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 영화 '하이재킹' 하정우 또 한번 비행기 소재로 한 작품 출연 "지치지 않고 늙어서까지 '복합마데카솔'같은 마음으로 연기할 것"
배우 하정우에게 진중함은 곧 연기다. 그저 명사로 구분되는 연기는 ‘나의 일’ 그리고 혹자는 ‘직업’, 본인은 아마도 ‘운명’이라 부르는 단어다. 대화 중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는 모습은 여전했고 신작을 소개할 때에는 되려 한 템포 늦추는 호흡이 감지됐다.
그의 최근 필모그래피에는 유독 실화에서 출발한 영화가 많았다. ‘최연소 1억 동원 배우’라는 호칭이 무색할 만큼 아쉬운 흥행에도 21일 개봉하는 영화 ‘하이재킹’에 대해서는 “몰입감과 속도전이 좋다”는 심플한 표현으로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이재킹’은 1970년대 비행기 납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실제 폭탄을 들고 강릉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탄 스물 두살 청년(여진구)과 탑승객들이 겪는 이념 갈등과 공포, 희생을 자처한 휴머니즘을 그린다. 극 중 그가 맡은 태인은 공군조종사 출신으로 군인의 사명보다 민간인의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인물이다.
‘하이재킹’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하는 김성한 감독과는 영화 ‘1987’ ‘백두산’ 촬영 당시 조감독으로 만난 사이다. 동갑내기여서 빨리 친해지기도 했지만 서로 물린 주식 이야기를 하다 “복구할 수 있는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하자”면서 연락처를 교환한 게 친분의 시작이었다.
그는 “조감독만 전문으로 하는 분인 줄 알았다” 눙치고는 “일을 워낙 잘하기로 유명해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입봉작에는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하이재킹’을 만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운명같은 작품임을 강조했다.
예산 140억원의 ‘하이재킹’은 그의 첫 연출작이자 저예산 영화 ‘롤러코스터’가 여러모로 생각나는 현장이었다. 비행기 전체가 360도로 돌아가는 최첨단 장비는 기본, 제한된 공간에 세계적인 CG기술이 더해서 고공상태의 상황까지 실감나게 구현된다.
그는 “직업적으로 비행기를 많이 타니까 무조건 질문을 해댔다. 기종에 대한 관심이 크고 뭐든 파고드는 편이라 멘트구성부터 불이 들어오는 신호체계, 서랍의 위치와 쓰임새 등을 공부했다”면서 “나중엔 승무원을 하는 주변 친구들이 나에게 ‘이 기종은 어떻게 근무하는 게 편하냐?’고 되물어보더라”는 에피소드를 밝혔다.
지난해 하정우는 영화 ‘비공식작전’과 ‘1947 보스톤’에서 ‘하이재킹’처럼 실화에서 출발한 실존인물을 연기했으나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지 못했다. 극장을 향한 관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투자자체도 OTT로 편중되면서 배우로서의 고민도 깊어졌다. 늘 “좋은 연기란 상황에 맞는거다. 이야기를 잘 지탱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말해 온 그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은 과학적 접근이 어렵다. 다만 어떤 태도와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속마음을 밝혔다.
“비행기 승객으로 나오는 수많은 배우들이 새벽 4시에 모여 리허설을 군말 없이 소화하시더군요. 얼굴이 잘 나오지 않는 위치에 있어도 너무 열심히 해서 감독님이 울먹거릴 정도였어요. 그때가 크리스마스 이브였거든요. ‘하이재킹’을 찍으며 기본기를 더 많이 다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을 늙어서까지 지치지 않고 하는 것,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 혹은 그림과 책을 쓰는 것 등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이 마음을 ‘복합마데카솔’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