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문화공작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정성화 “300회 넘은 윤형렬, 1000회 넘은 타이거, 갈 길이 멉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역의 정성화(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이 작품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1000회를 넘게 공연한 타이거라는 친구가 있어요. (콰지모도 역의) 윤형렬 배우도 이번에 300회를 넘겼어요. 이 작품에는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 많구나 싶고 이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가야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서울 공연의 막바지, 지방 출격을 앞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3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3월 29일~4월 7일 부산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4월 12~21일 계명아트센터, 4월 26~28일 이천아트홀 대공연장, 5월 3~5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5월 10~12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콰지모도(윤형렬·양준모·정성화,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정성화는 “가야할 길이 멀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역의 정성화(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183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리카르도 코치안테(Riccardo Cocciante) 작곡,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 작사로 넘버를 꾸려 무대화한 작품으로 1998년 파리에서 초연됐다.전세계 23개국, 9개 언어로 공연돼 1500만명 이상의 관객들을 만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05년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2005년을 시작으로 2006년, 2014년, 2015년, 2020년, 2021년, 2022년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무대에 올랐고 2012년에는 영어로 공연되기도 했다. 한국어 버전으로는 7번째 시즌으로 6년 만에 돌아왔다.1482년 프랑스 파리, 종교가 권력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정유지·솔라·유리아)와 그녀에 빠져든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그 성당의 부주교이자 권력자인 프롤로(이정열·민영기·최민철), 근위대장 페뷔스(김승대·백형훈·이재환) 세 남자가 펼치는 사랑과 욕망의 대서사시다.거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마이클리·노윤·이지훈)가 화자(話者)로 나서 추한 외모로 집시에도 버림받은 멸시의 대상인 콰지모도, 종교와 에스메랄다를 향한 욕망으로 번뇌하는 프롤로, 약혼자가 있으면서도 다른 사랑을 갈구하는 페뷔스의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엇갈림 그리고 클로팽(박시원·장지후·김민철)이 이끄는 집시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편견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 등을 전한다.“이 작품에서는 댄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어요. 너무너무 힘든 부분들을 매 공연 죽을 듯이 소화해 내거든요. 옆에서 보고 있자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무 자체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들과 같이 연습을 하다보면 태릉선수촌에 와 있는 느낌이죠. 너무 존경스러운 친구들과 같이 하고 있구나 싶어 매일 반성하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콰지모도로 출연 중인 정성화(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정성화는 자신이 표현하는 콰지모도에 대해 “그 인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충격적일 정도의 추한 이미지 전달과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너무 불쌍해서 나라도 사랑해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연민의 정이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구축해 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와 가장 깊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시기 등에 대해 다름대로 고민했어요.”그리곤 “‘아름다워’(Belle)를 부르면서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집으로 초대하는 노래(Ma maison c‘est ta maison 내 집은 너의 집, 내 집은 그대의 집)를 했을 때 사랑이 깊어지다가 그녀를 감옥에서 구해주면서 사랑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며 “그 과정을 관객분들께 충분히 이해될 수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콰지모도로 출연 중인 정성화(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정성화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 앞서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2012년 초연과 2015년 재연의 장발장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유난히 인연이 잦은 빅토르 위고에 대해 정성화는 “그의 작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인물 묘사”라고 꼽았다.“책인데도 ‘레미제라블’도 그렇고 ‘노트르담의 곱추’도 그 인물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굉장히 명확히 드러나거든요. 그분의 작품들이 사랑받은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사랑과 욕망 이야기라면 ‘레미제라블’은 그 시절을 사랑하는 이들의 배고픔, 권력자들의 욕망 등이 표현된 작품이죠.”2022년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에 안중근으로 출연했던 그는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는 여전히 불모지”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분명히 뮤지컬 영화가 잘 되는 날을 있을 거라는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뮤지컬 ‘영웅’과 안중근은 그의 대표작이자 캐릭터다. 그는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그가 방송에서 부른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에 대해 ‘에스메랄다 일어나, 독립운동해야지’라는 것 같다는 분들도 있었다”며 “내 눈높이에서 표현한 것과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반성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대표작이 있음에도 다른 작품을 했을 때 그 작품이나 인물이 생각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배우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많이 했지만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카이스트’로 좀 알려지고 나서 한동안 일이 끊긴 적이 있어요. 배우라는 생활 자체가 발전을 거듭하지 않으면 끝난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20년 동안 발전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절실했지만 지금도 계속 절실하게 하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21 18:00 허미선 기자

오마이걸 효정, ‘천 개의 파랑’으로 첫 뮤지컬 도전…주인공 ‘연재’ 역

오마이걸 효정이 데뷔 첫 뮤지컬에 도전한다.19일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효정이 오는 5월 막을 올리는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에서 주인공 ‘연재’ 역을 맡았다”고 밝혔다.‘천 개의 파랑’은 한국적 소재를 기반으로 창작가무극(한국적 창작뮤지컬)을 매년 소개하는 서울예술단의 신작으로,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인 천선란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이 원작이다.로봇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를 중심으로 동물과 로봇, 인간과 종을 넘어선 이들의 아름답고 찬란한 회복과 화해의 연대를 그린다.효정이 연기할 ‘연재’는 극중 휴머노이드 C-27을 폐기 직전에 구입한 뒤, 콜리라는 애칭을 지어주고 고쳐주는 인물이다.효정은 “처음으로 도전하는 뮤지컬인 만큼, 너무 떨리고 기대된다. 오래전부터 새로운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이어 “‘천 개의 파랑’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하고 벅찬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을 읽고 나서 느꼈던 마음을 관객 분들께도 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효정은 그룹 오마이걸의 메인 보컬로, 그룹 활동 외에도 OST, 프로젝트 앨범 등에 참여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섬세한 표현력과 가창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음악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능캐로 두각을 보이고 있어 이번 뮤지컬에서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한편 효정이 출연하는 ‘천 개의 파랑’은 오는 5월 12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며, 티켓예매는 오는 3월 27일부터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24-03-19 14:13 장애리 기자

[비바100]“지금이야 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뮤지컬 ‘파과’

뮤지컬 ‘파과’ 투우 역의 김재욱(왼쪽부터), 조각 차지연, 류 최재웅(사진제공=Page1)구병모의 장편소설 ‘파과’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제목 파과는 부서진 혹은 흠집이 난 과일(破果)과 여자 나이 16세(破瓜)를 이르는 말로 상품가치가 없는 과일과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이팔청춘이라는 극과 극의 의미를 가진다. 뮤지컬 ‘파과’(3월 15~5월 26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는 ‘곤 투모로우’ ‘차미’ 등의 제작사 페이지원이 선보이는 4년만의 신작으로 ‘순신’ ‘서편제’ ‘더 데빌’ ‘아마데우스’ ‘헤드윅’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의 이지나 연출작이다.이지나 연출을 비롯해 ‘넥스트투노멀’ ‘스프링어웨이크닝’ 등의 이나영 작곡가·음악감독, ‘맥베스’ ‘비더슈탄트’ ‘셰익스피어인러브’ 등의 서정주 무술감독,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을 비롯해 연극 ‘82년생 김지영’, 무용극 ‘호동’ 등의 박은혜 무대 디자이너 등 창작진들이 의기투합했다. 뮤지컬 ‘파과’ 연습 중인 조각 역의 구원영(왼쪽)과 차지연(사진제공=Page1)65세의 여성킬러 조각(爪角, 구원영·차지연, 이하 가나다 순)을 통해 부서지거나 흠집이 난 채 잊혀진 존재, 농익다 문드졌지만 여전히 은은한 단맛이 남아 있는 과일, 화려하게 불타오르다 사라져버진 불꽃놀이, 설탕 한 스푼에서 한껏 부풀어 오르다 눅진해져버리는 솜사탕과도 같은 것들에 대해 다룬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 조각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다룬 원작의 여정을 그대로 따르는 ‘파과’에 대해 이지나 연출은 “나이듦에도 아직 살아있는 단맛을 은유하는 인간에 대한 찬양, 지독히 스산한 사랑이야기 같은 조각의 인생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잔혹하고 냉혹한 킬러였던 조각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던 투우(김재욱·노윤·신성록)를 만나면서 나이듦, 연민, 망설임 등의 낯선 감정들을 처음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뮤지컬 ‘파과’ 연습 중인 투우 역의 노윤(왼쪽부터), 신성록, 김재욱(사진제공=Page1)‘파과’ 관계자는 “평생 외면하고 억눌러 왔던 인간으로서의 희로애락이라는 감정 자체를 처음 마주하고 인정하며 ‘변화’하는 조각의 장면 장면들이 내레이션을 통해 표현된다”며 “그렇게 변화하는 조각의 감정이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나이가 들면서 마주하는 변화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조각, 그 변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투우, 변화의 발단이 되는 류와 강 박사(박영수·지현준·최재웅) 등의 관계를 통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조각의 변화를 이끄는, 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영향을 주는 류와 강 박사를 한 배우가 연기하는 것도 눈여겨볼 설정이다.이지나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는 ‘뮤지컬은 이래야 한다’라는 기존의 법칙을 최대한 피하고 강력한 액션이나 내레이션 등 뮤지컬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유니크한 시도, 변칙을 주는 다양한 도전들을 통해 우리나라 작품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했다.뮤지컬 ‘파과’ 연습 중인 류 역의 지현준(왼쪽부터), 박영수, 최재웅(사진제공=Page1)넘버는 ‘죽음의 향기’ ‘싱싱한 과일’ ‘봄날의 햇살’ ‘날 기억할까’ ‘살리는 자와 죽이는 자’ ‘너의 선택’ ‘보통의 나날’ ‘한순간의 꿈’ ‘방역업자에게 은퇴란 없다’ ‘지키고 싶은 것’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등 록발라드, 팝 등이 포함된 다양한 장르의 26여곡에 이른다.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세련되고 뮤지컬 음악같지 않은” 넘버들 중에는 이지나 연출, 정재일 작곡의 총체극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넘버를 변주한 ‘남겨진 나를 본다’ ‘류를 떠올리다’ 그리고 조각 역의 차지연이 작곡한 ‘흔적만 남은 칠판’도 있다.  이나영 작곡·음악감독이 이끄는 8인조 오케스트라는 매회 무대에 올라 피아노, 첼로, 비올라 등 클래식악기부터 드럼, 퍼커션, 일렉트릭 기타까지를 활용하며 다채로운 선율과 넘버별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뮤지컬 ‘파과’ 연습 중인 어린 조각 역의 유주혜(왼쪽)와 이재림(사진제공=Page1)냉혹한 킬러이자 묘한 인연으로 얽힌 조각과 투우의 시점을 시각화한 어둡고 높은 수직 벽체, 계단과 난간으로 이루어진 다층 구조물을 중심으로 한 무대도 볼거리다. 차갑고 날카로우며 어둡고 무거운 철재가 작품 전반의 느와르적 정서를 표현한다는 박은혜 무대 디자이너는 “매시 재질의 이동 벽체들과 회전무대를 이용해 한 무대에서 서로 다른 시간의 이야기가 구현되거나 과거의 시간으로 전환 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조각과 투우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는 파과(破瓜)처럼 찬란하게 빛났던 시절이 있다. 풋풋하다 향긋해지고 한껏 물이 오른 시절을 지나 결국 썩어 문드러지는 파과(破果)처럼 누구나 나이가 든다. 그 변화를 맞이하는 태도는 결국 저마다의 몫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들이 이어진 지금은 소설 속 문구이자 뮤지컬 ‘파과’의 마지막 넘버처럼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13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셰익스피어 #벤저민 브리튼 #오베른과 티타니아 #김동완…오페라 ‘한여름밤의 꿈’

국립오페라단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창작진과 출연진(연합)“줄거리나 이야기의 흐름은 같지만 각색이 좀 됐어요. 셰익스피어 원작에서는 히폴리타(Hppolyta)와 테세우스(Theseus)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페라는 (요정들의 왕과 왕비인) 오베른(Oberon)과 티타니아(Tytania)를 전면에 내세우죠.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중점을 두는 캐릭터가 다르다 보니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로덕션 미팅 후 제작발표회에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이자 예술감독은 현대 영어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4월 11~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원작 희곡과 다른 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한여름 밤의 꿈’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이자 도이치 그라모폰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벤저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이 작곡한 아리아로 꾸려 1960년에 초연된 현대 영어 오페라다.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포스터(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최 단장이 유럽에서 한창 활동하던 30년여년 전 헤르미아(Hermia)의 연인이지만 요정들의 실수로 헬레나(Helena)를 두고 데메트리오스(드리트리어스 Demetrius)와 결투까지 벌이는 뤼산드로스(라이샌더 Lysander)로 분했던 작품이기도 하다.“전체적인 분위기는 몽환적입니다. 그 안에서도 오베른과 티타니아, 뤼산드로스와 헤르미아, 데메트리오스와 헬레나가 어떻게 변화하고 뭘 표현하는지 눈여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중점적으로 볼 포인트는 카운터테너가 주역이라는 겁니다. 카운터테너가 연기하는 오베른이 극 처음부터 끝까지를 끌어가거든요. 더불어 코믹 캐릭터들인 마을의 장인들이 많은 웃음을 줄 거예요.”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여름 밤의 꿈’은 볼프강 네겔레(Wolfgang Nagele) 연출, 펠릭스 크리거(Felix Krieger) 지휘로 꾸린다. 펠릭스 크리거는 “벤저민 브리튼 음악은 어렵지만 사이사이 빛나는 것이 있다”며 “현대음악이지만 전통적인 작법을 많이 쓰고 있으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멜로디 역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극의 주축인 요정들의 왕 오베른은 카운터테너 제임스 랭(James Laing)과 장정권이, 그의 아내인 티타니아는 소프라노 이혜정·이혜지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오베른으로 처음 무대에 오르는 장정권은 “티타니아 여왕과 굉장히 싸움을 많이 한다”며 “시기와 질투, 젊은 연인을 이어주려는 따뜻한 마음 등을 가진 캐릭터”라고 전했다. 이어 “모든 역경과 고난 등을 행복과 평화로 만들고자 하는 왕의 너그러운 마음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오베른으로 8번이나 무대에 올랐던 제임스 랭은 “저는 오베른으로서 경험이 많은 반면 장정권은 처음 오베른을 하는 분”이라며 “그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제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 도와가며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오페라에 데뷔하는 김동완(연합)‘한여름 밤의 꿈’은 아이돌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헤드윅’ ‘시라노’ ‘썸씽로튼’ ‘서편제’ ‘젠틀맨스 가이드’ ‘에드거 앨런 포’ 등의 뮤지컬배우이기도 한 김동완의 오페라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가 연기하는 퍽(Puck)은 오베른의 ‘처음으로 눈에 띈 이를 사랑하게 되는’ 마법꽃 심부름을 실수하는 통에 한바탕 소동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다.최 단장은 “퍽은 처음부터 잘 알려진 셀러브리티로 캐스팅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사실 영국식 영어가 중요한 역할이라 (방탄소년단의) RM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나중에야 군 입대 사실을 알았다. 여러 차례 내부 회의를 거쳐 한 직원의 강력한 추천으로 김동완씨를 택했다”고 털어놓았다.김동완은 “퍽은 엉망진창, 혼돈, 모자람 그 자체다. 적절한 캐스팅”이라 눙치며 “퍽은 연습과정에서도 그 음악 속에 있어야 하고 어우러져야 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너무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면 하기 어려운 극”이라고 밝혔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프로덕션 미팅에 참석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연합)“클래식은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연습에 임하다 보니 오페라를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굉장히 변칙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는 음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 음악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잘 놀 수 있도록 준비해 보겠습니다.”최 단장은 “퍽은 노래는 없고 내레이션처럼 중간 중간 텍스트가 많다. 혼자 막 뛰어다니면서 여기저기서 얘기를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김동완씨가 영국식 영어를 따로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책으로 읽었던 이야기들이 음악으로, 무대극으로 만들졌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얼마나 새로워 질지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더불어 벤저민 브리튼의 음악이 진짜 좋아요.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걱정이나 두려움을 갖지 말고 그냥 경험을 하시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11 17:33 허미선 기자

박상준 배우, 오는 19일부터 '브누아'로 기다립니다

박상준 배우, 뮤지컬 ‘디아길레플’에서 ‘브누아’로 관객들과 만난다.2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오는 뮤지컬 ‘디아길레프’ 작품에서 믿고 찾는 박상준 배우가 ‘브누아’ 역할로 대학로 예스24아트원 극장에서 오는 19일부터 관객들과 설레임 속에 첫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오는 6월 9일까지 대학로 예스24아트원(구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디아길레프’는 문화예술의 선구자이자 발레 뤼스를 창립한 예술 애호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며 1900년대 초 유럽과 러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루는 뮤지컬 작품이다.발레 뤼스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그 화려했던 무대의 뒷이야기까지 디아길레프가 추구한 예술과 업적,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박상준 배우는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를 대표하는 수석 디자이너 ‘브누아’ 역할을 연기한다. 브누아는 이성과 예술성을 겸비하고 극중 발레뤼스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인물이며, 의리와 신의로 가득찬 팀원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 그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함께 나아가는 에너지를 가진 인물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통찰력을 지님과 동시에 예술성과 감수성을 가진 양면의 모습을 함께 담아내야 하는 인물이라 각 장면 마다의 다른 매력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박상준 배우는 이야기했다.제작사 쇼플레이는 “이번 재연에서는 초연에서 호평받았던 프랑스 파리의 극장과 시대적 배경을 아름답게 구현한 무대, 화려한 영상을 다시 한 번 재현했다”며 “완벽한 연출과 동일한 컨디션의 극장, 스태프진이 함께 돌아와 더욱 디테일하고 감각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뮤지컬 ‘디아길레프’ 브누아 역할은 맡은 박상준 배우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아가사 로빈 태양의 노래, 연극 레미제라블 테너를 빌려줘 콰르텟 리어왕 다락방 등 그는 새로운 작품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열연을 펼치면서 관객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박상준 배우가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며 맹활약하고 있다.“언제나 즐겁게 연기하고, 그 순간들이 모여 함께해주시는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박상준 배우는 즐거움으로 여러분(관객)을 모시겠다는 의욕을 전했다.명재곤 기자 daysunmoon419@viva100.com

2024-03-02 12:29 명재곤 기자

[B그라운드] 전혀 다른 25년지기 친구들의 예술담론? 결국 우정! 연극 ‘아트’

연극 ‘아트’ 성종완 연출(왼쪽)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이전 시즌과 여전히 같은 것 같습니다. 공통점은 우정이죠. 친구를 지키고 싶은, 우정을 끊이지 않게끔 만들고 싶은 것이 공통점 같습니다.”2018년 공연제작사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를 이끄는 김수로에게 연극 ‘아트’(Art, 5월 12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제작을 제안했다고 밝힌 세르주 역의 엄기준은 작품의 매력을 “우정”이라고 정리했다.“제가 20대 때 ‘아트’를 처음 보고 40대가 되면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김수로 형에게 하자고 제안을 해서 (이 프로덕션의 ‘아트’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연극 ‘아트’ 마크 역의 이필모(왼쪽부터), 이반 박호산, 세르주 엄기준(사진=허미선 기자)이반 역에 새로 합류한 박호산은 “우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치졸하기도 하고 또 그것이 그들이 오랫동안 함께 가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며 “대사 뒷면에 있는 그 정적인 것들이 되게 유기적으로 살아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마크 역의 손유동은 “이 작품의 매력은 세 인물에 다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어떤 특정 인물에 더 공감이 되는, 저마다의 성향들이 있지만 세 인물이 다 이해가 깊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연극 ‘아트’는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Yasmina Reza)가 대본을 집필한 작품으로 1994년 파리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03년 초연됐고 2018년 2차 공연부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제작한 성종완 연출작으로 공연됐다.25년지기 친구 중 세르주가 하얀 바탕에 하얀 줄이 그려진 작품을 5억원에 사들이면서 치열한 예술담론이 시작된다.(사진=허미선 기자)예술에 심취한 피부과 의사 세르주(엄기준·최재웅·성훈·진태화, 시즌 합류·가나다 순)와 전통적인 예술을 선호하는 이지적인 항공 엔지니어 마크(김재범·박은석·손유동·이필모), 결혼을 앞두고 예민해졌지만 우유부단하고 무난한 문구영업사원 이반(김지철·박정복·박호산·이경욱)의 이야기다.세르주로 첫 연극에 도전하는 성훈은 “본인 나이, 경험에 맞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가올 수 있는 작품”이라며 “내 친구 중에 이반, 세르주, 마크 같은 애가 있지 식으로 계속 대입이 될 정도로 굉장히 일상에 가까운 연극”이라고 소개했다.25년지기 친구들은 세르주가 구입한 하얀 캔버스에 하얀 선이 그려진 5억원짜리 그림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점입가경 치졸함과 유치함이 난무하는 논쟁을 담는다. 이반 역의 김지철은 “제 실생활 중에 이 대본에서 나오는 상황들이 되게 많았다”며 “대본을 읽었을 때는 ‘어떻게 이렇게 유치하지’ 했는데 그걸 저희가 실생활에서 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연극 ‘아트’ 이반 역의 박정복(왼쪽부터), 마크 김재범, 세르주 최재웅(사진=허미선 기자)“그런 매력을 너무나 크게 느끼면서 각 페어마다 전혀 다른 케미스트리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동기·후배로 실제 절친이기도 한 최재웅·김재범·박정복, 같은 축구팀으로 함께 여행을 다닐 만큼 친분이 두터운 진태화·손유동·김지철을 비롯해 각 캐릭터의 맏형들인 엄기준·이필모·박호산, 2018년부터 개근한 박은석과 새로 합류한 성훈·이경욱 등 페어별 전혀 다른 매력에 대해 성종완 연출은 “초딩·중딩·고딩·대딩”이라고 표현했다.성 연출은 “초딩(진태화·손유동·김지철) 페어는 진짜 친구여서 생겨나는 그들만의 디테일들이 있다”고 차별점을 꼽았다. 이에 김지철은 “저희 페어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의 느낌이 좀 강하다”라고 말을 보탰다.연극 ‘아트’ 세르주 역의 성훈(왼쪽부터), 박은석, 이경욱(사진=허미선 기자)성 연출은 “중딩(성훈·박은석·이경욱)은 굉장히 성실한 페어”라며 “박은석 배우는 ‘아트’에 개근하셨고 성훈 배우는 연습에 개근했다. 이경욱 배우는 다른 페어들 연습, 공연까지 다 보고 모니터를 하면서 성실하게 준비했다”고 평했다.“최재웅·김재범·박정복 페어는 출연 회차로 치면 가장 많을 거예요. 무대에서 발생하는 숱한 돌발 상황에도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그 인물인 것처럼 잘 대처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죠. 엄기준·이필모·박호산 페어는 드라마적 강점이 있습니다. 웃음을 뛰어넘어 뭉클한 감동과 인생에서 오는 페이소스가 느껴지죠. 고정 페어 뿐 아니라 어떻게 섞여도 웃음과 감동과 드라마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실제로는 “성격이 이반과 비슷한 편은 아닌데 형들이랑 있을 때는 이반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는 박정복은 “이 작품을 처음 했을 때보다 나이가 좀 들다 보니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털어놓았다.연극 ‘아트’ 마크 역의 손유동, 이반 김지철, 세르주 진태화(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지난 시즌(2022년)에 이순재·노주현·백일섭 선생님이 함께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면서 계속 바뀌는 내 모습과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지는 것이 좋았다”며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계속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한국어 버전 ‘아트’에서 세르주에 해당하는 수현을 연기하기도 했던 김재범은 “저는 세르쥬가 더 맞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나이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주 큰 보험이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모든 역할을 해 가면서 계속 참여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도 친구, 우정 등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최)재웅이랑 진짜 25년을 봤거든요. 극 중 (세르주가) ‘25년 우정 끝이다’라고 했을 때는 최재웅이 저한테 얘기하는 것 같아서 잠깐 뭉클할 때도 있더라고요.”김재범과는 반대로 “실제로는 마크에 가깝다”는 최재웅은 “다음 시즌에서 바꿔서 해보자” 눙치기도 했다. 이어 “‘아트’는 굉장히 유쾌한 작품인 것 같다”며 “좀 지루한 일상 속에서나 누군가에게 섭섭함을 느낄 때 환기를 시켜주는 그런 작품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연극 ‘아트’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제가 처음 ‘아트’를 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좀 어린 페어에 속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좀 깊은 와인 같은, 그런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숙성될수록 의미도, 제가 보고 느끼는 것도 달라지다 보니 와닿는 부분들이 늘 재밌습니다. 평생 하고 싶은 그런 작품 중 하나를 만나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박호산은 “시대를 통과하면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트’는 스테디셀러가 되기에 자격이 충분한 작품”이라고 밝혔다.“(김재범 배우의 말처럼) 연금처럼 지금 해두면 이순재 선생님 나이가 돼서도 할 수 있는 작품이죠. (이번 ‘아트’ 출연진들 모두가) 배역 역시 누구나 3가지 역할을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 같거든요. 여러 의미에서 배우들한테도, 관객분들에게도, 어느 시대에나 잘 어울리는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29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시대의 고통 속에서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샬럿·에밀리·앤, 뮤지컬 ‘브론테’

뮤지컬 ‘브론테’(사진제공=네버엔딩플레이)여자들에게 글 쓰는 것이 허락되지 않던 오래 전, 시대를 불문하고 그들의 넘쳐나는 창작욕은 마음에 절망과 두려움으로 쌓여 그늘을 만들곤 했다. 그 그늘에는 병마가 도사리고 있는가 하면 시대에 대한 분노를 투영한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 내거나 내 안의 또 다른 자아와 끊임없는 혈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고통스럽게 글을 쓰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무대 위에 펼쳐내기 적합한 소재이기도 하다. 3일 폐막을 앞둔 뮤지컬 ‘아가사’ 속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그렇고 세계 최초의 SF 소설가이자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이야기 ‘메리셸리’(3월 17일까지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속 메리 셸리가 그렇다.‘아가사’와 ‘메리셸리’에 이어 뮤지컬 ‘브론테’(Bronte, 3월 4~6월 2일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 1관)가 개막한다. 성재현 작가, 조민영 연출, 양지해 작곡·음악감독이 꾸린 창작뮤지컬로 2021년 리딩 쇼케이스에 이어 2022년 초연됐다. 뮤지컬 ‘브론테’ 포스터(사진제공=네버엔딩플레이)‘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 등의 명작들을 남긴 브론테 자매의 이야기로 샬럿 브론테가 화자로 나서 어린시절부터 죽음까지, 실패와 좌절, 고통 속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예술가들이 저마다 치러낸 창작여정을 전한다.음울하고 외로운 요크셔의 황야,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나 죽음과 병, 고통이 늘 따라 붙는 현실 속에서도 서로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연대하며 치열하게 창작했고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샬럿, 에밀리, 앤 브론테 세 자매의 삶을 따른다.그 유명한 ‘제인 에어’의 작가로 극의 화자이자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인 샬럿 브론테는 강지혜가 쇼케이스와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온다. 더불어 초연의 이봄소리 그리고 ‘언더스터디’ ‘메리셀리’ ‘베르나르다 알바’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과 드라마 ‘재벌X형사’에 출연 중인 정가희, ‘겨울나그네’ ‘빠리빵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포미니츠’ ‘어쩌면 해피엔딩’ 등의 한재아가 새로 합류했다. 마음 속에 절망과 어둠을 품은 채 혼자만의 글쓰기에 빠졌던 ‘폭풍의 언덕’ 작가 에밀리 브론테는 올 뉴캐스팅으로 꾸린다. ‘미드나잇’ ‘리지’ ‘베르나르다 알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과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이야기 ‘메리셸리’에도 출연했던 전성민, ‘리진’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앤’ ‘이프덴’ 등의 전해주, ‘렌트’ ‘더 데빌’ ‘킹아더’ ‘일라이’ 등의 이지연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브론테 자매의 막내인 앤은 쇼케이스와 초연의 이아진, 초연의 송영미 그리고 ‘너를 위한 글자’, 화가시리즈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문스토리’ ‘인터뷰’ 등의 박새힘이 새로 합류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28 18:00 허미선 기자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긍정 에너지! '내일' 들려줄 밝고 건강한 ‘애니’ 찾는다!

뮤지컬 ‘애니’가 무대에 오를 20여명을 선발항 오디션을 개최한다(사진제공=와이엔케이)“애니를 포함한 친구들 10여명을 오디션으로 선발할 예정입니다. 애니의 친구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순수하고 밝은 성격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이전 ‘애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각각 캐릭터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예정입니다.”장소영 음악감독은 10월 개막을 알리며 아역 배우 공개 오디션을 발표한 뮤지컬 ‘애니’(Annie, 유니버설 아트센터)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어 “잘 먹는 어리고 키 작은 아이, 작은 통통한 아이, 똑똑해서 항상 뭐든 연구하는 아이, 겁이 많은 아이, 어른 말투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아이 등 재밌고 친근한 캐릭터들을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표현해 작품에 힘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특히 애니는 아이들 중 중간 정도의 나이로 해맑고 영리하며 예의 바르고 아이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죠. 강한 긍정 에너지로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캐릭터입니다.”뮤지컬 ‘애니’는 1976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후 제31회 토니어워즈 최우수 뮤지컬상, 각본상, 음악상, 안무상, 여우주연상 등 7개부문을 휩쓴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06년 초연됐다.해롤드 그레이(Harold Grey)의 소설 ‘작은 고아 소녀 애니’(Little Orphan Annie)를 바탕으로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수장작 ‘어플라우즈’(Applause), ‘바이 바이 버디’(Bye Bye Birdie) 등의 찰스 스트라우스(Charles Strouse)가 넘버를 꾸린 작품이다.대공황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부모의 편지를 간직한 채 11년을 살아온 고아 소녀 애니와 세계적인 갑부 올리버 워벅스의 연대 그리고 버려졌지만 재기발랄하고도 희망이 넘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아이들 뿐 아니라 돈을 노린 고약한 고아원 원장 해니건과 남동생 루스터, 워벅스의 따뜻한 비서 그레이스 등 개성 넘치는 어른들도 그 여정을 함께 한다.‘애니’을 이끌어갈 아역 배우 20여명을 선발할 이번 오디션은 노래, 춤, 연기력을 갖춘 7세(2016년생)부터 12세(2011년생) 여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접수기간은 2월 26일부터 3월 15일까지다. 1차 오디션, 지정연기·안무·특기 등 2차 오디션을 거쳐 최종 선발된 합격자들은 7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한다.장소영 감독은 “201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내렸던 ‘애니’가 무려 5년 만에 돌아온다. 그 사이 우리는 큰 절망을 겪었고 수없이 희망을 노래했다”며 “새롭게 돌아오는 2024년 ‘애니’는 이전보다 훨씬 튼튼한 작품이 되어 또 한번 내일을 꿈꾸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아원이라는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 부르는 희망은 더욱 신나고 찬란한 무대가 될 거예요. 뮤지컬 ‘애니’에서 애니는 고음을 맑고 힘 있게 낼 수 있어야 하고 난이도 있는 안무를 소화하고 연기도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에게 ‘내일’을 들려줄 만큼 밝고 건강해야 하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27 21:05 허미선 기자

[비바100]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민준호 대표 “친구들과 재밌는 일을 기다리는 창작 놀이터, 여전히 진화 중!”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영화와 OTT는 물론 예능까지 접수한 진선규. 지난 18일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딛고 동물학자로 성장한 ‘템플’에서 빠져나온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출신 배우 김세정. 뮤지컬 ‘일 테노레’(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월 29~5월 19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3월 10일까지 국립정동극장) 등 무대를 비롯해 ‘서른, 아홉’ ‘사랑한다고 말해줘’ ‘D.P.’ 시리즈 등의 김지현.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출발점인 신체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최근 이슈몰이 중인 넷플릭스의 ‘살인자ㅇ난감’ ‘마우스’ ‘키마이라’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의 이희준. 최근 화제의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오의식.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이시언. 김남주·차은우 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 시청자들을 만날 채비 중인 임세미. 이 적지 않은 배우들의 공통점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다. 배우들 뿐 아니라 김설진, 심새인 등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들도 ‘간다’의 친구들이다.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들이 신체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공연하면서 만들어지고 2004년 제작사를 설립한 간다가 꼭 20주년을 맞았다.◇그냥 흘러가는 날들의 놀이터 “또 열심히 즐겁게!”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그냥 뭐 흘러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왔구나, 또 열심히 즐겁게 고생하자 하는 거죠.”그 20주년을 민준호 대표는 “늘 그런 날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간다의 시작부터 함께 한 대표이자 작가이며 연출이다.간다의 출발점으로 ‘거평이’라는 애칭이 붙은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비롯해 ‘템플’ ‘어린왕자’ ‘그때도 오늘’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간다의 대표작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저희는 늘 얘기하거든요. 언제든 망해도 좋으니 즐겁게 놀이터로 사용하다가 가자고. 그런데 20주년이네요. 오래했던 친구들도 그렇고 새로 하는 친구들도 부담없이 재미있는 과정을 가진 공연을 만드는 집단이고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20년이 된 것 같아요.”그 20년 간 꽤 이름을 알리며 성장한 배우들은 여전히 ‘간다’ 작품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바쁜 일정 중에도 “창작 초연을 하자”고 성화다. 더불어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거나 사담을 늘어놓기도 하는 연기 스터디 그룹을 함께 하며 자신들은 물론 주변에서 연기 혹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김세정은 뮤지컬 ‘레드북’을 함께 했던 홍우진이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간다’의 스터디 그룹에 합류했고 이시언은 ‘완벽한 타인’의 연출과 배우로 만나 함께 하게 된 배우다. ‘미아 파밀리아’ 등의 문경초는 다수의 간다 친구들이 추천한 배우로 ‘거울공주 평강이야기’가 에딘버러 페스티벌 참가를 준비하며 진행한 오디션에서 야생 소년으로 낙점되기도 했다.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템플’에 출연했던 김세정(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한번 연을 맺은 이들은 연기 스터디그룹을 꾸준히 함께 하며 공연에 출연하기도 한다. 1년 전 ‘템플’을 관람했던 김세정은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더니 20주년 간다 퍼레이드의 첫 작품 무대에 올랐다. 그렇게 새로 합류하는 친구들까지도 단단하게 엮일 수 있는 데 대해 민 대표는 “저희는 연출과 배우로만 관계가 끝난 적이 없다”며 “다들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된다”고 털어놓았다.“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저도 사실 자세히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친구들, 그들 간의 우정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모여서 작업하는 방식이나 그런 것들이 나이는 달라도 다 친구였거든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분위기가 ‘놀이터’라는 개념밖에 없어요.”◇모두가 솔선수범 “창작을 위한 고생은 기꺼이!”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꼭 유지해야 한다거나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작품을 내놔야 한다는 강박도 없어요. 대신 유일한 강박이 있다면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혹은 남들이 안한 걸 하자는 강박은 있죠. 한국 공연문화에 다양성이 부족하다 보니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극단이 되자 했어요. 다들 재밌어 해요. 그 친구들도 도전인 걸 아는데도 신작을 위해 고생하는 걸 좋아하고 기꺼이 함께 하죠.”그렇게 20주년을 맞아 첫 선을 보일 ‘꽃, 별이 지나’도 “꼭 하고 싶다”고 먼저 나선 진선규를 비롯해 이희준, 김지현, 정연까지 초창기 친구들이 함께 한다.“죽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예상치 못한 죽음, 예상하고 기다리는 죽음, 자연스러운 죽음이 있죠. 그 죽음에 대처하는 법을 우리는 배워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치매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기다리는 경우,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 절대 우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의 죽음 등을 통해 죽음에 미흡한 우리 자신들을 좀 솔직하게 공개해보는 공연이에요. 죽음을 대하는 마음을 조금 다양하게 가져보기를 바랐죠.”이어 민 대표는 “직접적인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은유를 던지고 싶었다”며 “꽃같은 사람들이 별이 되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한예종 후배이지만 늦깎이로 또 입학한 무용원의 선배인 김설진 안무가와 함께 하는 신체극으로 본 공연에 앞서 학교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먼저 선보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봤던 진선규는 움직임도, 리프팅도 꽤 많은 역할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가장 먼저 출연을 결정했다.“선규 뿐 아니라 저희 친구들이 안전하게 가는 걸 안좋아해요.창작 초연은 분명 힘든데도 창의적인 작업, 그 마음의 지분을 갖고 싶어하죠. 자신들이 해보지 못한 실험을 하기도 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할 수 있는 장(場)이거든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또 다르게도 해보고…그런 ‘재미’가 근간인 것 같아요. 저희에겐 맘껏 창의하는 게 노는 거고 쉬는 것 같아요. 너무 힘들다가도 창작 초연 때문에 만나 얘기를 하다 보면 다시 기운이 찾아진데요. 다들.”그렇게 “맨땅에 헤딩을 하듯” 창작하는 ‘간다’는 친구들에게 놀이터이자 에너지이며 숨통을 트이게 하는 존재다.◇‘단짠단짠’ 20주년 퍼레이드 ‘템플’부터 ‘뜨거운 여름’까지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뜨거운 여름’ 중 진선규(왼쪽)와 신의정(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20주년이니 그 출발점이었던 ‘거평이’도 해야 했지만 너무 정교한 움직임들이 많고 오랜 시간을 들여 훈련해야 하는 극이잖아요. 이 극의 무대에 오래 오르지 않았던 기존 친구들이 하기엔 안전이 우려되고 새로운 친구들을 뽑아 훈련시키자니 시간이 부족했죠. 동시에 많은 친구들이 무대에 오르려면 ‘올모스트 메인’도 고려대상이어야 했지만 라이선스 문제가 복잡했어요.”그렇게 최근 막을 내린 ‘템플’을 시작으로 현재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때도 오늘’, 창작 초연 ‘꽃, 별이 지나’ 그리고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까지 현실을 반영한 리얼리티 작품과 신체극을 섞은 ‘단짠단짠’ 퍼레이드로 축하하고 있는 그 20년이 마냥 쉬운 건 아니었다.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지킨다는 생각도 버려야 지킬 수 있습니다. 지켜야지 하다 보면 손해보는 것 같고 그렇거든요. 그냥 있는 거예요.”글을 쓰고 연출을 하고 무대감독까지 하는 그나 배우로만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나 철저하게 N분의 1 정산 시스템을 10년간 유지하면서 당연하게도 문제가 발생했다. 누군가 방송이나 영화, 더 큰 무대로 진출하면서 예정돼 있던 공연의 일을 좀 더 도맡아야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친구들의 성장을 기꺼이 지원하는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운영에 불만을 품게 되고 유독 도드라지는 누군가에 오해가 쌓여 떠난 이들도 없지 않다. 그렇게 “창작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진선규, 이희준, 김민재 등 친구들의 대부분이 좋은 작품들에 캐스팅된 때는 남은 친구들이 공연을 하고 싶은 열정이 넘쳐 작가이자 연출인 그에게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성화였다.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그때도 오늘’ 중 이희준(왼쪽)과 오의식(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언젠가 제가 통곡을 하면서 ‘나 좀 놔줘’라고 했을 정도로 힘들 때도 있었어요. 사실 ‘놀자’고만 했지 극단을 키우거나 오래 유지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거든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선규나 희준이, 지현이 등 초창기 멤버들이 숙주처럼 존재 하면서 알아서 커온 것 같아요.”그렇게 간다는 자가증식하며 성장하고 진화하는 생명체와도 같았다. 민 대표는 “여기저기 축제에서 불러주시고 고아원, 양로원에서만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축제에서 상을 주셨다. 그 수상소식에 대학로에서 두달 공연을 하게 되고 CJ에서 5년 계약을 제안해주시고 고양문화재단에서 상주단체로 불러주셨다”고 털어놓았다.“사람들이 좀 다른 연극도 보고 싶은거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책임감이 드는 거죠. 우리가 하듯 또 만들어 볼까, 이번에도 만들어볼까 이러면서요.”그렇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부터 ‘템플’ ‘어린왕자’ ‘그때도 오늘’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간다의 대표 레퍼토리가 만들어졌고 서울은 물론 지방 투어를 돌며 레퍼토리와 간다를 성장시켜 왔다.◇친구들과 충전하며 여전히 자가증식 중!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작가, 연출(사진=이철준 기자)“얼마 전부터는 간다에서도 통상적인 연출료를 받기 시작했고 외부 연출도 종종 하면서 이제는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좀 편안해졌어요. 그렇게 버티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거예요. 그러면 재밌는 일이 일어나죠. 이제는 고생이나 고민을 안하면 아무 것도 안한 것 같아요. 진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좋아진 거죠. 그런 생각과 감각들로 재밌게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그렇게 10명이 시작한 간다는 단원이라는 규제나 구분 없는 수백명의 친구들과 오매불망(?)‘맨땅에 헤딩’할 재밌는 일을 기다리는 단체로 성장했다. 5명이 한방에서 지내며 눈 뜨자마자 창의력을 불태웠던 시작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저마다가 숙주가 되어 끊임없이 자가증식하고 성장하며 진화 중이다.“20주년은 기념이 아니라 오히려 다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일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죠. 작품도 다시 디벨롭하고 탄탄하게 만들면서요. 작품들이 디딤돌이 돼야 다음에 우리가 뭘 할지를 다시 알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거든요. ‘꽃, 별 지다’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되게 큰 에너지를 줄 거고 ‘나와 할아버지’에는 원래 하셨던 선배님들이 다시 오시니 또 힘이 나요. ‘뜨거운 여름’은 2부가 아예 다 바뀔 거고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젊은 배우들을 좀 받아들여 보려고 해요. 그렇게 또 힘을 얻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23 18:30 허미선 기자

학전소극장, ‘학전답게’ 3월 15일 문 닫는다!

33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블루 소극장이 3월 15일 운영 중단을 공식화했다.(사진제공=학전)“모두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김민기 대표는 학전블루 소극장이 3월 15일 문을 닫는다 발표하며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던 김민기 대표의 말에서 출발해 가장 학전다운 마무리를 고심했다는 학전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3월 15일 “학전다운 마무리를 한다”고 알렸다.1991년 3월 15일 문을 연 학전소극장은 33년간 359개의 작품을 기획·제작하며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한국공연史의 상징이다. 학전블루와 그린 소극장에서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어린이 뮤지컬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복서와 소년’ ‘아빠 얼굴 예쁘네요’ 등을 선보여 왔다.지난해 10월 경영난과 더불어 김민기 대표의 건강상 문제로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발표하면서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결국 학전은 운영 종료를 공식화했다.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창작공간활성화 지원사업을 위한 대학로 내 공연장을 필요로 하면서 학전소극장을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한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학전과 최종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인 것으로 알려진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하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 전한 학전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오롯이 좋은 공연을 위한 공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학전 어게인 정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22 17:53 허미선 기자

[비바100]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2017년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굶주림에 지쳐 빵을 달라는 여인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라고 했다는 출처불명의 망언, 가짜 편지·왕비 대역 등으로 조작된 다이아몬드 사건, 혁명이 일어나자 오스트리아로 망명하려다 붙잡힌 바렌 도주 사건, 아들 루이 17세와의 근친상간 루머, 스웨덴 귀족 한스 악셀 폰 페르센 백작과의 염문…. 합스부르크 제국의 공주이며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둘러싼 가짜 뉴스들과 오해는 끔찍한 것들이었다. 목걸이 사건, 바렌 도주 사건, 단두대 처형 등 드라마와도 같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바탕으로 혁명을 이끄는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 연인 악셀 폰 페르젠 백작 등의 이야기를 버무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2월 27~5월 26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가 10주년을 맞아 ‘그랜드 피날레’를 선언했다.‘베토벤’ ‘레베카’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의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미하일 쿤체(Michael Kunze) 콤비작으로 2014년 초연 후 2019년, 2021년에 이은 네 번째 시즌이다. 사치와 허영심으로 인한 국고 낭비, 백성에 대한 기만, 전쟁 유발, 남녀를 가리지 않는 방탕한 색정광 등의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루머의 희생양으로 꼽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른다.이 작품의 특징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과 더불어 펼쳐지는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하는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혁명의지다. 가장 화려하고 높은 신분의 여자 마리 앙투아네트와 밑바닥에서 치열하게 혁명을 외치는 마그리드 아르노 간 대비를 통해 ‘무엇을 위한 일인가’에 대해 묻는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포스터(사진제공=EMK뮤지컬)현대까지도 그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는 끔찍한 루머들 속에서 정치적 희생양으로 스러져간 마리 앙투아네트는 2015년 재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김소향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엘리자벳’ ‘레베카’ ‘몬테크리스토’ ‘지킬앤하이드’ 등의 이지혜가 새로 합류했다.초연 배우들의 귀환도 반갑다. 초연에서 마그리드 아르노로 분했던 ‘베토벤’ ‘벤허’ ‘아이다’ 등의 윤공주가 10주년을 맞아 다시 돌아온다. 더불어 초연의 마리 앙투아네트였던 옥주현은 마그리드 아르노로 역할을 바꿔 돌아오며 ‘인사이드 윌리엄’ ‘프리다’ 식스 더 뮤지컬‘ ’이프덴‘브론테’ 등의 이아름솔이 새로 합류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이자 마리와 마그리드 사이를 잇는 페르젠은 ‘모차르트!’ ‘베르사유의 장미’ ‘베토벤’ ‘엘리자벳’ ‘사의찬미’ 등의 이해준, ‘랭보’ ‘곤 투모로우’ ‘은하철도의 밤’ 등 윤소호 그리고 뉴이스트 멤버 백호가 트리플캐스팅됐다.마지막까지 스스로다우려 노력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혁명’ 세력에 휩쓸리다 넘어지는 그를 일으켜주는 마그리드 아르노의 찰나의 연대는 혼탁한 세상에 필요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죽음 직전 자신의 시누이인 엘리자베트 필리프 마리 엘렌에게 쓴 편지 속, 자신의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기를 당부한 문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기주장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곧은 심지를 가지고 신뢰하고 화합하면 행복해지리라는 것.”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2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컨템퍼러리, 시즌무용수, 프로젝트 별 제작시스템으로 무장한 서울시발레단 창단

20일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대한민국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 강국입니다. 하지만 발레를 비롯한 순수 예술 분야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명실상부하게 문화 강국으로 K콘텐츠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서울시발레단 창단이 K콘텐츠, K컬처의 매력을 확장하고 서울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늘리는 것은 물론 문화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공헌해 나갈 생각입니다.”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언처럼 “48년만에 창단되는 공공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그 출발을 알렸다. 서울시는 20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발레단 창단을 알렸다.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은 세 번째 공공발레단으로 고전발레가 아닌 컨템퍼러리 발레에 집중한다.20일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박효선·남윤승·원진호·김소혜 시즌단원, 오세훈 시장, 안성수 안무가, 안호상 사장, 김희현 시즌단원, 이루다·유회웅 안무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단원제가 아닌 시즌 무용수 시스템으로 운영될 서울시발레단은 8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주재만 총연출·안무의 ‘한여름 밤의 꿈’ 세계 초연을 창단공연으로 선보인다. 주재만 안무가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물론 무용적으로는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을 통해 아주 유명한 작품”이라며 “서울시발레단 창단 작품은 저만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의 안무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알렸다. 이어 “복잡하면서 깊은 인간의 내면과 솔직하게 표현되는 희망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미래를 상징하는 작품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이에 앞선 4월에는 창단 사전 공연 ‘봄의 제전’을 무대에 올리고 두명의 안무가가 꾸릴 10월 공연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봄의 제전’은 안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교수, 유회웅 리버티홀/리버티발레 대표, 이루다 블랙토 컨템퍼러리 발레 컴퍼니 안무가가 각각 ‘로즈’(Rose), ‘노 모어’(No More), ‘볼레로 24’(Bolero 24)로 꾸린다.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의 시즌무용수와 안무가들. 왼쪽부터 박효선·남윤승·원진호 시즌단원, 안성수·유회웅·이루다 안무가, 김소혜·김희현 시즌단원(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로즈’는 안성수 안무가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맞춰 2008년 첫 선을 보인 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땅 그리고 땅에서 태어나는 생명체들에 대한 예찬을 주제로 한다.‘노 모어’는 엔포(N포) 세대에 대한 이야기다. 유회웅 안무가는 “포기가 일상이 돼버린 젊은이들에게 발레라는 예술을 통해 감각을 일깨우고 희망을 전달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드럼이라는 악기를 선택해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과 심장 박동 그리고 그 안에 가지고 있는 힘을 발레와 함께 조화롭게 만들어 보겠다”고 설명했다.‘볼레로 24’는 지난해 한국 발레협회 작품상을 수상한 ‘블랙 볼레로’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이루다 안무가는 “서울시발레단 창단하는 2024년을 기념하고자, 그리고 1년의 24절기, 하루 24시간을 표현하면서 순환이라는 시각적 구조를 미디어 아트와 함께 구성한 무대”라고 소개했다.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서울시발레단은 단원제가 아닌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시즌단원들로 운영된다. 올해는 129명의 지원자 중 선발된 김소혜, 김희현, 남윤승, 박효선, 원진호(이상 가나다 순) 5명의 무용수들이 시즌단원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다.이에 대해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처음 계획은 12명 정도의 시즌 무용수와 작품별 프로젝트 무용수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했으나 다 뽑지는 못했다. 9월경 다시 한번 선발 예정”이라고 전했다.안 사장은 “컨템퍼러리 발레단을 창단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효용성과 안무가 그리고 제작시스템”이라며 “지금은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일 단체이기 때문에 별도의 신인 안무가 양성 등이 기반이 된 여러 가지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세종문화회관에서 운영을 하되 결국 독립법인으로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단원 중심의 단체 형태로는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래서 중간 형태로 법인 설립을 전제로 하되 설립 전까지 제작시스템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들어 운영한다고 정리해 출범했습니다.”예술감독이나 단장 선임에 대해서는 “국내 관객들의 반응을 봐가면서 선택하는 게 안전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에 1~2년간은 작품과 안무가 중심으로 무용수를 구성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한다”고 전했다.여전히 클래식 발레가 선호되는 한국 시장에서 컨템퍼러리 장르를 정착시킬 방안, 단장이나 예술감독, 상임안무가 등의 수장 없이 프로젝트 별로 운영되는 시스템의 안착, 이 같은 시스템 속에서 신진 안무가나 무용수 발굴이 가능한지 여부, 단발성으로 끝날지도 모를 작품을 통해 예술적 정체성 및 제작 노하우 등을 축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정단원이 아닌 시즌단원의 운용 및 관리 문제 그리고 지속가능성 등 서울시발레단은 창단과 더불어 녹록치 않은 과제들을 떠안게 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20 17:46 허미선 기자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몬 스톤과 전도연·박해수가 꾸리는 ‘벚꽃동산’

연극 '벚꽃동산'으로 호흡을 맞추는 전도연(왼쪽)과 박해수(사진=브릿지경제DB, 각 소속사)영국 내셔널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 유수의 글로벌 무대에 오르는 작품의 연출가 사이먼 스톤(Simon Stone)이 ‘칸의 여왕’ 전도연, ‘넷플릭스의 아들’ 박해수와 연극 ‘벚꽃동산’(6월 4~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 홀)에서 만난다. 전도연의 연극 나들이는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만이다.LG아트센터가 주최·제작하는 ‘벚꽃동산’은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동명희곡을 바탕으로 사이먼 스톤이 연출을 맡는다. 그는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 하우스’ 그리고 영화 ‘나의 딸’(더 도터) 등을 통해 고전을 재해석하는 그는 ‘벚꽃동산’도 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재창작하는 데 탁월한 연출가다.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유작으로 사이먼 스톤은 ‘벚꽃동산’을 “한국 배우들의 놀라운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자 항상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6년만에 빈털터리로 고향으로 돌아온 벚꽃동산의 지주 류보비 안드리예브나 라네프스카야(류바), 재정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제안하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미칠 지경에 이르는 농노의 자식이자 신흥사업가 로파힌 예르몰라이 알렉세예비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자극이다.라네프스카야와 로파힌을 비롯해 라네프스카야의 딸 아냐, 수양딸 바랴, 그의 오빠 레오니드 안드레예비치 가예프, 사회주의에 심취한 만년 대학생이자 가정교사 페차 등이 벚꽃동산 처리를 두고 저마다의 의견만을 개진하며 기묘한 관계로 얽히고설킨다.전도연은 벚꽃동산이 유일한 도피처인 지주 류바로, 박해수는 농노의 자식이었지만 사업에 성공한 냉철한 상인 로파힌으로 호흡을 맞춘다.전도연, 박해수를 비롯해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오슬로’ ‘오셀로’ 등의 손상규, ‘박열’ ‘옥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에 출연했고 지난해 ‘나무 위의 군대’ 무대에 섰던 최희서, ‘비 Bea’ ‘결투’ ‘추남, 미녀’ ‘신의 아그네스’ ‘썬샤인의 전사들’ 등의 이지혜, ‘코리올라누스’ ‘보도지침’ ‘에쿠우스’ ‘페리클래스’ 등의 남윤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더 드레서’ ‘스웨터’ ‘리어외전’ 등의 유병훈, ‘드라이브 마이 카’ ‘발레리나’ 등의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이 출연한다.이현정 LG아트센터장에 따르면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을 꿈꿔왔다는 사이먼 스톤의 ‘벚꽃동산’은 서울에서의 월드와이드 초연에 이어 “전세계를 투어하는 글로벌 작품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20 08:2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모두가 화를 피할 ‘피화당’을 꿈꾸며! 뮤지컬 ‘여기, 피화당’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지금 우리가 전쟁을 겪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시대에도 이 세 여인들이 겪었던 일들은 반복돼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비단 3명의 여인뿐 아니라 그 겨울 모든 여인들의 이야기이기를 바랐습니다.”김한솔 작가는 15일 서울 종로구 플러스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여기, 피화당’(4월 14일까지 플러스씨어터) 프레스콜에서 이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더불어 “여전히 현재에도 존재하는 그 분들이 극장에 와서 화를 피하실 수 있기를, 그 안에서만큼은 희망을 가지시길 바라면서 썼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23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뮤지컬 ‘여기, 피화당’은 병자호란 이후 창작된 것으로 알려진 작자미상의 고전소설 ‘박씨전’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지만 오랑케에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배척당해 동굴에 숨어사는 환향녀(還鄕女) 가은비(김이후·정인지·최수진, 가나다 순), 매화(장보람·정다예), 계화(곽나윤·백예은)의 이야기다.‘피화당’이라 이름 지은 동굴에 숨어살며 이야기를 지어 내다 팔아 생계를 잇는 이들에게 상서를 올릴 용기가 없어 벽보를 붙이는 양반집 아들 후량(조풍래·조훈)과 그의 노비 강아지(류찬열·이찬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김한솔 작가는 ‘여기, 피화당’에 대해 “시작은 ‘박씨전’ 작가는 누구였을까였다”며 “어쩌면 ‘박씨전’의 작가가 오랑케에게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이혼과 자결을 강요받은 (환향녀) 이들 중 한명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그들이 종이 위에서나마 그 울분을 표출하고 청에 복수하는가 하면 자신들을 저버린 무능한 사대부들을 비판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이에 극 중 극 형태로 ‘박씨전’이 들어가는데 그 내용이 세 여인의 이야기와 통하도록 구성했습니다.”이어 김한솔 작가는 극 중 극 형태로 등장하는 ‘박씨전’을 “처음에는 숨어 사는 걸 표현하기 위해 탈을 쓰도록 했다”며 “두 번째는 부채 그리고 세 번째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이들의 목소리와 연기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그렇게 동굴 속에 숨어 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식으로 구성을 했어요. 그리고 ‘박씨전’ 내의 박씨, 설중매, 계화 이 세 캐릭터에서 ‘여기, 피화당’의 가은비, 매화, 계화가 탄생했죠. 그래서 극 중 극의 내용과 극 중 극 밖의 내용을 잇는 데 집중했습니다.”김진희 작곡가는 ‘여기, 피화당’의 음악적 특성에 대해 “배경 자체가 조선이기 때문에 국악적인 느낌을 활용하려고 했다”며 “모든 곡을 국악적인 느낌으로 쓴다기보다는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등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여기, 피화당’ 가은비 역의 김이후(왼쪽부터), 최수진, 정인지와 김한솔 작가, 김진희 작곡가(사진=허미선 기자)“극 중 극 형태의 ‘박씨전’과 그 밖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구분하고 관련지을지가 가장 큰 과제였어요. 그래서 ‘박씨전’에서는 판소리 풍 느낌을 가미하면서 아쟁, 해금 등 국악기도 추가해 표현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판소리와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음악 어법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죠.”가은비 역의 정인지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박씨전’을 풀어내는 방법이 너무 유쾌했고 그 속에서만큼은 이 여인들이 아주 신나게, 사내 대장부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세 차례에 걸쳐 이야기가 완결됐을 때의 벅찬 감동이 있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뿐 아니라 실연을 하면서도 더 많은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최수진은 “역사적 사실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표현해야하고 더 잘 이해하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은비 역의 김이후는 “극 중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 이야기가 이렇게 극으로 만들어지고 관객들이 찾아주신다는 게 제일 멋지고 매력 있다”고 전했다.“정말 그런 인물들이 작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연 중이죠.”뮤지컬 ‘여기, 피화당’ 존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매화 역의 정다예는 “저는 이 작품을 읽고 이 작품 자체가 되게 역사적인 아픈 사건을 배경으로 사회를 풍자하고 있고 비판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사실상 역사적으로 큰 사건이지만 현대에서도 각자 살아가면서 각자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사대부를 비판하지만 사실상 내가 그들처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내 주변에 피해자들이 있을 수도 있고 내 스스로도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이 작품이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는 피화당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16 19: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뮤지컬 ‘일 테노레’ 휴&윌 “역사 아닌 이야기, 재즈 닮은 19세기 오페라 미학 그리고 현실적인 인물들”

뮤지컬 ‘일 테노레’ 작가이자 작사가 박천휴(왼쪽)와 작가, 작곡가, 편곡가 윌 애런슨(사진제공=오디컴퍼니)“처음엔 이인선 테너의 실제 이야기에 더 가까운 버전의 대본도 썼어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보다는 ‘역사‘가 더 중점이 된, 뮤지컬보다는 역사책의 한 꼭지처럼 느껴졌죠.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인물에게서 멀어져 자유롭게 허구의 이야기가 될수록 저희가 생각한 주제가 더 잘 드러나는 걸 깨달았습니다.”뮤지컬 ‘일 테노레’( Il Tenore,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는 작가·작사가 박천휴와 작가·작곡가·편곡가 윌 애런슨(이하 휴윌)의 말처럼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의사이자 한국 오페라사(史)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테너 이인선의 삶을 모티프로 한다.“처음엔 사실에 기반한 큰 스케일의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가 모든 인물을 자유롭게 픽션으로 창작하면서 시간적인 배경 또한 오페라를 올리는 과정으로 짧게 함축했습니다.”뮤지컬 ‘일 테노레’ 중 윤이선 역의 홍광호(왼쪽)와 서진연 김지현(사진제공=오디컴퍼니)‘번지점프를 하다’ ‘어쩌면 해피엔딩’ 등으로 호흡을 맞춘 휴윌은 그렇게 4개 버전이 있었을 정도로 대본 작업에 공을 들인 끝에 한동안 가제이기도 했던 ‘꿈의 무게’를 담은 ‘일 테노레’를 완성했다. “무사히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난폭한 세상에서 꼭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꿈이 생길 때, 그것의 아름다움과 비극을 동시에 담고 싶었다”는 휴윌은 이인선을 바탕으로 극화한 윤이선(홍광호·박은태·서경수), 연극과 오페라를 통해 독립의지를 확산하려던 서진연(김지현·박지연·홍지희), 총칼을 들고 맞서 싸우고자 했던 이수한(신성민·전재홍)을 통해 “꿈이 있기에 생기는, 온전히 혼자서 짊어져야 할 짐. 그것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뮤지컬 ‘일 테노레’ 중 서진연 역의 박지연(왼쪽 아래)과 윤이선 박은태, 이수한 전재홍(사진제공=오디컴퍼니)그렇게 ‘일 테노레’는 이 작품 속 배경인 1930년대 일제강점기가 아닌, 어떤 시대를 살더라도 마주하게 되는 “세상이 제시하는 우선순위와 한 개인의 꿈 사이의 갭”에 대한 이야기다.◇19세기 스타일과 미학으로 창작한 오페라 ‘꿈꾸는 자들’“19세기 오페라들의 도드라지는 성격 중 하나는 오케스트라의 엄청난 규모입니다. 특히나 아주 많은 수의 현악기요. 뮤지컬에 60~80인조 오케스트라를 포함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뮤지컬로서는 흔치 않은 대규모의 현악 파트를 포함했습니다.”오디숀 악기소리, 19세기 오페라 스타일과 미학을 빌어 창작해낸 가상의 작품 ‘꿈꾸는 자들’, 가곡과도 같은 아리아들 등 기발한 음악적 요소들도 흥미로운 작품이다.“화성악적으로는 푸치니나 바그너와 같은 19세기 작곡가들이 많이 사용한 음악적 언어들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매우 사랑하는 작곡가들이기도 하죠. 제 생각에 그 시대의 오페라들은 재즈와도 많은 접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적인 모티프들이 계속해서 반복하고 변화하면서 더 풍부해지거든요.”오페라와 성악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했던, 작품 개발 단계에서는 쇼스타퍼 형식의 화려한 오페라 장면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일 테노레’는 그 예상을 깨고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표현으로 무장했다. 이에 대해 휴윌은 “이야기 속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에서 최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기를 원했다”고 밝혔다.“저희는 슈퍼히어로나 지나치게 대단한 캐릭터들 보다 최대한 현실적인 인물들을 그려내는 것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인물들을 어려운 갈등에 몰아넣고 그들이 부딪히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내려야 하는 어려운 결정들을 함께 체험하는 거죠. ‘일 테노레’의 결말에 다다를 때쯤이면 관객분들이 이 인물들을 화려한 오페라 속 인물들만큼이나 격정적이고 비범하게 느끼시길 희망했습니다.”뮤지컬 ‘일 테노레’ 중 오페라 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이에 두 사람은 “인물들의 상황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내 ‘오페라’라는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예술과는 또렷한 대비를 만들어 내는 게 저희의 의도였다”고 부연했다. 창작 과정에서 신경 쓴 또 다른 부분은 “오페라 스타일의 넘버와 뮤지컬 스타일의 넘버 간 차이 그리고 균형”이었다. “주인공 이선은 세상이 요구하는 삶을 살아내려고 애쓰며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는 소극적인 성격의 의대생입니다. 그런 인물이 처음부터 오페라 스타일의 크고 격정적인 사운드로 표현되는 건 바라지 않았어요. 그런 면모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인물이 변화를 겪으면서 드러나는 게 맞다고 느껴졌거든요.”◇전혀 다른 매력의 윤이선 홍광호·박은태·서경수와 서진연 김지현·박지연·홍지희뮤지컬 ‘일 테노레’ 유이선 역의 박은태(왼쪽부터), 홍광호,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홍광호 배우는 워낙 특출난 목소리의 소유자죠. 그 덕분에 되레 덜 회자되는 섬세한 연기, 특히나 꼼꼼하게 계산된 위트와 유머까지 훌륭하고 똑똑하며 치열한 배우입니다.”홍광호가 연기하는 윤이선에 대해 이렇게 전한 휴윌은 “저마다 매력이 너무나 다른 배우들”이라며 “흔치 않게 한국을 배경으로 한 대극장 규모 창작 뮤지컬을 만들면서 모두의 열정만큼은 똑같이 뜨거웠다”고 털어놓았다.“박은태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 특유의 감도 높은 매력과 질감으로 완전히 몰입하고 자기화해 반짝이는 감동을 주는 보석 같아요. 서경수 배우는 다른 윤이선 역할의 배우들보다 훨씬 어린 나이임에도 모든 부분에서 안정적인 올라운더죠.”뮤지컬 ‘일 테노레’ 서진연 역의 김지현(왼쪽부터), 홍지희, 박지연(사진제공=오디컴퍼니)이어 서진연 역의 김지현에 대해서는 “작가만큼이나 대본을 전체적으로 깊게 분석하고 섬세하게 이해하는, 누구보다 믿음이 가는 배우”라고 전했다.“박지연 배우는 열정과 재능이 가득하면서 엉뚱할 정도로 순수한 아티스트로서의 감수성이 남다르죠. 홍지희 배우 역시 까다로운 대사나 감정도 전혀 힘들지 않다는 듯 표현해 내는, 연기와 노래 모든 게 뛰어난 올라운더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16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누구도 도망칠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을 추적하는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제이미 역의 최재림(왼쪽부터)과 캐시 민경아, 이지영 연출, 캐시 박지연, 제이미 이충주(사진=허미선 기자)“두 사람 모두 그 시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5년이라는 시간 위에 두 인물을 올려두고 싶었죠. 물리적으로는 한 공간에 같이 있지만 다른 방향, 다른 속도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이지영 연출의 이같은 의도로 “원래는 솔로곡으로 교차 진행되는 작품”이었던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The Last 5 Years, 4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는 첫 만남에서 이별로 가는 남자와 이별의 순간에서 첫 만남으로 향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탈바꿈했다.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는 캐시 민경아(왼쪽)와 제이미 이충주(사진제공=신시컴퍼니)“사랑의 본질을 추적하는 작품이에요. 두 인물의 이야기에서 어떤 관객도 도망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잖아요. 저마다의 시간이나 속도가 있는데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죠. 그 때문에 관계에서 갈등이 생긴다는 지점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회전 무대를 통해 두 인물이 어긋나거나 만나면서 심리적인 거리와 관계의 상황을 좀더 이미지적으로 표현했습니다.”제이슨 로버트 브라운(Jason Robert Brown)이 대본을 집필하고 넘버를 꾸린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스물 셋에 만나 5년 동안 함께 한 유태인 천재작가 제이미(이충주·최재림)와 스타를 꿈꾸지만 오디션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배우 캐시(민경아·박지연)의 사랑과 결혼, 이별 이야기다. 남녀 2인극으로 한국에서는 2003년 초연 후 2008-2009년 재연에 이어 15년만에 돌아왔다.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함께 걷는 제이미 역의 최재림(왼쪽)과 캐시 박지연(사진제공=신시컴퍼니)15년만에 돌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남녀의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설정이었다. 캐시 역의 박지연은 “(남녀가 거꾸로 흐르는) 시간이 이 공연의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연습과정에서 시간 순으로 같이 노래를 불러보고 반응하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2인극의 경험들이 적지 않은 네명의 배우들이 입을 모아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극이다. 이에 대해 민경아는 “매일 하나씩 퀘스트를 깨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소리와 보컬을 내야하는 음악들이에요. 한곡이 오늘 해결되면 다음날 다른 곡이 걸리고 그 곡이 해결되면 또 다른 곡이 저를 괴롭히고…그렇게 힘들지만 흥미롭고 재밌게 준비했고 공연 중입니다.”제이미 역의 최재림은 “뮤지컬 ‘트레이스유’,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에 이어 세 번째 2인극인데 배우로서 책임져야하는 분량이 가장 많은 작품”이라며 “공연 중간중간 죽을 것 같은 ‘사점’이 존재한다”고 털어놓았다.그 사점에 대해 최재림과 이충주는 “첫곡에서 세 번째 곡인 ‘슈뮤엘 송’(The Schumuel Song)까지가 이 공연의 80% 정도의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최재림은 ‘오페라의 유령’ 대구 공연과 ‘레미제라블’ 서울 공연 그리고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연습 및 공연에 동시에 참여하며 ‘겹치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 과정 중에 코로나19에 확진되며 3주 동안 이충주가 원캐스트처럼 무대에 서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비롯해 캐스팅 변경이 불가피했던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이에 대해 최재림은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히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매 공연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공연 중”이라고 밝혔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16 1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유쾌하고 담대하게 풀어낸 독립의지! 국립오페라단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오페라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의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Italiana in Algeri, 2월 22~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한국 초연된다. 순회오페라단원이었던 부모 슬하에서 자라며 14살에 오페라 작곡을 시작한 로시니가 열여덟에 만들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한 오페라 부파(Opera Buffa, 18세기 희곡 오페라의 한 양식)다.  부모가 몸담았던 순회오페라단에서 다진 음악성, 민첩성, 창작력, 유머감각 등을 바탕으로 꾸린 대중적이고도 유쾌한 오페라부파로 최상호 단장 겸 예술감독이 “관객과 소통하고 가까이 가고 싶은” 의지로 라인업을 꾸린 2024-2025 시즌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알제리의 고관 무스타파, 그의 싫증난 아내 엘비라, 그녀를 쫓아내기 위해 짝지어 주려는 상대인 이탈리아 노예 린도로, 해적들에 납치돼 행방불명된 연인 린도로를 찾아 항해하다 알제리 해적들에게 잡혀 무스타파 궁으로 끌려온 이사벨라, 그녀에 한눈에 반해 수작질 중인 타데오 등이 얽히고설키며 풀어내는 이야기다.오페라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포스터(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프랑스의 식민지가 되기 전 터기에 속했던 알제리를 배경으로 빠르고 혼란스럽게 펼쳐지는 이들의 난장은 튀르키에의 오스만 제국이 세워지고 확장되는 유럽 시민지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 작품의 묘미는 등장인물 중 가장 진취적이며 용감한 이사벨라다. 행방불명된 연인을 직접 찾아 나서는가 하면 엘비라와 결혼하라는 명령에 순응하려는 연인 린도르와의 오해를 푸는데 적극적이다. 배에서 만난 타데오와 싫증난 아내를 쫓아내려는 무스타파의 부도덕한 구애에 지혜롭게 대응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노예들의 탈출을 주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린도로를 달라고 요구해 출국을 막는 기지를 발휘하는가 하면 마음껏 먹고 마시면서 무슨 일이 생겨도 침묵하는 ‘파파타치’라는 놀이를 만들어 노예로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의 탈출의지를 부추기기도 한다. 알제리 탈출 직전 두려움에 떠는 이탈리아 남자들의 용기를 북돋우는 ‘조국을 생각합시다’(Pensa alla patria)는 이사벨라의 캐릭터성을 잘 드러내는 아리아다.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로시니 특유의 음악이다. ‘조국을 생각합시다’와 1막 마지막 이탈리아로 떠나게 된 린도로와 엘비라, 그녀의 시녀 출마와 이들을 지켜보는 이사벨라, 무스타파, 호위대장 할리, 타데오가 부르는 7중창 ‘떠나기 전에’(Pria di dividerci da voi, signore)를 비롯한 아리아는 물론 왁자지껄 빠르고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와 상황들의 속도를 높이는 템포와 리듬, 의성어 등으로 무장했다.흥미로운 캐릭터들과 음악들은 엄선한 성악가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메트오페라합창단, 스탈릿컴퍼니 등과 브랑송 지휘콩쿠르 한국인 최초 결승진출 지휘자 이든, 최지형 연출이 의기투합해 표현된다. 이사벨라는 글로벌 오페라 신에서 ‘로시니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는 메조소프라노 키아라 아마루(Chiara amaru)와 김선정, 그의 연인 린도로는 테너 발레리 마카로프(Valery Makarov)와 이기업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이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극에 걸맞는 서체를 고안하고 최 단장이 알제리 대사관을 방문해 복식, 의상, 문자, 전통 등 낯선 문화에 대한 검증을 거친 작품이기도 하다. 이 검증 과정을 통해 터번의 유무, 무대 세트에 포함된 문자의 오류, 의상의 전통 문양 등 자칫 혼동할 수 있는 아랍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차이를 명확히 해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 단장은 “오스만 제국이 알제리를 섭정했던 기간이 140여년에 이른다. 그 후로는 프랑스의 집권 하에 있었다”며 “알제리 대사관 사람들이 ‘한’(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고통스러웠던 시간 속에서도 본국의 자존감을 유지하려고 애썼던 알제리의 역사는 우리를 닮았다”고 전했다. 깊은 독립의지, 한의 무게를 유쾌하고 담대하게, 풍자로 풀어낸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24일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 생중계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1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꿈과 다채로움으로 무장한 국립오페라단의 2024-2025년!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부터 ‘트리스탄과 이졸데’까지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브릿지경제 DB/ 이철준 기자)“올해는 비극이 좀 많았던 지난 시즌과는 극과 극이죠. 관객하고 소통하고 가까이 가고 싶어서 희극들을 좀 골라봤습니다. 특히 올해는 ‘꿈’에 관계된 작품들이 많아요. ‘죽음의 도시’(Die tote Stadt)도 그렇고 ‘한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탄호이저’(Tannhauser), ‘처용’도 그렇죠.” 조아키노 로시니의 오페라 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Italiana in Algeri), 벤자민 브리튼 ‘한여름밤의 꿈’,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리하르트 바그너 ‘탄호이저’, 자코모 푸치니 ‘서부의 아가씨’(La Fanciulla del West) 그리고 ‘처용’까지.2024-2025년의 국립오페라단의 키워드는 7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들을 만난 최상호 단장 겸 예술감독의 설명처럼 ‘꿈’이다. 더불어 ‘서부의 아가씨’와 ‘처용’을 뺀 4작품이 신작들이다.2024-2025시즌을 여는 첫 작품인 로시니의 오페라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총체극의 아버지 바그너의 ‘탄호이저’,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푸치니의 ‘서부의 아가씨’,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곡가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을 비롯해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한여름 밤의 꿈’, ‘로빈 후드의 모험’ 등의 미국 영화음악 거장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등 영어권 작품도 라인업됐다.이들 작품들에는 취임 당시 한국 연출자와 지휘자, 젊은 성악가들 등에 기회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최 단장의 포부도 스몄다. 시즌의 첫 작품인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최지형 연출과 젊은 지휘자 이든이 이끌며 ‘KNO솔리스트’ 출신의 성악가 5명이 무대에 오른다.1기(14명)에 이어 2기 선발을 위한 오디션이 3월 예정된 KNO솔리스트를 비롯해 국립오페라 스튜디오 등 국립오페라단은 우수 인재들의 역량 강화와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주로 교육생들이다 보니 지방 공연의 작은 역할, 정기 공연의 꼭 필요한 역할들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한여름밤의 꿈’ ‘죽음의 도시’ ‘서부의 아가씨’ 등에도 상당수 투입할 예정이죠. 연말에는 스튜디오 학생들을 위한 작품을 제작해 11월 21일부터 3일간 국립극장 무대에 오릅니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멈췄던 해외 공연도 재개된다. 국립오페라단이 창작한 오페라 중 이영조의 ‘처용’이 프랑스 파리 올림픽을 맞아 파리 오페라코미크,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공연된다. 2025년의 핵심사업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의전당과 공동제작하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 그리고 새로 론칭할 국제오페라페스티벌이다.“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새 작품들로 국립오페라단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너무 로맨틱만 강조하는 게 아닌, 벨칸토 음악의 소중함과 바로크, 지금을 살고 있는 현시대의 것들, 미래를 향하는 작품 등도 충분히 다뤄줘야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이에 다양한 시대와 언어의 작품으로 구성해 전통적인 작품은 전통적인대로, 현대적인 작품은 현대적으로 보여주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09 18:00 허미선 기자

골든차일드 홍주찬 , 뮤지컬 ‘파가니니’ 주연 캐스팅

그룹 골든차일드 홍주찬이 뮤지컬 ‘파가니니’ 주인공에 캐스팅됐다.7일 소속사 더블앤에 따르면 홍주찬은 오는 4월 6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주인공 파가니니 역을 맡았다.‘파가니니’는 1840년 파가니니가 숨을 거둔 후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유로 교회 공동묘지 매장을 불허 당하고, 이에 아들 아킬레가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길고 긴 법정 싸움을 시작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실존 인물인 파가니니가 주변의 잣대들로 인해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릴 수밖에 없었던 사건에 대해 조명하고, 그의 주변 인물들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냈다.홍주찬은 ‘파가니니’에서 바이올린 하나로 세상을 지배한 주인공 파가니니 역을 맡아 그동안 다져온 연기 내공과 가창력을 아낌없이 발휘할 예정이다.지난 2020년 ‘광염소나타’로 성공적인 뮤지컬 데뷔를 알린 홍주찬은 ‘알타보이즈’, ‘이퀄’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지난해에는 뮤지컬 ‘할란카운티’에서 주인공 다니엘 역을 맡아 파워풀한 가창력과 화려한 댄스 실력,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한편, 홍주찬은 오는 18일 리메이크 디지털 싱글 ‘어떤가요’를 발매하고 5년 만에 솔로 가수로 컴백한다.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24-02-07 16:16 장애리 기자

[비바100]10년만에 ‘드라큘라’ 미나로 돌아온 정선아 “늘 도전인 선택, 후회는 없어요!”

초연 이후 10년만에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로 돌아온 정선아(사진제공=오디컴퍼니)“10년 전에는 저도 어리고 철없고 말괄량이 같아서 ‘내가 왜 미나지? 루시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창법도, 스타일도 미나 보다는 루시가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긴 하거든요. 그때는 미나를 이해하기가 좀 어렵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미나가 너무 재밌고 저한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2014년 초연 이후 10년만에 뮤지컬 ‘드라큘라’(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로 돌아온 정선아는 “미나는 힘없고 약한 여성상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약혼을 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휘몰아치는 전생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면서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에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여성”이라고 밝혔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드라큘라’ 미나 역의 정선아(사진제공=오디컴퍼니)◇미나, 솔직하고 단단한!“미나는 누구보다 솔직한 여자 같아요. 2막에서는 온 정신을 쏟으며 모든 것들이 드라큘라로 향하거든요. 당신과 함께 그 세계로 갈 수 있다, 죽어서도 당신 곁으로 가겠다…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참 이전에는 없었던 사랑이야기 같아요. 그런 사랑을 얘기하는 ‘드라큘라’가 고맙기도 하고 너무 이해가 돼서 매일을 울어요.”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400년을 한결같이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김준수·전동석·신성록,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그 여인 엘리자베사의 환생체인 미나(정선아·임혜영·아이비)의 이야기다.‘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엑스칼리버’ ‘웃는남자’ ‘시라노’ ‘몬테크리스토’ 등의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이 넘버를 꾸려 2001년 미국 샌디에고 라호야 플레이하우스(La Jolla Playhouse)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한국에서는 2014년 논레플리카(원작과 똑같지 않은)로 동방신기 출신의 김준수·류정한, 정선아·조정은 등이 초연을 함께 했다.“10주년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는 고민 없이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지금이라면 나만의 성숙한 미나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10년 전에는 음악, 넘버 등이 너무 좋아서 소리로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날 것의 열정으로 임했다면 지금은 제대로 된 연기로 노래의 가사 하나하나에 메시지를 담아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그가 10년 만에 ‘드라큘라’의 미나로 돌아올 용기를 내게 한 건 무엇 보다 “정선아의 미나를 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염원이었다. 정선아는 “그에 힘입어 10년만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었다”며 “기억을 더듬으면서,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초연 때는 미나에서 엘리자베사로 들어가는 게 좀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 내 안에 엘리자베사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초연 때 제가 어려워 하는 부분에 대해 (미나 역에 더블캐스팅됐던 조)정은 언니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었어요. 기량은 10년 전이 더 좋았을 수도 있죠. 하지만 지금은 미나가 드라큘라를 보내기까지의 그 여정 중 어느 한 부분도 이해 안되는 데가 없어요.”◇미나와 드라큘라의 첫 단추 ‘She’초연 이후 10년만에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로 돌아온 정선아(사진제공=오디컴퍼니)“모든 장면이 중요하지만 특히 1막의 기차역 신이 드라큘라와 미나를 이어주는 첫 단추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첫 단추를 잘 끼우려고 집중하고 있어요. 여러 차례 마주치고 만나지만 서로가 영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여기서 시작돼 끝까지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 기차역에서 드라큘라가 부르는 ‘쉬’(She)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거든요. 전생의 드라큘라와 엘리자베사 이야기가 컴팩트하게 들어있어서 그 신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죠.”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미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정선아는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배우들마다 전혀 다른데다 라이브다 보니 같은 배우라도 그날그날 템포도, 대사 간 텀도 달라진다”며 “저마다의 감정에 빠져있고 그에 집중해서 하다 보면 매회 느끼는 것들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밝혔다.“그래서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가 공을 잘 받아서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왕자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죠’라는 잠깐의 대사로 시작해 음악이 들어가기까지 엄청난 집중을 하면서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드라큘라 장인’ 김준수, 다른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신성록, 성장해 다시 만난 전동석뮤지컬 ‘드라큘라’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왼쪽부터), 신성록, 전동석(사진제공=오디컴퍼니)“(김)준수 배우는 드라큘라 장인이죠. 10년 전 초연에 비해 기량도, 내공도, 연기도 너무 늘었어요. 준수 배우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내일이 없는 것처럼 저렇게 열정을 토하면서 할 수 있는지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에요.”2014년 초연을 함께 만들면서 고민하고 고생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이번 시즌 김준수와의 첫 공연에서 “엄청 울었다”는 정선아는 “연습할 때는 노래를 못부를 정도로 울었다”고 전했다.“드라큘라와 미나로서가 아니었어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면서 우리 너무 고생했다, 대견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냥 준수 배우랑은 마음이 저릿하면서도 안정적이에요. 준수 드라큘라와 함께 하면 서로를 믿는 마음이 크다 보니 편안하고 안정감이 들죠.”첫 호흡을 맞추는 신성록에 대해서는 “이렇게 노래를 잘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라며 “타고난 재능, 끼도 있지만 항상 일찍 오고 노래 공부를 하는 등 노력하는 배우”라고 밝혔다.“게다가 너무 멋있잖아요. 감정이입하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게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다른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전)동석 배우는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와 콘스탄체로 둘 다 아기일 때 만났는데 이제는 서로를 격려하는 나이가 됐어요. ‘드라큘라’를 여러 시즌 하면서 엄청나게 발전했더라고요.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모차르트’ 이후로) 또 다시 사랑하는 역으로 만났구나 싶어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초연 이후 10년만에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로 돌아온 정선아(사진제공=오디컴퍼니)◇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렸던 ‘이프덴’영생, 전생, 영원불멸의 사랑, 400년을 이어져 온 순정 등 ‘드라큘라’의 극단적인 설정이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는 경험을 하곤 한다. 정선아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선택한 게 ‘이프덴’(If Then)”이라고 털어놓았다.“대본을 미리 봤지만 그렇게까지 무대에 계속 나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저도 한 체력하는데도 걱정이 될 정도였죠. 그럼에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가 제 얘기 같았어요. 이런 작품을 언제 또 해볼까 싶었고 그때의 제가 엘리자베스에 최적화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 상황들, 감정들 등을 연기하지 않고 관객들께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뮤지컬 ‘이프덴’은 출산 후 그의 복귀작으로 퓰리처상, 토니상 등을 수상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작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키트 그리고 ‘디어 에반 핸슨’ ‘렌트’ 등의 연출가 마이클 그리프가 의기투합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서른아홉이 되던 그때 저에게 딱 맞는 배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다’의 암네리스, ‘위키드’의 글린다 등 많은 분들께 사랑받은 ‘인생캐릭터’가 결혼과 출산 후 인생 2막을 맞으면서는 ‘이프덴’의 엘리자베스 같아요.” 그의 말처럼 선택에 따라 달라진 엘리자베스의 삶을 보여주는 ‘이프덴’은 막 출산을 하고 무대로 돌아온 정선아의 삶, 그 자체이기도 했다. 이 작품으로 정선아는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저 스스로 성장하고 엘리자베스를 통해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겠다 싶어 선택했는데 음악이 너무 어려웠어요. 제가 배웠던 박자와는 전혀 다른 음악이었죠. 대본과 음악만 가져온 라이선스 초연이었기 때문에 창작처럼 준비를 했어요. 애 낳고 오더니 정선아 기량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그 어떤 때 보다 떨렸는데 관객분들께서 너무 좋아해주셔서 감개무량했어요.”초연 이후 10년만에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로 돌아온 정선아(사진제공=오디컴퍼니)“내가 박치인가 싶어 자괴감이 들 정도로, 제가 만나본 작품들 중 가장 어려운 음악”이라는 ‘이프덴’에 이은 ‘멤피스’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저도 나름은 노래를 잘한다는 배우 중 하나인데 2, 3곡만 불러도 힘들 지경의 넘버였거든요. 게다가 움직임이나 춤도 엄청 격렬했어요. 그럼에도 음악의 힘이 너무 컸고 신나게 춤추면서 너무 행복해서 웃음밖에 안났죠. 저는 늘 어려운 선택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출산 후에는 ‘드라큘라’ 빼고 초연작이었죠. ‘드라큘라’ 역시 10년만에 다시 돌아오다 보니 매순간이 도전이었어요.”이어 정선아는 “어떤 날은 ‘내가 이렇게까지 도전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지만 그 작품들을 놓치기 싫었다”며 “‘이프덴’을 통해 연기적 깊이가 좋아졌고 ‘멤피스’로는 음악적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조금은 일찍 온 슬럼프 “그 덕에 지금은 그저 행복합니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초연 이후 10년만에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로 돌아온 정선아(사진제공=오디컴퍼니)“슬럼프가 좀 일찍 왔어요. 어린 나이에 덜컥, 너무 하고 싶었던 뮤지컬 배우라는 꿈의 직업을 가지게 됐죠. 너무 행복한 일인데 스물여덟 정도에 매너리즘에 빠졌고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열여덟에 뮤지컬 ‘렌트’의 미미로 일찌감치 무대에 데뷔했던 정선아는 슬럼프도 부쩍 빨랐다. 정선아는 “열여덟부터 뮤지컬만 하다 보니 어려서부터 목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놀지도 못하고 신나게 큰소리로 떠들지도 못하고 술도 서른이 넘어서부터야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고 밝혔다.“노래하는 사람인데 술을 마시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거든요. 내가 지금 정선아로 사는 건지 작품 속 캐릭터로 사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일이 잘 안되는 것도 아니고 부족함도 없는데 너무 안행복한 거예요.”이유없는 우울감에 힘들어 하던 중 장애인을 위해 노래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정선아는 “제가 봉사받는 기분으로 행복해졌다”며 “자신감만 있고 자존감은 높은데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없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 일(봉사)은 평생을 병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놓았다.“다른 사람들은 이 직업을 가지기 위해 피마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나는 벌써부터 이 자리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으면서 감사하지 못하고 불만만 가지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제 슬럼프나 매너리즘 그런 건 없어요. 그저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지, 감사해야지 할 뿐이죠. 지금은 마냥 행복합니다.”◇후회 없는 선택들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초연 이후 10년만에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로 돌아온 정선아(사진제공=오디컴퍼니)“배우인 저로서는 작품 선택이 정말 중요해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작품을 선택할 때 제 촉을 믿는 편이에요. 이 작품이 나를 빛내줄 것인가, 이 작품이 나한테 어떤 것들을 가져다 줄 것인가, 내가 어떤 도전을 하게 해줄까, 음악적 혹은 연기적 역량을 키워줄 것인가…촉이 비켜나갈 수도 있죠. ‘이 작품을 할 걸’ 잠깐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선택한 작품들 중에 어느 하나도 후회한 게 없어요.”여전히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정선아는 “보상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어서 선택해 최선을 다한 작품을 관객분들도 좋다고 해주시니 더 멋진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지금까지는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았었다면 이제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돼 아이를 낳고도 안주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변함없이 잘 할 수 있고 기량이 더 높아질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코로나를 비롯해 독감 등 전염병이 유행하는, 피치 못할 상황이 늘 존재하는 시대에 무대 위에서 책임감 있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그런 배우로 남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05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