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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더스트’ 니콜라스 파티 “작품의 진보, 나를 통한 그리고 타자를 통한 끝없는 발견”

파스텔로 화장을 하듯 환영들을 만들어내는 니콜라스 파티(사진=허미선 기자)“예술가로서 제 작품을 접한 관객이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한다면 바로 그것이 제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를 통해 저 자신보다 더 심오한 깊이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아티스트로서 혹은 창작자로서의 궁극적인 목적이죠.”현대에는 흔하지 않은 파스텔로 “쉽사리 ‘공기 속 먼지’가 돼버릴 수 있는” 환영을 만들어내는 작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는 작품의 완성, 세계의 확장이 “스스로를 통한 그리고 타자를 통한 발견”으로 가능해진다고 밝혔다.“이러한 복잡성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과 맥락이 끊임없이 적용되고, 더불어 그 적용에 적응할 수 있는 작품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오래 전 쓰여졌음에도 끊임없이 동시대로 소환돼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주제들, 상황들을 논하는 재료로 쓰이는 것처럼요. 그런 복잡성을 저의 작품에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의 개인전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Dust, 8월 31~2025년 1월 19일 호암미술관)에서는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전통회화에서 영감 받아 새로 작업한 벽화와 신작 20점을 비롯해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을 만날 수 있다. “저는 아티스트로서 저를 둘러싼 세상과 스스로를 초월하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제가 만든 작품의 첫 번째 관객으로서 그것이 저에게 무엇을 얘기하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해요. 우리는 예술작품에서 스스로를 놀래키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하잖아요.”이번 전시를 위해 6주째 호암미술관이 있는 경기도 용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장생과 불멸을 염원하는 조선시대 ‘십장생도 10곡병’, 김홍도의 ‘군선도’ 속에서 다양한 상징들을 발견해 샘플링한 상상의 팔선(八仙)을 형상화한 신작 초상 8점을 선보인다.‘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들의 몸통이 되는 사슴, 학, 당나귀 등이나 머리카락으로 표현된 개, 얼굴 주변을 둘러싼 복숭아, 연꽃 등 ‘팔선’에 변주된 모티프들은 한국 전통회화의 구석, 미세한 틈바구니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11년 전 처음 파스텔을 사용하던 때 접한 피카소의 파스텔 여인 초상화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주재료로 파스텔을 사용하고 있죠. 저의 파스텔 작업은 열정 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고대 조각 등에서 영감 받은 피카소의 파스텔 초상에 빠져들며 시작된 작업을 그는 ‘화장’에 비유하곤 한다. 이는 로코코 시절 파스텔과 화장품을 같은 숍에서 팔았고 같은 재료로 화장을 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본질 없이 회화로만 이루어진 환영을 만들어내는 니콜라스 파티의 파스텔 초상은 인간성이나 감정이 드러나기 보다는 조각, 마네킹, 아바타, 디지털 필터 등 본질을 가린 인공적인 존재로 표현된다. 이는 “옛날에는 화장으로 본질을 가렸지만 디지털 필터로 처리하는” 지금 현상의 반영이기도 하다.‘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술사를 영감의 보고(寶庫)이자 아카이브로 삼는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전통 회화에서 영감받은 작업들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들은 유럽 중세 회화 및 건축의 모티프였던 회랑, 아치문, 마블 페인팅 등으로 무장하고 아래 위가 같은 구조의 공간에 전시된다. 다른 색으로 벽을 칠하고 아치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듯 연출한 각 방에는 생명탄생과 예술의 기원을 담은 거대한 ‘동굴’을 비롯해 멸종돼 버린 ‘공룡’ 그리고 ‘주름’ ‘곤충’ ‘폐허’ ‘붉은 숲’ ‘구름’ ‘폭포’ ‘산’ 등 연작이 한국 전통의 ‘백자태호’ ‘청동운룡문 운판’, ‘십장생도 10곡병’ ‘군선도’, 정선의 ’노백도‘ 등과 어우러진다.‘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국 전통에서의 모티프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브론치노,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반 케셀 1세 등에서 영감받아 즐겨 그리던 곤충, 버섯, 해부학적 신체표현 등 서양회회사의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인간의 흔적이라곤 감지되지 않는 그 특유의 가을, 겨울, 여름, 봄 풍경화는 인류가 생겨 나기 이전 혹은 인류가 멸종 된 이후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훅 불면 날아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파스텔의 일시성을 통해 재생과 소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처음부터 한국의 예술품을 포함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았다”며 “굉장히 좋은 배움의 기회였고 많은 것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의 발견하는 순간들은 전시로 구현되고 이를 바라보는 타자의 발견으로 작품들은 더욱 심오해지고 완성으로 진보한다. “저는 작품 활동을 통해 다양한 시대, 문화권 그리고 지역들의 연결고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예술이 시간적·거리적 거리를 줄여주는 가교 역할을 하거든요. 문화, 예술을 통해 과거 혹은 미래 인류와 연결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잠식되기도 합니다. 미술·문학 작품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혹은 시적인 면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이야말로 인류가 갖고 있는 커다란 질문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용인=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8-30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동행 3년차 키아프+프리즈 서울, 서울의 가을은 '아트'로 물든다

지난해 키아프 서울 전경(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키아프와 프리즈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외연으로도 프리즈는 이화여대에서, 키아프는 홍대에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식이죠. 서울아트위크와 더불어 키아프는 광주비엔날레로 확장하는 등 다양한 선의의 경쟁 중입니다. 그로 인해 많은 발전을 이뤘고 전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미술 애호가들이 서울로 향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2002년 한국 최초의 국제 아트페어로 시작해 23회를 맞은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 서울(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 Seoul, 9월 4~9일 코엑스)과 글로벌 3대 아트페어로 평가받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9월 4~9일 코엑스) 동행이 3년차를 맞았다.2024 프리즈 서울 공식 포스터(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카아프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서북유럽, 오세아니아, 미주 등 7개 지역을 대표하는 44개 대륙 22개국에서 206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전체 갤러리 중 비중이 3분의 1 이상으로 는 해외 갤러리를 비롯해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등 국내 갤러리 132개가 참여한다. 이들은 김환기·박서보·전광영·김창열 등 한국미술 거장과 해외에서 주목받는 중견작가들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즈’(Galleries), 한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조명하는 ‘솔로’(Solo), 10년 미만의 갤러리들이 선보이는 ‘플러스’(Plus) 등 3개 섹션에서 작품들을 선보이며 방문객들을 맞는다.주목할만한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즈’(Kiaf Highlights Awards) 세미파이널 진출자 10명의 작품세계와 현대 사회 및 예술의 미래적 대안을 다각도로 전시하는 특별전시 ‘키아프 온사이트: 보이지 않는 전환점’(Kiaf onSITE: Invisible Transitions) 그리고 예술경영지원센터, 프리즈 서울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열린다.지난해에 비해 전시공간(코엑스 1층 A·B홀, 그랜드볼룸, 2층 더 플라츠)도 넓어진다. 넓어진 공간은 젊은 건축가 장유진과 협업해 동선, 부스 그리고 FB라운지 및 휴식공간 등을 배치해 하나의 도시를 연상시키도록 꾸린다.출범 3년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전세계 110여개 갤러리가 ‘프리즈 마스터스’를 통해 한국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탐구하는 전시를 비롯해 과거와 공명하며 오늘날의 예술적 화두를 펼쳐가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포커스 아시아’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주목받는 신진작가들의 10개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올해 처음 선보이는 퍼포먼스 기반의 ‘프리즈 라이브’도 진행한다.지난해 프리즈 서울 전경(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LG OLED와 함께 서도호·서을호 형제가 아버지인 고 서세옥에 헌정하는 특별전시, BMW가 줄리 머레투(Julkie Mehretu)와 함께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아트카 #20, 쇼메와 협업한 김희천 작가의 신작, 조 말론과 이광호 작가의 협업, 일리와 이우환이 협업한 아트 컬렉션 등 파트너 사와의 적극적인 협업들도 흥미롭다. 두 아트페어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기간에는 해외 관람객, 갤러리스트, 컬렉터들이 열광하는 지역별 ‘나이트’도 이어진다. 갤러리들이 밀집한 삼청동, 한남동, 청담동은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 동안 밤까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갤러리별로 컬렉터와 큐레이터, 작가 등 예술계 글로벌 인사가 함께하는 파티와 작가 스튜디오 투어, 도슨트 프로그램 등 VIP 프로그램들도 마련하고 있다. 2024 프리즈 서울 포스터(사진제공=프리즈 서울)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데다 새롭게 출범하는 다양한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들,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훌쩍 앞당겨진 미술품 거래 플랫폼 다변화 등의 시대다. 설상가상 일본의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가 2025년에는 9월, 키아프 서울과 동기간에 행사를 개최할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서울을 넘어 전국이 ‘아트위크’에 돌입하는 9월 첫주에는 손잡은 지 3년을 맞은 키아프와 프리즈가 선의의 경쟁을 넘어 생존경쟁일 수밖에 없는 시대를 함께 해쳐나가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8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展' 미아 호프먼 큐레이터 "플라스틱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결국 우리 손에 달렸죠"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 전의 큐레이터 미아 호프만(사진제공=현대자동차)“철학적인 차원에서 플라스틱 이야기는 세계의 여러 측면 그리고 우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합니다. 이 인공 재료는 지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죠. 생명을 구하기도 하는 반면 위협하기도 해요. 엄청난 혁신을 가져오고 소비를 민주화했지만 동시에 환경적으로는 위협이기도 합니다.” 미아 호프먼(Mea Hoffmann)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Plastic: Remaking Our World, 8월 28~2025년 5월 25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큐레이터는 전시의 주제인 플라스틱의 이중성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세상 대부분의 존재 혹은 문제들이 플라스틱처럼 양면성 혹은 다면성을 지니고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 전의 큐레이터 미아 호프만(사진제공=현대자동차)이는 결국 라이프스타일, 인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담론이기도 하다. “세상 대부분 존재처럼 플라스틱도 그렇습니다. 반드시 플라스틱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이에 우리는 진정으로 필요한 것, 필수적인 것, 윤리적인 것 그리고 피할 수 있는 것을 평가하고 균형을 맞춰야만 합니다.”독일, 스코틀랜드, 일본, 싱가포르를 거쳐 한국에 상륙한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은 현대자동차와 독일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Vitra Design Museum)이 손잡고 ‘디자인 혁신이 일상생활 속 기술에 가져올 긍정적 영향의 탐구’를 목표로 진행한 협업의 일환이다. 독일 바일암라인(Weil am Rhein) 지역에 위치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1989년 스위스의 유명 디자인 가구 제조사 비트라 수집품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가구 컬렉션으로 시작한 비트라 뮤지엄은 현재 건축, 예술, 일상과 디자인 간의 관계, 미래 기술,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등을 집중 탐구 중이다.“플라스틱은 유토피아적인 매력을 잃었고 환경에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해변 쓰레기가 넘쳐나고 기후변화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도 분명해요.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 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소재 자체로는 매우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거든요.”이에 전시는 신소재로서 환영받던 플라스틱의 탄생부터 그 편의성이 가져온 생활의 변화, 기후 위기 등의 문제들과 이에 대한 솔루션 탐구까지를 아우른다.“플라스틱은 탄탄하면서도 가볍죠. 특히 고성능 플라스틱의 경우는 너무 오래 쓸 수 있어서 문제일 만큼 영구적이어서 꼭 필요한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죠. 현재의 플라스틱은 문제가 맞습니다. 그렇지만 단면적인 접근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 같은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전 중 인트로(사진제공=현대자동차)수많은 리서치와 고민의 결과물인 전시에 대해 미아 호프먼은 “초기 전구체와 뿔, 구타페르카, 거북이 등껍질, 상아, 셸락 등 천연 플라스틱부터 최초의 반합성 재료인 파크신과 셀룰로이드, 1907년에 발명된 최초의 완전 합성 재료인 베이클라이트까지 플라스틱의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털어놓았다.“20세기 중반의 플라스틱 붐에서 20세기 말의 첫 번째 환경적 각성과 오늘날 플라스틱의 편재성에 이르기까지 이 재료의 진화와 사회에서의 역할 변화를 대표하는 물체들을 선택했습니다. 희귀한 사치품에서 대량 생산된 일상 용품 그리고 상징적인 디자인 클래식에 이르기까지를 전시함으로서 물질 연구와 혁신, 산업화 및 대량 생산 그리고 오늘날 플라스틱을 재고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죠.”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전 중 첫 번째 섹션 ‘칼파’(사진제공=현대자동차)전시는 ‘칼파’(Kalpa), ‘신테티카’(Synthetica), ‘페트로모더니티’(Petromodernity), ‘다시 만들다’(RE-) 4개 섹션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에 활용된 친환경 신소재 및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 ‘P2H’(plastic-to-hydrogen), 연료전지 브랜드 HTWO 등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존으로 구성된다. “단면만 보기 보다는 플라스틱의 용도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도, 대체재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이해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문화는 다분히 의도적인 변화의 일환으로 자본주의의 단면일 수도 있어요. 소비주의, 편리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욕구 등이 일회용 플라스틱의 지속적인 소비를 유발했고 산업계가 이를 영리하게 활용해 만들어낸 문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자각과 이용의 지양이 필요하죠.”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전 중 두 번째 섹션 ‘신세티카’(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플라스틱 생산은 특히 미국에서 경량, 내구성, 고성능 군사 장비 제조의 핵심이었다”며 “당시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들어졌으며(석유 근대성), 전쟁이 끝난 후 플라스틱 산업은 새로운 응용 분야를 모색했다”고 설명했다.“타파웨어(Tupperware), 장난감을 비롯해 쉽게 청소할 수 있는 표면 등 일상생활에 플라스틱을 도입했죠. 특히 1950년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도입되면서 편리함과 일회용 문화로의 전환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광고 캠페인에 의해 강화되고 확산되기도 했죠. 그 전환을 보여주는 피터 스텍폴(Peter Stackpole)의 흑백 사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전 중 세 번째 섹션 ‘페트로모더니티’(사진제공=현대자동차)이는 “1955년 라이프 매거진(Life Magazine)의 일회용 생활에 관한 기사에 삽입된 사진”으로 미아 호프먼은 “일회용 식기와 포장을 기쁘게 공중에 던지는 가족을 묘사하고 있다. 기사는 더 이상의 후속 조치 없이 한번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것들의 편의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당시의 플라스틱은 그렇게 마케팅 도구로 쓰였지만 그 편리함만 쫓다 보면 지금처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전시는 플라스틱의 장점과 문제점을 모두 보여줌으로서 오늘날 플라스틱을 어디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줄일 수 있거나 다른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지난 150년 동안의 플라스틱 역사와 그 역할 및 인식의 변화를 추적함으로서 오늘날 플라스틱의 역할을 맥락화하려고 합니다.”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전 네 번째 섹션 ‘다시만들다(Re-)’(사진제공=현대자동차)더불어 다양한 분야, 학제 간 담론은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포함된 설치작 ‘토킹 헤즈’에 반영돼 있다. 결국 플라스틱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도래는 인류의 손에 달렸다. 이에 따라 각 산업계가 해야할 노력과 직군별 미션도 변화를 맞는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은 생산자와 함께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만드는 한 가지 방법으로 모듈형으로 디자인하거나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한 부분이 고장났을 때 전체를 버릴 필요가 없도록요. 적립금 제도 등의 시스템과 인프라를 설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더불어 서로 다른 플라스틱 복합재가 한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해 다시 쓰이기 어려움을 고려해 더 잘 재활용할 수 있게 설계함으로서 재활용 노력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전 중 프레셔스 플라스틱과 P2H워크숍(사진제공=현대자동차)이와 동시에 “자원부터 사용, 수명 종료까지 물체의 전체 수명 주기를 고려해야 하고 연구를 통해 생분해성 재료를 개발함으로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다른 재료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일회용품을 과소비하며 버리는 일을 지속한다면 문제는 여전히 남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일한 해결책은 없어요. 개인과 사회, 지역과 세계적으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죠. 이 문제에 직면하기 위해서는 산업, 법률, 과학자, 디자이너, 활동가, 소비자 등 여러 분야에서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시를 통해 개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현재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는 전략을 점검하고자 합니다.”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8 18:00 허미선 기자

[짧지만 깊은: 단톡심화] 3년차 프리즈 서울 개근 리슨갤러리 “비즈니스에서 여행의 영역으로!”

지난해 ‘프리즈 서울’ 전경(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프리즈 서울만의 특징은 ‘프리즈 나이트’(Frieze Night)라고 생각해요. 오죽하면 지난해 프리즈가 아니라 프리즈 위크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부스나 프레젠테이션도 훌륭하지만 안전하고 뉴욕이나 유럽 등에 비해 물가도 비싼 편도 아닌데다 깨끗하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는데 밤마다 파티까지 열어주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올해로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의 동행 3년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9월 4~7일 코엑스)에 개근한 영국 리슨갤러리(Lisson Gallery)의 조소영 아시아지역 홍보매니저는 그 특징을 이렇게 꼽았다.“프리즈를 즐기러 혹은 페어 관련 일로 왔다가 여행까지 하는, 비즈니스 이상을 하게 하는 게 프리즈 서울의 특징이죠. 해외 관광객 유치나 문화국으로 자리 잡기 매우 좋은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만이 가진 흥, 락(樂) 등 때문에 해외 갤러리스트들이나 친구들이 프리즈 서울과 더불어 한국 자체를 너무 재밌어 하죠.”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일 리슨갤러리 최연소 작가 사라 커닝햄의 ‘Channel Crossing’(사진제공=리슨갤러리)칼 안드레(Carl Andre), 다니엘 뷔랑(Daniel Buren),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리처드 롱(Richard Long) 등 미니멀리즘 조각가들로 시작한 리슨갤러리는 조각가를 비롯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등의 행위예술가와 회회작가까지를 아우르는 6, 70명의 작가가 소속돼 있다.“미니멀하고 콘셉추얼한 작가들과 시작했어요. 당장의 판매 보다는 오랜 시간 한국의 미술관, 기관 등과 교류했죠. 단순한 작품 판매의 목적보다는 미술관, 기관을 비롯해 잠재적 컬렉터들에게 우리 작가들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게 되면서 우리 작가들을 알릴 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죠.”조 매니저에 따르면 한국을 오가는 해외 갤러리스트, 파트너, 컬렉터 등은 공통적으로 “한국은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그들이 한국시장을 눈여겨 보고 재밌어 한 포인트는 젊은 컬렉터들이 아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어요. 젊은 컬렉터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그룹 지어 미술 공부를 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작가 성장에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죠. 전시장에 가는 게 생소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전시를 보러 가는 자체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상적인 문화가 됐다는 게 그들이 재밌어 하는 포인트예요.”조 매니저는 “갤러리마다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저 역시 한국미술시장을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가졌고 보고 있다”며 “특이한 점은 그들이 한국 사람들을, 한국인들만이 가진 정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결국 사람 대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해외 갤러리스트들, 컬렉터들, 작가들이 편안해 하고 돌아오고 싶어 하죠. 더불어 젊은 컬렉터들이 지금부터 움직인다는 건 시장 확장 등 미래에 더 많은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잖아요.”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켈리 아카시(Kelly Akashi), 사라 커닝햄(Sarah Cunningham), 나탈리 뒤버그 한스 버그(Nathalie Djurberg Hans Berg), 라이언 갠더(Ryan Gander), 스기모토 히로시(Hiroshi Sugimoto), 올리버 리 잭슨(Oliver Lee Jackson),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오토봉 엥캉가(Otobong Nkanga), 줄리안 오피(Julian Opie), 루시 레이븐(Lucy Raven) 등 신작 및 최근작 그리고 스위스-일본계 아티스트인 레이코 이케무라(Leiko Ikemura)의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프리즈 서울 기간 중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데본 턴불 최신 설치작 ‘HiFi Listening Room Dream No.1’(사진=리슨갤러리)프리즈 서울 기간 중에는 블루클린 기반의 스피커 조각가이자 음향 예술가 데본 턴불(Devon Turnbull)이 최신 설치작 ‘HiFi Listening Room Dream No.1’(9월 4~14일 살롱한남2024)을 처음 선보인다.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루시 레이븐의 영상작품과 영국문화원 파빌리온에서 2015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인 하룬 미르자(Haroon Mirza)의 설치작도 만날 수 있다. 조 매니저는 이번 프리즈 서울의 하이라이트로 새라 터닝햄의 회화작품과 데본 턴불의 스피커 조각을 꼽았다.“리슨갤러리의 최연소 작가로 지난해 정말 잘 팔렸어요. 가격대도 적당한데다 신선했어요. 한국 컬렉터들이 정말 좋아하셨고 해외에서도 잘 팔리는 작품이죠. 나이에 비해 작품이나 색감의 깊이, 붓 눌림이 나이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커스텀 스피커 브랜드 OJAS의 대표이자 스피커 조각가 데본 턴블(사진제공=리슨갤러리)더불어 그가 하이라이트로 꼽은 데본 턴불은 음악과 스트리트 아트 신에서 오자스(OJAS)로 잘 알려진 DJ이자 스피커 조각가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수프림(Supreme) 전세계 매장의 스피커가 그의 작품이고 그의 커스텀 스피커가 방마다 설치된 유명 호텔들도 적지 않다. “스피커를 분해해 직접 만드는 작가예요. 어려서부터 즐기던 명상 관련 음악이나 그 음악을 듣는 행위를 다르게 생각하는 작가죠. 대부분의 나라에서 프리즈나 아트페어는 예술품을 사고파는 사람들만의 잔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컬렉터들 뿐 보고 즐기기 위해 프리즈 서울을 찾는 젊은이들이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스피커 조각 전시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덜 믿는 당신! 더 묻는 당신!… 사기꾼이 당신을 싫어합니다

세상에는 ‘속이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우리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을 악용해 우리를 속인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저자들이 똑똑한 우리가 왜 거듭 사기를 당하는지,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일러준다. 사기와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시대에 속임수에 쉽게 말려들지 않는 법을 제시해 준다. 저자들은 때때로 불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인간의 4가지 인지 습관(집중, 예측, 전념, 효율)과 사기꾼들이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끔 사용하는 4가지 후크(일관성, 친숙함, 정밀성, 효능)에 주목한다.◇ 누구나 가끔은 속는다, 습관 때문에…저자들은 사람들이 속는 경우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눈 앞의 관심 있는 것에만 집중할 때, 기대하는 바대로 자동적으로 예측할 때, 강한 신념에 전념할 때, 그리고 경험을 통해 효율을 추구할 때이다. 사고와 판단, 추론을 할 때 도움 되지만 우리에게 불리하게 이용될 수도 있는 습관들이다. 저자들은 우리의 기본 상태는 ‘신뢰’라고 말한다. 좋은 이야기에 끌리고 설득당하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라는 것이다.이런 경향을 사기꾼들은 십분 이용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정보에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스스로 “놓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수시로 던져야 한다. 정말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 예의를 차리느라 정말 중요한 질문을 빼먹으면 속게 된다. ‘실패 이력서’ 쓰기도 한 방법이다. 간신히 나쁜 결과는 모면했지만, 운이 나빴던 일이나 실행을 고려했다가 지나쳤던 것까지 추적할 수 있다.우리는 경험과 예측이 맞아떨어지면 문제를 제기 않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예측이 실현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속기 일쑤다. 우리는 부정확한 예측의 폐해를 잘 몰라, 때로는 확증편향에 빠진다. 거짓말은 진실보다 훨씬 그럴 듯하며, 이성에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거짓말쟁이는 듣기를 바라거나 기대하는 것을 따라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이 때 자신이 반대의 결과를 기대한 것처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여섯 명의 사진작가에게 중년 남성을 찍게 했다. 사전에 그가 재소자, 심령술사, 알코올 중독자라는 각기 다른 정보를 주었다. 같은 사람을 같은 스튜디오에서 찍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진작가들은 그 남성에게서 발견한 ‘정수’를 포착하려 시도했다. 이처럼 우리는 기대에 따라 해석하고 ‘예측’한다. 보는 것이 자신의 기대에 부합할 때, 우리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거나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기대로 인해 눈이 어두워진다. 추론 능력이 나은 사람들이 신념을 정당화하려는 의욕 때문에 더 쉽게 속는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그래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대화에 포함시키는 것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정당한 데이터가 우리를 속이기도 한다. 축적된 경험이 너무 일관적이어서 강력한 가정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를 속이려는 이들은 오히려 그런 신념을 강화한다.세상을 이해하는 데는 때론 의심 없는 가정이 필요하지만, 속지 않으려면 의문을 제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속지 않으려면 “내가 가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지?”라고 자문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몰라도 그 선택을 고수하는 경향이 짙다. 이를 ‘선택맹(choice blindness)’이라고 한다. 더 깊이 확인해 보지 않고 정보를 받아들이면 누구나 속임수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우리를 속이려는 사람들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우리의 습관을 자주 이용한다. 유명 미술관들에 위작들이 많은 이유다. 모든 박물관 그림의 20~50%가 위작이며, 경매 작품 중 상당수가 가품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경우 우리는 직관적으로 ‘효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투자 제안서의 아주 작은 글자들도 그런 유형의 하나다.저자들은 효율적인 행동을 선호하는 이런 타고난 습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알아봐야 하는 것은 뭘까” 하는 단 하나의 질문만 던지면 된다고 말한다. 가장 유용한 질문은 그 상황 특유의 질문, 숨겨져 있던 더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는 질문이다. 이 때 우리는 일반적인 비 응답, 즉 사람들이 추가 질문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투적인 답변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무가치한 답을 진짜 답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답을 더 많은 정보를 독촉해야 할 신호로 여겨야 한다. “상당한 주위 의무를 다했다”, “검증·인증되었다”, “원본이 분실되었다” 같은 답변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답이 없거나 지나치게 회피하는 느낌이 들면 자리를 떠날 용기도 필요하다. “더 말씀하실 것은 없나요”, “더 좋은 조건은 없나요” 같은 질문이 좋은 효과를 낸다.◇ 우리를 옭아매는 ‘후크’저자들은 사기꾼들이 진실이 아닌 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네 가지 ‘후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예외가 없는 일관성,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친숙함, 숫자로 표기되는 정밀성, 그리고 작은 원인이 큰 결과를 부르는 효능 등이다. 대부분의 속임수에는 이런 후크가 하나 이상은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우리는 일관성을 진짜라는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짜 데이터에는 거의 항상 가짜처럼 보이는 가변성, 즉 노이즈가 녹아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현실적인 수준의 임의성과 변화를 찾는다면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관성은 사기꾼들만 이용하는 도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일관성을 맹신한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합법적인 조직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저자들은 노이즈 평가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진짜 인간의 성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노이즈가 많은 것이 대부분이다. 둘째, 일관성을 알아차리려면 거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의심되는 성과의 일관성이, 이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성과의 일관성보다 강한 지 확인해야 한다.친숙함도 경계 대상이다. 우리는 친숙함을 진실과 정당성으로 이해하지만, 저자들은 그것이 진짜와 비슷할 뿐이지 진짜가 아니며 누군가가 우리를 속이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숙함과 유사성을 활용해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광고도 수 없이 많다. 친숙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어넣음으로써 제품이나 권유를 믿을 만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이 같은 ‘착각적 진실’의 효과는 매우 즉각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친숙함을 정직성과 혼동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회공학적 피싱이 성공하는 것도 친숙함 때문에 사람들이 방심하기 때문이다.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숙한 외양의 메시지가 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은 지 자문하는 것이다. 무언가가 친숙하게 느껴지면 “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을까”라고 자문해 봐야 한다.처음 접하는 것인데도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정밀하게 보일 때 특히 그렇다. 하지만 가짜는 대개 진짜보다 더 상세하고 구체적이다. 부정적인 감정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 경험의 비율이 2.9013을 초과하면 번성하지만 그 보다 낮다면 힘든 삶을 산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었다. 저자들은 소수점 네 자리에 이를 정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인간 행동은 거의 없다며 부정한다.숫자는 정밀할수록 설득력이 커진다. 37만 달러 주택보다 36만 7500달러 주택이 결국에는 더 비싼 값에 팔린다.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들은 정밀하다는 주장이 자칫 정확하다는 그릇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꼬집는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부적절한 정밀성 때문에 모델을 잘못 해석하고 사용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기적적인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기성 또는 기만적인 제품을 ‘스네이크 오일’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를 접할 때는 당연히 “유효 성분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뒤따라야 한다. 과장된 과학적·의학적 주장을 경계하고 견지하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나비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드물며, 대부분 우리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한다.◇ 덜 받아들이고 더 확인하라저자들은 “의심을 보편화한다면 절대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 면서도 “극단적인 회의주의는 비생산적”이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누구나 속을 수 있다. 일단 받아들이고 확인은 나중에 하려는, 그마저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의 기본 성향은 사기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면 속아 넘어갈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직관에 더 많이 의존하고 분석적 사고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참도 거짓도 아닌 말도 안되는 진술에 깊은 인상을 받는 경향이 있다. 저자들은 그럴수록 추상적이고 복잡한 단어들을 단순하고 구체적인 단어들로 대체해,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장으로 전환시켜 보라고 권한다. 또 전문지식은 눈에 보이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방어책이라고 강조한다.저자들은 아무리 제의가 매력적이라도 잠시 멈춰서 속임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첫째는 “왜 나인가”이다. 둘째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라고 자문해 보는 것이다. 셋째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이다. 자신이 속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나 장소에 있는지 평가해 보라는 얘기다.여기에 ‘실수 확인’ 과정을 거치면 상황을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수용’과 ‘확인’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속을 수 있다. 문제는 더 확인해야 할 때가 언제이고 어떻게 확인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8-24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DMZ OPEN 전시: 통로’…닫힌 줄 알았지만 이어진, 미래를 위한!

‘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오픈 페스티벌은 ‘오픈’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DMZ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닫힌 공간이라는 우리의 인식을 열어보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진지하고 유쾌하고 다양한’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DMZ’가 가진 모든 것을 전시 뿐 아니라 아카데미 포럼, 마라톤, 스포츠, 음악회 등 다양한 각도에서 ‘오픈’하는 다양하고 진지하고 유쾌한 행사거든요.” 피아니스트이자 ‘DMZ 오픈 페스티벌’(DMZ Open Festival 8월 30~11월 16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의 임미정 총감독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과거의 역사를 뒤로하고 미래를 위한 생태와 평화의 장소로 거듭나게 하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DMZ OPEN 전시: 통로’ 문선아(왼쪽)·김선정 공동 큐레이터(사진=허미선 기자)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축제 중 전시의 주제는 ‘통로’(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갤러리 그리브스), 소주제는 ‘경계’ ‘통로’ ‘공간’이다. 세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DMZ를 닫힌 경계이자 이어지는 통로, 살아가는 열린 장소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들로 꾸린다. 분단 상황과 경계지역의 긴장감, 정서를 다루는 ‘경계’에서는 박론디, 박기진, 신미정, 노순택이 분단의 상징이 된 DMZ를 다룬다. 정연두, 제인 진 카이젠, 지비리, 윤진미는 ‘통로’를 주제로 경계가 흐트러지고 연결되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공간’에서는 현재 삶의 다양한 모습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최찬숙, 노원희, 나오미, 한나리사 쿠닉 등이 표현한다.‘DMZ OPEN 전시: 통로’ 중 ‘파주 측정하기’의 작가 한나리사 쿠닉(사진=허미선 기자)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는 극장에 걸린 대형 회화 설치작인 나오미의 ‘우리는 이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 노순택이 중국-북한 국경지대를 지나며 사진으로 담은 북한의 모습 ‘분단인 멀미’, 헤어진 가족을 둔 조류학자 이야기 ‘꿈꾸는 새들은 경계를 모른다’(Dreaming Birds Know No Borders’, 전시 공간 곳곳을 재는 한나리사 쿠닉의 퍼포먼스 ‘파주 측정하기’(Measuring Paju)를 만날 수 있다.한나리사 쿠닉은 ‘파주 측정하기’에 대해 “장소성과 몸과 퍼포먼스를 연결하는 작업”이라며 “장소를 디지털 매체를 통해 쉽게 소비하는 경향 속에서 그 장소를 몸을 이용해 측정함으로서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관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제스처가 중요한 작업이었어요. 제스처는 수행적인 행위를 의미하죠. 장소 특정적으로 그 장소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작업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설치 방식에서도 또 다시 그 장소의 특성을 반영했죠. 이미 존재하는 벽에 작품을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다양한 사진 중 평화로운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DMZ OPEN 전시: 통로’ 중 지비리 작가의 ‘균열-회색지대’(사진=허미선 기자)갤러리그리브스로 가는 곤돌라 승강장 인근에서는 흑백 자갈로 분단된 남과 북을 나타냈지만 관람객들의 발길로 경계가 흐려지는 지비리의 ‘균열-회색지대’(FRAKTUR-Grey Zone) 그리고 황석영의 ‘바리데기’ 삽화에 담은 바리공주 설화, 아시아 신화, 이주여성노동자, 동물 등을 교차시키며 북한여성-탈북민-세계시민으로서의 바리를 현대로 소환하는 노원희의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그리브스로 향하는, 평화누리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지나는 길목에 자리잡은 노원희의 연작은 ‘바리데기’ 일화를 탈북소녀 이야기로 변주한 작품이다. 탈북소녀가 세계로 나아가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DMZ OPEN 전시: 통로’ 중 노원희 작가의 ‘바리데기’ 연작(사진=허미선 기자)과거 미군의 볼링장에 자리 잡은 갤러리그리브스 입구에서는 북한 애니메이션 ‘령리한 너구리’를 재해석한 박론디 회화 및 카페트 작업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그리브스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군 관련 상설전시품 사이사이 ‘DMZ OPEN 전시: 통로’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이 자리잡는다. 강화도에서 고성에 이르는 13개 DMZ전망대를 하나의 극장으로 상정해 계절별로 촬영한 정연두의 ‘DMZ 극장 시리즈’ 중 ‘도라극장’도 만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연두는 “서부전선에서 동부전선까지 총 13군데 전망대를 5년 동안 탐장하며 촬영했다”고 전했다.‘DMZ OPEN 전시: 통로’ 중 ‘도라극장’을 선보이는 정연두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어 박기진은 한국전쟁 당시 대치했던 유엔군과 북한군의 전차 궤적이 남아 있는 DMZ 땅을 빗댄 ‘평원-땅’을 선보인다. 박기진은 “4년 동안 DMZ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에 대한 감정을 담았다”며 “처음 DMZ를 봤을 때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마치 실연을 당하면서 동시에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것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굉장히 묘했다”고 털어놓았다.“네장씩 겹쳐진 두개의 덩어리와 사운드 작업입니다. 한쪽 덩어리엔 유엔군이 사용했던 전차의 바퀴자국이, 다른 쪽은 인민군이 사용했던 러시아 제 전차 자국이 있습니다. 그렇게 땅을 차지하기 위해 굉장히 투쟁적으로 오가며 주인이 네번 바뀐 DMZ를 표현했죠. 자국이 생기는 시간들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DMZ는 그 자리에 있다는 개념으로 작업을 했습니다.”‘DMZ OPEN 전시: 통로’ 중 ‘평원-땅’의 박기진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어 “두개의 모듈은 진동하도록 돼 있고 한쪽 진동이 멈추면 반대쪽이 진동하는 형식”이라며 “헬리콥터와 포성, 전차 기동소리, 바람소리, 일상의 소리 등을 섞어 사운드를 구성했다”고 부연했다. 위안부 여성, 한국 내 미군 기지 주변의 성노동자, 한국전쟁 후 잦았던 국제 입양 여성 등을 다루는 제인 진 카이젠의 ‘여자, 고아, 호랑이’, 양지리 마을에 위치한 집 내외부를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리-부브 양지리’, 실향민 1세대 권문국 이야기를 다룬 신미정의 ‘자신의 경로’가 이어진다.‘DMZ OPEN 전시: 통로’ 중 ‘자신의 경로’를 선보인 신미정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신미정은 “탈북 후 수복지구인 속초 아바이 마을에 거주하기 시작한 분의 이야기를 작품에 기록했다”며 “당시 그분이 남겨둔 일기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상작업”이라고 전했다.“2018년에 돌아가셨지만 제가 작품을 하던 2016년에는 내레이션까지 참여하셨습니다. 그 분이 쓰신 일기로 만든 다큐멘터리예요. 중간중간 노란색 자막의 몇몇 문장은 일기장의 내용을 발췌한 겁니다. 더불어 어르신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스크립트를 썼고 다시 내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MZ OPEN 전시: 통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8-23 22:35 허미선 기자

[짧지만 깊은: 단톡심화] 아트페어 천국, 키아프+프리즈 서울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 패트릭 리 디렉터 “경쟁력은 방문객들!”

올해로 3년째 함께 하고 있는 키아프 서울의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왼쪽)과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연합)“그야 말로 아트페어 천국이에요. 결국 적자생존 아니겠어요? 그럼에도 키아프는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우리 길을 가려고 합니다. 올해 좀 부족한 게 있으면 내년에 보완하는 자세로요. 마이애미나 아트바젤 등에는 서른 개가 넘는 위성페어가 있어요. 키아프 서울은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안갔죠. 그렇게 되기까지 저희가 미술시장에서 맏형으로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2002년 한국 최초의 국제 아트페어로 시작해 23회를 맞은 키아프 서울(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 Seoul, 9월 4~9일 코엑스)을 주최하는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장인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경제불황, 황 회장이 ‘천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새롭게 출범하는 다양한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들,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훌쩍 앞당겨진 미술품 거래 플랫폼 다변화 등의 시대다. 심지어 일본의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가 2025년에는 9월, 키아프 서울과 동기간에 행사를 개최할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선의의 경쟁을 넘어 생존경쟁일 수밖에 없는” 그런 시대의 해법으로 황 회장은 “묵묵히 우리 길을 가는” 정공법을 제시했다.키아프 서울을 주최하는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연합)이번 카아프에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서북유럽, 오세아니아, 미주 등 7개 지역을 대표하는 22개국 206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국제갤러리,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등을 비롯한 국내 갤러리 132개와 올해 3분의 1 이상으로 비중이 는 해외 갤러리들은 김환기·박서보·전광영·김창열 등 한국미술 거장과 해외에서 주목받는 중견작가들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즈’(Galleries), 한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조명하는 ‘솔로’(Solo), 10년 미만의 갤러리들이 선보이는 ‘플러스’(Plus) 등 3개 섹션에서 작품들을 선보이며 방문객들을 맞는다.더불어 주목할만한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즈’(Kiaf Highlights Awards) 세미파이널 진출자 10명의 작품세계와 현대 사회 및 예술의 미래적 대안을 다각도로 전시하는 특별전시 ‘키아프 온사이트: 보이지 않는 전환점’(Kiaf onSITE: Invisible Transitions) 그리고 예술경영지원센터, 프리즈 서울과 공동으로 토크 프로그램도 열린다.지난해에 비해 전시공간(코엑스 1층 A·B홀, 그랜드볼룸, 2층 더 플라츠)도 넓어진다. 넓어진 공간은 젊은 건축가 장유진과 협업해 동선, 부스 그리고 FB라운지 및 휴식공간 등을 배치해 하나의 도시를 연상시키도록 꾸린다.올해로 키아프와 3년째 동행 중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9월 4~9일 코엑스)은 전세계 110여개 갤러리가 ‘프리즈 마스터스’를 통해 한국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탐구하는 전시를 비롯해 과거와 공명하며 오늘날의 예술적 화두를 펼쳐가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포커스 아시아’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주목받는 신진작가들의 10개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더불어 파트너 사와의 흥미로운 협업들도 선보인다. LG OLED와 함께 서도호·서을호 형제가 아버지인 고 서세옥에 헌정하는 특별전시, BMW가 줄리 머레투(Julkie Mehretu)와 함께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아트카 #20, 쇼메와 협업한 김희천 작가의 신작, 조 말론과 이광호 작가의 협업, 일리와 이우환이 협업한 아트 컬렉션 등이 관람객들을 만난다.프리즈 서울의 패트릭 리 디렉터(연합)프리즈 서울의 패트릭 리(Patrick Lee) 디렉터도 “시장에는 정말 많은 아트페어들이 있다. 이에 아트페어를 제대로 시작하기가 정말 어려운 시대”라고 전했다.“아트페어는 저마다 고유의 것에 집중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현대미술, 공예 등 무엇이든 진정한 집중력을 가지고 시장을 이해해야 하죠. 끊임없이 순환하고 변화를 거듭하는 시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고의 작품들과 갤러리들 그리고 그들과 만날 폭넓은 관람객들을 확보하는 겁니다. 여전히 시장은 존재하고 훌륭한 수집가들, 기관들이 오고 있어요.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프리즈 서울은 그 방문객에 오롯이 집중했다는 사실입니다.”경쟁이 치열해진 미술시장에서의 핵심이 되는 경쟁력에 대해 황달성 회장 역시 “한국을 넘어 글로벌 관람객 및 컬렉터들, 기관들의 유입”을 언급했다. 그 일환으로 키아프는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과 더불어 프리즈가 하고 있는 시카고 엑스포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올해로 3년째 함께 하고 있는 키아프 서울의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왼쪽)과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연합)“경쟁력은 결국 관람객과 컬렉터, 기관 관계자 등 방문객입니다. 지금은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권의 컬렉터들 유입에 애쓰고 있습니다. 더불어 탄탄한 구성, 운영 및 마케팅 전략 그리고 끊임없이 좋은 작가들을 발굴·소개해야죠.”패트릭 리도 “역시 방문객들이 경쟁력”이라며 “올해 프리즈 서울을 찾기로 한 관람객, 컬렉터, 박물관, 기관 목록 등을 보면 작년보다 많아서 매우 기대 중”이라고 털어놓았다.“3년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 방문객들 목록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번 프리즈 서울 역시 매우 좋을 거예요.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관람객과 컬렉터들, 박물관 및 기관 관계자 등이 갤러리와 교류하기 위해 여기에 오는 경험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프리즈 서울 디렉터로서 제 목표인 동시에 제일 잘하는 일이기도 하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3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흔들리지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올곧게!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왼쪽부터)와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 유자야 이사(사진=허미선 기자)약수동의 마흔평 남짓 적산가옥, 마당에 따로 지은 화실은 겨울엔 너무 추웠고 여름엔 열기를 온전히 흡수했다. 이에 안방 앞마루에서 웅크리고 혹은 민소매를 입고도 땀을 뻘뻘 흘리며 그림을 그렸다. 입에 못을 물고 펜치로 잡아당기고 고약한 냄새의 아교로 붙이고 망치로 두드리며 나무 프레임에 직접 캔버스를 만들기도 했던 아버지는 화가라기 보다 “흡사 노동자와 같았다.” “스스로 인텔리나 모더니스트가 아닌 작업하는 노동자로 생각하셨어요.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서는 별 말씀 없으셨어요. 성인이 될 때까지도 ‘네가 좋은 게 좋은 거야’라는 말씀만 하셨죠.”‘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국의 1세대 추상화가인 故유영국 화백의 아들인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과 딸 유자야 이사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이랬다. 그렇게 노동자처럼 작업한 소품들은 공식적으로 이 세상에 단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었다. 그 작품들을 포함한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8월 21~10월 10일 PKM갤러리)가 개최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의 페이스갤러리, 올해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에서 진행했던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전시로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기 시작한 유영국의 미공개작 21점을 포함한 34점을 만날 수 있다. 소품 위주의 전시로 가벽을 세워 친근감과 집중도를 높인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드로잉이나 습작없이 영감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겼던 유영국은 절제된 기하학에서 출발해 자신의 내면이 깃든 자연 속으로 향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그 세계는 사회적·역사적 현상 및 사실, 개인적 경험, 성정들과 결합하면서 자신만의 독자성을 갖춘 동시에 글로벌 보편성을 담보하기에 이르렀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이번 전시작들은 소품들이 주여서 가벽을 세워 친근감을 높이고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며 1964년, 1967년 작품들을 “눈여겨 볼만 하다”고 짚었다.박경미 PKM갤러리 대표가 눈여겨볼만하다고 꼽은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중 1962년작. 좀 더 정돈된 기하학으로 가기 이전 단계의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초창기 대표작인 동시에 정말 초기의 귀한 작품들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과는 좀 달라요. 좀 더 정돈된 기하학으로 가시기 이전 단계의 작품들이죠.”그는 세상에 없지만 어딘가로 치우치지 않는,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그의 내면의 태도는 유진 이사장이 표현하듯 “기학학적인 추상과 서정적인 추상 사이, 구상과 추상의 사이, 전통과 현대성의 사이, 밖과 내면의 것의 사이에서 세류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를 계속 발전시켜온” 그의 작품들 속에서 만날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가 눈여겨볼만하다고 꼽은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중 1967년작(사진=허미선 기자)‘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8-21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견고한 사운드 위에 생동감 넘치는 집을 짓다! 지휘자 최희준 “베토벤으로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베토벤을 통해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최희준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베토벤은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에 포기와 절망 대신 이겨내고자 하는 희망을 음악을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그의 음악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줄 것이며 때로는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다섯 번째를 맞은 클래식 레볼루션(9월 7~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프로그램(9월 8일)을 선보일 지휘자 최희준은 그의 음악에 대해 “어려움을 음악으로 이겨내겠다는 희망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베토벤을 통해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최희준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그가 예술감독으로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함께 하는 이번 무대에서는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서곡을 시작으로 ‘피아노 협주곡 3번’(Piano Concerto No.3 in C minor Op.37),  ‘교향곡 2번’(Symphony no. 2)을 연주한다.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서곡은 ‘클래식 레볼루션’이라는 기획을 고려한 것으로 “혁명, 레볼루션이라는 단어는 뭔가 큰 기대감과 좋은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을 담은 선곡이다. 남편을 구하기 위해 피델리오라는 보조간수로 남장을 하고 교도소로 간 레오노레의 이야기로 “그가 보여준 용기와 사랑의 힘, 그 희망의 에너지가 가득 담긴 서곡으로 연주회를 연다.” 더불어 ‘피아노 협주곡 3번’과 ‘교향곡 2번’ 역시 베토벤이 난청이 심각해지던 시기에 쓰여진 곡들로 그 어려움을 음악으로 이겨내고자 했던 의지가 깃들었다. 희망의 에너지, 어려움을 음악으로 이겨내고자 했던 의지 등은 그가 베토벤에 대해 “음악적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 모두의 선생님”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인 동시에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지금 사람들이 좀 더 확실하게 꿔야할 꿈이이기도 하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 “그만의 대담한 확신과 독창성, 강렬한 표현 등에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게 매우 논리적으로 구조적이어서 마치 100년, 200년도 갈 수 있는 튼튼하고 멋진 건축물을 보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베토벤을 통해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최희준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반드시 작곡가의 의도에서 출발한다는 그는 이를 ‘집 위에 집을 짓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음악가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던 난청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베토벤의 희망과 긍정에너지, 이겨내고자 했던 의지 등을 담은 “단단하고 견고한 사운드”라는 집 위에 그는 “생동감 넘치는 집을 짓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수원시향의 살아있는 연주와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감동의 사운드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지휘란 음악을 이끄는 것인 동시에 소통이죠. 리허설 과정에 단원들과의 소통의 시간은 너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충분한 소통으로 이루어진 리허설은 연주의 밑거름이 되며 하나된 사운드로 관객들을 음악의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자산인 최희준 지휘자의 악보(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자신만의 해석을 비롯해 구체적인 메모들로 가득 찬 자신의 악보를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자 “아무리 엄청난 돈을 준다 해도 절대 안팔 진짜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그렇게 악보나 음악은 음악가 뿐 아니라 모든 예술과 장르의 영감이 되곤 한다. “음악은 늘 살아 있어야 한다. 고인이 되신 제 지휘 선생님, 바움 교수님(Prof. Baum)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셨습니다. 한 교향곡에 음표가 과연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그 분은 그 수많은 음표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영혼이 느껴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1초의 순간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주셨죠. 연주회 시작을 알리는 ‘피델리오’ 서곡의 첫음부터 마지막 교향곡의 끝음까지 살아있는 음악과 연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9년만의 ‘파우스트 교향곡’ 최수열 지휘자 “리스트 스스로를 투영한 양면성 그리고 위안”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들은 감정적인 표현과 인간 개인에 대한 생각을 음악에 담고자 했습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제시한 인간의 자아에 대한 화두는 분명 그 당시 작곡가들에게는 탐나는 주제였을 겁니다.”  클래식 레볼루션(9월 7~11일 롯데콘서트홀) 셋째 날(9월 9일)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파우스트 교향곡’(A Faust Symphony)을 선보일 지휘자 최수열은 수많은 작곡가들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음악을 꾸린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와 테너 이범주, 한경 arte필,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함께 할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연주는 2015년 임헌정 지휘자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파우스트’를 주제로 진행한 ‘파우스트와 만나다 II: 악마와의 거래를 연주하다’ 이후 9년여만이다.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그의 말처럼 리스트를 비롯해 ‘파우스트 실잣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을 쓴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 Op. 24)의 루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 ‘파우스트 환상곡’(Faust Fantasy)의 파블로 데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오페라를 쓴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 가곡 ‘메피스토펠레의 벼룩의 노래’(The Song of the Flea)의 모데스트 무소륵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교향곡 8번 내림마장조-천인’(Symphony No. 8 in E♭ major, Symphony of a Thousand)의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등 수많은 음악가들이 괴테의 ‘파우스트’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데는 ‘인간’이 있었다. 최수열 지휘자의 호소(?)처럼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파우스트’를 스토리텔링이 아닌 오롯이 캐릭터의 성격 묘사에 집중해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이다.  “파우스트와 그레첸,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오르간과 합창, 테너 솔로 등이 어우러지는 구원까지 4개 부분으로 나뉘죠. 파우스트 악장에는 주제가 20개 정도가 나와요. 심리적으로 뭔가 요동을 치는데 평온했다가 동경했다가 휘몰아쳤다가 안정을 취했다가 승리를 향해 가기도 하고…우왕좌왕하죠.”이어 “그레첸은 일관성있게 사랑을 주제로 하고 악마 혹은 파우스트 내면의 악한 모습일 수도 있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자극적이고 빠른 템포, 거친 주제들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리스트가 피아니스트로 그러했듯 강한 것은 너무나도 거칠게, 여린 것은 한없이 부드럽게, 치열한 것은 극적으로 치닫을 정도로 격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그렇게 리스트는 방향성이 매우 확실한 음악을 보여주는 음악가죠.”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지휘자로서 리스트가 느낀 파우스트에 대한 질문에 그는 “‘파우스트 교향곡’에 리스트 자신을 투영했다고 분명히 느낀다”며 “오랜 시간 동안 이 작품에 몰두했던 것도 자신의 삶을 ‘파우스트 교향곡’에 녹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천재 피아니스트로서 온갖 주목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압박과 고뇌도 공존했어요. 리스트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양면성으로 자아를 표현하고 그레첸과 마지막 코랄을 통해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누구나 하는 혹은 이미 너무 잘하는 사람이 있는 분야가 아닌 것들을 하고자 했던” 그는 교향시와 현대음악을 꾸준히 선보여온 지휘자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게 있고 실제로 잘하는 게 있고 해야만 하는 음악이 있는데 세 가지를 다 충족시킨 게 현대음악”이라고 털어놓았다. 9년여만에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보일 최수열 지휘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그의 주종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현대음악으로 ‘파우스트’를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워낙 대작이기 때문에 저 역시 스토리텔링보다는 리스트 식의 성격묘사가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현대음악의 범위 내에서는 얼마든지 음악이 더 과감해질 수 있거든요. 이를 테면 음향적이나 구조적인 아이디어를 넣어 파우스트의 묘사는 더 혼란스럽게, 메피스토펠레스는 훨씬 자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번 공연에서 그는 70여분에 달하는 ‘파우스트 교향곡’ 단 한곡만을 연주한다. 그의 전언처럼 “기획하는 입장에선 체감시간 보다는 소요시간이 중요하다보니 사실 ‘파우스트 교향곡’ 한곡만을 연주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는 “물리적으로는 다소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체감 시간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며 “이 한곡만 들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다른 서곡 등 없이 ‘파우스트 교향곡’만을 연주한다”고 설명했다.“체감시간을 좌우하는 요소는 음악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죠. 기승전결이 들어간 20분짜리 교향시와 변주곡 형태의 짧은 20분짜리 협주곡은 소요시간은 같아요. 하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분명 다를 겁니다. 전자가 뭔가를 덧붙이는 곡들이 투머치로 느껴질 수 있다면 후자의 경우는 다른 작품으로 밸런스를 만들어야 청자의 만족도와 집중도가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는 뮤지컬 ‘알라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 “핵심은 공감!”

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뮤지컬 ‘알라딘’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뮤지컬 ‘알라딘’에 대해 이랴기 중인 케이시 니콜로 연출 겸 안무(왼쪽)와 작곡가 알렌 멘켄(사진제공=에스앤코)“이 작품에는 여러 가지 위기들이 있어요. 알라딘이 겪는 위기들이 있고 지니와의 유대가 있고 자스민과의 사랑이 있죠. 캐릭터 간 호환하는 부분들, 감정 교류, 사랑과 우정이 그리고 상황을 전환시키는 위기 극복과정이 공감을 이뤄냅니다. 딸과 부모, 연인 등 다양한 사랑에서 공감을 느끼죠.”하반기 한국 초연을 앞둔 뮤지컬 ‘알라딘’(Aladdin 11월 22~2025년 6월 22일 샤롯데씨어터, 2025년 7월 드림씨어터 개막)의 작곡가 알란 멘켄(Alan Menken)은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은 데 대해 “공감”이라고 밝혔다.20일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라이브 컨퍼런스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알란 멘켄은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뉴시즈’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 등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세서미 스트리트’ ‘링컨’ 등 TV쇼, ‘시스터액트’ ‘크리스마스캐롤’ 등의 뮤지컬 작곡가로 토니상과 에미상, 드라마 데스크상 2회, 아카데미상 8회, 그래미상 11회, 골든글로브상 7회 등을 휩쓸었다.뮤지컬 ‘알라딘’ 브로드웨이 공연장면(사진제공=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디즈니 시어트리컬그룹의 뮤지컬 ‘알라딘’은 1992년 개봉한 동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그가 넘버를 꾸리고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등의 하워드 애쉬맨(Howard Ashman),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단짝인 팀 라이스(Tim Rice) 등이 가사를 꾸려 2011년 시애틀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2013년 캐나다 토론토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알라딘’은 4대륙, 11개 프로덕션으로 공연돼 2000만명의 관객을 만나며 사랑받았다. 애니메이션의 대표곡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는 그해 아카데미 최고의 음악상, 주제가상을 거머쥐었고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신비의 아그라바 왕국을 배경으로 도둑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꾼 알라딘(김준수·박강현·서경수, 이하 가나다 순)과 자유를 꿈꾸는 공주 자스민(민경아·이성경·최지혜), 소원을 이뤄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강홍석·정성화·정원영)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꾸려가는 이야기다.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뮤지컬 ‘알라딘’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뮤지컬 ‘알라딘’에 대해 이랴기 중인 케이시 니콜로 연출 겸 안무(왼쪽부터)와 작곡가 알렌 멘켄, 총괄프로듀서 앤 쿼트(사진제공=디즈니 씨어트리컬 그룹)‘알라딘’의 중요한 요소는 지니와 마법 양탄자의 구현이다. “환상적인 마법 양탄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전한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 연출 겸 안무는 “지니를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 또한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연출이다.“최첨단 기술로 인위적인 지니를 표현하기 보다는 관객들이 공감하는 지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면서 익살스럽게 춤추는 스탠드업 코미디언(Stand-up Comedian)처럼요. 알라딘과 지니의 유대관계를 표현하는 게 중요했거든요. 지니는 알라딘이 모험, 자스민과의 사랑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주고 알라딘은 지니에게 자유를 주잖아요. 기술이 가미됐다면 둘 사이의 탄탄한 유대관계가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알라딘’의 대표곡 ‘홀 뉴 월드’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삽입곡인 ‘아라비안 나이츠’(Arabian Nights), ‘원 점프 어헤드’(One Jump Ahead),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 ‘프린스 알리’(Prince Ali)는 알란 멘켄에 의해 무대예술에 맞게 편곡됐다. 특히 2분 남짓의 ‘프렌드 라이크 미’는 스윙 버전으로 편곡되는가 하면 8분짜리로 확장해 스펙터클한 쇼 장면으로 재탄생된다.뮤지컬 ‘알라딘’ 브로드웨이 공연장면(사진제공=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애니메이션 곡과 더불어 자유를 꿈꾸는 자스민의 ‘디즈 팰리스 월’(These Palace Walls), 알라딘과 자스민의 ‘어 밀리언 마일즈 어웨이’(A Million Miles Away), ‘다이아몬드 인 더 러프’(Diamond in the Rough), ‘섬바디스 갓 유어 백’(Somebody’s Got Your Back) 등 새로운 4개 넘버가 추가됐다. 알란 멘켄은 ‘알라딘’의 음악에 대해 “지니의 넘버들은 재즈풍 스타일로 동화 속 지니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정말 재밌는 요소”라며 “음악은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고 뮤지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털어놓았다.“뮤지컬은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뮤지컬 마다 다른 세상이 펼쳐지죠. 작곡을 할 때마다 그 안에 어떤 독특한 세상을 만들까를 고민합니다. 그 세상에 들어갈 이야기, 감정 등을 잘 전달해 관객과의 공감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0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우매한 게임법, 성장산업 놓치고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국내 게임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과 진흥정책을 내놓고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이철준 기자)“고도의 문화와 예술, 기술 등이 총체적으로 융합된 게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콘텐츠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원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의 확신에 찬 게임산업론이다.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23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22조 214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89억 8175만 달러(한화 약 12조 2242억원)를 수출한 효자산업이다.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크게 엇갈린다. 성장 산업과 규제 대상이란 두가지 시선이다. 이 학회장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보수적인 사회 △아케이드 사행성 문제를 낳은 ‘바다이야기’ 사태 △학습욕 강한 학부모들의 부정적 인식 등이 결합되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그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우리 게임산업은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매우 강한 산업이 됐다. 특히, 청소년을 보호하고 불법게임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폭력성과 선정성, 사행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정치권 역시 학부모의 표를 인식해 ‘셧다운제’라는 우매한 법을 만들 정도로 게임산업에 많은 제약을 가해 왔다. 이런 정책들이 국내 게임개발사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뒷걸음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정부부처의 정책에도 아쉬움을 많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는 게임산업을 진흥하겠다며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이 학회장은 “정책 자체가 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다 보니 실효성과 진정성 면에서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K-컬처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과 진흥정책을 내놓고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제3대 게임위원장을 역임한 이 학회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불신에 대해서 “안타깝다”고 한 마디로 표현했다. 4차 산업의 확산으로 인해 문화적 생태가 급변해 가는 상황 속에서 문화에 대한 보수적 인식이 강한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MZ세대의 반발로 표현됐다는 시각이다.이 학회장은 “변화에 유연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시대에 뒤떨어진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을 집행하는 게임위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 후 청소년 보호와 불법게임을 대응하고자 마련한 게임법은 근 20년간 일부 개정이 있었을 뿐이다”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등급분류부터 사후심의에 이르기까지 우리 게임법이 전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고 MZ세대가 추구하는 역동성에 편승하도록 변화된 글로벌 문화에 대응하도록 전부 개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국내 게임업계 역시 국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학회장은 새로운 모험보다 안정된 비즈니스 모델(BM)을 추구하며 십수년을 안주해 온 게임업계의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이 학회장은 “게임업계는 게임이라는 상품을 내놓는 판매업자이고 게이머는 상품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소비자다. 게이머들이 게임업계로부터 마음이 뜨면 업계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국내 게임업계는 소위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한국형 MMORPG에 매몰되어 확률형 아이템으로 돈벌이를 해 왔다. 서사적인 완성도가 높고 개발 시기도 길어 높은 초기 개발 비용이 드는 고사양의 콘솔 게임 개발에는 아예 접근도 하지 않던 허깨비 같은 게임 강국이었다. PC 게임이 대세를 이룰 때만 해도 제작에 진지하던 개발사들마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게임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게임에 집중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두드러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최근 위기감을 느낀 게임업계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이 학회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음이 떠난 국내 게이머들을 다시 끌어들이려면 지금까지 지녀왔던 개발 시스템의 리셋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다행히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이 학회장은 “지난해 출시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등과 같은 게임에서는 참신하면서 라이트한 게임성, 장르의 다양성, 확률형 아이템에 치중되지 않은 소액결제 등이 공통분모로 나타난다”며 “이러한 업계의 노력은 장르 편중 현상과 과도한 과금으로부터 염증을 느끼며 국산 게임에서 탈출한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 학회장은 제대로 된 ‘스토리’가 들어간 게임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게임의 수명이 길어지고 업계 전반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학회장의 설명이다.그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정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80억에 달하는 인류는 놀이 없이 살 수 없는 종족이다. 이들은 게임산업의 잠재적인 소비자라고 볼 수 있다. 노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므로 이들이 게임으로 욕구를 충족하도록 게임업계는 감성을 자극할만한 스토리를 갖춘 IP를 발굴해야 한다”며 “게임업계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글로벌 이용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스토리가 장착된 IP 생산에 힘을 쏟길 바란다”고 주문했다.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1959년 출생으로 숭실대학교(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후, 일본 동경대 대학원에서 종합문화연구과 석사 및 박사수료했으며, 귀국 후에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게임스토리텔링’으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게임물관리위원회 3대 위원장,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비상임이사, 경기콘텐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게임학회 7·8대 회장 역임, 문체부 규제개혁위원회 및 적극행정위원회 민간위원, 한국게임정책학회 초대, 2대 학회장을 수행 중인 대표적 게임전문가다.숭실대학교에서 글로벌미래교육원 원장, 평생교육센터 센터장, 콘텐츠정책연구소 소장을 역임, 현재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대담=송남석 산업IT부 국장 songnim@viva100.com정리=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2024-08-20 06:47 박준영 기자

[비바100] 한국게임정책학회 “게임은 콘텐츠의 꽃, K-컬처시대 열겠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 13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단법인 한국게임정책학회는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 지 3개월 뒤인 2022년 8월 9일 설립됐다. 초대회장으로 선임된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지난 4월 2대 회장을 연임하며 3년째 학회를 이끌고 있다.2022년 당시에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모바일게임의 레드오션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야외활동 증가가 겹쳤고 새로운 정부의 게임정책 부재, 정부와 게임산업 간 소통 결여, 급속한 산업생태환경 변화, 이용자 가치의식 변화 등으로 인해 위기감이 확산되는 상황이었다.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정책적 연구와 중간 소통창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정관계와 산업, 학계와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탄생시킨 것이 한국게임정책학회다. 이 학회장은 한국게임정책학회가 적절한 시기에 설립됐다고 자평했다.이 학회장은 “학회의 설립목표는 게임산업의 현안 및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정책 및 전략방안을 제시해 상생의 게임산업 풍토를 조성, 4차 산업시대 게임정책의 융합 및 전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학회는 전문영역의 발전을 위한 연구 및 포럼의 산실이자 국가와 산업, 이용자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다. 우리 학회 역시 K-게임이 국가경제에 크게 이바지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 13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 학회장은 자신은 오래 전부터 ‘게임병’에 걸렸다며 게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고등학교 시절 전국고교백일장의 소설 부문에서 장원을 할 정도로 소설가의 꿈에 빠졌던 이 학회장은 일본 도쿄대학교 유학 당시 구로사와 아키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접하며 선진문화의 흐름을 파악했고, 닌텐도의 ‘슈퍼마리오’를 플레이하며 게임서사에 눈을 떴다.10년간의 공부 끝에 국내에 돌아온 그는 강남의 게임학원에 자원해 학원 선생이 되어 국내 최초로 게임시나리오학과를 개설, 게임교육의 현장에 뛰어들었으며 현재도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에서 미래의 인재들을 양성 중이다. 65세를 맞이한 지금 그는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꾸준히 즐기고 있는 현역 게이머이기도 하다.그는 “게임교육을 하는 대학들의 초기 학습은 인문학적인 학문이 무시된 채 프로그래밍, 그래픽에만 일관되어 있었다. 당시 직접 교육 현장에 나서면서 게임의 인문학을 가르친 것은 게임이 콘텐츠의 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게임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수로서 여전히 게임산업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변함이 없다. 게임분야의 교수가 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게임산업과 교육에 매진한다는 것 자체에 긍지를 느낀다”고 강조했다.여전히 식지 않은 게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이 학회장은 학회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1기 당시에는 학회가 설립 초기라서 체계적인 질서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고, 학회의 핵심기능인 논문지도 발간하지 못해 논문발표를 원하는 대학의 연구자들이 회원으로 등록하는 사례가 적었다. 세미나나 포럼을 자주 열고 싶지만 전반적인 경제적 기반이 약했기에 많이 추진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올해의 경우 국회에서 한국게임산업정책포럼을 2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및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등재후보지를 목표로 학술지 간행을 계획하고 있다. 대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춘계 및 추계 학술대회 개최도 준비 중이다.조지 버나드 쇼의 ‘우리는 늙어서 노는 것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노는 것을 멈추기 때문에 나이가 늙는다’는 명언을 읊은 이 학회장. 그는 앞으로도 게임을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게임과 관련한 활동을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이 학회장은 “BTS를 비롯해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았듯이 K-게임의 생태를 제대로 연구하고 논의해 진정한 K-컬처 시대를 함께 열어가겠다”며 “게이머이자 학자로서, 한 사람의 게임인으로서 게임산업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2024-08-20 06:47 박준영 기자

[B코멘트] 기원 아닌 예술로서의 굿판 벌이는 김매자 “죽은 자 아닌 산 자부터 정화시키는 마음으로!”

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이번에는 망자가 아닌 산자를 위한 씻김을 하려고 합니다. 시대적으로 너무 시끄럽잖아요. 원래 죽은 자를 위한 것이지만 산자부터 깨끗이 정화시키자는 마음으로 표현하고 놀아보고자 합니다.”김매자 예술감독이자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30회를 맞은 창무국제공연예술제(8월 21~31일 세종예술의전당,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서울남산국악당, 포스트극장, 이하 창무예술제) 기간 중 공연될 ‘산자를 위한 씻김굿’(8월 28일 서울남산국악당)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산자를 위한 씻김굿’은 ‘옛 춤과의 대화: 전통춤과 창작품의 상호 접합과 충돌의 측면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 중 하나로 무녀 박미옥·박향옥·양용은과 김매자 감독을 비롯한 최지연, 김지영, 윤수미, 김미선 등이 어우러진다.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사진제공=창무국제예술제 집행위원회)“4장으로 이뤄진 공연 중 3장이 진도 씻김굿이고 마지막 4장을 저와 제자들의 창작춤으로 길닦음을 합니다. 저희 나름대로 안무를 해놓고 전통 진도 씻김굿을 하시는 분들을 보는데 얼마나 춤도 잘 추시고 소리도 잘하시는지…그 분들의 춤이 훨씬 더 무게 있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이에 앞서 ‘서울 천신굿’(8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과 일본 무속춤의 일종인 시네마현 ‘오키도우젠카구라’(8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도 연달아 공연된다.“굿은 종교나 미신이 아닌 우리 민족의 옛 풍습, 관습의 하나죠. 이번 굿판은 종교적 기원이라기보다는 이런 것이 있었음을 알리기 위함입니다.”그리곤 “굿에는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며 “굿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주체가 신이 내린 강신무와 조상에 물려받은 세습무(신들리는 현상 없이 조상 대대로 무업을 이어받아 형성된 무당)로 나뉜다”고 설명했다.“서울 천신굿의 경우 궁중복식과 음식, 춤과 노래, 사설 등이 다 있죠. 진도 씻김굿도 그래요. 다양한 춤과 시나위 등의 장단, 음악 등이 있죠. 저희는 그들에 대해, 문화·예술 장르로서 연구하는 과정 중에 있는 거예요. 춤으로는 저희의 깊이가 한참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의미와 가치를 창작적으로 풀어내는 거죠.”‘서울 천신굿’에 이은 일본의 ‘오키도우젠카구라’에 대해 김매자 감독은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전통극 장르인 노(能, のう)나 가부키(歌舞伎, かぶき) 등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섬에서 4살부터 굿을 하던 무당이 추는 춤”이라고 밝혔다.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그들의 삶도, 굿의 의미나 목적도 우리와 비슷해요. 가뭄을 해갈하거나 병을 막기 위해서 등 노래나 악사, 춤, 형식 등이 다를 뿐 그 의미나 목적은 우리와 다르지 않죠.”그리곤 “천신굿과 오키도우젠카구라 사이에 비는 한 시간 정도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진짜 축제처럼 굿판을 벌일 예정”이라며 “낮에는 한국의 천신 굿, 저녁엔 일본의 오키도우젠카구라, 한날 한국과 일본의 굿을 비교하고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 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창무예술제 해외초청 무대에 오를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The New Zealand Dance Compay, 8월 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마우리 족의 전통춤 ‘하카’(Haka)를 현대무용으로 변주해요. 짧게나마 그들도 함께 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이죠.”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30주년을 맞은 창무예술제는 ‘서울 천신굿’ ‘오키도우젠카구라’ ‘산자를 위한 씻김굿’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 공연을 비롯해 ‘땅구름, 몸구름, 하늘구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클래스가 있는 East meet West’에서는 뉴질랜드 댄스컴퍼니의 ‘레드 드레스, 변천, 하카 와이랑기’(Red Dress Duet, Excerpt from in Transit, Haka Wairangi, 8월 27일 이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비롯한국내외 초청작들로 꾸린다.최상철 현대무용단의 ‘그들의 논쟁’(Their Argument, 8월 27일), 네덜란드 Niek Wagenaar’s Nymphs의 ‘애프터 올’(After All, 8월 29일), 99아트컴퍼니 ‘이야기의 탄생’(The Birth of a Story, 8월 29일), R.se dC의 ‘MOB’(8월 29일), 미국 Ephrat Asherie Dance의 ‘ODEON’(8월 31일), 김미란 댄스티어터 ‘엇’의 ‘중中독-독안의 여자’(8월 31일), 창무회의 ‘몸으로 외치다!’(8월 31일)가 공연된다. 더불어 배우 손병호, 이예린 작가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지금 뛰다’(Now Jump, 세종예술의전당)에서도 진취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김매자 감독은 “어떤 때든 모든 예술은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굿판 역시 사설, 봉수 등을 통해 시대상을 표현하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라며 “서울 천신굿에서는 작두도 탈 예정”이라고 전했다.“사실 작두를 타려면 신이 내려야하기 때문에 가능할지 그 여부를 지켜보는 묘미도 있을 겁니다. 작두타기가 가능해지려면 굿판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빌어야 해요. 화합하고 응원하고 스스로를 반성해야만 그분이 작두를 탈 수 있거든요. 한마음 한뜻으로 이 시대를 아우른다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7 11:39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창단 30주년 세종솔로이스트 강경원 예술감독 “급변의 시대에도 아름다움 추구, 젊은 연주자 성장, 사회 기여!”

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예술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세종솔로이스츠 입단 전에도 워낙 재능이 특출 났고 기량이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이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세종에서 쌓은 리더십, 유연성, 팀워크 등 경험들이 본인에게 굉장히 좋은 성장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1994년 강효 미국 줄리어드음악원·예술대학교 교수와 창단부터 30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Sejong Soloists, 이하 세종) 예술감독은 몸담았던 단원들의 놀라운 성장과 성공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세종은 1994년 창단부터 탁월한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해 한데 모아 최고의 연주와 가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목표를 꾸준히 실행해 왔다. 이 중 두 번째 목표인 ‘경험의 기회’는 한데 어우러진 연습을 통한 예술적 성취감, 세계무대에서의 연주 그리고 그로 인한 전세계 관객과의 소통이다.  세종솔로이스츠 출신의 글로벌 악단 악장들과 강경원 예술감독. ‘제7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설 다니엘 조(왼쪽부터), 강경원 예술감독,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세종을 통한 최고 연주와 경험의 기회는 젊은 연주자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자양분이 돼 그들을 성장시켰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챈(David Chan), 뉴욕 필하모닉 악장 프랭크 황(Frank Huang), 몬트리올 심포니 악장 앤드류 완(Andrew Wan), 함부르크 필하모닉 악장 다니엘 조(Daniel Cho) 등을 비롯해 세종 출신의 글로벌 악단 악장(Concertmaster) 만도 9명이다.더불어 2021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솔로 부문(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을 수상한 비올리스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역시 세종이 배출한 연주자다. 2001년 글로벌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에 입단한 그는 2004년 그 일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디며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07년부터 2019년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 리처드 용재 오닐, 다니엘 정, 유 치엔 쳉, 문태국, 김한, 스티븐 린)로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2020년부터는 세계적인 타카치 콰르텟(Takacs Quartet, Edward Dusinberre, Harumi Rhodes, Richard O‘Neill, Andras Fejer) 일원으로 합류해 활동 중이다.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예술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번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에서도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환경, 다양성, 테크놀로지가 융합됩니다.”강 감독은 올해로 7회를 맞은 세종 주최의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Hic et Nunc! Music Festival 8월 16~9월 2일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그 중 한 가지를 말씀드린다면 테크놀로지 부분의 생성형 AI입니다. 8월 24일 연주될 ‘플로우 심포니’인데요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죠. 그래서 공연도 실시간으로 약간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습니다.”강 감독이 언급한 ‘플로우 심포니’(Flow Symphony)는 세종이 MIT 교수이자 작곡가인 토드 마코버(Tod Machover)에게 위촉한 곡으로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 앤드류 완, 다니엘 조까지 네명의 악장이 한 무대에 오르는 ‘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8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된다.“공연 후에는 ‘플로우 심포니’를 MIT 미디어랩 웹사이트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퍼스널라이즈된 AI를 통해 본인 취향에 맞게 곡을 변형해 들어볼 수 있죠. 이 시도를 위해 처음부터 작곡된 케이스는 이 곡이 최초일 겁니다. 그 점에서 올해는 테크놀로지 이슈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제7회 힉엣눙크!는 ‘플로우 심포니’와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이자 작곡가 김택수 신곡 ‘네대의 바이올린과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with/out)이 연주될 ‘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와 더불어 환경과 다양성, 테크놀로지 그리고 30주년을 맞은 세종의 역사성이라는 테마에 걸맞는 프로그램들로 무장했다. 27일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할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우선 리처드 용재 오닐이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Christopher Theofanidis)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하고 소프라노 황수미가 오페라 아리아로 무대를 꾸리는 ‘세종솔로이스츠의 Pure Lyricism’(8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폴 황 바이올린 리사이틀 with 세종솔로이스츠’(8월 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등 세종의 선배들이 무대를 꾸린다.더불어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비바챔버앙상블 마스터클래스’(8월 16일 삼성금융캠퍼스), ‘힉엣눙크! NFT살롱’(8월 21일 언커먼갤러리), 다큐멘터리 시사회 ‘얼.’(Earl. 8월 25일 JCC 아트센터 콘서트홀), 베이비콘서트 ‘Songs My Mother Taught Me’(8월 29일 코스모스아트홀),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 ‘이해수 비올라 리사이틀’(8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도 펼쳐진다.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예술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급변하는 시대에 대해 강 감독은 “클래식 쪽에서도 지역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속도가 참 다르다”며 “저 역시 뉴욕과 서울의 환경에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가령 미국의 톱 오케스트라 몇개는 연합해 이머시브 공연을 개발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 들었습니다. 반면 어떤 도시에서는 아직도 3B(브람스, 바흐, 베토벤) 같은 테마가 관객의 관심사를 끌고 있죠. 변화에 저마다 다른 속도로 임하고 있지만 일괄적인 가치를 찾자면 예술이 주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젊은 연주자의 성장을 도우며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6 19: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린아 “대단한 나의 하데스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고 헤르메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전작인 ‘레미제라블’ ‘스위니토드’도 이번 ‘하데스타운’도 중간에 합류하다 보니 조급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미 탄탄하게 합이 잘 맞는 배우들이 있어서 분위기 파악도 빨리 할 수 있었고 더 좋은 시너지도 나는 것 같아요.”뮤지컬 ‘하데스타운’(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페르세포네(김선영·린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출연 중인 린아는 “6주 남짓의 짧은 연습기간에도 이미 했던 배우들의 탄탄함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하데스타운’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극작가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의 동명 앨범을 극화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다.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오르페우스(박강현·조형균·멜로망스 김민석)와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 Orphee et Eurydice), 죽은 자들의 왕이자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봄과 씨앗의 여신이자 저승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부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사랑이야기다. 신들의 사랑이야기지만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등 내레이터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최정원)의 말처럼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작품이다.◇강한 양준모, 모성애를 자극하는 김우형, 부드러운 지현준 하데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 역의 양준모(왼쪽부터), 지현준, 김우형(사진제공=에스앤코)“양준모 하데스는 진짜 강해요. 자신만의 것으로 가득 찬, 올곧게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강한 하데스죠. 그래서 절로 화가 나요. 그런 사람이 변하고 노래를 시작할 때 그래서 더 감동이 큰 것 같아요. 절로 눈물이 나죠. 진짜 강한 그리고 정말 많이 변해버리는 하데스예요.”이렇게 밝힌 린아는 김우형에 대해 “페르세포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지하 세계에 전선을 엄청 깔아 밝고 반짝반짝하게 하고 태양을 좋아한다는 아내를 위해 뜨겁게 달구는 하데스”라고 표현했다.“이벤트를 엄청 많이 하는데 너무 잘못 짚는 하데스예요. 너무 눈치 없는, 페르세포네가 원하는 걸 전혀 몰라서 진짜 헛웃음이 나는 하데스죠. 노력은 알겠지만 ‘뭐 하는 짓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너무 허탈하고 한숨을 짓게 하는데 그 마음도, 사랑도 너무 잘 알겠어서 안타까워요. 그 사랑이 너무 안타까우니까 모성애가 가는 그런 하데스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지현준에 대해서는 “되게 강할 듯 하지만 약한, 부드러운 하데스”라며 “그래서 오히려 페르세포네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하데스”라고 밝혔다. “내가 잘못한 건가? 그가 아니라 내가 변했네 싶은 하데스죠. 이 사람도, 그의 사랑도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나? 의심하게 돼요. 그는 원래 그랬고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데 페르세포네가 변해서 사이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싶거든요. 왜 나만 나쁜 여자로 만들어! 좀 억울하기도 해요.”◇대단한 오르페우스 박강현·조형균·김민석과 에우리디케들 김수하·김환희“김수하 배우의 에우리디케는 엄청 강해요. 강력하고 변화가 극적인 배우 같아요. 극 중 조명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주는 게 많아요. 페르세포네한테 ‘어떻게 해요’ ‘우리 좀 봐주세요’ ‘도와주세요’ 같은 눈빛도, 원망의 눈빛도 엄청 많이 보내죠. 저 역시 거기에 힘을 받을 때가 굉장히 많아요.”그리곤 “진짜 멋지고 열정 있는 배우”라며 “에우리디케 역의 두 배우 모두 그렇다. 둘 다 너무 고운 목소리와 아련한 눈빛 등 에우리디케가 가져야할 것들을 가진 배우들”이라고 전했다.“(김)환희는 감싸 안아주고 싶은 에우리디케 같아요. 너무 안쓰럽고 정말 상처를 많이 받은 게 느껴져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겠구나, 외로웠겠구나 싶어 안아줘야 할 것 같은 에우리디케죠.” 뮤지컬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의 김환희(왼쪽)와 김수하(사진제공=에스앤코)노래로 세상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결국 노래로 꽃을 피우는 “이 세상의 눈으로는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혹은 “너무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오르페우스에 대해 “세 배우 모두 내면에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열정,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의지 등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그 중에서도 (박)강현 배우는 오르페우스가 가진 요소들을 본인 스스로가 많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노래할 때 감동받죠. 김민석 배우는 목소리 자체가 ‘이 작품은 그냥 이 사람 건데’ 싶어요. 음악 자체가 그의 목소리에 너무 잘 어울리데다 변주도 너무 잘하죠. 이걸 안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어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왼쪽부터), 박강현, 멜로망스 김민석(사진제공=에스앤코)그리곤 “내면의 것을 내뱉는 대사에서 오는 감동도 너무 크다”며 “그래서 마지막에 뒤를 돌아보면서 에우리디케에게 ‘있었구나’ 할 때 진짜 슬퍼진다”고 덧붙였다.“가감 없는, 연기가 아닌 그냥 뱉는 말들이 너무 가슴을 찌르더라고요. 조형균 배우는 말이 필요 없죠. 그냥 너무 잘해요. 연기도, 노래도 너무 너무 잘해서 어떻게 저러지 싶어요. 무대 밖에서도 완전 분위기 메이커고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 같죠.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배우들이 모였나 싶어요.”◇참 따뜻한 최정원, 에너지와 음악을 살리는 강홍석, 무대를 장악하는 최재림 헤르메스뮤지컬 ‘하데스타운’ 헤르메스 역의 강홍속(왼쪽부터), 최정원,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최정원 선배의 헤르메스는 너무 따뜻해요. 정말 이들을 너무 사랑하죠. 극 중 인물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걸 몇 번이고 겪은 인물이잖아요. 이번엔 제발 해내기를 바라며 용기와 경고를 주는 헤르메스를 너무 진정성 있게 표현하시죠.”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강홍석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음악적 재능을 십분 활용해 완전히 자기 걸로 만드는 헤르메스”라고 전했다.“원래는 대사인 부분을 직접 랩으로 만들어서 하는데 너무 멋있고 덕분에 음악적으로도 풍성해지는 느낌이에요. 극을 이끄는 내레이터로서의 역할을 진짜 잘하는 헤르메스죠. 혼낼 때는 무섭게 혼내지만 따뜻한 면도 가진 헤르메스예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이어 최재림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가진 그 말도 안되는 성량과 정확함, 쩌렁쩌렁함 등으로 극을 완전 장악하는 헤르메스”라고 표현했다.“그리고 굉장히 차가워요. 냉정하고 냉철하고…그 차가운 흐름 속에서도 기대를 걸며 다시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주는, 그런 헤르메스죠.”◇무대에서 힐링, 체력이 될 때까지!“저는 무대에서 힐링해요. 모든 걸 쏟아내고 내려오거든요. ‘하데스타운’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눈물이 나는 장면이 많거든요. (하데스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가 변화하는 걸 보면서 기뻐서 혹은 슬퍼서 눈물을 흘리다 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이어 “극에 완전 몰입할 때가 있다”며 “일꾼들이 오르페우스한테 마음을 뺏기고 그 메시지를 듣고는 나도 변화해야겠다면서 목소리를 내는 장면부터 ‘How Long’까지 엄청 몰입해 빠져들곤 한다”고 털어놓았다.“배우로서 되게 충만해지는 순간들이죠. 제가 진짜 페르세포네가 된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그 시점들이 너무 짜릿하고 좋아요. 그래서 체력이 되는 한 무대를 계속 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아직은 어린 제 아이들이 뮤지컬을 보러 올 때까지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6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린아 “사랑이야기 속 은유된 환경문제 그리고 지금 우리”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신들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고 지금 누구나 겪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의 오르페우스처럼 스스로를, 상대를 못 믿고…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요. 그게 적나라하게 너무 잘 담겨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아차’ 하게 하는 작품이죠.”뮤지컬 ‘하데스타운’(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페르세포네(김선영·린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린아는 작품에 대해 “사랑이야기지만 지독한 현실”이라고 표현했다.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극작가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의 동명 앨범을 극화한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초연된 데 이은 두 번째 시즌이다.“오르페우스(박강현·조형균·멜로망스 김민석)와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를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가 지하세계로 데려오는 것도 페르세포네이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예요. 손에 잡히지 않은 아내를 어떻게든 잡기 위한 노력이랄까요. ‘How Long’이라는 노래 중간에 하데스가 ‘저 여자애는 나한테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하거든요. 신들의 사랑이지만 되게 인간적이죠.”◇신화 속 사랑, 그에 빗댄 지독한 현실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제공=에스앤코)“마치 클럽처럼 밴드가 무대에 함께 하고 배우들 옷이나 색감, 음악진행, 돌아가는 회전무대의 활용 등 기존에 없던 형식과 스타일들, 구성 등이 세련됐어요. 그리고 무대와 이야기, 움직임, 연출 등의 합이 너무 잘맞는 작품이죠. 그냥 사랑 얘기 같지만 굉장히 은유적이어서 알고 보면 더 재밌을만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요.”은유와 대구, 상징 등으로 꾸린, 한편의 시와도 같은 ‘하데스타운’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Orphee et Eurydice), 죽은 자들의 왕이자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봄과 씨앗의 여신이자 저승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부부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사랑이야기에 극한 현실을 빗댄 작품이다.끝없는 개발과 산업화로 지하세계를 구축한 하데스,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자유를 헌납하고 지옥행을 선택한 사람들, 착취와 억압에도 숨죽인 채 살아가는 현실, 쳇바퀴 도는 듯 고단한 일상 그리고 일년의 반은 지상에서, 나머지 반을 지하에 머무는 페르세포네를 자꾸만 빨리 데리러 오는 하데스로 인해 균형이 깨져 버린 계절들….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지하세계로 몸을 던지는 이들에 대해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라는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최정원)의 반문처럼 그리고 린아의 표현처럼 “그 안에 내포된 이야기들은 사랑과 희망 뿐 아니라 환경문제, 시대에 대한 풍자와 비판 등까지 다방면으로 흥미로운 작품”이다.“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이 인간세계의 계절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람들이 고통받아요. 지상을 너무 사랑하고 이 세계가 제대로 돌아가게끔 해야 하는 신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아무리 호소해도 이들의 사랑에 금이 갈수록 환경적인 문제들이 발생하죠. ‘바다가 땅을 덮쳐, 이건 정말 정상 아냐’ 등의 가사들이 환경에 대한 경고 메시지 같아요. 단박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지금 깨우쳐야할 환경에 대해 계속 메시지를 던지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그의 귀띔처럼 무차별적으로 공장을 세우고 네온사인을 밝히며 비틀린 방식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하데스, 그런 하데스에 ‘이 추운 계절에 여기는 왜 이렇게 뜨거워’ ‘일년 중 가장 어두운 때에 여기는 왜 이렇게 눈부셔’ 등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하는 페르세포네의 관계 속에는 환경, 노동, 권력 등 사회문제들이 내포돼 있다. “오르페우스의 ‘라라라’ 송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옛날에 나눴던 사랑 노래고 에우리디케가 어느 순간 어깨를 아파하며 잡는 건 방울뱀에 물려 죽게 된 신화 속 설정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 방울뱀이 동전 소리를 내는 지옥행 열차 티켓으로 표현되며 신화와 연결시키는 것도 너무 흥미롭죠.”◇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사랑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처음 대본 리딩을 했을 때부터 페르세포네는 너무 이해가 갔어요. 저 이제 결혼 10년차거든요. 결혼한 부부로서 겪어야 할 모든 것들을 한번씩 겪고 풍파도 맞아보다가 이제는 잔잔하면서 고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죠. 그 정도는 다르지만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상태도 그 기간 중 겪었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이어 “세월이 흐르고 관계가 지속될수록 싫지만 포기하거나 받아들이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그 사랑마저 퇴색해 버린 지경에 이른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지만 두 사람 다 서로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그리곤 “그래서 하데스는 1년 내내 붙잡고 있을 수도 있지만 페르세포네를 지상으로 일정기간 보내주고 페르세포네는 지상에서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고 말을 보탰다.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해 설레고 달달하죠. 그들에게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과 복선이 있어요. 음악도 그렇고 ‘원래 알고 있던 사람 같은 느낌이었어요’라는 오르페우스의 말도 그렇고.”그리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두 사람도 그런 사랑을 했다”며 “저 역시 그런 사랑을 했고 10년간의 결혼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분들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 예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노래하는 ‘All I‘ve Ever Known’을 예로 들었다.“저는 페르세포네가 처음 등장해 봄을 불러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막 사랑에 빠진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는 장면에서 다운된 이면을 좀 표현하고 있어요.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우울함이요. 저도 남편도 어디 한 구석에는 불같은 성질이 있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그렇게 싸우고 밖에 나가 사람들과 즐겁게 보내지만 한편에는 너무 우울하고 극심한 슬픔이 있거든요. 뭘 해도 즐겁지가 않고 ‘우울하다’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아픔이 있죠.”이를 린아는 “굉장히 참고 오히려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참아내는 페르세포네도, 비틀려 감정을 표현하는 하데스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방식이 잘못돼 먼길을 돌아오다 보니 손 쓸 엄두조차 나지 않는 관계가 돼 버린 상태”라고 표현했다.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원래 있던 지상에 내려왔을 때 페르세포네는 술에 엄청 취하고 편안하지만 하데스타운에는 내 자리가 없어요. 이 남자, 하데스 때문에 있는 거죠. 처음엔 초록색 옷을 입고 등장을 하다가 하데스타운으로 가면 검은색 옷을 입잖아요. 제 색을 잃어버리는 거죠.”더불어 “자신을 잃은 채 방관자처럼, 목소리를 잃고 흘러가는 대로 지켜만 보던 페르세포네가 절망하는 지점은 하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온 오르페우스에게 내뱉는 ‘이곳에 있는 건 모두 내 소유’라는 외침”이라고 짚었다.“그런 하데스에 페르세포네는 ‘나 역시 소유물’이라는 생각에 힘을 잃어버리고 목소리를 못내죠. 그래서 하데스타운에서 저는 하늘을 자주 봐요. 지상을 그리워해서기도 하지만 내가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절망과 무기력함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극의 주제를 담은 ‘If it‘s True’와 마음을 울리는 ‘Epic III’ 중 하데스와의 왈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사람의 관계에는 늘 새로운 어려움들이 있죠. 그래서 저도 로맨틱한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하던 때를 떠올려요. 요즘은 보지 못했던 ‘눈물의 여왕’을 비롯해 ‘사랑의 불시착’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을 보고 있어요. 극 중 이제 막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을 보면서 내 옆의 남자를 사랑의 눈으로 보게 돼요. 그렇게 다시 사랑할 힘을 얻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그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가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면서 작지만 변화한다”며 “두 사람의 사랑에 변화하는 하데스를 보면서 그를 변하게 하고 싶은 용기를 가지게 되는 페르세포네에 중점을 두고 표현 중”이라고 덧붙였다.“오르페우스가 얻어맞고 떠나려고 일어나면서 하데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일꾼들을 선동하는 ‘If it’s Ture’라는 장면이 있어요. ‘나는 변할 거라고 믿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강해’라면서 선동하는 장면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와 닿아요. 바로 다음 넘버인 ‘How Long’으로 이어지면서 페르세포네도 변해야지 하면서 목소리를 내죠.”그리곤 “오르페우스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일꾼들도 절규하는 그 장면에서 몇번이고 소름이 끼친다”며 “그렇게 일꾼들도 한명씩 변하면서 모자를 벗고 나가는데 앙상블 배우들도 눈물을 흘리고 저도 울게 된다”고 털어놓았다.“펑펑 울어요. 연습실에서도 몇번을 그랬어요. 다들 진짜 푹 빠져서 하는구나.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또 울게 돼요.”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더불어 가장 가슴을 울리는 장면으로는 ‘Epic III’ 중 하데스와 추는 왈츠를 꼽았다. 한쪽은 집착하고 또 다른 쪽은 포기해 버리며 비틀린 두 사람이 오르페우스의 노래로, 그 노래로 피운 꽃으로 왈츠를 추는 장면이다.“그 장면에서 ‘이 사람이 다시 돌아왔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보이네’라는 놀라움으로 왈츠를 추거든요. 정말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죠.”◇작은 변화가 쌓여 세상을 바꾼다, ‘라라라’ 노래하듯!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보니 노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표현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그렇다고 생각해요. 오르페우스처럼 ‘난 내 갈 길을 가겠어’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정의를 올곧게 지켜가는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불러오잖아요. 헤르메스 대사에 있듯 노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오르페우스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너무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그런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고 변화시키죠.”그리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해 칭송받을 때도 있지만 그 보다 더 많이 실패를 한다. 그럼에도 생각이 다른 사람이 실마리가 돼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다”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역시 “점점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극 막바지 페르세포네가 ‘벌써 봄’이라며 하데스에게 ‘기다려줘’라고 인사하면서 헤어지거든요. 그 때의 애틋함, 하데스와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지상으로 가는 거죠. 조금씩 조금씩, 아주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거기에 기대하는 마음이 우리 극이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믿어요.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 변화가 있을 거라고. 그래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도 좋은 사이로, 그래서 더 이상 지상의 사람들한테 피해를 안 끼치는 그런 사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뚜벅뚜벅 조선으로 시간여행

서울에는 볼 만한 유적 공간이 많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몰라 무심코 지나치거나 겉보기에 그치기 일쑤다. 이 책은 부제 ‘지식 가이드와 떠나는 한국사 600년 시간 여행’에서 보듯이, 문화유산 해설 전문여행사인 ‘트래블리이블’이 풍부한 자료 연구와 현장 답사를 기초로 독자들이 편하고 의미 있게 조선시대를 시간여행할 수 있게 돕는다.◇ 국립고궁박물관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왕실의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임금이 앉던 붉은색 ‘어좌(御座)’가 있다. 뒤로는 해와 달, 5개 산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봉도’가 자리한다. 이 병풍은 임금이 궁 바깥 행차를 할 때마다 함께 했고, 임금이 승하하면 함께 묻혔다. 임금의 초상 ‘어진(御眞)’은 후대를 위해 하나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린 초상화다. 어진을 가장 많이 남긴 왕은 태조 이성계다. 과학문화전시실에서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눈길을 끈다. 295개 별자리와 1467개 별을 밝기에 따라 크기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측우기’도 있다. 1639년 이탈리아의 ‘우량계’보다 200년 앞선 발명품이다. 처음 발명한 세종 23년 음력 4월 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5월 19일이 발명의 날이다. 세종과 장영실이 의기투합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 알람 시계 ‘자격루’도 이곳에서 위용을 자랑 한다.◇ 경복궁1395년 조선 최초의 ‘법궁(法宮)’을 창건할 때 정도전은 ‘크나 큰 복을 누리라’는 의미로 경복(景福)이라 지었다. 하지만 궁의 규모는 의외로 소박했다. ‘근정문’은 임금의 즉위식이 거행된 자리며, 그 앞 마당인 ‘조정’에 직급별 품계석이 세워졌다. 세종 때부터는 천인(賤人)을 포함해 80세 넘는 노인들을 위한 축하연도 열렸다. 90세 이상이면 관직을 수여했고, 100세가 넘은 천인은 면천(免賤)까지 해 주었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천장에는 두 마리 용이 새겨져 있다. 경복궁에서 왕이 평상시 거처하며 신하들과 업무를 보던 편전이 ‘사정전’이다. 근정전 바로 뒤 편이다. 근정전보다는 작고 낮은 어좌가 놓여 있어, 수평적 눈 높이로 토론이 이뤄졌다. 신하들과 가장 경연을 많이 한 임금은 세종과 성종이었다. 세종은 무려 2011건에 달해, 조선왕조실록 전체에 기록된 경연 건수의 7분의 1에 달했다.◇ 창덕궁개성으로 도읍을 옮겼던 정종을 제치고 왕위에 오른 태종 이방원이 다시 한양 천도를 단행하면서 새로 지은 궁이다. 가장 아름다운 조선의 궁궐로 칭송받는다. 조선조 5개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창덕’은 선한 것은 성스러운 것이니 왕실은 백성에게 성스러운 덕을 끼쳐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전인 ‘인정전’에서 즉위한 왕이 ‘연산군’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창덕궁에서 고종은 일본의 협박으로 순종에게 강제로 왕위를 물려주었다. 일본은 궁의 내부를 근대식 궁의 형색으로 갖추게 했다. 대표 전각인 ‘희정당’은 샹들리에와 각종 서양식 가구가 화려하다. 왕비의 침전 ‘대조전’은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승하한 곳이다. 대조전 동쪽의 ‘흥복헌’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려 이완용 등이 순종에게 한일합병조약 문서에 강제로 옥쇄를 찍게 한 망국의 장소다.◇종묘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태조 이성계는 법궁인 경복궁을 짓기도 전에, 선대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실 ‘종묘’ 건설부터 명했다. 그리고는 고조부부터 아버지에 해당하는 목조와 익조, 도조, 환조의 신주를 모셨다. 종묘의 정전은 길이 101m로 단일 건물로는 국내 건축물 중 가장 길다. 가장 왼편 방에 이성계와 2명이 부인이 있고, 그 옆으로 18개 방에 후대 왕과 왕비들이 모셔져 있다.  조선의 역대 왕 27명 가운데 종묘에 모신 왕은 19명이다. 다른 왕들은 종묘 뒤편의 ‘영녕전’에 모셔져 있다. 장소의 협소함 탓에, 정전에 모신지 5대가 지나면 신주를 영녕전으로 옮긴다는 기준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나라를 세운 태조 이성계를 비롯해 태종, 세종, 세조, 성종, 중종, 선조, 인조, 효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 13명은 왕조에 미친 영향이 워낙 커 절대 정전에서 빼지 못하게 했다.◇ 창경궁성대할 창(昌)에 경사 경(慶)을 쓴 궁궐이지만, 가장 어두운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일제가 한 때 동물원 ‘창경원’으로 폄하했던 곳이다. 왕실의 주거용으로 지어져 공간도 적고 화려함도 덜했다. 정전인 ‘명정전’도 조정보다 작았다. 궁궐은 남향이 원칙이었으나 창경궁은 자연 지세에 맞춰 동향으로 지어졌다. 명전전 왼편의 ‘문정전’은 1762년 7월 4일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이 일어난 곳이다.현재 창경궁은 10채의 전각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1908년에 일제가 순종 위로를 명목으로 위락 시설을 지으면서 60여 채 전각이 뜯겨 나가고 동·식물원이 들어섰다. 조선왕실의 질서를 상징하는 조정 마당의 박석들까지 다 뜯겨나가고 꽃밭이 들어섰다. 그리고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도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궁’을 ‘원’으로 격하시켰다. 경술국치 후에는 아예 창경궁과 종묘 사잇길까지 끊어버렸다.◇덕수궁본래 이름은 ‘경사가 구름처럼 몰린다’는 뜻의 경운궁(慶雲宮)이었다. 고종이 1897년에 대한제국의 법궁으로 선택한 후 1907년에 덕수궁으로 바뀌었다. 덕수궁의 정전 ‘중화전’은 다른 궁에서는 볼 수 없는 황금색이 찬연하다. 당시 황금색은 중국 황제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고종 스스로 황제임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중화전 내부 천장의 용(龍)도 발톱이 5개인 ‘오조룡’으로 황제궁의 상징이다. 고종의 염원이 가장 많이 담긴 공간이 ‘석조전’이다. ‘돌로 만든’ 그 자체가 ‘근대’를 상징했다. 석조전 서관은 당시에도 전시를 목적으로 했으나 일제가 ‘이왕가(李王家) 미술관’이라며 격을 낮춰 버렸다. 덕수궁 바깥 쪽에는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과 순종이 즉위식을 가진 돈덕전이 있다. 고종의 침전인 ‘함녕전’은 두루 평온하다는 뜻이었지만, 고종은 1919년 이곳에서 원인 모를 죽음을 맞았다.◇서대문형무소역사관1908년 경성감옥으로 시작된 서대문형무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감옥이다. 청나라 사신과 무역상들을 맞던 번화가 ‘의주로’에 형무소를 세운 것 자체가 조선인을 통제할 목적임을 드러낸 것이었다.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할 때까지 수 많은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인사들이 투옥되었다. 최대 수용인원이 500명이었으나 3.1 만세운동 때는 3000명을 넘겼다고 한다.정면의 보안과 청사 2층에는 무수한 붉은 점이 찍힌 한반도 지도 ‘전국 의병 전쟁 거의도’가 걸려 있다. 동대문 밖 30리까지 진격했던 의병부대의 총대장 허위 의병장은 서대문형무소의 1호 사형수다. 세 방향의 옥사를 모두 감시할 수 있는 ‘판옵티콘’ 방식의 설계가 눈길을 끈다. 1918년에는 사형선고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 수감을 위해 여자 옥사가 지어졌다. 이곳 8호 감방에 유관순 열사가 수감되어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동관 1층 중·근세관 조선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외규장각 의궤’다. 1866년 강화도에서 병인양요를 일으킨 프랑스 군대가 276권의 의궤를 포함해 359점의 유물을 훔쳐간 것을 1975년 고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폐 서고에서 발견했다. 정부가 테제베 고속철을 도입하는 조건으로 2011년에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소유권자는 여전히 프랑스라 ‘반환’이 아닌 ‘영구 대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전시관 1층에는 13.5m 높이의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있다. 일본으로 밀 반출될 것을 외신기자들이 폭로해 막았다. 지상 3층의 건물 중앙에 층을 모두 비워 설치했다.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2개의 국보 반가사유상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가 수집했다는 고려청자들도 전시되어 있다.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가 부상으로 받았던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도 비치되어 있다.◇ 성북동과 북촌성북동은 한양 도성 북쪽 동네라는 뜻이다. 복숭아 나무가 많아 ‘도화동’으로도 불리었다. 이곳에는 미술 수집가 간송 전형필이 1938년에 건립한 국내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이 있다. 김홍도와 신윤복·정선의 화첩, 고려청자, 금동불상 등 6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친 국보급이 수두룩하다. 그가 안동에서 찾은 ‘훈민정음 해례본’은 전형필의 ‘문화보국’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북촌의 도시형 한옥들은 ‘건축왕’ 정세권의 작품이다. 그의 목표는 일본인 땅이 많던 가회동과 익선동, 계동 등 북촌에 많은 도시형 한옥을 지어 조선인에게 분양하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이 남촌에서 점점 북상하는 것을 막고자 연부·월부 판매까지 도입해 싸게 공급했다. 익선동을 시작으로 안국동, 삼청동 등에도 한옥 단지가 만들어져 그가 지은 한옥 수가 6000여 채에 달했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8-16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뮤지컬 ‘애니’, 점프하고 구르며 풀어내는 가족의 소중함과 꿈 그리고 살아갈 힘

뮤지컬 ‘애니’ 시연(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저희 작품의 소재는 사랑입니다. 어떤 충격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움직이는 자체가 그들 안에 내재된 감정의 표현법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점프하고 구르기를 하고 덤블링을 하는 이유죠.”뮤지컬 ‘애니’(Annie, 10월 1~27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의 신선호 안무가이자 연출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시즌 ‘애니’의 차별점인어린 배우들의 다채로운 안무에 대해 “감정 표현법”이라고 정의했다.더불어 “제가 가진 기본 콘셉트는 클래식함”이라며 “지금 현재를 무대 기술이 아닌 배우의 몸으로 보여주는, 클래식함 속 현대적인 움직임이 저희 ‘애니’의 색다른 무대 미장센”이라고 부연했다.뮤지컬 ‘애니’ 장소영 음악감독(왼쪽)과 신선호 연출·안무(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아이들한테 항상 ‘개인이 아닌 이 안에서 함께 움직이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얘기해요.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잘해야 한다고요. 서로를 존중하고 박수를 쳐주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연습을 진행하면서 저희 ‘애니’의 색은 정확하게 보이겠다 싶었습니다.”장소영 음악감독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고 장담한 뮤지컬 ‘애니’는 해롤드 그레이(Harold Grey)의 소설 ‘작은 고아 소녀 애니’(Little Orphan Annie)를 바탕으로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 ),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수장작 ‘어플라우즈’(Applause), ‘바이 바이 버디’(Bye Bye Birdie) 등의 찰스 스트라우스(Charles Strouse)가 넘버를 꾸린 작품이다.1976년 첫선을 보인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제31회 토니어워즈 최우수 뮤지컬상, 각본상, 음악상, 안무상, 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고 한국에서는 1984년 오리지널이, 2006년에는 한국어 프로덕션이 초연됐다. 뮤지컬 ‘애니’를 준비 중인 워벅스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총괄 프로듀서 Richard Lee, 신선호 안무·연출, 그레이스 역의 박소연, 애니 최은영·곽보경, 장소영 음악감독, 해니건 원장 신영숙·김지선, 워벅스 남경주(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이번 ‘애니’는 2019년에 이은 5년만의 무대로 대공황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부모의 편지를 간직한 채 11년을 살아온 고아 소녀 애니(곽보경·최은영, 이하 가나다 순)의 이야기다.버려졌지만 재기발랄하며 희망이 넘치는 애니를 비롯한 아이들, 세계적인 갑부 올리버 워벅스(남경주·송일국), 돈을 노린 고약한 고아원 원장 해니건(김지선·신영숙), 그의 남동생 부부 루스터(이종찬)와 릴리(이주예), 워벅스의 따뜻한 비서 그레이스(박소연)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무장했다.애니로는 273명이 참가한 오디션 경쟁을 통해 최은영과 곽보경이 낙점됐다. 최은영은 “원래 ‘애니’를 좋아해서 OST를 듣곤 했다”며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투모로우’(Tomorrow)와 ‘N.Y.C’를 꼽았다.뮤지컬 ‘애니’의 타이틀롤인 애니 역의 곽보경(왼쪽)과 최은영(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투모로우’에 대해서는 “이 작품의 타이틀곡”이라고, ‘N.Y.C’에 대해서는 “들을 때도 부를 때도 신나는 느낌”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애니 곽보경 역시 ‘투모로우’와 ‘I Think I’m Gonna Like it Here’를 가장 좋아한다고 전했다.  “일단 ‘투모로우’는 가장 중요하고 없으면 ‘애니’라는 작품이 안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은 곡인 것 같아요. 그리고 ‘I Think I’m Gonna Like it Here’는 워벅스 집에서 청소를 하려는 애니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레이스가 부르는 노래예요. 노래하면서 억만장자인 워벅스의 멋진 집에 가본 애니가 신기해 하지 않을까 싶어서 좋아합니다.”워벅스 역의 송일국은 “집에서 아들 셋(대한·민국·만세)에 시달리다가 딸들을 보니 너무 행복하다”며 “매순간 소원 성취 중”이라고 눙쳤다.뮤지컬 ‘애니’ 중 억만장자 워벅스 역의 남경주(왼쪽)와 송일국(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워벅스 대사 중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곁에 누군가 없다면 정말 공허하다’는 대사가 있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아이들하고 있으면 짜증이 날 때도 물론 있지만 사실 너무 행복하거든요. 너무 행복하다 보니 오히려 두려움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매순간 기도를 하게 돼요. ‘애니’는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벅스로 번갈아 무대에 설 남경주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빌리 엘리어트’나 ‘마틸다’와는 색깔이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며 “시연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얼마나 더 멋진 배우들로 성장할까 생각하면서 뿌듯했다”고 털어놓았다.“더불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버텨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작품입니다. 저는 39년만에 다시 이 작품을 하게 됐는데요. 당시에도 애니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서 희망을 계속 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워벅스로 참여하면서 애니의 대사 그리고 그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뮤지컬 ‘애니’의 해니건 원장 역 신영숙(왼쪽)과 김지선(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아이들에게 이미 반지를 선물로 받을 정도로 친하다”는 해니건 원장 역의 신영숙은 “명작이 주는 영원한 감동”을 언급하며 “제가 어려서 본 영화 ‘애니’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투모로우’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어렸을 때 흘렸던 눈물과 어느새 나이가 들어 흘리는 눈물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온 가족이 오셔서 보신다면 영원한 고전이 주는 감동을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이지만 현대적으로 재탄생될 ‘애니’에 큰 감동을 받고 돌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 무대에서 펼쳐보이도록 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창단 30주년 세종솔로이스츠의 7번째 힉엣눙크! “동시대성과 미래 그리고 역사성”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7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다니엘 조(왼쪽부터), 강경원 예술감독,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은 세종솔로이스츠가 미래지향적인 그리고 동시대 예술성,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를 반영하기 위해 시작한 음악제입니다. 현 사회의 이슈, 문제점, 함께 고민해야할 점 등을 찾아봤는데요. 환경과 다양성 그리고 테크놀로지였습니다.”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이하 세종) 예술감독의 설명처럼 올해로 7회를 맞는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Hic et Nunc! Music Festival 8월 16~9월 2일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도 환경, 다양성, 테크놀로지에 집중한다.“더불어 세종솔로이스츠 30주년을 테마로 녹여 세종 출신 단원 중 지금까지도 저희랑 계속 협업을 하는, 여러분이 아실만한 분들을 초대해 함께 연주합니다.”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예술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1994년 창단해 30년을 지켜온 데 대해 강 감독은 “어떻게 보면 길고 또 어떻게 보면 짧은 세월”이라며 “제가 느끼는 건 시작은 쉽다, 하지만 지속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려웠던 만큼 보람도 있고 감회도 깊습니다. 시작부터 30년을 함께 했으니까요. 그 30년 간 지켜온 가치는 두 가지였습니다. 노력할 수 있는 한 제일 좋은 연주를 하는 것 그리고 이 단체를 통해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세종 모두의 의지입니다.”올해의 힉엣눙크!는 환경과 다양성, 테크놀로지 그리고 세종의 역사성을 테마에 걸맞는 프로그램들로 무장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챈(David Chan), 뉴욕 필하모닉 악장 프랭크 황(Frank Huang), 몬트리올 심포니 악장 앤드류 완(Andrew Wan), 함부르크 필하모닉 악장 다니엘 조(Daniel Cho)가 한 무대에 서는 ‘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8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소프라노 황수미와 함께 하는 ‘세종솔로이스츠의 Pure Lyricism’(8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폴 황 바이올린 리사이틀 with 세종솔로이스츠’(8월 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등 세종의 선배들이 무대를 꾸린다.더불어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비바챔버앙상블 마스터클래스’(8월 16일 삼성금융캠퍼스), ‘힉엣눙크! NFT살롱’(8월 21일 언커먼갤러리), 다큐멘터리 시사회 ‘얼.’(Earl. 8월 25일 JCC 아트센터 콘서트홀), 베이비콘서트 ‘Songs My Mother Taught Me’(8월 29일 코스모스아트홀),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 ‘이해수 비올라 리사이틀’(8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도 펼쳐진다.‘세종솔로이스츠와 Four Concertmaster’에서는 MIT 교수이자 작곡가인 토드 마코버(Tod Machover)에게 위촉한 ‘플로우 심포니’(Flow Symphony)와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이자 작곡가 김택수 신곡 ‘네대의 바이올린과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with/out)이 연주된다.강 감독은 “김택수 작곡가의 신곡 위촉 이유는 심플했다. 4명의 악장과 30주년을 기념하고 싶었고 4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하려니 협주곡 위촉은 너무 당연했다”고 설명했다. ‘제7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세종솔로이스츠 출신의 악장들. 왼쪽부터 다니엘 조, 데이비드 챈, 프랭크 황(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창단 30주년을 맞으면서 좀 더 복합적인 곡을 해보고 싶었어요. 스트레이트 콘서트가 아닌 스테이지가 되고 스토리텔링이 있는 그런 곡이요. 이 시점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많이 쓰신 토드 마코버 교수님과 좋은 파트너가 되겠다 싶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디벨롭했습니다.”관계자에 따르면 토드 마코버 교수의 ‘플로우 심포니’는 “그 윤곽이나 실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에 쌓여 있는 프로덕션”으로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27일에는 리처드 용재 오닐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Christopher Theofanidis)의 비올라 협주곡이 아시아 초연된다. 9.11 테러가 발생한 시기 1악장이 작곡된 곡으로 리처드 용재 오닐에 따르면 ”마치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 같은 곡“이다.27일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할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세종 출신의 악장들은 저마다가 생각하는 세종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프랭크 황은 “각기 다른 교육, 표현,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음악이라는 목적을 위해 모이는 곳이 바로 세종솔로이스츠”라며 “각자의 감정과 아이디어를 가진 연주자들이 모여 마법과도 같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리고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밝혔다.꽤 오래 세종과 함께 한 프랭크 황은 “상당히 흥미로운 앙상블이라고 생각했다”며 “전세계에 수많은 현악 사중주단과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세종이 내는 사운드는 매우 특별하다”고 전했다.“매우 독특한 방식의 리허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작품에 대한 연주방향을 가이드하는 지휘자도 없이 매우 민주적인 절차로 연습이 진행됩니다. 모두가 각자 의견을 내고 조율해 같은 목표의 음악을 만들어 내죠. 이처럼 세종이 가진 민주적인 방식이 각 개인의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 역시 뉴욕 필 단원들과의 리허설에서 그 민주적인 절차를 날마다 적용하고 있거든요. 어느 한 사람의 의견도 묵살되지 않도록, 모두의 의견이 존중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세종에서 배웠습니다.”이어 “하나의 아이디어, 한 프레이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디테일하게 음악을 만들어갈 기회는 많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세종의 연주가 더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제7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데이비드 챈은 “세종 솔로이스츠는 아주 눈부신 기교와 앙상블 그리고 사운드를 추구하는 곳”이라며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변함없이 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7일 공연에서 지휘자로서 포디움에 선다.“3년 전쯤 한국에서 지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오페라 아리아와 현대 비올라 협주곡을 한 무대에서 지휘한다는 점이 다르죠. 저에게 상당히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든, 다소 낯선 현대 비올라 협주곡이든 핵심은 최고의 음악을 전달하는 겁니다. 저의 아이디어가 아닌 각 곡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최대한 표현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이어 “오페라 아리아들이 저에겐 친숙하지만 세종 멤버들에겐 연주 경험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각 레퍼토리에 대한 표현, 융통성, 톤 등 제가 가진 지식을 전달하면서 준비할 예정”이라며 “비올라 협주곡은 신곡이라 정확성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이에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언어로 충분히 멤버들과 소통하면서 연습할 예정입니다. 제가 지휘봉을 들든 바이올린을 연주하든 결국 중요한 핵심은 최고의 음악과 예술성을 전달하는 것이니까요.”다니엘 조는 “저한테 세종은 음악적 가족”이라며 “오랜만에 봐도 아주 반갑고 그저께 본 것 같은 그런 가족”이라고 털어놓았다.“저는 3살 때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까지 다녔거든요. 저의 첫 고향이기도 하다 보니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에너지를 얻어가는 것 같아요. 미국과 유럽에서도 많은 연주를 했지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클래식 관객처럼 열정적이고 익사이팅한 관객들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힉엣눙크! 공연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4 19: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