는 과정 속에서 촉법소년 문제, 범죄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결핍으로 인한 과오 등 다양한 문제들을 아우른다. 저마다가 가진 실수, 과오의 무게를 감당하고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잭은 남탓으로만 돌리던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뮤지컬 ‘보이A’ 공연장면(사진제공=스튜디오 단단)자신들로 인해 목숨을 잃은 피해 소녀의 묘에서 진정한 사과를 하면서야 비로소 참회의 여정을 시작하는 잭은 마지막까지 ‘나이키 이스케이프’를 신지 않는다. ‘보이A’는 잭을 통해 벗어나려고만 하고 외면하려고만 했던, 하지만 결코 벗어나서도 외면해서도 안됐던 자신의 과오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남탓으로 일관하는 어른들이 넘쳐나는 시대, ‘보이A’는 그렇게 ‘나이키 이스케이프’라는 오브제를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04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연극인생 60년 여든살의 손숙, 1963년 첫 연극을 하던 그때처럼! 악보를 연주하듯 ‘토카타’

손숙 연극인생 60년 기념작 ‘토카타’의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박명성 프로듀서, 배삼식 작가, 손진책 연출, 손숙, 김수현, 정영두 안무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사진=허미선 기자)“그냥 살다 보니 60년이 됐어요. 연극한 지가. 그런데 이번 연습을 하면서는 좀 새로운 걸 많이 느꼈어요. 1963년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을 받았죠.”연극 인생 60년을 맞아 연극 ‘토카타’(Toccata, 8월 19~9월 10일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를 연습 중인 여든살의 손숙은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굉장히 몸은 힘들다. 게다가 손진책 연출은 배우를 가만 두는 연출가가 아니다”라면서도 “몸은 굉장히 힘든데 머리가 굉장히 맑다”고 밝혔다.“연습을 나오는 게 오랜만에 설렌다고 할까요. 연극을 60년 하다 보니 연습하고 공연하고 연습하고 공연하고…그랬어요. 정말 좋은 작품, 작가, 연출가, 관객들도 만났지만 늘 목말랐던 느낌도 사실은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연습엘 가면 힘든 걸 아는데도 너무 설레는 느낌이에요. 너무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죠.”연극 ‘토카타’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손숙의 연극인생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신작 ‘토카타’는 유일하게 곁을 지키던 늙은 개를 떠나 보내고 마음 둘 곳 없어 걷고 또 걷는 늙은 여인(손숙)과 바이러스에 감염돼 코마에 빠져 기억들을 떠올리는 남자(김수현) 그리고 사람의 가장 어둡고 깊은 심연과 가장 찬란한 희망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추는 사람(정영두)이 꾸리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이를 위해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최우정 음악감독, 신시컴퍼니 대표 박명성 프로듀서 그리고 배우 김수현과 정영두 무용가이자 안무가가 의기투합해 연습에 한창이다.애초 올초 공연 예정이었으나 손숙의 다리부상으로 미뤄진 ‘토카타’에 대해 손진책 연출은 “그간 코로나로 2년여의 단절된 시간을 보냈다. 이 작품은 거기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손 연출의 설명처럼 ‘토카타’는 급속한 분산화음과 음계적 패시지(Passage)를 주체로 하는 기교적·즉흥적인 건반음악 형식인 동시에 이탈리아어로 ‘손을 대다’ ‘접촉하다’라는 뜻을 지닌 ‘토카레’(Toccare)에서 유래한 단어이기도 하다.“건반음악곡이지만 단절된 접촉, 심리적·물리적 접촉에 대한 이야기죠. 이야기의 축도, 내러티브도 없어요. 바이러스로 감염된 극한 상황에서 혼자인 여인, 함께 했던 접촉을 생각하는 중년 남성 그리고 존재론적인 고독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추는 남자, 이 세 인물의 각자 독립된 이야기와 춤으로 이어가는 4악장의 연극입니다. 마치 악보를 보듯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 세 인물의 삼중주죠.”손진책 연출은 “사실 손숙의 연극인생 60년이 아니라 인생 80에 초점을 맞췄다”며 “존재론적인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슬프다’가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저렇게 삶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털어놓았다.“어떤 고독이 아니라 생의 찬가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역설적으로 그 삶이라는 게 이처럼 찬란하구나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손숙 인생 80년처럼) 연륜이라는 게 중요하구나, 저런 시각으로 삶을 살아볼 수도 있구나 등이 잘 나타나기를 바랐습니다. 음미할 대사, 뉘앙스 등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죠.”연극 ‘토카타’ 배삼식 작가(왼쪽)와 손진책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손 연출은 “고독과 단절된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며 “우리 작가가 (여인을) 관세음보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관세음보살처럼 제 각각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안쓰럽게 생각하며 보듬으면서 조각배를 타고 강을 건너요. 그렇게 노래하면서 끝이 나는데 각 악장과 악장 사이의 대사와 뉘앙스가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배삼식 작가는 “따뜻하거나 편안하지만은 않은, 어떤 면에서는 서늘하고 괴팍할 수도 있는 작품을 흔쾌히 받아주셔서 영광”이라며 “손숙 선생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연극 ‘토카타’ 시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예술가로서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늘날을 살아간 관객들에게 의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일상이 돼버린, 여전히 남아 있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산책길에서 나온 것 같아요. 할일 없던, 혼자 먹었던 시간들 속에서 생각해 낸 이야기죠”이어 “단절 속에서 끝없이 산책하는 여자와 정지되고 움직이지 못하는 고립상황에서 자신의 기억 속을 더듬으면서 산책하는 남자, 이야기 속의 여자와 남자의 행위를 통해 팬데믹으로 점차 희박해져 가는, 어쩌면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는 ‘접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군더더기나 연극적 장치, 데코레이션, 꾸밈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들려지기를 원했어요. 작품 속 인물 자체가 외롭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몸과 마음이 극한의 바닥까지 외로움과 신선함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진실한 이야기죠.”연극 ‘토카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왼쪽)와 박명성 프로듀서(사진제공=신시컴퍼니)이태섭 무대디자이너는 “설명적인 무대는 아니다. 대본을 읽어보니 굉장히 애매한 부분이 예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며 무대 위의 풀밭을 언급했다.“무대 위 풀밭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의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라는 하이퍼리온 그림에서 리서치했습니다. (와이어스의 친구로 다리가 불편한) 여인 하나가 풀밭에 쓰러져 (언덕 위 집을 바라보며) 있죠. 이는 극 속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면 왜 풀밭이 됐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손숙은 “처음엔 너무 당황했다”며 “전부 대사인데 거의 모노드라마같다. 이걸 어떻게 외워야 하나 했는데 (갑자기 다리를 다쳐) 3개월을 꼼짝 못하고 집에 누워 있으면서 매일 하루 두 번씩 작품을 봤다”고 털어놓았다.연극 ‘토카타’ 시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눈이 좋질 않아서 딸이 녹음을 해줘서 잘 때 듣곤 했는데 그게 나를 일으켜 세우는 희망이었던 것 같아요. ‘이걸 해야지’ ‘빨리 일어나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토카타’가 저를 일으켜 세웠던 것 같아요. 사실 작품 자체가 아무 것도 없어요. 세트도 그렇고 의지할 데가 없어요. 그런데 요구는 너무 많아서 나도 모르겠어요. 그저 하루하루 달리 해보고 깨우치는 중인데 그게 너무 재밌어요.”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공호흡장치를 단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남자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수현은 “저도 아직 잘 모르겠다”며 “그냥 열심히 매일 새롭게 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잘 될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악장 사이에 등장하는 춤추는 사람의 정영두 무용가는 “굳이 뭘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아도 두 분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 쌓이는 감정들이 있다”며 “그것들을 억지로 끄집어 내지 않아도 믿음과 영감들이 매일 쌓이는 경험을 하면서 굉장히 새롭고 놀랍다”고 말을 보탰다.연극 ‘토카타’ 시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손숙은 ‘토카타’에 대해 “앞으로도 연극은 계속 하겠지만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연극’으로는 ‘토카타’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 인생을 쭉 한번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아름다웠던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울 때 행복했던 시절, 남편과의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 키우던 개까지 보내고 쓸쓸했던 때…이게 그냥 내 얘기, 내가 살아온 인생이구나 싶었어요. 예술, 연극이라는 건 끝이 있질 않잖아요. 정상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올라가도 올라가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04 18:00 허미선 기자

안도 다다오의 LG아트센터 서울,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

LG아트센터 서울(사진제공=LG아트센터)지난해 10월 13일 마곡시대 첫발을 디딘 LG아트센터 서울 및 LG디스커버리랩이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LG아트센터 서울 및 LG디스커버리랩은 강서구 마곡지구 RD단지 조성시 공공기여로 계획된 건축물로 일본 출신의 글로벌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ArchitectAssociates)와 김태집의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했다. 안도 다다오의 시그니처 요소인 ‘튜브’(Tube), ‘게이트 아크’(Gatee Arc), ‘스텝 아트리움’(Step Artium)이 도입된 LG아트센터 서울은 1355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LG 시그니처 홀’과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 ‘U+ 스테이지’, 2개의 리허설 룸, 예술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3개의 클래스룸, 1개의 스튜디오, 다양한 FB 매장 등이 들어서 있다. 민간 문화시설임에도 공공성이 높은 건축물로 도시 가로와 서울식물원 광장, 지하철역사 등 주변 자원의 유기적 연결,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무대, 음향의 가변성, 시공도 측면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안도 다다오의 시그니처 요소인 튜브, 게이트 아크, 스텝 아트리움이 도입됐다.(사진제공=LG아트센터)총 106점(공공 26, 민간 80)의 응모작 중 서류심사(7월 14일)를 통해 수상예정작 9점을 추린 후 7월 25일 현장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들을 선정했다.공공과 민간으로 나눠 선정한 최우수상은 노원구청 로비 복합문화공간 ‘노원책상’(공공 부문)과 콤포트서울(민간 부문), 우수상은 산악문화체험센터·서울공예박물관·Ecological Matrix: 생명의 그물·벙커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이상 공공 부문)과 생각공장·엑셈마곡연구소가 수상했다.서울특별시 건축상은 1979년 출범해 올해로 41회를 맞은 건축상으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건축의 공공적·예술적·기술적 가치를 구현하는 건축물에 수여한다. 시상식은 제15회 서울건축문화제(9월 1~10월 29일) 개막식에서 진행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03 17:52 허미선 기자

[B코멘트]‘미성년자 출입금지’도, ‘입구컷’도 없는 광장 클럽이 열린다! ‘세종썸머페스티벌: 그루브’

‘세종썸머페스티벌: 그루브’ 관계자들. 왼쪽부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안은미 안무가, 디제이 코난, 바가지 바이펙스서틴, 김보람 안무가,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사진=허미선 기자)“최근 10대들 사이에서 EDM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정작 그들은 클럽에 갈 수가 없어요. 30대를 넘어선 분들도 클럽엘 갈 수 없죠. 청소년들도, 30대 이상 분들도 EDM을 좋아해도 즐길 기회가 없어 아쉬웠어요. 그런 분들에게 야외 클럽은 너무 좋은 공간이죠.”광화문광장에 세워질 ‘세종썸머페스티벌: 그루브’(Sejong Summer Festival: Groove, 8월 11~9월 9일 금, 토요일 광화문광장 놀이마당) 광장클럽에 대해 상상공장 최태규 대표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도, 30대 이상의 ‘입구컷’도 없다”고 강조했다.디제이 코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세종썸머페스티벌’은 세종문화회관이 첫 선을 보이는 여름축제로 올해의 주제는 ‘그루브’다. 이에 걸맞게 디제이 코난(DJ CONAN), 디구루(DGURU), 와우(WOW), 그리드(GRID), 알티알피(RTRP), 포토그래퍼 스틸엠45(STILLM45)로 구성된 디스코 익스피리언스의 ‘나랏말ᄊᆞ미 풍악에 울려’(8월 18일)와 디제이 쿠(DJ KOO), 바가지 바이펙스써틴, 제이이비(J.E.B), 제트비(ZB)의 ‘광.놀,’(8월 19일)이 펼쳐진다. “세종문화회관이 이런 준비를 하는 건 엄청난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을 춤추게 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저희는 지금 엄청나게 설레고 있습니다.”이틀 동안의 디제이쇼를 준비 중인 상상공장의 최 대표는 이렇게 전한 후 “세종대왕님(동상)께 헤드폰을 씌워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잘될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18일 ‘나랏말ᄊᆞ미 풍악에 울려’를 진행할 디스코 익스피리언스의 디제이 코난은 “클럽 문화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댄스 본능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형태의 놀이 문화인 동시에 음지의 유흥적인 이미지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그런 클럽 문화를 세종문화회관과 멋진 아티스트들이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양성적인 형태의 이벤트로 선보인다는 게 정말 큰 의미를 지니죠. 저희 디제이들, 클럽 관계자들도 이런 자리에서 클럽 문화를 선보임으로서 그 문화가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 같아요.”‘세종썸머페스티벌: 그루브’ 기자간담회에서 디제잉 시연 중인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19일 ‘광.놀’ 무대에 설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은 “세종썸머페스티벌의 최고 차별점은 광화문 광장이라는 장소”라며 “코난이 얘기한 것처럼 DJ 문화가 많이 발달해 한국을 대표하는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서 디제이 페스티벌을 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동의를 표했다.“그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저희 디제이들도 동력을 얻어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요일의 파티는 금요일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어요. 금요일이 빠른 속도의 장르적 특성을 살린다면 토요일은 좀 더 열어두고 모두가 알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 많이 준비되고 있습니다.”‘세종썸머페스티벌: 그루브’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디제이 파티 ‘나랏말ᄊᆞ미 풍악에 울려’와 ‘광.놀,’을 비롯해 김보람 예술감독이 이끄는 엠비규어댄스컴퍼니의 신작 ‘클럽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8월 25~26일), 안은미컴퍼니의 오랜 대표 레퍼토리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8월 11, 12일) 그리고 서울시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 ‘카르멘’(9월 8, 9일)이 ‘세종썸머페스티벌’을 통해 서울시민들을 만난다. 이들 공연들은 예약을 통해 800~900명가량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당일 현장에서도 자리가 마련된다. ‘클럽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카르멘’에는 일반 시민 예술가들이 함께 한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 어르신 시민예술가 20여명, ‘클럽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에 100여명의 시민들, ‘카르멘’에 시민 합창단 및 무용단 120여명이 무대를 함께 꾸린다.‘클럽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드레스코드는 ‘패딩’으로 이열치열의 진수를 함께 맛볼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보람 감독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이 도시 전체가 클럽이 되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이번 기회로 클럽을 차리게 되면서 핫한 도시이니 패딩을 입으면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클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다 같이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오페라는 어렵지도 지루하지도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야외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모든 사람들이 아는 음악의 ‘카르멘’을 선택했고 지루하지 않도록 엑기스만 골라 70분으로 축약했습니다. 솔로 아리아와 이중창을 중심으로 꾸렸고 스토리는 대사로 연결하고 시민합창단과 플라멩코를 출 시민무용단이 함께 합니다.”‘세종썸머페스티벌: 그루브’ 관계자들. 왼쪽부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안은미 안무가, 디제이 코난, 바가지 바이펙스서틴, 김보람 안무가,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챗GPT로 ‘세종썸머페스티벌’의 주제 ‘그루브’를 찾아냈다는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지난 3년여의 코로나 팬데믹, 광화문 광장 오픈 등 세종문화회관이 맞은 두 가지 변화로 저희에게 주어진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세종썸머페스티벌’을 기획했다”고 털어놓았다.“코로나 이후 예술의 영역과 역할이 확대되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대한 작은 반응을 올 여름 광장에서 만들어보자 했죠. 독서 공간, 어린이들의 물놀이 공간 등 광화문광장의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어서 저희는 좀더 적극적으로 클럽으로 바꿔보자 했어요. 올해부터 해마다 해볼 생각입니다. 시즌 프로그램들은 밀도를 가지고 진행하고 여름 오프시즌에는 열린 공간으로서 다 함께 즐기고 예술적 경험들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01 17: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24년 동안 차근차근 ‘황금별 여사’ ‘댄버스’ 신영숙 “어디에나 있을 신영숙을 위해 5시간씩 연습해요!”

뮤지컬 배우 신영숙(사진제공=샘컴퍼니)“아름다운 큰 극장에서 혼자 콘서트를 한다는 데 설레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이에요. 친구의 권유로 티켓팅에 도전해보기도 했는데 손이 부들부들 했어요. 빛의 속도로 표가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감격스럽고 너무 행복했어요.”신영숙은 샘컴퍼니로 둥지를 옮기면서 올 초부터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획한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8월 18, 19일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를 준비 중인 마음을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털어놓았다.◇평행우주 속 다양한 신영숙 ‘친철한 영숙씨’신영숙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 포스터(사진제공=샘컴퍼니)“그 감사한 마음을 완벽한 공연으로 보답하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지치지 않고 다섯 시간씩 연습을 계속 하고 있어요.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어요. ‘맘마미아’ 공연 때문에 거제로 가는 5시간 반 동안도 지치지 않고 연습했죠. 정신이 건강하니 육체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이영애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패러디한 제목의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에 대해 그는 “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며 “저를 ‘레베카’ 등으로 보신 분들은 제가 어둡고 세고 무서운 성격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사실 저는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이 지구 뿐 아니라 다양한 평행우주 속에서 신영숙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영화에서 힌트를 좀 얻었어요. 다양한 우주 속에서 신영숙이 다양한 모습으로 노래하는 콘셉트의 콘서트죠.”그 다양한 우주 속 다양한 모습은 SNS를 통해 진행한 “영숙씨에게 바란다” 이벤트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자타공인 그의 대표곡인 ‘모차르트!’의 ‘황금별’, ‘레베카’의 ‘레베카’, ‘맘마미아’의 ‘The Winner Takes It All’을 비롯해 “남자 넘버를 불러 달라”는 팬들의 염원을 담아 ‘영웅’의 ‘장부가’, ‘프랑켄슈타인’의 ‘너의 꿈 속에서’, ‘시카고’의 ‘올댓재즈’ 그리고 헨델 오페라 ‘리날도’의 아리아 ‘울게하소서’ 등을 선사한다.“연습을 하다 보니 왜 남자 곡들을 불러달라고 하셨는지 알 것도 같아요. 일단 꽤 잘 부르고(웃음) 제 정서에 잘 맞더라고요. 테크닉을 떠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정서가 저랑 잘 맞죠. 특히 ‘장부가’는 부를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나요. 너무 슬프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섹시한 ‘시카고’의 넘버 ‘올댓재즈’를 위해 제주도에서 단식을 단행했다는 신영숙은 “제 인생을 돌아보면 24년 간 다이어트와 요요의 반복이라는 게 슬프긴 하다”며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다 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눙쳤다.뮤지컬 배우 신영숙(사진제공=샘컴퍼니)”물을 마시면서 자연을 걷다 보면 크게 배가 고프지 않아요. 13km씩 걸으면서 노래연습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새까맣게 타서는 도나 그 자체인 얼굴이 됐죠.““우울할 때 보고 싶다”던 ‘레베카’의 로버트 요한슨 연출을 비롯해 수많은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주목받았던 막심·나·댄버스 등을 신영숙 혼자 연기하는 ‘나 홀로 레베카’ 영상을 잇는 영상준비도 한창이다. “직장인 콘셉트로 유쾌한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콘서트 당일 오픈될 이 영상은 시간이 많이 드는데다 촬영도 쉽지 않아서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죠. 4년 전 콘서트에서는 ‘황금별’로 관객들과 떼창을 하면서 너무 아름다운 경험을 했어요.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곡으로 떼창을 준비하고 있어요. 꽤 어려운 곡이지만 뮤지컬 관객들이라면 다 소화하실 수 있는 그런 곡이죠.” 뮤지컬 ‘레베카’ 댄버스 역의 신영숙(사진=브릿지경제DB, EMK뮤지컬 제공)이번 콘서트에는 그가 뮤지컬 배우로 걸어온 24년간 만났던 창작진부터 배우들이 지원군으로 나선다.그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유모시절부터 ‘모차르트!’ 등을 통해 제 모든 성장과정을 지켜보셨고 제가 힘든 일이 있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면 늘 의논드리는, 제 인생의 내비게이션”이라고 표현하는 유희성 연출을 비롯해 ‘그날들’ ‘투란도트’ 등의 장소영 음악감독, “중국 상하이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세혁 작가, 서숙진 무대디자이너, 권도경 음향감독 등이 함께 한다. 더불어 최근 예능과 무대를 오가는 김호영과 ‘하데스타운’ ‘미세스 다웃파이어’ ‘식스더뮤지컬’ ‘이프덴’ 등의 박혜나, 발레리나 김주원과 드라마 ‘닥터 차정숙’, 뮤지컬 ‘레미제라블’ ‘영웅’ 등의 민우혁이 게스트로 지원사격에 나선다.“이 모두가 흔쾌히 함께 해주셨어요. 제가 아주 큰 복을 받았죠. 이분들 뿐 아니라 큰 관심을 보여주시는 팬들까지…콘서트를 하는 것은 은혜 갚을 일, 감사할 사람들이 엄청 많아지는 작업 같아요. 마음의 빚을 지는 것이고 앞으로 은혜 갚을 일만 생기는 작업이죠. 앞으로 평생을 갚아도 모자를까 걱정이에요.”신영숙은 “이번 콘서트의 목표는 관객분들이 맘껏 웃으며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시는 것”이라며 “사실 저도 기대가 된다. 가끔 행사에 초청받아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재밌었다”고 털어놓았다.“작품에서는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지만 콘서트는 신영숙으로 만나는 거니까요. ‘레베카’라는 공연에서는 댄버스로 만나지만 행사 무대에서는 다양한 곡을 부르지만 신영숙으로 만나거든요. 4년 전 콘서트를 하면서 스스로 대단히 성장했음을 경험했죠. 이번 콘서트로 또 한번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콘서트와 ‘레베카’ 연습, ‘맘마미아!’ 지방공연까지 “연습만이 살길!”뮤지컬 ‘맘마미아’ 도나로 분하고 있는 신영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뮤지컬 ‘맘마미아’는 도나도 세 번째 참여 중인데요. 나이가 들어선지 도나와 정서적으로 훨씬 밀착되면서 큰 보람을 느껴요. 그런 의미에서는 나이를 먹는 게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싶어요. 지방공연을 갈 때마다 거의 매진인데다 관객분들이 너무 행복해 하시니 하나도 힘들지가 않아요. 공연 전에는 힘든데 끝나고 나면 5분 있다가 또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얻죠. ‘미세스 다웃파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까지 즐거운 작품을 연달아 했더니 기운이 뻗쳐나는 중입니다.”그는 콘서트 연습을 비롯해 10주년을 맞아 7번째 댄버스로 무대에 오를 뮤지컬 ‘레베카’(8월 19~11월 19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습 그리고 ‘맘마미아’ 지방공연까지를 소화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의 큰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너는 잘 해낼 것’이라는 각성 상태로 있다 보니 힘들지가 않다”며 쾌활하게 웃었다.뮤지컬 배우 신영숙(사진제공=샘컴퍼니)“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스케줄들을 24년간 단 한번도 컨디션 난조 없이 해냈다는 게 진짜 감사해요. 가끔 제 성대한테 고맙다고 얘기할 때가 있어요. 아마도 제 발성 자체가 호흡을 기반으로 해서인 것 같아요.”그리곤 “발성 자체가 튼튼하다보니 시간이 가도 목이 상하기보다는 노래가 느는 것 같다”며 “물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절대 과신할 일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4년 전에도 20주년을 맞아 콘서트를 했지만 이번엔 워낙 홀 규모가 커서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사랑을 보내주시니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현재를 직면하며 미래를 기획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과거를 돌아보면 저 자신을 좀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모차르트!’에서 볼프강을 후원하는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의 넘버 ‘황금별’이 인생곡이 되면서 ‘황금별 여사’라는 애칭을 얻었고 ‘레베카’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해온 그는 24년 동안 앙상블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지금에 이르렀다.“‘황금별’이 제 인생 곡이 된 것도 제 성향이랑 잘 맞아서였던 것 같아요. 저는 무대를 놀이터처럼 생각하지 않아요. 굉장히 많이 떠는 편이죠. 특히 첫 공연은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여도 굉장히 떨려요.”이어 그는 “작품을 보러 오시기도 하지만 신영숙의 공연을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라며 “책임감이 그만큼 커지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게 된다”고 덧붙였다.“연습만이 살 길이에요. ‘비틀주스’의 델리아나 ‘팬텀’의 칼롯타 등 초연에 참여한 작품과 캐릭터들은 막내작가처럼 엄청난 아이디어를 내고 거절당하고를 반복하면서 만들었어요. 특히 제가 너무 사랑하는 코믹한 캐릭터 오디션을 보거나 극을 만들어가면서는 재밌는 후배들에게 밥을 먹이고 술을 사주면서 아이디어와 조언을 구해요. 그리곤 다음날 굉장히 반복해서 연습을 하죠. 그런 저를 경험한 후배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줄 몰랐다’고 할 정도로요.”◇좌절과 아픔도 연기의 재료 “무대 위에서 슬럼프는 없어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볼프강을 후원하는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의 넘버 ‘황금별’을 부르고 있는 신영숙(사진=브릿지경제DB, EMK뮤지컬 제공)“오디션에서는 절대 떨지 않아요. 완벽하게 준비하기 때문이죠. 오디션을 거의 무대에 서는 것처럼 준비하고 가요. 마음에 차지 않아서 새벽 3시까지 준비한 적도 있죠. 열심히 준비하면 그 결과가 안좋더라도 크게 좌절이 오지 않아요. 하지만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 ‘일단 가서 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하면 절대 붙을 수도 없는데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큰 좌절로 이어지거든요.”인지도 부족, 평범한 외모 등 다양한 이유로 오디션에서 1등을 하고도 캐스팅이 되지 못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겪었다. 그는 “지금은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크게 데미지를 안받는데 초반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배우 신영숙(사진제공=샘컴퍼니)“절망감에 만날 울면서 집에 가곤 했어요. 인지도도 없고 평범하고 엄청난 미모나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고…겉으로는 항상 유쾌했지만 속으로는 여러 아픈 경험들이 많았죠. 그런 것들을 이겨내면서 그래도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 신기하면서도 감사한 일이죠.”오디션 탈락에 좌절하기 보다는 “이 경험과 감정을 언제 만날지 모를 작품, 캐릭터의 연기 재료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완벽한 준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뮤지컬을 한 내가 참 고맙기도 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무대에서는 딱히 슬럼프가 없어요. 힘든 일이 있으면 잊으려고 노력하고 무대에서 쓸 재료로 체인지하죠. 머릿속에 너무 많은 작품들을 넣어야 하다 보니 아프고 힘든 일까지 담기에는 뇌 용량이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요즘 공연을 할 때도 옛날에 아팠던 기억들을 끄집어내 확대시켜 녹여내곤 해요.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일수록 연기가 깊어지는 게 그래서인 것 같기도 해요. 그게 제 장점이고 건강하게 계속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그는 후배 배우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주는 선배이기도 하다. 신영숙은 스스로를 “앙상블부터 겪어왔던 사람으로 지금도 주연이기도 하지만 조연을 더 많이 하는,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 자평하며 “그래선지 후배들이 많은 상담을 해온다”고 밝혔다.“고민상담을 해오는 후배들과 그 경험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죠. 한창 공연 중인 ‘모차르트!’(8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을 연기하는 배우들(최지이·윤지인) 역시 저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들이에요. 부담이 클 거예요. 그 부담감을 이기고 넘어서 (넘버 ‘황금별’ 가사처럼) ‘날아올라’라고, 잘 할 수 있다고 말해줬죠. 잘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고 너무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24년차 뮤지컬배우 신영숙 “뮤지컬이 곧 나”span style="font-weight: normal;"신영숙은 뮤지컬 '명성황후' 손탁 및 앙상블로 데뷔해 2015년 명성황후 역에 발탁되며 꿈을 이뤘다.(사진=브릿지경제DB, 에이콤 제공)“24년을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꿈꾸던 배역들을 다 하게 됐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신인 때 객석에서 ‘맘마미아’를 보면서 (도나·타냐·로지) 세 친구 중 한 역할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꿈꿨고 ‘내가 도나를 연기한다면 성공’이라고 했었는데 세 시즌째 도나를 하고 있잖아요.”1999년 손탁을 연기한, 그의 데뷔작품인 뮤지컬 ‘명성황후’ 역시 그 중 하나다. 신영숙은 “이 작품 앙상블로 뮤지컬에 데뷔해 손탁이라는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연기를 했다”며 “10번 이상 옷을 갈아입었고 배역도 진짜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내시 역할을 하다가 옷을 갈아입고 돌을 던지다가 손탁을 했다가 서커스를 하는 것처럼 사다리를 타고 외국 사신이 되기도 했어요. 그때 회식을 하면서 ‘나중에 꼭 명성황후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2015년에) 했죠. 갑자기 다이어트를 하느라 힘들었지만 ‘엘리자벳’도 했고…꿈꾸던 건 거의 다 한 것 같아요. 이제는 그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주어지는 역할에 충실해야죠. 제 참여로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어떤 배역이든 그 작품 속에서 같이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뮤지컬 배우 신영숙(사진제공=샘컴퍼니)한때 TV,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 확장을 가늠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하고 있고 앞으로 해야 하고 새로 준비하고 있는 라이선스 신작 등 내년까지 뮤지컬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한눈 팔 겨를이 없을 지경이다.“게다가 제가 뮤지컬을 너무 많이 사랑해요. 지금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제가 노래하는 게 너무 행복해요. 제주도에서 5일 동안 단식을 할 때도 노래를 하니까 배도 안 고프고 오히려 힘이 솟더라고요. 노래가 저의 양식이구나 싶었어요. 매체에는 늘 마음을 열어놓고 있지만 일정이 너무 빠듯하니 목소리도 체력도 아직 건강할 때 뮤지컬을 좀더 해보고 싶어요.”이어 신영숙은 현재 연습 중인 ‘레베카’ 10주년 공연에 대해 “그 긴 세월 동안 7번을 올렸고 저는 단 한번도 빠짐없이 댄버스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며 “저의 댄버스를 기다려 주신 분들이 정말로 많았다는 데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내공과 깊이, 책임감 등 제 안의 모든 걸 녹여내 10주년다운 댄버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더불어 “가끔 제 삶을 돌아보며 뮤지컬을 빼면 뭐가 남는지 스스로에게 얘기할 때가 있다”며 “내 인생에 뮤지컬 말고는 아무 것도 없구나…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을 보탰다.“의도한 것도, 일부러 그랬던 것도 아닌데 그냥 뮤지컬을 우선시하면서 살아졌어요. 지금의 삶은 그래요. 내 인생 전부가 뮤지컬이구나. 저는 앞으로도 여전히 삶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그런 것 같아요. 신영숙=뮤지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3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믿지 못하는 것들을 믿게 하는 힘, 소통! 연극 ‘2시 22분’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김태훈 연출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제니와 로렌의) 의상 색에도 연출 의도가 들어 있습니다. 의상 뿐 아니라 노래 등도 그렇죠. 이 작품이 얘기하는 것들 중 제일 큰 메시지는 아마 소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믿는 것들은 누구나 믿을 수 있지만 아무나 믿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것, 사람과 사람의 관계 등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의 소통에 대한 질문들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첫 공연날 무대에서 무언가 형체를 봤다”는 김태훈 연출의 말처럼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이하 2시 22분, 9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새집으로 이사와 인테리어 중인 제니(아이비·박지연), 샘(최영준·김지철) 부부와 그 집을 방문한 로렌(방진의·임강희), 벤(차용학·양승리) 커플이 새벽 2시 22분이면 나타난다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2021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막을 내린 유명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en) 대신 무대에 올라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2시 22분’은 ‘언캐니’ ‘마녀농장’ ‘배터시 플러가이스트’ 등의 작가이자 기자인 대니 로빈스(Danny Robins)가 대본을 집필한 작품이다.이번 작품에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태훈 연출은 “대본을 읽자마자 (마술이)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며 “저희 극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구현이었기 때문에 이은결씨의 도움이 꼭 필요해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제니는 2시 22분이면 베이비모니터로 들리는 정체불명의 발자국, 흐느낌 등의 소리에 대한 공포를 하소연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절 믿지 않는 샘은 그저 무시할 뿐이다. 그런 샘의 태도와 정체모를 존재에 대한 공포로 한껏 예민해진 제니는 집들이에 초대된 로렌과 벤에게 새벽 2시 22분까지 모두 깨어 그 존재를 확인하자는 제안을 한다.‘2시 22분’ 제니 역으로 첫 연극에 도전하는 아이비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에 대한 경험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가면서 풀어가야 하는 캐릭터”라며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극의 마지막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할많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반전을 선사한다. 새벽 2시 22분까지 가는 동안 펼쳐지는 과거, 현재 이야기는 아기, 여우 등 각종 소리와 조명 그리고 아마존 알렉사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와 그가 반응하지 않는 순간, 갑자기 위치가 바뀌어 버린 소품 등으로 묘한 공포심을 들게 한다.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제니 역의 박지연은 “쓸데없는 말이 없다”며 “2장부터 시시콜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그것들이 3, 4, 5장으로 넘어가는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유령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쌓여가는 대사들이 저한테는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소재적으로도 흥미롭지만 그 끝으로 가는 과정들이 켜켜이 잘 쌓이는 작품이죠. 처음에는 시각적, 청각적인 데 매력을 느끼시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무드적인 매력도 커요.”이 작품의 매력에 대해 아이비는 “숨은그림찾기처럼 각 캐릭터의 대사 속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연극을 보고 난 후 또 다른 연극이 펼쳐친다”고 밝혔다.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김태훈 연출은 “대본 자체가 스피디하고 짜임새가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했다”며 “장르적 특성상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다 보니 연극인데 연극처럼 만드는 걸 배제했다”고 털어놓았다.“정박자로 떨어지는 모든 것들을 덜어내면서 예측하지 못하는 호흡들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더 일상으로 관객에게 읽혀지기를 바랐죠. 관객들이 관객의 시선이 아니라 이 집안에서 같이 살고 있는 영혼으로 우리들을 봐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샘 역의 최영준은 “우리가 보고 듣고 읽고 하는 것도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보는 건 좋아야 하고 듣기에는 편해야하고 읽기에는 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그 모든 것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전했다.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배우로서는 생각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들로 채우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관객분들이 무대에서 흘러가는 이 시간을 경험하시는 건 재미있어서거든요. 이 작품의 첫 번째 매력은 ‘중간에 무슨 짓을 해도 끝은 너무 재밌다’라고 생각해요.”이어 “말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라 걱정이 좀 됐다”며 “몰입이 될까 걱정도 했는데 신시컴퍼니 대표님께서 처음 이 작품에 대해 얘기하실 때 영국에서 공연을 보면서 ‘고급스럽다’고 느꼈다고 하셨다”고 부연했다.“저도 그랬습니다. 서로 뭔가 마음에 안들어하면서 티격태격하지만 그 방법 자체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재밌고 밉지 않은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주제가 어떻건 메시지가 무엇이건 보기 좋아요. 듣기엔 편해요. 읽기에도 쉽습니다. 재미있다는 건 100%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30 11:23 허미선 기자

[컬처스케이프]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섹동클’ 최민철·최수형·문종원·양준모·조순창·김대종 “참 좋을 때!”

섹시동안클럽(사진=이철준 기자)“저도 중2 때까지는 귀여웠어요. 저 어렸을 때 사진을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중3 때부터 이 얼굴이죠.”‘섹시동안클럽’(이하 섹동클, 최민철·최수형·문종원·양준모·조순창·김대종·하도권)의 리더이자 두 번째 콘서트 ‘섹동클 콘서트: 납량특집’(8월 18~19일 마포아트센터)의 예술감독 최민철은 “꽤 열심히 항변 중”이었다. 그런 최민철을 비롯한 최수형·문종원·양준모·조순창·김대종은 “어려서부터 지금과 같은 ‘동(同)안’으로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저랑 (최)민철이 형이랑 2007년 일본에 ‘맨 오브 라만차’ 공연을 갔을 때 일인데 비오는 새벽이었어요. 라면을 먹고 싶어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다가 젊은 두분한테 길을 물었는데 뛰어서 도망가시더라고요.”문종원의 말에 “원래 흰머리가 많다”는 조순창의 “저와는 달리 동(童)안인 아내와 밥을 먹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흰머리까지 있는 사람이 젊은 여자랑 이러면 안돼’ 이러시면서 제 등짝 치셨다”고 이어지더니 기다렸다는 듯 수도 없는 에피소드들이 쏟아진다.최민철의 “중고등학교 때 학생용 승차권을 내면 되게 혼났고 혜화동을 오갈 때면 만날 불심검문을 당하다 보니 경찰들과 친해질 정도”인 일화들은 ‘섹동클’ 멤버라면 늘 겪는 일이기도 하다.섹동클 리더이자 예술감독인 ‘바지사장’ 최민철(사진제공=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 SMP)“죽기 바로 직전에도 이 모습일 것 같아요.”이상하게(?) 신난 멤버들의 에피소드 방출에 양준모가 ‘선도부장’답게 “이런 얘기들을 하다 보면 3박 4일 밤을 새도 모자라니 이제 콘서트 얘기를 하자”며 정리에 나선다.◇우리는 ‘섹동클’ 나이듦의 미학, 시간의 낭만“저도 좀 세다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섹동클’에 들어오니 ‘순수’를 맡게 되더라고요.”최수형의 말에 최민철은 “(최)수형이가 초반에는 ‘섹동클’임을 거부하는 면이 없잖아 있더니 이제는 자기 가족보다 더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고 거들었다.“저희 7계명 중에 ‘우리끼리 외모를 경쟁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가 있어요. 사실 실제로는 서로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질책을 되게 많이 해요. 제 SNS 사진에 달린 ‘멋있다’ ‘느낌 좋다’ 이런 댓글들 한 구석에 ‘못생겼다’ 이렇게 써있어요. 하도권이에요. 그럼 저도 기다렸다가 (하)도권이가 뭔가를 올리면 막 질책하죠. ‘내 밑에 3명은 있다’ 이러면서 외모 등수를 매기고…서로가 하도 그런 걸 좋아해서 7계명에 넣었어요.”‘섹동클’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조순창은 “진지함 속의 큰 재미”라며 “저희는 정말 진지하게 하고 있다. 절대 ‘웃겨야지’라는 생각으로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저희들은 더 없이 진지하거든요. 그런데 재밌어서 좋게 봐주시지 않나 싶어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저희는 앞으로 더 진지하고 멋있게 할 거예요.”문종원은 “어떤 공감 같다”며 “누구나 시간을 거쳐 갈 것이고 젊음의 멋도 있지만 시간을 겪어내면서 생기는 ‘낭만’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섹동클 ‘만년과장’ 최수형(왼쪽)과 ‘재무이사’ 문종원(사진제공=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 SMP)“시간, 세월이 가진 낭만이 있잖아요. 그 낭만이라는 건 젊었을 때는 누리기 힘들거든요. 청춘이랑은 다른, 나이 들어가는 데서 오는 낭만이 없진 않은 것 같아요. ‘섹동클’은 그런 낭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문종원의 말에 최민철은 “10년, 20년을 가까이 지내면서 만들어진 저희만의 세계관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 같다”며 “그런 저희들의 세계관과 추억들이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재밌어 하시고 공감하면서 호기심을 가지시게 된 게 아닐까 싶다”고 부연했다.“또 하나는 이렇게 센 남자들 7명이 모인 그룹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 않겠어요. 그런 저희에게 가져주시는 기대심리를 충족시켜드리는 것은 물론 저희가 나이 먹어가면서 깊게 배어나오는 것들을 이번 콘서트에서 유감없이 보여드리고 싶어요.”이어 “7, 80대에도 멋있게 나이 들고 싶다”며 “그 나이라고 해서 인생이 재미 없어지거나 멋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문종원은 “우리 각자가 되게 세월을 잘 흘려보내고 있다”며 “그 누구보다 삶의 철학들이 좋아서 앞으로가 훨씬 더 기대된다”고 동의를 표했다. 조순창은 “며칠 전에 (김)대종이가 연습실에서 ‘우리 참 잘 나이 들고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섹동클 ‘선도부장’ 양준모(왼쪽)와 ‘오락부장’ 조순창(사진제공=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 SMP)“환경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많이 넓어졌달까요.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의미가 보이고 생각도 더 많아지고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분명 달라졌죠.”최민철은 “인생의 깊이 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어려서는 그냥 쉽게 했던 연기들이나 노래, 대사들이 지금은 굉장히 다른 의미로 다가오면서 깊어진다”고 말을 보탰다.“10년 전의 나는 왜 그렇게 쉽게 했을까, 왜 그렇게 힘을 줘서 했을까, 좀 더 쉽게 풀어낼 수 있었을텐데…후회하기도 해요. 그래서 10년 후가 기대가 돼요. 우리가 50대가 됐을 때는 또 얼마나 깊어질까 그런 기대요.”이어 최민철은 “나이가 든다는 기준이 굉장히 모호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저희는 인생의 딱 절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생을 정리해야 할 나이도, 다시 출발해야 할 나이도 아닌 때”라고 표현했다. 이에 동의를 표한 문종원은 “참 좋은 때”라고 정의했다.‘섹동클 콘서트: 납량특집’ 포스터(사진제공=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 SMP)“저희 정도가 ‘참 좋을 때’라는 단어에 맞는 것 같아요.”◇‘섹동클’을 1순위에 두고 열심히! “제가 지방에 살다 보니 연습 때면 굉장히 일찍 오는 편인데도 항상 (최)민철이 형이 먼저 와 있어요. 악보를 프린트해 음을 찍고 있다가 저를 보면 ‘네 음은 이거야’ ‘이렇게 해야 돼. 따라해 봐’ 이래요. 23년차인 형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믿음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죠.”조순창의 증언(?)에 최민철은 “진행은 해야 하는데 예술감독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으니, 게다가 성격 자체가 굉장히 철저하게 준비해야하고 빨리빨리 진행시켜야해서 그렇다”고 답했다.“연습실에 빨리 오고 늦게 가는 건 그냥 제 성격이에요. 제가 오고 싶은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가는 거예요. 성격들이 다 다른데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저인 거죠. ‘섹동클’ 활동 대부분이 누군가 얘기를 툭 던진 게 실현되곤 하는데 대부분이 조순창이에요.”이번 ‘섹동클 콘서트: 납량특집’의 출발점 역시 조순창이 툭 던진 말 한마디였다. 5년 전의 추억을 곱씹는 차원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멤버들의 염원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하고 싶은 것들은 무궁무진해요. 저희들끼리 얘기하다가 웃어 넘긴 것 중에서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한 100가지는 되는 것 같거든요.”문종원의 말에 최민철은 “두려움 마음도 있었고 책임감도 크지만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요즘은 활동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뮤지컬 뿐 아니라 방송, 드라마, 예능 등 너무 바쁘다. 다들 스케줄이 있다 보니 시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밤늦게야 모이곤 한다”고 밝혔다.섹동클 ‘홍보부장’ 김대종(왼쪽)과 ‘인턴사원’ 하도권(사진제공=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 SMP)“다른 작품 연습을 ‘텐투텐’(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으로 하고 여길 또 오는 경우들이 많아요. 밤부터 새벽까지 연습을 하죠. 저희가 한 연습량을 따지면 공연을 20회 이상은 해야할 정도예요.”모두가 “섹동클 콘서트를 일순위로 두고 연습 중”이라고 입을 모은 멤버들은 ‘레드북’ 성남 공연으로 미리 자리를 뜨는 김대종에 한 마디씩 걱정 어린 말들을 전한다.“지하철 타고 가” “비 많이 오니까 조심해서 다니고” “오늘 ‘레드북’ 성남 공연하고 ‘벤허’ 연습하러 마곡 LG아트센터로 가야해요” “게다가 ‘벤허’ 빌라도는 원캐스트라 공연 시작하면 또 힘들 거예요. 성남에서 마곡이면 50km는 된텐데….”◇세상에 이런 그룹이 또 있을까요?섹시동안클럽. 왼쪽부커 조순창, 양준모, 최수형, 최민철, 문종원, 김대종(사진=이철준 기자)“없어요. 이만한 얼굴들이 없어요. 성악이고 뮤지컬이고 오페라를 다 합쳐도.”하도권처럼 새로 영입하고 싶은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딱 잘라 “없다”고 답하는 최민철에 조순창은 “제가 감히 리더님의 생각을 예상해보자면 만약 우리를 음악적으로 더 탄탄하게 해줄 수 있는 독보적인 누군가가 튀어나왔다면 군침을 흘리실 수도 있는데 지금은 아마 없으실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런 배우들은 많지만 음악적으로 완벽한 7인 완전체인 현재 ‘섹동클’에 영입을 고려할 만큼 군침이 도는 인물이 없다는 의미일 터다.“아마 그런 멤버가 튀어나오면 저희 7명이 동시에 똑같이 얘기할 거예요. 그 이름을. 저희가 다 그렇게 만났거든요.”5년만에 열리는 콘서트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오른 데 대한 부담감에 대해 문종원은 “다들 매일 매일 섹동클 콘서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더 발전할 것 같고 우리 상상보다 더 좋은 모습을 분명히, 무대에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저희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잘할 것 같아요. 정말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거든요.”이에 최민철은 “저희 공연은 늘 폭발적이었기 때문에 저희도 너무 기대가 많이 된다”고, 최수형도 “늘 기대 이상”이라고 동의를 표했다.“사실 많은 분들이 귀호강을 하고 싶어서 저희 콘서트에 오세요. 예술감독님 밑에서 다 같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오시는 분들은 정말 시원한 여름 같은 저희 목소리와 노래들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이에 조순창은 “계속 예술적으로 웃겨드리면서 건강하게,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펼쳐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명랑한 농담처럼, 그러나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외침이 이어진다.“서울을 박살 내고 동남아 들렸다가 유럽으로 가서 일 디보를 잡읍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28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한결같이 섹시한 얼굴의 ‘섹동클’ 최민철·최수형·문종원·양준모·조순창·김대종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좋아하시나요?”

“저희 이름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섹시해야하고요. ‘동’은 아이 동(童)이 아니라 같을 동(同)이거든요. 혹자는 ‘노안’이라고도 하는데 저희는 남들보다 세월을 빨리 탔을 수도 있지만 긴 세월 동안 변화가 없기도 하거든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같은 얼굴이어야 입단자격이 있습니다.”‘섹시동안클럽’(이하 섹동클, 최민철·최수형·문종원·양준모·조순창·김대종·하도권)의 입단자격을 전하는 ‘홍보부장’ 김대종은 사뭇 진지했다. ‘섹동클’의 맏형이자 리더인 ‘바지사장’ 최민철이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는 어려 보인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서 ‘영안’으로 바꿔야 하지 않나 싶다”고 눙치자 “엄연히 막내라인”이라는 김대종을 비롯한 ‘선도부장’ 양준모, ‘오락부장’ 조순창이 “배역도 어려지고 있다”고 말을 보탠다.“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 통하는 느낌이 있어야 해요. ‘와 쟤 정말 세다’ ‘우리 과다’ ‘쟤야 말로 남자답다’…실제로도 그렇지만 무대에서도 서로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봤을 때 스스로도 반할 정도로 굉장히 강렬하고 섹시하고 남자로서 멋있는, 그런 느낌은 사실은 다들 있어요.”최민철이 전하는 “서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저희의 자격 요건” 중에는 “인생 얘기를 들어보면 거의 비슷하게,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는 공통점도 있다.“누구한테 괴롭힘을 당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면에서는 저희가 공통적으로 좀 편한 게 있죠. 길 가다 시비도 잘 안 붙고 주차를 잘못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굉장히 평화롭고 원만하게 해결되거든요.”◇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좋아하는, 서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섹시하고 동안인 일곱 남자들새로 영입한 섹동클의 ‘인턴사원’ 하도권(사진제공=앤드마크)그 시작은 2010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분장실이었다. 몬데고와 빌포트로 출연 중이던 최민철과 조순창이 “살면서 오해 받았던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던 중” 급조된 것이 ‘섹동클’의 원조다.“얘기를 하다 보니 창문 살짝 내리고 쳐다봤는데 도망을 가거나 누군가에게 ‘그냥 뒤에 가만히 무표정으로 서 있기만 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어요. 저도 그랬고 (최민철) 형도 그랬죠. 형이랑 ‘우리는 옛날에도 이 얼굴이었고 지금도 이 얼굴이야’라고 얘기하다가 ‘그런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하면서 시작됐어요. SNS에 우리랑 같은 동안 멤버를 찾는다고 공지를 올렸는데 (김)대종이가 제일 먼저 왔죠.”“그런 식으로 발전한 섹동클”이라고 표현한 조순창은 “(같은 얼굴의) ‘동안클럽’에 ‘섹시’는 왜 붙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며 “리더 형이 얘기했던 것처럼 각자 저마다의 카리스마가 있다”고 부연했다.그렇게 출범한 섹동클은 2012년 배우 이석준이 진행하는 ‘뮤지컬 이야기쇼’로 본격 출범을 알린 후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폐막 갈라쇼, ‘스타라이트뮤지컬페스티벌’을 비롯해 2018년 첫 단독콘서트에 이어 ‘섹동클 콘서트: 납량특집’(8월 18~19일 마포아트센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무려 5년만의 귀환을 알리면서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로 주목받은 하도권을 ‘인턴사원’으로 새로 영입했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그는 최민철과 ‘엘리자벳’, 문종원과 ‘레미제라블’, 양준모와 ‘오페라의 유령’, 조순창과 ‘햄릿’ 등을 함께 했던, ‘섹동클’ 멤버들과 친분이 두터운 배우다.하도권의 영입에 대해 최민철이 “좀 험상궂게 생기고”라고 말문을 열자 조순창이 “되게 착해야 해요”라더니 양준모가 “(하)도권이 형이 되게 착하거든요. 순수하고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좋아해요”라고, 문종원이 “도권이 형을 보면 항상 우리도 섹동클 원년멤버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지금은 원래 있어야 했던 사람처럼, 되게 원년멤버 같은 느낌으로 잘 녹아 들고 있다”고 말을 보탠다.섹동클의 리더이자 예술감독인 ‘바지사장’ 최민철(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정말 까면 깔수록 반전매력이 넘치는 친구예요. 덩치는 큰데 목소리는 또 너무 좋고…오랫 동안 무대를 떠나 있다 보니 노래하고 음악하는 게 그립다는 얘기를 저희에게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저희 활동을 좀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죠. 더구나 도권이는 굉장히 특색있는 베이스 바리톤이에요. 저음역대 소리를 잘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도권이는 아주 잘 내요. 게다가 저희 중에는 없는, 랩도 정말 잘하죠. 그러다 보니 음악적으로도 저희 팀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그들에게는 ‘섹동클 7계명’이 존재할 정도로 그 정체성이 명확하다. “초심을 잃을까(?) 읽고 또 읽는다는” 7계명 중에는 “우린 외강내유형 인간들이다. 화난 것처럼 보이지만 웃고 있는 것일 수 있고 감성이 풍부하며 딸기맛 요거트 스무디를 즐겨 마신다”도 있다. 실제로 인터뷰 자리에서 주문한 음료 중 절반 이상이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대체한 딸기 라테였을 정도로 그들은 ‘진심’이며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모이기조차 힘들었던 섹동클, 5년만의 귀환 span style="font-weight: normal;"섹동클 ‘선도부장’이자 음악감독 양준모(사진제공=레미제라블 코리아)“사실은 5년 만의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되게 걱정을 많이 했어요. 5년 전에는 (2017년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일본에서 공연 중이라 부재했던) 양준모를 (스크린에 소환해) 불태웠던 이슈가 워낙 세서 그 힘으로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후로 5년이 지난 이 시점에 우리한테 관심이나 가질까 싶었거든요.”이번 콘서트의 예술감독이기도 한 최민철을 비롯한 멤버들의 우려와는 달리 완전체로 5년만에 돌아온 ‘섹동클 콘서트: 납량특집’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하며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저희도 굉장히 놀랐고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어요. 티켓 오픈 직후부터 멤버들 마음가짐이 더 비장해졌죠.”김대종의 전언처럼 “다들 활동 환경들이 달라져서, 어떻게 보면 더 나빠져 모이기 힘든 상태다.” 최민철, 양준모, 최수형, 김대종은 무대는 물론 드라마 촬영을 동시에 진행 중이고 ‘펜트하우스’ 이후 그야말로 핫해진 하도권은 그 행보가 분주하기만 하다. 치즈케이크를 구우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문종원은 제주도에 터를 잡은 후 간간이 드라마 촬영 중이고 조순창은 전북 순창에서 커피 사업과 무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각자 삶의 변화가 크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콘서트나 모임 등은 전혀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오래 이어졌잖아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오히려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더 생겨서 그런지 모이는 데 적극적이에요. 모이면 이전보다 훨씬 더 즐거워하죠.”김대종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제주살이 문종원도, 순창 사업가 조순창도 한달 전부터 짐을 챙겨 상경해 ‘섹동클 콘서트’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최민철 전언에 따르면 세트리스는 이미 정해졌다. 하지만 ‘스위니토드’ ‘드라큘라’ ‘레드북’ ‘시라노’ ‘데스노트’ ‘칸쵸네’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벤허’ ‘지킬앤하이드’ ‘더 라스트 키스’ ‘스프링 어웨이크닝’ ‘쓰릴미’ ‘록키호러쇼’ ‘더 데빌’ ‘레베카’ 등 작품 명만 알렸을 뿐 곡명은 공연 당일 공개한다.섹동클 ‘오락부장’ 조순창(사진제공=클로벌콘텐츠)“이번에 ‘납량특집’으로 기획하고 있는데 예전부터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 콘셉트예요. 호러, 공포, 스릴러 등의 작품들이 뮤지컬에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작품들이 우리랑 굉장히 잘 어울리니 넘버들을 한번 모아보자 했죠. 그렇게 모아보니 굉장히 재밌는 구성이 되더라고요. 천둥, 번개, 레이저, 빨간 천 등 무대효과도 제대로 써서 일반적인 뮤지컬 콘서트가 아닌 우리만의 특별한 구성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 중이죠.”이어 “저희의 정체성을 드러낸 (‘영웅’의 넘버) ‘단지동맹’은 언제 들어도 좋다. 그 외에 제가 밀었던 곡은 ‘스위니토드’와 ‘드라큘라’다. 우리와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았다”는 최민철에 조순창은 “전 형을 밀었다”며 껄껄 거린다. “늘 저희가 타이틀처럼 해왔던 ‘레미제라블’을 정말 좋아한다”는 문종원에 최민철은 “이 곡은 하도권 배우의 합류로 또 달라진다”고 귀띔했다.‘레미제라블’은 문종원, 하도권 사이에 사연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민철은 “준모랑 종원이랑 도권이랑 같은 시즌에 ‘레미제라블’을 했다. 준모는 장발장이었고 종원이가 자베르였고 도권이가 다른 역할을 하면서 자베르 커버였다”고 설명했다.섹동클의 ‘재무이사’ 문종원(사진제공=트리필름 Robin Kim)“지방공연까지 10개월 정도를 종원이가 원캐스트로 자베르를 했어요. 300회 이상을 원캐스트로 하는 건 정말 말도 안되게 힘들거든요. 그래서 커버였던 도권이는 자기한테 무조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300회를 종원이가 혼자 다 해버린 거죠. 마지막에 종원이가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도권이가 일주일 겨우 자베르로 무대에 섰어요. 이번 콘서트에서 종원이, 도권이 둘이 이중창을 해요. ‘레미제라블’은 도권이의 한풀이 무대가 될 겁니다.”선곡 등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보통 곡 하나가 마음에 들면 한 버전만 듣는데 다양한 버전을 다 찾아서 듣고 소장하는, 정말 음악을 많이 듣고 도서관처럼 재료가 많은데다 아이디어도 풍부한” 음악감독 양준모의 몫이다.“한국에서 공연되지는 않았지만 프랭크 와일드혼 작품 중 ‘시빌워’(The Civil War)라는 작품이 있어요. 그 OST 중 브로드웨이 남자 배우들의 합창곡인 ‘바이 더 스워드’(By The Sword)라는 곡을 (최)민철이 형이 한국어로 개사해 저희가 부릅니다. 거의 제작을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죠.”최민철이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할 만큼 헛소리도 적지 않은” 멤버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정리해 조율하고 양준모가 냉철하게 질책과 저주(?)를 섞어 가며 엄선한 아이디어와 곡들로 꾸리는 ‘섹동클 콘서트’는 섹동클 멤버 6명이 한꺼번에 외치는 ‘민철주의 준모정신’으로 무장했다.조순창은 “섹동클을 가장 잘 아는 두 사람”이라며 “각자 색이 다르고 좋아하는 장르나 표현이 다른 멤버들의 중·장점들을 가장 잘 살려주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민철이 “팀 내 ‘순수’를 맡고 있다”는 ‘만년과장’ 최수형은 “처음에는 ‘나는 섹동클은 좀 아니지 않나’ 했는데 지금 보면 맞는 것 같다”며 “현역으로 발로 뛰는 행동대장처럼 시키는 대로 다 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더불어 뮤지컬 스타 김소현·조정은·박강현(8월 18일)과 전동석·이충주(8월 19일)가 스페셜 게스트로 그들의 귀환을 함께 한다.섹동클 ‘홍보부장’ 김대종(사진제공=뉴프로덕션)“게스트 선정기준의 최우선은 저희랑 굉장히 친하다는 거예요. 남녀 게스트 선정기준은 굉장히 달랐는데요. 여자 게스트는 저희 모두가 뮤즈, 공주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죠. 남자 게스트들은 우리와는 정 반대되는 친구들이에요. 하얗고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아서 보호가 필요한 친구들이요. 우리와는 정말 다른 세계 사람들을 불러놓고 한번 겨뤄보자 했습니다.”이렇게 전한 최민철은 “완전 다른 친구들을 세워놔야 우리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전)동석이, (박)강현이, (이)충주 다들 굉장히 흔쾌히 게스트 출연을 결정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저희가 아주 예뻐하는 동생들이에요. 충주는 어려서부터 제가 밥도 먹이고 술도 많이 사줬어요. 이번 게스트로 한 20년은 더 밥을 사야할 것 같고 강현이는 이번에 굉장히 무서운 아버지를 여러 명 만날 거예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섹동클 ‘만년과장’ 최수형(사진제공=극단 죽도록달린다)◇이제는 가족 ‘불멸의 형제들’“각자 활동하다가도 다시 뭉칠 수 있는 건 서로이기 때문이에요. 저희 곡 중에 ‘불멸의 형제들’이라는 노래가 있거든요. 저희는 서로를 항상 ‘불멸의 형제들’이라고 생각해요. (5년의 ‘섹동클’ 공백기 동안) 다른 작품을 하다가도 문득 문득 섹동클을 생각하곤 했죠. 이번에 콘서트를 하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최민철의 말에 문종원은 “제가 (뮤지컬 ‘드라큘라’ 이후) 4년여 정도 공연을 못하다 보니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게 쉽질 않다.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며 “그래도 섹동클은 선뜻 ‘여기서는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털어놓았다.“제가 의지하는 사람들이 여기 다 있거든요. 여기서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참여하는 중이죠. 그만큼 중요한 게 서로의 실력에 대한 존중이에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의 모임에서 보일 수 있는 시너지,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큰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양준모는 “정을 나누고 친해지는 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섹동클은 ‘동료’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며 “동료라는 단어는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유대감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인데 저희가 그렇게 모였는데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다”고 말을 보탰다.“10년여를 함께 하다 보니 이제 섹동클은 가족처럼 된 것 같아요. 가족들이 그렇잖아요. 각자 자기 일 하다가도 가족 일로 모이면 무조건적으로 최선을 다하죠.”조순창 역시 “정말 편안하게 할 수 있다. 눈치를 보거나 환경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안락하다”며 “어느 곳에서든 ‘우리가 모인다’라고 하면 언제든 튀어올 수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섹시동안클럽 멤버들. 왼쪽부터 문종원, 김대종, 최수형, 최민철, 조순창, 양준모(사진=이철준 기자)최민철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해보지 않은 일들을 많이 한다”며 “악보를 복사해서 애들한테 나눠줘야 하고 (맞는 게 없는) 순창이 셔츠를 구하러 다녀야 하고 다려서 가져다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뭔가 가족들이 모여 일을 해서 완성되면 굉장히 뿌듯한 것처럼 좋아요. 가족 일이기 때문에 그래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콘서트 준비를 하면서도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제작도, 홍보도 배우고 있고 우리끼리 구성하고 기획하면서 음악적인 편곡도 해보고 접하지 못했던 생소한 장르의 음악도 공부하고…배우생활을 20년 넘게 했지만 여전히 도전하게 되는 계기가 ‘섹동클’이죠.”꼭 그들 수만큼 동시에 들이미는 냅킨과 물티슈 그리고 걱정 어린 다정한 말들. 의도치 않게 그들 앞에서 커피를 엎질렀을 때 벌어지는 현상(?)은 ‘섹동클’ 정체성 그 자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28 18:00 허미선 기자

폭염과 장마를 피하는 실내 데이트 연극… 대학로 화제작 3선

폭염과 장마를 피하면서 연극관람을 통해 실내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부쩍 늘었다. 그에 따라 대학로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쾌적한 실내데이트를 즐기기 좋은 대학로 연극 3선을 추천한다.▲대학로 로맨틱 코미디 연극 ‘운빨로맨스’이미지 제공=(주)DPS Company대학로 인기 로맨틱 코미디 연극 ‘운빨로맨스’는 미신을 맹신하는 운명론자 점보늬와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믿는 호랑이띠 제택후의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스 뿐만 아니라 재미와 감동, 그리고 ‘NEVER GIVE UP’ 이라는 삶의 교훈까지 담아 연인들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재미있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진행하면서 최근 ‘이벤트 맛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명실상부 대학로 1위 로맨틱 코미디 연극 ‘운빨로맨스’는 대학로 컬쳐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레트로 코믹 ‘연극 라면’이미지 제공=(주)엠컬쳐컴퍼니100만 관객이 선택한 스테디셀러 연극 ‘라면’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나온 만수와 은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분식집을 열겠다는 만수와 철 없는 만수에게 화내며 헤어지자고 하는 은실의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이를 다루고 있다.청년층은 레트로라는 소재에 대한 신선함을 중장년층은 익숙함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연으로 다양한 관객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90년대의 추억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끊임 없는 호평을 받고 있는 연극 ‘라면’은 대학로 해피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섹시 발랄 코미디 ‘리미트’이미지 제공=지안컴퍼니SNL코리아의 감초이자 크루인 김민교 연출의 섹시 발랄 코미디 연극 ‘리미트’는 풋풋해도 결코 가볍지 않은 첫사랑의 느낌을 화끈한 장면들과 웃음으로 담아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헐리우드의 유명 영화 감독 봉필과 헤어진 그의 첫사랑 수지는 갑작스러운 봉필의 연락에 호텔에서 재회하게 된다. 봉필의 유명세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살아온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첫사랑의 아련함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공연 ‘리미트’는 대학로 JTN아트홀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명재곤 기자 daysunmoon419@viva100.com

2023-07-28 14:08 명재곤 기자

장은아, 새 프로필 사진 공개 완료…'빛나는 매력' 눈길

(사진=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뮤지컬 배우 장은아의 특별한 매력이 팬들을 찾았다.소속사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는 오늘(28일) 공식 SNS에 장은아의 새 프로필 이미지를 게재했다.공개된 사진 속에서 장은아는 극과 극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검은 의상을 입은 프로필 이미지에서는 짙은 아이메이크업과 웨트헤어 그리고 시크한 시선까지 더해져 특별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또 다른 프로필 사진은 흰 티셔츠를 입은 장은아의 수수한 면모가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우수에 찬 눈빛을 보내는 장은아의 모습이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장은아는 가수와 뮤지컬 배우 등 다방면에서 능력을 입증한 아티스트다. 지난 2006년 KBS 드라마 '서울 1945' OST '조각달'을 발매해 데뷔를 알렸으며, 그룹 더블유 앤 자스의 멤버로도 활동했다. 또한 러브홀릭스의 객원보컬로 영화 '국가대표' OST 'Butterfly'를 포함한 다양한 앨범을 공개했다. 2012년부터는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여주 역을 시작으로 '머더발라드', '서편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레베카', '에드거 앨런 포', '아이다', '모래시계',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와네트'에 출연했다. '2022 DIMF 어워즈(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엑스칼리버' 모르가나 역으로 '올해의 스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뮤지컬 '데스노트 - 부산'에서 렘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으며, 오는 8월 19일부터 '레베카'에서 댄버스 부인 역으로 관객과 만난다.온라인뉴스부

2023-07-28 11:11 온라인뉴스부 기자

[B그라운드] ‘3년 전 그날의 사건’ 평범한 하루를 지키기 위한 저마다 다른 선택…뮤지컬 ‘멸화군’

뮤지컬 ‘멸화군’ 공연장면(사진제공=시작프로덕션)“재연은 초연 당시 아쉬움으로 남았던 인물들의 관계성에 중점을 뒀어요. 초연 때는 오프닝 넘버 ‘화마’가 대화재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재연에서는 ‘3년 전 그 날’을 키워드로 잡았어요. 가족을 잃은, 같은 슬픔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평범한 하루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하는지에 집중했죠.” 조선시대 실재했던 정규 국가 소방 조직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멸화군’(9월 1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의 우진하 연출은 작품의 키워드를 ‘3년 전 그날’로 꼽으며 “명확한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뮤지컬 ‘멸화군’ 중림 역의 고상호(왼쪽)와 조성윤(사진=허미선 기자)중림(고상호·조성윤·박민성, 이하 프레스콜 참석 여부·시즌 합류·가나다 순)은 무고한 백성과 동료들을, 천수(최재웅·김민성·이석준)는 하나뿐이던 가족인 형 만수를 잃었다. 대가댁 아씨였던 연화(김청아·안유진)는 모두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중림 역의 조성윤은 “텍스트에 충실하며 명확한 사건 사고에 집중했다”고, 고상호는 “당시의 소방관들도 지금 소방관들과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대화재를 겪고 나서 변화된 중림의 심정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연화 역의 안유진은 “정치적으로 멸문지화를 당한 집안의 딸로 남은 인생을 변화시키는 선택을 하는 심정이 궁금했다”며 “불로 당한 피해를 그대로 불로 갚아주려는 복수를 선택했지만 스스로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연화의 심리 표현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뮤지컬 ‘멸화군’ 연화 역의 안유진(왼쪽)과 김청아(사진=허미선 기자)김청아는 연화에 대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스스로가 지은 죄에 대한 죄책감도 덮어버리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며 “그 중 천수를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평범한 하루 정도로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천수로 돌아온 최재웅은 “지난 시즌에는 만수 형 얘기가 많지 않아서 신입단원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드렸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형과의 관계성에 신경을 썼다”고 말을 보탰다.김민성은 “천수의 순수함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만수 형, 중림, 연화, 강구(강동우·구준모·이기현) 등은 각자의 인생 속에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천수는 아직까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천수는 나름대로 철학을 세워나가는 인물이구나 싶었고 만수 형에게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생긴 순수함을 표현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이석준은 “연출님이 초반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난 궁금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순수함이면 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그렇게 중림, 연화, 강구가 해주는 말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고 마지막에 그 철학을 찾아 형의 뜻을 이어가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우진하 연출의 말처럼 세 사람 모두 아끼는 이들을 잃었지만 ‘평범한 하루를 지키기 위한’ 선택들은 달랐다. 그 달라진 선택들로 풀어가는 뮤지컬 ‘멸화군’은 우진하 연출의 설명처럼 “실록에 ‘세조 13년 1467년에 대화재가 있어났다’ 기록된 팩트를 기반으로 시작한” 작품이다.뮤지컬 ‘멸화군’ 천수 역의 이석준(왼쪽부터)·김민성·최재웅(사진=허미선 기자)“방화범은 ‘왜 불을 질렀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뮤지컬 ‘멸화군’에 대해 우 연출은 “예나 지금이나 결국 가진 자들은 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백성들을 핍박하기 때문에 세금만 갉아 먹고 있으니 필요없다고 느껴 불을 질렀다고 설정했다”고 밝혔다. ‘멸화군’은 2017년 리딩을 시작으로 2020년 쇼케이스, 2021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아 극장을 넓히며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연화의 서사를 구체화하기 위한 솔로넘버 ‘흉터’, 백성을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와 고통을 담은 ‘검은 목소리’, 사료에 입각해 실제로 불 끄는 장면의 ‘멸화’를 비롯해 ‘꿈같은 순간’ ‘내일’ 등 새로운 넘버 9개가 추가됐다.이정연 작곡가는 “부끄럽지만 처음엔 단순하게 조선시대 소방관을 멋진 영웅으로 표현하고 싶어 무작정 멋지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떤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이야기 안에서 생기는 사건들, 문제거리, 관계성, 인물들의 감정선, 캐릭터들의 상황 등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뮤지컬 ‘멸화군’의 멸화군들(사진=허미선 기자)“예를 들어 불을 끄는 ‘멸화’ 같은 넘버는 상황묘사가 명확할수록 좋지만 연화, 중림 등의 감정선에, ‘불씨’는 서스펜스에 중점을 두며 모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마창욱 음악감독은 “넘버들이 추가됐지만 확장된 부분들도 많다”며 “서사나 노래를 추가하거나 리딩 때는 있었지만 뺐다가 다시 복원한 부분들도 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적은 인원 안에서 큰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을까 음악적으로 고민했다”고 말을 보탰다.“중림과 천수가 장난을 치면서 교감을 나누는 장면, 중림이 자신의 죄값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를 결정하는 장면 등도 변화를 맞았어요. 연화가 중림을 제압하는 기능적인 곡이었던 ‘피어나’가 빠지고 중림과 연화의 서사와 관계성을 담은 ‘불씨’라는 넘버가 새로 들어왔습니다.”뮤지컬 ‘멸화군’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우진하 연출은 ‘멸화군’의 주제를 “사명으로 지켜낸 하루하루가 쌓여 더 나은 내일 된다”라 전하며 “오프닝에서 같은 사건을 겪은 세 사람이 다른 선택들을 하고 굉장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압박에 시달린다”고 강조했다.“연화는 그때 모든 걸 잃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돼요. 본인은 이 하루를 지켜내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죠. 하지만 천수는 그럼에도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 애써요. (백성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맞은) 형처럼, 중림 대장이 자신을 구해줬던 것처럼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결심하죠. 그런 천수의 길이 오늘 보다는 좀 더 밝은 내일이라는 것으로 끝내고 싶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22 13: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국립극장 2023-2024 시즌 ‘험난’해도 ‘열린 극장’으로 가는 출발점 “좋은 작품”

국립극장이 2023-2024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사진제공=국립극장)“국립극장이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부임한 지 4개월이 다 돼 가는데 개방이 전적으로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로비를 열었어요. 1층에는 휴식공간, 2층에는 북카페를 조성하고 봄가을에는 매주 토요일 무슨 일이 있어도 (해오름극장 앞) 광장에서 행사를 하고자 합니다.”부임 당시 ‘열린 극장’을 표방하며 문턱을 낮추겠다고 했던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19일 광화문 소재의 호텔에서 열린 ‘2023-2024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올해는 지금의 남산 국립극장으로 이주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고 말문을 연 박 극장장은 “제가 부임하고 가장 숙제는 공사 후 없었던 관객을 위한 식당 마련”이라며 “8월에는 관객을 위한 식당이 오픈하고 2층에는 북카페를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국립극장이) 접근성이 안좋기도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셔틀버스를 증차하는 등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박인건 국립극장장(사진제공=국립극장)이어 박 극장장은 “공연 회수를 좀 늘려보자 한다”며 “앞으로 해오름극장이나 우리 예술단체 공연은 과거보다 20% 이상 늘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이에 국립극장은 9월 1일 ‘디스커버리’를 시작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페이퍼 샤면’을 비롯해 6월 30일까지 신작 24편과 레퍼토리 9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3편 등 60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박인건 극장장은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2,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 등을 비롯한 7개 예술단체와 페스티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국제현대무용제(MODAFE) 등과 손잡고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인다”고 밝혔다.박지리 작가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연극 ‘합★체’,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이야기를 음악극으로 풀어낸 이기쁨 연출의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 밀로 라우 연출의 ‘에브리 우먼’, 세종의 ‘월인천강지곡’을 모티프로 한 ‘세종의 노래’, 김미란 각색·연출작 ‘맥베스’ 등 기획공연과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나부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등을 선보인다.제작극장으로서 자체 콘텐츠도 변화를 맞는다. 국립창극단의 유은선 단장 겸 예술감독은 “그간 해온 레퍼토리의 안정적 운영, 새로운 신작 개발, 창극의 세계화”에 중점을 두겠다며 “한 군데 치우치지 않고 창극 발전, 활발하고 안정적인 단체가 되기 위한 단원 기량 강화에도 힘 쓸 것”이라고 밝혔다.유 단장에 따르면 창극단은 “8월 영국 에든버러 축제를 위한 ‘트로이의 여인들’을 준비하고 9월에는 손진책 연출, 안숙선 명창 작창의 ‘심청가’, 11월 ‘패왕별희’, 12월에는 창작자 양성을 위한 작창가 프로젝트, 내년 3월엔 창극 ‘리어’, 5월 조유아·김수인의 ‘작창 IV’, 6월 ‘완창판소리’ 그리고 신작 ‘만신: 페이퍼 샤먼’이 공연된다.”박칼린 연출, 박칼린·전수양 극본, 안숙선 작창, 장희선 작곡의 신작 ‘만신: 페이퍼 샤먼’을 이번 시즌 기대작으로 꼽은 유 감독은 “그간 원작이 있는 서사 위주의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한국만의 이야기로 세계에 도전하기 위한 신작”이라고 귀뜸했다.유 감독은 “그냥 단순하게 공연을 계속 올리는 것 보다 중요한 건 지금 현재 창극단 위치 파악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이라며 “문화재급 명창들의 ‘완창판소리’, 12월에는 ‘세종의 노래’와 단원 전원이 참여하는 ‘송년판소리’도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국립극장이 2023-2024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유은선 예술감독, 국립무용단 김종덕 예술감독, 국립국악관현악단 여미순 예술감독 직무대리(사진제공=국립극장)김종덕 국립무용단장 겸 예술감독은 “새롭게 진화하는 국립무용단이라는 슬로건 아래 작품을 준비하며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다양하게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티베트 불교 경전에서 영감받은 ‘사자(死者)의 서(書)’라는 작품을 2024년 신작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김종덕 단장의 안무작인 ‘사자의 서’에 대해서는 “죽음과 삶에 대한 고찰로 오랜만에 국립무용단 전원이 무대에 오른다”며 “6월에는 고블린파티 안무의 ‘신선’과 차진엽 안무가의 ‘몽유도원무’로 이어진다”고 전했다.“더불어 국내외에서 40여 차례 공연된 국립무용단 대표 프로그램인 ‘묵향’ 투어가 예정돼 있고 설 연휴를 특별하게 했던 ‘새날’ 등 기획공연들이 ‘축제’로 이름을 바꿔 하나로 통합돼 선보일 예정입니다.”김 단장은 ‘축제’에 대해 “전통춤도 때와 장소, 대상에 따라 툴이 바뀐다”며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갈 것”이라며 “더블빌(두 작품이 동시에 공연되는) 형태로 선보일 ‘신선’ ‘몽유도원무’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우리 문화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무용 공연들이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정체성을 발휘하는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전통 무용이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현대예술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입니다.”국립극장이 2023-2024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사진제공=국립극장)지난 6월 AI로봇 지휘자 에버6와 함께 한 공연 ‘부재’(不在)로 눈길을 끌었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여미순 예술감독 직무대리는 “항상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을 위한 레퍼토리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국립국악관현악단은 시즌을 여는 개막작으로 여자경 지휘자가 새롭게 탐구한 국악관현악을 선보일 신작 ‘디스커버리’를 비롯해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이머시브 공연 ‘관현악의 기원’, 광장에서 열리는 ‘애주가’(愛酒歌), 작곡가 이용조의 ‘시조 칸타타’와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작사에 참여한 ‘천년의 노래, 리버스(Rebirth)’을 연주하는 ‘한국의 숨결’ 등을 선사한다. 여미순 직무대리는 기대작으로 ‘관현악의 기원’과 ‘애주가’를 꼽았다.“얼마 전 ‘부재’로 많은 관심과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있죠. 비슷한 맥락으로 VR을 활용한 공연이 ‘관현악의 기원’입니다. VR을 활용한 실험으로 기술, 타 장르 영역과 협업하죠. ‘애주가’는 저희가 했던 연주 형태 중 가장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공연입니다. 전통주에 우리 음악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곡들이 연주되는지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관객들도 전통주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2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장르는 달라도 ‘음악’으로 귀호강! 로큰롤의 향연 ‘멤피스’와 오페레타 ‘오페라의 유령’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으로 귀호강을 선사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왼쪽)과 '멤피스'(사진제공=에스앤코, 쇼노트)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 두편, ‘멤피스’(Memphis, 7월 20~10월 2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7월 21~11월 17일 샤롯데씨어터)이 개막한다. 각각 ‘로큰롤’과 ‘오페레타’라는 전혀 다른 음악 형식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멤피스’는 1950년대 흑인 음악을 알린 전설의 DJ 듀이 필립스(Deway Phillips), ‘오페라의 유령’은 정확히 누구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프랑스 파리 오페라하우스가 그가 늘 머물던 ‘5번 박스석’을 지금까지도 보존하고 있는 ‘에릭’이라는 이름의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지하미궁' 장면의 유령 조승우와 크리스틴 손지수(사진제공=에스앤코)더불어 피부색으로 차별을 일삼는 시대에 흑인음악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청춘들과 흉측한 외모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닮은 두 작품은 ‘팬텀싱어’ 시즌2가 배출한 크로스오버 그룹 미라클라스(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의 멤버인 김주택과 박강현이 극의 한 축을 이룬다.‘멤피스’는 차별과 갈등이 만연했던 1950년대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를 배경으로 흑인 음악으로 치부되던 로큰롤에 심취해 이 음악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백인 청년 휴이의 이야기를 다룬 쇼뮤지컬이다. 뮤지컬 ‘멤피스’에서 흑인 음악으로 치부되던 로큰롤을 알리려 노력하는 백인 DJ 휴이 배우들. 왼쪽부터 박강현, 이창섭, 고은성(사진제공=쇼노트)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멤피스는 해방 노예 출신의 흑인들이 모여든 도시로 흑인인권운동 중심지이자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제리 리 루이스 등이 활동한 로큰롤의 성지이기도 하다.  음악은 록그룹 본조비 창립멤버이자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David Bryan)이 맡았고 대본은 ‘올슉업’ ‘아이러브유’ ‘톡식 히어로’ 등의 조 디피에트로(Joe DiPietro)가 집필했다.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멤피스’는 2010년 토니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음악상, 각본상, 오케스트레이션 부문 수상작으로 2015년에는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 안무상과 음향상을 거머쥐었다.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트럼펫, 색소폰, 트럼본 등으로 구성된 빅밴드가 무대 위에 올라 라이브로 연주할 ‘멤피스’ 한국 초연은 ‘리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아몬드’ ‘팬레터’ 등의 김태형 연출, ‘오페라의 유령’ ‘킹키부츠’ ‘위키드’ 등의 양주인 음악감독 등이 의기투합했다.뮤지컬 ‘멤피스’에서 백인 DJ 휴이를 사로잡는 흑인 클럽가수 펠리샤 배우들. 왼쪽부터 손승연, 유리아, 정선아(사진제공=쇼노트)미라클라스 멤버로 ‘하데스타운’ ‘그레이트 코멧’ ‘웃는 남자’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모차르트!’ 등 무대와 더불어 최근 ‘가슴이 뛴다’로 드라마 데뷔한 박강현을 비롯해 ‘데스노트’ ‘젠틀맨스 가이드’ ‘헤드윅’ ‘귀환’ ‘신흥무관학교’ 등의 고은성 그리고 아이돌그룹 비투비 멤버로 ‘마타하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명성황후’ ‘에드거 앨런 포’ 등에 출연했던 이창섭이 로큰롤 알리기에 나서는 백인DJ 휴이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그를 록큰롤에 빠져들게 하는 펠리샤는 흑인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로 ‘이프덴’ ‘아이다’ ‘위키드’ ‘웃는 남자’ ‘안나 카레니나’ 가수 출신으로 ‘데스노트’ 등의 정선아와 ‘레드북’ ‘서편제’ ‘리지’ ‘헤드윅’ ‘모리시계’ ‘비틀쥬스’ 등의 유리아, ‘식스 더 뮤지컬’ ‘위키드’ ‘보디가드’ 등에 출연했던 가수 손승연이 트리플캐스팅됐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김주택(사진제공=에스앤코)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의 유명 작곡가이자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대표작으로 지난 봄 부산에서의 장기 공연에 이어 서울 관객들을 만난다. 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에 발표한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웨버를 비롯해 해롤드 프린스(헤롤드 프린스(Harold Smith Prince),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질리언 린(Gillian Lynne) 등 쟁쟁한 창작자들이 의기투합해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 무대를 올렸다.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늘 5번 박스석을 차지하고 있는 천재음악가 유령(조승우·김주택·전동석·최재림)과 그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손지수·송은혜) 그리고 그녀의 연인 라울(송원근·황건하)이 펼쳐가는 이야기다. 현재까지도 정확히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와 도시에서 라이선스 공연되며 사랑받는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01-2002년, 2009-2010년 한국어 공연, 2005년과 2012-2013년 그리고 2019년 끝자락부터 코로나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20년 여름까지 오리지널 캐스트로 내한공연됐다. 한국어 공연은 13년만의 귀환으로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조승우를 비롯해 성악을 베이스로 한 김주택, 전동석 그리고 서울 공연에서 합류하는 최재림이 오페라의 유령으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지하미궁' 장면의 유령 전동석과 크리스틴 송은혜(사진제공=에스앤코)‘오페라의 유령’ 백미는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아리아들이다. 극 중 유령이 작곡한 것으로 등장하는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는 각각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를 떠오르게 한다. 화려한 오페라 무대에서 재현되는 오페레타와 더불어 ‘더 팬텀 오브 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싱크 오브 미’(Think of Me) 등 그 유명한 웨버의 넘버들, 객석으로 곤두박질하는 1톤짜리 거대한 샹들리에 장면 등 화려한 볼거리의 향연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19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꿈의 배역 ‘모차르트!’ 이해준 “꿈같은 순간에도 있는 그대로의 나! 왜 나를 사랑하지않나요”

뮤지컬 ‘모차르트!’ 볼프강 모차르트 역의 이해준(사진=브릿지경제DB, EMK엔터테인먼트 제공)“너무 하고 싶었던 꿈의 배역이 제 생각보다 빨리 와버렸어요. 첫 공연이 끝나고도 그랬지만 매 공연 커튼콜 때면 되게 울컥하는 것 같아요. 매순간이 꿈같죠.”데뷔 10년차에 뮤지컬 ‘모차르트!’(8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주인공 볼프강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이해준·수호·유승회·김희재)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해준은 “매 공연이 신기하고 꿈 같다”며 “모차르트의 생을 잠시나마 살아보면서 되게 외로웠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로 와닿는다”고 밝혔다.“저는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처음부터 공감이 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천재’가 아닌 그가 인간으로서 살아온 삶을 봤을 때는 너무 공감했죠. 저도 예술을 하고 있고 배우가 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던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어떤 배역이든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모차르트!’는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어요.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모차르트와 아버지의 관계성, 서사도 비슷해요. 여러 가지 이유로 떨어져 살았고 배우가 되는 걸 많이 반대하셨거든요. 그래서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라는 넘버의 가사가 많이 와닿아요.”◇선배들에 누가 되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새로운 모차르트로!이해준(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너무 부담이 됐죠. 지금도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한 연습시간 그리고 저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했어요. 선배님들이 걸어오신 그 길에 누가 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저만의 모차르트를 보여드리는 데 중점을 두고 연습했죠.”‘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베토벤’ 등의 미하엘 쿤체 작가와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의 콤비작 뮤지컬 ‘모차르트!’는 당대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천재음악가 모차르트를 록스타 콘셉트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자유를 갈구하는 천재 음악가 볼프강 모차르트와 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남서운·문선우·우예원)를 중심으로 완고하고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 레오폴드(홍경수·서범석), 모차르트를 억누르고 소유하고자 하는 콜로레도 대주교(민영기·길병민), 사랑하지만 또 다른 무게의 아내 콘스탄체 베버(선민·허혜진·황우림), 후원자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윤지인·최지이) 등이 엮어가는 이야기다.김준수, 박은태, 임태경, 박효신, 전동석, 슈퍼주니어 규현, 박강현 등 쟁쟁한 뮤지컬 스타들이 거쳐간 ‘모차르트!’는 2010년 한국 초연 후 7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네명의 새로운 모차르트를 전면에 내세웠다.2016년 ‘모차르트!’를 관람하면서 “노래도, 고음도 너무 많다 싶어 ‘나는 못하겠다’면서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너무 꿈꿔왔던 작품을 빨리 만나서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매일 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정말 원했던 건데 ‘왜 행복하지 않아?’라는 질문으로 연습을 시작했지만 어차피 부딪혀야 하고 해야 하는 노력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즐기려고 노력했죠. 이미 새로운 시즌은 시작됐고 저희들로 인해 새롭게 또 발전한 이 작품이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최선을 다해보자 마음 먹었죠.”◇볼프강과 ‘천재성’ 아마데의 아이러니 뮤지컬 ‘모차르트!’ 중 볼프강 역의 이해준(오른쪽)과 천재성의 상징인 아마데(사진제공=EMK컴퍼니)“어떤 캐릭터든 동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차르트는 더 많은 연민이 느껴졌어요. 볼프강의 외로움은 너무 천재여서인 것 같아요. 그는 그냥 음악 자체일 뿐인데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시대상 그러지 못했고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진 느낌이죠.”이어 “철이 좀 들면서 아버지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됐다. 어떻게 보면 좀 수단으로 이용한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 분명 사랑도 있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제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렴풋이 이해 중”이라며 아버지, 주교, 아내와 그의 가족들 등 그를 괴롭히는 존재 중 “가장 괴롭히는 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라고 밝혔다. 이어 “아마데와 마주치는 부분들을 보면 사실 볼프강 스스로도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데서 오는 외로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무대에서 실제로 외롭던데요. 누구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거든요. 지금 대화가 되고 있는 건가 싶고…사실 볼프강도 자기 얘기만 하고 있어요. 되게 신기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재성 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자유의지가 크기 때문에 감당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뮤지컬 ‘모차르트’ 이해준(사진제공=EMK컴퍼니)그는 “볼프강은 왜 그렇게 아마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을까?”라는 질문에 “3살부터 피아노를 치고 5살 때부터 작곡을 한 그냥 천재”라며 “그걸 거부할 생각조차 아예 안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천재라는 생각에 취한 인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한테 왜 천재라고 하는지 모르겠는 정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묘한 지점이긴 한데 ‘이게 특별한 거야?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인물 같아요. 외부에서 바라보는 천재성이었기 때문에 거부하는 느낌이랄까요. 음악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떠오르는 대로 다 쏟아내는 사람이고 그 모든 게 음악인 사람이요.”이어 이해준는 “너무 부러운 사람”이라며 “저도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은데 저는 천재가 아니니 뭐 하나라도 발견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할 생각 뿐”이라고 덧붙였다.“그렇게 부러운 천재성이 자신을 갉아먹고 공포심으로 다가온다는 자체가 아이러니죠. 그래서 ‘모차르트!’는 천재가 아닌 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 같아요.”◇김준수·박은태 등과 수호·유회승·김희재에게 배우며!이해준(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엘리자벳’에서 죽음이라는 같은 역할을 연기했던 김)준수 형은 너무나 한곁 같아요. 연습이나 공연 때 정말 최선을 다하며 땀을 뻘뻘 흘리거든요. 그 형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무대 위에서 다 표현되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형의 에너지를 따라가 보고 싶어요. 앞으로의 ‘모차르트!’ 10년을 책임져 보겠습니다.”이해준의 전작인 ‘베토벤’에서 형제로 호흡을 맞췄고 ‘모차르트!’ 초연부터 볼프강으로 무대에 올랐던 박은태는 그의 “유튜브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는 “(박)은태 형을 ‘살아있는 볼프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실제로 배울 게 너무 많은 분”이라며 “형한테 노래를 알려 달라고 하면 너무 영업비밀(?)이라 유튜브 등을 참고하면서 늘 공부했다”고 털어놓았다.“처음 (모차르트 캐스팅 소식에) 축하를 해주셨는데 그 다음부터는 ‘너 큰 일 났다’고 하셨어요. 네가 생각하는 이상 힘들 거라고. 형이 했던 작품 중 제일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그렇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엄청 성장해 있을 거고 못할 작품을 없을 거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셨죠. 그래서 걱정도 많았지만 그 조언들 덕분에 미리 준비할 수 있었어요.”박은태의 조언에 이해준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더불어 “연습이나 공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연습이나 공연이 없는 날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넘버 전곡을 불러보며 다이내믹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전했다.“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에서 1, 2막을 다르게 표현하기는 하지만 너무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날 뛰는 감정들 안에서도 제 중심을 잘 찾으려고 노력하며 매회 첫 공연처럼 최선을 다해요. 그렇게 마지막 공연까지 마무리를 잘하는 게 목표죠.”그의 스승은 전임자들 뿐 아니다. 최근 1년간 김문정 음악감독과 가장 많은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 이해준은 “주연배우라고 부담만 주시는 게 아니라 열심히만 하면 여기저기 칭찬을 해주시는 따뜻한 분”이라고 밝혔다.“제일 감사했던 말이 ‘공연할 때 나만 바라봐’였어요. 나만 보면 우리 같이 하는 거라고. 너 혼자 아니라고. 그 말이 정말 힘이 많이 됐어요. 관객들을 빼고 제가 앞에서 볼 수 있는 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감독님 뿐이거든요. 감독님이 나에게 다 맞춰주고 있구나,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는구나…그런 생각이 들어서 덜 외로운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외롭죠. 하지만 그건 좋은 외로움이잖아요.”뮤지컬 ‘모차르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의 김희재(왼쪽부터), 수호, 유회승(사진=허미선 기자)전임 모차르트 김준수·박은태, 김문정 음악감독과 더불어 그는 이번 시즌 볼프강 모차르트로 함께 캐스팅된 엑소(EXO) 수호, 엔플라잉 유회승 그리고 TV조선 ‘미스터트롯’의 김희재에게도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지금의 모차르트들도 새로 하는 친구들이지만 각자의 매력이 있어요. 저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부분이 있죠. 너무 괴짜고 패티시도, 특이한 지점도 많은 볼프강이지만 어쩌면 아이 같은, 좋고 싫고를 필터 없이 분명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중점을 뒀어요. 장난기도 많고 유쾌하며 발랄한 천재성을 세 친구들이 너무 잘 표현하더라고요.”그리곤 “그들이 활동하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잘 견디면서 올라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호가 했을 때 좋았던 점, 회승·희재의 좋았던 점 등 4명이 각자 만든 것들이 지금의 모차르트에 잘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을 보탰다.“낮과 저녁 공연 사이에 다른 모차르트들을 만나곤 하는데 서로 ‘조금만 더 힘내자’ 칭찬해주고 있어요. 저희들끼리는 ‘체력극’ ‘극기 훈련 가는 것처럼’ 힘들다는 걸, 무대에서 너무 외롭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할머니의 소원 ‘팬텀싱어’, 어머니의 바람 ‘모차르트!’ 그리고 아버지할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JTBC ‘팬텀싱어’ 시즌4에 출연했던 이해준(사진=방송화면 캡처)“저를 키워주신 할머니의 ‘네가 노래하는 모습을 TV에서 꼭 보고 싶다’는 바람을 이뤄드리고자 JTBC ‘팬텀싱어’ 시즌 4에 출연했어요. ‘팬텀싱어’에 출연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노래가 많이 늘었어요. 새벽이고 밤이고 노래를 하다 보니 트레이닝이 자연스럽게 됐죠.”그는 “노래 잘하는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자존감이 정말 많이 떨어진다”며 “처음 출연할 때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생각에서였는데 만날 평가받으면서 왠지 모르게 자존감이 떨어졌고 여기서 떨어지면 제 인생이 망할 것만 같은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어서 이미 많은 도전을 했고 실패를 했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얻는 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본선까지 가면 좋겠다 했는데 문턱에서 떨어지고 나니 뭐가 부족했나 싶고…그렇게 절실함을 한번 경험하고 나니 공연이 조금은 덜 두려워졌달까요.”뮤지컬 ‘모차르트’ 이해준(사진제공=EMK컴퍼니)이어 “좋은 시간이었지만 두 번은 못나갈 것 같다”며 웃는 이해준은 “세종문화회관처럼 가족들이 다 같이 찾는 극장에서 하는 공연의 주인공 하는 걸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소원도 ‘모차르트!’로 이뤄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할머니와 어머니의 꿈을 이룰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이해준은 “두분은 7월 말에 공연을 보러 오실 것”이라 귀띔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무대에서 박수 받고 있는 지금의 저를 보셨다면 꿈을 지지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을 거예요. 그래도 저는 덕분에 이 세상에 태어나 꿈도 꾸고 이렇게 멋진 무대에서 박수도 받으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모차르트!’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기도 하죠.”◇어쩌면 자문일지도 모를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뮤지컬 ‘모차르트’ 이해준(사진=브릿지경제DB, EMK엔터테인먼트)“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천재성, 인간적인 모습까지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줬더라면 스스로한테 후회는 없었을 것 같아요.”뮤지컬 ‘모차르트!’ 마지막 아마데를 향한 볼프강의 “만약에 너를 받아들였다면 내가 행복했을까?”라는 자문에 대해 이해준은 이렇게 밝혔다. 어쩌면 이해준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꼽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는 아버지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 뿐 아니라 모차르트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문일지도 모른다.“모차르트는 그 사이에서 갈등만 하다가 스스로도, 사랑도 다 잃었잖아요. 그게 결국 인간의 모습인 것 같아요. 누구나 자신을 마주하기란 늘 어려운 것 같거든요. 저는 배우고 스스로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때로 부끄러울 때도 있고 벗어나고 싶거나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강렬한 외모 덕(?)에 “특히 오해를 많이 받는 편”이라는 그는 “제멋에 산다거나 성격이 안좋을 것 같다거나 잘 놀러다닐 것 같다고들 하신다”고 털어놓았다.“(‘쓰릴미’ ‘라흐마니노프’ ‘히스토리 보이즈’ ‘어나더 컨트리’ ‘사의찬미’ ‘트레이스 유’ ‘알앤제이’ ‘블랙메리포핀스’ 등) 중소극장에서는 실제 제 모습과는 다른 배역도 없지 않았거든요. 사실이 아니지만 증명할 방법도 없으니 노력할 뿐이죠. 제일 섭섭했던 오해는 ‘제 잘난 맛에 살 것 같다’예요. 사실 배우는 어느 정도 자존감을 높여야만 하는 직업이긴 해요. 하지만 저는 자존감이 그리 높지 않아서 되게 노력해서 키우는 편이거든요.”그는 “꿈의 작품인 ‘모차르트!’를 하면서 너무 행복하지만 목표가 갑자기 사라지니 좀 불안해지기는 한다”며 “이제는 목표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이 작품을 끝내고 난 뒤에는 분명 어떤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길 것 같고요. 그 용기를 가지기 위해 ‘모차르트!’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목표는 그 다음에 생각해보겠습니다.”이해준은 “제가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의 나’는 저 자신을 잘 아는 방법 같다”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남들도 그렇게 봐준다는 생각이 든다. 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잘 마주하고 빠르게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잘 살 수 있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볼프강은 자신의 삶을 후회하면서 마지막에 가서야 아마데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잖아요. 살아 있을 때 스스로를 인정하고 하루하루 지금을 살았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모차르트!’를 보는 분들이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다들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17 18:3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김주택 “조승우, 전동석, 최재림…감히 제가 이 자리에 껴도 되는 걸까 했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다른 배우님들, 조승우·전동석·최재림 배우님들과 함께 엄청난 연구를 했어요. 여기서 가사를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표현이 좋을까, 이걸 좀 바꾸면 되지 않을까…. 제가 감히 이 자리에 껴도 될지 모를 정도로 정말 영광이었죠.”지난 3월 부산에 이어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7월 21~11월 17일 샤롯데씨어터) 서울 공연을 준비 중인 김주택은 “그렇게 배우들마다 다른, 굉장히 좋은 부분들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그리곤 ‘더 뮤직 오브 더 나이트’(The Music Of The Night) 하이라이트 대사를 예로 들었다.“조승우 배우님은 ‘네 영혼 다시 태어날 순간’, 저는 ‘네 영혼 나를 원하는 이 순간’, 전동석 배우님은 ‘내 영혼 가야만할 그 곳이’로 달라요. 완전 특징있고 재밌어요. 비슷한데 의미가 달라져서 굉장히 좋게 들리거든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동병상련 크리스틴들 손지수와 송은혜, 극과 극의 라울 송원근과 황건하“다행히도 손지수·송은혜 배우는 ‘오페라의 유령’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손)지수는 선화예고 선후배 사이고 (송)은혜랑은 공연을 함께 하기도 했죠. 셋 다 성악과 출신으로 뮤지컬을 데뷔하다 보니 뭐랄까 ‘동지애’ 같은 게 있었어요.”‘오페라의 유령’으로 나란히 뮤지컬에 데뷔한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 송은혜와 동병상련의 동지애를 느꼈다는 김주택은 “두 크리스틴이 완전 달라서 재밌다”고 털어놓았다.“지수 배우는 약간 여리고 순수한 소녀같아요.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다가 그냥 유령의 명령이라고 해야 될까요? 압도하는 그 힘을 따라 억지로 끌려가다 성장하는 캐릭터라면 은혜 배우는 당차요. 호기심 가득해서 끌려오는 느낌인 것 같아요. 노래할 때도, 발성도, 목소리 자체도 달라서 재밌죠.”이어 “(크리스틴의 연인) 라울들도 너무 다르다”며 “같은 장면이라도 (송)원근 형님과 할 때랑 (황)건하와 할 때 또 다르다”고 덧붙였다.“건하는 실제로도 젊고 어리다 보니 그 힘이 좀 남달라요. 막 끓어오르나 봐요. 지치질 않죠. 많은 분들이 김주택·송은혜·황건하가 만나면 폭발할 것 같은, 불도저 같은 느낌이라고들 하세요. 김주택과 송은혜 사이에 송원근 라울이면 달달해지죠. 물과 기름처럼 전혀 다른 배우들의 표현이 되게 재밌어요. 칼롯타도 더블캐스팅이라 더 재밌습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는 오페라 ‘아이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가 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사진제공=에스엔코)“극 중에 오페라가 3작품이 나와요.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극 배경이 되는 시대의 실제 오페라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김주택의 말처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는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빌어 창작한 아리아들이 등장한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시절 오페라 무대에 함께 올랐던, 피앙지 역의 박회림 배우랑 얘기를 좀 했는데 ‘한니발’은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일무토’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돈 주앙의 승리’는 ‘돈 조반니’를 오마주한 것 같다”고 밝혔다.“극 중 오페라에서 저는 ‘돈 주앙의 승리’가 인상 깊고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한니발’과 ‘일무토’에는 제가 나오지 않지만 ‘돈 주앙의 승리’에서는 제가 부르거든요. (성악가 김주택으로서)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했던 그 사람이 진짜 오페라 가수처럼 노래하면 사람들이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기대를 했죠.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더불어 가슴에 와닿는 장면으로 “유명한 유령의 솔로넘버이기도 한데 크리스틴과 함께 부르는 ‘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이중창”을 꼽았다.“크리스틴을 지하궁의 자기 세계로 데리고 가는 넘버인데 그 장면의 무대전환이 끝내줘요. (크리스틴의) 대기실에서 지하동굴로 바뀌고 배를 타고 자신의 세계로 가는 그 장면을 다른 유령 배우들이 할 때마다 봤는데 너무 멋있어요.”◇성악가, 미라클라스 멤버, 뮤지컬 배우로 진화 중 “그냥 무대에 서는 게 좋아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밌어요. 인생 참 재밌다 싶어요. 성악을 할 때는 제가 뮤지컬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저는 진짜 성악가로 인생을 마감할 줄 알았어요. 조수미 선배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요.”그는 바리톤 성악가에서 크로스오버 그룹 미라클라스(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 멤버로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진화 중인 자신의 인생을 “재밌다”고 표현했다.“시대는 변했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터치 한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잖아요. 아티스트들도 그에 발맞춰 변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 분야에서 장인정신을 가지고 끝까지 가시는 분들도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죠. 저 역시 그렇게 하려고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끊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린시절부터 많았던 호기심이 지금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그 계기는 역시나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였다. 그는 “‘팬텀싱어’를 하면서 뮤지컬 배우들과 많은 호흡을 맞추다 보니 정말 궁금했다”며 “그 친구들이 하는 공연을 보면서 뮤지컬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해졌다”고 털어놓았다.“팀 멤버인 (박)강현이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연습은 어떻게 하고 사람들과는 어떻게 지낼지 궁금했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막상 해보니 제 적성이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어떤 면은 다르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페라랑 비슷해서 적응은 어렵지 않았죠. 동료 배우님들, 컴퍼니분들, 창작진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새 가족을 만난 느낌이에요.”김주택은 호기심과 더불어 “무대에 서는 게 그냥 좋은 것이 끊임없는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짚었다. 그는 “자칫 지금까지 제가 이룬 것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없지는 않았다”면서도 “그걸 두려워한다면 새로운 걸 얻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과 더불어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장르를 불문하고 어느 자리라도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뭐랄까…무대 서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게 성악이든, 오페라든, 크로스오버든, 트로트든…그냥 무대에 서는 게 좋아요. 그게 저의 원동력이고 힘이죠.”◇매일 새롭게 발견하는 서울! 초여름 같은 인생에 찾아온 뮤지컬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오랜 외국 생활에 지쳐 있었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을 찰나였죠.”그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가수로서 활동하는 것도 물론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지만 한국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털어놓았다.“저는 어릴 때 평범한 생활을 포기하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어요. 평범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MT도 가고 연애도 하고…그런 생활을 다 포기한 상태였죠. 그런 생활 끝에 한국에 들어와 장기간 머물면서 ‘팬텀싱어’에도 출연하고 뮤지컬까지 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이 매일 새로워요. 안가봤던 곳이 너무 많아서 파고 파고 파도 새로운 발견을 하는 그런 느낌이죠.”스스로의 삶, 예술가로서의 행보에서 “열정적으로 전성기를 준비하는 현재진행형의 초여름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김주택은 “그런 때에 운 좋게 만난 뮤지컬 역시 현재진행형”이라고 전했다.“모든 음악활동을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고 재밌어요. 그렇게 저는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는 중이죠.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저는 이제 시작이거든요. 장르불문하고 도전하고 변신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저의 한계를 알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만날 시작인 것 같아요.”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계획은 없지만 “자베르, 콰지모도, 하데스, 안중근…해보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아요”“바리톤 성악가로서는 어려서 하지 못했던 작품들, 아버지 역할 등을 해보고 싶어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의 아버지(제르몽) 등 바리톤으로서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역할들이 무궁무진하죠.”이렇게 전한 김주택은 “뮤지컬도 앞으로 계속 하고 싶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미라클라스 콘서트를 준비 중이고 솔로앨범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눙쳤다.“뮤지컬에서는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하데스타운’의 하데스 등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평소 성격이 긍정적이고 호탕한 제가 악역을 하면 ‘저런 모습도 있었어?’라고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요. 제 음역대에 맞춰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영웅’의 안중근 등 여태껏 보여드리지 않았던 그런 역할들을 좀 해보고 싶어요.”뮤지컬 배우로까지 영역을 넓힌 김주택은 “제가 사라진, 김주택의 색은 사라지고 캐릭터만 남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며 “뻔한 배우가 아닌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사실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건 없어요. 지금에 최선을 다해서 살자가 좌우명 같아요. 지금은 뮤지컬을 하고 있으니 뮤지컬에 최선을 다 하고 있죠. 현재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투어를 잘 끝내는 게 목표인 것 같아요. 그렇게 살다보면 뭔가를 이루지 않을까요? 언젠가 저 자신을 돌아봤을 때 ‘할만큼 했구나’ ‘인생 잘 살았구나’ 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14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유쾌하고 오싹한 언중유골! 매일 밤 ‘2시 22분-A Ghost Story’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샘 역의 최영준(왼쪽부터와 제니 아이비, 로렌 방진의, 벤 차용학(사진제공=신시컴퍼니)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장대비의 꿉꿉함이 급습하는 여름에 걸맞는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7월 19~9월 2일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이하 2시 22분)가 한국 초연된다. 연극 ‘2시 22분’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막을 내린 유명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en) 대신 무대를 채우며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언캐니’ ‘마녀농장’ ‘배터시 플러가이스트’ 등의 작가이자 기자인 대니 로빈스(Danny Robins)가 대본을 집필한 작품으로 샘(최영준·김지철)과 제니(아이비·박지연) 부부가 새로 이사 온 집에 오랜 친구 로렌(방진의·임강희)과 그의 남자친구 벤(차용학·양승리)을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샘 역의 최영준(왼쪽)와 제니 아이비(사진제공=신시컴퍼니)젠트리피케이션으로 뜨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제니와 샘의 집은 리모델링 중이어서 반은 새집이지만 반은 옛 느낌이 공존하고 있다. 그 기묘한 집에서 매일 똑같은 시간에 나는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이 벌어지고 종료되는 시간 새벽 2시 22분을 기다리는 과정에는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네 사람이 격돌한다.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그 보다 더 복잡하고 미스터리한 인간의 관계와 그 내면의 심리가 유쾌하면서도 공포스럽게, 냉철하면서도 뜨겁게 펼쳐진다. ‘레드’ ‘대학살의 신’ ‘이토록 보통의’ 등의 김태훈 연출작으로 “관객들이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고스트를 찾아가는 게임을 즐기게 하는 데 중점을 둔 작품이다.”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샘 역의 김지철(왼쪽)와 제니 박지연(사진제공=신시컴퍼니)김태훈 연출은 “샘과 제니 부부의 새집에 초대받은 샘의 오랜 친구 로렌과 그의 남자친구 벤은 서로 다른 관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하는 말들이 별로 없다. 농담에도 뼈를 담고, 걱정하는 말에도 본인밖에 모르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화와 시간 흐름에 따라 묘하게 바뀌는 분위기, 공포와 코믹을 넘나드는 기류들, 오싹함과 불안 등을 넘나드는 감정들, 급작스러운 침묵에서 느껴지는 공포 등 이야기 곳곳에 찾아내기 쉽지 않은 복선이 다양한 퍼즐 조각처럼 존재하며 마지막에서야 그림을 완성시킨다.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샘 역의 김지철(왼쪽부터와 제니 박지연, 로렌 임강희, 벤 양승리(사진제공=신시컴퍼니)영화 ‘킹스맨’ ‘데드풀’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의 시리즈와 ‘왕좌의 게임’ ‘NCIS’ 등의 미드, 윤여정·이민호의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파친코’, 뮤지컬 ‘썸씽로튼’ ‘스쿨오브락’, 국립극장의 NT라이브 등의 스타번역가 황석희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환영을 본 것 같은 순간,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았던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힘을 보탰다.평범한 수다같으면서도 젠트리피케이션, 경제 논리로 사라져 버리는 것들 등에 대한 폐부를 찌르는 유머가 존재하는 ‘2시 22분’은 미스터리하면서도 유쾌하고 공포스러우면서 코믹한 영국식 블랙코미디다.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로렌 역의 방진의(왼쪽)와 벤 차용학(사진제공=신시컴퍼니)‘물랑루즈’ ‘시카고’ ‘레드북’ ‘지킬앤하이드’ 등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나다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서는 아이비, ‘햄릿’ ‘리차드3세’ ‘드라큘라’ ‘레베카’ 등의 박지연과 보컬그룹 세븐데이즈 출신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이로운 사기’ ‘우리들의 블루스’ ‘빈센조’ 등의 최영준, ‘보도지침’ ‘인터뷰’ ‘팬레터’ ‘판’ ‘광염소나타’ ‘네이처 오브 포겟팅’ 등의 김지철이 제니와 샘으로 부부 호흡을 맞춘다.샘의 오랜 친구로 이사한 새집에 초대된 로렌은 ‘마틸다’ ‘렛미플라이’ ‘레드북’ ‘그레이트 코멧’ ‘펀홈’ ‘하이젠버그’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의 방진의와 ‘아가사’ ‘블랙메리포핀스’ ‘사의찬미’ ‘리차드3세’ ‘프라이드’ ‘킬미나우’ 등의 임강희가 번갈아 연기한다.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벤 역의 양승리(왼쪽)와 로렌 임강희(사진제공=신시컴퍼니)로렌의 남자친구 벤은 ‘에쿠우스’ ‘유도소년’ ‘신인류의 백분토론’ ‘여신님이 보고계셔’ ‘바람직한 청소년’ 등 무대와 드라마 ‘이로운 사기’ ‘작은아씨들’ ‘환혼’ 등의 차용학 그리고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난설’ ‘아랑가’ ‘어쩌면 해피엔딩’ ‘마리 퀴리’ ‘프라이드’ ‘모범생들’ 등의 양승리가 더블캐스팅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12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김주택 "영광스럽게 견뎌야할 가면의 무게, 이제 다시 시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첫 장면에서 샹들리에가 올라갈 때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연습실에서 상상만 했었는데 경매사를 연기하시는, 정말 쩌렁쩌렁 울리는 (한)규정 형님 목소리에 천이 걷히면서 샹들리에가 올라가는데…그 장면이 정말 너무 멋있어요.”지난 3월 그 대단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7월 21~11월 17일 샤롯데씨어터) 부산 공연으로 뮤지컬 데뷔한 성악가 김주택은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소감을 전했다.◇바리톤 김주택의 뮤지컬 데뷔작 ‘오페라의 유령’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아직 끝난 거 같질 않아요. 이제 또 서울 공연을 시작해야하니까요. 성악가로서 클래식, ‘팬텀싱어’의 미라클라스(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 멤버로 크로스오버 팬들을 만났지만 뮤지컬 팬들은 3개월의 부산공연으로 처음 만났죠. 느낌이 완전 달라요. 마지막 커튼콜까지 기립해주시고 환호해주시는 걸 보면서 뮤지컬을 사랑하는 엄청난 마음이 느껴졌고 실망을 안겨드리면 안되겠다는 책임감과 동시에 부담감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너무 재밌어요.”김주택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성악가다.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 2 당시 그의 등장에 경연장이 술렁일 정도로 그는 오페라계의 유명인사였다. 2009년 스물셋의 나이에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 무대에서 조아키노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피가로로 데뷔해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라보엠’(La Boheme),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청교도’(I Puritani), ‘잔 다르크’(Jeanne d‘Arc) 등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400회 이상의 오페라 무대에 올랐던 바리톤 성악가다.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 밖에 안들어요. 한국어 버전 ‘오페라의 유령’이 13년만에 다시 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훌륭한 작품에, 하물며 주인공으로 발탁돼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상황만으로도 영광이죠. 그만큼 부담도 돼요. 가면의 무게라고 해야할까요. 물리적으로는 몇 그램 안되지만 심적으로 느껴지는 그 무게가 엄청나죠.”그렇게 그에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만끽할 영광의 순간들이자 그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부담감이기도 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의 유명 작곡가이자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이다.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앤드루 로이드 웨버, 해롤드 프린스(Harold Smith Prince),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질리언 린(Gillian Lynne) 등 대단한 창작자들이 꾸려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됐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이후 전세계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공연되며 1억 6000여만명이 관람했고 67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흥행작이다. 한국에서는 2001-2002년, 2009-2010년 한국어로 공연됐고 2005년과 2012-2013년 그리고 2019년 끝자락부터 코로나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20년 여름까지 오리지널 캐스트로 내한공연됐다.‘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싱크 오브 미’(Think of Me) 등 그 유명한 웨버의 넘버들과 객석으로 곤두박질하는 1톤짜리 거대한 샹들리에 그리고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등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아리아들로 무장한 오페레타 형식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궁에 숨어사는 천재음악가 오페라의 유령(조승우·김주택·전동석·최재림)과 그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손지수·송은혜) 그리고 그녀의 연인 라울(송원근·황건하)이 펼쳐가는 이야기다.◇무대에 올라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을 떠올려요”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Teatro La Fenice)에 가면 진짜 지하가 미로처럼 돼 있어요. 방도 그렇고 지하동굴이 있을 것만 같은 입구도 있고. 그래서 ‘오페라의 유령’을 할 때면 그곳을 상상해요. ‘여기는 베니스다’ ‘여기는 라 페니체다’ 그렇게요.”김주택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연기하면서 실제로 자신이 올랐던 극장, 오페라 무대를 떠올린다고 털어놓았다.“샹들리에도, 벽화도, 천장도, 발코니 석도 그리고 극장 시스템이나 극장주들과의 대화, 편지 읽는 신 등에서도 그때를 떠올리다 보면 감정이입이 좀 쉬워요. 19세기 파리 극장을 그대로 옮겨놨달까요.”그리곤 “(오페라의 유령인) 에릭이라는 인물은 아마도 성악가였을 것 같다”며 “그의 이해 안되는 부분들도 많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연습하면서는 이해하게 됐다”고 부연했다.“불쌍하잖아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들인데 그게 도를 넘어섰지만 제가 유령이라고 해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길바닥에서 객사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사람들한테 멸시당하고 증오에 찬 상태에서 그냥 죽었을 거예요. 그래서 그가 똑똑하고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방어를 하기 위해 더 강해지고자 했고 사람을 위협하고 죽이고…물론 나쁜 사람이죠. 그래서 마지막이 너무 비참하잖아요.”그는 유령을 연기하면서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던 2009년 깊게도 빠졌던 어린시절 슬럼프 시기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는 “집밖에 나가는 것도, 이탈리아 외국인들과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는 것조차 힘들고 싫었던 적이 있었다”며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두달 동안 생계 유지를 위한 외출 말고는 진짜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잠수를 탔어요. 유령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그때의 저를 떠올렸죠. 부모도, 형제도, 고향도 떠나 타지 생활에서 혼자 남겨진 그 외로움, 고독감이 지하에 숨어사는 유령이랑 다르지 않다고 느꼈거든요.”그런 그를 구하고 변화시킨 이는 스승, 친구 등 ‘사람들’이었다. 김주택은 “유령이 크리스틴의 도움으로 변화를 맞듯 저 역시 그랬다”고 밝혔다. 그래서 ‘오페라의 유령’ 그 마지막이 김주택은 “찜찜하다”면서도 “마지막 장면은 웨버 작곡가의 신의 한수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크리스틴은 마지막에 왜 그랬을까, 정확한 답을 내지 않음으로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생각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유령 역의 김투잭(사진제공=에스앤코)“그게 관객들을 또 극장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힘인 것 같아요. 제 공연을 매회차 녹음해서 모니터링을 하는데 다 달라요. 그때의 공기, 날씨, 사람들, 제 컨디션 등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오거든요.”◇조승우·전동석, 초대 유령 윤영석의 도움으로 “업그레이드 중”“호세 카레라스나 도밍고 등 유명 성악가들이 ‘뮤직 오브 나이트’나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 ‘싱크 오브 미’ 등을 부르셔서 알고는 있었어요. 저 역시 부르기도 했는데 그때는 라울 역할인지도 몰랐죠. 성악가들이 자주 부르는 ‘투나이트’(Tonight)가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넘버라는 것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됐을 정도로 몰랐어요.”많은 것을 배우며 새로움을 만끽 중인 그는 오페레타 형식으로 꾸려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그간 출연해온 오페라와의 차이점으로 “마이크사용과 발성, 섬세한 표현, 대사 전달력”을 꼽았다.“뮤지컬 핀마이크를 처음 써봐요. 다행히 관객들께는 전달되지 않았다지만 코 훌쩍거리는 소리까지 너무 선명해서 그만큼 더 섬세한 발성과 표현력이 필요하죠. 그 마이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성악가로서는 쓰지 않던, 절대 해서는 안되는 발성도 뮤지컬에서는 사용되더라고요. 소리를 친다거나 대사를 할 때 소위 ‘목을 간다’고 표현하잖아요.”그리곤 ‘오페라의 유령’ 마지막 장면을 예로 들었다. 김주택은 “크리스틴과 라울을 떠나보내는 장면은 오페라에서는 해보지 않았던 발성법”이라며 “생소리로 고성방가(?)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는데 그걸 연습하다가 목이 간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저는 목소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어요. 성악가로서 오페라를 하면서 한번도 목에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페라의 유령’ 연습기간에는 말도 못할 정도로 목에 문제가 생겼죠. 대책은 없어요. 이제 좀 방법을 터득했어요. 헐떡이는 숨으로 소리를 치면 목에 바로 문제가 생긴다는 것도 알았어요. 노래하듯이 복식호흡으로 하면 임팩트도 있고 목 보호도 할 수 있죠.”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요령을 터득해 “이제는 목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는 김주택은 “이탈리아어나 독일어로 노래를 부르다 뮤지컬에서 모국어로 노래하다 보니 표현하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성악을 하면서는 제 몸 안의 공간을 더 넓히고 키워야 했어요. 내 몸 스스로가 스피커, 울림통이 돼서 노래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뮤지컬을 하면서는 덜어내려고 노력했어요. 대사의 전달력이나 감정 표현이 중요하다 보니 그 공간을 좀 줄이고 섬세한 표현을 하는 데 집중했죠.”이어 “관객에게 직접 전달된다는 게 오페라와 가장 달랐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가사 하나하나 전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직접 전달된다는 게 양날의 검 같다”고 덧붙였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대사도 감정도 직접 전달되다 보니 전달이나 표현이 잘못되면 그만큼 거부반응도 빠르게 오거든요. 제일 먼저 한국어 딕션에 신경을 많이 쓰고 노력했죠. 사실 딕션은 쉽지도 않지만 어렵지도 않아요. 진자 어려웠던 건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요즘은 쓰지 않는 어휘 표현이나 너무 고통스럽거나 무너지는 연기였어요.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정말 어렵게 느껴졌죠.”그럴 때마다 부산공연에서 유령으로 번갈아 무대에 올랐던 조승우, 전동석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김주택은 “특히 조승우 배우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팁을 아끼지 않고 알려주시려고 노력하셨다”고 밝혔다.“연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말 많이 물어봤어요. 조승우 배우님은 화성악적으로 궁금한 점들을 저한테 물어봐 주시기도 하셨죠. 서로 묻고 공유하면서 좋은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초연의 유령이셨던 (무슈 앙드레 역의) 윤영석 선배님도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유령이어서 해줄 수 있는 그런 노하우를 정말 많이 전수해주셨죠.”김주택은 “부산에서 3개월 넘게 머물렀던 숙소가 극장과 채 5분도 안되는 거리였다”며 “오히려 공연을 하면서는 오페라의 유령 역 배우들은 만나기가 어려웠다. (윤)영석 형님, 이상준 형님 등과 앙상블 배우들과 정말 많이 가까워졌다”고 털어놓았다.“쉬는 날이면 그분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요. 영석 형님께서 손짓 하나, 몸짓 하나, 눈빛 하나 노하우 네다섯 가지를 알려주셨는데 그 다음부터 반응이 더 좋아졌어요. 크리스틴이 유령을 유혹하고 있을 때 라울이 나타나면 몸을 크게 움직여서 그쪽을 쳐다봤는데 영석 형님이 그냥 고개만 딱 돌려보라고 하셨어요.”◇부서진 만큼 성장 중 “빨리 서울 공연을 하고 싶어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부산 ‘오페라의 유령’을 끝내고 서울 공연까지 휴식기를 가지면서 장기판에서 훈수를 두듯 제 행보를 복기하고 있어요. 과거를 생각하면서 제가 계속 가지고 가야하는 것들, 고쳐야 하는 것들을 좀더 연구해서 업그레이드 중이죠. 그걸 접목시켜 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그래요.”이어 “큰 그림을 보고 있다. 내가 유령으로 보여야하는데 간혹 김주택의 모습이 보이는 건 아닐까 고민 중”이라며 “이제는 가면을 벗고 노래하는 게 어색하다. 다 벗은 느낌”이라고 부연했다.“그러면서 김주택이라는 사람보다 유령이라는 캐릭터가 더 잘 보이도록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부산에서 3달 동안 공연하면서 계속 부서져 보고 부서진 만큼 배우면서 많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빨리 서울 공연을 하고 싶어요. 서울 공연은 더 재밌고 박진감이 넘칠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10 18:30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This is Moment] 침묵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연극 ‘겟팅아웃’

연극 ‘겟팅아웃’ 마지막 장면(사진=허미선 기자)침묵 속 단 하나의 색, 한 줄기의 빛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연극 ‘겟팅아웃’(7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마지막이 그렇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알린(이경미)의 행복을 간절하게 빌게 되는, 그래서 어쩌면 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지게 하는 장면이다. 서울시극단장인 고선웅 연출작인 ‘겟팅아웃’은 ‘잘자요, 엄마’ ‘비밀의 정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의 퓰리처상 수상작가 마샤 노먼(Marsha Norman) 작품이다. 이제는 공연가에서 꽤 흔한 1인 2역이 아닌, 두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한다.연극 ‘겟팅아웃’ 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총알이 엉겁결에 발사되면서 과실치사범으로 복역하다 이제 막 출소해 이름까지 바꾸고 새 삶을 꿈꾸는 알린(이경미)과 방황하고 사고뭉치였던 그의 과거 알리(유유진)의 이야기가 한 무대 위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교도소에서 나가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꿈을 꾸던 알린은 이름까지 바꾸고 새로운 삶을 계획하지만 그가 내디딘 세상은 녹록치 않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일을 해야하지만 전과자인 그가 할 수 있는 일과 급여는 절망적이다. 주변은 여전히 위태롭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온통 현혹될 만한 것들 투성이다. 그 의도가 불분명한 늙은 교도관 베니(정원조)는 굳이 알린의 곁에 머물겠다 성화고 엄마(박윤정)는 여전히 딸을 믿지 못한다. 교도소에 투옥되기 전부터 함께 일했던 탈옥수 칼(서우진)은 자랑스럽지 않은 과거처럼 큰 돈을 벌러 뉴욕으로 가자 위협한다.알린이 이들과 더불어 짓지도 않은 절도죄로 전과자가 됐지만 잘 살아가는 듯 보이는 윗집의 루비(최나라) 등과 얽히며 후회하고 절망하면서도 다시 수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그야말로 처절하다.그 과정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그만큼 많은 대사가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불꺼진 무대 위 한 줄기 빛을 받으며 빛나는, 알린이 새 보금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창가에 놓고 싶어했던 화분이다.사실 이 장면은 극에 포함되지 않은, 그저 여운처럼 관객에게 다가갈 순간일지도 모른다. 좀체 떼어낼 수 없고 외면할수록 선명해지는 과거 알리와 분투 끝에 침묵과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받으며 노랗게 빛나는 화분마냥 알린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게 하는, 어쩌면 누구에게나 올지 모를 꿈의 실현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알린들에게 고하는 안녕이자 위로와도 같은 순간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07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프로이트와 루이스, 그들은 그렇게 논쟁했다! 연극 ‘라스트세션’

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의 신구(왼쪽)와 루이스 이상윤 (사진제공=파크컴퍼니)“진정한 지성인은 자신의 생각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한번 되짚고 그 안에 뭔가 진리가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병리학자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를 연기할 남명렬의 말처럼 그런 면에서 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 7월 8일~9월 10일 대학로 TOM 1관)은 “진짜 지성인들 간의 대화”다. 연극 ‘라스트 세션’ (사진제공=파크컴퍼니)여든을 훌쩍 넘긴 베테랑 배우 신구를 비롯해 연극 무대에서 수십년을 연기한 남명렬까지도 여전히 고민하게 하는 연극 ‘라스트 세션’은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를 바탕으로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무대화한 작품이다.현재까지도 저명한 프로이트와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 등의 작가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가 ‘신의 존재’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2인극이다. 한국에서는 2020년 초연, 2022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세 번째 시즌은 초연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프로이트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신구의 전언처럼 “보다 대사를 이해하기 쉽게, 단어를 바꾸기도 하면서 풀어낸다.”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 실제로는 만난 기록을 찾을 수 없는 프로이트(신구·남명렬)의 서재에 C.S 루이스가 방문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1939년 9월 3일은 실제로 프로이트가 사망하기 20일 전이며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선포한 날이다. 이날 ‘신의 존재’를 두고 두 사람의 전쟁과도 같은 논쟁은 시작된다. 그 하루의 이야기 ‘라스트 세션’은 스스로의 신념만을 따르던 프로이트가 루이스와의 만남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데 집중한다. 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 (사진제공=파크컴퍼니)자신의 머리나 지식으로 이해되지 않거나 해석되지 않는 것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래서 음악도 절대 듣지 않았던 프로이트는 논쟁이 끝나고 루이스가 돌아간 후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초연 후 3년여만에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온 남명렬은 “자신의 생각이 옳으면 그 방식대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음악을 듣지 않던 프로이트가 듣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마지막은 신에 대한 다른 의견과 책임감으로 치열하게 토론한 두 사람이 상대의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프로이트의 무신론자 보험판매원과 목사의 농담을 마지막으로 논쟁을 끝낸 루이스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지만 인생을 살면서 위험을 처할 때를 대비한 보험과 같은 것이 있어도 좋겠다’고 얘기하면서 나가죠. 그런 루이스나 듣지 않던 클래식 음악을 듣는 프로이트는 서로의 생각만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다시 돌아보는 진짜 지성인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의 신구(사진제공=파크컴퍼니)‘라스트 세션’으로 세 번째 프로이트를 만날 채비 중인 신구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유태인 프로이트가 어릴 적 아버지와 인도를 걷다 경험한 일화를 짚었다.“누구를 혐오해야할지 지금도 모르겠어.”인도를 걷는 아버지의 모자를 쳐 떨어뜨리며 “이 유태인 놈아! 인도로 다니지 말라고!”라고 일갈하는 남자에 아버지는 그저 인도에서 내려가 진흙 위에 나뒹구는 모자를 집어 쓸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치스럽고 분노가 치미는 이 상황에서 어린 프로이트는 그 상대가 누구인지 모를 혐오를 느꼈다.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부당한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하는 소수와 이를 지켜만 보고 있는 다수,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시스템, 혐오로 점철된 갈라치기…. 오래 전 일이지만 2023년을 사는 지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듯 방독면을 지참하는 무대 위 장면들은 2020년부터 3년여를 괴롭혔던 신종코라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을 맞닥뜨린 인류의 일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쟁 중인 세계, 지금까지도 그 이름이 알려진 석학들, 어쩌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라스트 세션’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05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