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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데뷔 30년, 그 음악여정과 바그너 음악의 매력 응축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데뷔 30주년을 맞은 베이스 연광철이 그 음악여정을 아우르는 리사이틀(7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연다. 오페라 대가들의 음악 여정을 담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는 두 번째 주자인 연광철을 비롯해 소프라노 홍혜경,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리사이틀과 더불어 젊은 성악가들과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연광철은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 계약 후 2004년까지 리하르트 바그너를 비롯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주세페 베르디, 조아키노 로시니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 그 공로로 2018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수여 받은 그는 1996년 아주 작은 역으로 시작해 매년 여름 바그너 오페라로만 꾸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150회에 걸쳐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발퀴레’(Die Walkure), ‘탄호이저’(Tannhauser), ‘뉘른베르크의 명가수’(Die Meisteringer von Nurnberg), ‘파르지팔’(Parsifal),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 등의 무대에 오르며 자타공인 ‘세계적인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성악가다.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더불어 빈 국립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등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의 오페라 ‘파우스트’(Faust),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마농’(Manon),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등에도 출연했다.  이번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에서는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지금까지 연광철이 해왔던 작품들 중 무대에서 많이 불렀던 곡과 캐릭터들로 선정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오페라 가수로서 연광철 커리어의 가장 많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그너의 아리아들은 2부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연광철이 “바그너 중 한번씩은 꼭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곡들” 꾸렸다.이 무대에서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얘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네가 정말 그랬다는 말인가’, ‘리엔치’(Rienzi, der Letzte der Tribunen) 서곡,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과 ‘그렇지 않다는 게 보이지 않니?’를 만날 수 있다.특히 ‘파르지팔’은 연광철이 “해외에서 100회 이상 공연한 작품”으로 1막과 3막의 아리아를 선보인다. 그는 “제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어떤 음악으로 관객 앞에 서는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1부에서는 고전 중 스탠다드라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이태리 오페라 대표 작곡가이자 그가 다양한 해외 프로덕션에 참여했던 베르디의 곡들을 선보인다. 공연은 백작의 음모에 맞서는 젊은이의 패기와 사랑을 다룬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과 ‘더 이상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로 시작한다.이어 프랑스의 압제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던 시칠리아인들의 독립투쟁인 ‘시칠리아 만종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I Vespri Siciliani) 서곡 ‘신포니아’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을 다룬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 중 ‘찢어질 것처럼 아픈 영혼’(Il lacerato spirito), 정략결혼으로 인한 사랑의 결핍과 그리움, 쓸쓸함에 대해 노래한 ‘돈 카를로’(Don Carlo)의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Ella giammai m‘amo)가 불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4 18:3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데뷔 30주년 베이스 연광철 “바그너 음악의 매력은 지루함, 그 심연의 촘촘한 서사들”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바그너 음악의 매력은 지루함이죠. 그런데 그 안에는 촘촘하고 깊은 서사들이 있어요. 그렇게 그 심연의 뜻을 알았을 때는 점점 빠져들죠.”베이스 연광철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7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음악의 매력을 “지루함과 그 심연에 촘촘하게 자리 잡은 서사들”로 꼽았다.“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귀에 딱 꽂히는 선율도 없는데 정말 많은 주제들과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에 감상할 포인트들도, 생각할 거리도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감상할 기회가 적은 편이죠.”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연광철은 자타공인 ‘세계적인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2018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수여 받은 성악가다.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 계약 후 2004년까지 바그너 포함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1996년 아주 작은 역으로 시작해 매년 여름 바그너 오페라로만 꾸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Bayreuth Festival)에서 150회에 걸쳐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발퀴레’(Die Walkure), ‘탄호이저’(Tannhauser), ‘뉘른베르크의 명가수’(Die Meisteringer von Nurnberg), ‘파르지팔’(Parsifal),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 등의 무대에 올랐다.더불어 빈 국립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등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의 오페라 ‘파우스트’(Faust),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마농’(Manon),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등에도 출연했다.이번 ‘보컬 마스터 시리즈’에서 연광철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 중 무대에서 많이 선보인 곡과 캐릭터들로 선정한” 프로그램을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선보인다.1부에서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을 시작으로 ‘더 이상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 ‘모든 것은 준비되었으니 눈을 떠라’(Tutto e disposto... Aprite un po’ quegl’occhi),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I Vespri Siciliani) 서곡과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 중 ‘찢어질 것처럼 아픈 영혼’(Il lacerato spirito), ‘돈 카를로’(Don Carlo)의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Ella giammai m‘amo)를 선사한다.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고전 중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이태리 오페라 대표 작곡가이자 제가 유럽의 다양한 프로덕션에 참여했던 베르디로 시작합니다. 모차르트는 백작의 음모에 맞서는 젊은이의 패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면 베르디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 혹은 정략결혼으로 인한 사랑의 결핍과 그리움, 쓸쓸함에 대해 노래하죠.”2부는 올 바그너 아리아들로 꾸린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얘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네가 정말 그랬다는 말인가’, ‘리엔치’(Rienzi, der Letzte der Tribunen) 서곡,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과 ‘그렇지 않다는 게 보이지 않니?’를 만날 수 있다.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오페라 가수로서 커리어의 가장 많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 바그너입니다. 이번 바그너 프로그램은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많아요. 바그너 중 한번씩은 꼭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곡들로 꾸렸죠. 특히 ‘파르지팔’은 제가 해외에서 100회 이상 공연한 작품으로 1막과 3막의 아리아를 선보입니다. 제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어떤 음악으로 관객 앞에 서는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예술의전당에서 기획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는 지난 3일 소프라노 홍혜경에 이은 연광철 그리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11월 16일)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리사이틀과 더불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보컬 마스터 시리즈’를 비롯해 올해부터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름 아카데미에서도 전세계 젊은 성악가들을 만날 그는 “그들 역시 제가 시작할 때처럼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다”고 털어놓았다.“이태리에 있든 독일에 있든 유럽의 어느 국가에 있든 뉴욕에 있든 생활과 생각과 커뮤니케이션은 한국 사람과 똑같이 하고 있어요. 한국어로 대화하고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그들의 음악을 공부하려고 해요. 좋은 가수들이 많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장인정신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만 유럽에 있을 게 아니라 몸과 마음, 정신까지도 유럽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죠.”더불어 “공기순환도 잘 안되는 무대에서 무릎이 깨지고 다치는 상황들과 시간들을 견뎌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의 미디어에서 성장하려는 성악가들을 데려다 엉뚱한 데 출연시켜 스토리텔링해 소비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미디어에서 주목받는 건 좋아요. 일견 대견하기도 하죠. 하지만 프로그램 측에서 음악을 해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연락해 오디션 출연자만이 제대로 인정받는 성악가라거나 여기를 통하지 않으면 한국 활동이 어렵다는 등의 인식을 심어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활동하다가 커리어가 끊겨 출연하는 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활동들을 폄훼하거나 성취가 미미하다고 틀린 길이라고 비하하는 건 좀 안타까워요.”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그리곤 젊은 성악가들에게 연광철은 “저 역시 독일에서 활동하면서 그 나라의 인물을 통해 문화와 역사 등을 보여주는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그들 속에 훨씬 더 깊이 들어가야 했다”며 “그렇게 훨씬 더 깊이 들어가 종교, 역사, 정치, 문학 등 많은 것들을 접하고 그들과 호흡하면서 절실하게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데뷔한 후 3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0년이 너무 빨리 가버렸어요. 대부분의 공연 스케줄은 2, 3년, 심지어 5년 전부터 잡히곤 하거든요. 10년짜리 캘린더를 쓰고 있는데 그 달력 3개면 30년이잖아요.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이지만 출발점에서 여전히 가고 있는 시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0 15:0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박세은 “발레는 그냥 발레다”

‘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허미선 기자)“결국 발레는 그냥 발레 같아요. 한국의 발레 교육이 (러시아) 바가노바 메소드(Vaganova Method, 러시아 무용교사 아그리피나 바가노바가 창안한 발레 교육법) 기반이다 보니 프랑스 스타일을 다시 익히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어떤 스타일이든 잘 하면 프랑스에서 춤을 추든 한국에서 춤을 추든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춤을 추든 다 할 수 있거든요.”세계 최고(最古) 파리오페라발레(The Paris Opera Ballet, Ballet de l‘Opera national de Paris)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Etoile) 박세은은 17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이하 에투알 갈라, 7월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기자간담회에서 “발레는 그냥 발레”라고 털어놓았다.“제가 입단했을 때는 저 혼자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주니어 컴퍼니, 준단원 계약 무용수까지 6명”이라는 박세은에 발랑틴 콜라상트(Valentine Colasante)는 “굉장히 재능이 출중한 분들”이라며 “파리 발레단에서 춤을 추는 자체가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을 보탰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저희는 어려서부터 익숙한 환경에서 교육받아 프랑스 스타일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분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익히고 있거든요. 그 자체로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에겐 없는 재능에 감탄하고 있죠. 아마도 한국에서 배운 교육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국에서 배운 것과 프랑스에서 새로 익힌 것들이 합쳐져 한국 무용수들이 굉장히 멋진 결과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프랑스 스타일의 발레에 대해 박세은은 “과하거나 힘이 많이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추는 춤”이라며 “아름답고 예쁜 걸 떠나 감성적인, 춤 보다 감정이 먼저인 스타일”이라고 전했다.“동작이나 테크닉 보다 먼저 나와야 되는 게 감정이에요. 그런 부분이 프랑스 발레의 특징 같아요. 노력해서 보여주기 보다는 절로 묻어나오는 감정, 내추럴함이 프랑스 스타일의 큰 장점이죠.”‘별’이라는 의미의 ‘에투알’은 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일컫는다. 그 에투알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한 올해의 ‘에투알 갈라’ 무대에는 박세은과 그의 오랜 파트너 폴 마르크(Paul Marque)를 비롯해 발랑틴 콜라상트, 레오노르 볼락(Leonore Baulac), 한나 오닐(Hannah O‘Neill), 기욤 디오프(Guillaume Diop) 6명의 에투알이 오른다.더불어 프리미에르 당쇠르(Premiers Danseurs)인 록산느 스토야노프(Roxane Stojanov), 제레미 루 퀘르(Jeremy-Loup Quer), 쉬제(Sujet) 토마 도퀴르(Thomas Docquir), 안토니오 콘포르티(Antonio Conforti), 발레마스터(Maitre de ballet) 리오넬 델라노에(Lionel Delanoe) 그리고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첼리스트 백승연이 함께 한다.2022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무대를 가졌던 ‘에투알 갈라’와는 달리 파리 오페라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 장면들로 꾸린다. 프로그램 역시 A(7월 20, 21일)와 B(7월 23, 24일), 전혀 다른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허미선 기자)A 프로그램은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Delibe Suite Pas de deux), ‘랩소디’ 파드되(라이브 Rhapsody Pas de deux), ‘카르멘’ 침실 파드되(Bedroom Pas de deux from Carmen), ‘보석’ 중 ‘다이아몬드’ 파드되(Diamonds Pas de deux from Jewels), ‘세 개의 그노시엔느’(라이브 Trois Gnossiennes), ‘마농의 이야기’ 침실 파드되(Bedroom Pas de deux from L’Histoire de Manon), ‘알 게 뭐야’ 중 ‘내가 사랑한 남자’(The Man I Love from Who Cares), ‘신데렐라’ 2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Cendrillon Act 2),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The Vertiginous Thrill of Exactitude)로 구성된다.  B 프로그램에서는 ‘돈키호테’ 3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Don Quixote Act 3), ‘르 파르크’ 3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Le Parc Act 3), ‘몸짓’ 중 ‘푸른색의 정신’ 파드되(Pas de deux from Signes), ‘차이콥스키 파드되’(Tchaikovsky Pas de deux), ‘양식적(樣式的) 파드되’(라이브 A la maniere de, Pas de deux), ‘빈사의 백조’(라이브 La Mort du cygne), ‘백색’ 모음곡 중 ‘아다지오’ 파드되(Suite en Blanc), ‘백조의 호수’ 중 3막 ‘흑조’ 파드트루아(Black Swan Pas de trois from Le Lac des cygnes Act 3)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Mi Favorita)을 만날 수 있다. “갈라 작품은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돌고 뛰는 기교적인 부분이 돋보이죠. 하지만 저는 그걸 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바퀴를 돌고 체공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글로 쓸 수 없는 감성 등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공연을 보셔야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갈라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박세은(사진=허미선 기자)이를 위해 휑한 배경에 무용수와 음악만으로 구성하는 여타의 갈라가 아닌 제대로 꾸린 무대, 조명, 의상 등이 구현된다. 박세은 ‘백조의 호수’ 중 3막 흑조 파르트루아 중 등장하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제레미 루 퀘르)를 예로 들었다.“굉장히 멋있어요. 주역만큼이나 무대를 장악하는 조연이죠. 의상도 너무 멋진데 파리 오페라 발레 무대에 실제로 오르는 큰 망토를 직접 가지고 왔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큰 망토인데 그 마저도 너무 멋있죠. ‘마농의 이야기’를 위한 침대도 직접 제작했어요. 마치 전막 공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갈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에투알 승급 3년차를 맞은 박세은은 “이 타이틀로 ‘넘어져도 에투알은 에투알’이라는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제 발레 인생의 전환점은 출산”이라며 “에투알이 되고 나서 제 춤에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는 출산 전후로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출산 3개월 전까지도 무대에 올랐고 출산 후 6개월 만에 복귀했어요. 저는 부족한 것만 생각할만큼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아요. 굉장히 고뇌하면서 춤을 추는 스타일이죠. 하지만 출산 전후로 너무 피곤해 고민할 시간이 없어졌어요. 연습실에서 즐겁게 춤을 추고 귀가해 신나게 육아를 하는 루틴이 자리잡히면서 제 춤이 좀 더 편안해졌죠.”무용수로서의 전환점이 된 출산으로 지난해 30년만의 파리 오페라 발레 내한공연 ‘지젤’(Giselle)에 동행하지 못했던 그는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지젤’로 전막 발레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제가 너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더불어 제가 너무 좋아하고 (에투알 승급에) 노미네이션될 수 있었던 (러시아 출신의 무용수이자 안무가)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전막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현재 투어용으로 대곡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언제 완성될지 모르지만 이 작품으로 한국 전막 공연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8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괴물신인' 라이즈의 청춘을 보다… 신곡 '붐붐 베이스'차트 점령

그룹 라이즈의 멤버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괴물신인’ 라이즈(RIIZE)가 첫 미니앨범 발매로 대세기운을 이어간다. 라이즈 첫 미니앨범이 발매된 지난 17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RIIZE The 1st Mini Album ‘RIIZING’ Premiere’가 성황리에 열렸다.행사에는 라이즈 멤버 앤톤, 소희, 원빈, 은석, 쇼타로, 성찬이 참석했다.타이틀곡 ‘붐 붐 베이스’는 펑키한 디스코 비트와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곡으로, 음의 높낮이로 점차 깊어지는 친밀감을 나타낸 곡 전개가 듣는 재미를 더한다. 서로에 대한 설렘을 자유롭게 표현한 청춘의 모습이 담긴 가사가 특징이다.발매 직전 취재진과 만난 성찬은 “처음 이곡의 데모를 듣고는 멤버들이 다 같이 ‘이거다’ ‘됐다’라고 했을 정도로 운명적인 곡”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은석은 “기존의 자유분방한 느낌을 덜고 라이즈만의 절제를 보여드리고자 했다”며 무대 위 퍼포먼스를 정의했다. 쇼타로는 “특히 베이스 기타 연주를 들어보시면 쿵쿵 울리는데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앤톤 역시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담기 위해 멤버들이 녹음실에 같이 들어가서 녹음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그룹 라이즈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첫 번째 미니앨범 ‘라이징(RIIZING)’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이번 앨범은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브라질, 핀란드,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대만 등 전 세계 9개 지역 1위, 일본 라인뮤직 실시간 앨범 TOP100 차트 1위 및 로컬 플랫폼 AWA 실시간 급상승 차트 1위, 한터차트, 교보문고 등 국내 주요 음반 차트 일간 1위에 올랐다.한편, 라이즈는 첫 미니앨범 ‘RIIZING’(라이징) 발매를 기념해 오는 23일까지 스타필드 수원 1층 타워 아트리움과 그랜드 아트리움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6-18 16:49 이희승 기자

[비바100]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그리고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최연소 우승자로 주목받아온 임윤찬을 향한 국내외 클래식 애호가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지난 4월 19일 데카(DECA)와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Chopin: Etudes)를 발매하면서 예고했던 임윤찬의 피아노 리사이틀(6월 15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17일 부천아트센터, 19일 광주 예술의전당 대극장,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국투어가 한창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개관 1주년을 맞은 부천아트센터는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동시접속자수 1만 6341명을 기록하며 50초만에 1000여석이 매진되는 등 가는 곳마다 임윤찬을 향한 환호가 이어지고 있다. 1년 6개월만에 진행 중인 이번 투어에서 임윤찬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의 ‘무언가 마장조-달콤한 추억’(Lieder Ohne Worte in E Major, Op. 19-1)과 ‘라장조-비가’(Lieder Ohne Worte in D Major, Op. 85-4),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사계’(The Seasons, Op. 37b), 모데스트 무소륵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을 선보인다.애초 4월 발매한 ‘쇼팽: 에튀드’ 수록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가 변경한 ‘전람회의 그림’은 정식 공연에서는 첫선을 보이는 곡이다.무소륵스키의 대표 기악곡으로 1870년 무렵 평론가 블라다미르 스타소프(Vladimir Stasov)의 소개로 만나 친구가 된 화가이자 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Victor Hartmann)의 추모 전시회 관람 후 6주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난쟁이’ ‘옛성’ ‘튜이렐리 궁전의 꽃밭’ ‘우차’ ‘달걀껍질 속 병아리의 춤’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시밀레’ ‘리모주의 시장’ ‘묘지’ ‘바바야가의 집’ ‘키에프의 대성문’ 등 하르트만 그림에서 받은 인상을 음악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무소륵스키가 39세로 요절한 친구에게 느꼈을 애도와 안타까움, 고통 등이 간결한 선율, 독특한 구성과 대담한 표현, 고난이도의 기교에 담겨 지금까지 연주되고 있다. 이 곡과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Verbier Festivals)에서 꾸릴 피아노 리사이틀(7월 20일)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 페스티벌에서 임윤찬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 등과 함께 하는 실내악 연주회(7월 25일)에서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의 ‘피아노 4중주 2번’(Piano Quartets Op.87)을 연주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12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페어 아닌 축제로의 변신! 핵심 키워드는 ‘협업’ 어반브레이크 2024

아트페어에서 페스티벌로 전환한 ‘어반브레이크 2024’의 키워드는 ‘협업’이다(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어반 스트리트 아트 영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혹은 플랫폼에서 ‘페스티벌’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지루한 예술은 하지 않겠다’를 테마로 시각 예술을 확장하고 주루와 비주류의 경계를 융합하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아트 페스티벌을 만들겠습니다.”국내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 신을 대표하는 페어였던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7월 11~14일 코엑스 B홀)가 론칭 5년 만에 ‘축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어반브레이크 장원철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소재의 레스토랑에서 기자들을 만나 “크레이지 익스피리언스(Crazy Experience) 그리고 아트 콜라보레이션(Art Collaboration)을 테마로 시각예술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어반브레이크 2024 포스터(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그의 선언처럼 올해의 어반브레이크는 다양한 콘텐츠,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시각예술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명예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Jonone)과 홍이삭, 한국의 스트리트 댄스 아티스트 리아킴과 오와칠호(OWA-7HO), 조지 오웰(George Orwell)과 사진작가 안준, 김정기 뮤지엄, 비보이들의 패션브랜드 애즈아이원트(ASIWANT), 서그클럽(Thug Club), 메타간지(Meta Ganji) 등 협업 아티스트 및 브랜드들도 대단하다.존원은 홍이삭의 음악에 맞춰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이며 공연 후에는 두 아티스트의 대담도 마련된다. 특히 존원은 7월 신안에 조성될 그래피티 예술섬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리아킴은 공연에서 착용했던 안무복들을 오와칠호와 협업해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고 그 협업 과정을 영상으로, 퍼포먼스로 선보일 예정이다.애초 1년 6개월에 걸쳐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협업을 준비했지만 무산돼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등을 안준 작가가 AI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전시로 풀어낸다.세계적인 라이브 아티스트 김정기 뮤지엄과의 공동기획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김정기는 BTS(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마블, 블리자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LOL 등과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 2022년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낸 글로벌 아티스트다. 이번 어반브레이크에서는 그를 기리며 국내외 5명의 작가가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그의 유작 ‘눈불토끼’를 모티프로 한 아이템도 출시한다.더불어 어반브레이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특별전들도 마련된다. 레어템과 3000여종 이상의 스페셜 컬렉션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베어브릭 컬렉션’(BE@RBRICK Collectiong)展에는 다양한 아티스트, 브랜드, 애니메이션, 영화, 아티스트 등과 협업한 베어브릭을 테마별로 만날 수 있다.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팝 컬처 스퀘이’(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팝 컬처 스퀘어’(Pop Culture Square)에서는 코테 에스크리바(Cote Escriva), 오지 슬릭(OG Slick), 사이크롬(Psychrome, 본명 이안볼), 예카 하스키(Yeka Haski), Nychos, Dave Persue, Tristan Eaton, 테오도루(Theodoru), NAU 등 국내외 유명 팝 아티스트들의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내셔널지오그래픽스의 글로벌 앰버서더이자 세계적인 아티스트 덜크(Dulk)와 2011년생 니콜라스 블레이크(Nicholas Blake),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영재 마리아, 소피아와 한국의 조슈아가 펼쳐 보이는 ESG 아트 프로젝트 ‘아트 포 투모로우, 댄스 위드 애니멀스’(Art for Tomorrow, Dance With Animals) 그리고 PSG, Pharrell Williams, BTS 등의 피규어를 작업한 유명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Coolrain)이 데뷔 20년을 맞아 그의 친구들과 함께 꾸리는 ‘쿨레인과 프렌즈’도 특별함을 더한다.어반브레이크 2024는 다양한 협업으로 페스티벌로의 전환에 나선다(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어반브레이크 2024와 협업하는 존원, 덜크, 코테 에스크리바, Vance, 니콜라스 블레이크, Deekay(본명 권동욱), Janine Daddo, 사이크롬, 제이슨 킴(Jason Keam), 예카 하스키, 민정(Minjeong), 테오도루, 필독(Feeldog), 집시(Zipsy), 레지나 킴(Regina Kim), 지화(Jiwha) 등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은 직접 관람객들을 만나는 ‘미트그리트’(Meet Greet) 무대에 오른다.장 대표는 “그 동안 어반브레이크는 시대 상황, 시대의 흐름, 콘텐츠적인 트렌드 등을 반영해 기획해 왔다”며 “내년부터는 갤러리를 받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도 어반브레이크는 부스비를 받지 않고 페어 성격에 맞는 갤러리 선정에 유독 신경을 써왔다.“저희와 함께 결을 맞출 수 있는 브랜드, 갤러리, 스튜디오, 아티스트 등과 협업해 특별한 테마로 우리만의 아트페스티벌로 만들고자 합니다. 미국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처럼 세계에서 찾아올 수 있는 글로벌 아트 페스티벌을 만들고자 합니다. 올해 ‘어반브레이크’의 변신으로 그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1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음악 우주’로의 열다섯 번째 여정, 2024 여우락페스티벌

2024 여우락페스티벌에 참여하는 12명의 아티스트들(사진제공=국립극장)“대중적이기 보다는 소수의 진설된 열성 팬들을 위해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현대적 해석을 하는 국립극장의 정체성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저희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이어가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도,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잉태되고 꽃을 피울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올해로 15회를 맞은 여우락(여기 우리의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7월 4~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하늘극장, 문화광장, 이하 여우락)의 ‘지속성’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박인선 국립극장장(사진제공=국립극장)지난 15년간 8만명의 관객이 다녀간 올해의 여우락은 무토(MUTO)의 멤버이자 거문고 연주자인 박우재가 예술감독, 에스파·르세라핌·세븐틴·로꼬·코드쿤스트 등의 아트 디렉션 및 샤넬·프라다·구찌·버버리 등과의 협업과 젠틀몬스터누데이크 비주얼 에디터 등을 진행했던 메이킴이 아트 디렉터로 나선다.박우재 예술감독은 “우리 음악을 중심으로 한 아티스트, 그들이 벼려내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들을 국립극장에 모아보려고 한다”며 “우리 음악의 근원적 요소들이 충돌하고 팽창하고 증폭하는 모습들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예술감독인 동시에 연주자로서 개막작 ‘오:0’로 여우락의 시작을 알린다. ‘오:0’에 대해 박 감독은 “거문고가 중심이 되는, 무용수들이 함께 하는 음악회”라고 소개했다.“국립국악관현악단의 24인조 청년오케스트라, 문화예술 인턴단원, 청년교육단원이 함께 하는 무대입니다. 더불어 한국 창작춤의 대모이신 김매자 선생님과 황태인 국립무용단원, 김남진 현대무용가 등 선후배가 한자리에 어우러지는 무대를 꾸릴 예정입니다.”메이킴은 “아트디렉터로 함께 하면서 뉴미디어 기술과 전통을 어떻게 엮을지 논의하는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이번 축제에서 선보일 ‘장면들’(Sceneries)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거문고 사운드를 만드는 황진아 작가, 가야금을 메고 퍼포먼스를 하시는 박선주 작가와 함께 미디어 아트,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한 무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2024 여우락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이태백(왼쪽부터), 박우재 예술감독, 메이킴 아트 디렉터(사진제공=국립극장)예술감독인 박우재, 아트디렉터 메이킴을 비롯해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가야금 연주자 이준, 남도음악의 명장이자 서울시무형문화재 아쟁산조 이수자 이태백, 국가무형문화재 동해안 별신굿 이수자 방지원, 젊은 소리꾼이자 싱어송라이터 송소희, 양금 제작자·연주자 윤은화,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원일, 소수민족컴퍼니 대표 겸 서도민요 보컬리스트 추다혜, 국가무형문화재 강령탈춤 이수자 박인선,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수궁가 이수자이자 국립창극단원 김준수 등 12명의 아티스트가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이라는 주제 아래 원·선·점을 테마로 새로운 전통 무대를 선사한다. 여우락과 6번째 작업에 나서는 원일은 시나위적인 인물인 백남준의 포스터모던이 품은 굿의 요소, 자기 긍정과 극복의 힘을 발휘하는 초인 디오니소스 정신을 모티프로 한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를, 남도소리의 거장 이태백은 남도음악의 기원을 담은 ‘오리진 사운드’(Origin Sound)를, 여우락과 네 번째 무대를 꾸리는 허윤정은 연극 ‘다시라기’, ‘진도 다시래기’를 매개로 죽음을 대하는 신명을 표현한 ‘다시:나기’를 선보인다.2024 여우락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참여 아티스트들이 선보인 쇼케이스(사진제공=국립극장)박인선은 탈춤의 다채로운 예술적 요소를 선보이는 1인극 ‘박인선쇼’, 윤은화는 전통 악기인 듯하면서 서양에서 온 양금을 제작·교육·연주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페이브’(PAVE), 방지원은 한국인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심리적 유산인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에 녹여낸 ‘잔향: 나무의 노래’로 무대를 꾸린다. 더불어 음악 혹은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가짐, 좋은 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가짐을 주제로 한 이준의 ‘경계면’, 최근 싱어송라이터로 변신을 꾀한 송소희의 ‘공중무용: 화간접무’, 굿과 무가가 가진 즉흥성 및 현재성, 유연성을 살려 신묘하고 신명나는 치유의 무대를 구릴 추다혜의 ‘부귀덩덩’ 그리고 소리, 뮤지컬, 두번째달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김준수의 ‘창(唱); 꿈꾸다’도 관객들을 만난다.2024 여우락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참여 아티스트들이 선보인 쇼케이스(사진제공=국립극장)이번 축제의 주제인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과 원·선·점이라는 테마에 대해 박우재 감독은 “음악으로 설정된 우주, 그 우주 안에 우리 음악이 중심이 되는 은하, 태양처럼 빛나는 항성, 그 주위를 도는 행성들, 우리 일상 속에 불현 듯 나타났다 사라지며 경이로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혜성 등을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틀 없이 아주 독보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12명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마주하는 음악 축제이길 희망합니다. 아티스트 내면에 가지고 있는 원형을 감각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 음악을 경험하는 새로운 차원이 열리는 그런 시간이기를 기원해 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07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日스맙이 안 부러운 한국의 샤이니… 16주년 '팬덤' 여전해!

지난해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6번째 단독 콘서트와 올 2월 10만 관객을 동원한 도쿄돔 공연을 혼합, 재구성한 무대가 단연 돋보였다.(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오프닝은 ‘여전히’ 다섯 명이었다. VCR에 완전체로 등장한 반가움도 잠시, 고(故) 종현의 빈자리를 추억하면서도 네 명의 무대는 단단함 그 자체였다. ‘데뷔 16년차’를 맞이한 샤이니(SHINee)가 24~26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샤이니 월드 VI 퍼펙트 일루미네이션 : 샤이니스 백(SHINee WORLD VI PERFECT ILLUMINATION : SHINee’s BACK)‘을 개최했다. 5세대 아이돌이 나오는 친정 SM엔터테인먼트에서 샤이니가 보여준 여전함은 남다르다. 이제는 ‘따로 또 같은’ 소속사로 활동하지만 그룹 활동은 한 곳에서 하는건 여느 보이그룹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룹 ‘선배보이그룹’ god가 주는 장기적인 팬덤, 멤버 각자가 뚜렷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에 못지않은 존재감이다.무엇보다 이번 26일 무대는 유독 그 결속이 돋보였다. 화이트 정장에 금색 장식으로 앙드레 김 의상이 연상되는 옷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네 사람은 그룹명인 샤이니(빛나는)에 걸맞는 등장이었다. ‘클루와 셜록 (Clue + Note)’을 부르며 등장한 그들은 연이어 ‘루시퍼‘’, ‘드림걸’로 전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이날 온유는 여전히 발랄한 다른 멤버 틈에서 유독 단단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오프닝에서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는데 이제 시작이다“는 말로 앞으로의 다짐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무엇보다 온유는 건강 문제로 지난해 6월 활동을 중단, 샤이니 신보 활동과 콘서트에 불참했다 복귀한 온유는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무대를 누볐다. “팬들과 멤버 덕분에 멤버들 덕분이다. 무대 뒤에서 함성이 귀를 뚫고 들어오더라”며 감격스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샤이니의 완전체 활동은 2021년 4월 발매한 정규 7집 리패키지 앨범 ‘아틀란티스’가 마지막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정규 8집 ‘HARD’(하드) 동명의 타이틀곡은 물론 수록곡 ‘주스’,‘라이크 잇’등 수록곡 무대를 완전체 버전으로 소화해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함성으로 가득채웠다.이번 콘서트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멤버들이 ‘불꽃무대’로 자평한 ‘링딩동’을 부르면서였다. 10대에 데뷔했던 상큼함을 잊지않고 현재 자신들의 모습을 한껏 녹여낸 이들은 다섯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 곡인 ‘에브리 바디’와 ‘뷰’를 연이어 부르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p무대 연출이 돋보였던 콘서트의 오프닝 모습. TV속에서 본 익숙한 모습보다 날 것 그대로의 안무를 강조해 반가움을 더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중국과 대만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에서 왔다는 해외 팬들에게 ‘최애’를 묻자 응원봉을 들어보이면서도 “올 오브 뎀(All of them)”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이희승기자)이날 안무 중간 복근을 공개하며 자신의 티셔츠를 입에 문 팬 서비스를 한 민호는 “이번 무대를 위해 1년을 운동했다. 이제 맵고 짠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돈 콜 미’를 열창하다 마이크가 부러진 키는 역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콘서트를 연습하며 애플워치가 위험하다고 신호를 다 보내더라. 그만큼 평소와 다른 음정과 신체를 단련했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특히 3일간 동원한 관객은 총 3만여 명으로 전국에서 대절한 버스가 인스파이어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콘서트 시작 며칠 전부터 근처 호텔과 로비까지 인산인해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시야제한석을 고려한 멤버들의 동선과 전방과 위를 오가는 무대 연출이 특히 눈에 띄었다. 아이돌 문화가 앞선 일본에 스맙( SMAP)이 있다면 단연코 한국엔 샤이니가 있다는걸 무대를 본 사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영종도=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6 21:38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드디어 JYP의 이름값을 할, '보이그룹' 탄생!

왼쪽부터 유우, 하루, 소 건, 토모야, 유키, 휴이, 세이타. 현장에 통역이 있었지만 서툰 한국어로 대답하는 모습이 그간의 노력을 가늠하게 했다.(사진제공=JYP)비닐 바지를 입고 무대를 누빈 JYP의 수장 박진영의 영향 탓일까. 2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넥스지(NEXZ) 데뷔 싱글 ‘라이드 더 바이브(Ride the Vibe)’ 쇼케이스에 등장한 멤버중 네 명이 반바지 차림이었다. 토모야, 유우, 하루, 소 건, 세이타, 휴이, 유키 일곱 명으로 이뤄진 보이그룹 넥스지는JYP가 6년 만에 론칭한 보이그룹이다.JYP와 일본 최대 음반사 소니뮤직이 합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 시즌2를 통해 탄생한 그룹으로 6명의 일본인 멤버와 1명의 재일교포 멤버로 이뤄져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인 박진영이 ‘Next Z(G)eneration’이라는 의미를 담아 ‘넥스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이에 리더 토모야는 “그룹명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담았다.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매력이 분명하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타이틀곡 ‘라이드 더 바이브’는 힙합 기반의 리듬과 일렉트로니카 요소를 융합한 ‘이지 익스페리멘털’(Easy-Experimental) 장르의 노래다. 처음이기에 느낄 수 있는 설렘, 불안함, 두근거림 등 감정의 파동을 가사로 표현했다.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무대를 즐기면서도 빈틈없는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재일교포인 소건은 “팬들과 소통하며 한국에서 넥스지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 넥스지의 곡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단독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히기도.벌써부터 글로벌 팬덤도 남다르다. 일본 나고야, 후쿠오카, 히로시마, 삿포로, 오키나와, 도쿄, 센다이, 고베와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한국 서울까지 총 11개 도시에서 펼쳐진 지역 예선에 이어 도쿄와 서울 합숙까지 모든 관문을 통과해 탄생된 만큼 중독되는 퍼포먼스가 담긴 뮤직비디오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데뷔 싱글은 발매 당일오후 음반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 실시간 앨범 차트 정상에 올라 차세대 슈퍼 루키의 등장을 알렸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1 10:4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메트 오페라의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한 최후의 예술형식"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한 최후의 예술 형식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쓰고 인간이 노래하고 인간이 악기를 연주하고 인간이 지은 극장에 인간이 꾸린 세트에서 신에 관한 이야기이거나 허구일지라도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죠.”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The Metropolita Opera, 이하 메트 오페라) 주역인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Lisset Oropesa, 이하 오로페사)는 6월 19, 20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이 예술 형식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는지 그리고 이미 얼마나 많은 세대의 삶에 감동을 전해주었는지 놀라울 정도죠. 저는 오페라가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많이 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고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거든요.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해야죠!”◇극강의 콜로라투라, 야닉 네제 세갱이 인정한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리제트 오로페사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마에스트로는 모든 면에서 훌륭합니다. 그는 솔리스트든 앙상블이든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죠.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전염성이 강해요. 항상 축하 이벤트를 준비하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예술 형식과 아티스트 자체를 사랑하고 존중하죠. 개성과 기쁨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방법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에요.”오로페사는 현재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Yannick Nezet-Seguin)이 “누구보다 모차르트를 잘 구현하는 가수”라고 인정한 메트 오페라의 소프라노다.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출신의 오로페사는 2019년 제14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벌리 실즈 아티스트 어워드(Beverly Sills Artist Award) 및 리처드 터커 어워즈(Richard Tucker Award) 수상자로 극강의 콜로라투라(Coloratura, 빠른 패시지나 트릴 등 기교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선율)를 구사하는 소프라노다.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Recitativ und Arie)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A Berenice...Sol nascente K.70)와 콘서트 아리아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Vado, ma dove? K. 583)를 선보인다.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수석지휘자로 이끌기도 했던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6월 19, 20일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일본(6월 22~27일), 대만(6월 29, 30일)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에서 선보일 두 곡에 대해 오로페사는 “전혀 다른 곡”이라고 표현했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모차르트가 11, 12세 무렵에 작곡한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는 극도의 기교와 목소리를 위한 악기 선율,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감흥으로 완성되는 곡이에요. 젊은 모차르트의 놀라운 기교를 한껏 보여주죠. 색채가 있고 긴 구절과 큰 도약도 있어요. 인간의 목소리가 치러야할 장애물 경주 같은 작품이죠.”또 다른 곡인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는 33살 무렵의 모차르트가 소프라노를 위해 작곡한 마지막 아리아다. 이에 대해 오로페사는 “모차르트가 극적인 영역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특별한 아리아”라고 털어놓았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모차르트!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더 단순한 선율, 더 수월한 음역, 더 간결한 음악 구조로 텍스트 뒤에 숨겨진 정서에 집중해야 하는 곡이에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 같은 단순함이죠. 아리아가 짧고 기교가 덜 드러나는데도 노래하기 매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감정 때문입니다.”이어 “모차르트의 곡은 보기에 쉬워 보일수록 부르기에는 어렵다”며 “보컬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더 투명하게 들리고 결함이 더 쉽게 노출된다”고 덧붙였다.“모차르트 작품을 부르기 위해서는 정말 제대로 테크닉을 갖춰져야 해요. 가수의 역량 창고에 정말 많은 것이 있어야 하죠. 저는 깔끔한 패시지 작업, 감정적 뉘앙스, 실제 선과 구절의 방향을 강조하면서 쉽게 들리도록 하는 훈련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첫 번째 레벨일 뿐이죠. 이보다 더 자연스러워야 하거든요. 긴장하거나 지나치게 통제된 것처럼 들리면 진정으로 ‘쉽게’ 들리게 하는 자유를 잃게 되니까요.”그리곤 “이것이 바로 훌륭한 모차르트 해석가와 단순한 음악가 사이의 핵심적인 차이”라며 “기계처럼 들리면 안된다. 음율을 만든 사람이 사람이고 사람이 음율을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야 한다”고 부연했다.“마치 훌륭한 아이스 스케이트 선수를 보는 것과 같아요. 보는 사람들이 ‘와, 정말 쉬워 보이는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죠. 저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모차르트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래서 음악을 해석하는 일은 언제나 경이롭죠.”6월 19, 20일 내한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함께 하는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훌륭한 친구이자 동료로서 존경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매일 성악가들과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특별한 요구 사항, 개별 솔리스트의 소리와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에 매우 민감하며 제가 최선을 다해 노래하도록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앙상블”이라고 소개했다.“그들은 제가 스타일을 쉽게 바꿀 수 있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협력해요. 음악 스타일과 지휘자의 요청뿐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성악가들을 항상 존중합니다. 쉼표가 필요하든, 강조를 위해 시간을 멈춰야 하든 늘 그들이 함께 하죠.”◇비올레타, 마농, 줄리엣, 아미나 그리고 엘비라, 마르게리타, 노르마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비올레타(Violetta)와 쥘 마스네(Jules Massenet) 오페라 ‘마농’(Manon)의 주인공 마농, 샤를 구노(Charles Gounod)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의 줄리엣 그리고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몽유병의 여인’(La Sonnambula) 아미나(Amina)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역할이자 지금도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인물들이죠.”이렇게 전한 오로페사는 “베르디 ‘리골레토’(Rigoletto)의 질다(Gilda),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의 루치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수잔나(Susanna)도 좋아하지만 더 이상 그 배역으로는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을 보탰다.그리곤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와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삶을 소재로 한 도니제티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Maria Stuarda) 무대에 처음 오른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앞으로 벨칸토 오페라와 프랑스 작품을 레퍼토리에 더 추가할 생각입니다. 향후 3~5년 동안은 콘서트 오페라로만 불렀던 벨리니 ‘청교도’(I Puritani, The Puritans)의 엘비라(Elvira),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Faust)의 마르게리타(Marguerite)를 추가하고 가능하다면 노르마(Norma) 역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andel)헨델,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벨리니도 계속 노래할 거예요.”◇조수미, 홍혜경, 한국 그리고 꿈꾸는 사람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조수미 선생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 그녀를 만났고 너무 친절하셨어요. 선생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프라노 디바 중 한분이죠. 제가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주인공) 수잔나를 부를 때 첫 백작부인이었던 홍혜경 선생님을 존경해요. 훌륭한 가수일 뿐 아니라 정말 놀라운 분이셨죠.”그는 한국인 성악가들과도 인연이 깊은 소프라노이기도 하다. 오로페사는 “라 스칼라에서 멋진 베이스 바리톤 박종민, 비엔나에서 유쾌하고 재능있는 젊은 베이스 스테파노 박과도 함께 공연했는데 정말 대단했다”고 밝혔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한국의 성악가들 뿐 아니라 “한국드라마도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오징어게임’(Squid Game)과 ‘더 글로리’(The Glory)를 정말 좋아한다. 김치 등 한국 음식도 좋아해서 직접 채식주의자인 저만의 비건 레시피로 만드는 법도 배웠다”고 전했다.“이번 공연을 통해 저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아시아에는 오페라와 성악가들에 매우 열정적인 관객들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의 아시아 투어는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그는 꿈꾸는 사람들, 특히 뉴욕 메트 오페라 극장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큰 꿈을 꾸는 건 근사한 일이죠. 뉴욕 메트로폴리탄 혹은 작은 동네 극장에서 노래하는 것이 꿈이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을 상상하며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하세요.”이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공이 쉽고 빠르게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많은 좌절이 따르는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정말 원하는 꿈이라면 쉽지 않더라도 쫓아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상을 유지하기란 정말 어렵거든요. 늘 스스로로 존재하세요.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와 생각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마세요. 나만의 개성은 나를 돋보이게 하죠. 연약함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것이고 강인함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게 할 테니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20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의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 오롯이 “음악과 나”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건 완전 딴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저의 상태는 음악과 저 외에는 없어요. 그게 옳은 태도인 것 같아요. 다 잊어버리고 음악과 나, 내가 그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5월 14일 생애 첫 ‘모차르트’ 3부작 중 첫 번째 앨범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사별한 아내이자 배우 윤정희가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음악과 나”를 언급했다.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 첫 번째(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렇게 ‘모차르트’ 앨범은 오롯이 음악과 자신에만 집중한 작업이었다.  그가 모차르트를 처음 접한 건 ‘론도 A단조’(Rondo in A minor, K. 511). 이에 대해 백건우는 “사실 기억나지 않지만 항상 모차르트의 음악이 존재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사람이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는다는데 음악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일생 동안 많은 작곡가를 하고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20대, 40대, 60대 이 악보를 읽는 것이 확실히 달라요. 지금의 저한테는 굉장히 새롭더라고요. 저에겐 새로운 도전입니다. 예전에는 모차르트 스타일에 맞게 잘 치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모차르트 음악 자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그리곤 “모차르트 음악에서 연주자의 역할은 그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연주 같다”며 “연주를 하면서는 특별한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데 모차르트는 자기를 오히려 없애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부연했다. 이에 앨범 커버도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살 아이의 백건우 초상화다.“거짓없는 아이의 눈길이랄까요. 그런 것이 그리웠어요. 아이들만 표현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서 이 음반의 음악과 참 맞는 것 같아서 커버로 채택했죠.”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렇게 자신을 걷어내는 과정을 거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주옥같은 음악들이 3장의 음반으로 완성됐다. 그 시작은 ‘환상곡’(Fantasia in D Minor, K. 397)이 연다. 이후 ‘론도 D장조’(Rondo in D Major, K. 485)에 이어 ‘피아노 소나타 12번’(Piano Sonata No. 12 in F Major, K. 332), ‘피아노 소나타 16번’(Piano Sonata No. 16 in C Major, K. 545 “Sonata facile”) 그리고 ‘프렐류드와 푸가’(Prelude Fugue in C Major, K. 394)로 이어진다.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에 따르면 “(이후 발매될) 두장의 앨범에는 ‘피아노 소나타 2번’(Piano Sonata No.2 In F Major KV 280)과 ‘10번’(Piano Sonata C major K. 330), ‘14번’(Piano Sonata No.14 In c minor K. 457), ‘환상곡 다단조’(Fantasia Fantasie c minor K. 475). ‘윤기덕분에’(Verdankt sei es dem Glanz K. 392),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Adagio and Rondo for Glass Harmonoca) 등 익숙한 그리고 듣기 쉽지 않은 곡들이 담겼다.”“모차르트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들었던 음악가 같아요. 틀에서 벗어나는 곡들이 많거든요. 모차르트 음악이다 하면 대부분 ‘피아노 소나타’를 떠올리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어요. 오르간, 하모니카를 위해 쓴 곡도 있고 민속적인 소리도 있거든요. 이번 앨범을 들으시면 모차르트의 음악세계에 이런 면도 있구나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그리곤 “특히 후기 작품들이 너무 마음에 끌려서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데 순서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는 “뭔가 계획하는 걸 별로 안좋아한다”며 “가다 보면 뭔가 새로운 곡이 나타난다. 지금 이 나이에 꼭 이걸 해야겠다는 믿음이 생길 때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할지는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고 웃었다.“저는 녹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녹음해서 픽스한다는 데 부담도 되고 부정적이었죠. 그런데 좀 넓게 생각하니 그때 내 모습을 남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10년 후 달라질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녹음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7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츠요시 츠츠미·양성원 “스승의 뜻 이어 횃불을 들고!"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 산토리홀 대표(왼쪽)와 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저희의 뛰어난 스승이자 예술가이자 인간적으로도 너무 멋진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을 기리는 일을,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츠요시 츠츠미(Tsuyoshi Tsutsumi) 일본 산토리홀 대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Janos Starker)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제자들과 또 그들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 여는 축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츠요시 츠츠미는 2년 전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7월 3~5일 롯데콘서트홀, 7월 5~7일 산토리홀, 이하 첼로 페스티벌)을 제안했던 세계적인 첼리스트 양성원의 표현을 빌자면 “41년 전 처음 만나 지금은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대선배이자 동료이자 존경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1960년 야노스 슈타커를 처음 만나 제자가 된 첼리스트이자 일본첼로협회 초대 회장, 토호 가쿠엔 음악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교육자다. 현재까지 토호 가쿠엔 음악학교 특임교수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왼쪽)와 그의 애제자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롯데콘서트홀과 일본첼로협회, 산토리홀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 첼로 페스티벌의 공동 예술감독인 양성원은 “첼로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던 1975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선생님의 공연이 제가 본 첫 첼로 독주회였다”며 “아직도 그때의 가슴울림을 간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첫 독주회의 가슴울림과 1986년 제자가 돼 슈타커의 가르침을 받은 양성원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프랑스 본 페스티벌·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성장했고 연세대 교수·영국 왕립음악원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은 우리가 직업 연주가로서 단순한 엔터테이너가 아닌 인류의 유산을 대표하는 예술가라고 항상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수로 재직하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러 뉴욕 맨하튼으로 떠나기 전 작별인사로 해주신 ‘횃불을 들고 가라’(Deep Carrying the Torch)는 말씀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좌절하고 힘들 때 일으켜 세운, 지금까지 저의 가장 믿을 만한 디딤돌 같은 말이죠.”이어 7월 시작될 첼로 페스티벌에 대해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지키며 후대를 위해 길을 밝혀야 한다는 마지막 인사, 그런 선생님의 교육 철학, 음악을 대하는 자세 등을 기리는 축제”라며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의 제자인 저희가 선생님께 배운 걸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그런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항상 자신을 능가할 수 있도록 가르치신 분셨어요.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음악적 이상을 추구하라고 하셨고 테크닉을 가르쳐 주시면서는 추구하는 이상으로 가는 도구라고 말씀하셨죠.”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예술감독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츠요시 츠츠미 대표는 “선생님은 연주회로 너무 바쁜 중에도 교육자로서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늘 연주와 학생들의 교육이 자동차 바퀴의 두개 축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중 하나라도 없으면 자동차가 굴러갈 수 없다고 하실 만큼 젊은 세대를 길러내는 교육에 굉장히 헌신적이셨다”고 말를 보탰다.“14살 때 첫 번째 제자를 두셨는데 교수법이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지점은 모든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길러내는 게 아니라 각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 성장시켰다는 지점이죠. 이번 첼로 페스티벌 공연도 보시면 굉장히 놀라실 겁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너무나 뛰어난 분들이시고 너무도 다른 분들이시거든요.”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이번 페스티벌은 그 가르침을 대물림한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 제자들을 비롯해 그들의 제자까지 3세대가 함께 한다.” 양성원은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의 제자인 츠츠미 선생님의 한예종 제자 한재민이 동경 산토리홀에서, 게리 호프만(Gary Hoffmanm)의 제자 미치아키 우에노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선생님께서 가장 즐겨 연주했던 곡을 바탕으로 짰다”고 전했다. 3일에는 츠요시 츠츠미와 양성원을 비롯해 클리블랜드·밤베르크심포니 수석 마크 코소위(Mark Kosower), 예일대학교 교수 올레 아카호시(Ole Akshoshi), 파리국립음악원 교수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취리히 음대 교수 마르티나 슈칸(Martina Schucan)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Unaccompanied Cello Suites) 전곡을 연주한다.4일에는 ‘소나타와 앙상블’이라는 테마 아래 야노스 슈타커와 음반작업을 가장 많이 한 피아니스트 시게오 네리키(Shigeo Neriki),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이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첼로 소나타’(Cello Sonatas, op. 102)를 연주한다.1950년 슈타커가 발표해 파란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향유되고 있는 코다이 졸탄(Kodaly Zoltan)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Sonata for Unaccompanied Cello Op.8)는 일본의 미치아키 우에노가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의 첼리스트 한재민이 일본 산토리홀(7월 6일)에서 연주한다.둘째 날은 슈타커의 제자들이자 현역 첼리스트들이 모여 창단한 ‘슈타커 센테니얼 앙상블’의 월드와이드 초연 무대도 이어진다. 슈타커가 유독 사랑했던 한국인 제자들인 양성원, 이재은, 이현정, 김인하, 한동연, 장혜리, 박이령, 우미영 등이 전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라 바흐, 헨델, 비발디, 브람스, 드보르작 등을 연주한다.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 산토리홀 대표(왼쪽)와 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5일은 슈타커의 생일로 정확하게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한국 축제의 피날레이자 일본 축제의 오프닝이 동시에 열린다. ‘협주곡의 밤’이라는 테마 아래 야노스 슈타커가 가장 즐겨 연주하던 하이든과 슈만, 드로브작의 ‘첼로협주곡’을 양성원, 게리 호프만, 산티아고 가뇬-발렌시아(Santiago Canon-Valencia)가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휘자 이승원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한다.츠츠미 대표는 야노스 슈타커의 유난했던 한국 사랑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은 클래식 분야의 최강국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러지 못했을 시기에도 슈타커 선생님께서는 ‘한국의 음악 미래를 잘 한번 지켜보며 신경 쓰라’고 말씀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학생들이 연습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유독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방문할 때마다 한국 제자들을 엄청 칭찬하시곤 하셨죠. 선생님의 수업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아요. 타협을 전혀 모르셨거든요. 당시는 한국이 큰 주목을 받지 않던 시기였지만 그만큼 철저하고 명확한 평가를 하시는 선생님께서 한국 연주자들의 미래를 이미 직감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제자들의 노력과 헌신, 자질 등을 높이 사셨고 이후 성장할 클래식 세계를 보신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5 18:30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 참으로 클래식다운 유머!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

가히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그래서 가능한 기획이었다. 그리고 지극히 클래식답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Family Concert: Humoresque, 5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는 각 분야의 대단한 비르투오소(Virtuoso)들의 조화가 돋보인 공연이었다. 사실 클래식으로 박장대소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잦지 않은 기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래식에는 작곡가들이 저마다의 방식대로 비틀거나 박자를 밀당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유머들을 숨겨두고 있다. ‘유머레스크’는 그 유머들을 연주자들의 연출을 곁들여 관객들과 공유하는 음악극이다.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음악 속 유머를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 온 피아니스트 주형기를 주축으로 마냥 진지하고 고요하게만 보였던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마저 큰 웃음을 자아내는 데 나섰다. 더불어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MBC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눈길을 끌었던 대니구,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신연 황과 김상진, 첼리스트 마리 할린크(Marie Hallynck), 피아니스트 무히딘 뒤뤼올루(Muhiddin Durruoglu)까지 한데 어우러졌다.공연이 시작하자마자 객석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졸면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엘리제를 위하여’(Baratelle in A Minor, WoO 59 ‘Fur Elise’)를 연주하다 바닥에 널브러지면서도 손은 건반 위를 떠나지 않는다. 두 피아니스트가 자리부터 악보, 건반 등까지를 유리하게 차지하기 위해 혹은 더 튀기 위해 아귀다툼이다.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하이든의 ‘현악4중주 no. 2 The Joke-피날레, Op.33’(String Quartet No. 2 ‘The Joke’-Finale, Op. 33)은 끝낼 듯 끝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장난질이다. 야마하 피아노는 신용카드를 긁어야만 열리고 은행 ARS처럼 원하는 번호를 선택해야만 연주할 수 있는가 하면 한정된 연주 시간도 연장할 수 있다. 연주를 하던 연주자들이 ‘혼자라 외롭다’ 통곡을 하는가 하면 ‘하하하’ 소리를 내며 크게 웃어젖히기도 한다. 속도를 올리며 익숙한 레퍼토리마저 새롭게 해석하더니 급기야 신연 황은 폴 힌데미트(Paul Hindemith)의 ‘비올라 솔로 소나타’(Sonata for Viola Solo No. 1, Op. 25, 4th mov.)를 1분 17초여만에 끝내며 환호를 이끌었다.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자칫 유치해질 수도 혹은 ‘감히’ 클래식과 작곡가를 희롱하거나 웃음거리로 전락시킨다는 오해 또는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을 유머들은 숙련된 연주자들로 인해 한껏 클래식다웠다. 웃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지한 연주도, 코믹 연기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숙련된 연주자들로 객석의 웃음소리는 더욱 크고 선명해졌다. 그렇게 실력과 끼를 두루 갖춘 데다 서로에 대한 믿음까지 굳건한 베테랑들이 그리고 음악이 걸어오는 농담에 마냥 진지하고 엄숙하게만 연주되던 곡들은 ‘클래식다움’으로 객석에 박장대소를 선사했다.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가히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그래서 가능한 기획이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05 12:27 허미선 기자

[비바100]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 “금단의 레퍼토리에 빠져 들어 스페셜리스트로!”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1985년 독일 음반사 다브링하우스운트 그림(Dabringhaus und Grimm MDG)에서 프랑스의 카바예-콜(Cavaille-Coll) 오르간으로 루이 비에른(Louis Vierne) ‘오르간 교향곡’(Organ Symphonies) 전곡을 녹음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그것이 저의 프랑스 교향곡 레퍼토리 녹음의 시작이었죠.”그렇게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Ben Van Oosten)은 네덜란드 사람임에도 ‘프랑스 교향악 오르간 음악의 전문가(Expert)’로 “분류됐다.”(Labelled) 11살에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처음 임명된 후 15세에 첫 리사이틀을 열며 본격적인 오르가니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50여년 간의 활동하며 오르간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벤 판 우스텐은 현재까지도 헤이그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이며 헤이그 국제오르간페스티벌의 예술감독직을 수행 중이다.벤 판 우스텐 오르간 리사이틀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제가 어렸을 때인 1960년대에는 프랑스 교향악 오르간 음악은 금단의 레퍼토리로 여겨졌어요. 네덜란드에는 이 음악을 연주하는 오르가니스트가 거의 없었죠. 낭만적인 피아노 연주를 비롯해 낭만적인 오르간 음악까지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헤이그의 유명 오르가니스트 콘서트에 갔다가 그 음악들에 매료됐어요. 그리고 1970년 파리에서 제대로 된 악기로 연주되는 이 음악들을 들었죠. 일종의 계시와도 같았어요. 그때부터 프랑스 교향악이 제 음악세계임을 깨달았어요.” 자타공인 ‘프랑스 오르간 심포니 스페셜리스트’인 벤 판 우스텐이 리사이틀(6월 4일 롯데콘서트홀, 6월 2일 부천아트센터)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물론 이 레퍼토리가 자주 연주되거나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에 MDG가 이런 기회를 준 것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초기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당연히 바흐를 포함해서요. 사실 음악적 역발상이죠. 프랑스 낭만시대 작품으로 음악을 시작해 나중에야 고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거든요.”그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오르간 레퍼토리들은 프랑스의 오르간 제작자 아리스티드 카바예콜(Aristide Cavaille-Coll)이 도입한 오르간 디자인의 혁신에서 비롯된 작품들”이라며 “이 새로운 유형의 악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풍부하고 유연한 표현 수단은 작곡가들로 하여금 새로운 곡들을 만들게 했다”고 설명했다.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를 시작으로 알렉상드 길망(Alexandre Guilmant), 샤를 마리 비도르Charles-Marie Widor), 루이 비에른이 그 뒤를 이어 오르간 교향곡의 대표 주자가 됐다. 그래서 이번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은 오롯이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으로만 꾸렸다.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롯데콘서트홀에서는 비에른의 ‘세개의 즉흥곡’ 중 ‘주교의 행렬’, ‘24개 환상곡’ 중 ‘오바드(아침의 노래)’와 ‘태양의 찬가’, ‘트립티크’ 중 ‘죽은 아이를 위한 비석’, 프랑크의 ‘코랄 제1번 E장조’,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제5번 f단조’ 중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그리고 뒤프레의 ‘수난 교향곡’을 연주한다. “완전히 프랑스 교향곡, 비에른, 프랑크, 비도르, 뒤프레 등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거장들의 위대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교향곡들을 통해 롯데콘서트홀 리거 오르간의 다양한 색채와 역동적인 가능성을 들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지난해 5월 지자체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을 보유하며 개관한 부천아트센터에서는 뒤프레가 편곡한 바흐의 ‘칸타타 BWV29 주여 감사드리나이다’ 중 ‘신포니아’와 빈제미우스 편곡 버전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 중 2악장으로 시작한다.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부천아트센터의 새로운 카사방 오르간으로 연주합니다. 바흐의 유명한 작품 중 두곡을 오르간으로 편곡해 (개관 1주년) 축제 분위기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 후 바흐에 대한 헌사로 볼 수 있는 세자르 프랑크의 ‘코랄 제2번 b 단조’가 이어집니다. 프랑크와 비도르의 제자였던 비에른의 ‘24개 환상곡’ 중 ‘오바드(아침의 노래)’와 ‘태양의 찬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종소리’를 연주하고 비도르의 인기곡인 ‘오르간 교향곡 제5번 f단조’로 마무리하죠.” 그는 오르간의 매력을 “거의 무한대의 음색과 역동적인 가능성”과 “이로 인해 조용한 명상부터 황홀경에 이르는 다양한 분위기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점”을 꼽았다. “게다가 오르간 레퍼토리는 6세기 이상에 걸쳐 있습니다. 이에 다양한 양식과 기원을 가진 오르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혹적이고 독특한 악기죠.”그의 전언처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오르간을 ‘악기의 제왕’이라고, 비도르는 “모든 악기 중 끝이 없는 음색을 가진 유일한 악기이며 불변성, 지속성, 영원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유일한 악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오르간으로 모국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가교 역할을 하며 깨달은 음악의 힘을 강조하기도 했다.“사실 음악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보편적인 언어입니다. 음악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을 연결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음악은 보다 인간적인 세상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자 관문입니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음악의 엄청난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유의미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4-22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피아니스트 임윤찬 “이 나이에 이 산을 꼭 넘고 싶다는 의지로!” ‘쇼팽: 에튀드’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쇼팽의 ‘에튀드’는 어려서부터 연습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10년 동안 제 속에 있던 용암을 밖으로 토해내는 느낌이에요.”19일 오전 온라인으로 기자들을 만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표현처럼 10여년 간 그의 내면에서 들끓던 용암들은 19일 데카(DECA)와 발매한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Chopin: Etudes)에 담겼다.이는 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최연소 우승자로 주목받고 있는 임윤찬이 클래식 명가 데카와 함께 하는 첫 스튜디오 앨범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데카와 처음으로 발매한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알프레드 코르토(Alfred Cortot)가 쓴 ‘쇼팽을 찾아서’(Aspects de Chopin)란 책을 읽으며 준비한 이번 앨범에는 Op.10 12곡, Op.25 12곡, 3개의 작은 에튀드까지 총 27개로 구성된 프레데릭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의 ‘에튀드’ 중 OP.10과 OP. 25를 합친 24곡이 담겼다.“이그나츠 프리드만(Ignaz Friedman),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Vladimir Sofronitsky),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 유리 에고로프로(Youri Egorov) 등 훌륭한 분들의 연주를 듣고 꼭 앨범으로 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 산을 꼭 넘고 싶다는 제 의지에서 더 큰 영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 나이에 꼭 이 산을 넘고 싶다는 의지가 이 음반을 만들었죠.”임윤찬은 쇼팽의 ‘에튀드’ 뿐 아니라 어떤 곡이든 호로비츠의 말처럼 “음표 뒤에 숨겨진 내용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오랜 시간을 할애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저는 (음표 뒤에 숨겨진 내용) 그걸 알려고 했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그날 그날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요. 그 예가 10-2번 에이 마이너(Etude No. 2 in A Minor ‘Chromatique’)예요. 일본에서 대여섯 번 정도 연주했는데 어느 날은 나방이 날아다니는 것 같고 또 어떤 날은 흐르는 느낌으로 페달을 10분의 1 정도 밟으면서 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사실 곡의 느낌 보다는 24개곡의 캐릭터를 다르게 나누고 각곡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해 어떻게 연습할지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데카와의 첫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쇼팽: 에튀드’ 앨범작업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연주를 한 다음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담았다”며 “긴장도 하나도 안하고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며 기분 좋게 끝냈다”고 털어놓았다.“제 중심은 디렉터인 존 프레이저가 굉장히 잘 잡아주셨어요. 일단 제가 연습한 걸 마음대로 쳤어요. 제가 가끔 쇼팽이 남겨놓은 텍스트에서 벗어난다 싶으면 디렉터분이 잘 잡아주셔서 균형을 맞춰 녹음할 수 있었습니다.”그렇게 “다른 음을 귀신같이 잡아내던” 존 프레이저도 변주를 인정한 트랙이 “25-9번 G플랫 메이저(Etude No. 9 in G-Flat Major ‘Butterfly Wings’)”다.“녹음하면서 왼손 음을 완전 바꾼 마디가 있어요. 이그나츠 프리드만이 왼손으로 완전히 다르게 치는 음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아예 다르게 쳐봤죠. 디렉터도 ‘너무 매력적이고 굉장히 특별한 즉흥적인 왼손 같다’고 해주셨어요. 그 부분을 굉장히 재밌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와 더불어 “25-7(Etude No. 7 in C-Sharp Minor ‘Cello’), 10-2, 10-4(Etude No. 4 in C-Sharp Minor ‘Torrent’) 등도 재밌게 했다”며 “제가 원하는 대로 음악이 나오는 게 재밌었다”고 털어놓았다.이어 “녹음을 진행한 4일 중 첫날의 가장 마지막에 진행한 25-7번은 굉장히 심취한 상태에서 녹음해 그래도 괜찮게 나온 것 같다”며 “다른 테이크도 많았는데 그 중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고 부연했다.이 25-7은 두 마디에 7시간을 연습에 할애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이에 대해 임윤찬은 “7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두 마디를 하루 종일 생각하고 연습했지만 첫 음을 누를 때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그건 연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첫 음인 솔샵(#)을 누르는데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다음 음인 레샵(#)으로 넘어가질 못해요. 느낌이 안 살면 계속 하는 거죠. 그렇게 느낌이 살면 두 번째 음으로 넘어가고 또 반복하다가 처음과 두 번째 음을 연결해 또 반복해서 연습해요. 두음의 연결이 심장을 강타하면 세 번째 음으로 넘어가고 세개를 연결해서 심장을 강타해야 4번째 음으로 넘어가는 식이죠.”이는 그가 추구하는 ‘근본이 있는 음악가’가 갖춰야할 덕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신이 꿈꾸는 ‘근본 있는 음악가’에 대해 임윤찬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깊게 깔려 있고 두려움 없는 표현을 하는 사람 그리고 굉장히 진실되면서도 예측불가능한 타이밍에 가볍게 던지는 유머가 있는 음악가”라고 정의했다.“또 다른 하나는 연주를 했을 때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한 끝에 너무 좋다고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첫음을 치자마자 귀가 들을 시간도 없이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이 있죠. 저는 심장을 강타해버리는 음악을 하는 분들이 ‘근본 있는 음악가’라고 생각해요. 노력으로 될 건 아니고 시대가 내린 천재, 축복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죠.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되게 사는 게 그냥 중요한 것 같습니다.”이후로도 임윤찬은 마린 알솝(Marin Alsop)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볼티모어교향악단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피아노 협주곡 제2번’(Piano Concertos No. 2 C minor) 협연, 5월 루체른심포니·센다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Piano Concerto No.2 in f minor Op.21) 협연, 6월 한달여에 걸친 한국 리사이틀 투어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다음 레퍼토리로 준비 중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골든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아직 음표 뒤 내용들을 찾아볼 시간은 부족했어요. 하지만 이 곡 역시 제가 10년 넘게 내면에서 숙성시켜왔어요. 여름부터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4-19 1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제10회 계촌 클래식 축제 “정체성 강화, 주민을 위한 공간 그리고 마을 오케스트라를 꿈꾸며!”

17일 서울 중구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제10회 계촌 클래식 축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허미선 기자)“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클래식 축제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 좀 과감한 도전이었습니다. 처음엔 하루는 트로트 축제, 하루는 클래식 축제를 하면 안되겠냐고, 마을 주민들의 음악적 정서도 고려해 달라고 했었는데 어느덧 10년이 흘러 그런 얘기들은 다 사라졌어요. 이 축제를 통해 어떻게 하면 계촌 마을을 예쁜 예술 마을로 만들 수 있을까 마을주민들과 매년 총회를 통해 논의하며 10년을 맞이했습니다.”이동연 계촌 클래식 축제(5월 31~6월 2일 강원 평창군 계촌마을) 총감독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소재의 복합문화공간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주년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현대차 정몽구 재단 주최, 한예종 주관으로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이 함께 하는 계촌 클래식 축제가 10주년을 맞는다. 2014년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일상 속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는 ‘예술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범한 축제로 지난해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출연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제10회 계촌 클래식 축제 축제 포스터(사진제공=축제사무국)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최재호 사무총장은 “임윤찬은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최연소 우승자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장학생 출신”이라며 “그 작은 마을에 7000명이 넘게 몰려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문화예술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창의력과 혁신성을 폭발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문화예술 미래인재 육성뿐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축제, 한국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클래식 대중화가 앞당겨지고 확대돼 연주자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하겠습니다.”10주년을 맞아 계촌 토박이로 상명대 기학과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다 근 복무 중이라는 홍종석군과 강남 8학군에서 거주하다 계촌으로 이주해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계촌초등학교 6학년 정찬율군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계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홍종석 군은 “계촌 클래식 축제를 처음 했을 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23살이 돼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고 있다”며 “10회까지 오면서 스케일도 커지고 마을도 예뻐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전교 회장으로 계촌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인 정찬율군은 “쇼맨십보다는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살려 시골 학교와 계촌 클래식 마을을 발전시키길 바란다”며 “10주년을 맞아 학생들은 새로운 단복과 학교 밖에서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나 연주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실내 공연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귀여운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10주년을 맞은 계촌 클래식 축제에는 건반 위의 구도자로 평가받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계촌별빛오케스트라(5월 31일),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김선욱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6월 2일), 성악가 사무엘 윤과 박소영(6월 1일),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정치용 지휘자의 크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6월 1일) 등이 다채로운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주국창 계촌클래식축제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처음과는 달리 우리 계촌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고 밀어주고 계신다”며 “10년 동안 매해 인프라 구축이 굉장히 좋아졌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제10회 계촌 클래식 축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국창 걔촌클래식축제위원회 초대 위원장(왼쪽부터), 정찬율군, 홍종석군(사진제공=축제사무국)이동연 총감독의 설명처럼 “계촌 초등학교 전교생이 오케스트라 단원(계촌별빛오케스트라)이라는 스토리를 접하고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촌 클래식 축제는 “그렇게 처음에는 계촌별빛오케스트라와 운동장에서 시작해 밤하늘의 별을 보며 듣는 낭만적인 클래식 공연으로 주목받으면서 작은 동네에 클래식 공원도 만들어지고 관련 조형물, 음악을 위한 시설, 큰 주차장과 야외 공연장으로 쓸 수 있는 대형 잔디밭도 조성됐다.”“매주 화요일엔 한예종 졸업생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강원도 교육청 지원으로 아이들의 예술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주년을 계기로 어떻게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한국의 지역적, 계절적 특성으로 야외 축제가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영국 BBC 프롬스, 베를린필하모닉 발트뷔네 축제 등에서 하는 야외 무료공연들을 벤치마킹해 한국을 대표하는 야외 클래식 축제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질 계획입니다.”이어 “아직 결정 된 건 아니지만 평창군에서도 다양한 투자 지원을 계획 중”이라며 “클래식 전용 음악감상 카페, 아카이빙 책방, 클래식 관련 음반가게 등 마을주민들을 위한 공간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내년쯤에는 계촌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를 마을 오케스트라로 확대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클래식 아티스트들을 위한 레지던스 등까지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평창군이 힘을 합쳐 명실공히 계촌을 한국 대표 클래식 마을로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4-17 18:3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다양한 가족, 그에 대한 음악적 해석들 ‘올 인 더 패밀리’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왼쪽부터), 강동석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박상욱 피아니스트(사진제공=축제사무국)“1980년대 미국 시리즈 제목이기도 한데요. 가족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해석이랄까요. 가족은 인생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죠. 음악인생에서도, 역사적으로도 그래요. 몇 세대를 거쳐 음악가가 되는 가족들도 많거든요.”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이하 SSF, 4월 23일~5월 5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윤보선 고택 외)의 강동석 예술감독은 19회 주제인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더불어 꼭 친족이 아니라도 여러 가지 유형의 가족이 많은 것 같아요. 음악적인 가족도 있죠. 현악사중주 등 실내악단은 가족보다 파트너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든요. 사실 이 또한 가족이죠. 다양한 가족 구성원을 찾아 풀어가고자 합니다.”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강동석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사진제공=축제사무국)하지만 “생각보다 주제와 곡들을 맞추는 것도 굉장히 힘든데다 새로운 곡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해서 고민이 많았다”는 강동석 감독은 “실내악의 매력 중 하나가 레퍼토리”라며 “정말 좋은 곡들이 많은데 연주할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을 소개하는 게 페스티벌의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연주자들 역시 늘 찾는 유명인들 뿐 아니라 덜 유명해도 정말 좋은 연주자들에게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생소한 곡들로만 꾸리면 음악회 장소로 관객들을 오게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좀 힘들죠.”피아니스트 박상욱은 “매번 어디서 이런 곡들을 찾으시나 싶을 정도로 강 선생님이 누구보다 레퍼토리에 고심을 하시는 걸 느낀다”며 “다만 제가 올해로 벌써 8번째인데 강 선생님과 한번도 연주를 못했다. 꼭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상욱의 토로에 대니 구 역시 “저도 그렇다”며 “내년엔 우리 3명(강동석, 박상욱, 대니 구)이 같이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이같은 고심 끝에 올해 SSF는 ‘올 인 더 패밀리’라는 주제에 맞춰 음악 사조에 따른 악파들을 매 회차 공연의 주제로 삼는다. 더불어 음악가 부부 앙상블, 오래 호흡을 맞춘 베테랑 앙상블, 동일 국적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서간 작곡가들, 유사한 개인사를 가진 작곡가들 등 또한 일일 주제로 무대를 꾸린다.19회 SSF에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감동석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김영호,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 시작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함께 해온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13일 동안 14회의 공연에 60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한다.꾸준히 참가했던 마티어 듀푸르(Mathieu Dufour 플루트, 베를린 필 플루트 수석 역임), 올리비에 두아즈(Olivier Doise 오보에, 라디오 프랑스 필 수석 역임), 로망 귀요(Romain Guyot 클라리넷,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 역임), 로랭 르퓌브레(Laurent Lefevre 바순, 파리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수석 역임), 에르베 줄랭(Herve Joulain 호른,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및 라디오 프랑스 필 수석 역임) 등이 올해도 함께 하며 2020년부터 함께 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2017년부터 함께 한 피아니스트 박상욱 등이 선배 연주자들과 무대를 꾸린다.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도 함께 하는 피아니스트 박상욱(사진제공=축제사무국)더불어 2023년 ARD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비올리스트 이해수, 윤이상국제콩쿠르의 송지원, 브뤼셀 왕립음악원 교수인 첼리스트 마리 할링크(Marie Hallynck), 국립오페라단 단장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테너 최상호, 금관5중 주악단 벤투스 브라스 퀸텟 등이 새로 합류해 다채로움을 더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무대도 꾸린다. 피아니스트 주형기가 연출하는 ‘가족음악회’인 음악극 ‘유머레스크’(Humoresque 5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가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오르며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제이미 라레도(Jaime Laredo)와 첼리스트 샤론 로빈슨(Sharon Robinson)이 결성한 에스프레시보!(Espressivo) 피아노 콰르텟이 국내 첫 리사이틀(4월 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선사한다.2020년부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함께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사진제공=축제사무국)최근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눈길을 끈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제가 존경하는 선배, 후배, 친구 등이 다 이 축제에 있었다”며 “어떻게 하면 저도 여기 함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2020년부터 함께 하면서 이 축제 자체가 ‘올 인 더 패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한번 들어오면 패밀리십이 강해요. 매년 보는 얼굴도 있지만 새로운 얼굴도 많아서 강동석 선생님이 누구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는 페스티벌인 것 같아요. 관객 역시 새로운 관객들로 넓혀가면서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대니 구는 “갈수록 다른 사람들한테 음악적 의견을 들을 기회가 적다”며 “그러다 보니 실내악을 하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고 털어놓았다.“사우나에 가서 땀을 빼는 것처럼 클렌징하는 느낌이에요. ‘그렇지, 이게 클래식 음악의 중심이지’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지’ 생각하게 되죠. 항상 기대하면서 (SSF에) 오는 것 같아요.”박상욱 피아니스트는 실내악의 매력에 대해 “솔리스트들은 어려서부터 꿈을 향한 외로운 싸움들을 많이 하다 보니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고 전했다.“사실 피아니스트들은 더 외롭게 느껴요. 바이올리니스트만 해도 반주자랑 같이 무대에 올라가는데 피아니스트들은 오롯이 혼자 무대를 헤쳐 나가야 하거든요. 제가 10년 넘게 피아노 듀오로 활동했는데 다들 부러워해요. 특히 SSF는 신선하고 특이하게 느껴지는 게 이렇게 많은 아티스트들이 화목하게 모여 음악을 한다는 게, 그 자리가 오래 유지된다는 게 신기했어요.”이어 박상욱은 “저도 유럽의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며 “올해의 ‘올 인 더 패밀리’라는 주제는 실내악, SSF와 매우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남남인데도 누구보다 가족처럼 되게 끈끈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물론 힘든 시간들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것들을 견뎌내고 하나의 음악,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좋은 공연장과 색다른 콘셉트로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자리를 마련해주시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페스티벌이죠.”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왼쪽부터), 강동석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박상욱 피아니스트(사진제공=축제사무국)내년 20주년에 축제에 대한 질문에 강동석 감독은 “이렇게 오래까지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아티스트 저마다의 음악적 열정”이라고 답했다.“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사실 이 축제가 최고의 연습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솔로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연주자들이 정말 좋아서 시작했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청중도 많지 않았지만 굉장히 열정적이었죠. 그 청중들이 열광해주시는 게 많은 도움이 됐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했습니다.”이어 강 감독은 “외국 페스티벌처럼 프로그램이나 참가 아티스트가 발표되지 않아도 몇 달 전부터 매진이 되는 수준까지 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4-16 18:00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 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린 리사이틀 ‘느리게 빠르게 느리게 빠르게’…그렇게 삶을 닮았다

리게 빠르게 느리게 빠르게. 마냥 느리지만도, 또 마냥 빠르지만도 않은 삶은 그렇게 흐른다. 그 ‘느리게’ 중에는 평화와 고요가 있는가 하면 침잠과 고난, 절망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빠르게’ 역시 환희와 설렘이 있는가 하면 폭풍과도 같은 긴박함과 생사의 기로에서 겪는 혼돈이 담겼다.8년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Maxim Vengerov) 리사이틀(4월 9일 롯데콘서트홀)은 그렇게 삶의 순환과도 같은 프로그램이었고 연주였다.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의 ‘5개의 멜로디’(Five Melodies for Violin and Piano, Op. 35)부터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1단조’(Violin Sonata No. 1 f minor, Op. 80),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 ‘바이올린 소나타 A 장조’(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A Major),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치칸느’(Tzigane for Violin and Piano).그리고 이어진 앙코르에서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보칼리제’(Vocalise), 프로코피예프 ‘세개의 오렌지에의 사랑’ 중 ‘행진곡’(The Love For Three Orange-March),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 ‘사랑의 기쁨’(Liebesfreud),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중 18번까지.끊어진 활줄을 아무렇지도 않게 뜯어내면서 태연히 연주하는 그는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활은 내 오른손의 연장이고 악기는 내 영혼의 연장”이라던 말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벤게로프 뿐 아니라 그와 한몸같은 피아니스트 폴리나 오세틴스카야(Polina Osetinskaya)과의 호흡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 서정적이면서도 파워풀하게, 섬세하면서도 과감하게. 테크닉이 보장된 거장 비르투오소들의 합은 절로 터져나오는 감탄을 삼키느라 애를 먹어야할 정도로 대단했다.공연이 끝난 후 사인회 중인 막심 벤게로프(왼쪽)와 피아니스트 폴리나 오세틴스카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2005년 어깨 부상으로 음악가로서의 행보를 멈춰야 했던 벤게로프의 인내는 분명 썼을 터다. 그런 그가 2년 만에 지휘자로 변신해 무대에 올랐고 비올라 연습을 병행하며 오히려 음악적 지평을 늘려 나타났다. 그리고 2011년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다시 무대에 섰고 다음해 진행된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리사이틀은 그의 완벽한 부활을 예고했다.벤게로프의 쓰디쓴 인내 끝에 부피를 늘려온 열매가 그 자신에게도 단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마냥 느리지만도, 마냥 빠르지만도, 마냥 평온하거나 절망 일색이지만도 않은 삶을 담을 줄 아는 경지에 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그는, 그의 연주는 삶을 그리고 언젠가는 올 환희를 닮았다. 그와 그의 파트너가 선사한 무대는 달디 달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4-12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셰익스피어와 벤자민 브리튼, 한국의 첫 ‘한여름 밤의 꿈’에서 만나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동명 희곡에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이자 도이치 그라모폰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벤저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이 작곡한 아리아로 꾸린 현대 영어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4월 11~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한국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1960년에 초연된 현대 영어 오페라로 한국 첫 공연은 볼프강 네겔레(Wolfgang Nagele) 연출, 펠릭스 크리거(Felix Krieger) 지휘로 꾸린다.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하던 아테네를 배경으로 두 쌍의 연인이 얽히고설키며 펼쳐지는 왁자지껄 소동극이다.서로 사랑하지만 아버지의 결혼 강요로 야반도주를 강행하는 헤르미아(Hermia)와 라이샌더(뤼산드로스 Lysander), 헤르미아의 아버지가 결혼상대로 점찍은 명문가 자재로 도망친 연인을 찾아나선 드미트리어스(데메트리오스 Demetrius), 자신에겐 관심도 없는 그를 사랑해 무작정 따라나선 헬레나(Helena).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하지만 요정들의 잇단 실수로 헤르미아와 결혼하려 야반도주를 한 라이샌더도, 그들의 추격에 나선 드미트리어스도 엉뚱하게도 헬라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각 로랜스다.여기에 인도 소년을 두고 부부싸움이 잦아진 요정들의 왕과 왕비 오베른(Oberon)과 티타니아(Titania), 결혼을 앞둔 테세우스(Theseus)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Hippolyta), 오베른의 수하이자 장난꾸러기 요정으로 좌충우돌 4각 로맨스의 원흉인 퍽(Puck), 테세우스 왕의 결혼식날 공연될 연극 ‘피라모스와 티스베’ 출연배우지만 퍽의 장난질에 당나귀 머리 남자로 변해 티타니아와 사랑에 빠지는 보텀, 코믹 캐릭터인 마을 장인들 등의 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상황을 수습하려는 오베른 왕의 명령을 수행하던 요정 퍽이 잇달아 실수를 저지르며 꼬일 대로 꼬여버린 사랑이야기라는 서사의 큰 줄기는 그대로 따른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이 원작과 다른 점은 중점을 두는 인물이다. 원작이 히폴리타와 테세우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페라는 요정들의 왕과 왕비인 오베른과 티타니아를 전면에 내세운다.더불어 ‘한여름 밤의 꿈’은 한국에서는 그 무대를 쉽게 볼 수 없는 카운터테너가 주역인 작품이다. 카운터테너가 연기하는 요정들의 왕 오베른이 이야기를 이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오베른과 티타니아는 티타니아를 숭배하던 인도 왕비의 아들을 시종으로 두고 싶어 하는 오베른에 죽을 듯 싸워대는 부부다.이들 역시 퍽의 실수에 우여곡절을 겪다 결국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요정들의 왕 오베른은 이 캐릭터로만 8번이나 무대에 올랐던 카운터테너 제임스 랭(James Laing)과 처음으로 이 작품에 출연하는 장정권이, 그의 아내인 티타니아는 소프라노 이혜정·이혜지가 번갈아 연기한다.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장정권의 전언에 따르면 오베른은 “티타니아와 죽을 듯 싸우면서도 시기와 질투, 젊은 연인들을 이어주려는 따뜻한 마음, 모든 역경과 고난을 행복과 평화로 만들고자 하는 너그러움 등을 가진 캐릭터다.”‘한여름 밤의 꿈’의 또 다른 특징은 아이돌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헤드윅’ ‘시라노’ ‘썸씽로튼’ ‘서편제’ ‘젠틀맨스 가이드’ ‘에드거 앨런 포’ 등의 뮤지컬배우이기도 한 김동완이 처음으로 오페라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오페라 데뷔작에서 김동완이 연기하는 퍽은 오베른의 수하로 ‘처음으로 눈에 띈 이를 사랑하게 되는’ 마법꽃 심부름을 번번이 실수하는 통에 한바탕 소동극을 만들어내는 요정이다.애초부터 잘 알려진 셀러브리티로 캐스팅하려고 했다는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이자 예술감독의 귀띔처럼 “노래 없이 내레이션으로만 표현하는, 혼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좌충우돌하는 캐릭터로 영국식 영어가 중요하다.” 이에 영국식 영어를 따로 배우기도 한 김동완은 퍽에 대해 “엉망진창, 혼돈, 모자람 그 자체”라고 소개했다.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이 가진 최고 미덕은 문학거장 셰익스피어의 이야기와 더불어 현대음악의 거장 벤저민 브리튼의 음악이다. 김동완의 설명처럼 “오페라를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굉장히 변칙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는 음악”이다.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는 “벤저민 브리튼 음악은 낯설고 어렵지만 사이사이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 현대음악이지만 전통적인 작법을 쓰고 있고 멜로디 역시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설명했다.엘리자베스 의상을 입고 있는 티타니아, 전형적인 영국군 헬멧을 쓰거나 승마바지, 베네치아 스타일의 망토와 가면 등을 쓴 오베르 그리고 티타니아를 둘러싼 어린이 합창단 의상은 1600년대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쓰던 시대의 동인도 회사 관련 이미지를 불러온다. 그 중 소녀들이 입는 간호사복, 오베른과 티타니아가 죽도록 싸우는 계기가 된 인도 소년 등은 영국 역사 중 식민활동의 상징이기도 하다.제목처럼 ‘한여름 밤의 꿈’ 속처럼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서로를 할퀴는 오베른과 티타니아, 타의에 의한 방해에도 사랑을 굳건히 지켜가는 뤼산드로스와 헤르미아, 데메트리오스와 헬레나의 변화가 흥미롭다. 더불어 글로만 읽었던 이야기들이 음악으로, 무대로 옮겨졌을 때 벌어지는 상황, 새로움 등은 덤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4-10 18: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