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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 앙코르마저도 ‘임윤찬다웠다’ 정명훈&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황제’

누군가는 “내가 아는 그 ‘황제’가 아니었다. 특히 3악장!”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웅혼하고 장려한 승리감에 찬 ‘황제’가 아닌 혈기왕성하게 현재진행형으로 진군하는 ‘황태자’를 보는 듯 했다”고 했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최연소 우승을 이루기 전인 지난해 4월 협연자로 일찌감치 낙점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5일 정명훈이 이끄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피아노 협주곡 제5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73’(Piano Concerto No.5 in E flat major Op.73) ‘황제’는 남달랐다.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거침없는‘진군’ 같은 연주였고 지금도 여전히 ‘하농’(Hanon, 피아노 연습 교본)으로 리허설을 시작하는, 기본이 탄탄한 타건이었다. 좀체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속도감과 정확한 타건, 날아오를 듯한 활기와 상냥한 이완, 스스로 빛나는 존재감과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극과 극으로 보이는 것들이 빠르고 경쾌하게 그리고 매끄럽게 내달린 이날의 ‘황제’는 오롯이 임윤찬의 것이었다.관객들의 함성과 박수에 곧바로 피아노로 직행해 페데리코 몸포우(Frederic Mompou)의 ‘정원의 소녀들’(Jeunes Fills au Jardin)에 이어 연달아 선보인 알렉산드르 스크리아빈(Alexander Scriabin)의 ‘Album Leaf Op. 45 no. 1’ ‘Poem Op.69 no.1’.‘황제’ 후 이어진 앙코르마저도 임윤찬다웠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06 22:54 허미선 기자

[비바100] ‘40여년만에 이룬 꿈’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빈체로)피아니스트 백건우가 40여년 전부터 꿈꾸던 엔리케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의 ‘고예스카스’(Goyescas, Op.11)로 무대에 오른다. 프레데리크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등 그가 꾸준히 탐구해 오던 음악가들에 비하면 낯선 이름이다.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엔리케 그라나도스는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 이삭 알베니즈(Isacc, Albeniz)와 더불어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이다. 스페인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낭만적이고 다채로운 선율을 만들어낸 그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백건우에 따르면 “피아노를 시작하자마자 콩쿠르에 나가고 연주회도 하면서 굉장히 환영받았을 정도로 훌륭한 피아니스트”다. 당시 유럽문화가 집중된 파리로 유학을 떠났지만 그토록 원하던 파리음악원에는 입학하지 못했고 그 음악원 교수였던 샤를 오귀스테 드 베리오(Charles-Auguste de Beriot)에게 피아노를 사사한 후 스페인으로 돌아와 실내악, 가곡, 교향시, 오페라 등을 선보였다. 이후 스페인 민속음악 대가 펠리페 페르텔과의 만남 그리고 마리우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등 프랑스 유학에서 가졌던 다양한 작곡가들과의 교류로 스페인 특유의 민속적인 선율과 프랑스 음악계의 주류를 이루던 다채롭고 화려하며 세련된 음악들이 어우러지며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이번 리사이틀에서 백건우가 연주할 ‘고예스카스’는 그라나도스가 마드리드에서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전시회를 돌아본 후 영감을 받아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이다. 백건우와 이 곡의 인연은 뉴욕에서 수학 중이던 40여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50세라는 늦은 나이에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한 피아니스트 알리시야 데 라로차(Alicia de Larrocha)가 연주한 곡이 ‘고예스카스’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빈체로)이 연주 무대를 접하고 감명을 받은 청년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언젠가는 꼭 앨범으로 녹음하는 꿈”을 마음에 품어왔다. 지난달 19일 앨범 발매로 40여년만에 꿈을 이룬 백건우는 가을의 끝자락 이 음악회에서 “음악을 듣는 동안 카네기홀 햇빛에서 따뜻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백건우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사랑의 속삭임’(Los Requiebros), ‘창가의 대화’(Coloquio en la Reja), ‘등불 옆의 판당고’(El Fandango del Candil), ‘비탄, 또는 처녀, 그리고 나이팅게일’(Quejas o La Maja y el Rruisenor), ‘사랑과 죽음: 발라드’(El Amor y la Muerte. Balada), ‘에필로그: 유령의 세레나데’(Epilogo. Serenata del Espectro), ‘지푸라기 인형’(El Pelele. Goyesca) 7곡 전곡을 인터미션 없이 연주한다. 그 이유에 대해 “피아노로 하는 오페라 같은 곡이라 그 스토리에 한번 빠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가야지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지난달 19일 동명의 앨범 발매 후 9월 23일 울산중구문화의전당, 24일 부평아트센터, 27일 제주아트센터, 10월 1일 마포아트센터, 6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에서 연주한 백건우는 10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19일 강릉아트센터 무대를 남겨두고 있다. 경쾌한 선율과 두터운 감정, 상반된 듯한 요소는 이 곡이 가진 비극적 역사에서 기인한다. 이 곡의 연주를 들은 알베니즈의 제안으로 오페라 ‘고예스카스’를 창작한 그라나도스는 1916년 뉴욕에서 오페라 초연 후 스페인으로 돌아오는 도중 독일 잠수함의 공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백건우는 “이 곡에는 그라나도스의 독특한 피아니즘과 어려움이 있다. 악보를 보면 듣는 사람한테는 멜로디가 명확하고 간단한데 그 뒤를 뒷받침하는 라이팅이 굉장히 독특하다”며 “베이스부터 이너 보이스, 화음 자체가 리치하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소화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저에게 ‘고예스카스’는 자유를 상징하는 곡입니다. 감정 표현에서 자유롭고 해석도 그렇게 했거든요. 클래식이나 프랑스 음악은 형식을 따르게 되는데 그라나도스의 곡은 그렇지 않아 더 인간적이고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며 열정적이죠. 스페인 사람들처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0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장형준 예술의전당 신임사장의 출사표 #순수예술 #미래인재지원 #문화향유환경개선

장형준 제17대 예술의전당 사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사진=허미선 기자)“오페라, 발레 등 순수예술 기획공연을 대폭확대하고 미래예술 세대의 성장을 지원하며 문화예술 향유 환경개선을 위해 원스톱 모바일 앱 ‘싹패스’(SAC PASS) 론칭, 영상화 등을 통한 디지털 전환 그리고 한가람미술관 등 리모델링 및 운영개선 등에 힘쓰겠습니다.”장형준 제17대 예술의전당 사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그 운영방향은 순수예술 기획공연의 확대, 미래예술 세대 발굴 및 지원 강화,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다각적인 환경개선을 골자로 한다.장형준 사장은 “애초 설립목적에 맞게 오페라극장에서는 오페라, 발레 등 기초 순수예술 기획·대관공연을,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 등은 다양한 장르를 올릴 예정”이라며 “그간 (다른 장르에) 대관되던 비수기인 여름, 겨울 시즌까지도 오페라, 발레 장르를 우선 기획·대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2025년에는 한국적 이야기를 토대로 한 창작오페라를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에게 의뢰해 오페라극장에서 전세계 초연됩니다. 이 작품은 오페라극장 초연 후 본고장인 유럽 등 전세계 극장 투어에 나서게 됩니다. 더불어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고 클래스 연주 공간인 음악당은 예술성 중심의 음악회를 기획하고 현대음악 중심의 ‘미래음악 시리즈’ 신설해 선보일 예정입니다.”장형준 제17대 예술의전당 사장(연합)2016년 이후 오페라 기획을 멈췄던 예술의전당은 2023년 35주년 기념 오페라 ‘노르마’, 2024년 ‘오텔로’와 2025년 월드와이드 초연될 창작오페라까지 자체제작오페라 3편을 선보이고 오페라 갈라, 연광철·사무엘 윤 등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의 리사이틀 등을 연다. 인춘아트홀의 경우 신진 음악가들의 무대로 꾸려지며 내년에는 작곡가별로 진행될 예정이다.더불어 내년 35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축제인 ‘교향악축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도와 더불어 오래된 축제의 역사성, 가치를 소중하게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신설되는 ‘미래음악 시리즈’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 음악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신선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장 사장은 올해로 9년차를 맞은 공연 영상화에 대해서는 “공연영상 제작 노하우와 최신설비들로 공연 영상화를 통해 K클래식 전파에 기여할 예정이다. 국내외 클래식 전문 미디어 등을 통해 한국의 예술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허브로서의 역할도 해나갈 것”이라며 “영상화를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가 우선”이라고 알렸다.“조성진, 양인모, 임윤찬 등의 공통점은 올해로 24년차를 맞는 음악영재아카데미 출신이라는 겁니다. 그들을 비롯해 7000여명의 졸업생이 거쳐 갔죠. 이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개편해 더 많은 영재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며 노력할 것입니다. 훈련 강화나 커리큘럼의 대폭 개선 보다는 초등학교 1~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니 경쟁에서 자유롭게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죠.”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예술의전당 재정상태에 대해서는 “코로나는 저희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이슈였다. 저희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제는 극장도 정상가동 중이고 경영과의 세밀한 논의 하에 이루어지는 플랜들로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개관 35주년을 맞는 2023년에는 예술의전당의 40년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비전과 미션을 재정립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각 분야별 자문위원을 선정해 포럼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대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직원들의 역량을 고려해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실행 가능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자 합니다.”이어 장형준 사장은 “최고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최고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잘 할 것”이라며 “그동안 한국 문화예술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예술의전당은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장하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29 16:34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바리톤과 바리톤, ‘도플갱어’로 무대에 오르다! 사무엘 윤과 김기훈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어요”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선보일 바리톤 김기훈(왼쪽)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바리톤과 베이스 바리톤이 한 무대에 설 일이 없었어요. 듀엣으로 할 수 있는 작품들도 많지 않죠. ‘돈 조반니’나 ‘아틸라’ 정도예요. 그럼에도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셨으니 어떻게 꾸며볼까를 고민하다 ‘도플갱어’ 콘셉트를 선보이기로 했습니다.”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하며 지난 3월부터 서울대학교 성악과 전임교수로 부임한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은 마포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제7회 M클래식축제(11월 24일까지 마포아트센터) 기간에 선보일 사무엘 윤X김기훈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doppelganger, 9월 27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선보일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사무엘 윤은 서울대 성악과, 이태리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 독일 쾰른 음악원 등에서 수학했고 2012년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 개막작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극장 작품에 출연했다. 최근 독일 주정부로부터 독일어권 최고 영예인 ‘궁중가수’(Kammersanger) 칭호를 수여 받기도 한 그는 쾰른 오페라 극장의 종신 성악가 솔리스트기도 하다. “바리톤과 베이스 바리톤, 저음성부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건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예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시도되지 않는 형식이죠. 저도 설레고 김기훈 후배도 부담이 되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준비 중입니다.”사무엘 윤의 말에 김기훈은 “이 공연 제안이 왔을 때 다른 사람과 함께 라면 별로 기쁘지 않았을 것 같고 흔쾌히 허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김기훈은 지난해 ‘성악 콩쿠르의 끝판왕’으로 평가받는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전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성악가다.“저희 두 사람이 한곡을 두고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를 통해 내면도 바라보는 ‘도플갱어’라는 콘셉트가 와닿았어요. 단순히 성악가로서 본인만 부를 수 있는 아리아나 가곡으로 꾸리면 편하고 전형적인 성악 무대가 됐겠죠. 외국에서 도플갱어는 만나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려운 존재예요. 저희가 선보일 ‘도플갱어’는 그런 도플갱어를 만났지만 죽지 않고 극복해낸다는 이야기죠.”◇고전 레퍼토리로 충분히 새롭게!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선보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바리톤 김기훈(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사실 이렇게 안 할 수도 있었어요. 실제로 ‘너무 힘들다. 그냥 아리아로만 꾸리자’고 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원래의 콘셉트로 돌아왔어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어디서도 시도된 적 없는 콘서트,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저희들이 꼭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클래식을 전공하는 많은 후배들, 음악가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했죠.”사무엘 윤의 설명처럼 제7회 M클래식축제를 앞두고 진행한 회의에서 무심코 던져진 아이디어가 실제 무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수차례의 번복과 깊은 고민이 있었다. ‘도플갱어’ 1부는 정통 독일 가곡으로, 2부는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로 꾸린다.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선보일 바리톤 김기훈(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1부는 가곡에서는 시도된 적 없는 함께 부르기, 연극 형식까지 동원되며 2부는 각자의 색을 살린 바리톤 아리아들을 선보인다.퇴장 없이 두 성악가가 무대에 머무르는 1부에서는 공연 동명인 슈베르트(F. Schubert)의 ‘도플갱어’(Der Doppelganger)를 시작으로 슈트라우스(R. Strauss)의 ‘내일’(Morgen)까지를 선보인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한 남자 이야기”라고 소개한 사무엘 윤의 설명에 따르면 스무살 차이의 두 사람은 “한곡을 나눠 부르기도 하고 같이 부르기도 한다.”‘도플갱어’와 ‘내일’을 비롯해 따로 혹은 같이 부르는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Der Tod und das Madchen), 베토벤(L. v. Beethoven)의 ‘이 어두운 무덤에’(In questa tomba oscura), 브람스(J. Brahms) ‘죽음은 차디찬 밤’(Der Tod das ist die kuhle Nacht), ‘다시 네게 가지 않으리’(Nicht mehr zu dir zu gehen), 슈베르트의 ‘까마귀’(Die Krahe), 슈만(C. Schumann)의 ‘나는 어두운 꿈속에 서 있었네’(Ich stand in dunklen traumen) 등은 사무엘 윤도, 김기훈도 불러본 적이 없는 곡들이다.‘까마귀’와 ‘나는 어두운 꿈속에 서 있었네’ 사이에는 두 사람과 함께 무대에 오를 피아니스트 정태양이 솔로로 말러(G. Mahler)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Symphony No. 5 Ⅳ. Adagietto)를 선보인다.이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박해일·탕웨이 주연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돼 잘 알려진 곡이다. 이곡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으로 전환되는 브릿지 역할을 하다는 사무엘 윤의 전언이다.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선보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바리톤 김기훈(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여자로부터 실연을 당하고 방황하고 계속 악몽을 꾸던 남자가 ‘내일’이라는 희망을 가지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이 젊은 시절의, 공부하면서 혹은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19로 음악하는 분들 중에는 생계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이에 사무엘 윤은 “그래서 새운 시도를 해야 하는데 그 돌파구를 클래식이 아닌 다른 것에서만 찾아야 하나 싶었다”며 “고전 레퍼토리로 시도할 수 있는 새로움을 찾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클래식이 좀더 대중화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것 같아요.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가지고도 충분히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이번 공연의 목표죠. 고전 레퍼토리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에게 감정을 호소하고 전달할 수 있다면 이 공연의 취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선보일 바리톤 김기훈(왼쪽)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이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공연이고 특별한 시도”라며 “저희가 고전 레퍼토리로 새로운 시도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니 후배 음악가들도 저희와 같은 시도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부에는 1부와 달리 정통 클래식 공연 형식을 따른다. 두 사람은 레온카발로(R. Leoncavallo) 오페라 ‘팔라아치’(Pagliacci) 중 ‘신사 숙녀 여러분’(Si puo?), 도제니티(G. Donizetti)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의 ‘여러분 들어보세요’(Udite, Udite o rustici), 모차르트(W.A. Mozart) ‘코지판투테’(Cosi fan tutte) 중 ‘당신의 시선을 나에게 돌려주세요’(Rivolgete a lui lo sguardo), 로시니(G. Rossini)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Largo al factotum dell citta)와 ‘험담은 산들바람처럼’(La calunnia e un venticello), 구노(C. Gounod) ‘파우스트’(Faust)의 ‘이 곳을 떠나기 전에’(Avant de quitter ces lie0 중 ux), ‘내 사랑 들리지 않는가’(V’ous qui faites l‘endormie), 베르디(G. Verdi) ‘아틸라’(Atiila) 중 ‘영원한 영광의 정상에서’(Tregua e cogl’Unni…Dagli immortali vertici)와 ‘동방의 지도자여, 자만심에 넘치는 당신’(Uldino… Tardo per gli anni…Vanitos!), ‘오텔로’(Otello)의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Vanne! la tua meta gia vedo… Credo in un Dio crudel!)를 선사한다.◇절망, 그럼에도 ‘내일’은 있다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선보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바리톤 김기훈(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김기훈 후배는 한국에서 잘하는 바리톤이 아니에요.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바리톤이죠. 이번에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좋은 성악가라는 걸 느꼈어요, 김기훈 후배의 앞으로 20년은 어떤 바리톤도 하지 못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2015년 마스터클래스에서 처음 만난 후 7년만에 함께 무대에 오르는 김기훈에 대해 사무엘 윤은 “좋은 성악가”라고 평했다. 김기훈은 “연습을 하면서 (사무엘 윤) 선생님을 통해 미래의 저를 투영한다”고 털어놓았다.“내가 10년, 20년 뒤에도 저런 모습일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연습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 오페라를 대하는 태도가 20년 뒤에도 선생님처럼 진지하고 열정적일 수 있을까 싶어요.”사무엘 윤은 ‘도플갱어’에 대해 “자살까지 꿈꾸는 시인들이 빠져버린,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과정”이라며 “저도, 김기훈 후배도 그럴 때가 있었다. 노력한 바에 대한 결과물이 마땅히 나한테 와야하는데 그렇질 않아서 답답함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고 밝혔다.“이는 저희처럼 음악하는 사람 뿐 아니에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이 가진 공통주제죠. 노력에 비해 결과가 빨리 오지 않을 때의 답답함, 늦게야 무언가를 이룬 사람의 고통, 기다림의 힘듦을 저희 역시 알고 있죠. 그래도 내일은 있어요. 우리에게 기회가 분명 찾아올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26 23:3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백건우의 중요한 음악적 순간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가볍지만 두터운”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허미선 기자)“저로서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경험이죠. 그라나도스는 작곡가이면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어요. 피아니스트가 쓴 피아노곡은 자신 스타일의 피아노가 있어요. 그라나도스가 직접 연주한 판을 들어보면 피아노를 가볍게 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저는 이 음악의 감정이 두터워요.”19일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앨범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앨범에 담은 엔리케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의 ‘고예스카스’(Goyescas, Op.11)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악보를 잘 들여다보면 리듬이나 소리, 음정 등이 다 들어가 있어서 자연적으로 그런 소리가 나오게 돼 있어요. 그리고 그걸 살려야죠. 저에게 있어서 이 곡은 어떻게 보면 자유를 상징하는 곡이에요. 자유롭게 해석도 했고 그렇게 (앨범녹음을 위해) 연주했고 (리사이틀에서도) 그렇게 연주할 거거든요.”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허미선 기자)백건우가 ‘자유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고예스카스’는 스페인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엔리케 그라나도스가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전시회를 돌아본 후 영감을 받아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이다. 백건우는 다소 생소한 작곡가 그라나도스에 대해 “피아노를 시작하자마자 콩쿠르에 나가고 연주회도 하면서 굉장히 환영받았던, 훌륭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하지만 당시 유럽문화는 파리에 집중돼 있다 보니 파리로 유학을 가 드뷔시 등 대단한 작곡가들과도 교류했죠.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와 여러 곡을 썼는데 프랑스에서 배운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다채롭고 화려하며 세련됐죠.”이어 백건우는 “저로서는 감정표현에 있어서 굉장히 자유로운 곡”이라며 “클래식이나 프랑스 음악은 형식을 따르게 되는데 그라나도스의 곡은 그렇지 않아 더 인간적이고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며 열정적이다. 스페인 사람들처럼”이라고 말을 보탰다.“저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이 곡에 얼마나 충실할까’예요. 스페인 음악은 우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얼만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죠. 그렇다고 갑자기 플라멩고 댄서가 될 수는 없잖아요. 결론적으로는 이 곡을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옳은 해석이라고 마음먹게 됐어요. 그 길 밖에 없는 것 같아요.”앨범 발매와 더불어 10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비롯해 9월 23일 울산중구문화의전당, 24일 부평아트센터, 27일 제주아트센터, 10월 1일 마포아트센터, 6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 19일 강릉아트센터에서 동명의 리사이틀을 개최한다.“이 곡의 역사가 어찌 보면 비극적이에요. 그라나도스가 마드리드에서 고야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이 곡을 써 연주했는데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즈의 제안으로 오페라가 탄생했죠. 그 오페라 초연을 위해 뉴욕에 갔다가 스페인으로 돌아오면서 세상을 떠났어요. 피아노로 하는 오페라 같은 곡이죠. 그 스토리에 한번 빠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가야지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요.”19일 발매한 백건우의 앨범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커버는 그가 스페인여행에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꾸렸다(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이에 이번 리사이틀에서 백건우는 ‘사랑의 속삭임’(Los Requiebros), ‘창가의 대화’(Coloquio en la Reja), ‘등불 옆의 판당고’(El Fandango del Candil), ‘비탄, 또는 처녀, 그리고 나이팅게일’(Quejas o La Maja y el Rruisenor), ‘사랑과 죽음: 발라드’(El Amor y la Muerte. Balada), ‘에필로그: 유령의 세레나데’(Epilogo. Serenata del Espectro), ‘지푸라기 인형’(El Pelele. Goyesca) 7곡 전곡을 인터미션 없이 연주한다.“이 곡에는 그라나도스의 독특한 피아니즘과 어려움이 있어요. 악보를 보면 듣는 사람한테는 멜로디가 명확하고 간단한데 그 뒤에 뒷받침하는 라이팅이 굉장히 독특해요. 베이스부터 이너 보이스, 화음 자체가 리치하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소화해야 해요.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게 해야 하죠.”이번 앨범에 수록된 ‘고예스카스’는 올 3월 통영에서 연주한 것을 녹음한 것으로 40여년만에 이룬 꿈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그가 이 곡을 처음 접한 건 뉴욕에서 공부하던 시절 피아니스트 알리시야 데 라로차(Alicia de Larrocha)의 연주였다. 당시 감명을 받아 언젠가는 ‘고예스카스’를 꼭 앨범으로 녹음하길 희망했던 그의 꿈이 40여년만에야 실현된 것이다.“음악공부를 하다 보면 인생에 있어서 음악적으로, 예술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순간들이 있는데 이 곡이 그랬어요. 사실 스페인 음악을 접하기가 쉬운 건 아니에요. 뉴욕도 마찬가지죠. 알리시야 데 라로차가 뒤늦게 카네기홀에서 이 프로그램을 연주하며 뉴욕에 데뷔를 했는데 그때가 거의 50세였어요. 굉장히 많은 레퍼토리를 가진 분이 이 곡으로 뉴욕에 데뷔했다는 그 자체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백건우가 직접 찍은 사진(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백건우는 젊은 시절 늦가을 혹은 초겨울 즈음 체험한 이 음악회에서 “음악을 듣는 동안 카네기홀 햇빛에서 따뜻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음악을 통해 딴 세계로 갔다올 수 있음을 피부로 느낀 음악회였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하고 황홀하고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이었죠. 언젠가 이 곡을 꼭 해보고 싶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몇십년이 흘렀어요.”이번 앨범 발매에 앞서 백건우는 200점이 훌쩍 넘는 고야의 작품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Real Academy de Bellas Artes de San Fernando)에서 리사이틀을 선보이기도 했다.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허미선 기자)스페인에 방문할 때면 “처음 발걸음을 프라도 박물관으로 내딛어 고야의 그림을 보곤 한다”는 백건우는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는 되게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거기 그림 대부분이 왕실화가로서 그린 그림이라서 고야가 정말 표현하고 싶은 내용의 작품이 아니었어요. 사회를 고발하는 그림들을 그리면서 고통받던 고야는 원하는 내용을 그려놓고도 발표하지 않은 그림들도 많죠. 최근 페르난도 왕립미술원 리사이틀을 하면서 ‘고예스카스’가 직접 영향받은 그림들을 오리지널 판화로 볼 수 있었죠. 그 장소에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습니다.”이번 앨범의 커버는 물론 내지 사진까지 그가 스페인여행에서 직접 찍은 것들이다. 백건우의 말을 빌자면 “노랗고 빨간 스페인의 색감이 나오는” 커버의 꽃사진부터 발렌시아의 연못, 스페인 북쪽의 바닷가 해변이 보이는 식당, 훌륭한 미술작품과도 같은 평범한 집 등 스페인 풍광이 펼쳐진다. 백건우는 “국내는 물론 대만과 파리 등에서는 리사이틀과 더불어 제가 찍은 사진으로 꾸린 전시회를 제안해 논의 중”이고 알리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인정받고 환영받고 있지만 제가 뉴욕에서 활동할 때는 전혀 달랐어요. 한 개인이 세계 음악계와 싸우기에는 벅찼죠. 음악인으로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세계 음악계에서 내 음악을 쌓고 발표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이렇게 전한 백건우는 “지금도 가장 작품에 충실하고 훌륭한 해석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이제는 좀 즐기고 싶다”며 “어느 정도 마음의 자유를 찾은 것도 같고 필요한 것도 같다”고 털어놓았다.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허미선 기자)“지금까지는 음악과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친해지는 걸 느껴요. 이제는 서로에게 좀 후해졌달까요. 음악이 나를 받아주고 저도 음악과 그런 느낌이죠.”이번 앨범을 ‘이정표’라고 표현한 백건우는 전세계 음악계에서 활약하며 인정받고 있는 후배 피아니스트들에 대해 “피아니스트들도 역사의 흐름과 같이 움직인다”며 “현재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은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테크닉 면에서는 예전에 비해 앞선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음악은 그게 다가 아니에요. 음악의 언어라는 건 굉장히 폭이 넓죠.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질문은 ‘음악이라는 그 자체가 무엇인가’ ‘음악이 촉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생각해요. 연주자나 청중이나 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19 23: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인재진 예술감독② “전환과 확장의 갈림길, 그 핵심은 콘텐츠 그리고 사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조이 알렉산더 트리오(Joey Alexander Trio)나 재즈미어 혼(Jazzmeia Horn) 등은 우리나라에 처음 오는 뮤지션들이에요. 지금의 인터내셔널 재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포커스 프로그램’이 올해는 스페인 재즈를 조명합니다.”19년째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인재진 감독은 눈여겨볼 프로그램으로 첫 내한할 조이 알렉산더와 재즈미어 혼 그리고 인 감독이 “공공외교 차원에서 꽤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자부하는 ‘포커스 프로그램’에서 선보일 스페인 재즈를 꼽았다.조이 알렉산더는 인도네시아 발리 출신의 19세 재즈 피아니스트로 2015년 ‘마이 페이버릿 싱’(My Favorite thing)으로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 재즈 연주 음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포커스 프로그램’에서는 스페인의 다양한 모습들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스페인 재즈의 특징은 전통적인 것들이 되게 많이, 잘 녹아 있다는 거예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인기 피아니스트 다니엘 가르시아(Daniel Garcia), 스페인 전통 민속음악 플라멩고와 재즈를 결합시킨 음악을 선보이는 바렌시아(Barencia), 스페인 갈라시아 지방의 대표 재즈 트리오 숨라(SUMRRA) 등이 무대에 오릅니다. 굉장히 신나고 함께 춤도 출 수 있는, 재밌는 시간들이 될 거예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자라섬 에셋, 확장 키워드 “언제나 콘텐츠”“결국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언제나 콘텐츠거든요.”올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는 메타버스, NFT, AR·VR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한다.이에 대해 인재진 감독은 “NFT,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이나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시도는 기획자로서 의미있는 것 같다”면서도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큰 트렌드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콘텐츠예요. 30년 전 소위 말하는 닷컴시대가 흥망성쇄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블록체인, NFT, AI, 메타버스 등이 각광받는 지금도 그래요. 그렇게 여전히 본질은 변하지 않고 콘텐츠죠. 그 본질의 가장 중심에는 당연히 사람이 있어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죠.”축제음식 개발, 기술과 예술의 접목과 더불어 지난해부터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정부 지원을 받아 경기민요 및 전국의 민요와 재즈를 접목하는 ‘덩기두밥 프로젝트’(베이스음악감독 이원술·보컬 김보라·거문고 황진아·드럼 이도헌·기타 김동환·트럼펫 배선용·설치작가)를 선보인다. 이는 지난해 경기민요를 시작으로 올해부터는 전국 민요와 재즈를 접목한 음악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전국투어까지 진행 중이다.“대중들이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관심이 있겠어요. 하지만 그 가치는 인정받아야 하는 것들이죠. 만드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페스티벌을 통해 대중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거죠.”자라섬 재즈페스티벌 현장(사진제공=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사무국)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올해도 다양한 시도들을 꾀한다. 이를 ‘자라섬 에셋’이라고 표현한 인재진 감독은 “IP, 축제 브랜드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축제는 많은 사람들과 요소들이 모여드는 장(場)이에요. 개별적인 것들이 전부 우리 것은 아니니 결국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축제 브랜드로 귀결되죠. 지금까지 한국음악축제의 맏형으로서 한국형 음악축제의 전형을 제시했다면 이제부터는 궁극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보고자 합니다. ‘재즈’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음악축제를 통해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가 알고 싶어졌거든요.”그 전환과 확장은 인 감독의 말대로 “네트워크의 고도화, 최첨단 기술 등이 키워드이긴 하다.” 하지만 그는 “기술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겠지만 제 개인적인 신념으로는 축제는 영원히 ‘오프라인’이다”라고 털어놓았다.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만나서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감동받고…인간의 본성이 그렇거든요.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이 일상화되는데도 레트로나 아날로그, 대면 만남, 인간적인 면면, 인문학 등이 선호되거나 중요해지잖아요. 그게 예술의 존재 이유,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작지만 다양한 시도, 그 중심은 오롯이 ‘사람’“원래 재즈는 노래보다 기악 중심의 음악이어서 어떤 장르를 만나도 새로운 걸 만들 수 있어요. 브라스 밴드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거든요.”이어 인 감독은 “더불어 해외에 우리 것을 소개하기에도 나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음악이 재즈다. 이에 앞으로 다양한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하고자 한다”며 “그 그간이 돼야하는 것은 교류”라고 강조했다.“최근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미나리’ 등 콘텐츠는 물론 문화까지 전세계가 열광하면서 K컬처가 전성시대를 맞았지만 일방적인 퍼붓기만으로는 지속성을 가지기 어려워요. 재즈와 우리 민요의 융합은 그들의 문화 형식에 우리 문화 콘텐츠를 얹는 거예요. 어떤 해외 아티스트들과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공연을 하는 교류들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를 위해 인 감독은 “기초를 탄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예술의 근간이 되는 순수예술들이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그 운용의 묘를 통해 좀더 강력한 K콘텐츠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방식의 교류, 그 결과물을 노출시켜 줄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으로서 공연예술축제들이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인류에게 축제는 새로운 의미와 변화된 역할들을 부여받았어요. 이제 수행해야 할 때죠. 그런 의미에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도 올해와 내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뿐 아니라 모든 음악축제가 전환점이라고 인식해야 하고 정부 역시 관심을 가지고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이후 인재진 감독은 “팝업 형태의 재즈 클럽을 전국에 운영하거나 페스티벌 관련 상품을 새로 개발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특히 내년부터는 좀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의지를 다졌다.“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노멀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인간은 그렇게 살면 안되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처럼 직접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만나는 장이 굉장히 의미가 있죠. 결국 문화, 예술, 축제 등은 물론 세상 모든 것이 그래요. 기획부터 개최까지 그 중심은 사람이어야 해요. 항상 사람을 가운데 놓고 고민하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축제들이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16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인재진 예술감독① “19년을 한결같이 한국형 페스티벌, 결국 사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변하지 않는 것은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랑, 열정 등 같아요. 그리고 이 자라섬을 찾아오는 관객들도 그렇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사랑해주는 관객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이죠.” 2004년 허허벌판이던 자라섬에 재즈페스티벌을 출범시킨 서른아홉의 인재진 예술감독은 이제 “돋보기를 써야 보이는” 나이가 됐다. 벌써 19회째, 내년이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10월 1~3일)도 스무살이 성년식을 치른다. 인재진 예술감독의 말처럼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그 축제를 찾아오는 관객들의 사랑과 열정은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지속가능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바람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다.“그간 굉장히 많은 부침이 있었고 외부적으로 어려운 상황들도 많았어요. 지난 2년은 코로나19 때문에 행사 대부분을 못하면서도 온라인으로 버티고 위드 코로나를 맞아 짧게나마 해올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해요. 이렇게 오래 하는 데가 많지 않잖아요. 특히나 한 사람이 감독으로서 이렇게 오래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죠.”◇한국형 음악 페스티벌의 새로운 전형을 ‘내가’ 제시한다!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제가 그때 부르짖던 표어랄까요. 캐치프레이즈가 하나 있어요. ‘한국형 음악 페스티벌의 새로운 전형을 내가 제시한다!’ 지금 생각하면 되게 용감했던 것 같아요. 혈기가 왕성했죠. 계속 시행해 보고 고쳐도 보고 하는 과정을 10여년 넘게 해왔는데 그 과정도, 결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이어 인재진 감독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부르짖던 ‘한국형 음악 페스티벌’에 대해 “표면적인 것”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음악 프로그램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축제는 그 외의 것들도 되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해외 페스티벌을 그대로 가져와 접목시키기가 쉽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축제에 오면 맛있는 걸 다양하게, 많이 먹을 수 있어야 하죠. 해외 축제는 맛있는 것도 많고 회전도 빨라요. 하지만 한국 음식들은 대부분 국물이고 조리 시간도 오래 걸려요. 먹기도 힘들고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나오죠. 관객들이 새로운 것들을 바라고 그 기대들을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지역민들, 참여하는 업체나 스폰서들이 이해하고 개발하고…일련의 그 움직임이 한국화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그리곤 “또 하나는 한국의 거의 모든 축제들이 공공예산으로 치러진다는 것”이라며 “공공예산의 비중이 워낙 크고 정치적인 상황으로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그 환경 안에서 지속가능하게 뭔가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들도 해외와는 다른 ‘한국형’”이라고 덧붙였다.“그런 것들 속에서 지속가능한 한국형 페스티벌의 갈 길은 무엇인가 이리저리 막 헤엄쳐 나가는 과정들이었어요. 그 시간이 20년 가깝게 되니 지역에서도 다른 것들을 다 차치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시죠. 가평에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가평의 자랑’이라는 암묵적 동의 같은 것들이 있어요.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성과죠.”◇축제의 지속가능성, 결국 사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현장(사진제공=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사무국)“축제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가능성과 가치 그리고 비전 공유예요. 결국 사람들이죠. 공무원을 포함한 지역민, 관객들, 스폰서들 등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요.”대한민국 축제의 가장 크고 어려운 숙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좋든 싫든 지역사람들이 인정하는 페스티벌의 가치, 장기 협찬으로 내년, 더 나아가 10년 후를 안정적으로 맞이할 수 있게 하는 스폰서들, 매년 더 애정을 가지고 자라섬을 찾는 관객들. 이들은 축제를 지속가능하게도 하지만 그 반대로 작용하기도 한다.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지자체 수장이 바뀌거나 정치적 입김 혹은 협찬사들의 요구 등이 축제의 색을 순식간에 바뀌게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지속가능성의 열쇠는 사람들이 쥔 셈이다.자라섬 재즈페스티벌도 19회째를 이어오면서 협찬사들이 늘었고 가평군수도 네번이나 바뀌었다. 페스티벌 관련 공무를 담당하는 과장은 수십명이 넘게 스쳐갔다.“그런 과정에서 페스티벌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들이 있었어요. 새로 무엇인가를 만들기보다 지켜가는 것, 하나의 레거시(Legacy, 전통)로서의 기능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과정들이 되게 중요했죠. 그 과정들에서 가장 중요했던 근간은 지역 주민들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였어요.”그는 “우리의 자랑이라고 얘기하고 응원하시는 지역민들 뿐 아니라 차가 막히고 시끄러워서 싫다는 분들도 사실은 페스티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은 그 참여들을 무시하지만 그 또한 외면해서는 안되는 관심이기 때문에 축제를 지속시키는 힘이자 동력”이라고 했다.그렇게 “모든 주민이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지역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인지하게 된 과정들” 그리고 “지역주민을 비롯한 지역 자체와 가치를 공유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강력한 지속가능성이자 경쟁력이며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결국 사람들이죠.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가진 숙제마저 좋아하는 애정을 가진 스태프들, 그들 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자라섬을 찾아주는 관객들과 다음을 예측가능하게 해주시는, 10년 넘게 참여한 롯데를 비롯한 스폰서들 그리고 좋든 싫든 10월이면 재즈페스티벌을 한다는 가치를 차곡차곡 함께 쌓아온 군수님을 비롯한 지역사람들이요.”◇자라섬뱅쇼, 유자재막걸리에 이은 축제음식 특공대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그래도 19회째를 해오다 보니 음악, 문화의 다양성에 아주 작은 기여는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지난해까지 58개국에서 1200여팀의 재즈 뮤지션이 자라섬을 다녀갔고 누적관객은 200만명에 이른다. 인재진 감독은 황무지에 19년을 지속해온 재즈페스티벌을 출범시킨 데 대해 “아주 작은 기여”라고 겸손하게 표현했다. 10월이면 기차역부터 메인 무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재즈로 넘쳐나고 자라섬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재즈페스티벌을 위해 돌아가는 듯한 진기한 풍경이 펼쳐지곤 한다.지역에서의 축제는 지역색이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역시 초기에는 트로트, 서커스 등의 프로그램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축제 기획자이자 책임자인 인재진 감독에게는 “메인 콘텐츠에 대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해외에서 오는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 중 하나가 ‘재즈’라는 정체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거예요. 요즘 같은 시대에 재즈만으로 수만명의 관객을 모은다는 데 놀라움을 표하곤 하죠.”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지역색은 메인 콘텐츠가 아닌 곳에서 발휘된다. 그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선보여온 자라섬 뱅쇼, 유자재즈막걸리 등은 지역 주민들과 특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먹거리들이다. 인 감독은 “이번엔 축제음식 특공대를 만들었다”고 귀띔했다.“지난해에 ‘축제푸드올림픽’이라는 축제음식개발 경연대회같은 걸 했어요. 지역주민들이 열심히 개발한 축제음식을 유명 셰프들을 초청해 심사해 8팀을 최종선발했죠. 이를 통해 축제음식, 지역의 숨은 고수 등을 발굴하고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개발된 축제음식 레시피를 교육했어요. 이번 축제 기간 동안 푸드트럭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역 주민들도 재밌어 하더라고요.”그리곤 “그렇게 선정된 8팀의 축제음식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축제에서도 그 가능성을 가늠할 예정이다. 더불어 인 감독의 전언에 따르면 “올해 또 하나의 변화는 가평 읍내에 있는 장터에서 밤에 개최되는 공연 프로그램”이다.“장터에 무대를 만들어 공연을 하려고 그곳 상가번영회 회원들과 굉장히 긴밀하게 회의하고 있죠. 그 무대에서 외지인과 지역민들이 하나의 음악을 즐기면서 먹고 마시면서, 정말 잔치 같은 광경이 연출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주 작은 시도들이지만 조금씩이라도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렇게 작더라도 조금씩 발전하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16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17년만에 정규 4집 ‘아이즈 온 유’ 발매한 강타 “늙고 지쳐도 함께 해요!”

17년 만에 발표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를 발매하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강타(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늙고 지쳐도 함께 해요.”무려 17년만이다. H.O.T.로 데뷔해 벌써 26년차에 접어든 강타는 2005년 정규 3집 앨범 ‘페르소나’(Persona) 이후 17년 만에 발표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를 통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이어 강타는 “제가 가끔 손 편지를 쓸 일이 있으면 팬 커뮤니티나 팬 카페에 쓰는 말”이라고 부연했다.“26년이면 제가 살아온 평생의 반 보다도 많은 시간이에요. 여태, 26년을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신 분들은 평생 갈 거라고 생각해요. 세월은 흐를 테고 자연스레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습도, 상황도 변하겠지만 (그 분들과) 계속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17년만의 정규앨범 키워드는 ‘진화’17년 만에 발표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를 발매하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강타(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7일 앨범 발매에 앞서 온라인으로 기자들을 만난 강타의 4집에는 앨범 동명곡이자 타이틀 곡인 ‘아이즈 온 유’(야경)와 새롭게 탄생한 ‘가면 2022’(Persona 2022) 그리고 지난해 데뷔 25주년 프로젝트로 선보인 ‘프리징’(Freezing), ‘7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July), ‘아마’(Maybe), ‘슬로 댄스’(Slow Dance)를 비롯해 총 10곡이 수록된다.NCT 태용이 피처링한 신곡 ‘스킵’(Skip), 알앤비 소울 그룹 헤리티지(Heritage) 하모니가 돋보이는 ‘버킷리스트’(Bucket List), 서정적인 가을 감성곡 ‘한 사람’(The One), 래퍼 팔로알토가 힘을 보탠 ‘러브송’(Love Song) 등 앨범 작업에 함께 한 아티스트들도, 음악 장르의 면면도 다채롭다.“얼떨떨해요. CD를 실물로 마주하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날 듯해요. 음악적 활동을 띄엄띄엄한 면도 있어서 그 만큼 열심히 활동하고자 합니다. 그간 음악적 소통을 소홀히 했던 죄송함도 없지 않았어요. 이제는 성공여부를 떠나 오래 기다려주신 팬들과의 음악으로 소통하는 선물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이렇게 컴백 소감을 전한 강타는 이번 앨범의 키워드로 ‘진화’를 꼽았다. 그는 “강타의 새앨범에 관심이 있던 분들은 발라드를 떠올릴텐데 좀더 다양하고 새로운 색에 도전한다는 게 포인트”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목소리와 창법으로 실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팬들이 새롭고 자랑스럽게 진화했구나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굉장히 많은 곡을 들었고 새로운 색만 보여드리고 싶어서 자작곡도 준비했지만 일부러 싣지 않았어요. 곡 선정 후에도 여러 시안을 받아보면서 심사숙고하고 공을 들인 앨범입니다. 그간에는 피처링이 별로 없었는데 NCT 태용, 헤리티지, 래퍼 팔로알토 등과 멋진 콰어어(Choir, 합창)로 함께 해 알차게 준비된 것 같아요.”◇타이틀곡 ‘아이즈 온 유’부터 리메이크한 ‘가면 2022’까지!17년 만에 발표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를 발매하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강타(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최강창민의 진행으로 치러진 기자간담회에서는 타이틀곡 ‘아이즈 온 유’(야경)의 뮤직비디오도 최초 공개됐다. 이 곡에 대해 강타는 “소울풀한 팝알앤비곡”이라며 “그럼에도 대중적으로 들을 수 있는 예쁜 멜로디도 있다”고 소개했다.“처음 받은 순간 빠른 비트는 아니었어요. 이번엔 퍼포먼스를 하고 싶었는데 가능할까 했는데 이준호 안무가가 굉장히 좋은 안무를 만들어줬어요.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까 싶어 앨범이 나오기 오래 전부터 연습하고 개인 레슨도 받았죠.”17년 만에 발표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를 발매하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강타(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그리곤 지난 8월 투어에 나섰던 ‘SM타운 라이브 2022’에서 ‘아이즈 온 유’를 선공개하던 때를 떠올리며 “안떨릴 줄 알았는데 엄청 떨렸다”며 “떨린 기억밖에 없다”고 눙쳤다. 진행자인 최강창민의 “이번 뮤직비디오의 감상 포인트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타는 “가제인 ‘야경’ 속에서 추는 춤을 빛과 그림자를 섞어서 담아 봤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퍼포먼스를 보시면 좋을 듯하다”고 답했다.“오랜만에 이런 춤을 준비해서 나왔으니 강타가 추는 요즘 춤은 어떨까에 집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이준호 안무가가 줬을 때는 완전 요즘 춤이었는데 제가 추니까 90년대랑 섞여서 뉴트로가 된 것 같아요.”강타는 애착이 가는 곡으로 NCT 태용이 함께 한 ‘스킵’을 꼽았다. ‘스킵’에 대해 “이 노래를 들으시면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색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깔끔하면서 보컬도 예전처럼 노트를 길게 가져가지 않고 짧은 호흡으로 트렌디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나이 차이도 많고 데뷔로 따져도 굉장히 차이가 있는 후배인데 같은 음악 안에서 호흡할 수 있는 게 기분이 좋았어요. 제 스스로 음악적으로 쑥스러워하는 면이 많아요. 이번 기회로 그 쑥스러움을 덜어내고 동료, 선후배들 등 여러 아티스트들과 좀더 소통할 수 있는 포문이 되는 곡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어 가사에 대해서는 “난 너 아니면 모든 것이 스킵이라는 의미”라며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 2시 너무 힘들어도 연락하고 싶다는 내용”이라도 설명했다.“곡은 힙한데 가사는 로맨틱한 곡으로 태용이 랩메이킹을 했어요. 태용과 제가 싱잉랩처럼 주고받죠. 저를 배려해, 저와 잘 맞는 랩메이킹을 해온 게 아닌가 싶어 감사해요. 태용은 램메이킹도 랩메이킹이지만 탑라이너(멜로디를 만드는 사람)로서 멜로디도 너무 잘 만들죠.”또 다른 수록곡 ‘버킷리스트’에 대해서는 “앨범 넘버 중 가장 대중적이고 팝적인 곡”이라며 “헤리티지라는 알앤디 그룹이 콰이어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셨다”고 설명했다.최강창민이 17년 만에 발표한 4집 ‘아이즈 온 유’(Eyes On You) 발매를 기념하는 강타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미니멀하고 깔끔하지만 이 곡만큼은 풍성하게 표현했어요. 삶이 끝나는, 눈감는 그 순간까지 하고 싶은 일이 평소 너와 했던 것들, 사소한 것들이라는 가사죠. ‘한 사람’은 제가 솔로 활동을 하면서 여태까지 가져온 저의 색이 가장 묻어 있는 곡입니다. 원래 일렉트릭기타로 시작하는 곡이었는데 따뜻하게 어쿠스틱 기타로 바꿔 녹음했죠. 선선해진 날씨에 들으면 좋을 듯합니다.”‘한 사람’은 애초 여성 가이드보컬 녹음본을 남자 키로 바꿔 부른 곡으로 강타에 따르면 “그래서 좀더 섬세한 곡”이다. 이번 앨범에는 17년 전 3집 타이틀곡이기도 했던 ‘가면’을 리메이크한 ‘가면 2022’도 수록된다. 이 곡에 대해 강타는 “감정을 많이 다스렸다”며 “2005년 버전은 엄청 울고 감정을 계속 드러낸다면 이번엔 감정을 절제하고 담백하게 불러봤다”고 설명했다.◇이번 앨범의 목표이자 성과 “다양한 콘텐츠로 소통하는 시작점” 강타(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정말 많이 변했다고 체감하는 게 앨범은 내지 않더라도 요즘 음악을 많이 듣고 있었어요. 그래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녹음을 하려니 너무 다르더라고요. 보컬 흐름, 탑 라이닝 등이 너무 달라졌죠. 더불어 곡들이 매해 조금씩 짧아져서 17년 전에 비하면 진짜 짧더라고요. 그 짧은 파트 안에서 새로운 걸 표현해야 하고 임팩트를 들려주는 게 굉장히 달라졌어요.”이렇게 전한 강타는 1세대 한류 아이돌로서 지금 후배 아이돌 그룹을 보면서 드는 생각을 묻자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걸 보면서 때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어깨에 놓인 무게가 저희 때보다 훨씬 크지 않을까 해서 굉장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안쓰러움이 느껴져요. 보면서 안쓰러운 건 감성적인 부분이고 사실은 자랑스럽고 부럽기도 합니다. 저도 중국 진출을 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음원을 내는 그 순간 전세계가 들어준다는 기분은 어떨까, 음원을 내자마자 반응을 체크할 수 있는 건 어떨까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그리곤 “(SM타운 라이브를 하면서) 1세대인 내가 여기 같이 있는 건 고집이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 ‘SM타운 라이브’는 패밀리십이 있어서 의미가 큰 무대이기도 한 것 같다. 에너지도 좋다”며 “시대가 많이 바뀌었으니 나이 생각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하게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데뷔 26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데뷔 앨범을 받아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밝힌 강타는 “1집 앨범은 사진이 아닌 캐릭터로 그려진 얼굴이 실렸다”며 “CD 속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이름과 얼굴이 든 속지를 넘기던 그 순간이 26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전했다.“26년을 함께 해준, 저를 계속 지켜봐주신 팬들이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하신다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성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는 유튜브를 개설해 음악을 만드는 작업기도 올리고 있고 다다음주까지는 음악방송에도 출연하고 그 외 다양한 콘텐츠로도 찾아뵐 예정입니다. 이 앨범이 어떤 음악이든, 여러 음악으로 대중,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07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열망’(熱望)으로 다시 뭉친 배철수와 구창모…20대 열정 그대로!

송골매 전국투어 ‘열망’으로 한 무대에 오르는 배철수(왼쪽)와 구창모(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더 나이 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콘서트를 하고 계속 노래를 하면 어떻겠냐?”이미 오래 전 음악활동을 중단한 한 친구는 여전히 기막힌 목소리를 가지고도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 친구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꼭 10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두 친구의 10년 간 기다림과 ‘열망’은 결국 전국투어 콘서트로 이어졌다.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세상만사’ ‘모두 다 사랑하리’ ‘어쩌다 마주친 순간’ ‘모여라’ 등의 히트곡을 가진 밴드 송골매의 주축이었던 배철수와 구창모가 한 무대에 오른다. 1980년부터 송골매로 함께 한 배철수와 구창모(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애초 2020년으로 예정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미뤄진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9월 11~12일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9월 24~25일 부산 벡스코, 10월 1~2일 대구 엑스코, 10월 22~23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11월 12~13일 송도 컨벤시아)이 한가위를 맞아 첫 발을 내딛는다.두 사람의 인연은 1978년 제1회 TBC 해변가요제로 거슬러 오른다. 배철수는 항공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 활주로 프론트맨으로, 구창모는 홍익대학교 밴드 블랙테트라 멤버로 해변가요제에 출전해 서로의 노래와 음악에 빠져 들어 우여곡절 끝에 1980년 송골매로 한데 뭉쳤다. 송골매 전국투어 ‘열망’으로 한 무대에 오르는 배철수(왼쪽)와 구창모(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1979년 배철수를 주축으로 꾸린 송골매는 1980년 구창모의 합류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 1985년까지 함께 했다. 송골매로, 솔로가수로 1990년대까지 가수활동을 이어가다 DJ로, 사업가로 저마다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열망’으로 다시 한 무대에 오른다. 수많은 우여곡절에도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이 “20대 때 가지고 있던 열망과 열정 그대로를 지금 이 시대로 가져오고 싶은 열망”을 담은 전국투어 콘서트는 현대적 재해석이나 변주 보다 ‘오리지널에 충실한 음악’에 집중한다. “음악이라는 게 시대에 따라 변하면서 발전도 하고 트렌드도 바뀌죠. 그럼에도 이번 투어는 거의 오리지널과 똑같은 편곡으로 연주하고 노래할 겁니다. 당시 저희와 함께 호흡했던 젊은 세대들, 지금은 마음만 젊으신 분들이 우리와 같이 노래하고 들으면서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무대 위의 저희도, 객석의 여러분도 어렵고 힘들었지만 젊었던 시절로 타임슬립해보는 느낌으로요.” 지난 7월 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전한 배철수의 출사표처럼 청춘 송골매와 그들 팬들이  음악으로 뜨겁게 불타오르던 그 시절로 타임워프할 ‘열망’에는 당시를 함께 했던 동료들과 그들을 보고 꿈을 키운 후배가수들이 동행한다.‘모두 다 사랑하리’를 리메이크할 엑소(EXO)의 리더 수호와 ‘세상만사’를 변주할 밴드 잔나비(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배철수의 친동생인 배철호PD가 기획·연출로, 송골매 막내로 7, 8, 9집을 함께 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음악감독으로 함께 하며 엑소(EXO)의 리더 수호와 밴드 잔나비(최정훈·김도형·장경준)가 각각 ‘모두 다 사랑하리’와 ‘세상만사’를 리메이크해 선보인다. 이태윤 감독은 “1978, 79년과 똑같다는 게 저희 멤버들의 공통 소견”이라며 “그때의 느낌, 감성, 멋진 개성을 살린 연주, 보컬 등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귀띔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올 말까지 이어질 전국투어 후 내년 3월부터는 미국 LA, 뉴욕, 애틀란타 공연을 계획 중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07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파보 예르비ⓒKaupo Kikkas(사진제공=빈체로)어쩌면 게릴라와도 같다. 전세계에서 기반을 다지고 저마다 활동하던 이들은 매년 여름이면 에스토니아로 향해 팀을 이룬다. 그 게릴라의 대장과도 같은 마에스트로 파보 예르비(Paavo Jarvi)가 2011년 창단한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Estonian Festival Orchestra)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이 게릴라와도 같은 오케스트라의 구심점은 단연 에스토니안 출신의 지휘자 파보 예르비다. 그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예술감독이자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NHK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2016년까지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파리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등의 객원 지휘자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이자 에스토니아 음악계의 역사적인 지휘자 네메 예르비(Neeme Jarvi), 남동생 크리스티안 예르비(Kristjan Jarvi)와 함께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패르누 뮤직 페스티벌의 상주 음악단체로 활동 중이기도 한 파보 예르비는 에스토니안 내셔널 심포니와 함께 한 ‘시벨리우스 칸타타’로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파보 예르비amp;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포스터(사진제공=빈체로)파보 예르비와 그의 부름에 한 자리에 모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파보 예르비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9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일 통영국제음악당, 5일 경기아트센터)로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이번 공연에서는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이중 협주곡’(Double Concerto, Op. 102)과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교향곡 5번’(Symphony No. 5, Op. 64, 경기아트센터에서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그리고 좀체 듣기 어려운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art)의 ‘벤저민 브리튼을 추모하는 성가’(Cantus in Memoriam Benjamin Britten), 에르키 스벤 튀르(Erkki-Sven Tuur)의 ‘십자가 그늘 아래’(L’ombra della croce)를 선사한다.이번에 선보이는 ‘십자가 그늘 아래’의 작곡가 에르키 스벤 튀르는 파보 예르비와 학창시절을 함께 한 오랜 음악 파트너다. 오랜 동안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에서 활동한 록 뮤지션이기도 한 에르키 스벤 튀르의 음악에 대해 파보 예르비는 “굉장히 독특하다. 오케스트라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여러 층의 소리를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소리가 끊임없이 흐르게 한다”며 “또한 강한 리듬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음악을 더욱 매력적이고 리드미컬하게 만드는데 이는 그가 이전에 작곡했던 록 음악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이 공연을 기획한 빈체로 관계자는 “이 오케스트라에서 주목할 점은 파보 예르비가 한명 한명 직접 뽑은 연주자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라며 “다들 상주단원들이 아니라 전세계에 각자의 포지션이 있지만 파보 예르비가 ‘모여!’ 하면 모여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로 기존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예를 들어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클라이디 사하치(Klaidi Sahatci)는 파보 예르비가 상임을 맡고 있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악장”이라며 “바이올린 뚜띠(Tutti, 앙상블) 한명 한명까지도 파보 예르비가 직접 연락해 소통해 선율을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특이점은 협연하는 솔로이스트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오케스트라 협연자는 함께 하는 한두곡만을 함께 한다. 하지만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에서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트린 루벨(Triin Ruubel), 첼리스트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Marcel Johannes Kits)는 협연 후에도 무대에 남아 마지막까지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다.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Kaupo Kikkas(사진제공=빈체로)파보 예르비가 “에스토니아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인물들”이라고 평한 이들은 초기부터 함께 하며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동반 성장한 연주자들이다. 트린 루벨은 에스토니안 내셔널 심포니의 악장으로 활동 중이며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는 최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3위에 올랐다. 파보 예르비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매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이들”로 꾸린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늘 모여 있지 않아서 나올 수 있는, 마에스트로의 일 대 일 연락으로 이어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파보 예르비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공동체 의식’을 꼽았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고 동시에 젊은 활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단원들이 가장 핵심인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그들이 소속돼 연주하고 있는 ‘어떤’ 오케스트라(‘an’ orchestra)가 아니라 ‘그들의’ 오케스트라(‘their’ orchestra)죠. 이것은 공동체 의식과 에너지에 큰 차이를 만들곤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3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엔딩’ 없는 장편소설 '양성원'…"음악활동은 계속 쓰는 내 삶의 챕터”

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음악활동은 끝이 없이 계속 쓰는 삶의 챕터들로 이뤄진 장편소설 같아요. 그 챕터들은 첼리스트로서, 음악가로서 음악적인 이상을 꿈꾸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이죠. 녹음과 앨범만이 챕터는 아닙니다. 제가 해온 공연들, 프로그램들, 어느 장소에서 누군가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든 음악적으로 만나는 것도 역시 제 삶의 챕터죠.”첼리스트 양성원은 자신의 음악활동을 “엔딩이 없는 장편소설”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설명처럼 “서문에 이어 졸탄 코다이(Zoltan Kodaly),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 등의 챕터들로 이뤄진” 장편소설 ‘양성원’에 이번엔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Beethoven Complete Works For Cello and Piano, 이하 베토벤 전곡집)이라는 또 하나의 챕터가 추가됐다.첼리스트 양성원과 10년지기 파트너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의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 커버(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데카와 23일 발매한 ‘베토벤 전곡집’은 2007년 EMI에서 발표한 첫 번째 베토벤 첼로 작품 전곡집 이후 15년만이다. 그의 두 번째 ‘베토벤 전곡집’에는 첼로소나타(Cello Sonata) 1~5번을 비롯해 베토벤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8개의 곡과 양성원이 앙코르로 주로 연주하던 ‘소나티네’(Sonatina in C minor WoO 43a)도 담겼다. 저음선인 G와 C를 거트 현(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으로 연주한 이번 앨범에서는 소나타와 ‘소나티네’ 외에도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가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12 Variations in G major on “See, the conqu’ring hero comes” from Handel’s Oratorio Judas Maccabaeus WoO 45)과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연인이냐 아내냐’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12 Variations in F major on “Ein Madchen oder Weibchen” from Mozart’s opera Die Zauberflote Op. 66),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가지 변주곡(7 Variations in E flat major on “Bei Mannern, welche Liebe fuhlen” from Mozart’s opera Die Zauberflote WoO 46)이 실렸다.“이번 앨범을 위해서 다양한 출판사 버전의 악보들을 구해 연주했어요. 헨리(G. Henle Verlag), 페터스(Peters), 베렌라이터(Barenreiter), 비너 울텍스트(Wiener Urtext) 그리고 베토벤 본인 필사본 악보까지 찾아보고 연주했죠. 음악을 이해하는 만큼 결과물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굉장히 여러 각도로 녹음을 했고 연주 역시 그렇게 하고 있어요.”◇장편소설 ‘양성원’. 또 하나의 챕터 ‘두 번째 베토벤’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15년 전에 비하면 훨씬 더 친근해졌달까요. 베토벤의 작품들은 젊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곡들이에요. 이제야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연주하게 됐죠. 훨씬 더 편해지고 친근해지고 자연스러워지면서 좋은 에너지가 치솟는 걸 느껴요. 그 에너지를 느끼면서 연주한다는 게 지금에서나 가능해진 것 같아요.”양성원은 그 에너지에 대해 “음악과 내가 하나가 됐을 때 느껴지는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라며 “베토벤과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어려움을 음악적으로 이겨낸 작곡가고 곡들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힘겨웠다면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그랬을 적에 굉장히 긍정적인 힘이 치솟는다”고 털어놓았다.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깊이 있는 프로그램과 주제를 가지고 많은 분들을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는 게 참 좋아요. 해외에서도 여러 공연들을 하고 있는데 공연 수나 공연장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제가 음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또 나눌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그렇게 음악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해요. 베토벤이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어떤 이상을 추구했는지를 공유하는 만남이죠.”양성원은 “그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청중들과 하나가 되는 순간들이 느껴질 때가 있다”며 “그 순간이 이 음악들의 궁극적인 챕터를 마무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그래서 그 만남을, 음악활동을 진짜 잘 준비해야 해요. 굳이 엄선된 장소, 화려하고 잘 알려진 홀 뿐이 아닙니다. 제가 추구하는 이상을 만나고 싶어하는 청중들이 있다면, 그들 앞에서 연주해 하나가 되는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아요. 베토벤의 정신, 베토벤의 음악 세계와 만나는 순간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진다면 그보다 더 좋고 뜻깊은 일이 없죠.”이는 그가 지휘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이유기도 하다. 최근 양성원은 폐쇄된 공장을 개조한 독일 코블렌츠의 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 중 드보르작 콘서트에서 ‘현을 위한 세레나데 E장조 OP. 22’(Serenade For String Orchestra in E major, Op.22)를 지휘하고 ‘첼로 협주곡’(Concerto for Cello)을 협연했다.“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어요. 워낙 무대에 오르면 상당히 떠는 사람인데 지휘자로서와 첼리스트로서 떠는 건 좀 달라서 저 자신도 깜짝 놀랐죠. 지휘를 시작한 계기가 베토벤 심포니(Symphony, 교향곡)를 연주하고 싶어서예요. 베토벤 심포니 전곡집을 녹음할 수도 있고 녹음이 아니라도 연주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완벽과 이상 사이, 다시 도전하는 힘첼리스트 양성원의 10년지기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엔리코 파체(Enrico Pace)와는 10년째 같이 연주하고 있는데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해요. 음악 앞에서 겸손하거든요. ‘우리는 초보’라는 태도로 한도 끝도 없이 탐구할 수 있는 겸손함이요.”이번 ‘베토벤 전곡집’의 파트너 역시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Enrico Pace)다. 그는 “동갑내기” 엔리코 파체에 대해 “현존하는 최고 음악가 중 하나”이자 “기막힌 음악가이자 수도자 같은 인품을 가진 피아니스트”라고 극찬했다.“엔리코와 리허설을 할 때는 아침에 만나는 시간을 정하지 끝나는 시간은 정하지 않아요. 주로 아침에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데 그 저녁식사 시간을 알 수 없는 피아니스트죠. 그와 함께 탐구하는 시간이 너무 좋고 즐겁고 흥미로워요. 이런 기막힌 음악가와 연주하는 게 육체적으로는 괴롭지만 음악적으로는 만족스럽죠.” 첼리스트 양성원(오른쪽)과 10년지기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솔리스트로, 실내악 주자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자로 그리고 지휘자로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양성원은 “음악을 통해 배우고 그 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라는 데서는 같다”며 “물론 연주하는 곡목들은 다르지만 그 곡을 쓴 작곡가들과의 만남, 그 만남에서의 배움, 그 배움을 청중과 공유하는 과정은 같다”고 밝혔다.“그야말로 19세기 감성을 복원해놓은 아카이브가 바로 음악이 아닐까 싶어요. 음악을 함으로써 그때 당시의 감성, 철학, 추구했던 이상을 이해하게끔 하는 아카이브를 나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악기가 변화되고 제가 지휘봉을 잡더라도 그 추구함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그 추구하는 과정은 완벽과 이상,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결과물을 내곤 한다. 이에 대해 양성원은 “완벽 보다는 이상을 추구한다”며 “완벽에는 도달할 수 있지만 이상은 그렇지 않다”고 털어놓았다.“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아쉬움이 또 다시 도전하게 하죠. 그 아쉬움이라는 게 있어야 역시 아름다움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클래식 뿐 아니라 모든 음악은 중요하다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클래식만이 아니라 음악은 중요합니다. 모든 음악은 리듬으로 시작됐어요. 그 하나의 리듬이 지금은 매우 다양한 음악들이 됐죠. 그래서 어떤 음악이든 우리 사회에, 우리 개개인의 삶에 긍정적인 보탬이 된다고 생각해요. 꿈을 갖게 되고 더 좋은 삶을 추구하게 하거든요. 어느 음악이나 그래요. 그래서 음악은 우리 인류에 그리고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죠.”이어 “그 중 클래식은 2~3분짜리 영상, 트랙들을 많이 보고 듣는 시대, 너무나도 빨리 바뀌는 사회에서 그야말로 천천히 갈 수 있게 하는 데 아주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어차피 하루는 24시간이에요. 그리고 그 24시간은 어차피 흐르죠. 빨리 가든, 천천히 가든, 30분짜리 교향곡 하나를 듣든, 2, 3분짜리 영상이나 트랙들 보고 듣든 같아요. 어차피 하루는 가는데 40분, 1시간짜리 클래식, 우리 인류 유산의 아주 중요한 곡들과 연결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이같은 음악론을 전한 양성원은 2009년 그를 비롯한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Olivier Charlier),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슈트로세(Emmanuel Strosser) 등 3명의 파리음악원 출신 연주자들이 결성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트리오 오원, 그들이 주최하는 오원 페스티벌 등 실내악 연주에 유독 진심인 연주자이기도 하다.“실내악 작품들은 작곡가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작품들이에요. 작곡가들의 내성을 가장 잘 그려낸 것 역시 실내악곡들이죠. 작곡가들의 언어, 마음, 감정 등을 가장 솔직하게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들끼리는 실내악을 통해 작곡가들과 더 가까워진다고들 하죠. 악기를 떠나 음악을 표현하는 데 실내악 보다 더 좋은 곡들은 없어요. 악기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음악의 세계는 무한하거든요.”이어 “기악적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실내악 곡들”이라고 실내악의 중요성을 강조한 양성원은 “연주되는 곡들이 훨씬 더 다양해져야 한다. 더불어 같은 곡을 다양한 각도로 연주되기도 해야 한다. 현대곡들도 자주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대극장, 유명 극장뿐 아니라 소극장 더 나아가 뜻밖의 장소에서도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술관의 테마와 어우러져 시각적인 예술과 청각적인 음악의 만남이 이뤄지는 식으로요.”그가 포용하는 것은 비단 타종 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 현상 등도 포함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워낙 책 사는 걸 좋아해 수년간 읽지는 못하고 쌓아두기만 하던 책들을 꽤 많이 읽었다”고 할 정도로 그는 지적인 음악가다. 트리오 오원과 그들이 주최하는 페스티벌 오원, 프랑스의 페스티벌 베토벤 드 보네 등의 예술감독인 음악인이자 연세대 음대 교수. 영국 런던의 왕립음악원(RAM)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교육자이기도 한 그는 “더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삶을 넓히고 깊이 추구하라고 스승들에게 배웠고 그것을 고스란히 제 제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무엇을 표현하고자했는지, 음악가로서의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역사적·문화적·예술적 궁금증이 있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 뿐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까지 넓게 고민하고 중장기적으로 생각하라고 강조하는 편이에요. 그만큼 지식이 넓어지고 살아가는 데 옵션이 풍부해진다는 의미거든요.”◇코로나 팬데믹? 미뤄뒀던 꿈을 이룰 시간!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코로나 팬데믹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인류는 그 보다 더한 것들도 이겨내며 잘 살아왔어요. 손 쓸 수 없는 자연재해, 전쟁 등에서 인류는 진화를 거듭했고 그 어려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중요한 건 어떤 태도로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죠.”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대에 대해 이렇게 전한 양성원은 “처음에야 몰라서 패닉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이럴 때일수록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어야 해요. 그 가치는 이상을 높이는 데서 발휘되죠. 미뤄뒀던 꿈들을 다시 끄집어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를 시킬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죠. 그래서 전 앨범을 녹음했고 지휘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참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게 또 제 이상을 좀더 높일 수 있었죠.”마에스트로 한스 그라프(Hans Graf)가 이끄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엘가, 슈만의 협주곡 등의 후시작업 중인 양성원은 ‘베토벤 전곡집’ 앨범 발매와 더불어 9월 23일 부산부터 통영(9월 25일), 대전(9월 27일), 서울(9월 29일), 여수(10월 1일) 등에서 리사이틀 투어, 그가 7년째 함께 하고 있는 여수 예울마루 실내악 축제(10월 13~16일) 등으로 장편소설 ‘양성원’의 또 다른 챕터를 쓰기 시작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26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첼리스트 양성원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앨범 “내 음악 삶, 어느 시절의 아카이브”

첼리스트 양성원(사진=허미선 기자)“인생은 한번 사니까요. 두번 녹음하고 싶었어요.”2007년 EMI에서 발표한 첫 번째 베토벤 첼로 작품 전곡집 이후 15년만에 데카를 통해 발매한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집’(Beethoven Complete Works For Cello and Piano, 이하 베토벤 전곡집) 앨범 녹음에 대해 23일 오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솔직히” 답했다.“첫 번째 녹음 후에도 많이 바뀌었어요. 명곡이란 250년 전 혹은 300년 전 쓰여진 곡들이지만 그 많은 전쟁과 혁명, 사회 변화에도 아직까지 깊은 감동을 주죠. 더불어 우리에게 디딤돌이 되죠. 그리고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공기와 음식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이어 양성원은 “그 변화란 외적인 게 아니다. 소리는 깊어지고 내면적으로 더 성장한다는 느낌”이라며 “내면적인 성장이란 생물학적으로 소나타와 제가 더 가까워지고 자연스러워졌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곡들과 저의 만나야 할 때가 와서 다시 녹음했다”고 밝혔다.양성원은 이번 앨범도 오래 인연을 이어온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함께 했다(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오늘(23일) 발매된 ‘베토벤 전곡집’에는 첼로소나타(Cello Sonata) 1~5번을 비롯해 베토벤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8개의 곡과 앙코르로 주로 연주하던 ‘소나티네’(Sonatina in C minor WoO 43a)도 담겼다.이번 앨범의 파트너 역시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Enrico Pace)로 두 사람은 소나타 외에도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가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과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연인이냐 아내냐’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가지 변주곡을 함께 연주했다.이번 앨범의 특징은 ‘거트 현’(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과 ‘스틸 현’을 반반 섞어 연주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연주에서는 거트 현을 적어도 두개, 3개까지 쓰기도 한다”며 “15년 전 앨범은 스틸 현으로만 연주했다면 이번 앨범은 반반 섞어 연주했다”고 털어놓았다.첼리스트 양성원(사진=허미선 기자)“주로 저음의 두선, G와 C를 거트 현을 써요. 바흐의 첫 앨범은 올거트 현(네줄 모두 커트 현)이었고 두 번째 앨범을 반반 섞었다면 베토벤은 첫 앨범에 올스틸 현이었다가 두 번째 앨범에서 반반 섞어서 연주했어요. 스틸 현과 거트 현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어요. 스틸 현은 파워가 있지만 단순하죠. 커트 현이 좀더 섬세하고 사람의 목소리와 가까워 색채를 바꾸는 데는 더 좋아요.”이어 “제가 항상 원하는 건 악기로 노래를 부르는 듯 연주하는 것”이라며 “인간의 목소리에 좀더 풍부하고 깊게 들어가는 소리가 거트 현에서 나오기 때문에 파워를 희생하고 다양성과 섬세함을 추구했다”고 덧붙였다.“악기와 연주자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어요. 네줄을 모두 스틸 현으로 하면 악기의 압력이 높아져서 울림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연주자들에게는 부상의 위험도 있죠. 거트 현을 쓴 지는 몇년 됐어요. 이 역시 단점이 있죠. 너무 섬세하고 예리해서 습도에 매우 민감하거든요. 튜닝이 금방 바뀌니 정확한 음정을 추구하기가 까다롭죠.”그리곤 “네줄을 다 거트 현을 쓰기도 하는데 1년에 딱 2~3주, 봄과 여름 사이 2주, 초가을 2주 정도다. 안팎의 습도가 같을 때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단점에도 음의 색채가 훨씬 다양하고 인간에 다가가는 소리를 추구하는 데는 거트 현이 유용하다. 결국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말을 보탰다.스틸 현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올거트 현으로 연주했던 걸 고려하면 “베토벤 시절에 좀더 가까워진 셈”이다. 그는 “추구하는 건 올거트 현”이라며 “그랬을 때는 자꾸 끊어지곤 해서 녹음시간을 두배로 잡아야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엔 반반 섞어 연주했다”고 털어놓았다.“2007년 보다 두 번째 녹음이 더 혹독해요. 첫 번째 녹음은 잘 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하지만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혼을 담는 작업은 많이 달라요. 곡에 대해 아는 만큼 더 혹독하죠. 비유(메타포)를 하자면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과 같아요. 젊어서, 중기, 후기의 베토벤에 어떻게 더 가까워질까 고민하듯 제 연주를 들으시는 분들이 어떤 차이를 느끼게 할까를 훨씬 더 깊이 고민하게 되죠.”양성원은 이번 음반이 음악인생에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대학이 인생을 시작하는 첫 단추라면 음반은 저희들이 하나의 과정을 기록으로 담는 것”이라며 “녹음을 하던 그 시점의 기록물이자 아카이브”라고 표현했다.첼리스트 양성원(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앨범은 2021년 9월에 녹음했는데 절대 마지막 버전이 아니에요. 그 후로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앨범녹음은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계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생각하는데 음악활동은 장편소설같아요. 제 나름대로의 음악 삶을 써내려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챕터마다 하나의 레코딩으로 아카이브를 만든다는 느낌이죠.”앨범 발매와 더불어 9월 23일 부산부터 통영(9월 25일), 대전(9월 27일), 서울(9월 29일), 여수(10월 1일) 등에서 리사이틀 투어, 런던심포니와의 협연 녹음 후시작업, 그가 7년째 함께 하고 있는 여수 예울마루 실내악 축제(10월 13~16일) 등을 계획하고 있는 양성원은 “이걸로 끝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인디애나 수학시절 스승인 야노스 슈타커(Janos Starker)처럼 세 번째 녹음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녹음을 할수록 바흐와 베토벤에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느낌이에요. 두 음악가의 곡들을 계속 연주하면서 새로운 레어어가 보이고 새로운 각도가 생겨나죠. 연주하면서도 변화가 느껴지고 그 변화를 통해 좀더 깊어진다는 걸 느껴요. 음악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제 소리와 표현하고자하는 게 하나가 되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죠. 세 번째 앨범을 지금은 생각 안하고 있지만 자연스레 된다면 못할 이유가 없죠.(Why Not)”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23 21:32 허미선 기자

[비바100] 꿈의 오케스트라 박은수 "희망 품은 엔쿠엔트로스, 자연의 소중함을 연주하는 음악가를 꿈꿉니다!"

박은수(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다 함께 ‘캐논’을 연주하고 싶어요. 저희 5남매 모두가 좋아하는 곡이거든요. 첫 멜로디에서 계속 변주가 돼 재미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곡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멜로디들이 곡 속에 들어있어 각자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고 또 서로 주고받으며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인 것 같아요.”오케스트라가 뭔지도 몰랐던 전라북도 부안군의 10살짜리 소녀였던 박은수에게 음악은 그리고 바이올린은 이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자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가 됐다. 어머니의 제안으로 그를 비롯해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5남매가 함께 연주하고 싶은 곡도 생겼다. “첫날 선생님들이 ‘사랑의 인사’를 연주해주셨어요. 그때의 바이올린 멜로디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그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고 싶어서 바이올린을 선택했죠. 오케스트라에서도 바이올린이 꽃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요.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의 목소리 역할을 하는 것 같거든요.”박은수양(오른쪽)과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의 김수일 주무관(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그렇게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의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에서 꼬박 10년을 활동한 박은수양은 바이올린 전공을 꿈꾸며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 정신에 입각해 2010년 출범한 아동·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51개 거점기관에서 2900여명의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활동 중이다. 지난해 꿈의 오케스트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입시를 준비 중인 박은수양은 지난달 한국인 최초로 두다멜재단-LA필 콘서트 ‘엔쿠엔트로스 LA’(Encuentros Los Angeles, 이하 엔쿠엔트로스) 오케스트라 멤버로 참여하는 행운도 누렸다. ◇ 22개국 100명의 젊은 음악가들과 함께 한 ‘희망’의 엔쿠엔트로스 “가장 기억에 남는!”박은수(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제가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고 책임감도 컸어요. 한국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출국 전날까지 연습했죠. 할리우드볼에서 연주할 곡들의 악보를 받았는데 어떻게 연습해야할지 막막했어요. 드보르작(Dvorak)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Symphony No. 9, “From the New World”)과 오케스트라는 잘 연주하지 않는 재즈곡인 웨인 쇼타(Wayne Shorter)의 ‘가이아’(Gaia) 그리고 아예 초연되는 곡(지안카를로 카스트로 다도나의 ‘엔쿠엔트로스 축제 서곡’)도 있었죠.”이에 그는 꿈의 오케스트라 세종의 권정환 음악감독에게 특훈을 받기도 했다. 박양은 “직접 연주하는 걸 봐주셨고 악보 한마디 한 마디를 설명하고 해석방법을 알려주셨다”며 “미국 리허설에서 사용하는 음악용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조언 등을 해주셔서 더 잘 준비해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엔쿠엔트로스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과 그의 아내 마리아 발베르데(Maria Valverde)가 이끄는 두다멜재단 그리고 YOLA(Youth Orchestra Los Angelses)와 LA필하모닉이 주관하는 오케스트라 리더십 및 음악 훈련 프로그램이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100명의 젊은 음악가들(18~26세)이 2주간 마스터클래스, 워크숍 그리고 할리우드 볼과 허스트 그릭 시어터(UC버클리)에서의 콘서트를 진행한다.“22개국에서 온 연주자들과의 무대, 수많은 연습과정들, 객석에서 쏟아진 박수…엔쿠엔트로스는 제가 바이올린을 배운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미국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면서 엔쿠엔트로스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어떤 말이 떠오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희망’(Hope)이라고 답했어요. 이 캠프(엔쿠엔트로스)를 통해 받은 느낌, 감정들, 선한 에너지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나누고 싶어요.”◇다시 한번 절감한 “음악의 힘!”음악의 힘을 일깨운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과 리허설 중인 엔쿠엔트로스 단원들(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두다멜 선생님께서 ‘평범하게 길을 걸어갈 때와는 다르게 우린 악기를 지닐 때 무한한 힘을 가진다. 그래서 음악을 하는 것은 매우 힘이 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놀랐어요. 저 또한 음악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두다멜과 훈련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박은수양은 “다시 한번 음악의 힘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바이올린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한 뒤로 다른 건 보지 않았다. 가는 길이 힘들어도 먼 곳에서 빛이 비춰지는 것처럼 환하게 느껴졌다”며 “음악을 사랑했고 연주할 땐 너무 행복했다. 이 순간들이 계속 음악을 하게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엔쿠엔트로스에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다양한 전공을 하면서 바이올린도 전공으로 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음악을 친구처럼 생각하신 거죠. 음악을 더 즐기고 행복한 얼굴로 연주하는 모습이었어요.”그가 엔쿠앤트로스에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서울대학교 입시를 준비 중이었다. 1차에는 합격했지만 2차에서 고배를 마시고 다소 주눅이 들었을 때 접한 엔쿠엔트로스에서의 경험은 그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늦게 시작한 입시 때문에 늘 초조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캠프를 다녀온 후로 열정과 패기로 단단히 무장한 것 같아요. 연주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공감하고 이해하면 더 많은 상상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느끼게 됐거든요. 연주자들과 서로 공감하고 또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엔쿠엔트로스에서도 “K컬처!”엔쿠엔트로스 리허설 모습.(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모든 친구들이 음악에 열정적이었고 즐겼어요. 음악에 깊게 공감하면서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서 많은 걸 나눴죠. 입시 중이었기 때문에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행복했어요.”엔쿠엔트로스에서 전세계 젊은 음악가들을 만난 박양은 “포르투갈에서 온 마리아나 비엘라(Mariana Vilela)와 마리아나 산토스(Mariana Santos) 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았다.“기숙사 바로 옆방 언니들인데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어요. 제 옆자리에서 연주한 마리아나 산토스 언니는 K팝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관심을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저 보다 더 많은 K팝을 알고 있었죠.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읽고 간단한 단어들은 쓸 수도 있었죠.”박은수양은 “언니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더 재밌게 보낼 수 있었다”며 K컬처에 대한 재밌는 에피소드도 털어놓았다. “스페인에서 온 알레한드라(Alejandra pina Villafranca) 언니가 버스에서 K팝을 들려줬는데 제가 ‘스페인 노래냐?’고 물어봐서 서로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곳에서 영어 아니면 스페인어만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렇게 2주 동안 지내면서 스페인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알레한드라와 스페인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박은수양은 “2주 동안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언어를 알려줬다”며 “간단한 인사와 숫자세기부터 시작했는데 열심히 배운 결과 마지막 날에는 많은 친구들이 놀랄 정도로 많이 알게 됐다”고 전했다.박은수(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나중에 알레한드라 언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스페인어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많은 나라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줄 수 있어서 뿌듯했고 저 역시 새로운 언어를 배우게 돼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힐러리 한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연주하고 싶어요”“(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을 정말 좋아해요. 그의 음악은 슬픔을 정화한 고요함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힐러리 한의 음악은 저에게 매 순간 감동을 주죠. 연주를 들을 때마다 저에게 바이올린은 이렇게 연주하는 거야라고 가르침을 주는 것 같아서 많이 보고 배웁니다.”이어 힐러리 한에 대해 “온 가족이 좋아한다”며 “집에서 아침마다 힐러리 한이 연주한 바흐, 멘델스존, 시벨리우스 작품을 자주 듣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국내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엔쿠엔트로스에서 만난 언니도 그랬었다. 클래식의 본 고장에서 더 깊게 음악을 공부하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연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제가 사는 곳은 시골 작은 마을입니다. 비가 오면 들판을 뛰어다니고 눈이 오면 언덕길에서 미끄럼을 탔어요. 커다란 나무숲이 뽑힐 것처럼 큰 폭풍도 많이 보며 자랐죠. 어렸을 때 자연에서 행복했던 순간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을 연주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연주를 듣고 많은 위로와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18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K클래식 르네상스를 꿈꾸는 국립합창단 “한국합창곡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립합창단 예술한류 확산사업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곡가 우효원·오병희(왼쪽부터), 윤의중 단장, 소프라노 첼시 알렉시스 헬름, 베이스 엔리코 라가스카©황필주(사진제공=국립합창단)“한국의 가곡은 미국과는 다르게 전경, 풍경, 사물, 인물 등 아름다운 것들을 포함하고 있어요. 노래에서 마치 산과 바다, 강 등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이죠. 어제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지나쳐 가는 산과 강을 보면서 각자 부른 곡들과 감정들을 다시 떠올렸어요.” ‘아메리칸 솔로이스츠 앙상블과 함께하는 한국가곡의 밤’(이하 한국가곡의 밤, 8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참여 중인 베이스 엔리코 라가스카(R. Enrico Lee Lerum Lagasca)는 한국가곡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국립합창단 예술한류 확산사업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베이스 엔리코 라가스카©황필주(사진제공=국립합창단)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국립합창단 예술한류 확산사업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엔리코 라가스카는 이어 “노래만을 하나하나 기계처럼 부르기 보다는 아름다운 정서가 드러나는 곡들이라 열심히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한국합창연주자들 역시 따뜻하고 깊이와 울림이 있는 소리로 감명을 전해요. 저 역시 내 안의 그런 소리를 찾아내려고 노력 중이죠.”엔리코 라가스카의 말에 또 다른 아메리칸 솔로이스트인 소프라노 첼시 알렉시스 헬름(Chelsea Alexis Helm)도 “한국 합창연주자들의 목소리는 직설적이고 즉각적”이라며 “예쁘지만 감싸기 보다는 밝은 소리로 튀어나오는 게 미국 연주자들과는 다르다”고 특징을 짚었다.“한국의 가곡들은 아름다운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멜로디들이 있어요. 연습을 하면서 눈물이 날 정도죠.”이들이 참여하는 ‘한국가곡의 밤’은 대한민국 합창 음악의 세계화, 예술한류 확산을 천명하고 나선 국립합창단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의 일환이자 한미수교 140주년 기념연주회다.국립합창단은 연주회를 비롯해 ‘보이스 오브 솔라스’(Voices of Solace, 위로의 목소리) 앨범 발매, ‘새야새야’ ‘어기영차’ 뮤직비디오 제작 및 글로벌 유통 등으로 한국형 합창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화를 꾀하고 있다.국립합창단 예술한류 확산사업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소프라노 첼시 알렉시스 헬름©황필주(사진제공=국립합창단)이 두곡은 국립합창단의 첫 정규앨범인 ‘보이스 오브 솔라스’의 타이틀곡(새야새야)과 수록곡이다. 이 앨범에는 그래미어워드 수상자들인 프로듀서 브랜튼 알스포(Blanton Alspaugh),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 등과 함께 녹음한 ‘어랑’ ‘어이 가라’ ‘기근’ ‘아리랑’ ‘청산에 살어리랏다’ ‘섬집아기’ 등도 수록돼 있다.윤의중 단장은 “한국 합창곡은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며 “한국 성악가들도 유럽의 모든 극장에서 가수와 오페라 단원으로 활동 중일 정도로 수준이 높다”고 밝혔다. 국립합창단 예술한류 확산사업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윤의중 단장©황필주(사진제공=국립합창단)“특히 합창단원의 경우는 해외에서도 매력적으로 느낄 정도죠. 가곡을 부르는 부드러운 소리와 오페라를 위한 강한 소리를 다 할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좋은 작곡가도 많아서 한국 합창 수준에 대해 높게 평가받고 있죠.”‘예술한류 확산사업 프로젝트’ 일환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새야새야’는 오병희, ‘어기영차’는 우효원 작곡가의 작품이다. 오병희 작곡가는 유튜브 조회수 30만을 훌쩍 넘긴 ‘새야새야’에 대해 “동학혁명 당시 불리던, 우리 역사를 품은 곡”이라고 소개했다.“전세계인들이 이 곡을 접했을 때 쉽게 다가와 공감할 수 있도록 1400년 전 유럽에서 불린 (성가의 일종인) 그레고리안 찬트(Gregorian Chant) 선율의 일부를 가져와 (우리 민요인 ‘새야 새야 파랑새야’ 선율에) 결합해서 만든 곡이죠. 그레고리안 찬트의 신비로움과 우리 선율이 어우러진 현대적인 곡입니다.”이어 “대금, 장구, 징 등 우리 악기가 함께 한다”며 “무대와 객석을 활용해 3개 블록으로 나뉘어 합창된다. 무대와 객석에서의 울림으로 소리의 매력을 전달하는 곡”이라고 부연했다.우효원 작곡가는 ‘어기영차’에 대해 “합창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아카펠라 곡”이라며 “어기영차를 비롯해 배 띄워라, 노 저어라 등 네 음절을 활용한 강렬한 리듬과 텍스트의 액센트가 순회하는, 독특한 움직임이 극적으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것이 특징인 곡”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합창단 예술한류 확산사업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곡 설명 중인 오병희(왼쪽) 작곡가와 우효원 작곡가©황필주(사진제공=국립합창단)“원래 다른 언어로 된 텍스트를 한류 프로젝트를 위해 뱃노래 가사를 차용한 곡으로 리더가 선창하고 합창단이 소리를 받도록 편곡됐어요. 솔로 선창과 합창단의 받는 소리가 강렬한, 우리 민족의 흥과 기개를 표현한 곡이죠.”윤의중 단장은 “국립합창단 레퍼토리를 우리만의 것으로 두기보다 세계무대에서 연주하고 음원을 만들어 유통함으로서 세계에 알릴 많은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한국 가곡의 기반은 시입니다. 좋은 시인들의 시에 음악을 붙여 만든 곡들이죠. 한국만의 정서인 한, 정 등을 전세계의 많은 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가사 번역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우리 합창곡들의 우수성을 잘 전달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16 20:24 허미선 기자

[컬처스케이프] 강경원 총감독이 'Pick'한 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의 눈여겨볼 프로그램들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8월 31일 롯데콘서트 홀에서 개최되는 ‘갈라콘서트’에 다섯 번째 힉엣눙크 페스티벌의 특징이 응축돼 있어요. 혁신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며 새로움을 선사하는 프로그램들로 꾸렸죠.”강경원 총감독은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하는 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이하 힉엣눙크, 8월 16~9월 6일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일신홀, 서울대학교 미술관 외)의 특징이 응축된 프로그램으로 ‘갈라콘서트’를 꼽았다. 이 갈라콘서트에 대해 강 감독은 “시각적으로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 연출가인 정구호의 연출로 특별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전통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전 멤버이자 현 뉴욕필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프랭크 황(Frank Huang)의 무대가 있어요. 그가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for String Orchestra, Op.48)를 이끌며 연주합니다. 그리고 그래미어워즈에 수차례 노미네이션됐던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퀸트(Philippe Quint)가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The Four Seasons of Buenos Aires)를 연주하죠. 필립 퀸트의 피아졸라 해석은 정말 탁월합니다.”이어 “탄둔(譚盾, Tan Dun)의 ‘엘레지: 6월의 눈’(Elegy: Snow in June)도 연주되는데 100여개의 타악기가 등장하며 4명의 타악기 연주자가 앙상블을 이룬다. 그래미상 수상자인 첼리스트 사라 산암브로지오(Sara Sant’ Ambrogio)가 독주자로 이들과 협연한다”고 덧붙였다.◇레라 아우어바흐 첫 내한공연, 이화윤·임주희 리사이틀…여성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다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올해의 프로그램에는 여성 작곡가와 연주자가 의미 있게 포함돼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레라 아우어바흐(Lera Auerbach)예요. ‘워싱턴 포스트’가 뽑은 ‘20세기 이후의 뛰어난 여성 작곡가’ 리스트에 진은숙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중견 작곡가인데요. 그가 첫 내한 공연을 힉엣눙크에서 합니다.”강 감독은 “그간 기돈 크레마(Gidon Kremer), 엠마누엘 파위(Emmanuel Pahud) 등 내한하는 수많은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입에서 계속 들을 수 있었던 이름”이라며 “이번 힉엣눙크 프로그램에 포함된 ‘아우어바흐가 연주하는 아우어바흐’(Auerbach Plays Auerbach, 9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는 작곡가로서 아우어바흐 명성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내한 공연”이라고 소개했다.“이 음악회에서는 레라 아우어바흐가 본인의 작품 ‘슬픔의 성모에 대한 대화’(Dialogues on Stabat Mater for Vn, Va, Vibraphone)를 직접 지휘하고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피아노 콘체르트’(Piano Concerto No.20 in d minor, K. 466)를 협연합니다.”비올리스트 이화윤, 피아니스트 임주희의 리사이틀에서도 아우어바흐 곡을 들을 수 있다. 강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이화윤과 임주희는 “약 3년 전부터 세종솔로이스츠가 국제무대에 설 연주력이 준비된 젊은 연주자들을 선발해 선보이는 ‘젊은 비루투오조’ 시리즈가 선정한 아티스트들이다.”“이화윤 비올리스트의 ‘시대를 넘은 예술-여성들의 목소리’(8월 16일 일신홀) 공연은 여성 작곡가의 곡들로만 구성돼 있어요. 여기에도 ‘아케이넘’(Arcanum)이라는 아우어바흐의 작품이 포함돼 있죠. 임주희 피아노 리사이틀 ‘밤과 꿈’(8월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도 아우어바흐의 ‘메멘토모리’(Memento Mori for Piano)가 소개됩니다.”◇매체와 공간을 뛰어넘어! 서울대 미술관 연주와 ‘NFT 살롱’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의 연주 ‘스튜디오 2021’(9월 6일)은 실험적인 무대입니다. 학교는 연구소와 같은 역할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 공연에서는 서울대 재학생의 신곡이 발표돼요. 또한 미국의 거장 작곡가 조지 크럼(George Henry Crumb Jr.)의 ‘블랙 엔젤’(Black Angels for Electric String Quartet)을 연주합니다.”더불어 강 감독은 예술NFT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힉엣눙크! NFT 살롱’(8월 22일 일신홀)을 추천했다. ‘힉엣눙크! NFT 살롱’에서는 페스티벌 전 오픈씨에서 판매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코벳 컬렉션’(The Stradivarius violin ‘Cobbett’ collection, 이하 스트라디바리우스 NFT)을 변주한 ‘힉엣눙크 에디션’을 선보인다.“스트라디바리우스 NFT 힉엣눙크 에디션의 특징은 AI(인공지능) NFT라는 겁니다.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인 스티븐 킴이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녹음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샤콘느’(Chaconne, Partita No. 2 BWV 1004)를 AI가 학습해 생성한 새로운 음원이 들어간 NFT입니다. 이미지에는 2022 힉엣눙크가 포함돼 있죠.”스티븐 킴의 스트라디바리우스 연주와 세종솔로이스츠 공연이 진행되는 ‘힉엣눙크! NFT 살롱’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NFT, 미래와 전망’이라는 주제 아래 전문가 패널들의 토론도 진행된다.“음악과 기술을 매개로 한 대화죠. AI Network의 김민현 대표, 샤이고스트스쿼드 이신혜 대표, 장동현 뇌과학 박사 등이 패널로 참여해 NFT의 전망에 대해 얘기를 나눕니다. 이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클래식 음악에서 NFT의 의미와 역할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아주 큰 맥락에서는 웹3 시대로의 변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12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 “#혁신 #비정형성 #무경계성 여기 지금 발 디딘 예술”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축제의 타이틀 힉엣눙크(Hic et Nunc!)에 ‘눙크’(지금)가 포함된 것처럼 현재와 관련된 주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클래식 음악 장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주제도 음악과 융합적인 형식으로 풀어내 축제에 반영하고 있죠,”강경원 총감독의 설명처럼 올해로 5회를 맞는 ‘힉엣눙크 페스티벌’(이하 힉엣눙크, 8월 16~9월 6일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일신홀, 서울대학교 미술관 외)은 그가 총감독이기도 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여기 그리고 지금’에 발 디딘 클래식 축제다.영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국제무대에 소개해온 세종솔로이스츠는 1994년 강효 줄리어드 음대 교수를 주축으로 창설돼 돼 미국의 CNN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라고 극찬받은 현악 오케스트라로 강경원 총감독 역시 창단부터 함께 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초청 협연으로 연을 맺은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왼쪽)과 세계 최정상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에드가 마이어(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을 비롯해 세종솔리이스츠 주최로 첫 카네기홀 공연을 가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노부스 콰르텟(김재영·김영욱·김규현·이원해) 등이 이들과 함께 성장했다.세종솔로이스츠와 5년째 진행 중인 힉엣눙크는 ‘비정형성’ ‘무경계성’ ‘혁신’ 등을 특징으로 한다. ‘클래식’이지만 변화하는 사회, 진화하는 음악, 혁신의 예술, 변수의 등장 등을 담아내야 한다는 그리고 담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지난해 메타버스에 세종타운을 구축해 진행한 라이브 공연, 올해 6월 NFT 발행 및 NFT NYC 참여 등이 그 예입니다. 이는 세종솔로이스츠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일환이며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죠.” 그리곤 “세종솔로이스츠가 현재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예술가로 인지되지만 국내에는 덜 알려진 음악가, ‘클래식에서의 다양성’처럼 최근 급부상하는 가치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을 보탰다. “음악과 사회, 이 두 축을 함께 실행하다 보면 비정형성, 무경계성은 자연히 나타나는 현상 같아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주제를 품으면서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여기 지금’ 발 디디고 꾸준히, 혁신적으로!힉엣눙크 페스티벌을 함께 하는 세종솔로이스츠(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저는 클래식 음악이 현시대에 밀접하게 관련돼(Relevance)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세종솔로이스츠 같은 클래식 음악 단체도 현시대의 화두를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죠.”강 감독의 말처럼 축제의 특징인 비정형성, 무경계성, 여성의 힘·마이너리티 등에 대한 존중과 탐구정신 등은 그의 음악관, 삶의 철학과도 맞닿아있다.“하지만 현재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클래식음악의 주요 레퍼토리는 18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작곡된 곡이죠. 이에 힉엣눙크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기획을 하려 노력 중입니다. 이번 힉엣눙크의 모든 공연에는 생존하는 작곡가의 곡이 포함돼 있어요. 그렇다고 힉엣눙크가 현대음악 축제는 아닙니다. 고전 레퍼토리와 현대곡을 적절히 조화시키거나 고전을 새로운 맥락에서 보여주는 등 다양한 방식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음악제죠.”혁신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음악관, 삶의 철학은 그가 창설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힉엣눙크, 세종솔로이스츠, 평창대관령음악제 등에 고스란히 담겼다. 강 감독은 “세종솔로이스츠, 평창대관령음악제, 힉엣눙크 모두 창설 시기와 환경을 되돌아보면 새로웠던 구상이었다”며 “더불어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자원과 가능성 등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한 환경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세종솔로이스츠 창단 당시는 줄리어드에 재능있는 한국인과 한국계 현악도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였죠. 강효 교수가 이들을 모아 세계적인 앙상블을 만들면 좋겠다는 취지로 창단했습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문화적으로 강한 도(道)를 만들고자 했던 김진선 강원도지사(32~34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시작했죠. 그리고 힉엣눙크는 혁신을 추구하려는 집단적 인지도가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그럼에도 예술 그리고 클래식의 대중화“예술은 우리 내면의 인간성을 깨우죠. 그런 면에서 예술은 사회에 필요한 기본이면서도 고귀한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변수이자 재앙 그리고 전쟁, 혐오, 차별 등 인류를 위협하는 비극들이 반복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기 지금’. 강 감독은 예술의 힘을 강조하며 극과 극의 자아인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을 내면에 품고 음악으로 승화시킨 로버트 슈만(Robert Schumann)의 “예술가의 본분은 사람의 마음의 심연에 빛을 보내는 일”이라는 말을 떠올렸다.“코로나와 같은 재앙이 모든 이의 주의를 블랙홀같이 빨아들이고 예술의 가치를 잊게 만들고 있죠. 이럴 때일수록 삶에서 예술의 가치를 찾고 발견하는 일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이에 클래식의 대중화는 꼭 해내야 하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강 감독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여러 가지 논문 또는 사례가 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 것도 같다” 토로하면서도 “클래식의 대중화에서 ‘대중’은 대중음악의 관객 수는 아닌 것 같다”고 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이배 작가 작품 앞에 선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클래식 관객이 미술관 관람객만큼 확장됐으면 좋겠어요. 세종솔로이스츠에서의 경험에 따르면 미술 애호가분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드렸을 때 즐기시는 속도가 빨랐어요. 모든 이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보편적으로 고급예술 장르 안에서의 이동이 더 수월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세종솔로이스츠는 소규모의 프라이비트 콘서트를 통해 미술애호가를 영입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 진출을 공표해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아트 페어 프리즈서울이 그 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프리즈서울의 협력 파트너로 그들이 개최하는 음악회를 함께 꾸린다.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물론 이 같은 소규모 공연으로 ‘클래식 대중화’를 단박에 이룰 수는 없겠죠. 하지만 세종솔로이스츠로서는 관객을 확장하는 시도이고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힉엣눙크와 발맞춰 차근차근 혁신적으로!“참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한국은 꽤 오래 전부터 경제적으로 세계 10대 전후의 규모를 이루고 있어요. 이제는 문화 강국 시대가 열리는 것 같아요. 클래식계에서는 50년 전 한국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몇몇 개인이 세계무대에서 성공해 공공외교인의 역할을 했었죠. 이제는 국내 클래식 생태계 자체가 급이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에버레스트 정복을 위한 시작점이 (산 아래가 아닌) 산 중턱이랄까요.”강경원 감독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 열풍과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상자 임윤찬,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 각종 글로벌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연주자들의 활약에 대해 뿌듯함을 표하기도 했다.“글로벌과 로컬(국적) 모두가 예술가의 창작에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예술은 글로벌 보다 더 크고 기본적인 인류에 대한 표현이거든요. 그런 예술을 위해 저 역시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 점에서는 힉엣눙크와 저의 행보가 일치하는 것도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12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서부의 아가씨’ ‘1945’ ‘레드슈즈’ 그리고 ‘유쾌한 미망인’까지! 국립오페라단 대표작을 스크린에서 ‘주간 오페라 상영회’

국립오페라단 ‘주간 오페라 상영회’에서 만나게 될 ‘서부의 아가씨’(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창작오페라 ‘1945’ ‘레드슈즈’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서부의 아가씨’(La Fanciulla del West), 프란츠 레하르(Franz Lehar)의 ‘유쾌한 미망인’(The Merry Widow)까지. 국립오페라단의 대표 레퍼토리를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는 ‘주간 오페라 상영회’(8월 4~25일 크노마이오페라 홈페이지 LIVE)가 매주 목요일 진행된다. 4일 ‘주간 오페라 상영회’ 문을 여는 ‘서부의 아가씨’는 2021년 초연된 신작으로 푸치니가 브로드웨이를 방문했던 1905년 관람한 미국 작가 데이비드 벨라스코의 연극 ‘황금시대 서부의 아가씨’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여타의 푸치니 작품과는 달리 이탈리아가 아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라로 1907년 골드러쉬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캘리포니아 탄광촌에 딕 존슨이라는 이름으로 숨어든 지명수배범 라메레스와 그 마을의 술집 폴카 여주인 미니의 사랑이야기다.국립오페라단 ‘주간 오페라 상영회’에서 만나게 될 ‘1945’(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11일에는 창작오페라 ‘1945’를 만날 수 있다. 해방 직후 만주 장춘의 조선인 전재민 구제소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인간군상을 다룬 배삼식 작가의 동명연극(2017년)을 오페라로 변주한 작품이다. 위안부 피해자인 조선인 분이와 침략국인 일본인 여자 미즈코 그리고 위안소 중간 관리자로 같은 민족의 소녀들을 핍박하던 여자의 연대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무리지어 사는 인간 문명 속 가치판단 기준의 성김과 폭력성, 그럼에도 자비와 따뜻함, 자애로움을 발휘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국립오페라단 ‘주간 오페라 상영회’에서 만나게 될 ‘레드슈즈’(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광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낙타상자’ ‘라빠르트망’ ‘흥보씨’ ‘변강쇠 점찍고 옹녀’ ‘원스’ ‘아리랑’ ‘광화문연가’ 등 연극, 뮤지컬, 창극 등의 작가·각색가·연출로 활동 중인 고선웅 연출과 ‘적로’ ‘오이디푸스’ 등의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이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의기투합해 무대에 올렸다.18일 상영될 ‘레드슈즈’는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 창작오페라다. 빨간 구드를 여성의 욕망과 복수의 상징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신예 작곡가 전예은이 아리아를 꾸렸다. 국립오페라단 ‘주간 오페라 상영회’에서 만나게 될 ‘유쾌한 미망인’(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주간 오페라 상영회’의 피날레는 헝가리 작곡가 레하르의 3막짜리 희가극 ‘유쾌한 미망인’이다. 헨리 멜하크(Henri Meilhac)  희곡을 빅토 레온(Viktor Leon)과 레오 슈타인(Leo Stein)이 오페라 대본으로 꾸리고 레하르가 곡을 붙여 완성했다. 1905년 빈 극장(Theater an der Wien in Vieena)에서 초연돼 독일, 오스트리아,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등에서도 사랑받았다.프랑스와 합스부르크 발칸 지역 어디쯤인 가상의 나라 폰테베드라 국왕의 탄생 축하연이 열리는 파리주재 폰테베드라국 대사관, 부유한 미망인 한나의 저택 정원 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무도회 오페레타다. 부유한 미망인 한나의 재혼으로 막대한 재산이 외국 국고로 넘어갈 것을 우려한 이들의 웃지못할 분투로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세태풍자를 담고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03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엔쿠엔트로스 LA 2022’ 구스타보 두다멜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는 음악을 함께!”

엔쿠엔트로스 디즈니홀 리허설 Photo by Maria Romero“음악은 만남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함께 앉아서 서로의 연주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과 영혼이 달라지거든요. 그런 변화가 무대에서 일어납니다. 그렇게 어린 연주자들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힘을 경험하죠.”전세계에서 모여든 100명의 젊은 음악가들(18~26세)과 엔쿠엔트로스(Encuentros 만남, 7월 19~8월 5일, 이하 현지시간)를 진행 중인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는 7월 28일 진행된 영상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엔쿠엔트로스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그의 아내 마리아 발베르데(Maria Valverde)가 이끄는 두다멜재단과 LA필하모닉이 2주간 진행하는 오케스트라 리더십 및 음악 훈련 프로그램이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지역 졸업단원인 박은수 양이 엔쿠엔트로스에 참여 중이다2주간의 오케스트라 트레이닝 페스티벌을 비롯해 2일에는 할리우드볼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엔쿠엔트로스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지역 졸업단원인 박은수 양이 참가해 의미를 더한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일문일답이다.Q 음악가들을 선정한 기준이 있나. 참가자들은 어떤 재능에 주목했는가. 발베르데 우리 재단은 엘 시스테마에서 영감을 받아 운영되는 전 세계 모든 음악 프로그램에 연락을 취했다. 두다멜 지휘자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실시되는 엘시스테마 관련 프로그램 참가자 중에서 역량 있는 후보를 선발했다. 두다멜 전 세계 젊은 음악가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는 청년들이 모여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참가자들은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국적이나 서로의 다름에 상관없이 함께 음악을 만든다. 이것이 엔쿠엔트로스가 추구하는 목표다. 음악은 전문 지식이나 기교를 넘어 모든 인간의 기본권이자 아름다움과 성찰, 협력, 조화로 나아가는 수단이다. 그 점이 매우 흥미롭다. 다행히 우리는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Q 국적이나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모이는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소감은 어떤가? 어려움은 없는지. 두다멜 언제나 고충은 있다. 코로나시기에 개최하다 보니 어떻게 함께 만나고 교류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단순히 좋은 음악을 완성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배경에서 모인 사람들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하지만 리허설 초반부터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배우려는 열정, 서로를 이해하고 악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서 연주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대단하다. 발베르데 22개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서로 언어가 다르지만 함께 소통하고 연주하다 보면 결국 음악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게 된다. 리허설 과정에서 서로를 점차 이해하게 된다. 우리도 참가자들에게 많은 점을 배운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성장할지에 대해 배운다는 점에서 지식 교류의 시간이라고 하겠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사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가자들에게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에 속한 연주자들과 교류하는 기회이다. 모두가 더 나은 음악가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시간이다. 두다멜 도전이나 어려움이 있지만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Q 사회적 영향을 끼치는 도구로서 음악이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면. 엔쿠엔트로스 디즈니홀 리허설 중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Photo by Maria Romero두다멜 마에스트로 아브레우는 예술과 문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빈부, 계층,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접근권이 주어져야 한다. 음악과 예술,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은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다음 세대에 매우 중요하다. 아브레우 선생님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자기 소리만 낼뿐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는 함께 연주하려면 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더 나은 시민이 되고 더 나은 공동체가 형성된다. 참가자들은 다른 문화를 접하고 서로의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조화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행동이 큰 의미가 있다. 발바르데 음악을 떠나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발견하고 음악에 대한 확신을 되찾는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두다멜 일부 음악학교 프로그램은 음악을 사회적 행동의 도구로 사용한다. 문을 개방하여 모든 사람에게 음악 연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건 재능이 아니다.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동안 오케스트라 연주는 물론이고 등교조차 어려울 때가 많았다. 무언가를 배우는 공간을 제공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Q 향후 5-10년 계획이나 목표는? 두다멜 우리는 도전을 좋아하고 큰 꿈을 지향한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발바르데 매년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하고 싶다. 10년, 20년 뒤는 너무 먼 이야기라 잘 모르겠지만 더 많은 지역사회에 리더들을 세우고 싶다. 정말 자랑스럽다. 오늘로 벌써 6일차인데 자녀의 대견한 모습에 뿌듯해 하는 부모의 심정이다. 두다멜 다양한 지역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면 좋겠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필하모닉의 프로젝트에도 감사한 마음이다. 본 프로젝트는 노벨상 시상식을 계기로 처음에는 소수 인원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칠레, 멕시코, 스페인에서 개최되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다음 프로젝트는 뭐가 될까 생각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Q 엔쿠엔트로스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엔쿠엔트로스 디즈니홀 리허설 Photo by Maria Romero두다멜 노벨상 시상식 축하연주가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게라도 함께 무언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노벨상 수상자 등 여러 지식인들과 대화하는 시간 정도로 생각했다. 발바르데 첫해 참가자는 59명이었고 지금은 104명으로 늘었다. 두다멜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시작은 작게!” 나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되면 끊임없이 확대해 나가는 편이다. 그게 중요하다.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 물론 2주 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시작이 큰 의미가 있다. 엔쿠엔트로스 프로그램은 매우 포용적이고 영향력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향한 여행을 넘어 음악 고유의 정신을 향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2주에 걸친 오케스트라 훈련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연주회에서는 젊은 작곡가 지안카를로 카스트로 도나에게 의뢰한 작품이 초연될 예정이며 그래미상을 수상한 재즈 보컬 겸 베이스 연주자, 작곡가인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참여한다. 연주회는 2022년 8월 2일 할리우드볼에서 열릴 예정이다. 발바르데 다양한 시청각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일상생활의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배우는 워크숍을 비롯하여 음악과 인간관계를 통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를 배운다. 두다멜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에만 집중하면 기술적으로 치우지기 쉽다. 우리는 워크숍을 통해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서로의 말을 듣고 자신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가르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 먼 곳까지 왜 배우러 왔을까? 이 모든 음표가 무슨 의미인가? 나는 왜 연주자가 되었는가? 이토록 많은 질문이 있지만 우리는 그 질문을 무심코 지나칠 때가 많다.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고민해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청소년기일수록 철학적, 심리적, 음악적 사고 과정을 통해 이런 의문들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발바르데 처음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게 되면 자기 악기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인지해야 한다. 각 개인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야 비로소 그들이 속한 공동체, 즉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완성된다. 오케스트라는 온갖 두려움, 문제, 결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가 되는 공동체이다. 두다멜 정신건강 상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주지할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인간이라는 점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있고 경험과 현실이 있다. 그 모든 걸 뛰어 넘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작곡하고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가? 이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공동체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주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하는 것, 그래서 최선의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정신과 감정의 균형 등 청소년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에 대한 방안은. 발바르데 음악을 넘어 인간의 웰빙과 관련된 문제이다. 음악은 연주자의 경험이 발현되는 것이므로 음악이 주는 정서적 안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두다멜 청소년들은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장차 지도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리더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지금은 지휘자가 된 나 역시도 오케스트라 연주에 참여하면서 나와의 다름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오케스트라는 상호작용, 존중, 경청이 필요하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요소이다. 음악이라는 도구 안에는 지역, 사람,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바로 모든 연주자의 손에 있다.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이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떤 장벽이나 장애물 없이 하나의 아이덴티티 아래 모이는 오케스트라. 이것이 지도자나 리더십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01 21: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진수…섬세하고 테크니컬하게! ‘2022 에투알 갈라’

‘로미오와 줄리엣’ 에투알 박세은과 폴 마르크ⓒAgathe Poupeney(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프랑스 발레는 기술적인 정확성을 요구하면서도 엘레강스하고 섬세하며 세련된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더불어 드라마적으로 더 잘 전달하기도 하죠.”지난해 동양인 최초로 에투알(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발레리나 박세은이 몸담고 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2021/2022시즌을 서울의 ‘2022 에투알 갈라’(7월 28, 29일 롯데콘서트홀)로 마무리한다. ‘2022 에투알 갈라’는 박세은의 전언처럼 “테크니컬하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되면서도 드라마틱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진수를 담은 갈라쇼다.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세계화된 다양한 발레 스타일이 잘 어우러지는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이번 갈라에서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 크리스토퍼 윌든(Christopher Wheeldon), 알리스테어 매리어트(Alastair Marriott), 롤랑 프티(Roland petit), 미하일 포킨(Michel Fokine), 빅토르 그소프스키(Victor Gsovsky), 뱅자맹 밀피에(Benjamin Millepied)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전·현대 발레안무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로미오와 줄리엣’ 에투알 박세은ⓒAgathe Poupeney(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박세은은 이번 무대에서 지난해 함께 에투알로 승급한 폴 마르크(Paul Marque)와 누레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중 발코니 파드되(Balcony Pas de Deux),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In The Night) 중 제1커플 파드되를 선사한다. 누례예프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uei Prokofiev) 음악에 맞춰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박세은은 “굉장히 힘들지만 객석에서는 힘들지 않게 보여야하는, 어려운 기술들을 쉽게 풀어 우아하게 보여줘야하는 작품”이라며 “2막 중간부터 줄리엣의 감정들이 고조되게 구성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이번에 선보일 발코니 파드되(2인무)는 1막 마지막 부분의 춤이에요. 누레예프의 춤이 다른 점은 그 자체가 굉장한 무용수였다는 거예요. 많은 무용수들이 누레예프의 춤에 감명을 받죠. 많은 동작들을 다 소화해내고 쉴 틈 없이 빼곡하게 춤을 추거든요. 거기서 느껴지는 감동이 있죠. ‘동작이 많다’기 보다 ‘이 사람은 이걸 이렇게 해내는구나’라고 느끼면서 우리도 성장해왔던 것 같아요.”쇼팽의 ‘녹턴’(Nocturne)에 어우러지는 ‘인 더 나이트’는 파티에 모인 남녀의 내밀한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1970년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그들만의 스타일로 ‘인 더 나이트’를 선사한다.박세은·폴 마르크와 더불어 도로테 질베르(Dorothee Gilbert), 발랑틴 콜라상트(Valentine Colasante), 제르망 루베(Germain Louvet, 이상 에투알), 엘루이즈 부르동(Heloise Bourdon), 록산느 스토야노프(Roxane Stojanov), 제레미 로프 퀘르(Jeremy-Loup Quer, 이상 프리미에르 당쇠르), 플로랑 멜락(Florent Melac), 토마 도퀴르(Thomas Docquir, 이상 쉬제) 등 파리 오페라 발레단 무용수들과 전속 피아니스트 엘레나 보네이(Elena Bonnay) 그리고 발레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Lionel Delanoe) 등이 함께 한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2022 에투알 갈라’에서 선보일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를 연습 중인 폴 마르크(왼쪽)와 박세은(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이들은 조지 발란신의 ‘한 여름 밤의 꿈’(Midsummer inght‘s Dream) 중 디베르티스망 파드되(Divertissement pas de deux)를 시작으로 크리스토퍼 윌든 ‘애프터 더 레인’(After the Rain), 제롬 로빈스 ‘인 더 나이트’ 중 세 커플의 파트되를 차례로 선사한다.2부에서는 누레예프 ‘잠자는 숲 속의 미녀’(Sleeping Beauty) 중 3막 파드되, 롤랑 프티의 ‘랑데부’(Rendez-vous), 미하일 포킨 ‘빈사의 백조’(La Mort du Cygnet), 알리스테어 매리어트의 ‘달빛’(Claire de Lune), 빅토르 그소프스키의 ‘그랑파 클래식’(Grand Pas Classique), 뱅자맹 밀피에 ‘아모베오’(Amoveo) 중 파드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27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