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진화’하고 ‘진보’하는 양방언의 25+1주년 “30주년, 40주년, 50주년까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11-21 22:01 수정일 2022-11-21 22:03 발행일 2022-11-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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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 NEO UTOPIA 2022 기자간담회 제공=엔돌프뮤직 (10)
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
“이번에 발매한 앨범 타이틀 ‘네오 유토피아’는 (12월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릴) 공연 제목과 동일합니다. 원래 솔로데뷔 25주년 기념으로 지난해 대편성 브랜드 공연인 ‘유토피아’를 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못했어요. 이에 1년간의 충전기간을 거쳐 공연 타이틀을 ‘네오 유토피아’로 정하고 새롭게 진화된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일본에 거주 중인 의사 출신의 한국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인 양방언은 솔로 데뷔 26년을 맞아 발매한 기념 음반과 공연 제목 ‘네오 유토피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25+1주년 맞아 발표한 신곡 ‘스테핑 아웃’과 ‘포 리프 다이어리’
‘양방언 NEO UTOPIA 2022’ 포스터 제공=엔돌프뮤직
양방언의 25+1주년 공연 ‘네오 유토피아’ 포스터(사진제공=엔돌프뮤직)

“작년에 하고 싶었지만 많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서 오갈 때마다 14일, 왕복 14일을 격리해야 했어요. 지난해만 7번을 격리해서 격리 전문가 수준이죠. 이같은 제약들로 25주년 공연, 기획 등이 다 사라져 버렸어요. 공연이라도 할까 했지만 몇곡이라도 신곡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참았던 1년이라는 기간이 좋지 않았나 싶어요. 많이 충전됐고 신곡들도 완성할 수 있었거든요.”

21일 양방언은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의 소극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날(21일) 정오 발표한 25+1주년을 기념하는 디지털 음원과 12월 중 발매 예정인 4장짜리 바이닐 세트에 대해 소개했다.

“오늘 디지털로 공개한 음원은 신곡 2개와 제 대표곡인 ‘프론티어’(Frontier)와 ‘에코즈’(Echoes)를 새로 녹음한 25주년 버전입니다.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알렉스 와튼(Alex Wharton)이 마스터링한 버전이죠.”

이어 신곡 ‘스테핑 아웃’(Steppin’ Out)과 ‘포 리프 다이어리’(Four-leaf Diary)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스테핑 아웃’에 대해 “코로나19로 격리 등을 겪으면서 점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내에 계속 있어야 하는 데서 벗어나 거리로 나가 오가는 사람들과 하이터치도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씨가 스트링 편곡을 한 댄서블 음악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죠. 라이브할 때의 저처럼 신나는 자미로콰이 같은 계열의 편곡으로 역동적인 곡이 됐어요. ‘포 리프 다이어리’는 (이파리 네 장짜리가 상징하는) 행운이 있는 다이어리라는 뜻이죠. 코로나가 한창일 때 이곡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따뜻해지는 추억들, 좋았던 일들이 계속 떠올랐어요. 아주 좋은, 저만의 다이어리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곡이죠. 피아노와 현악이 어우러지는 따뜻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다시 아날로그! 4장짜리 바이닐 세트 그리고 새로 녹음한 ‘프론티어’와 ‘에코즈’
양방언
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

25주년 버전으로 새로 녹음한 그의 대표곡 ‘프론티어’와 ‘에코즈’는 4장짜리 바이닐 세트에도 포함된다. 그는 바이닐 세트에 대해 “3인치짜리 3장과 7인치짜리 한장이 한 박스에 들었다. 한장이면 10~12곡이 들어가는데 네장이나 되니 많은 곡을 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첫장은 솔로 음반, 두 번째는 OST 등 영상작품, 세 번째는 라이브 음원 그리고 7인치 스페셜 LP판의 앞면에는 25주년 버전의 ‘프론티어’, 뒷면에는 ‘에코즈’를 실었다”고 전했다.

“원래 LP는 33회전이지만 7인치 LP는 45회전이라 소리가 훨씬 좋아져요. ‘프론티어’는 라이브 공연에서도 항상 연주하는 곡이에요. 5년 전쯤 재즈풍 하모니로 편곡한 ‘네오 프론티어’라는 곡을 냈었는데 완전 달랐죠. 이번 25주년에는 원곡 오리지널 선율은 그대로 두고 장식적인 부분에 정말 손을 많이 댔어요. 사물놀이는 살리고 풀오케스트라, 밴드, 피아노 등을 새로 녹음했죠.”

양방언 NEO UTOPIA 2022 기자간담회 제공=엔돌프뮤직 (16)
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

이어 “듣기에는 큰 변화를 못느낄 수도 있지만 오리지널 음원과 비교해서 들으면 완전 다를 것”이라며 ‘에코즈’에 대해서는 “좀더 추구해야하는 곡이다. 여기서 끝내면 안되는, 계속 진화해야하는 곡”이라고 덧붙였다.

“2004년 발표 당시에는 라이브 연주도 못했어요. 너무 어렵거든요. 2010년 이후에는 뮤지션들과 라이브 연주를 해야한다고 얘기하고는 연주했죠. 초기에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2016년쯤에야 갈 수 있겠다는 빛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2018년 런던로얄필하모니의 현악 소스는 살리고 리듬 등 컴퓨터로 만들었던 것들을 밴드 연주로 다시 녹음했죠.”

그는 “1960년생의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LP로 음악을 들었다. 뮤지션이 됐을 때도 LP로 음반을 내곤 했다”며 “LP는 제 음악 인생 동안 애착을 가졌던 매체였다. 어느 순간부터 LP를 CD가 대체하고 CD가 없어지고 디지털화됐다. 그럼에도 역시 아날로그”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날로그의 노이즈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번 바이닐 세트 작업을 하면서) 아날로그 소리의 매력을 재발견했죠. 역시 따뜻해요. 소리를 들었을 때 음향이 커도 귀가 아프질 않더라고요.”

◇솔로 데뷔 25주년 “한국이 저를 그리고 제 음악을 성장시켰죠”
양방언 NEO UTOPIA 2022 기자간담회 제공=엔돌프뮤직 (7)
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

“저같은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뮤지션들의 공연은 함께 하는 뮤지션 선택이 정말 중요해요. 서로에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죠.”

이에 양방언은 이번 앨범과 공연에도 재즈밴드 카시오페아의 베이시스트 사쿠라이 테츠오, 전세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드러머 가와구치 센리, 기타리스트 후루가와 노조미를 비롯해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 국카스텐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하현우 등 한국과 일본의 젊은 뮤지션들이 함께 한다.

“현악을 강이채와 함께 하면서 젊은 기운과 가능성을 너무 많이 느끼고 있어요. 버클리음대에서 클래식도 배우면서 재즈도 하는 걸 보면서 제 곡 중 ‘노 바운더리’(No Boundary)가 떠올랐죠. 이 사람은 경계를 넘고 있구나, 정말 이런 사람이 나타났구나 싶었고 어디로 갈지 궁금해요.”

하현우에 대해서는 “그와의 관계는 정말 오래 됐다. (하)현우씨 데뷔 직후 국카스텐 소리를 듣고 한국에도 이런 이상한 있구나 했다. 너무 만나고 싶어 찾아가면서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볼 때마다 진화하는 걸 보면서 꼭 성공하겠다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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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사진제공=엔돌프뮤직)

“25년 솔로 활동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음악을 통해 다양한 자리에 참석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솔로 데뷔 3년 후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예요. 정말 큰 의미였죠. 일본에서 솔로 데뷔를 해 중국에서 활동도, 미국에서의 녹음도 많았죠. 그때까지도 국적이 북한이어서 너무 불편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격리랑 비슷했죠. 하지만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면서 너무 편해졌어요. 한국이 저를 성장시켰고 제 음악을 키웠죠.”

이어 “올림픽, 파리에서의 유네스코 70주년 오프닝이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은 양방언은 “특히 파리에서의 (유네스코 70주년) 오프닝 공연 당시는 너무 충격이었다. 제가 평화를 주제로 공연을 하고 며칠 후 테러가 일어났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곤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음악이 계속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솔로 데뷔 후 25년은 음악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말을 보탰다.

“저는 난해한 걸 피해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거든요. 소통은 작품이 자라날 수 있게 하죠. 중화권 뿐 아니라 코로나로 미뤘던 애비로드에서의 녹음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단순하게 반복해서 같은 자리에 가는 게 아니에요. 저도 진화하고 그들도 진화한 상태로 만나는 거죠. 그렇게 세월들이 쌓여서 30주년을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목표는 당연히 50주년”이라면서도 “그러나 눈앞에 있는 건 30주년이다. 그렇게 40주년, 50주년까지 가면 좋겠다. 제가 약간은 진보했다는 걸 느끼고 있고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너무 큰 힘이 돼요. 그 힘으로 하루하루 용기를 내 계속하고 싶어요. 계단을 올라 산꼭대기에 다다르면 또 다른 꼭대기가 보이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다른 꼭대기로 계속 올라가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음악을 해올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