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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출판도시에서 문화예술 복합 도시로의 첫발! 2024 파주페어 북앤컬처

한국의 에든버러를 꿈꾸는 ‘2024 파주페어 북앤컬처’의 출발을 함께 할 배우 손준호·김소현(왼쪽부터), 오장환 총괄프로듀서, 송승환 총감독, ‘친정엄마와 2박 3일’ 강부자, 윤후덕 국회의원, 낭독공연에 참여할 길해연, 개막공연을 이끌 오만석, 고영은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사진제공=축제사무국)“파주출판도시를 책과 문화예술 복합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난 2년 동안을 아주 열심히 달려왔습니다.”고영은 뜨인돌 대표이자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클럽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4 파주페어 북앤컬처’(Paju Fair_BookCulture PFBC 9월 6일~9일 파주출판도시 일대, 이하 북앤컬처)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북앤컬처는 책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창작콘텐츠 발굴 및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위한 축제로 한국의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을 꿈꾸며 9월 론칭을 준비 중이다.공연 한류의 원조 격인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제작자이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인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가 총감독으로 페어를 이끈다. 송승환은 “출판도시라는 특성을 가진 이곳에서의 페어는 책을 원천소스 삼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발표하고 연구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책을 안읽는다, 책의 위기라고들 합니다. 그래도 우리 작가들은 계속 좋은 책을 쓰고 있고 그 책 안에는 무궁한 콘텐츠의 원천 소스가 있죠. 그것들을 발굴해 연극, 뮤지컬, 영화, 음악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 유통시키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한국의 에든버러를 꿈꾸는 ‘2024 파주페어 북앤컬처’의 오장환 총괄 프로듀서(왼쪽부터), 송승환 총감독, 고영은 이사장, 윤후덕 국회의원(사진제공=축제사무국)이 페어에서는 송승환이 제작한 가족뮤지컬로 노벨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정글북’을 비롯해 ‘스위니토드’ ‘엑스칼리버’ ‘베어더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등의 원미솔 음악감독이 이끌고 오만석, 김소현·손준호 등이 출연하는 개막공연 파크 콘서트 ‘북스 어라이브!’(Books Alive!), 故 최인호 작가 10주기를 기념하는 뮤지컬 ‘겨울나그네’, 고혜정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무대에 올린 강부자·윤유선 주연의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등이 공연된다. 더불어 배우 양희경, 정동환, 서현철, 길해연이 각각 위영금의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김훈의 ‘개’, 박지리 ‘3차 면접에서 돌발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낭독공연으로 선보인다.공모를 통해 선정한 퍼포먼스 쇼케이스, 북마켓, 스트리트 퍼포먼스, 한국 대표 작가들이 꾸리는 아트마켓, 작가들과 함께 하는 북토크, 출판사와 콘텐츠 제작자·저작권 에이전시를 연결하는 ‘IP 비즈 네트워킹’ 등 다양한 교류의 장(場)이 마련될 예정이다.“공식명칭으로 ‘북앤컬처’를 붙이기 전까지는 이 행사를 ‘에든버러 프로젝트’라고 했습니다. 한류의 물꼬를 튼 송승환 감독님의 ‘난타’가 에든버러를 통해 전세계로 알려졌고 그 페스티벌에서 배울 점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출판도시에서 콘텐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북앤컬처’는 고 이사장은 “이를 위해 3가지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을 보탰다.한국의 에든버러를 꿈꾸는 ‘2024 파주페어 북앤컬처’에 참여할 배우 손준호(왼쪽부터), 김소현, 강부자, 길해연, 오만석(사진제공=축제사무국)“첫 번째는 재정 자립입니다. 에든버러 축제의 재정 자립도는 97% 이상입니다. 비용 대부분이 기업과 개인 후원 그리고 관람비로 충당하고 있고 지자체(지방자치단체) 지원 비율은 2% 내지 3%에 불과합니다. 북앤컬처는 5년 이내에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이어 “예산은 15억원 정도로 올해 페어의 공연은 전체 무료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유료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페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재정 자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 참가 단체들의 참가비 그리고 공연관람료 등을 통해 5년 내에 재정자립을 이룰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3분의 1, 기업 및 개인 후원이 3분의 1, 파주 출판도시재단 및 여러 단체들의 자부담과 티켓 판매로 3분의 1 정도 재원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내부방침은 최소 3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 수립입니다.”이에 대해 고 이사장은 “해마다 수많은 축제들이 열리지만 대부분 몇 개월 전에야 부랴부랴 서둘러 준비하는 경향이 많다. 북앤컬처는 지속가능성을 우선 가치로 삼을 것”이라고 부연했다.“세 번째는 파주 주민 참여 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것입니다. 지역 축제가 성공은 주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구 50만인 에든버러 축제의 시민 참여율은 70%가 넘습니다. 이에 올해 7월 말까지 가칭 ‘파주페어 시민지원팀’을 1차로 1000명 정도 구성해 출범시킬 계획입니다.”윤후덕 국회의원은 “이 축제야 말로 현재와 미래 삶의 질을 높이고 많은 일자리 창출 등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페어의 의미를 짚었다. 송승환 감독은 “5년간의 마스터플랜을 짰다”며 “그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축제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물론 올해부터 큰 성과가 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든버러가 80년이 돼갑니다. 호주의 아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도 60년이 돼가죠. 북앤컬처는 이제 첫해입니다. 최소 5~10년 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적인 공연 마켓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30 23:37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극 I성향의 감독이 다수를 위한 작품을 만들 때 생기는 일!

그간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더 킹’으로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한재림 감독은 첫 OTT 진출에 대해 “그 어떤 간섭도 요청도 없는 평화로운 현장이었다”고 미소지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볼수록 ‘역시 한재림 감독’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충무로시절, 발칙한 데뷔작으로 회자되는 영화 ‘연애의 목적’을 기억한다면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의 기발함은 기대이상이다. 29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더 에이트 쇼’는 20∼26일 480만 시청 수(Views·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해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배우 천우희, 박정민,류준열 등이 출연한 ‘더 에이트 쇼’는 여덟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공간에 갇혀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버는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각자의 사정으로 쇼에 참여하게 된 8명의 인물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타인의 시선에 익숙하고 자기애로 뭉친 8층(천우희),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인 7층(박정민), 욕구에 충실한 6층(박해준)과 더불어 비겁한 평화주의자 5층(문정희), 사회적 줄타기에 능한 4층(이열음)이 쇼의 화자이자 평범하기 그지없는 3층(류준열) 위에 있다. 여기에 할 말 하는 성향의 2층(이주영)과 신체적인 능력도 시간당 금액도 가장 적은 1층(배성우)의 위치가 이상하리만치 익숙하다. 아마도 관객들에게 은연중에 사회 축소판이란 생각을 들게 만든 의도가 다분하다.‘더 에이트 쇼’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올랐다.(사진제공=넷플릭스)“보는 사람들이 다양한 층에 이입이 되길 원했어요. 실제로 공개되자 마자 특정층에 몰리는 게 아닌 정말 다양한 공감의 이야기가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웃음) 적어도 나 만큼은 선과 악을 평가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만들었거든요. 비록 약자와 강자는 나뉘지만요.”각 층의 캐스팅 기준은 감독으로서 가진 ‘궁금함과 확신’사이를 오갔다. 순수하고 아이 같은 재미를 추구하는 8층의 경우 ‘곡성’에서 본 천우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작품을 보고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짜 모르고 하는건가?’싶은 연기가 보였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은 5층의 문정희였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염두해 뒀을만큼 대체 배우가 없었다. 4층은 ‘비상선언’으로 만난 이열음의 진지한 푼수끼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이주영과 박해준은 ‘독전’부터 이미 팬이었고, 배성우는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 연상되는 극중 캐릭터를 유일하게 소화할 배우라 평가했다.“감독으로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 뭔지 아세요? 바로 ‘연기구멍이 없다’는 거죠. 운 좋게 데뷔작부터 여태까지 모두 기적같은 배우들과 함께했어요. 이번에도 그 복이 터졌고요. 시네마가 사라져 가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더 에이트 쇼’를 통해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이 작품의 또다른 일등공신은 연출과 시나리오 배우들 말고도 의상이 일등공신이다. 제작단계부터 무지개로 할지 아니면 각자의 이미지를 내세운 옷을 내세울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핏을 타이트하게 하고 가짜 옷이 그려진 의상을 제안한 프로듀서 덕분에 의상팀도 속력을 낼 수 있었다.지난 17일 공개된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이야기다. 그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이야기가 되더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그는 재미의 끝에 결국 불쾌함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더 에이트 쇼’를 만들었다. 그는 “도파민 중독의 시대에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다. 굳이 다 보여주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다 알거란 믿음에 도달했다”면서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쇼를 기획한 존재를 밝히지 않은건 관찰자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보는 이로 하여금 주최 측이 돼 쾌감은 물론 죄책감까지 오롯이 품게 만들고 싶었다고.“제 취향이 워낙 조소나 조롱이 담긴 블랙코미디를 좋아합니다. 섣불리 단정짓지 않으려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유일한 취미는 사진 찍는 건데 낯선 곳에서 가서 혼자 생각하며 지내다 옵니다. 극단적인 I성향이라 사람들과 있으면 에너지를 뺏겨요.그런데 어떻게 영화를 찍냐고요? 이러나 저러나 카메라와 함께 있을 운명인가 봐요.”‘더 에이트 쇼’의 공개 이후 글로벌적인 화제성이 이어지는 바. 만약 할리우드 연출 제안이 오면 누구랑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기회가 된다면 젠 다이아랑 하고 싶다. 얼마 전 ‘챌린저스’라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매력적이더라. 그런데 먼저 그런 상상은 한 적 없다”며 겸손해하는 모습이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30 15:18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선재는 떠났지만 우리에겐 '재벌 8세'가 있다!

볼하트 만드는 이준영.(연합)‘로맨틱 코미디 왕좌는 과연?’안방에 신드롭을 일으킨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이어 티빙 오리지널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가 그 빈자리를 노린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그간 익숙하게 그려졌던 재벌 3세가 아닌 무려 8세의 이야기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신데렐라가 되기로 마음먹은 여자가 사랑 따위 믿지 않는 백마 탄 재벌 왕자를 만나 벌이는 욕망쟁취 드라마다. 유독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던 ‘힘쎈 여자’ 시리즈와 ‘마인’ ‘품위있는 그녀’들을 쓴 히트 작가 백미경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관심을 모은 이 작품은 또래중 가장 연기변신에 도전적인 배우 이준영이 도도한 재벌 후계자 캐릭터로 나온다.그간 작품속에서 데이트 폭력(마스크 걸)을 서슴없이 하거나 학교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일진 (용감한 시민) 등 유독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왔던 그는 “로코의 주역이 되기 위해 눈을 착하게 뜨는 연습을 했다”며 역할에 대한 마음가짐을 밝혔다.29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이준영(왼쪽부터), 표예진, 김민경 감독, 배우 송지우, 김현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태어나면서부터 부자인 ‘본 투 비 재벌’ 캐릭터는 난생 처음이라서요. 자연스러운 후계자의 모습을 위해 다이어트와 피부 관리를 열심히 했습니다. 키스신이 있으면 전날부터 김치도 안 먹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할 정도였죠. 촬영이 아니어도 상대배우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야 겠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갔습니다.”극중 아빠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21세기 신데렐라가 되기로 마음먹은 신재림 역할을 맡은 표예진은 “(동화 속)수동적인 모습과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남자를 찾아 나선다. 주체적이고 발칙함을 장착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이에 ‘코미디빅리그’ ‘SNL코리아’ 출신으로 처음으로 드라마판에 뛰어든 김민경 감독은 “앞으로 5주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욕망과 욕구에 아주 충실하고 직설적인 스토리”라며 특유의 돌직구 연출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31일 첫 공개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30 13:57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조폭 미화 절대 없다"는 이 드라마, '좋은 어른'의 기준 세울까?

배우 윤찬영이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드라마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이하 ‘조폭고’)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넘버쓰리픽쳐스)‘좋은 어른’의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생일’등 10대 고등학생 역할을 주로 맡아온 윤찬영이 또다시 학원물에 도전한다. ‘조폭고’는 대학에 가고 싶은 조폭(조직폭력배)이 열아홉 왕따 고등학생의 몸에 빙의되면서 자신만의 기술로 가해자를 응징하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친구와 새로운 우정을 쌓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휴먼 드라마다. 극중 윤찬영은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왕따 고등학생 송이헌 역과 거침없고 우직한 개성을 지닌 조폭 김득팔 역할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한다. 27일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윤찬영은 “드라마가 진지하면서도 코믹 요소가 들어가있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득팔이 이헌으로 살면서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고, 액션 같은 볼거리도 많았다”며 출연이유를 밝혔다.47세 조폭 역할에는 연기보다 ‘예능대세’로 자리잡은 이서진이 특유의 보조개 미소로 중무장, 섬뜩함을 오갈 예정이다. 원태민은 김득팔의 오른팔인 김동수로, 고동옥은 김동수를 일편단심 따르는 한종철 역을 맡아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신예 주윤찬은 즉흥적인 성격의 고등학생 홍재민 역으로 극의 색다른 긴장감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이날 이성택 감독은 “갑자기 10대의 삶을 살게 된 중년 아저씨의 선택”이라는 말로 영화 ’내안의 그놈’과의 설정에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전작은 두 인물이 나오지만 ’조폭고’는 다르다는것. 그는 “이헌과 득팔의 앙상블보다는 득팔의 영혼이 이헌의 몸으로 펼치는 모험담에 이야기가 맞춰져 있다.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느껴질것”이라고 말했다. ‘조폭고’는 8부작으로 오는 29일 웨이브·티빙·왓챠에서 공개되며 6월 12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라이프타임에서 방송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30 13:24 이희승 기자

[비바100] 격동의 러시아, 2024년 대한민국으로 치환되다! 사이먼 스톤과 전도연·박해수의 ‘벚꽃동산’

연극 ‘벚꽃동산’ 중 류바를 한국화한 송도영을 연기할 전도연(왼쪽)과 로파힌 황두식 역의 박해수(사진제공=LG아트센터)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연출가, 작가, 배우이기도 한 사이먼 스톤(Simon Stone)과 ‘칸의 여왕’ 전도연, OTT 콘텐츠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박해수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유작 ‘벚꽃동산’(Вишнёвый сад, 6월 4~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으로 만난다.사이먼 스톤은 ‘더 디그’(The Dig), 입센의 ‘야생오리’(The Wild Duck)를 기반으로 한 ‘나의 딸’(The Daughter), ‘더 터닝’(The Turning) 등의 영화감독이자 영국 내셔널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ITA 등과 협업해 ‘메디아’(Media), ‘입센하우스’(Ibsen House), ‘예르마’(Yerma) 등을 선보인 연출가다. 연극 ‘벚꽃동산’ 각색과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사진제공=LG아트센터)‘벚꽃동산’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에 이은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이자 그의 마지막 희곡이다. 체제전복으로 급변하던 극의 배경인 1860년대, 그가 대본을 집필한 1905년 러시아의 불안한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겼다.어린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벚꽃동산까지 경매에 붙여야할 지경까지 몰락해 6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귀족 류보비 안드리예브나 라네프스카야(류바), 지속적으로 재정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제안하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미칠 지경에 이르는 농노의 자식이자 신흥사업가 로파힌 예르몰라이 알렉세예비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자극이다.급변하는 사회상과 그에 따른 갈등, 혼란 등은 류바와 로파힌을 비롯해 라네프스카야의 딸 아냐, 수양딸 바랴, 그의 오빠 레오니드 안드레예비치 가예프, 사회주의에 심취한 만년 대학생이자 가정교사 페차 등 벚꽃동산 처리를 두고 저마다의 의견만을 주장하며기묘한 관계로 얽힌 상징적인 인물들 속에 담긴다. 사이먼 스톤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이번 ‘벚꽃동산’의 특징은 한국화다. 러시아가 아닌 2024년 한국을 배경으로 캐릭터들도 류바는 송도영(전도연), 로파힌은 황두식(박해수), 가예프는 송재영(손상규), 아냐는 강해나(이지혜), 바랴는 강현숙(최희서), 트로피모프는 변동림(남윤호) 등으로 한국화된다. 한국화에 대해 지난달 2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사이먼 스톤은 “체호프의 작품, 특히 ‘벚꽃동산’은 무대에 올리기도,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사회를 찾기도 굉장히 어렵다”며 “과거와 전통, 혁신, 세대 간 갈등, 멜랑콜리한 점에서 오는 희망과 절망 등 이 작품이 가진 것들은 그만큼 급변하는 사회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인데 한국이 가장 적합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연극 ‘벚꽃동산’ 중로파힌을 한국화한 황두식 역의 박해수(왼쪽)과 류바 송도영 역의 전도연(사진제공=LG아트센터)그의 설명처럼 한국은 “외부적인 시선으로 보기에 굉장히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뤘을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며 “좀체 찾기 어려운 ‘벚꽃동산’의 배경으로 삼기에 매우 적합한 사회”다. 사이먼 스톤이 “어떤 걸 하더라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류바를 한국화한 송도영은 전도연이 연기한다. 그를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극찬한 사이먼 스톤은 “류바는 ‘벚꽃동산’이 담은 당대 귀족층,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요소들을 대변하는 보통 사람들의 고민과는 조금 다른 인간적인 면모로 관객들과 커넥션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라고 소개했다.연극 ‘벚꽃동산’ 중 류바를 한국화한 송도영을 연기할 전도연(왼쪽)과 로파힌 황두식 역의 박해수(사진제공=LG아트센터)‘리타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전도연은 온전히 스스로를 관객에게 드러내는 데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며 “거절을 위해 사이먼 스톤 연출의 ‘메디아’를 보다가 배우로서의 피가 끓어” 출연을 결정했다.사이먼 스톤이 “전세계에서 제일 좋아하는 배우”라고 꼽은 ‘오징어게임’ ‘수리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슬기로운 감빵생활’ ‘유령’ ‘야차’ ‘파우스트’ ‘낫심’ 등의 박해수는 변화의 주체인 황두식(로파인)으로 무대에 오른다.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신감 없고 초조해 하던 황두식은 후반부로 갈수록 강렬한 변화를 이끈다.  이번 ‘벚꽃동산’은 극 중 인물로서 뿐 아니라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가진 출연진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특성들에서 출발했다. 배우 각자가 털어놓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사이먼 스톤이 종합해 변화를 꿈꾸는 신흥세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지금을 지켜내려는 세력들은 몰락해 가는 기존 기업으로 대체되며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변주된다. ‘벚꽃동산’ 중 로파인이 막바지에 하는 “내가 샀습니다”라는 대사에 대한 로망을 밝힌 박해수는 “지금의 우리가 겪고 느낄 수 있는 정서들은 여전히 찾는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전도연은 “사회 변화, 개혁 등은 어떤 건물이 갑자기 없어지고 갑자기 새로운 게 나타는 것들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체된 인간들과 변화하는 것에 대한, 한국적인 정서로 바뀌었지만 글로벌하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밝혔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29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당신은 '무대 위' 몸을 보나요? 옷을 보나요?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지난 2021년 국내 개봉후 웨이브, 왓챠에서 볼 수 있는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한 장면. 두 배우의 앙상블이 일품이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일단 보는 눈이 즐겁다. 최근 박스오피스 1위로 떠오른 블록버스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주인공을 맡은 안야 테일러 조이가 1960년대의 빈티지 룩을 선보이고 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로 팬덤을 증명한 토마신 맥켄지가 패션디자이너로서의 매력을 더한다. 21세기 런던 소호(Soho)거리를 배경으로  한 만큼 자칫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기싸움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엄마의 부재로 시골 할머니 손에서 자란 엘리(토마신 맥켄지)는 꿈에 그리던 유명 패션 학교에 합격하지만 그 곳의 삶은 쉽지 않다. 또래들은 모두 패스트 패션 시장에 익숙하고 부유한 부모님의 영향력을 누리고 살고 있다. 함께 어울리지만 겉도는 주인공의 모습이 익숙할 즈음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재빨리 호러 장르로 변신할 채비를 갖춘다. 지금은 할리우드의 대세배우로 안착한 안야 테일러조이와 토마신 맥켄지의 극과 극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늘 자신을 걱정하는 할머니를 속이고 네온사인이 반쩍이는 허름한 건물의 꼭대기에 방을 얻은 엘리는 꿈 속에서 샐리(안야 테일러 조이)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금발에 화려한 미모의 그는 소심한 성격에 단정한 옷차림을 고수하는 앨리와는 전혀 반대의 성격이다.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 그리고 옷을 선보이는 게 차이일뿐. 그렇게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두 여성의 상반된 삶을 현실과 과거로 교차시킨다.사실 앨리는 자살한 엄마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었고 꿈에서 만나는 샐리의 존재가 두렵지 않다. 되려 영감을 받아 학교 과제에 클래식하면서도 레트로적인 향수를 녹여내 호평받는다. 문제는 점점 꿈 속에서의 삶이 현실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갈색 머리를 탈색하고 꿈에서 본 비싼 흰 코트를 입으며 점차 샐리처럼 사는 그는 생활비를 벌기위해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백발의 노인(테렌스 스템프)이 자신을 유난히 주목하기 전까지 앨리의 근면한 노동은 반복된다. 포스터가 주는 빈티지 느낌이 영화의 기괴한 공포를 배가 시킨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스릴러 팬이라면 노인의 이상한 시선은 복선이다. 샐리가 무대 위에서 유난히 남성들의 시선을 즐길 때 앨리는 되려 거울 속 자신의 패션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마를린 먼로를 연상시킨다면 토마신 맥켄지는 재키 케네디를 연상시킨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존.F 케네디가 있었지만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그런 기시감을 당당히 깨트린다.사실 집주인인 콜린스 부인(다이아나 리그)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방을 내주면서 ‘남자출입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앨리는 샐리의 의상을 그리면서 같은 학교인 존(마이클 아조)과 연인이 된다. 그와 뜨거운 밤을 보내면서 남녀의 뒤엉킨 신체가 침대 위에서 난자되는 환영을 보게된 그는 묘하게도 “런던에 와서 죽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말을 듣게 된다.몸의 굴곡도 이미지도 전혀 다른 두 배우의 욕망 배틀은 익숙하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늘 조용하게 티비만 보며 한없이 다정한 콜린스 부인의 읊조림은 영화의 중후반부, 노신사의 끈적한 시선과 대립하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복병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런던을 사랑하고 그 중 1960년대를 유독 좋아한다. 화려함 뒤에 공포가 숨겨져 있는 런던은 잔혹한 만큼 아름다울 수도 있는 도시”라는 연출의 변이 그 서늘함을 가늠하게 만든다. 사실 소호는 런던의 지명으로 과거에는 환락가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식당과 패션 전문점이 들어선 곳으로 전세계 관광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라면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소호의 밤거리를 거닐었다. 걷다 보면 이 건물은 무엇에 쓰였던 걸까 생각하게 되고 과거의 메아리를 느끼게 된다”며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개봉할 때는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신작 미스터리 공포로 화제를 모았으나 충무로에서 다져진 정정훈 촬영 감독의 프레임이 마스터피스로서의 8할을 담당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촬영 당시는 아니지만 사실상 할리우드 대세로 자리매김한 극을 이끌지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테렌스 스탬프와  영국을 대표하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출신으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다이아나 리그의 열연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힙한 후배들의 구멍을 선배들이 그저 웃으며 채워주는 느낌이 상당하다. 이에 배우들의 시너지를 담고 날 것으로 담고 싶었던 제작진은 디지털이 아닌 35mm필름으로 박제시켰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메가폰을 잡았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한국의 ‘아가씨’를 보고 매료당해 촬영을 맡겼다는 후문이다. ‘박찬욱 감독의 소울메이트 정정훈 촬영감독 역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제안을 받고 사전 작업을 위해 스케줄을 조정해 영국으로 떠날 정도였다고. 독창적인 촬영 기법에 안야 테일러 조이, 토마신 맥켄지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하니 안방에서나마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독특함을 확인해보길 권한다. 극 중 샐리의 설움과 한이 19금이라면 엘리의 광기와 결핍은 15세 정도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9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 "AI가 몰고온 인류혁명 시대, 혁신 휴머니즘 경제 체제로 변혁해야"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은 "4차산업혁명을 넘어 새로운 문명대변혁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우리의 결정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인류가 주체가 되어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다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이철준 기자)“AI(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종말이 아니라 인간 역량의 확장을 통해 인류의 존엄을 강화시키고 인류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문명대변혁이 필요합니다”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은 AI혁명에 의해 생산성 향상과 효율화가 극대화되지만 잘못하면 인류가 퇴출되고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질 수 있다며 국민의 행복과 지구의 지속가능을 지향하는 ‘혁신 휴머니즘 자본주의’로의 경제체제 변혁을 강조했다. 최근 제3의물결 이후 새로운 문명패러다임을 담은 ‘인류혁명 문명대변혁’를 저술하여 출간 5일만에 베스트셀러가 된 안종배 회장과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안녕하세요, ‘인류혁명 문명대변혁’이 출간 5일만에 베스트셀러로 선정됨을 축하합니다. 회장님은 새로운 문명패러다임을 ‘인류혁명’으로 규정하셨는데 이의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지요.“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챗GPT 인공지능과 기후변화의 본격화로 세상의 변화는 급가속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4차산업혁명을 넘어 새로운 문명대변혁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핵심 동력이었던 도구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효율화는 인공지능에 의해 극대화되지만 잘못되면 인류가 퇴출되고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자연환경 훼손과 탄소가스 배출 심화로 인류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재앙의 시대에 접어들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류가 공영하고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인간의 역량과 가치가 혁신되는 인류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이제 인류가 스스로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인공지능의 노예가 될지 주인이 될지, 인류가 지구 환경을 지속적으로 훼손시켜 인류 삶의 터전이 없어질지 지구환경을 회복시켜 지구에서의 인류의 삶이 지속가능하게 될지 인류가 선택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인류가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야 가능해집니다. 인류가 스스로 현재의 지적 한계, 의식의 한계, 신체적 한계, 감성적 한계, 가치의 한계를 넘어 확장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인류의 존엄성이 유지되고 인류가 지구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지구환경과 과학기술이 인류가 행복할 수 있고 지구가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인류는 자기 역량을 넘어서고자 하는 자기초월 욕구를 구현하고 인성과 영성이 강화되어 휴머니즘과 인간의 존엄성이 지속되도록 해야 하는 ‘인류혁명’이라는 문명대변혁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혁명 시대의 문명대변혁과 기존의 문명 패러다임 변혁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인류혁명 시대의 문명대변혁은 기존의 문명 패러다임 변혁과 두가지 관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이전의 문명 패러다임 변혁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를 통한 새로운 문명의 탄생입니다. 농업혁명은 식량 생산을 농경 환경으로 변혁하였고, 산업혁명은 기계를 통한 산업 생산 환경으로 변혁하였으며 정보화 혁명은 인터넷으로 비즈니스 환경을 변혁하였고 4차산업혁명은 스마트 생산 비즈니스 환경으로 변혁하였습니다. 그런데 인류혁명은 인류 스스로가 변혁하는 것입니다. 즉 인류의 인지적 역량, 신체적 역량, 감성적 역량, 연결 역량이 확장되고 인류의 가치가 혁신되는 것입니다. 인류가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범람하는 시대에도 지구의 주인으로 남고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역량이 확장되고 가치를 혁신해야 하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종말이 아니라 인간 역량의 확장을 통해 인류의 존엄을 강화시키고 인류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문명대변혁이 필요한 것입니다. 인류혁명은 인간의 역량이 확장되고 인간의 창의성과 인성 및 영성이 강화되도록 가치의 변혁을 통해 인류의 존엄성이 유지되고 지구가 지속 가능하도록 변혁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인류는 이전의 문명 역사에서는 위험한 길로 들어섰다가도 인류의 노력으로 다시 바른 길로 다시 돌아갈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인류혁명 시대 이후에는 인류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면 인류와 지구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되고, 인류의 힘을 넘어선 새로운 포스트휴먼에 의해 지배되어 인류는 돌아갈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됩니다. 인류의 미래는 현재 양극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있습니다. 인류와 지구가 지속가능하고 인류 공영으로 가는 길과 인류와 지구가 더이상 존속하지 못하고 멸망하는 길의 갈림길에서 현재 우리의 결정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으로 까지 악화될수 있는 기후변화와 인간의 지능을 넘어 인류를 지배하고 인류 종말로 까지 내몰수 있는 인공지능의 브레이크 없는 발전이 인류와 지구를 멸망시키는 디스토피아 영화 내용이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 될수도 있다는 불편한 미래가 예측되고 있습니다.이에 인류는 미래에도 인간다움이 유지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인간의 역량이 확장되어 항상 인간이 주체가 되고 창의적 인성과 영성이 발휘되는 휴머니즘이 강화되는 새로운 문명대변혁인 ‘인류혁명 시대’의 길로 출발해야 합니다.”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사진=이철준 기자)- 인류의 삶에 중요한 경제 체계는 인류혁명 문명대변혁 시대에 어떻게 변화될까요. "인류혁명 시대에는 경제를 보는 프레임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생산성과 경제 성장에 주력하기 보다는, 얼마나 국민이 행복하고 지구의 지속 가능에 기여하는가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기업도 과거에는 이윤 창출이 기업경영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사회적 가치에 얼마나 기여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도 그런 기업을 보고 물건을 삽니다. 인류혁명이라는 문명대변혁 시대의 변화를 경제 정책으로 담아내는 ‘혁신’과 ‘휴머니즘’의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대 변화를 예측하여 대응하는 혁신, 국민의 행복과 지구의 지속 가능을 지향하는 ‘혁신 휴머니즘 경제’를 지향하고 이에 부합하게 경제 시스템과 진흥 정책과 법제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모든 곳에 적용되고 기후 변화를 극복하여 지구의 지속 가능을 이루어야 하는 새로운 문명대변혁인 인류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재의 생산성과 자국 이익 중심의 자본주의는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에 변혁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에 의지하면 인공지능에 의한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이 자본가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 시켜 주지만 이는 수많은 일자리를 잃게 하여 소비가 급격히 줄고 결국 모두에게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자국 중심 자본주의에서는 각국은 경쟁적으로 생산을 늘리고 지구 환경 보다는 자국 경쟁 우위를 우선하면서 기후 위기가 더욱 심화되어 지구의 지속 가능을 위태롭게 하게 됩니다.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시대 변화를 예측하여 대응하는 혁신을 국민이 동참토록 비전을 공유하여 경제 발전과 성장을 이루고, 그 열매 또한 국민이 함께 공유하여 행복한 미래를 지향하고, 전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구의 지속 가능을 우선 지향하는‘혁신 휴머니즘 자본주의’로 경제 체제의 변혁이 필요합니다."- 인류혁명 문명대변혁 시대를 견인할 주요 성장 산업은 무엇인가요."인류혁명 시대엔 인공지능이 모든 과학기술과 산업의 근간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모든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을 견인하게 될 것입니다. 즉 인류혁명 시대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인간의 지적 역량, 신체적 역량, 감성적 역량, 연결 역량을 확장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고 인류와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과학기술이 더욱 중요하게 발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성장할 것입니다.인류혁명 시대의 세계 경제는 인공지능으로 초지능·초연결·초실감 서비스를 구현하여 인간의 역량을 확장하고 인류와 지구의 지속 가능에 기여하는 디지털 휴머니즘 경제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러한 인류혁명 시대의 특성 및 과학기술 발전과 연계한 미래 산업이 주요한 핵심 산업으로 부각되고 이와 연계된 비즈니스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무한대로 생겨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류혁명 시대에 산업 규모 증가와 전문 인력 및 일자리 수요 증대 및 중요성 차원에서 10대 핵심 성장 산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류혁명 시대의 모든 미래산업의 기초가 되는 핵심 기술 산업으로  ①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② 만물인터넷 산업 ③ 빅데이터 산업. 미래사회 기반이 되는 산업으로 ④ 기후에너지 산업 ⑤ 의료바이오산업 ⑥ 우주항공 산업. 그리고 기술 응용 산업으로 ⑦ 미래 자동차 산업 ⑧ 미래 가전·3D프린터 산업 ⑨ 드론·로봇 산업 ⑩ AI실감콘텐츠 산업이 10대 핵심 산업으로 인류혁명 시대 핵심 성장 산업으로 부각될 것입니다."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사진=이철준 기자)- 인류혁명 문명대변혁 시대에 세계와 대한민국이 대응해야 하는 주요 아젠다와 대한민국의 역활은 무엇인가요. "인류혁명 시대에 세계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하면서 인류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인류와 지구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세계와 대한민국이 미래에 대응해야 하는 주요 아젠다 10가지를 선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인류혁명 시대 기후 위기 극복 ② 인류혁명 시대 인공지능(AI) 윤리 제정 및 준수 ③ 인류혁명 시대 저출산·고령화 대응 ④ 인류혁명 시대 대학 입시 제도 혁신 ⑤ 인류혁명 시대 일자리와 직업 혁명 대비 ⑥ 인류혁명 시대 양극화 해소 ⑦ 인류혁명 시대 글로벌 패권 전쟁 극복 ⑧ 인류혁명 시대 포스트 휴먼 대응 ⑨ 인류혁명 시대 세계 평화와 지역 균형 발전 도모 ⑩ 인류혁명 시대 인류와 지구 지속 가능을 위한 세계 공동 방안 구상 협의 회의 개최입니다.현재 인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기로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결정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점입니다.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인류가 주체가 되어 지구의 주인으로 인류와 지구가 지속 가능하게 되기 위해서 현재 우리의 선택과 대응이 중요합니다.이를 위해서는 인류와 지구 공동체의 지혜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인류혁명 시대에 핵심 동력인 인간 역량 확장과 인류 가치 혁신을 통한 인류 공영과 행복의 증진 및 지구의 지속 가능을 이끌 새로운 리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속가능한 세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자국 경제 이익 논리와 이념 논리 및 지역과 민족 차별 논리를 넘어설 수 있는 인류 공동체의 가치로 리더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의 미래학자와 주요 석학들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미래학계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짐 데이터 교수,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 브루스 존스 브루킹스 연구소 국제 협력센터 소장 등 수많은 석학들이 대한민국이 인류와 지구의 지속 가능을 위한 미래 가치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 리더 국가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와 세상의 미래를 리더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세계 미래 아젠다의 중심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가장 좋은 방법이 대한민국에서 인류와 세상의 미래 지식을 나누고 인류와 지구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며 이를 전 세계로 확산하고 공유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제미래학회가 제안 추진하고 있는, 세계 미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의하며 인류와 세계의 지속 가능을 위한 주요 미래 아젠다에 대한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여 제안하는 글로벌미래컨퍼런스와 미래첨단기술과 산업 제품을 최초로 시연하는 미래첨단기술체험전시회 및  미래문화예술전시공연을 실시하여 인류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미래대회’의 대한민국 개최와 이를 전 셰계로 공유하고 동참케 하는 ‘세계미래AI메타도서관’ 구축을 함께 협력하여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사진=이철준 기자)◇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은…국내 대표 미래학자이자 인공지능과 미디어 전문가. 미래학과 인류 문명변혁, 미래예측 및 인공지능 분야 연구와 저술 및 교육을 선도하고 있고 관련 정책 자문을 활발히 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대학원, 경기대 대학원, 미시건주립대 대학원 졸업, UCLA 포스트과정을 수료하고 국제미래학회 회장, 대한민국 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 회장,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로 활동중이다. ‘챗GPT4 인공지능 미래세상’, ‘미래학원론’ 등 20권을 저술했고 특히 인공지능이 몰고오는 미래 변화를 20년 전부터 예측하고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여 3년간 집필한 ‘인류혁명 문명대변혁’을 최근 출간하여 ‘인류혁명 시대’ 문명 패러다임의 변화와 인류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대담=안의식 편집국장 esahn44@viva100.com정리=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

2024-05-28 16:23 안의식 기자

[비바100] 배우 강동원의 얼굴, 아니 '연기' 영화 '설계자'

영화 ‘설계자’의 손익분기점은 약 270만명. 흥행 타율이 8할 이상인 강동원이기에 ‘범죄도시4’의 강력 대항마로 불리고 있다. (사진제공=NEW)사건을 위장해 의뢰된 살인 청부를 한다.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영화 ‘설계자’ 속 강동원은 “대사가 없는 캐릭터는 여전히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브릿지경제와 만난 그는 자신이 맡은 영일에 대해 “소시오패스 같은 CEO면서 가스라이팅도 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극 중  우연한 사고로 철저하게 계획된 살인을 하는 영일은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는 완벽한 일처리로 업계에서 에이스로 불린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초능력자’ ‘검은사제들’ ‘브로커’ 등으로 ‘강동원의 새로운 얼굴’을 제시했던 영화사 집과 8번째 협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홍콩영화 ‘엑시던트’가 원작이지만 결말과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속도가 빠르면서 느와르적인 성향이 강한 진부한 전개를 덜어내고 한국 콘텐츠 특유의 세련됨을 더해 보는 맛을 더했다.“결핍이 있는 인물로 다가갔습니다. 앵벌이를 하며 자랐고 누군가에 의해 비슷한 일을 하다가 독립을 한 거라고요. 시사회 직후 회식자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현욱, 탕준상과 함께 ‘삶의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데려가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닐까’하니까 다들 놀라더라고요. 그런 생각까지 하고 연기했냐면서.(웃음)”제작사인 영화사 집의 열쇠를 받아 자유롭게 드나들 정도로 친분이 있었지만 정식으로 제안받고 나서야 ‘엑시던트’를 찾아봤을 정도로 거리를 뒀다. (사진제공=NEW)강동원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마음을 줄 듯 말 듯 한 인물이다. 영화 ‘브로커’는 평범하고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재미있는 역할이어서 삭막한 연기를 하고 싶던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출에 대한 흥미는 전혀 없지만 늘 시나리오 개발과 프로듀싱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을 숨기지 않았던 ‘설계자’의 출발점을 정확히 기억했다. “영화를 기획하고 투자하는 디벨롭 단계에서 제 아이디어가 들어간 건 하나도 없다” 웃는 그는 “단지 리허설하러 들어간 촬영 현장에서 영일의 방이 너무 아기자기한 톤이라 ‘청부살인만 하는 삶인데 미니멀하게 가자’는 의견은 냈다”며 ‘청소부’로서 캐릭터에 집중했음을 밝혔다. 영화 ‘설계자’의 공식포스터. (사진제공=NEW)“늘 노력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성격이라서요. 연기는 기본으로 얼마 전 시작한 골프도 프로처럼 하고 싶어요. 예전에 게임에 빠졌을 때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결핍이요? 딱히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게 30년 지기인 제 친구가 얼마 전 저에게 ‘다들 꼬인 지점을 일의 원동력으로 삼는데 너처럼 아무 결핍도, 꼬인 곳도 없는 애가 뭔가 꾸준히 하는 게 보기 좋다’고 하던데요?”100번을 검사해도 MBTI가 ‘T(냉정하고 논리적인)’가 나온다는 강동원은 “분명 나한테도 차갑고 재수없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면서 “배우들 중 유독 화가 없긴 하다. 희노애락 중 노(怒)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민망해했다.강동원(사진제공=NEW)언론시사회 직후 연출을 맡은 이요섭 감독은 강동원에 대해 ‘흑미남’이라는 말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이에 강동원은 “솔직히 처음엔 검은쌀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늘 까무잡잡해서 오골계 같은 별명이 많았는데 알고보니 함께 연기한 짝눈 역할의 이종석 배우와의 피부톤을 비교한 거더라”며 함박 미소를 지었다.“촬영 전에 안면이 있는 사이였지만 짧은 분량에도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촬영 회차가 4~5회차였는데 너무 즐거워서 아쉬울 정도였죠. 군복무 직후라 같이 군대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개봉 후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굉장히 집착하는게 보여요. 완성작을 보니 진짜 하얗긴 하더라고요. 강아지 같은 귀여운 면이 있는데 저랑 반대되는 이미지라 영화의 매력이 잘 산 것 같아요.”강동원은 원작과 다른 매력에 대해 “홍콩영화는 끈적하다면 우리 영화는 차갑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NEW)사실 강동원은 데뷔 이후 늙지 않은 외모와 더불어 패셔니스타로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모델로 데뷔한 이후에도 늘 연기에 목말라하고 연기적 변신을 시도해 흥행 타율도 남다르지만 유독 ‘연기파 배우’로서의 평가는 박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는 개의치 않아하는 모습이었다.“아주 가끔 홈런을 치고 있지만 좀더 홈런을 치고 싶어요. 그래서 나름 벌크업을 하고 있는거고요. 여전히 영화에 대한 제 설렘과 더불어 재미있는 장난감을 조립하는 현장이 즐겁습니다. 어릴 때부터 프라모델을 만들고 커서는 나무를 깎는 즐거움이 컸는데 도면을 만들어 하나씩 합치는 게 영화도 비슷하거든요. 설계도를 만들고 재료들을 모아가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는 앞으로를 기대해 주세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7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말랑말랑 톡 쏘는 ‘젤리피쉬’ 작가 벤 웨더릴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할 자격에 대하여”

연극 ‘젤리피쉬’ 작가 벤 웨더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이 이야기가 다운증후군 혹은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일반화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그네스와 켈리라는 두 개인이 인생에서 아주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을,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적 경험을 하며 갈등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사랑이야기 보다는 모녀, 그 두 사람의 이야기죠.”한국에서의 작품개발 쇼케이스를 위해 내한한 작가 벤 웨더릴(Ben Weatherill)은 연극 ‘젤리피쉬’(Jelly Fish)에 대해 “두 모녀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데뷔작 ‘치킨 더스트’(Chicken Dust)를 시작으로 ‘젤리피쉬’ 그리고 영국 윈저 로열 시어터에서 이안 멕켈런(Ian Mckellen) 주연으로 상연된 ‘프랭크와 퍼시’(Frank and Percy)까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주목받는 작가다.연극 ‘젤리피쉬’ 작품개발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그의 두 번째 작품 ‘젤리피쉬’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스물일곱 켈리(백지윤)와 그런 그의 곁을 지켜온 엄마 아그네스(정수영) 이야기다.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연극 ‘비 Bea’ ‘튜링머신’ 등의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협업해 작품개발 쇼케이스로 선보이는 ‘젤리피쉬’의 켈리는 실제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백지윤이 연기한다. ‘나무 위의 군대’ ‘아몬드’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온 더 비트’ ‘아들’ 등의 민새롬 연출이 이런저런 실험 중인 작품으로 이번 작품개발 쇼케이스는 배우들을 비롯해 스태프들과 프롬프터 배우 등이 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의 극이다.연극 ‘젤리피쉬’ 작품개발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바다를 산책하고 승진에 기뻐하며 꽤 평화로웠던 모녀의 일상에는 켈리가 장애인이 아닌 아케이드 직원 닐(김바다)과 사랑에 빠지면서 갈등이 불거진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결혼해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엄마 아그네스의 반대와 더불어 사기나 범죄, 소아성애, 변태 등 취급을 하는 세상의 편견을 맞닥뜨린다. 2018년 영국 런던 부시 시어터 초연에 이어 영국 내셔널 시어터, 호주 뉴시어터 등 무대에 올랐던 ‘젤리피쉬’의 시작은 영국 맨체스터에서 ‘크로커다일’이라는 작품 중 춤을 추는 작은 역할로 출연한 다운증후군 예술가 사라 고디(Sarah Gordi)였다.연극 ‘젤리피쉬’ 작가 벤 웨더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이 사람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의 공연을 보면서 그때로 돌아간 타임머신을 탄 듯한 경험을 했죠. 하지만 사라 고디 자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재능 있고 멋있는 사람을 위한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극 중 켈리의 발랄함, 유머, 넘치는 에너지 등 정도만 사라 고디에서 가져왔을 뿐 그 사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 해안가를 걸으며 조개를 비롯한 이것저것을 줍는 엄마와 딸 이야기를 담은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죠. 첫 장면에서 켈리가 죽은 게를 가지고 노는 장면 등이 그래요.”제목 ‘젤리피쉬’에 대해 “보기엔 말랑말랑한데 톡 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해파리가 이 작품과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부연한 그는 “제가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접근하는 데서 조심스러웠다. 최대한 진정성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그래서 영국에 있는 발달장애인, 인지장애인을 돕는 자선단체에서 충분히 자문을 받으면서 대본을 썼어요. 이 작품의 정서가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연민이기 보다는 공감이기를 바랐습니다. 사실 ‘젤리피쉬’라는 작품이 어떤 답이나 교훈을 주기를 바라진 않았어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죠. 그에 대한 답은 관객분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스스로 생각해 보시기를 바랐습니다.”다운증후군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일에 적극적이며 유머러스한 켈리, 그를 보살피고 보호하느라 지치고 예민해져 버렸지만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 아그네스, 켈리를 사랑해 연인이 됐지만 불쌍한 장애인 등쳐먹는 사기꾼, 변태, 소아성애자라는 세간의 시선으로 갈등하는 닐, 퀴즈를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퀴즈쇼 출연까지 감행하는 도미닉(김범진)까지.“이 4명의 캐릭터 모두가 자신의 입장과 생각이 있어요. 그것 자체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작가인 저도 누가 맞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거든요. 관객분들께서 이 공연을 보고 어떤 대답을 얻어가지는 못하시더라도 자신의 선입견을 깨는 경험을 하시기를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연극 ‘젤리피쉬’ 작품개발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제공=스튜디오 야간)이후 ‘젤리피쉬’ 행보에 대해 벤 웨더릴은 “연극과 더불어 영화화를 위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다소 지연 중”이라며 “이 작품이 다양한 포맷으로 변주되거나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다양한 포맷이나 버전으로의 변주도 좋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작품들이 영화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27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영화 '핸섬가이즈'의 핸섬(잘생김)은 누가 정의하는가?

이성민-이희준, ‘핸섬가이즈’ 주연.(연합)“우리끼리는 서로 잘 생겼다고 인정해준다.”(이희준)‘잘생김’의 기준을 바꿀 영화 ‘핸섬가이즈’가 27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코믹호러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외모를 가진 두 남자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전원 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온 날 지하실에 봉인된 비밀이 풀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배우 외에도 ‘범죄도시4’의 박지환과 뮤지컬계의 황제 이규형이 출연한다. 최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수술 후 회복 중인 이규형은 행사에 불참했다.남동혁 감독은 “꽃미남 배우 이희준의 멜로, 미녀배우 공승연의 오싹한 스릴러. 연기장인 이성민의 휴먼 드라마를 보실 수 있다. 캐스팅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파묘’가 K오컬트라면 ‘핸섬가이즈’는 할리우드적인 그런 오컬트 느낌이다. 8-90년대 미국 코미디 영화의 톤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배우 박지환이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핸섬가이즈’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이에 이희준은 “그간 악역을 많이 해서 코미디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 순수하고 눈물이 많은 캐릭터”라며 극중 역할을 소개했다. 이성민 역시 ”제목만 보면 정우성, 강동원이 해야한다“고 눙친 뒤 ”불쾌하거나 공포심을 줄 수 있는 얼굴을 만들어야 햇다“며 극과 극의 상황이 주는 웃음 포인트를 짚었다. 극중 두 사람은 ‘영끌’한 전원주택에서 집들이를 한 뒤 지하실에 잠들어 있던 악령과 조우한다. 그간 ‘로봇, 소리’,남산의 부장들’에서 호흡을 맞춰온 이성민과 이희준의 호흡과 비주얼 변신이 예비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핸섬가이즈’를 통해 경찰소장 역할을 맡은 박지환은 “그냥 옷만 바꿔입은 것 같다. 할게 없어서 영화를 많이 봐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핸섬가이즈’는 오는 6월 26일 개봉예정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7 15:21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日스맙이 안 부러운 한국의 샤이니… 16주년 '팬덤' 여전해!

지난해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6번째 단독 콘서트와 올 2월 10만 관객을 동원한 도쿄돔 공연을 혼합, 재구성한 무대가 단연 돋보였다.(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오프닝은 ‘여전히’ 다섯 명이었다. VCR에 완전체로 등장한 반가움도 잠시, 고(故) 종현의 빈자리를 추억하면서도 네 명의 무대는 단단함 그 자체였다. ‘데뷔 16년차’를 맞이한 샤이니(SHINee)가 24~26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샤이니 월드 VI 퍼펙트 일루미네이션 : 샤이니스 백(SHINee WORLD VI PERFECT ILLUMINATION : SHINee’s BACK)‘을 개최했다. 5세대 아이돌이 나오는 친정 SM엔터테인먼트에서 샤이니가 보여준 여전함은 남다르다. 이제는 ‘따로 또 같은’ 소속사로 활동하지만 그룹 활동은 한 곳에서 하는건 여느 보이그룹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룹 ‘선배보이그룹’ god가 주는 장기적인 팬덤, 멤버 각자가 뚜렷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에 못지않은 존재감이다.무엇보다 이번 26일 무대는 유독 그 결속이 돋보였다. 화이트 정장에 금색 장식으로 앙드레 김 의상이 연상되는 옷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네 사람은 그룹명인 샤이니(빛나는)에 걸맞는 등장이었다. ‘클루와 셜록 (Clue + Note)’을 부르며 등장한 그들은 연이어 ‘루시퍼‘’, ‘드림걸’로 전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이날 온유는 여전히 발랄한 다른 멤버 틈에서 유독 단단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오프닝에서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는데 이제 시작이다“는 말로 앞으로의 다짐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무엇보다 온유는 건강 문제로 지난해 6월 활동을 중단, 샤이니 신보 활동과 콘서트에 불참했다 복귀한 온유는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무대를 누볐다. “팬들과 멤버 덕분에 멤버들 덕분이다. 무대 뒤에서 함성이 귀를 뚫고 들어오더라”며 감격스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샤이니의 완전체 활동은 2021년 4월 발매한 정규 7집 리패키지 앨범 ‘아틀란티스’가 마지막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정규 8집 ‘HARD’(하드) 동명의 타이틀곡은 물론 수록곡 ‘주스’,‘라이크 잇’등 수록곡 무대를 완전체 버전으로 소화해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함성으로 가득채웠다.이번 콘서트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멤버들이 ‘불꽃무대’로 자평한 ‘링딩동’을 부르면서였다. 10대에 데뷔했던 상큼함을 잊지않고 현재 자신들의 모습을 한껏 녹여낸 이들은 다섯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 곡인 ‘에브리 바디’와 ‘뷰’를 연이어 부르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p무대 연출이 돋보였던 콘서트의 오프닝 모습. TV속에서 본 익숙한 모습보다 날 것 그대로의 안무를 강조해 반가움을 더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중국과 대만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에서 왔다는 해외 팬들에게 ‘최애’를 묻자 응원봉을 들어보이면서도 “올 오브 뎀(All of them)”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이희승기자)이날 안무 중간 복근을 공개하며 자신의 티셔츠를 입에 문 팬 서비스를 한 민호는 “이번 무대를 위해 1년을 운동했다. 이제 맵고 짠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돈 콜 미’를 열창하다 마이크가 부러진 키는 역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콘서트를 연습하며 애플워치가 위험하다고 신호를 다 보내더라. 그만큼 평소와 다른 음정과 신체를 단련했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특히 3일간 동원한 관객은 총 3만여 명으로 전국에서 대절한 버스가 인스파이어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콘서트 시작 며칠 전부터 근처 호텔과 로비까지 인산인해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시야제한석을 고려한 멤버들의 동선과 전방과 위를 오가는 무대 연출이 특히 눈에 띄었다. 아이돌 문화가 앞선 일본에 스맙( SMAP)이 있다면 단연코 한국엔 샤이니가 있다는걸 무대를 본 사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영종도=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6 21:38 이희승 기자

[비바100] 과학에 미쳐… 선을 넘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어 범죄와 비행을 저지르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과학을 너무 ‘철저히’ 하려다 도가 지나쳐 과대망상이 되고, 극단적인 경우 ‘미치광이’가 된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약탈과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흑역사다. 에디슨의 동물학대, 테러리스트가 된 수학자의 사례를 들면서 저자는 궁극적으로 ‘윤리적이고 신뢰성 있는 과학’을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는 특히 ‘지성’과 ‘인성’이 균형을 이루는 과학(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과학 잔혹사|샘 킨|해나무 ◇ 클레오파트라의 어두운 유산탈무드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상 최초의 비윤리적 과학실험을 설계한 사람이다.역사상 최초의 비윤리적 과학실험을 설계한 사람은 클레오파트라였다고 한다. 자궁 속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는 시기를 알아보겠다며 여종들을 억지로 임신시킨 후 배를 갈라 확인해 ‘41일’이라는 답을 얻어냈다고 한다. 죄수들에게는 독을 실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훗날 그녀가 자살할 때 독사를 이용했던 것도 그것이 가장 고통이 적은 죽음임을 알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이런 기록들은 그녀에게 적대적이었던 ‘탈무드’에만 남아 있기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무리다. 실험 결과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실제로 수태 후 6개월 된 태아의 몸 길이는 1㎝에 불과하다. 생식기 역시 임신 9주 정도는 지나야 생겨, 성별을 알 수 없다. 저자는 클레오파트라가 과연 이 실험을 실제로 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찰스 다윈의 스승, 하지만 식민지 약탈 해적윌리엄 댐피어는 근대 일급 항해사이자 당대 최고의 박물학자였다. 수많은 탐사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일주 항해’라는 여행기를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나나, 아보카도, 젓가락 등이 그가 만든 단어들이다. 그의 책은 바람과 해류의 과학적 연구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아종(亞種, sub-species)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다윈의 ‘종의 기원’을 있게 했다.하지만 그는 선상 반란 사태 등에 연루되어 배에서 쫓겨났고, 이후 자메이카 해적의 항해사로 활동하며 해적(海賊)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된다. 그가 욕심을 냈던 야외 조사활동은 매우 위험했다. 후대 과학자들이 천연자원을 훔치고 학자로 위장해 남아메리카 등에서 식민지를 약탈한 것은 대부분 댐피어 시대가 만들어낸 유물이다.◇ 시신도굴, 해부학자들의 위험한 거래인공수정을 처음 시도했던 외과의사 존 헌터. 하지만 그는 무차별한 해부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영국은 불법적인 해부를 금지했다. 대신 해부학자들에게 처형당한 범죄자의 시신 등을 공급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공급 부족 탓에 서로 시신을 차지하려 다퉜고, 그 바람에 아직 심장이 뛰는 사람을 해부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결국 해부학자들이 무덤의 시신을 훔치는 사태까지 생겼다. 이 때 존 헌터라는 경악스러운 인물이 등장한다.그는 인공수정을 처음 시도했고, 전기 충격으로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방법을 개척한 뛰어난 외과의사였다. 하지만 그는 시신을 도굴해 해부하길 밥 먹듯이 했다. 사람을 티나지 않게 질식사시켰고, 무연고 시신의 해부를 정당화하기 일쑤였다. 영국 의회는 결국 1832년에 해부법을 통과시켜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이 해부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법제화했다.◇ 동물학대가 야기한 최초의 전기 사형에디슨이 교류 전류의 위험성을 알리려 제작한 전기 의자에디슨의 발명품은 탁월한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돈이 별로 안되는 게 큰 결점이었다. 경이로운 축음기조차 당시엔 장난감으로 사용되었다. 결국 1880년대에 그는 자신이 특허 낸 직류 전기 전선으로 전국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를 밀어 부치기로 했다. 하지만 직류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했다. 몇 블록마다 발전소를 세워야 했다. 구리선도 너무 비싸 채산성이 떨어졌다.반면에 테슬라가 주도한 교류는 선행투자 비용이 많지 않았다. 구리를 덜 쓰고도 송전 전압을 높이기도 쉬웠다. 화가 난 에디슨은 결국 교류를 ‘공공의 위협’으로 악마화하기에 나섰다. 급기야 개와 말을 전기충격으로 죽이는 실험으로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는 나중에 사람 대상의 ‘전기 의자’로 발전한다. 그는 결국 ‘전류 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게 된다.◇ 증거조작으로 만든 죄인들백신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애니 두컨은 마약 시료 판정 작업에서 동료들보다 세 배의 실적을 올렸다. 혼자서 연구소 전체 작업량의 4분의 1을 처리할 정도로 경이로웠다. 그러면서도 1년 만에 하버드에서 화학 석사 학위를 따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제대로 저울로 보정도 않고 시료 실험을 마친 것처럼 속였고, 경찰이 추측해 붙여 보낸 관리카드를 보고는 자신이 시험한 것처럼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다.승진을 위한 실적 부풀리기 사기 행각은 2009년 대법원이 마약 거래자 소송 시 과학 분석가들의 증인출석을 의무화하면서 들통이 났다. 소송으로 많은 시간을 빼앗겼음에도 그의 실적은 여전히 경이로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범죄는 무고한 사람들을 교도소로 보내고, 실제 범죄자를 그대로 사회에 내보내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매사추세츠주 의회는 3000만 달러를 투입해야 했다.◇ 명성에 눈 멀어 얼음송곳으로 뇌 수술한 의사정신질환자도 뇌수술로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믿었던 신경학자 에가스 모니스.신경학자 에가스 모니스는 뇌 사진을 찍기 위해 죽은 사체의 머리 속 뇌를 잘라 관찰했다. 마침내 그는 뇌에 연결된 동맥과 정맥 사진을 일부 얻는 데 성공해, 환자의 뇌하수체 근처에 생긴 종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짚어 큰 명성을 얻었다. 이에 자신을 따르던 후배 신경학자 월터 프리먼과 함께 정신질환자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극한적인 실험에 나서게 된다.이들은 전두엽과 변연계 사이의 연결부위를 절단하면 정신질환자의 뇌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프리먼은 아예 20㎝ 길이의 가느다란 막대를 눈 뒤쪽으로 쑤셔넣어 구멍을 뚫은 후 길고 날카로운 얼음송곳으로 뇌를 파헤쳐 정신질환을 치료했다. 하지만 의료사고가 잇달았고 때 마침 시중에 나온 클로로프로마진 약이 정신질환에 효과를 보이면서 이 극단적 수술법은 철저히 외면받게 된다.◇ ‘젠더’를 향한 엇나간 의욕하버드 심리대학원의 존 머니는 ‘양성구유(중성)’가 대부분 완벽한 정상이며, 성 정체성은 개인이 남성·여성 중 어느 쪽으로 느끼느냐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젠더’라는 용어를 만들어 큰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명성에 취한 탓에 나체주의와 개방 결혼, SM(가학·피학적 변태 성욕) 같은 도발적 주장을 펼쳤다. 난교 파티를 열고 심지어 의붓 모녀의 관계까지 옹호했다.그는 모호한 생식기를 가진 중성 아이들에게 성 전환 수술을 강력하게 권했다. 아기 때 잘못된 포경 수술 때문에 남성성을 잃었던 브루스도 성 전환 수술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확실한 남자였던 아이를 여자로 바꾼 사례는 아직 없었다. 수술 후에도 브루스는 여전히 자신을 남자와 동일시했다. 소변도 일부러 서서 했다. 결국 그는 다시 남자가 되는 수술을 받았지만 성 정체성 속에 방황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천재 제자를 천재 범죄자로 키운 스승잘못된 스승을 만나 천재 학생에서 천재 범죄자로 전락한 시어도어 카진스키.(사진출처=KBS Joy)2차 세계대전 때 스파이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고안해 명성을 떨친 하버드대 심리학자 헨리 머리는 지능지수(IQ) 167의 시어도어 카진스키 등 똑똑한 제자들을 대상으로 가학적인 실험을 자행했다. CIA의 의뢰를 받아 사람들이 고문을 받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탐구했다. 피험자에게는 거짓말로 속였다. 어리고 취약했던 카진스키는 비윤리적인 실험 탓에 나중에 가해자보다 더 극심한 죄를 저지르게 된다.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던 그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버클리에서 수학교수가 되었지만, 학교 밖 세계에서는 천재 범죄자가 되어 ‘유나바머’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머리의 실험으로 누적된 그의 분노는 사람들을 죽이려는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대학과 항공사를 주요 표적으로 해 대규모 살상을 시도했다. 그를 잡기 위해 FBI까지 동원되었고 결국 그는 체포되었다.◇ 미래의 범죄들역대로 새로운 과학적 돌파구는 거의 항상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수반해 왔다. 그래서 저자는 ‘많은 사람은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하지만,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상기시킨다. “과학에는 정직과 성실함과 양심적 태도가 중요하다”며 “인성이야말로 과학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보장책”이라고 말한다.저자는 그러면서 “지성과 인성이라는 두 가지 필수적 측면이 미래에도 공존할 수 있을까” 라고 되묻는다. 우주 시대가 되면 완전히 새로운 살인 방법이나 새로운 범죄가 속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컴퓨터 부문은 새로운 범죄가 일어날 또 하나의 광대한 영역이라고 전망한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활용한 대규모 절도범죄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범죄 세계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그는 스마트 기술이나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보안을 무력하게 만드는 범죄가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지능이 가장 강력한 기술이라며, 병원에서 종양 사진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로봇을 해킹해 사람을 해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장도 없다고 경고한다. DNA를 활용해 사람의 비밀을 알아내 범죄에 활용하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유전공학은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살인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예상되는 미래 범죄에 대비해 그런 위험을 완화시킬 도덕적 의무감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5-25 07:00 조진래 기자

[B코멘트]뮤지컬 ‘파가니니’ 콘의 마지막 7분 “그날그날 감정 담은 즉흥 선율”

뮤지컬 ‘파가니니’ 중 니콜라 파가니니 역의 바이올리니스트 콘(사진제공=HJ컬처)“1층에서 ‘악마의 트릴’ 후 ‘라 캄파넬라’가 끝나자마자 밴드 반주가 잦아들면서 바이올린 솔로 즉흥연주가 시작돼요.”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가 실제로 즐겨 연주했던 주세페 타르티니(Giuseppe Tartini)의 ‘바이올린 소나타 4번 악마의 트릴’(Violin Sonata No.4 ‘Les trilles du diable’)로 시작해 7분간 바이올린 연주가 이어진다.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 ‘악마’의 반영이기도 한 서정적이다 빨라지는 ‘악마의 트릴’ 후 연주되는 파가니니의 대표곡인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와 ‘카프리스 24번’Caprice No.24) 사이에는 다양한 곡과 주법들로 꾸린 즉흥연주가 자리 잡는다.뮤지컬 ‘파가니니’ 중 니콜라 파가니니 역의 바이올리니스트 콘(사진제공=HJ컬처)‘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렸던 파가니니(콘·홍석기·홍주찬,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 ‘파가니니’(Paganini, 6월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는 마지막 이 연주가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을 관통하는 “그 누구도 아닌 파가니니로 살겠다”는 의지와 “잊으셨나본데 난 파가니니입니다”라는 자긍심이 응축된 이 장면은 파가니니의 여러 가지 연주기법과 스타일의 음악을 통해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 역시 다양하게 해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성됐다.그 중 즉흥연주는 2019년 초연 당시 50회를 혼자 소화했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뮤지컬 배우 콘(KoN, 본명 이일근)이 자처한 콘셉트다.“파가니니가 살던 시기에 클래식 아티스트들은 즉흥연주를 즐겨했어요. 베토벤도, 모차르트도 그랬죠. 그를 오마주해 바치는 뜻으로 즉흥연주를 넣었어요. 뮤지컬은 N차 관람도 많아서 즉흥연주는 유일무이, 휘발되는 단 한번의 그 연주가 그날의 공연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매회 바꾸겠다고 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죠.”이어 “클래식 음악사에서는 작곡가가 포커스냐, 연주자가 포커스냐를 두고 벌이는 파워게임이 계속 됐다”며 “연주자에 포커스를 둔 게 재즈다. 악보에 별 게 없고 연주자의 즉흥이 중요한 장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클래식은 학문화가 잘된, 작곡가에 포커스를 둔 음악이죠.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구현하는 연주자가 대단하다고 평가받았지만 비르투오소(Virtuoso) 시대에는 연주자들이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어요. 파가니니는 그런 비르투오소 시대를 연 선지자죠.”실제로 협주곡 내 ‘카덴차’(Cadenza 악곡이나 악장의 마침 직전에 연주자의 기교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구성된 화려하고 자유스런 무반주 부분)에서 특정 악장의 머티리얼(Material)을 가지고 연주자의 기량을 발휘하기도 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뮤지컬 ‘파가니니’ 중 니콜라 파가니니 역의 바이올리니스트 콘(사진제공=HJ컬처)“실제로 파가니니가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유럽 곳곳에서 연주할 때 대부분이 무반주였어요. 기타나 피아노처럼 화성악기가 아닌 선율악기 바이올린으로 무반주 연주 뿐 아니라 동물소리 등을 내기도 했죠. 그때 공연을 본 사람의 ‘바이올린 한대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냈다’는 후기가 남아있을 정도로 대단한 연주였어요. 저는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재즈, 집시, 포크, 현대음악, 전자 바이올린 등까지 아우르면서 즉흥연주에 익숙해요. 그 경험이 이 작품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죠.”주법적 측면에서도 클래식 뿐 아니라 재즈·집시·포크·탱고 기법, 현대음악의 음향적 변주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그는 “클래식에서는 잘 안쓰는, 두드리거나 뜯는 연주법을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파가니니는 당연히 악마가 아니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루치오 아모스(김경수·백인태·윤형렬)나 콜랭 보네스(이준혁·기세중·김준영)를 비롯해 사람들이 그의 연주를 듣다가 ‘파가니니가 악마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래 가사 중 ‘찢어지는 선율’처럼 틀에서 벗어나는 거칠고 기괴하거나 그로테스크한 사운드를 일부러 넣기도 하죠.”뮤지컬 ‘파가니니’ 중 니콜라 파가니니 역의 바이올리니스트 콘(사진제공=HJ컬처)‘록클래식’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록비트랑 어우러지는 음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 좀더 과격한 연주로 임팩트를 줄 때도 있다.”활을 일부러 세게 누르거나 동작을 크게 하는 등 현대음악, 집시, 재즈, 일렉트로닉 바이올린 등 클래식 외적인 데서 체득한 테크닉들은 “파가니니는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헝가리 길거리에서 집시들이랑 즉흥으로 연주하며 놀다 보면 소리는 분명 거칠어요. 그럼에도 오히려 감정에 호소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클래식이 은유법이라면 집시나 재즈는 직설화법이 매력적이죠. 이 즉흥연주가 정말 좋은 건 배우로서 쌓아가던 감정들을 그날그날 전혀 다르게 담을 수 있다는 거예요. 재즈나 집시 쪽 즉흥연주보다 뮤지컬을 할 때 감정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거든요.”그 다채로운 마음에 입각한 7분 남짓의 연주는 파가니니 역할의 의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콘은 “7, 8분 연주하고 나면 혈액이 몰려서 팔이 엄청 부풀어 오른다”며 “1막에서 한줄로 연주할 때는 우아한 연미복을 입지만 즉흥연주에서 팔이 조이지 않는 베스트를 입는 이유”라고 밝혔다.“그 즉흥연주는 바이올린 연주로 대사를 치고 노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봐라! 이게 내 음악이다’ ‘내가 악마인지 아닌지 들어 봐!’ 등 독백도 하고 노래도 하고 마음을 담아 표현하고 있거든요.”어떤 때는 슬픔이, 또 어느 회차는 억울함이 커 그 감정을 마지막 7분 중 즉흥연주에 녹여내기도 한다. 그는 “어떤 날은 샬롯 드 베르니에(성민재·유소리)가 너무 눈에 밟혀서 그의 솔로 넘버를 머티리얼로 삼아 변주하기도 한다”며 “또 어떤 때는 ‘난 살고 싶어’가 마음에 깊이 남아 파가니니 솔로 넘버를 변주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극 초 술집을 뛰어다닐 때 했던 ‘악마의 트릴’을 두배 빠르게 변형하거나 이 작품에 나오진 않지만 파가니니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가져오기도 해요. 예를 들어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나단조’ 1, 2악장이요. ‘라 캄파넬라’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나단조’ 마지막 론도 악장의 주제를 기반으로 해요. ‘바이올린 협주곡 2번’ 1악장은 오디션 볼 때 짧게 불리기도 하죠. 이 사실을 아는 분들은 반가울 거고 또 몰라도 좋을 거예요.”뮤지컬 ‘파가니니’ 중 니콜라 파가니니 역의 바이올리니스트 콘(사진제공=HJ컬처)때로는 멜로딕하게 시작해 변주하기도 하고 활로 둥둥치기도 하는가 하면 오디션 장면의 새소리, 고양이소리, 황소소리를 차용해 즉흥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그는 “오디션을 보면서 샬롯에게 황소소리를 시키는데 저음을 글리산도(Glissando, 높이가 다른 두 음 사이를 급속한 음계에 의해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방법)로 표현한다. 그걸 즉흥으로 가져와 느리고 진한 글리산도를 여러 개 반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때로는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등 파가니니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후대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따오기도 한다.“즉흥연주는 파가니니, 더불어 파가니니를 연기하는 제 마음 속에 가진 것들을 보여주는 장면같아요. 하면할수록 소재가 고갈되기 보다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죠. 100번이든 1000번이든 새로운 즉흥연주를 선보일 자신있어요. 극 중 ‘잊으셨나본데 난 파가니니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24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팬데믹 아닌 공간 자체의 재탄생에 의한 ‘르네상스’ 칸디다 회퍼 “중요한 건 사진에 담는 퍼스널 마크!”

4년만의 개인전 ‘르네상스’ 개최에 맞춰 내한한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사진=허미선 기자)“저 역시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전혀 불편하거나 고민이 되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사진에 담는 퍼스널 마크(Personal Mark)죠. 사진을 찍는 주체가 누구이든 저마다 다른 퍼스널 마크요.”스마트폰의 고도화로 누구나 사진작가이자 예술적인 사진을 추구하는 시대,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ofer)는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한 고민 보다는 “저마다의 퍼스널 마크”를 강조했다.4년만의 개인전 ‘르네상스’ 개최에 맞춰 내한한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사진=허미선 기자)2020년 국제갤러리 부산점 전시 이후 4년만의 개인전 ‘르네상스’(Renascence, 7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서울점 K2) 개최에 맞춰 내한한 칸디다 회퍼는 50여년간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 등 문화적 장소를 정밀한 구도와 디테일로 담아낸 사진작가다.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 파리 소재의 카르나발레 박물관(Musee Carnavalet), 독일 베를린의 코미세 오페라(Komische Oper Berlin),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스위스 장크트갈렌(St. Gallen) 수도원 부속 도서관 등 과거 작업했던 장소를 재방문하거나 리노베이션 중인 건축물 등을 촬영한 신작 14점을 만날 수 있다.“지금 전시된 제 작품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만들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에 사람이 있고 없고 여부는 코로나 19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사실 제 작품에 사람이 없는 건 제 의도이기는 합니다. 사람이 모이면 인적 개입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어떨 때는 이 공간의 목적 자체가 사람을 위한 것일 경우도 있습니다.”이어 칸디다 회퍼는 “만약 촬영을 했는데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장소에 잘 어울려 보이면 그냥 두기도 한다”며 “반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재촬영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제가 촬영한 공간들이 팬데믹 중에 리노베이션이 진행되긴 했습니다. 그래서 시사성과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저 팬데믹 시기와 리노베이션 기간이 우연히 같았을 뿐이에요. 전시 제목 역시 팬데믹으로 인한 ‘르네상스’가 아니라 공간 자체의 재탄생, 팬데믹 시기에 발생했을 뿐인 ‘르네상스’죠.”4년만의 개인전 ‘르네상스’ 개최에 맞춰 내한한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카르나발레 박물관, 코미세 오페라를 촬영한 전시작에서 유독 돋보이는 ‘레드’에 대해 “제가 의도를 가지고 요소로 선택한 건 전혀 없다”며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과 미학 중 어느 걸 더 중시하는지를 궁금해 하시지만 답이 없다. 그냥 카메라 위치가 가장 중요하고 제가 원하는 위치에서 촬영한 결과물”이라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코로나 팬데믹을 겪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나 인간의 행위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데 대한 제 생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팬데믹 이후 보시는 분들에게는 다르게 느껴지실 수도 있죠. 그 변화는 우리 마음에서 비롯되니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칸디다 회퍼 개인전 ‘르네상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5-24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제가 감히…" 대만 배우 허광한 "韓손석구 팬"

서툴지만 풋풋했던 소년의 모습과 18년이 흘러 어른미를 과시하는 극중 허광한‘의 극중 모습. (사진제공=㈜쇼박스)‘차세대 아시아 프린스’로 불리며 한국과 일본까지 영역을 확장한 ‘첫사랑 아이콘’ 허광한이 또다시 국내 팬을 찾았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의 홍보차 내한한 그는 “제가 어찌 감히 그런 수식어를 갖았을까”라며 겸손한 모습이었다. 열여덟, 대만에서 시작된 첫사랑을 찾아 일본으로 떠난 서른여섯 나의 여정을 그린 이번 작품은 일본의 떠오르는 스타 키요하라 카야와 호흡을 맞추고 ‘신문기자’ ‘남은 인생 10년’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극중 허광한은 첫사랑에 설레는 18세 지미부터 일본 여행을 떠난 36세 지미를 연기했다. 함께 출연한 키요하라 카야는 “기억에 대한 소화제이자 진통제인 영화”라면서 “청춘, 첫사랑, 아픔 등 좋고 아팠던 것들이 모두 포함되지 않을까”라며 성숙한 매력을 뽐냈다. 특히 허광한은 “대만과 일본의 컬래버레이션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운이 좋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작품을 좋아한다. 배우 손석구의 연기를 챙겨봤다”며 남다른 팬심을 밝혔다.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대만 드라마 ‘상견니’에 출현 허광한은 라디오 출연과 더불어 오는 26일까지 쇼케이스와 무대인사로 팬들과 소통한다. 무엇보다 무대인사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돼 그 인기를 증명했다.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은 한국 영화 ‘끝까지 간다’의 리메이크를 맡은 후지이 미치히토의 신작으로 대만 여행 에세이 ‘18X2 일본만차 유랑기’를 각색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4 18:23 이희승 기자

[B코멘트]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큐레이터 디터 부흐하트 “자연과의 융합, 그 속에 담긴 생명력으로 위안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큐레이터 디터 부흐하트 박사(사진=허미선 기자)“뭉크는 급진적인 혁신가이고 예술사를 바꿔놓았습니다.”(Monk was a Radical Innovator and He Changed Out History.)아시아 최대 규모의 첫 기획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Edvard Munch: Beyond the Scream, 9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 2전시실)의 디터 부흐하트(Dieter Buchhart) 큐레이터이자 미술사 및 미술복원 박사는 뭉크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뭉크는 굉장히 복잡한 층위로 얽힌 작가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다면적인 부분을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물론 그럼에도 모든 것을 다 보여드릴 수는 없는 화가죠. 저 역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뭉크의 초기 작품에 대해 좀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판화의 변주 작품들, 그에 속한 서명 등에 대해서도요.“‘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을 비롯해 미국, 멕시코, 스위스 등의 크고 작은 23개 소장처에서 온 140여점은 젊은 시절 뭉크의 자화상으로 시작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말년의 자화상으로 마무리된다. 전시는 ‘크리스티아니아에서의 초년: 자연주의, 인상주의 및 상징주의와의 만남’부터 ‘프랑스에서의 시절: 달빛, 키스, 생 클루의 밤까지’ ‘회화 기법의 실험, 스타일의 변화 및 해체: 모더니즘에 대한 독창적 기여’ ‘생의 프리즈’ ‘공포와 죽음’ ‘풍경’ ‘누드’ ‘마돈나’ ‘만남’ ‘두 사람, 외로운 이들과 다리 위의 소녀들’ ‘초상화’ ‘급진적 혁신가’ ‘목판화와 실험’ ‘말년과 뭉크의 자화상’까지 1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왜 여전히 뭉크가 중요한지, 그가 왜 혁명적인지, 그가 어떻게 예술사를 바꿨는지를 생각해 보는 전시”라고 소개한 디터 부흐하트는 “왜 한국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많은 대중들이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고 예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곳은 파리 외에는 본적이 없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뭉크의 중요성에 대해 그는 “기존의 예술사에서 벗어나는 파격적인 실험을 실행했다는 것”이라며 “현대 아티스트들까지 따라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예를 들면 작품을 외부 날씨나 환경에 노출한 시도는 기존의 예술가들이 전혀 시행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었어요. 판화에도 역시 급진적인 방법들을 사용했습니다. 나뭇결무늬가 그대로 이미지의 하나로 작품 일부를 차지하도록 한 것은 굉장히 혁신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가들, 예술사조에 큰 영향을 주고 있죠.”이는 “나무 결이 하나의 주제로 녹아들도록 함으로서 자연을 예술작품으로 끌어들이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구현했다는 점은 뭉크 혁신성의 핵심”이기도 하다.‘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뭉크의 위대함 중 하나는 ‘생명력’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다. 환경 변화나 과학 기술 등 매일이 불안한 일상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지금 사람들에게 “자연과 융합하고 작품에 통합시키는 시도로 삶을 재현하고 생의 의지를 다진” 뭉크만한 위로는 없을지도 모른다.“그의 그런 작업들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저희 전시의 중요한 기획의도이기도 하죠. 이번에 선보이는 뭉크의 작품들이 지금 사람들에게 생명력과 희망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중 '절규'(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展 막바지를 장식하는 '자화상'(사진=허미선 기자)

2024-05-2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육아로 찐 '살'도 연기로 빼는 지성이라니…

손인사하는 지성.(연합)“육아하느라 찐 살, 이 드라마로 뺐어요.”(지성)약에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커넥션’이 베일을 벗었다. 24일 SBS 사옥에서는 금토드라마 ‘커넥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제작발표회에는 김문교 감독, 지성, 전미도, 권율, 김경남, 정순원, 정유민, 차엽, 이강욱이 참석했다. ‘중독추적서스펜스’를 표방하는 이 드라마는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가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다.85㎏에서 두 달간 체중을 감량해 지금은 70㎏를 유지중이라는 지성은 “현장에서 과호흡이 오기도 했다”면서 “마약 중독으로 인한 고통을 미세하게 하다 보니 쓰러질것 같더라. 마약범죄수사팀의 형사가 마약에 중독됐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웠다”며 출연 배경을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커텍션’은 고등학교 동창들의 이야기다. 우정이 변질되고 악의 카르텔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드라마 ‘커넥션’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율, 전미도, 지성, 김경남의 모습.(연합)극중 한 때 정의로운 기자였으나 돈이 최고임을 알게 된 기자 역할을 맡은 전미도역시 선배인 지성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장르물을 즐겨봤지만 도전을 처음이다. 톤앤매너를 습득하고 OTT에 있는 모든 작품을 챙겨봐도 어려웠다. 감정 수위를 조절할 때마다 옆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커넥션’은 ‘검사내전’ 이현 작가와 ‘트롤리’ 김문교 감독이 의기투합해 제작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 김문교 감독은 소재에 대한 시의적절함과 연출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며 “공중파 채널에서 방송을 할 때 조심해서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대로 표현하고 보여드려야 한다는 직업윤리와 이런 심각한 문제를 오락용으로만 보여드리면 안 되겠다는 사회인으로서의 윤리 사이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순간의 쾌감보다는 병증으로 보여지길 원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권율이 뛰어난 두뇌를 가진 검사 박태진으로, 김경남이 재벌의 서자이자 악의 꼭대기에 있는 리더 역할을 맡았다. ‘커넥션’은 금일(24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4 15:39 이희승 기자

[비바100] 멀리 떨어져야 '제맛'인 건 가족과 요리의 공통점 일지도…

사진으로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극 중 캐릭터들이 먹는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사진제공=스폰지이엔티)사람이 살 온도가 아니다. 평균 기온 영하 53인 남극은 바이러스 조차 생존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이지만 인간은 이곳에 기지를 세웠다. 영화 ‘남극의 쉐프’는 지난 2009년 개봉해 당시 수많은 오타쿠들의 성지이자 연례행사였던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 TASTE OF JAPAN’ 최고 흥행작으로 불렸다. 실제 남극관측 대원으로서 조리를 담당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 요리인’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지금은 ‘요노스케 이야기’ ‘모리의 정원’등 힐링 무비의 대가로 불리는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데뷔작으로 국내 팬들에게 ‘일본의 중년 원빈’으로 불리는 사카이 마사토가 주연을 맡았다. 그가 맡은 니시무라는 평생 남극에 가는 게 꿈이었던 선배 요리사의 갑작스런 오토바이 사고로 ‘파견’돼 가족과 헤어지는 불운(?)을 겪는 가장이다.일본 해양청의 요리사로 나름 넘버2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집에서는 아내가 만든 눅눅한 닭튀김을 불평없이 먹어야 하는 신세다. 젖먹이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키우며 독박육아 중인 아내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집에서까지 요리를 하며 지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180도에서 두번 튀기는 게 튀김의 국룰”이라고 은근슬쩍 말해보지만 영 통하질 않는다.‘남극의 쉐프’는 머리가 떡진 8명의 중년 남녀가 주인공이다. 좁은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는 옆에서 용변을 보는 식이다. 물이 귀한 곳이라 그나마도 함부로 씻을 수 없다. 일본에서 녹화해온 체조영상을 보며 단체로 운동을 한 뒤 니시무라가 만든 전형적인 일본 가정식을 앞두고 오늘 해야할 일을 간단히 브리핑한다.나마세 가츠히사, 도요하라 고스케, 고라 겐고 등 감초 배우들의 명연기도 볼만하다. (사진제공=스폰지이엔티)울며 겨자 먹기로 온 남극기지의 식사는 사실 여의치 않다. 냉동식품이거나 통조림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기압이 낮은 탓에 물은 85도에서 끓는다. 라면을 먹어도 속은 익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남극의 쉐프’에는 빈속에 보면 안될 음식이 한가득이지만 그 중 백미는 ‘에비 후라이’라 불리는 새우튀김이다. 정확히는 전임자가 미쳐 요리하지 않은 왕새우를 발견한 동료의 제보로 비극은 시작된다. 자신과 달리 이미 남극 생활에 찌든 연구원과 의사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의 일본인들은 니시무라 보다 더 큰 향수병에 젖어있다.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냉동으로 발견한 새우는 회로 먹어야 제맛인데 다들 튀김옷을 입은 새우를 원한다. 손가락 크기의 새우를 튀겨야 맛인데 랍스타급 굵기의 왕새우를 다뤄보지 않은 그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화면이 바뀐 ‘남극의 쉐프’ 속 새우튀김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팔뚝만한 굵기에 꼬리까지 손바닥만한 크기의 새우는 일명 닭새우로 불리는데 대원들의 실망어린 눈빛이 화면가득 잡힌다. 애써서 요리했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역시 회로 먹어야 했어”라는 타박 뿐이다. 요리하는 입장에서는 기운이 빠지지만 니시무라는 제한된 재료 속에서 최대한 ‘집밥’의 맛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사실 영화 속 음식들은 소박함과 거대함을 오간다. 프랑스 코스 요리 푸아그라와 과학적 지식을 동원한 수타 라면, 앞서 밝힌 새우튀김과 두툼한 직화 스테이크가 그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한 진심이 깔린 음식이 영혼을 울린다.전문가적인 입장에서 크기를 무시했던 대원들의 난감한 상황을 코믹하게 다룬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스폰지이엔티)촬영은 원작자 니시무라 준의 고향 홋카이도의 아바시리에서 이루어졌는데 하얀 눈과 파란 하늘의 대비가 실제 남극 로케이션을 방불케한다. 사실 한국에서 새우의 제철은 가을이다. 해양수산부는 가을에 먹으면 배로 맛있는 제철 수산물로 삼치와 큰 새우를 뜻하는 대하를 선정했다.대하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바다에서 서식하는데 성미가 급해 금방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마다 거리 곳곳의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새우는 자연산 대하가 아닌 양식인 흰다리 새우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대하는 이마에 있는 뿔이 코끝보다 길게 나와 있고 더듬이가 흰다리새우보다 길다. 수염은 몸통 길이보다 길며 다리는 붉은색이고 꼬리 끝부분이 녹색이다.새우는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미 전세계적인 열풍을 끌었다. 특히 1968년 출범한 미국의 레드랍스터는 ‘무한리필’ 서비스로 한때 매출 순위가 미국 내 24위에 올랐고 팝스타 비욘세의 노래 ‘포메이션’(Formation)의 가사에 포함됐을 정도다. 미국 551개, 캐나다 27개, 멕시코·일본·에콰도르·태국에 27개의 점포를 두며 승승장구했지만 지구 온난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지난 20일(현지시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남들을 요리해주기만 했던 니시무라는 영화의 말미 가족과 햄버거를 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한다. (사진제공=스폰지이엔티)국내에서는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가 명품 수산물로 꼽히는 독도새우를 이용한 세포배양 식품으로 대체육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세포배양 독도새우를 활용한 시제품과 메뉴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식약처 승인 절차만을 남겨둔 상태다. 갑각류 세포 배양육은 이번이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어쨌거나 ‘남극의 쉐프’는 제목에 충실한 영화다. 영화는 식사 때마다 안내방송으로 대원들에게 알리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연어와 성게알, 장조림을 넣은 주먹밥과 주변이 온통 얼음이어서 가능한 초대형 통구이 스테이크, 수 천년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만년설에 포도주스를 뿌려 즉석에서 먹는 즉석빙수 등이 입맛을 돋운다.기상학자, 대기학자, 기상학자와 의사, 통신 담당과 연구 대학원생 등 다양한 직업군의 고립된 삶은 결코 외롭지 않다. 그 중심에는 정작 가족에게는 심드렁했지만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니시무라의 자부심이 있다.영하 70도가 넘은날 대원들은 이벤트로 밖에서 팬티 차림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고립과 외로움, 스트레스로 점철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사진제공=스폰지이엔티)공통점이라고는 그저 같은 성별이라는 것 뿐인 이들은 모두가 잠든 밤, 야식으로 라면을 탕진한 히로시 대장의 비밀이 드러나며 전환점을 맞는다. 여기에 지역적인 특성으로 해가 뜨지 않는 2주 동안 예민해진 대원들의 싸움이 기름을 붓는다. 오랜 해외 생활에서 유독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욕구를 느낀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일본인의 라면중독은 갈등과 결속의 결과물로 ‘남극의 쉐프’를 아우른다.이 역할을 제안받은 사카이 마사토는 체중조절은 물론 요리를 따로 배우며 역할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듯해지는 음식들은 ‘카모메 식당’ ‘안경’‘심야식당’으로 유명한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오미가 맡았다.◇ 튀김의 맛 정하는 '타르타르 소스'- ‘타르타르 소스’는 사전적으로 마요네즈에 레몬즙, 다진 피클, 양파, 달걀 등을 적절한 양으로 조합한 소스지만 어떤 튀김과도 잘 어울린다.- 해외에서는 케이퍼, 허브가 들어간 매콤한 맛으로 시작됐다.지금은 깔끔한 맛이 대세. 새우튀김과 최고의 궁합으로 불린다.- 요리 고수들은 파 혹은 고수나 파슬리 등을 넣어 신선함을 더한다.- 대부분 생선튀김이나 일식집에서 주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돈가스에도 어울린다. 매운 음식에도 얹어먹으면 의외의 감칠맛이 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오이같은 존재다. - 떡볶이나 라면에 치즈를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면 강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3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50년만의 국립극단 ‘활화산’…과잉된 사실주의, 시대착오적 연출과 표현으로 맞이할 ‘현자타임’

50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차범석 탄생 100주년 연극 '활화산'.(사진제공=국립극단)“당시 선전극으로서 어쩌면 도구화된 예술을 비틀어 보여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비틀어 보여 주는 방식을 각색과 윤색 없이 원작을 그대로 가져가면 당시 과하게 작품과 사회상에 도입된 국가 체제 선전의 양상을 더 적나라하게 문제의식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죠.”지금 ‘활화산’(5월 22~6월 17일 명동예술극장)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한솔 연출은 “(‘활화산’ 쓰여진 1973년) 당시 희곡에서 여성 서사가 녹아 있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라며 “이 여성이 소위 당시 지도자로서의 박정희 표상으로 도구화된 점도 재밌었다”고 덧붙였다.50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차범석 탄생 100주년 연극 '활화산'.(사진제공=국립극단)한국적 사실주의의 거장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활화산’이 50년만에 무대에 오른다. ‘활화산’은 차범석이 오십줄에 들어서던 1973년 집필해 이듬해 이해랑 연출과 백성희, 장민호, 손숙, 신구 등의 출연으로 국립극단 제67회 정기공연으로 초연된 작품이다.윤한솔 연출이 차범석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직접 선택한, 무려 5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급진적인 경제개발 계획이 추진되던 때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때는 떵떵거리던 양반가문이었지만 쇠잔해 가는 이씨 문중 종가의 이야기다. 분수에 넘치는 일이 돼 버린 허례허식,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제와 구습 등에 맞서 팔을 걷어 부친 며느리 정숙(강민지)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직접 돼지를 키우며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는 정숙, 정숙의 만류에도 축산조합장 선거에 나섰다 고배를 마시며 집안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상식(구도균), 집안의 수장 이노인(정진각)과 그의 아내 심씨(백수련) 등의 이야기다. 한국적 사실주의 거장의 희곡을 50년 만에 꺼내든 윤한솔은 ‘파수꾼’ ‘나는야쎅쓰왕’ ‘아무튼백석’ ‘두뇌수술’ ‘텃밭킬러’ ‘원치않은, 나혜석’ ‘치정’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 등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가볍고 과잉되지만 극장 문을 나서면서 혹은 시간이 흐른 뒤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독특한 무대 언어로 문제의식을 표현하는 연출이다. 50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차범석 탄생 100주년 연극 ‘활화산. 사진은 1974년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활화산’ 역시 원작 그대로를 살리되 다양한 오브제, 인물들의 비중 조절 등 특유의 연출로 급변하는 사회의 일꾼들이 넘쳐나던 시대의 비논리적이고 막무가내로 발산되던 과잉 에너지, 지금의 사람들에겐 지극히 시대착오적인 문제의식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국립극단 관계자는 “원작 희곡에서는 큰 비중이 없던 세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군데군데 배치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체제 하에 움직이는 어른들의 세계를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윤 연출의 의도가 반영된 연출적 요소”이자 “과잉된 사실주의 연기로 오히려 어색함을 느끼게 만들고자 하는 포부”가 담긴 연출 중 하나이기도 하다. 50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차범석 탄생 100주년 연극 '활화산' 정숙 역의 강민지(왼쪽)와 상식 구도균(사진제공=국립극단)‘스고파라갈’ ‘만선’ ‘기후비상사태’ ‘차이아메리카’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등의 강민지, ‘정의의 사람들’ ‘함익’ ‘옥상 밭 고추는 왜’ ‘헨리4세’ 등 ‘과잉된 사실주의 연기’의 달인인 구도균 등이 50년만의 ’활화산‘에 불을 붙인다.과하게 시대착오적인 연출과 표현으로 ‘현자타임’(현실자각타임)을 선사할 ‘활화산’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들 중 인터미션 후 무대 중앙에 자리잡을 “규모가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거대한 돼지 동상”이 볼거리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22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졸지에' 운전사가 된 첫 날, 진상 아시아 손님을 만났다! 왓챠 '보이'

몽환적인 ‘보이’의 첫 장면. 스페인의 쨍한 햇살을 가리는 암막커튼이 주는 어둠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진제공=Filmax)아마도 언론에서 왓챠 ‘보이’를 소개하는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스페인 미스터리 스릴러인 이 작품은 오직 왓챠에서만 볼 수 있는데 하물며 최신작도 아니다. 주인공은 스페인에 살며 영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이름은 보이(Boi). 소설가 지망생이지만 지금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수행전문 기사로 일한다. 출근 첫날 만나기로 한 아시아인 바이어 두명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회사에서 전달을 잘 못했다는 핑계를 대고 지각을 했을 뿐더러 뭔가 전문적인 느낌도 나지 않는 보이 때문이다. 한 소년인지, 아니면 그저 이름일지 모르는 ‘보이’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Filmax)그들은 고급차에 전문 기사를 서비스하는 회사를 예약했지만 보이는 그 조건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다행인 건 영어와 중국어를 쓰는 그들이 스페인어 만큼은 모른다는 사실이다. 보이의 고용주는 스피커폰으로 공항에 제 시간에 도착했는지, 주차영수증은 물론이고 머리를 단정히 잘랐는지를 깐깐하게 체크한다.보이는 그 무엇 하나 지키질 못했지만 천연덕스럽게 넘어간다. 영화 초반은 자신을 마이클이라 소개한 손님의 진상짓으로 채워져 있다. 사실 그는 보이가 늦은 것도 뭔가 전문적이지 않은 것도 알고 있다. 천연덕스럽게 차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영어인 ‘Boy’와 한 글자 차이인 보이의 이름에 집착한다. 어디 사는지와 누구랑 사는지를 캐묻고 뜬금없이 스페인의 실업률까지 묻는다. 게다가 자신도 가보지 못한 최신 호텔을 보고는 “여자 다리와 닮았다”고까지 한다. 예술적 평가가 아니라 뭔가 성희롱적인 의도가 다분하다.그에 반해 고든은 매사가 무표정하다.  말투는 딱딱하고 지시가 몸에 익은 스타일이다. 스페인 현지 교통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내려준 곳에 무조건 대기해야 한다고 하질 않나 만나기로 한 동료가 늦자 “당장 깨워서 데리고 오라”고 한다. 보이에게도 오늘 하루는 최악의 날이다. 임신한 여자친구는 자신을 떠났고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같이 산부인과에 가기로 한날 하필이면 출판사로부터 퇴짜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도 부담백배다. 여자친구는 자신의 뮤즈이자 모든 것이지만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가정을 꾸린다는 건 쉽지 않은 현실이다.굳이 인종을 나누지 않아도 진상 손님의 전형을 보여주는 극중 고든과 마이클. 결국 세 남자의 로드무비가 영화 주된 스토리다. (사진제공=Filmax)‘보이’는 시종일관 불안하고 처연한 감정을 향해 내달린다. 주인공은 직장 보스가 지적한 길고 긴 머리를 연신 손으로 넘기며 축 쳐진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본다. 고급차를 몰고 반듯한 정장을 입었지만 멋지기보다 불쌍하다. 게다가 첫 손님의 동선은 뭔가 수상하다. IT관련 미팅을 하는가 싶더니 고급 레스토랑에서 퇴짜맞고 갑자기 범죄조직에 쫓기는 식이다.그들의 비위를 맞춰주지만 동시에 경멸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던 보이는 점차 변한다. 3일이면 이 곳을 떠날 사람들이고 전혀 공감되지 않는 동양이론을 들먹이지만 측은지심은 통하는 법. 정해진 동선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전을 하는 보이를 힐난하는 보스의 전화에 “최고의 기사를 보내줘서 고맙다”는 대답으로 실직위기를 벗어나게 해준다. 배우들은 시종일관 죽음과 환생 그리고 인연에 대한 상황에 직면한다. 알고보니 마이클은 건강염려증이 심한 탓에 쓸데없는 대화로나마 긴장을 풀려는 사람이었다. 고든은 소중한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워커홀릭인 자신을 인정하고 이 참에 일을 줄이기로 했다. 두 사람에게는 찾아야 할 사람이 있었고 그 일만 끝나면 고향인 싱가포르로 돌아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손님을 기다리는 순간, 주인공이 유일하게 자신을 챙기는 시간이다. 유명 관광지인 배경에서 또다른 수요와 공급이 이뤄짐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한 도시의 민낯을 까발린다. (사진제공=Filmax)무엇보다 ‘보이’는 그다지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잠깐씩 등장하는 고모는 레몬을 사왔는지 타박하고 갑자기 길을 물어보던 여성 운전자가 울음을 터트리는 식이다. 손님들을 태우러 간 클럽에서 갑자기 등장한 앵무새,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하는 난쟁이 등 뭔가 ‘할리우드 괴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초창기 작품을 보는듯 난해하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이국적인 연출들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로서는 훌륭하다.어느 순간 보이와 손님의 연대를 필두로 결국 여자친구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건지, 그가 키우던 반려견은 진짜 죽은건지 등 각종 궁금증으로 마지막까지 보게 만든다. 결국 모든 게 꿈인가 싶은 모호한 장면도 있지만 이 작품은 관객에게 해석을 맡기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보이는 두번 째 손님이자 유명 건축가인 손님을 태우고 마이클이 말한 호텔이 실제로 출산하는 여성의 피 묻은 다리에서 착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신체야 말로 가장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여성 손님의 프랑스어 위로 보이는 건 보이가 다시 적기 시작한 창작 노트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2 18:00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