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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피플트리+ ⑦] 임윤찬, 양인모, 최하영, 이혁 등 국제콩쿠르 수상으로 클래식 젊은 스타들 탄생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국제음악콩쿠르연맹)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미뤄졌던 클래식 공연들이 줄을 잇는 한해였다. LG아트센터의 마곡 시대를 열어젖힌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와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을 비롯해 라파엘 파야레가 이끈 북미 대표 오케스트라인 몬트리올 심포니, 마르쿠스 포슈너의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파보 예르비의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 아지즈 쇼하키모프의 스트라스트부르 필하모닉 등 정상급 지휘자가 이끄는 대형 오케스트라가 한국 무대에 올랐다.더불어 올해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국제콩쿠르에서 전세계 클래식계를 놀래킨 한해였다. 지난 6월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16th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18세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역대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이상욱(사진제공=크레디아)준결선(Semifinal)까지 네명(김홍기·박진형·신창용·임윤찬 가나다 순)의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동시 진출하며 K클래식의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결선에서 임윤찬은 심사위원장인 마린 알솝(Marin Alsop)이 지휘하는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해 콩쿠르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에 등극했다.그가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유튜브 조회수 900만건을 넘어섰고 국내외 연주회는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지난달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공연 실황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는 벌써 1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5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6월에는 첼리스트 최하영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클라리네스트 김유빈은 9월 독일 최고 권위의 ARD콩쿠르 정상에 올랐으며 11월 피아니스트 이혁은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우승한 건 2001년 임동혁에 이어 21년만의 쾌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2-30 19: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서울시향과 ‘합창’ 지휘자 김선욱 “매순간 한계와의 싸움, 이번에도 후회는 없어요!”

김선욱ⓒGwansu Kim(사진제공=서울시햐ㅕㅇ)“항상 제 한계와 싸우고 있어요. 제게 주어진 데 대해서는 정말 후회 없을 정도로 노력하죠. 그 과정이 별로 힘들지 않아요. 저는 음악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 좋아하는 음악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자체로 이미 꿈을 이룬 거라서 주어진 모든 과제나 과정들에 불만이 있거나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아요. 이번 ‘합창’ 교향곡 지휘도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자기 전까지 후회 없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매해 연말이면 선보이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9번 합창’(Symphony No. 9 ‘Choral’)의 지휘봉을 잡은 과정은 긴박했다.그는 6일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40주년 공연을 마치고 다음날 독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6일 오후 3시쯤 해외에 체류 중이던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Osmo Vanska) 음악감독이 낙상사고 소식을 전해왔다. 정기공연 ‘합창’의 지휘가 어렵다고 판단한 서울시향 공연기획팀은 김선욱에게 전화해 “14, 15, 16일이 공연이고 월요일(12일)부터 리허설인데 가능하냐”고 물었다. “공항갈 때까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김선욱은 짧지만 깊은 고민에 빠졌다.“연말에 여러 피아노 연주가 있고 다른 레퍼토리를 천천히 준비하기 위해 돌아가야 했어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후 연말 스케줄들까지 부담이기도 했죠. 사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어요. 공항으로 가는 3, 40분 동안 제 만 34년 일생에서 제일 고심했어요.”◇결국 ‘합창’ 그리고 베토벤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김선ⓒMarco Borggreve(사진제공=서울시향)“결국 하게 된 이유는 베토벤이었어요. 제가 교향곡 9번(합창)을 처음 들었을 때가 1999년 12월 31일이었어요. 정명훈 선생님이 지휘하신 코리안심포니와 장영주 협연의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를 맨 앞에서 봤죠.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그때도 전 지휘자를 꿈꾸던 아이였고 그때 ‘합창’을 듣고는 ‘이걸 지휘하는 순간이 나에게도 올까’라는 마음을 가지게 됐죠.”이어 “오케스트라 사이즈도 크고 대규모 합창단이 동원되는 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야하는 합창은 지휘자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곡이 아니다. 상임지휘자가 아닌 이상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제가 이번 ‘합창’ 지휘를 하기로 결정한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해요. 더불어 베토벤은 피아니스트로서도 많이 연주했고 작곡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아이디어, 해석들을 교향곡으로 담는 데 크게 어렵거나 부담은 아니었어요. 수백번은 들었지만 듣는 것과 악보를 보며 공부하는 건 다르죠.”고심 끝에 김선욱은 서울시향 ‘합창’ 지휘대에 오를 채비에 돌입했다. 스스로 “자가격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호텔에 다시 도착한 시간이 수요일(7일) 12시경이었는데 점심 먹고 한시부터 일요일까지 밥먹을 때 말고는 호텔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준비했다.”“4일 동안 14, 15시간씩 ‘합창’만 준비했어요. 짧은 시간에 온 영혼과 정성, 생각 등을 다 투입해서 한 게 얼마만인가 싶어요. 저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 꾸준히 준비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3달 뒤 있을 연주도 하루 몇분이라도 쳐보고 음악을 소화시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죠.”그렇게 준비를 시작한 첫날을 김선욱은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 어마어마해서 해석하는 입장에서는 압도가 됐다. 이 악보가 가진 힘이 너무 커 악보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베토벤 음악이 그래요. 이 음악을 모아서 주무르려면 정말 머리를 많이 써야 하거든요. 첫날, 둘째 날이 진짜 힘들었어요. 음표들이 주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했거든요. 3악장은 마음이 이상해지고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너무 뜨거워지고 쿡쿡 찌르고 아프고 너무 희망을 노래하는데 희망은 보이지 않고…. 그러다 4악장에서는 갑자기 하늘의 신성한 존재와 접속을 시도하는 것도 같고…인류애, 형제애까지 나오니까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첫날과 둘째 날을 있는 그대로의 ‘합창’을 받아들이는 데 보낸 끝에야 “조금씩 그 불덩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는 김선욱은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다 거칠 거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해석한다는 건 이런 과정이 없으면 할 수 없으니까”라고 말을 보탰다.◇베토벤 이상 구현의 근간, 32개의 ‘피아노 소나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김선ⓒMarco Borggreve(사진제공=서울시향)“교향곡 ‘합창’은 베토벤의 후기 작품 중에서도 끝에 자리한 곡이에요. 저는 여전히 ‘피아노 소나타’ 32개가 베토벤 인생과 음악의 근간이 된다고 믿고 있어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현악 4중주’ ‘교향곡’은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죠. 베토벤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 구현을 위해 악기 자체를 크게 다루지 않았어요. 어떤 악기를 위해 쓰기보다 ‘피아노 소나타’라는 영감 하나로 자신의 이상을 순간순간 표현했죠.”그는 “베토벤이 자신의 온갖 열정을 다 쏟아 부은 작품이 ‘합창’이다. 형식적으로 쓴 1악장부터 혁신적인 2악장, 3악장에도 (‘피아노 소나타’라는 영감 하나로 자신의 이상을 순간순간 표현한) 그런 부분이 많다”고 부연했다.피아니스트 김선욱 Photo by Marco Borggreve(사진=브릿지경제DB, 빈체로 제공)“예를 들어 퍼스트 바이올린일 때는 오른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브라스나 목관은 왼손으로 하죠. 화음을 쓰는 게 ‘피아나 소나타’와 대비해도 이상할 게 없어요. ‘현악 4중주’도, ‘교향곡’도 그래요.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10년 전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게 굉장히 도움이 됐죠.”이어 “다이내믹도 항상, 제가 귀가 안들렸을 때를 상상한다. 정말 작은 음과 큰 음은 지금 듣는 데시벨 한계보다 높았을 것”이라며 “항상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와 음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도 똑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무대에 조명이 켜지는 순간부터 음악이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작부터 잔향이 남는 마지막까지 어떻게 한 호흡으로 들리게 하느냐가 제가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거죠. 그런 몰입감, 긴장감, 그 시간을 선보이면서 관객들이 다른 건 잊고 음악에 집중하게끔 만들고 싶어요. ”그리곤 “풀어주기도 하고 조이기도 하면서 음악 안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저희의 몫”이라며 “작곡가들이 쓴 악보는 흰 종이에 검은 음표다. 그 검은 음표들에 어떻게 생명을 부여하느냐는 첫음과 끝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털어놓았다.“제가 영감을 받은 분들께 들은 얘기가 있어요. ‘바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고 모차르트는 놀 노래하고 하이든은 말하고 베토벤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베토벤 음악은 이해할 수 없어요. 본능적으로 즐기려고 하면 위험하죠. 단순히 흥에 맡겨서 즐기는 음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철저한 계획과 목적, 의지력이 포함돼야 하죠. 그런 베토벤의 역작,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의 청자가 아닌 만들어가는 입장에 있을 수 있는 건 저로서는 굉장히 뜻깊은 작업이었습니다.”◇피아니스트? 지휘자?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음악가”피아니스트 김선욱 Photo by Marco Borggreve(사진=브릿지경제DB, 빈체로 제공)“누구에게나 첫 지휘의 순간이 있고 어떤 곡을 처음 지휘하는 때는 필요하기도 해요. 처음이 있어야 점점 더 발전하고 성숙할 수 있으니까요. (서울시향의) 솔리스트들과 합창단 분들게 많이 도와달라고 했어요. 사실 결과는 잘 모르겠어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관계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 많은 것이 일어나거든요. 리허설 때 너무 많은 교감을 했고 즐거웠어요.”이렇게 전한 김선욱은 “협연자로 왔을 때는 노크를 하고 들어가 잠깐 차 한잔을 하고 가는 기분이라면 지휘자는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내는 느낌”이라며 “장단점은 있지만 지휘는 훨씬 교감하고 대화하는 작업”이라고 부연했다.“지휘나 피아노나 되게 고독한 작업이긴 해요. 결국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혼자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거든요. 피아노와 지휘는 방법 자체는 다르지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피아노 한대만 놓인 무대도 굉장한 설렘을 주고 무대 위 모든 연주자들과 악기들이 하나를 향해 달려가는 지휘는 상반된 매럭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피아니스트 김선욱 Photo by Marco Borggreve(사진=브릿지경제DB, 빈체로 제공)그리곤 “결국 피아노도 축소된 오케스트라고 오케스트라는 팽창된 피아노기 때문에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를 꿈꾸는 건 자연스러웠다”고 밝혔다. “저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피아노를 친다고 전혀 생각 안해요. 지휘를 할 때도 지휘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항상 음악가라고 생각하죠. 항상 그랬어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음악을 만들 뿐이죠.”그는 스스로를 “아주 어려서부터 음악에 미친 어린이였고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표현하며 “콩쿠르를 할 때도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보다 많은 고객들을 위해 연주할 기회가 많아져서 좋았다. 너무 어려서부터 지휘자가 되고 싶었고 피아노 연주 기회가 많아져서 (지휘자 데뷔가) 늦어졌을 뿐”이라고 털어 놓았다. “신인 지휘자로서 피아노와 병행하면서도 매순간 제 한계에 부딪히면서 살아요. 24시간이 너무 짧아요. 두 가지를 다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주어진 연주에 대해 극한으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죠.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를 겸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편견도 있어요. 지휘를 시작하면서 ‘피아노를 그만 두냐’고 묻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저는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이어 “피아노 연주 기회가 더 많아서 피아노 연주를 했다. 이제 피아노는 저와 친한 친구 같아서 협연이 훨씬 익숙하다면 지휘는 현재 진행형”이라 밝힌 김선욱은 이후 커리어 매니지먼트에 대해 “커리어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계획할 수 없다. 콩쿠르가 많은 연주기회를 주지만 그 기회가 10, 20, 30년간 유지한다는 건 바늘구멍에 코끼리가 들어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장기전이죠. 그래서 하루라도 허비할 수 없어요.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축복이기도 하죠. 영국에서 데뷔한 본머스 심포니가 이번 시즌, 다음 시즌에도 초대를 해서 지휘만 해요. 지난해 지휘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저도 알고 싶었어요. 이 새로운 음악, 직업을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거의 2년을 보낸 지금은 인생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물론 저는 갈 길이 먼 음악가다 보니 지휘를 할 때마다 정말 많이 배워요. 매번 가능한 최대로 체득하려고 노력하죠. 제 음악가로서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고 계속 꾸준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지휘를 할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2-15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와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어떤 비극과 위기 속에서도 예술!”

지난 8일 스트라스부르에서 연주한 아지즈 쇼하키모프와 알렉상드르 캉토로프ⓒNicolas Roses(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영앤잎섬)“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참극입니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내린 결정으로 많은 이들이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했죠. 예술은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생존할 수 있게 도와왔어요. 우리는 저마다가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예술은 이를 위한 완벽한 수단이죠.”16일 성남을 시작으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까지 내한투어에 나서는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Orchestre Philarmonique de Strasbourg)를 2019년부터 이끌고 있는 음악감독·예술감독이자 지휘자인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예술이 존재해야하는 가치에 대해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투어 포스터(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영앤잎섬)아지즈 쇼하키모프는 13세에 모국인 우즈베키스탄 국립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데뷔했고 같은 해 부지휘자, 18세가 되던 2006년에는 상임지휘자로 임명됐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선정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2016) 수상자이자 터키 테크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더불어 빈 심포니·런던 필하모닉·프랑스 국립·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스위스 로망드·이탈리아 RAI 국립 심포니·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연주단체를 지휘했던 그가 이끄는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 알퐁스 도데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인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국립 연주단체다.첫 내한공연 당시의 지휘자였던 마르코 레토냐(Marko Letonja) 현 브레멘 필 음악감독의 말처럼 “독일 오케스트라의 명료함, 절제, 풍요로움과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유연함, 기교, 정교함이 결합된 오케스트라”다.“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악보에 충실한 연주 안에 뛰어난 유연성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의 강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오케스트라이고 이것이 저희의 아주 큰 강점이죠.”아지즈 쇼하키모프의 표현처럼 “독일과 프랑스의 강점을 지닌”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이번 내한투어에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Alexandre Kantorow)가 협연자로 나서 조르쥬 비제(Georges Bizet)의 ‘카르멘 모음곡 1번’(Carmen Suit No. 1, circa 1885년 편곡),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 2 G Major Op. 44). 10점의 하르트만 작품을 소재로 한 모데스트 무소륵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을 연주한다.아지즈 쇼하키모프ⓒNicolas Roses(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영앤잎섬)이 프로그램에 대해 아지즈 쇼하키모프는 “러시아 음악과 프랑스 음악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무소륵스키 같은 러시아 작곡가들이 프랑스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비제의 ‘카르멘’과 차이콥스키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그는 “차이콥스키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앞으로 유명해질 걸작’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그렇게 ‘카르멘’은 (차이콥스키의 극찬처럼) 프랑스의 유명 오페라이자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시그니처 같은 작품이 됐다”며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은 라벨 편곡으로 연주할 예정이라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이번 내한투어의 협연자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역시 러시아와 프랑스의 연결고리다. 2019년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대상)를 수상하며 급부상한 피아니스트다. 프랑스 최초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금메달리스트이자 소프라노 히블라 게즈르마바(1994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2011년), 바리톤 아리운바타 간바타(2015년)에 이은 역대 네 번째 그랑프리 수상자다. 이번 내한투어에서 선보이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콩쿠르 결선 당시 모두가 1번을 선택할 때 유일하게 캉토로프가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지난 8일 스트라스부르에서 연주한 아지즈 쇼하키모프와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그리고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icolas Roses(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영앤잎섬)아지즈 쇼하키모프의 말처럼 지난 3년여를 신음하게 했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세계를 아우르는 고난 속에서도 예술은 다양한 형태로 힘을 발휘했고 지친 이들을 위로하며 희망을 불어넣곤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예술은 그랬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변화의 시작점이었고 또 다른 시작이었으며 음악적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였어요. 그래서 콩쿠르가 끝난 후에는 휴시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열리면서 비로소 새로운 삶이 시작됐거든요. 더불어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이 거쳐 간 콩쿠르에 걸맞는 수준을 유지해야한다는 생각에 그만큼의 책임감과 압박감을 느끼곤 했죠.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러 연주회, 크고작은 프로젝트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됐어요.”지난 8일 스트라스부르에서 연주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Nicolas Roses(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영앤잎섬)그렇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목이 묶인 상황에서도 피아니스트 강토로프는 “새로운 프로그램과 레퍼토리를 훨씬 더 충실하게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코로나로 인해 많은 뮤지션들이 무대에 오를 수 없었고 레퍼토리를 선보일 기회를 잃었어요. 소수의 음악가들과 (새로운 프로그램, 레퍼토리를 보다 충실하게 준비하는 등)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이번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투어를 위해 선택한 러시아와 프랑스 레퍼토리는 향후 투어에도 매우 적합해 보입니다. 프랑스와 러시아 작곡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 음악팬들을 사로잡을 거라고 생각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2-14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지금은 사랑할 때(in LOVE)’ 조수미 “맞잡은 손을 놓기 싫은 연인들의 사랑처럼!”

조수미(사진제공=SMI)“첫눈, 첫 사랑에 대한 강렬함과 애틋함은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잊을 수가 없어요. ‘사랑할 때’를 통해 그 로만티시즘과 설렘을 저와 같은 말을 쓰고 정서를 나누는 팬들 그리고 가족 같은 우리나라 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사랑이 얼마나 설레고 중요하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결국 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이 분명히 생각날 거라는 개인적인 애절함과 절실함이 담겼기 때문에 평소 때보다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습니다.”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 조수미는 6일 서울 중구 소재의 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지금은 사랑할 때(in LOVE)’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대학시절 첫사랑과의 첫눈 에피소드를 전하며 이렇게 밝혔다.‘지금은 사랑할 때(in LOVE)’는 2019년 ‘마더’ 후 3년만의 앨범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맞잡은 손을 놓기 싫은 것처럼 (듣는 이들의) 손에서 떠나지 않을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앨범 명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함께 할 때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그 스스로 “가사가 안 들린다는 이유로 가곡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우리 가곡을 좀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창법이나 편곡 등에 저의 열정과 혼, 시간을 모두 쏟아 부었다”고 전한 이번 앨범에는 “정통 가곡이 아닌 우리말로 사랑을 노래한 곡들이 담겼다.”지휘자 최영선과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첼리스트 홍진호, 해금연주자 해금나리,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등이 조수미의 조력자로 나서 힘을 보탰다.조수미(가운데)와 함께 한 뮤지션들. 왼쪽부터 송영주, 최영선, 길병민, 해금나리(사진제공=SMI)조수미의 목소리로 담긴 ‘마중’ ‘Dear Luna’ ‘꽃피는 날’, 드라마 ‘커튼콜’ 삽입곡 ‘민들레야’와 ‘시지프스: the myth’ 삽입곡 ‘Fight for LOVE’ 등을 비롯해 조수미와 길병민의 듀엣곡 ‘첫사랑’, 첼리스트 홍진호와 함께 하는 ‘연’, 해금나리와의 ‘흔들리며 피는 꽃’, 대니구와의 ‘눈’ 그리고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연주곡 등이 수록됐다. “이번 앨범은 바캉스 같은 앨범이에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고 싶을 때 찾는 선물 같은 음악, 스트레스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커피 한잔, 와인 한잔처럼 힐링을 주는 음반이었으면 좋겠습니다.”이렇게 바람을 전한 조수미는 “축구 팬”을 자처하며 같은 날 새벽 브라질과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을 치른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월드컵 기간에는 거의 약속을 잡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너무 좋아해요. 저에게 축구는 음악 못지않게 굉장한 삶의 기쁨이에요. 스포츠와 음악은 둘 다 사람들을 연결하는 유니버설 랭귀지죠.”앨범 발매와 더불어 조수미는 23일 동명의 콘서트(예술의전당 콘서트홀)를, 22일에는 2023/24 디바디보(Diva Divo) 시리즈의 일환으로 조수미-토마스 햄슨 듀오 콘서트 ‘Art Songs’(롯데콘서트홀)를 개최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2-06 19:17 허미선 기자

[비바100] 글로벌 뮤지션들 한국 무대에 오르다! 양방언 ‘네오 유토피아’와 사라 브라이트만 ‘크리스마스 심포니’

6년만에 내한하는 사라 브라이트만(왼쪽)과 26주년을 맞아 '네오 유토피아' 무대에 설 양방언(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앤돌프뮤직)“대표곡인 ‘프론티어’(Frontier), 지난 21일 디지털음반으로 발매된 신곡 ‘스테핑 아웃’( Steppin‘ Out), 웅장함이 돋보이는 대편성의 곡 ‘에코즈’(Echoes) 외에도 하현우와의 협연곡인 ‘정선아리랑’ 등이 기대해볼 만합니다. 협연곡도 여러 곡이니 기대감을 안고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본에 거주 중인 의사 출신의 한국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인 양방언은 ‘25+1주년’을 기념하며 발매한 앨범명과 같은 공연 ‘네오 유토피아’(12월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  연말을 맞아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이 한국 무대에 오른다. 양방언의 ‘네오 유토피아’와 더불어 ‘팝페라의 여왕’ 사라 브라이트만도 ‘크리스마스 심포니’(Sarah Brightman A Christmas Symphony, 12월 3일 KBS아레나)로 6년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양방언의 ‘네오 유토피아’ 포스터(사진제공=엔돌프뮤직)앨범 제목이자 공연명이기도 한 ‘네오 유토피아’에 대해 양방언은 ‘브릿지경제’에 “원래 솔로데뷔 25주년 기념으로 지난해 대편성 브랜드 공연인 ‘유토피아’를 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못했다”며 “이에 1년간의 충전기간을 거쳐 새롭게 진화된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타이틀을 ‘네오 유토피아’로 정했다”고 전했다.   자타공인 그의 대표곡인 ‘프론티어’와 ‘에코즈’는 25주년을 맞아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알렉스 와튼(Alex Wharton)이 마스터링해 새로 녹음한 버전이다. 양방언에 따르면 ‘프론티어’는 원곡의 오리지널 선율과 사물놀이는 살리고 풀오케스트라, 밴드, 피아노 등을 새로 녹음하는 등 장식적인 부분이 큰 변화를 맞는다.양방언 스스로가 “여기서 끝내면 안되는, 계속 진화해야하는 곡”이라고 표현한 ‘에코즈’는 2018년 런던로얄필하모니의 현악 소스는 살리면서 컴퓨터로 만들었던 것들을 밴드 연주로 다시 녹음한 버전이 연주된다.그가 “기대해볼만 하다”고 한 ‘스테핑 아웃’은 ‘포 리프 다이어리’(Four-leaf Diary)와 더불어 새로 발표한 곡으로 앨범 그리고 12월 중 발매될 4장짜리 바이닐 박스 수록곡이기도 하다. 그가 “격리 전문가 수준”이라고 할 만큼 코로나19로 받았던 스트레스, 실내에서 벗어나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하이터치를 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등을 담았다.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가 현악을 편곡한 댄서블하고 역동적인 곡이다. 국카스텐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하현우는 막 데뷔하던 시절 양방언의 표현에 따르면 “이상하지만 너무 좋은 소리”에 매료돼 직접 찾아가 만나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지음(知音)이다. 이들은 양방언의 평창올림픽 기념앨범 ‘에코스 포 평창’(Echoes for PyeongChang)에 수록된 ‘정선아리랑 록 버전’을 협연할 예정이다.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그가 “기대해볼만 하다”고 한 ‘스테핑 아웃’은 ‘포 리프 다이어리’(Four-leaf Diary)와 더불어 새로 발표한 곡으로 앨범 그리고 12월 중 발매될 4장짜리 바이닐 박스 수록곡이기도 하다. 그가 “격리 전문가 수준”이라고 할 만큼 코로나19로 받았던 스트레스, 실내에서 벗어나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하이터치를 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등을 담았다.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가 현악을 편곡한 댄서블하고 역동적인 곡이다.국카스텐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하현우는 막 데뷔하던 시절 양방언의 표현에 따르면 “이상하지만 너무 좋은 소리”에 매료돼 직접 찾아가 만나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지음(知音)이다. 이들은 양방언의 평창올림픽 기념앨범 ‘에코스 포 평창’(Echoes for PyeongChang)에 수록된 ‘정선아리랑 록 버전’을 협연할 예정이다.‘사라 브라이트만 크리스마스 심포니’로 6년만에 내한하는 사라 브라이트만(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최근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STAR on the Hollywood Walk of Fame)에 입성한 사라 브라이트만은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와 함께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 영화 ‘미션’의 OST였던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등으로 ‘팝페라의 여왕’으로 오래도록 군림한 아티스트다. 더불어 ‘캣츠’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에비타’ 등 ‘뮤지컬 제왕’ 앤드루 로이드 웨버(The Lord Lloyd-Webber) 남작의 대표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을 흥행으로 이끈 프리마돈나다.“누군가를 슬프게 떠나 보낸 사람들을 고려한 종교적이고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부분까지를 포함해 매년 이맘때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한데 모은 쇼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크리스마스 심포니’에서 사라 브라이트만은 온전히 ‘크리스마스’라는 테마에 집중한다. 코리아 모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위너 오페라 합창단과 함께 ‘더 팬텀 오브 더 오페라’ ‘타임 투 세이 굿바이’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비롯해 “크리스마스 테마 곡이 아닌 곡들도 조명과 의상 등 비주얼적인 면이나 편곡을 통해 크리스마스 느낌을 가미해” 선보일 예정이다.자신의 시그니처 곡으로 “관객이나 팬분들이 가장 좋아해주시는 ‘넬라 판타지아’ ‘더 팬텀 오브 오페라’ ‘타임 투 세이 굿바이’, ‘피에 주’(Pie Jesu),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등을 꼽은 사라 브라이트만은 10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라 브라이트만 크리스마스 심포니’로 6년만에 내한하는 사라 브라이트만(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서면인터뷰에서 “한국을 위해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들려 드리고 싶다”고 했던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레퀴엠’ 중 ‘Pie Jesu’를 ‘크리스마스 심포니’에서 실제로 부를지도 관심사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30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피아니스트 임윤찬 “작곡가의 뿌리가 되는 곡들을 하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허미선 기자)“오히려 솔로가 아닌,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앨범을 내게 돼서 혼자 녹음을 했다면 하지 못했을 음악적 부분들을 더 채운 느낌이에요. 하지만 저에게 솔로 녹음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작곡가의 뿌리가 되는 곡들 그리고 누구나 하지 않는 레퍼토리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쇼스타코비치의 ‘프렐류드’나 내년은 라흐마니노프의 해(탄생 150주년)이니 ‘에튀드’ 전곡을 녹음하든가 하고 싶어요.”28일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도이치 그라모폰과의 첫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Beethoven, Isang Yun, Barber) 발매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기념 피아노 리사이틀(12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앞두고 금호아트센터 연세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음악가의 뿌리’ 그리고 ‘희소성’을 강조한 임윤찬의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에는 ‘황제’로 알려진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협주곡 5번’(Piano Concerto No.5 in E flat major Op.73, 이하 황제)과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새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 Op.11)가 홍석원 지휘자가 이끄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이하 광주시향)과 함께 협연한 실황으로 수록됐다.스튜디오 녹음이 아닌 실황 음반을 발매하는 데 대해 홍석원 지휘자는 “연주는 관객과 소통하는, 좋은 관객들과 같이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스튜디오에서의 녹음 보다는 현장 분위기까지 담길 수 있는,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그것까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실황 녹음의 매력”이라고 밝혔다.임윤찬 역시 동의를 표하며 “개인적으로 10년 동안 많은 스튜디오 레코딩과 라이브 앨범을 들어오면서 제가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뿐 아니라 존경하는 분들의 특징은 스튜디오 녹음보다 라이브 앨범이 훨씬 더 좋고 보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스튜디오 녹음은 자칫 너무 완벽하게 흐르면서 오히려 음악이 수많은 가능성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어떨 때는 누가 치는지 모를 정도로 무난한 연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홍석원 지휘자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관객과 음악을 같이 나누는 시간이 그대로 음반으로 나온다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황제’에 대해 임윤찬은 “이상하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중 ‘황제’에는 애정이 생기질 않았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은 ‘황제’들을 듣다 보니 그때의 제 부족한 귀에는 너무 화려하게 들리고 협주곡 4번 만큼의 감동이 느껴지질 않는다고 지난해까지도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베토벤, 윤이상, 바버’를 함께 발매한 광주시향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홍석원(왼쪽)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허미선 기자)“하지만 최근 인류에 큰 시련이 닥치면서 저도 매일 방안에서 연습하고 나가지도 못하다 보니 ‘황제’를 다시 들었을 때 그저 자유롭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사실은 베토벤 스스로가 꿈꾸는 유토피아 혹은 그가 바라본 우주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올해 이 곡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황제’를 특히 올해, 광주시향과 내고 싶었습니다.”◇베토벤 ‘황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그리고 솔로곡들“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뿐 아니라 3번을 연주할 때는 (사후 발견된 생전 편지인)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가 떠오를까를 오래 고민했어요. 글에 굉장한 힘이 있고 죽으려고 하는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베토벤 자신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오해를 했다는 글이 있는데 항상 베토벤 3번 2악장, 5번의 2악장을 연주할 때 그 유서에 쓰였던 말들이 생각나요.”광주시향에 대해 임윤찬은 “라흐마니노프가 가장 좋아했던 오케스트라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로 알고 있다. 항상 제 마음에는 광주시향이 라흐마니노프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처럼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지난해 광주시향과 (송년음악회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기 전 광주는 예향의 도시라고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광주시향의 음악이 궁금했고 저도 모르게 굉장히 특별한 만남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첫 리허설부터 살면서 그렇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엄청난 스피릿으로 연주하는 걸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홍성원) 지휘자 선생님과 단원분들의 에너지가 저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2019년부터 상임지휘자로 광주시향을 이끌고 있는 홍성원은 “윤이상 선생님의 ‘광주여 영원히’를 정식 음반으로 내야겠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녹음을 준비하면서 협연자와 함께 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송년음악회를 위해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3일 정도 연습을 하고는 무조건 같이 해야겠다 결심할 정도로 반해 버렸다”고 털어놓았다.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된 임윤찬과 광주시립교향악단의 ‘베토벤, 윤이상, 바버’(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계속 같이 연주하고 싶은 협연자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함께 할 때는 10대 청년의 질풍노도와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어요. 그래서 ‘황제’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확 바꿔와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2악장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애절하게 느껴졌죠. 그간 2악장은 아름답고 희망에 찬 걸로 생각하고 연주했는데 (임윤찬의) 솔로를 듣는데 너무 슬펐어요.”그리곤 “항상 변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인데 모두 설득력이 있으니 제 입장에서는 천재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고 밝힌 홍석원 지휘자는 “더불어 ‘황제’에 담긴 베토벤 정신과 윤이상 선생님의 ‘광주여 영원히’ 스피릿이 잘 맞아서 프로그램 조합도 잘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이번 앨범에는 광주시향과의 협연 뿐 아니라 임윤찬의 앙코르 곡들인 페데리코 몸포우(Frederic Mompou) ‘정원의 소녀들’(Jeunes filles au jardin), 알렉산드르 스트랴빈(Alexander Scriabin) ‘2개의 시곡’ 중 1번(Deux Poemes, Op.71 No.1), ‘음악수첩’(Feuillet d’album op.45/1)이 솔로 연주로 실린다.“몸포우는 사실 음악을 잘 모르시는 분들, 심지어 어린 음악가들은 모를 수도 있는 작곡가라고 생각했어요. 몸포우를 처음 들은 건 제가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아르카디 볼로도스 음반에 너무 깊게 빠져들면서 연주하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스크랴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사이에 있는 자잘자잘한 곡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리사이틀 프로그램 키워드 역시 ‘음악가의 뿌리’ ‘희소성’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사진제공=목프로덕션)“사실 처음 리사이틀을 제안 받았을 때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들을 부탁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그 곡들을 너무 좋아하지만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내달 10일로 예정된 그의 리사이틀 프로그램 역시 ‘희소성’과 ‘음악가의 뿌리’가 느껴지는 곡들로 꾸렸다. 1부에서는 올랜도 기번스(Orlando Gibbons) ‘솔즈베리 경-파반가야르드’(Lord Salisbury - Pavan and Galliard),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인벤션과 신포니아 중 15개의 3성 신포니아, BWV 787-801’(15 Three-Part Inventions, “Sinfonias”, for Keyboard, BWV 787-801)를 연주한다.“올랜도 기번스의 곡은 많이 연주되지 않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르네상스 작곡가 중 한명이에요. 그의 선배 작곡가인 윌리엄 버드(William Byrd) 음악을 할까 고민했는데 올랜도 기번스의 곡은 글렌 굴드가 가장 좋아한 작곡가의 곡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서 이 음악을 들으면서 ‘언제 연주할까’ 했는데 좀 의미 있는 연주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첫곡으로 연주하게 됐습니다.”이어 바흐의 ‘신포니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사는 어린 피아니스트들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곡”이라며 “사실 이 곡이 베토벤이나 리스트를 만들어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바흐의 ‘신포니아’에는 정말 시적인 표현들, 훗날 리스트가 보여준 엄청난 비르투오소 같은 프레임도 나와요. 멜로디만 보면 리스트가 소품을 작곡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죠. 정말 아름다운데 잘 연주되지 않는 보석같은 곡을 연주하고 싶었습니다.”바흐의 ‘신포니아’는 1번부터 15번까지 순서대로가 아니라 1, 2, 5, 14, 11, 10, 15, 7, 6, 12, 13, 3, 4, 8, 9로 연주된다. 이에 대해 임윤찬은 “캐나다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글렌 굴드가 이미 바흐 ‘신포니아’의 본질을 꿰뚫고 순서를 배치한 아이디어를 이번에 제가 연주한다”고 밝혔다.피아니스트 임윤차(사진=허미선 기자)“이 곡은 글렌 굴드가 정말 많이 연주했는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금의 순서로 연주한 게 있어요. 이 연주는 바흐의 ‘신포니아’가 아니라 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가는 인생의 어떤 이야기 같아요. 마치 리스트의 B단조 소나타 첫음과 마지막 음을 듣는 듯한 기분이죠. 제가 글렌 굴드의 연주를 듣고 받은 영감을 한국 관객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2부에는 임윤찬의 표현처럼 “제 음악인생과 평생 함께 했던”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두 개의 전설, S.175’(Deux Legendes, S.175)과 ‘순례의 해’(Annees de pelerinage) 중 두 번째 해 ‘이탈리아’(Deuxieme Annee “Italie”, S.161, No.7),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의 환상곡’(Apres une lecture du Dante: Fantasia quasi Sonata)을 연주한다.“판타지라고 하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현실에서는 할 수 없거나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 상상으로만 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들을 표현하는 데 리스트만한 작곡가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작곡가이기도 하죠.”◇임윤찬의 대단한 업적 “음악나누기”span style="font-weight: normal;"피아니스트 임윤차(사진=허미선 기자)“제가 생각하는 음악가로서 대단한 업적, 근본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저는 예전부터 후원을 관객의 티켓값을 받아서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만약 신이 있어서 저에게 악기를 연주할 기회가 주어진 거라면 음악을 못듣는 사람을 제 연주에 부르는 게 아니라 제가 그분들에게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직후 “대단한 업적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던 임윤찬은 “제가 원하는 대단한 업적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모차르트 협주곡 27개 녹음 등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단한 업적이라기 보다는 피아니스트로서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밝혔다.“예를 들어 보육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등에 아무런 조건 없이 제가 직접 가서 연주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대단한 업적입니다. 그것이 음악가가 해야하는 일임이 손민수 선생님 밑에서 배운 것 중 하나이기도 하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연주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한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곧 그런 것들을 할 겁니다.”그리곤 “돈으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나누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오래 고민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음악으로 기부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은 그분들이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드리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것이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물론 저는 과학이나 수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떤 위대한 수학자나 과학자가 강의를 하러 온다면 그게 저에게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나 경험이 될 수 있어요. 사회에 나와서 절대 음악회를 볼 수 없는 분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신 분들에게 제가 꼭 가야하는 이유기도 하죠. 죽기 전에 경험하지 못할 것을 아직은 부족하고 미숙한 사람이지만 제가 직접 가서 연주하면서 줄 수 있다는 건 돈 그 이상의 가치를 매길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28 21:57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진화’하고 ‘진보’하는 양방언의 25+1주년 “30주년, 40주년, 50주년까지!”

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이번에 발매한 앨범 타이틀 ‘네오 유토피아’는 (12월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릴) 공연 제목과 동일합니다. 원래 솔로데뷔 25주년 기념으로 지난해 대편성 브랜드 공연인 ‘유토피아’를 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못했어요. 이에 1년간의 충전기간을 거쳐 공연 타이틀을 ‘네오 유토피아’로 정하고 새롭게 진화된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일본에 거주 중인 의사 출신의 한국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인 양방언은 솔로 데뷔 26년을 맞아 발매한 기념 음반과 공연 제목 ‘네오 유토피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25+1주년 맞아 발표한 신곡 ‘스테핑 아웃’과 ‘포 리프 다이어리’양방언의 25+1주년 공연 ‘네오 유토피아’ 포스터(사진제공=엔돌프뮤직)“작년에 하고 싶었지만 많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서 오갈 때마다 14일, 왕복 14일을 격리해야 했어요. 지난해만 7번을 격리해서 격리 전문가 수준이죠. 이같은 제약들로 25주년 공연, 기획 등이 다 사라져 버렸어요. 공연이라도 할까 했지만 몇곡이라도 신곡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참았던 1년이라는 기간이 좋지 않았나 싶어요. 많이 충전됐고 신곡들도 완성할 수 있었거든요.”21일 양방언은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의 소극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날(21일) 정오 발표한 25+1주년을 기념하는 디지털 음원과 12월 중 발매 예정인 4장짜리 바이닐 세트에 대해 소개했다.“오늘 디지털로 공개한 음원은 신곡 2개와 제 대표곡인 ‘프론티어’(Frontier)와 ‘에코즈’(Echoes)를 새로 녹음한 25주년 버전입니다.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알렉스 와튼(Alex Wharton)이 마스터링한 버전이죠.”이어 신곡 ‘스테핑 아웃’(Steppin’ Out)과 ‘포 리프 다이어리’(Four-leaf Diary)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스테핑 아웃’에 대해 “코로나19로 격리 등을 겪으면서 점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내에 계속 있어야 하는 데서 벗어나 거리로 나가 오가는 사람들과 하이터치도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씨가 스트링 편곡을 한 댄서블 음악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죠. 라이브할 때의 저처럼 신나는 자미로콰이 같은 계열의 편곡으로 역동적인 곡이 됐어요. ‘포 리프 다이어리’는 (이파리 네 장짜리가 상징하는) 행운이 있는 다이어리라는 뜻이죠. 코로나가 한창일 때 이곡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따뜻해지는 추억들, 좋았던 일들이 계속 떠올랐어요. 아주 좋은, 저만의 다이어리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곡이죠. 피아노와 현악이 어우러지는 따뜻한 분위기의 곡입니다.”◇다시 아날로그! 4장짜리 바이닐 세트 그리고 새로 녹음한 ‘프론티어’와 ‘에코즈’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25주년 버전으로 새로 녹음한 그의 대표곡 ‘프론티어’와 ‘에코즈’는 4장짜리 바이닐 세트에도 포함된다. 그는 바이닐 세트에 대해 “3인치짜리 3장과 7인치짜리 한장이 한 박스에 들었다. 한장이면 10~12곡이 들어가는데 네장이나 되니 많은 곡을 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첫장은 솔로 음반, 두 번째는 OST 등 영상작품, 세 번째는 라이브 음원 그리고 7인치 스페셜 LP판의 앞면에는 25주년 버전의 ‘프론티어’, 뒷면에는 ‘에코즈’를 실었다”고 전했다.“원래 LP는 33회전이지만 7인치 LP는 45회전이라 소리가 훨씬 좋아져요. ‘프론티어’는 라이브 공연에서도 항상 연주하는 곡이에요. 5년 전쯤 재즈풍 하모니로 편곡한 ‘네오 프론티어’라는 곡을 냈었는데 완전 달랐죠. 이번 25주년에는 원곡 오리지널 선율은 그대로 두고 장식적인 부분에 정말 손을 많이 댔어요. 사물놀이는 살리고 풀오케스트라, 밴드, 피아노 등을 새로 녹음했죠.”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이어 “듣기에는 큰 변화를 못느낄 수도 있지만 오리지널 음원과 비교해서 들으면 완전 다를 것”이라며 ‘에코즈’에 대해서는 “좀더 추구해야하는 곡이다. 여기서 끝내면 안되는, 계속 진화해야하는 곡”이라고 덧붙였다.“2004년 발표 당시에는 라이브 연주도 못했어요. 너무 어렵거든요. 2010년 이후에는 뮤지션들과 라이브 연주를 해야한다고 얘기하고는 연주했죠. 초기에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2016년쯤에야 갈 수 있겠다는 빛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2018년 런던로얄필하모니의 현악 소스는 살리고 리듬 등 컴퓨터로 만들었던 것들을 밴드 연주로 다시 녹음했죠.”그는 “1960년생의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LP로 음악을 들었다. 뮤지션이 됐을 때도 LP로 음반을 내곤 했다”며 “LP는 제 음악 인생 동안 애착을 가졌던 매체였다. 어느 순간부터 LP를 CD가 대체하고 CD가 없어지고 디지털화됐다. 그럼에도 역시 아날로그”라고 의견을 밝혔다.“아날로그의 노이즈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번 바이닐 세트 작업을 하면서) 아날로그 소리의 매력을 재발견했죠. 역시 따뜻해요. 소리를 들었을 때 음향이 커도 귀가 아프질 않더라고요.”◇솔로 데뷔 25주년 “한국이 저를 그리고 제 음악을 성장시켰죠” 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저같은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뮤지션들의 공연은 함께 하는 뮤지션 선택이 정말 중요해요. 서로에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죠.” 이에 양방언은 이번 앨범과 공연에도 재즈밴드 카시오페아의 베이시스트 사쿠라이 테츠오, 전세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드러머 가와구치 센리, 기타리스트 후루가와 노조미를 비롯해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 국카스텐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하현우 등 한국과 일본의 젊은 뮤지션들이 함께 한다.“현악을 강이채와 함께 하면서 젊은 기운과 가능성을 너무 많이 느끼고 있어요. 버클리음대에서 클래식도 배우면서 재즈도 하는 걸 보면서 제 곡 중 ‘노 바운더리’(No Boundary)가 떠올랐죠. 이 사람은 경계를 넘고 있구나, 정말 이런 사람이 나타났구나 싶었고 어디로 갈지 궁금해요.”하현우에 대해서는 “그와의 관계는 정말 오래 됐다. (하)현우씨 데뷔 직후 국카스텐 소리를 듣고 한국에도 이런 이상한 있구나 했다. 너무 만나고 싶어 찾아가면서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볼 때마다 진화하는 걸 보면서 꼭 성공하겠다 했다”고 밝혔다.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25년 솔로 활동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음악을 통해 다양한 자리에 참석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솔로 데뷔 3년 후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예요. 정말 큰 의미였죠. 일본에서 솔로 데뷔를 해 중국에서 활동도, 미국에서의 녹음도 많았죠. 그때까지도 국적이 북한이어서 너무 불편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격리랑 비슷했죠. 하지만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면서 너무 편해졌어요. 한국이 저를 성장시켰고 제 음악을 키웠죠.”이어 “올림픽, 파리에서의 유네스코 70주년 오프닝이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은 양방언은 “특히 파리에서의 (유네스코 70주년) 오프닝 공연 당시는 너무 충격이었다. 제가 평화를 주제로 공연을 하고 며칠 후 테러가 일어났었다”고 회상했다.그리곤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음악이 계속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솔로 데뷔 후 25년은 음악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말을 보탰다.“저는 난해한 걸 피해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거든요. 소통은 작품이 자라날 수 있게 하죠. 중화권 뿐 아니라 코로나로 미뤘던 애비로드에서의 녹음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단순하게 반복해서 같은 자리에 가는 게 아니에요. 저도 진화하고 그들도 진화한 상태로 만나는 거죠. 그렇게 세월들이 쌓여서 30주년을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는 “목표는 당연히 50주년”이라면서도 “그러나 눈앞에 있는 건 30주년이다. 그렇게 40주년, 50주년까지 가면 좋겠다. 제가 약간은 진보했다는 걸 느끼고 있고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아주 사소한 것들이 너무 큰 힘이 돼요. 그 힘으로 하루하루 용기를 내 계속하고 싶어요. 계단을 올라 산꼭대기에 다다르면 또 다른 꼭대기가 보이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다른 꼭대기로 계속 올라가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음악을 해올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21 22:01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사라 브라이트만 “최고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사라 브라이트만(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저는 항상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으로 일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할 가치가 없으니까요. 어떤 일에 대한 기준을 높이는 목표가 아니에요.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크리스틴 같은 역할을 맡았을 때 무언가를 완성시켰다고 느끼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죠.”6년만의 내한공연 ‘사라 브라이트만 크리스마스 심포니’(Sarah Brightman A Christmas Symphony, 12월 3일 KBS아레나)에 앞서 서면으로 만난 사라 브라이트만은 가수라는 직업 그리고 음악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사라 브라이트만은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와 함께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 영화 ‘미션’의 OST였던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등으로 오래도록 ‘팝페라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전남편이기도 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The Lord Lloyd-Webber)의 대표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흥행 전설을 이끈 프리마돈나인 그는 최근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STAR on the Hollywood Walk of Fame)에 입성하기도 했다.그는 자신의 시그니처 곡으로 “관객이나 팬분들이 가장 좋아해주시는 ‘넬라 판타지아’ ‘더 팬텀 오브 오페라’ ‘타임 투 세이 굿바이’, ‘피에 주’(Pie Jesu),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등”이라며 “그렇지만 더 최근에 나온 다른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로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사라 브라이트만 내한공연 ‘사라 브라이트만 크리스마스 심포니’ 포스터(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저는 함께 일했던 모든 아티스트들도 기억해요. 그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독특한 재능이 깃든 목소리를 가지고 있죠. 다른 아티스트와 노래를 같이 부를 때는 어느 정도는 압박감을 덜어낼 수 있고 즐거움을 느낍니다. 저는 극장 퍼포머였고 항상 다른 사람들과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에 익숙하거든요.”◇팝페라의 여왕과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매년 이맘때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한데 모은 쇼를 만들고 싶었어요. 연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에 부응할 수 있는 콘서트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상당한 책임감도 느끼거든요.”‘크리스마스 심포니’라는 공연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사라 브라이트만은 “이 쇼의 테마는 히트곡들과 크리스마스”라며 “멋진 크리스마스와 시즌의 느낌을 담은 곡들을 비롯해 지난 여러 앨범에서 녹음했던 곡들과 많은 히트곡들로 꾸렸다. 크리스마스 테마 곡이 아닌 곡들도 비주얼적인 면이나 편곡을 통해 크리스마스 느낌을 가미했다”고 귀띔했다.그의 전언처럼 지난 10월 라스베이거스와 멕시코를 시작으로 투어를 재개한 사라 브라이트만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코리아 모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위너 오페라 합창단과 함께 ‘더 팬텀 오브 오페라’ ‘타임 투 세이 굿바이’ 등의 대표곡들과 크리스마스 테마곡을 선사할 예정이다.“크리스마스 곡은 물론 제 팬들이 좋아하는 몇몇 히트곡을 부르면서 크리스마스 느낌을 더하는 여러 가지를 시도하게 됐어요. 크리스마스의 또 다른 면은 약간 슬프다는 거예요. 이맘때쯤 누군가를 슬프게 떠나보낸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점을 고려한, 종교적이고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부분들도 있죠.”사라 브라이트만(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이어 “공연에서도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라는 그는 “조명과 의상으로 매우 ‘크리스마스’스러운 분위기는 물론 굉장히 마술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더불어 “뭔가 전통적인 것일 수도 있다. 다양한 비주얼로 청중들에게 각기 다른 아름다운 느낌을 전달해 드리고자 한다”며 “기술을 통해 지금의 아름다운 조명을 선보일 수 있었고 무대 위 간단한 세트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오늘날의 기술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크! 크리스마스! 라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고 있죠.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사람들이에요. 멋진 합창단, 무대를 채우는 오케스트라 그리고 저까지, 모두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음악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늘 멋진 한국과 K팝 그리고 추모의 마음을 담아 ‘Pie Jesu’span style="font-weight: normal;"사라 브라이트만(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한국은 늘 멋져요. 제가 방문할 때마다 무언가 변해 있거든요. 건물일 수도 있고 거리일 수도 있고 분위기일 수도 있어요.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도 놀랄 만큼 변했죠.”한국에 대해 이렇게 밝힌 그는 “바쁘고 멋진 느낌도 좋지만 제가 한국에서 정말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시골이나 바닷가에서의 환상적인 해산물을 곁들인 멋진 식사”라며 “그럴 때마다 색다른 감정을 갖게 된다”고 털어놓았다.“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부터 아름다운 자연, 산과 언덕, 해변과 바다까지 그리고 음식이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죠. 종류가 정말 많은데 특히 제가 좋아하는 해산물이 환상적이에요. 늘 놀라운 건 역시 김치죠. 정말 다양한 종류의 김치와 환상적인 불고기, 한국식 BBQ…한국은 정말 멋진 나라입니다.”한국 팬들에 대해서도 “항상 저에게 멋진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고 음악을 즐기는 그들에게 제 영혼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저에게 매우 중요하고 멋진 일”이라며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저 역시 K팝을 좋아합니다! K팝은 재미있고 매우 활기차거든요. 다만 제가 K팝과 어울리지는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제가 K팝을 즐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랍니다”2016년 이후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데 대해 “이번 크리스마스 심포니 투어로 한국에 갈 수 있어서 그리고 모두와 크리스마스 시즌을 축하하게 돼 매우 기쁘다” 소감을 전하며 최근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한국을 위해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레퀴엠’ 중 ‘Pie Jesu’를 들려 드리고 싶어요. 이번 참사를 겪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 분들과 부상자,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펩페라의 여왕도 피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그리고 뮤지컬 ‘남태평양’사라 브라이트만(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제가 스스로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유용할지를 깨달았어요. 운 좋게도 형제자매가 많은 대가족이라 그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엄마와 남동생을 도울 수도 있었고 영국에서는 노래 코치와 연습도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예술가들에게 고난을 안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그는 “긍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팬데믹 동안) 1년 반에서 2년 정도 보컬 연습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고전 뮤지컬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뮤지컬 ‘남태평양’(South Pacifc)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 고나 워시 댓 맨 라이트 아우타 마이 헤어’(I Gonna Wash That Man Right Outa My Hair)가 맘에 들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19 17: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예술인 NFT’…그 우려와 가능성

‘서울예술인 NFT’에 선정된 예술가들.(사진=허미선 기자)“NFT에 대해서 많이들 설명해 주셨지만 아직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돼요. 이게 30만원씩 50개를 팔아야 한다는데….”연극인 박정자를 비롯해 김명곤, 남명렬, 윤상화, MZ세대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임소정도 한목소리로 말했다. 16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진행된 ‘서울예술인 NFT’ 제작발표회에서는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10대 혁신안’의 일환인 ‘서울예술인 NFT’에 선정된 30명의 작품을 발표했다. ‘서울예술인 NFT’는 공연예술인들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 작품을 통한 새로운 예술후원시스템이다.18일 연극배우 박정자, 현대무용단 앰비규어댄스컴퍼니,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피아니스트 박종훈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각각 4팀씩 30명(팀)의 NFT작품 30종을 메타갤럭시아 플랫폼에서 공개한다.‘서울예술인 NFT’에 선정된 작품들(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공개된 작품은 현금 혹은 암호화폐(30만원)로 판매되며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금은 예술인에게 지원금으로 주어진다.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일정 정도의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액 전액이 6개월 단위로 정산해 예술가들에게 보낸다. 2, 3차 판매에 대한 판매금 역시 같은 방식”이라며 “예술가마다 판매액이 다르겠지만 향후 10년 동안 계속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그때마다 예술가들에게 일정 부분의 판매금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작곡가 강순미는 “NFT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원사업으로 제가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가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현대무용가 차진엽은 “공연 예술은 현장에서 계속 휘발되고 사라져 기록을 남기기가 어려운 장르인데 이렇게 영구적으로 남는 디지털 아트 작품을 해보게 됐다. 저는 계속 늙고 사라지겠지만 이 작품은 계속 젊게 저 순간에 기록될 수 있는 게 저한테 되게 뜻깊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예술가들의 NFT 가능성에 대해 이창기 대표는 “아티스트나 예술 작품 등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예술가들이 NFT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비롯해 최근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NFT 가치, 예술가들에게 가중되는 판매 부담 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이에 이창기 대표는 “저희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서울예술인 NFT’는 투기나 투자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고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게끔 돼 있어 가상화폐 시장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답했다.“판매가 잘 돼서 더 많은 지원금이 예술가들에게 돌아가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자산을 문화예술적 지원 측면에서, 또 향유자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원금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론칭을 했기 때문에 내년도 사업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가도록 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18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클래식 색소프니스트 브랜든 최 “나를 닮은” ‘라흐마니노프’ 앨범 발매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그의 스승조차도 작곡가가 되기 보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길 바랐던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로서 뒤늦게 인정받았어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본인이 좋아하고 애정하는 작곡에 몰두하면서 꿋꿋이 걸었죠. 힘든 과정 속에서 우울증을 앓았고 치료를 받으면서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i Concerto No.2 c minor Op.18)으로 큰 성공을 거뒀어요. 그런 부분이 저랑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8일 ‘라흐마니노프’ 앨범을 발매한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는 “왜 색소폰을 위한 곡을 단 하나도 쓰지 않은 라흐마니노프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저 역시 색소폰이 클래식 악기라는 인식이 거의 없을 때 전공을 하고 연주자로 나아가면서 쉽지 않은 길을 걸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라흐마니노프라는 작곡가의 인생이 영감을 준 것 같아요.”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이 앨범에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유일한 첼로소나타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단조’(Cello and Piano sonata in g minor, Op. 19, 이하 첼로 소나타)를 비롯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두개의 소품’(Two Pieces, Op. 2), ‘보칼리제’(Vocalise, Op. 34 No. 14), ‘엘리지’(Elegie, Op.3) 그리고 ‘기도’(Preghiera Arr. by Fritz Kreisler From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18, 2nd Movement)가 수록됐다. ◇인간의 내면을 깊이 관통하는 ‘라흐마니노프’“라흐마니노프 곡들은 도스도옙스키의 ‘죄와 벌’ 등 러시아 문학이 그렇듯 접근도, 해석도 어렵지만 인간의 내면과 심리, 감정 등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좋아서 시작했는데 계속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인간의 내면, 슬픔 등을 잘 해석해낸 것이 라흐마노프의 작품들이 아닌가 싶었고 더욱더 빠져들게 됐죠. 한 걸음 한 걸음 점들을 찍어가면서 ‘라흐마니노프’ 앨범을 만들어갔습니다.”그는 “특히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그런 점을 많이 느꼈다”며 “그 동안 제가 연주한 색소폰 레퍼토리와는 다르게 각 악장만이 가진 색이 있었다. 특히 1악장이 (인간의 내면을 깊이) ‘관통한다’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첫 시작이 가지고 있는 화성들은 보통 클래식 작곡가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에요. 첫 시작부터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화성, 제가 연주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처음에는 해석하기 굉장히 어려웠죠. 연주하고 연습하면서 그런 (인간의 내면을 깊이 관통하는) 부분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이어 브랜든 최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는 첼리스트들도 어려워하는 곡”이라며 “이 곡의 3악장 ‘안단테’(Andante)를 만나면서 이 앨범 녹음을 하게 됐다. ‘피아노 협주곡 2번’ 성공 직후 작곡한 곡으로 콘체르토의 성향이 많이 묻어 있다”고 털어놓았다.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 앨범 ‘라흐마니노프’(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두 솔로이스트가 반주자와 연주자 아니라, 두명의 솔리스트들이 콘체르토처럼 연주하길 바란 곡이라 전달력에 신경 써야했습니다. 더불어 색소폰과 발란스적으로 잘 어울어져서 색채나 질감들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곡이죠.”그는 “첫 트랙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두개의 소품’은 첼로 음역대와 가장 가까운 태너 색소폰과 바리톤 색소폰으로 연주했다”며 마지막 트랙인 ‘엘리지’에 대해서는 “원곡은 피아노 솔로곡이지만 첼리스트들이 편곡해서 자주 연주하는 곡이다. 이 곡은 태너 색소폰으로 연주했다. ‘엘리지’가 가진 슬픔과 고뇌들이 태너 색소폰과 잘 어우러졌다”고 설명했다.“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보칼리제’는 소프라노를 위해 작곡된 곡이지만 저는 알토 색소폰으로 해석해봤습니다. ‘기도’라는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친분을 가졌던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을 발췌해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작품으로 이 역시 알토 색소폰으로 새로 재해석했죠.”◇무궁무진한 매력의 색소폰 “내년에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 그림’을 재해석해 들려드릴게요!”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1842년 벨기에의 아돌프 삭스(Adolphe Sax)가 발명한 색소폰은 그의 자부심이 담긴 악기예요. 플루트와 클라리넷 연주자이기도 했던 그는 베이스 클라리넷, 유포늄 등을 발명하기도 했는데 금관악기가 가진 웅장함, 목관악기의 부드러움, 현악기의 유연함까지를 다 갖춘 악기를 만들고 싶어서 발명한 게 색소폰이죠.”색소폰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전한 브랜든 최는 “목관악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금관악기의 웅장함이 있고 리드 사용으로 부드러움을, 3~4옥타브까지 올라가 다양한 음역대를 구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기본 사성부를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죠. 조성은 다르지만 조금만 공부해도 다양한 음역대와 무궁무진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악기죠. 특히 바리톤 색소폰으로는 가장 낮은 음을 표현할 수 있어요.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며 제일 매력적인 저음을 잘 만들어낼 수 있죠.”고등학교 2학년 처음 클래식 색소폰을 접하자마자 빠져든 브랜든 최는 미국 신시내티 음악대학교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해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프랑스 리옹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2016년 귀국해 클래식 색소폰 알리기와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애써왔다.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색소폰이 클래식 악기라는 걸 알리기도 쉽지 않았어요. 지휘자나 음악가들 조차도 (색소폰으로 연주할 수 있는) ‘클래식 곡이나 협주곡이 있느냐’ ‘오케스트라 협연이 가능하냐’고 물을 정도였죠.”그는 지휘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악보를 보여주며 자크 프랑수아 앙투안 이베르(Jacques Francois Antoine), 클로드 아실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등이 색소폰을 위한 콘체르토를 썼다고 알렸다. 더불어 학교를 찾아가서는 클래식 색소폰 전공을 만들어 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어떻게 하면 색소폰을 클래식 악기로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한걸음씩 활동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 활동한) 6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지금은 클래식 색소폰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고 공연장, 대학 등 교육체계도 생겼죠. 예전에는 색소폰 협주곡 연주 기회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KBS·인천·수원·천안 등 교향악단으로부터의 협연 섭외도, 오롯이 클래식 색소포니스트로 설 무대도 많아졌거든요.”더불어 그는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클라리넷 소나타’(Clarinet Sonatas),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오보에 협주곡 C장조’(Oboe Concerto in C Major K.314) 등 목관악기를 위해 쓴 곡들을 색소폰으로 재해석해 연주하고 있다.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할 음반발매 기념공연(11월 24일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을 준비 중인 브랜든 최는 “이 공연에서 수록곡과 더불어 바로크 음악의 대표 작곡가인 바흐의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그렇게 시작한 1부 마지막에는 모데스트 무소륵스키(Modest Mussorgsky)가 작곡한 ‘전람회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이번 ‘라흐마니노프’처럼 내년에 새로운 점을 찍는다는 느낌으로 진행할 프로젝트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08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내 마음 속의 비엔나’로 “내 정체성과 인간의 고뇌 말하고 싶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비엔나 문화에는 서민들이 추던 ‘렌들러’(Landler)와 귀족들의 춤 ‘왈츠’가 있어요. 피지배층과 지배층의 이질적인 면이 결합된 것이 비엔나 문화의 특징 중 하나죠. 인간이란 존재가 그 이질적인 양면에 대해 고뇌하고 갈등하는 면들을 제 정체성과 더불어 음반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7일 ‘내 마음 속의 비엔나’(Mein Wiener Herz) 발매하며 기자들을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는 “왜 ‘지금’ 비엔나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 마음 속의 비엔나’는 2017년 ‘SEHNSUCHT: 동경’, 지난해 ‘Das Leben’에 이은 세 번째 앨범이다.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수록곡들은 제가 좋아하는 곡들입니다. 연주회 후 앙코르로 많이 연주했던 곡들이죠. 특히 크라이슬러의 곡들을 묶은 것이 의미가 큽니다. 제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비엔나의 풍경들, 거기서 연주하면서 있었던 일들, 이미지 등을 담은 굉장히 특별한 곡들이죠.”‘내 마음 속 비엔나’라는 앨범 수록곡 중 김응수는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의 ‘사랑의 슬픔’(Liebesleid, Love‘s Sorrow), ‘사랑의 기쁨’(Liebesfreud, Love’s Joy) , ‘아름다운 로즈마린’(Schon Rosmarin), 싱코페이션(Syncopation), ‘작은 비엔나 풍 행진곡’(Marche miniature viennoise), ‘푸냐니 스타일에 의한 전주와 알레그로’(Preludium and Allegro in the Style of Pugnani)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이들 중 ‘아름다운 로즈마린’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연주한 김응수는 “연주할 때마다 제 스스로 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제 연주스타일은 자유로움이다 보니 할 때마다 달라지는데 그런 면에서 제 자신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이슬러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그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음색 등으로 ‘황제’라 불린 바이올리니스트였어요. 생계를 위해 연주하면서 명성을 얻기 위해 자신이 작곡한 짧은 곡들을 유명 작곡가들의 이름으로 발표했죠. 바이올린 음악에서는 파가니니 이후 또 하나의 획기적인 선을 만든 연주가 겸 작곡가가 아닌가 생각해요.”◇‘베토벤 산책로’를 따라 걷듯 비엔나 속으로!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앨범 수록곡들은 ‘비엔나’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이 가장 잘 담긴 곡들이에요. 그 구성도 비엔나 모습에 자연스레 빠져들 수 있도록 했죠. 비엔나는 분지로 낮은 언덕에 둘러싸여 있어요. 비엔나의 자연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이 베토벤이 ‘전원교향곡’의 모티프를 얻은 산책로예요. 마음이 복잡하거나 생각이 필요할 때 제가 자주 갔던 산책로죠. 제 음반을 순서대로 들으시다 보면 그 산책로를 걸으면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자연스레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내 마음 속의 비엔나’에는 크라이슬러 모음집과 ‘베토벤 주제에 의한 론디노’(Rondino on a theme by Beethoven)를 비롯해 에데 폴디니(Ede Poldini)의 ‘춤추는 인형’(La poupee valsante, Dancing Doll arranged by Fritz Kreisler), 프란츠 레하르(Franz Lehar)의 ‘헝가리 환상곡’(Ungarische Fantasie, Hungarian Fantasy, Op.45),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론도 브릴리언트’(Rondo for Violin and Piano in B minor, D. 895, Op. 70) 등이 담겼다.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레하르의 ‘헝가리 환상곡’이나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론도 브릴리언트’는 녹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하르는 오페레타 작곡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헝가리 환상곡’은 연주도 잘 되지 않는 곡이죠. 바이올린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가장 자연스레 보여주지 않나 싶어요.”레하르의 ‘헝가리 환상곡’이 잘 연주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응수는 “연주하기가 은근히 까다로운 곡”이라며 “연주자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지고이네르바이젠’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헝가리 환상곡’ 중간에는 파블로 데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가 ‘지고이네르바이젠 Op.20, No.1’(Zigeunerweisen Op.20, No.1)의 소재로 활용한 스페인 집시 무곡의 선율들이 등장한다. 김응수는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불편하고 까다로운 ‘헝가리 환상곡’ 보다는 비슷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선택하곤 한다”고 부연했다.“마지막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론도 브릴리언트’도 실황에서는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이에요. 바이올리스트로서 피아니스트에 기댈 데가 전혀 없는,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거든요. 겨울의 비엔나는 오후 3시 반이나 4시면 이미 어둑어둑해요. 그 속에서 오는 특별함이 있죠. 침울하게 가라앉음 속에서도 활기 찬 분위기가 이 곡에 잘 묻어나요.”◇‘내 마음 속의 비엔나’로 희망과 위안을!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어려서 위인전을 많이 읽었어요. 그 중 슈베르트 위인전을 읽으면서 ‘비엔나’라는 도시에 대한 동경을 가졌죠. 19세기 음악의 도시로 알려진 비엔나는 동서를 잇는 교두보 같은 도시예요. 비엔나에서 제일 먼저 느낀 건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다는 거였어요.”김응수는 비엔나 국립음대, 그라츠 국립음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모두 만점을 받으며 수석 졸업하고 각종 콩쿠르 입상과 유럽 주요 무대에서 찬사를 받았으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가 공부했고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비엔나는 김응수의 말을 빌자면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도시”였다.“그곳의 훌륭하신 분들께 배우기도 했지만 문화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였어요. 그런 비엔나 음악의 진수는 음악적 표현의 뉘앙스들이 그 문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어서 이해하고 연주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아요. 마음 속, 삶 속으로 녹아들어야 자연스레 표현되죠. 비엔나는 제가 본 도시 중 가장 보수적인 것 같아요. 가장 보수적이라는 건 문화를 지켜나가려는 노력들이죠.”김응수는 “연주자는 어떻게 보면 현재를 평가받는 사람들”이라며 “현재를 잇기 위해 지금까지 이어온 시간들 중 비엔나는 가장 큰 영향을 준 도시다.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그 문화에 대한 동경, 호기심 그리고 거기서 오래 생활하고 공부하면서 느낀 모습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이번 앨범은 좀더 개인적으로 다가가기를 바라요. 흔히 연주되는 곡들도 색채감 있고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거든요. 들으시는 분들 마음에 내밀하게, 개인적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제 공간에 있는 음악들이 많은 분들에게 위안과 희망, 휴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07 19:43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존재에 대한 질문, 제 연주가 계속 젊었으면 좋겠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제 연주 느낌 자체가 계속 젊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20세기, 동시대 음악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협주곡을 연습하고 베를린에서 거주하면서 동시대 음악의 중요성 느껴요. 유럽도, 오케스트라 레퍼토리도 현대음악, 20세기, 21세기로 확장 중이죠.”제12회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후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젊은 연주’와 ‘동시대 음악’을 강조했다.그는 “옛날에는 슈베르트, 브람스를 들을 때만 눈물이 났다면 이제는 현대음악을 들을 때도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며 “현대음악과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찾은 것 같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는 느낌이고 (동시대 음악에 대한) 음악인으로서의 사명도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제 곡을 만드는 것”이라며 “제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직접 연주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대신 곡을 잘 쓰고 싶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매일 조금씩 작곡하고 있고 조언도 많이 듣고 있어요. 제 주변에는 작곡가 친구들이 많거든요. 대위법을 공부 중이죠. 고음 악기다 보니 바이올린은 바흐 곡이나 푸가를 연주할 때 다른 성부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대위법에서는 여러 성부를 어떻게 구성할 때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는지를 공부할 수 있죠.” 양인모는 “알고 있는 음악은 많은데 오선지 앞에 앉으면 아무 것도 쓸 수 없어서 작곡가의 위대함이 느껴진다”며 “그러면서 제 음악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을 보탰다.“(작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순전히 음악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악기를 하다보니 궁금한 게 너무 많고 작곡가들이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알고 싶었거든요.”양인모는 작곡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음악적 결정을 내리는 작업이다. 그래선지 작곡을 하면서 생각도 날카로워졌다”며 “이 같은 작업과정을 거치면서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아 좋다”고 털어놓았다.“바이올린 레퍼토리가 아주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가 꼭 거쳐가야할 관문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내년은 리게티 죄르지(Ligeti Gyorgy) 100주년으로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이어 양인모는 “내년 12월 타이페이에서 제 친구가 쓴 바이올린 콘체르토도 연주한다. 이처럼 현존하는 작곡가와의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서 낭만주의나 고전주의 곡을 접할 때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미니멀리즘 등의 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21세기를 살고 있는 음악가가 21세기 음악에 관심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음악을 들어야 할까 등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죠.”◇지금 주변의 모든 소리들이 곧 현대음악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제가 지금까지 연주한 곡들 중 비교적 가장 어려운 곡 같아요. 이 곡을 연습하고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하면 쉽게 느껴지거든요. 제가 이곡에서 흥미롭게 생각하는 대목은 곡 형식자체는 클래시컬한 4악장이지만 고전적 측면과 모던한 측면이 공존하며 대화를 이루는 듯하다는 겁니다.”양인모는 10일 지휘자 최수열이 이끄는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할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6월부터 하루 3시간씩 연습하고 있다”는 양인모는 “원래 이 곡에 관심이 많았다. 이 연주가 기획되기 2년 전 자필악보를 구했을 정도다. 그때부터 악보를 훑어보다가 연주기회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양인모는 10일 지휘자 최수열이 이끄는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대부분의 협주곡은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주장을 펼치며 싸우는데 이 곡은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새로운 악기를 만드는 듯한 느낌이에요. 오케스트라의 한 부분으로 솔리스트가 거의 쉬는 부분이 없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죠. 다른 협주곡에서 보기 힘든 음색을 가진 곡이기도 해요. 타악기만 27개로 현대음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틸 드럼도 사용되거든요. 기계적인 것과 동시에 색채감, 음향감 등을 통해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곡이죠.”이어 “저 스스로도 준비를 많이 했고 부산시향과 리허설도 4번 이상 예정돼 있다”며 “2001년 작곡돼 초연된 이후 연주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이 곡을 21년만에 다시 들으실 수 있다. 이 협주곡이 언제 또 연주될지 모르니 정말 드문 기회”라고 강조했다.“저는 현대음악이 쉽다고 생각해요. 서울 어디든 돌아다니면서 들리는 소리가 현대음악 같거든요. 음이 높아지거나 낮아지고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기계음을 내기도 하는 등의 음악적 개연성은 베토벤, 브람스 음악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거든요. 몰라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그리곤 “이번 연주가 누구나 와서 즐기고 돌아갈 수 있는 놀이터가 되면 좋겠다”며 “스스로에게 와 닿는 것들을 충분히 즐기시면 된다”고 당부했다.“큰 아이디어로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진은숙), 그 분의 음악을 듣는 건 21세기 사상을 접하는 거니 참석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파가니니 이후 두 번째 콩쿠르 시벨리우스 “스스로에게 부여한 챌린지”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올해만큼 변화가 많은 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마음을 가졌던 것 같거든요. 일단 변화가 필요했던 해였어요. 콩쿠르 참가를 지난해 12월에 결심했는데 갈 곳을 잃은 느낌이었어요.”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다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양인모는 “어떻게 활동을 이어갈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음악적으로 듣는 귀가 달라졌고 폭도 넓어졌다.” 그런 그가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갈까 고민하게 된 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습격이었다.“팬데믹이 음악인들에게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하는 시기였던 건 분명해요. 연주자로서 제가 하는 일은 거의 연습뿐이에요. 1, 2%만 무대에 서고 나머지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죠. (무대에 서는) 그 1, 2%가 (팬데믹으로) 없어지니 ‘왜 연습을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가피하게 내가 세상에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됐죠.”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이에 “자극이 필요했고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잘 참으면 그 후로는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었다”는 양인모는 “저 자신에게 챌린지를 줘야 했던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콩쿠르는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인지도를 얻고 세상에 저를 알릴 기회라고 생각해요. 다만 누구나 해야할 필요는 없어요. 콩쿠르 준비를 위해 곡들에 매진하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제 한계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죠.”양인모는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에 앞서 2015년 제54회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이후 9년만에 탄생한 우승자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던 양인모는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으로 유럽의 명문 연주단체들과의 협연 등 많은 기회를 얻었다. 이에 대해 양인모는 “콩쿠르 자체는 굉장히 많은 기회를 줬고 그것만으로도 특전”이라면서도 “그때의 문제는 제가 다시 초대받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제가 유럽에 있지 않고 미국에 집중돼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을 했을 때는 다시는 콩쿠르를 안나가도 될 줄 알았어요.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겠구나, 안겨뤄도 되겠구나 했죠.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등 여러 가지 여건들로 활발한 활동을 위한 모티베이션이 필요했어요. 유럽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연주를 하고 싶고 인지도도 쌓고 싶었죠. 그에 가장 빠른 방법이 콩쿠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시벨리우스 콩쿠르 참가를 결정하던) 그때 바라던 것과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그는 “유럽의 연주자들 중에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고도 커리어를 쌓는 친구들도 많다. 모든 연주자들의 관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모티베이션, 자극은 된다고 생각한다”며 “콩쿠르는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내 해석이 다른 연주자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콩쿠르에서 가장 값지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오라모 사카리(Sakari Oramo) 심사위원장의 멘토링 세션이었어요. 그 역시 바이올리니스트로 호텔방으로 불러서 시벨리우스의 새로운 에디션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 정도 경력자 중 젊은 아티스트에 관심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조언 뿐 아니라 소소하게 음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지휘자를 얻었죠.”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그는 “콩쿠르 우승 후 내가 어떤 사람과 일할 것이지, 어떤 사람을 주변에 두고 싶은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등을 꼭 고민해야 한다”며 “시간, 이미지 관리 등도 중요하고 연주하고 싶은 뮤지션, 악단, 지휘자들 등과 더불어 음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양인모에 따르면 “콩쿠르 이후 한달 동안 거의 매일 두세개씩의 (연주 및 공연) 제의가 들어왔다.” 이에 그는 “하루 한두 시간은 제의 이메일에 답장을 쓰는 데 보내야 했다.” 이미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인 마에스트로 오스모 벤스케가 이끄는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12월 8일) 등 그의 2022년과 2023년은 연주일정으로 빼곡하다.“콩쿠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그 다음부터 생각해야할 게 너무 많거든요. 그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절로 이뤄지는 건 없어요. 커리어를 얻는 것보다 유지하고 생명력을 가지고 긴 커리어로 만들기가 더 어렵죠. 연주 연습은 물론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솔직하게 음악을 대한다면 점진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05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 “어떤 약점도 열정이 있다면!”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저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이 있다는 겁니다. 사람의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아무리 큰 약점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죠. 모든 약점은 강점이 될 수 있거든요. 이 사실을 안다면 한계란 없어요. 우리가 가진 한계는 스스로가 자신에게 부여한 한계뿐이죠.”  왼손으로 음정을 조절하는 밸브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개구부(Bell)에 손을 넣어 음색과 볼륨의 미세한 변화를 조절하는 호르니스트인 펠릭스 클리저(Felix Klieser)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서면으로 진행한 펠릭스 클리저와의 인터뷰 답변에서는 정성과 선함이 어려 있었고 어려있었고 친절함과 진중함 그리고 단단함과 반듯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호른 연주에 양손은 필수지만 그에겐 두 팔이 없다. 호르니스트로서는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왼발과 입술로 호른을 연주하는 그는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독일 뤼벡의 유서 깊은 페스티벌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뮤직 페스티벌이 수여하는 ‘레너드 번스타인상’(2016), 독일의 유명 음악상 에코 클래식상(ECHO Classic Prize) ‘올해의 영 아티스트상’(2014), 독일지휘자협회(The Association of German Conductors)와 리터 파운데이션이 수여하는 음악상(2014) 수상자이기도 하다. 펠릭스 클리저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을 때 “열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흠뻑 빠지고 흥분되는 일에는 별도의 동기 부여가 필요하지 않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일에서의 성공이란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로 바로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모든 일에는 순조로운 시기가 있고 삐걱거리는 시기가 있죠. 일이 잘 돌아갈 때는 동기부여가 훨씬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자신이 삶에서 진정 원하는 것이나 기꺼이 삶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인생에서의 성취는 불필요한 걸 덜어내는 일과 연결됩니다. 기억해야 할 교훈이죠. 장애물을 만났을 때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우기로 결심할 때 큰 보상이 찾아오거든요.”그런 그가 한국에서의 첫 리사이틀(11월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 나선다. 2015년 금호아트홀 연세 개관 음악제, 2018-2019년 제주국제관악제 참여에 이은 세 번째 내한 공연이다.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한국 관객을 사랑해요. 한국분들은 매우 친절하고 열정이 넘치죠. 한국에 갈 때마다 너무 좋아요. 연주회에서 관객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연주회에 오시는 분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이번 리사이틀에서 펠릭스 클리저는 한국의 피아니시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조재혁과 함께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Op. 70’(Adagio and Allegro, Op. 70), 뒤카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빌라넬레’(Villanelle for Horn and Piano), 슈트라우스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안단테, TrV 155’(Andante for Horn and Piano, TrV 155), 베토벤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바 장조, Op. 17’(Sonata for Horn and Piano in F Major, Op. 17), 글리에르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작품, Op. 35’(Four pieces for Horn and Piano, Op. 35) , 라인베르거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 178’(Sonata for Horn and Piano, Op. 178)을 선사한다.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이 프로그램에 대해 펠릭스 클리저는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구성했다”며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는 첼로를 위한 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호른을 위해 만들어졌다. 베토벤 ‘소나타’도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찾아보면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긴 호른 작품이 놀라울 정도로 많아요. 그런 작품들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연주하기도 하는데요. 뒤카의 ‘빌라넬레’는 6분가량의 짧은 곡이지만 그 안에 호른의 모든 개성을 담고 있어요.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5살. 우연히 듣게 된 호른의 음색에 매료된 그는 13살이 되던 2004년 하노버 예술대학 예비학생이 됐고 3년 후 정식으로 입학했다. 2008~2011년 독일 국립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팝스타 스팅의 투어 콘서트, 베를린 필하모닉·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의 마에스트로 사이먼 래틀(Simon Rattle)경과의 연주 등을 함께 했다.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언제 처음 호른을 들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요. 분명한 건 호른을 연주하지 않았다면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는 사실이죠. 지금은 호른이 제 직업이자 제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학창 시절에는 자연 과학을 좋아했어요. 호른 연주자가 되지 않았다면 자연 과학 쪽으로 진로를 택하지 않았을까요? 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거든요.”이어 “호른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음색의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호른 연주자가 한 음만 연주해도 단번에 매우 특별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털어 놓았다.“다른 악기는 할 수 없는 일이죠. 피아노는 사랑스럽거나 무서운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정도예요. 저는 호른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어린 나이에 호른이라는 악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그렇게 호른은 그에게 꿈이자 그가 추구하는 행복에 이르는 길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최고의 목표는 음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며 “음악을 연주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연주자 자신이 행복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죠. 연주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사람들의 삶에 기쁨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 연주하는 겁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그리곤 “저는 누군가의 겉모습이나 그가 이룬 성취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목표나 과정보다 결과만 바라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며 “훌륭한 독주자가 되려면 악기를 잘 연주할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그건 제 문제가 아니라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문제이니까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는 진짜 제 모습과 달라요. 어떠하든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가진 영향력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연주자의 목표는 훌륭한 독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악기에 최대한 통달하고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라야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03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리사이틀·협연·경연, 그 종류도 다양한 클래식 향연

리사이틀·협연·경연 클래식 향연이 펼쳐진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키릴 키릴 카라비츠,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 2022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사진제공=빈체로, 인아츠프로덕션, 통영국제음악재단)가을의 끝자락에서 겨울의 초입으로 들어서는 11월 초순에는 다양한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 형태도 리사이틀, 오케스트라 협연 그리고 경연까지 다양하다.11월 5, 6일에는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16th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탄생시킨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의 결선과 입상자콘서트가 열린다.한국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고 국제교류와 재능 넘치는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2003년 출범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매년 11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부문이 번갈아 경연을 치른다.  윤이상(사진제공=통영국제음악재단)올해는 첼리스트 경연의 해로 지난달 30일과 31일 27개국 146명의 지원자 중 예비심사를 거친 22명이 1차 본선을 치렀다. 그 결과 선발된 앤드루 일훈 변(캐나다), 알레산드라 도니넬리(스위스/오스트리아), 한재민(대한민국), 티모시 홉킨스(독일/미국), 정우찬(대한민국), 김덕용(대한민국), 시프리앙 랑가뉴(프랑스/스위스), 사무엘 니더하우저(스위스), 플로리앙 퐁스(프랑스), 데이비스 유(미국, 이상 알파벳 순) 등 10명의 젊은 첼리스트들은 2일과 3일, 피아니스트와 함께 2차 경연을 펼친다. 5일 열릴 결선에서는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슈만의 ‘첼로 협주곡 a단조, 작품 129번’,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제2번 b단조, 작품 104번’,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33번’,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제1번 E♭장조, 작품 107번’ 그리고 윤이상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1976) 중 한곡을 협연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경연 결과에 따른 입상자들은 6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오랜 음악친구인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왼족)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무대를 꾸린다.(사진제공=빈체로)오랜 음악친구인 피아니시트 김선욱과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가 이끄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가 4년만의 내한공연(11월 5, 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0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1일 아트센터인천)을 선사한다. 키릴 카라비츠는 13년 동안 본머스 심포니 상임지휘자를 비롯해 클리블랜드·필라델피아·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시카고·빈 심포니, 프랑스 내셔널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로테르담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연주단체와 호흡을 맞춘 지휘자다. 두 사람은 키릴 카라비츠가 2020년 자신의 시카고 심포니 데뷔 공연도 김선욱과 함께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키릴 카라비츠에 따르면 이번 내한 공연은 “김선욱이 제안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3번과 4번) 두곡을 중심으로 첫날은 멘델스존과 슈베르트의 로맨틱한 후기 작품들과 잇는 프로그램을, 두 번째 날은 ‘베토벤 교향곡 7번’과 대조적인 음악으로 꾸린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선사한다.”첫날은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이탈리아풍의 서곡, D. 591’(Overture in the Italian Style, D.591),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피아노 협주곡 3번, Op. 37’(Piano Concerto No. 3, Op. 37),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교향곡 4번, Op. 90’(Mendelssohn Symphony No. 4, Op. 90)을, 둘째 날에는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Op. 62’(Coriolan Overture Op. 62), ‘피아노 협주곡 4번, Op. 58’(Piano Concerto No. 4, Op. 58). ‘교향곡 7번, Op. 92’(Beethoven Symphony No. 7, Op. 92)을 선사한다.펠릭스 클리저(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두 팔이 없는 세계적인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의 호른 리사이틀(11월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도 주목할 만하다. 왼발로 왼손이 하는 음정을 조절하고 입술로 오른손이 담당하는 음색의 변화를 표현하는 펠릭스 클리저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호르니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19세 후반과 20세기 초반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연주한다.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연주자이자 2016년 독일 뤼벡의 유서 깊은 페스티벌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뮤직 페스티벌이 수여하는 ‘레너드 번스타인상’ 수상자인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Op. 70’, 뒤카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빌라넬레’, 슈트라우스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안단테, TrV 155’, 베토벤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바 장조, Op. 17’, 글리에르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작품, Op. 35’, 라인베르거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 178’을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조재혁과 함께 연주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1-02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 2번’과 함께 우리만의 물방울 속으로! 알렉산더 말로페예프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사진=허미선 기자)“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어디서 연주를 하든 제 음악이 만든 물방울 안에 청중들을 모셔 오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 현실에서 해야 하는 일들로부터 벗어나 물방울 안에서 음악을 듣고 행복을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죠. 음악을 시작한 5살 때부터 그랬어요.”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Alexander Malofeev)는 한국에서의 두 번째 무대인 ‘디스커버 라흐마니노프’(10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앞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지난 9월 한국에서의 첫 리사이틀을 열었던 말로페예프는 이번 협연무대에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Piano Concerto No. 1 in F-sharp minor, Op. 1)과 제3번(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3, D minor op.30)을 연주한다.“저는 음악가집안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음악을 가르치고 싶어 하셨어요. 어머니 손을 잡고 집 앞의 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그때 선생님이 너무 훌륭한 분이셨죠. 꾸준히 배우다 7년 뒤 모스크바의 그네신 음악학교에 입학하게 됐습니다.”그는 열세살에 차이콥스키 영 아티스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로 그네신 음악학교 졸업 후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필라델피아·마린스키 극장·차이콥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연주단체 그리고 발레리 게르기에프, 리카르도 샤이, 미하일 플레트뇨프, 알론드라데 라 파라, 크리스티안 예르비, 정명훈 등 저명한 마에스트로와 협연했다.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사진=허미선 기자)“저는 이제 베를린에서 살고 있지만 굉장히 어려서부터 러시아에서 배워온 것들을 간직하고 있어요. 어디에 살든 제 몸과 영혼 속에 깃든 그것을 잃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피아니스트로서 제 힘이죠.”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Etudes-Tableaux, Op.39) 4곡을 연주한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말로페예프는 “왜 라흐마니노프냐”는 질문에 “저를 키운 작곡가라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라흐마니노프는 저에게 아이돌과 같은 분이에요. 라흐마니노프를 사랑하게 된 건 제가 음악을 하기 이전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음악을 틀어주셨고 저는 이미 그때부터 사랑하게 됐죠. 전문연주자가 된 후 그 깊이를 이해하게 되면서는 그의 작곡가적 능력과 연주하는 손, 마음과 머리 등을 좀 더 존경하고 따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이어 “제가 이번에 연주할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동양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곡이고 제3번은 사랑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곡이다. 두 곡 다 러시아의 철학과 문학이 깃든 곡이어서 꼭 들려드리고 싶었다”며 “이번에 연주하는 곡들 뿐 아니라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은 모두 흐름도, 표현도 어려워서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연주해야하는 곡들”이라고 덧붙였다.“이미 준비됐다기 보다 평생을 갈고 닦아야할 곡들이죠. 이 곡들을 처음 터키에서 연주했고 이탈리아, 중국 등에서 선보이면서 점점 완성돼 간 것 같아요. (그 협연 투어를 함께 한 지휘자) 라카르도 샤이가 해주신 조언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죠. 이번에 연주하는 곡 이외에도 러시아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Piano Concerto No.4 In G minor, op.40)을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라흐마니노프의 ‘랩소디’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곡들도 곡 연주하고 싶어요. 이들은 저에게 음악의 아버지 같은 분들이라 꼭 한번 소개시켜드리고 싶거든요.”이번 협연에서 ‘피아노 협주곡 제2번’(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은 2017년 ARD 국제음악콩쿠르 특별상과 2022년 2위에 이름을 올린 피아니스트 김준형이 연주한다.10월에만도 유럽, 미국 등을 돌며 10여개의 무대에 올랐던 말로피예프는 “지난 3, 4개월은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은 시간들”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0여개의 공연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올 초 그는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베를린으로 이주해 음악활동을 이어왔다.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사진=허미선 기자)“그때와 여전히 같은 생각입니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었고 몇 달 동안 연주를 하지 못했죠. 그렇게 러시아를 떠나왔어요. 제가 음악가로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전쟁을 멈추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도 전쟁을 생각하면 마음이 처참합니다.”그는 서울에 머무는 5일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번 내한 리사이틀 때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호텔과 자동차 창밖으로 보는 서울이 전부였다. 이번엔 여유가 좀 있으니 지난번 방문에서 먹어보지 못한 한국음식을 먹고 야경을 즐기며 산책하는 경험을 가져보고 싶다”고 밝혔다.“조성진, 임윤찬 등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알고 있고 연주도 잘 듣고 있어요. 제가 16살 때 정명훈 선생님과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존경스러운 분시시죠. 최근 말러 즉흥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본적이 있어요. ‘정말 말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고 존경하는 연주자입니다. 늘 열린 마음으로 제 음악을 받아들여주신 한국 분들은 제가 살면서 만난 청중들 중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 지금까지 느낀 따뜻함 중 최고였죠. 그런 분들에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를 소개할 수 있어서 의미가 깊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25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음악 친구’ 김선욱과 무대 오를 마에스트로 키릴 카라비츠 “베토벤 교향곡과 대조되면서도 연결된!”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사진제공=빈체로)“김선욱과는 2009년 서울에서 서울시향 공연을 할 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의 연주와 음악성에 압도됐죠. 그 후부터 가까운 친구가 되어 정기적으로 함께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11월 5일과 8일 자신이 이끄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mber Orchestra of Europe)와 협연할 한국인 피아니스 김선욱에 대해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Kirill Karabits)는 서면을 통해 “가까운 친구”라고 표현했다.피아니스트 김선욱ⓒMarco Borggreve(사진제공=빈체로)키릴 카라비츠는 13년 동안 본머스 심포니 상임지휘자를 비롯해 클리블랜드·필라델피아·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시카고·빈 심포니, 프랑스 내셔널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로테르담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연주단체와 호흡을 맞춘 지휘자다. 더불어 바이마르의 도이치 국립극장 음악감독(2016~2019)으로 역임했고 바그너 제네바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기념의 해를 맞아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비롯해 도이치 오퍼, 취리히 오페라 하우스의 ‘보리스 고두노프’, 슈투트가르트 오퍼 ‘베니스에서의 죽음’,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오페라 ‘라보엠’ ‘에프게니 오네긴’, 함부르크 슈타츠 오퍼 ‘나비부인’, 잉글리스 내셔널 오페파의 ‘돈 조반니’ 등 오페라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2020년 자신의 시카고 심포니 데뷔 공연에도 김선욱과 함께 할 정도로 각별한 두 사람은 이번 협연에서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이탈리아풍의 서곡, D. 591’(Overture in the Italian Style, D.591),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피아노 협주곡 3번, Op. 37’(Piano Concerto No. 3, Op. 37),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교향곡 4번, Op. 90’(Mendelssohn Symphony No. 4, Op. 90, 이상 11월 5일)을 선사한다.유럽 챔버 오케스트라ⓒJulia Wesely(사진제공=빈체로)더불어 둘째 날에는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Op. 62’(Coriolan Overture Op. 62), ‘피아노 협주곡 4번, Op. 58’(Piano Concerto No. 4, Op. 58). ‘교향곡 7번, Op. 92’(Beethoven Symphony No. 7, Op. 92, 이상 11월 8일)를 협연한다.이 프로그램에 대해 키릴 카라비츠는 “두 프로그램은 김선욱이 제안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3번과 4번) 두곡을 중심으로 짜여졌다”며 “하나는 베토벤의 음악을 멘델스존과 슈베르트의 로맨틱한 후기 작품들과 잇는 프로그램이고 두 번째는 올 베토벤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지휘자 키릴 카라비츠(사진제공=빈체로)“특히 첫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멘델스존의 유명한 교향곡과 슈베르트의 잘 연주되지는 않는 서곡을 통해 강한 이탈리아적인 요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내한 공연 프로그램에서 제 주된 아이디어는 올 베토벤 프로그램의 ‘베토벤 교향곡 7번’과 대조적인 음악을 찾는 것이었어요. 동시에 19세기 음악에 대한 베토벤의 영향력 그리고 그의 음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죠.”함께 할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창단 이래 항상 고전 레퍼토리 부문에서 기준점(Reference)이 돼 온 연주단체”라며 “현재의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의 연주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소개했다.“사실 이번 투어의 리허설은 한국에서만 진행될 예정이에요. 저도, 오케스트라도 리허설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죠.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는 처음 지휘하지만 개인적으로 단원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그들과 함께 연주하는 무대가 굉장히 기대됩니다.”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태생이기도 한 그는 현 사태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에 관해서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제 나라가 침략의 피해자가 되고 공격의 타깃이 되는 것은 음악가이자 한명의 인간인 저와 제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한국 관객은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열광적인 관객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제 고향인 우크라니아의 음악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보리스 리야토신스키(Borys Lyatoshynsky)의 교향곡과 같은 작품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22 17: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순수예술 공연장으로의 회귀, 그 첫 발 내딛는 예술의전당 ‘오페라 갈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페라 갈라’ 중 ‘모차르트 하이라이트’를 연주할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게르트 헤르클로츠, ‘오프닝 나이트’ ‘스페셜 갈라’의 KBS교향악단과 지휘자 토시유키 카미오카(사진제공=예술의전당)“애초 설립목적에 맞게 오페라, 발레 등 순수예술 기획공연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장형준 제17대 예술의전당 사장은 지난 9월 29일 취임 후 처음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순수예술 공연장’으로 거듭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2016년 이후 오페라 기획을 멈추면서 그간 다른 장르에 대관되던 비수기인 여름, 겨울 시즌까지도 오페라, 발레 장르를 우선 기획·대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예술의전당이 ‘오페라 갈라’(10월 21~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로 ‘순수예술 공연장으로의 회귀’를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2023년 개관 30주년을 앞둔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질 ‘오페라 갈라’는 3일간 다른 테마와 작품들로 무대를 꾸린다. 이 무대를 위해 독일 정통 오페라 지휘자 게르트 헤르클로츠(Gerd Herklotz)가 지휘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독일의 부퍼탈 심포니 오케스트라·비스바덴 극장 등에서 음악감독 및 예술감독을 역임한 토시유키 카미오카(Toshiyuki Kamioka)가 이끄는 KBS교향악단과 노이 오페라 코러스 그리고 서울시오페라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이경재 연출과 ‘피가로의 결혼’ ‘세빌리아의 이발사’ ‘돈조반니’ ‘투란도트’ 등의 정선영 연출이 의기투합했다.예술의전당 ‘오페라 갈라’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첫날 ‘오프닝 나이트’에서는 토시유키 카미오카와 KBS교향악단이 소프라노 서선영·황수미,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김우경·신상근·백설종, 바리톤 이동환과 선사하는 비제의 ‘카르멘’(Carmen),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와 ‘나부코’(Nabucco), 푸치니의 ‘라 보엠’(La Boheme)과 ‘마농 레스코’(Manon Lescaut), ‘투란도트’(Turandot), 토마 A의 ‘햄릿’(Hamlet), 칠레아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Adriana Lecouvreur) 등의 대표 아리아들이 펼쳐진다.‘모차르트 오페라 하이라이트’(Mozart Opera Highlights)를 테마로 한 둘째 날은 게르트 헤르클로츠가 이끄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마술피리’(Die Zauberflote), ‘돈 조반니’(Don Giovanni),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등 모차르트 대표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선사한다.셋째 날의 ‘스페셜 갈라’(Special Gala)에는 푸치니의 ‘토스카’(Tosca) 2막, 베르디의 ‘리골레토’(Rigoletto) 서곡과 3막,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의 대표 아리아들을 들을 수 있다.이 ‘오페라 갈라’를 시작으로 예술의전당은 내년부터 자제 체작 오페라를 매년 한편씩 선보인다. 2023년 오페라극장 전관개관 35주년을 기념하는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Norma)를 비롯해 2024년 베르디의 ‘오텔로’(Otello) 그리고 2025년에는 한국적 이야기를 토대로 한 창작오페라를 전세계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다.예술의전당이 직접 기획·제작하는 2025년의 월드와이드 초연작은 한국적 이야기에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의 아리아로 꾸려 오페라 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유럽 등 전세계 극장 투어에 나선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19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베토벤을 위하여!”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사진제공=빈체로)“베토벤은 정말 저의 예술적 존재(Artistic Being)와 이고르 레비트라는 한 사람의 삶에 깊이 연결돼 있어요. 저에게는 베토벤 음악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특별하게 다가옵니다.”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Igor Levit)는 브릿지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첫 단독 내한 리사이틀(11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세트리스트를 채운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에 대해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내 삶에 깊이 연결된 예술적 존재”라고 표현했다.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사진제공=빈체로)이고르 레비트는 뉴욕 타임즈가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명’으로 평한 피아니스트로 뮤지컬 아메리카의 ‘2020 올해의 레코딩 아티스트’이자 2018년 길모어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2022년 6월 그의 앨범 ‘On DSCH’가 BBC Music Magazine의 Instrumental Award를 비롯해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그는 2019년 발매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으로 2020년 가을 도이치 그라모폰의 ‘올해의 아티스트상’과 ‘오푸스 클래식상’에 선정됐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무대를 꾸리는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의 첫 단독 내한 리사이틀 레퍼토리 역시 베토벤이다.이번 리사이틀에서 이고르 레비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 번 템페스트, 작품번호 31-2’(Beethoven Piano Sonata No. 17 ‘Tempest’, Op. 31, No. 2),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작품번호 13’(Beethoven Piano Sonata No. 8 ‘Pathetique’, Op. 13),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5번, 작품번호 79’(Beethoven Piano Sonata No. 25, Op. 79).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작품번호 53’(Beethoven Piano Sonata No. 21 ‘Waldstein’, Op. 53)을 연주한다.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유난히 사랑받는 이 레퍼토리에 대해 이고를 레비트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베토벤의 작품들은, 다른 작곡가의 수많은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특히나 연주할 때 즐거움(joy)을 줘요. 관객도 물론 좋아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죠.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곡들입니다.”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53회의 트위터 스트리밍 라이브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전염병이 초래한 고립과 붕괴의 위기에 대한 저항으로 16시간의 마라톤 연주를 감행하는 등 사회적 활동에도 열정적인 아티스트이기도 하다.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사진제공=빈체로)“이 세상을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제가 속한 사회를 위해 책임감 있는 시티즌으로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저의 삶은 100% 바뀌었어요. 모두에게 팬데믹은 다양한 방면에서 교육적이었고 또 변혁적이었죠. 저는 이제 더 자유로워졌고 이전보다 자신감도 더 생긴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저를 해방시켰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꽤 단호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아티스트이기도 한 이고르 레비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데 대해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아주 끔찍한 일이다. 이번 전쟁으로 발생한 희생자들을 지원하고 또 돌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저의 첫 베토벤 음반은 거의 10년 전에 발매됐어요. 전곡 사이클 음반은 3년 전인 2019년에 발매됐죠. 다시 돌아보면 인생의 절반을 베토벤에 몰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때의 저는 저만의 베토벤을 완성하기 위해 열심이었고 지금도 그리고 아직도 가고 있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18 18:49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첫 헤드라이너 신고식! 레이니 “평생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어요!”

레이니(사진=허미선 기자)“이번 공연은 우리 예상을 뛰어넘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평생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8일 4회를 맞은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2022 Slow Life Slow Live, 10월 10일까지 올림픽공원 내 88 잔디마당) 첫날 헤드라이너로 생애 첫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레이니(LANY, 폴 클라인·제이크 고스)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9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보컬 및 기타리스트 폴 클라인(Paul Jason Klein)은 “3년 만에 온 한국이기 때문에 사실 어떤 걸 어떻게 기대해야 될지 몰랐는데 이번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서게 돼 영광”이라고 전했다.“저희의 시도가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하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세트리스트, 프로덕션, 무대 구성 등은 달라져 왔어요. ‘13’ ‘말리부 나이츠’ ‘ILYSB’(I Love You So Bad) 등은 한국 팬분들이 꾸준히 좋아해주시는 곡이에요. 4집 앨범 ‘gg bb xx’에 수록된 ‘댄싱 인 더 키친’(Dancing in the Kitchen), ‘엑스 아이 네버 해드’(EX I Never Had)도 한국 팬들이 유독 좋아해주시는 곡인데 이번에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데뷔 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한국을 찾았던 레이니는 3년만에 5번째 내한을 감행했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 첫날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팬사인회, 한국 단독 머천다이즈 팝업 스토어(10월 16일까지 서울 AK플라자 홍대점 무신사 테라스) 운영 등 다양한 형식으로 팬들과 만나 소통할 예정이다.한국 단독 머천다이즈 팝업 스토어에 대해 폴은 “데뷔 초부터 티셔츠 등은 늘 만들어 왔다”며 “둘 다 패션을 좋아해서 팬이 많지 않던 데뷔 초부터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 방에서 티셔츠를 판매했었다”고 털어놓았다.레이니(사진=허미선 기자)“음악을 비롯해 앨범 커버, 포스터, MD상품 등 밴드 정체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게 재밌어요. 특히 패션을 좋아해서 직접 디자인하고 크리에이티브 다이렉션을 맡는 등 다양하게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죠.”◇최애무대로 남을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한국 팬들을 공연을 할 때 느껴지는 사랑이 남달라요. ‘음악이 너무 좋다’ 등 말로 하는 표현력이 정말 특별하죠.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단독공연과 페스티벌 무대는 다른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단독공연이 우리를 좋아해주는 팬들을 위한 것이라면 페스티벌은 우리와 우리 음악을 모르는 이들에게 알릴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어제는 단독공연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반응이 좋아서 뜻깊었어요.”폴의 말에 드러머 제이크 고스(Jake Clifford Goss)는 “사실 어제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올랐던 무대여서 뜻깊었다”며 “이제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고 애정을 갖는 나라가 될 것 같다”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너무 기분 좋고 신났지만 한국 팬들의 떼창을 듣는 경험이 최고였어요. 제 마음 속 ‘최애’콘서트가 된 것 같아요.”다섯 번째로 한국을 찾은 레이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층 거세진 K팝 열풍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폴은 “K팝의 모든 아티스트들과 그룹에 익숙하진 않지만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BTS(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나 블랙핑크(지수, 제니, 로제, 리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며 “미국 그래미 시상식이나 무대 등을 봤는데 완성도가 너무 높았다”고 밝혔다.레이니(사진=허미선 기자)“하나의 무대를 위해 그들이 쏟아붓는 노력이나 시간들에 정말 감명을 받았죠. 사실 언어적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음악임에도 그들의 퍼포먼스나 모습들이 충분히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제이크 역시 “LA의 큰 스타디움(LA Sofi Stadium)에서 그들이 공연하는 걸 본적이 있다”며 “그들이 춤이나 노래 등 노력하는 부분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완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K팝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폴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블랙핑크는 짧게나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한국사람들처럼 친절했어요. BTS의 제이홉도 저희 음악을 듣고 있다고 들었지만 만날 기회는 없었죠. 두 팀 다 너무 대단하고 유명한 아티스트들이라 감히 저희가 먼저 요청할 수는 없지만 먼저 요청을 주신다면 열려 열려있습니다.”레이니(사진=허미선 기자)◇데뷔 5년차 팝밴드, 변함없는 지향점“데뷔 5년차를 맞았지만 밴드의 비전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믿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단 한명이라도 우리 음악을 들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 기쁠 거예요.”데뷔 5년차를 맞은 밴드 비전에 대해 이렇게 전한 폴은 제이크에 대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드러머”라며 “그가 가진 재능을 너무나 존경한다. 제이크는 리드싱어를 하고 싶지 않을 거고 저 역시 드러머가 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다.“우리 둘이 모였을 때 정말 완벽한 하나가 될 수 있어요. 서로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비판도 하면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죠. 그런 상호작용들이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폴의 말에 제이크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기반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음악을 만들자는 비전을 원동력 삼아 활동 중”이라고 털어놓았다.2022년 4월 발매된 4집 ‘gg bb xx’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난 키보디스트 레스 프리스트(Les Priest)에 대해 폴은 “데뷔 초부터 녹음, 믹스, 마스터링까지 참여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한 멤버”라며 “과거나 지금이나 레스에게는 감사하고 있고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렸다.“밴드활동 규모가 커지고 투어도 많아지면서 레스는 좀더 가정에 집중하고 싶어해서 2인조로 활동 중이지만 여전히 보고 싶고 잘 지내고 있어요. 멤버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음악의 본질이나 추구하는 건 언제나 같죠.”◇최고의 뮤지션 아닌 가장 레이니다운 모습으로!레이니(사진=허미선 기자)“내일(10일) 집으로 돌아가면 수요일부터 금요일, 다음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스튜디오 작업을 해요. 지금까지는 노래를 만들고 스튜디오 작업을 하고 투어를 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노래를 만들고 투어를 하고 스튜디오 작업을 하고 또다시 투어를 하는 식으로 좀 섞여버렸어요.”새 앨범 작업에 한창이라고 밝힌 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하면서 음악적 아이디어를 수정하거나 개발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며 “내년 발매될 새 앨범의 음악은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더 강조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팝적인 음악, 외모 등으로 음악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는 평에 제이크는 “우리 음악을 들었을 때는 부드럽거나 틀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보면 땀에 젖을 정도로 열심히 음악에 집중하는 밴드”라며 “언제나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해왔다”고 답했다. 폴은 “우리 음악이 대중적이고 잘 다듬어진 느낌을 받으실 수 있지만 데뷔초부터 지금까지 직접 곡을 써왔다”고 말을 보탰다.“특히 데뷔 초에는 악기도 별로 없이 개인 소유의 델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을 해왔어요. 지난 몇 년 간 뮤지션이자 송라이터로서 성장하려고 노력해 왔죠. 감히 우리가 이 세상에서 최고의 뮤지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가장 우리다운 것이 최고의 레이니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09 17:00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참으로 ‘이름값’에 걸맞는!…정명훈&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운명’

감히 ‘이 시대 최고’라 칭할 만했고 ‘자동기립’할 만도 했다. 5일 정명훈이 이끄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가 선보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제5번 c단조 운명’(Symphonie No. 5 ‘Schicksal’ Op. 67)은 극찬받기 어려운 레퍼토리 중 하나다.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는 데다 모두가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기본 중의 기본 레퍼토리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표현했다고 알려진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익숙한 주제 음을 시작으로 클라리넷과 현들의 유니즌, 호른, 바이올린, 클라리넷과 플루트, 다시 호른에서 오보에, 엄숙하면서도 경쾌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피콜로와 콘트라바순, 세대의 트롬본 등 모든 악기들과 크고 작은 편성들, 앙상블이 ‘평등’한 소리를 낸다.물리적 조율이 가능한 ‘균등’이 아니라 저마다의 의지로 만들어내는 ‘평등’한 소리들의 하모니다. 저마다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조화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둔, 일사분란하면서도 역동적인 소리들이 비극적 운명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꿈꾸며 투쟁하는 그리고 결국 승리하는 환희의 과정을 숨막힐 듯 펼쳐 보인다. 단 두번의 리허설로 이룩한, 참으로 ‘이름값’에 걸맞는 ‘운명’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정명훈을 비롯한 오케스트라 단원들 그리고 1920명에 이르는 관객들까지 이 여정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난 환희의 동지가 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06 23: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