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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더 뚜렷해진 개인 취향… 쉿! 조용한 사람들 뜬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매년 이맘때가 되면 다음 연도 트렌드를 조망하는 서적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그런 서적들 가운데 매년 압도적인 인기를 끄는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매년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다른 하나는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다. 둘 모두 트렌디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매우 의미 있고 유익한 전망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2025 트렌드 코리아|김난도 외|미래의창◇ 김난도 외 2025 트렌드 코리아 … 경계와 고정관념이 무너진다매년 영어로 된 합성 신조어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온 서울대 트렌드 코리아 팀은 내년 ‘뱀의 해’ 2025년의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SNAKE SENSE’로 잡았다. 남다른 감각으로 먹이를 잡아채는 뱀의 놀라운 능력을 의미한다.S는 ‘Savoring a Bit of Everything’이다. 저자들은 옴니보어(Omnivores) 소비, 즉 ‘잡식성 소비’가 새 트렌드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소비의 전형성 대신 나이와 성별, 소득에 따른 경계와 구분 없이 완전히 새로운 개인별 소비시장이 구축될 것이라 전망했다. 모든 과거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폐기되고, 개인의 취향이 더욱 뚜렷해지는 ‘옴니보어’ 소비자가 뜰 것이란 전망이다.N은 ‘Nothing Out of the Ordinary: Very Ordinary Day’다. 여기서 ‘아주 보통의 하루’를 뜻하는 ‘아보하’가 나온다. 위험한 세상 속에서 작지만 위로가 되어 주는 무언가를 찾는다. 푸바오나 은우·정우 형제들이 대표적이다. 불행한 것도 싫지만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에 감사하고,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라는 평온한 일상이 중시된다.A는 ‘All About the Toppings’, 이른바 ‘토핑경제’다. 본질보다 추가적·부수적 요소들이 더욱 주목받아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같은 도우라도 토핑이 다르면 이름과 가격이 달라지듯이, 같은 제품이라도 무엇으로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나만의 것’이 된다. ‘최고의 상품’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상품’이 추구된다. 그만큼 소비자의 ‘창의성’이 기대된다.K는 ‘Keeping It Human: Face Tech’, 즉 ‘페이스테크’다. 첫 인상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는 기계에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며, 사용자마다 각자의 얼굴을 만들어주는 ‘페이스테크’가 뜰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제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력까지 갖춘, ‘인간에 가까운’ 기업과 상품이 선택을 받게 될 것이므로 이 기술이 필수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E는 무해력(無害力, Embracing Harmlessness)이다. 내게 해 끼치지 않고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다. 무해한 힘이 진짜 힘 된다. 스스로를 ‘긁힌 세대’라고 자조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무해한 존재들이 희망이 된다. 푸바오나 미니어처 열풍, 대충 그린 이모티콘 등이 그런 무해력을 가진 것 들이다.S는 ‘Shifting Gradation of Korean Culture’로, ‘그라데이션K’로 지칭된다. 정말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유연하고 열린 담론’이다. 더 이상 우리는 단일민족·단일문화가 아니라 ‘다문화 국가’다. 저자들은 “K-팝, K-푸드, K-드라마 열풍 속에서, 진정으로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그라데이션(단계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E는 ‘Experienc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로 ‘물성매력’을 뜻한다. 디지털 만능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희구한다. 스크린에서만 존재하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의 세계가 오프라인에서 구현되어 소비자들에게 체험, 체감할 기회를 준다. 기업의 마케팅 포인트도 그 방향으로 변화한다.N은 기후감수성(Need for Climate Sensitivity)이다. 역대급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는 이제 ‘현존하는 최대 위험’이 되었다.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기후감수성이 소비와 비즈니스, 공공 영역에서 두루 중시된다. ‘레이니룩’이 대세가 되고 날씨보험까지 등장한 현실 속에서 이제 기후 감수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덕목이다.S는 공진화 전략(Strategy of Coevolution)이다. 상호연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비즈니스 주체들이 긴밀한 연계를 통한 공동성장을 모색해야만 ‘상생’과 ‘생존’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고 진화할 수 있다. 경쟁은 하되 생존과 상생을 위해선 적과도 과감하게 손 잡을 수 있는 열린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다.E는 ‘Everyone Has Their Own Strengths’로 이른바 ‘원 포인트 업(One-Point-Up)’이다. 무작정 성공한 사람을 롤 모델로 삼기 보다는 자신이 도전해 도달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목표’를 설정해 실천하며 조금씩 성취감을 쌓는 것이다.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놀라운 성장보다는 소소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성공이 포인트다.라이프 트렌드 2025|김용섭|부키◇ 김용섭 라이프 트렌드 2025… 조용함이 대세가 되는 세상저자는 2025년의 대표 라이프 트렌드로 ‘조용함(Quiet Silent)’을 들었다. 조용한 사람들의 조용한 행동, 조용한 욕망이 힘을 얻어 더욱 강력한 물결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요란스럽고 복잡하고 갈등으로 점철된 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이 이제는 소음과 과잉 연결, 타인과의 관계와 교류에서 벗어나 혼자 활동하고 자기 자신에 더욱 집중하는 삶을 희구하게 될 것이라도 내다본다.드러나지 않는 럭셔리 패션에서부터 조용한 휴가와 여행, 조용한 걷기, 스텔스 가전과 캠핑, 음소거 챌린지, 멍때리기, 심지어 조용한 사직과 해고가 일상이 된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스마트 폰 등이 개인도구화하면서 이제 사람의 성격도 외향적인 것 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쪽이 더 평가받으면서 ‘조용함’은 새해에 더욱 전방위적인 트렌드 코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저자는 “소음을 걷어내면 진짜 들어야 할 소리가 들린다”며 이렇게 불필요한 것을 들어내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무언가를 찾는 새로운 노력들이 경주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른바 ‘내향성 경제(Introvert Economy)’가 증폭될 것이란 전망도 했다. 집 밖 사회 활동이나 모임, 야외 활동 대신 집 안에서의 SNS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회식보다 혼술, 외식보다 배달 음식이 선호된다.저자는 “이제 개인주의적인 사람들, 조용한 사람들을 주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조용함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기획자나 마케터, 내향형 리더, AI로봇을 적극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솔로프러너, 운동중독자, 운동과 자기관리에 적극적인 싱글 등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그들의 조용한 욕망과 조용한 행동이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저자는 2025년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할 키워드로 ‘조용함’과 ‘조용한 사람들’을 포함해 12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Z세대를 새로운 욕망과 트렌드가 되고 있는 텍스트힙(TextHip)을 말한다. 손 안의 스마트 폰이 일상화된 디지털 네이티브들 사이에서 책은 이제 지적 탐구의 수단이 아니며 독서가 섹시하고 힙하고 멋진 차별화의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1인 기업가를 뜻하는 ‘솔로프러너(Solopreneur)’는 생성형 AI가 만든 증강 인류 덕분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누구나 ‘유니콘’을 꿈꿀 수 있을 만큼,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최근의 쇼펜하우어 열풍 속에서 저자는 ‘자발적 고립주의자’가 강력한 트랜드로 부상했다고 말한다. 1인 가구와 비혼주의 증가,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더욱 만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비만 치료제’는 전 세계 의약산업과 패션, 뷰티, 스포츠, 식품 산업은 물론 우리의 욕망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뒤흔들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우리의 의식주 트렌드를 가장 극적으로 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전세계적으로 전쟁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밀리터리 룩’도 강력한 패션 트랜드가 되기에 적당한 타이밍이 되고 있다고 전망했다.코로나로 주춤했던 여행이 다시 예전처럼 의식주 만큼이나 큰 욕망으로 ‘리셋’되고 있다. 저자는 이탈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망이 호텔과 항공, 외식, 레저, 쇼핑 산업 등에 전방위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술이나 게임 같은 전통적인 중독이 퇴조하는 대신에 최근에는 ‘운동중독’이 확산하고 있다. 건강이 곧 부(富)”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잘 죽는 것, ‘웰다잉(Well-Dying)’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장례식 디자인은 물론 무덤 친구, 죽음 명상, 종활 산업이 뜬다. 자신이 직접 죽음을 준비하는 트렌드가 보편화하고 있다. 저자는 또 기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기후플레이션’을 언급하며, 기후 위기가 초래하는 먹거리 변화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이 밖에 과거에는 누가 얼마 짜리 집에 사는 지를 궁금해 했던 중산층들이 이제는 의자 등 고급 가구에 눈을 뜨기 시작해 새로운 욕망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초래한 경제·산업적 변화에 발 맞춰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AI at Work’와 ‘하이브리드 워크’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며 새해의 견고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10-12 07:00 조진래 기자

[人더컬처] 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정길만·이재화·최종인 “지금 추어지는 춤, 그럼에도 현대무용 아닌 ‘새로운’ 전통”

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에 선정된 안무가들. 왼쪽부터 정길만, 이재화, 최종인(사진=허미선 기자)“제가 한국예술기록원에 가서 한국무용계 큰 어르신들의 말씀을 찾아본 적이 있어요. ‘한국무용은 자연스러운 춤’이고 ‘추는 춤이 아니라 추어지는 춤’이라는 글귀가 한국무용을 관통한다고 느꼈죠. 보존도 중요하지만 한국무용의 가장 큰 정수는 창작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국립무용단의 ‘2024 안무가 프로젝트’(10월 31~11월 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최종인 안무가는 한국무용을 “추어지는 춤”이라고 정의했다. 최종인은 한국무용에 뿌리를 둔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최근 춤으로 승부를 겨루는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썬캡보이’로 주목받고 있다.“한성준 선생님도, 이매방 선생님도 작품을 만드셔서 추셨고 최승희 선생님도 ‘신무용’이라는 장르를 만드셨어요. 그렇게 다양하게 만들어져 보급하고 그것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까지 보존됐다고 생각해요. 또 다시 그 보존된 걸 바탕으로 새롭고 다양하게 만들어 지금까지 추어지고 있죠.”이어 “동네, 후드적 관점이랄까 지역번호 82번에서 추어진 오리지널리티가 있고 우리만 할 수 있는 특성과 정서가 담긴 춤들을 개발하면 지금 사회에서 춰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춤”이라고 부연했다.‘2024 안무가 프로젝트’는 한국무용계를 이끌 젊은 춤꾼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국립무용단이 마련한 무대다. 최종인을 비롯해 국립무용단 훈련장이기도 한 정길만 그리고 국립무용단원으로 현대화한 ‘가무악칠채’로 주목받았던 이재화가 각각 ‘휙’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탈바꿈’을 선보인다.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육성사업’을 통해 선정된 23명의 청년교육단원 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라 의미를 더한다.◇정길만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이재화 ‘탈바꿈’, 최종인 ‘휙’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중 정길만 안무가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연습시연(사진=허미선 기자)정길만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은 “무의식과 의식 저편에서 서성이는 어떤 인물에 대해 고민한 작품”이다. 정길만 안무가는 “개인이 의식하지 못했던 무의식은 사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나타는 것 같다”며 “그들 중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적 부분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이 신전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침묵하는 자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인, 벼랑 끝까지 내몰린 인물 그리고 안전한 사회에 사는 우리의 가슴 어느 한쪽을 불편하게 하는, 지구 저편에서 분명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부조리를 다루는 작품이다.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중 이재화 안무가의 ‘탈바꿈’ 연습시연(사진=허미선 기자)이재화의 ‘탈바꿈’은 탈춤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늘 주어지는 미션 같은, 한국적인 건 뭘까라는 고민의 실체”로 “힙합과 EDM음악을 듣고 맥도날드를 먹고 자란 저희세대에서 바라본 ‘한국적인 것’에서 출발한” 작품이다.“제목 ‘탈바꿈’은 중의적 표현입니다. 정말 탈을 바꾼다는 의미도 있고 한국무용이라는 장르가 이 시대에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죠. 새로운 곳에서 찾기 보다는 전통적인 창고에서 가져오려고 노력했습니다. 탈춤을 보면 힙하다는 느낌을 받게끔 해요. 거기서 형식, 호흡, 움직임 등을 뽑아내 사용하고 있죠. 탈춤이라는 소재 자체에 존중과 화합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가 전통을, 그것들이 저희를 존중하는 게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합니다.”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중 최종인 안무가의 ‘휙’ 연습시연(사진=허미선 기자)최종인의 ‘휙’은 “사람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이 결정되는 시간 0.18초,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3초, 쇼츠를 볼지말지를 결정하는 8초 등 대비판의 시대, 모든 게 싫증나는 세상의 순간들,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최종인 안무가는 “예전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예전엔 틀렸지만 지금은 호응을 받는, 그런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가치들이 있다”며 “지금 만들고 싶은 춤, 추어져야 하는 춤, 지금의 관객과 무용수, 안무자가 가장 즐길 수 있을만한 춤”이라고 설명했다.“그냥 계속 보게 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하는 것도, 미디어와 계속 소통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제가 감각적이진 못하지만 관객들의 니즈를 맞추고 그들이 좋아하는 걸 파악해서 한국무용이라는 장르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죠.”◇‘지금’을 담은 현대화, 그럼에도 ‘새로운 전통’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이재화 안무가(사진제공=국립무용단)“현대무용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전통 춤사위나 좌우세가 들어가는 자체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때도 있죠. 그럼에도 우리의 정체성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전통’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동시대성을 띨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 중이죠.”지금을 담은 무대들이지만 현대무용이 아닌 ‘새로운 전통’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이재화의 ‘탈바꿈’에는 현대적인 LED마스크가 사용되기도 한다.“탈이 바뀌면서 춤도 변화돼요. 음악적으로는 장단의 속도를 정하는 탈춤의 불림을 대입했습니다. ‘쉬~~’ 하고 나오는 불림들이 속도를 정해주면 라이브 밴드가 호흡을 맞춰가는, 날 것의 느낌을 주고 싶었죠. 이를 통해 관객들이 현장성을 느끼기를 바랐어요. 현재 음악작업을 하고 있는 박다울씨 역시 거문고의 대중화, 전통 음악과 관객의 소통 등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우산과 책, 그 뜻을 알 수 없는 대사 혹은 읊조림이 쓰인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에 대해 정길만 안무가는 “우산은 침묵 그리고 존재의 나약함”이라며 “인간이 생각하는 지각 인식은 문명이고 문명은 책 혹은 언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정길만 안무가(사진제공=국립무용단)“우산은 침묵하는 자의 무의식, 그 자아를 좀 보살펴 주고 싶은 생각으로 사용했습니다. 더불어 침묵하는 자에게 히잡을 쓰지 않는 여인은 보호하고 싶은 대상입니다. 그래서 우산을 오브제로 사용했죠.”이어 현대무용이 아닌 ‘새로운 전통’ 요소에 대해서는 “인류가 오랜 시간 경험을 축적해 발전하듯 한국 무용 역시 그렇다”며 “주어진 시간과 수학적인 박자 안에 한국 춤이 추어지는데 그 특징과 정체성은 일맥상통한다”고 부연했다.“그 박자 안에 동작이 딱딱 떨어지지 않는 것이 한국적인 것 같아요. 그 시간 안에 초과되는 움직임이 있거든요. 그 움직임이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다음 동작으로 연결되죠. 흔히 정중동이라는 호흡이나 정서가 깔려있달까요. 그 정서를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 거냐는 안무가의 능력과 동작의 디테일에 달려있죠.”이어 “이번 작품에는 탈춤적인 혹은 태껸 등 한국적인 동작이 들어있다”며 “호흡을 맺지 않고 다음으로 연결되는 한국적인 특징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부연했다.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최종인 안무가(사진제공=국립무용단)‘휙’ 지나가는 찰나를 표현하는 최종인 안무가는 부채와 거울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한국적 장르에서 쓰이는 부채가 아니다. 던지고 받는 데서 ‘휙’을 봤다. 찰나의 순간에 잡는데도 한국적인 호흡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전통적인 클리셰 안에서 새롭게 변형하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런 무브먼트를 할 수 있는 (젊은 무용수) 친구들을 적극 활용해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털어 놓았다. “거울은 새로운 병풍이 되는가 하면 새로운 춤판이기도 하죠.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결국 내가 아닌 현상을 담기도 합니다. 미디어도 사진도 마찬가지죠. 사진을 찍지만 보정 애플리케이션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82kg인 사람을 50kg인 것처럼 개미허리로 만들기도 하잖아요. 요새가 그런 세상이죠. 미디어에 노출된 썬캡보이가 진짜 나인가, 안무가 최종인과 정확하게 동일한 사람인가, 가면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을 하게 돼요.”그리곤 “거울이라고 해도 좋고 미디어여도, 새로운 시대의 병풍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로 인해 새로운 춤판이 만들어지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국립무용단 ‘2024 안무가 프로젝트’의 안무가들. 왼쪽부터 이재화·정길만·최종인(사진제공=국립무용단)“혼자 추지만 거울의 각도에 따라 7, 8명이 추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현 시대랑 가장 맞닿아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어디선가는 ‘그랬다’고 단정지어지는 느낌을 내기 위해 거울을 활용하고 있죠.”‘새로운 전통’에 대해 최종인 안무가는 “완전 새로운 춤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배운 게 그것”이라며 “이번 ‘휙’에 선발된 무용수들은 스트리트 댄스 혹은 현대무용을 하다가 한국무용을 병행하는 등 다양하다. 그들, 그들의 다양성 안에서 현대 사회에 가장 자연스러운 춤, ‘휙’이라는 음가가 줄 수 있는 호흡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잠깐 졸 때도, 깨기 위해 몸을 두드리는 순간에도, 쇼츠를 보며 넘기는 손끝에도 한국무용적 색채, 호흡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바탕으로 우리만의 ‘휙’이라는 장르가 탄생하기를 바라고 있죠. 그게 한국적인 창작의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대범하고 건방지고 되바라지지만 관객들에게 좀더 매력적인 춤이 돼 널리 보급돼 새로운 K콘텐츠가 생겨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11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보존과 창작 '멈춤' 없는 춤 행보…한영숙 정신의 정수 “나를 중심으로 끌어안고 뿜어내며 교감하는!”

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김매자가 30명의 제자들과 구릴 ‘숨, 푸리’ 연습장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한국 춤은 항상 내가 중심이에요. 나를 중심으로 안으로의 집중이죠. 나를 중심으로 장삼을 던지면서 혹은 회두(한쪽 팔씩 들어 올리며 그 방향을 돌아다보는 춤사위) 등을 통해 우주의 기를 모아 끌어들이고 내 안의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그렇게 교감하고 파동을 만들어 그 기를 전파하죠.”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자 전 이화여대 교수, 북경무용대학교 민족무용과 명예교수는 한국 춤의 정수를 “에너지의 순환이자 우주의 모든 것들과의 교감”이라고 짚었다.“우리 춤은 땅에서 탄생해 땅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들이고 하늘로 뿜어내며 아우르죠. 땅에 굳건히 발디디면서도 하늘로 뿌리고 원을 그어 우주를 덮어요. 끊김이 없어요. 나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흐르죠. 그게 한국 춤이에요. 특히 승무는 나를 중심으로 몸속의 흐름을 연결시키죠. 한국 춤에 절대 ‘멈춤’이란 없습니다.”◇나를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뿜어내는! ‘멈춤’ 없는 우리의 근본무형문화재 ‘승무’ 기능보유자 한영숙(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예술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요. 저 역시 ‘창작’에 집중하며 우리 춤을 추고 있죠. 환경에 따라 시대에 따라 제 춤 역시 변해가요. 하지만 그 방법론은 꾸준히 전승돼 온 훌륭한 우리 전통에 근본이 있어요.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현시대에 맞는 사회성을 가지고 만든다 해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근본을 잊어버린다면 그건 ‘우리 것’이 아니죠.““마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닌, 나를 중심으로 하는” 그 근본을 보존하면서도 창작에 집중하며 발레리나 김주원, 국수호 등과 함께 하는 ‘사색여정’ 등 팔순을 훌쩍 넘어서도 무대에 오르는 그의 ‘멈춤’ 없는 춤 행보에는 “내가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교본이자 한국 춤의 정수가 응축된 한영숙 선생님의 승무”가 있다.한영숙의 무형문화재 ‘승무’를 이수한 이애주류 승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무대에서 방향을 만들고 내 몸 속의 공간을 만드는 선생님의 무대를 보면서 제 ‘춤본’이 만들어진 거예요. 춘앵무, 궁중무용의 스승이였던 김천응 선생님께 배우며 터득한 바른 자세와 더불어 한영숙 선생님께는 승무를 통해 내 몸을 중심으로 공간과 시간, 방향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웠죠.”그렇게 스승들에게서 배우며 터득한 우리 춤의 정수는 그가 집대성한 ‘춤본’ 1, 2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첫 스승인 김천응 선생님도, 한영숙 선생님도 제자들이 정말 바른 길을 가기를 바라시는 타고난 춤꾼이자 인품까지 훌륭한 교육자”라며 “제자들에게 일절 뭔가를 요구하는 법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한영숙의 무형문화재 ‘승무’를 이수한 정재만류 승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1960년대, 엄격한 전통춤 계보에서 두 선생님은 ‘무조건 나만 따라와’가 아니라 제자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셨어요. 묵묵히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려주시고 격려하고 응원해주셨죠. 그런 두분의 춤과 인품이 저의 본보기이자 근본입니다.”그리곤 “생전에 한영숙 선생님이 ‘뉴욕 타임즈’ 인터뷰에서 저를 두고 ‘지랄 춤을 춘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다”며 “그 직후 홍콩에 공연을 간 저에 대해 현지언론들이 일제히 ‘크레이지 댄서가 왔다’고 대서특필했고 그 후로도 그렇게 회자됐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창작’에 집중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춤의 기본을 지키면서 저만의 춤을 추고 싶었거든요. 그런 저를 한영숙 선생님도, 김응천 선생님도 인정해주시고 그 행보를 묵묵히 지켜봐 주셨죠.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교육자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두분이 제 스승님이라는 사실이 영광스러워요.”◇5대가 모여 한마음으로 펼치는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span style="font-weight: normal;"한영숙의 태평무를 이은 박재희 보유자의 태평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한성준 선생님은 ‘우리 춤의 아버지’시고 한영숙 선생님은 그 손녀로서 할아버지로부터 전승한 우리 춤을 예술화하신 분이죠.”예술가로서 인정받을 수 없었던, ‘딴따라’로 폄훼되던 시절 춤꾼들은 악단에 섞여 혹은 길거리에서 춤을 추곤 했다. 그렇게가 아니면 춤도 출 수 없던 시절에도 한영숙은 “꿋꿋하고 고고하게 우리 춤의 명맥을 이어온 ‘진짜 춤꾼’이다.”그렇게 오롯이 지켜온 우리 춤의 대가 한영숙은 1988년 올림픽 폐막식,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살풀이 춤을 선보이며 ‘우리 춤’의 위상을 견고히 다졌다.  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살풀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그게 한영숙 선생님의 위대함인 것 같아요. 생계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할아버지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신, 선생님의 그 고고한 정신이요. 그러면서도 무대를 생각하시면서 1분, 2분, 3분짜리 17분짜리, 30분짜리 승무를 만드셨어요.” 그렇게 예술이 되고 무대화돼 전승돼온 한영숙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의 춤과 정신은 1990년 설립된 ‘한영숙춤보존회’가 선보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맥의 춤’(10월 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고스란히 스민다.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학춤(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이 무대에는 한영숙의 승무, 살풀이, 학무, 태평무 등이 김매자를 비롯한 박재희 한영숙춤보존회장·국가무형유산 태평무 보유자, 김숙자·정승희 승무 이수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제자와 그 제자들의 제자들까지 총동원된다. “이번에 100여명 넘는 인원이 참여해요. 이전에도 보존회에서 무대를 꾸리긴 했지만 이런 대통합의 무대는 처음이지 싶어요. 한영숙 선생님의 ‘승무’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수한 故이애주·정재만 선생님의 제자들까지 한데 모이는 화합의 장이죠.”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김매자가 30명의 제자들과 구릴 ‘숨, 푸리’(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여전히 ‘만족’을 모르는 살풀이 “이번 무대에는 제자 30명과 함께 올라요!”“저는 이번 무대에서 살풀이를 해요. 그간은 10여명 정도 함께 했는데 이번엔 30명이 한 무대에 오릅니다.”김매자가 30명의 제자와 함께 ‘숨, 푸리’를 선보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은 한성준에서 이어진 한영숙류 승무(1969년 홀춤으로는 첫 문화재 지정),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맥을 이은 이애주(1996년 지정), 정재만(2000년 지정)의 제자들이 한 무대에 올라 화합하는 ‘승무’로 시작한다.이어 김숙자 승무 이수자가 전통 승무와 조택원의 ‘가사호접’ ‘내림새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나빌레라’, 박재희 회장이 재구성한 ‘학춤’, 정승희 승무 이수자와 그 제자들이 선보이는 ‘살풀이춤’, 김매자와 30명의 제자가 꾸리는 ‘숨, 푸리’ 그리고 박재희와 제자들의 국가무형유산 한영숙류 ‘태평무’가 펼쳐진다“저는 살풀이가 그렇게 힘들어요.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니 쉬워 보이지만 근육도, 에너지도 정말 많이 들거든요. 게다가 기원과 축원을 담아야 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췄는데도 만족스러운 무대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죠. 이번에는 만족할 수 있을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그리곤 지난 6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출연자 전체가 모였던 연습현장에서의 벅찬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다.“다들 얼마나 열심히들 잘 준비를 했는지…한영숙 선생님이 정말 귀한 걸 우리한테 남겨주셨구나 싶었어요. 우리 복이죠. 그 복을 얼마나 잘 활용할지 계속 고민하고 탐구하면서 발전시키는 건 이제 저희 몫이에요. ‘멈춤’없이, 나를 중심으로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1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그대로!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대표되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Arena di Verona Original Production) 그대로의 ‘투란도트’(Turandot, 10월 12~19일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 DOME)가 ‘드디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무려 100여년만의 첫 내한공연이다. ‘투란도트’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유작으로 타타르 국에 모욕적이고도 비참하게 어머니를 잃은 후 냉혹해진 공주 토란도트의 이야기다. 자신과의 결혼 조건으로 3개의 수수께끼를 내 남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던 투란도트가 망국 타타르의 칼라프 왕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3막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 등 대표 아리아로도 유명한 작품으로 이번 ‘투란도트’는 2019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가 2010년 무대화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과 더불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리는 공연으로 “프랑코 제피렐리는 제 인생을 바꾼 사람으로 늘 그의 옆에서 함께 일했다”는 스테파노 트레스피디(Stefano Trespidi)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이 재연출했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이번 ‘투란도트’의 핵심은 지난 6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개막작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다.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프랑코 제피렐리의 오리지널 연출을 한국에 그대로 실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가 가졌던 시각을 전혀 다른 장소에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쉽지만은 않았지만 저희가 가진 모든 기술적인 부분과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의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역시 12월 공연될 ‘어게인2024 투란도트’(12월 12~31일 코엑스 D홀)와의 차별점에 대해 “아레나 디 베로나가 100여년 역사 만큼 축적한 가치를 제대로 재현해 옮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여년만의 내한공연인 만큼 무대를 꾸리는 이들 역시 쟁쟁하다. 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인 다니엘 오렌(Daniel Oren)이 지휘봉을 잡는 ‘투란도트’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마린스키극장의 대표 프리마돈나 올가 마슬로바(Olga Maslova), 아레나 디 베로나와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활약 중인 옥사나 디카(Oksana Dyka)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한국 성악가로는 처음인 전여진이 투란도트 공주로 분한다.차가운 투란도트 공주의 마음을 보듬는 칼라프 왕자로는 스핀토 드라마틱 테너 마틴 뮐레(Martin Muehle),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협의회 오디션 우승자이자 도밍고 오페랄리아 도밍고상 수상자로 30여개국 무대에 60여개 역할로 분한 아르투로 샤콘-크루즈(Arturo Chacon Cruz)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09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김병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 이희중이 선취했던 글로컬리티”

김병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사진=허미선 기자)“이희중 선생님의 화면을 대부분 전통적이고 민속적이라고 얘기하죠. 쉽게 말하면 ‘로컬’, 지역적이라는 뜻이거든요. ‘글로벌하다’는 전 지구적인 것이잖아요. 다르게 표현하면 서구적인 것이 보편적이라는 뜻이죠. 별개의 것 같은 이 두 가지가 이희중 선생님의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것이 이희중 선생님이 1980년대부터 선취했던 글로컬리티(Glocality)죠.”김병수 제26대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은 이희중 작가 작품세계의 핵심에 대해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이 아닌 어우러짐, 조화”라고 짚었다. 더불어 “그 글로컬리티는 지금 이 시기에 이희중을 조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이희중 작가(사진제공=이희중갤러리)“(홍익대학교 졸업 후 1985년 떠난) 독일에서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오히려 한국적인 걸 찾았죠. 무속, 민화 등에서 영감받은 한국적이고 민속적인 것이 글로벌 보편성을 획득하는 방식을 독일 유학 중 깨달으셨습니다. 서양 미술적인 감각과 한국의 민속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한데 어우러지면서 글로벌 보편성을 반영하고 있죠.”석운 이희중은 무속신앙, 민담, 불교 등 전통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 작가다.전통의 차용과 각색, 끊임없는 변주에 이은 자기화를 반복하며 작품 속에 삶의 철학과 기호화된 우주관을 형상화하고 응축하는 데 매진했다.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요소의 조화에서 더 나아가 구상과 추상, 세밀함과 단순함 등도 한 화면에 나타납니다.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충돌하기보다는 화해하고 조화하하면서 동시대적인 글로컬리티 반영은 물론 다양한 시각들이 중첩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곤 “그 예가 ‘푸른 환상’ 시리즈”라며 “우리 전통 회화 방식들을 일종의 그라피티 혹은 아이콘처럼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봄밤’ ‘달에게 보내는 노래’ ‘봄의 정취’ ‘몽환적 풍경’ ‘나비의 꿈’ 등은 동양적인 산수화 속에 서양의 패션 패턴이나 문양 등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진다.“1995년작인 ‘무제’ 역시 무속적이고 우리 고대 민화 같은 것들을 동시대적인 패션 문양처럼 치환해내고 있습니다. 한 화면에 공존하는 그 두 가지가 무슨 상관인지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 감각이 읽히기도 하거든요.”이희중 작가의 2019년 유작 ‘무제’(사진제공=이희중갤러리)그 글로컬한 감각은 발굴돼 반복되고 지향되면서 이희중의 작품세계에 고스란히 응축됐다. 그렇게 이희중이 선취했던 글로컬리티는 5주기 추모전 ‘이희중 0426: 무한을 향한 시선’(Yi Hee-choung 0426: A View Towards Infinity, 10월 10~18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 전시되는 100여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소천 5년만의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1980년대 제작한 ‘산과 용’부터 ‘우주’ ‘첩첩산중’ ‘푸른 형상’ ‘문자’ ‘풍류’ 연작, ‘승천하는 용’ ‘용의 눈’ ‘창조의 손’ ‘만다라’ ‘밀월여행’ ‘푸른 밤’ ‘달과 나비’ ‘새 천년의 소망’ 등과 2019년 작업한 유작들까지 그의 작품세계가 총망라된다. 그가 태어나고 소천했던 4월 26일을 제목에 차용한 이번 전시는 유가족인 권정옥 이희중갤러리 대표와 아들 이호진, 그의 첫 제자로 기획총괄을 맡은 다발킴(김지영) 작가, 평론가들이 한 마음으로 마련해 의미를 더한다.이희중 작가의 ‘붉은 해’(사진제공=이희중갤러리)그는 소천 직전까지도 “내 작품 속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을 만큼 그림에도, 용인대학교 회화과 교수부터 문화예술대학 학장까지를 역임했던 교육자로서도 남다른 열정의 소유자였다.그의 첫 제자이자 5주기 추모전 ‘이희중 0426: 무한을 향한 시선’ 총괄기획자인 다발킴은 “교육자로서 이희중 선생님은 저를 항상 괴롭히는 스승이었다”며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불러다 앉히시고는 이런저런 조언을 주시곤 했던, 예술가로서 저의 성장과정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신 선생님”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그의 작가 동료이자 생전 술친구이기도 한 성동훈 조각가는 “그의 예술세계 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내용들은 굉장히 서사적이고 서정적이며 아름답다”며 “그림 자체가 이희중 작가의 성품이다. 작품 속에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해맑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털어놓았다.이희중 작가의 ‘관조’(사진제공=이희중갤러리)개막일에는 이희중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라운드테이블 비평세미나’가 열리고 한가람미술관 전시 후에는 용인 소재의 이희중갤러리로 옮겨 기획전(11월 1일~12월 31일)을 이어간다. 권정옥 대표에 따르면 “현재 카이스트박물관 내 이희중전시관 개관 및 영구전시를 카이스트박물관측과 협의 중이다.”“1990년대 평론가들이 말하는 이희중과 지금 바라보는 이희중은 전혀 달라요. 같은 시대라도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었죠. 그만큼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다양한 레이어들이 중첩되고 컨텍스처(Contexture)를 세우고 맥락이 만들어져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죠. 그 화면 자체가 이후 세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작품을 봐도 전혀 다른 해석, 비평이 나오거든요. 이는 지금의 K팝이 지닌 글로컬리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들을 해명하고 해석하는 작업은 이제 시작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09 18:00 허미선 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후나세 슌스케 <속을 비우는 것이 최고의 약이다>

‘의사의 선조’ 히포크라테스는 “속을 비우는 것이 병을 고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이른바 ‘간헐적 단식’에 대한 과학적 고찰서다. 야생동물들이 질병에 걸렸을 때 굶어서 낫는 것처럼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약은 독’이라고 얘기한다. 적게 먹는 것이 건강은 물론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저자는 일본의 세계적인 생태 운동가다. 그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소식(단식)이다. 병에 걸렸을 때 먹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잘 자면 해독력이 상승해 몸이 점점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둘째, 웃음이다. 웃으면 암과 싸우는 NK세포라는 것이 6배나 증가해 암조차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셋째는 감사다. “고마워”라는 한 마디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한다. 넷째는 긴 호흡이다. 숨을 잘 쉬기만 해도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고 혈액 순환이 촉진되어 병이 낫는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근력운동이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질병과 노화가 온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가운데 특히 “공복이 최고의 약”이라며 3일 단식법을 시작으로 절반만 먹고도 더 오래 사는 법을 일러준다.그는 단식의 10가지 효능도 제시해 준다. 체질을 바꿔주고, 기억력이 상승하게 만들어 준다. 에너지를 올바르게 사용하게 되며, 숙변을 배출하고 환경독소까지 배출하게 해 준다. 혈관이 젊어지고,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스태미나가 강화되고, 면역력도 높아진다. 아울러 활성산소를 줄여준다. 극단적으로 그는 “80%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없고, 60%를 먹으면 늙지 않는다”고 말한다.우리는 하루 세끼 식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다. 하지만 저자는 삼시 세끼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것인지에 대해 “NO”라고 단언한다. 사실은 그런 식습관 속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면서, 그런 에너지를 치유와 면역, 해독에 쓸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자연의 메커니즘’을 우리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저자는 “적게 먹어야 만병이 낫는다”고 거듭 강조한다. 간헐적 단식으로 암과 동맥경화, 심장병, 당뇨병도 나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그 질환의 증상이나 질병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간헐적 단식부터 1일 1식 혹은 3일 단식, 일주일 단식 가운데 본인에게 맞는 단식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한다.그렇다고 무작정 속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과학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암 같은 중병에는 21일 단식을, 고혈압 같은 질환에는 3일 단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질환에 맞는 올바른 단식 요법을 잘 따라하면 혈관벽도 건강해지고 심지어 당뇨병도 약 복용 없이 단식과 식이요법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단식 요법과 함께 긴 호흡법과 근육 단련도 병행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하면 효과가 배가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안티에이징’, 천천히 나이 들려면 평소 호흡법을 고쳐, 더 뱃속에서 최대한 숨을 깊고 길게 들어마시고 내뱉는 호흡을 할 것을 권했다. 이런 호흡법으로 바꾸면, 폐의 움직임이 호흡근을 강하게 수축해 내장을 마사지하므로 혈행이 자연스럽게 개선되어 건강을 되찾게 된다고 확언했다.근육 단련도 하루 5초만 투자하면 된다고 말한다. 무리하게 무거운 도구를 활용해 어깨나 무릎 등에 무리를 주기 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력 있게 다양한 자세로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하면, 병을 치유하는 마이오카인 호르몬이 배출되어 질병 개선을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불로장생까지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남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viva100.com

2024-10-08 07:11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정교하고 귀여운, 그렇지만 기괴한! ‘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정교하고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펜선들, 그로 표현된 귀여운 고양이들과 숲, 길, 꽃, 나무, 달팽이, 버섯, 소녀…. 하지만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다크하고 기괴하며 그로테스크(Grotesque)하다. 눈을 꿈뻑이는 나무, 묘하게 기괴한 고양이, 내장과 뼈가 드러나거나 밧줄에 매달린 동물, 아름답지만 창백한 소녀, 달팽이를 품은 소녀들, 악어를 따뜻하게도 안아주는 소녀, 꽃다발을 든 악어, 꽃을 단 물고기, 뭔가 신비스러우면서도 위험천만한 느낌을 주는 숲의 입구….‘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퀸터 그라스(Gunter Grass)의 소설이자 독일의 폴커 슐렌도르프(Volker Schlondorff)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양철북’(Die Blechtrommel) 중 북을 치며 질러대는 오스카의 괴성이 들리는 듯도 하다. 반면 두려움의 존재인 유령 등은 이상하게도 푸근하다. 그렇게 전시장 전체에 독특하고도 편견을 깨는 상상력에 감탄할만한 판타지가 펼쳐진다.‘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아티스트 유코 히구치의 특별전 ‘비밀의 숲’(Yuko Higuchi: Secret Forest, 2025년 1월 22일까지 더현대 서울 ALT.1)에 들어선 느낌은 그랬다.한국에서의 첫 대규모 특별전 ‘비밀의 숲’에서는 구찌(Gucci)를 비롯해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한 유코 히쿠치의 초기 원화부터 영화 포스터 등 100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전시는 ‘숲의 입구’ ‘컬래버레이션보리스 잡화점 작품’ ‘비밀의 방’ ‘비밀의 숲’ ‘호러’와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 ‘두 고양이’ 등의 원화를 비롯해 도서에 게재되지 않은 미공개컷으로 꾸린 ‘그림책’ 그리고 ‘스모크’ 등의 영화 포스터와 한국 전시만을 위한 신작들을 만날 수 있는 8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그를 대표하는 봉제 인형 고양이 캐릭터 양코, 감성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러브레터’, 유머와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구스타브 이야기’는 물론 이마이 마사요(Masayo Imai)가 그의 일러스트를 펠트인형으로 재탄생시켜 입체감을 더한다.‘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구찌를 비롯한 모스버거, 화구제조사 홀베인, 잡지 ‘MOE’ 등과의 협업작품 그리고 히구치의 분신과도 같은 구스타브가 주인공인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작품을 재해석한 ‘규티스’ 연작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어느 한 구석 유코 히구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비밀의 숲’에는 푸근하지만 문득 섬뜩하기도 한 ‘숲의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섬세하고도 귀여우며 예쁜, 하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소적이며 그로테스크한 매력으로 무장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10-04 18:14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두 번째 ‘디파인 서울’ 정석호 아트부산 이사 “세상 어디에도 없는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제2회 ‘디파인 서울’에 대해 설명 중인 아트부산 정석호 이사(사진=허미선 기자)“차별화의 가장 큰 요소는 ‘저건 뭐지’라는 의문점과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지난해 ‘사물의 내면’을 계승하는 ‘단순의 의미’를 주제로 풀어내는데요. 작년에는 ‘왜 이 주제를 던졌지’라는 질문을 했다면 올해는 그 주제가 어떻게 어우러지고 녹아있는지를 통해 풀어가고자 합니다.”정석호 아트부산 이사는 지난해 론칭한 ‘디파인 서울’(Define: Seoul, 10월 30~11월 3일 성수동 S팩토리, Y173) 차별화의 핵심을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짚었다.“지난해 ‘사물의 내면’이라는 주제는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방식을 재정의하고자함이었습니다. 올해 ‘단순의 의미’는 그 재정의된 방식을 통해 바라보고 평가하는 우리는 또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지난해의 연장선상에 있는 주제예요. 사물과 그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죠.”2024 ‘디파인 서울’ 포스터(사진제공=아트부산)이어 정 이사는 “앞으로도 ‘디파인 서울’은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중요한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앞으로 가야할 것인지를 주제로 지속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정석호 이사는 두 번째 ‘디파인 서울’ 행사와 올해의 주제인 ‘단순의 의미: 이성적 시대의 본질적 추구’(Understanding Simplicity)에 대해 “아트, 디자인, 공예 등의 구분보다는 ‘이 모든 것들이 예술’이라는 데서 시작한다”고 털어놓았다.“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제작하고 선보이고 수집하고 향유하는 활동을 왜 하고 있는지, 그 활동의 가장 본질적이고 이성적인 핵심은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이 모든 예술 활동과 신에서 바라봤을 때 공통적으로 공감될 수 있는, 관통하는 키워드가 ‘단순함’이라고 생각했죠.”정 이사의 설명처럼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디파인 서울’은 ‘단순의 의미’라는 주제 아래 국내외 현대미술 갤러리 및 디자인 스튜디오 40여곳이 참여한다. 정 이사의 설명에 의하면 “디파인 서울에서 갤러리 대신 사용하기로 한 ‘전시자’는 디자인 갤러리, 스튜디오 뿐 아니라 각종 브랜드까지를 통튼 명칭”이다.지난해에 이어 함께 하는 이탈리아 부부 조명 디자자이너 지오파토쿰스(GiopatoCoombes)를 비롯해 아시아로의 확장을 꿈꾸는 독일의 갤러리 징크‘(Galerie Zink), 태국 유무타(YOOMOOTA), 일본 화이트스톤 갤러리, 대구의 우손갤러리, 갤러리 JJ, 로이갤러리, 부산의 미미화갤러리, YG 플러스의 아트레이블 피시시(PEECES), 전통 장인과 현대작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는 채율 등 참가 전시자들은 지난해 25곳에서 40개로 대폭 늘었다.지난해에 이어 이탈리아의 조명 디자인 스튜디오 지오파토amp;쿰스는 올해도 함께 한다(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주제 ‘단순의 의미: 이성적 시대의 본질적 추구’는 스위스의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오이(Atelier Oi)와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이태수, 김덕한 등의 특별전에서 풀어낸다. 더불어 성수동 내 갤러리 까비넷, 아트프로젝트 씨오, 갤러리 루안앤코,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 서인갤러리, 피노크(Finork), 씨디에이(CDA) 등 7개 갤러리가 꾸리는 ‘성수 아트위크’도 진행된다. 이번 디파인 서울의 변화는 전시장 곳곳의 공간을 양태오 아티스틱 디렉터가 주제에 맞춰 꾸린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비엔날레나 미술관 전시와는 다르게 페어에서 주제를 내세우고 이를 총괄하는 디렉터가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며 “지난해 주제관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너무 제한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행사 직후 받은 피드백 중 하나도 주제 부각의 미흡함이었다.“주제를 미리 공유드리긴 하지만 전시자들은 자유입니다. 전시자들에게는 강제하지 않습니다. 이에 ‘단순함’이라는 키워드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아틀리에 오이를 비롯한 네 개의 특별전입니다. 더불어 양태오 디렉터가 입구, 출구, 이동 동선, 계단, 전시장 내 특정 공간들마다 그만의 방식, 해석대로 풀어내 꾸리죠. 말만 주제가 아니라 행사 전반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개선하려고 노력 중입니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 하는 ‘디파인 서울 2024’ 아티스틱 디렉터 양태오(사진제공=아트부산)‘디파인 서울’은 10년을 훌쩍 넘긴 아트페어 ‘아트부산’에서 지난해 론칭한 어나더 브랜다. 아트부산과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디파인 서울’의 해외 진출에 대해 정 이사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최근 국내외적으로 페어나 비엔날레가 많아졌다고들 하지만 미술계는 언제나 그랬어요. 생겨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며 고만고만했죠. 다만 체감상 많아졌다는 느낌이긴 합니다. 그건 아트페어나 비엔날레, 미술관 전시 등이 많아졌다기보다는 기존에 ‘아트’ 범주에 없던 패션, 브랜드 등 이종산업이 아트를 끌어들이거나 접목하면서 생겨난 현상 같습니다. 이 또한 좋은 현상이지만 너무 많아지고 ‘아트’라는 주제가 남발되면서 과부화되는 듯해요.”이어 “경기 또한 좋다, 안좋다를 반복하지만 그건 저희가 어떻게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라며 “미술 관련된 행사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바쁘신 일상 중에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귀한 일이다. 올만한 이유를 만들어드리지 않으면 시간 내서 오시지도 않는 시대가 된 건 분명하다”고 부연했다.“그래서 판매를 떠나 지난해 ‘디파인 서울’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는 건 첫해인데도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는 겁니다. 개최 지역이 성수다 보니 젊은이들이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지난해 관람객들을 보면 ‘아트부산’과 유사합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관람객들이 다녀가셨고 1억 이하의 작품들은 3, 40대, 그 이상은 5, 60대 컬렉터분들이 구입했죠.”지난해 ‘디파인 서울’ 주제전 전경(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그리곤 “한국에서는 강남, 서울 아니면 안된다고들 하지만 깨진 것처럼 ‘성수는 젊은이들이나 가는 데’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사실 첫해 론칭을 하면서는 여기저기 성수동 일대를 옮겨 다녀야 했고 계단도 적지 않아서 저희도 가능할까 싶었어요. 그런데 60대 컬렉터 분들까지 힘들다시면서도 너무 재밌어 하셨죠. 이에 아이덴티티로 삼았던 것들은 유지하면서 너무 이동이 많지 않도록 에스팩토리와 3분 거리에 있는 번개장터 소유의 Y173으로 집결했죠. 이 두 공간만으로도 이미 지난해 보다 공간이 많이 넓어졌어요.”정석호 이사는 “결국 오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없던 것, 재미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수많은 페어와 비엔날레, 브랜드와 아트 신의 콜라보레이션 등 미술 혹은 관련 행사 홍수 속 ‘디파인 서울’의 차별점이자 존재이유기도 하다.“한번으로 끝이 아니라 지속가능하도록 핵심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발전시키고 확장해 나가면서 ‘디파인 서울’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궁금증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04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어윈올라프재단 셜리 덴 할토그 “균열이 내재된 완벽한 세상, 정체성 때문에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윈올라프재단 셜리 덴 할토크(사진=허미선 기자)“사진을 언뜻 봤을 때는 굉장히 완벽해 보여요.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가면 어딘가 불완전하다는 느낌이 들죠. 우리 사회를 봐요. 소수자의 수는 많아지고 마치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그들의 권리는 작아지고 있거든요.”어윈올라프재단의 셜리 덴 할토그(Shirely den Hartog, 이하 셜리)는 어윈 올라프(Erwin Olaf)가 평생 추구했던 ‘균열이 내제된 완벽한 세상’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9월 설립한 어윈올라프재단은 어윈 올라프의 영향력을, 그가 생전에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뉴욕, 런던, 파리, 한국 등 전시에 이어 2025년에는 암스테르담 현대미술관, 스텔릭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계획 중이다.◇균열이 내재된 완벽한 세상‘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림 뿐 아니라 뉴스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던” 어윈 올라프는 사회가 점점 발전하고 삶의 질 역시 향상되는 듯 보이지만 성 소수자를 비롯한 환경, 전염병, 여성, 인종차별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현상을 ‘균열이 내재된 완벽한 세상’에 담아내곤 했다.2020년 연작으로 광활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기만 한 인간을 담은 ‘숲 속으로’(Im Walde, In The forest) 중 한 작품에 독일의 19세기 복장을 한 소년이 들고 있는 페트병이 든 플라스틱 백을 통해 환경오염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 식이다.‘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호수에 떠 있는 배 위의 무슬림 여성은 ‘빈곤층’이라는 편견을 깨고 샤넬백을 들고 있고 산 아래 원주민처럼 보이는 이들은 철저하게 기획을 구현한 모델들이다. 그렇게 어윈 올라프 작품 속 ‘균열’(Crack)은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메시지이며 인류를 향한 경종이다. 이는 28년 간 그와 함께 해온 셜리가 ‘통제광’(Control Frick)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모든 걸 완벽하게 스스로 통제하는”(He wants to control everything) 장인정신과도 연관된다.‘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중 한국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작 ‘내가 원하는’ ‘지금 나는’ ‘내가 될’(사진=허미선 기자)스스로 기획하고 아주 작은 소품까지도 완벽하게 통제해 사진을 찍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소수자들의 문제, 사회부조리, 환경문제, 차별 등은 ‘완벽함’에 ‘균열’을 내곤 한다.‘어윈 올라프, 작고 1주기 회고전’(10월 3~11월 2일 공근혜갤러리)에서는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2009년작 ‘내가 원하는’(I Wish), ‘지금 나는’(I Am), ‘내가 될’(I Will Be)을 비롯해 연대기별 작품들이 전시된다.‘내가 원하는’ ‘지금 나는’ ‘내가 될’은 선천적으로 폐기종을 앓으면서 그가 소망한 모습과 병든 지금 그리고 의사의 소견처럼 산소 호흡기를 끼고 생활해야 하는 미래를 표현한 자화상이다.‘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전시는 ‘레이디스 햇츠’(Ladies Hats, 1985~2022), ‘체스맨’(Chessmen, 1987~1988), ‘레인’(Rain, 2004)과 ‘호프’(Hope, 2005), ‘내가 원하는’ ‘지금 나는’ ‘내가 될’, ‘던 앤 더스크’(DawnDusk, 2009), ‘키홀’(Keyhole, 2011~2013), 로케이션 연작인 ‘베를린’(2012)과 ‘상하이’(Shanghai, 2016), ‘팜스프링’(Palm Springs, 2018),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겪었던 두려움을 담은 ‘만우절’(April Fool, 2020), ‘숲 속으로’, ‘댄스 인 클로즈 업’(Dance in Close up, 2022)까지 대표작들로 꾸린다.더불어 2005년 켐벨수프에서 의뢰받은 커머셜 작품과 혼자 몇 시간씩 스튜디오에서 두문불출하며 작업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정물화를 연상시키는 정물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 다큐멘터리 등도 배치돼 있다.◇정체성 때문에 핍박받고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야기‘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스스로의 정체성이기도 했던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스스로 행복해져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던 그는 모자가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19세기를 지배하던 마초 문화에 반기를 들며 모자를 쓴 남자들(레이디스 햇츠)로 젠더 문제를 표현하기도 했다.첫 사진집 발간 제안을 받고 체스판의 격자 칸에서 영감 받아 ‘권력’을 다룬 ‘체스맨’, 인종차별을 표현한, 예(Ye, 카니예 웨스트)도 소장하고 있는 ‘더스크’, 온난화로 사막화돼 가는 기후변화와 10대들의 임신, 인종차별, 종교적 학대, 부의 양극화 등을 담고 있는 ‘팜스프링’, 팬데믹 기간 드러난 제약회사의 한계와 환경문제 등.어윈올라프재단 셜리 덴 할토크(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실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지만 변치 않는 근본적인 메시지가 있다”며 “정체성 때문에 핍박 받고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짚었다.“그는 아웃사이더였어요. 네덜란드 아주 작은 마을의 어린 게이였고 괴롭힘을 많이 당했죠. 대도시로 옮겨서도 그 괴롭힘과 편견은 계속 됐어요.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하고 공감했죠. 그래서 저는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예술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은 정체성 때문에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10-03 00:47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매직램프 동굴부터 ‘어 홀 뉴 월드’까지! 미리 만나는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매직 램프 로드’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매직 램프 동굴(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Aladdin The Musical, 11월 22~2025년 6월 22일, 11월 17~21일 프리뷰 기간 샤롯데씨어터) 한국 초연을 미리 맛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10월 13일까지 더현대 서울 5층 에픽서울)가 차려졌다. 실제 뮤지컬 속 장면을 테마로 호랑이 입을 구현한 ‘케이브 오브 원더’(Cave of Wonders)로 들어서면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매직 램프 동굴, 마주하고 있는 자스민 룸과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존 그리고 의상 및 장신구가 전시된 공간과 플레이 존이 이어진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입구인 케이브 오브 원더(사진=허미선 기자)‘진흙 속 숨겨진 다이아몬드’처럼 고귀하고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매직 램프 동굴 존은 알라딘이 케이브 오브 원더를 통해 들어서 지니를 처음 만나는 곳으로 2미터 규모의 거대 금빛 램프와 금은보화들로 그득하다.막 중 가장 화려한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라는, 안무·조명·배경·의상 등 디즈니와 ‘알라딘’ 무대 예술이 응축된 장면에 등장한다.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홀 뉴 월드 존’(사진=허미선 기자)실제 공연 중 사용되는 램프의 재질, 패턴, 컬러, 외양까지를 그대로 살린 매직 램프는 10주년을 맞아 브로드웨이 극장로비에도 설치된 것으로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과 디자인부터 공정까지 공유하며 제작기간만 4개월이 걸린 아이템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마주 하고 있는 자스민 룸과 ‘어 홀 뉴 월드’ 존은 “뮤지컬 ‘알라딘’의 무대 예술이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는지를 볼 수 있다.” 24번의 토니 어워즈를 수상한 뮤지컬 ‘알라딘’ 크리에이티브 팀이 공연화에 앞서 모로코를 방문해 영감 받은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자스민의 방(사진=허미선 기자)페르시안 카펫, 모로코 직물, 이슬람 양식의 건축,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 1930, 40년대 할렘의 코튼클럽에서 영감 받은 바닥, 벽면, 천장, 창 등에 쓰인 이국적인 패턴들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다채로운 기하학 패턴이 디자인에 차용된 300여벌의 의상, 장신구 등 중 알라딘, 지니, 자스민 등이 착용하는 일부가 전시돼 있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플레이 존 중 포스터 월(사진=허미선 기자)팝업스토어 마지막에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존이 자리잡고 있다. 알라딘 역의 김준수·박강현·서경수(이하 가나다 순), 지니 강홍석·정성화·정원영, 자스민 민경아·이성경·최지혜 등 뮤지컬 ‘알라딘’ 한국초연 주연배우들의 포스터들로 꾸린 포스터 월과 포스터 메이킹 부스, 배우들 손글씨로 된 럭키 멘트 스탬프로 나만의 램프 꾸미기 등을 즐길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10-02 19: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대중 속에 놓인 국악관현악의 미래를 꿈꾸며, 제2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우리 국악관현악은 세계 예술 장르 역사로 보자면 아마 제일 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에 추진위원, 이용구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 등과 새로운 장르를 같이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좋은 연주, 공연 등을 선보이며 차곡차곡 쌓아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축제가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도 번듯하게 내놓을 만한 자랑스러운 축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소망으로 준비 중이죠.”9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10월 15~2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올해로 2회를 맞은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는 지휘자 박상후가 이끄는 KBS국악관현악단, 김재영이 지휘하는 새로 창단한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이용탁과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권성택과 국립국악원창작악단, 공우영과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 김창환과 강원특별자치도립 국악관현악단, 한상일과 대구시립국악단, 이현창과 영동난계국악단, 이동훈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김성국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상 공연일 순)이 무대를 꾸린다.피아니스트 양방언,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첼리스트 홍진호, 크로스오버 보컬리스트 박현수, 민요의 이희문과 젊은 소리꾼 김준수, 정윤형 등 그리고 일본의 고토 연주자 나카이 토모야, 중국 얼후 연주자 슈이유안, 베트남의 단트렁 연주자 카오 호 응아 등이 참여해 신구, 동서양, 국경을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인다.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안호상 사장은 “지난해(8회)에 비해 참여 단체가 10개로 늘었다. 이 축제 전 서울시가 진행하던 지역과의 교류사업을 한자리에 모으면 부피감도 생기고 주목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국악관현악 축제를 만들었다”며 “각 지역의 참여 열기와 관심을 보면 축제로 전환하길 잘 한 것 같다”고 변화점을 짚었다.“금년에도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가 늘고 있습니다. 아직 예산 등 여건이 안돼 전부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향후 차차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좋은 작품이 만들어져야 하고 좋은 연주자, 연주가 있어야 하지만 결국 객석을 누가 어떻게 채워주느냐가 가장 큰 부분이죠.”이에 또 다른 변화는 유료 전환이다. 안 사장은 “저희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관객의 반응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라며 “준비하는 마음이나 책임감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 짧은 역사의 국악관현악이 틀을 갖춰가는 데 우리 축제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국악작곡가, 지휘자, 피리연주자이기도 한 박범훈 축제 추진위원장은 “국악관현악단은 주로 지역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그간은 지자체 장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예는 드물었다”고 토로했다.“하지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가 생기면서 도지사님, 시장님 등이 행사 참여는 물론 국악관현악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죠. 저는 이것이 하나의 큰 효과라고 봅니다. 왜냐면 지자체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거든요. 지자체 장들이 관심을 가질 계기가 바로 이 축제에서 만들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김희선 추진위원은 “국악관현악은 과거에 머물러 있던 국악을 동시대 예술로 이끌어내는 노력의 성취”라며 “현재 우리 음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성장해 다양한 예술적이고 음악적인 성취를 만나고 더 나아가 국경 너머 관객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1965년 하나의 악단으로 시작했던 국악관현악이 1980년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쳐 지금은 전국에 50여개가 넘는 프로 악단을 갖고 있죠. 거기에 더해 아마추어·어린이·청소년 악단까지 생겨나며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음악적 자산으로 확장됐습니다.”이어 “국악 관현악을 통해 현대적인 국악, 당대의 양식에 대한 탐구는 물론 수많은 예술가들의 시도와 실천으로 미래의 한국 음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는 그간 우리의 음악적 자산을 밀도 있게 담아온 국악관현악의 진화를 담고 미래를 견인할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부연했다.“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는 국악관현악의 다양한 색채를 담아 오늘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밉니다.”9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부산시립관현악단과 무대에 서는 첼리스트 홍진호는 “학생 때부터 국악에 관심이 많아 관련 수업을 듣기도 했다. 독일 유학 중 (대한민국 국악관현악단축제 추진위원인) 김희선 교수님 수업을 들었는데 ‘첼로 산조를 외국인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고 전했다.“실제로 독일에서 첼로 산조를 연주했을 때 외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이야기를 몸소 체험했죠. 한국에 돌아와 몇몇 국악관현악단과 연주하면서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주법 차이,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났을 때의 생소함이 관객입장에서는 신선한 충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악관현악축제가 슬로건으로 내건 ‘대중과 함께하는’ ‘대중과 가까이’에 걸맞는 무대가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우리 축제가 국악관현악의 다양한 소리와 매력을 좀더 자세하게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장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전히 변두리에 있다고 여겨지는 국악관현악이 대중들에게 점차 가까워지지 않을까, 존재감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그 모습이 어떨지를 탐구하는 과정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하는 사람들만으로는 그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고 믿습니다. 이 시대 대중들과 만나야 길을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대중 속에 자꾸 국악을 가져다 놔야죠. 오래 전부터 이어온 국악의 에너지와 이 시대 대중들의 요구를 음악으로 버무려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국악 장르가 만들어지고 수용자가 많아지면서 제 모습을 갖추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01 00:16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제2회 DMZ 오픈 국제음악제 “대한민국 뿐 아닌 전세계를 아우르는, 인류와 자연의 더 큰 평화”

30일 열린 DMZ 오픈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DMZ 오픈 페스티벌 최재천 조직위원장(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 임미정 총감독(사진=허미선 기자)“제가 바라는 건 우크라이나에 안정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여전히 전쟁 중이고 매일 사람들이 죽고 있죠. 이런 때라 평화의 의지를 다지고 또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DMZ 오픈 페스티벌’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우크라이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Dmytro Udovychenko)는 제2회 DMZ 오픈 국제음악제(11월 9~16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참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이 의미 있는 행사에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기를, 더불어 평화라는 메시지가 잘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번 국제음악제는 개막공연 ‘오래된 시작’(A Beginning Long Underway, 11월 9일), ‘영화와 삶에 대하여’(On Life and Cinema, 11월 10일), 타악 앙상블 ‘나무와 종이 그리고 리듬’(Wook, Paper and Rhythm, 11월 12일), ‘현과 건반의 숙론’(A Conversation with Strings and Keys, 11월 13일), 챔버 오케스트라 ‘진지한!’(Serious! 11월 14일), 바이오린과 피아노 듀오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다양한!’(Various! 11월 15일), 폐막공연 ‘유빌라테! 운명에 대하여’(Jubilate! To Fate, 11월 16일)라는 주제로 구성된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 포스터(사진제공=DMZ 오픈 페스티벌)각 주제별 공연에는 드리트로 우도비첸코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소프라노 박혜상, 피아니스트 윤홍천,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그리고 체코의 거장 마에스트로 레오시 스바로브스키, 유렉 뒤발 등이 참여한다.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지난 5월 개막한 ‘2024 DMZ 오픈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DMZ 오픈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시 ‘통로’, 평화음악회, DMZ 걷기-마라톤, 에코피스포럼 등과 더불어 ‘생태와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한다.‘생태와 평화’라는 주제는 음악 프로그램 곳곳에 녹아들었다. 임미정 총감독은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곡 ‘아리랑 환상곡’ 등 “프로그램 뿐 아니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전혀 관계없는 곡을 연주하더라도 에너지나 울림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자연과 생태는 제이크 루네스테드(Jake Runestad)의 ‘플라워 인투 카인드니스’(Flower into Kindness)라든가 ‘나무와 종이 그리고 리듬’의 ‘타악 앙상블 콘서트’에서 선보일 탄둔(Tan Dun)의 ‘페이퍼 뮤직’에 녹아 있죠. 평생 평화에 대한 작품을 많이 쓴 크지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가 평화에 대한 기원을 담은 ‘야뉴스 데이’(Agnus Dei), 이를 라돔 챔버 오케스트라(Radom Chamber Orchestra)를 초청해 듣는 특별한 계기로 평화의 메시지를 넣는 등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올해는 DMZ 내 캠프 그리브스의 탄약고에서 50명 안팎의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는 소규모 음악회 ‘탄약고 시리즈’를 신설했다.탄약고 시리즈에서는 아레테 현악 사중주단(Arete Quartet, 10월 5일)와 리수스 콰르텟(Risus Quartet, 10월 19일) 그리고 배진우(10월 12일), 최영선과 궈융융(Yungyung Guo, 10월 26일), 반 클라이번 콩쿠르 입상자인 안나 게뉴시네(Anna Geniushene)와 드리트리 초니(Dmytroo Choni,11월 3일), 윤이상 콩쿠르 입상자 정규빈(11월 11일)의 피아노 콘서트가 진행된다.  30일 열린 DMZ 오픈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왼쪽부터),DMZ 오픈 페스티벌 임미정 총감독, 최재천 조직위원장(사진제공=DMZ 오픈 페스티벌)최재천 DMZ 오픈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열린 DMZ 더 큰 평화’라는 슬로건에 대해 “그간에는 DMZ를 둘러싸고 단순히 남북 간의 평화를 얘기했다. 하지만 DMZ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부상했다”며 “오랫동안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했기에 소중한 생태적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그 소중한 생태적 가치 안에서 더 큰 평화가 엮이게 된 겁니다. 이제는 단순히 정치적인 남북 평화만이 아니라 우리 인류가 자연과 어떻게 평화를 유지하면서 살게 될 것인지의 문제를 포괄하게 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DMZ는 대한민국 땅이 아닙니다.”이어 최 위원장은 “DMZ는 대한민국에 있지만 우리 국민들보다 외국인들이 관심이 훨씬 크다”며 “DMZ를 우리 땅이라고 개발해 버린다든가 보전에 실패한다면 국제적으로 얼굴을 들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래서 DMZ는 이제 인류 전체에 속한 땅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경기도가 내 건 ‘더 큰 평화’라는 개념은 의미가 큽니다. 단순히 정치적인 평화를 넘어 이제는 우리 인류가 자연과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데서 굉장히 소중한 개념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30 20:58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전시회 자체가 하나의 설치작” 첫 내한 애니 모리스 “슬픔이 예술을 통해 위안으로!”

첫 내한 개인전을 준비 중인 애니 모리스(사진=허미선 기자)“회화든, 조각이든 제가 직접 색깔을 만들어요. 이번 전시회 역시 전제적인 색상의 조화를 위해 색을 직접 만들었죠. 이 전시회 자체가 하나의 설치작품이랄까요.”스택(Stack) 시리즈로 유명한 아티스트 애니 모리스(Annie Morris)는 한국 첫 개인전(9월 30~11월 2일 더페이지갤러리 WEST관)을 “하나의 설치작”이라고 표현했다.첫 내한 개인전을 준비 중인 애니 모리스의 대표작인 스택 시리즈(사진=허미선 기자)그렇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애니 모리스는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중국 상하이 포선(復星集團 Fosun Group) 재단, 프랑스 프로방스 샤토 라 코스테(Provence Chateau La Coste), 요크셔 조각 공원(Yorkshire Sculpture Pakr, YSP) 등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을 통해 글로벌 신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다.그의 작품은 루이비통 재단, 미국 뉴욕 티쉬(Tisch) 컬렉션, 콜로라도 대학(University of Colorado) 미술관, 마이애미 페레즈 미술관(Perez Art Museum), 상하이 포선 재단 및 롱 미술관, 서울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등에서 소장 중이기도 하다.“한국에 오기 전에는 굉장히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혼잡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실제로 와서 보니 거리에 사람들도 그다지 붐비지 않는 것 같아요. 굉장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느낌인 동시에 매우 활기찬 기운도 느껴지죠.”28일 더페이지갤러리에서 만난 애니 모리스는 전시 준비와 더불어 시간을 쪼개 서울의 다양한 갤러리를 방문하느라 분주했다. “빙수와 프라이드 치킨이 너무 맛있다”고 전한 그는 “이틀 전에 도착했는데 그 사이 굉장히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분위기도 좋고 한국 분들도 굉장히 친절하고 친근하게 대해주셨죠. 태피스트리 작품들, 구찌갤러리 등 한국의 아트 신도 좀 구경했어요. 있는 동안 롯데뮤지엄, 피노컬렉션 등도 방문할 예정이죠. 굉장히 다채로운 일들이 진행되고 있어 흥미진진합니다.”◇트라우마와 슬픈 기억에서 출발한 스택 시리즈와 ‘꽃 여인’span style="font-weight: normal;"애니 모리스 첫 내한 개인전 전경. 스택 시리즈와 ‘꽃 여인’(사진=허미선 기자)이번 개인전에는 2014년부터 선보인 대표작 스택 시리즈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꽃 여인’(Flower Woman) 그리고 다양한 태피스트리(Tapestry, 여러 가지 색실로 짠 직물)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애니 모리스 작품들은 스스로의 경험 혹은 기억에서 출발한다. 스택 시리즈는 유산의 아픔을, ‘꽃 여인’과 태피스트리는 엄마 그리고 유년시절의 기억을 담고 있다. 이에 스택 시리즈를 비롯해 ‘꽃 여인’ 등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제 작품들에 제 경험을 녹여내려고 했어요. 스택 시리즈의 출발점은 유산으로 인한 트라우마였어요. 만삭이던 때 유산으로 아이를 잃게 되면서 느낀 슬픔과 상실감 등 당시 감정 그리고 체형이 바뀌는 것까지 표현하려고 있죠.” 첫 내한 개인전을 준비 중인 애니 모리스의 스택 시리즈와 태피르스티 작품(사진=허미선 기자)그의 말처럼 만삭인 여성의 배 혹은 난자, 태아 형태로 쌓아 올리면서 시작된 스택 시리즈는 이후 10여년 간 “새롭게 태어난 제 아이들과의 관계, 어머니와의 유대 등을 담는” 시도로 진화했다. 언뜻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스택 시리즈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 색깔들로 잃어버린 아이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이들, 작가 자신, 어머니 등을 투영한 작품이다. “어머니에서 비롯된 ‘꽃 여인’은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 어린 시절 기억이 담겼어요. 그 시절 어머니는 젊으셨지만 이제는 나이가 드셨죠. 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잖아요. 게다가 꽃은 예쁘게 피어나는 순간이 굉장히 짧죠. 어떻게 보면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 아버지가 어머니께 꽃을 주던 잔상도 담겨 있습니다.”‘꽃 여인’ 역시 스택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이혼이라는 슬픈 기억에 의존해 만들어졌지만 작품으로 형상화하면서 위안과 희망이 자리 잡았다.“제 작품에서는 질감이 굉장히 중요해요. 스택 시리즈는 안료가 다 마른 느낌이 아니에요. 안료가 그대로 촉촉하게 살아 있는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수년 간의 고심 끝에 표현해낼 수 있었죠. 생생하게 그대로 살아 있는 안료는 금방이라도 굳을 것 같잖아요. 일시적인 순간, 찰나의 느낌을 주죠. 파편처럼 부서질 것 같은, 어쩌면 슬픔이요.”◇새롭게 선보이는 태피스트리, 매일 매일 한땀 한땀첫 내한 개인전을 준비 중인 애니 모리스의 스택 시리즈와 태피르스티 작품(사진=허미선 기자)“태피스트리 작품은 굉장히 즉흥적으로 빠르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매일매일 직접 혹은 기계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죠.”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태피스트리 작품들 또한 부모가 이혼하기 전 어린 시절 기억에 의존한다. 애니 모리스에 따르면 “매일 연습하듯 기억을 떠올리며 그려 완성한 작품들이다.”“사실 그래서 태피스트리 작품을 완성시키는 데는 시간이 괘 걸립니다. 되게 스피디한, 속도감을 주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작업해야 하는 독특한 창작품이죠.”첫 내한 개인전을 준비 중인 애니 모리스(사진=허미선 기자)스택 시리즈와의 연관성에 대해 애니 모리스는 “두 작업을 늘 병행하고 있다”며 “스택 시리즈의 구체 등을 태피스트리 그림에 반영하기도 하는 등 두 작업은 이어져 있다”고 털어놓았다.“어릴 때는 어떤 상상이든 굉장히 자유롭게, 거리낌 없이 만들면서 즐거운 창작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겪는 삶의 아픔이나 슬픔도 생겨나죠. 어린 시절 혹은 성인이 되고 나서 겪는 그 어떤 감정이든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삶의 걸림돌이 디딤돌이 돼 위안을!“제 작품들은 사실 제 트라우마에서 기인했지만 동시에 많은 위안을 주기도 했습니다. 관객분들 역시 제 작품을 보면서 굉장히 즐거워하시죠. 그들 역시 저와 비슷한 혹은 저마다의 슬프거나 아픈 경험을 떠올리시며 위안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슬픈 기억에서 출발해 굉장히 찰나의 순간을 잡으려는 창작을 통해 내면의 불안감을 해소하며 기쁨을 느끼듯이요.”이어 그는 “불안한 감정을 느낄 때 그림을 그리면서 차분해지곤 한다”며 “예술은 제가 살아가는 수단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삶의 걸림돌을 창작 작업을 통해 ‘위안’ 받는 디딤돌로 전환시켜온 그는 “그림을 그려야만 살 수 있는” 창작자다.“이런 작업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고 보는 분들께도 큰 즐거움과 힐링을 선사해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 관객분들도 제가 느꼈을 내면의 감정에 공감하시면서 위안받으시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8 20:58 허미선 기자

[비바100] 뜨거워지는 지구… 무너지는 수력문명… 신유목 시대 오나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유럽우주국(ESA)은 2021년에 ‘플래닛 아쿠아(Planet Aqua)’라는 용어를 공식화했다. 지구는 ‘물의 행성’이라는 의미다. 이 책은 지구의 수권(水圈)에 관한 종합 보고서다. 저자는 지구 수권에 문제가 생겨, 지금 인류는 여섯 번째 멸종의 초기단계에 와 있다고 경고한다. 물에 대한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 없이는 뜨거워지는 지구를 감당할 수 없다며, 물이 지배하는 새로운 미래를 진심으로 대비하자고 촉구한다.플래닛 아쿠아|제러미 리프킨|민음사◇ 물 자원을 잘못 다룬 혹독한 대가 지난 6000년 동안 인류는 수자원을 포획해 댐으로 가두고, 운하로 밀어 넣고, 방향을 바꾸고, 사유화해 이익을 얻고, 고갈시키고, 오염시키며 문명을 발달시켜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야생으로 남은 곳은 지구의 19%를 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귀중한 물이 손실되고 야생동물도 함께 사라졌다. 지하 암석권까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지상과 바다의 물 증발속도는 빨라진다. 강력한 대기천(수증기가 대규모 기류를 이루며 좁고 길게 흐르는 기상 현상), 초대형 폭설과 겨울 강추위, 대규모 봄 홍수와 긴 여름 가뭄, 치명적인 폭염과 산불, 파괴적인 가을 허리케인과 태풍 등이 지구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인간과 생물의 생명을 빼앗아 가고 있다.오늘 날 26억 명이 극심한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지만 2050년에는 35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0년 동안 물 관련 분쟁과 폭력사건이 270%나 증가했다. 2050년까지 대규모 ‘기후 이주’가 불가피하다. 50℃에 육박하는 폭염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19개 국가가 해수면 상승 위험에 처해 있고 향후 30년 내 중국과 인도, 태국은 물론 알렉산드리아와 헤이그, 오사카도 위험해 진다.모두가 화석연료 기반의 물-에너지-식량 넥서스(상호 연계성 결합)가 불러온 결과다. 저자는 “우리가 ‘플래닛 아쿠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답은 간명하다”며 “수권이 지구 생명체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물 부족으로 ‘신 유목 시대’가 도래하고, 인류는 기존의 고밀도 서식지를 버리고 대규모 이주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내다보았다.◇ 임박한 수력문명 붕괴… ‘수(水) 생태주의’ 전환 시급(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역사의 모든 주요 ‘수력 문명’은 노동력과 동물을 수송하고, 상거래와 무역을 하기 위해 정교한 도로 시스템과 수로를 건설했다. 이렇게 ‘수권’을 굴복시키자 잉여 식량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6000년 동안 인류는 물을 길들여 왔다. 수자원 인프라의 부침은 전체 문명의 흥망성쇠를 상징했다.전 세계 주요 강 유역에는 3만 622개의 댐이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급격한 기후 온난화로 인해 곳곳의 이런 수자원 인프라가 무력화되고 있다. 수권이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구의 담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댐과 인공 저수지는 사라지고 있다. 지구상에 남은 담수의 70%가 ‘관개’에 쓰인다는 사실은 현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저자는 “6000년에 걸친 인류의 수자원 탈취와 조작, 상품화와 사유화가 지난 200년 동안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문명, 즉 물-에너지-식량 넥서스와 긴밀하게 얽히면서 우리 생명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남부 등지에서는 기후변화로 여름철에 물이 너무 뜨거워져 발전소 냉각수를 끌어오지 못해 가동 축소나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곤 한다.앞으로는 모든 공동체와 지역사회가 비가 올 때까지 가능한 많은 물을 저장하고 필요 시 공유하게 될 전망이다. 저자는 “물-에너지-식량 넥서스가 우리 종과 생물을 한계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 넥서스 해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보급되면서 물-화석연료-원자력의 넥서스가 해체되고 있어 그나마 고무적이라고 했다.저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수 생태주의’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생산성’을 추구하는 반면 수 생태주의는 ‘재생성’을 촉진하며, 특히 자연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원천으로 여긴다고 했다. 나아가 자본주의는 국내총생산(GDP)으로 경제적 성공을 측정하지만, 수 생태주의는 ‘삶의 질 지수’로 행복을 측정한다고 강조했다.◇ 온난화가 가속화하는 지구에서…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나트륨이 축적되어 토양이 ‘불(不) 투수성’으로 변하는 것은 지구의 영구적인 난제다. 온난화로 강과 호수, 하천이 고갈되어 곳곳에 마른 수층이 남는 것도 문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75년 동안 세계의 수자원 인프라가 모두 파괴되고, 세계 곳곳의 도시와 지역이 유실될 위험에 처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완전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WMO는 모든 나라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옮겨가고 옥수수와 밀·쌀·보리 같은 ‘물 집약적’ 작물을 감자와 참마·당근·카사바·비트 같은 ‘물 절약적’ 작물로 바꾸는 방대한 전환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오랫동안 묻혀 있던 강과 하천, 습지를 되살리고 분산된 수조와 물 마이크로그리드에 빗물을 저장하는 고도로 분산된 다양한 물 수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근 EU와 중국, 미국 등에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해 가고 있다. 하지만 기타 지역에서는 아직 미미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에 이르러야 전기의 9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사이에 담수의 양은 계속 줄고 있다.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이 50년 만에 무려 절반으로 줄었다.현재 1만 7000개에 달하는 담수화 플랜트 대부분은 화석연료로 바닷물을 데우고 소금과 미네랄 등을 배출하는 열 공정에 의존한다. 담수화에 쓰이는 재생에너지는 고작 1%다. 농축된 소금물 처리도 난제다. 지역 갈등은 이런 해결 노력을 가로막는다. 저자는 “이제 고통 속에서 혼자서 버틸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공동의 생태지역 거버넌스를 위한 전향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플래닛 아쿠아’에 산다(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유엔은 2023년에 해양의 30%를 보존한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해양 보호구역 설정을 위한 조약을 공표했다. 저자는 “물을 우리 종에 맞추지 않고, 우리가 물에 적응하는 식으로 수권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권에 대한 ‘관리’에서 이제는 ‘책임’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찾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인류에게 최상의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그는 중국 도시건축학자인 유쿵젠이 고안한 ‘스펀지 도시’를 하나의 대안으로 소개했다. 물의 흐름을 늦춰 토양으로 스며들게 하거나 도시 밑 지하 저수조나 지하수 탱크에 빗물 등을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함으로써 홍수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사헬을 위한 100만 수조 계획’도 주목을 끈다. 세네갈 등 아프리카 7개 나라에 물 수확 및 저장 시스템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저자는 기후 온난화에 따른 대규모 이주로 ‘임시 도시’가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재단도 “2050년까지 세계 식량 생산량이 30%까지 줄어 대규모 기아와 기근, 사망이 발생하고 역사적인 인구 대이동이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콜로라도강은 4분의 3이 비었고, 미드호는 일부가 말라 4000만 명의 미국 서부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량 이주가 임박한 상황이다.하지만 놀랍게도 유엔은 이런 ‘기후 난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종교 종파나 소수 민족, 정당에 대한 정부의 박해 같은 인권 침해 사안만 보호를 제공할 뿐, 지구 온난화를 피해 고향을 떠나는 수백 만 난민에 대한 보호 조치는 없다. 아열대 지방과 중위도의 많은 지역에서 대이동이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이른바 ‘기후 여권’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인공지능 미래 사회의 또 다른 위험(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대표되는 미래 역시 걱정이 많다. 데이터센터의 인공지능 서버는 ‘에너지 먹는 하마’다. 벌써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2% 이상을 차지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물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자주 간과된다. 구글의 데이터센터는 2020년에 250억 리터의 물을 취수해 현장 냉각에 거의 200억 리터에 달하는 1등급 물을 소비했다. 그 대부분이 식수였다.칩 하나를 만드는데 거의 30ℓ의 물이 들어간다. 챗GPT가 채팅 대화로 10~50건의 응답을 할 때마다 500㎖의 물이 소비된다. ‘가상 세계’가 마냥 장미 빛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가상 세계를 ‘전부’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물을 ‘상업적 자원’이 아닌 지구상의 ‘생명의 원천’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법적 지위도 제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강과 호수, 바다까지 법적 인격체로서 인간의 간섭 없이 생존할 권리를 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풀뿌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에콰도르는 2008년에 처음으로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포함시켰다. 방글라데시와 호주, 뉴질랜드도 강의 법적 권리를 더욱 강화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사실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viva100.com

2024-09-28 07:00 조진래 기자

[B코멘트]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도로시 리히터 “미술관의 공유지화, 자연스레 그렇게 갈 겁니다”

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를 공동기획한 온큐레이팅 큐레이터 도로시 리히터(사진=허미선 기자)“저는 평등이랄지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가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지금까지 미술관이라는 기관은 사람들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이것이 예술’이라는 방식으로 작동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방식으로는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스위스 취리히를 기반으로 출판 및 기획활동을 하는 비영리 조직 온큐레이팅(OnCurating)의 큐레이터 도로시 리히터(Dorothee Richter)는 ‘미술관의 공유지화’를 이렇게 밝혔다.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것, 더 많은 국제적인 문화들을 담는 것 그리고 더 많은 갈등을 품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 안에서 의견을 밝히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안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는 온큐레이팅이 추구하고 있는 ‘미술관의 공유지화, 커머닝’(commoning) 개념이다. 지금 시도할 있는 협력을 향한 실천이며 이를 통해 미술관 안에서 유토피아적인 순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념이다.이는 온큐레이팅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이 공동기획한 2024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Into The Rhythm: From Score to Contact Zone, 11월 3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 1, 2전시실, 공간열림, 아카이브 라운지)라는 제목에도 차용된 ‘접촉지대’ 개념이다.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를 공동기획한 온큐레이팅 큐레이터 도로시 리히터(사진=허미선 기자)재현이 이뤄지던 미술관이 다시 사유하고 새로운 관객에게 개방되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일종의 협상공간 혹은 단순한 관객확대 정책을 넘어서 여러 가지 갈등, 사회적 이해관계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로 변화돼야 한다는 것이다.제1전시장에는 손윤원의 ‘음표’, 탠저린 콜렉티브 ‘밤이어서 참 다행이지, 어두운 데서 춤추기 마련이잖아_맵’, 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 ‘스코어 지시문 프린트’, 슈틸니만-스토야노비치의 ‘모듈러 구조(에디션3)’, 마야 민더 ‘그린 오픈 푸드 에볼루션’ ‘미끌 미끌-레시피를 찾습니다!’ ‘물의 입-녹색 연장’,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빅 시스터’ ‘여성의 비중’, 여다함의 ‘향로’가 전시된다. 탠저린 콜렉티브의 또 다른 작품 ‘밤이어서 참 다행이지, 어두운 데서 춤추기 마련이잖아_문’은 아카이브라운지에서도 만날 수 있다.제2전시장은 팔로마 아얄라 ‘가라오케 리딩’, 야광 ‘젤라틴’, 산 켈러 ‘히스테릭하거나 나이브한’ 단채널 영상과 출판물, 미디엔그루페 비트닉 ‘4X4 베를린 에디션’, 플럭스 어스 나우 ‘카메라로 탐구한 플럭서스’로 꾸린다.도로시 리히터는 “커뮤니티는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사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술작품이라는 것이 단순히 어떤 상품으로서만이 아니라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어떤 재미나 즐거움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접촉 지대로서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들을 사유할 수 있는 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갈등들을 합의하고 협의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역할, 이것이 미래 미술관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의 공유지화, 자연스레 그렇게 갈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9-27 22:56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여전한 시대적 아이러니! 결국 ‘사람이 다’…넷플릭스 ‘경성크리처2’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 2의 정동윤 감독(왼쪽부터), 승조 역의 배현성, 채옥 한소희, 태상·호재 박서준, 쿠로코 대장 이무생(사진제공=넷플릭스)“이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 경성 한복판에 나타난 크리처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싶었습니다. 79년 동안 많은 것들이 발전했고 좋아졌지만 개인의 이익을 위해 끔찍한 짓을 벌이는 이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죠. 더불어 쉽게 고개 숙이거나 타협하는 시대적 아이러니도 다루고 싶었습니다.”정동윤 감독은 8개월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에 대해 “여전한 역사적 잔재와 시대적 아이러니”를 언급했다.“그 크리처를 그 시대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까지 끌고 와 여전히 남아 있는 잔재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시즌 1, 2를 기획하면서 (강은경) 작가님과 그렇게 시대를 뛰어넘자는 이야기를 나눴죠.”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 2의 정동윤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1945년 경성 한가운데 나타난 인간성과 그들의 기억을 간직한 크리처, 그에 맞서는 장태상(박서준)과 윤채옥(한소희)의 사투를 통해 제국주의와 그들이 자행했던 생체실험의 비극을 아우른 ‘경성크리처’의 가장 큰 변화는 2024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다.2024년 서울에 여전히 남아 있는 시대적 잔재들과 태상을 많이 닮은 호재 그리고 나진을 삼키면서 불로불사의 몸이 돼 79년을 홀로 살아낸 채옥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나진은 사람을 괴물화시키는 장치로 여전한 역사적 잔재를 빗댄다. ‘경성크리처’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함축된 장치로 정 감독은 “각자 가지는 나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표현했다”고 털어놓았다.“누군가에게는 처절한 사투의 의미죠. 또 누군가에겐 복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가치를 가질 수도 있어요. 또 누군가는 저주라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시대적 배경은 바뀌었지만 이 나진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사람이 다인 문제’라는 게 잘 드러나면 좋겠습니다.”◇빨라진 속도감, 화려해진 액션, 애틋해진 로맨스! 태상 닮은 호재 박서준과 채옥 한소희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 2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시즌1의 1945년은 되게 무거운 시대였기 때문에 좀 정적으로 접근했다면 시즌2는 79년의 세월을 점프하면서 현대에 맞게 속도감을 많이 높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시즌1과의 차별점에 대해 시대와 그에 맞는 속도감을 꼽은 정 감독은 “그럼에도 하나의 공통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즌1에서 연결할 수 있는 지점들을 곳곳에 숨겨놨다”며 “그걸 찾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시대가 달라지면서 채옥과 태상을 닮은 호재 역시 변화를 겪는다. 한소희는 채옥에 대해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는 친구”라고 소개했다.“실종자들을 찾아주는 사람이고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사는 친구죠. 차이점이라면 과거에는 목표가 있고 그것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흐려졌다는 거예요. 그로 인해 남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인물이 됐죠.”이어 “그 세월을 연기해야 했다”며 “(79년을 죽지 않고) 혼자서 외롭게 긴 시간을 살아온 채옥에게는 시대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이 세월을 어떻게 연기할까가 중요했다. 이에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견뎌왔을까에 초점을 뒀다”고 부연했다.채옥이 79년을 홀로 살며 켜켜히 쌓아온 감정에 초점을 둔 한소희처럼 박서준 역시 현대로 배경이 달라지면서 외모, 스타일링, 직업 등 외적 변화와 더불어 “어떻게 감정선을 가져가느냐를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 2 채옥 역의 한소희, 태상·호재 박서준(사진제공=넷플릭스)“감성선의 표현이 어려우면서도 배우로서는 재밌기도 했어요. 더불어 시즌2의 액션은 좀더 화려한 것 같아요. 배경과 표현법이 다르다 보니 훨씬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액션이죠.”그리곤 “채옥과 태상이 처음 만날 때 툭탁거렸는데 감독님이 시즌2에도 그 느낌을 연결하고 싶다고 하셨다”며 “이들이 다시 만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가 굉장히 큰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그렇게 79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채옥과 태상의 더 애틋해진 로맨스 또한 ‘경성크리처’ 시즌2의 볼거리다. 한소희는 “태상을 너무 닮은 호재를 보면서 채옥이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 분명히 있다”며 “채옥의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아플 순간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새로운 캐릭터, 쿠로코 대장 이무생과 승조 배현성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 2의 쿠로코 대장 역의 이무생(왼쪽)과 승조 배현성(사진제공=넷플릭스)“쿠로코는 일본의 전통연극에서 검은 옷을 입고 무대 장치나 소품들을 옮기는 사람들을 일컬어요. 여기서 아이디어를 따와 그림자 같은 존재들을 만들었습니다. 목도 까맣고 얼굴도 복면을 쓰고 있어서 정체를 모르지만 떼를 지어 다니는 바퀴벌레 같은 느낌을 내보려고 했죠.”정 감독의 말처럼 쿠로코는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인물들”이다. “비밀스러운 세계를 장악하려는 자와 그를 막으려는 자 간의 싸움이 굉장히 공감갔다” 출연 이유를 밝힌 이무생은 자신이 연기하는 쿠로코 대장에 대해 “전승제약의 비밀정예요원인 쿠로코들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1945년 (나진을 이용해 크리처를 탄생시킨) 가토(최영준)의 지하 실험실을 계승한 전승제약 실험실에서 나진을 실험하면서 자신만의 계획을 채우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판단력도 좋고 직관력도 있으면서 그에 걸맞은 신체 능력까지 갖췄죠. 한올한올 빈틈없이 머리를 빗어 넘긴 모습만 봐도 철두철미하고 예민한 완벽주의자의 성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우리들의 블루스’ ‘기적의 형제’ 등에서 순수하고 엉뚱한 역할을 주로 소화했던 배현성은 ‘경성크리처’ 시즌2에서 “촉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초인적을 힘을 가진 공격적이고 무자비한 성격”의 승조를 연기한다.“기존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승조처럼 차가운 눈을 가진 위협적인 인물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시즌1과 출연자 개인사 논란 딛고 ‘호재’가 될 수 있을까?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 2 출연진. 왼쪽부터 승조 역의 배현성, 채옥 한소희, 태상·호재 박서준, 쿠로코 대장 이무생(사진제공=넷플릭스)“시즌1 때 주신 의견을 연출자로서 잘 봤습니다. 사실 시즌1이 공개됐을 때 이미 시즌2 편집이 끝난 상태였어요. 그래서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끔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독립군 비하 등 논란에 휩싸였던 ‘경성크리처’ 시즌1에 대해 정동윤 감독은 “책임감을 느끼며 최대한 많은 것을 반영하려고 노력했지만 반응이 어떨지는 알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시즌 1, 2 사이 모친 구속, 열애와 결별 등 사생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소희는 “제 개인적인 일이 공적인 일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시즌 2도 재밌있고 즐겁게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정 감독 역시 “끝까지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저는 시즌2 마지막 회, 마지막 신이 많이 생각납니다. 어두운 터널을 뚫고 되게 밝은 곳에서 기분 좋게 촬영을 한 기억이 있거든요. 그 기억과 감정들이 전세계 시청자분들에게도 느껴졌으면 너무 좋겠습니다.”긴 터널 끝 눈부신 빛을 맞이했던 기억과 감정을 전달하고픈 정동윤 감독의 그리고 호재 역의 박서준이 눙친 “모두에게 ‘경성크리처’가 ‘호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뤄질지는 27일 공개되는 ‘경성크리처’ 시즌2에서 확인할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7 17: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가치 전환의 시대, ‘새로운 서사’를 마주하는 ‘8개의 시선’…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센터 씨어터광장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새들의 날에: 첫 번째 이야기-13인의 아해의 불안’ 권병준 연출, ‘에즈라스’ 정훈목 안무가, ‘커뮤니티 대소동’ 이진엽 연출, 최석규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공연 예술의 저변을 넓히는 해외진출 및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국내외 공연기관 및 단체와의 협력도 지속할 것입니다. 풍성한 가을 국내외 관객과 공연예술 관계자분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예술과 교류의 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기대합니다.”올해로 24회를 맞는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 3~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 플랫폼엘, 아트코리아랩, LG아트센터, 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 이하 스파프)에 대해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 김장호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스파프에서는 당대 예술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국내외 수준 높은 공연을 공연장 및 공연예술단체와 공동 추진합니다. 아울러 아트코리아랩과 중장기 협력 중인 예술과 기술, 공연예술의 새로운 이동성을 소개하는 넥스트 모빌리티 등 새로운 프로젝트들 그리고 관객과 예술가가 한곳에 모여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공유하는 워크숍 토론회도 함께 개최될 예정입니다.”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을 비롯해 국립중앙극장, (재)서울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스파프에서는 주제에 맞는 16개 공연을 비롯해 전국 각 공연장에서 최근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예술가들의 클래식 공연, 과거의 명작, 우수 지역 단체 공연들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공연예술 작품의 국내외 유통을 지원하는 서울아트마켓(PAMS, 이하 팜스)도 스파프 기간 중 진행된다.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센터 씨어터광장에서 열린 스파프 기자간담회에서는 ‘새로운 서사: 마주하는 시선’이라는 주제 하에 진행될 16개의 공연, 창작랩, 다양한 워크숍 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올해 스파프의 주제인 ‘새로운 서사: 마주하는 시각’에 대해 최석규 예술감독은 “우리가 지금 전환하고 있는 동시대의 새로운 관점으로 본 서사”라며 “그 서사들을 관객들과 마주하고 그들 스스로가 예술가의 시선으로 대화하는 장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전환하고 있는 가치의 이질적인 문화라든가 다양한 관점들을 보여주는 서사로 준비하려고 했죠. 여성의 서사라든가 이슬람과 아랍의 서사 그리고 장애에 따른 다른 몸 다른 감각의 서사들 등 다양한 서사와 시선을 창작자들과 함께 준비했습니다.”이어 이번 출품작들을 ‘아랍, 이슬람, 중동의 서사’ ‘예술, 기술·과학의 새로운 관계, 포스트휴머니즘’ ‘사운드: 공연예술적 확장과 변주’ ‘다양한 몸, 다르게 감각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성과 초지역성’ ‘고전의 해체와 재구성’ ‘유럽의 리딩 예술가 포커스’ ‘새로운 국제이동성: 넥스트 모빌리티’ 등 8개의 시선으로 정리했다.이들 중 고전작품인 ‘걸리버 여행기’와 ‘레미제라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변주한 ‘걸리버스’(Gulliverse), ‘오류의 방’(The False Room) 그리고 아비뇽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포르투갈 출신의 티아구 호드리게스(Tiago Rodrigues)가 연출하고 출연하는 ‘바이 하트’(By Heart) 그리고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실험하는 권병준 연출의 ‘새들의 날에: 첫 번째 이야기-13인의 아해의 불안’(On the Bird‘s Day)은 눈여겨볼만하다.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출품작 중 아비뇽페스티벌 예술감독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바이 하트’(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바이 하트’는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할머니가 시력을 잃어가면서 전한 당부에서 시작한 작품으로 10명의 관객들을 무대로 올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낭독한다.권병준 연출은 인간 배우 없이 오롯이 13명의 로봇으로 무대를 꾸린다. 최 예술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노동집약적’으로 작업 중인 작품에 대해 권병준 연출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13아해들만 등장하는 연작의 첫 단추”라고 밝혔다.“제 머릿속 큰 그림은 움직이는 정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13아해들)을 식물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죠. 여러 가지 실험과 안무를 통해 이 움직이는 식물들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편입니다. 10년 정도를 계속할 생각이죠. 전시와 공연의 중간 형태를 띠며 앞으로 움직이는 숲이나 정원 등을 천천히 만들어가고자 합니다.”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출품작 중 이집트 작가 나왈 엘 사다위의 동명소설을 무대에 올린 ‘우먼, 포인트 제로’(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더불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아랍, 이슬람, 중동의 컨템포러리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서 문화 다양성, 이질적 문화에 대한 역할을 탐구하는 ‘아랍, 이슬람, 중동의 서사’도 눈에 띈다. 이집트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나왈 엘 사다위(Nawal El Saadawi)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우먼, 포인트 제로’(Woman at Point Zero)는 새로운 형식의 멀티미디어 오페라다. 이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연출가 바샤르 무르쿠스(Bashar Murkus)가 테러리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뮤지엄’(The Museum) 등 아랍의 동시대 예술을 만날 수 있다. 최석규 감독은 “축제에서 중요한 건 어떤 재미를 공유할 것인지 큰 예술 생태계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LG아트센터, 국립극장, 스파프, 프린지, 팜스 등이 줄 수 있는 재미가 다르다. 그 재미들이 골고루 갖춰진 생태계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출품작 중 정훈목 안무가의 ‘에즈라스’(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세계적으로도 모두가 관객들이 원하는 작업만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고민 중이이죠. 저희 스파프가 줄 수 있는 재미는 동시대 담론과 새로운 미학들을 실험하는 거예요. 그 역할이 한국 공연예술 생태계에 같이 존재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어 “내년부터는 팜스, 지금 대한민국은 공연 중 등 다른 프로그램들을 활용해 스파프만의 고유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중들에게 조금더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예경의 김장호 대표는 “주제성을 가져야 하다 보니 스파프의 작품이나 나오는 동작들이 관객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부연했다.“지금까지는 스파프가 새로운 예술경향이나 실험적인 부분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떻게 대중적으로 다가갈 것인지는 좀더 고민해야할 부분이죠. 내년에는 이 부분들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6 21:26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투란도트’, 프랑코 제피렐리 오리지널 연출 그대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연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재연출,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타이틀롤로 낙점된 소프라노 전여진(사진=허미선 기자)“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내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공연입니다. 아레나 디 베로나가 100여년 역사를 가지는 만큼 가치가 있죠. 그 가치를 제대로 재현해 옮기는 것이 차별점입니다.”이소영 솔오페라단장은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Arena di Verona Original Production)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10월 12~19일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 DOME)와 12월 공연될 ‘어게인2024 투란도트’(12월 12~31일 코엑스 D홀)의 차별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지난 6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개막작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무대는 100여년 만에 처음이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포스터(사진제공=솔오페라단)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유작을 2019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가 2010년 무대화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과 더불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리는 공연으로 “프랑코 제피렐리는 제 인생을 바꾼 사람으로 늘 그의 옆에서 함께 일했다”는 스테파노 트레스피디(Stefano Trespidi)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이 재연출한다.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에밀리아 가토(Emilia Gatto)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노래와 오페라를 사랑하는 잠재된 공통점을 통해 두 나라의 우정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인 다니엘 오렌(Daniel Oren)이 지휘봉을 잡는 ‘투란도트’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성악가들이 총동원됐다.마린스키극장의 대표 프리마돈나 올가 마슬로바(Olga Maslova), 아레나 디 베로나와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활약 중인 옥사나 디카(Oksana Dyka) 그리고 한국 성악가 전여진이 투란도트 공주로 분한다. 더불어 스핀토 드라마틱 테너 마틴 뮐레(Martin Muehle),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협의회 오디션 우승자이자 도밍고 오페랄리아 도밍고상 수상자로 30여개국 무대에 60여개 역할로 분한 아르투로 샤콘-크루즈(Arturo Chacon Cruz)가 칼라프 왕자로 호흡을 맞춘다.이소영 단장은 “12월의 ‘투란도트’도 굉장히 좋은 프로덕션”이라며 “이 작품은 무대, 의상, 캐스팅 등 모든 프로덕션 자체가 국내 제작”이라고 밝혔다.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연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재연출,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타이틀롤로 낙점된 소프라노 전여진(사진=허미선 기자)“한국에도 아레나 디 베로나 공연을 보러 가는 인구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의 가치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죠. 그런 때에 이탈리아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큰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연출은 “제피렐리는 수많은 공연 인원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면서도 세밀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뛰어나 연출가”라며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없다. 프랑코 제피렐리의 오리지널 연출을 한국에 그대로 실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다소 걱정 혹은 염려가 되는 부분은 그가 가졌던 시각을 전혀 다른 장소에 구현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잠실체조경기장은 아레나 디 베로나와는 너무 다른 공간이거든요. 게다가 제가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이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공연을 실현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저희가 가진 모든 기술적인 부분과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이 세 마디로 충분하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어요, 어서 와!”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하라다 마하(사진제공=빈페이지)“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어요” “어서 와, 잘 다녀왔어” 이 세 마디면 충분하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여행. 연예인으로는 처절하게 실패했지만 이 두 가지를 타고난 오카 에리카, 애칭 ‘오카에리’(잘 다녀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이야기는 그래서 눈물겹고 위안을 전한다. 큐레이터 출신의 작가 하라다 마하의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연애도, 여행도, 결혼도, 육아도, 이혼도, 솔로 탈출도, 재혼도, 창업도, 성묘도 TV나 간접경험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직접 경험 보다는 타인을 보며 안전함과 만족을 추구하는 시대에 어울리는 소설이다.아이돌에서 아이돌 출신 배우로, 안팔리는 배우로 내리막길을 걷더니 급기야 유일했던 TV방송 프로그램 ‘소소 여행’마저 폐지돼 버렸다. 에리카는 단 하나 뿐이던 프로그램 스폰서 명을 라이벌 브랜드로 잘못 말하는 통에 유일했던 일자리를 잃었고 ‘노출’ 화보를 제안받는 처지가 돼버렸다.홋카이도 최북단의 레분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여행을 꿈꿨다. 바다 너머 세상을 여행하고 싶었던 에리카의 꿈은 도쿄 수학여행에서 섬 메신저로 활약하는 자리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요로즈야 엔터 사장의 제안으로 아이돌 멤버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지만 그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하라다 마하(사진제공=빈페이지)엄마는 “성공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 막장으로 한 발짝씩 다가서는, 자꾸만 잦아지는 고난을 마주할 때면 사장은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을래?”라고 묻는다. 어쩐 일인지 사장 역시 “고향으로는 못돌아가. 비겁한 어른이 돼 버렸어”라고 자책이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5년 장수 프로그램의 저력은 에리카를 다시 여행하게 한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루게릭)으로 움직일 수 없는 딸 마요를 위해 대신 여행을 해달라는 엄마 우노씨의 의뢰를 받고서다. 화도(花道)로 유명한 우도 가문 사람들의 ‘대리 여행’ 의뢰는 인공호흡기를 거부하는 마요의 목숨 그리고 어긋나버린 아버지와의 관계가 걸린 절체절명의 것이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으로 유명한 아키타 현 가쿠노다테, 우도 가의 마지막 가족여행지였다. 폭우로 아버지를 실망시키고 뉴욕행 꿈마저 멈춰버린 곳.예보에도 없던 폭우, 4월에 어울리지 않는 함박눈 등 고난이 끊이지 않지만 그곳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그들이 마요에게 진심으로 전하는 “꼭 놀러 오세요!”라는 말들로 이야기는 온기를 더한다. 그렇게 에리카의 첫 ‘대리 여행’은 우여곡절 끝에 마요의 삶의 의지 부활,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 그리고 “내년에는 함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꿈으로 이어진다. ‘소소 여행’의 유일한 스폰서였던 에다 소스의 에츠코 에다 회장, 집안이 어려웠던 시절 먼 친척집 양자로 보내진 막내 여동생 미에코, 그의 유일한 혈육이자 ‘덴가와 마리’라는 이름으로 아이돌 활동을 했던 마리코 그리고 요로즈야 엔터 사장이 얽힌 사연까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에히메 현 우치코츠 시코쿠에 홀로 사는 마리코와 이 대리 여행의 의뢰 시점부터 행방불명돼 버린 사장, ‘소소 여행’의 사활을 건 미션에 에리카는 여행을 통해 사람들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성장하고 진짜 여행자가 돼간다.저마다의 상처와 슬픔을 품은 이들은 추억들에 손을 흔들어 인사할 때,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딸을 잃고 사랑하는 부인에게 버림받은 자포자기의 순간, 꿈으로 빛나던 때 그리고 오래도록 존재조차 몰랐던 하나 뿐인 조카의 ‘여행하지 않으실래요?’라는 메시지에 여행을 떠난다.그렇게 손짓하는 이들이 있고 에도 회장과 에리카처럼 양자로 떠나는 미에코와 사라져 버린 사장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어요” “어서 와!”라고 말할 상대와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무의미한 여행은 없다.”유준상, 공승연, 김재영 주연으로 드라마화돼 편성을 기다리고 있는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삶이 곧 여행’임을 각인시킨다.“성공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던 엄마와의 통화는 공감대이자 힐링 포인트다. 더불어 구로이시의 국물야키소바, 가쿠노다테의 다자와 호 옆 눈 내리는 4월의 노천온천과 꿀 가게, 히나이 토종닭 요리, 나마모로코시, 이치코 명물 도미밥과 단풍 등 쏠쏠한 여행지 정보와 시골 작은 마을 아낙네들 수다 속에 등장하는 ‘이병헌’에 대한 반가움 등은 덤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5 18:33 허미선 기자

[비바100] 6년만의 내한 안토니오 파파노 경 “욕심많은 지휘자와 런던심포니의 환상 케미, 지켜봐주세요!”

안토니오 파파노 경ⓒ Musacchio amp; Ianniello licensed to EMI Classics(사진제공=빈체로)“런던심포니는 특별한 동력(Motor)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연주하는 모든 음악에는 에너지와 격정(Excitement) 그리고 순수한 소통능력(Sheer Communicativity)이 깃들어 있죠. 그 표현력은 가히 폭발적입니다.”안토니오 파파노(Sir. Antonio Pappano) 경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런던심포니(London Symphony)와 함께 꾸릴 이번 내한공연(10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0월 3일 롯데콘서트홀, 10월 4일 경기광주 남한산성아트홀, 5일 대전예술의전당)에 대해 그는 “우리만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매력(Flair) 그리고 저와 오케스트라의 케미스트리를 전할 수 있는 멋진 기회”라고 각오를 전했다. 안토니오 파파노 경이 이끄는 런던심포니 내한공연 세종문화회관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2024/2025 시즌부터 런던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취임 예정인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벨기에 브뤠실 왕립 극장,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관현악단, 코번트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ROH). 로열 오페라 및 로열 발레단,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과 베를린 국립오페라 등 다양한 글로벌 악단을 이끌었던 지휘자다. “상임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놀라운 순간들을 만들어 갈 특별한 기회와 설레는 가능성에 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교향곡이든, 오페라든 다양한 레퍼토리로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함께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어요. 더불어 오케스트라의 역사가 레코딩을 통해 영원히 기록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스스로를 “욕심이 아주 많은 지휘자”라며 “가능한 모든 음악을 다루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이번 내한공연을 위해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세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에 따르면 1일 공연에는 “폴란드 음악과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가 결합돼 있다.” “이 둘이 어떤 관계성을 갖고 있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첫 번째 곡은 카롤 시마노프스키(Karol Szymanowski)의 ‘콘서트 서곡’(Concert Overture, Op.12)입니다. 시마노프스키는 말러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작곡가죠. 콘서트 서곡은 시마노프스키의 젊은 시절 작곡된, 말러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은 곡입니다. 활기차고 화려한 곡이지만 자주 연주되지는 않아요. 이번 시즌 런던심포니에서 (투어 프로그램으로) 소개한 곡이기도 하죠.”이어 피아니스트 유자 왕(Yuja Wang)과 협연하는 폴란드 음악가 프레데리크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의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2 in f minor Op.21), 말러 ‘교향곡 1번-거인’(Symphony No. 1 in D major ‘Titan’)이 연주된다.피아니스트 유자 왕ⓒJulia Wesely(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쇼팽의 음악은 항상 민속적인 요소를 품고 있어요. 그런 요소들은 말러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소박한 시골사람들, 그들의 춤 그리고 자연을 표현하고자 했고 리듬에 독특한 생동감을 부여했죠. 쇼팽과 말러가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려 만족스럽습니다.”3일 롯데콘서트홀 무대는 루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 ‘로마의 사육제’ 서곡(Le Carnaval Romain-Overture Op.9),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피아노 협주곡 1번’(Piano Concerto No.1 in F# minor, Op. 1),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의 ‘교향곡 3번-오르간’(Symphony No. 3 in C Minor, Op. 78)으로 꾸린다.그는 “특히 2부에서 연주될 생상스의 ‘교향곡 3번-오르간’은 제가 매우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며 “자주 연주되진 않지만 저는 이 곡을 지휘하는 걸 특히나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안토니오 파파노 경이 이끄는 런던심포니 내한공연 롯데콘서트홀 포스터(사진제공=빈체로)“여러 건반악기들이 등장하는데 오르간뿐 아니라 피아노도 포핸즈로 연주됩니다. 라흐마니노프, 쇼팽의 협주곡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선곡이죠. 이 곡은 피날레가 아주 유명해요. 현장에서 직접 들었을 때의 감동은, 그 어떠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 될 겁니다.”4일과 5일 공연에서는 유자 왕과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말러 ‘교향곡 1번-거인’이 연주된다.그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라흐마니노프다운 감성적이고 장엄한 멜로디와 어두운 색채, 아름다운 느린 악장.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하는 흥미진진한 피날레 악장까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화려한 기교가 돋보이지만 동시에 서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작품이죠. 이곡이 말러의 곡과 잇달아 연주됩니다. 라흐마니노프와 말러 모두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잖아요. 세기 말 격변기 속에서 그들의 음악이 탄생했습니다.” 모든 공연에서 협연하는 유자 왕에 대해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굉장히 특별한 아우라와 개성을 갖고 있는, 현재 가장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라며 “화려한 의상과 구두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유자 왕을 단순히 외적인 모습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극찬했다.“음악에 헌신적이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거든요. 아주 풍부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을 겸비한,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죠.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안전한 길 보다는 끊임없이 도전하며 스스로를 시험한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하고 있습니다.”그는 한국 클래식 시장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음악 및 공연 단체가 젊은 관객층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흔히들 클래식 공연은 흰 머리 관객들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런던심포니ⓒJohn Davis(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젊은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는 정말 다릅니다. 연주자들은 그 에너지를 바로바로 느낄 수 있어요. 관객의 소리와 긴장감 그리고 젊은 관객들이 뿜어내는 활기찬 열기가 무대로 고스란히 전달되거든요. 관객층이 젊으면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을 때의 반응도 좀 달라요. 더 활기차고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얽매이지 않은 축제분위기죠.”이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연주자 모두가 갈망하는 반응”이라며 2018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내한공연을 언급했다.“정말 특별했습니다. 당시 피아니스트가 조성진이었는데 공연장을 꽉 채운 젊은 관객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한시간 반이나 이어진 사인회에서 조성진은 록스타처럼 대우 받았어요. 정말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죠. 런던심포니가 한국 아티스트들과 협연할 때도 런던에 거주하는 젊은 한국 분들께서 엄청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세요. 정말 환상적이죠. 마치 축구 경기를 보러 오는 것처럼 아티스트를 응원하러 옵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관객이죠. 솔직히 한국이 많이 부럽습니다.”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과의 작업 역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정말 위대한 예술가”라며 “최근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역시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라고 털어놓았다.안토니오 파파노 경ⓒ Musacchio amp; Ianniello licensed to EMI Classics(사진제공=빈체로)“앞으로도 임윤찬과 계속 협업할 계획입니다. 조성진과도 다시 함께할 기회가 있어 무척 기대가 됩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접했던 두 아티스트는 어린 나이에도 서양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어요, 단순히 기술적으로만이 아니라 감정적으로까지 완벽히 이해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에요.” 이제 막 런던심포니 상임 지휘자로서 출발선에 선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앞으로 영국음악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더불어 과거 영국음악과 영향을 주고받았던 다른 나라 작품들도 함께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로, 다시 영국으로, 미국으로 이주했고 독일 바이로이트와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스라엘,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계 이탈리아인 지휘자로서 "다양한 국가적 배경”을 살려 “영국음악은 물론 미국과 이탈리아 음악도 지휘할 계획"을 털어놓았다.  “저는 가능한 모든 것을 탐구하고 싶은 욕심 많은 지휘자입니다. 특히 음악감독이자 상임 지휘자로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오페라의 콘서트 버전 지휘도 이어갈 예정이죠. 푸치니. 베르디 등 이탈리아 오페라는 물론 슈트라우스와 바그너 등 독일 오페라도 중요하게 다룰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5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