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방송·연예

[비바100] 보존과 창작 '멈춤' 없는 춤 행보…한영숙 정신의 정수 “나를 중심으로 끌어안고 뿜어내며 교감하는!”

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김매자가 30명의 제자들과 구릴 ‘숨, 푸리’ 연습장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한국 춤은 항상 내가 중심이에요. 나를 중심으로 안으로의 집중이죠. 나를 중심으로 장삼을 던지면서 혹은 회두(한쪽 팔씩 들어 올리며 그 방향을 돌아다보는 춤사위) 등을 통해 우주의 기를 모아 끌어들이고 내 안의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그렇게 교감하고 파동을 만들어 그 기를 전파하죠.”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자 전 이화여대 교수, 북경무용대학교 민족무용과 명예교수는 한국 춤의 정수를 “에너지의 순환이자 우주의 모든 것들과의 교감”이라고 짚었다.“우리 춤은 땅에서 탄생해 땅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들이고 하늘로 뿜어내며 아우르죠. 땅에 굳건히 발디디면서도 하늘로 뿌리고 원을 그어 우주를 덮어요. 끊김이 없어요. 나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흐르죠. 그게 한국 춤이에요. 특히 승무는 나를 중심으로 몸속의 흐름을 연결시키죠. 한국 춤에 절대 ‘멈춤’이란 없습니다.”◇나를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뿜어내는! ‘멈춤’ 없는 우리의 근본무형문화재 ‘승무’ 기능보유자 한영숙(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예술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요. 저 역시 ‘창작’에 집중하며 우리 춤을 추고 있죠. 환경에 따라 시대에 따라 제 춤 역시 변해가요. 하지만 그 방법론은 꾸준히 전승돼 온 훌륭한 우리 전통에 근본이 있어요.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현시대에 맞는 사회성을 가지고 만든다 해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근본을 잊어버린다면 그건 ‘우리 것’이 아니죠.““마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닌, 나를 중심으로 하는” 그 근본을 보존하면서도 창작에 집중하며 발레리나 김주원, 국수호 등과 함께 하는 ‘사색여정’ 등 팔순을 훌쩍 넘어서도 무대에 오르는 그의 ‘멈춤’ 없는 춤 행보에는 “내가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교본이자 한국 춤의 정수가 응축된 한영숙 선생님의 승무”가 있다.한영숙의 무형문화재 ‘승무’를 이수한 이애주류 승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무대에서 방향을 만들고 내 몸 속의 공간을 만드는 선생님의 무대를 보면서 제 ‘춤본’이 만들어진 거예요. 춘앵무, 궁중무용의 스승이였던 김천응 선생님께 배우며 터득한 바른 자세와 더불어 한영숙 선생님께는 승무를 통해 내 몸을 중심으로 공간과 시간, 방향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웠죠.”그렇게 스승들에게서 배우며 터득한 우리 춤의 정수는 그가 집대성한 ‘춤본’ 1, 2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첫 스승인 김천응 선생님도, 한영숙 선생님도 제자들이 정말 바른 길을 가기를 바라시는 타고난 춤꾼이자 인품까지 훌륭한 교육자”라며 “제자들에게 일절 뭔가를 요구하는 법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한영숙의 무형문화재 ‘승무’를 이수한 정재만류 승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1960년대, 엄격한 전통춤 계보에서 두 선생님은 ‘무조건 나만 따라와’가 아니라 제자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셨어요. 묵묵히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려주시고 격려하고 응원해주셨죠. 그런 두분의 춤과 인품이 저의 본보기이자 근본입니다.”그리곤 “생전에 한영숙 선생님이 ‘뉴욕 타임즈’ 인터뷰에서 저를 두고 ‘지랄 춤을 춘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다”며 “그 직후 홍콩에 공연을 간 저에 대해 현지언론들이 일제히 ‘크레이지 댄서가 왔다’고 대서특필했고 그 후로도 그렇게 회자됐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창작’에 집중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춤의 기본을 지키면서 저만의 춤을 추고 싶었거든요. 그런 저를 한영숙 선생님도, 김응천 선생님도 인정해주시고 그 행보를 묵묵히 지켜봐 주셨죠.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교육자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두분이 제 스승님이라는 사실이 영광스러워요.”◇5대가 모여 한마음으로 펼치는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span style="font-weight: normal;"한영숙의 태평무를 이은 박재희 보유자의 태평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한성준 선생님은 ‘우리 춤의 아버지’시고 한영숙 선생님은 그 손녀로서 할아버지로부터 전승한 우리 춤을 예술화하신 분이죠.”예술가로서 인정받을 수 없었던, ‘딴따라’로 폄훼되던 시절 춤꾼들은 악단에 섞여 혹은 길거리에서 춤을 추곤 했다. 그렇게가 아니면 춤도 출 수 없던 시절에도 한영숙은 “꿋꿋하고 고고하게 우리 춤의 명맥을 이어온 ‘진짜 춤꾼’이다.”그렇게 오롯이 지켜온 우리 춤의 대가 한영숙은 1988년 올림픽 폐막식,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살풀이 춤을 선보이며 ‘우리 춤’의 위상을 견고히 다졌다.  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살풀이‘(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그게 한영숙 선생님의 위대함인 것 같아요. 생계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할아버지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신, 선생님의 그 고고한 정신이요. 그러면서도 무대를 생각하시면서 1분, 2분, 3분짜리 17분짜리, 30분짜리 승무를 만드셨어요.” 그렇게 예술이 되고 무대화돼 전승돼온 한영숙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의 춤과 정신은 1990년 설립된 ‘한영숙춤보존회’가 선보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맥의 춤’(10월 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고스란히 스민다.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학춤(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이 무대에는 한영숙의 승무, 살풀이, 학무, 태평무 등이 김매자를 비롯한 박재희 한영숙춤보존회장·국가무형유산 태평무 보유자, 김숙자·정승희 승무 이수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제자와 그 제자들의 제자들까지 총동원된다. “이번에 100여명 넘는 인원이 참여해요. 이전에도 보존회에서 무대를 꾸리긴 했지만 이런 대통합의 무대는 처음이지 싶어요. 한영숙 선생님의 ‘승무’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수한 故이애주·정재만 선생님의 제자들까지 한데 모이는 화합의 장이죠.”한영숙의 춤과 정신을 잇는 한영숙춤보존회의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중 김매자가 30명의 제자들과 구릴 ‘숨, 푸리’(사진제공=한영숙춤보존회)◇여전히 ‘만족’을 모르는 살풀이 “이번 무대에는 제자 30명과 함께 올라요!”“저는 이번 무대에서 살풀이를 해요. 그간은 10여명 정도 함께 했는데 이번엔 30명이 한 무대에 오릅니다.”김매자가 30명의 제자와 함께 ‘숨, 푸리’를 선보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은 한성준에서 이어진 한영숙류 승무(1969년 홀춤으로는 첫 문화재 지정),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맥을 이은 이애주(1996년 지정), 정재만(2000년 지정)의 제자들이 한 무대에 올라 화합하는 ‘승무’로 시작한다.이어 김숙자 승무 이수자가 전통 승무와 조택원의 ‘가사호접’ ‘내림새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나빌레라’, 박재희 회장이 재구성한 ‘학춤’, 정승희 승무 이수자와 그 제자들이 선보이는 ‘살풀이춤’, 김매자와 30명의 제자가 꾸리는 ‘숨, 푸리’ 그리고 박재희와 제자들의 국가무형유산 한영숙류 ‘태평무’가 펼쳐진다“저는 살풀이가 그렇게 힘들어요.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니 쉬워 보이지만 근육도, 에너지도 정말 많이 들거든요. 게다가 기원과 축원을 담아야 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췄는데도 만족스러운 무대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죠. 이번에는 만족할 수 있을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그리곤 지난 6일 ‘한국 전통춤의 역사, 한영숙! 미래를 잇는 한맥의 춤’ 출연자 전체가 모였던 연습현장에서의 벅찬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다.“다들 얼마나 열심히들 잘 준비를 했는지…한영숙 선생님이 정말 귀한 걸 우리한테 남겨주셨구나 싶었어요. 우리 복이죠. 그 복을 얼마나 잘 활용할지 계속 고민하고 탐구하면서 발전시키는 건 이제 저희 몫이에요. ‘멈춤’없이, 나를 중심으로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1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그대로!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대표되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Arena di Verona Original Production) 그대로의 ‘투란도트’(Turandot, 10월 12~19일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 DOME)가 ‘드디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무려 100여년만의 첫 내한공연이다. ‘투란도트’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유작으로 타타르 국에 모욕적이고도 비참하게 어머니를 잃은 후 냉혹해진 공주 토란도트의 이야기다. 자신과의 결혼 조건으로 3개의 수수께끼를 내 남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던 투란도트가 망국 타타르의 칼라프 왕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3막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 등 대표 아리아로도 유명한 작품으로 이번 ‘투란도트’는 2019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가 2010년 무대화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과 더불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리는 공연으로 “프랑코 제피렐리는 제 인생을 바꾼 사람으로 늘 그의 옆에서 함께 일했다”는 스테파노 트레스피디(Stefano Trespidi)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이 재연출했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이번 ‘투란도트’의 핵심은 지난 6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개막작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다.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프랑코 제피렐리의 오리지널 연출을 한국에 그대로 실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가 가졌던 시각을 전혀 다른 장소에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쉽지만은 않았지만 저희가 가진 모든 기술적인 부분과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의 이소영 솔오페라단장 역시 12월 공연될 ‘어게인2024 투란도트’(12월 12~31일 코엑스 D홀)와의 차별점에 대해 “아레나 디 베로나가 100여년 역사 만큼 축적한 가치를 제대로 재현해 옮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여년만의 내한공연인 만큼 무대를 꾸리는 이들 역시 쟁쟁하다. 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인 다니엘 오렌(Daniel Oren)이 지휘봉을 잡는 ‘투란도트’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제공=솔오페라단)마린스키극장의 대표 프리마돈나 올가 마슬로바(Olga Maslova), 아레나 디 베로나와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활약 중인 옥사나 디카(Oksana Dyka)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한국 성악가로는 처음인 전여진이 투란도트 공주로 분한다.차가운 투란도트 공주의 마음을 보듬는 칼라프 왕자로는 스핀토 드라마틱 테너 마틴 뮐레(Martin Muehle),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협의회 오디션 우승자이자 도밍고 오페랄리아 도밍고상 수상자로 30여개국 무대에 60여개 역할로 분한 아르투로 샤콘-크루즈(Arturo Chacon Cruz)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09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대중 속에 놓인 국악관현악의 미래를 꿈꾸며, 제2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우리 국악관현악은 세계 예술 장르 역사로 보자면 아마 제일 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에 추진위원, 이용구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 등과 새로운 장르를 같이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좋은 연주, 공연 등을 선보이며 차곡차곡 쌓아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축제가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도 번듯하게 내놓을 만한 자랑스러운 축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소망으로 준비 중이죠.”9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10월 15~2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올해로 2회를 맞은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는 지휘자 박상후가 이끄는 KBS국악관현악단, 김재영이 지휘하는 새로 창단한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이용탁과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권성택과 국립국악원창작악단, 공우영과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 김창환과 강원특별자치도립 국악관현악단, 한상일과 대구시립국악단, 이현창과 영동난계국악단, 이동훈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김성국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상 공연일 순)이 무대를 꾸린다.피아니스트 양방언,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첼리스트 홍진호, 크로스오버 보컬리스트 박현수, 민요의 이희문과 젊은 소리꾼 김준수, 정윤형 등 그리고 일본의 고토 연주자 나카이 토모야, 중국 얼후 연주자 슈이유안, 베트남의 단트렁 연주자 카오 호 응아 등이 참여해 신구, 동서양, 국경을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인다.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안호상 사장은 “지난해(8회)에 비해 참여 단체가 10개로 늘었다. 이 축제 전 서울시가 진행하던 지역과의 교류사업을 한자리에 모으면 부피감도 생기고 주목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국악관현악 축제를 만들었다”며 “각 지역의 참여 열기와 관심을 보면 축제로 전환하길 잘 한 것 같다”고 변화점을 짚었다.“금년에도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가 늘고 있습니다. 아직 예산 등 여건이 안돼 전부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향후 차차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좋은 작품이 만들어져야 하고 좋은 연주자, 연주가 있어야 하지만 결국 객석을 누가 어떻게 채워주느냐가 가장 큰 부분이죠.”이에 또 다른 변화는 유료 전환이다. 안 사장은 “저희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관객의 반응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라며 “준비하는 마음이나 책임감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 짧은 역사의 국악관현악이 틀을 갖춰가는 데 우리 축제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국악작곡가, 지휘자, 피리연주자이기도 한 박범훈 축제 추진위원장은 “국악관현악단은 주로 지역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그간은 지자체 장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예는 드물었다”고 토로했다.“하지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가 생기면서 도지사님, 시장님 등이 행사 참여는 물론 국악관현악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죠. 저는 이것이 하나의 큰 효과라고 봅니다. 왜냐면 지자체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거든요. 지자체 장들이 관심을 가질 계기가 바로 이 축제에서 만들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김희선 추진위원은 “국악관현악은 과거에 머물러 있던 국악을 동시대 예술로 이끌어내는 노력의 성취”라며 “현재 우리 음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성장해 다양한 예술적이고 음악적인 성취를 만나고 더 나아가 국경 너머 관객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1965년 하나의 악단으로 시작했던 국악관현악이 1980년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쳐 지금은 전국에 50여개가 넘는 프로 악단을 갖고 있죠. 거기에 더해 아마추어·어린이·청소년 악단까지 생겨나며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음악적 자산으로 확장됐습니다.”이어 “국악 관현악을 통해 현대적인 국악, 당대의 양식에 대한 탐구는 물론 수많은 예술가들의 시도와 실천으로 미래의 한국 음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는 그간 우리의 음악적 자산을 밀도 있게 담아온 국악관현악의 진화를 담고 미래를 견인할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부연했다.“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는 국악관현악의 다양한 색채를 담아 오늘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밉니다.”9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부산시립관현악단과 무대에 서는 첼리스트 홍진호는 “학생 때부터 국악에 관심이 많아 관련 수업을 듣기도 했다. 독일 유학 중 (대한민국 국악관현악단축제 추진위원인) 김희선 교수님 수업을 들었는데 ‘첼로 산조를 외국인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고 전했다.“실제로 독일에서 첼로 산조를 연주했을 때 외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이야기를 몸소 체험했죠. 한국에 돌아와 몇몇 국악관현악단과 연주하면서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주법 차이,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났을 때의 생소함이 관객입장에서는 신선한 충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악관현악축제가 슬로건으로 내건 ‘대중과 함께하는’ ‘대중과 가까이’에 걸맞는 무대가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우리 축제가 국악관현악의 다양한 소리와 매력을 좀더 자세하게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장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전히 변두리에 있다고 여겨지는 국악관현악이 대중들에게 점차 가까워지지 않을까, 존재감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그 모습이 어떨지를 탐구하는 과정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하는 사람들만으로는 그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고 믿습니다. 이 시대 대중들과 만나야 길을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대중 속에 자꾸 국악을 가져다 놔야죠. 오래 전부터 이어온 국악의 에너지와 이 시대 대중들의 요구를 음악으로 버무려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국악 장르가 만들어지고 수용자가 많아지면서 제 모습을 갖추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10-01 00:16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제2회 DMZ 오픈 국제음악제 “대한민국 뿐 아닌 전세계를 아우르는, 인류와 자연의 더 큰 평화”

30일 열린 DMZ 오픈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DMZ 오픈 페스티벌 최재천 조직위원장(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 임미정 총감독(사진=허미선 기자)“제가 바라는 건 우크라이나에 안정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여전히 전쟁 중이고 매일 사람들이 죽고 있죠. 이런 때라 평화의 의지를 다지고 또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DMZ 오픈 페스티벌’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우크라이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Dmytro Udovychenko)는 제2회 DMZ 오픈 국제음악제(11월 9~16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참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이 의미 있는 행사에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기를, 더불어 평화라는 메시지가 잘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번 국제음악제는 개막공연 ‘오래된 시작’(A Beginning Long Underway, 11월 9일), ‘영화와 삶에 대하여’(On Life and Cinema, 11월 10일), 타악 앙상블 ‘나무와 종이 그리고 리듬’(Wook, Paper and Rhythm, 11월 12일), ‘현과 건반의 숙론’(A Conversation with Strings and Keys, 11월 13일), 챔버 오케스트라 ‘진지한!’(Serious! 11월 14일), 바이오린과 피아노 듀오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다양한!’(Various! 11월 15일), 폐막공연 ‘유빌라테! 운명에 대하여’(Jubilate! To Fate, 11월 16일)라는 주제로 구성된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 포스터(사진제공=DMZ 오픈 페스티벌)각 주제별 공연에는 드리트로 우도비첸코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소프라노 박혜상, 피아니스트 윤홍천,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그리고 체코의 거장 마에스트로 레오시 스바로브스키, 유렉 뒤발 등이 참여한다.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지난 5월 개막한 ‘2024 DMZ 오픈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DMZ 오픈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시 ‘통로’, 평화음악회, DMZ 걷기-마라톤, 에코피스포럼 등과 더불어 ‘생태와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한다.‘생태와 평화’라는 주제는 음악 프로그램 곳곳에 녹아들었다. 임미정 총감독은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곡 ‘아리랑 환상곡’ 등 “프로그램 뿐 아니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전혀 관계없는 곡을 연주하더라도 에너지나 울림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자연과 생태는 제이크 루네스테드(Jake Runestad)의 ‘플라워 인투 카인드니스’(Flower into Kindness)라든가 ‘나무와 종이 그리고 리듬’의 ‘타악 앙상블 콘서트’에서 선보일 탄둔(Tan Dun)의 ‘페이퍼 뮤직’에 녹아 있죠. 평생 평화에 대한 작품을 많이 쓴 크지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가 평화에 대한 기원을 담은 ‘야뉴스 데이’(Agnus Dei), 이를 라돔 챔버 오케스트라(Radom Chamber Orchestra)를 초청해 듣는 특별한 계기로 평화의 메시지를 넣는 등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올해는 DMZ 내 캠프 그리브스의 탄약고에서 50명 안팎의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는 소규모 음악회 ‘탄약고 시리즈’를 신설했다.탄약고 시리즈에서는 아레테 현악 사중주단(Arete Quartet, 10월 5일)와 리수스 콰르텟(Risus Quartet, 10월 19일) 그리고 배진우(10월 12일), 최영선과 궈융융(Yungyung Guo, 10월 26일), 반 클라이번 콩쿠르 입상자인 안나 게뉴시네(Anna Geniushene)와 드리트리 초니(Dmytroo Choni,11월 3일), 윤이상 콩쿠르 입상자 정규빈(11월 11일)의 피아노 콘서트가 진행된다.  30일 열린 DMZ 오픈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왼쪽부터),DMZ 오픈 페스티벌 임미정 총감독, 최재천 조직위원장(사진제공=DMZ 오픈 페스티벌)최재천 DMZ 오픈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열린 DMZ 더 큰 평화’라는 슬로건에 대해 “그간에는 DMZ를 둘러싸고 단순히 남북 간의 평화를 얘기했다. 하지만 DMZ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부상했다”며 “오랫동안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했기에 소중한 생태적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그 소중한 생태적 가치 안에서 더 큰 평화가 엮이게 된 겁니다. 이제는 단순히 정치적인 남북 평화만이 아니라 우리 인류가 자연과 어떻게 평화를 유지하면서 살게 될 것인지의 문제를 포괄하게 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DMZ는 대한민국 땅이 아닙니다.”이어 최 위원장은 “DMZ는 대한민국에 있지만 우리 국민들보다 외국인들이 관심이 훨씬 크다”며 “DMZ를 우리 땅이라고 개발해 버린다든가 보전에 실패한다면 국제적으로 얼굴을 들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래서 DMZ는 이제 인류 전체에 속한 땅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경기도가 내 건 ‘더 큰 평화’라는 개념은 의미가 큽니다. 단순히 정치적인 평화를 넘어 이제는 우리 인류가 자연과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데서 굉장히 소중한 개념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30 20:58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투란도트’, 프랑코 제피렐리 오리지널 연출 그대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연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재연출,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타이틀롤로 낙점된 소프라노 전여진(사진=허미선 기자)“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내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공연입니다. 아레나 디 베로나가 100여년 역사를 가지는 만큼 가치가 있죠. 그 가치를 제대로 재현해 옮기는 것이 차별점입니다.”이소영 솔오페라단장은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Arena di Verona Original Production)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10월 12~19일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 DOME)와 12월 공연될 ‘어게인2024 투란도트’(12월 12~31일 코엑스 D홀)의 차별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지난 6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개막작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무대는 100여년 만에 처음이다.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포스터(사진제공=솔오페라단)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유작을 2019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가 2010년 무대화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과 더불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리는 공연으로 “프랑코 제피렐리는 제 인생을 바꾼 사람으로 늘 그의 옆에서 함께 일했다”는 스테파노 트레스피디(Stefano Trespidi)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이 재연출한다.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에밀리아 가토(Emilia Gatto)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노래와 오페라를 사랑하는 잠재된 공통점을 통해 두 나라의 우정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인 다니엘 오렌(Daniel Oren)이 지휘봉을 잡는 ‘투란도트’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성악가들이 총동원됐다.마린스키극장의 대표 프리마돈나 올가 마슬로바(Olga Maslova), 아레나 디 베로나와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활약 중인 옥사나 디카(Oksana Dyka) 그리고 한국 성악가 전여진이 투란도트 공주로 분한다. 더불어 스핀토 드라마틱 테너 마틴 뮐레(Martin Muehle),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협의회 오디션 우승자이자 도밍고 오페랄리아 도밍고상 수상자로 30여개국 무대에 60여개 역할로 분한 아르투로 샤콘-크루즈(Arturo Chacon Cruz)가 칼라프 왕자로 호흡을 맞춘다.이소영 단장은 “12월의 ‘투란도트’도 굉장히 좋은 프로덕션”이라며 “이 작품은 무대, 의상, 캐스팅 등 모든 프로덕션 자체가 국내 제작”이라고 밝혔다.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연 솔오페라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예술부감독·재연출,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타이틀롤로 낙점된 소프라노 전여진(사진=허미선 기자)“한국에도 아레나 디 베로나 공연을 보러 가는 인구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의 가치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죠. 그런 때에 이탈리아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큰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연출은 “제피렐리는 수많은 공연 인원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면서도 세밀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뛰어나 연출가”라며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없다. 프랑코 제피렐리의 오리지널 연출을 한국에 그대로 실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다소 걱정 혹은 염려가 되는 부분은 그가 가졌던 시각을 전혀 다른 장소에 구현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잠실체조경기장은 아레나 디 베로나와는 너무 다른 공간이거든요. 게다가 제가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이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공연을 실현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저희가 가진 모든 기술적인 부분과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6년만의 내한 안토니오 파파노 경 “욕심많은 지휘자와 런던심포니의 환상 케미, 지켜봐주세요!”

안토니오 파파노 경ⓒ Musacchio amp; Ianniello licensed to EMI Classics(사진제공=빈체로)“런던심포니는 특별한 동력(Motor)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연주하는 모든 음악에는 에너지와 격정(Excitement) 그리고 순수한 소통능력(Sheer Communicativity)이 깃들어 있죠. 그 표현력은 가히 폭발적입니다.”안토니오 파파노(Sir. Antonio Pappano) 경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런던심포니(London Symphony)와 함께 꾸릴 이번 내한공연(10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0월 3일 롯데콘서트홀, 10월 4일 경기광주 남한산성아트홀, 5일 대전예술의전당)에 대해 그는 “우리만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매력(Flair) 그리고 저와 오케스트라의 케미스트리를 전할 수 있는 멋진 기회”라고 각오를 전했다. 안토니오 파파노 경이 이끄는 런던심포니 내한공연 세종문화회관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2024/2025 시즌부터 런던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취임 예정인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벨기에 브뤠실 왕립 극장,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관현악단, 코번트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ROH). 로열 오페라 및 로열 발레단,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과 베를린 국립오페라 등 다양한 글로벌 악단을 이끌었던 지휘자다. “상임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놀라운 순간들을 만들어 갈 특별한 기회와 설레는 가능성에 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교향곡이든, 오페라든 다양한 레퍼토리로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함께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어요. 더불어 오케스트라의 역사가 레코딩을 통해 영원히 기록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스스로를 “욕심이 아주 많은 지휘자”라며 “가능한 모든 음악을 다루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이번 내한공연을 위해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세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에 따르면 1일 공연에는 “폴란드 음악과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가 결합돼 있다.” “이 둘이 어떤 관계성을 갖고 있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첫 번째 곡은 카롤 시마노프스키(Karol Szymanowski)의 ‘콘서트 서곡’(Concert Overture, Op.12)입니다. 시마노프스키는 말러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작곡가죠. 콘서트 서곡은 시마노프스키의 젊은 시절 작곡된, 말러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은 곡입니다. 활기차고 화려한 곡이지만 자주 연주되지는 않아요. 이번 시즌 런던심포니에서 (투어 프로그램으로) 소개한 곡이기도 하죠.”이어 피아니스트 유자 왕(Yuja Wang)과 협연하는 폴란드 음악가 프레데리크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의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2 in f minor Op.21), 말러 ‘교향곡 1번-거인’(Symphony No. 1 in D major ‘Titan’)이 연주된다.피아니스트 유자 왕ⓒJulia Wesely(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쇼팽의 음악은 항상 민속적인 요소를 품고 있어요. 그런 요소들은 말러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소박한 시골사람들, 그들의 춤 그리고 자연을 표현하고자 했고 리듬에 독특한 생동감을 부여했죠. 쇼팽과 말러가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려 만족스럽습니다.”3일 롯데콘서트홀 무대는 루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 ‘로마의 사육제’ 서곡(Le Carnaval Romain-Overture Op.9),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피아노 협주곡 1번’(Piano Concerto No.1 in F# minor, Op. 1),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의 ‘교향곡 3번-오르간’(Symphony No. 3 in C Minor, Op. 78)으로 꾸린다.그는 “특히 2부에서 연주될 생상스의 ‘교향곡 3번-오르간’은 제가 매우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며 “자주 연주되진 않지만 저는 이 곡을 지휘하는 걸 특히나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안토니오 파파노 경이 이끄는 런던심포니 내한공연 롯데콘서트홀 포스터(사진제공=빈체로)“여러 건반악기들이 등장하는데 오르간뿐 아니라 피아노도 포핸즈로 연주됩니다. 라흐마니노프, 쇼팽의 협주곡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선곡이죠. 이 곡은 피날레가 아주 유명해요. 현장에서 직접 들었을 때의 감동은, 그 어떠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 될 겁니다.”4일과 5일 공연에서는 유자 왕과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말러 ‘교향곡 1번-거인’이 연주된다.그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라흐마니노프다운 감성적이고 장엄한 멜로디와 어두운 색채, 아름다운 느린 악장.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하는 흥미진진한 피날레 악장까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화려한 기교가 돋보이지만 동시에 서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작품이죠. 이곡이 말러의 곡과 잇달아 연주됩니다. 라흐마니노프와 말러 모두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잖아요. 세기 말 격변기 속에서 그들의 음악이 탄생했습니다.” 모든 공연에서 협연하는 유자 왕에 대해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굉장히 특별한 아우라와 개성을 갖고 있는, 현재 가장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라며 “화려한 의상과 구두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유자 왕을 단순히 외적인 모습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극찬했다.“음악에 헌신적이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거든요. 아주 풍부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을 겸비한,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죠.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안전한 길 보다는 끊임없이 도전하며 스스로를 시험한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하고 있습니다.”그는 한국 클래식 시장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음악 및 공연 단체가 젊은 관객층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흔히들 클래식 공연은 흰 머리 관객들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런던심포니ⓒJohn Davis(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젊은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는 정말 다릅니다. 연주자들은 그 에너지를 바로바로 느낄 수 있어요. 관객의 소리와 긴장감 그리고 젊은 관객들이 뿜어내는 활기찬 열기가 무대로 고스란히 전달되거든요. 관객층이 젊으면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을 때의 반응도 좀 달라요. 더 활기차고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얽매이지 않은 축제분위기죠.”이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연주자 모두가 갈망하는 반응”이라며 2018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내한공연을 언급했다.“정말 특별했습니다. 당시 피아니스트가 조성진이었는데 공연장을 꽉 채운 젊은 관객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한시간 반이나 이어진 사인회에서 조성진은 록스타처럼 대우 받았어요. 정말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죠. 런던심포니가 한국 아티스트들과 협연할 때도 런던에 거주하는 젊은 한국 분들께서 엄청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세요. 정말 환상적이죠. 마치 축구 경기를 보러 오는 것처럼 아티스트를 응원하러 옵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관객이죠. 솔직히 한국이 많이 부럽습니다.”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과의 작업 역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정말 위대한 예술가”라며 “최근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역시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라고 털어놓았다.안토니오 파파노 경ⓒ Musacchio amp; Ianniello licensed to EMI Classics(사진제공=빈체로)“앞으로도 임윤찬과 계속 협업할 계획입니다. 조성진과도 다시 함께할 기회가 있어 무척 기대가 됩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접했던 두 아티스트는 어린 나이에도 서양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어요, 단순히 기술적으로만이 아니라 감정적으로까지 완벽히 이해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에요.” 이제 막 런던심포니 상임 지휘자로서 출발선에 선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앞으로 영국음악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더불어 과거 영국음악과 영향을 주고받았던 다른 나라 작품들도 함께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로, 다시 영국으로, 미국으로 이주했고 독일 바이로이트와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스라엘,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계 이탈리아인 지휘자로서 "다양한 국가적 배경”을 살려 “영국음악은 물론 미국과 이탈리아 음악도 지휘할 계획"을 털어놓았다.  “저는 가능한 모든 것을 탐구하고 싶은 욕심 많은 지휘자입니다. 특히 음악감독이자 상임 지휘자로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오페라의 콘서트 버전 지휘도 이어갈 예정이죠. 푸치니. 베르디 등 이탈리아 오페라는 물론 슈트라우스와 바그너 등 독일 오페라도 중요하게 다룰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대한민국예술원 70주년 기념식·심포지엄 ‘향연’ “미래에 대한 성찰과 교류확대를 위해”

23일 오후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7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향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연합)“예술창작·기획에도 인공지능(AI)이나 챗GPT 등이 도입되는 시기입니다. 창작자의 고난이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 되는 시대죠. 그런 시대에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주제가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고 생각했습니다.”손진책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 부회장이자 7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장은 개원 7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향연’(10월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주제 ‘포스트휴먼과 예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부회장은 “7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70년, 미래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이 같은 쟁점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주제로 설정했다”고 부연했다.대한민국예술원 개원 7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향연’ 포스터(사진제공=대한민국예술원)배우 손숙 사회로 진행되는 ‘향연’에서는 ‘포스트휴먼과 예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과 더불어 신수정 예술원 회장(피아니스트)의 전언처럼 “의미있고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진다.”축하연주, 박정자·이근배 축시낭송 그리고 ‘포스트휴먼과 예술’에 대한 기조발제에 이어 각 분과별 발제와 질의, 실연이 펼쳐진다.문학분과에서는 황유원 시인의 ‘나무 인간의 속삭임’, 미술에서는 임성훈 교수의 ‘인간적인 너무나 기술적인’, 음악에서는 주대창 교수의 ‘손맛 음악의 디지털 맛’, 전정옥 연극평론가의 ‘우리 없는 세계’, 심정민 무용평론가의 ‘낯선 세계에서 숨 쉬는 춤’, 영화에서는 하승우 교수의 ‘클래식 몬스터즈의 괴이한 역습’ 발제와 질의로 이어진다. 발제 및 질의 후에는 각 분과 별로 자작시 낭송, 조영각 작가의 미디어 아트 ‘초월을 위한 경계 위에서’, 바리톤 김성길 등이 선보이는 ‘그대 있음에’ ‘바위고개’ ‘아무도 모르라고’ 등 한국가곡 3선, 손진책 연출의 연극 ‘스페이스 리어’, 장혜림 안무가가 이끄는 99아트컴퍼니의 무용 ‘땅을 위한 시’, 영화 렉처포먼스 ‘비 미래를 위한 생태학’이 실연된다.신수정 회장은 “대한민국예술원이 고희를 맞은 건 굉장한 의미”라며 “굉장히 고답적이고 우리끼리만이 아닌,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는 예술원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손진책 부회장은 “예술원이 원로들의 모임이다 보니 근엄하고 보수적인 느낌”이라며 ‘향연’에 대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발랄한 예술종합선물세트”라고 밝혔다.“앞으로 보다 많은 예술인 및 애호가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젊은 예술가들한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23 20:21 허미선 기자

[비바100]니체, 바그너, 미얀마…SMK인터내셔설 김성민 회장 “의연하게, 파르지팔처럼!”

바그너 초상 앞에 선 SMK인터내셔널 김성민 회장(사진=허미선 기자)“대학시절 푹 빠졌던 니체가 언급한 바그너에 빠져들었어요. 벌써 40년도 전의 일이죠. 대학시절부터 니체와 바그너, 헤르만 헤세의 ‘향수’ 그리고 ‘브레이킹 어웨이’라는 영화와 TV시리즈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 중 킹스필드 교수 파트를 보면서 꿈과 낭만을 키웠습니다.” SMK인터내셔널 김성민 회장은 그렇게 대학 도서관에서 영사기로 돌려본 영상으로 처음 접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세계관과 그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바그너의 음악을 듣다 보면 제가 바그너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그렇게 40년을 넘게 바그너는 저의 멘토죠. 힘들 때면 무조건 바그너를 찾습니다.”바그너로만 꾸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Bayreuther Festspiele)을 비롯한 푸치니 페스티벌(Puccini festival),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테아트로 마시모(Theatro Massimo di Palermo),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등을 찾는가 하면 녹록치 않은 출장의 여독을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으로 풀 정도로 그의 예술사랑은 깊다.SMK인터내셔널 사옥 2층에서 관악산을 굽어보고 있는 바그너 조각상(사진=허미선 기자)그가 40여년 간 키워온 예술사랑은 사옥 2층에서 관악산을 굽어보고 있는 바그너의 조각상, 고재윤 작가의 바그너 초상 회화, 13년 전 열었던 스페인 레스토랑 엘 올리보(El Olivo), 지난해 개관한 KL뮤지엄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니콜라라는 미얀마 이태리 조각가에게 바그너의 대리석 동상을 의뢰할까 고민 중”이라고 귀띔할 정도로 못말릴 김 회장의 예술사랑과 지역 발전에 대한 의지는 개관 1주년을 맞은 KL 뮤지엄에 응축돼 있다.한국의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선보인 ‘뉴히어로’(New Hero)를 시작으로 빌리 바길홀(Billy Bagilhole)과 마크 생부쉬(Mark Sengbusch) 2인전 ‘언더 더 트리 트렁크’(Under the Tree Trunk), 권여현의 ‘춤추는 사유’(In a Trance), 오스트리아의 전위 예술가 헤르만 니치(Hermann Nitsch) ‘Gesamtkunstwerk: 총체예술’에 이어 현재 스위스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Claudia Comte)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Ascending The Ashes: Tale of Renewal)가 한창이다.◇미얀마 쿠테타, 글로벌 경제난, 반토막난 매출 그럼에도 “계속된다는 것이 중요하죠”SMK인터내셔널 김성민 회장(사진=허미선 기자)“사업은 안정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쿠테타 전에 직원 5000명, 수출액 5000만불이었고 2025년 1억 달러 매출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 반토막이 나긴 했어요. 하지만 사업은 그럴 수 있습니다.”“피아노만 있으면 작곡할 수 있다”며 어디든 피아노를 동반해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낸 “바그너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더”는 김 회장은 “미얀마의 상황, 한국경제, 세계 무역경제의 어려움이 오더라도 제 비즈니스 여정은 계속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계속된다는 것. 그게 중요합니다. 결국 지속가능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니체가 말하는 ‘의지’겠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은 의지로부터 나오는 거니까요.”대학졸업 후 1985년 대우그룹 섬유개발부서에 입사했던 그는 8년만에 독립해 SKM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자라, 망고 등 글로벌 유명 패션 브랜드를 비롯한 의류 제조기업으로 자신의 영어 이름을 딴 남성 셔츠 전문 브랜드 ‘해리 켄트’를 론칭하기도 했던 그는 2000년 모두가 중국, 베트남 등으로 내달리던 때 미얀마로 향했다.“일단 사람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우리하고 문화적인 코드도 맞았죠. 제가 베트남에 공장을 안 세운 이유는 그들의 기술이나 사람들의 능력이 당시 이미 어느 수준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없어도 되는 곳이었거든요. 그런 곳에 굳이 공장을 세울 이유가 뭘까 싶었죠.”본사 건물과 개관 1주년을 맞은 KL뮤지엄, 13년째 운영 중인 스페인 레스토랑 ‘엘 올리보’가 과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이유기도 하다.클라우디아 콤테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Kamp;L뮤지엄 창 너머로 보이는 스페인 전문 레스토랑 엘 올리보.(사진=허미선 기자)“그래서 제가 아직까지 이 기업을 여기까지 밖에 못 키웠는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직원들입니다. 그들이 저를 이해해 주고 따라와 준다는 게 제일 중요하죠. 거기서 패션 제조업도, 문화예술 사업도 지속성을 얻거든요. 그게 안 되는 순간 끝입니다. 지난해 선친이 돌아가신 후 회장이 된 제가 문화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30년 넘게 함께 해온 현석호 사장님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사업을 도맡아 주고 계시죠.”군부 쿠테타와 그로 인한 내전, 민주항쟁으로 위험한 미얀마를 떠나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그는 바그너처럼 혹은 ‘의지’를 강조한 니체처럼 “사업적으로 더 큰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사업적 확장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며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어려울 때 함께 해야 진짜죠. 제 속에 비즈니스 마인드와 예술가적 마음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얀마에 공장을 짓고 그들의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하며 예술가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KL뮤지엄도 짓고 그러는 것 같아요. 남들과는 다른 선택, 미얀마의 정치 상황 등에 다들 걱정들을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할 겁니다. ‘무소의 뿔처럼’ 의연하게요.”◇3년여를 준비한 광주비엔날레 미얀마 파빌리온 “현재는 KL뮤지엄 정체성 고민 중”1주년을 맞은 Kamp;L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클라우디아 콤테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다들 미얀마에도 예술이 있냐고 묻곤 하지만 벌써 60여년간 내전과 민주항쟁이 치열한 그들의 문화, 예술은 정말 대단해요. 말로 표현이 도저히 안될 정도로 훌륭한 작가들이 많습니다. 보물찾기를 하듯 파빌리온을 꾸릴 작가들을 만났죠.”그는 3년 전부터 발로 뛰어 미얀마의 보석같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며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12월 1일까지) 파빌리온을 준비했다. 그에게 “미얀마를 떠나지 말아주세요”(Harry, Don’t Move Myanmar)라고 당부했던, 12시간을 이동해 만나 이틀에 걸쳐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정치범 출신의 작가 떼일린을 비롯한 미얀마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파빌리온을 꾸려 소개하면서 김 회장은 KL뮤지엄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이번 광주비엔날레 미얀마 파빌리온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작가들, 컬렉터들, 갤러리스트들 등을 만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굉장히 혼돈스러웠습니다. 40년 전 바그너의 음악을 들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이었죠.”미술관 부지 마련을 위해 15년 동안 3필지를 사들이며 공을 들인 KL뮤지엄의 애초 정체성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그와 선화예술중·고등학교, 미국 시카고 ‘SAIC‘(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미술 전공 후 국내외 유수의 갤러리에서 커리어를 쌓은 딸 김진형 실장이 함께 하는 미술관 그리고 음악과 미술이 공존하는, 아방가르드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미술관이었다.“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소장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숨은 보석들을 발굴·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믹스 앤 매치하며 균형을 잡을까 고민에 빠졌죠.” SMK인터내셔널 김성민 회장(사진=허미선 기자)스위스 작가인 클라우디아 콤테 전시 기간 중인 10월 6일 KL뮤지엄에서는 각종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 페스티벌과 10여명이 동원되는 스위스 전통 요들송 공연이 열린다. 그는 스페인 갤러리를 방문했다 발견한 와인을 직접 수입할 정도로 와인애호가이기도 하다. “저 나름의 와인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가서 만들어지고 세월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한다는 데서 예술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클라우디아 콤테 개인전이 끝나는 12월, KL뮤지엄에서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이고 있는 작품들에 좀더 다양한 미얀마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해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오페라 뮤지엄 팝업, KL 후속전시, 미얀마의 한국문화원 그리고 ‘파르지팔’span style="font-weight: normal;"클라우디아 콤테 개인전이 열리는 Kamp;L뮤지엄의 SMK인터내셔널 김성민 회장(사진=허미선 기자)“올 초 미얀마에서 아티스트들과 그곳을 떠나지 않고 남아 계신 한국 교민들 300분을 초청해 클래식 음악회를 열었어요. 마지막에 저와 사회자, 소프라노, 테너 등이 다 같이 ‘고향의 봄’을 불렀는데 전부 울컥해서 결국 떼창으로 이어졌죠. 벌써부터 내년에도 신년음악회를 할 건지 문의가 오고 있어요.”그렇게 김 회장은 매순간 음악 그리고 예술의 대단한 힘을 목도하곤 한다. 광주비엔날레 미얀마 파빌리온에 소개하고 싶었지만 판매를 한사코 거부했던 작품 소장자의 마음을 단박에 움직인 이 음악회의 지속성을 고민 중이기도 한 김성민 회장은 그만큼이나 바그너와 오페라 애호가인 이오테크닉스의 성규동 회장과 10월 예술의전당에 팝업으로 설치할 ‘오페라 박물관’ 준비에 한창이다.“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준비 중이시죠. 팝업 기간이 끝나고는 이오테크닉스 사옥에 박물관을 지어 옮겨갈 예정입니다. KL뮤지엄은 한명의 관객 앞에서 의연하게, 보다 공을 들여 연주한 위대한 예술가들처럼 단 한명의 관람객이라도 있다면 열어둘 겁니다. 13년 전 엘 올리보를 오픈했을 때도 그랬어요. 3년 간은 적자였죠. 어떤 날은 단 한명의 손님이 없기도 했어요. 그런 시기를 보내고 나니 지금은 잘 운영되고 있잖아요. 정말 단 한명의 고객, 관객이 중요한 것 같아요.”SMK인터내셔널 김성민 회장(사진=허미선 기자)KL뮤지엄은 콤테, 미얀마 작가들 기획전에 이어 내년에는 ‘금강산’을 주제로 의뢰한 윤종숙 화가 신작들을 선인다. 그는 “그 기간 중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 음악회도 기획하고 있다”며 “그 이듬해는 척박한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예술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라파 마카롱(Rafa Macarron) 개인전을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호세 전국투어와 동시에 기획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 오래 공들여 발굴해 선보인 미얀마 작가들 중 몇몇은 아트바젤 파리(Art Basel Paris), 아시아나우 파리(ASIANOW Paris) 등 글로벌 아트페어에 출품할 계획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바그너 작품들 중 가장 감동받은 하나가 ‘파르지팔’이라고 꼽은 그는 “제가 추구하는 인간형”이라고 털어놓았다.“캐릭터 자체가 가장 순수한 바보잖아요. 그 사람이 난세에 세상을 구원한다는 바그너의 메시지가 제 가치관과 잘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구원자가 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0세가 됐을 때 오페라 ‘파르지팔’을 국내 무대에 올리는 것 그리고 미얀마에 한국문화를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SMK 코리안 컬처 콤플렉스’를 짓는 게 꿈이에요. 제가 파르지팔이 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그 꿈을 향해 의연하게 제 길을 가고자 합니다. 무소의 뿔처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3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여름 끝자락, 벤야민 아플이 선사하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벤야민 아플(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그 기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끝자락에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연가곡 ‘겨울나그네’(Winterreise)가 무대에 오른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빌헬름 뮐러(Wilhelm Muller)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집으로 24개의 곡으로 구성돼 있다. 한겨울 실연한 주인공이 정처 없이 떠돌며 느끼는 감정들을 담은 작품들로 그 중 5번째 곡 ‘보리수’(Der Lindenbaum)는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잘 알려져 있다.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Winterreise in Summer, 9월 5일 롯데콘서트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 최초의 음악 프로젝트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글로벌 의류 ODM 한세실업, 문화 콘텐츠 플랫폼 예스24, 패션기업 한세엠케이 등을 거느린 한세예스24홀딩스의 김동녕 회장이 2014년 사재를 출연해 창립해 10주년을 맞았다.벤야민 아플과 사이먼 레퍼가 꾸리느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 포스터(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이 경제 협력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아시아의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국제문화교류전’, 각국의 현대문학을 엮은 ‘동남아시아 문학 총서’ 발간 등과 학술연구, 장학제도, 해외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 왔다.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는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첫 클래식 음악 공연으로 미술, 문학에 이어 클래식으로 문화예술사업을 확장하는 신호탄이다.‘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는 전설적인 성악가이자 지휘자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마지막 제자인 바리톤 벤야민 아플(Benjamin Apple)이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당대 위대했던 빌헬름 뮐러의 시를 들려 드리고자 본 공연을 기획했다”며 “국내에서 진행되는 성악공연이 오페라 또는 스타음악가의 리사이틀에 집중된 데 반해 저희는 당대의 위대한 시인과 작곡가의 작품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음악을 경험하시길 바랐다”고 전했다.“사망 1년 전 남긴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의 삶과 가곡의 정수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외롭지만 자유롭게 걸었던 방랑의 길, 실연의 상처를 간직한 남성이 차가운 겨울에 떠나는 추억 여행 등 그의 삶과 정서를 표현하고 있죠. 죽음을 앞둔 슈베르트의 삶을 대변하듯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고독한 24개의 곡들은 순진무구하면서도 죽음을 절묘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첫 음악 프로젝트 무대에 설 아티스트로 벤야민 아플을 선정한 데 대해서는 “그는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와 긴밀한 인연이 있는 성악가”라며 “2022년 영국 BBC 에서 ‘겨울 나그네’를 주제로 제작한 영화 ‘겨울기행’ 출연자이자 같은 해 런던에서 앨범을 발표했다”고 소개했다.전설적인 성악가이자 지휘자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인 바리톤 벤야민 아플(사진제공=벤야민 아플)은행원을 꿈꾸는 경영학도였지만 공부를 하던 중 문득 내면과의 깊은 대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끌어내는 시간이 없다고 깨닫고 음악가로 전향한 벤야민 아플은 그와 오래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이자 영국왕립음악원 교수 사이먼 레퍼(Simon Lepper)와 함께 첫 내한무대를 꾸린다. 그는 “가곡 무대에서 성악가와 피아니스트의 협업은 너무 중요하다. 동등한 파트너십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뢰”이라고 전했다.“가곡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는 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 뒤편에 앉는데 마치 제게 날개를 달아주는 느낌이에요. 사이먼은 단순히 좋은 연주자가 아니라 저를 향한 지지와 친구로서의 우정을 보여주는 피아니스트죠.”‘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에서 벤아민 아플과 무대를 함께 꾸릴 피아니스트 사이먼 레퍼 영국왕립음악원 교수(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겨울나그네’에 대해 “200년전에 쓰여졌지만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이라며 “지금 독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도 있지만 엄청난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이 작품이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첫 번째 음악 프로젝트로 선정된 건 아주 좋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시와 음악이 결합된 거의 완벽한 작품이거든요. 독일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의 형태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 영혼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내면의 여행을 떠나는 용기있는 젊은이죠. 대부분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잖아요. 24개의 작품을 통해 내면의 감정들을 들여다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04 18:16 허미선 기자

[비바100] 견고한 사운드 위에 생동감 넘치는 집을 짓다! 지휘자 최희준 “베토벤으로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베토벤을 통해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최희준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베토벤은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에 포기와 절망 대신 이겨내고자 하는 희망을 음악을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그의 음악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줄 것이며 때로는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다섯 번째를 맞은 클래식 레볼루션(9월 7~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프로그램(9월 8일)을 선보일 지휘자 최희준은 그의 음악에 대해 “어려움을 음악으로 이겨내겠다는 희망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베토벤을 통해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최희준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그가 예술감독으로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함께 하는 이번 무대에서는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서곡을 시작으로 ‘피아노 협주곡 3번’(Piano Concerto No.3 in C minor Op.37),  ‘교향곡 2번’(Symphony no. 2)을 연주한다.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서곡은 ‘클래식 레볼루션’이라는 기획을 고려한 것으로 “혁명, 레볼루션이라는 단어는 뭔가 큰 기대감과 좋은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을 담은 선곡이다. 남편을 구하기 위해 피델리오라는 보조간수로 남장을 하고 교도소로 간 레오노레의 이야기로 “그가 보여준 용기와 사랑의 힘, 그 희망의 에너지가 가득 담긴 서곡으로 연주회를 연다.” 더불어 ‘피아노 협주곡 3번’과 ‘교향곡 2번’ 역시 베토벤이 난청이 심각해지던 시기에 쓰여진 곡들로 그 어려움을 음악으로 이겨내고자 했던 의지가 깃들었다. 희망의 에너지, 어려움을 음악으로 이겨내고자 했던 의지 등은 그가 베토벤에 대해 “음악적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 모두의 선생님”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인 동시에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지금 사람들이 좀 더 확실하게 꿔야할 꿈이이기도 하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 “그만의 대담한 확신과 독창성, 강렬한 표현 등에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게 매우 논리적으로 구조적이어서 마치 100년, 200년도 갈 수 있는 튼튼하고 멋진 건축물을 보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베토벤을 통해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최희준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반드시 작곡가의 의도에서 출발한다는 그는 이를 ‘집 위에 집을 짓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음악가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던 난청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베토벤의 희망과 긍정에너지, 이겨내고자 했던 의지 등을 담은 “단단하고 견고한 사운드”라는 집 위에 그는 “생동감 넘치는 집을 짓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수원시향의 살아있는 연주와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감동의 사운드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지휘란 음악을 이끄는 것인 동시에 소통이죠. 리허설 과정에 단원들과의 소통의 시간은 너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충분한 소통으로 이루어진 리허설은 연주의 밑거름이 되며 하나된 사운드로 관객들을 음악의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자산인 최희준 지휘자의 악보(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자신만의 해석을 비롯해 구체적인 메모들로 가득 찬 자신의 악보를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자 “아무리 엄청난 돈을 준다 해도 절대 안팔 진짜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그렇게 악보나 음악은 음악가 뿐 아니라 모든 예술과 장르의 영감이 되곤 한다. “음악은 늘 살아 있어야 한다. 고인이 되신 제 지휘 선생님, 바움 교수님(Prof. Baum)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셨습니다. 한 교향곡에 음표가 과연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그 분은 그 수많은 음표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영혼이 느껴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1초의 순간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주셨죠. 연주회 시작을 알리는 ‘피델리오’ 서곡의 첫음부터 마지막 교향곡의 끝음까지 살아있는 음악과 연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9년만의 ‘파우스트 교향곡’ 최수열 지휘자 “리스트 스스로를 투영한 양면성 그리고 위안”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들은 감정적인 표현과 인간 개인에 대한 생각을 음악에 담고자 했습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제시한 인간의 자아에 대한 화두는 분명 그 당시 작곡가들에게는 탐나는 주제였을 겁니다.”  클래식 레볼루션(9월 7~11일 롯데콘서트홀) 셋째 날(9월 9일)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파우스트 교향곡’(A Faust Symphony)을 선보일 지휘자 최수열은 수많은 작곡가들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음악을 꾸린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와 테너 이범주, 한경 arte필,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함께 할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연주는 2015년 임헌정 지휘자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파우스트’를 주제로 진행한 ‘파우스트와 만나다 II: 악마와의 거래를 연주하다’ 이후 9년여만이다.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그의 말처럼 리스트를 비롯해 ‘파우스트 실잣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을 쓴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 Op. 24)의 루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 ‘파우스트 환상곡’(Faust Fantasy)의 파블로 데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오페라를 쓴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 가곡 ‘메피스토펠레의 벼룩의 노래’(The Song of the Flea)의 모데스트 무소륵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교향곡 8번 내림마장조-천인’(Symphony No. 8 in E♭ major, Symphony of a Thousand)의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등 수많은 음악가들이 괴테의 ‘파우스트’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데는 ‘인간’이 있었다. 최수열 지휘자의 호소(?)처럼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파우스트’를 스토리텔링이 아닌 오롯이 캐릭터의 성격 묘사에 집중해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이다.  “파우스트와 그레첸,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오르간과 합창, 테너 솔로 등이 어우러지는 구원까지 4개 부분으로 나뉘죠. 파우스트 악장에는 주제가 20개 정도가 나와요. 심리적으로 뭔가 요동을 치는데 평온했다가 동경했다가 휘몰아쳤다가 안정을 취했다가 승리를 향해 가기도 하고…우왕좌왕하죠.”이어 “그레첸은 일관성있게 사랑을 주제로 하고 악마 혹은 파우스트 내면의 악한 모습일 수도 있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자극적이고 빠른 템포, 거친 주제들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리스트가 피아니스트로 그러했듯 강한 것은 너무나도 거칠게, 여린 것은 한없이 부드럽게, 치열한 것은 극적으로 치닫을 정도로 격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그렇게 리스트는 방향성이 매우 확실한 음악을 보여주는 음악가죠.”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지휘자로서 리스트가 느낀 파우스트에 대한 질문에 그는 “‘파우스트 교향곡’에 리스트 자신을 투영했다고 분명히 느낀다”며 “오랜 시간 동안 이 작품에 몰두했던 것도 자신의 삶을 ‘파우스트 교향곡’에 녹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천재 피아니스트로서 온갖 주목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압박과 고뇌도 공존했어요. 리스트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양면성으로 자아를 표현하고 그레첸과 마지막 코랄을 통해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누구나 하는 혹은 이미 너무 잘하는 사람이 있는 분야가 아닌 것들을 하고자 했던” 그는 교향시와 현대음악을 꾸준히 선보여온 지휘자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게 있고 실제로 잘하는 게 있고 해야만 하는 음악이 있는데 세 가지를 다 충족시킨 게 현대음악”이라고 털어놓았다.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그의 주종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현대음악으로 ‘파우스트’를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워낙 대작이기 때문에 저 역시 스토리텔링보다는 리스트 식의 성격묘사가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현대음악의 범위 내에서는 얼마든지 음악이 더 과감해질 수 있거든요. 이를 테면 음향적이나 구조적인 아이디어를 넣어 파우스트의 묘사는 더 혼란스럽게, 메피스토펠레스는 훨씬 자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번 공연에서 그는 70여분에 달하는 ‘파우스트 교향곡’ 단 한곡만을 연주한다. 그의 전언처럼 “기획하는 입장에선 체감시간 보다는 소요시간이 중요하다보니 사실 ‘파우스트 교향곡’ 한곡만을 연주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는 “물리적으로는 다소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체감 시간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며 “이 한곡만 들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다른 서곡 등 없이 ‘파우스트 교향곡’만을 연주한다”고 설명했다.“체감시간을 좌우하는 요소는 음악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죠. 기승전결이 들어간 20분짜리 교향시와 변주곡 형태의 짧은 20분짜리 협주곡은 소요시간은 같아요. 하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분명 다를 겁니다. 전자가 뭔가를 덧붙이는 곡들이 투머치로 느껴질 수 있다면 후자의 경우는 다른 작품으로 밸런스를 만들어야 청자의 만족도와 집중도가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1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창단 30주년 세종솔로이스트 강경원 예술감독 “급변의 시대에도 아름다움 추구, 젊은 연주자 성장, 사회 기여!”

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예술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세종솔로이스츠 입단 전에도 워낙 재능이 특출 났고 기량이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이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세종에서 쌓은 리더십, 유연성, 팀워크 등 경험들이 본인에게 굉장히 좋은 성장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1994년 강효 미국 줄리어드음악원·예술대학교 교수와 창단부터 30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Sejong Soloists, 이하 세종) 예술감독은 몸담았던 단원들의 놀라운 성장과 성공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세종은 1994년 창단부터 탁월한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해 한데 모아 최고의 연주와 가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목표를 꾸준히 실행해 왔다. 이 중 두 번째 목표인 ‘경험의 기회’는 한데 어우러진 연습을 통한 예술적 성취감, 세계무대에서의 연주 그리고 그로 인한 전세계 관객과의 소통이다.  세종솔로이스츠 출신의 글로벌 악단 악장들과 강경원 예술감독. ‘제7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설 다니엘 조(왼쪽부터), 강경원 예술감독,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세종을 통한 최고 연주와 경험의 기회는 젊은 연주자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자양분이 돼 그들을 성장시켰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챈(David Chan), 뉴욕 필하모닉 악장 프랭크 황(Frank Huang), 몬트리올 심포니 악장 앤드류 완(Andrew Wan), 함부르크 필하모닉 악장 다니엘 조(Daniel Cho) 등을 비롯해 세종 출신의 글로벌 악단 악장(Concertmaster) 만도 9명이다.더불어 2021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솔로 부문(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을 수상한 비올리스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역시 세종이 배출한 연주자다. 2001년 글로벌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에 입단한 그는 2004년 그 일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디며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07년부터 2019년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 리처드 용재 오닐, 다니엘 정, 유 치엔 쳉, 문태국, 김한, 스티븐 린)로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2020년부터는 세계적인 타카치 콰르텟(Takacs Quartet, Edward Dusinberre, Harumi Rhodes, Richard O‘Neill, Andras Fejer) 일원으로 합류해 활동 중이다.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예술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번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에서도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환경, 다양성, 테크놀로지가 융합됩니다.”강 감독은 올해로 7회를 맞은 세종 주최의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Hic et Nunc! Music Festival 8월 16~9월 2일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그 중 한 가지를 말씀드린다면 테크놀로지 부분의 생성형 AI입니다. 8월 24일 연주될 ‘플로우 심포니’인데요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죠. 그래서 공연도 실시간으로 약간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습니다.”강 감독이 언급한 ‘플로우 심포니’(Flow Symphony)는 세종이 MIT 교수이자 작곡가인 토드 마코버(Tod Machover)에게 위촉한 곡으로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 앤드류 완, 다니엘 조까지 네명의 악장이 한 무대에 오르는 ‘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8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된다.“공연 후에는 ‘플로우 심포니’를 MIT 미디어랩 웹사이트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퍼스널라이즈된 AI를 통해 본인 취향에 맞게 곡을 변형해 들어볼 수 있죠. 이 시도를 위해 처음부터 작곡된 케이스는 이 곡이 최초일 겁니다. 그 점에서 올해는 테크놀로지 이슈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제7회 힉엣눙크!는 ‘플로우 심포니’와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이자 작곡가 김택수 신곡 ‘네대의 바이올린과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with/out)이 연주될 ‘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와 더불어 환경과 다양성, 테크놀로지 그리고 30주년을 맞은 세종의 역사성이라는 테마에 걸맞는 프로그램들로 무장했다. 27일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할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우선 리처드 용재 오닐이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Christopher Theofanidis)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하고 소프라노 황수미가 오페라 아리아로 무대를 꾸리는 ‘세종솔로이스츠의 Pure Lyricism’(8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폴 황 바이올린 리사이틀 with 세종솔로이스츠’(8월 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등 세종의 선배들이 무대를 꾸린다.더불어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비바챔버앙상블 마스터클래스’(8월 16일 삼성금융캠퍼스), ‘힉엣눙크! NFT살롱’(8월 21일 언커먼갤러리), 다큐멘터리 시사회 ‘얼.’(Earl. 8월 25일 JCC 아트센터 콘서트홀), 베이비콘서트 ‘Songs My Mother Taught Me’(8월 29일 코스모스아트홀),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 ‘이해수 비올라 리사이틀’(8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도 펼쳐진다.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예술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급변하는 시대에 대해 강 감독은 “클래식 쪽에서도 지역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속도가 참 다르다”며 “저 역시 뉴욕과 서울의 환경에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가령 미국의 톱 오케스트라 몇개는 연합해 이머시브 공연을 개발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 들었습니다. 반면 어떤 도시에서는 아직도 3B(브람스, 바흐, 베토벤) 같은 테마가 관객의 관심사를 끌고 있죠. 변화에 저마다 다른 속도로 임하고 있지만 일괄적인 가치를 찾자면 예술이 주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젊은 연주자의 성장을 도우며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6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창단 30주년 세종솔로이스츠의 7번째 힉엣눙크! “동시대성과 미래 그리고 역사성”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7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다니엘 조(왼쪽부터), 강경원 예술감독,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은 세종솔로이스츠가 미래지향적인 그리고 동시대 예술성,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를 반영하기 위해 시작한 음악제입니다. 현 사회의 이슈, 문제점, 함께 고민해야할 점 등을 찾아봤는데요. 환경과 다양성 그리고 테크놀로지였습니다.”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이하 세종) 예술감독의 설명처럼 올해로 7회를 맞는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Hic et Nunc! Music Festival 8월 16~9월 2일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도 환경, 다양성, 테크놀로지에 집중한다.“더불어 세종솔로이스츠 30주년을 테마로 녹여 세종 출신 단원 중 지금까지도 저희랑 계속 협업을 하는, 여러분이 아실만한 분들을 초대해 함께 연주합니다.”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예술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1994년 창단해 30년을 지켜온 데 대해 강 감독은 “어떻게 보면 길고 또 어떻게 보면 짧은 세월”이라며 “제가 느끼는 건 시작은 쉽다, 하지만 지속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려웠던 만큼 보람도 있고 감회도 깊습니다. 시작부터 30년을 함께 했으니까요. 그 30년 간 지켜온 가치는 두 가지였습니다. 노력할 수 있는 한 제일 좋은 연주를 하는 것 그리고 이 단체를 통해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세종 모두의 의지입니다.”올해의 힉엣눙크!는 환경과 다양성, 테크놀로지 그리고 세종의 역사성을 테마에 걸맞는 프로그램들로 무장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챈(David Chan), 뉴욕 필하모닉 악장 프랭크 황(Frank Huang), 몬트리올 심포니 악장 앤드류 완(Andrew Wan), 함부르크 필하모닉 악장 다니엘 조(Daniel Cho)가 한 무대에 서는 ‘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8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소프라노 황수미와 함께 하는 ‘세종솔로이스츠의 Pure Lyricism’(8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폴 황 바이올린 리사이틀 with 세종솔로이스츠’(8월 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등 세종의 선배들이 무대를 꾸린다.더불어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비바챔버앙상블 마스터클래스’(8월 16일 삼성금융캠퍼스), ‘힉엣눙크! NFT살롱’(8월 21일 언커먼갤러리), 다큐멘터리 시사회 ‘얼.’(Earl. 8월 25일 JCC 아트센터 콘서트홀), 베이비콘서트 ‘Songs My Mother Taught Me’(8월 29일 코스모스아트홀),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 ‘이해수 비올라 리사이틀’(8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도 펼쳐진다.‘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에서는 MIT 교수이자 작곡가인 토드 마코버(Tod Machover)에게 위촉한 ‘플로우 심포니’(Flow Symphony)와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이자 작곡가 김택수 신곡 ‘네대의 바이올린과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with/out)이 연주된다.강 감독은 “김택수 작곡가의 신곡 위촉 이유는 심플했다. 4명의 악장과 30주년을 기념하고 싶었고 4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하려니 협주곡 위촉은 너무 당연했다”고 설명했다. ‘제7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세종솔로이스츠 출신의 악장들. 왼쪽부터 다니엘 조,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창단 30주년을 맞으면서 좀 더 복합적인 곡을 해보고 싶었어요. 스트레이트 콘서트가 아닌 스테이지가 되고 스토리텔링이 있는 그런 곡이요. 이 시점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많이 쓰신 토드 마코버 교수님과 좋은 파트너가 되겠다 싶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디벨롭했습니다.”관계자에 따르면 토드 마코버 교수의 ‘플로우 심포니’는 “그 윤곽이나 실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에 쌓여 있는 프로덕션”으로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27일에는 리처드 용재 오닐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Christopher Theofanidis)의 비올라 협주곡이 아시아 초연된다. 9.11 테러가 발생한 시기 1악장이 작곡된 곡으로 리처드 용재 오닐에 따르면 ”마치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 같은 곡“이다.27일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할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세종 출신의 악장들은 저마다가 생각하는 세종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프랭크 황은 “각기 다른 교육, 표현,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음악이라는 목적을 위해 모이는 곳이 바로 세종솔로이스츠”라며 “각자의 감정과 아이디어를 가진 연주자들이 모여 마법과도 같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리고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밝혔다.꽤 오래 세종과 함께 한 프랭크 황은 “상당히 흥미로운 앙상블이라고 생각했다”며 “전세계에 수많은 현악 사중주단과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세종이 내는 사운드는 매우 특별하다”고 전했다.“매우 독특한 방식의 리허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작품에 대한 연주방향을 가이드하는 지휘자도 없이 매우 민주적인 절차로 연습이 진행됩니다. 모두가 각자 의견을 내고 조율해 같은 목표의 음악을 만들어 내죠. 이처럼 세종이 가진 민주적인 방식이 각 개인의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 역시 뉴욕 필 단원들과의 리허설에서 그 민주적인 절차를 날마다 적용하고 있거든요. 어느 한 사람의 의견도 묵살되지 않도록, 모두의 의견이 존중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세종에서 배웠습니다.”이어 “하나의 아이디어, 한 프레이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디테일하게 음악을 만들어갈 기회는 많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세종의 연주가 더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제7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데이비드 챈은 “세종 솔로이스츠는 아주 눈부신 기교와 앙상블 그리고 사운드를 추구하는 곳”이라며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변함없이 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7일 공연에서 지휘자로서 포디움에 선다.“3년 전쯤 한국에서 지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오페라 아리아와 현대 비올라 협주곡을 한 무대에서 지휘한다는 점이 다르죠. 저에게 상당히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든, 다소 낯선 현대 비올라 협주곡이든 핵심은 최고의 음악을 전달하는 겁니다. 저의 아이디어가 아닌 각 곡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최대한 표현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이어 “오페라 아리아들이 저에겐 친숙하지만 세종 멤버들에겐 연주 경험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각 레퍼토리에 대한 표현, 융통성, 톤 등 제가 가진 지식을 전달하면서 준비할 예정”이라며 “비올라 협주곡은 신곡이라 정확성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이에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언어로 충분히 멤버들과 소통하면서 연습할 예정입니다. 제가 지휘봉을 들든 바이올린을 연주하든 결국 중요한 핵심은 최고의 음악과 예술성을 전달하는 것이니까요.”다니엘 조는 “저한테 세종은 음악적 가족”이라며 “오랜만에 봐도 아주 반갑고 그저께 본 것 같은 그런 가족”이라고 털어놓았다.“저는 3살 때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까지 다녔거든요. 저의 첫 고향이기도 하다 보니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에너지를 얻어가는 것 같아요. 미국과 유럽에서도 많은 연주를 했지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클래식 관객처럼 열정적이고 익사이팅한 관객들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힉엣눙크! 공연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4 19: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첫 앨범 ‘포엠’ 발매한 플루티스트 김유빈 “가장 김유빈다운 프랑스!”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의 사운즈S에서 기자들을 만났다ⓒShin-joong KimMOC(사진제공=목프로덕션)“이번 음반은 주로 인상파, 후기낭만파 등 20세기 작품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프랑스 음악의 색채를 ‘팔레트’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미술에서 물감을 칠하듯 무지개 같은 색상으로 표현하죠. 뚜렷한 색감 보다는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듯한, 인상파의 대표적인 특징적인 음색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플루티스트 김유빈은 첫 정식음반 ‘포엠’(Poem)에 대해 “16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공부하며 그 문화와 언어를 배워가면서 느낀 점들을 담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유빈은 ARD 국제음악콩쿠르 플루트 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없는 2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등을 석권하며 글로벌 클래식 신에서 급부상한 연주자다.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첫 앨범 ‘포엠’ 커버(사진제공=목프로덕션)수차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객원 수석으로 초청받았고 마에스트로 에사-페카 살로넨(Esa Pekka Salonen)의 부름을 받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플루트 종신 수석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오래 프랑스에 머무르다 독일 베를린으로 옮긴 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플루트 종신 수석으로 낙점되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는 그는 “딱 6개월 됐는데 아주 행복하게 활동 중”이라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첫 음반이다 보니 최대한 대중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플루티스트로서 꼭 접해야만 하는 작품들 그리고 플루트의 주요 작품들로 구성했죠. (제가 주로 연주해온) 바로크 음악은 녹음과 라이브 연주가 너무 다른 매력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첫 앨범이니 좀 생동감 있고 듣기에 신나면서 활동적인 곡들로 꾸리고 싶었죠.”수록곡 선정 배경에 대한 그의 설명처럼 이번 앨범은 오롯이 프렌치 스쿨(French School) 곡들로 꾸렸다. 전반부에는 피에르 상캉(Pierre Sancan)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Sonatine pour Flute et Piano)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플루트 솔로를 위한 시링크스’(Syrinx pour Flute seule)와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L. 86)이 담겼다.“상캉은 플루트라는 악기의 특징과 제대로 된 매력을 잘 알고 있는 작곡가예요. 플루트는 고음악기죠. 다소 어렵지만 최고음을 작게, 저음을 크게 내는 게 가능한 매력적인 악기죠. 상캉의 작품은 모든 음역대와 적절한 템포를 음악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요. 플루트가 내기 편한 음역대와 템포를 맞추고 있어 플루트의 매력을 발산하기 가장 좋은 작품이죠.”플루티스트 김유빈ⓒShin-joong KimMOC(사진제공=목프로덕션)이어 드뷔시에 대해서는 “인상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로 플루트 곡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그 중 무반주 곡이나 그리스 신화 중 요정의 이름을 딴 ‘시링크스’는 플루트에서 매우 귀한 곡”이라고 부연했다.앨범 중반 이후로는 프란시스 풀랑(Francis Poulenc)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Sonate pour Flute et Piano, FP. 164), 앙리 디튀에(Henri Dutilleux)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Sonatine pour Flute et Piano) 그리고 마지막에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편곡 버전의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가장조’(Sonate pour Violon et Piano en La Majeur, FWV. 8-Arrangee pour Flute et Piano)가 배치됐다.플루티스트 김유빈ⓒShin-joong KimMOC(사진제공=목프로덕션)“풀랑은 관악기에 강한 작곡가여서 빼놓을 수 없고 디튀에는 21세기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는, 플루티스트라면 꼭 접해야 하는 작품이죠. 마지막 트랙인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가장조’는 제 개인적인 희망으로 바이올린을 위한 곡으로 플루트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어서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곡입니다.”“녹음 스튜디오를 정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그의 앨범은 부천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녹음됐다.이에 대해 “이번 앨범의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결정했는데 집중력도, 음향도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통상 ‘연주자의 명함’이라고 불리는,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해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을 발매하기를 항상 꿈꿔 왔어요. 그 꿈이 이루어져서 정말 꿈만 같습니다.”이렇게 소감을 전한 그는 18일부터 녹음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김도현과 앨범 동명의 리사이틀(8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25일 대전클라라하우스,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28일 부산문화회관) 투어에 돌입한다.“제가 연주하면서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작곡가의 이야기를 대변해서 풀어내는 과정에서 제가 주체가 돼 연주하는 겁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제 이야기가 담긴 결과물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콩쿠르마다 항상 들었던 얘기도 ‘정말 김유빈의 연주 같다’였죠. 제 특징, 개성이 잘 나타나면서도 곡의 특성도 잘 살리는 연주를 하는 데 집중하는 편입니다. 앞으로는 현대작품도 계속 연주하고 싶어요. 그렇게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고 연주자로서의 길을 좀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9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오페라 ‘오텔로’ 지휘자 카를로 리치 “핵심은 베르디”, 테너 이용훈 “어쩌면 나를 닮은!”

오페라 오텔로 출연진. 왼쪽부터 데스데모나 역의 흐라추이 바센츠, 오셀로 이용훈, 카를로 리치 지휘자, 오셀로 테오도르 일린카이, 이아고 니콜로즈 라그빌라바, 데스데모나 홍주영(사진제공=예술의전당)“사실 ‘오텔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페세 베르디(Giuseppe Verdi)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극장의 남자’(Man of Theatre)죠. 굉장히 특별한 접근 방식이 있어요. 베르디 음악은 음 하나 하나가 그냥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드라마에 딱 맞아서 선택한 것들이죠. 그만큼 오케스트라에게도 드라마가 중요합니다.”카를로 리치(Carlo Rizzi) 지휘자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Royal Opera House) 프로덕션 오페라 ‘오텔로’(Othello, 8월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음악 특징을 “드라마”라고 짚었다.2017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30년만에 자체제작해 키스 워너 연출로 2017년 코벤트가든에서 초연한 오페라 ‘오텔로’(사진제공=예술의전당)“특히 ‘오텔로’는 시작부터 100마일로 굉장히 빠르게 달리는 페라리에 올라탄 느낌이죠. 그 첫 20분은 어떤 오페라에서도 듣도보도 못한 전개입니다. 베르디의 이 오페라가 갖고 있는 드라마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제가 해야할 역할이죠.”오페라 ‘오텔로’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30년만에 자체제작해 키스 워너(Keith Warner) 연출로 2017년 코벤트가든(Covent Garden)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카를로 리치 지휘자의 표현처럼 ‘극장의 남자’인 베르디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4대 비극 중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오페라 ‘오텔로’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베네치아의 무어인 용병 출신 장군 오셀로가 이아고의 부추김에 아내 데스데모나와 충직한 부하 캐시오를 의심하며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무어인이자 노예 출신이라는 오셀로의 자격지심을 통해 질투와 배신, 사랑과 증오, 열등감 등 인간 본연의 심리와 더불어 인종차별, 의처증, 콤플렉스, 열등감 등 현대까지도 이어지는 사회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오셀로는 테너 이용훈과 테오도르 일린카이(Tedodor Ilincai), 이아고는 바리톤 니콜로즈 라그빌라바(Nikoloz Lagvilava)와 마르코 브라토냐(Marco Vratogna), 데스데모나는 소프라노 흐라추이 바센츠(Hrachugi Bassenz)와 홍주영이 연기한다. “한국에서의 데뷔는 ‘오텔로’로 하고 싶었다”는 이용훈은 “테너다 보니 마리오 델모나코Mario del Monaco) 등 오델로를 대표하는 가수들을 동경하며 꿈을 키워왔다. 어느 오페라나 마찬가지지만 ‘오텔로’는 엄청나게 많은 보이스 컬러를 체인지해야만 작품의 맛을 살 수 있어서 빠져들었고 큰 도전이기도 하다”고 이유를 밝혔다.“무조건 소리를 크게 낸다기 보다 오셀로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갈등, 질투와 사랑 등을 텍스트 뿐 아니라 소리의 컬러, 감정 등을 버무려 표현해야하거든요. 델모나코는 하룻밤에 3개의 오페라를 부르는 것 같다 어려움을 얘기했고 ‘챌린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죠.”테오도르 일린카이는 “오셀로는 현실적인 캐릭터”라며 “우리는 매일, 지금도 현실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질투하고 배신한다.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라 복잡한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오페라 '오텔로'에서 오셀로로 무대에 오를 테너 이용훈(왼쪽부터)과 카를로 리치 지휘자, 오셀로 테오도르 일린카이(사진제공=예술의전당)“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성악가로서 그런 역할을 주세페 베르디의 완벽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셀로 뿐 아니라 이아고, 데스데모나 등 각 역할들의 성악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이용훈은 “백인들, 특히 유러피안들이 주류를 이루는 오페라 무대에서 동양인으로서 데뷔했을 때 오셀로와 같은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며 “2007년 라스칼라 데뷔 때는 초청으로, 커버가 아닌 퍼스트 캐스트로 무대에 서면서도 2주 동안 리허설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그 이유를 물었을 때 ‘넌 이탈리안이 아니잖아’라는 대답이 전부였죠. (백인 장군들 중 사이에서 유일한 무어인이었던 오셀로처럼) 저 혼자 이탈리안이 아니었거든요. 해외 무대 입문 과정에서 ‘오셀로’를 공부하면서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불어 오셀로는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테너를 위해 쓰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소심하면서도 강한, 연약함과 열등감, 데스데미나에 대한 사랑 등이 담겼어요. 그걸 제 목소리와 데뷔 초기 경험을 살려 표현하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6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국제음악제’로 첫 내한 단 에팅거 마에스트로 “한국과는 운명!”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아티스트들. 왼쪽부터 바리톤 김태한·박주성, 단 에팅거 지휘자, SCA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 문바래니, 에레테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 첼리스트 박성현(사진=허미선 기자)“저는 운명을 믿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일이든 일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믿는 운명론자죠. 예술의전당이 저를 선택했지만 저 역시 너무나 적절한 타이밍에 한국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지휘자로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월 6~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홀)를 열고 닫을 단 에팅거(Dan Ettinger)는 첫 내한에 대해 “운명”을 언급했다. 그리곤 “급부상하는 지휘자”로 주목받았던 10년 전 처음 만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문바래니와의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유럽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누가 있는지는 일부러 보지 않았습니다. 정규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콘셉트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는 분이 있다면 서프라이즈 하고 싶었거든요. 와보니 (문바래니) 악장님이 계셨죠.”‘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로 10년만에 재회한 SCA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 문바래니(왼쪽)와 단 에팅거 지휘자(사진=허미선 기자)지난해까지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로 열리던 ‘국제음악제’는 단 에팅거 지휘자가 이끄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오프닝 콘서트’(8월 6일)와 ‘클로징 콘서트’(8월 11일)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들로 꾸린다. “국제음악제라는 자체가 아주 훌륭한 음악, 여러 예술가와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협주곡, 교향곡, 피아노 연주곡 등 레퍼토리도 다양하죠. 굉장히 웅장하고 진지한 음악과 더불어 축제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레퍼토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이렇게 전한 단 에팅거는 프란시스 풀랑크(Francis Poulenc)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 FP 61’(Concerto for 2 Pianos in D minor FP 61)과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의 ‘교향곡 제4번 E장조-낭만적’(Sinfonie Nr.4 Es-dur ‘Romantische’)으로 꾸린 ‘오프닝 콘서트’에 대해 “저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지휘자”라며 “저는 사실 브루크너와 모차르트를 같이 했었는데 이번엔 풀랑크를 하면서 굉장히 새롭고 대조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브루크너는 바로크 뮤직이나 바흐의 느낌들도 있지만 그 안에 또 다른 정서가 있어서 선곡했습니다. ‘클로징 콘서트’는 굉장히 재밌습니다. 교향악과 오페라를 같이 공연하기는 저도 처음이거든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굉장히 훌륭한 역량을 가진 연주자들로 구성돼 가능한 프로그램이죠.”‘클로징 콘서트’에서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오페라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 서곡, ‘아이다’(Aida) 중 ‘청아한 아이다’(Celeste Aida),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의 ‘카발레리아 투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간주곡,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토스카’(Tosca) 중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 ‘투란도트’(Turandot) 중 ‘공주는 잠 못이루고’(Nessun Dorma)를 테너 백석종과 선보인다. 이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의 ‘세헤라자데 Op.35’(Scheherazade)로 마무리한다.“베르디, 마스카니, 푸치니의 오페라 뿐 아니라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까지 스토리가 있어요. 오페라 뿐 아니라 림스키-코르사코프 곡이 가진 스토리까지를 교향악적으로 풀어가면서 연주자들의 역량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관계자들(사진=허미선 기자)이번 ‘국제음악제’에서는 단 에팅거가 이끄는 ‘오프닝 콘서트’ ‘클로징 콘서트’와 더불어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듀오 피아노 콘서트’(8월 7일), ‘이모젠 쿠퍼 피아노 리사이틀’(8월 8일), ‘피터 비스펠베이 첼로 리사이틀’(8월 10일, 이상 콘서트홀), ‘아레테 콰르텟’(바이올린 전채안·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 8월 9일 이하 IBK챔버홀), ‘율리우스 아살 피아노 리사이틀’(8월 10일) 등 8개의 초청공연이 진행된다.‘아레테 콰르텟’은 레오시 야나체크(Leos Janacek) ‘현악 4중주 제1번 JW VII/8 크로이처 소나타’(String Quartet No. 1, JW VII/8, ‘Kreutzer Sonata’), ‘현악 4중주 제2번 JW VII-13 비밀편지’(String Quartet No.2 JW VII-13 ‘Intimate Letters’)와 벨라 버르토크(Bela Bartok)의 ‘현악 4중주 제5번 Sz 102, BB 110’(String Quartet No. 5 in Bb Major Sz. 102)을 연주한다.이에 대해 아레테 콰르텟 첼리스트 박성현은 “야나체크와 버르토크는 동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라며 “두 작곡가의 현악 4중주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시면 낯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민속적인 리듬을 많이 사용한 작곡가들”이라고 소개했다.“북유럽의 체코, 헝가리 등은 굉장히 어색하거나 낯설게 느끼지만 음악은 한국과 굉장히 비슷해요. 저희 공연을 통해 관심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죠. 한국적인 리듬과 더불어 유럽 느낌도 물씬 한 곡들입니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초청 프로그램과 더불어 두 바리톤 성악가 박주성·김태한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선사하는 듀오 콘서트(8월 7일), 9명의 호른 연주자들이 선사하는 ‘코리안 혼 사운드’(8월 11일, 이상 IBK챔버홀), ‘위재원 바이올린 리사이틀-현(String)의 세계’(8월 7일. 이하 리사이틀홀), ‘아벨 콰르텟’(바이올린 윤은솔·박수현, 비올라 박하문, 첼로 조형준 8월 8일), ‘트로이 앙상블-그림과 해설로 만나는 시대의 미(美)’(8월 9일), ‘안용헌 기타 리사이틀’(8월 10일), 박연민 피아노 리사이틀 ‘To Franz, From Franz’(8월 11일) 등 7개의 공모선정 출연진·프로그램이 공연된다. 아레테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은 다채로운 음악들을 만날 수 있는 ‘국제음악제’의 지속성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한국에서 다채롭고 다양한 앙상블, 솔로, 오케스트라 등을 다 들을 수 있는 ‘국제음악제’ 같은 페스티벌이 있다는 자체가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이런 연주들의 기회가 내년, 후년, 내후년까지 계속 지속돼 열리면 굉장히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2 23:2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독일가곡으로 무장한 바리톤 박주성·김태한 “정확한 언어구사력, 저희만의 해석 그리고 다채로운 음색들로!”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바리톤 듀엣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뢰베를 떠올렸어요. 뢰베는 발라드 곡이 유명한데 정확한 캐릭터가 있고 내레이터가 있는, 이야기를 선사하는 형식인데 저희 둘 다 오페라 가수다 보니 캐릭터를 나눠 다채로운 목소리로 표현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었죠.”바리톤 박주성은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월 6~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에서 바리톤 김태한과 함께 선사할 ‘올루프 씨 Op.2-2’(Herr Oluf), ‘바다를 건너는 오딘 Op.118’(Odins Meeresritt)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바리톤 박주성(사진제공=예술의전당)실제 바리톤 성악가이기도 했던 카를 뢰베(Johann Carl Gottfried Loewe)는 지휘자이자 오르가니스트로 성악 발라드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올루프 씨’ ‘바다를 건너는 오딘’은 뢰베가 슈라이버(Aloys Wilhelm Schreiber)의 시를 바탕으로 꾸린 가곡으로 헬골란트의 대장장이 올루프, 북유럽 신화 속 마법과 지혜, 시와 전쟁의 신 오딘, 올루프 경의 신부와 어머니, 엘프들과 엘킹(Erlkongins)의 딸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박주성과 김태한은 “저희 음색, 테크닉적인 부분, 연기적 측면 등을 고려해 캐릭터를 나눠 연기한다”고 귀띔했다.“저희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거는 설득력 있는 연기예요. 가곡은 부르는 사람의 음색이나 테크닉적인 부분들, 저마다의 해석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같은 텍스트라도 성악가마다 뉘앙스나 표현적인 부분들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극이 되죠.”김태한의 설명에 박주성은 “신체적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올루프, 엄마, 마왕 등 캐릭터마다 목소리와 음색을 바꿔가며 부른다”며 “다양한 음색으로 여러 인물을 표현하다 보니 혼자 발라드 곡을 부르는 것 보다 훨씬 재밌다”고 털어놓았다.이번 공연에서 두 성악가는 ‘올루프 씨’와 ‘바다를 건너는 오딘’과 더불어 각자에게 어울리는 독일 가곡들을 솔로 무대로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김태한은 슈베르트 ‘뮤즈의 아들’ ‘목동의 비가’ ‘백조의 노래’ 중 제4곡, 베토벤의 ‘입맞춤 Op.128’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 Op.75-2’, ‘괴테의 파우스트 Op. 75-3’, 슈만의 ‘스페인 귀족 Op.30-3’ ‘나의 장미 Op.90-2’ ‘조용히 흐르는 눈물 Op.35-8’ ‘헌정 Op. 25-1’을 선사한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박주성은 슈베르트 ‘그림자 D.957-13’ ‘난쟁이 D.771’ ‘아틀라스 D.957-8’, 슈트라우스 ‘나의 머리 위를 당신의 까만 머리칼로 덮어주오 Op. 19-2’ ‘위령제 Op. 10-8’ ‘해방된 마음 Op.39-4’, 볼프 ‘기도’ ‘은둔’ ‘북치는 사람’ ‘작별’을 부른다.이번 공연 프로그램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일 가곡의 매력에 대해 김태한은 “오페라는 정해져 있는 스토리를 2시간 안에 담아야 하다 보니 많은 내용들이 스킵된다면 가곡은 괴테, 하이든 등 대문호들의 시를 작곡가들이 저마다 해석해 곡을 붙인 장르”라며 “그에 대해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바리톤 김태한(사진제공=예술의전당)“더불어 작곡가의 해석을 가창하는 가수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져서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가수들마다 같은 내용을 말하지만 그 안의 함축된 것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되죠.”그리곤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중 4번곡을 예로 들었다.“누군가는 진짜 휴식에 취해 잠드는 걸로, 또 다른 성악가는 죽음으로 빠져드는 걸로 해석하기도 하거든요. 가수들이 2차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독일 가곡의 매력이죠. 그래서 언어가 중요하죠.”김태한의 설명에 빅주성은 “언어만큼 중요한 게 반주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태한과 공연으로 인연을 맺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Ilya Rashkovskiy)가 함께 한다.“오케스트라가 아닌 피아노와의 앙상블이다 보니 템포 등에 대한 변화에서 자유롭고 좀더 세심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요. 모든 가곡이 그렇지만 특히 독일 가곡은 언어에 맞춰 쓰여졌기 때문에 그 매력이 어마어마하죠.”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급부상한 김태한과 한국 성악가로는 최초로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로 발탁돼 ‘돈조반니’ 마제토, ‘파우스트’ 바그너를 비롯해 독일 루돌슈타트 극장 ‘돈조반니’의 레포렐로 등으로 데뷔한 박주성은 앞으로도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박주성은 빈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 활동과 더불어 밀라노 심포니커와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솔리스트로 함께 하며 리트 반주의 대가 줄리우스 드레이크와 콘세르트헤바우에서 가곡 듀오 무대를 꾸린다.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사진제공=예술의전당)디트로이트 오페라의 ‘리날도’ 중 아르간테 역할로 미국 무대에 데뷔하고 내년 4월에는 한국에서 ‘메시아’에 참여한다. 김태한은 9월 브라질 독창회 투어와 10월 서울시오페라단의 ‘라보엠’ 출연이 예정돼 있다. “박주성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김태한은 “함께 듀엣 곡을 연습하면서 감탄했다. 굉장히 경이롭고 다른 경지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저희 둘 다 독일 리트를 잘한다고 해도 스타일이 굉장히 다릅니다. 둘의 차이점, 달라지는 표현 등에 집중하신다면 다채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해외 무대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 변화 주기가 점점 잦아지는 트렌드나 함께 하는 지휘자 및 연출에 발맞추는 유연성 그리고 언어구사력”이라고 입을 모았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박주성은 “요즘은 워낙 파격적인 연출이 트렌드다 보니 연출자의 영향력이 강력해졌고 연기적인 요소들이 훨씬 강조된다”며 “그런 트렌드 속에서 저희는 변화에 최대한 맞춰가며 현재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이야기를 전달하는 오페라 가수다 보니 제일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언어 구사력입니다. 특히 동양인 오페라 가수에겐 더욱 그렇죠. 저도, (김)태한이도 독일어 구사력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성악가예요. 이번 프로그램을 독일 가곡으로 꾸린 것도 그래서죠. 저희의 언어 구사 능력을 살려 독일어의 아름다움을 잘 구사하면 재밌겠다 싶었거든요.”김태한 역시 “동양인 가수로서 오페라 무대에 선다는 건 외국인 가수가 ‘심청전’ ‘춘향전’ ‘흥보전’ 등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동의를 표했다.“그래서 딕션과 언어의 뉘앙스를 잘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예술 감독, 지휘자, 연출가들이 어떤 걸 추구하는지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올드 스쿨 쪽을 좋아하는 지휘자들이면 소리를 좀더 내주기를 원하고 최근 트렌드를 이끄는 분들은 연기 쪽에 집중하기를 바라거든요.”이에 두 사람은 “소리적인 부분이든 신체적인 요소든 연기적인 부분이든 캐릭터를 다방면으로 잘 소화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성악가가 좋은 오페라 가수”라고 정의했다.“이번 무대를 어렸을 때부터 엄청 좋아해온 동생 태한이랑 같이 한다는 그 자체로 너무 즐거워요. 금전적 이득, 사회적 위치, 하고 싶어서…연주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이번 공연은 너무 함께 하고 싶었던 태한이와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같아요.”박주성의 말에 김태한은 “주성이 형은 지금까지 저만 알고 싶은, 분명 고수지만 안 유명해졌으면 좋겠는 가수였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지금은 ‘바리톤 박주성’ 하면 ‘믿고 듣는 가수’로 모두에게 각인되면 좋겠어요. 이번에 저와 함께 하는 공연도 그런 무대가 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2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소프라노 박혜상 “글로벌 무대의 원 오브 뎀, 그저 노력할 뿐!”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글로벌 무대에서 저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는 소수다 보니 많은 분들이 마치 제가 뭐라도 된 것처럼 얘기해주시지만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성악가 중 한명일 뿐이죠.”글로벌 성악가로 빠르게 성장 중인 박혜상은 스스로를 “원 오브 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무대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추는 프리마돈나이자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 국제콩쿠르 여자부문 2위(2015),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2위·관객상(2015), 퀸 엘리자베스 국제음악콩쿠르 성악부문 5위(2014) 등 수상경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대표 성악가’다.“인터내셔널한 커리어를 갖는다는 건 진짜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요.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저 스스로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가 자꾸 의심하게도 되죠. 그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겸손하게, 더 많이 노력해야하는 것 같아요.”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아시아 소프라노로는 최초로 클래식 명가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2023년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리사이틀 투어까지 마쳤다.올해만도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극장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마술피리’ 파미나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자로도 낙점됐다.“경쟁은 치열하죠. 하지만 경쟁으로 느껴지지가 않아요. 많은 동료들과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편하고 즐겁거든요. 물론 그런 시간들이 조금은 고단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한국 대표 성악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가) 그런 부담감이나 의심, (치열한 경쟁, 그를 위한 부단한 노력 등) 고단함이나 외로움 등은 결국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원했던 것이고 제가 사랑하는 것을 위한 거니까요.”바쁜 일정들 속에서도 후배 성악가들을 위해 그 역시 공부했던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Georg Solti Accademia, 이하 솔티 아카데미)와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The Bel Canto Course for Singers in Seoul, 8월 3일까지) 교수진으로 나섰다.“솔티 아카데미를 한국에 데리고 온 것도 저한테는 되게 큰 의미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아주 작은, 디테일한 교육들이 많은 영 아티스트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글로벌 무대에서 겪었던 것들을 후배들이 굳이 똑같이 겪지 않기를 바라요. 좋은 점은 극대화하고 좋지 않았던 부분들은 함께 얘기해 개선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더불어 그들이 가진 고민이나 걱정 등에도 귀 기울여 도움을 주고 싶어요.”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Jonathan Papp) 예술감독의 전언처럼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젊은 성악가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박혜상에 따르면“한국 성악가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테크닉들을 가지고 있다.”지난달 30일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와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왼쪽부터)과 캔디스 우드 대표이사,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이에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디 벨칸토 코스’에서는 감정을 싣거나 뉘앙스를 살리는, 더불어 중요한 단어들이나 액센트의 강약조절 등으로 음악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하나의 음으로도 다양한 감정과 드라마를 표현하는 성악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육에 집중한다. 그의 표현처럼 “벨칸토는 가장 건강하고 기본적인 테크닉의 정석”이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유연함과 자유로움 등 기본기를 잡는 데 집중한다”는 설명이다.“제 후배들이 저 보다 더 멀리, 오래 가기를 바라요. 그렇게 후배들을 끌어주고 싶어서 고민 중이죠. 좋은 성악가란 자기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같아요. 무작정 강하게, 거침없이가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마저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이요.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그가 내 몸을 빌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겸손한 마음으로 듣고 밸런스를 잘 맞춰 ‘슈퍼파워’를 발휘해 이루는 게 좋은 성악가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것들을 목소리로 표현하면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위안을 주는 그런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세종솔로이스츠로 한국 데뷔 20년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라 선율에 실린 제 목소리 들어보실래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음악가라면 그 악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비올라를 선택했죠. 비올라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사람의 목소리랑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악기 소리에 제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 기쁩니다.”비올라에 대해 이렇게 밝힌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은 “비올리스트들이 비올라를 고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주 큰 것의 한 부분이 되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라며 “남을 돋보이게 도와주고 스스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부연했다. “좋아하는 비올리스트를 고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좋아하는 작품은 단연 윌리엄 월튼(William Walton)의 비올라 협주곡이에요. 이 곡을 듣고 비올라의 매력에 빠져들었거든요.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비올라로 악기를 바꾼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죠.”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2001년 글로벌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Sejong Soloists)에 입단한 그는 2004년 그 일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디며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세종솔로이스츠 일원으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07년부터 2019년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 리처드 용재 오닐, 다니엘 정, 유 치엔 쳉, 문태국, 김한, 스티븐 린)로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올리스트로는 흔치 않은 ‘클래식계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부터는 세계적인 타카치 콰르텟(Takacs Quartet) 일원으로 합류한 그는 2021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솔로 부문(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을 수상했다. 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 동기생들이 창단한 타카치 콰르텟은 프랑스 에비앙 레뱅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 등 세계적인 실내악 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의 ‘우리 시대 위대한 5개의 현악사중주단’, BBC 뮤직 매거진의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의 현악사중주단’에 선정됐는가 하면 2012년 영국 그라모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저를 처음으로 한국에 데려다 준 세종솔로이스츠에 정말 감사해요. 강효, 강경원 감독님은 훌륭한 인재를 판단하는 분이고 커리어 초기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어요. 저 역시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실내악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죠.” 2000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해 비올리스트로는 최초로 줄리어드 스쿨 음악대학원 아티스트 디플로마(Artist Diploma 최고 연주자과정)를 수료한 그의 한국 이름 ‘용재’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창립자인 강효 전 예술감독이 지어준 것이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실내악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꼭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세종에서 보낸 시간이 무척 그립습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거든요. 감독님들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셨고 지금은 거의 3세대에 걸친 음악가들에게 그 플랫폼을 제공하고 계십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죠.”창립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 출신 음악가로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The 7th Hic et Nunc! Music Festival, 8월 16~9월 2일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코스모스아트홀, 카이스트,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힛엣눙크!) 무대에 선다. “오랜만에 세종솔로이스츠 멤버들과 무대에서 호흡을 맞출 8월 27일 공연이 너무 기대됩니다. ‘Ars lunga, Vita Brevis: art is long, life is short.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표현이 생각나요.”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는 8월 27일 리처드 용재 오닐과 협연한다(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그는 이날 무대에서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Christopher Theofanidis)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한다. 그는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는 미국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 중 하나”라며 “이 작품이 처음 작곡될 당시 그는 맨해튼에 살고 있었고 이 곡의 1악장을 작곡할 때는 9.11 테러가 발생한 시기”라고 밝혔다.“저 역시 그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부터 맨해튼에 거주하고 있었어요. 제 삶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끔찍했던 사건 중 하나였고 참담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곡은 마치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 같아요.”이어 “크리스토퍼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저도 같은 곳에 있었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은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설명이 필요한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은 조금만 설명해도 진정으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을 곡”이라며 부연했다.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 작품의 악장들은 간결하고 짧지만 놀랍도록 연상적인 나바호(미국의 남서부 지역에 거주해온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부족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암호병·통신병으로 활약했다)의 시에서 영감받았습니다. 세 번째 악장은 9.11 테러 다음 주에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화 기념식에서 시크교 가수의 노래를 직접 인용한 곡이기도 하죠.”세종솔로이스츠, 앙상블 디토 그리고 타카치 콰르텟 멤버인 그는 실내악이 가지는 의미와 지속돼야하는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처음 앙상블 디토를 시작할 때 ‘보다 즐거운 클래식’ ‘클래식에의 공감’에 대한 생각이 많았습니다. 실내악은 다른 음악 장르와 달라요. 독주자의 화려함도, 큰 규모의 관현악이 주는 웅장함도 없죠. 그럼에도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그 조화로움이 정말 아름다워요. 사실 음악 역사를 뒤돌아오면 큰 규모의 음악보다는 실내악이 더 많이 연주되던 시기가 더 길었어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실내악 음악을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즐기게 돼 무척 기쁩니다.”올해는 그가 한국 무대에 데뷔한 지 20주년인 동시에 그의 데뷔부터 함께 한 소속사 크레디아의 창사 30주년인 해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12월 소속 아티스트인 양인모, 문태국, 김한, 장유진과 크레디아 창립 30주년 기념 실내악 공연 투어와 더불어 내년 솔로 리사이틀을 계획 중이다. 타카치 콰르텟 멤버로서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8월에는 에딘버러 등 여름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쉴 틈 없는 음악활동이 계획돼 있다. “음악은 제 영혼을 깊은 열정과 기쁨으로 가득 채워줍니다. 음악이 주는 최고의 순간에는 마치 지구를 떠나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 감동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죠. 인간의 삶이 늘 천국일 순 없어요. 매일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가도록 만들어졌거든요. 그 과정 속에서 때때로 천국과 같은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죠. 음악가의 삶 역시 그래요. 무대 위 단 몇분 간의 연주를 위해 끊임없이 연습합니다. 그 노력들은 잠시나마 천국에 다녀오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죠. 음악은, 비올라는 그래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31 18:30 허미선 기자

[B코멘트]조나단 팝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예술감독 “성악가의 핵심은 감동 선사, 심장이 멈출 것같은!”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최근 오페라의 트렌드는 아주 놀랍습니다.(Golly) 노래나 연기 뿐 아니라 정말 다재다능하고 모든 걸 잘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트렌드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오페라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감동을 주는, 가슴을 울리는 일이죠.(It‘s the same as ever to touch.)”벨칸토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설립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Georg Solti Accademia, 이하 솔티 아카데미)의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Jonathan Papp) 예술감독은 오페라 가수가 갖춰야할 최고의 미덕을 “음악으로 가슴을 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요즘의 성악가들은 모든 걸 잘 해요. 몸매도 가꾸고 운동도 해야 하고…가장 안타까운 건 SNS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팔로워 수를 의식해 이상한 사진을 업로드하곤 하죠. 그 시간에 좀 더 연습을 하고 예술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예술의전당과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The Bel Canto Course for Singers in Seoul, 7월 30~8월 3일) 첫날인 30일 오전 만난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에 대해 “정말 멋졌다(It was lovely)”고 말문을 열었다.“함께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행위)하는 데 1명당 20분씩밖에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들이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죠. 다들 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필사적이었어요. 하지만 오페라 가수에게 중요한 건 정확한 음이 아니라 감정 표현이에요. 그걸 깨보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솔티 아카데미는 1997년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의 정신을 이어받은 교육기관으로 그의 아내 발레리 솔티(Valerie Solti), 예술감독인 조나단 팝, 현재 대표인 캔디스 우드(Candice Wood)가 2004년 공동 설립했다.젊은 오페라 가수들을 위한 여름성악학교를 운영하는 꿈을 꿨던 게오르그 솔티의 뜻을 이어받은 솔티 아카데미는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한 차세대 성악가와 연주자, 지휘자, 레퍼토리를 발굴해 실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벨칸토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아시아 소프라노로는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한 한국의 소프라노 박혜상도 참여했던 솔티 아카데미의 벨칸토 코스는 매해 경력 초기 단계의 젊은 오페라 성악가 12명을 선발해 그들의 목소리와 음악성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3주짜리 교육 프로그램이다.예술의전당과 솔티 아카데미가 공동주최하는 4일짜리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는 솔티 아카데미에서 운영 중인 ‘벨칸토 코스’의 맛보기인 동시에 “두 과정에서 다른 건 충분하지 않은 시간과 하나의 레퍼토리를 공연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뿐”인 축소판이기도 하다.3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왼쪽부터)과 캔디스 우드 대표이사,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음악적 해석과 연주능력 향상, 오페라 무대에 대한 폭넓은 시야, 해외 무대 활동 경험 전수 등과 더불어 이번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의 특징은 이탈리아 발음과 표현방법 교육이다.이는 “노래를 잘하고 보이스가 좋은 것만큼 중요한 정확한 모음·자음 발음과 강약 조절, 내용 및 감정 전달을 위한 수업”으로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뉘앙스 표현을 통해 감정이나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전달하고 음악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훈련이다. 조나단 팝 감독은 “문화적 차이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곤 한다. 아시아 성악가들은 국내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거나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하더라도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런던에서 일했던 한국의 한 성악가는 3주 동안 저희 벨칸토 코스가 끝날 무렵 해방감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깨닫고는 흥분하기도 했죠.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 성악가들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사실입니다. 감정 표출을 억제하는 성향을 개선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표현처럼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그런 감정과 뉘앙스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훌륭한 성악가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30 21:48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