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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100] ‘햄릿’에 ‘지금 대한민국’을 더해! 공주가 된 국립극단 ‘햄릿’

연극 ‘햄릿’(사진제공=국립극단)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길해연, 이항나 등 베테랑 배우들과 젊은 햄릿 강필석·이승주, 오필리어 에프엑스(fx) 루나, 호레이쇼 박윤희와 정환, 레이티즈 이충주·양승리 등 젊은 배우들이 함께 꾸리는 ‘햄릿’ 공연이 한창인 때 또 하나의 ‘햄릿’(7월 5~29일 명동예술극장)이 무대에 오른다.2001년 정진수 연출의 원작 그대로의 ‘햄릿’, 2007년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옌스-다니엘 헤르토크 연출로 칼 대신 총을 든 ‘테러리스트 햄릿’에 이은 국립극단의 세 번째 ‘햄릿’이다. 연극 ‘햄릿’(사진제공=국립극단)이번엔 공주 ‘햄릿’이다. 마냥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공주가 아닌 악에 받쳐 미쳐가는 청춘이다. 2020년 국립극단 창립 7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상으로만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으로 햄릿 공주 역의 이봉련이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손진책 연출의 2022년 ‘햄릿’에서 호레이쇼로 출연했던 김수현이 표현하는 클로디어스도 볼거리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정진새 작가가 각색하고 부새롬 연출이 윤색까지 도맡았다. 지금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지만 대단한 원작이기 때문에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동시대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파격적으로 각색된 ‘햄릿’이다.지금과는 맞지 않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적 요소 등은 왕위계승자 햄릿을 ‘공주’로 설정하면서 변주된다.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의 당연한 왕위계승자 햄릿 공주와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사위원회를 거쳐 왕위를 계승한 클로디어스(김수현), 그와의 재혼으로 딸 햄릿을 광기로 몰아넣는 거트루드(성여진), 햄릿이 사랑하는 오필리어(류원준), 충신이자 친구 호레이쇼(김유민) 등 같은 등장인물이지만 복수극 보다는 청춘의 기록에 집중한다.극은 클로디어스와 햄릿을 통해 국가 개발과 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기성세대와 그들이 다진 선진국 주역으로 살아가는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지고 심화된 부조리에 부서져 가는 젊은 세대의 간극을 부각시킨다. 더불어 선과 악의 명백한 경계도 없다. 연극 ‘햄릿’(사진제공=국립극단)햄릿과 갈등한다고 무조건 악인으로 그려지기 보다는 그들의 선택과 결단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인물들 저마다가 추구하는 명분과 사리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심리와 본성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편향된 진상조사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일면만을 부각시키며 반복되는 진상조사위원회, 그에 미쳐가는 젊은 세대 햄릿과 스스로가 계획한 음모에 파국을 맞는 클로디어스 등을 통해 혐오와 갈라치기로 얼룩진 ‘지금 대한민국’을 담는다. 극 중 연극배우의 대사처럼 “시대의 거울”로서 “예나 지금이나 본성을 거울에 비쳐 옳은 것은 옳은 대로, 어리석은 것은 어리석은 그대로 보여주면서 시대의 본질을 생생하게 나타내는 일”인 연극 ‘햄릿’은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세종예술의전당(8월 9일~10일), 대구 수성아트피아(8월 16일~17일) 등 전국투어에 나선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2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이시형 <이시형의 인생 수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 이시형 박사가 올해 아흔, 구순(九旬)을 맞아 전해주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의 이야기다. 90년 긴 인생 길에서 만난 잊지 못할 소중한 인연을 통해 전해 주는 알토란 같은 경험담이다.이시형 박사는 그 동안 백 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자신의 지나온 인생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 전쟁을 겪으면서도 든든한 세 친구와 의지하며 견뎌냈던 청소년기, 그리고 많은 인연으로 얽힌 미국 인턴 시절과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삶을 돌아본다.그러면서 그는 “결국은 사람, 관계가 인생”이라고 회고한다. 그래서 인생 후배들에게 꼭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할 키워드를 꼽아 인생 수업 9교시에 대한 짧은 가르침도 책 속에 넣었다. 심리상담사이자 문화심리학자인 박상미 교수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서는 90년의 연륜이 묻어나는 답으로, 힘들고 막막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한다.저자는 “행복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정말 별 것도 아닌, 정말로 하찮은 일에도 행복을 느낀다면서 ‘사은(謝恩)’ 즉, 은혜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만물에 의해 살려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그는 또 ‘실패한 인생’이라는 말을 쉽게 입에 담는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실패라는 말은 90세가 되거든 그때 하라”고 질타한다. 그 전에 겪는 수 많은 일들은 그저 인생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쉽게 실패를 입에 담지 말고, 모든 과정이 자신의 인생과 도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격려한다. 특히 “90년을 잘 살려면 그냥 되는 대로 살아선 안된다”며 인생 계획을 잘 짜보라고 권한다.저자는 “지금도 남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생활이 그의 소망이다. 그에게 있어 90세부터 100세 까지의 화두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꿈은 스스로 평생을 꿈꿔 온 ‘통합 의료원 원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그는 “젊을 때는 젊다는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지만, 나이가 들어 고령이 되면 나이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충고한다. “나이를, 연륜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충고한다. 일찍부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40세부터 준비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그것도, 학창 시절 공부하듯이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다고 강조한다.이 박사는 “멋진 사회인이 되려면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심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려면, 삶을 즐기면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부단히 도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그는 자신은 일 중독자라고 보는 일부의 시선을 부정한다. “굳이 말하자면 ‘쾌락주의자’”라며 “확실히 비관주의자는 아니다”라며 웃는다.미국 유학시절에 주변 친구들이 “You are killing yourself”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생 공부만 했던 사람이지만, 하기 싫은 공부를 악물고 한 것은 아니라고 회고한다.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일과 삶과 균형을 얘기하며 ‘워라벨’을 논하지만, 그 어느 경우라도 밤을 새워 고민하며 삶과의 투쟁, 갈등 끝에 겨우 해답을 얻어 풀어낸 순간의 기쁨만 한 것은 정말 없었다고 회고한다.그는 책 말미에 박상미 교수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부제는 ‘90년 인생을 살아보니’다. 여기서 그는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관계’에 관해 진솔하게 말한다. 그는 혼자서도 잘 지내고 고독을 잘 견디는 서양인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에서 자란 탓에 혼자 있기가 대단히 힘든 민족이라고 말한다.그런데 그렇게 같이 살려면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이 자기 자신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재주를 터득해야만 같이 살 수 있고, 그러려면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모든 인간은 타인이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최소한 세 명의 친구는 사귀어 놔야 한다고 강조한다.이 박사는 장수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욕심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욕심 많은 친구들은 오래 못살더라”라며 “지금까지 살아 있는 친구들의 공통점은 마음이 평화롭고 욕심 없이 산다는 것”이라고 전한다.배고플 때 무언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욕심이라고 말한다. 충분히 배가 부른데도 더 좋은, 더 맛있는 것을 먹어야겠다는 욕심이 사욕(私慾)을 발동하게 하고 결국 사람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한다.저자는 “인생은 길다”면서 “살다 보면 내리막길이 반드시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더 힘든 날도 있을 것이고, 누구나 인생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에 지금의 아픔을 그저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리막의 괴로움도 인생의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6-24 07:4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빙산에서 굶어 죽는 북극곰… 도시의 열섬에 갇힌 사람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2023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였다. 올해는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쉴 새 없이 화석연료를 태우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졌고 엘니뇨 현상까지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했다. 뜨거워 지는 바다도 한 몫 했다. 더위와 가뭄에 전쟁까지 겹쳐 전 세계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책은 참혹한 기후 재앙의 현장을 취재해 온 ‘기후저널리스트’가 현실과 미래에서 우리가 맞닥뜨릴 ‘폭염의 시대’를 조망한다. 폭주하는 더위가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지, 그 미래가 어떨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일러준다.폭염 살인|제프 구델|웅진지식하우스◇ 여름의 낭만은 끝났다‘기후위기의 피난처’ 대서양 북서부 연안도 이제는 ‘열돔’(heat dome) 현상에 포틀랜드의 경우 45.5℃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다. 저자는 “이제 여름의 낭만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는 1.2℃가 높아졌고, 21세기 말이면 3.3℃ 혹은 이상까지 우려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은 수천 년이라, 당장 배출을 멈춘다 해도 대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우리가 무슨 일을 해도 온난화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추가 진행을 막을 뿐이다. 저자는 “더위야말로 지구를 아비규환으로 몰아넣는 재앙”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인 더위는 사람과 동식물, 일자리와 부, 질병의 대이동을 부른다. 그 결과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지만 부자들도 한계가 있다. 저자는 “폭염이 더 강력하고 빈번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폭염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한다.◇ 걷잡을 수 없는 죽음의 연쇄반응인간은 몸을 데우고 식히는 기발한 방법들을 진화시켰고, 이것이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것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지구 온도는 계속 올라만 간다. 체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인간의 생리적 반응은 더 극적으로 진행된다. 체온이 40.3~41.1℃에 달하면 발작이 일어나고, 41.6℃를 넘으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근육이 망가진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도시 열섬’ 효과가 기후변화 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 40년 동안 도시 지역에서 더위가 초래하는 위험은 3배가 늘었고, 그런 위험에 노출된 사람만 17억 명에 이른다. 기후변화는 더위와 홍수, 인프라 마비, 철거민 문제 등 도시에 내재한 위험을 더욱 가속화한다. 저자는 “이제 도시가 누구를 위해 지속되어야 하는지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한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지난 10년간 과학자들이 추적한 4000종의 동물 중 생식과 먹이를 찾아 분포지가 바뀐 동물이 40~70%에 이른다. 육상 동물들은 10년마다 거의 20㎞를 이동하고, 해양생물은 이보다 4배가 빠르다. 저자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적응력’을 과도하게 믿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20~30년간 지구 온도가 1.5℃ 오르는 것과 한여름의 폭염으로 지금 당장 10~15℃ 오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더위를 피해 남동아시아에서 이주한 사람이 800만 명이 넘는다. 아프리카에서 2030년이면 7억 명이 고국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과 물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더위를 피해 도망갈 곳이 없다. 이민 자체도 이젠 ‘목숨을 건 도박’이 되고 있다. 미국 국경순찰청은 ‘오를로브스키’라는, 가장 무더운 지역의 경계만 느슨하게 함으로써 더위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폭주하는 더위… 인류 모두가 공범이다1984년 과학자 린다 먼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5℃ 오르면 35℃ 폭염이 5일간 지속될 확률이 3배나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1988년에는 ‘기후과학의 대부’ 제임스 핸슨이 지구 온도 상승의 가장 명백한 징후로 ‘폭염’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북극의 온난화가 4배나 빠르게 진행되면서 극지방과 열대지방 사이에 ‘기온 경사’가 나타나 제트기류를 변형시키는 것이 폭염의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저자는 그러면서 이런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는다. ‘누가 화석연료를 태우고 폭염을 일으켜 사람을 죽게 했는가’ 하는 질문은, 사람을 죽인 그 총의 방아쇠를 실제로 당긴 것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엑슨 모빌 같은 기업이 극단적인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에게 법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식량 공황이 불러올 참혹한 미래우크라이나 사태로 밀 공급 등이 차단되면서 전 세계는 ‘식품 공황’에 빠졌다, 이미 2019년 이후 3억 4500만 명이 식량 불안전에 맞닥뜨려 있으며, 2022년에는 45개국에서 5000만 명이 기근 직전에서 근근이 생을 이어가고 있다. 2050년 거의 100억 명에 이를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인도의 거의 2배에 맞먹는 숲과 초원, 습지가 새로운 농지로 개간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옥수수는 7%, 밀은 6%, 쌀은 3%씩 수확량이 줄어든다. 옥수수 생산이 줄면 수 많은 식료품에 고기 값도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다. 2010년 ‘아랍의 봄’처럼 물가 상승이 정치화할 수도 있다. 변형작물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지만, 거대 종자회사들의 독점이 식량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자는 “날이 더워지면 사실상 끝”이라고 말한다.◇ 바다의 사막화,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물이 뜨거워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몰살하고 크릴 같은 작은 유기체들도 굶어 죽어 바다 전체의 먹이사슬이 교란된다. 그런데 바다가 너무 빠른 속도로 데워지고 있다. 표면에서 1.6㎞ 정도의 물이 데워지는 속도가 1960년대 이후 2배로 늘었다. 2022년까지 4년 연속 바다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바다에 더해지는 열의 양은 전 세계인이 밤낮으로 100대의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앞으로 25년에 걸쳐 바다는 전례 없는 상태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바다 속에 산불이 난 것과 같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해양 폭염은 수많은 생물체가 더 차가운 물을 찾아 떠나게 만든다. 이런 이주는 수중 생태계는 물론 어업인의 삶까지 급격히 변화시킨다. 2100년에는 어획량이 절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한 번 사라진 산호초를 다시 보려면 최소 1만 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에어컨의 안락함에 중독된 세계KBS저자는 우리가 폭염을 피하려 에어컨에 과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에어컨은 절대 냉방 기술이 아니다. 단순히 열기의 위치를 바꿔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에어컨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온실가스 오염에서 에어컨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더 많이 가동할수록 전기가 더 필요해 화석연료를 더 태워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1인용 에어컨만 10억 대가 넘는다. 에어컨 의존도가 심해질수록 절전과 정전의 위험도 갈수록 커진다. 저자는 “20세기 후반 삶이 풍족해진 사람들이 안락함에 목을 매게 되면서, 자신들의 안락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종 혹은 주변 세상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의 행동 강령저자는 “도시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극단적인 더위 속에서도 살 수 있도록, 도시 개조 프로젝트가 당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더 많은 녹지대와 나무, 물과 그늘, 그리고 열을 더 잘 인지하는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어진 건물과 도시공간을 재배치할 해법도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시내 건물의 80%가 함석지붕으로 덮힌 ‘뜨거운 도시’ 파리의 새로운 시도를 소개한다.‘파리는 파리이기 때문에 변할 수 없다’는 파리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작업은 2014년 이달고 시장 취임 이후 시작되었다. 그는 센 강 옆 도로 3.2㎞를 폐쇄하고 도로가 있던 강기슭에 공원을 조성했다. 400㎞가 넘는 자전거 도로를 깔았다. 극단적인 더위에 맞춰 파리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파리에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다. 통째로 구워질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 폭염 시대의 윤리2018년 북극의 배핀 섬에서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 동영상이 급속히 퍼졌다. 저자는 국제북극곰협회 수석과학자 스티븐 암스트럽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북극곰이 보내는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으면 그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북극이 온난화되면 영구동토층에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방출되어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오래 전의 바이러스와 병원체로 인해 전 지구적인 펜데믹에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태양광 지구공학 기술 등을 이용해 치열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당장은 전 세계의 산업화한 국가들이 여전히 매년 36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쏟아내고 있다. 인류는 곧 녹아 없어질 지구 끝에서 위험천만한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어디를 향해 가든, 우리는 지금 다 같이 하나의 여정에 올라 있다”며 함께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6-22 07:00 조진래 기자

[DIMF2024+B그라운드] 2024 딤프 개막작 ‘홀리데이’…마돈나 히트곡들에 실린 여자들의 우정

2024 딤프의 개막작인 ‘홀리데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창작진과 배우들. 왼쪽부터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나단 기셰 연출, 루이즈 역의 줄리엣 베하르, 베로니카 파니 델레이그, 수잔 마를렌 샤프, 니키 하모니 디봉그 베리(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축제에서 강조하는 슬로건은 정서적인 면에서 ‘굉장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홀리데이’처럼 ‘추억이 있는’입니다. 한국 뮤지컬의 트렌드를 못따라간다고 할 수도 있지만 뮤지컬로 행복한 도시를 강조하고 있죠. 이번 축제에서 뮤지컬로 가족이나 연인이 행복한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21일 개막을 앞두고 대구 북구 소재의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기자들을 만난 배성혁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6월 21~7월 8일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 집행위원장은 ‘따뜻함’과 ‘행복’을 강조했다.2024 딤프의 개막작인 ‘홀리데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왼쪽)과 나단 기셰 연출(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로 행복한 도시를 꿈꾸는 딤프의 문은 프랑스 뮤지컬 ‘홀리데이’(Holiday, 6월 21~23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연다. 팝스타 마돈나(Madonna)의 히트곡 19곡을 넘버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기업의 상속녀인 프랑스계 미국인 루이스(줄리엣 베하르 Juliette Behar)가 14년 간 만나지 못한 세 친구 베로니카(파니 델레이그 Fanny Deleigue), 수잔(마를렌 샤프 Marlene Schaff), 니키(하모니 디봉그 레비 Harmony Dibonguq-levy)를 어린시절 방학이면 모여들었던 추억의 장소로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 초연 후 북유럽 및 라스베이거스 투어 중이던 ‘홀리데이’는 딤프를 위해 일정까지 조율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나단 기셰(Nathan Guicher) 연출 및 작가는 “한국에 대해, 특히 K팝 팬인 제 딸에게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듣고 있던 중 한국에 공연할 기회가 생겨 기꺼이 투어 일정을 조율했다”며 “듣던 대로 한국의 좋은 점들을 직접 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에디트 피아프(Edith Piaf)라든지 위대한 가수들이 많은데 왜 마돈나냐”는 질문에는 “워낙 마돈나의 빅팬이기도 한데다 에디트 피아프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 관한 뮤지컬은 이미 있지만 마돈나는 처음이어서 선택했다”고 털어놓았다.이번 ‘홀리데이’는 프랑스 버전과는 달리 규모를 키우고 영어로 대사와 노래를 하는 등 변화를 맞는다. 이 변화에 대해 배성혁 위원장은 “어린 아이가 나오는데 미성년자의 해외 공연 절차가 까다로워 함께 하지 못하고 영상으로 표현한다”며 “한국에 올 때는 댄스를 보강하고 영상으로만 출연하던 남자 캐릭터들을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다”고 설명했다.나단 기셰 연출은 “이 작품을 전세계에 알리고 보다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영어 버전으로 재제작했다”며 “루이스 역의 줄리엣 베하르와 베로니카 파니 델레이그는 미국계 프랑스인으로 캐스팅했고 니키와 수잔 역의 하모니 디봉그 레비와 마를렌 샤프는 (영어로 공연해야하는) 딤프를 위해 새로 캐스팅한 배우들”이라고 전했다.2024 딤프의 개막작인 ‘홀리데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 왼쪽부터 루이스 역의 줄리엣 베하르, 베로니카 파니 델레이그, 수잔 마를렌 샤프, 니키 하모니 디봉그 베리(사진=허미선 기자)루이스 역의 줄리엣 베하르는 “방학 때마다 모이는 여자들의 우정을 좀 중시하고 싶어서 제목도 ‘홀리데이’라고 지정했다”며 “마돈나 특유의 스타일을 좀 더 잘 표현해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여자들의 우정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베로니카 역의 파니 델레이그는 “마돈나의 히트곡이 한 두 곡이 아니지만 가사를 다르게 함으로써 다른 느낌을 내고 전달할 수 있었서 영광”이라고 한국 무대에 서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수잔 역의 하모니 디봉그 레비는 “마돈나는 화려한 옷들과 소품 등 팝의 여왕으로서의 면모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굉장히 인간적이고 파워풀한 여성으로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그 모든 것이 진정한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수잔 역을 연기하면서 저 스스로도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고 있죠.”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21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디스트릭트 ‘리사운드: 울림, 그 너머’…‘오션’부터 ‘플로’까지

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들어서자마자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펼쳐진다. 코엑스 전광판을 물들이며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던 ‘웨이브’(Wave),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선보인 ‘워터폴엔와이씨’(Waterfall-NYC) 등의 디스트릭트(D’strict)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야외와의 단절, 어어부프로젝트의 베이시스트 장영규 음악감독이 디자인한 사운드의 거대한 울림, 어쩌면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처럼 보이기도 하는 ‘오션’(Ocean). 창립 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의 아트 프로젝트 ‘리사운드: 울림, 그 너머’(reSound, 6월 21~8월 25일까지 문화역서울284)는 그렇게 시작한다.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중 ‘Ocean’(사진=허미선 기자)직관적으로 디스트릭트를 떠올리게 하는 중앙홀의 ‘오션’으로 시작한 ‘리사운드: 울림, 그 너머’는 극장으로 꾸린 2층에서 상영되는 디스트릭트의 대표작 ‘플로’(Flow)로 마무리된다. ‘플로’는 올해 초 런던 아우터넷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미술사의 흐름을 담은 초현실적 메가 아트 퍼포먼스다. 한국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플로’는 호주 출신의 작곡가 트라스탄 바튼이 함께 했다. 전시는 ‘오션’과 ‘플로’를 비롯해 ‘이매진드 월드’(Imagined Worlds), ‘에코’(Echo), ‘카타르시스’(Catharsis), ‘택타일 오케스트라’(Tactile Orchestra), ‘시티드 카탈로그 오브 필링스’(Seated Catalog of Feelings), ‘플로팅 마인드’(Floating Mind) 등 총 8개 옵션으로 구성된다.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중 ‘FLOW’(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전시의 특징은 소리를 모티프로 한 다양한 예술적 변주 그리고 관람객들의 참여와 체험이다. 독일 베를린의 공간음향 아티스트 모놈(MONOM) 신작 ‘이매진드 월드’는 아예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청각적 요소로만 구성한 작품이다. ‘그냥 있는 세계는 없다’는 전제 하에 존재하는, 스토리텔링된 세계들을 담은 작품으로 48채널의 사운드 시스템이 구현하는 전방향 4D 사운드 울림 속에서 거대한 거울에 비쳐 보이는 스스로와 공명하는 시간을 선사하는 공간이다.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중 힐링공간인 ‘Floating Mind’(사진=허미선 기자)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의 ‘커넥트, BTS’에도 참여했던 덴마크 출신의 아티스트 야콥 쿠즈크 스틴센(Jakob Kudsk Steensen)이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카타르시스’는 원시림을 곤충 시점으로 조망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오랜 리서치 결과를 기반으로 탄생시킨, 한번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새로운 자연을 만날 수 있다.‘에코’는 미국의 MIT, 영국 브리스톨대, 꼴 스튜디오, 뉴미디어 아티스트 콜렉티브 oOps.50656 협업으로 완성된 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로 블랙홀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키네틱 사운드 작품이다. 블랙홀에서의 거대 중력 왜곡 현상, 광자 관점에서의 도플러 효과, 시공간이 왜곡된 상대성 이론 등 물리학적 이론이 시각적으로, 사운드로 구현된다. 네덜란드 필립스튜디오의 ‘택타일 오케스트라’는 혼자서 혹은 지인들과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이다. 검은 털로 뒤덮인 벽을 쓰다듬거나 만지면 촉각에 반응하는 다양한 선율들이 저마다의 음악을 만들어낸다.미국 보스턴에서 활동 중인 쏘쏘(SOSO)의 ‘시티드 카탈로그 오브 필링’은 새벽 6시에 줄넘기하는 윗층 이웃, 강아지 똥 밟기, 코끼리를 타고 정글 탐험하기, 스카이콩콩, 뚜러뻥, 진공청소기 속 10원짜리 동전,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등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상황의 소리들을 헤드폰을 통해 듣고 그 진동에 따른 비주얼로도 볼 수 있는 멀티센서리 작품이다.분주하고 노고의 연속인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할 수 있는 ‘플로팅 마인드’도 마련된다. 섬유작가 인영혜와 ASMR 크리에이터 미니유의 협업 프로젝트로 느긋하게 쿠션에 기대 앉아 헤드폰 너머의 소리들로 위안받을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6-21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아트페어 아닌 축제” 선언한 어반브레이크 장원철 대표 “재미없고 지루한 거 말고!”

아트페어에서 축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어반브레이크 장원철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저는 예술가가 아니에요. 창작자들, 예술가들의 조력자이자 서포터죠. 예술은 내가 가진 재능을, 철학을 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 예술이 우리의 삶을 좀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죠. 그래서 예술이 소수만을 위한 영역이 아니면 좋겠어요.”5회를 맞아 “아트페어 아닌 페스티벌”을 선언한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7월 11~14일 코에스 B홀) 장원철 대표의 예술론은 이랬다.“그 소수들을 바라보고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저는 없어요. 그 소수가 아닌 그 외 대중들을 바라보고 가고 있습니다. 그린, 평등, 테크 ‘어반브레이크’의 세 가지 메시지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즐길 수 있게,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곳을 향해 가고 있죠.”어반브레이크 포스터(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 사무국)◇어반브레이크의 정체성 “We will not make it anymore boring”애초부터 어반브레이크는 갤러리 중심, 그들이 꾸린 부스비나 판매로 운영되는 행사가 아니었다. 부스비를 받지 않았고 갤러리 선정에도 꽤 오랜 시간, 수차례에 걸친 면접 등 세심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이제 5년이 됐으니 정체성을 더 명확하게 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초에도 갤러리 중심의 페어가 아니었지만 시대는 계속, 빠르게 바뀌고 있으니까요. 이번에 아예 선언을 하고 싶었어요. 아트페어가 아니라 오감만족 페스티벌이라고. 그런 계획을 세우면서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콤플렉스콘 홍콩(ComplexCon Hong Kong)엘 다녀왔어요.”2016년 미국에서 처음 론칭한 콤플렉스콘은 패션, 예술, 음악, 문화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융합축제다. 패션브랜드, 예술가들, 뮤지션, 스트리트 컬처 등을 한데로 모으는 축제로 올해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콤플렉스콘 홍콩에서는 블랙핑크와 무라카미 다카시가 협업한 한정판 캡슐 컬렉션 ‘인 유어 에어리어’(In Your Area)를 최초 공개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거기서 제가 오래 전부터 만날 얘기하던 ‘I will not make it anymore boring’이라는 문구를 봤어요. 제 예술 철학이자 어반브레이크의 지향점이었죠. 재미없고 지루한 거 말고! 소수의 컬렉터를 위한 시장 아닌 다수가 즐길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축제요.”◇축제로의 첫발, 키워드는 ‘협업’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일 존원(왼족)과 홍이삭(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 사무국)그렇게 어반브레이크는 아트페어가 아닌 축제로의 대대적인 변신을 단행했다. 그 변신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시각예술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프랑스 최고 권위의 명예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Jonone)과 홍이삭, 한국의 스트리트 댄스 아티스트 리아킴과 오와칠호(OWA-7HO), 조지 오웰(George Orwell)과 사진작가 안준, 김정기 뮤지엄, 비보이들의 패션브랜드 애즈아이원트(ASIWANT), 서그클럽(Thug Club), 메타간지(Meta Ganji) 등 협업 아티스트 및 브랜드들도 대단하다.세계적인 아티스트 존원은 홍이삭의 음악에 맞춰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이며 공연 후에는 두 아티스트의 대담도 마련된다. 왜 홍이삭이냐는 질문에 장 대표는 “정말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공연을 위해 끼워맞춘 듯 만든 게 아닌, 진짜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이기를 바랐어요. 존원은 이 분야의 레전드예요. 강렬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죠. 반면 홍이삭은 잔잔하고 나른해요. 완전 반대되는 아티스트들의 조화가 너무 궁금하고 설렜죠.”사진작가 안준은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등 대표작을 AI로 풀어낸다(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 사무국)특히 존원은 7월 신안에 조성될 그래피티 예술섬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리아킴은 공연에서 착용했던 안무복들을 오와칠호와 협업해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고 그 협업 과정을 영상으로, 퍼포먼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등을 안준 작가가 AI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전시로 풀어내는 문학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선보인다.어반브레이크 2024와 협업하는 존원, 덜크, 코테 에스크리바, Vance, 니콜라스 블레이크, Deekay(본명 권동욱), Janine Daddo, 사이크롬, 제이슨 킴(Jason Keam), 예카 하스키, 민정(Minjeong), 테오도루, 필독(Feeldog), 집시(Zipsy), 레지나 킴(Regina Kim), 지화(Jiwha) 등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은 직접 관람객들을 만나는 ‘미트그리트’(Meet Greet) 무대에 오른다.“새로운 이런 시도들을 계속 할 겁니다. 소설과의 결합이 괜찮다 싶으면 다양한 장르, 예술은 물론 틀들을 활용하고자 합니다. 누가 아티스트인지, 그 아티스트의 영역이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지속가능한 예술을 위한 URBK랩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ESG 아트 프로젝트 ‘아트 포 투모로우, 댄스 위드 애니멀스’ 등을 진행할 스페인 아티스트 덜크(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 사무국)“안준 작가를 비롯해 내셔널지오그래픽스의 글로벌 앰버서더이자 세계적인 아티스트 덜크(Dulk)와 2011년생 니콜라스 블레이크(Nicholas Blake), 송인호, 레지나 킴, 비엔나에서 활동 중인 서예지 등도 저희 랩과 계약돼 있어요.”안준은 어반브레이크가 새롭게 출범시킨 에이전시 URBK랩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랩에 대해 장 대표는 “우리와 결이 맞고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아티스트들을 위한 에이전시”라며 “지속가능한 미래, 지구를 위한 활동과 다양한 시도가 필수 계약조건”이라고 털어놓았다.“전속 갤러리 개념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IP 활용, 이를 통한 새로운 창작 등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옭아매기 보다는 그들이 하고 싶은 전시며 여타의 한국활동을 자유롭게 병행하면서 전혀 새로운 영역의 콜라보레이션이나 창작 활동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IP를 확대하고 해외로 나가는 게 목표죠.”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김정기 뮤지엄과의 콜라보레이션 전도 마련된다(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 사무국)세계적인 라이브 아티스트 김정기 뮤지엄과의 공동기획 프로젝트도 축제 기간 중 진행된다. 김정기는 글로벌 신에 ‘라이브 드로잉’이라는 장르를 창출한 작가로 손꼽힌다. BTS(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마블, 블리자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LOL 등과의 협업으로 잘 알려졌고 2022년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낸 글로벌 아티스트다. 이번 어반브레이크에서는 그를 기리며 국내외 5명의 작가가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그의 유작 ‘눈불토끼’를 모티프로 한 아이템도 출시한다.◇어반브레이크만의 특별전 ‘베어브릭 컬렉션’ ‘팝 컬처 스퀘어’ ‘쿨레인과 프렌즈’ 국내외 유명 팝 아티스트들의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일 ‘팝 컬처 스퀘어’(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 사무국)더불어 ‘베어브릭 컬렉션’(BE@RBRICK Collectiong), ‘팝 컬처 스퀘어’(Pop Culture Square), ‘쿨레인과 프렌즈’ 등 어반브레이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특별전들도 마련된다. ‘베어브릭 컬렉션’은 레어템과 3000여종 이상의 스페셜 컬렉션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 전시로 다양한 아티스트, 브랜드, 애니메이션, 영화, 아티스트 등과 협업한 베어브릭을 테마별로 만날 수 있다. ‘팝 컬처 스퀘어’에서는 코테 에스크리바(Cote Escriva), 오지 슬릭(OG Slick), 사이크롬(Psychrome, 본명 이안볼), 예카 하스키(Yeka Haski), Nychos, Dave Persue, Tristan Eaton, 테오도루(Theodoru), NAU 등 국내외 유명 팝 아티스트들의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인다.PSG, Pharrell Williams, BTS 등의 피규어를 작업한 유명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Coolrain)은 데뷔 20주년을 맞아 그의 친구들과 함께 꾸리는 ‘쿨레인과 프렌즈’도 특별함을 더한다.◇기업과 손잡는 EGS 아트프로젝트, 지속가능한 예술을 위해 축제 기간 중 2.5미터 조형물로 만들어져 라이브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일 작품의 원화(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 사무국)“저는 덜크와 그의 작품세계, 철학에 완전히 빠져있어요. 자연생태계를 소재로 직접 사진을 찍어 작품으로 승화하는 스페인 작가죠. 이번에 원화 3점과 완판된 프린트의 ‘아티스트 프루프 에디션’(Artist Proof Edition) 7작품, 각 2점씩이 공개됩니다.”이와 더불어 덜크는 축제현장에서 2.5미터 조형물에 라이브페인팅 퍼포먼스를 펼친다. 덜크를 중심으로 5년여 동안 꾸준히 진행했던 ESG 아트 프로젝트 ‘아트 포 투모로우, 댄스 위드 애니멀스’(Art for Tomorrow, Dance With Animals)도 어김없이 돌아온다.올해는 덜크와 지난해에도 함께 했던 니콜라스 블레이크 그리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영재 마리아, 소피아와 한국의 조슈아가 함께 한다. 마리아와 소피아, 조슈아는 멸종 위기의 동물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마리아와 소피아가 직접 옵니다. 전쟁 중이라 폴란드를 경유하는 힘든 여정이지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전쟁은 결국 파괴라는 사실이요. 더불어 고려아연과 함께 그들이 졸업할 때까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브랜드와 다양한 기업이 함께 하는 ‘아트 포 투모로우’가 지속가능한 예술을 위한 예시가 되면 좋겠어요. 그레타 툰베리를 만난 것부터 시작해 앞으로 ‘아트 포 투모로우’를 중요한 가치를 지닌 콘텐츠로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이어 장 대표는 “롯데호텔이 해운대점17을 오픈하는데 재작년에 어반브레이크에서 만들었던 친환경 이미지들을 객실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중요한 건 예술의 지속가능성이에요.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고 창작이거든요. 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어려워요. 산고의 고통 속에서 창작작업 중이지만 예술가들이 버텨내기엔 너무 힘든 환경이죠. 그냥 버티라고 하기에도 미안할 정도인데다 너무 외로운 여정이에요. 그런 예술가들의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그들의 힘든 예술 여정을 조금이나마 단축시켜줄 수 있기를 바라요.”아트페어에서 축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어반브레이크 장원철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첫해부터 가능성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나이, 경력, 국적, 학력 등 그 어떤 제한도 두지 않는 ‘오픈콜’ 역시 지속가능한 예술을 위한 일환이다. 5년 동안 200여명 작가를 발굴해 선보인 오픈콜의 경쟁률은 매년 상승 중이고 급기야 올해는 그 지원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37명의 오픈콜 작가들도 눈여겨볼 만하다.“기준은 단 하나, 작가들의 작업을 관람객들이 가장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획이었어요. 김태기라는 작가는 일본레슬링협회에서 레슬링 링을 협찬받아왔어요. 다양한 논의 끝에 링 주변으로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죠. 철로 조형물을 만드는 김동영이라는 작가는 철제의자 네 개를 누구나 앉을 수 있게 현장에 배치해 공공예술로 풀어냈어요.”장 대표는 “올해 어반브레이크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한테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전화가 온다”며 “많은 고민과 어려움,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고 털어놓았다.아트페어에서 축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어반브레이크 장원철 대표(사진=이철준 기자)“그런 과정들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면 좋겠어요. 예술가들이 좀 덜 힘들고 외롭기를, 좀더 많은 사람들의 예술이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게 예술을 통해서 구현되기를, 그 구현에 어반브레이크가 그리고 제가 아주 작은 기여나마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내년 즈음엔 해외로! 언젠간 꼭 ‘김창완 오마주’ “내년이든 언제든 김창완 선생님과 젊은 아티스들이 협업하는 작업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의 음악과 철학을 시각예술로, AI로 풀어내 앨범의 모든 곡들의 자켓 만들기를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오마주 전도 해보면 어떨까 싶고…계속 시도해 꼭 해보고 싶어요.”김창완과의 협업을 꿈꾸며 꾸준히 제안 중이라는 장 대표는 “예술과 K뮤지션의 콜라보레이션을 꾸준히 시도하고 진행할 것”이라며 “이 축제가 4일짜리로 안끝나게 해야 한다. 상설전시로 풀거나 이번에 선보일 아트샵(가칭)을 어반브레이크의 테스트 베드 브랜드로 만들고자 한다”고 털어놓았다.10월에는 지난해 론칭을 발표했던 스니커콘 한국을 준비 중이다. 한정판 스니커를 전시, 판매는 물론 관련 문화들까지를 총망라하는 박람회로 2009년 뉴욕에서 첫 선을 보였다. 뉴욕을 비롯해 필라델피아, 런던, 상하이, 후쿠오카 등 30여곳 이상의 주요도시에서 진행되며 연간 30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스니커콘 기간에 맞춰 “서울시와 함께 하는 대대적인 이벤트도 논의 중”이라는 귀띔이다.“올해 축제를 비롯해 내년 축제 그리고 해외진출에 대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어요. 올해 축제가 끝나는 대로 자카르타, 싱가포르, 비엔나 등으로 나가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죠.”◇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로 의미있는 ‘존버’span style="font-weight: normal;"아트페어에서 축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어반브레이크 장원철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아직 한달 남았는데 이미 지난해 입장객 예매 수를 넘어섰어요.”축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프로그램을 선보인 날부터 어반브레이크 예매창은 그야말로 폭발했다.“2년 전쯤 그만둬야 하나 진짜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여전히 예술은 극소수를 위한 영역이거든요. 내가 너무 주제 넘는 짓을 하나 보다 싶었죠. 그럼에도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분명한 가치가 있다고 의지를 다졌어요. 그렇게 ‘존버’(존나 버티기의 줄임말, 끈질기게 버틴다는 의미를 가진 조어)했죠.”이어 장 대표는 “전세계 창의적인 아티스트들이 요맘 대면 어반브레이크 가야지, 가서 같이 놀아야지 할 수 있는 유니크한 아트 페스티벌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지속가능한 경제적 요소와 창작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며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IP들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어반브레이크가 전세계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아티스트들의 페스티벌이자 플랫폼으로 자리 자리매김하기를 바라요. 그렇게 전 나이가 들어도 청바지에 백팩 하나를 매고 돌아다니며 젊은 아티스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크리에이티브를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내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는 그런 존재로 살고 싶습니다.”최선을 다해 변신을 준비 중이지만 그는 “여전히 제 마음에는 안찬다”며 “만족도는 60% 정도”라고 전했다. 그리곤 “내년은 올해보다 더 혁신적으로 바꿀 거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진화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도가 있어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잖아요. ‘어반브레이크’가 처음 한다고 했을 때도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그런데 매년 5만명이 다녀가는 행사로 자리잡았어요. 말 그대로 ‘존버’죠. 아직 한달이 남았는데 이미 지난해 입장객 예매 수를 넘어섰어요. 이 정도면 의미있는 존버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2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유명작, 대작 보다는 알토란! 열여덟 딤프의 도발 “파격 할인, 공짜 뮤지컬, 이래도 안보실 거예요?”

제18회 개막작 ‘홀리데이’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사무국)“이번 딤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아요. 굉장한 오리지널 배우들이 오거나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작품들은 없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알 수 있는 7개국의 작품들 25편이 공연됩니다. 개막작인 프랑스 뮤지컬 ‘홀리데이’(Holiday)는 처음 해외에서 공연되는데다 불어가 아닌 영어 버전이죠. 일본에서 한창 유행 중인 2.5차원 뮤지컬을 영상화한 ‘진격의 거인’도 선보입니다.”열여덟이 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6월 21~7월 8일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올해의 행사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제18회 딤프 공동 폐막작인 미국의 ‘싱잉 인 더 레인’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사무국)유명작이나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보다는 국제 뮤지컬 트렌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작품 발굴, 인재 및 작품 개발을 위한 창작지원 등을 위해 시작한 축제의 초심에 집중한 프로그램으로 배 위원장은 “이제 10년차를 맞은 뮤지컬 스타도, 창작지원작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귀띔했다. 2006년 프리(Pre) 축제로 시작해 18년 간 21개국 361개 작품으로 240여만여명의 관객을 만난 올해 딤프에서는 역대 최다인 25편(공식초청작 9개, 창작지원작 6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9개, 특별공연 1개)의 뮤지컬이 85회에 걸쳐 공연된다.개막작인 ‘홀리데이’는 팝스타 마돈나의 히트곡 19곡들로 넘버를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작년 가을 프랑스에서 첫 선을 보인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마돈나 음악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어가 아닌 영어 버전으로 공연된다.제18회 딤프 공동 폐막작인 중국 ‘비천’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사무국)폐막작은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바탕으로 무대화한 미국의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과 홀로 귀중한 벽화를 지켜낸 수호자의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시 중국의 ‘비천’(飛天)이다. ‘비천’은 70여명이 무대 안팎에서 활약하는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적극적인 참가 의지를 밝혀 극적으로 초청무대를 꾸린 작품이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첫선을 보이는 네덜란드 뮤지컬 ‘슬랩스틱-스케르조’(Slapstick Scherzo), 영국 웨스트엔드의 1인극 ‘더 라이온’(The Lion), 일본에서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이슈몰이 중인 2.5차원 뮤지컬 ‘진격의 거인-더 뮤지컬’이 CGV에서 단독 상영된다.제18회 딤프에서 영상으로 선보일 일본의 2.5차원 뮤지컬 ‘진격의 거인’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사무국)더불어 ‘투란도트’ 이래 11년만에 딤프가 직접 제작한 ‘애프터 라이프’(After Life), 지난해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왕자대전’ 그리고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무대에 오르는 특별공연 ‘드리머스’(Dreamers), 딤프와 대구시립극단이 공동 제작한 ‘미싱링크,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Missing Link) 그리고 역대 최고 작품이 지원한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된 ‘민들레 피리’ ‘반야귀담’ ‘사운드 뮤지컬 모글리’ ‘페이지나’ ‘시지프스’ 이미지너리‘ 등도 만날 수 있다. 성재준 연출과 박현숙 작곡가가 의기투합한 ‘애프터 라이프’는 평화롭지만 누군가에겐 답답한 감옥과도 같은 사후세계인 파라다이스 빌리지를 배경으로 한다.‘미싱링크, 어느 사기꾼 이야기’는 오랑우탄의 머리뼈를 인류 조상의 화석이라고 속인 희대의 학술 사기 ‘필트다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프랑켄슈타인’ ‘벤허’ ‘비밀의 화원’ ‘삼총사’ ‘잭더리퍼’ 등의 이성준 음악감독이 함께 하며 제1회 DIMF 뮤지컬스타 대상 수상자인 조환지가 타이틀롤인 존 허스트를 연기한다. 올해부터 문화체육부장관상으로 격상된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사진은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청강문화산업대학 공연 장면(사진제공=딤프사무국)문화체육부장관상으로 격상된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순천향대학교의 ‘브로드웨이 42번가’, 경성대학교 ‘헤어스프레이’, 단국대학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악대학교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청운대학교 ‘형제는 용감했다’, 백석대학교 ‘록시’(Roxie), 상해시각예술대학교 ‘버터블라이’, 대구과학대학교 ‘내 마음의 풍금’, 계맹대학교 ‘눈이 지고 피는 꽃’ 등 9편이 공연된다. 이번 딤프의 키워드는 ‘가족’ 그리고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공연문화 향유가 쉽지 않은 시대를 고려한 ‘파격적인 할인’이다. 개막작 ‘홀리데이’는 4인 가족 9만원대, 공동폐막작인 ‘비천’은 4인 가족 VIP티켓이 7만원 선이다.올해로 18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사진제공=딤프사무국)올해로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벤트 티켓 ‘만원의 행복’도 어김없이 돌아온다. 대구지역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위한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중 하나인 리딩공연 ‘꿈을 헤매는 미아’ ‘애기나리의 모험’ ‘화림’ ‘흑치마’ ‘히든러브’ 5개 작품 역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리지는 감동의 ‘드리머스’, 지난해 우승팀이 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하거나 지원도 못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의 9개 작품은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래도 안보실 거예요?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할인율을 높이고 무료 공연도 늘렸습니다. 이래도 안보실래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19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덴버미술관장 “다양성, 연결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展의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덴버미술관장(사진=허미선 기자)“서로 굉장히 적대적이고 정치권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긴장과 갈등과 불신이 고조되는 그런 사회죠. 그런 지금 시대에 우리가 배워야 되는 건 다른 사람과 문화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Christoph Heinrich) 덴버미술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기획한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Cultures and Histories of Indigenous People in North America,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의 기획의도를 이렇게 밝혔다.‘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전시명인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인디언’이라는 용어가 1492년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을 인도로 착각해 만들어진 데서 기인한다. 이에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을 떠오르게 하는 단편적인 ‘인디언’이 아닌, 북쪽 알래스카부터 남쪽 뉴멕시코에 이르는 570여개 부족 원주민들의 다채로운 문화와 세계관을 아우른다. “이미 없거나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고 여전히 살아 숨쉬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수집한” 컬렉션에 담긴, 서로 달랐지만 관계와 연결, 조화롭고 균형있게 더불어 사는 삶을 중시했던 원주민들의 세계관은 반목과 갈등, 전쟁 등이 난무하는 지금에 가장 필요한 삶의 태도일지도 모른다.“그런 의미에서 원주민들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다양성, 연결,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품을 보든 신뢰와 의미 있는 깊은 메시지들을 전달하거든요.”‘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展의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덴버미술관장(사진=허미선 기자)2010년부터 덴버미술관장직을 수행 중인 그는 오스트리아 빈대학교(Universitat Wien)에서 미술사, 독일문학, 연극을 공부하고 독일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Ludwig-Maximilian-Universitat)에서 미술사 석·박사를 수료했다. 독일 함부르크미술관(Hamburg Kunsthalle), 게겐바르트(Gegenwart) 미술관을 거쳐 2007년부터 덴버미술관(Denver Art Museum) 근현대미술 큐레이터로 일한 근현대미술 전문가다. ‘Wyeth: Andrew and Jamie in the Studio’ ‘Brilliant: 20세기 카르티에’ ‘반고흐가 되다’ ‘입생로랑 회고전’ 등 덴버미술관에서만 50개 이상의 전시를 기획한 전시전문가이자 현대 공공 조각부터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프란시스 베이컨, 앤디 워홀, 다니엘 리히터 등 19-20세기 화가에 대한 책들을 발간한 저술가이기도 하다.‘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지난해 12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45여점으로 꾸려 덴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 전시회에 이은 두 관의 두 번째 협력전시로 덴버미술관 소장품 151점을 선보인다. 다양한 국가의 작품들 7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덴버미술관에서 가장 오래되고 잘 알려진 컬렉션이 1만8000여점에 이르는 북미지역 원주민 예술품이다. 내년 100주년을 맞는 이 컬렉션 중 북미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을 보여주는 151점을 엄선했다.이를 통해 “원주민 예술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오랜 시간 동안 원주민 예술가들이 예술의 역사에 기여해온 바를 조명하는” 전시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전시는 다양한 북미 원주민 부족의 문화, 공예를 중심으로 그들의 세계관을 선보이는 ‘하늘과 땅에 감사한 사람들: 상상을 뛰어넘는 문화적 다양성’과 이주민들 유입 후 원주민들이 겪는 변화와 갈등 등을 담은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한 사람들: 갈등과 위기를 넘어 이어온 힘’으로 구성된다. 덴버미술관의 같은 구성의 상설전이 1층과 7층에 나뉘어 진행 중이라면 한국의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물흐르듯 이어져 원주민들의 다채로운 문화와 그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비교·관람할 수 있다.사슴 가죽으로 만든 요람과 모카신, 인디언 티피 텐트, 지아족·주니족·산일데폰소족 등의 그릇, 나바호족의 직물,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의 깃털 바구니, 조각들과 사냥도구들, 담뱃대, 카약, 알래스카 원주민의 외투, 갑옷, 하나가 되는 의식에 쓰인 범고래탈과 까마귀 탈, 바크와스 탈, 호피족의 수호신 조각상 카치나(코샤레, 하하이우티, 시토토 등) 등 일상용품이지만 그들의 정체성과 철학이 깃든 상징물이기도 한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다.‘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나란히 걸린 앤디 워홀이 그린 원주민 운동가 러셀 민스의 초상화와 루이세뇨 족 원주민 작가 프리츠 숄더의 ‘소총을 들고 앉아 있는 인디언’을 비롯해 그들의 문화와 세계관을 담거나 조작 혹은 왜곡한 존 모이어스, 조지프 H. 샤프, 리처드 탤런트, 어니스트 마틴 헤닝스, 에드워드 S. 커티스, 새뮤얼 콜먼, 노먼 로크웰 등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프리츠 숄더의 ‘인디언의 힘’으로 마무리된다. “원주민들의 종교적인 의식으로 중앙에 다 같이 하나로 모여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기 위해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모습들을 그려낸 작품들이 있습니다. 우리 인류도 서로 간의 갈등과 차이를 좁혀 나가기 위해 그렇게 소통해야 하지 않을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6-19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괴물신인' 라이즈의 청춘을 보다… 신곡 '붐붐 베이스'차트 점령

그룹 라이즈의 멤버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괴물신인’ 라이즈(RIIZE)가 첫 미니앨범 발매로 대세기운을 이어간다. 라이즈 첫 미니앨범이 발매된 지난 17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RIIZE The 1st Mini Album ‘RIIZING’ Premiere’가 성황리에 열렸다.행사에는 라이즈 멤버 앤톤, 소희, 원빈, 은석, 쇼타로, 성찬이 참석했다.타이틀곡 ‘붐 붐 베이스’는 펑키한 디스코 비트와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곡으로, 음의 높낮이로 점차 깊어지는 친밀감을 나타낸 곡 전개가 듣는 재미를 더한다. 서로에 대한 설렘을 자유롭게 표현한 청춘의 모습이 담긴 가사가 특징이다.발매 직전 취재진과 만난 성찬은 “처음 이곡의 데모를 듣고는 멤버들이 다 같이 ‘이거다’ ‘됐다’라고 했을 정도로 운명적인 곡”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은석은 “기존의 자유분방한 느낌을 덜고 라이즈만의 절제를 보여드리고자 했다”며 무대 위 퍼포먼스를 정의했다. 쇼타로는 “특히 베이스 기타 연주를 들어보시면 쿵쿵 울리는데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앤톤 역시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담기 위해 멤버들이 녹음실에 같이 들어가서 녹음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그룹 라이즈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첫 번째 미니앨범 ‘라이징(RIIZING)’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이번 앨범은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브라질, 핀란드,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대만 등 전 세계 9개 지역 1위, 일본 라인뮤직 실시간 앨범 TOP100 차트 1위 및 로컬 플랫폼 AWA 실시간 급상승 차트 1위, 한터차트, 교보문고 등 국내 주요 음반 차트 일간 1위에 올랐다.한편, 라이즈는 첫 미니앨범 ‘RIIZING’(라이징) 발매를 기념해 오는 23일까지 스타필드 수원 1층 타워 아트리움과 그랜드 아트리움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6-18 16:49 이희승 기자

[비바100] 믿고 본다 '하이재킹' 하정우… "지치지 않고 '복합마데카솔' 같은 마음으로 연기할 것"

.배우 하정우에게 진중함은 곧 연기다. 그저 명사로 구분되는 연기는 ‘나의 일’ 그리고 혹자는 ‘직업’, 본인은 아마도 ‘운명’이라 부르는 단어다. 대화 중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는 모습은 여전했고 신작을 소개할 때에는 되려 한 템포 늦추는 호흡이 감지됐다. 그의 최근 필모그래피에는 유독 실화에서 출발한 영화가 많았다. ‘최연소 1억 동원 배우’라는 호칭이 무색할 만큼 아쉬운 흥행에도 21일 개봉하는 영화 ‘하이재킹’에 대해서는 “몰입감과 속도전이 좋다”는 심플한 표현으로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냈다.‘하이재킹’은 1970년대 비행기 납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실제 폭탄을 들고 강릉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탄 스물 두살 청년(여진구)과 탑승객들이 겪는 이념 갈등과 공포, 희생을 자처한 휴머니즘을 그린다. 극 중 그가 맡은 태인은 공군조종사 출신으로 군인의 사명보다 민간인의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인물이다.손익분기점 230만명의 ‘하이재킹’은 20여년 동안 다수 작품 연출에 참여한 김성한 감독과 ‘1987’을 쓴 김경찬 작가가 각본가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사진제공=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시나리오를 보고 나서야 이게 실화인 걸 알았습니다. 제 역할보다 ‘왜 이렇게 어린 청년이 비행기를 납치해야 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죠. 넷플릭스 ‘수리남’을 한창 찍을 때 초고를 받았는데 엔딩의 먹먹한 여운으로 남은 촬영이 힘들 정도 였습니다.”‘하이재킹’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하는 김성한 감독과는 영화 ‘1987’ ‘백두산’ 촬영 당시 조감독으로 만난 사이다. 동갑내기여서 빨리 친해지기도 했지만 서로 물린 주식 이야기를 하다 “복구할 수 있는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하자”면서 연락처를 교환한 게 친분의 시작이었다.그는 “조감독만 전문으로 하는 분인 줄 알았다” 눙치고는 “일을 워낙 잘하기로 유명해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입봉작에는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하이재킹’을 만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운명같은 작품임을 강조했다.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소재로 한 ‘하이재킹’은 실제 110분 후 비상착륙에 성공하며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사진제공=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영화에는 과거 영화, 예능 등에서 그와 함께 호흡한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국가대표’의 성동일과 김동욱을 필두로 여진구는 예능 ‘두발로 티켓팅’에서 만난 사이다. 이에 하정우는 “사실 의식하지 못하고 캐스팅했다. 웃음기 뺀, 임팩트 있는 연기를 할 때 매력적인 배우를 우선적으로 골랐다”는 말로 선을 그은 뒤 “사실 (여)진구는 물망에 오른 유력 후보 두 명 중 하나였다”며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줬다.그는 “20대 초중반 나이에 비행기를 납치할 수 있는 똘기가 있어야 했다”며 극 중 용태의 캐스팅이 난항이었음을 밝혔다.(사진제공=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아역배우로서의 이미지만 생각하다 첫 만남에서 깜짝 놀랐어요. 바로 제작사 대표와 감독에게 ‘똘끼 있는 눈빛에 비행기 납치 정도는 할 수 있는 체격과 깡이 느껴진다’고 문자를 남겼죠. 그렇게 뉴질랜드로 떠난 보름 동안 옆에 붙어서 ‘하이재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강요? 절대 없었죠. 하도 전담마크를 해서인지 귀국 후에 바로 연락을 주긴 했지만요.(웃음)”예산 140억원의 ‘하이재킹’은 그의 첫 연출작이자 저예산 영화 ‘롤러코스터’가 여러모로 생각나는 현장이었다. 비행기 전체가 360도로 돌아가는 최첨단 장비는 기본, 제한된 공간에 세계적인 CG기술이 더해서 고공상태의 상황까지 실감나게 구현된다.그는 “직업적으로 비행기를 많이 타니까 무조건 질문을 해댔다. 기종에 대한 관심이 크고 뭐든 파고드는 편이라 멘트구성부터 불이 들어오는 신호체계, 서랍의 위치와 쓰임새 등을 공부했다”면서 “나중엔 승무원을 하는 주변 친구들이 나에게 ‘이 기종은 어떻게 근무하는 게 편하냐?’고 되물어보더라”는 에피소드를 밝혔다.2013년 제작비 6억원이 채 들지 않았던 ‘롤러코스터’의 감독에서 안주하지 않은 하정우는 올 연말 세 번째 연출작 ‘로비’를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제공=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지난해 하정우는 영화 ‘비공식작전’과 ‘1947 보스톤’에서 ‘하이재킹’처럼 실화에서 출발한 실존인물을 연기했으나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지 못했다. 극장을 향한 관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투자자체도 OTT로 편중되면서 배우로서의 고민도 깊어졌다. 늘 “좋은 연기란 상황에 맞는거다. 이야기를 잘 지탱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말해 온 그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은 과학적 접근이 어렵다. 다만 어떤 태도와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속마음을 밝혔다.“비행기 승객으로 나오는 수많은 배우들이 새벽 4시에 모여 리허설을 군말 없이 소화하시더군요. 얼굴이 잘 나오지 않는 위치에 있어도 너무 열심히 해서 감독님이 울먹거릴 정도였어요. 그때가 크리스마스 이브였거든요. ‘하이재킹’을 찍으며 기본기를 더 많이 다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을 늙어서까지 지치지 않고 하는 것,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 혹은 그림과 책을 쓰는 것 등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이 마음을 ‘복합마데카솔’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웃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6-17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잘못 배달된 도시락은 '사랑'을 타고…영화 '런치박스'

가정에 충실하지만 일라는 늘 밖으로만 도는 남편과 아이가 채워주지 못하는 외로움을 알게 된다. (사진제공=(주)팝엔터테인먼트)영화의 시작은 악명 높기로 유명한 인도의 기찻길이다. 역 앞에는 구두를 닦는 소년과 바쁘게 열차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곧 화면은 바뀌어 흰 모자와 의상을 세트로 맞추고 자전거를 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비춘다. 최근 유튜브와 다수의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이 사람은 ‘다바왈라’(Dabbawala)라 불리는 도시락 배달부다.영화 ‘런치박스’가 국내에 공개된 시점은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다. 매일 점심 도시락을 남편과 자녀에게 전달해주는, 인도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하는 5000여명의 도시락 배달원 이야기가 스크린을 만났다.중산층의 평범한 주부 일라는 딸을 배웅한 후 윗집 아줌마의 레시피대로 특별 양념을 넣어 카레를 만든다. 철로 만든 3단 도시락을 가득 채울 때쯤 이 동네를 담당하는 다바왈라가 도착한다.카메라는 곧 그의 빠른 속도를 따라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들은 한치의 실수도 없이 기차역 앞에 모여 전용 칸에 도시락을 밀어넣고 또 다시 역에서 내려 담당자들에게 구역별 도시락을 할당한다. ‘런치박스’에서 일라의 녹색 도시락가방은 한 빌딩으로 들어서고 점심시간을 앞두고 한 직원에 의해 각자의 책상 위에 놓여진다.‘런치박스’의 남자 주인공은 인도의 국민배우 이르판 칸이 열연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쥬라기 월드’ ‘인페르노’ ‘라이프 오브 파이’에 출연했던 그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사진제공=(주)팝엔터테인먼트)곧 퇴직을 앞둔 사잔은 매일 오는 도시락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 그는 가까운 식당에서 도시락을 배달해 먹는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식당에 혼자 앉은 그는 무심코 도시락을 열고 깜짝 놀란다. 첫칸부터 냄새가 남다르다. 무심코 집어 먹어보니 맛도 환상이다.두 번째 칸과 세 번째 칸에는 특제 카레와 함께 정성스럽게 구운 난까지 들어있다. 바로 그릇에 덜어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주인공. ‘런치박스’는 다시 녹색 도시락통이 다바왈라의 손에 이끌려 일라의 집에 도착하는 과정을 담는다.그 시간 일라는 도시락이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 들어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깨끗하게 핥아먹은 그릇을 보게 된다. ‘런치박스’는 대놓고는 아니지만 소원해진 부부의 일상을 내비친다. 남편은 매일 늦고 집에서는 늘 전화기를 끼고 산다. 가끔 세탁기에 빨래를 넣기 전 냄새를 맡아보지만 이 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게 일라는 음식으로라도 남편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던 것.인도 가정식을 소박하게 그려낸 ‘런치박스’,(사진제공=(주)팝엔터테인먼트)사잔은 퇴근 후 도시락을 주문한 식당에 들린다. 그는 곧 은퇴할 예정이라며 이번 달 까지만 도시락을 넣어달라고 하고 “오늘 요리가 정말 맛있었다. 계속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동네에서 깐깐하기로 유명한 그는 집 앞에서 노는 아이들을 쫓아내고 문 안에 떨어진 공도 주워주지 않는 냉정한 남자다. 그런 그도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도시락을 먹으며 점차 변한다. ‘런치박스’는 절대 바뀌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0.02%에 불과한 배달사고를 가졌다는 100년 전통의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통해 두 남녀의 외로움을 그린다.영화 중반부는 도시락이 바뀌는 걸 알면서도 보내는 여자 그리고 그 걸 먹으며 삶의 의미를 되찾는 남자의 사연에 집중한다. 일라는 도시락 밑에 편지를 써 비워진 도시락을 보고 몇 시간 동안 행복했음을 그리고 요리의 즐거움을 다시금 깨달았음을 전한다. 현실이라면 배달부에게 바뀐 사실을 전하고 다시는 배달사고가 안 나게 처리하겠지만 ‘런치박스’는 남자가 쓴 답장으로 재미를 더한다.도시락 배달사고를 통해 인도에 뿌리내려진 차별과 결혼 관행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다. (사진제공=(주)팝엔터테인먼트)고맙다는 말도 없이 “음식이 너무 짰다”는 한줄 뿐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음식 타박을 받은 여자는 전투적으로 변한다. 일부러 매운 고추를 넣어 보냈건만 “그 덕에 바나나 두개를 먹으니 배변에 좋을 것 같다” 적힌 쪽지가 들어 있다.누구를 위한 도시락인가.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도는 요리가 적당히 들어있는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주)팝엔터테인먼트)영화는 다바왈라만이 아는 도시락 출발지와 배달지를 통해 엇갈리는 두 남녀의 끝을 가늠하게 만든다. 돌고돌아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사잔은 거울 속에서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조우한다. 시대에 순응하는 삶이 행복의 기준이었던 일라는 용기를 내 남자의 직장에 찾아가지만 아쉽게도 이미 은퇴를 한 뒤다. 사실 아내를 잃은 뒤 모든 삶이 똑같았던 사잔의 일상도 변했다. 동네 아이들에게 다정해졌고 곁을 주지 않았던 회사 동료에게도 마음을 연다. 그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도시락 로맨스는 기차에서 퇴근길 노동요를 부르고 있는 다바왈라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그들 사이에 껴 있는 사잔이 일라와 만났을지는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 채.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6-17 18:00 이희승 기자

[브릿지 신간] 에베 코지 <탄수화물과 헤어질 결심 : 나를 붕괴시키는 탄수화물 중독>

저자 에베 코지 박사는 당뇨병을 치료하는 전문의다. 그런데도 50대 초반에 당뇨병에 걸렸다. 그는 보건 당국이 권유한 저지방 식사 가이드라인을 누구보다 철저히 지켰다. 하지만 체중과 뱃살은 늘어만 갔고 결국 당뇨병을 피하지 못했다.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의문을 품게 된 그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6개월 만에 혈압과 혈당 수치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당뇨병과 고혈압에서 해방되었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저탄수화물 식단의 열혈 전도사가 되었다. 지금은 일본 저탄수화물 식단의 선구자가 되어, 자신의 레시피를 기초로 끊임없이 수 많은 당뇨병 환자들을 완치시키고 있다.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 진화에게 길을 묻다 △인류 본래의 식단은 무엇인가 △만성 질환의 해법을 찾아서 △지방을 먹으면 건강하게 장수한다 △저탄수화물 식단은 당신을 변화시킨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하나다 △암에 대한 전쟁 선포 △무엇을 먹을 것인가 등으로 구성해 여러 실증 사례들을 통해 확실한 건강 전략과 처방을 선물한다.저자는 “약물과 이별하고 싶다면, 혈액 검사의 이상 수치와 결별하고 싶다면, 바로 식단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지금 당장 저탄수화물 식단을 실천한다면 혈당, 중성 지방,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롯해 다양한 혈액 검사 수치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확언한다.저자는 또 ‘모든 질병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만병일독’을 이야기하며, 그 하나의 원인으로 ‘혈액 순환’을 꼽는다. 저탄수화물 식단은 결국 혈당을 안정화해서 건강한 혈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2024-06-17 13:33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비바100] 아직도 편견에 갇혔나요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례와 그것을 이룩해 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의 ‘슐츠’는 우리에겐 주인공 ‘챨리 브라운’로 익숙한 만화 피너츠로 유명세를 떨쳤던 미국의 만화가 찰스 슐츠다. 그는 백인과 남성 일색이던 만화에 흑인과 여성 캐릭터를 처음으로 넣었던 만화가였다. 저자는 그의 이름을 빌어,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세상에 많은 편견과 차별을 지적하고 그것이 대부분 우리의 ‘무지(無知)’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비판한다친애하는 슐츠씨|박상현|어크로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미국의 유명 만화가 찰스 슐츠는 여성과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데 남다른 기여를 한 인물로 기억된다.챨스 슐츠가 피너츠에 처음으로 흑인 캐릭터 ‘프랭클린’을 등장시킨 것이 1968년 7월이었다. 킹 목사가 암살 당한 이후였다. 슐츠는 세 아이의 엄마인 흑인 여성으로부터 흑인 아이를 넣어달라고 간청하는 편지를 받았다. 당시 시대 상황상 사실상 어렵다는 답장을 보냈음에도 그 여성은 주변에 도움을 청해 그것이 얼마나 흑인 아이들에게 힘이 될 것인지를 설득시켰고, 결국 주인공 찰리 브라운의 친구로 프랭클린이 등장하게 된다.흑인에 대한 편견이 만연했던 시기였기에 슐츠는 약간의 꼼수를 썼다. 프랭클린의 등장 장소를 바닷가로 잡았다. 당시만 해도 흑인은 멀리 바닷가에서나 수영이 가능했다. 흑인은 수영을 못한다는 오해마저 생길 정도였다. 아이 아버지가 전쟁에 나갔다는 내용도 슬쩍 넣었다. 흑인들 역시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결핍의 덫’과 서머 멜트(summer melt)돈이나 시간이 부족하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다. 이른바 ‘결핍의 덫(scarcity trap)’이다. 미국에서 흔한 ’서머 멜트‘가 대표적이다. 고교 졸업생 중 10~30%가 입학허가까지 받아놓고도 경제적 문제에 심지어는 서류 몇 가지를 제출하지 못해 대학을 가지 못한다. 타고난 능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 탓이 크다.대학 역시 배우려는 가난한 학생은 외면하고, 잘 사는 아이들을 위한 각종 혜택을 늘리는 데 혈안이다. 한국 의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의대 진학생 중 20% 정도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는데, 그런 학생들을 위한 장학제도가 있지만 기부자들이 ‘이 장학금은 반드시 수업료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생활비로 쓰면 안된다는 족쇄를 거니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전쟁터’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남성과 여성의 궁극적인 차이는?남아공의 여자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남성의 골격을 거졌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수치심이 느껴질 수 많은 고초를 겪었다.남아공의 여자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18세인 2009년부터 걸출한 성적을 올렸다. 문제는 여성답지 않은 그의 골격이었다. 경쟁 선수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그는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육상연맹으로부터 성별 검사를 받았다. 연맹은 결과를 함구했지만 영국의 한 신문이 그가 ‘간성(間性, intersex)’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까발렸다. 이어 스포츠중재재판소는 세메냐에게서 지나치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나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일정 수준까지 수치를 떨어트리지 않으면 여성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이 호르몬의 양과 경기력을 연구해보니,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고 해서 모든 종목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성 차별 흑 역사가 만들어졌다.◇ 옷과 주머니에 깃든 여성 차별예로부터 남자 옷에만 주머니가 많았다. 중세 이후 유럽 남자들이 바지 옷을 많이 입게 되면서, 주머니는 남자 옷의 일부가 되었다. 1550년대부터는 아예 안쪽으로 꿰매 넣은 ‘바지 주머니’가 탄생했다. 이후 치마를 입는 사람, 즉 아내는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됐다. 영어권 표현 중에 ‘이 집에선 누가 바지를 입나(Who wear the pants in this family)’라는 말은 누가 경제권을 쥐고 있느냐는 뜻이다.주머니가 많은 바지는 높은 신분을 의미했다. 도제나 하인, 노예에겐 언감생심이었다. 남성에 치인 여성들은 주머니 대신 손가방을 드는 쪽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성 핸드백의 효시인 ‘레티큘(reticule)’이 등장한 게 18세기 중후반이다. 하지만 이 때도 레티큘을 들고 다니는 여성은 마치 속옷(주머니)을 내놓고 다니는 천박한 존재로 여겨져 신붓감으로 퇴자를 맞기 일쑤였다. 여성에게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건축물의 ‘가치’를 다시 본 ‘프리츠커상’아프리카 출신의 첫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가 디자인 한 아프리카의 학교 건물.‘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의 2022년 수상자는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였다. 그때까지 아프리카 출신 건축가의 수상은 없었다. 백인 남성 수상자가 입도적이었고, 여성 수상자도 우리나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가 2004년에 유일했을 정도 대단히 배타적이었다. 그럼에도 케레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의 건축물이 이전의 수상작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건물들은 아름답지만 작고, 멀리 아프리카 마을에 위치해 있다. 유난히 학교 건물이 많았다. 프리츠커는 아프리카 건축이라는 지역적 다양성 외에도 그 건축물들이 가지는 ‘가치’를 재해석한 것이다. 돈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잘 빠진 서구 모더니즘 건물과, 제3세계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수업 환경과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건물 중 어느 쪽이 더 가치가 높은지를 프리츠커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스포츠는 남성들만의 전유물?보스톤 마라톤을 처음 완주한 여성은 로버타 깁이다. 하지만 1966년에는 여성의 마라톤 참여가 허가되지 않아 기록도 남지 못했다. 여자가 장거리를 뛰면 자궁이 떨어져 나간다는 등 황당한 이유였다. 1년 뒤 캐서린 스위처가 차별에 과감히 도전했다. 이름까지 남자인 양 고치고 참가해 기어이 코치와 애인의 도움으로 풀 코스를 완주했다. 50년이 지난 2017년에 그녀는 70세의 나이에 다시 보스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환호를 받았다.왕년의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도 슐츠의 도움으로 차별을 극복했다. 1970년대 초 그녀는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들이 성별을 이유로 학생의 스포츠 활동에 제한을 두지 못하게 하는 ‘타이틀 나인’이라는 연방법이 현장에서 실행되도록 애썼다. 스포츠 애호가였던 슐츠가 그녀의 여성스포츠재단의 이사직을 흔쾌히 수락했고, 자신의 만화에도 스포츠에 뛰어난 서질을 가진 여자 아이들을 묘사하며 적극적으로 도왔다.◇ ‘좋은 여성상’에 관한 편견과 오해세계적인 영화배우 조니 뎁은 자신의 결혼 생활 중 폭행 사실을 가리려, 전 부인을 ‘악마적 여인’으로 몰았다는 비난을 받았다.영화 배우 커플 조니 뎁과 엠버 허드는 아쉽게도 결혼 1년여 만에 원수 지간이 된다. 이어 허드는 거짓말쟁이에 악마 같은 소시오패스 여인으로 낙인 찍힌다. 여러 차례 폭행까지 당한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그녀는 한 신문 칼럼에 쓴 ‘나는 가정 폭력을 대표하는 공인이 되었다’는 표현 때문에 큰 고초를 당했다. 뎁은 이 글 때문에 말도 못할 피해를 입었다며, 자신이 마치 피해자인 양 그녀를 몰아 세워 마녀사냥을 했다.영화계에서 남자 배우는 악역을 맡아도 인기를 끌지만, 여자 배우가 그 역할과 동일시되면서 계속 욕을 먹는 경향이 짙다. 대중들은 허드에게도 착하고 죄 없는 피해자 혹은 남자를 속이고 괴롭히는 소시오패스 중 하나의 역할만 허락했다. 유별난 남자를 ‘독특한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여자가 유별나면 17세기에는 ‘마녀’, 21세기에는 소시오패스가 되는 게 현실이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다.◇ 차별받는 여배우의 ‘큰 언니’ 케이트 윈슬릿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릿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수모와 차별을 겪는 약한 여배우들을 위한 큰 언니 역할을 자임해 헐리우드를 변화시켰다.대작 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릿은 17세에 처음 출연한 영화에서 예정에 없던 노출 신으로 상처를 입었다. 덕분에 그는 여자 배우에게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화가 얼마나 중요하지를 깨달았고, 약한 여배우들이 촬영 현장의 폭력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하겠다며, 스스로 여배우들의 큰 언니를 자임하고 나섰다. 덕분에 현장에서 여배우들에게 무언의 압력이 이뤄지고 있음이 널리 알려졌고,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촬영장에서 여배우를 보호하는 역할의 ‘인티머시(intimacy) 코디네이터’가 생겨난 것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여성이 자신의 장래를 쥐고 있는 남성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것, 그러고도 오히려 남성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불평등한 구도”라며 “우리 세대는 이런 구도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6-15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석파정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햇빛은 찬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 대해 설명 중인 안병광 서울미술관 창립자(사진=허미선 기자)“아들 태현(야스카타), 태성(야스나리)에게 보낸 편지화 속 글처럼 이중섭은 평생 가족을 그리워했어요. 일본에 있는 가족들은 그가 보낸 그림과 편지를 보면서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그의 사후에도 가족은 물론 대한민국이 그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이중섭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 선생님의 편지화가 세상에 처음 공개됩니다.”미술작품 수집가이자 석파정 서울미술관 창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그룹 회장의 전언처럼 화가 이중섭의 편지화가 최초로 공개됐다.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편지화(사진=허미선 기자)“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과 애잔함이 서려 있는 것이고 가족 사랑이 아프도록 스민 작품이기도 합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독백은 반대로 ‘너희도 잘 지내고 있느냐’는 물음표를 던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안 회장이 지난해 소장하게 된 이 편지화는 아버지 이중섭이 두 아들에게 두장을 똑같이 써서 보낸 것이다.이들 중 안 회장이 소장한 작품은 형 태현 앞으로 보낸 3장짜리 편지화로 13일 개막한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12월 29일까지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편지화(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전시는 둥글게 유선형으로 부드럽게, 물 흐르듯 작품과 공간의 조화를 이루고자 했습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로 시작하는 ‘얼굴’이라는 7, 80년 유행가를 떠올렸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문화와 예술의 속에서 감성이 넘치고 흐르는 서울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그라미를 한번 그려봤습니다.”조선시대부터 스페셜챕터 ‘이중섭의 사랑과 우정’까지 유선형의 동선을 따라 흐르듯 작품들이 배치된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의 편지화를 비롯해 추사 김정희의 ‘주림석실 행서대련’, 이우환의 대표작 ‘대화’(Dialogue, 2020), 정상화의 ‘무제 12-5-13’(2012) 등 서울미술관의 새로운 소장품들이 공개된다.서울미술관의 새 소장품 중 하나인 추사 김정희의 ‘주림석실 행서대련’(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신사임당의 ‘초충도’. 천경자의 ‘개구리’ ‘새’와 여인상을 대표하는 ‘고’ ‘청혼’ ‘청춘’, 이응노의 ‘수탉’ 등과 한국은 물론 글로벌 미술시장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한국 대표 단색화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김창열의 ‘회귀’, 서세옥의 ‘사람들’, 김환기의 ‘십만개의 점’, 정상화 ‘무제’ 연작, 이우환 ‘바람’ 등 200호 이상 초대형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의 마지막인 ‘이중섭의 사랑과 우정’에는 미공개 편지화를 비롯해 연애시절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그리고 이중섭의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편지도 전시된다.서울미술관의 새 소장품 중 하나인 이우환의 ‘대화’(사진=허미선 기자)1층의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이어지는 2층의 ‘햇빛은 찬란’(Brilliant Sunlight)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이은선 작가의 신작을 지나면 토시오 이즈미의 유리 공예작품, 스테인리스 스틸과 빛을 활용한 권용래의 작품을 비롯해 바이런 킴, 박근호, 이상민, 이은선, 정정주, 루시 코즈 엥겔만(Lucy Cordes Engelman), 토시오 이즈미(Toshio lezumi) 등의 작품세계가 펼쳐진다. 이 전시에 대해 안 회장은 “햇빛과 물, 빛과 만물의 만남 속 찰나의 빛을 그린 작품을 보면서 저마다의 느낌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미술관 ‘햇빛은 찬란’展(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의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은 “지금 우리 이야기를 담은 기획전”이라며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평균거리는 1억4960만km지만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우리 눈에 와 닿는 시간은 8분 20초라는 데서 우리가 가진 희망이나 꿈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우리가 가지고 있는 목표나 꿈이 가늠도 안될만큼 먼 태양이라면 희망의 신호들은 굉장히 가까워요. 예를 들어 집을 사고 싶다는 꿈은 너무 멀지만 청약 등 희망을 가지고 우리는 살고 있잖아요. 그 빛조차 없다면 정말 살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 빛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빛이 우리 주위에 가득하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서울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6-14 23:1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연극 ‘햄릿’ 손진책 연출 “가장 단순한 원, 그 안에서 펼치는 삶과 죽음 그리고 씻김”

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이 연극은 배우 4명이 이승에서 배를 타고 죽음의 강을 건너 사령들이 있는 곳으로 와 ‘햄릿’을 하고 공연이 끝난 후 다시 배를 타고 죽음의 강을 건너 이승으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그런 구조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보자는 데 초점을 뒀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혼돈을 안개비로 씻김하는 걸로 끝냈습니다.” 연극 ‘햄릿’(9월 1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의 손진책 연출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밝혔다.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연극 ‘햄릿’은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그리고 2016년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인 9명의 원로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초연한 작품이다.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이번 ‘햄릿’은 2022년 젊은 햄릿 강필석, 오필리어 박지연, 호레이쇼 김수현 등과 재연에 이은 세 번째 시즌이다.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길해연, 이항나 등 베테랑들과 재연의 강필석을 비롯해 햄릿 이승주, 오필리어 에프엑스(fx) 루나, 호레이쇼 박윤희와 정환, 레이티즈 이충주·양승리 등 젊은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린다.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햄릿’의 특징은 극도로 단순한 무대다. 기울어진 바닥에 원과 사각형, 공간을 분리하는 유리 그리고 의자가 전부다. 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이에 대해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이태섭 무대디자이너는 “제가 제시한 10여개의 디자인 중 연출님이 결국 선택한 건 빈 공간이었다”며 “도시의 유리 건물과 전광판 등을 소재로 아주 미니멀하게 구성을 했다”고 설명했다.“우리의 삶도 결국 연극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극장이 다 노출돼 있습니다. 더불어 첫 장면과 마지막이 정확하게 일치되면서 이 연극이 끝나듯 우리의 삶도 역시 연극처럼 끝나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손 연출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제시한 10여 가지 콘셉트 중 가장 심플한 원 하나를 선택했다”며 “그 속에 연극을 한번 넣어보자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이는데 가장 단순했으면 했다”고 말을 보탰다.연극 ‘햄릿’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그래서 원 하나에 의자를 오브제로 선택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본질만 갖고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가능한 한 잔가지를 줄이자 생각했죠. 배우들에게도 리얼한 연기를 하지 말라고 해요. 본질만 갖고 한번 승부해 보자, 본질만 찾아가 보자는 데 초점을 뒀죠. 그렇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본질이 뭐냐 라는 데만 집중했습니다.”그는 “연극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두렵다. 때로는 거의 공포에 직면할 정도로 두렵다”며 “더불어 항상 완성도를 향해 끝없이 다가가는 여정”이라고 털어놓았다.“완성도를 향해 다가가면 또 저만큼 멀어집니다. 그럼에도 완성도를 향해 계속 나가는 것이 창작의 세계고 연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공연까지 배우들이 자가발전해 작품 스스로에 완성도가 생기도록,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1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육군army 떠나 진정한 ARMY의 품에…'맏형' 진의 진심!

민간인 1일차에 1시간의 무대를 장악한 방탄소년단의 진.(사진제공=빅히트 뮤직)방탄소년단 진이 육군(army)를 떠나 건간하게 ARMY(아미. 팬덤명)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 일대에서 열린 ‘2024 FESTA’를 전역 후 첫 행보로 선택한 진은 1부 행사인 ‘진’s Greetings’에서 1000명과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이어 2부 ‘2024년 6월 13일의 석진, 날씨 맑음’에서는 4000명의 팬들과 함께 음악으로 소통했다. 자전거를 타고 무대에 등장한 진은 “집에 돌아왔다. 재데뷔한 느낌이다. 아미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받았다”고 감격해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함께하는 축제가 잠실벌을 달궜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이날 눈길을 끈 무대는 2021년 발표한 ‘슈퍼참치’다. 원래 1절만 있던 곡에 이날을 위해 2절을 직접 만들었다는 그는 솔로곡 ‘The Astronaut’ ‘Moon’을 연달아 부르며 환호의 중심에 섰다.띠동갑 군인들과 함께 군복무를 했다는 그는 이날 무대에서 ‘군필돌’로서 남다른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전역할 때 울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그 친구들이 울어서 같이 울었다”는 에피소드를 밝히며 끈끈했던 전우애를 밝혔다.이날 저녁 9시가 넘어 끝난 시간에도 보라색 물결의 아미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스웨덴 출신의 샬롯(25)씨는 “기다린 순간을 다 보상 받았은 느낌”이라면서 “멤버들의 완전체 무대에 또다시 한국에 올 것”이라고 감격했다.자신을 미국 아미라고 밝힌 헤일리(22)는 또렷한 한국말로 “석진아 기다렸다. 사랑해”라고 말해 주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진은 집에 돌아가는 팬들에게 꽃을 선물하며 “곧 모두의 방학(군 공백기)이 끝난다. 친구들아 빨리와”라며 멤버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2024년 6월 13일의 석진, 날씨 맑음’은 ARMY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위버스(weverse) 라이브 스트리밍이 진행됐다. 이 스트리밍은 전 세계 177개 국가에서 동시에 접속해 눈길을 끌었다. 진이 라이브를 켜자 전 세계에서 90만명이 넘는 아미가 동시접속해 글로벌적인 팬덤을 증명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6-14 13:42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반전로맨스 '놀아주는 여자'의 유일한 아쉬움은 '주4일 검사' 권율?

하트 만든 한선화-엄태구.(연합)중저음이 매력적인 남자와 하이톤 목소리의 여자가 만났다. 그간 어둡고 거친 연기를 주로 맡아온 엄태구와 걸그룹 출신의 발랄함을 연기로 승화시킨 한선화가 그 주인공. JTBC 새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 형님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크리에이터 여자의 반전 로맨스를 그린다. 12일 오후 서울 구로구 라마다서울신도림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영환 감독은 “그간 수컷, 센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배우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할 만큼 극과 극의 호흡에 웃음 코드를 강조했다. 그는 “전직 조폭 출신의 전과가 있는 남자 주인공을 바라보는 편견, 틀리거나 나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동화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평소 로맨스물을 열망했던 엄태구는 이번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순수한 영혼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한다. 엄태구는 “처음 해보는 표정과 대사가 많았다. 로맨틱 코미디를 했던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늘 부끄러웠지만 목숨 걸고 연기했다”는 말로 특유의 진지모드를 발동시켰다. 특히 상대배우인 한선화와 2019년 드라마 ‘구해줘2’로 호흡을 맞춘 만큼 특유의 낯가림은 많이 덜어진 모습이었다.이에 한선화는 “일명 ‘미니 언니’라고 불리는 키즈 크리에이터인 만큼 긍정적이고 명랑하다. 무엇보다 엄태구 눈에 러블리함이 묻어있어서 그 힘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SBS ‘커넥션’에 이어 또다시 검사 역을 맡은 권율은 일주일에 반 이상을 시청자들과 ‘같은 직업’으로 만나 아쉬움을 더한다. 편성 탓이라고 하기엔 캐릭터 변주에 안착한 모습이라 이번 ‘놀아주는 여자’에서 어떤 매력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6-12 19:16 이희승 기자

[비바100]연극 ‘벚꽃동산’ 전도연 “감히 기대 이상, 해보지 않은 선택들을 꿈꾸며!”

연극 ‘벚꽃동산’으로 27년만에 무대에 선 전도연(사진제공=LG아트센터)“감히 기대 이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 머릿속으로는 이 정도의 그림이나 상상을 하지 못했었던 것 같아요. 공연 열흘 전에 세트가 옮겨진, 제가 서야할 무대를 객석에 앉아서 봤어요. 제가 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놀랍고 궁금하고 기대도 되고…제가 생각했던 이상인 것 같습니다.”연극 ‘벚꽃동산’(Вишнёвый сад,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으로 ‘리타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데 대해 전도연은 “기대 이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성의 있는 거절 위해 본 ‘메디아’로 “그의 ‘벚꽃동산’이 궁금해졌어요”연극 ‘벚꽃동산’ 송도영 역의 전도연(사진제공=LG아트센터)LG아트센터 2024년 레퍼토리인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동명 유작을 바탕으로 사이먼 스톤(Simon Stone)이 연출은 물론 대본까지 집필했다.사이먼 스톤은 ‘더 디그’(The Dig), 입센의 ‘야생오리’(The Wild Duck)를 기반으로 한 ‘나의 딸’(The Daughter), ‘더 터닝’(The Turning) 등의 영화감독이자 영국 내셔널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ITA 등과 협업해 ‘메디아’(Media), ‘입센하우스’(Ibsen House), ‘예르마’(Yerma) 등을 선보인 연출가다.출연 제의를 받고 ‘벚꽃동산’ 원작을 읽은 전도연은 “재미가 없어서” 거절을 결정했었다. “거절에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국립극장 영상 레퍼토리 ‘엔톡 라이브 플러스’(NTOK Live+) ITA Live로 사이먼 스톤의 ‘메디아’(Media)를 접하면서 “그의 ‘벚꽃동산’이 궁금해졌다.”어린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벚꽃동산까지 경매에 붙여야할 지경까지 몰락해 6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귀족 류보비 안드리예브나 라네프스카야(류바), 지속적으로 재정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제안하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미칠 지경에 이르는 농노의 자식이자 신흥사업가 로파힌 예르몰라이 알렉세예비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자극은 그의 손을 거쳐 한국화됐다.2024년 한국을 배경으로 거대기업의 송도영(전도연)과 송재영(손상규), 송씨 집안 운전수의 아들로 자수성가한 신흥사업가 황두식(박해수), 집안사업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며 두식과 미묘한 관계를 이어가는 입양한 딸 강현숙(최희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둘째 딸 강해나(이지혜)와 이상주의자 변동림(남윤호) 등이 급변하는 사회상과 그에 따른 갈등, 혼란 등을 풀어낸다.◇이해받기 어려운 송도영, 누구나 겪고 있는 시간연극 ‘벚꽃동산’ 공연장면(사진제공=LG아트센터)“송도영은 누구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을까요’라는 생각을 했죠. 좀 당황스러웠어요.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건 나의 상처와 고통, 아픔을 딸들한테 고스란히 표현하고 전가한다는 게 좀 납득이 안 됐어요.”하지만 공연 후 가졌던 관객과의 대화에서 “저희 엄마랑 너무 닮았다”는 한 관객의 고민을 접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저도, 제 딸도 겪을 수 있고 누구나 겪고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연극 ‘벚꽃동산’ 송도영 역의 전도연(사진제공=LG아트센터)“그런데 생각해보면 부모들은 상처나 아픔, 치부 등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지만 자식들도 어느 순간에는 알게 되잖아요. 송도영은 단편적으로 한번에 보여지기 때문에 되게 불편할 수 있죠. 하지만 세상에 전무하거나 아주 이해 못받는 캐릭터는 아니구나 싶어요.”1월 29일부터 일주일 간 사이먼 스톤과 전 출연진이 모여 진행한 “일주일 내내 막말 대잔치여서 당황스러웠던” 그래서 “토론이 아닌 낯선 형식에 제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했던” 워크샵에서 쏟아낸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캐릭터와 이야기들에 스며들어 대본화됐다.“개인적이거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혹은 닮은 사람들 등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얘기되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좀 당황스러운 작업에 자극받아 다음날부터는 류바라는 캐릭터에 대한 생각들을 털어놓았어요.”류바에 대한 전도연의 생각은 “여리고 상처를 잘받으며 계속 도망 다니는 인물”이었다. 남편과의 사별, 아들의 죽음, 어린 남자친구와의 헤어짐 등에서 도망치는 류바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대사를 언급한 전도연은 “저 역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부연했다.“사이먼이 인물이나 대사 속에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작은 변화를 되게 두려워하는 사람이에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상처 받는 데 힘들어하는 모습들은 저랑 좀 닮아 있다는 얘기를 했죠.”◇전도연의 송도영, 지독히도 사랑스러운!연극 ‘벚꽃동산’ 공연장면(사진제공=LG아트센터)그렇게 워크샵 기간 동안 배우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들로 완성된 송도영은 모든 가족원들 앞에서 딸의 남자친구에게 키스를 하고 “나는 세월을 비껴갔는데”라거나 “아직도 빛나지 않아?” 등 스스로를 향한, 전도연의 표현을 빌자면 “낯 뜨거운”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인물이다. “사이먼이 나를 사랑스럽게 봤구나 이런 생각도 했어요. ‘캐릭터에 너희들이 투영됐기 때문에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거니까 대본이 늦게 나와도 걱정하지 마’라고 했거든요. 처음에는 송도영에 도대체 내 어디가 투영됐는지, 왜 이런 모습을 나에게서 봤을까 했는데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원작 속 류바 캐릭터의 공통되는 점을 가져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구체적으로 ‘이렇다’ 얘기한 건 아니지만 사이먼은 류바가 사랑스러움으로 납득되는 캐릭터로 보여지길 바랐던 것 같아요.”연극 ‘벚꽃동산’ 공연장면(사진제공=LG아트센터)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도 그 말을 당사자 스스로가 내뱉었을 때는 오만하게 느껴지거나 불편한 분위기를 자아내곤 한다. 하지만 전도연을 통하면 이상하리만치 다른 뉘앙스, 분위기가 되곤 한다.“전도연 이즈 뭔들” “전도연이 연기를 잘하는 건 모두가 아는 거고 그걸 뽐내거나 보이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전도연 연기 진짜 잘하더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들어서 저한테는 어떤 자극이나 감흥도 되지 않아요”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지만 본인 입으로 내놓기 쉽지 않은 이 말들도 전도연이어서 밉지 않다. 그렇게 원작의 류바를 바탕으로 한 송도영은 전도연을 만나면서 지독히도 사랑스럽고 그래서 어떤 행동이나 상황도 납득시키며 극 중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인물로 변주됐다.전도연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둘째 딸 해나의 생일파티로 꼽았다. 그리곤 “뜨거움으로 시작해 되게 차가움으로 끝난 그 장면이 이 가족의 끈끈함을 짧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진다”고 이유를 밝혔다.“사이먼 스톤의 ‘벚꽃동산’ 메시지는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두식이 ‘새 시대가 올 거야’라고 하는데 그 새 시대가 무엇인지 저희들도 궁금했어요. 모두가 오기를 바라는 ‘새 시대’지만 각자가 바라는 이상향은 다르잖아요. 그렇게 스스로가 생각하는 ‘새 시대’를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죠. 저도 새로운 시대가 왔으면 좋겠는데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는 지금 우리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각자가 꿈꾸는 새 시대, 결국 관객의 몫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연극 ‘벚꽃동산’으로 27년만에 무대에 선 전도연(사진제공=LG아트센터)“27년간 공연을 할 생각을 못했던 건 갇혀 있었기 때문이고 갇혔다는 건 두려움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전히 관객과 시선을 맞추거나 무대를 즐기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라도 눈 마주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려 노력해 보려고 해요.”“여전히 관객과 시선 맞추기가 어렵다”는 전도연에게 ‘벚꽃동산’은 그렇게 “장르적으로 연극이기는 하지만 ‘도전이라기보다 제가 해보지 못한 수많은 것들을 하는 과정 중 하나”다.LG아트센터에 따르면 ‘벚꽃동산’은 2025년 해외 투어를 목표로 전도연을 비롯한 전 출연진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첫 무대부터 마지막 무대 같았고 매 공연이 마지막 무대인 것 같아요. 아직까지 7월 7일 마지막 공연은 사실 감히 상상조차 안돼요. 다만 마음껏 뭔가 풀어놓고 연기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낀다면 앞으로 저에게 폭넓은 선택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가 돼요. 저 LG에서 또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다른 것들도 경험해보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12 18:47 허미선 기자

[비바100]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그리고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최연소 우승자로 주목받아온 임윤찬을 향한 국내외 클래식 애호가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지난 4월 19일 데카(DECA)와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Chopin: Etudes)를 발매하면서 예고했던 임윤찬의 피아노 리사이틀(6월 15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17일 부천아트센터, 19일 광주 예술의전당 대극장,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국투어가 한창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개관 1주년을 맞은 부천아트센터는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동시접속자수 1만 6341명을 기록하며 50초만에 1000여석이 매진되는 등 가는 곳마다 임윤찬을 향한 환호가 이어지고 있다. 1년 6개월만에 진행 중인 이번 투어에서 임윤찬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의 ‘무언가 마장조-달콤한 추억’(Lieder Ohne Worte in E Major, Op. 19-1)과 ‘라장조-비가’(Lieder Ohne Worte in D Major, Op. 85-4),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사계’(The Seasons, Op. 37b), 모데스트 무소륵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을 선보인다.애초 4월 발매한 ‘쇼팽: 에튀드’ 수록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가 변경한 ‘전람회의 그림’은 정식 공연에서는 첫선을 보이는 곡이다.무소륵스키의 대표 기악곡으로 1870년 무렵 평론가 블라다미르 스타소프(Vladimir Stasov)의 소개로 만나 친구가 된 화가이자 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Victor Hartmann)의 추모 전시회 관람 후 6주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난쟁이’ ‘옛성’ ‘튜이렐리 궁전의 꽃밭’ ‘우차’ ‘달걀껍질 속 병아리의 춤’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시밀레’ ‘리모주의 시장’ ‘묘지’ ‘바바야가의 집’ ‘키에프의 대성문’ 등 하르트만 그림에서 받은 인상을 음악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무소륵스키가 39세로 요절한 친구에게 느꼈을 애도와 안타까움, 고통 등이 간결한 선율, 독특한 구성과 대담한 표현, 고난이도의 기교에 담겨 지금까지 연주되고 있다. 이 곡과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Verbier Festivals)에서 꾸릴 피아노 리사이틀(7월 20일)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 페스티벌에서 임윤찬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 등과 함께 하는 실내악 연주회(7월 25일)에서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의 ‘피아노 4중주 2번’(Piano Quartets Op.87)을 연주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12 18:00 허미선 기자

['다'리뷰] 배우들이 '다'했다… '파묘'가 이끈 오컬트를 코미디로!

무엇보다 평소 요가로 다져진 박지환의 하체 연기를 주목한다면 ‘핸섬가이즈’를 보는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사진제공=NEW)박장대소할거라 생각하면 안된다. 영화 ‘핸섬가이즈’의 웃음은 생각지도 못하게 나오는 방귀에 가깝다. 괄약근 조절이 용이한 20대의 가스 분출이 아니다. 아침부터 복통에 시달리거나 뭐를 잘 못 먹은 뒤 나오는 독한 냄새도 아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나와버리는 바로 그 민망함. ‘핸섬가이즈’의 웃음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닮았다.30대 후반과 40대 중반의 두 남자의 직업은 목수. 10년간 모은 돈으로 한적한 산 밑에 전원주택을 샀다. ‘실물과 100% 동일’이라고 나온 사진의 매물을 기대했건만 과거 동네 신부의 사택이었던 이 곳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다. 천장은 무너져 내려있고, 벽지도 아닌 페인트는 다 벗겨 졌으며 창문도 깨진 상태다.관객들은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의 미간 주름을 보고야 만다. 사실 그들은 아마도 이 집을 매물로 내 놓은 중개인을 당연히 암매장 시킬거라는 결론을 예상한다. 하지만 이들은 낡디 낡은 침대와 냉장고, 그리고 기본 주방 용품이 옵션인걸 알고 헤맑게 계약한다.배우 박지환(왼쪽부터), 이희준, 공승연, 이성민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핸섬가이즈’ 시사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평생 섹시하고 터프한 외모를 갖춘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은 사람들이 외모로 자신들을 두려워 한다는걸 모른다. 잊지 못할 첫인상으로 이사 첫날부터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지만 목수인 그들은 차에 잔뜩 실은 전기톱과 망치, 쇠파이프로 집을 고칠 생각에 들뜬다. 그 모습을 본 주변사람들은 하나 둘씩 그들을 연쇄 살인마 혹은 범죄자로 오해하기 시작한다.꿈꾸던 유럽풍 드림하우스에 입성했지만 집은 상상외로 고칠게 많다. 우연히 발견한 지하실에서 은총알이 든 권총을 발견하지만 그마저도 “비싸보이니 전주인에게 돌려주자”며 매매를 하자마자 동네를 뜬 중개인에게 연락을 취한다. ‘핸섬가이즈’의 웃음은 중반부를 기점으로 호러와 오컬트 장르를 오간다. 사실 집 근처의 펜션에는 유명 골프선수와 친구들이 놀러와 있다.곧 미국진출을 꿈꾸는 프로 골퍼인 성빈은 평소 마음에 둔 미나(공승연)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사실 여기엔 숨겨진 사연이 있다. 부와 명예를 물려받은 망나니들로 이번엔 미나를 희생양으로 점찍은 것.밤낚시를 나온 재필과 상구는 자신들을 보고 놀라 물에 빠진 미나를 구하는데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납치극으로 확신하며 영화는 본격적인 공포영화의 수순을 밟는다.사실 ‘핸섬가이즈’는 성빈 일행이 매니저를 무시하고 도로에 뛰어든 염소를 치고 그냥 도망가는 떡밥을 던지며 이 영화의 비극을 슬쩍 흘리는 영민함을 발휘한다. 외모는 거칠고 사납지만 길에서 발견한 동물 사체를 묻어주고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두 사람과는 대조적인 지점이다.“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 것”, 이것이 ‘핸섬가이즈’가 주는 명확한 교훈이다.(사진제공=NEW)중세시대에서 염소 혹은 산양의 머리를 가진 사탄이 등장하는건 그들의 차 번호가 ‘6666’인데 마지막 번호가 진흙에 가려 안 보이는 점, 그리고 구마의식으로 봉인된 존재들이 집의 지하실에 있음을 대놓고 드러내지만 코미디로 흘러가는건 100% 배우들의 힘이다.사실 미나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자신을 구해준 걸 알고 친구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사실 친구들의 목적은 춥다고 빌려준 명품 자켓에 든 성빈의 휴대폰을 찾는거다. 그 와중에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다 말벌을 내쫓고 화단으로 쓸 나무 상자가 관으로 오해받으며 슬랩스틱 코미디가 펼쳐지는데 재필과 상구의 험악한 외모 설정이 8할이라 시체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웃음이 터진다.결국 동네 경찰들이 그들의 드림하우스를 급습하지만 그마저도 어이없게 미나 친구들처럼 악령에 지배 당하며 ‘핸섬가이즈’는 한국에 없던 코미디의 한 획을 긋는다. ‘연기구멍’이 없는 이성민과 이희준이 망가진(?) 연기는 기대이상이다.올챙이 배를 가감없이 드러낸 형 이성민은 호피무늬를 덧댄 저지 후드티로 거칠게 살았지만 패션만큼은 포기 못하는 아재력을 선사하며, 소녀같은 감성으로 흡사 뮤지컬의 한 장면 같은 춤실력을 보여주는 이희준의 말랑한 연기톤은 ‘핸섬가이즈’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김지운 감독의 발칙한 초기작 ‘조용한 가족’에 비견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6-11 19:07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