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비바100] 다소 뻔한? 그래서 재밌는!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1930년대 통속 여류소설가 김말봉의 생애와 작품을 담은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8월 10일 인천서구 청라복합문화센터 청라블루노바홀, 8월 18~25일 명동예술극장, 8월 31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 9월 4일 광주광역시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가 전국투어에 나선다. 정안나 연출이 이끄는 극단 수수파보리 작품으로 2022년 대학로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초연된 후 2023년 재연됐다. 공연과 이론 작품상,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연출부문 등을 수상했고 지난 6월에는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포스터(사진제공=수수파보리)이번 전국투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4지역맞춤형중소규모콘텐츠유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예술 활성화를 위한 행보다. 김말봉은 남성 중심으로 근현대 문화예술사가 쓰여지던 일제강점기 ‘밀림’ ‘찔레꽃’ ‘망명녀’ ‘고행’ ‘화려한 지옥’ 등으로 사랑받았던 작가다.스스로를 ‘통속소설가’로 칭했던 그는 황해도 재령의 명신학교 교원, 중외일보 기자 등으로 근무하다 1932년 보옥(步玉)이라는 필명으로 쓴 단편소설 ‘망명녀’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고행’ ‘편지’에 이어 ‘밀림’ ‘찔레꽃’을 각각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통속소설가로 사랑받았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그의 생애와 작품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을 만담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바람난 남편을 코믹하게 풀어낸 ‘고행’은 남성 중심의, 여성의 희생과 인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를 향한 발차기처럼 보인다. 그의 대표작인 ‘찔레꽃’은 가난하지만 청순하고 아름다운 정순이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입주 가정교사로 부잣집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시탐탐 정순을 노리는 음흉한 눈길의 주인 할아버지, 인연이라 굳게 믿었던 약혼자 민수, 주인 집의 장남 경구와 딸 경애 등이 정순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여전히 사랑받는 K막장의 원조격이다..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생 오채옥과 황영빈, 그의 연인 백송희의 비극을 담은 ‘화려한 지옥’은 여성들의 연대, 공창제(1916년부터 1948년까지 일본에 의해 식민지 조선에서 실시된 성매매 관리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제시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극 중 극으로 소개되는 세 작품과 더불어 “순수귀신을 버리라!” “대중을 위한 작품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 일갈하던 김말봉의 예술관을 살려 당시의 다양한 대중문화예술 요소들로 꾸린다.  당시를 풍미했던 변사를 모티프로 한 만담꾼과 해설자가 등장하고 인형을 활용하는가 하면 음악그룹 더 튠(이성순, 고현경, 이유진, 송한얼)이 1930년대 대중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격동의 시대를 관통했던 유행가 신민요를 비롯해 동요, 만요(코믹송), 가요 등으로 재미를 더한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연극 ‘햄릿’ ‘라스트세션’ ‘오펀스’ ‘두 교황’ ‘올드 위키드 송’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과 드라마 ‘닥터 차정숙’ ‘천원짜리 변호사’ ‘블랙의 신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의 남명렬을 비롯해 김말봉 역의 이한희, 해설자 김정우, 김하진 그리고 각 작품 별로 다른 역할을 소화하는 문경희, 신정은, 이진철, 임윤호, 이태희, 김단경 등이 출연한다. 고단했던 시대를 민중들과 더불어 관통한 음악들, 맛깔 나는 배우들의 연기, 남성 중심의 식민지 시대를 ‘통속’으로 주름잡았던 김말봉과 그의 파격적인, 지금까지 사랑받는 K막장 드라마의 원조는 뻔하지만 그래서 여전히 흥미롭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7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오페라 ‘오텔로’ 지휘자 카를로 리치 “핵심은 베르디”, 테너 이용훈 “어쩌면 나를 닮은!”

오페라 오텔로 출연진. 왼쪽부터 데스데모나 역의 흐라추이 바센츠, 오셀로 이용훈, 카를로 리치 지휘자, 오셀로 테오도르 일린카이, 이아고 니콜로즈 라그빌라바, 데스데모나 홍주영(사진제공=예술의전당)“사실 ‘오텔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페세 베르디(Giuseppe Verdi)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극장의 남자’(Man of Theatre)죠. 굉장히 특별한 접근 방식이 있어요. 베르디 음악은 음 하나 하나가 그냥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드라마에 딱 맞아서 선택한 것들이죠. 그만큼 오케스트라에게도 드라마가 중요합니다.”카를로 리치(Carlo Rizzi) 지휘자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Royal Opera House) 프로덕션 오페라 ‘오텔로’(Othello, 8월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음악 특징을 “드라마”라고 짚었다.2017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30년만에 자체제작해 키스 워너 연출로 2017년 코벤트가든에서 초연한 오페라 ‘오텔로’(사진제공=예술의전당)“특히 ‘오텔로’는 시작부터 100마일로 굉장히 빠르게 달리는 페라리에 올라탄 느낌이죠. 그 첫 20분은 어떤 오페라에서도 듣도보도 못한 전개입니다. 베르디의 이 오페라가 갖고 있는 드라마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제가 해야할 역할이죠.”오페라 ‘오텔로’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30년만에 자체제작해 키스 워너(Keith Warner) 연출로 2017년 코벤트가든(Covent Garden)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카를로 리치 지휘자의 표현처럼 ‘극장의 남자’인 베르디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4대 비극 중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오페라 ‘오텔로’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베네치아의 무어인 용병 출신 장군 오셀로가 이아고의 부추김에 아내 데스데모나와 충직한 부하 캐시오를 의심하며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무어인이자 노예 출신이라는 오셀로의 자격지심을 통해 질투와 배신, 사랑과 증오, 열등감 등 인간 본연의 심리와 더불어 인종차별, 의처증, 콤플렉스, 열등감 등 현대까지도 이어지는 사회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오셀로는 테너 이용훈과 테오도르 일린카이(Tedodor Ilincai), 이아고는 바리톤 니콜로즈 라그빌라바(Nikoloz Lagvilava)와 마르코 브라토냐(Marco Vratogna), 데스데모나는 소프라노 흐라추이 바센츠(Hrachugi Bassenz)와 홍주영이 연기한다. “한국에서의 데뷔는 ‘오텔로’로 하고 싶었다”는 이용훈은 “테너다 보니 마리오 델모나코Mario del Monaco) 등 오델로를 대표하는 가수들을 동경하며 꿈을 키워왔다. 어느 오페라나 마찬가지지만 ‘오텔로’는 엄청나게 많은 보이스 컬러를 체인지해야만 작품의 맛을 살 수 있어서 빠져들었고 큰 도전이기도 하다”고 이유를 밝혔다.“무조건 소리를 크게 낸다기 보다 오셀로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갈등, 질투와 사랑 등을 텍스트 뿐 아니라 소리의 컬러, 감정 등을 버무려 표현해야하거든요. 델모나코는 하룻밤에 3개의 오페라를 부르는 것 같다 어려움을 얘기했고 ‘챌린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죠.”테오도르 일린카이는 “오셀로는 현실적인 캐릭터”라며 “우리는 매일, 지금도 현실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질투하고 배신한다.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라 복잡한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오페라 '오텔로'에서 오셀로로 무대에 오를 테너 이용훈(왼쪽부터)과 카를로 리치 지휘자, 오셀로 테오도르 일린카이(사진제공=예술의전당)“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성악가로서 그런 역할을 주세페 베르디의 완벽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셀로 뿐 아니라 이아고, 데스데모나 등 각 역할들의 성악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이용훈은 “백인들, 특히 유러피안들이 주류를 이루는 오페라 무대에서 동양인으로서 데뷔했을 때 오셀로와 같은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며 “2007년 라스칼라 데뷔 때는 초청으로, 커버가 아닌 퍼스트 캐스트로 무대에 서면서도 2주 동안 리허설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그 이유를 물었을 때 ‘넌 이탈리안이 아니잖아’라는 대답이 전부였죠. (백인 장군들 중 사이에서 유일한 무어인이었던 오셀로처럼) 저 혼자 이탈리안이 아니었거든요. 해외 무대 입문 과정에서 ‘오셀로’를 공부하면서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불어 오셀로는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테너를 위해 쓰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소심하면서도 강한, 연약함과 열등감, 데스데미나에 대한 사랑 등이 담겼어요. 그걸 제 목소리와 데뷔 초기 경험을 살려 표현하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6 18:00 허미선 기자

김준수·정성화·이성경, 뮤지컬 ‘알라딘’ 출연 확정…11월 22일 개막

김준수, 정성화, 이성경이 오는 11월 한국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알라딘’에 출연을 확정했다.공연제작사 에스앤코는 오디션을 통해 가수 겸 배우 김준수와 배우 정성화, 이성경 등 총 37명의 ‘알라딘’ 출연진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 ‘알라딘’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알라딘’은 신비로운 아그라바 왕국에서 펼쳐지는 알라딘의 여정을 통해 대담한 모험과 클래식한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와 진실된 우정이 담긴 이야기다. 영화 원작에 ‘천일야화’를 비롯한 오래된 설화를 각색한 매혹적인 스토리에 독창적인 상상력과 탁월한 공연 예술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뮤지컬 ‘알라딘’은 2014년 미국 초연 이후 3500여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으며, 4개 대륙에서 관객 1600만명을 모으는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주인공 알라딘 역은 정상급 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인 김준수를 비롯해 배우 박강현·서경수가 맡았다.지니 역은 뮤지컬 ‘영웅’에서 열연 중인 정성화와 배우 정원영·강홍석이 함께 출연한다.자스민 역은 배우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가 캐스팅됐다. 특히 이성경은 ‘알라딘’을 통해 첫 뮤지컬에 도전한다.경력 10∼25년의 베테랑 배우들도 대거 조연으로 이름을 올렸다.자스민의 아버지 술탄 역에는 배우 이상준과 황만익이, 자파 역은 배우 윤선용과 임별이 맡는다. 배우 정열은 자파의 부하 이아고 역으로 출연한다. 알라딘의 친구이자 동료인 카심, 오마르, 밥칵 역은 배우 서만석, 육현욱, 방보용이 캐스팅됐다.연출 겸 안무가인 케이시 니콜로는 “한국에서의 첫 오디션을 통해 깊이 있고 풍성한 인재들을 만날 수 있게 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뛰어난 재능의 배우들이 작품에 즐거움과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한편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는 뮤지컬 ‘알라딘’은 오는 11월 22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다.신화숙 기자 hsshin087@viva100.com

2024-08-06 13:20 신화숙 기자

[B코멘트] 독일가곡으로 무장한 바리톤 박주성·김태한 “정확한 언어구사력, 저희만의 해석 그리고 다채로운 음색들로!”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바리톤 듀엣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뢰베를 떠올렸어요. 뢰베는 발라드 곡이 유명한데 정확한 캐릭터가 있고 내레이터가 있는, 이야기를 선사하는 형식인데 저희 둘 다 오페라 가수다 보니 캐릭터를 나눠 다채로운 목소리로 표현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었죠.”바리톤 박주성은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월 6~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에서 바리톤 김태한과 함께 선사할 ‘올루프 씨 Op.2-2’(Herr Oluf), ‘바다를 건너는 오딘 Op.118’(Odins Meeresritt)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바리톤 박주성(사진제공=예술의전당)실제 바리톤 성악가이기도 했던 카를 뢰베(Johann Carl Gottfried Loewe)는 지휘자이자 오르가니스트로 성악 발라드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올루프 씨’ ‘바다를 건너는 오딘’은 뢰베가 슈라이버(Aloys Wilhelm Schreiber)의 시를 바탕으로 꾸린 가곡으로 헬골란트의 대장장이 올루프, 북유럽 신화 속 마법과 지혜, 시와 전쟁의 신 오딘, 올루프 경의 신부와 어머니, 엘프들과 엘킹(Erlkongins)의 딸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박주성과 김태한은 “저희 음색, 테크닉적인 부분, 연기적 측면 등을 고려해 캐릭터를 나눠 연기한다”고 귀띔했다.“저희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거는 설득력 있는 연기예요. 가곡은 부르는 사람의 음색이나 테크닉적인 부분들, 저마다의 해석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같은 텍스트라도 성악가마다 뉘앙스나 표현적인 부분들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극이 되죠.”김태한의 설명에 박주성은 “신체적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올루프, 엄마, 마왕 등 캐릭터마다 목소리와 음색을 바꿔가며 부른다”며 “다양한 음색으로 여러 인물을 표현하다 보니 혼자 발라드 곡을 부르는 것 보다 훨씬 재밌다”고 털어놓았다.이번 공연에서 두 성악가는 ‘올루프 씨’와 ‘바다를 건너는 오딘’과 더불어 각자에게 어울리는 독일 가곡들을 솔로 무대로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김태한은 슈베르트 ‘뮤즈의 아들’ ‘목동의 비가’ ‘백조의 노래’ 중 제4곡, 베토벤의 ‘입맞춤 Op.128’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 Op.75-2’, ‘괴테의 파우스트 Op. 75-3’, 슈만의 ‘스페인 귀족 Op.30-3’ ‘나의 장미 Op.90-2’ ‘조용히 흐르는 눈물 Op.35-8’ ‘헌정 Op. 25-1’을 선사한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박주성은 슈베르트 ‘그림자 D.957-13’ ‘난쟁이 D.771’ ‘아틀라스 D.957-8’, 슈트라우스 ‘나의 머리 위를 당신의 까만 머리칼로 덮어주오 Op. 19-2’ ‘위령제 Op. 10-8’ ‘해방된 마음 Op.39-4’, 볼프 ‘기도’ ‘은둔’ ‘북치는 사람’ ‘작별’을 부른다.이번 공연 프로그램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일 가곡의 매력에 대해 김태한은 “오페라는 정해져 있는 스토리를 2시간 안에 담아야 하다 보니 많은 내용들이 스킵된다면 가곡은 괴테, 하이든 등 대문호들의 시를 작곡가들이 저마다 해석해 곡을 붙인 장르”라며 “그에 대해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바리톤 김태한(사진제공=예술의전당)“더불어 작곡가의 해석을 가창하는 가수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져서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가수들마다 같은 내용을 말하지만 그 안의 함축된 것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되죠.”그리곤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중 4번곡을 예로 들었다.“누군가는 진짜 휴식에 취해 잠드는 걸로, 또 다른 성악가는 죽음으로 빠져드는 걸로 해석하기도 하거든요. 가수들이 2차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독일 가곡의 매력이죠. 그래서 언어가 중요하죠.”김태한의 설명에 빅주성은 “언어만큼 중요한 게 반주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태한과 공연으로 인연을 맺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Ilya Rashkovskiy)가 함께 한다.“오케스트라가 아닌 피아노와의 앙상블이다 보니 템포 등에 대한 변화에서 자유롭고 좀더 세심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요. 모든 가곡이 그렇지만 특히 독일 가곡은 언어에 맞춰 쓰여졌기 때문에 그 매력이 어마어마하죠.”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급부상한 김태한과 한국 성악가로는 최초로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로 발탁돼 ‘돈조반니’ 마제토, ‘파우스트’ 바그너를 비롯해 독일 루돌슈타트 극장 ‘돈조반니’의 레포렐로 등으로 데뷔한 박주성은 앞으로도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박주성은 빈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 활동과 더불어 밀라노 심포니커와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솔리스트로 함께 하며 리트 반주의 대가 줄리우스 드레이크와 콘세르트헤바우에서 가곡 듀오 무대를 꾸린다.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사진제공=예술의전당)디트로이트 오페라의 ‘리날도’ 중 아르간테 역할로 미국 무대에 데뷔하고 내년 4월에는 한국에서 ‘메시아’에 참여한다. 김태한은 9월 브라질 독창회 투어와 10월 서울시오페라단의 ‘라보엠’ 출연이 예정돼 있다. “박주성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김태한은 “함께 듀엣 곡을 연습하면서 감탄했다. 굉장히 경이롭고 다른 경지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저희 둘 다 독일 리트를 잘한다고 해도 스타일이 굉장히 다릅니다. 둘의 차이점, 달라지는 표현 등에 집중하신다면 다채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해외 무대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 변화 주기가 점점 잦아지는 트렌드나 함께 하는 지휘자 및 연출에 발맞추는 유연성 그리고 언어구사력”이라고 입을 모았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박주성은 “요즘은 워낙 파격적인 연출이 트렌드다 보니 연출자의 영향력이 강력해졌고 연기적인 요소들이 훨씬 강조된다”며 “그런 트렌드 속에서 저희는 변화에 최대한 맞춰가며 현재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이야기를 전달하는 오페라 가수다 보니 제일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언어 구사력입니다. 특히 동양인 오페라 가수에겐 더욱 그렇죠. 저도, (김)태한이도 독일어 구사력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성악가예요. 이번 프로그램을 독일 가곡으로 꾸린 것도 그래서죠. 저희의 언어 구사 능력을 살려 독일어의 아름다움을 잘 구사하면 재밌겠다 싶었거든요.”김태한 역시 “동양인 가수로서 오페라 무대에 선다는 건 외국인 가수가 ‘심청전’ ‘춘향전’ ‘흥보전’ 등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동의를 표했다.“그래서 딕션과 언어의 뉘앙스를 잘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예술 감독, 지휘자, 연출가들이 어떤 걸 추구하는지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올드 스쿨 쪽을 좋아하는 지휘자들이면 소리를 좀더 내주기를 원하고 최근 트렌드를 이끄는 분들은 연기 쪽에 집중하기를 바라거든요.”이에 두 사람은 “소리적인 부분이든 신체적인 요소든 연기적인 부분이든 캐릭터를 다방면으로 잘 소화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성악가가 좋은 오페라 가수”라고 정의했다.“이번 무대를 어렸을 때부터 엄청 좋아해온 동생 태한이랑 같이 한다는 그 자체로 너무 즐거워요. 금전적 이득, 사회적 위치, 하고 싶어서…연주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이번 공연은 너무 함께 하고 싶었던 태한이와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같아요.”박주성의 말에 김태한은 “주성이 형은 지금까지 저만 알고 싶은, 분명 고수지만 안 유명해졌으면 좋겠는 가수였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지금은 ‘바리톤 박주성’ 하면 ‘믿고 듣는 가수’로 모두에게 각인되면 좋겠어요. 이번에 저와 함께 하는 공연도 그런 무대가 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2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소프라노 박혜상 “글로벌 무대의 원 오브 뎀, 그저 노력할 뿐!”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글로벌 무대에서 저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는 소수다 보니 많은 분들이 마치 제가 뭐라도 된 것처럼 얘기해주시지만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성악가 중 한명일 뿐이죠.”글로벌 성악가로 빠르게 성장 중인 박혜상은 스스로를 “원 오브 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무대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추는 프리마돈나이자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 국제콩쿠르 여자부문 2위(2015),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2위·관객상(2015), 퀸 엘리자베스 국제음악콩쿠르 성악부문 5위(2014) 등 수상경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대표 성악가’다.“인터내셔널한 커리어를 갖는다는 건 진짜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요.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저 스스로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가 자꾸 의심하게도 되죠. 그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겸손하게, 더 많이 노력해야하는 것 같아요.”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아시아 소프라노로는 최초로 클래식 명가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2023년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리사이틀 투어까지 마쳤다.올해만도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극장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마술피리’ 파미나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자로도 낙점됐다.“경쟁은 치열하죠. 하지만 경쟁으로 느껴지지가 않아요. 많은 동료들과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편하고 즐겁거든요. 물론 그런 시간들이 조금은 고단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한국 대표 성악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가) 그런 부담감이나 의심, (치열한 경쟁, 그를 위한 부단한 노력 등) 고단함이나 외로움 등은 결국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원했던 것이고 제가 사랑하는 것을 위한 거니까요.”바쁜 일정들 속에서도 후배 성악가들을 위해 그 역시 공부했던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Georg Solti Accademia, 이하 솔티 아카데미)와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The Bel Canto Course for Singers in Seoul, 8월 3일까지) 교수진으로 나섰다.“솔티 아카데미를 한국에 데리고 온 것도 저한테는 되게 큰 의미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아주 작은, 디테일한 교육들이 많은 영 아티스트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글로벌 무대에서 겪었던 것들을 후배들이 굳이 똑같이 겪지 않기를 바라요. 좋은 점은 극대화하고 좋지 않았던 부분들은 함께 얘기해 개선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더불어 그들이 가진 고민이나 걱정 등에도 귀 기울여 도움을 주고 싶어요.”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Jonathan Papp) 예술감독의 전언처럼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젊은 성악가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박혜상에 따르면“한국 성악가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테크닉들을 가지고 있다.”지난달 30일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와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왼쪽부터)과 캔디스 우드 대표이사,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이에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디 벨칸토 코스’에서는 감정을 싣거나 뉘앙스를 살리는, 더불어 중요한 단어들이나 액센트의 강약조절 등으로 음악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하나의 음으로도 다양한 감정과 드라마를 표현하는 성악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육에 집중한다. 그의 표현처럼 “벨칸토는 가장 건강하고 기본적인 테크닉의 정석”이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유연함과 자유로움 등 기본기를 잡는 데 집중한다”는 설명이다.“제 후배들이 저 보다 더 멀리, 오래 가기를 바라요. 그렇게 후배들을 끌어주고 싶어서 고민 중이죠. 좋은 성악가란 자기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같아요. 무작정 강하게, 거침없이가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마저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이요.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그가 내 몸을 빌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겸손한 마음으로 듣고 밸런스를 잘 맞춰 ‘슈퍼파워’를 발휘해 이루는 게 좋은 성악가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것들을 목소리로 표현하면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위안을 주는 그런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여전함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왼쪽)와 손호준(사진제공=글림컴퍼니)무려 200분, 3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타임에 인터미션만 두번이다. 하물며 2부작 중 절반인 1부일 뿐이다. ‘링컨’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의 토니 커쉬너(Tony Kushner)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1’(Angels in America, 8월 6~9월 28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이 개막한다. 밀레니엄 직전의 세기말을 배경으로 동성애자, 모르몬교도, 유대인, 흑인 드래그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혼란을 마냥 새하얗지만은 않은 천사를 등장시켜 혼돈과 공포,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켜 풀어가는 문제작이다. 파트1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와 파트 2 ‘페레스트로이카’로 나뉜 8막짜리 작품으로 1991년 초연 후 1993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쓸었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 중인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왼쪽)와 벨리즈 태항호(사진제공=글림컴퍼니)2003년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 등의 TV영화로 만들어져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을 받기도 했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국립극단에서 정경호, 박지일과 박용우 부자 등의 출연으로 2021년 파트1, 2022년 파트2가 초연된 데 이은 두 번째 시즌이다. 소녀시대 수영의 연극 데뷔작 ‘와이프’를 비롯해 ‘그을린 사랑’ ‘튜링머신’ ‘언체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신유청 연출작으로 ‘스파이더맨’ ‘데드풀’ ‘엑스맨’ ‘쥬만지’ ‘존웍’ 시리즈와 ‘보헤미안 랩소디’ ‘콜 미 바유 유어 네임’ 등 할리우드 영화와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썸씽로튼’ ‘식스 더 뮤지컬’ 등으로 잘 알려진 황석희 번역가가 새로 합류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포스터(사진제공=글림컴퍼니)신유청 연출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저를 뒤흔들었던 작품”이자 “제 삶을 뒤집어 놓는 경험들을 하게 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전과 이후가 좀 달라졌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황석희 번역가의 전언처럼 “영화를 600편 가까이 번역했지만 정말 드문, 채 5편도 안 되는 완성도 있고 멋있는 문장”과 “굉장히 긴 묵직한 독백에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 위트들”로 무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 24년을 맞은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으로 그는 손호준과 더불어 북동부 특권층을 일컫는 와스프(White Anglo-Saxon Protestant, WASP,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출신의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인 프라이어 월터를 연기한다. 프라이어의 연인이자 미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 루이스 아이언슨은 드라마 ‘펜트하우스’ ‘연애지상주의구역’, 연극 ‘어나더 컨트리’ 등의 이태빈과 뮤지컬 ‘앤’ ‘오즈’ 등의 정경훈이 더블캐스팅됐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공주의 남자’ ‘시티헌터’ ‘신기생뎐’ ‘자이언트’ ‘불멸의 이순신’ ‘야인시대’ ‘여인천하’ 등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이효정의 25년만의 무대 복귀작이자 ‘삼남매가 용감하게’ ‘멜로가 체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빠는 딸’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유진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부자 사이인 이효정과 이유진은 각각 스스로가 유대인이며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임을 극구 부인하는 악마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의 유력인사 로이 콘 그리고 성정체성과 모르몬교도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 조셉 피트로 호흡을 맞춘다. 부자지간인 이유진(왼쪽)과 이효정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애정 관계에 빠져드는 조셉 피트와 로이 콘으로 분한다(사진제공=글림컴퍼니)두 사람은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혼란스럽게 여기면서도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며 기묘하게 얽혀드는, 쉽지 않은 인물들을 연기한다. 절대적인 악의 영역에 서 있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로이 콘은 이효정과 더불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김주호 그리고 그와 애정관계로 발전하는 조셉 피트는 이유진과 ‘광염소나타’ ‘마마돈크라이’, 화가시리즈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아르토, 고흐’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등의 양지원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발륨 중독으로 환상에 갇혀버린 조셉의 아내 하퍼 피트는 ‘빙의’ ‘그녀는 예뻤다’ 등 고준희와 ‘시지스프’ ‘여고괴담’ ‘히든’ 등 정혜인이, 드래그퀸 출신의 혼혈 간호사 벨리즈는 태항호와 민진웅이, 조셉의 어머니 한나 피트로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 중인 전국향과 방주란이 더블캐스팅됐다. 프라이어에게 신의 계시를 전하고 천국과 지구를 연결하는 메시저인 천사는 초연에 이어 권은혜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이 쓰여진 1991년이나 배경인 1980년대는 동성애나 유대인, 흑인 등이 차별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다. 부정부패가 팽배하고 소수자에 대한 무시와 멸시,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던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다른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 중인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과 루이스 아이언슨 이태빈장면(사진제공=글림컴퍼니)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 안의 빗금치기 그리고 너와 나, 정치색, 남녀, 인종, 신의 존재에 대한 이견 등으로 갈라치기가 난무하고 전쟁과 인권유린이 여전한 지금. 그 여전함에서 스스로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소수자가 아니라고 해서 마냥 자유롭고 정당한 대우나 배려를 받고 있는가. 정치적, 국가적 상황을 등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신앙, 국가와 사회, 기득권들 사이에서 올바른 해석을 하고자 중심을 잡으려는 일들의 연속인 지금과도 맞닿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30여년 전에 쓰여졌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31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조나단 팝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예술감독 “성악가의 핵심은 감동 선사, 심장이 멈출 것같은!”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최근 오페라의 트렌드는 아주 놀랍습니다.(Golly) 노래나 연기 뿐 아니라 정말 다재다능하고 모든 걸 잘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트렌드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오페라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감동을 주는, 가슴을 울리는 일이죠.(It‘s the same as ever to touch.)”벨칸토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설립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Georg Solti Accademia, 이하 솔티 아카데미)의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Jonathan Papp) 예술감독은 오페라 가수가 갖춰야할 최고의 미덕을 “음악으로 가슴을 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요즘의 성악가들은 모든 걸 잘 해요. 몸매도 가꾸고 운동도 해야 하고…가장 안타까운 건 SNS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팔로워 수를 의식해 이상한 사진을 업로드하곤 하죠. 그 시간에 좀 더 연습을 하고 예술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예술의전당과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The Bel Canto Course for Singers in Seoul, 7월 30~8월 3일) 첫날인 30일 오전 만난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에 대해 “정말 멋졌다(It was lovely)”고 말문을 열었다.“함께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행위)하는 데 1명당 20분씩밖에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들이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죠. 다들 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필사적이었어요. 하지만 오페라 가수에게 중요한 건 정확한 음이 아니라 감정 표현이에요. 그걸 깨보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솔티 아카데미는 1997년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의 정신을 이어받은 교육기관으로 그의 아내 발레리 솔티(Valerie Solti), 예술감독인 조나단 팝, 현재 대표인 캔디스 우드(Candice Wood)가 2004년 공동 설립했다.젊은 오페라 가수들을 위한 여름성악학교를 운영하는 꿈을 꿨던 게오르그 솔티의 뜻을 이어받은 솔티 아카데미는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한 차세대 성악가와 연주자, 지휘자, 레퍼토리를 발굴해 실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벨칸토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아시아 소프라노로는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한 한국의 소프라노 박혜상도 참여했던 솔티 아카데미의 벨칸토 코스는 매해 경력 초기 단계의 젊은 오페라 성악가 12명을 선발해 그들의 목소리와 음악성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3주짜리 교육 프로그램이다.예술의전당과 솔티 아카데미가 공동주최하는 4일짜리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는 솔티 아카데미에서 운영 중인 ‘벨칸토 코스’의 맛보기인 동시에 “두 과정에서 다른 건 충분하지 않은 시간과 하나의 레퍼토리를 공연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뿐”인 축소판이기도 하다.3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왼쪽부터)과 캔디스 우드 대표이사,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음악적 해석과 연주능력 향상, 오페라 무대에 대한 폭넓은 시야, 해외 무대 활동 경험 전수 등과 더불어 이번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의 특징은 이탈리아 발음과 표현방법 교육이다.이는 “노래를 잘하고 보이스가 좋은 것만큼 중요한 정확한 모음·자음 발음과 강약 조절, 내용 및 감정 전달을 위한 수업”으로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뉘앙스 표현을 통해 감정이나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전달하고 음악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훈련이다. 조나단 팝 감독은 “문화적 차이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곤 한다. 아시아 성악가들은 국내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거나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하더라도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런던에서 일했던 한국의 한 성악가는 3주 동안 저희 벨칸토 코스가 끝날 무렵 해방감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깨닫고는 흥분하기도 했죠.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 성악가들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사실입니다. 감정 표출을 억제하는 성향을 개선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표현처럼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그런 감정과 뉘앙스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훌륭한 성악가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30 21:48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창작진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제 삶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전과 이후가 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의미들이 너무 많거든요. 단지 작품 혹은 연극에만 한정된 의미들이 아니라 제 삶을 뒤집어 놓는 경험들을 했습니다. 이 작품 이후에도 여러 작업들을 했지만 제 시야가 확 달라졌기 때문에 (이 작품을) 놓을 수 없었죠.”신유청 연출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1’(Angels in America Part1, 8월 6~9월 28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의 의미에 대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저를 뒤흔들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이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은) 보통의 일상과는 다르죠. 하지만 그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너무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어요.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제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완전히 바꿔놨죠.”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황석희 번역가(왼쪽)와 신유청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저는 그 대본에 담겨 있는 의미들을 찾아내는 수준의 연출가”라며 “우리의 언어가 아니라 그 깊이들을 찾아내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좀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의견들을 담아내는 데 충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트 1, 2로 나뉘어 8시간여에 걸쳐 진행되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밀레니엄 직전의 세기말을 배경으로 동성애자, 모르몬교도, 유대인, 흑인 드래그퀸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혼란을 혼돈과 공포,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며 풀어가는 문제작이다. 1991년 초연된 토니 커쉬너(Tony Kushner) 작품으로 1993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쓸었다. 한국에서는 정경호 주연으로 2021년 파트1, 2022년 파트 2를 초연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과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 이태빈(사진=허미선 기자)한국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소녀시대 수영의 연극 데뷔작 ‘와이프’를 비롯해 ‘그을린 사랑’ ‘튜링머신’ ‘언체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신유청 연출작으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썸씽로튼’을 비롯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스파이더맨’ ‘데드풀’ 시리즈의 황석희가 번역을 책임졌다.황석희 번역가는 “번역가로서 가장 신뢰하고 중시하는 건 텍스트”라며 “토니 커쉬너의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파벨스만’(The Fabelmans)을 번역하면서 처음 접했다. 굉장히 훌륭한 작가이자 문장가”라고 평했다.“훌륭한 작가라고 반드시 훌륭한 문장가이지는 않은데 이분은 훌륭한 작가이자 훌륭한 문장가이십니다. 굉장히 긴 독백에도 위트들이나 이런 것들이 흐름이 끊기질 않죠. 제가 영화를 600편 가까이 번역했는데 이 정도로 완성도 있고 멋있는 문장은 정말 드물어요. 5편도 채 안 되거든요. 그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좋은 작품이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문장에 집중해 그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황석희 번역가(왼쪽부터)와 신유청 연출,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과 유승호(사진=허미선 기자)이어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놓치지 않고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영어 대본”이라며 “두 언어 간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그대로 번역할 경우에는 그 흐름이 이어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 흐름을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캐릭터를 살리는 게 가장 주안점이었습니다. 다행인 건 연출·조연출님이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깊으신 분들이라 번역가 입장에서는 ‘치트키’를 가지고 시작한 것과 다름없었어요.”‘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유승호는 손호준과 더불어 북동부 특권층을 일컫는 와스프(White Anglo-Saxon Protestant, WASP,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출신의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인 프라이어 월터를 번갈아 연기한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사진=허미선 기자)유승호는 “이 작품에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사실 전혀 아는 게 없어서 영화나 창세기 등을 찾아봤다”며 “손톱 매니큐어는 연출님께서 소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시선들을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해봤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그럼에도 그분들의 진심에까지 다가갈 수는 없다는 확신이 들어요. 하지만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연출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각 장면에 담긴 의미들을 깨달아요. 매일, 매번 연습마다 장면들에 담긴 의미들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죠.”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유승호, 그의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 역의 이태빈과 정경훈(사진=허미선 기자)또 다른 프라이어 역의 손호준은 “프라이어 역할을 하는 저희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모여서 드래그퀸 공연도 보러가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의 유튜브, 자료 등을 열심히 찾아서 공부했다”며 “1막 4장 연인 루이스의 할머니 장례식 후 자신의 에이즈 발병 소식을 전하는 프라이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죽음이라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루이스에게 두려움이나 공포스러운 감정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더 밝게 노력하는 프라이어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프라이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가장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죠.”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이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정경훈)에게 자신의 에이즈 발병 사실을 털어놓는 장면(사진=허미선 기자)그의 연인이이자 미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 루이스 아이언슨은 드라마 ‘펜트하우스’ ‘연애지상주의구역’, 연극 ‘어나더 컨트리’ 등의 이태빈과 뮤지컬 ‘앤’ ‘오즈’ 등의 정경훈이 더블캐스팅됐다.이태빈은 자신이 연기하는 루이스에 대해 “그가 하는 선택들이 어떻게 보면 되게 비겁하기도 하고 누군가한테는 되게 현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팀의 막내로서 저만의 풋풋함으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털어놓았다.자신의 성정체성과 모르몬교도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 조셉 피트는 ‘삼남매가 용감하게’ ‘멜로가 체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빠는 딸’ 등의 이유진과 ‘광염소나타’ ‘마마돈크라이’, 화가시리즈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아르토, 고흐’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등의 양지원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로이 콘과 조셉으로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할 부자 이효정(왼쪽)과 이유진(사진=허미선 기자)‘공주의 남자’ ‘시티헌터’ ‘신기생뎐’ ‘자이언트’ ‘불멸의 이순신’ ‘야인시대’ ‘여인천하’ 등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이효정과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김주호가 연기하는 악마의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 유력인사 로이 콘은 스스로가 유대인이며 동성애자임을 극구 부인하면서도 조셉과 기묘하게 얽히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캐릭터다.‘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이효정과 이유진 부자가 애정 관계에 놓이는 캐릭터로 함께 무대에 서는 작품이다. 25년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서는 이효정은 “동성이지만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한다”며 “이런 경우가 없었어서 걱정이 됐다”고 털어놓았다.“대한민국에서 부자지간에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한 전례가 없어서 인간적으로 고민을 좀 했죠.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 아들 눈을 바라보면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 괜찮아서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잃어버렸던 아들을 다시 찾은 느낌입니다. 연습실에서 매일 만나 하루 한끼 이상 밥을 같이 먹거든요. 연극으로 얻는 기쁨도 크지만 아들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있다는 게 제일 큰 선물이죠.”이유진은 “태어나자마자 아빠는 배우였고 TV에 나왔기 때문에 출연작들을 따로 챙겨보진 않았었는데 이번 작품 리딩 첫날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며 “원래 있던 존경심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아빠를 따라 본가로 가서 비법 같은 걸 전수받으려고 했어요. 그 동안은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만든, 되게 소중한 기회이자 감사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돈독했지만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전체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조셉의 아내로 약물중독으로 환상을 마주하는 하퍼 피트는 ‘빙의’ ‘그녀는 예뻤다’ 등 고준희와 ‘시지스프’ ‘여고괴담’ ‘히든’ 등 정혜인이, 드래그퀸 출신의 혼혈 간호사 벨리즈는 태항호와 민진웅이, 조셉의 어머니 한나 피트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 중인 전국향과 방주란이, 프라이어에게 신의 계시를 전하는 천사는 ‘스카펭’ ‘앨리스 인 베드’ ‘파우스트 엔딩’ 등의 권은혜가 연기한다. 로이 콘 역의 김주호는 발표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로이라는 인물을 상징하는) 부정부패는 한 국가의 탄생, 권력과 조직의 형성으로 언제 어디서나 어쩔 수 없이 함께 흘러가는 것”이라고 밝혔다.“이 사람이 유대인이라는 걸, 에이즈 환자라는 걸, 성소수자라는 걸 부정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그에 대한 고민 중이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가려고 노력 중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데뷔 30년, 그 음악여정과 바그너 음악의 매력 응축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데뷔 30주년을 맞은 베이스 연광철이 그 음악여정을 아우르는 리사이틀(7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연다. 오페라 대가들의 음악 여정을 담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는 두 번째 주자인 연광철을 비롯해 소프라노 홍혜경,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리사이틀과 더불어 젊은 성악가들과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연광철은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 계약 후 2004년까지 리하르트 바그너를 비롯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주세페 베르디, 조아키노 로시니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 그 공로로 2018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수여 받은 그는 1996년 아주 작은 역으로 시작해 매년 여름 바그너 오페라로만 꾸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150회에 걸쳐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발퀴레’(Die Walkure), ‘탄호이저’(Tannhauser), ‘뉘른베르크의 명가수’(Die Meisteringer von Nurnberg), ‘파르지팔’(Parsifal),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 등의 무대에 오르며 자타공인 ‘세계적인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성악가다.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더불어 빈 국립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등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의 오페라 ‘파우스트’(Faust),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마농’(Manon),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등에도 출연했다.  이번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에서는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지금까지 연광철이 해왔던 작품들 중 무대에서 많이 불렀던 곡과 캐릭터들로 선정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오페라 가수로서 연광철 커리어의 가장 많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그너의 아리아들은 2부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연광철이 “바그너 중 한번씩은 꼭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곡들” 꾸렸다.이 무대에서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얘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네가 정말 그랬다는 말인가’, ‘리엔치’(Rienzi, der Letzte der Tribunen) 서곡,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과 ‘그렇지 않다는 게 보이지 않니?’를 만날 수 있다.특히 ‘파르지팔’은 연광철이 “해외에서 100회 이상 공연한 작품”으로 1막과 3막의 아리아를 선보인다. 그는 “제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어떤 음악으로 관객 앞에 서는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1부에서는 고전 중 스탠다드라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이태리 오페라 대표 작곡가이자 그가 다양한 해외 프로덕션에 참여했던 베르디의 곡들을 선보인다. 공연은 백작의 음모에 맞서는 젊은이의 패기와 사랑을 다룬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과 ‘더 이상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로 시작한다.이어 프랑스의 압제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던 시칠리아인들의 독립투쟁인 ‘시칠리아 만종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I Vespri Siciliani) 서곡 ‘신포니아’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을 다룬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 중 ‘찢어질 것처럼 아픈 영혼’(Il lacerato spirito), 정략결혼으로 인한 사랑의 결핍과 그리움, 쓸쓸함에 대해 노래한 ‘돈 카를로’(Don Carlo)의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Ella giammai m‘amo)가 불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4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유희성 연출 “원 아시아 마켓,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작품”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등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한국의 리드 프로듀서들이 역할들을 제대로 하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공 여부는 좀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프로듀서를 한다는 자체가 대단하죠. 정말 칭찬해 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유희성 연출은 브로드웨이에서 3월 29일(현지시간) 시작한 프리뷰 첫주부터 ‘원 밀리언 클럽’(주당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브로드웨이씨어터)의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와 ‘마리 퀴리’로 웨스트엔드 공연 준비에 한창인 강병원 라이브 대표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유희성의 무대 읽기-더 스테이지’(사진제공=연극과 인간)“자생적으로 지금의 경지를 이룬 한국의 창작자들이나 제작자들이 모든 것에 열어놓는 마인드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기 보다는 해외 동향 등을 주시하며 실험하고 실행하면서 글로벌화하려는 경향들이 굉장히 발전적이죠.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서포팅하고 리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단발성, 비슷비슷한 지원보다는 실행과 지속가능성에 집중한 정책이 필요한 때죠.” 그는 광주시립극단, 서울예술단 등의 단원으로 무대에 올랐고 뮤지컬 ‘명성황후’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였다.  더불어 뮤지컬 ‘모차르트’ ‘로미오와 줄리엣’ ‘피맛골연가’ ‘바람의 나라’ ‘투란도트’ ‘광주’ 등과 서울시무용단의 ‘바리’와 ‘신시’ 등의 연출이자 전 서울예술단 이사장,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등을 역임한 예술경영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8년 고(故) 장국영의 기일을 맞아 그의 음악들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역시 그의 작품이다.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 문화예술계와 교류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 작품과 공연계에 대한 대단함을 새삼 깨달아요.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무대를 지키기 위해 제작자나 공연 관계자, 스태프들, 배우들과 관객들까지 얼마나 애써왔는지…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셧다운 없이) 공연이 계속됐던 건 우리 문화사(史)에 기억될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격려 받아 마땅한 그 대견함과 노고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출간된 칼럼집 ‘유희성의 무대읽기-더 스테이지’(이하 더 스테이지)에 고스란히 담겼다.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더 스테이지’는 평소 뮤지컬 뿐 아니라 연극, 클래식, 무용, 전통 소리 등 장르를 섭렵한 다작 관객이기도 한 그가 2009년부터 한 매체에 꾸준히 게재해 오던 칼럼을 엮은 책이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물론 한국 공연계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현상과 트렌드 등을 차곡차곡 쌓아둔 책이다.“더불어 ‘시체관극’이라고 나쁘게 표현되는 우리만의 관람문화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들이 극을 보는 데 방해받고 싶지 않은만큼 다른 사람들의 관람 그리고 그 작품을 만든 배우들, 창작진들의 노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이어 “그런 문화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발휘된 것”이라며 “우리의 좋은 공연 문화들이 폄훼되지 않고 좀 더 알려지기를, 좋은 문화로 잘 성장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모범사례를 보이며 분투했던 공연계 역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스타 캐스팅, 환율로 인한 기자재 비용 상승, 해외여행 재개로 인한 관객 이탈 등 다양한 원인들이 언급되고 있는 데 대해 유 연출은 “창작자들과 스태프들이 지금보다는 좀 더 예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제작자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투자를 받기 위해 스타 캐스팅은 어쩔 수 없다고들 하죠. 하지만 좋은 작품을 제대로 만들면 성공한다는 사례들이 계속 나와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력 있는 창작진들과 배우들이 어우러졌을 때 진가가 나타나고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작가, 안무가 등을 만나 소규모 제작비로도 제대로 구현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그가 최근 눈여겨보는 장르는 창극이다. 지난 6월 국립국악원 진도에서 초연됐고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는 ‘따님애기’(7월 25, 2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총연출이기도 한 그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고종으로 무대에 오르던 시절 안숙선 명창의 제안으로 우리 소리를 배우기도 했다.“일본이나 중국은 자신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화시키고 있어요. 우리 창극 역시 그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통 소리의 발성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으로 향유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거든요. 우리 창극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현대화시키고 싶어요.”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15년을 넘게 중국 공연계와 합작 및 창작을 해온 그는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시절부터 ‘원 아시아 마켓’을 강조해 왔다.“중국, 대만, 일본 등과 작품을 함께 만들다 보니 아시아인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서가 있어요. 그 정서를 비롯해 내용, 스타일 등을 활용한다면 원 아시아 뮤지컬이 충분히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텍스트와 음악이 좋으면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사랑받을 수 있어요. 물론 각 나라마다 특성이 있고 선호하는 것도 달라요. 그건 각 시장의 특성에 따라 현지화 작업을 거치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이에요.”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국립극장 2024-2025 레퍼토리시즌 “극장 가동률 높이고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

국립극장이 극장 가동률 높이기와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를 핵심으로 한 을 발표했다(사진=허미선 기자)“이전 시즌보다 극장 가동률을 높이고 제작극장으로서의 자체 기획 및 공동주최 공연을 늘렸다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공연 편수는 비슷하지만 공연 기간을 늘려 극장 가동률은 더욱 높아질 예정입니다.”새로 시작될 국립극장의 2024-2025 레퍼토리시즌(8월 28~2025년 6월 29일)에 대해 박인건 극장장은 “극장 가동률과 기획 및 공동주최 공연 높이기”를 강조했다.“무대 셋업기간이 너무 길어서 실질적으로 110회 이내였던 해오름극장 공연 횟수를 금년부터 160~170회로 늘렸고 다음해는 200회 정도로 만들고자 합니다. 60%밖에 안됐던 하늘극장 가동률도 100%에 이르렀죠.”극장 가동률 높이기와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에 초점을 둔 국립극장의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는 신작 23편과 레퍼토리 8편, 상설 공연 14편, 공동 주최 16편 등 총 61편이 무대에 오른다.이번 시즌에서 눈여겨볼 것은 5년만의 마당놀이 귀환이다. 국립극장의 마당놀이 10주년을 맞아 원조 창작진인 손진책 연출, 박범훈 자곡가, 국수호 안무가 그리고 배삼식 작가가 4편의 레퍼토리를 엮은 ‘마당놀이 모듬전’(11월 29~2025년 1월 30일 하늘극장)을 선보인다. 이들과 더불어 원조 마당놀이 스타인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이 특별출연으로 흥을 돋운다.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포스터(사진제공=국립극장)또한 민새롬 연출의 연극 ‘몬스터 콜스’(12월 5~8일 달오름극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음악회 ‘함께, 비발디와 레스피키’(12월 10일 해오름극장), ‘2025 함께, 봄’(2025년 4월 12일 해오름극장), 중증 척추 장애 여성의 성적 욕망을 담은 신유청 연출의 ‘헌치백’(2025년 6월 12~15일 달오름극장) 등 무장애 공연 4편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마당놀이의 부활, 무장애 공연 신작과 더불어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는 국립극장의 정체성인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동시대 창작 공연과 관객들이 사랑했던 레퍼토리들이 고루 라인업됐다.한국 춤의 외연을 확장하는 국립무용단의 ‘행 +-’(8월 29~9월 1일 해오름극장)를 시작으로 실존 인물인 명창 이날치의 삶을 담을 국립창극단의 ‘이날치傳’(11월 14~21일 달오름극장)과 김정 연출·배삼식 극작의 ‘피의 군주’ 수양대군 이야기 ‘수양’(首陽 가제, 2025년 3월 13~20일 달오름극장), 양정웅 연출가의 ‘파라다이스’(가제, 2025년 4월 3~6일 해오름극장), 예효승 안무가의 ‘파이브 바이브’(가제, 2025년 6월 25~29일 달오름극장) 등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게임 세계관을 무대화한 작곡대전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11월 29~30일 해오름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지휘자 정치용이 이끄는 KBS관현악단과 손잡고 국악관현악을 서양관현악으로 변주하는 ‘스위치’(가제, 2025년 6월 21일 해오름극장)도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 초연된다.새로 선보이는 신작과 더불어 ‘변강쇠 점 찍고 옹녀’(9월 5~15일 달오름극장), ‘베니스의 상인들’(2025년 6월 7~14일 해오름극장) 6년만에 돌아오는 ‘향연’(12월 19~25일 해오름극장) 등 국립극장 인기 레퍼토리를 비롯해 외부 창작단체와의 공동주최나 기획 공연도 선보인다.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8월 29~9월 28일 하늘극장), ‘송년갈라 SPA con’(12월 28일 해오름극장), ‘천개의 파랑‘(2025년 2월 22~3월 7일 해오름극장)과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레타 ‘박쥐’(10월 11~12일 해오름극장), 라이브러리컴퍼니 ‘붉은 낙엽’(2025년 1월 8~3월 1일 달오름극장), 국립극단 ‘그의 어머니’(2025년 4월 1~20일 달오름극장),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이끄는 이모셔널씨어터 ‘꿈의 극장’(2025년 5월 16~6월 29일 하늘극장) 등을 만날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3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할만큼 다 했지” 참으로 김민기다운 마지막 말 “그저 고맙다”

21일 오후 8시 26븐 김민기 학전 대표가 별세했다(사진제공=학전)“할만큼 다 했지. 그저 고맙다.”김민기의 마지막 말은 참으로 그다웠다. 민주항쟁의 상징곡인 ‘아침이슬’ ‘상록수’ 등의 창작자이자 1991년부터 30여년 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의 김민기가 7월 21일 오후 8시 26분 별세했다. 향년 73세.지난해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해오던 그는 간으로의 전이, 지난해 12월 폐렴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도 학전의 레퍼토리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투병해 왔다.학전 외관(사진제공=학전)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올초부터는 병에 집중하셨다. 빨리 나아야 한다며 가족이 말릴 만큼 모범환자였다”며 “항암치료 후 다음 치료 일정을 잡으신 후 가족들도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지만 포크 듀오 ‘도비두’로 가수활동을 시작하며 ‘아침이슬’ ‘상록수’ ‘늙은 군인의 노래’ ‘꽃 피우는 아이’ 등을 발표했다.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하는가 하면 ‘금관의 예술’ ‘아구’ ‘공장의 불빛’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니’ 등 공연을 제작·연출했다.학전 개관 20주년 기념 단체 사진(사진제공=학전)1991년에는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에 학전소극장 블루를 개관해 김광석,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윤도현, 정재일, 나윤선 등을 배출했고 ‘지하철1호선’ ‘고추장떡볶이’ ‘의형제’ 등을 제작·연출했다. 최근까지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받았던 김민기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한 이전 학전 앞을 지나며 마지막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그의 조카이기도 한 학전 김성민 팀장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10마디를 해야 겨우 한마디로 답하곤 하던” 고인은 “학전 아카이브를 고려하진 않으셨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주셨다.”“마지막까지 하시고자 했던 건 본인 작품의 대본집이었습니다. 글로 뿐 아니라 무대, 음악 등을 한번에 볼 수 있늘 걸 만들고 싶어하셨죠. 그 숙제를 주고 가셨으니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선생님의 작품과 학전 레퍼토리, 개인 활동 등 크게 아우를 수 있는 아카이브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학전 아카이브는 아르코예술기록원이 자료를 가지고 가셔서 작업 중이고 경과를 보면 2, 3년 후에 공개될 듯합니다.”학전의 대표 레퍼토리 ‘지하철 1호선’(사진제공=학전)더불어 고인이 머물던 학전 4층 집무실 운영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학전을 그만두겠다는 시점에서 ‘다 놓고 가겠다’고 하셔서 아르코에 운영을 맡기고자 했다. 하지만 그 장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그 공간만큼은 비워진 상태로 둘 예정”이라고 전했다.“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 공간을 학전 아닌 다른 사람이 운영할 수는 없어요. 저희도 그 공간이 있어야 버틸 수 있어서 비워둘 예정입니다.”생전 김민기가 거듭 “내가 뿌린 씨앗들은 내가 거둬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등 학전 대표 레퍼토리에 대해서는 “김민기 선생님이 연출하지 않은 학전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학전 김민기 대표(사진제공=학전)“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지하철 1호선’은 없습니다. 여지를 주자면 배우, 스태프들, (김민기의 유족인) 작은 어머니나 동생들과 상의해서 학전 40주년, 50주년, 100주년의 그 어느날에는 한번쯤 생각해보기는 하겠죠. 애매모호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김 팀장은 학전 자리에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에 대한 생전 김민기의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어린이극은 아르코나 아시테지에서 충분히 잘 해주고 계셔서 오히려 걱정을 하지 않으셨다”고 전했다.“다만 시작은 어린이극으로 하지만 청소년극에 대한 당부도 하셨습니다. 더불어 묻히고 있는 신진 뮤지션들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을 하셨어요. 아르코 측에는 전달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말했고 그분들도 이미 충분히 준비하고 계셨습니다.”이어 “학전을 폐관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응원하시느라 십시일반 도와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하기도 했다. 유가족들과 학전 측은 “화환과 조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선생님이 직접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 친구들 등과의 논의 끝에 선생님이 마음 편히 가시게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미뤄 짐작컨대 설경구, 장현성 아저씨가 와도 ‘밥은 먹었니’ 하셨을 거라…늘 얘기하던 밥, 따뜻하게 한끼 나눠먹는다는 개념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배우들, 선생님을 기억하시는 분들과 밥 먹고 차를 마시면서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씨와 두 아들이 있으며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2 14:2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아르코꿈밭극장 개관, 정병국 위원장 “김민기 선생님과 학전의 정신 잇도록!”

김민기의 학전소극장을 리뉴얼해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 운영방향을 설명 중인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김민기 선생님의 뜻과 학전소극장이 그 동안 우리 문화예술계에 미쳤던 영향이 계속되도록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완전한 리모델링을 통한 재개관은 아니지만 시급한대로 손을 보고 오픈하게 됐습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정병국 위원장은 지난 3월 15일 폐관하며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낸 김민기의 학전소극장이 7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이하 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한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갑작스럽게 이뤄진 일들이기 때문에 예산이 편성돼 있거나 하지 않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시간도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2024년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아시테지 여름축제 프로그램과 연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33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블루 소극장이 어린이, 청소년 극을 주로 올리는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사진=브릿지경제 DB, 학전 제공)개관식 후 아시테지 여름축제가 이어지는 꿈밭극장은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 우선 대관하고 “내년부터는 창작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과 문예위의 어린이, 청소년 창작지원사업과의 연계도 검토 중”이다. 학전에서 매년 진행해온 김광석 콘서트에 대해서는 “김광석 기념재단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내년부터는 공간도 전면적으로 재배치합니다. 현재 1층 상점의 계약이 끝나면 저희가 임차해서 학전의 아카이빙 공간을 꾸리고자 합니다. 학전에서 보존하고 있던 구조물들, 학전 간판 등을 이 공간에 전시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죠. 더불어 아이들이 평소에도, 공연을 보러 와서도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라운지도 만들 생각입니다. 가능한 공간들은 다 임차해 창작자들을 위한 연습장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등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여의치 않은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꿈밭펀딩까지고 생각 중”이라고 밝힌 정병국 위원장은 “문예위 예술나무 후원센터를 통해 모은 후원금과 더불어 꿈밭극장펀딩을 통해 5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17일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공모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 극을 중심으로 선정하고자 합니다. 학전의 역사성을 지속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선정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지방 순회를 통해 소외지역 어린이들도 문화향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갈 겁니다. 여기를 밭으로 삼아 작품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 꿈밭극장이 가져야할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정 위원장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학전이 공연계에 미친 영향, 특히 어린이 청소년 극을 중심으로 이어온 정신을 우리가 이어 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가능하면 학전의 흔적들을 지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학전이라는 이름이나 ‘고추장떡볶이’ ‘지하철 1호선’ 등 대표 레퍼토리들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김민기 선생님께서 ‘내가 뿌린 씨앗은 내 선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그 뜻을 기리고 발전시켜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더 나아가 우리 연극계 전반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9 22:28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블라인드 러너’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민자, 여성인권 문제”

‘달리기’를 소재로 여성인권, 이민자, 자유 등의 문제를 다룬 연극 ‘블라인드 러너’ 공연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난민 문제는 난민 자체가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그 나라로 망명할 수밖에 없게 한 모든 국가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계2차 대전을 예로 들어보죠. 당시 9만여명의 유대인 이민자들을 제일 많이 수용했던 멕시코나 남미, 중동, 이란 등은 전쟁 발발과는 무관한 나라들이었죠. 난민을 만든 나라가 우리나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자유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달리기’(Run)를 소재로 여성인권, 이민자, 자유 등의 문제를 다룬 ‘블라인드 러너’(Blind Runner, 7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대해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Amir Reza Koohestani) 작·연출은 이렇게 밝혔다.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는 연극 ‘블라인드 러너’(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여성인권 운동의 시발점이 된 2022년 9월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 사망사건을 다룬 닐루파 하메디(Niloofar Hamedi) 기자와 그 남편의 실화 그리고 유럽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이민자 행렬을 모티프로 한다. “극 초반 말장난처럼 제시되듯 픽션(Fiction)과 팩션(Faction)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입니다. 대본 초고는 다섯 페이지 뿐이었지만 연습과 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천일야화를 만들어내 듯 이야기를 계속 덧붙여 구성해 완성했죠.”연극 ‘블라인드 러너’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작·연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지난해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Kunsten Festival des Arts) 초연 후 독일 베블린 페스티벌, 네덜란드 누더존 공연예술 축제 그리고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제(Foreigners Everywhere)에 맞춘 특별 기획공연 ‘Biennale Teatre 2024’로 선보여 주목받은 작품으로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해외 초청작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정치적 신념의 표출로 5년형을 선고받고 감시카메라가 수시로 작동하는 감옥에 수감된 아내(아이나즈 아자르우슈 Ainaz Azarhoush)와 그런 아내에 대한 걱정, 분리돼 있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을 만든 아내에 대한 원망 등을 쏟아내는 보수적인 남편(모하마드 레자 후세인자데 Mohammad Reza Hosseinzadeh)의 이야기다.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면회실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부패한 정치권과 독재정권, 바닥을 치는 경제 등 목숨걸고 망명과 이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란인들의 현실을 담고 있다. 보수적이기만 하던 남편은 아내의 부탁으로 눈먼 이민자 마라토너 파리사(아이나즈 아자르우슈)의 가이드러너가 되면서 변화를 맞는다.미디어 프로젝션을 통한 리얼리티와 버추얼리티의 공존, 라이브 카메라로 실현되는 미디어타이즈 등 연극이어서 가능한 연출들과 더불어 아내와 파리사를 한 배우가 연기하는 점은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눈을 뜨면 아내, 눈을 감으면 맹인 러너 파리사가 되는 1인 2역 설정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장면이다.“마흐사 아미니 사망으로 불거진 ‘히잡 시위’는 처음에 한두명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여러 명이 하나의 뜻을 품게 됐죠. 많은 이들이 같은 명분 하에 운동을 펼쳐가는 걸 보면서 한 배우가 두 역할을 연기함으로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연극 ‘블라인드 러너’ 공연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이어 “남편은 아내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자신들의 관계가 위험에 빠져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계속 질문을 던져 왔다. 하지만 파리사를 만나면서 결국 여성의 자유가 보장돼야 남성조차도 자유가 보장이 된다는 사상으로 진화된다”고 부연했다.더불어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이 꼽은 장면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Channel Tunnel)에서 영감 받은 터널 신이다. 그는 “어둠을 통과해 빛을 향해 나아가는 터널이 이 극과 잘 어울리는 특이한 비주얼적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마지막에 경적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끝나는데요. 터널이라는 공간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첫차를 피해 5시간 38분만에 영국에 도착해야 하는 불공정한 경쟁이자 절망적인 길이라는 이중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한테는 위험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자살항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공간에서 해피엔딩을 찾기란 쉽지 않잖아요. 일종의 모호함을 만들어내는 연출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9 17: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박세은 “발레는 그냥 발레다”

‘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허미선 기자)“결국 발레는 그냥 발레 같아요. 한국의 발레 교육이 (러시아) 바가노바 메소드(Vaganova Method, 러시아 무용교사 아그리피나 바가노바가 창안한 발레 교육법) 기반이다 보니 프랑스 스타일을 다시 익히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어떤 스타일이든 잘 하면 프랑스에서 춤을 추든 한국에서 춤을 추든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춤을 추든 다 할 수 있거든요.”세계 최고(最古) 파리오페라발레(The Paris Opera Ballet, Ballet de l‘Opera national de Paris)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Etoile) 박세은은 17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이하 에투알 갈라, 7월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기자간담회에서 “발레는 그냥 발레”라고 털어놓았다.“제가 입단했을 때는 저 혼자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주니어 컴퍼니, 준단원 계약 무용수까지 6명”이라는 박세은에 발랑틴 콜라상트(Valentine Colasante)는 “굉장히 재능이 출중한 분들”이라며 “파리 발레단에서 춤을 추는 자체가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을 보탰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저희는 어려서부터 익숙한 환경에서 교육받아 프랑스 스타일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분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익히고 있거든요. 그 자체로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에겐 없는 재능에 감탄하고 있죠. 아마도 한국에서 배운 교육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국에서 배운 것과 프랑스에서 새로 익힌 것들이 합쳐져 한국 무용수들이 굉장히 멋진 결과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프랑스 스타일의 발레에 대해 박세은은 “과하거나 힘이 많이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추는 춤”이라며 “아름답고 예쁜 걸 떠나 감성적인, 춤 보다 감정이 먼저인 스타일”이라고 전했다.“동작이나 테크닉 보다 먼저 나와야 되는 게 감정이에요. 그런 부분이 프랑스 발레의 특징 같아요. 노력해서 보여주기 보다는 절로 묻어나오는 감정, 내추럴함이 프랑스 스타일의 큰 장점이죠.”‘별’이라는 의미의 ‘에투알’은 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일컫는다. 그 에투알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한 올해의 ‘에투알 갈라’ 무대에는 박세은과 그의 오랜 파트너 폴 마르크(Paul Marque)를 비롯해 발랑틴 콜라상트, 레오노르 볼락(Leonore Baulac), 한나 오닐(Hannah O‘Neill), 기욤 디오프(Guillaume Diop) 6명의 에투알이 오른다.더불어 프리미에르 당쇠르(Premiers Danseurs)인 록산느 스토야노프(Roxane Stojanov), 제레미 루 퀘르(Jeremy-Loup Quer), 쉬제(Sujet) 토마 도퀴르(Thomas Docquir), 안토니오 콘포르티(Antonio Conforti), 발레마스터(Maitre de ballet) 리오넬 델라노에(Lionel Delanoe) 그리고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첼리스트 백승연이 함께 한다.2022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무대를 가졌던 ‘에투알 갈라’와는 달리 파리 오페라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 장면들로 꾸린다. 프로그램 역시 A(7월 20, 21일)와 B(7월 23, 24일), 전혀 다른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허미선 기자)A 프로그램은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Delibe Suite Pas de deux), ‘랩소디’ 파드되(라이브 Rhapsody Pas de deux), ‘카르멘’ 침실 파드되(Bedroom Pas de deux from Carmen), ‘보석’ 중 ‘다이아몬드’ 파드되(Diamonds Pas de deux from Jewels), ‘세 개의 그노시엔느’(라이브 Trois Gnossiennes), ‘마농의 이야기’ 침실 파드되(Bedroom Pas de deux from L’Histoire de Manon), ‘알 게 뭐야’ 중 ‘내가 사랑한 남자’(The Man I Love from Who Cares), ‘신데렐라’ 2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Cendrillon Act 2),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The Vertiginous Thrill of Exactitude)로 구성된다.  B 프로그램에서는 ‘돈키호테’ 3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Don Quixote Act 3), ‘르 파르크’ 3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Le Parc Act 3), ‘몸짓’ 중 ‘푸른색의 정신’ 파드되(Pas de deux from Signes), ‘차이콥스키 파드되’(Tchaikovsky Pas de deux), ‘양식적(樣式的) 파드되’(라이브 A la maniere de, Pas de deux), ‘빈사의 백조’(라이브 La Mort du cygne), ‘백색’ 모음곡 중 ‘아다지오’ 파드되(Suite en Blanc), ‘백조의 호수’ 중 3막 ‘흑조’ 파드트루아(Black Swan Pas de trois from Le Lac des cygnes Act 3)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Mi Favorita)을 만날 수 있다. “갈라 작품은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돌고 뛰는 기교적인 부분이 돋보이죠. 하지만 저는 그걸 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바퀴를 돌고 체공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글로 쓸 수 없는 감성 등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공연을 보셔야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갈라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박세은(사진=허미선 기자)이를 위해 휑한 배경에 무용수와 음악만으로 구성하는 여타의 갈라가 아닌 제대로 꾸린 무대, 조명, 의상 등이 구현된다. 박세은 ‘백조의 호수’ 중 3막 흑조 파르트루아 중 등장하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제레미 루 퀘르)를 예로 들었다.“굉장히 멋있어요. 주역만큼이나 무대를 장악하는 조연이죠. 의상도 너무 멋진데 파리 오페라 발레 무대에 실제로 오르는 큰 망토를 직접 가지고 왔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큰 망토인데 그 마저도 너무 멋있죠. ‘마농의 이야기’를 위한 침대도 직접 제작했어요. 마치 전막 공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갈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에투알 승급 3년차를 맞은 박세은은 “이 타이틀로 ‘넘어져도 에투알은 에투알’이라는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제 발레 인생의 전환점은 출산”이라며 “에투알이 되고 나서 제 춤에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는 출산 전후로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출산 3개월 전까지도 무대에 올랐고 출산 후 6개월 만에 복귀했어요. 저는 부족한 것만 생각할만큼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아요. 굉장히 고뇌하면서 춤을 추는 스타일이죠. 하지만 출산 전후로 너무 피곤해 고민할 시간이 없어졌어요. 연습실에서 즐겁게 춤을 추고 귀가해 신나게 육아를 하는 루틴이 자리잡히면서 제 춤이 좀 더 편안해졌죠.”무용수로서의 전환점이 된 출산으로 지난해 30년만의 파리 오페라 발레 내한공연 ‘지젤’(Giselle)에 동행하지 못했던 그는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지젤’로 전막 발레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제가 너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더불어 제가 너무 좋아하고 (에투알 승급에) 노미네이션될 수 있었던 (러시아 출신의 무용수이자 안무가)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전막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현재 투어용으로 대곡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언제 완성될지 모르지만 이 작품으로 한국 전막 공연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8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국립극단 박정희 신임 예술감독 “아름다운 순간이여 영원히, 괴테 ‘파우스트’처럼!”

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창작진과 제작진 그리고 각각의 프로덕션이 하나의 공동체처럼 움직이는 성숙한 창작 문화를 형성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각각의 전문 분야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식구처럼 움직일 때 그것이 하모니를 이뤄 ‘명작’이라는 결과물까지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박정희 국립국단 신임 예술감독은 브릿지경제에 이렇게 밝히며 “제작진과 아티스트의 건강한 협업문화를 위한 국립극단규약(NTS, National Theater Standard) 제정”을 언급했다. NTS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박 감독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제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하는 단계”라고 전했다.“창작자와 제작진이 서로가 안전하다는 감각 하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믿고 존중하며 작업하는 문화, 저마다의 협업 태도를 한번 더 점검하고 쇄신하는 문화가 연극계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입니다. 그 만큼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청취하고 점검한 후에 적절한 조항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지난 4월 취임해 90일을 맞은 박 감독은 “궁극적으로는 내외국인 누구나 사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극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국립극단”을 강조했다.이를 위해 극단 체제 강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다채로운 연극적 색채, 기획단계부터 국제 교류를 계획하고 완성도를 담보하는 레퍼토리 개발을 시행과제로 삼는다.이를 달성하기 위한 키워드로 ‘작품성’ ‘관객 스킨십’ 명동예술극장 르네상스‘ ’국내외 협업‘을 꼽았다. 키워드에 따른 중점사업 및 운영방안도 수립했다.‘작품성’ 균일화를 위해 지난 3년 간 23.5에 머물렀던 관객 추천지수(NPS)를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더불어 관객과의 신뢰 강화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60% 안팎에 머물렀던 명동예술극장 가동률을 올해 80%, 내년에는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결국 콘텐츠의 중요성, 연극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인간의 본질과 존재의 양식을 탐구하는 예술인 연극에 걸맞는 작품으로 라인업을 꾸린다.신규 레퍼토리 개발과 더불어 기존 공연 중 양질의 작품을 재발굴해 레퍼토리화하는 ‘Pick 시리즈’(가칭)과 ‘Pick크닉’이 그 첫발이다. ‘Pick 시리즈’를 통해 국립극단 제작 PD와 관객이 투표로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명작 한편씩을 선정해 무대에 올린다. 박 감독에 따르면 이를 위해 현재 5개 작품을 후보군으로 토론 중이다..‘Pick크닉’은 매년 여름과 겨울 시즌 민간 극단의 작품을 초청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리는 기획초청 프로젝트다. 올해는 극단 수수파보리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프로덕션IDA(아이디에이)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 완성 플레이 그라운드의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가 ‘Pick크닉’ 작품으로 선정됐다.  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첫발을 뗄 것은 ‘PIck 시리즈와 신작(창작극) 제작, 인문학 강의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가와의 대화도 단기간 내에 확장할 것이고요. 장기 플랜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원만한 해외교류와 관객추천지수(NPS) 상승이죠.”연출가 및 작가 등을 대상으로 익명 투고, 낭독회 등의 형식으로 운영하던 지원 프로그램도 변화를 맞는다. 창작 희곡 공모는 상금 규모(대상 1명 3000만원, 우수작 2명 각 1000만원)를 확대하고 대상작은 낭독회를 거쳐 후년 연극인들 꿈의 무대인 명동예술극장 공연화를 진행한다.창작자 발굴을 위한 ‘창작트랙 180°’ 사업도 신설한다. 6개월 단위로 한명의 아티스트를 선발해 장르, 신진·기성 등의 제한 없이 창작활동을 지원한다.“신설한 ‘창작트랙 180°’는 최종적인 본 공연 같은 결과물 중심이 아닌, 오로지 과정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참여하는 예술가 한명이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과정 내 현장 창작자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으로 완성됩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연극계 전반에 신선한 창작 담론이 형성되고 확산되게 한다는 점이 다른 지원 프로그램과 차별 지점입니다.”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1년이었던 시즌단원(15명 내외) 활동기간을 2년으로 늘려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화하고 19세 이상 34세 미만의 프로무대 경력 2년 이상 배우들을 수용하는 ‘청년교육단원’ 제도는 현재 40명 규모에서 점점 확대할 예정이다.한국 연극 위상을 높이고 이를 알리기 위한 세계무대로의 진출, 지역 순회 프로그램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 방안도 적극 개발, 확대한다.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위한 작품, 외부 초청 공연 등에 대해 박 감독은 “한국의 지역적인 소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계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 연극을 만들고 교류하고자 한다”고 답했다.장애인들을 위한 ‘열린 객석’, 공연 영상화 사업, 올해 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시작으로 지역 예술가와의 협업 강화, 예술가와의 대화 회차 늘리기, 공연의 이해도를 높이는 도슨트 프로그램 신설, 희곡의 성격에 적합한 인문학 강의 도입 등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철로’ ‘하녀들’ ‘이영녀’ ‘헤다 가블러’ ‘아버지’ 등의 연출가이기도 한 박정희 감독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국립극단”과 더불어 “관객들이 아름다움을 감각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열망을 털어놓기도 했다.“연출자로서는 관객들이 아름다움을 감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선보이고 싶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 중 ‘아름다운 순간이여 영원히 멈춰라’라는 한 장면의 이미지가 10년 동안 마음에 남으면 인생은 변하기 시작하거든요. 이처럼 아름다움을 관객의 가슴에 오랫동안 각인시킬 수 있는 작품을 선물하고 싶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7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웃음’ 장인 정상훈이 전하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의 웃음 그리고 송원근·김범·손우현 몬티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다이스퀴스 역의 정상훈(사진제공=쇼노트)“9명을 죽이는데 웃겨요. 이게 좀 아이러니하잖아요. 그렇게 저희 작품에는 코미디가 있고 그 어떤 뮤지컬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음악이 있습니다. 소재 자체가 파격적인데 재밌고 극본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군더더기 없이 딱 맞아 떨어지죠. ”무려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하는 정상훈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의 매력을 웃음과 음악으로 꼽았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송원근(왼쪽부터), 다이스퀴스 안세하, 몬티 나바로 김범, 다이스퀴스 정상훈, 몬티 나바로 손우현(사진제공=쇼노트)“우리 브라스 밴드 분들 하나하나가 엄청나요. 그런 대단한 분들을 양주인 감독님이 다 끌어오셨습니다. 그야 말로 음악 귀호강이죠.”이어 “다이스퀴스(이규형·정상훈·정문성·안세하,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1인 9역을 하다 보니 거기서 웃음이 유발되고 총천연색의 색들을 모아놓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사실 외국 코미디 작품을 한국식으로 각색하는 건 난해해요. 상황만 주어진 채 거의 다 부수고 다시 탑을 쌓았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관객과의 공감’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안 웃기면 진짜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과하지 않게 농도를 맞추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김동연 연출, 배우들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죠.”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송원근(사진제공=쇼노트)정상훈은 ‘웃음’ 장인인 동시에 애드리브의 달인이기도 하다. 무대 위 애드리브에 대한 질문에 정상훈은 “철저히 짜놓은 약속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워낙 퀵체인지가 많다 보니 상배배우와의 약속이 어그러지는 사고나 불미스러운 상황들이 생길 때만 조금 애드리브를 쓴다”고 털어놓았다.‘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은 지독히도 가난하지만 사랑에도, 세상에도, 삶에도 순수했던 청년 몬티 나바로(김범·손우현·송원근)가 런던 최고의 귀족 다이스퀴스 가문의 8번째 백작 후계자였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김범(사진제공=쇼노트)2018년 한국 초연 후 2020년, 2021년에 이은 네 번째 시즌으로 190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몬티 나바로와 다이스퀴스 가문 사람들, 연인 시벨라 홀워드(류인아·허혜진)와 결혼상대 피비 다이스퀴스(김아선·이지수) 등이 펼쳐가는 좌충우돌 블랙코미디다. 이번 시즌의 몬티 나바로 역은 모두 새로운 출연진으로 ‘구미호뎐’ 시리즈, ‘고스트 닥터’ ‘로스쿨’ ‘꽃보다 남자’ 등의 김범, BL드라마 ‘나의 별에게’ 시리즈, ‘행복배틀’ ‘금수저’ 등과 연극 ‘테베랜드’ 등의 손우현, ‘오페라의 유령’ ‘레드북’ ‘이프덴’ ‘서편제’ 등의 송원근이 번갈아 연기한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손우현(사진제공=쇼노트)이들에 대해 정상훈은 “전혀 다른 매력의 몬티”라며 “이들 뿐 아니라 제작진들이 삼고초려해 모신 출연진들이 정말 대단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했다.“송원근 배우는 ‘오페라의 유령’을 하셨잖아요. 저음이 진짜 너무 좋은데 (‘젠틀맨스 가이드’에서는) 되게 잔망스러워요. 코미디랑 잘 어울리는 몸뚱이를 지니고 있죠. 우리 (김)범씨가 원래 귀족이었던 사람이 아픔과 슬픔, 번뇌 등을 이겨내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라면 (손)우현씨 같은 경우는 진짜 밑바닥, 흙수저에서 차곡차곡 쌓아 금수저까지 올라가는 드라마가 보이는 몬티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6 23:45 허미선 기자

[B코멘트] 국립국악원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 “백성 저마다의 염원을 담은 사직제례의 핵심은 참여!”

국립국악원이 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한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조선시대에는 백성이든 땅이든 모두가 왕 소유였어요. 지금 같으면 큰일이지만 그때는 그랬죠. 그런 때에 종묘(역대 왕과 왕후의 신위를 모신 유교 사당)가 아닌 사직, 백성들을 위한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다는 건 굉장한 의미입니다. 되게 중요한 가치죠.” 이대영 연출이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1908년 일본의 강압에 폐지됐던 ‘사직제례악’(社稷祭禮樂, 7월 11~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복원과 재현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사직제례악’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社稷大祭)에 쓰이는 음악과 노래, 무용 등이다. 백성들의 안위와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사직대제’는 ‘종묘제례’(宗廟祭禮)와 더불어 왕이 직접 주관하는 중요한 의식이었다.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 재현한 ‘사직제례악’(사진제공=국립국악원)“사직단에서 제사를 마치고는 마지막에 적(고기)을 가지고 나가잖아요. 그걸 바깥의 백성들에게 나눠줘요. 사직단 밖에는 함께 기원하는 백성들이 모여 있거든요. 이번 공연에서는 쌀이나 고기 대신 쌀뻥튀기를 나누죠. 서양 식 프로시니엄 극장이다 보니 대결하듯 마주하고 있지만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돼야 하는 의식입니다. 그렇게 ‘사직제례’의 핵심 가치는 ‘참여’죠.”‘사직제례’는 시대에 따라 그 규모와 악기 편성 및 무용 등이 변화해 왔다. 이번 ‘사직제례악’은 고종황제 재위 기간인 대한제국 시기의 것으로 자주국가로서의 위상과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大韓禮典, 1898)을 비롯해 ‘사직서의궤’(1798), 일제강점기 왕실 음악기구 이왕직아아부의 음악자료 등을 토대로 한다. 1988년 정조시대의 ‘사직제례악’에 이은 두 번째 복원·재현이다.이 연출은 “시대에 따라 풍요와 안녕의 기준은 달라지고 기원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며 “음악의 핵심과 기본은 K팝 요소가 얹혀지는 등 음악적으로는 물론 가상화폐를 비롯한 최신 재화, 트렌디한 음식 등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립국악원이 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한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사진=허미선 기자)“그 변화 속에서도 사직제례가 지켜야할 핵심 가치는 백성을 위한 기원 그리고 이를 위한 백성들의 참여죠. 정말 어마어마한 가치예요. 이곳(국립국악원 예악당)이 사직단이라면 객석의 관객들은 저마다의 염원을 안고 사직제례에 참여한 백성들인 거예요.”그리곤 “국립국악원에서 사직제례악을 복원하는 의미도 물론 중요하다. 더불어 그 만큼 중요한 건 국립국악원이 사직제례악을 극장으로 불러들임으로서 이 어려운 시기, 저마다의 꿈을 가진 이들의 마음이 객석에 모여들었다는 사실”이라고 부연했다.“사직제례악은 그 마음을 하늘과 땅, 곡식의 신에게 비는 거죠. 결국 중요한 가치는 백성들을 위한 기원이라는 겁니다. 사실 옛 자료들에는 사직제례에 참여했던 백성들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그러니 그 부분은 우리가 추가할 수 있잖아요.”이어 “예를 들어 지금의 사직단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하고 외교부, 문화부 등 옛 관료 격의 장관들, 기관장들, 시민대표들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예의사가 ‘폐하 4배 하시옵소서’라고 할 때 객석에서도 같이 외치거나 왕이 4배를 할 때 ‘흥’ ‘배’라는 구령에 맞춰 함께 절을 하는 식이죠. 그렇게라도 관객들이 참여해 저마다의 기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이번 공연은 ‘사직제례악’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첫 걸음이다. 이 연출은 “이를 위해서도 마냥 보기만 하는 사직제례가 아니라 함께 참여해 즐기고 기원하는 의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종묘는 하나의 문화로 남는 거지만 사직은 계속돼야 하는 전통인 동시에 현 시대가 반영돼야 하는 지금을 위한 의식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직제례악’의 복원 및 공연화는 시대에 발맞추는 변화의 초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리듬, 예법, 룰 등이 첨가되고 시대를 아우르며 진화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1 18:0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가장 큰 변화는 ‘시대’…설 자리를 잃고 부서져 가는 청춘의 기록! 국립극단 ‘햄릿’

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제가 뭔가를 바꾼 건 없는 것 같은데 받아들여지는 게 되게 달라진 것 같아요. 텍스트는 정말 거의 안 바뀌었는데 이상하게 지금 왜 더 와닿는 느낌이 드는 것인가 (정진새) 작가님이랑도 얘기를 나누기도 했죠. 시대의 변화 때문에 이상하게 우연치 않게 지금 더 와닿는 이야기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부새롬 연출은 국립극단 ‘햄릿’(7월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의 변화에 대해 “시대의 변화”를 언급했다. 각색의 정진새 작가 역시 “시대가 ‘햄릿’에 맞게끔 강화된 지점도 있는 것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연극 ‘햄릿’ 정진새 작가(왼쪽)와 부새롬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2020년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극 담아내야 겠다기 보다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우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더 장인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썼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사실 바뀐 게 없는데 시대가 극 중 상황에 맞게끔 변해서 더 실감하시는 것 같습니다.”정진새 작가가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민주주의 아래 있는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진실 규명의 문제를 가지고 국가적으로 굉장한 내홍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참고했다”는, 극 중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의아한 결과만을 내놓는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지금을 반영한 설정이다.국립극단의 연극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정진새 작가가 각색하고 부새롬 연출이 윤색한 작품이다.2020년 국립극단 창립 7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대에 올려지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으로 선왕에 대한 복수에 나서는 햄릿을 왕자가 아닌 공주로 변주했다.햄릿을 연기하는 이봉련은 “여자 배우에게 ‘햄릿’이라는 역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지는 않았다”며 “그간 배우로서 희곡을 읽고 학습하고 훈련하면서 생각하고 떠올렸던 햄릿과 제가 가진 조건은 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배우로서 그런 햄릿이라는 역할은 저의 편견을 발견하는 과정이에요. 햄릿은 이래야 한다, 연극이나 희곡 안에서 어떤 주인공은 어때야 한다는 편견을 계속해서 깨나가는 작업이자 제 인생의 천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연극 ‘햄릿’ 이봉련(사진제공=국립극단)해군 장교 출신의 햄릿 공주를 연기한 이봉련은 이 작품으로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의 당연했던 왕위계승자 햄릿 공주와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사위원회를 거쳐 왕위를 계승한 클로디어스(김수현), 그와의 재혼으로 딸 햄릿을 광기로 몰아넣는 거트루드(성여진), 햄릿의 구애 상대인 오필리어(류원준), 햄릿의 충신이자 친구 호레이쇼(김유민) 등 등장인물은 같다.하지만 복수극 보다는 청춘의 기록 그리고 설 자리를 잃은 젊은 세대와 그런 그들에게 “네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모르지”라고 되뇌는 기성세대의 갈등에 집중한다.정진새 작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블랙리스트 사건, 미투 운동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2년 터울로 계속해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연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던 찰나에 ‘햄릿’을 만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원작이 가진 기독교적이거나 여혐의 세계관을 드러내고 채울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연구해 왔는지를 고민하던 상태였죠. (햄릿) 안을 들여다보면 기회나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동시대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그 얘기는 동시대적이면서 전세계적인 풍경이기도 하고 어떤 세대 혹은 시대에서도 받아왔던 질문이기 때문에 지금 더 주목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아버지의 죽음에 의심을 품고 진실을 좇는 햄릿, 그 햄릿에 의해 아버지 폴로니어스(김용준)를 잃은 오필리어와 레어티즈(안창현) 그리고 동국의 왕자 포틴브라스는 어쩌면 설 자리를 잃고 부서져 가는 그 시대 그리고 지금의 청춘을 빗댄 인물들이다.부새롬 연출은 “햄릿, 레어티즈, 오필리어, 포틴브라스는 비슷한 처지에 처한 4명의 젊은이”라며 “이 인물들이 어떤 시련 앞에서 각각 다른 선택들을 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고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털어놓았다.정진새 작가는 “원작 ‘햄릿’에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누락돼 있다. 어떤 왕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없고 햄릿도 그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만들고자 했던 혹은 더 보고 싶었던 ‘햄릿’은 진실이 통용되는 국가 그리고 햄릿의 ‘아무도 죽지 마라’는 대사처럼 누구도 죽지 않는 안전한 국가”라고 부연했다.“앞선 기성세대는 폭력과 정복을 통해 나라를 통치했지만 해군장교까지 역임하면서 국가 시스템을 이해하고자 했던 공주 햄릿은 다른 이상을 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햄릿이 권력을 잡고 싶어 하는 이유이고 ‘왜 내가 이 나라를 대표해야 되는가’에 대한 명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 ‘햄릿’의 정진새 작가(왼쪽부터), 이봉련, 부새롬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정 작가의 말처럼 햄릿은 “정확한 명분과 이유를 갖고 있는 어떤 시대의 젊은 지도자의 얼굴”이다. 이에 정 작가는 “근거가 명확한 햄릿의 몸부림이 보고 싶었다”며 “관객들 역시 햄릿의 몸부림 안에 정의로움, 진실함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공명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부새롬 연출은 “어떻게 받아들이든, 어떤 메시지를 읽으시든 관객분들 각자가 생각하는 것들이 다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관객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전했다.“다만 관객분들이 햄릿을 안타까워하고 좀 더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이 작품을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0 21:48 허미선 기자

[비바100] 지금 우리, 하수구 같은 욕망들의 질주, 황정민의 ‘맥베스’

일본 아티스트 요시다 유니가 작업한 연극 ‘맥베스’ 포스터(사진제공=샘컴퍼니)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길해연, 이항나 등 베테랑 배우들과 젊은 햄릿 강필석·이승주, 오필리어 에프엑스(fx) 루나, 호레이쇼 박윤희와 정환, 레이티즈 이충주·양승리 등 젊은 배우들이 함께 꾸리는 ‘햄릿’(9월 1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그리고 7일 막을 내린 사이먼 스톤과 전도연, 박해수 등의 ‘벚꽃동산’에 이은 대극장 연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맥베스’(Macbeth, 7월 13~8월 18일 국립극장 해오름)가 개막한다.‘파우스트’ ‘오이디푸스’ ‘리차드3세’ ‘로미오와 줄리엣’ ‘해롤드 앤 모드’에 이은 샘컴퍼니의 6번째 연극이자 ‘오이디푸스’ ‘리차드3세’에 이은 황정민의 무대 복귀작이다. 연극 ‘맥베스’ 연습실(사진제공=샘컴퍼니)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을 바탕으로 ‘파우스트’ ‘코리올라누스’ ‘페리클래스’ ‘로미오와 줄리엣’ ‘해롤드 앤 모드’ 등의 양정웅 연출, ‘오셀로’ ‘레드’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등의 여신동 무대미술 및 조명디자이너가 의기투합했다.양정웅 연출은 “셰익스피어스러운 아름다운 대사와 압축된 완성도를 내는 이 마지막 비극을 전통에 가깝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도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멋있게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황정민)가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돼 권력을 좇다 파국에 이르는 여정에는 레이디 맥베스(김소진)의 부추김, 덩컨 왕(송영창)을 비롯해 위협이 되는 뱅코우(송일국), 맥더프(남윤호)와 그 가족들을 몰살하는 광기 그리고 그들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들이 함께 한다.욕망의 끝으로 달려가는 인물들, 그 욕망의 끝을 통해 얻어지는 상실감과 죄책감 그리고 양심의 문제 등 인간의 원형을 건드리는 ‘맥베스’는 전쟁과 갈등이 팽배하고 저마다의 이권과 욕망만을 좇는 지금과 맞닿아 있다.맥베스만의 욕망을 가득 모아놓은 창고 같은, 폐허 속 하수구 같은 기괴한 공간 기괴한 공간, 마녀와 어마어마한 유령의 등장 등 현대적 변주를 통해 현대인들의 욕망들이 무대 위에 펼쳐질 예정이다.내면의 욕망에 현혹돼 탐욕의 끝으로 내달리다 결국 스스로의 무덤을 파고 마는 맥베스에 투영된 지금의 우리, 그들이 추구하는 하수구 같은 욕망들의 질주 등이 저마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08 18: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