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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유희성 연출 “원 아시아 마켓,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작품”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등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한국의 리드 프로듀서들이 역할들을 제대로 하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공 여부는 좀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프로듀서를 한다는 자체가 대단하죠. 정말 칭찬해 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유희성 연출은 브로드웨이에서 3월 29일(현지시간) 시작한 프리뷰 첫주부터 ‘원 밀리언 클럽’(주당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브로드웨이씨어터)의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와 ‘마리 퀴리’로 웨스트엔드 공연 준비에 한창인 강병원 라이브 대표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유희성의 무대 읽기-더 스테이지’(사진제공=연극과 인간)“자생적으로 지금의 경지를 이룬 한국의 창작자들이나 제작자들이 모든 것에 열어놓는 마인드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기 보다는 해외 동향 등을 주시하며 실험하고 실행하면서 글로벌화하려는 경향들이 굉장히 발전적이죠.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서포팅하고 리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단발성, 비슷비슷한 지원보다는 실행과 지속가능성에 집중한 정책이 필요한 때죠.” 그는 광주시립극단, 서울예술단 등의 단원으로 무대에 올랐고 뮤지컬 ‘명성황후’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였다.  더불어 뮤지컬 ‘모차르트’ ‘로미오와 줄리엣’ ‘피맛골연가’ ‘바람의 나라’ ‘투란도트’ ‘광주’ 등과 서울시무용단의 ‘바리’와 ‘신시’ 등의 연출이자 전 서울예술단 이사장,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등을 역임한 예술경영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8년 고(故) 장국영의 기일을 맞아 그의 음악들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역시 그의 작품이다.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 문화예술계와 교류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 작품과 공연계에 대한 대단함을 새삼 깨달아요.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무대를 지키기 위해 제작자나 공연 관계자, 스태프들, 배우들과 관객들까지 얼마나 애써왔는지…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셧다운 없이) 공연이 계속됐던 건 우리 문화사(史)에 기억될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격려 받아 마땅한 그 대견함과 노고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출간된 칼럼집 ‘유희성의 무대읽기-더 스테이지’(이하 더 스테이지)에 고스란히 담겼다.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더 스테이지’는 평소 뮤지컬 뿐 아니라 연극, 클래식, 무용, 전통 소리 등 장르를 섭렵한 다작 관객이기도 한 그가 2009년부터 한 매체에 꾸준히 게재해 오던 칼럼을 엮은 책이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물론 한국 공연계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현상과 트렌드 등을 차곡차곡 쌓아둔 책이다.“더불어 ‘시체관극’이라고 나쁘게 표현되는 우리만의 관람문화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들이 극을 보는 데 방해받고 싶지 않은만큼 다른 사람들의 관람 그리고 그 작품을 만든 배우들, 창작진들의 노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이어 “그런 문화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발휘된 것”이라며 “우리의 좋은 공연 문화들이 폄훼되지 않고 좀 더 알려지기를, 좋은 문화로 잘 성장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모범사례를 보이며 분투했던 공연계 역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스타 캐스팅, 환율로 인한 기자재 비용 상승, 해외여행 재개로 인한 관객 이탈 등 다양한 원인들이 언급되고 있는 데 대해 유 연출은 “창작자들과 스태프들이 지금보다는 좀 더 예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제작자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투자를 받기 위해 스타 캐스팅은 어쩔 수 없다고들 하죠. 하지만 좋은 작품을 제대로 만들면 성공한다는 사례들이 계속 나와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력 있는 창작진들과 배우들이 어우러졌을 때 진가가 나타나고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작가, 안무가 등을 만나 소규모 제작비로도 제대로 구현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그가 최근 눈여겨보는 장르는 창극이다. 지난 6월 국립국악원 진도에서 초연됐고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는 ‘따님애기’(7월 25, 2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총연출이기도 한 그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고종으로 무대에 오르던 시절 안숙선 명창의 제안으로 우리 소리를 배우기도 했다.“일본이나 중국은 자신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화시키고 있어요. 우리 창극 역시 그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통 소리의 발성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으로 향유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거든요. 우리 창극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현대화시키고 싶어요.”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15년을 넘게 중국 공연계와 합작 및 창작을 해온 그는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시절부터 ‘원 아시아 마켓’을 강조해 왔다.“중국, 대만, 일본 등과 작품을 함께 만들다 보니 아시아인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서가 있어요. 그 정서를 비롯해 내용, 스타일 등을 활용한다면 원 아시아 뮤지컬이 충분히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텍스트와 음악이 좋으면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사랑받을 수 있어요. 물론 각 나라마다 특성이 있고 선호하는 것도 달라요. 그건 각 시장의 특성에 따라 현지화 작업을 거치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이에요.”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도쿄 지겨웠던 N차 여행객, '쁘띠 재팬' 빠졌다

롯데관광개발이 일본 소도시행 전세기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은 일본 오카야마시의 풍경.(사진제공=롯데관광개발)최근 엔화 가치가 3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엔저에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여행업계는 일본 여행에 대한 열기를 잇기 위해 ‘소도시’ 상품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일본 상품과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로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해 올해부터는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슈퍼 엔저에 일본 여행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일본행 국제선 오른 승객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적 항공사와 외항사의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해 일본으로 떠난 승객은 1217만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3.8%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00만명 가까이 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엔저 현상에 일본 여행이 가성비가 좋아지며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뿐 아니라 소도시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북해도 온천.(사진제공=모두투어) 실제로 여기어때가 해외숙소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가고시마’ 지역의 숙소 예약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이상 뛰며 소도시 여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록적 엔저로 일본을 재방문하는 여행객이 증가하고 여행지도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어때 측은 “최근 ‘N회’차 일본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이 늘면서 소도시로의 여행 수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원래 일본은 가깝고 교통편이 잘 발달돼 있고 여행정보가 많아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다만 국내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들의 경우 대도시에 비해 접근성이 낮고 교통편이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자유여행이 쉽지 않다. 이에 여행업계는 일본 소도시와 이색 여행지를 둘러보는 패키지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 로컬의 매력… 소도시 콘텐츠로 차별화일본 미야자키 타카치호 계곡.(사진제공=롯데관광개발)소도시 여행이 주목받자 여기어때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본의 ‘로컬 여행’의 매력을 담은 콘텐츠를 시리즈로 만들었다. 유튜브 채널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오사사)’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로 첫 번째 시리즈는 ‘가고시마’로 정했다. 가고시마는 자연과 온천, 지역의 특색이 담긴 맛집이 많은 곳이다. 소도시 여행에 익숙치 않은 여행객들에 초점을 맞춘 여행 영상 가이드북처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여기어때는 콘텐츠 공개와 함께 가고시마 지역 숙소 할인 이벤트도 연다. 가고시마를 시작으로 향후 후속으로 소도시 콘텐츠를 지속 업로드할 예정이다.롯데관광개발은 다가오는 추석 연휴기간 오카야마, 니가타, 미야자키 등 일본 소도시로 향하는 특별 전세기 상품을 출시했다. 각 도시의 명소부터 특산품을 활용한 음식까지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 것이 특징이다. 롯데관광개발은 항공권을 구하기 어려운 추석 기간, 특별 한정 전세기 상품을 마련해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하나투어도 지방 출발 상품 다양화의 일환으로 인기 여행지인 일본을 중심으로 전세기를 확대하고 있다. 청주-일본(후쿠오카, 나리타, 간사이) 상품은 오는 10월까지 매일 출발 예정이다. 앞서서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을 직관하는 홋카이도 패키지여행 상품을 출시하는 등 일본 상품 차별화를 지속하고 있다.교원투어 여행이지도 국내 여행사들은 일본 N차 여행객을 겨냥해 소도시 패키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츠야마·아오모리·히로시마·사가·도야마·요나고 등은 일본을 여러번 방문한 여행객들에게도 신선한 매력을 줄 수 있는 도시들이다.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여행 만족도도 높고 재방문도 많은 여행지”라며 “소도시에 대한 니즈가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일본여행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리미엄 일본 상품도 ‘속속’북해도 온천.(사진제공=모두투어)올해 여름 성수기 시즌에는 일정이 짧으면서도 럭셔리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스컴바인과 카약의 해외 항공권 검색량에 따르면 4~7일 이내 기간으로 설정한 검색량이 가장 많았고 호텔 검색량은 4성급 호텔 비중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3성급 호텔 검색량은 전년 대비 크게 하락했다. 호텔스컴바인은 “생활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한국인의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며 “올 여름에는 럭셔리한 여행을 만끽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고 설명했다.프리미엄 여행에 대한 이같은 수요는 일본 패키지 상품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투어는 일본 지역 프리미엄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시그니처 블랙’ 신상품을 내놨다. 시그니처블랙은 시그니처와 함께 모두투어의 대표 패키지 브랜드로 프리미엄을 지향한다. 시그니처블랙은 △노팁, 노쇼핑, 노옵션 및 △5성급 이상 호텔 숙박 △현지 유명 식당 및 호텔 정찬식 등으로 즐길 수 있는 상품 브랜드이다.이번에 출시한 신규 시그니처 블랙의 대표 상품은 ‘북해도 료칸 온천 4일’이다. 해당 상품은 대한항공을 이용하고 럭셔리 전통 료칸으로 유명한 노보리베츠 타키노야 료칸에 3연박 숙박한다. 전통 료칸에서 즐기는 일본 가이세키 특정식을 통해 일본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다.고마츠 컨트리 클럽. (사진제공=롯데관광개발)또 일본 골프 여행을 찾는 관광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추석 연휴 기간 떠나는 프리미엄 일본 골프·크루즈 상품도 등장했다. 롯데관광개발이 선보인 이 상품은 최대 크루즈인 11만4500t급 전세선 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를 이용하며 내부에 대극장, 실내외 수영장, 카지노, 헬스장 까지 갖추고 있어 크루즈 안에서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기항지는 가나자와에 위치한 고마츠 컨트리클럽과 마이즈루의 미야즈 컨트리클럽으로 자연 속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코스로 기획됐다.하나투어는 내년 초 설 연휴 기간과 삿포로 눈 축제 기간에 맞춘 크루즈 여행 상품을 한정으로 선보였다. 설 연휴 기간에 운영하는 ‘설맞이 오니카와 크루즈’ 상품은 부산에서 출발해 오키나와에 있는 나하시, 이시가키 섬을 둘러보는 여정이다. 일본 최대 겨울 축제인 삿포로 눈 축제 기간에 맞춰 준비한 홋카이도 눈 축제 크루즈는 부산에서 출발해 홋카이도 남부 하코다테를 관광하고 서부 오타루에서 2일간 머무는 일정이다. 이 상품 역시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정통 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를 이용한다.한-일 크루즈코스타 세레나호. (사진제공=하나투어)이 기간 모두투어도 크루즈 여행 상품 2종을 선보인다. 설맞이 오키나와 6일은 설 연휴 기간에 맞춰 마련한 상품으로 부산에서 출발해 오키나와의 나하시와 이시가키섬 등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홋카이도 눈 축제 크루즈 7일’은 내년 2월 초 삿포로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유키마쓰리’ 눈 축제 기간에 부산에서 출발해 하코다테와 오타루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코스다.하나투어 관계자는 “크루즈 여행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이번 한-일 크루즈는 하나투어 역대 한-일 크루즈 중 최대 규모의 좌석을 확보했다”며 “또한 고객 편의와 차별화 서비스 일환으로 크루즈 내 하나투어 전용 안내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일 크루즈와 연계한 다양한 테마상품을 기획해 고객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노랑풍선은 미야코지마 에어탈 상품을 출시해 새로운 여행 경험을 제시한다. (사진제공=노랑풍선)◇ 거대 빙벽·활화산… 테마여행상품도 인기 일본은 북위 20도에서 45도까지 약 3000㎞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 일본은 아열대부터 한대까지 다양한 기후와 자연자원을 품고 있다. 이에 따라 빙벽과 아열대 해변, 활화산 등 일본의 자연 풍광을 구경할 수 있는 테마여행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지바현의 다테야마시는 4월 중순에서 6월까지 1년에 딱 두 달만 개통되는 거대한 설벽 ‘눈의 대계곡’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겨우내 쌓인 눈으로 세워진 20m 거대한 설벽 사이를 관광할 수 있다.모두투어는 아시아나 항공 전세기 업계 최다석을 확보하고 단 2개월간 만날 수 있는 알펜루트 설벽 관광이 담긴 패키지를 선보였다. 해당 패키지는 현재 보유 좌석의 80%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기도 한 도고 온천 관광,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에서는 일본 최대 사과 산지 답게 신선한 사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일본 규슈 북서쪽에 위치한 소도시 사가는 온천과 도자기, 일본 3대 소고기인 사가규 등으로 유명하다.오키나와에서 280㎞ 떨어진 미야코지마를 즐길 수 있는 상품도 출시됐다. 노랑상품의 ‘미야코지마 에어텔’ 상품이다. 미야코지마는 일본의 몰디브로 통하는 휴양지로, 천혜의 자연과 바다로 새로운 여행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일본의 유명한 활화산인 사쿠라지마 화산을 직접 볼 수 있는 상품도 출시됐다. 가고시마 3·4일 상품은 화산 연기를 직접 볼 수 있는 유노히라 전망대를 포함해 다양한 체험 일정이 포함됐다. 이 패키지에 포함된 호텔에서는 사쿠라지마 화산 전망을 제공하며 이곳에서는 안전하게 활화산도 감상할 수 있어 이용객에 특별한 추억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송수연 기자 ssy1216@viva100.com

2024-07-24 07:00 송수연 기자

[B그라운드] 국립극장 2024-2025 레퍼토리시즌 “극장 가동률 높이고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

국립극장이 극장 가동률 높이기와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를 핵심으로 한 을 발표했다(사진=허미선 기자)“이전 시즌보다 극장 가동률을 높이고 제작극장으로서의 자체 기획 및 공동주최 공연을 늘렸다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공연 편수는 비슷하지만 공연 기간을 늘려 극장 가동률은 더욱 높아질 예정입니다.”새로 시작될 국립극장의 2024-2025 레퍼토리시즌(8월 28~2025년 6월 29일)에 대해 박인건 극장장은 “극장 가동률과 기획 및 공동주최 공연 높이기”를 강조했다.“무대 셋업기간이 너무 길어서 실질적으로 110회 이내였던 해오름극장 공연 횟수를 금년부터 160~170회로 늘렸고 다음해는 200회 정도로 만들고자 합니다. 60%밖에 안됐던 하늘극장 가동률도 100%에 이르렀죠.”극장 가동률 높이기와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에 초점을 둔 국립극장의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는 신작 23편과 레퍼토리 8편, 상설 공연 14편, 공동 주최 16편 등 총 61편이 무대에 오른다.이번 시즌에서 눈여겨볼 것은 5년만의 마당놀이 귀환이다. 국립극장의 마당놀이 10주년을 맞아 원조 창작진인 손진책 연출, 박범훈 자곡가, 국수호 안무가 그리고 배삼식 작가가 4편의 레퍼토리를 엮은 ‘마당놀이 모듬전’(11월 29~2025년 1월 30일 하늘극장)을 선보인다. 이들과 더불어 원조 마당놀이 스타인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이 특별출연으로 흥을 돋운다.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포스터(사진제공=국립극장)또한 민새롬 연출의 연극 ‘몬스터 콜스’(12월 5~8일 달오름극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음악회 ‘함께, 비발디와 레스피키’(12월 10일 해오름극장), ‘2025 함께, 봄’(2025년 4월 12일 해오름극장), 중증 척추 장애 여성의 성적 욕망을 담은 신유청 연출의 ‘헌치백’(2025년 6월 12~15일 달오름극장) 등 무장애 공연 4편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마당놀이의 부활, 무장애 공연 신작과 더불어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는 국립극장의 정체성인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동시대 창작 공연과 관객들이 사랑했던 레퍼토리들이 고루 라인업됐다.한국 춤의 외연을 확장하는 국립무용단의 ‘행 +-’(8월 29~9월 1일 해오름극장)를 시작으로 실존 인물인 명창 이날치의 삶을 담을 국립창극단의 ‘이날치傳’(11월 14~21일 달오름극장)과 김정 연출·배삼식 극작의 ‘피의 군주’ 수양대군 이야기 ‘수양’(首陽 가제, 2025년 3월 13~20일 달오름극장), 양정웅 연출가의 ‘파라다이스’(가제, 2025년 4월 3~6일 해오름극장), 예효승 안무가의 ‘파이브 바이브’(가제, 2025년 6월 25~29일 달오름극장) 등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게임 세계관을 무대화한 작곡대전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11월 29~30일 해오름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지휘자 정치용이 이끄는 KBS관현악단과 손잡고 국악관현악을 서양관현악으로 변주하는 ‘스위치’(가제, 2025년 6월 21일 해오름극장)도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 초연된다.새로 선보이는 신작과 더불어 ‘변강쇠 점 찍고 옹녀’(9월 5~15일 달오름극장), ‘베니스의 상인들’(2025년 6월 7~14일 해오름극장) 6년만에 돌아오는 ‘향연’(12월 19~25일 해오름극장) 등 국립극장 인기 레퍼토리를 비롯해 외부 창작단체와의 공동주최나 기획 공연도 선보인다.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8월 29~9월 28일 하늘극장), ‘송년갈라 SPA con’(12월 28일 해오름극장), ‘천개의 파랑‘(2025년 2월 22~3월 7일 해오름극장)과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레타 ‘박쥐’(10월 11~12일 해오름극장), 라이브러리컴퍼니 ‘붉은 낙엽’(2025년 1월 8~3월 1일 달오름극장), 국립극단 ‘그의 어머니’(2025년 4월 1~20일 달오름극장),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이끄는 이모셔널씨어터 ‘꿈의 극장’(2025년 5월 16~6월 29일 하늘극장) 등을 만날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3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할만큼 다 했지” 참으로 김민기다운 마지막 말 “그저 고맙다”

21일 오후 8시 26븐 김민기 학전 대표가 별세했다(사진제공=학전)“할만큼 다 했지. 그저 고맙다.”김민기의 마지막 말은 참으로 그다웠다. 민주항쟁의 상징곡인 ‘아침이슬’ ‘상록수’ 등의 창작자이자 1991년부터 30여년 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의 김민기가 7월 21일 오후 8시 26분 별세했다. 향년 73세.지난해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해오던 그는 간으로의 전이, 지난해 12월 폐렴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도 학전의 레퍼토리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투병해 왔다.학전 외관(사진제공=학전)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올초부터는 병에 집중하셨다. 빨리 나아야 한다며 가족이 말릴 만큼 모범환자였다”며 “항암치료 후 다음 치료 일정을 잡으신 후 가족들도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지만 포크 듀오 ‘도비두’로 가수활동을 시작하며 ‘아침이슬’ ‘상록수’ ‘늙은 군인의 노래’ ‘꽃 피우는 아이’ 등을 발표했다.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하는가 하면 ‘금관의 예술’ ‘아구’ ‘공장의 불빛’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니’ 등 공연을 제작·연출했다.학전 개관 20주년 기념 단체 사진(사진제공=학전)1991년에는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에 학전소극장 블루를 개관해 김광석,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윤도현, 정재일, 나윤선 등을 배출했고 ‘지하철1호선’ ‘고추장떡볶이’ ‘의형제’ 등을 제작·연출했다. 최근까지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받았던 김민기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한 이전 학전 앞을 지나며 마지막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그의 조카이기도 한 학전 김성민 팀장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10마디를 해야 겨우 한마디로 답하곤 하던” 고인은 “학전 아카이브를 고려하진 않으셨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주셨다.”“마지막까지 하시고자 했던 건 본인 작품의 대본집이었습니다. 글로 뿐 아니라 무대, 음악 등을 한번에 볼 수 있늘 걸 만들고 싶어하셨죠. 그 숙제를 주고 가셨으니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선생님의 작품과 학전 레퍼토리, 개인 활동 등 크게 아우를 수 있는 아카이브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학전 아카이브는 아르코예술기록원이 자료를 가지고 가셔서 작업 중이고 경과를 보면 2, 3년 후에 공개될 듯합니다.”학전의 대표 레퍼토리 ‘지하철 1호선’(사진제공=학전)더불어 고인이 머물던 학전 4층 집무실 운영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학전을 그만두겠다는 시점에서 ‘다 놓고 가겠다’고 하셔서 아르코에 운영을 맡기고자 했다. 하지만 그 장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그 공간만큼은 비워진 상태로 둘 예정”이라고 전했다.“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 공간을 학전 아닌 다른 사람이 운영할 수는 없어요. 저희도 그 공간이 있어야 버틸 수 있어서 비워둘 예정입니다.”생전 김민기가 거듭 “내가 뿌린 씨앗들은 내가 거둬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등 학전 대표 레퍼토리에 대해서는 “김민기 선생님이 연출하지 않은 학전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학전 김민기 대표(사진제공=학전)“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지하철 1호선’은 없습니다. 여지를 주자면 배우, 스태프들, (김민기의 유족인) 작은 어머니나 동생들과 상의해서 학전 40주년, 50주년, 100주년의 그 어느날에는 한번쯤 생각해보기는 하겠죠. 애매모호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김 팀장은 학전 자리에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에 대한 생전 김민기의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어린이극은 아르코나 아시테지에서 충분히 잘 해주고 계셔서 오히려 걱정을 하지 않으셨다”고 전했다.“다만 시작은 어린이극으로 하지만 청소년극에 대한 당부도 하셨습니다. 더불어 묻히고 있는 신진 뮤지션들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을 하셨어요. 아르코 측에는 전달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말했고 그분들도 이미 충분히 준비하고 계셨습니다.”이어 “학전을 폐관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응원하시느라 십시일반 도와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하기도 했다. 유가족들과 학전 측은 “화환과 조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선생님이 직접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 친구들 등과의 논의 끝에 선생님이 마음 편히 가시게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미뤄 짐작컨대 설경구, 장현성 아저씨가 와도 ‘밥은 먹었니’ 하셨을 거라…늘 얘기하던 밥, 따뜻하게 한끼 나눠먹는다는 개념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배우들, 선생님을 기억하시는 분들과 밥 먹고 차를 마시면서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씨와 두 아들이 있으며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2 14:24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데뷔 30주년 베이스 연광철 “바그너 음악의 매력은 지루함, 그 심연의 촘촘한 서사들”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바그너 음악의 매력은 지루함이죠. 그런데 그 안에는 촘촘하고 깊은 서사들이 있어요. 그렇게 그 심연의 뜻을 알았을 때는 점점 빠져들죠.”베이스 연광철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7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음악의 매력을 “지루함과 그 심연에 촘촘하게 자리 잡은 서사들”로 꼽았다.“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귀에 딱 꽂히는 선율도 없는데 정말 많은 주제들과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에 감상할 포인트들도, 생각할 거리도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감상할 기회가 적은 편이죠.”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연광철은 자타공인 ‘세계적인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2018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수여 받은 성악가다.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 계약 후 2004년까지 바그너 포함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1996년 아주 작은 역으로 시작해 매년 여름 바그너 오페라로만 꾸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Bayreuth Festival)에서 150회에 걸쳐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발퀴레’(Die Walkure), ‘탄호이저’(Tannhauser), ‘뉘른베르크의 명가수’(Die Meisteringer von Nurnberg), ‘파르지팔’(Parsifal),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 등의 무대에 올랐다.더불어 빈 국립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등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의 오페라 ‘파우스트’(Faust),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마농’(Manon),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등에도 출연했다.이번 ‘보컬 마스터 시리즈’에서 연광철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 중 무대에서 많이 선보인 곡과 캐릭터들로 선정한” 프로그램을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선보인다.1부에서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을 시작으로 ‘더 이상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 ‘모든 것은 준비되었으니 눈을 떠라’(Tutto e disposto... Aprite un po’ quegl’occhi),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I Vespri Siciliani) 서곡과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 중 ‘찢어질 것처럼 아픈 영혼’(Il lacerato spirito), ‘돈 카를로’(Don Carlo)의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Ella giammai m‘amo)를 선사한다.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고전 중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이태리 오페라 대표 작곡가이자 제가 유럽의 다양한 프로덕션에 참여했던 베르디로 시작합니다. 모차르트는 백작의 음모에 맞서는 젊은이의 패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면 베르디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 혹은 정략결혼으로 인한 사랑의 결핍과 그리움, 쓸쓸함에 대해 노래하죠.”2부는 올 바그너 아리아들로 꾸린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얘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네가 정말 그랬다는 말인가’, ‘리엔치’(Rienzi, der Letzte der Tribunen) 서곡,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과 ‘그렇지 않다는 게 보이지 않니?’를 만날 수 있다.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오페라 가수로서 커리어의 가장 많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 바그너입니다. 이번 바그너 프로그램은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많아요. 바그너 중 한번씩은 꼭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곡들로 꾸렸죠. 특히 ‘파르지팔’은 제가 해외에서 100회 이상 공연한 작품으로 1막과 3막의 아리아를 선보입니다. 제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어떤 음악으로 관객 앞에 서는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예술의전당에서 기획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는 지난 3일 소프라노 홍혜경에 이은 연광철 그리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11월 16일)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리사이틀과 더불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보컬 마스터 시리즈’를 비롯해 올해부터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름 아카데미에서도 전세계 젊은 성악가들을 만날 그는 “그들 역시 제가 시작할 때처럼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다”고 털어놓았다.“이태리에 있든 독일에 있든 유럽의 어느 국가에 있든 뉴욕에 있든 생활과 생각과 커뮤니케이션은 한국 사람과 똑같이 하고 있어요. 한국어로 대화하고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그들의 음악을 공부하려고 해요. 좋은 가수들이 많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장인정신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만 유럽에 있을 게 아니라 몸과 마음, 정신까지도 유럽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죠.”더불어 “공기순환도 잘 안되는 무대에서 무릎이 깨지고 다치는 상황들과 시간들을 견뎌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의 미디어에서 성장하려는 성악가들을 데려다 엉뚱한 데 출연시켜 스토리텔링해 소비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미디어에서 주목받는 건 좋아요. 일견 대견하기도 하죠. 하지만 프로그램 측에서 음악을 해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연락해 오디션 출연자만이 제대로 인정받는 성악가라거나 여기를 통하지 않으면 한국 활동이 어렵다는 등의 인식을 심어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활동하다가 커리어가 끊겨 출연하는 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활동들을 폄훼하거나 성취가 미미하다고 틀린 길이라고 비하하는 건 좀 안타까워요.”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그리곤 젊은 성악가들에게 연광철은 “저 역시 독일에서 활동하면서 그 나라의 인물을 통해 문화와 역사 등을 보여주는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그들 속에 훨씬 더 깊이 들어가야 했다”며 “그렇게 훨씬 더 깊이 들어가 종교, 역사, 정치, 문학 등 많은 것들을 접하고 그들과 호흡하면서 절실하게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데뷔한 후 3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0년이 너무 빨리 가버렸어요. 대부분의 공연 스케줄은 2, 3년, 심지어 5년 전부터 잡히곤 하거든요. 10년짜리 캘린더를 쓰고 있는데 그 달력 3개면 30년이잖아요.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이지만 출발점에서 여전히 가고 있는 시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0 15:05 허미선 기자

[비바100] 한국경제 배 가르는 '상속세'

얼마 전 효성그룹 상속인이 전 재산을 사회환원하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그 이유가 거액의 상속세 때문일 것이란 보도가 뒤를 이어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 만큼 상속세는 부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상속세폐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대표인 저자는 상속세가 ‘세금’이기 이전에 ‘형벌’이라 독설을 서슴치 않는다. 상속세는 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낡고 빛바랜 ‘평등’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한국경제를 상속세의 저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일갈한다.◇ 상속세는 ‘상속차단세’인가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OECD 회원국 가운데 55%인 일본에 이어 2위다. 그런데 우리는 ‘최대주주 할증제’가 있어 실질 최고세율이 60%로 세계 최고다. 상속세에 가산세를 붙이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의 상속세는 ‘상속을 차단하기 위한 형벌’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망자의 경제적 성과물을 국가가 합법적으로 약탈하는 ‘상속 차단세’라고 꼬집는다.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상속받는 사람이 받는 만큼만 부담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인데 반해 우리는 죽은 사람의 재산 전체에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족이 약 12조 원의 상속세를 낸 이유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유족이 낸 3조 4000억 원에 비해 3배가 넘는다.‘현물’로 상속받고 ‘현금’으로 세금을 내게 하는 상속세 정산 방식도 문제 삼는다. 어디 가서 현금을 구해오거나 주식 또는 집을 팔아야 하니 유족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물납 제도가 있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부동산과 유가증권 가액이 전체 상속재산가액의 50%를 넘어야 하고,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금융자산 가액을 웃돌아야 한다. 물납 대상에 상장주식이 배제되니 실효성도 적다.저자는 상속세 설계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상속받는 재산은 자기 노력 없이 부모 잘 만나 공짜로 얻는 불로소득이니 국가가 좀 뜯어가도 상관없다는 그릇된 인식이 이런 ‘공적 약탈’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공제한도가 약 300억 원에 이르고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 승계를 허용하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는 상속과 경영권 승계 자체를 막으려는 취지가 분명하다고 성토한다.◇ 상속세는 결국 징벌세저자는 “상속세는 결국 부와 성공을 일궈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생애 마지막 징벌”이라고 말한다. 평생 열심히 일해 무언가를 남긴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목에서, 국가가 그의 유산을 약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된 ‘락앤락’ 등을 예로 들면서 “상속세가 갖는 이런 특유의 폭력성 때문에 국가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일갈한다.저자는 우리 소득세 최고 구간이 현재 45%인 것을 언급하며 “생전에 45%를 꾸준히 뺏어가던 국가가 죽은 뒤에 60%를 추가로 뺏어가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단순 합계한 ‘합산세율’을 따져봐도, 한국의 합산 최고세율은 105%로 일본(100%)보다 높다고 지적한다. 명백한 ‘약탈적 이중과세’라는 것이다.저자는 “상속세는 가정파괴세”라는 독설도 마다 않는다. 가족을 위해 뼈빠지게 일할 동기를 빼앗는 것은 물론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세대간 경제력 계승을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결국 약탈적 상속세는 경제행위 주체들에게 ‘번 돈을 한 푼도 남기지 말고 죽기 전에 다 써버려라’, ‘생전에 쓸 수 있는 돈 이상의 자본축적은 아예 생각도 말라’는 의미”라고 성토한다.저자는 “근대 자본주의의 거대한 기초는 ‘사적 소유’”였다며, 상속세가 그런 소유권의 본질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제도라고 날을 세운다. 상속세가 경제행위의 실체인 가족 내부의 경제력 이동을 방해하고, 약탈적인 세율로 유족들이 미실현 자산소득을 현금으로 부담케 함으로써 결국 ‘나누는 세금’이 아니라 ‘빼앗는 세금’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한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인가저자는 “상속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라며 성토한다. 가만히 놓아두면 법인세와 직원들의 소득세, 그리고 경제활동 과정의 부가가치세를 모두 지속적으로 부담해 줄 국가경제의 주요 기반을, 세금 조금 더 걷겠다고 국가가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위의 배를 가르기 보다는 거위가 낳는 알을 영속적으로 받는 것이 훨씬 현명한 조치라는 주장이다.저자는 기업들의 다양한 상속세 회피 전략이 매우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평생 일궈낸 재산의 60%를 갑자기 국가가 가져간다면, 누구나 전력을 다해 세금을 줄이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만약 기업가들이 상속 전략에 정신을 팔지 않고 사업 확장에 더 매진했다면, 한국 기업들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우리 기업 회장들은 아무 때나 죽을 수도 없는 운명”이라고 꼬집었다. 갑자기 죽으면 경영권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종자기술 보유기업 ‘농우바이오’는 대주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과받아 결국 회사 매각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고령의 대주주가 혼자 많은 지분을 가진 회사는 자칫 상속세를 무느라 국가소유가 될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문제는 힘 없는 중소기업, 특히 비상장 중소기업이 덤터기를 쓴다는 사실이다. 사전에 승계 전략을 준비 못했다가 대주주 사망으로 경영권을 정부에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기업은 옥상옥 지배구조를 청산하는 ‘사회적 대합의’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건설하고, 본격적인 밸류 업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간 부의 이전을 막는 또 다른 악법 ‘증여세’저자는 “노노상속이 경제를 망친다”고 일갈한다. 노노상속은 자식 세대가 50~60대가 되서야 노부모에게서 재산을 상속받는 것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민간 재원이 고령층 안에만 머물러 소비 등을 통해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최근 상속 받는 자녀 가운데 50대와 60대가 다수가 되고 있다.저자는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생전 증여를 촉진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세대로 소득이전을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증여 장려 정책을 적극 펼쳤다. 2013년부터 교육비에 대해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부여했고, 2015년부터는 주택 구입이나 결혼출산육아 비용 등에 대해서도 증여세 비과세를 실시 중이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증여세 역시 상속세를 회피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차단규제가 되고 있다. 증여세율이 상속세율과 동일하니, 생전에 자식 대로 구매력을 이전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민간자본의 대부분을 60대 이상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여세라는 또 다른 악법이 자본의 세대 간 이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상속세 70%였던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이유기업 오너들은 주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 상속 국면에서 경영권 승계에 치명적인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상장주식은 대주주 사망일 기준으로 직전 2개월과 직후 2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주식 가액이 산정된다. 주가가 높을수록 상속세 부담이 커지니 악착같이 주가를 끌어내랄 수 밖에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이 상속세에도 있다는 얘기다.대주주들은 많은 배당도 원치 않는다. 주가가 오를 위험이 커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이다. 배당을 포함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부과되고, 대주주의 배당 소득에는 49.5%의 고율 세금이 부과된다. 저자는 상속세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해 우리 국민 전체가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상속세가 폐지되어야 진정한 밸류 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저자는 스웨덴 상속세 폐지의 교훈을 강조한다. 1984년까지 스웨덴의 상속세율은 70%로 세계 최고였다. 아스트라 설립자의 부인 사망을 계기로 그녀 소유 부동산과 주식이 매각될 것이란 소문에 주가가 폭락했고, 결국 자녀들은 파산을 선언했다. 이에 유족은 물론 다른 창업주 가문들의 국외 탈출 러시가 이뤄졌다. 결국 스웨덴은 2005년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상속세 폐지운동의 방향스웨덴은 상속세 폐지 당시 이미 30%까지 상속세율이 낮아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스웨덴 국민들이 상속세 완전 폐지를 택한 것도, 세율 인하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강력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웨덴은 대신 양도소득세와 다를 바 없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해당 유산을 양도해 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건 별로 소득 규모에 맞춰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저자는 상속세 폐지에 앞서 증여세부터 먼저 폐지하자고 제안한다. 상속세 폐지 대신 소득세 혹은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1%포인트 정도 올리는 방안도 제시한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처럼 양도소득세로 전환할 경우 예·적금이나 현금 등이 과세대상에서 누락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금 과세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측면도 있고, 누락 규모가 전체 상속자산의 5% 이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상속세 폐지를 위한 자발적 국민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상속세 폐지는 ‘진격의 코스피’를 만들 수 있으며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구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가 정신을 만발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성장을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상속세 폐지는 한국경제의 ‘린치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7-20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아르코꿈밭극장 개관, 정병국 위원장 “김민기 선생님과 학전의 정신 잇도록!”

김민기의 학전소극장을 리뉴얼해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 운영방향을 설명 중인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김민기 선생님의 뜻과 학전소극장이 그 동안 우리 문화예술계에 미쳤던 영향이 계속되도록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완전한 리모델링을 통한 재개관은 아니지만 시급한대로 손을 보고 오픈하게 됐습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정병국 위원장은 지난 3월 15일 폐관하며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낸 김민기의 학전소극장이 7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이하 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한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갑작스럽게 이뤄진 일들이기 때문에 예산이 편성돼 있거나 하지 않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시간도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2024년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아시테지 여름축제 프로그램과 연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33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블루 소극장이 어린이, 청소년 극을 주로 올리는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사진=브릿지경제 DB, 학전 제공)개관식 후 아시테지 여름축제가 이어지는 꿈밭극장은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 우선 대관하고 “내년부터는 창작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과 문예위의 어린이, 청소년 창작지원사업과의 연계도 검토 중”이다. 학전에서 매년 진행해온 김광석 콘서트에 대해서는 “김광석 기념재단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내년부터는 공간도 전면적으로 재배치합니다. 현재 1층 상점의 계약이 끝나면 저희가 임차해서 학전의 아카이빙 공간을 꾸리고자 합니다. 학전에서 보존하고 있던 구조물들, 학전 간판 등을 이 공간에 전시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죠. 더불어 아이들이 평소에도, 공연을 보러 와서도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라운지도 만들 생각입니다. 가능한 공간들은 다 임차해 창작자들을 위한 연습장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등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여의치 않은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꿈밭펀딩까지고 생각 중”이라고 밝힌 정병국 위원장은 “문예위 예술나무 후원센터를 통해 모은 후원금과 더불어 꿈밭극장펀딩을 통해 5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17일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공모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 극을 중심으로 선정하고자 합니다. 학전의 역사성을 지속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선정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지방 순회를 통해 소외지역 어린이들도 문화향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갈 겁니다. 여기를 밭으로 삼아 작품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 꿈밭극장이 가져야할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정 위원장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학전이 공연계에 미친 영향, 특히 어린이 청소년 극을 중심으로 이어온 정신을 우리가 이어 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가능하면 학전의 흔적들을 지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학전이라는 이름이나 ‘고추장떡볶이’ ‘지하철 1호선’ 등 대표 레퍼토리들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김민기 선생님께서 ‘내가 뿌린 씨앗은 내 선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그 뜻을 기리고 발전시켜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더 나아가 우리 연극계 전반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9 22:28 허미선 기자

[비바100]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 “이제 스물, 디지털 아트의 고유명사를 꿈꿔요!”

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이제 성인이 됐네요. 스무살이 될 때까지 좀 힘들게 자라서 감개무량한 것 같아요.”이성호 대표이사의 표현처럼 ‘성인’이 된 디스트릭트(d’stirct)코리아의 20주년은 “감개무량”할만 하다. 2004년 웹에이전시로 시작해 디지털 아트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수많은 부침과 성장통을 겪었다.“가장 어려웠던 시점 중 하나는 창업주이자 대표 슈퍼 디자이너였던 최은석 대표의 부재였어요. 유서 한장 없었어요. 정말 많이 흔들렸고 외부에는 디스트릭트는 끝났다는 인식이 팽배했죠. 2016년 제가 대표이사가 될 때까지도 재정적으로 어려웠어요. 부채가 자산보다 더 많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중국 프로젝트의 적극 수주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죠.”2012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던 중 디스트릭트의 기둥이었던 최은석 창업주를 하늘로 떠나보냈고 2018년 중국과 100억원대 규모의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지만 미수금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해야할 때도 있었다. 이 대표가 꼽은 “가장 영광스럽고 뿌듯했던 순간”은 단연 ‘웨이브’(Wave)의 성공이다.◇웹 에이전시부터 디지털 아트 대표 기업으로, 산업기능요원에서 대표이사로기사회생의 발판이 된 디스트릭트의 ‘웨이브’(사진제공=디스트릭트코리아)“기업 상대 서비스 뿐 아니라 B2C까지 확장하기 위한 2012년 라이브 파크, 2015년 플레이K팝이 연달아 실패한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됐어요. 정말 모든 압박을 다 받으면서 오기가 생겼죠.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희가 만든 결과물들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거든요.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020년 ‘웨이브’를 제작했죠.”대망(?)의 2020년 코엑스 거대 전광판에 걸린 ‘웨이브’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그야 말로 ‘기사회생’했다. 그렇게 ‘웨이브’로 업계 ‘생존의 아이콘’이 된 디스트릭트는 ‘웨일 넘버2’(Whale #2)과 ‘워터폴’(Waterfall-NYC)로 뉴욕 타임스퀘어에 입성했다.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이어 여수, 강릉, 제주, 부산 등 국내 뿐 아니라 홍콩, 중국 청두,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에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을 운영 중인 디지털 아트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이성호 대표는 2007년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 발 들여 2016년 대표이사가 돼 지금에 이르기까지 17년 동안 디스트릭트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전역을 앞두고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이 출시됐고 ‘미디어 파사드’라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가 트렌드가 됐어요. 컴퓨터 모니터 뿐 아니라 벽, 건물 등에 디지털 아트가 투사되기 시작했죠. 영화 ‘아바타’로 촉발된 홀로그램, 3D 입체영상 등 디스플레이가 다변화되던 시기였어요. 터치, 제스처의 양 등으로 디지털 정보를 입력하거나 사운드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도 됐죠.”그렇게 경영학도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회계법인 재직 중 산업기능요원으로 디스트릭트에 근무하던 그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표현하거나 정보를 입력하는 수단들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고 수요가 많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가능성”에 스스로의 미래를 맡겼다.“저희가 십몇년을 고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너무 빨리 이 업에 뛰어 들어서예요. 시장을 열었달까요. 보통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망하기 일쑤예요. 그들의 시행착오를 조정해 이후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해 가곤 합니다. 그런 시류 속에서도 디스트릭트는 꾸준한 ‘버티기’로 퍼스트 무버이면서도 디지털 아트 신을 대표하는 사업자로 생존했죠.”◇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디테일과 디자이너 마인드span style="font-weight: normal;"디스트릭트의 ‘웨일 넘버2’(사진제공=디스트릭트코리아)“더불어 당시 구성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뭔가를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1세대 대표 웹디자이너였던 두 창업주로부터 ‘유산’처럼 전해져 온 그 일하는 태도는 디스트릭트가 20년간 ‘존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죠.”그의 표현처럼 “디스트릭트. ‘엄격한 디자인’(Design Strict)이라는 회사 이름 자체가 두 창업주가 만든, 브랜드를 관통하는 철학”이다.“리더들이 그렇게 일하도록 창업부터 문화를 만들어 왔죠. 웹에이전시로 시작한 회사다 보니 픽셀을 다루면서 디테일에 집착하고 끝까지 놓치지 않았거든요. 고객사 오케이 보다 내가 만족할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 완성도를 올리는 게 중요한 태도요.”웹에이전시로 시작했지만 기술 환경에 발맞춰 신속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계속 바꾸고 병특으로 들어왔던 사람이 대표이사가 되는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 그 일하는 태도다.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보통 그런 자잘한 데 신경 쓸 게 아니라 또 다른 일을 해야 경제적이고 생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 역시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지만 이 회사에서 그렇게 일을 해 왔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에요. 그게 결국 비슷한 일을 하는 기업 혹은 조직과의 차별화를 만들어냈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고 그 정신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죠.”이어 이 대표는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적응하는 데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들 역시 디테일에 집착하게 된다”며 “그것이 20년 동안 비주얼 크리에이티브로서 기업 역량이나 평가 훼손 없이 버텨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지금 시대와도 잘 맞는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젊은 친구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들이 디스트릭트가 보여준 성장과정에 공감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버티기’ 혹은 ‘존버’라고 하죠. 하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거예요. 존버하고 있지만 여전히 힘든 날들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너무 많거든요.”◇‘생존’ ‘기사회생’의 아이콘, 노력하지 않으면 운조차 만날 기회가 없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돼 주목받았던 디스트릭트의 ‘워터폴’(사진제공=디스트릭트코리아)“우리 구성원들이 분명 좋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회사를 잘못 운영해 고생할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버티면 분명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고 결국 왔죠.”이를 이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디스트릭트 성공의 시발점이 된 ‘웨이브’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던 데서 벗어나 고객을 직접 만나기 위한 마케팅의 첫 발이었다.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사실 허황된 꿈조차 꿀 수 없던 때였어요. 먹고 살기도 힘들어 먼 데를 바라볼 수 없는, 극도로 현실적이 될 수밖에 없는 16년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일하며 버티다 보니 기회라는 게 찾아왔어요. 결국 운이 좋아서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 운은 버텨서 찾아왔죠. 운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 운이 그냥 찾아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노력하지 않으면 그 운조차 만날 기회가 없거든요.”이전부터 B2C로의 전환을 꿈꾸며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연달아 실패를 거듭하면서 마케팅의 필요성을 깨닫고 코엑스 LED 전광판 운영사에 전체 운영시간 중 의무사항인 공익적 목적(2, 30%) 콘텐츠를 무료로 제작하겠다는 제안을 했다.“2019년 넥센타이어에 의뢰받아 제작한 ‘물’ 소재의 디지털 영상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걸 떠올렸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다 보니 (코엑스 LED 전광판 공익 시간대에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을 권고하는 콘텐츠가 전부였던 때죠. 사실 답답한 시민들에게 위안과 힐링을 선사했다는 건 사후의 스토리텔링이고 디스트릭트라는 회사를 알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콘텐츠 제작비용과 LED 사용료를 맞바꾼 ‘웨이브’는 의외성에 반응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건드리며 “기사회생이라는 영광의 순간”으로 돌아왔다.“매체 주목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미디어 아트, 아나몰픽 일루전이라는 입체 영상 표현기법이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죠. 평면 스크린에 입체적 영상을 제작해 스트리밍하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를 만든, 제가 관에 들어갈 때까지 뿌듯할 순간이죠.”◇‘영원한 자연’을 소재로 세계로! 세계로! 아르떼뮤지엄디스트릭트 아르떼뮤지엄(사진제공=디스트릭트코리아)“웨이브 뿐 아니라 아르떼뮤지엄의 시작도 운이 좋았어요. 그 장소에서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방문하고 좋아해주신 것도 그렇고. 임대차 계약을 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져서 ‘진짜 망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내 여행이 활성화됐고 아르떼뮤지엄도 많이 찾아주셨죠.”아르떼뮤지엄은 “자연을 소재로 미디어 아트로 공간을 재해석하고 디자인해 어렵지 않고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현재 8개(여수, 강릉, 제주, 부산, 홍콩, 청두, 라스베이거스, 두바이)를 운영 중이다. 그렇게 국내외로 사이트를 늘려간 아르떼뮤지엄은 국내에서만 이미 7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B2C로의 전환을 꾀했던 두번의 시도에서 ‘소재’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가상의 자연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이라는 큰 주제를 잡았죠. ‘웨이브’의 성공으로 가능성은 이미 확인했으니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기술의 향연 보다는 “세줄 안팎의 설명으로도 이해가 가능한,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에 집중한 아르떼뮤지엄은 현재 디스트릭트 수익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중점 사업이기도 하다.“각 사이트 별로 2, 30% 가량은 그 지역의 문화적, 인문학적, 자연적인 소재들을 반영하고 있어요. ‘가든’이라는 섹션을 예로 들면 제주는 ‘제주도의 푸른 밤’, 여수는 ‘여수 밤바다’, 강릉은 송소희 소리꾼의 ‘강원도 아리랑’ ‘정선 아이랑’ ‘홀로 아리랑’ 등에 맞춰 그 지역 전경들을 담아내죠.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 주의 캐년들과 카지노 풍경 등으로 그 지역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19일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부산 중 ‘오르셰 협업’전(사진제공=디스트릭트코리아)19일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부산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산 갈매기’,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등에 맞춰 부산의 풍광들이 펼쳐진다. 더불어 고흐, 마네, 모네 등 유명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오르셰 미술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현직 오르셰 미술관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특화한 부산과 더불어 내년부터는 해외 사이트 확장에 집중한다. 내년 중국 션전, 미국 LA 산타모니카, 뉴욕 맨하튼 첼시 피어 그리고 2026년 일본 나고야와 태국 방콕까지 차례로 론칭할 계획이다.◇누구나 품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모두가 향유할 예술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저희는 기술기업이 아닌 콘텐츠기업, 아트테크 팩토리입니다. 다른 데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할 뿐 저희의 핵심 역량은 손끝에서 나오는 콘텐츠 기획·제작 능력이거든요. 아르떼뮤지엄도 여타의 프로젝트들도 기술적으로는 전혀 돋보일 게 없어요.”처참한 실패를 맛본 두번의 시도, 라이브 파크와 플레이K팝은 이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쓸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총동원한 기술박람회” 수준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최첨단화될수록 아날로그가 각광받는 현상은 일상 곳곳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기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희는 아티스트도 아니에요. 저희는 여전히 완벽한 디테일에 집중하며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처럼 작업해요. 하지만 그 결과물은 지극히 대중적이죠. 보다 많은 분들이 쉽게, 직관적으로 향유하시길 바라거든요. 뭔가를 가르치거나 아티스트 철학을 이해 못하면 소양이 부족한 거라고 폄훼하지 않아요. 크리에이터도 아닌 저 같은 40대 아저씨 감성이면 수용될 수 있을,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면 됩니다.”애초 2, 30대 여성들을 메인 타깃으로 론칭한 아르떼뮤지엄은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계기이기도 하다.“아이들 그리고 어르신들도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능은 있어요. 어머님들이 예쁜 꽃을 좋아하고 아이들도 알록달록 귀여운 것들에 즐거워하잖아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니즈가 있는데 지금의 현대미술은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향유되고 있잖아요.”디스트릭트 아르떼뮤지엄(사진제공=디스트릭트코리아)이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디스트릭트라는 회사가 기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동시대 미술 신에서 디지털 아트는 이제 시작되는 단계지만 향후 20년 내에 전통적인 회화나 예술에 버금갈 메인 장르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인상주의 이후 미술 자체가 굉장히 추상화되고 작가의 철학을 담는 형태로 진화했다면 앞으로는 기술을 기반으로 인상주의 이전처럼 직관적인 것으로 바뀌어가지 않을까 싶어요.”◇디지털 아트의 고유명사가 되기를 꿈꾸며 span style="font-weight: normal;"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지금까지처럼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렵게 성인이 된 순간의 영광보다는 앞으로가 조금 더 기대해 볼 만한 환경인 게 너무 다행스러워요.” 조금 더 기대해 볼만한 미래의 시작이 될 내년 아르떼뮤지엄의 해외 지점 론칭과 더불어 디스트릭트는 시각 경험의 다변화에 집중한다. 아티스트와 협업한 아트프로젝트 ‘리사운드: 울림, 그 너머’(reSound, 8월 25일까지 문화역서울284)의 해외 순회전시 그리고 디지털 아트와 푸드를 접목해 ‘미각 경험’을 선사할 ‘고메트랙’(Gourmet Track) 준비에 한창이다.“쇼케이스 형식으로 올해 처음 무료로 선보인 아트 프로젝트 ‘리사운드’에는 하루 평균 2000여명이 다녀가셨어요. 이 추세라면 전시기간(60일) 동안 10만명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무료여도 하루 평균 2000여명이 오진 않아요. 이 현상이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작가주의에 빠진, 어떤 생태계에 갇혀 소수에만 향유되는 파인아트 신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즐길만한 데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거든요.”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 ‘reSOUND: 울림, 그 너머’ 중 ‘FLOW’(사진=허미선 기자)내후년쯤 제주에서 첫선을 보일 고메트랙은 “사운드트랙처럼 미디어 아트와 더불어 먹는 즐거움을 결합시킨 공간 서비스”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먹는 행위잖아요. 고메트랙을 위해 제주도에 2만평의 땅을 매입했어요. 제주의 특산물인 흑돼지를 활용한 오마카세부터 다양한 요리를 미디어 아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이닝 서비스죠.”이어 “잘 알려진 FnB 브랜드와 협업하고 아르떼뮤지엄 제주도 이 부지로 옮길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20주년을 맞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디스트릭트는 시각을 메인으로 공간 경험을 디자인하는 기업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경험들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제는 한국의 조그만 웹 에이전시가 아닌, 전세계에서 ‘디스트릭트’라는 브랜드를 들으면 ‘디지털 아트’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은 알려져 있다고 생각해요. 이 열악한 한국의 디자인 산업에서 일하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가능성을 좀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요.”이어 이 대표는 “영혼이 갈려 가며 누군가의 일을 대신 해주면서 여전히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며 ‘버티기’ 중인 재능있는 에이전시, 크리에이터들에게 발전 사례로 남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앞으로는 ‘코카콜라’가 콜라의 고유명사이듯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디지털 아트의 고유명사인 ‘디스트릭트’가 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9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블라인드 러너’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민자, 여성인권 문제”

‘달리기’를 소재로 여성인권, 이민자, 자유 등의 문제를 다룬 연극 ‘블라인드 러너’ 공연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난민 문제는 난민 자체가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그 나라로 망명할 수밖에 없게 한 모든 국가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계2차 대전을 예로 들어보죠. 당시 9만여명의 유대인 이민자들을 제일 많이 수용했던 멕시코나 남미, 중동, 이란 등은 전쟁 발발과는 무관한 나라들이었죠. 난민을 만든 나라가 우리나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자유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달리기’(Run)를 소재로 여성인권, 이민자, 자유 등의 문제를 다룬 ‘블라인드 러너’(Blind Runner, 7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대해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Amir Reza Koohestani) 작·연출은 이렇게 밝혔다.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는 연극 ‘블라인드 러너’(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여성인권 운동의 시발점이 된 2022년 9월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 사망사건을 다룬 닐루파 하메디(Niloofar Hamedi) 기자와 그 남편의 실화 그리고 유럽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이민자 행렬을 모티프로 한다. “극 초반 말장난처럼 제시되듯 픽션(Fiction)과 팩션(Faction)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입니다. 대본 초고는 다섯 페이지 뿐이었지만 연습과 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천일야화를 만들어내 듯 이야기를 계속 덧붙여 구성해 완성했죠.”연극 ‘블라인드 러너’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작·연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지난해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Kunsten Festival des Arts) 초연 후 독일 베블린 페스티벌, 네덜란드 누더존 공연예술 축제 그리고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제(Foreigners Everywhere)에 맞춘 특별 기획공연 ‘Biennale Teatre 2024’로 선보여 주목받은 작품으로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해외 초청작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정치적 신념의 표출로 5년형을 선고받고 감시카메라가 수시로 작동하는 감옥에 수감된 아내(아이나즈 아자르우슈 Ainaz Azarhoush)와 그런 아내에 대한 걱정, 분리돼 있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을 만든 아내에 대한 원망 등을 쏟아내는 보수적인 남편(모하마드 레자 후세인자데 Mohammad Reza Hosseinzadeh)의 이야기다.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면회실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부패한 정치권과 독재정권, 바닥을 치는 경제 등 목숨걸고 망명과 이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란인들의 현실을 담고 있다. 보수적이기만 하던 남편은 아내의 부탁으로 눈먼 이민자 마라토너 파리사(아이나즈 아자르우슈)의 가이드러너가 되면서 변화를 맞는다.미디어 프로젝션을 통한 리얼리티와 버추얼리티의 공존, 라이브 카메라로 실현되는 미디어타이즈 등 연극이어서 가능한 연출들과 더불어 아내와 파리사를 한 배우가 연기하는 점은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눈을 뜨면 아내, 눈을 감으면 맹인 러너 파리사가 되는 1인 2역 설정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장면이다.“마흐사 아미니 사망으로 불거진 ‘히잡 시위’는 처음에 한두명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여러 명이 하나의 뜻을 품게 됐죠. 많은 이들이 같은 명분 하에 운동을 펼쳐가는 걸 보면서 한 배우가 두 역할을 연기함으로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연극 ‘블라인드 러너’ 공연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이어 “남편은 아내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자신들의 관계가 위험에 빠져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계속 질문을 던져 왔다. 하지만 파리사를 만나면서 결국 여성의 자유가 보장돼야 남성조차도 자유가 보장이 된다는 사상으로 진화된다”고 부연했다.더불어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이 꼽은 장면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Channel Tunnel)에서 영감 받은 터널 신이다. 그는 “어둠을 통과해 빛을 향해 나아가는 터널이 이 극과 잘 어울리는 특이한 비주얼적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마지막에 경적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끝나는데요. 터널이라는 공간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첫차를 피해 5시간 38분만에 영국에 도착해야 하는 불공정한 경쟁이자 절망적인 길이라는 이중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한테는 위험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자살항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공간에서 해피엔딩을 찾기란 쉽지 않잖아요. 일종의 모호함을 만들어내는 연출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9 17: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박세은 “발레는 그냥 발레다”

‘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허미선 기자)“결국 발레는 그냥 발레 같아요. 한국의 발레 교육이 (러시아) 바가노바 메소드(Vaganova Method, 러시아 무용교사 아그리피나 바가노바가 창안한 발레 교육법) 기반이다 보니 프랑스 스타일을 다시 익히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어떤 스타일이든 잘 하면 프랑스에서 춤을 추든 한국에서 춤을 추든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춤을 추든 다 할 수 있거든요.”세계 최고(最古) 파리오페라발레(The Paris Opera Ballet, Ballet de l‘Opera national de Paris)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Etoile) 박세은은 17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이하 에투알 갈라, 7월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기자간담회에서 “발레는 그냥 발레”라고 털어놓았다.“제가 입단했을 때는 저 혼자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주니어 컴퍼니, 준단원 계약 무용수까지 6명”이라는 박세은에 발랑틴 콜라상트(Valentine Colasante)는 “굉장히 재능이 출중한 분들”이라며 “파리 발레단에서 춤을 추는 자체가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을 보탰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저희는 어려서부터 익숙한 환경에서 교육받아 프랑스 스타일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분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익히고 있거든요. 그 자체로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에겐 없는 재능에 감탄하고 있죠. 아마도 한국에서 배운 교육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국에서 배운 것과 프랑스에서 새로 익힌 것들이 합쳐져 한국 무용수들이 굉장히 멋진 결과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프랑스 스타일의 발레에 대해 박세은은 “과하거나 힘이 많이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추는 춤”이라며 “아름답고 예쁜 걸 떠나 감성적인, 춤 보다 감정이 먼저인 스타일”이라고 전했다.“동작이나 테크닉 보다 먼저 나와야 되는 게 감정이에요. 그런 부분이 프랑스 발레의 특징 같아요. 노력해서 보여주기 보다는 절로 묻어나오는 감정, 내추럴함이 프랑스 스타일의 큰 장점이죠.”‘별’이라는 의미의 ‘에투알’은 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일컫는다. 그 에투알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한 올해의 ‘에투알 갈라’ 무대에는 박세은과 그의 오랜 파트너 폴 마르크(Paul Marque)를 비롯해 발랑틴 콜라상트, 레오노르 볼락(Leonore Baulac), 한나 오닐(Hannah O‘Neill), 기욤 디오프(Guillaume Diop) 6명의 에투알이 오른다.더불어 프리미에르 당쇠르(Premiers Danseurs)인 록산느 스토야노프(Roxane Stojanov), 제레미 루 퀘르(Jeremy-Loup Quer), 쉬제(Sujet) 토마 도퀴르(Thomas Docquir), 안토니오 콘포르티(Antonio Conforti), 발레마스터(Maitre de ballet) 리오넬 델라노에(Lionel Delanoe) 그리고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첼리스트 백승연이 함께 한다.2022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무대를 가졌던 ‘에투알 갈라’와는 달리 파리 오페라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 장면들로 꾸린다. 프로그램 역시 A(7월 20, 21일)와 B(7월 23, 24일), 전혀 다른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허미선 기자)A 프로그램은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Delibe Suite Pas de deux), ‘랩소디’ 파드되(라이브 Rhapsody Pas de deux), ‘카르멘’ 침실 파드되(Bedroom Pas de deux from Carmen), ‘보석’ 중 ‘다이아몬드’ 파드되(Diamonds Pas de deux from Jewels), ‘세 개의 그노시엔느’(라이브 Trois Gnossiennes), ‘마농의 이야기’ 침실 파드되(Bedroom Pas de deux from L’Histoire de Manon), ‘알 게 뭐야’ 중 ‘내가 사랑한 남자’(The Man I Love from Who Cares), ‘신데렐라’ 2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Cendrillon Act 2),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The Vertiginous Thrill of Exactitude)로 구성된다.  B 프로그램에서는 ‘돈키호테’ 3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Don Quixote Act 3), ‘르 파르크’ 3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Le Parc Act 3), ‘몸짓’ 중 ‘푸른색의 정신’ 파드되(Pas de deux from Signes), ‘차이콥스키 파드되’(Tchaikovsky Pas de deux), ‘양식적(樣式的) 파드되’(라이브 A la maniere de, Pas de deux), ‘빈사의 백조’(라이브 La Mort du cygne), ‘백색’ 모음곡 중 ‘아다지오’ 파드되(Suite en Blanc), ‘백조의 호수’ 중 3막 ‘흑조’ 파드트루아(Black Swan Pas de trois from Le Lac des cygnes Act 3)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Mi Favorita)을 만날 수 있다. “갈라 작품은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돌고 뛰는 기교적인 부분이 돋보이죠. 하지만 저는 그걸 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바퀴를 돌고 체공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글로 쓸 수 없는 감성 등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공연을 보셔야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갈라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박세은(사진=허미선 기자)이를 위해 휑한 배경에 무용수와 음악만으로 구성하는 여타의 갈라가 아닌 제대로 꾸린 무대, 조명, 의상 등이 구현된다. 박세은 ‘백조의 호수’ 중 3막 흑조 파르트루아 중 등장하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제레미 루 퀘르)를 예로 들었다.“굉장히 멋있어요. 주역만큼이나 무대를 장악하는 조연이죠. 의상도 너무 멋진데 파리 오페라 발레 무대에 실제로 오르는 큰 망토를 직접 가지고 왔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큰 망토인데 그 마저도 너무 멋있죠. ‘마농의 이야기’를 위한 침대도 직접 제작했어요. 마치 전막 공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갈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에투알 승급 3년차를 맞은 박세은은 “이 타이틀로 ‘넘어져도 에투알은 에투알’이라는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제 발레 인생의 전환점은 출산”이라며 “에투알이 되고 나서 제 춤에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는 출산 전후로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출산 3개월 전까지도 무대에 올랐고 출산 후 6개월 만에 복귀했어요. 저는 부족한 것만 생각할만큼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아요. 굉장히 고뇌하면서 춤을 추는 스타일이죠. 하지만 출산 전후로 너무 피곤해 고민할 시간이 없어졌어요. 연습실에서 즐겁게 춤을 추고 귀가해 신나게 육아를 하는 루틴이 자리잡히면서 제 춤이 좀 더 편안해졌죠.”무용수로서의 전환점이 된 출산으로 지난해 30년만의 파리 오페라 발레 내한공연 ‘지젤’(Giselle)에 동행하지 못했던 그는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지젤’로 전막 발레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제가 너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더불어 제가 너무 좋아하고 (에투알 승급에) 노미네이션될 수 있었던 (러시아 출신의 무용수이자 안무가)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전막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현재 투어용으로 대곡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언제 완성될지 모르지만 이 작품으로 한국 전막 공연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8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부서진 폐허 속에서 발굴한 혹은 발굴되길 바라는 보석 같은 미래들, 다니엘 아샴 ‘서울 3024-발굴된 미래’展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를 진행 중인 다니엘 아샴(사진=허미선 기자)지금으로부터 1000년 후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이 발굴된다면. 이 같은 상상과 마이애미에서 보냈던 어린시절 허리케인 앤드류가 휩쓸고 간 폐허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 자연의 압도감, 문명의 덧없음 등을 겪었던 트라우마 그리고 2010년 모아이 조각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Easger Island) 유물 발굴 현장에서 과거의 유물을 통해 현시점의 역사를 추적하는 고고학자들에서 영감받아 시작한 작업들은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sy)이라 할만하다.그렇게 시간과 역사, 공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상상의 고고학을 예술작품으로 풀어내는 작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개인전 ‘서울3024-발굴된 미래’(10월 13일까지 롯데뮤지엄)가 진행 중이다.   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수동 카메라, 전화기, 카세트 플레이어 등 일상적인 물건들을 석고, 화산재, 수정 등의 광물로 주조하고 인위적으로 부식시켜 미래에서 발견된 듯한 가상의 유물을 제시하며 저마다의 시간,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17세기 프랑스 남부 아를의 로마 고대 극장의 폐허 속에서 조각으로 발견된 아를의 비너스가 3020년 발견된다는 상상과 스토리를 더해 작품으로 승화하는 식이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세계관에 공존하는 다양한 시대와 시간, 문화, 장르 등을 혼용하는 250여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을 재해석한 ‘푸른색 방해석의 침식된 아를의 비너스’(Blue Calctit Eroded Venus of Arles)를 시작으로 어린시절 봤던 ‘백 투더 퓨처’ 등 로버트 저메키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공상과학 영화에서 영감 받은 부조 형식의 고전 영화 포스터와 작가가 직접 제작한 영화 ‘미래유물’, 아디다스와 협업한 ‘모래시계’까지를 만날 수 있다. 이 ‘31세기 시네마’에 대해 다니엘 아샴은 “두개의 다른 풍경을 구현하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무언가를 표현한 모습으로 빛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비너스와 31세기 시네마와 더불어 대중들을 열광시킨 포켓몬, ‘미래 유물(Future Rlic) 오브제 시리즈’, 고전 조각상과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조화가 기묘함과 생경함을 자아내는 ‘분절된 아이돌’(Fractured Idols), 발굴현장을 재현한 장소 특정형 작품 ‘발굴현장’(Excavation Site) 그리고 초기작과 티파니 등 글로벌 브랜드 및 가구, 패션, 건축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 작품도 전시된다.특히 ‘발굴 현장’ 에서는 서울을 주제로 17세기 이탈리아 카프리치오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양식을 차용한 두점의 회화가 최초로 공개된다.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3024 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을 쓴 아테나 여신‘(Athena Helmeted Found in Bukhansan)과 ’3024 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신격화된 로마 조각상‘(Rome Deified Found in Bukhansan 3024)은 폐허가 된 서울 북한산에서 서양 고대유물인 아테네 여신과 로마 조각상이 발견된 풍경을 담고 있다. 이 두 작품에 대해 다니엘 아샴은 “다양한 풍경화와 화풍 그리고 다양한 세계관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가장 독특하고 눈여겨 볼 것은 그림에 사용된 굉장히 독특한 색채 또는 색감”이라고 꼽았다.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저는 색맹이기 때문에 색깔을 쓰는 작업을 할 때는 어떤 톤의 색감이 쓰이는지를 굉장히 신중하게 고려하는 편이죠. 단조로운 흑백 또는 검정에서 흰색으로 이동하는 굉장히 단조로운 색채의 톤, 그 중에 섞인 몇몇 색들이 있거든요. 더불어 건축의 기능, 방향성 등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이죠.” 이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부식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벽이 가진 재료성에 대한 깊은 탐구의 결과물”이라며 “벽은 어떤 선이나 얼음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전시작품들은 정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미래를 어떤 폐허가 된 모습, 종말론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도 있죠. 서울의 박물관 등에서는 과거의 흔적, 잔재라고 할 수 있는 유물들을 발견, 보존하고 있잖아요. 그 유물들을 세팅된 미래라는 배경에서 질서 있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 제목에 ‘서울’을 포함시킨 데 대해 다니엘 아샴은 “20년 동안 작품을 활동을 이어오면서 50년 또는 100년 전과 비교해 보니 세계는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를 진행 중인 다니엘 아샴(사진=허미선 기자)“예술가로서 일종의 상징을 만들어내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소도, 시간도 특정하지 않는 것이 저희의 목적이고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관객들을 도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다양한 시간성과 장소성, 역사성이 공존하는, 부서지고 폐허가 된 과거와 그 틈 사이에서 빛나고 있는 보석들, 다니엘 아샴은 그들에게서 발굴될 혹은 발굴되길 바라는 저마다의 미래를 제시한다. 그가 제시한 폐허와 발굴현장의 지금 시대 오브제들에서 어떤 미래를 발견하는지는 결국 관객의 몫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다니엘 아샴 개인전 ‘서울 3024-발굴된 미래’(사진=허미선 기자)

2024-07-17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국립극단 박정희 신임 예술감독 “아름다운 순간이여 영원히, 괴테 ‘파우스트’처럼!”

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창작진과 제작진 그리고 각각의 프로덕션이 하나의 공동체처럼 움직이는 성숙한 창작 문화를 형성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각각의 전문 분야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식구처럼 움직일 때 그것이 하모니를 이뤄 ‘명작’이라는 결과물까지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박정희 국립국단 신임 예술감독은 브릿지경제에 이렇게 밝히며 “제작진과 아티스트의 건강한 협업문화를 위한 국립극단규약(NTS, National Theater Standard) 제정”을 언급했다. NTS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박 감독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제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하는 단계”라고 전했다.“창작자와 제작진이 서로가 안전하다는 감각 하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믿고 존중하며 작업하는 문화, 저마다의 협업 태도를 한번 더 점검하고 쇄신하는 문화가 연극계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입니다. 그 만큼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청취하고 점검한 후에 적절한 조항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지난 4월 취임해 90일을 맞은 박 감독은 “궁극적으로는 내외국인 누구나 사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극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국립극단”을 강조했다.이를 위해 극단 체제 강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다채로운 연극적 색채, 기획단계부터 국제 교류를 계획하고 완성도를 담보하는 레퍼토리 개발을 시행과제로 삼는다.이를 달성하기 위한 키워드로 ‘작품성’ ‘관객 스킨십’ 명동예술극장 르네상스‘ ’국내외 협업‘을 꼽았다. 키워드에 따른 중점사업 및 운영방안도 수립했다.‘작품성’ 균일화를 위해 지난 3년 간 23.5에 머물렀던 관객 추천지수(NPS)를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더불어 관객과의 신뢰 강화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60% 안팎에 머물렀던 명동예술극장 가동률을 올해 80%, 내년에는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결국 콘텐츠의 중요성, 연극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인간의 본질과 존재의 양식을 탐구하는 예술인 연극에 걸맞는 작품으로 라인업을 꾸린다.신규 레퍼토리 개발과 더불어 기존 공연 중 양질의 작품을 재발굴해 레퍼토리화하는 ‘Pick 시리즈’(가칭)과 ‘Pick크닉’이 그 첫발이다. ‘Pick 시리즈’를 통해 국립극단 제작 PD와 관객이 투표로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명작 한편씩을 선정해 무대에 올린다. 박 감독에 따르면 이를 위해 현재 5개 작품을 후보군으로 토론 중이다..‘Pick크닉’은 매년 여름과 겨울 시즌 민간 극단의 작품을 초청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리는 기획초청 프로젝트다. 올해는 극단 수수파보리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프로덕션IDA(아이디에이)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 완성 플레이 그라운드의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가 ‘Pick크닉’ 작품으로 선정됐다.  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첫발을 뗄 것은 ‘PIck 시리즈와 신작(창작극) 제작, 인문학 강의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가와의 대화도 단기간 내에 확장할 것이고요. 장기 플랜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원만한 해외교류와 관객추천지수(NPS) 상승이죠.”연출가 및 작가 등을 대상으로 익명 투고, 낭독회 등의 형식으로 운영하던 지원 프로그램도 변화를 맞는다. 창작 희곡 공모는 상금 규모(대상 1명 3000만원, 우수작 2명 각 1000만원)를 확대하고 대상작은 낭독회를 거쳐 후년 연극인들 꿈의 무대인 명동예술극장 공연화를 진행한다.창작자 발굴을 위한 ‘창작트랙 180°’ 사업도 신설한다. 6개월 단위로 한명의 아티스트를 선발해 장르, 신진·기성 등의 제한 없이 창작활동을 지원한다.“신설한 ‘창작트랙 180°’는 최종적인 본 공연 같은 결과물 중심이 아닌, 오로지 과정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참여하는 예술가 한명이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과정 내 현장 창작자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으로 완성됩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연극계 전반에 신선한 창작 담론이 형성되고 확산되게 한다는 점이 다른 지원 프로그램과 차별 지점입니다.”박정희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1년이었던 시즌단원(15명 내외) 활동기간을 2년으로 늘려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화하고 19세 이상 34세 미만의 프로무대 경력 2년 이상 배우들을 수용하는 ‘청년교육단원’ 제도는 현재 40명 규모에서 점점 확대할 예정이다.한국 연극 위상을 높이고 이를 알리기 위한 세계무대로의 진출, 지역 순회 프로그램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 방안도 적극 개발, 확대한다.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위한 작품, 외부 초청 공연 등에 대해 박 감독은 “한국의 지역적인 소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계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 연극을 만들고 교류하고자 한다”고 답했다.장애인들을 위한 ‘열린 객석’, 공연 영상화 사업, 올해 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시작으로 지역 예술가와의 협업 강화, 예술가와의 대화 회차 늘리기, 공연의 이해도를 높이는 도슨트 프로그램 신설, 희곡의 성격에 적합한 인문학 강의 도입 등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철로’ ‘하녀들’ ‘이영녀’ ‘헤다 가블러’ ‘아버지’ 등의 연출가이기도 한 박정희 감독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국립극단”과 더불어 “관객들이 아름다움을 감각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열망을 털어놓기도 했다.“연출자로서는 관객들이 아름다움을 감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선보이고 싶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 중 ‘아름다운 순간이여 영원히 멈춰라’라는 한 장면의 이미지가 10년 동안 마음에 남으면 인생은 변하기 시작하거든요. 이처럼 아름다움을 관객의 가슴에 오랫동안 각인시킬 수 있는 작품을 선물하고 싶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7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웃음’ 장인 정상훈이 전하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의 웃음 그리고 송원근·김범·손우현 몬티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다이스퀴스 역의 정상훈(사진제공=쇼노트)“9명을 죽이는데 웃겨요. 이게 좀 아이러니하잖아요. 그렇게 저희 작품에는 코미디가 있고 그 어떤 뮤지컬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음악이 있습니다. 소재 자체가 파격적인데 재밌고 극본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군더더기 없이 딱 맞아 떨어지죠. ”무려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하는 정상훈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의 매력을 웃음과 음악으로 꼽았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송원근(왼쪽부터), 다이스퀴스 안세하, 몬티 나바로 김범, 다이스퀴스 정상훈, 몬티 나바로 손우현(사진제공=쇼노트)“우리 브라스 밴드 분들 하나하나가 엄청나요. 그런 대단한 분들을 양주인 감독님이 다 끌어오셨습니다. 그야 말로 음악 귀호강이죠.”이어 “다이스퀴스(이규형·정상훈·정문성·안세하,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1인 9역을 하다 보니 거기서 웃음이 유발되고 총천연색의 색들을 모아놓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사실 외국 코미디 작품을 한국식으로 각색하는 건 난해해요. 상황만 주어진 채 거의 다 부수고 다시 탑을 쌓았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관객과의 공감’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안 웃기면 진짜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과하지 않게 농도를 맞추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김동연 연출, 배우들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죠.”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송원근(사진제공=쇼노트)정상훈은 ‘웃음’ 장인인 동시에 애드리브의 달인이기도 하다. 무대 위 애드리브에 대한 질문에 정상훈은 “철저히 짜놓은 약속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워낙 퀵체인지가 많다 보니 상배배우와의 약속이 어그러지는 사고나 불미스러운 상황들이 생길 때만 조금 애드리브를 쓴다”고 털어놓았다.‘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은 지독히도 가난하지만 사랑에도, 세상에도, 삶에도 순수했던 청년 몬티 나바로(김범·손우현·송원근)가 런던 최고의 귀족 다이스퀴스 가문의 8번째 백작 후계자였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김범(사진제공=쇼노트)2018년 한국 초연 후 2020년, 2021년에 이은 네 번째 시즌으로 190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몬티 나바로와 다이스퀴스 가문 사람들, 연인 시벨라 홀워드(류인아·허혜진)와 결혼상대 피비 다이스퀴스(김아선·이지수) 등이 펼쳐가는 좌충우돌 블랙코미디다. 이번 시즌의 몬티 나바로 역은 모두 새로운 출연진으로 ‘구미호뎐’ 시리즈, ‘고스트 닥터’ ‘로스쿨’ ‘꽃보다 남자’ 등의 김범, BL드라마 ‘나의 별에게’ 시리즈, ‘행복배틀’ ‘금수저’ 등과 연극 ‘테베랜드’ 등의 손우현, ‘오페라의 유령’ ‘레드북’ ‘이프덴’ ‘서편제’ 등의 송원근이 번갈아 연기한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손우현(사진제공=쇼노트)이들에 대해 정상훈은 “전혀 다른 매력의 몬티”라며 “이들 뿐 아니라 제작진들이 삼고초려해 모신 출연진들이 정말 대단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했다.“송원근 배우는 ‘오페라의 유령’을 하셨잖아요. 저음이 진짜 너무 좋은데 (‘젠틀맨스 가이드’에서는) 되게 잔망스러워요. 코미디랑 잘 어울리는 몸뚱이를 지니고 있죠. 우리 (김)범씨가 원래 귀족이었던 사람이 아픔과 슬픔, 번뇌 등을 이겨내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라면 (손)우현씨 같은 경우는 진짜 밑바닥, 흙수저에서 차곡차곡 쌓아 금수저까지 올라가는 드라마가 보이는 몬티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6 23: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이 모든 게 정말 기후변화 탓일까

난민.(AFP=연합)기후위기를 둘러싼 종말론적 관점이 팽배하다. 곧 지구가 어떻게 될 것 같은 공포감이 만연하다. 이른바 ‘기후주의(Climatism)’가 지구와 인류에게 늘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기후주의는 기후변화가 더 많은 가뭄과 기근, 집단이주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런 양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준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쟁과 이주, 인종차별을 넘어 다른 형태의 ‘파괴’가 잇따를 것이란 암울한 미래상을 던져 준다. 온갖 부정적인 사고의 원인을 기후변화 때문으로 모는 경향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저자는 그러나 기후주의 이론이 100% 맞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후위기 종말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보자고 말한다.기후변화가 전부는 아니다|마이크 흄|풀빛◇ ‘기후’에서 ‘기후주의’로저자는 ‘기후주의’를 ‘사회적 경제적 생태학적 현상에 대한 지배적인 설명이 곧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라는 확고한 신념’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런 신념은 자칫 사회 정의와 정치적 자유, 미래의 번영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의 이동성과 갈등, 도시 디자인과 교통 계획, 관광, 인구 출신율 등의 문제들이 모두 ‘기후화’로 귀결되었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열대 저기압 때문에 생긴 홍수가 단순히 기후변화의 결과로 설명되거나, 방글라데시 일부 해안에서 일어난 바닷물 범람이나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도 기후변화 탓으로 단순화되곤 한다. 재난의 지배적인 원인은 ‘자연적인’ 기상 위험 요소인데, 기후주의자들에게 거의 모든 기상 재난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결과로 판독된다.저자는 “신의 행위가 이제 사람의 행위로 대체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이상에 걸쳐 기후변화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장기 목표지만, 그것을 전쟁을 예방하거나 인종차별주의를 완화하거나 홍수를 억제하기 위한 개입으로 오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모든 것을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기후변화가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때로는 ‘진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어떤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폭염.(AFP=연합)◇ ‘지구 온도’라는 숭배물 GDP(국내총생산)가 경제 건전성을 정의하는 지표로 20세기 후반 동안 급부상한 것처럼, ‘지구 온도’는 비교적 최근에 세계 기후의 건전성을 정의하는 지표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저자는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연구와 사회과학 연구에서 일어난 수 많은 변화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기후와 기후변화에 책임을 돌리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저자는 그러면서 어느 새 지구 온도 수치 자체가 ‘숭배물’이 되어 버렸다고 꼬집는다. 마치 기후가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유일한 조건인 것처럼, 미래를 기후과학 예측을 통해서만 상상하는 이른바 ‘기후 환원주의’ 사고 방식이 팽배해 졌다며, 그 결함과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그는 “기후변화가 어느 새 완전한 이념으로 변신해 ‘기후주의’를 만들어 냈다”고 비판하면서 “이것은 이제 인종차별주의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홍수.(AFP=연합)◇ 왜 과학마저 기후주의에 빠지나저자는 “사실상 금융 부문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비현실적인 배출 시나리오가 제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기후주의 이념이 쉽게 빠지는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 10년 간 많은 시나리오들이 미래 기후 변화 가능성을 과대평가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연구자들이 널리 활용해 온 RCP(대표농도경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이 기준에 따르면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는 미래 지구 온도가 섭씨 2도(RCP 2.6) 이래로 상승한다는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석탄 연소가 거의 줄지 않아 21세기 말경 섭씨 4도 또는 5도(RCP 8.5) 수준으로 더 온난화해 지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무의식적으로 RCP 8.5가 기준사례로 적용되고 있다며 “실제 이런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한다.저자는 기후 과학이 미래 기후 영향을 과도하게 높게 예측하는 편향을 보이면서 의도치 않게 기후주의 이데올로기를 지탱하는 도구가 되고, 결국 잠재적으로 기후 정책을 잘못 이끄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과학자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극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대부분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기후변화의 영향 가운데 부정적인 것 들만 강조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가장 위험한 사례는 ‘손 쓸 수 없는 시점까지 겨우 ( )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식의 왜곡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기후과학이 기후주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대중의 도전과 정밀 조사, 관리감독에 대한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기후주의가 표현하는 ‘종말’은 허리케인, 산불, 홍수. 가뭄, 얼음 폭풍과 같은 극적이고 강력한 서사의 기후재난 요소들로 설명되기에 더더욱 사람들을 이끌리게 만든다. 그래서 저자는 “기후주의는 우리가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방식에 색을 입히는 색안경과 같다”면서 “기후주의 이념 때문에 기후과학이 왜곡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다.산불.(EPA=연합)◇ 기후주의의 다섯 가지 위험 저자는 ‘기후주의가 위험한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기후주의는 항상 ‘환경결정론’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태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함으로써 수 많은 다른 요인들이 배제된다는 얘기다. 둘째, 추상적인 특정 수치 목표가 언제까지는 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 탓에, 위험천만한 ‘시간 부족 담론’이 만들어 진다. 시간이 없다니 서둘러야 하고 결국 단기적 사고가 팽배해질 수 밖에 없다.셋째, 기후변화의 비 정치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 자유와 평등, 다원주의 같은 중요한 정치적 가치를 공공 정치의 바깥으로 밀어낼 수 있다. 넷째, 기후주의 안에 도사리고 있는 비 자유적, 반 민주적 충동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주의의 근시안적인 세계관 때문에 비뚤어진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저자는 “좁은 시야로 만든 기후 관련 정책 목표들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일이 그릇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과학과 사회과학이 무비판적으로 기후주의에 빠져 들어선 안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가뭄.(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후주의의 대안은 무엇인가저자는 “기후변화를 막는다는 하나의 정책 목표에 집착하는 바람에, 기후주의 이념은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복지 목표와 윤리적 의무를 주목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2015년 12월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에 대해서도 “특정 수치 범위 내로 지구 온도를 조절하겠다는 목표가 광범위한 복지에 대한 열망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았다”며 아쉬워했다.저자는 이에 기후주의의 극단적 과잉을 해독할 방안들을 제시한다. 과학적 불확실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시한부주의를 완화하고, 겸손의 기술을 장려하고, 가치의 다원성을 인정하고, 다원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주의가 가진 ‘과한 자신감’과 특정 숫자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의 상상 속에 자리한 ‘벼랑 끝’에서 추락할 것이란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그는 “미래의 모든 복합적인 돌발 상황을 관리할 전략적 기획 능력에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사회생태적 복지 성과를 나타내는 전 세계를 범위로 한 지표를 통제하려 애쓰기 보다는, 그런 복지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기후주의의 문제는 지구 온도를 다른 모든 목표보다 우선시하는 까닭에 절충안을 찾는 일이 방해받는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저자는 심지어 그런 절충안을 논하는 것조차 패배주의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잘못된 환경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주의의 추진력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지속가능 발전목표’ 들을 달성하는 것을 최고 목표로 하면서, 그것이 ‘지구온난화’라는 맥락을 인식하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저출산.(연합)◇ 그래도 계속되는 비판들저자는 여전히 기후주의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논거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후과학이 헛된 공포를 조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 주장을 신중하게 판독하고 비판적으로 따져야 하며 오로지 잠정적으로만 수긍해야 한다”고 맞섰다. 기후변화는 실존적 위험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기후변화로 생기는 위기는 심각하지만, 기후변화가 인간 생명을 싹 쓸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며 지구상 모든 생명은 말 할 것도 없다”고 맞받았다.저자는 “기후변화를 막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자”고 독려했다. 빈곤 퇴치와 기아 근절, 양질의 교육,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 확보,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같은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에 좀더 집중하자는 것이다. 특히 기후주의 이념을 자본주의 이념의 대척점으로 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저자는 “과학이 정치적인 이념의 무기로 전락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어떤 주장을 한 사람이 기후 공포조장주의자나 기후 반대파 또는 그 밖의 무엇이 되었든, 어떤 딱지가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입장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7-13 07:00 조진래 기자

[B코멘트]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프로레슬링 한판? 김태기 작가 “링 위에 선 우리, 저마다의 챔피언 벨트를 위해 분투 중!”

2024 어반브레이크에 프로레슬링 링을 설치해 관객참여형 전시 ‘Wrestle PLAY-Urban Slam’을 진행 중인 김태기 작가(사진=허미선 기자)“프로레슬링 링 위에 실제로 관람객들이 올라가 전시도 볼 수 있고 재밌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높은 산꼭대기 전망대에 오른 것처럼 혹은 링에서 승리한 우승자, 챔피언의 느낌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2024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7월 14일까지 코엑스)에 처음 참가한 김태기 작가는 행사장에 레슬링 링을 설치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프로레스링은 서브컬처고 저 역시 서브컬처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죠. 어반브레이크는 작품 판매에 급급하기 보다는 작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중시하고 잘 이해해주는 행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갑자기 링을 행사장에 들인다는데 어느 주최 측이 기꺼이 그러라고 하겠어요. 게다가 원래 전시하려던 그림과는 방향성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거든요. 그런데도 어떻게든 공간을 제대로 만들어 주셨어요. 그래서 이번에 한번 좀 놀아보자 싶었죠.”바닥에 여성 레슬러가 디지털 프린팅으로 래핑된 이 링은 김태기 작가가 프로레슬링협회(PWS, Pro Wrestling Society) 네트워킹을 통해 직접 협찬받은 것으로 “최근 성수동대림창고갤러리 개인전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알려지면서 할 수 있었던 일”이다.024 어반브레이크에 프로레슬링 링을 설치해 관객참여형 전시로 진행 중인 김태기 작가의 ‘Wrestle PLAY-Urban Slam’(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성수동대림창고갤러리에서의 ‘웨어하우스’(Wherehouse)를 비롯해 로스톤갤러리의 ‘뉴토피아’(Newtopia), 아무로무아 등 전시와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참여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다.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는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Wrestle PLAY-Urban Slam’이라는 제목 아래 ‘프로레슬링’ 연작과 ‘챔피언 벨트’ 시리즈를 관객참여형 전시로 진행 중이다.“어반브레이크는 참여 아티스트 라인업도, 방문하는 관람객 자체도 좀 달라서 재밌어요. 기본 미술 신과는 좀 다르거든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관람객들도 적지 않죠. 제 그림은 메타포들이 있어요. 그에 대해 귀 기울여 주시는 관객들이 있으니 제 의도를 잘 이해하실 수 있게 잘 말씀드리는 게 과제죠.”‘프로레슬링’ 시리즈는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현대사회의 현실과 허구를 교차시키는가 하면 허구 콘텐츠에 몰입하고 열광하는 시대를 반영하기도 한다. 어반브레이크에서 첫선을 보이는 신작 ‘챔피언 벨트’ 시리즈는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세부 장식 등을 활용해 저마다의 챔피언 벨트와 그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2024 어반브레이크에 프로레슬링 링을 설치해 관객참여형 전시로 진행 중인 김태기 작가의 ‘Wrestle PLAY-Urban Slam’(사진=허미선 기자)두 시리즈는 마치 프로레슬러처럼 가면을 쓰고 링 위에 올라 챔피언 벨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과 과정에 몰입하는 진정한 챔피언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제가 작업을 할 때는 온전히 그림만 그리다 보니 폐쇄적이 돼요. 오롯이 저한테 집중하죠. 하지만 전시라는 건 교감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비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자 제 작업에 대해 정리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제가 왜 여성을 그리는지 그 이유를 저도 몰라요. 저 역시 계속 궁금하고 전시 때마다 찾고 있어요. 이번 어반브레이크 전시 역시 그 이유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커피브랜드 탐앤탐스 탐스커버리 건대점에 꾸린 3층짜리 갤러리 탐에서 진행 중인 전시 ‘Tagger #主人公’(10월 5일까지)에 대해 그는 “시간에 따른 풍경을 담은 젊은이들의 초상”이라고 표현했다.“1, 2, 3층에 차례로 아침, 오후, 밤에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의 초상을 담고 있어요. 1층은 홍대와 성수동, 2층은 양양 등 여행지, 3층 해방촌을 배경으로 하죠. 쇼케이스 형식의 ‘아무로무아’(7월 18~21일 with 최민석, 7월 25~28일 with 종호, 라운디드 플랫)는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볼 수 있는 전시죠.”2024 어반브레이크에 프로레슬링 링을 설치해 관객참여형 전시로 진행 중인 김태기 작가의 ‘Wrestle PLAY-Urban Slam’(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제 작업은 레퍼런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휴대폰에 저장했던 이미지, 실제로 눈에 보이는 무언가, 제가 즐겨듣는 음악 등 어떤 레퍼런스를 쓰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그래서 구글, 핀터레스트 등은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일종의 마트예요. 결국 제 레퍼런스 안에서 저를 표현하죠. 그런데 ‘아무로무아’에서는 제 휴대폰이나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함께 협업하는 아티스트의 것이 레퍼런스예요. 그 분이 휴대폰에, 핀터레스트에,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한 것들로 그림을 그렸죠.”아무나의 ‘아무’와 자아를 버리는 ‘무아’가 합쳐진 제목의 전시에서 ‘누군가로부터 내 자아를 비워내기’라는 콘셉트를 실현 중인 그는 “저는 호기심이 좀 많은 편인데 현실세계에 영향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원없이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그림”이라고 털어놓았다.“현실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잖아요. 뭔가 변수가 자꾸 생기고…그런 현실에서도 제 궁금증들을 계속 해결할 수 있는 게 그림이죠. 그래서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싶다기 보다는 앞으로 제가 어떤 데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할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들도 제 그림에 대해 궁금해 하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저 자신도, 관객들에게도 궁금증이 많이 생길 수 있게 하는 작가가 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2 20:59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노트르담 드 파리’ 에스메랄다처럼! 2024 어반브레이크 집시 작가 “나를 안아줄 사람은 결국 나!!”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집시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15년 간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다가 이제야 제 꿈을 지원해 줄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렇게 남다른 각오로 시작한 수작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온전히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짜릿하더라고요. 제 안의 것들을 물 긷듯 계속 끌어내다 보니 그간 제가 들어다 보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들여다보게 됐죠.”축제로의 전환을 꾀한 ‘2024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7월 14일까지 코엑스)에서 처음 수작업 작품을 선보인 집시(Zipcy, 양세은) 작가는 “창작활동의 또 다른 묘미를 깨닫게 됐다”고 털어놓았다.“몰랐다기 보다는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 자아 속에 묻어두었던 저를 새삼 깨닫게 됐달까요. 예를 들어서 ‘나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외부에서 오는 압박이나 유혹, 자극 등이 아무리 저를 툭툭 건드려도 나만의 색을 잃거나 굴하지 않을 거라는 마음을 담았죠. 더불어 ‘도파민 중독’이라는 표현처럼 묘하게 그런 자극을 제가 즐기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선보인 집시 작가의 회화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그는 한소희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 정유미 주연 ‘보건교사 안은영’, DC의 ‘버즈 오브 프레이’(Birds of Prey),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모션 포스터, 디즈니 ‘뮬란’ 등의 커머셜 이미지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일러스트레어터다.  주로 커머셜 작업에 집중하던 집시 작가는 이번 어반브레이크에서 첫 회화 작품으로 4월 베이징 페닌슐라호텔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우아한 욕망’(Elegance Zest)과 ‘나를 안아줘’(Embrace Myself) 그리고 신작 ‘파도’(Waves), ‘제가 어떻게 당신을 잊겠어요’(How could I forget you), ‘저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I don’t surrender) 등을 포함한 한지 수작업 작품과 크로키를 선보인다. 은분이 발린 한지를 캔버스 삼아 무표정한 인물, 그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디테일한 색감, 패턴 등이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전한다.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집시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인물의 표정에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어요. 관객들이 다양한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 해석해주기 바랐거든요. 그렇게 신비감을 더하고 거리감을 유지하는 대신 뾰족한 것과 둥근 것, 부드러운 것과 차가운 것, 한난색(차갑고 따뜻한 색) 등 대비되는 속성의 패턴이나 색들, 오브제들로 인물이 절제하고 누르고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생동감과 역동성을 살렸죠.”파도치는 바다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 엉켜있는 듯 혹은 서로를 붙잡아 주고 있는 듯한 ‘파도’에 대해 피비 작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사람이기도 하고 다양한 나이기도 한 사람들의 연대”라고 설명했다.“밀물과 썰물이 만나 부서지는 포말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북유럽에 염도와 온도가 달라서 붙어 있지만 섞이지 않는 해안이 있어요. 일직선으로 맞닿아 있는, 그렇지만 전혀 섞이지 않아 서로 색이 다른 그레맨이라는 해안인데 그 별명이 ‘세상의 끝’이죠.”이어 “그 해안에서 영감을 받아 색이 다른 두개의 파도를 붙였다. 우리는 늘 다른 색, 종교, 이념, 성별 등 다양한 다른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며 “그런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혐오하거나 배척하면서 대혐오의 시대를 살고도 있다”고 부연했다.“그런 시대에 서로 다르더라도 손을 좀 내밀어 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연대의 힘을 녹인 작품이죠. (두 사람이 보듬고 있는) ‘어떻게 당신을 잊겠어요’는 사람마다 기다리거나 그리운 순간들, 과거의 나 혹은 어떤 순간, 사건이나 기억 속에서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응시를 담았어요.”그리고 “원래는 오브제로 은유했다가 두 사람으로 바꿨다. 정면을 보고 있는 사람이 현재고 뒤를 보고 있는 사람이 과거의 환상 같은 어떤 것”이라며 “하늘에 떠 있는 달인지 해인지 모를 색의 원은 시간, 심상 등을 좀 흐릿하게 표현해 신비감을 더 주고자 했다”고 털어놓았다.집시 작가는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회화작품과 더불어 크로키도 선보인다(사진=허미선 기자)“제 활동명 ‘집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서 따온 거예요. 가진 게 없는데도 자존감과 자긍심이 높은, 그러면서도 자유로운 사람이죠. 저도 그런 여성으로 살고 싶어요. 풍족하고 귀한 공주도 아니고 가진 것도 별로 없지만 저 스스로에게 떳떳하게.”‘집시’라는 활동명과 새로 시작한 회화작업을 통해 그는 “나를 안아줄 사람은 결국 나”임을 그리고 “과거의 저는 먹고사는 데 전전긍긍하면서 꿈을 미뤄두고 살았지만 과거에 그렇게 열심히 산 제가 있어서 지금의 저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제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안아주면서 이제는 앞도, 위도, 옆도 보려고 해요. 경력이나 장르의 전환이 아니라 확장이랄까요. 다시 갓난아기가 된 기분이에요. 게임으로 치자면 레벨 0으로 돌아가 캐릭터를 키우는 마음이죠.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언지를 찾아가는 여정의 출발선에 섰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눈치 보지 않고 좀 더 진솔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시작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2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국립국악원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 “백성 저마다의 염원을 담은 사직제례의 핵심은 참여!”

국립국악원이 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한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조선시대에는 백성이든 땅이든 모두가 왕 소유였어요. 지금 같으면 큰일이지만 그때는 그랬죠. 그런 때에 종묘(역대 왕과 왕후의 신위를 모신 유교 사당)가 아닌 사직, 백성들을 위한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다는 건 굉장한 의미입니다. 되게 중요한 가치죠.” 이대영 연출이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1908년 일본의 강압에 폐지됐던 ‘사직제례악’(社稷祭禮樂, 7월 11~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복원과 재현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사직제례악’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社稷大祭)에 쓰이는 음악과 노래, 무용 등이다. 백성들의 안위와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사직대제’는 ‘종묘제례’(宗廟祭禮)와 더불어 왕이 직접 주관하는 중요한 의식이었다.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 재현한 ‘사직제례악’(사진제공=국립국악원)“사직단에서 제사를 마치고는 마지막에 적(고기)을 가지고 나가잖아요. 그걸 바깥의 백성들에게 나눠줘요. 사직단 밖에는 함께 기원하는 백성들이 모여 있거든요. 이번 공연에서는 쌀이나 고기 대신 쌀뻥튀기를 나누죠. 서양 식 프로시니엄 극장이다 보니 대결하듯 마주하고 있지만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돼야 하는 의식입니다. 그렇게 ‘사직제례’의 핵심 가치는 ‘참여’죠.”‘사직제례’는 시대에 따라 그 규모와 악기 편성 및 무용 등이 변화해 왔다. 이번 ‘사직제례악’은 고종황제 재위 기간인 대한제국 시기의 것으로 자주국가로서의 위상과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大韓禮典, 1898)을 비롯해 ‘사직서의궤’(1798), 일제강점기 왕실 음악기구 이왕직아아부의 음악자료 등을 토대로 한다. 1988년 정조시대의 ‘사직제례악’에 이은 두 번째 복원·재현이다.이 연출은 “시대에 따라 풍요와 안녕의 기준은 달라지고 기원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며 “음악의 핵심과 기본은 K팝 요소가 얹혀지는 등 음악적으로는 물론 가상화폐를 비롯한 최신 재화, 트렌디한 음식 등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립국악원이 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한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사진=허미선 기자)“그 변화 속에서도 사직제례가 지켜야할 핵심 가치는 백성을 위한 기원 그리고 이를 위한 백성들의 참여죠. 정말 어마어마한 가치예요. 이곳(국립국악원 예악당)이 사직단이라면 객석의 관객들은 저마다의 염원을 안고 사직제례에 참여한 백성들인 거예요.”그리곤 “국립국악원에서 사직제례악을 복원하는 의미도 물론 중요하다. 더불어 그 만큼 중요한 건 국립국악원이 사직제례악을 극장으로 불러들임으로서 이 어려운 시기, 저마다의 꿈을 가진 이들의 마음이 객석에 모여들었다는 사실”이라고 부연했다.“사직제례악은 그 마음을 하늘과 땅, 곡식의 신에게 비는 거죠. 결국 중요한 가치는 백성들을 위한 기원이라는 겁니다. 사실 옛 자료들에는 사직제례에 참여했던 백성들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그러니 그 부분은 우리가 추가할 수 있잖아요.”이어 “예를 들어 지금의 사직단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하고 외교부, 문화부 등 옛 관료 격의 장관들, 기관장들, 시민대표들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예의사가 ‘폐하 4배 하시옵소서’라고 할 때 객석에서도 같이 외치거나 왕이 4배를 할 때 ‘흥’ ‘배’라는 구령에 맞춰 함께 절을 하는 식이죠. 그렇게라도 관객들이 참여해 저마다의 기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이번 공연은 ‘사직제례악’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첫 걸음이다. 이 연출은 “이를 위해서도 마냥 보기만 하는 사직제례가 아니라 함께 참여해 즐기고 기원하는 의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종묘는 하나의 문화로 남는 거지만 사직은 계속돼야 하는 전통인 동시에 현 시대가 반영돼야 하는 지금을 위한 의식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직제례악’의 복원 및 공연화는 시대에 발맞추는 변화의 초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리듬, 예법, 룰 등이 첨가되고 시대를 아우르며 진화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1 18:05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주지훈의 현재, 그리고 미래… "퍼니 말고, 인터레스팅하게!"

1300평의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붕괴, 총격 장면의 박진감, 화려한 시각특수효과(VFX)가 재난 영화로서 볼거리가 충만한 영화에 대해 그는 “화장실 가기가 가장 어려웠다. 그 정도로 넓고 사실적인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CJ ENM)배우 주지훈이 모델이던 시절이 있었다. “혜성같이 나타났다”는 표현은 솔직히 진부하다. 큰 키에 식물같은 외형의 남성 모델들 사이에서 조각미남은 아니었지만 유독 카메라 앞에서 표현력이 뛰어났다. 그저 사진발이 좋다는 말로는 정의되지 않은 신비로운 매력이 그에겐 있었다. 드라마 PD를 비롯해 영화관계자들이 주지훈이란 ‘옥석’을 가만둘리 없었다.주지훈 스스로 “드라마 ‘궁’에서의 연기를 보게된건 3년 전 쯤이다”고 말한건 연기자로서 그의 성장통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된다. 당시 소녀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아시아를 넘은 팬덤을 구축한 작품이지만 “20년 전 내 아들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 파릇한 청춘의 기운을 좋아해 주신게 아닐까”라는 말로 여전히 박한(?)점수를 주는 모양새다.그런 의미에서 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주지훈 스스로가 ‘믿고, 즐긴’ 작품이다.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시리즈의 CG를 담당했던 덱스터의 진행과정을 알기에 흔쾌히 참여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다리 위에 고립된 이들의 사투를 그린 재난 스릴러인 이 영화는 군의 실험으로 전투견들과 추락한 헬기, 끊어진 도로등이 일상의 비극을 강조한다.극중 렉카 기사인 조박을 맡은 주지훈은 “누가봐도 정확한 팝곤무비여서 좋더라”며 “위트있는 인물이라 연기하는 재미가 남달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탈색한 긴 머리를 하고 시종일관 껄렁한 말투에 불량해 보이는 눈빛은 모두 주지훈이 먼저 제시한 설정이었다고.제작비 185억원의 이 작품은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사진제공=CJ ENM)“좀 위험한 표현이지만 배우로서 만큼은 선입견을 잘 이용하자 주의예요. 제가 어릴때는 동네에 가스배달하는 형들이 많았거든요? 그들이 가진 이기적인 느낌이 바로 연상되더라고요. 딱봐도 고된 노동의 흔적이 드러났으면 했고, 재난영화가 가진 일반적인 느낌을 살짝 비틀고자 했습니다.”극중 렉카를 모는 조박은 딸의 유학길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을 가다 주유소에 들린 국가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이선균)과 시비가 붙는다. 카드기계가 고장났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꼼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역적 특성상 안개가 잦은 대교가 연쇄충돌로 아수라장이 된 그 때, 두 사람은 국가가 비밀리에 실험한 살아있는 무기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살생무기를 만든 박사, 해외여행에서 막 돌아온 노년의 부부, 시합을 코 앞에 두고 여권문제로 출국이 막힌 골퍼와 매니저등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등장인물은 교집합이 없는데 그 지점이 영화의 재미를 이끈다.“주요인물만 무려 8명이예요. 현장의 배경이 거의 CG로 가야했기에 배우들끼리 더 많은 대화를 했고 그게 영화에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간의 액션이 고생이었다면 이 작품은 통증이었다는거 정도?(웃음)”극중 자신의 이름을 딴 강아지 조디와의 호흡을 묻자 “내가 개띠라 그런지 강아지와 소통하는 게 어렵지 않다. 현장에서 인간 배우들보다 복지가 좋았고 현장에서 칼퇴를 하는 총총거리는 뒷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고 미소지었다. 사진제공=CJ ENM)무너지는 다리 중간, 유독가스로 불붙은 상황에서 조박은 트렁크에 갇힌 채 생존에 직면한 인간의 본능을 탁월하게 오간다. 절규와 한탄 사이의 감정을 제대로 살리며 되려 웃음을 유발하는것. 그가 인간답게 앞자리로 가기 위한 방법은 차의 설계상 뒷자석의 팔걸이 정도의 공간 뿐인데, 190cm에 육박하는 체구로 몸을 구겨 넣은 채 쥐가 나고 어깨가 탈골되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살생무기로 훈련된 전투견들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붙 붙은 위스키를 직접 뿌리며 차력사 수준의 연기를 소화했다.“당시 모든 제작진이 말렸어요. 하지만 저는 영화에서 퍼니(funny:재미)가 아니라 인터레스팅(interesting:흥미)을 더 중요시합니다. 미묘하지만 분명 다르니까요. 다만 촬영 후 침샘에 위스키가 역류하는 바람에 한동안 병원신세를 지긴했어요. 작품에 꼭 필요한 배우이고 싶고, 그냥 재미있는게 좋거든요. 그게 저인걸 어쩌겠어요.”지난 10년간 매해 한 두 작품은 해왔던 주지훈이지만 “여전히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제안이 들어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故이선균의 유작이란 스포트라이트에 대해서도 “당연히 힘들지만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최대한 소개하는게 내 몫”이라는 말로 자신만의 추모를 더했다.그는 “정통 멜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의 끈은 늘 놓지 않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바램을 드러냈다. 차기작은 12월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로 로맨스 장르다. (사진제공=CJ ENM)“필요한 말을 제때 하는 선배였습니다. 제육 볶음을 시켰는데 고등어가 나오면 안되는거니까. 현장의 그런 지점을 잘 아는 형이었죠. 물론 가끔 피곤하긴 했지만(웃음)나중에 보면 다 맞는 말 만 하셨더라고요.”이제 막 40대에 들어선 주지훈은 자신의 영화적 취향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필모그라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실제 있을 법한 어두운 소재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유일하게 진부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웃음을 준 그는 “사실 봄바람처럼 살랑거리고 수채화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들어오질 않는다”는 말로 작금의 영화 제작 현실을 슬쩍 내비쳤다. 사실 누가봐도 가볍고, 유쾌하게, 그럼에도 치명적인 섹시함으로 중무장한 주지훈 이라면 곧 이뤄질 현실이겠지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7-11 12:08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가장 큰 변화는 ‘시대’…설 자리를 잃고 부서져 가는 청춘의 기록! 국립극단 ‘햄릿’

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제가 뭔가를 바꾼 건 없는 것 같은데 받아들여지는 게 되게 달라진 것 같아요. 텍스트는 정말 거의 안 바뀌었는데 이상하게 지금 왜 더 와닿는 느낌이 드는 것인가 (정진새) 작가님이랑도 얘기를 나누기도 했죠. 시대의 변화 때문에 이상하게 우연치 않게 지금 더 와닿는 이야기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부새롬 연출은 국립극단 ‘햄릿’(7월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의 변화에 대해 “시대의 변화”를 언급했다. 각색의 정진새 작가 역시 “시대가 ‘햄릿’에 맞게끔 강화된 지점도 있는 것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연극 ‘햄릿’ 정진새 작가(왼쪽)와 부새롬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2020년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극 담아내야 겠다기 보다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우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더 장인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썼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사실 바뀐 게 없는데 시대가 극 중 상황에 맞게끔 변해서 더 실감하시는 것 같습니다.”정진새 작가가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민주주의 아래 있는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진실 규명의 문제를 가지고 국가적으로 굉장한 내홍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참고했다”는, 극 중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의아한 결과만을 내놓는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지금을 반영한 설정이다.국립극단의 연극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정진새 작가가 각색하고 부새롬 연출이 윤색한 작품이다.2020년 국립극단 창립 7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대에 올려지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으로 선왕에 대한 복수에 나서는 햄릿을 왕자가 아닌 공주로 변주했다.햄릿을 연기하는 이봉련은 “여자 배우에게 ‘햄릿’이라는 역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지는 않았다”며 “그간 배우로서 희곡을 읽고 학습하고 훈련하면서 생각하고 떠올렸던 햄릿과 제가 가진 조건은 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배우로서 그런 햄릿이라는 역할은 저의 편견을 발견하는 과정이에요. 햄릿은 이래야 한다, 연극이나 희곡 안에서 어떤 주인공은 어때야 한다는 편견을 계속해서 깨나가는 작업이자 제 인생의 천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연극 ‘햄릿’ 이봉련(사진제공=국립극단)해군 장교 출신의 햄릿 공주를 연기한 이봉련은 이 작품으로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의 당연했던 왕위계승자 햄릿 공주와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사위원회를 거쳐 왕위를 계승한 클로디어스(김수현), 그와의 재혼으로 딸 햄릿을 광기로 몰아넣는 거트루드(성여진), 햄릿의 구애 상대인 오필리어(류원준), 햄릿의 충신이자 친구 호레이쇼(김유민) 등 등장인물은 같다.하지만 복수극 보다는 청춘의 기록 그리고 설 자리를 잃은 젊은 세대와 그런 그들에게 “네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모르지”라고 되뇌는 기성세대의 갈등에 집중한다.정진새 작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블랙리스트 사건, 미투 운동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2년 터울로 계속해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연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던 찰나에 ‘햄릿’을 만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원작이 가진 기독교적이거나 여혐의 세계관을 드러내고 채울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연구해 왔는지를 고민하던 상태였죠. (햄릿) 안을 들여다보면 기회나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동시대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그 얘기는 동시대적이면서 전세계적인 풍경이기도 하고 어떤 세대 혹은 시대에서도 받아왔던 질문이기 때문에 지금 더 주목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아버지의 죽음에 의심을 품고 진실을 좇는 햄릿, 그 햄릿에 의해 아버지 폴로니어스(김용준)를 잃은 오필리어와 레어티즈(안창현) 그리고 동국의 왕자 포틴브라스는 어쩌면 설 자리를 잃고 부서져 가는 그 시대 그리고 지금의 청춘을 빗댄 인물들이다.부새롬 연출은 “햄릿, 레어티즈, 오필리어, 포틴브라스는 비슷한 처지에 처한 4명의 젊은이”라며 “이 인물들이 어떤 시련 앞에서 각각 다른 선택들을 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고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털어놓았다.정진새 작가는 “원작 ‘햄릿’에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누락돼 있다. 어떤 왕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없고 햄릿도 그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만들고자 했던 혹은 더 보고 싶었던 ‘햄릿’은 진실이 통용되는 국가 그리고 햄릿의 ‘아무도 죽지 마라’는 대사처럼 누구도 죽지 않는 안전한 국가”라고 부연했다.“앞선 기성세대는 폭력과 정복을 통해 나라를 통치했지만 해군장교까지 역임하면서 국가 시스템을 이해하고자 했던 공주 햄릿은 다른 이상을 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햄릿이 권력을 잡고 싶어 하는 이유이고 ‘왜 내가 이 나라를 대표해야 되는가’에 대한 명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 ‘햄릿’의 정진새 작가(왼쪽부터), 이봉련, 부새롬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정 작가의 말처럼 햄릿은 “정확한 명분과 이유를 갖고 있는 어떤 시대의 젊은 지도자의 얼굴”이다. 이에 정 작가는 “근거가 명확한 햄릿의 몸부림이 보고 싶었다”며 “관객들 역시 햄릿의 몸부림 안에 정의로움, 진실함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공명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부새롬 연출은 “어떻게 받아들이든, 어떤 메시지를 읽으시든 관객분들 각자가 생각하는 것들이 다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관객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전했다.“다만 관객분들이 햄릿을 안타까워하고 좀 더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이 작품을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0 21:48 허미선 기자

[비바100] 베트남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 독일 감독이 만든 일본 영화 '한국 극장가' 점령!

영화 ‘프렌치 수프’.(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최근 국내 영화계는 ‘국적 불문’의 영화가 조용한 입소문 중이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프렌치 수프’는 베트남 출신의 트란 안 홍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0대 시절 정치적 이유로  온 가족이 프랑스로 망명길에 오른 그는 삶이 주는 고단함을 딛고 예술적 혼을 불사른다.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로 제46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던 그는 ‘시클로’를 만들어 연달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장본인이다. 그의 최신작 ‘프렌치 수프’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1885년 ‘벨 에포크’(좋았던 시절)를 배경으로 한다. 과학과 미식이 교차되며 예술의 다양성이 솟구치던 시절이다. 국내 배급사에서 친절히 안내한 “꼬르륵 소리를 유발할 수 있는 요리와 음식장면이 포함돼 공복인 상태인 관객분들의 양해를 구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인생의 가을에 도달한 도댕은 외제니 만을 위한 요리를 만든다.(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익숙한듯 새벽의 채소밭을 거니는 주인공 외제니(줄리엣 비노쉬)는 그날 수확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 그 시대에 ‘요리계의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도댕 (브누아 마지멜)이 눈 뜨자마자 찾는 존재다. 하녀에게 목욕물을 재촉하기도 전에 찾는 외제니는 인생의 반려자 이상이다. 늘 버터를 녹인 계란 요리로 아침을 여는 그는 친구들을 초대해 만찬을 즐기며 함께 부엌에서 하루를 보낸다.세계적인 왕자의 만찬에 초대될 만큼 그의 영향력은 위대하지만 뒤에는 주방을 지키는 외제니가 있었다. ‘프렌치 수프’는 40분 이상의 롱테이크로 기본 3시간 이상의 프랑스 정식과 가정식의 향연을 펼친다. 그들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있다. (사진제공=그린나래 미디어)보는 것 만으로도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요리로 ‘프랑스 국민’ 배우라 칭송받는 두 주인공들의 연기가 묻힐 정도다. 먹음직스런 메인 요리인 송아지 구이를 위해선 야채를 삶고 얼음물에 담근 뒤 다시 화덕에 굽는다. 육수를 내는가 싶더니 들어가는 소스에만 몇 시간의 졸임 과정을 거친다. 도댕의 친구들은 외제니의 만찬을 기꺼이 즐긴다. 음식이 나오는 그릇도 예술이지만 음식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진심은 ‘프렌치 수프’를 가득 채운다. 정신적 동반자인 두 사람은 부부 이상으로 굳건한 관계지만 결코 결혼하지 않음으로서 더욱 단단해 진다. 사실 도댕은 20년간 청혼을 하지만 외제니는 “부부와 다를 바 없다”는 말로 일축한다.하지만 요리사의 마음은 요리로 얻는 법. 제철에 담근 서양배 모양을 빼다 박은 줄리엣 비노쉬의 둔부가 강조되며 두 사람이 결국 맺어짐을 가늠한다. 긴 세월 함께 했지만 외제니가 도댕에게 방문을 연건 단 두 번 뿐이다. ‘프렌치 수프’는 남성에게 귀속된 여성의 모습보다 ‘요리’로 연대했던 인간애를 관통한다. 무엇보다 수십 가지 다양한 프랑스 요리를 비롯해 와인에 대한 자세한 재료는 ‘요알못’이어도 코스 요리를 먹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다.  실제로 1999년 연상연하 커플로 부부의 인연을 맺었던 줄리엣 비노쉬와 브누아 마지멜은 20년만에 ‘프렌치 수프’에서 재회해 남다른 호흡을 자랑하니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애틋함이 있다.영화 ‘퍼펙트 데이즈’.(사진제공= (주)티캐스트)그에 비해 지난 3일 개봉한 ‘퍼펙트 데이즈’는 지극히 현대적이다. 개봉 6일 만에 전국 2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야쿠쇼 코지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평일에도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서울 주요 극장가에서는 ‘티켓 전쟁’이 벌이지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퍼펙트 데이즈’는 ‘베를린 천사의 시’ ‘파리, 텍사스’ 등을 연출한 독일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최근작이다.  일본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 측으로부터 제안 받고 유명 건축가들이 개축한 도쿄 시부야 지역 공중화장실 17곳을 배경으로 단 2주만에 영화를 완성해 화제를 모았다. 히라야마의 출근길에 나란히 놓인 물품들. 필름 카메라와 지갑, 열쇠와 동전이 정겹다. (사진제공= (주)티캐스트)극 중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도심 번화가의 공중 화장실을 청소하는 게 직업이다. ‘청소중’이라는 안내판을 내걸어도 수시로 들어오는 시민들에게 그저 웃어 보이고 배려할 뿐이다. 대사는 거의 없고 가족은 없다. 퇴근 후 공중 목욕탕을 가고 월급날이면 단골 바에 가서 술을 먹는 게 유일한 낙이다. ‘퍼펙트 데이즈’는 서양에서 본 동양의 신비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상하리만치 극 중 주인공은 숲과 자연에 대한 단행본에 집착하며 전날 겪은 일상을 꿈으로 반복하는데 빔 밴더스 감독은 심리학자 융의 이론을 스크린에 옮긴 듯 분석적이다. 현대인의 비밀스럽고 배설적인 공간을 일본인 특유의 근성으로 근면하게 처리하지만 현지인들의 시선은 배타적이란 게 함정이랄까. 중년의 청소부인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결하고 불쌍함의 극치지만 히라야마는 그런 단조로운 삶 속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행복을 추구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 근처 사찰에서 들려오는 청소 소리에 잠을 깬다. 일주일에 한번 다다미 방을 청소하고 자주 가는 공원의 나무를 찍은 필름 카메라를 현상하는 등 특별함 없이 반복되는 청소부의 삶이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하다.공중 화장실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 (주)티캐스트)‘퍼펙트 데이즈’의 잔인함은 순전히 인간의 시선이다. 영화 초반 어리고 미숙한 엄마의 잘못으로 공용 화장실에 버려진 아이의 손을 잡고 위로해 주던 그는 자신이 잡은 손을 물티슈로 닦고 경멸하는 시선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사실 대사에는 “전날 먹은 구토물,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곳”이라는 대사가 나오지만 영화에는 그런 묘사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너무도 깔끔하고 반듯한 최신식 일본 화장실은 되려 괴리감 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의 엔딩신은 소름 그 자체다. 늘 가던 출근길 일출을 보며 맺히는 그의 눈물이 기쁨일지 슬픔일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7-10 18:30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