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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문학은 ‘입자와 파동’이 되어 새로운 물길을 낼 수 있을까? 제13회 서울국제작가축제

오형엽 기획위원장이 제13회 서울국제작가축제 대주제인 ‘입자와 파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현대 물리학의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정의에서 기인한 대주제 ‘입자와 파동’(ParticlesWave)은 물리학, 자연과학 뿐 아니라 문학·예술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했습니다.”올해로 13번째를 맞는 서울국제작가축제(9월 6~11일 혜화동 JCC아트센터)의 기획위원장인 오형엽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은 대주제에 대해 “그 취지는 대립적인 모순이 공존하거나 충돌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작은 것이 큰 것을 만든다, 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그 예로 문학은 정치성과 윤리성을 포기할 수 없는 동시에 위악성과 예술성을 포기할 수 없는, 모순되고 대립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가 공존하거나 충돌하면서 관계돼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나비 효과 같은 것인데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 수 있듯 빛의 작은 입자가 파동을 일으킬 때 큰 영향력을 끼치고 큰 것을 만들 수 있죠.”그리곤 “문학에서도 아주 특수한 것이 보편성을 만들어 내고 또 사소하고 작은 어떤 사건이 주제를 도출하기도 한다”며 “이에 두 가지를 함께 포함하고 있는 ‘입자와 파동’을 대주제로 정했다”고 밝혔다.2024 서울국제작가축제 포스터(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지역, 국가, 민족, 인종, 젠더, 세대 등 다양한 층위에서 한국 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이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식 그리고 예술적 가치들을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 공유하기 위한 대주제죠. 이를 통해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모순적인 대립 등을 아우르면서 그 관계성을 사유하고 새로운 물길을 내는 문학의 입자성과 파동성을 함께 체험하는 장을 준비하고자 했습니다.”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는 2006년부터 13년째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 교유하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오베라는 남자’ 등의 스웨덴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튀르키예 쥴퓌 리바넬리(Zulfu Livaneli), 대만 천쓰홍(Kevin Chen, 陳思宏),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선두주자 클라우디아 피녜이로(Claudia Pineiro) 등 해외작가 10명과 ‘저주토끼’ 등의 정보라를 비롯한 김기태, 백수린, 이장욱, 황인찬 등 14명의 국내작가가 만난다.이들은 JTBC 슈퍼밴드 우승자인 첼리스트 홍진호와 피아니스트 최문석의 공연 그리고 정보라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대담으로 문을 여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작가, 마주보다’ ‘작가들의 수다’ 등과 융복합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한다.‘작가, 마주보다’에서는 이기호 작가와 튀르티예의 소설가이자 시인 쥴퓌 리바넬리. 이희주와 일본의 우사미 린(Rin Usami, 宇佐見りん), 황인찬과 모델 출신의 영국 시인 이르사 데일리워드(Yrsa Daley-Ward), 백수린과 미국의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최은미와 스페인의 엘레나 메델(Elena Medel)이 각각 ‘반복, 기록, 각인’ ‘죽도록 사랑해’ ‘뼈와 살의 포옹’ ‘보이지 않는 끈’ ‘별개의 질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작가들의 수다’에서는 남승원 사회로 김기태, 정영수,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이 ‘농담의 온도’, 김근, 황유원, 아이슬란드 숀(Sjon)이 ‘고요와 술렁거림’을 주제로 토론을 나눈다. 사회자 한소범, 이장욱, 손보미, 대만 천쓰홍이 그리고 사회 오은교, 이미상, 김이설, 콜롬비아의 필라르 킨타나(Pilar Quintana)가 각각 ‘어두움 밤들의 세계’ ‘사랑의 다른 얼굴’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이어간다.지난해와 동일한 대담·토론 프로그램과는 달리 융복합 프로그램은 “작가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판소리, 음악 공연 등을 선사하던 지난해와는 달리 관객들이 좀더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융복합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작가와 함께 하는 낭독극장’에서는 손보미 작가와 뮤지컬 배우 김성현이, ‘시와 노래’에서는 황유원 작가와 가수 이랑이 원작 소설과 시를 낭독과 노래로 만들어 보는 독자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3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위대하거나, 위험하거나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문명의 이기(利器)’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인류가 발명해낸 많은 창조물들은 우리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도 적지 않다. 이 책의 부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져야 할 질문’인 이유다. 저자는 정말로 멋져 보이는 문명의 이기들에게서 발견되는, 우리가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점들을 짚어낸다.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오찬호|북트리거◇ 편리하지만 끔찍한 ‘플라스틱’(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우리는 ‘플라스틱 중독 세상’에 살고 있다. 주변이 온통 플라스틱 투성이다. 처음에는 ‘신의 선물’이었다.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 어원 ‘플라스티코스’ 그대로 였다. 그런데 이제는 ‘플라스틱의 역습’이 이뤄지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남극 눈 속에서도 발견된다. 태평양 한 가운데 거대한 쓰레기섬 GPGP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1조 8000억 개나 있다고 한다.분리수거가 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 비율은 고작 1.7%에 불과하다. 그것도 2060년 예상치다. 재활용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해 환경 문제도 야기된다.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대 이슈다. 저자는 “이제 누구나 ‘환경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우에 따라선 자본주의의 미덕인 ‘소비’도 자제 혹은 절제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간편함 뒤의 찝찝함 ‘수세식 변기’(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전 세계에서 제대로 된 화장실을 이용 못하는 인구가 15억 명이다. 우리도 집에 수세식 화장실 없는 인구가 2022년 기준 2.5%(130만 명)에 달한다. 수세식 변기는 백신, 항생제와 함께 인류 건강을 지킨 대표 발명품이다. 문제는 이걸 한 번 내리는데 10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생수통 100여 개가 오물 치우는데 사용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악의 발명품’이라는 악평도 받는다.2020년부터 6리터 이하 변기 제조를 의무화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수도법 시행규칙에 ‘변기 막힘 해소’를 위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그래서 4리터 이하 1등급, 5리터 이하 2등급, 6리터 이하 3등급 식으로 절수 등급 표시 의무화로 바뀌었다. 저자는 “우리는 오물을 물로 흘려보내면 그만이라는 듯 살고 있다”면서 “그 간편함 탓에 다른 것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병 주고 약 주는 ‘진통제’(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아편’에서 유래한 단어다. 병원에 가는 순간 우리는 이 마약성 진통제에 노출된다. 이제 길거리 마약보다 의사들이 처방해 주는 약이 더 큰 문제다. ‘오피오이드 에피데믹’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의사처방이라는 합법적 경로로 전염병처럼 퍼져 나간다. 이러니 음지에서는 모르핀보다 안전하다며 불법 약물 ‘헤로인’ 공급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기적의 진통제’가 ‘사람 죽이는 진통제’가 되고 있다. 2021년에 미국에서 11만 명이 약물 오남용으로 사망했는데, 75%가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였다. 제약회사들은 ‘중독성 있음’이라는 문구만 붙이고는 부지런히 합성 마약을 만들어 낸다. 한국 역시 남용 우려가 크다.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를 쓴 앵거스 디턴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미국의 절망사가 배경이 비슷하다”며 깊은 우려를 내보였다.◇ ‘피임약’, 여성은 해방시켜 주었지만…(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전 세계 임신 중 의도치 않은 임신이 48%에 이르고, 이 중 임신중절로 이어지는 비율이 61%에 이른다는 유엔인구기금의 통계가 있다. 미국의 산아제한 운동가 마가릿 생어는 피임 방법을 알려주는 클리닉을 만들어 이런 의도치 않은 임신을 막는데 기여했다. 가난하고 무지해서 피임을 몰라, 가족 모두가 가난해지는 악순환을 깨려 했다. 그의 어머니도 19번의 임신과 11번의 출산으로 49세에 요절했다.계속되는 임신과 출산을 ‘엄마’라는 이유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강요된 모성’이다. 피임약은 그렇게 여성을 구원했다. 가능한 만큼만 출산해 ‘자발적 모성’이 가능해졌고, 임신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인생을 ‘계획’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저자는 “임신을 초래한 남성은 여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성들이 피임약을 먹는 것도 그런 불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하지만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 폰’(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스마트하다는 기계가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 엉터리, 가짜 뉴스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풍성함이 주는 놀라움에 취해 그것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는 나쁜 습관이 생겼고 결국 중독이 되어 버렸다. 끊임없이 찾고,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도 줄어들었다. 무엇을 빨리 찾는 게 스마트해 보여서, 자신이 얼마나 스마트하지 않은 지를 모르게 되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 죽는 ‘노모포비아(Nomophobia)’의 시대다. 여기에 챗GTP는 사람들의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예전에는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는 게 ‘성장’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비효율을 넘어 한심하다고 까지 느껴진다. 스마트 폰이 신체 일부가 되어 버린 ‘포노 사피엔스’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저자는 “스마트 폰이 ‘기계’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찍혀서 안심되지만 불안한 ‘CC TV’(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폐쇄형’ CC TV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로켓 시험 발사대 부근을 특별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 최초였다고 한다. 지금 CC TV는 ‘양 날의 검’이 되었다. 안전을 담보해 주는 유용한 도구일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감시의 도구로 약용될 여지도 많다. 탁월한 범죄 해결에 대한 신뢰 덕분에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만족감도 크지만 “왜 여기에 CC TV가 있냐”는 불만도 가득하다.한국에서 공공형 CC TV는 2008년 15만 7000대에서 2022년 160만 7000대로 폭증했다. 민간 CC TV는 그 10배로 추정된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찍히는 대상이 준 범죄자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촬영되는 순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폐쇄회로의 ‘폐쇄’는 기계를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사람의 삶이 매우 제한되어 버렸다”고 꼬집는다.◇ 동네를 점령한 ‘프랜차이즈’(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편의점에는 없는 것이 없다. 심지어 집과 차도 판다. 전국적으로 5만 곳이 넘는다. 1989년에 지금 형태의 편의점이 나타나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변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발달하면서 동네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네 빵집 대신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자리를 차지했다. 피아노 학원도 프랜차이즈화되었다. 그 고급스러움과 깨끗함이 주는 안락함에 동네 자영업자들은 살 길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프랜차이즈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가맹비와 교육비, 광고비 등이 크게 발생한다. 창업 비용도 주인이 스스로 조절할 수 없고, 매장 넓이도 최소 기준이 정해져 있다. 점포 사장은 위험 부담을 줄여준다는 대가로,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가게 주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 저자는 “기업의 비용 절감, 이윤 증가’ 법칙이 우리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무시하지 말자”고 호소한다.◇ 가장 효율적이지만 가장 위험한 ‘원자력 발전’(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핀란드와 스웨덴, 프랑스만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했을 뿐, 대부분 나라가 핵폐기물을 발전소 내부에 임시 보관 중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도 있지만 너무 비싸다. 그 과정에서 플루토늄이 추출되어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나라들만 가능하다. 핵 폐기물을 로켓에 실어 우주에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실패해서 공중폭발이라도 하면 인류는 멸망한다.우리는 2015년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원전에서는 매년 평균 700여 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해 누적된 양이 2만 톤에 달한다. 원전 내부의 임시저장소는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다. 저자는 “재생에너지 수준이 높아져 원전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여 위험도를 낮추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시원해지고 우리는 뜨거워지는 ‘에어컨’(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에어컨은 분명 20세기 공학이 성취한 가장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다. 에어컨이 가동된 수술실에서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그 쾌적함을 추구하는 속도가 기후변화보다 너무 빠르다. 에어컨 냉매제인 CFC(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통제 방침이 확정되었지만, 2010년이 되어서야 지구 전체에 금지되었다.급한 불은 끄기는 했지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CFC의 대체제로 선택된 HCPC(수소염화불화탄소)는 여전히 오존층을 파괴했고, HPC(수소불화탄소)도 이산화탄소 1000배 수준의 온실가스를 내뿜었다. 저자는 “에어컨을 파괴하자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쾌락함이 주는 말초적 감각에 경도되지 말고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할 책임 있는 질문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8-10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첫 앨범 ‘포엠’ 발매한 플루티스트 김유빈 “가장 김유빈다운 프랑스!”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의 사운즈S에서 기자들을 만났다ⓒShin-joong KimMOC(사진제공=목프로덕션)“이번 음반은 주로 인상파, 후기낭만파 등 20세기 작품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프랑스 음악의 색채를 ‘팔레트’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미술에서 물감을 칠하듯 무지개 같은 색상으로 표현하죠. 뚜렷한 색감 보다는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듯한, 인상파의 대표적인 특징적인 음색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플루티스트 김유빈은 첫 정식음반 ‘포엠’(Poem)에 대해 “16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공부하며 그 문화와 언어를 배워가면서 느낀 점들을 담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유빈은 ARD 국제음악콩쿠르 플루트 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없는 2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등을 석권하며 글로벌 클래식 신에서 급부상한 연주자다.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첫 앨범 ‘포엠’ 커버(사진제공=목프로덕션)수차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객원 수석으로 초청받았고 마에스트로 에사-페카 살로넨(Esa Pekka Salonen)의 부름을 받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플루트 종신 수석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오래 프랑스에 머무르다 독일 베를린으로 옮긴 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플루트 종신 수석으로 낙점되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는 그는 “딱 6개월 됐는데 아주 행복하게 활동 중”이라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첫 음반이다 보니 최대한 대중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플루티스트로서 꼭 접해야만 하는 작품들 그리고 플루트의 주요 작품들로 구성했죠. (제가 주로 연주해온) 바로크 음악은 녹음과 라이브 연주가 너무 다른 매력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첫 앨범이니 좀 생동감 있고 듣기에 신나면서 활동적인 곡들로 꾸리고 싶었죠.”수록곡 선정 배경에 대한 그의 설명처럼 이번 앨범은 오롯이 프렌치 스쿨(French School) 곡들로 꾸렸다. 전반부에는 피에르 상캉(Pierre Sancan)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Sonatine pour Flute et Piano)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플루트 솔로를 위한 시링크스’(Syrinx pour Flute seule)와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L. 86)이 담겼다.“상캉은 플루트라는 악기의 특징과 제대로 된 매력을 잘 알고 있는 작곡가예요. 플루트는 고음악기죠. 다소 어렵지만 최고음을 작게, 저음을 크게 내는 게 가능한 매력적인 악기죠. 상캉의 작품은 모든 음역대와 적절한 템포를 음악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요. 플루트가 내기 편한 음역대와 템포를 맞추고 있어 플루트의 매력을 발산하기 가장 좋은 작품이죠.”플루티스트 김유빈ⓒShin-joong KimMOC(사진제공=목프로덕션)이어 드뷔시에 대해서는 “인상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로 플루트 곡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그 중 무반주 곡이나 그리스 신화 중 요정의 이름을 딴 ‘시링크스’는 플루트에서 매우 귀한 곡”이라고 부연했다.앨범 중반 이후로는 프란시스 풀랑(Francis Poulenc)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Sonate pour Flute et Piano, FP. 164), 앙리 디튀에(Henri Dutilleux)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Sonatine pour Flute et Piano) 그리고 마지막에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편곡 버전의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가장조’(Sonate pour Violon et Piano en La Majeur, FWV. 8-Arrangee pour Flute et Piano)가 배치됐다.플루티스트 김유빈ⓒShin-joong KimMOC(사진제공=목프로덕션)“풀랑은 관악기에 강한 작곡가여서 빼놓을 수 없고 디튀에는 21세기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는, 플루티스트라면 꼭 접해야 하는 작품이죠. 마지막 트랙인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가장조’는 제 개인적인 희망으로 바이올린을 위한 곡으로 플루트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어서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곡입니다.”“녹음 스튜디오를 정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그의 앨범은 부천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녹음됐다.이에 대해 “이번 앨범의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결정했는데 집중력도, 음향도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통상 ‘연주자의 명함’이라고 불리는,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해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을 발매하기를 항상 꿈꿔 왔어요. 그 꿈이 이루어져서 정말 꿈만 같습니다.”이렇게 소감을 전한 그는 18일부터 녹음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김도현과 앨범 동명의 리사이틀(8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25일 대전클라라하우스,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28일 부산문화회관) 투어에 돌입한다.“제가 연주하면서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작곡가의 이야기를 대변해서 풀어내는 과정에서 제가 주체가 돼 연주하는 겁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제 이야기가 담긴 결과물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콩쿠르마다 항상 들었던 얘기도 ‘정말 김유빈의 연주 같다’였죠. 제 특징, 개성이 잘 나타나면서도 곡의 특성도 잘 살리는 연주를 하는 데 집중하는 편입니다. 앞으로는 현대작품도 계속 연주하고 싶어요. 그렇게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고 연주자로서의 길을 좀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9 19: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국립무용단 ‘행+-’ 안애순 안무·연출 “땅에 발 디딘 우리 춤, 그 안의 컨템포러리를 찾아서!”

국립무용단 신작 ‘행+-’ 안애순 안무·연출(사진제공=국립무용단)“사실 아주 단순한 몸짓,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서양의 움직임에서 현대사조의 하나인 미니멀리즘이 나왔어요. 이미 동양은 음악 자체에도 미니멀한 요소가 많죠. 이런 특징들이 전통에 이미 컨템포러리 요소가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음악에 영향 하에 우리 전통 한국춤에서도 미니멀리즘 같은 컨템포러리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국립무용단과 신작 ‘행+-’(8월 29~9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를 준비 중인 안애순 안무·연출은 전통의 원형에서 현대적 움직임, 컨템포러리 요소를 발견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안무자로서 저의 유니크함은 제가 가진 환경과 배경 그리고 내 몸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통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더 필요하고 그것을 가지고 나만이 가진 지금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또 다른 세계적 안무가들이나 작가들과는 다른 환경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세계를 우리 전통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것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행+-’는 안애순 안무·연출과 더불어 무대디자이너 김종석, 조명디자이너 후지모토 다카유키, ‘화차’ ‘불한당’의 음악감독 김홍집·이진희, ‘해어화’ ‘미스터 션샤인’ 의상디자이너 김영진 등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장은 오랫동안 이어온 춘앵무의 표본에서 발견한 기호적이고 기록적인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상체의 움직임 없이 치마폭 안에서 무수히, 끊임없이 진행하는 춘앵무 중 탑탑고(塔塔高)라는 제자리걸음을 모티프로 한다.2장에서는 몸이 기억하고 자기 의속 속에 넣어뒀던 것을 꺼내 이 시대감각으로 표현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음악에 맞춰 표기된 동작의 편집이 아닌 사람들이 가진 인상, 경험 속에서 나온 몸짓을 발전시키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해체하는 작업들은 각 무용수의 몸이 가진 아카이브로서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43명의 국립무용단원이 미니멀하고 입체적으로 추는 군무와 다채롭고 자유롭게 추는 개인 춤 등으로 구성된 ‘행+-’은 그렇게 무용수 개개인의 역사가 녹아든 움직임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 집단과 개인, 규율과 자유 등 반대되는 개념들이 교차하고 얽히며 획일화된 행(Row)에서 다양한 행(Move)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획일화된 행(Row)과 실천 혹은 변혁의 ‘행’(Move)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행+-’에는 우리 전통의 궁중무 중 유일한 독무인 ‘춘앵무’에서 발견한 미니멀리즘과 기호적인 몸짓 등 컨템퍼러리 요소들이 강조된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는 음악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1장 음악의 핵심은 미니멀이라고 봤기 때문에 최소한의 요소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가운데서 무용수들이 구음을 내며 라이브로 음악을 만드는 게 시간을 기록하는 아름다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음악적 요소로 활용했습니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이어 “더불어 이동성이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민요에 새로운 자연 속 아주 작은 하나의 개체로 있던 개인이 내 몸의 의식 속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모험을 즐기는 몸으로 변한다”고 부연했다.“그렇게 하나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이 변화하고 함께 이동하게 되죠. 그래서 음악도 시간과 공간 두 가지가 이동하는 과정을 디벨롭하고 관객들도 음악을 통해 시공간의 이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전통과 현대를 분리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 장현수 단원의 표현처럼 ‘행+-’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춤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각자의 춤을 미니멀하면서도 한국적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는 안애순은 옥스포드 무용사전, 세계현대춤사전에 등재된 한국적 컨템퍼러리 무용의 대표주자로 그의 바탕 역시 한국적인 것이다.국립무용단 신작 ‘행+-’ 안애순 안무·연출(사진제공=국립무용단)“형태적인 면에서 예를 들자면 서양의 춤이 하늘을 향해 추는 춤이라면 우리 전통춤은 땅에 디딤을 통해 신체의 움직임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땅을 중심으로 몸을 움직이는 한국 춤에 장착된 박자와 호흡이 있고 상체나 손의 흐름을 운영하는 방식, 철학이 있죠.”그리곤 “사실 저는 한국적인 걸 고수한다기보다는 제 춤사위를 추적하다 보면 어디에 기본을 두고 내 신체를 운영하고 움직이느냐를 알게 된다”고 털어놓았다.“이러한 요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전적으로 내려와 자기 몸에 장착돼 있는 것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현대화 작업을 통해 과감하게 벗어나려고도 하지만 한국적인 요소들이 기본으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9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김희재 “그럴 수 있어, 그 마저도 내 삶의 한 페이지”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리마 코세이 역의 김희재(사진제공=티엔엔터테인먼트)“저는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아요. 살다 보면 우여곡절도 있고 힘든 시절도 있어요. 행복한 순간만 있을 순 없잖아요. 그런데 그걸 어른답게 잘 극복해 나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또 성장하는 것 같고 그만큼 또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는 것 같고…그래서 요즘 저는 행복해요.”‘모차르트!’에 이은 두 번째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8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비운의 피아노 천재 아리마 코세이(김희재·윤호소·이홍기, 이하 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김희재는 이렇게 밝혔다.“예전이라면 되게 예민할 수도 있는 누군가의 실수에도 ‘그럴 수 있어’라고 너그러운 혹은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생기고 그러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누구나의 그 시절을 소환하는 ‘4월은 너의 거짓말’ 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포스터(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누구나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이 다 있잖아요. 그때 좋아했던 혹은 어떤 영향을 준 사람들도 있죠. 제 팬분들이 이 작품을 보시고 ‘나는 저 나이 때 뭐 했지’ ‘저 나이 때 누구와 어떤 사랑을 했지’라고 회상을 많이 하셨데요. 그래서 저희 작품을 보시면 그 당시를 회상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생에 뭔가 아픔이 왔을 때 그 아픔을 저희가 위로하고 다독여드릴 수 있는 따뜻한 감동이 있죠.”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아라카와 나오시 원작 만화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엄마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신의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아리마 코세이가 자유로운 영혼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미야조노 카오리(이봄소리·정지소·케이)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코세이도 너무 힘들었지만 카오리를 만나 결국 극복해내는 것처럼 모두가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잖아요. 그런 시절들을 겪으며 성장해나가야 비로소 훌륭한 어른이 되는 거니까요. 사실 저도 아무 것도 모르고 연예계에 데뷔해서 힘든 일이 많았어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도 보고 떨어져도 봤다가 가요제 나가서 상도 못받아봤다가 버스비 2, 3만원이 없어서 참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그 하나 하나를 극복했던 그 때도 제 인생의 한 페이지인 것 같아요.”최근 일본 공연계를 휩쓴 2.5차원 뮤지컬(2.5次元ミュ-ジカル,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무대로 실사화하는 뮤지컬)인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드라큘라’ ‘웃는 남자’ ‘마타하리’ ‘엑스칼리버’ ‘몬테크리스토’ 등으로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이 넘버를 꾸리고 ‘가구야 공주 이야기’ ‘메리와 마녀의 꽃’ 등의 사카구치 리코가 대본을 집필해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초연됐다.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코세이, 카오리와 더불어 코세이의 친구이자 카오리의 짝사랑 상대 와타리 료타(김진욱·이재진·조환지), 코세이와 료타의 소꼽친구 사와베 츠바키(박시인·황우림) 등 저마다의 꿈을 향해 내달리며 발버둥치는 청춘들의 성장극이다.한국 초연은 ‘인터뷰’ ‘스모크’ ‘프리다’ 등의 추정화 연출과 ‘웨딩플레이어’ ‘와일드그레이’ ‘미드나잇’ ‘오디너리 데이즈’ ‘투모로우 모닝’ 등의 이범재 음악감독이 합류해 6월 28일 개막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게 어떻게 흘러갈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 즈음 마침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을 다녀왔는데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님들께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을 아시는지를 여쭸어요. 10분 중 8명은 아실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더라고요. 영화를 3번, 애니메이션을 2번 보면서 코세이가 가진 트라우마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죠.”◇풋풋함으로 무장한 코세이가 되기 위해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리마 코세이 역의 김희재(사진제공=티엔엔터테인먼트)“애니메이션은 너무 아름답고 예쁘고 정말 동화 속처럼 표현이 돼요.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나 톤이 있죠. 이걸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죠.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누군가를 보는 듯한 현실적인 영화 속 코세이 역 배우(야마자키 켄토)를 좀 참고했어요.”만화나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과장된 표현이나 톤을 그대로 표현해야할지 일상적으로 바꿔야할지 고민했다는 그는 “동선이나 모션은 영화에서, 성격이나 대사 톤은 원작 느낌을 살려 애니메이션에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리마 코세이 역의 김희재(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고등학생 때는 세상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어요. 오늘은 맥도날드 빅맥을 먹을까, 롯데리아 새우버거를 먹을까 고민하며 설레하곤 했죠. 전공실기에서는 어떤 친구가 어떤 댄스나 노래를 보여줄까 생각하면서 학교 가는 길이 마냥 행복했었어요. 그 시절 학교 안, 친구들 사이에서 가졌던 순수한 마음, 최대한 때 묻지 않은 아이를 보여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첫 뮤지컬 ‘모차르트!’때부터 매회차 영상녹화를 통해 모니터링을 한다는 그는 “준비를 좀 오래 하면 자신감이 생기는 편”이라며 “원래 길었던 머리도 자르고 코세이스러운 안경도 홍대를 돌아다니며 직접 구매하며” 코세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김희재는 만화원작, 애니메이션, 드라마 그리고 다른 뮤지컬과는 차별화되는 ‘4월은 너의 거짓말’만의 매력을 “넘버와 풋풋함”이라고 꼽았다. “코세이의 트라우마를 대변하면서 극을 여는 ‘나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등 넘버가 가진 힘이 굉장해요. 카오리가 부르는 대표 넘버 ‘작은 별’도 코세이한테 우리 같이 다시 한번 해보자는 용기와 에너지를 주죠. 다른 뮤지컬과 차별화되는 매력은 10대들의 이야기인만큼 풋풋함인 것 같아요.”그는 원작만화의 팬인 추정화 연출을 비롯해 같은 역할의 FT아이랜드 이홍기·윤소호, 카오리 역의 이봄소리 등 오랜 뮤지컬 경력자들과 WSG워너비(윤은혜, 나비, 이보람, 코타, 박진주, 조현아, SOLE, 소연, 엄지윤, 권진아, 흰, 정지소) 멤버이자 ‘더 글로리’의 문동은(송혜교) 아역으로 이름을 알린 연기자 정지소 등에게 “도움을 받아 무대를 꾸렸다”며 “저 역시 코세이처럼 I(MBTI 중 내향) 성향이 90%가 넘는 사람”이라고 털어놓았다.“대범한 스타일도 아니고 조용한 집돌이에요. 4, 5일 동안 집을 안나가기도 하죠. 무대 아래의 청년 김희재는 그냥 코세이 같아요. 그래서 코세이의 소심함 등을 표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엄마를 잃은 슬픔과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상황을 대입해 감정을 표현하면 되겠구나 했죠.”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극 중 코세이가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는 트라우마는 “한참 ‘사랑의 콜센터’ ‘뽕숭아 학당’ 등에 출연하며 너무 바쁠 때 심각한 역류성 식도염으로 노래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빗댔다.“노래를 하는데 뭐가 자꾸 넘어와요. 잠도 많이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챙겨 먹어선지 역류성 식도염이 심하게 와서 노래하는 게 무서웠던 경험이 있어요. 연습할 때는 잘 되는데 이상하게 무대에만 서면 트라우마처럼 노래가 안되는 거예요. 제가 생각한 만큼 못해서 너무 속상하고 무대에서 또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심해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극도로 긴장하곤 했죠. 연습한 시간을 ‘그래도 믿고 가보자’ 마인드 콘트롤을 하면서 이겨냈어요.”◇또 다른 기회 뮤지컬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볼거야!”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저는 비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요. 힘들어서 울고 싶은데 비가 내 대신 울어주는구나 싶어서 그 비가 되게 위로해 주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쨍한 날보다 비오는 날이 너무 좋아요.”그리곤 “그래서 제가 해군을 갔다” 눙치며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는 게 힐링이고 좋아하는 바다 등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리마 코세이 역의 김희재(사진제공=티엔엔터테인먼트)“뮤지컬을 하면서 10, 20대 그리고 남자 팬분들도 좀 생겨서 참 좋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들이 있어요. 저는 실용음악을 공부했고 트로트를 하고 있어요. 그런 제가 뮤지컬에 도전해 잘 한다면 이후에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다른 음악 장르를 하다가 트로트를 하게 된 후배님들이 도전할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작은 바람은 있습니다.“실용음악과 재학시절 전공 실기시험에서 ‘황태자 루돌프’의 ‘날 시험할 순간’을, ‘사랑의 콜센터’에서는 ‘피맛골연가’의 넘버를 부를 정도로 뮤지컬을 좋아했다는 그는 두 작품(황태자 루돌프, 피맛골연가)을 비롯해 ‘모차르트!’ ‘지킬앤하이드’ ‘킹키부츠’ ‘프랑켄슈타인’ ‘벤허’ ‘웃는 남자’ ‘베토벤’ ‘일테노레’ 등의 뮤지컬 배우 ‘박은태 닮은꼴’로 알려지기도 했다.“한번도 못 뵈었고 저의 존재도 모르실 테지만 같이 노래할 수 있다면 진짜 영광일 것 같아요. 어떤 작품, 역할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기회가 주어지면 뮤지컬을 계속 하고 싶어요. 뭔가 되게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힘든 세상을 잘 헤쳐 나가는 청년가장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그리곤 “저에겐 어떤 작품이나 역할이 어울릴까요?”라는 그의 반문에 ‘빨래’ 솔롱고, ‘웃는 남자’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 ‘마타하리’ 등 다양한 작품들이 난무했다.“제가 추구하는 모토와 비슷한 대사가 있어요. 카오리의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볼거야’로 시작하는 대사예요. 나를 응원해 주고 바라봐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카오리의 신을 제일 좋아하죠. 그 대사가 큰 울림과 감동을 줬거든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9 17: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다소 뻔한? 그래서 재밌는!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1930년대 통속 여류소설가 김말봉의 생애와 작품을 담은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8월 10일 인천서구 청라복합문화센터 청라블루노바홀, 8월 18~25일 명동예술극장, 8월 31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 9월 4일 광주광역시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가 전국투어에 나선다. 정안나 연출이 이끄는 극단 수수파보리 작품으로 2022년 대학로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초연된 후 2023년 재연됐다. 공연과 이론 작품상,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연출부문 등을 수상했고 지난 6월에는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포스터(사진제공=수수파보리)이번 전국투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4지역맞춤형중소규모콘텐츠유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예술 활성화를 위한 행보다. 김말봉은 남성 중심으로 근현대 문화예술사가 쓰여지던 일제강점기 ‘밀림’ ‘찔레꽃’ ‘망명녀’ ‘고행’ ‘화려한 지옥’ 등으로 사랑받았던 작가다.스스로를 ‘통속소설가’로 칭했던 그는 황해도 재령의 명신학교 교원, 중외일보 기자 등으로 근무하다 1932년 보옥(步玉)이라는 필명으로 쓴 단편소설 ‘망명녀’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고행’ ‘편지’에 이어 ‘밀림’ ‘찔레꽃’을 각각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통속소설가로 사랑받았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그의 생애와 작품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을 만담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바람난 남편을 코믹하게 풀어낸 ‘고행’은 남성 중심의, 여성의 희생과 인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를 향한 발차기처럼 보인다. 그의 대표작인 ‘찔레꽃’은 가난하지만 청순하고 아름다운 정순이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입주 가정교사로 부잣집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시탐탐 정순을 노리는 음흉한 눈길의 주인 할아버지, 인연이라 굳게 믿었던 약혼자 민수, 주인 집의 장남 경구와 딸 경애 등이 정순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여전히 사랑받는 K막장의 원조격이다..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생 오채옥과 황영빈, 그의 연인 백송희의 비극을 담은 ‘화려한 지옥’은 여성들의 연대, 공창제(1916년부터 1948년까지 일본에 의해 식민지 조선에서 실시된 성매매 관리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제시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극 중 극으로 소개되는 세 작품과 더불어 “순수귀신을 버리라!” “대중을 위한 작품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 일갈하던 김말봉의 예술관을 살려 당시의 다양한 대중문화예술 요소들로 꾸린다.  당시를 풍미했던 변사를 모티프로 한 만담꾼과 해설자가 등장하고 인형을 활용하는가 하면 음악그룹 더 튠(이성순, 고현경, 이유진, 송한얼)이 1930년대 대중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격동의 시대를 관통했던 유행가 신민요를 비롯해 동요, 만요(코믹송), 가요 등으로 재미를 더한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연극 ‘햄릿’ ‘라스트세션’ ‘오펀스’ ‘두 교황’ ‘올드 위키드 송’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과 드라마 ‘닥터 차정숙’ ‘천원짜리 변호사’ ‘블랙의 신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의 남명렬을 비롯해 김말봉 역의 이한희, 해설자 김정우, 김하진 그리고 각 작품 별로 다른 역할을 소화하는 문경희, 신정은, 이진철, 임윤호, 이태희, 김단경 등이 출연한다. 고단했던 시대를 민중들과 더불어 관통한 음악들, 맛깔 나는 배우들의 연기, 남성 중심의 식민지 시대를 ‘통속’으로 주름잡았던 김말봉과 그의 파격적인, 지금까지 사랑받는 K막장 드라마의 원조는 뻔하지만 그래서 여전히 흥미롭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7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인정욕구, 음악덧칠, 무경계 그리고 굳히기! 유채훈 “40세 안에 자작곡으로만 꾸린 앨범을 목표로!”

세 번째 미니앨범 ‘스푸마토’를 발매한 유채훈(사진제공=모스뮤직)“최근 권지수 작곡가님과 작곡공부를 시작했어요. 시도 때도 없이 그냥 떠오르는 멜로디를 녹음해두고 있죠. 마흔 전에는 한번 해보지 않을까요. 2년 반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는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세 번째 미니앨범 ‘스푸마토’(Sfumato)를 발표한 유채훈은 “전체 앨범을 자작곡으로만 채우는 날은 언제일까”라는 질문에 “마흔 전”이라고 답했다.그는 JTBC ‘팬텀싱어’ 시즌3에서 우승한 크로스오버그룹 라포엠(LA POEM, 박기훈·유채훈·정민성·최성훈) 리더로서 팀의 미니 2집 음반 ‘더 알키미스트’(The Alchemist) 수록곡인 ‘블라스트’(Blast)의 메인 멜로디를 쓰는 등 “소심하지만 야금야금 시도 중이었다”고 귀띔했다.“콘서트에서 ‘아티스트’라고 적힌 비표를 보며 부끄러웠어요.”유채훈(사진제공=모스뮤직)하나의 완곡을 넘어 40세 이전에 전곡을 자작곡으로 꾸린 앨범 발매를 목표로 본격적인 작곡공부에 돌입한 그는 스스로를 “아직은 아티스트가 아닌 그냥 보컬리스트”라고 정의하며 이렇게 고백했다. “저는 진짜 창작자인 아티스트가 아닌, 아직은 그냥 보컬리스트예요. 저만의 해석이 들어가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거든요. 제 이야기를 제 작품으로, 예술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결국 그게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거든요.”◇‘이지리스닝’ 곡들로 경계를 넘나드는 미니 3집 ‘스푸마토’“이번 앨범은 뭐랄까 누구나 들었을 때 좀 편안한 앨범이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힘들고 우울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좀 편하고 릴렉스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요. 그간은 사운드가 웅장하거나 가창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 타이틀곡이었다면 이번 ‘여름시’는 조금 힘을 덜어내고 편안하게 들으실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곡이죠.” ‘스푸마토’는 “저에게 집중해 달라”는 ‘인정욕구’를 드러낸 ‘포디움’(Podium), 물감을 두텁게 덧칠하는 유화기법처럼 음악덧칠을 한 ‘임패스토’(Impasto)에 이은 세 번째 미니앨범으로 무경계의 다양한 음악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대중들이 들었을 때도 위화감 없이 편하고 쉽게, 멜로디가 좋아서 가볍게 흥얼흥얼 거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이렇게, 고음임에도 덜 힘들게 부르는 노래가 진짜 어려워요. 부르기는 힘들지만 듣기는 편한 그런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유채훈 미니 3집 앨범 ‘스푸마토’(사진제공=모스뮤직)이탈리아어로 ‘연기처럼’이란 의미의 앨범명 ‘스푸마토’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가 명명한 회화용어로 물체의 윤곽선을 명확히 구분지을 수 없도록 안개처럼 자연스럽게 번지듯 표현하는 명암법을 일컫는다.“각 트랙마다 이런 스타일도 있네, 유채훈이 강한 노래나 신나는 노래도 부를 수 있네…그렇게 느끼고 다양하게 즐기실 수 있는 노래들로 꾸렸어요. ‘드림’도 제 앨범 치고는 부드럽지만 예상 가능한 곡이라면 ‘여름시’는 보다 색다르게 들려드릴 수 있는 곡인 것 같아요.”‘여름시’와 ‘드림’을 둔 타이틀곡 경쟁(?)은 꽤 치열했다. 앨범작업을 함께 한 스태프들와 회사 관계자들 뿐 아니라 멤버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정)민성이는 무조건 ‘여름시’라고 했고 (최)성훈이는 ‘드림시’, (박)기훈이는 ‘도시음’을 좋아했죠. 기훈이가 되게 아쉬워하길래 나중에 커버 한번 해달라고 했어요.”◇‘찔레꽃’부터 ‘도시음’까지 “경계 없이 다양한 음악 들려드릴게요!”유채훈(사진제공=모스뮤직)“제가 원체 장사익 선생님의 ‘찔레꽃’을 좋아해서 공연에서 커버로 한번 부르고 싶어서 시작한 작업이었어요. 만약 리메이크 앨범을 낸다면 꼭 넣고 싶은 곡이기도 했죠.” 타이틀곡 ‘여름시’(夏時)를 비롯해 ‘드림’(Dream), ‘저니’(Journey), 장사익 곡을 재해석한 ‘찔레꽃’ 그리고 강렬한 비트의 ‘도시음’까지 곡들의 성향도 꽤 다채롭다. 장사익의 동명곡을 리메이크한 ‘찔레꽃’은 1년도 전에 편곡해 녹음한 곡이다.유채훈(사진제공=모스뮤직)“장사익 선생님께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녹음을 해두고 어떤 앨범에 넣으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1년을 묵혀두다가 이번 앨범 1번 트랙이면 분위기가 잡히겠다 싶어서 수록했죠. 제가 클래식한 곡을 부르는 걸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이 새롭게 또 좋아해주실만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다시 녹음했습니다.”이어 “언젠가 1년 전 부른 곡과 새로 부른 앨범 버전을 들려드려야 겠다”며 “멜로디도, 리듬도 야금야금 바꿨다. 장사익 선생님께서 유채훈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신선하게 들어주시기를, ‘1년 간 애썼네’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그리고 제가 음원 사이트에서 이전 앨범 중에 어떤 곡이 스트리밍이 많이 됐나를 분석해 보니 타이틀곡 보다 ‘산책’ 등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많이 들으시더라고요.”멤버 정민성에게 정보를 얻어 음원 사이트를 분석하면서 그는 “나의 이런 목소리도 좋아해주시는구나, 음원과 공연은 정말 다르구나…좀 많이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지리스닝’에 집중하면서 ‘스푸마토’ 수록곡 중 색다른 곡은 ‘도시음’이다. 걸그룹 다이아 출신의 작사가 기희현이 유채훈의 활동과 행보를 고려해 스토리텔링한 곡이다.“조용필 선배님의 ‘꿈’처럼 화려한 도시에 와서 꿈을 키우는 저의 이야기를 만들어주셨죠. 작사가님이 이렇게 해주신 적은 처음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작곡은 (앨범 책임프로듀서이자 ‘도시음’ 작곡가) 권지수 작곡가와 제자들이 같이 해주셨어요. 콘서트에서 빨리 한번 속시원하게 부르고 싶은 곡이죠.”◇그가 말하는 ‘이런 애’ “그저 싱어, 노래하는 유채훈”유채훈(사진제공=모스뮤직)“팬들한테는 선물 같은, 처음 저를 접하시는 분들도 ‘이런 애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선사하고 싶어서 신경을 좀 많이 썼어요.”‘여름시’ 뮤직비디오 아이디어까지 직접 낸 그는 스스로 생각하는 “이런 애”에 대해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크로스 오버는 범위가 너무 넓어요. 그저 클래식을 배웠고 그걸를 접목한 저만의 톤과 창법이 생겼죠. 그렇게 클래식을 기반으로 크로스 오버스타일 곡은 물론 팝, 가요, 이지리스닝 발라드를 부르는 다재다능한 가수가 저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저 ‘싱어’, 노래하는 유채훈이라고 소개하는 게 너무 좋아요.”유채훈(사진제공=모스뮤직)‘포디움’의 ‘인증욕구’, ‘임패스토’의 ‘음악덧칠’, ‘스푸마토’의 ‘무경계’를 잇는 다음 스텝에 대한 질문에 유채훈은 “굳히기!”라고 답했다.“다음은 경계를 넘기 보다 ‘굳히기’를 단계 같아요. 학장시절 제가 너무 좋아했고 크로스오버 계의 선구자이신 임태경 선배님,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처럼 되고 싶었어요. 저 스스로는 물론 라포엠 멤버들과 함께 그런 분들의 계보를 잇는 가수가 되면 좋겠어요.” 그가 롤모델이라고 밝힌 안드레아 보첼리는 ‘나비부인’(Madame Butterfly)의 핑커톤, ‘토스카’(Tosca), ‘카르멘’(Carmen)의 돈 호세 등으로 오페라 무대에 올랐고 임태경은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로미오와 줄리엣’ ‘팬텀’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 ‘나폴레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황태자 루돌프’ ‘모차르트!’ ‘베르테르’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팬텀싱어’ 출연 전 활동 팀이었던 크로스오버그룹 어썸(Awesome) 멤버 길병민 등과 인연이 깊은 뮤지컬이나 오페라 무대에 대해서는 단호했다.“경계를 넘나든다고는 하지만 오페라 아리아나 뮤지컬은 제 영역이 아니에요. 저 보다 더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고 연기는 제 깜냥도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몇번인가 뮤지컬 캐스팅 제의가 있기도 했지만 저에겐 어울리지 않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그런데도 아쉬움은 남아서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디파잉 그래피티’(Defying Gravity)나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중 ‘뮤직 오브 더 나이트’(The Music of the Night) 등은 종종 공연에서 부르기도 한다”는 그는 한국 옛가요를 가곡 느낌으로 변주한 곡 발표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정미조 선생님과 듀엣으로 ‘떠나요’를 부르면서 접한 (정미조의 노래) ‘귀로’ ‘석별’ 등이 귀를 떠나지 않아요. 그런 한국 옛날 곡들은 가곡 느낌으로 해석해 클래식 정서를 입혀 앨범을 내고 싶어요. 막연하게 생각 중이긴 한데 저는 생각하면 못 참고 결국은 하거든요?” 유채훈(사진제공=모스뮤직)더불어 “한국가곡 앨범을 내보고도 싶다”며 “진짜 좋은 곡이 많은데 잘 안 알려져 답답하다. 제가 중재자처럼 무겁고 어렵지만 가사도 멜로디도 좋은 가곡들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진짜 유명한 성악가 선생님들의 정통 가곡도 한번 들어보시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팬분들이 일 디보나 안드레아 보첼리처럼 가곡, 성악 앨범 등을 듣고 싶어 하시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저도 크로스오버 앨범을 내보고 싶어요. 제 개인 그리고 라포엠으로도요. 저는 어떤 변주든, 어떤 장르든 즉각적으로 전환되는 가수이고 싶어요. 그게 저의 장점이기도 하죠. 어떨 때는 일 몬도(Il Mondo)를 부르는 유채훈, 어떤 때는 ‘여름시’를 부르는 유채훈이 바로바로 튀어나올 수 있는 그런 가수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7 16: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오페라 ‘오텔로’ 지휘자 카를로 리치 “핵심은 베르디”, 테너 이용훈 “어쩌면 나를 닮은!”

오페라 오텔로 출연진. 왼쪽부터 데스데모나 역의 흐라추이 바센츠, 오셀로 이용훈, 카를로 리치 지휘자, 오셀로 테오도르 일린카이, 이아고 니콜로즈 라그빌라바, 데스데모나 홍주영(사진제공=예술의전당)“사실 ‘오텔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페세 베르디(Giuseppe Verdi)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극장의 남자’(Man of Theatre)죠. 굉장히 특별한 접근 방식이 있어요. 베르디 음악은 음 하나 하나가 그냥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드라마에 딱 맞아서 선택한 것들이죠. 그만큼 오케스트라에게도 드라마가 중요합니다.”카를로 리치(Carlo Rizzi) 지휘자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Royal Opera House) 프로덕션 오페라 ‘오텔로’(Othello, 8월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음악 특징을 “드라마”라고 짚었다.2017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30년만에 자체제작해 키스 워너 연출로 2017년 코벤트가든에서 초연한 오페라 ‘오텔로’(사진제공=예술의전당)“특히 ‘오텔로’는 시작부터 100마일로 굉장히 빠르게 달리는 페라리에 올라탄 느낌이죠. 그 첫 20분은 어떤 오페라에서도 듣도보도 못한 전개입니다. 베르디의 이 오페라가 갖고 있는 드라마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제가 해야할 역할이죠.”오페라 ‘오텔로’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30년만에 자체제작해 키스 워너(Keith Warner) 연출로 2017년 코벤트가든(Covent Garden)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카를로 리치 지휘자의 표현처럼 ‘극장의 남자’인 베르디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4대 비극 중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오페라 ‘오텔로’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베네치아의 무어인 용병 출신 장군 오셀로가 이아고의 부추김에 아내 데스데모나와 충직한 부하 캐시오를 의심하며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무어인이자 노예 출신이라는 오셀로의 자격지심을 통해 질투와 배신, 사랑과 증오, 열등감 등 인간 본연의 심리와 더불어 인종차별, 의처증, 콤플렉스, 열등감 등 현대까지도 이어지는 사회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오셀로는 테너 이용훈과 테오도르 일린카이(Tedodor Ilincai), 이아고는 바리톤 니콜로즈 라그빌라바(Nikoloz Lagvilava)와 마르코 브라토냐(Marco Vratogna), 데스데모나는 소프라노 흐라추이 바센츠(Hrachugi Bassenz)와 홍주영이 연기한다. “한국에서의 데뷔는 ‘오텔로’로 하고 싶었다”는 이용훈은 “테너다 보니 마리오 델모나코Mario del Monaco) 등 오델로를 대표하는 가수들을 동경하며 꿈을 키워왔다. 어느 오페라나 마찬가지지만 ‘오텔로’는 엄청나게 많은 보이스 컬러를 체인지해야만 작품의 맛을 살 수 있어서 빠져들었고 큰 도전이기도 하다”고 이유를 밝혔다.“무조건 소리를 크게 낸다기 보다 오셀로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갈등, 질투와 사랑 등을 텍스트 뿐 아니라 소리의 컬러, 감정 등을 버무려 표현해야하거든요. 델모나코는 하룻밤에 3개의 오페라를 부르는 것 같다 어려움을 얘기했고 ‘챌린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죠.”테오도르 일린카이는 “오셀로는 현실적인 캐릭터”라며 “우리는 매일, 지금도 현실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질투하고 배신한다.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라 복잡한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오페라 '오텔로'에서 오셀로로 무대에 오를 테너 이용훈(왼쪽부터)과 카를로 리치 지휘자, 오셀로 테오도르 일린카이(사진제공=예술의전당)“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성악가로서 그런 역할을 주세페 베르디의 완벽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셀로 뿐 아니라 이아고, 데스데모나 등 각 역할들의 성악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이용훈은 “백인들, 특히 유러피안들이 주류를 이루는 오페라 무대에서 동양인으로서 데뷔했을 때 오셀로와 같은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며 “2007년 라스칼라 데뷔 때는 초청으로, 커버가 아닌 퍼스트 캐스트로 무대에 서면서도 2주 동안 리허설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그 이유를 물었을 때 ‘넌 이탈리안이 아니잖아’라는 대답이 전부였죠. (백인 장군들 중 사이에서 유일한 무어인이었던 오셀로처럼) 저 혼자 이탈리안이 아니었거든요. 해외 무대 입문 과정에서 ‘오셀로’를 공부하면서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불어 오셀로는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테너를 위해 쓰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소심하면서도 강한, 연약함과 열등감, 데스데미나에 대한 사랑 등이 담겼어요. 그걸 제 목소리와 데뷔 초기 경험을 살려 표현하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BTS 뒤에 아미처럼… '팬덤'이 기업 키운다

지난 2019년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이 2차 팬 미팅·콘서트를 하고 있다. 이틀간 열린 이번 행사 스탠딩 좌석 4만5000석이 매진됐다.(연합)매우 열성적이거나 헌신적인 팬을 슈퍼 팬(Super Fan)이라고 한다. 슈퍼 아티스트와 슈퍼 팬사이에 형성되는  팬덤(Fandom)경제 규모는 막대하다. 팬덤은 ‘주말의 여정’이 아니라 ‘평생의 여정’이기 때문이다.아미(Army)와 방탄소년단(BTS), 스위프티(Swiftie)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슈퍼 팬과 슈퍼 아티스트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2년 한 해 미국 투어 콘서트 7회로 1억 1828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 세계 콘서트 매출액 순위 17위에 뛰어오른 BTS가 글로벌 눈길을 끌었는데, 그 배경에는 글로벌 아미의 사랑과 헌신이 있었다. 2023년부터 전 세계 음악 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거운 여성 가수인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의 기록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12회 공연에 9000달러 가까이 지출한 스위프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업들 ‘슈퍼 팬’을 잡아라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이미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슈퍼 팬’에 주목해 왔다. 수퍼 팬의 마음을 읽고 이들을 만족시킴으로써 콘텐츠의 흥행과 인기를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대중적인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딜로이트 2024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특정 콘텐츠와 플랫폼에 매우 열정적인 관심을 쏟고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세부 고객층인 슈퍼 팬 집중하는 것이 매우 큰 가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악, 영화, 비디오 게임, TV 프로그램,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의 슈퍼 팬들이 자신이 속한 팬덤의 문화와 가치를 전파하여 일반 대중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자신을 특정 아티스트 및 콘텐츠의 팬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소비자들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는다. 이러한 팬들은 평균적인 소비자보다 더 젊고 더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온·오프라인 콘텐츠 및 미디어의 성공을 이끌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영화관 및 라이브 공연 관객 수가 매우 적은 상황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팬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테일러 스위프트의 2023년 콘서트에 참석한 수백만 명의 팬들, 한국으로의 해외 여행을 예약하는 K팝 팬들, 그리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핑크색 옷을 맞춰 입은 영화 ‘바비’ 팬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친구, 지인에게도 자신이 열광하는 콘텐츠, 미디어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문을 낸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이러한 가치 있는 팬 그룹과의 관계를 가깝게 유지하고 어떻게 그들 사이에서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함으로써, 콘텐츠의 지적 재산(IP) 확장 전략을 수립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팬덤은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딜로이트의 설문 조사에 응답한 소비자의 37%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음악 팬들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다운로드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아티스트의 다양한 활동들을 팔로우 한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에서 음악 아티스트를 팔로우하고, 관련 머천다이즈(상품)를 구매하며, 아티스트가 참여 혹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청취한다. 음악 팬들의 약 3분의 1은 최근 3개월 내에 라이브 음악 콘서트에 참석하는 등 오프라인에서도 자신의 팬덤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적인 소비자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대부분의 음악 팬들은 주로 생동감 있는 경험을 위해 라이브 음악 콘서트에 간다고 응답했으며, 그러한 공연·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사회적, 공동체적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해리포터’프랜차이즈… 진화하는 팬덤의 세상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 비율 차이(슈퍼 팬 VS 일반 팬)출처: Deloitte, Digital Media Trends 2024 / 미국 소비자 3,517명 대상 조사영화 팬덤도 다양한 커뮤니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응답자의 약 4분의 1 이상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프랜차이즈나 시리즈에 대한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영화 팬들의 약 60%가 최근 3개월 내에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영화 관람객에 비해 약 40%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극장 방문 외에도, 영화 팬들은 팬 컨벤션 참석, 영화 촬영지 방문, 머천다이즈 구매, 테마파크 방문, 라이브·인터랙티브 경험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이 영화 팬들은 비디오 게임과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팬덤을 드러내는 데에 관심을 보였다. 영화 팬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TV쇼가 더 많이 비디오 게임의 형태로 제공되길 바라며, 게이머인 영화 팬의 60%는 더 많은 스타 배우가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길 원했다.‘해리포터’ 프랜차이즈는 기존 팬들과 신규로 유입된 팬 모두를 함께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 확장 모델로 볼 수 있으며, 콘텐츠 지적재산(IP) 확장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이 ‘해리포터 프랜차이즈’ 세계는 책에서 시작되었지만, 2001년 첫 영화 개봉 이후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테마파크, 상품, 비디오 게임, 스핀오프 영화, 심지어 브로드웨이 쇼로 확장됐다. 이 모델은 수십 년 동안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동시에 예전 팬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비디오 게임에 대한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들도 약 20%에 달했으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33세로 가장 젊은 특징을 보였다. 이 그룹은 일반적인 게이머보다 유료 비디오 게임 구독을 할 가능성이 높고, 주당 더 많은 시간을 비디오 게임을 하며 보낸다. 게임 팬덤은 이 팬들에게 커뮤니티, 사회적 교류, 소속감을 제공하며,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기반이 된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주로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하며, 42%는 실제 생활보다 게임 세계에서 더 많이 친구와 만난다고 답했다.게임 팬들은 비디오 게임 외에도 여러 형태의 미디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세계가 구현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에 응답한 비디오 게임 팬의 약 70%가 자신이 좋아하는 비디오 게임이 TV 쇼나 영화로 각색되기를 원했다.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이 영화화된 사례가 이러한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임 팬들은 오프라인 현실 세계에서도 그들의 팬덤을 즐기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팬들의 약 5분의 1은 자신이 좋아하는 비디오 게임과 관련된 팬 컨벤션 행사나 라이브·인터랙티브 경험, 테마파크 방문 등을 즐기고 싶어했다.프로스포츠 팀과 TV시리즈 팬덤에 대해 조사했을 때에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팬들은 일반적인 소비자들과 비교했을 때, 스포츠나 TV 시리즈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슈퍼 팬’으로 간주할 수 있는 소비자는 전체 설문조사 응답자의 약 10%를 차지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아티스트, 스포츠 팀, TV 시리즈, 영화 프랜차이즈, 비디오 게임에 대한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할 뿐만 아니라, 일반 팬들과 비교했을 때 콘텐츠 관련 소비 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이 수퍼 팬들은 평균적인 소비자나 일반적인 팬들보다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음악, 게임 서비스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러 소셜 미디어 플랫폼도 활용한다. 이 수퍼 팬 집단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상당한 시간과 돈을 소비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그룹이다.◇슈퍼 팬의 이상적 고객화박형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산업 리더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슈퍼 팬’을 만들고 이들을 유입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들을 활용하여 IP 확장 전략을 수립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열렬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퍼 팬들이 무조건 이상적인 고객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평균 소비자보다 더 많은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팬보다 훨씬 높은 해지율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 그룹은 지나치게 많은 엔터테인먼트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슈퍼 팬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해지율을 줄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놓칠 수 없는’ 콘텐츠·플랫폼 경험을 제공하거나 매력적인 번들링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브랜드, 제품, 서비스 및 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모든 소비자(일반적인 전체 대중)에게 어필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열정적인 ‘슈퍼 팬’ 그룹을 타겟팅하여 그들에게 집중적인 어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팬덤은 ‘주말의 여정’이 아니라 ‘평생의 여정’이다. 즉, 팬덤은 팬들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되기 때문에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콘텐츠와 캐릭터에 지속적으로 소비를 아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수퍼 팬들을 육성하고 이들의 관심과 열정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박형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산업 리더

2024-08-06 07:00 박형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산업 리더

[비바100] "피로야 두통아 가라!"… 코카콜라는 원래 강장제였다

(일러스트=김용수 기자 kys404@viva100.com)‘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무언가를 찾다가 실수로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탈리아의 사업가이자 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우연한 실수’로 생긴 ‘위대한 발명’에 관해 소개한다. 코카콜라, 커피, 샴페인 등 ‘우연’이 창조해 낸 48가지 성공 스토리가 흥미롭다. 특히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낸, 발명인들 특유의 집중력과 혜안, 창의력이 놀랍다.세렌디피티|오스카 파리네티|레몬한스푼 ◇ 약에서 천상의 음료로 ‘코카콜라’(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코카콜라는 원래 두통과 피로 치료에 탁월한 시럽으로 개발되었다. 애틀랜타의 약사였던 존 스티스 펨버턴이 1886년 5월 8일에 ‘와인 코카’ 제조법을 완성했다. 효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있었다. 한 잔에 5센트를 받고 팔기 시작했다. 알코올을 못 받아들이는 이들을 위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코카 잎과 콜라 너트 추출물에 탄산을 첨가한 것이 ‘신의 한 수’ 였다.그의 회계 담당자가 두 재료의 이름을 합치고 두 단어의 첫 자를 따 두 개의 C를 대문자로 표기해 오늘날의 상표가 만들어졌다. 팸버턴은 1888년 죽기 직전에 코카콜라 제조법과 상표 등을 2300 달러에 한 사업가에게 팔았고, 이후 다른 세 명의 사업가가 코카콜라 병입 및 판매의 독점권을 단돈 1달러에 사 지금 모양의 코카콜라가 탄생하게 되었다.◇ 악마의 검은 물로 배척받던 ‘커피’(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에티오피아 남서쪽 고지대 ‘카파’ 고원에서 염소를 방목하던 ‘칼디’라는 양치기가 있었다. 그는 ‘우연히’ 염소들이 붉은 베리를 먹는 것을 보고는, 이를 갈아 가루로 만든 뒤 뜨거운 물과 섞어 먹어보았다. 이것이 전설로 전해오는 역사상 첫 커피다. 이후 1300년대에 아시아와 페르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예맨에 도착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수령을 맞는다.처음 이슬람 권에서 커피는 ‘선지자의 검은 와인’이라 불렸다. 예맨의 항구도시 ‘모카’는 최초이자 최고의 커피 생산지이자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아라비카’의 주 생산지이자 커피의 수출기지가 된다. 유럽에선 ‘무슬림의 사악한 검은 물’이라며 한 때 배척당했으나 16세기 후반에 교황이 커피 맛과 향에 매료되면서 유럽 각지로 퍼져가게 된다.◇ 몽골인 죽이려다 역효과낸 ‘요거트’(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요거트는 발효에서 파생되어 우연히 탄생한 특별한 제품이다. 오랫동안 이를 즐겨 먹어 온 몽골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칭기스칸의 병사 중 한 명이 긴 사막을 횡단하다 지쳐 한 마을에 들렀다가 적군을 만났다. 적군은 병사의 물병에 우유를 채워주며 친구인 척 위기를 넘기려 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우유가 상해 병사가 중독될 것을 기대한 것이었다.하지만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우유가 발효되기 시작했고, 병사는 원시적인 형태의 이 요거트 덕분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를 계기로 징기스칸은 요거트의 힘을 확신하게 되었고 직접 모든 병사들에게 요거트를 먹으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몽골 사람들은 요거트가 힘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준다고 믿었다.◇ 손님 골탕 먹이려다 대박 낸 ‘감자튀김’(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이탈리아에서 ‘파타티네 프리페’는 프랜치 프라이 혹은 감자 칩이나 감자 크리스프를 의미한다. 감자는 유럽에 도입된 후로도 18세기까지는 애용되지 않았다. 익히면 별미인 감자를 생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감자 칩이 처음 등장한 것은 1700년대 중반이었다. 노점상 중에 누군가 감자 슬라이스를 끓는 통에 넣어 익힐 생각을 한 것이다.감자를 엷게 저며서 튀겨 포장한 감자 크리스프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조지 크럼이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요리사가 감자튀김을 맛 없다고 계속 되돌려 보내는 손님을 골탕먹이기 위해, 감자를 아주 얇게 썰어 튀김기에 넣고 소금을 듬뿍 뿌려 갖다 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대박을 쳤다. 감자 칩의 탄생 배경이다.◇ 부자의 전유물서 빈자들의 향신료로 바뀐 ‘고추’(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고추는 원래 가난한 사람들의 향신료였다. 9000여 년전 멕시코와 페루에서 시작해 5000년 전부터 재배가 시작되었다. 아즈텍과 잉카, 마야 사람들에게 고추는 신성한 식물이었다. 화폐로 사용되기까지 했다. 1492년에 콜롬버스가 맛에 반해 스페인으로 가져간 특산품 중 하나가 고추였다. 유럽의 상류층 귀족들은 즉각 고추의 마력에 빠졌다.하지만 그들은 이내 화분에 씨앗 몇 개만 심어도 고추가 번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쉬운 식물을 비싸게 대량 수입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존심 강한 일부 부유층은 아예 부엌에서 고추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후 고추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재료가 되었고, 지금은 그 종류만 3000종에 이를 만큼 소금 다음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조미료가 되었다.◇ 사회적 평등의 상징 ‘콘·막대 아이스크림’(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수 세기 전 로마제국 귀족들은 눈과 꿀, 과일을 사용해 ‘젤라또’를 만들어 먹었다. 이후 피렌체 귀족들이 우유·버터와 달걀을 추가했고, 파리에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당시엔 부자들의 특식이었다. 하지마 19세기 말에 작은 핫프레이트에 구워낸 웨이퍼가 출현하면서 큰 전기를 맞는다. 누군가가 이를 원통형으로 만들 생각을 했고, 아이스크림 콘이 탄생했다.막대 아이스크림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살던 프랭크 에퍼슨이라는 11세 소년이 만들었다. 1905년 겨울에 컵에 든 물과 소다를 작은 막대로 젓다가 깜박 잊고 있다가 순식간에 막대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그는 이 발명품을 1923년에 특허출원하면서 ‘팝시클’이라고 이름 붙였다.◇ 끓인 과일과 식초의 만남 ‘발사믹’(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발사믹’은 과일을 끓여서 얻은 시럽 ‘사바(saba)’가 자연발효해 만들어진다. 과일을 끓이는 것은 수 천년이 되었지만 사바와 식초를 섞으면 달콤 소스는 물론 훌륭한 보존재가 된다는 사실은 유연히 발견되었다. 훌륭한 발사믹 식초를 만들려면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올라야 하고, 오랜 시간동안 점점 줄어드는 용량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통들이 필요했다.‘발사믹’ 식초의 역사에는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그는 1805년 모데나에서 공작들의 웅장한 식초 저장고를 철거케 하고 지역의 부유한 가문들에게 팔게 했다. 보다 낮은 사회계층으로 발사믹이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어 150여 년 전에 제조법이 한 발사믹 전문가의 편지를 통해 처음 밝혀지면서 대중화 시대를 맞게 된다.◇ 옥수수 스프 실패로 탄생한 ‘켈로그 콘플레이크’(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1894년 미시간주 한 요양소의 의사 겸 관리자였던 존 켈로그는 동생인 윌과 함께 환자들을 위한 옥수수 스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실수로 옥수수가 딱딱해져 버렸고, 부서진 다량의 익힌 옥수수 조각들만 남게 되었다. 형제는 이를 불에 구워보았고, 이 ‘플레이크’를 따뜻한 우유가 담긴 큰 컵에 넣어 환자들에게 먹여 보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동생은 이 제품의 미래를 확신했다. 당장 형에게 특허를 내고 대량판매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형은 반대했고, 윌은 콘플레이크를 만드는 ‘켈로그’라는 회사를 만들고, 설탕을 추가한 제품으로 특허출원을 했다. 형에게는 50%의 회사 지분을 제안했지만, 형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 결국 동생의 승리로 소송은 끝났고, 형제는 죽을 때 까지 화해하지 않았다.◇ 와인의 치명적 결함에서 탄생한 ‘샴페인’(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샴페인도 일련의 사고들이 탄생했다. 프랑스 최북단의 상파뉴는 ‘테루아(terroir)’ 지역이다. 토양과 기후, 노하우 등 좋은 와인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다. 4000만 년에서 8000만 년 전 해양 생물이 퇴적하면서 형성된 백색 석회암이 와인에 독특한 성격을 부여한다. 해양과 대륙의 경계에서 여름이 짧고 뜨거워 포도가 늦게 익고 수확도 늦어진다.그런데 당시 와인에는 해동되자마자 또 한번 발효를 일으킬 수 있는 잔류 설탕과 효모가 종증 들어 있었다. 오래된 17세기 지하 저장소의 통에서 부분적으로 발효된 와인이 봄이나 여름에 온도 상승과 함께 이중 발효가 이뤄졌다. 이중 발효는 수 백년 동안 ‘결함’으로 간주되었지만 병 안에서 일어난 거품의 결과물은 ‘샴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불탄 맥아로 대히트를 친 ‘기네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아일랜드의 명물 기네스는 흑맥주로, 가벼운 크림 거품과 강렬한 맛이 특징이다. 설립자이자 양조 장인이던 아서 기네스가 1759년에 더블린에서 양조장을 만들었는데, 그의 창고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보관중이던 맥아의 일부가 불에 타버렸다. 의도치 않게 로스팅 된 맥아를 이용해 즉흥적으로 만들어 본 것이 기네스의 시작이었다.찰스 2세가 불에 칸 맥아로 만든 맥주를 항만 노동자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라고 명령하면서 기네스는 대중의 맥주가 된다. 기네스는 1941년에 세계 최대의 양조장을 확보했고, 오늘날에는 연간 20억 파인트의 맥주를 판매한다. 현재 기네스 그룹은 전 세계에 약 50개의 공장을 보유중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8-03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국제음악제’로 첫 내한 단 에팅거 마에스트로 “한국과는 운명!”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아티스트들. 왼쪽부터 바리톤 김태한·박주성, 단 에팅거 지휘자, SCA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 문바래니, 에레테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 첼리스트 박성현(사진=허미선 기자)“저는 운명을 믿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일이든 일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믿는 운명론자죠. 예술의전당이 저를 선택했지만 저 역시 너무나 적절한 타이밍에 한국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지휘자로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월 6~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홀)를 열고 닫을 단 에팅거(Dan Ettinger)는 첫 내한에 대해 “운명”을 언급했다. 그리곤 “급부상하는 지휘자”로 주목받았던 10년 전 처음 만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문바래니와의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유럽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누가 있는지는 일부러 보지 않았습니다. 정규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콘셉트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는 분이 있다면 서프라이즈 하고 싶었거든요. 와보니 (문바래니) 악장님이 계셨죠.”‘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로 10년만에 재회한 SCA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 문바래니(왼쪽)와 단 에팅거 지휘자(사진=허미선 기자)지난해까지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로 열리던 ‘국제음악제’는 단 에팅거 지휘자가 이끄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오프닝 콘서트’(8월 6일)와 ‘클로징 콘서트’(8월 11일)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들로 꾸린다. “국제음악제라는 자체가 아주 훌륭한 음악, 여러 예술가와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협주곡, 교향곡, 피아노 연주곡 등 레퍼토리도 다양하죠. 굉장히 웅장하고 진지한 음악과 더불어 축제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레퍼토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이렇게 전한 단 에팅거는 프란시스 풀랑크(Francis Poulenc)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 FP 61’(Concerto for 2 Pianos in D minor FP 61)과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의 ‘교향곡 제4번 E장조-낭만적’(Sinfonie Nr.4 Es-dur ‘Romantische’)으로 꾸린 ‘오프닝 콘서트’에 대해 “저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지휘자”라며 “저는 사실 브루크너와 모차르트를 같이 했었는데 이번엔 풀랑크를 하면서 굉장히 새롭고 대조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브루크너는 바로크 뮤직이나 바흐의 느낌들도 있지만 그 안에 또 다른 정서가 있어서 선곡했습니다. ‘클로징 콘서트’는 굉장히 재밌습니다. 교향악과 오페라를 같이 공연하기는 저도 처음이거든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굉장히 훌륭한 역량을 가진 연주자들로 구성돼 가능한 프로그램이죠.”‘클로징 콘서트’에서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오페라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 서곡, ‘아이다’(Aida) 중 ‘청아한 아이다’(Celeste Aida),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의 ‘카발레리아 투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간주곡,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토스카’(Tosca) 중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 ‘투란도트’(Turandot) 중 ‘공주는 잠 못이루고’(Nessun Dorma)를 테너 백석종과 선보인다. 이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의 ‘세헤라자데 Op.35’(Scheherazade)로 마무리한다.“베르디, 마스카니, 푸치니의 오페라 뿐 아니라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까지 스토리가 있어요. 오페라 뿐 아니라 림스키-코르사코프 곡이 가진 스토리까지를 교향악적으로 풀어가면서 연주자들의 역량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관계자들(사진=허미선 기자)이번 ‘국제음악제’에서는 단 에팅거가 이끄는 ‘오프닝 콘서트’ ‘클로징 콘서트’와 더불어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듀오 피아노 콘서트’(8월 7일), ‘이모젠 쿠퍼 피아노 리사이틀’(8월 8일), ‘피터 비스펠베이 첼로 리사이틀’(8월 10일, 이상 콘서트홀), ‘아레테 콰르텟’(바이올린 전채안·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 8월 9일 이하 IBK챔버홀), ‘율리우스 아살 피아노 리사이틀’(8월 10일) 등 8개의 초청공연이 진행된다.‘아레테 콰르텟’은 레오시 야나체크(Leos Janacek) ‘현악 4중주 제1번 JW VII/8 크로이처 소나타’(String Quartet No. 1, JW VII/8, ‘Kreutzer Sonata’), ‘현악 4중주 제2번 JW VII-13 비밀편지’(String Quartet No.2 JW VII-13 ‘Intimate Letters’)와 벨라 버르토크(Bela Bartok)의 ‘현악 4중주 제5번 Sz 102, BB 110’(String Quartet No. 5 in Bb Major Sz. 102)을 연주한다.이에 대해 아레테 콰르텟 첼리스트 박성현은 “야나체크와 버르토크는 동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라며 “두 작곡가의 현악 4중주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시면 낯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민속적인 리듬을 많이 사용한 작곡가들”이라고 소개했다.“북유럽의 체코, 헝가리 등은 굉장히 어색하거나 낯설게 느끼지만 음악은 한국과 굉장히 비슷해요. 저희 공연을 통해 관심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죠. 한국적인 리듬과 더불어 유럽 느낌도 물씬 한 곡들입니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초청 프로그램과 더불어 두 바리톤 성악가 박주성·김태한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선사하는 듀오 콘서트(8월 7일), 9명의 호른 연주자들이 선사하는 ‘코리안 혼 사운드’(8월 11일, 이상 IBK챔버홀), ‘위재원 바이올린 리사이틀-현(String)의 세계’(8월 7일. 이하 리사이틀홀), ‘아벨 콰르텟’(바이올린 윤은솔·박수현, 비올라 박하문, 첼로 조형준 8월 8일), ‘트로이 앙상블-그림과 해설로 만나는 시대의 미(美)’(8월 9일), ‘안용헌 기타 리사이틀’(8월 10일), 박연민 피아노 리사이틀 ‘To Franz, From Franz’(8월 11일) 등 7개의 공모선정 출연진·프로그램이 공연된다. 아레테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은 다채로운 음악들을 만날 수 있는 ‘국제음악제’의 지속성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한국에서 다채롭고 다양한 앙상블, 솔로, 오케스트라 등을 다 들을 수 있는 ‘국제음악제’ 같은 페스티벌이 있다는 자체가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이런 연주들의 기회가 내년, 후년, 내후년까지 계속 지속돼 열리면 굉장히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2 23:2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독일가곡으로 무장한 바리톤 박주성·김태한 “정확한 언어구사력, 저희만의 해석 그리고 다채로운 음색들로!”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바리톤 듀엣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뢰베를 떠올렸어요. 뢰베는 발라드 곡이 유명한데 정확한 캐릭터가 있고 내레이터가 있는, 이야기를 선사하는 형식인데 저희 둘 다 오페라 가수다 보니 캐릭터를 나눠 다채로운 목소리로 표현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었죠.”바리톤 박주성은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월 6~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에서 바리톤 김태한과 함께 선사할 ‘올루프 씨 Op.2-2’(Herr Oluf), ‘바다를 건너는 오딘 Op.118’(Odins Meeresritt)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바리톤 박주성(사진제공=예술의전당)실제 바리톤 성악가이기도 했던 카를 뢰베(Johann Carl Gottfried Loewe)는 지휘자이자 오르가니스트로 성악 발라드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올루프 씨’ ‘바다를 건너는 오딘’은 뢰베가 슈라이버(Aloys Wilhelm Schreiber)의 시를 바탕으로 꾸린 가곡으로 헬골란트의 대장장이 올루프, 북유럽 신화 속 마법과 지혜, 시와 전쟁의 신 오딘, 올루프 경의 신부와 어머니, 엘프들과 엘킹(Erlkongins)의 딸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박주성과 김태한은 “저희 음색, 테크닉적인 부분, 연기적 측면 등을 고려해 캐릭터를 나눠 연기한다”고 귀띔했다.“저희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거는 설득력 있는 연기예요. 가곡은 부르는 사람의 음색이나 테크닉적인 부분들, 저마다의 해석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같은 텍스트라도 성악가마다 뉘앙스나 표현적인 부분들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극이 되죠.”김태한의 설명에 박주성은 “신체적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올루프, 엄마, 마왕 등 캐릭터마다 목소리와 음색을 바꿔가며 부른다”며 “다양한 음색으로 여러 인물을 표현하다 보니 혼자 발라드 곡을 부르는 것 보다 훨씬 재밌다”고 털어놓았다.이번 공연에서 두 성악가는 ‘올루프 씨’와 ‘바다를 건너는 오딘’과 더불어 각자에게 어울리는 독일 가곡들을 솔로 무대로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김태한은 슈베르트 ‘뮤즈의 아들’ ‘목동의 비가’ ‘백조의 노래’ 중 제4곡, 베토벤의 ‘입맞춤 Op.128’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 Op.75-2’, ‘괴테의 파우스트 Op. 75-3’, 슈만의 ‘스페인 귀족 Op.30-3’ ‘나의 장미 Op.90-2’ ‘조용히 흐르는 눈물 Op.35-8’ ‘헌정 Op. 25-1’을 선사한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박주성은 슈베르트 ‘그림자 D.957-13’ ‘난쟁이 D.771’ ‘아틀라스 D.957-8’, 슈트라우스 ‘나의 머리 위를 당신의 까만 머리칼로 덮어주오 Op. 19-2’ ‘위령제 Op. 10-8’ ‘해방된 마음 Op.39-4’, 볼프 ‘기도’ ‘은둔’ ‘북치는 사람’ ‘작별’을 부른다.이번 공연 프로그램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일 가곡의 매력에 대해 김태한은 “오페라는 정해져 있는 스토리를 2시간 안에 담아야 하다 보니 많은 내용들이 스킵된다면 가곡은 괴테, 하이든 등 대문호들의 시를 작곡가들이 저마다 해석해 곡을 붙인 장르”라며 “그에 대해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바리톤 김태한(사진제공=예술의전당)“더불어 작곡가의 해석을 가창하는 가수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져서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가수들마다 같은 내용을 말하지만 그 안의 함축된 것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되죠.”그리곤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중 4번곡을 예로 들었다.“누군가는 진짜 휴식에 취해 잠드는 걸로, 또 다른 성악가는 죽음으로 빠져드는 걸로 해석하기도 하거든요. 가수들이 2차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독일 가곡의 매력이죠. 그래서 언어가 중요하죠.”김태한의 설명에 빅주성은 “언어만큼 중요한 게 반주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태한과 공연으로 인연을 맺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Ilya Rashkovskiy)가 함께 한다.“오케스트라가 아닌 피아노와의 앙상블이다 보니 템포 등에 대한 변화에서 자유롭고 좀더 세심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요. 모든 가곡이 그렇지만 특히 독일 가곡은 언어에 맞춰 쓰여졌기 때문에 그 매력이 어마어마하죠.”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급부상한 김태한과 한국 성악가로는 최초로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로 발탁돼 ‘돈조반니’ 마제토, ‘파우스트’ 바그너를 비롯해 독일 루돌슈타트 극장 ‘돈조반니’의 레포렐로 등으로 데뷔한 박주성은 앞으로도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박주성은 빈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 활동과 더불어 밀라노 심포니커와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솔리스트로 함께 하며 리트 반주의 대가 줄리우스 드레이크와 콘세르트헤바우에서 가곡 듀오 무대를 꾸린다.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사진제공=예술의전당)디트로이트 오페라의 ‘리날도’ 중 아르간테 역할로 미국 무대에 데뷔하고 내년 4월에는 한국에서 ‘메시아’에 참여한다. 김태한은 9월 브라질 독창회 투어와 10월 서울시오페라단의 ‘라보엠’ 출연이 예정돼 있다. “박주성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김태한은 “함께 듀엣 곡을 연습하면서 감탄했다. 굉장히 경이롭고 다른 경지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저희 둘 다 독일 리트를 잘한다고 해도 스타일이 굉장히 다릅니다. 둘의 차이점, 달라지는 표현 등에 집중하신다면 다채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해외 무대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 변화 주기가 점점 잦아지는 트렌드나 함께 하는 지휘자 및 연출에 발맞추는 유연성 그리고 언어구사력”이라고 입을 모았다.‘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박주성은 “요즘은 워낙 파격적인 연출이 트렌드다 보니 연출자의 영향력이 강력해졌고 연기적인 요소들이 훨씬 강조된다”며 “그런 트렌드 속에서 저희는 변화에 최대한 맞춰가며 현재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이야기를 전달하는 오페라 가수다 보니 제일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언어 구사력입니다. 특히 동양인 오페라 가수에겐 더욱 그렇죠. 저도, (김)태한이도 독일어 구사력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성악가예요. 이번 프로그램을 독일 가곡으로 꾸린 것도 그래서죠. 저희의 언어 구사 능력을 살려 독일어의 아름다움을 잘 구사하면 재밌겠다 싶었거든요.”김태한 역시 “동양인 가수로서 오페라 무대에 선다는 건 외국인 가수가 ‘심청전’ ‘춘향전’ ‘흥보전’ 등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동의를 표했다.“그래서 딕션과 언어의 뉘앙스를 잘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예술 감독, 지휘자, 연출가들이 어떤 걸 추구하는지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올드 스쿨 쪽을 좋아하는 지휘자들이면 소리를 좀더 내주기를 원하고 최근 트렌드를 이끄는 분들은 연기 쪽에 집중하기를 바라거든요.”이에 두 사람은 “소리적인 부분이든 신체적인 요소든 연기적인 부분이든 캐릭터를 다방면으로 잘 소화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성악가가 좋은 오페라 가수”라고 정의했다.“이번 무대를 어렸을 때부터 엄청 좋아해온 동생 태한이랑 같이 한다는 그 자체로 너무 즐거워요. 금전적 이득, 사회적 위치, 하고 싶어서…연주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이번 공연은 너무 함께 하고 싶었던 태한이와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같아요.”박주성의 말에 김태한은 “주성이 형은 지금까지 저만 알고 싶은, 분명 고수지만 안 유명해졌으면 좋겠는 가수였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지금은 ‘바리톤 박주성’ 하면 ‘믿고 듣는 가수’로 모두에게 각인되면 좋겠어요. 이번에 저와 함께 하는 공연도 그런 무대가 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2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소프라노 박혜상 “글로벌 무대의 원 오브 뎀, 그저 노력할 뿐!”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글로벌 무대에서 저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는 소수다 보니 많은 분들이 마치 제가 뭐라도 된 것처럼 얘기해주시지만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성악가 중 한명일 뿐이죠.”글로벌 성악가로 빠르게 성장 중인 박혜상은 스스로를 “원 오브 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무대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추는 프리마돈나이자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 국제콩쿠르 여자부문 2위(2015),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2위·관객상(2015), 퀸 엘리자베스 국제음악콩쿠르 성악부문 5위(2014) 등 수상경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대표 성악가’다.“인터내셔널한 커리어를 갖는다는 건 진짜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요.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저 스스로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가 자꾸 의심하게도 되죠. 그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겸손하게, 더 많이 노력해야하는 것 같아요.”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아시아 소프라노로는 최초로 클래식 명가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2023년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리사이틀 투어까지 마쳤다.올해만도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극장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마술피리’ 파미나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자로도 낙점됐다.“경쟁은 치열하죠. 하지만 경쟁으로 느껴지지가 않아요. 많은 동료들과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편하고 즐겁거든요. 물론 그런 시간들이 조금은 고단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한국 대표 성악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가) 그런 부담감이나 의심, (치열한 경쟁, 그를 위한 부단한 노력 등) 고단함이나 외로움 등은 결국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원했던 것이고 제가 사랑하는 것을 위한 거니까요.”바쁜 일정들 속에서도 후배 성악가들을 위해 그 역시 공부했던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Georg Solti Accademia, 이하 솔티 아카데미)와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The Bel Canto Course for Singers in Seoul, 8월 3일까지) 교수진으로 나섰다.“솔티 아카데미를 한국에 데리고 온 것도 저한테는 되게 큰 의미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아주 작은, 디테일한 교육들이 많은 영 아티스트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글로벌 무대에서 겪었던 것들을 후배들이 굳이 똑같이 겪지 않기를 바라요. 좋은 점은 극대화하고 좋지 않았던 부분들은 함께 얘기해 개선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더불어 그들이 가진 고민이나 걱정 등에도 귀 기울여 도움을 주고 싶어요.”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Jonathan Papp) 예술감독의 전언처럼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젊은 성악가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박혜상에 따르면“한국 성악가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테크닉들을 가지고 있다.”지난달 30일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와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왼쪽부터)과 캔디스 우드 대표이사,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이에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디 벨칸토 코스’에서는 감정을 싣거나 뉘앙스를 살리는, 더불어 중요한 단어들이나 액센트의 강약조절 등으로 음악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하나의 음으로도 다양한 감정과 드라마를 표현하는 성악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육에 집중한다. 그의 표현처럼 “벨칸토는 가장 건강하고 기본적인 테크닉의 정석”이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유연함과 자유로움 등 기본기를 잡는 데 집중한다”는 설명이다.“제 후배들이 저 보다 더 멀리, 오래 가기를 바라요. 그렇게 후배들을 끌어주고 싶어서 고민 중이죠. 좋은 성악가란 자기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같아요. 무작정 강하게, 거침없이가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마저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이요.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그가 내 몸을 빌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겸손한 마음으로 듣고 밸런스를 잘 맞춰 ‘슈퍼파워’를 발휘해 이루는 게 좋은 성악가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것들을 목소리로 표현하면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위안을 주는 그런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세종솔로이스츠로 한국 데뷔 20년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라 선율에 실린 제 목소리 들어보실래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음악가라면 그 악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비올라를 선택했죠. 비올라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사람의 목소리랑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악기 소리에 제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 기쁩니다.”비올라에 대해 이렇게 밝힌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은 “비올리스트들이 비올라를 고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주 큰 것의 한 부분이 되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라며 “남을 돋보이게 도와주고 스스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부연했다. “좋아하는 비올리스트를 고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좋아하는 작품은 단연 윌리엄 월튼(William Walton)의 비올라 협주곡이에요. 이 곡을 듣고 비올라의 매력에 빠져들었거든요.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비올라로 악기를 바꾼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죠.”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2001년 글로벌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Sejong Soloists)에 입단한 그는 2004년 그 일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디며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세종솔로이스츠 일원으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07년부터 2019년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 리처드 용재 오닐, 다니엘 정, 유 치엔 쳉, 문태국, 김한, 스티븐 린)로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올리스트로는 흔치 않은 ‘클래식계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부터는 세계적인 타카치 콰르텟(Takacs Quartet) 일원으로 합류한 그는 2021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솔로 부문(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을 수상했다. 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 동기생들이 창단한 타카치 콰르텟은 프랑스 에비앙 레뱅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 등 세계적인 실내악 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의 ‘우리 시대 위대한 5개의 현악사중주단’, BBC 뮤직 매거진의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의 현악사중주단’에 선정됐는가 하면 2012년 영국 그라모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저를 처음으로 한국에 데려다 준 세종솔로이스츠에 정말 감사해요. 강효, 강경원 감독님은 훌륭한 인재를 판단하는 분이고 커리어 초기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어요. 저 역시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실내악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죠.” 2000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해 비올리스트로는 최초로 줄리어드 스쿨 음악대학원 아티스트 디플로마(Artist Diploma 최고 연주자과정)를 수료한 그의 한국 이름 ‘용재’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창립자인 강효 전 예술감독이 지어준 것이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실내악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꼭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세종에서 보낸 시간이 무척 그립습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거든요. 감독님들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셨고 지금은 거의 3세대에 걸친 음악가들에게 그 플랫폼을 제공하고 계십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죠.”창립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 출신 음악가로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The 7th Hic et Nunc! Music Festival, 8월 16~9월 2일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코스모스아트홀, 카이스트,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힛엣눙크!) 무대에 선다. “오랜만에 세종솔로이스츠 멤버들과 무대에서 호흡을 맞출 8월 27일 공연이 너무 기대됩니다. ‘Ars lunga, Vita Brevis: art is long, life is short.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표현이 생각나요.”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는 8월 27일 리처드 용재 오닐과 협연한다(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그는 이날 무대에서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인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Christopher Theofanidis)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한다. 그는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는 미국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 중 하나”라며 “이 작품이 처음 작곡될 당시 그는 맨해튼에 살고 있었고 이 곡의 1악장을 작곡할 때는 9.11 테러가 발생한 시기”라고 밝혔다.“저 역시 그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부터 맨해튼에 거주하고 있었어요. 제 삶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끔찍했던 사건 중 하나였고 참담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곡은 마치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 같아요.”이어 “크리스토퍼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저도 같은 곳에 있었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은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설명이 필요한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은 조금만 설명해도 진정으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을 곡”이라며 부연했다.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 작품의 악장들은 간결하고 짧지만 놀랍도록 연상적인 나바호(미국의 남서부 지역에 거주해온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부족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암호병·통신병으로 활약했다)의 시에서 영감받았습니다. 세 번째 악장은 9.11 테러 다음 주에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화 기념식에서 시크교 가수의 노래를 직접 인용한 곡이기도 하죠.”세종솔로이스츠, 앙상블 디토 그리고 타카치 콰르텟 멤버인 그는 실내악이 가지는 의미와 지속돼야하는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처음 앙상블 디토를 시작할 때 ‘보다 즐거운 클래식’ ‘클래식에의 공감’에 대한 생각이 많았습니다. 실내악은 다른 음악 장르와 달라요. 독주자의 화려함도, 큰 규모의 관현악이 주는 웅장함도 없죠. 그럼에도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그 조화로움이 정말 아름다워요. 사실 음악 역사를 뒤돌아오면 큰 규모의 음악보다는 실내악이 더 많이 연주되던 시기가 더 길었어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실내악 음악을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즐기게 돼 무척 기쁩니다.”올해는 그가 한국 무대에 데뷔한 지 20주년인 동시에 그의 데뷔부터 함께 한 소속사 크레디아의 창사 30주년인 해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12월 소속 아티스트인 양인모, 문태국, 김한, 장유진과 크레디아 창립 30주년 기념 실내악 공연 투어와 더불어 내년 솔로 리사이틀을 계획 중이다. 타카치 콰르텟 멤버로서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8월에는 에딘버러 등 여름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쉴 틈 없는 음악활동이 계획돼 있다. “음악은 제 영혼을 깊은 열정과 기쁨으로 가득 채워줍니다. 음악이 주는 최고의 순간에는 마치 지구를 떠나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 감동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죠. 인간의 삶이 늘 천국일 순 없어요. 매일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가도록 만들어졌거든요. 그 과정 속에서 때때로 천국과 같은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죠. 음악가의 삶 역시 그래요. 무대 위 단 몇분 간의 연주를 위해 끊임없이 연습합니다. 그 노력들은 잠시나마 천국에 다녀오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죠. 음악은, 비올라는 그래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31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여전함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왼쪽)와 손호준(사진제공=글림컴퍼니)무려 200분, 3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타임에 인터미션만 두번이다. 하물며 2부작 중 절반인 1부일 뿐이다. ‘링컨’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의 토니 커쉬너(Tony Kushner)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1’(Angels in America, 8월 6~9월 28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이 개막한다. 밀레니엄 직전의 세기말을 배경으로 동성애자, 모르몬교도, 유대인, 흑인 드래그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혼란을 마냥 새하얗지만은 않은 천사를 등장시켜 혼돈과 공포,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켜 풀어가는 문제작이다. 파트1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와 파트 2 ‘페레스트로이카’로 나뉜 8막짜리 작품으로 1991년 초연 후 1993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쓸었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 중인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왼쪽)와 벨리즈 태항호(사진제공=글림컴퍼니)2003년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 등의 TV영화로 만들어져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을 받기도 했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국립극단에서 정경호, 박지일과 박용우 부자 등의 출연으로 2021년 파트1, 2022년 파트2가 초연된 데 이은 두 번째 시즌이다. 소녀시대 수영의 연극 데뷔작 ‘와이프’를 비롯해 ‘그을린 사랑’ ‘튜링머신’ ‘언체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신유청 연출작으로 ‘스파이더맨’ ‘데드풀’ ‘엑스맨’ ‘쥬만지’ ‘존웍’ 시리즈와 ‘보헤미안 랩소디’ ‘콜 미 바유 유어 네임’ 등 할리우드 영화와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썸씽로튼’ ‘식스 더 뮤지컬’ 등으로 잘 알려진 황석희 번역가가 새로 합류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포스터(사진제공=글림컴퍼니)신유청 연출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저를 뒤흔들었던 작품”이자 “제 삶을 뒤집어 놓는 경험들을 하게 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전과 이후가 좀 달라졌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황석희 번역가의 전언처럼 “영화를 600편 가까이 번역했지만 정말 드문, 채 5편도 안 되는 완성도 있고 멋있는 문장”과 “굉장히 긴 묵직한 독백에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 위트들”로 무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 24년을 맞은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으로 그는 손호준과 더불어 북동부 특권층을 일컫는 와스프(White Anglo-Saxon Protestant, WASP,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출신의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인 프라이어 월터를 연기한다. 프라이어의 연인이자 미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 루이스 아이언슨은 드라마 ‘펜트하우스’ ‘연애지상주의구역’, 연극 ‘어나더 컨트리’ 등의 이태빈과 뮤지컬 ‘앤’ ‘오즈’ 등의 정경훈이 더블캐스팅됐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공주의 남자’ ‘시티헌터’ ‘신기생뎐’ ‘자이언트’ ‘불멸의 이순신’ ‘야인시대’ ‘여인천하’ 등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이효정의 25년만의 무대 복귀작이자 ‘삼남매가 용감하게’ ‘멜로가 체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빠는 딸’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유진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부자 사이인 이효정과 이유진은 각각 스스로가 유대인이며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임을 극구 부인하는 악마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의 유력인사 로이 콘 그리고 성정체성과 모르몬교도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 조셉 피트로 호흡을 맞춘다. 부자지간인 이유진(왼쪽)과 이효정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애정 관계에 빠져드는 조셉 피트와 로이 콘으로 분한다(사진제공=글림컴퍼니)두 사람은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혼란스럽게 여기면서도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며 기묘하게 얽혀드는, 쉽지 않은 인물들을 연기한다. 절대적인 악의 영역에 서 있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로이 콘은 이효정과 더불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김주호 그리고 그와 애정관계로 발전하는 조셉 피트는 이유진과 ‘광염소나타’ ‘마마돈크라이’, 화가시리즈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아르토, 고흐’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등의 양지원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발륨 중독으로 환상에 갇혀버린 조셉의 아내 하퍼 피트는 ‘빙의’ ‘그녀는 예뻤다’ 등 고준희와 ‘시지스프’ ‘여고괴담’ ‘히든’ 등 정혜인이, 드래그퀸 출신의 혼혈 간호사 벨리즈는 태항호와 민진웅이, 조셉의 어머니 한나 피트로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 중인 전국향과 방주란이 더블캐스팅됐다. 프라이어에게 신의 계시를 전하고 천국과 지구를 연결하는 메시저인 천사는 초연에 이어 권은혜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이 쓰여진 1991년이나 배경인 1980년대는 동성애나 유대인, 흑인 등이 차별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다. 부정부패가 팽배하고 소수자에 대한 무시와 멸시,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던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다른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 중인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과 루이스 아이언슨 이태빈장면(사진제공=글림컴퍼니)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 안의 빗금치기 그리고 너와 나, 정치색, 남녀, 인종, 신의 존재에 대한 이견 등으로 갈라치기가 난무하고 전쟁과 인권유린이 여전한 지금. 그 여전함에서 스스로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소수자가 아니라고 해서 마냥 자유롭고 정당한 대우나 배려를 받고 있는가. 정치적, 국가적 상황을 등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신앙, 국가와 사회, 기득권들 사이에서 올바른 해석을 하고자 중심을 잡으려는 일들의 연속인 지금과도 맞닿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30여년 전에 쓰여졌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31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조나단 팝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예술감독 “성악가의 핵심은 감동 선사, 심장이 멈출 것같은!”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최근 오페라의 트렌드는 아주 놀랍습니다.(Golly) 노래나 연기 뿐 아니라 정말 다재다능하고 모든 걸 잘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트렌드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오페라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감동을 주는, 가슴을 울리는 일이죠.(It‘s the same as ever to touch.)”벨칸토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설립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Georg Solti Accademia, 이하 솔티 아카데미)의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Jonathan Papp) 예술감독은 오페라 가수가 갖춰야할 최고의 미덕을 “음악으로 가슴을 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요즘의 성악가들은 모든 걸 잘 해요. 몸매도 가꾸고 운동도 해야 하고…가장 안타까운 건 SNS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팔로워 수를 의식해 이상한 사진을 업로드하곤 하죠. 그 시간에 좀 더 연습을 하고 예술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예술의전당과 공동주최하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The Bel Canto Course for Singers in Seoul, 7월 30~8월 3일) 첫날인 30일 오전 만난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에 대해 “정말 멋졌다(It was lovely)”고 말문을 열었다.“함께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행위)하는 데 1명당 20분씩밖에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들이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죠. 다들 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필사적이었어요. 하지만 오페라 가수에게 중요한 건 정확한 음이 아니라 감정 표현이에요. 그걸 깨보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솔티 아카데미는 1997년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의 정신을 이어받은 교육기관으로 그의 아내 발레리 솔티(Valerie Solti), 예술감독인 조나단 팝, 현재 대표인 캔디스 우드(Candice Wood)가 2004년 공동 설립했다.젊은 오페라 가수들을 위한 여름성악학교를 운영하는 꿈을 꿨던 게오르그 솔티의 뜻을 이어받은 솔티 아카데미는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한 차세대 성악가와 연주자, 지휘자, 레퍼토리를 발굴해 실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벨칸토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아시아 소프라노로는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한 한국의 소프라노 박혜상도 참여했던 솔티 아카데미의 벨칸토 코스는 매해 경력 초기 단계의 젊은 오페라 성악가 12명을 선발해 그들의 목소리와 음악성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3주짜리 교육 프로그램이다.예술의전당과 솔티 아카데미가 공동주최하는 4일짜리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는 솔티 아카데미에서 운영 중인 ‘벨칸토 코스’의 맛보기인 동시에 “두 과정에서 다른 건 충분하지 않은 시간과 하나의 레퍼토리를 공연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뿐”인 축소판이기도 하다.3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왕립음악원 수석 코치 조나단 팝 예술감독(왼쪽부터)과 캔디스 우드 대표이사, 소프라노 박혜상(사진=허미선 기자)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음악적 해석과 연주능력 향상, 오페라 무대에 대한 폭넓은 시야, 해외 무대 활동 경험 전수 등과 더불어 이번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의 특징은 이탈리아 발음과 표현방법 교육이다.이는 “노래를 잘하고 보이스가 좋은 것만큼 중요한 정확한 모음·자음 발음과 강약 조절, 내용 및 감정 전달을 위한 수업”으로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뉘앙스 표현을 통해 감정이나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전달하고 음악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훈련이다. 조나단 팝 감독은 “문화적 차이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곤 한다. 아시아 성악가들은 국내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거나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하더라도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걸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코스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런던에서 일했던 한국의 한 성악가는 3주 동안 저희 벨칸토 코스가 끝날 무렵 해방감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깨닫고는 흥분하기도 했죠.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 성악가들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사실입니다. 감정 표출을 억제하는 성향을 개선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표현처럼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그런 감정과 뉘앙스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훌륭한 성악가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30 21:48 허미선 기자

[비바100] 노동력 고갈사회 온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일도 안하고 구직 활동도 않는 대졸자가 400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지 모르는 나라 대한민국. 한국의 인구 문제는 당장 노동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에 우리는 직면해 있는 셈이다. 저자는 오랜 연구 경험을 토대로 극심한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을 제시한다. ◇ 너무 빠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2050년 경부터 더 빨라지다가 2072년이면 현재의 70%인 3600만 명, 최악의 경우 50%인 300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보다 빨리 인구가 줄 나라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둘 뿐이다. 현재 추세라면 65세 이상 인구가 2072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어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유소년과 청년은 약 40%로 줄어든다. 인구 고령화는 결국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평균적인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직종 혹은 산업 간 노동수급 불균형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할 의료서비스와 돌봄 서비스 분야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한국의 15~64세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2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여성과 장년(50~64세)의 참가율이 낮다. 이들이 더 일하면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완화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면 노동력이 절반으로 줄어도 크게 우려 안해도 된다. 새 기술로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구변화, ‘노동인구 절벽’으로 이어질까2023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현재 3674만 명인 한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72년이면 1658만 명으로 절반이나 줄어든다. 경제활동인구는 2938만 명에서 1635만 명으로 더 크게 줄 전망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령층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다. 65세 이상이 373만 명에서 465만 명으로 늘어 전체 비중도 13%에서 28%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인구의 고학력화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2022년 현재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48%인 대졸자가 2072년에는 67%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저자는 “노동인구의 고령화로 생산성이 저하되겠지만, 그것보다는 노동인구의 고학력화로 생산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나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수준 대비 2047년에 70%, 2072년에 45%로 감소하겠지만 경제활동인구는 각각 83%와 56%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런 속도로는 ‘노동인구 절벽’ 정도는 아닐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경제활동참여율과 생산성이 유지된다면 향후 20년까지는 현재의 90% 수준이 유지되다가 이후부터 빨라질 것이라 예측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질까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20~30% 포인트 가량 낮고 일본에 비해서도 10% 포인트 낮다. 50~54세의 경우 일본이 90%를 살짝 웃도는 반면 우리는 80% 수준이다. 장년층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낮다. 50~54세 때 일본이 95% 수준인데 우리는 85% 안팎이다. 문제는 50대 중반을 넘기면서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된 일자리’를 떠나기 때문이다. 다른 일자리로 전직할 경우 거의 절반이 더 낮아진 임금을 받고, 4명 중 1명이 20% 이상의 임금 감소를 경험한다.이동성이 낮은 경직된 노동시장도 문제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저자는 “여성과 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22년 일본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노동 투입은 2047년까지도 2022년의 93%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성과 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생산성이 모두 개선되더라도 2072년의 노동 투입은 2022년의 7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연령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인구변화로 노동시장에 어떤 불균형 발생할까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2031년까지 노동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산업은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이다. 무려 3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소매업에서는 20만 명 이상, 음식점 및 주점업과 농림업에서는 10만 명 이상 감소를 예상했다. 반면 부동산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국제기관·외국기관·사회복지서비스업·교육서비스업 등에서는 10만 명 이상 늘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또 고졸 이하 노동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대다수 산업에서 저학력 취업자 수가 급감할 것으로 관측했다.고학력 노동 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산업은 연구개발업으로, 3만 명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고학력 노동공급이 가장 많이 늘어날 산업으로는 부동산업, 도매 및 상품 중개업, 교육서비스업, 공동행정 등을 들었다. 저자는 가장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산업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업을 들었다.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이 추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식점 및 주점업도 준 전문직을 중심으로 18만 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누가 우리를 치료하고 돌볼 것인가저자는 2031년까지 보건업(의료서비스 포함)에서 13만 명 이상의 노동력 부족을 예측했다. 현재 의사 업무량을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2.5만에서 3만 명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대 정원을 매년 4500명 정도로 늘려야 막을 수 있는 수치다. 소아청소년과는 2040년부터 지망생이 줄며 의사가 부족해지는 반면 고령·만성질환을 다루는 신경(외)과, 외과 등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48년까지 신경과 1270명, 신경외과 1730명, 흉부외과 1080명, 외과 696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고령자 돌봄 수요는 2030년대 중반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1년 인구 대비 12.2% 수준이던 것이 2035년까지는 23.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유아 돌봄 규모도 2036년에는 2021년 대비 9% 가량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저자는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양질의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터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진다저자는 출산율에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25년 안에 3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가 현재의 절반 아래로, 50년 내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청년 인력 감소로 노동시장에서 세대간 불균형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 인력 비중의 급격한 감소는 해당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도 부정적이다. 혁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저자는 “일자리의 질과 성장 잠재력이 더 높은 부문에서 청년 인력 감소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저자는 이런 충격에서 벗어나고 청년들이 전 생애에 걸쳐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먼저, 교육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노동시장 수요에 잘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 현재 약 60만 명의 청년이 맡고 있는 역할을 그 절반이나 3분의 1이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도 주문한다. 청년 인력의 공백을 메울 다른 인구집단의 고용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 노인이 없는 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70년까지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들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거의 30%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50년 후에는 대학을 졸업한 55세 이상 장년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마 이들 고학력 ‘파워 시니어’의 고용률은 아직 다른 나라들보다 낮다. 고령 노동시장의 경직성 탓이다. 해고와 채용이 자유롭지 못하고 고용방식과 조건이 획일적이라, 기존 일자리를 떠난 장년 인력이 자신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재취업하기가 어렵다.저자는 정년 연장의 효과에 고개를 젓는다. 15~20년은 큰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지 않는데다, 사회복지서비스 등 극심한 노동력 부족 예상업종 대부분 정년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 인력이 급감하는 부문과 정년 연장으로 장년층 고용이 확대될 산업이 겹치지 않는데다 정년 연장 혜택이 소수 ‘있는 자’에 국한될 수 있으며, 오히려 고령자 간 불평등을 확대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굳이 정년 연장을 추진하려면 취약 계층에 더 집중하고, 고령친화적 환경과 노동조건을 갖춘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더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인구변화의 미래를 위해저자는 장·단기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려면 여성과 장년 인력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생산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훈련 시스템을 혁신해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초래할 부문 및 유형 간 노동수급 불균형을 완화시켜 가야 한다고 했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와 노동의 이동성 확대도 강조했다. 국내 노동시장 수요에 맞는 외국인력을 잘 선별해 도입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그는 인구변화의 충격을 완화할 노동시장의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사람을 보는 사회, 사람에게 맞추는 사회, 기회를 주는 사회, 그리고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변화에 대한 대응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에 가깝다”며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과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7-27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글로벌 #위대함 #스토리를 테마로 한 공간에! 모나리자, 알렉스 카츠 그리고 75명의 NBA스타

25일 경기도 인천 소재의 복합문화공간 뮤지엄엘이 개관했다. 왼쪽부터 ‘모나리자 이머시브’ 소개에 나선 김대성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대표, 김현정 총괄디렉터, 그랑팔레 이머시브 뱅상 파소 회장, 로랑 돈데이 그랑팔레 이머시브 사업총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은 미디어 아트, 순수미술, 이색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로 퀄리티 높고 다채로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계획했습니다. 이 공간의 3개 전시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테마는 글로벌, 위대함 그리고 스토리입니다.”김현정 총괄디렉터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LG헬로비전(LG HelloVision)이 조성해 25일 개관한 ‘지역’ 특화 복합문화공간 ‘뮤지엄엘’(Museum L)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7227㎡(약 2200평)에 달하는 공간에 조성된 뮤지엄엘은 1978년 건립된 아시아 최대 규모 폐곡물 창고에 꾸린 복합문화공간이다. 역사적으로는 인천상륙작전 상륙지점이자 140년 전 세계 문물의 유입 통로였던 개항장 인근이기도 하다.이 공간에서는 김현정 총괄디렉터의 설명처럼 ‘글로벌’ ‘위대함’ ‘스토리’를 테마로 한 ‘모나리자 이머시브’(Mona Lisa Immersive), ‘오스트리아 빈 국립미술관 알베르티나 컬렉션: 알렉스 카츠’(Albertina Museum Collection: Alex Kats) 그리고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Basketball : The Greatest Players 75)이 26일 동시 개막했다.◇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모나리자’의 모든 것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엄엘의 ‘모나리자 이머시브’(사진=허미선 기자)‘모나리자 이머시브’는 레오나르드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의 미완성 유작 ‘모나리자’를 중심으로 프랑스 파리 소재의 루브르 박물관과 디지털 전시 개발사 그랑팔레 이머시브‘(Grand Palasis Immersif)가 공동 제작한 전시다. 뮤지엄엘 개최 이전에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최초 공개됐던 ‘모나리자 이머시브’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신화의 기원’ ‘살아 있는 초상화’ ‘모나리자를 관찰하다’ ‘모나리자에 빠져들다’ ‘모나리자, 도난당하다’ ‘모나리자 마니아’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뮤지엄엘의 ‘모나리자 이머시브’(사진=허미선 기자)뱅상 파소(Vincent Poussou) 그랑팔레 이머시브 회장 겸 RNM 이사는 “마르세유 전시와 구조는 동일하다”며 “모나리자가 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인지를 조사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 이유를 다양한 전시 영상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근본은 동일하지만 연출적인 면에서 좀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마르세유 전시가 구분없이 벽면 전체에 프로젝션을 투사해 영상이 되도록 했고 전시 마지막에 인터랙티브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반면 한국 전시는 왼쪽 벽면에는 영상을 투사하고 오른쪽 벽면은 여러 가지 인터랙티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관람객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뮤지엄엘의 ‘모나리자 이머시브’(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마르세유 전시 영상이 연속성이 있었다면 한국 전시는 ‘모나리자 마니아’로 들어가기 전 작은 방을 만들어 거울 속에 비춰진 다양한 모나리자를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돼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모나리자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가까운 작품이면서도 가장 먼 작품입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가장 가까운 작품이에요. 하지만 모나리자는 1974년부터 관람객들이 가까이 접근할 수 없도록 방탄벽에 둘러싸인 채 루브르 박물관에 보존돼 있었어요.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했죠. 게다가 너무 오래 돼 파손의 위험이 있어 해외 반출이 금지돼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미 신화적 존재이니 가장 먼 작품이기도 하죠.”뮤지엄엘의 ‘모나리자 이머시브’(사진=허미선 기자)뱅상 파소 회장은 “모든 에피소드를 통해 모나리자의 전체적인 구도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꼭 하나만 봐야한다면 개인적으로 ‘살아 있는 초상화’를 추천한다”고 밝혔다.“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들을 고해상도로 구현한 영상입니다. 그의 다양한 초상화 기법들을 만날 수 있죠. 이 영상을 통해 모나리자가 어떤 기법으로 완성됐는지가 영상으로 구현돼 있습니다. 다빈치가 사망 직전까지 보정작업을 통해 하나하나 수정했던 모나리자의 세심한 부분들까지 확인할 수 있죠.”뮤지엄엘의 ‘모나리자 이머시브’(사진=허미선 기자)로랑 돈데이(Laurent Dondey) 글랑팔레 사업총괄은 ‘프롤로그’와 ‘모나리자 마니아’를 추천 에피소드로 꼽았다. 그는 프롤로그에 대해서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할 수 있는 모나리자가 어떻게 탄생됐는지를 간략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의 ‘모나리자 마니아’에서는 모나리자가 현대 예술가들에 의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재탄생됐는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모나리자가 세계 곳곳에서 복제되고 다앙하게 변주되고 있는지를 만날 수 있죠.”◇‘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와 ‘위대한 농구선수 75인 전’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엄엘의 ‘모나리자 이머시브’(사진=허미선 기자)“저희 미술관이 소장품은 알렉스 카츠 뿐 아니라 피카소, 모네, 앤디워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까지 수천점에 이릅니다. 이번 전시는 알렉스 카츠의 회고전을 선보인다는 생각으로 기획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별해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죠.”알베르티나 미술관 큐레이터 건힐드 바우어(Gunhild Bauer)의 설명처럼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에서는 97세에도 활발하게 작품활동 중인 알렉스 카츠의 유화, 드로잉, 판화, 컷아웃, 풍경화 등과 그의 뮤즈인 아내 에이다(Ada)에게서 영감받은 작품들 60여점을 만날 수 있다.뮤지엄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사진=허미선 기자)전시는 ‘빌보드 효과: 올오버의 미술’ ‘얼굴: 클로즈업’ ‘에이다’ ‘패션’ ‘풍경화’ ‘현재를 찬양하다: 새롭고 화려하게’ ‘완벽한 표면’ ‘컷아웃’ ‘카툰’ ‘프로페셔널’ ‘바로 지금 현재’ ‘판화’ ‘야외 회화’ 등으로 구성된다.   2층 3관에서는 이랜드뮤지엄과의 협력전시인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이 진행 중이다. 전미농구협회(NBA) 출범 75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된 이전 전시의 확장 버전이다. 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마이클 조던, 빌 러셀, 카림 압둘 자바, 매직 존슨을 비롯해 현역인 스테판 커리, 르프론 제임스, 야오밍 등 농구스타 76인(공동순위 포함)의 유니폼, 농구화, 우승 및 MVP 트로피 등 150여개의 소장품들을 만날 수 있다.  ‘더 비기닝’ ‘더 스니커즈’ ‘더 팸피언스’ ‘더 어워즈’ ‘더 저지’ ‘더 밍 다이너스티’ ‘더 빅 맨’ ‘더 루키즈’ ‘더 고트’ 등으로 구성된 전시에 대해 서영희 이랜드 뮤지엄 전시총괄이사는 “100% 오리지널 진품으로 가품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올스타전이나 파이널 게임 등에서 실제로 착용했던 것들로 스타들을 체감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뮤지엄엘의 ‘모나리자 이머시브’(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의 ‘모나리자 이머시브’(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알렉스 카츠’(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뮤지엄엘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사진=허미선 기자)

2024-07-26 23: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창작진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제 삶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전과 이후가 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의미들이 너무 많거든요. 단지 작품 혹은 연극에만 한정된 의미들이 아니라 제 삶을 뒤집어 놓는 경험들을 했습니다. 이 작품 이후에도 여러 작업들을 했지만 제 시야가 확 달라졌기 때문에 (이 작품을) 놓을 수 없었죠.”신유청 연출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1’(Angels in America Part1, 8월 6~9월 28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의 의미에 대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저를 뒤흔들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이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은) 보통의 일상과는 다르죠. 하지만 그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너무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어요.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제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완전히 바꿔놨죠.”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황석희 번역가(왼쪽)와 신유청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저는 그 대본에 담겨 있는 의미들을 찾아내는 수준의 연출가”라며 “우리의 언어가 아니라 그 깊이들을 찾아내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좀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의견들을 담아내는 데 충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트 1, 2로 나뉘어 8시간여에 걸쳐 진행되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밀레니엄 직전의 세기말을 배경으로 동성애자, 모르몬교도, 유대인, 흑인 드래그퀸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혼란을 혼돈과 공포,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며 풀어가는 문제작이다. 1991년 초연된 토니 커쉬너(Tony Kushner) 작품으로 1993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쓸었다. 한국에서는 정경호 주연으로 2021년 파트1, 2022년 파트 2를 초연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과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 이태빈(사진=허미선 기자)한국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소녀시대 수영의 연극 데뷔작 ‘와이프’를 비롯해 ‘그을린 사랑’ ‘튜링머신’ ‘언체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신유청 연출작으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썸씽로튼’을 비롯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스파이더맨’ ‘데드풀’ 시리즈의 황석희가 번역을 책임졌다.황석희 번역가는 “번역가로서 가장 신뢰하고 중시하는 건 텍스트”라며 “토니 커쉬너의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파벨스만’(The Fabelmans)을 번역하면서 처음 접했다. 굉장히 훌륭한 작가이자 문장가”라고 평했다.“훌륭한 작가라고 반드시 훌륭한 문장가이지는 않은데 이분은 훌륭한 작가이자 훌륭한 문장가이십니다. 굉장히 긴 독백에도 위트들이나 이런 것들이 흐름이 끊기질 않죠. 제가 영화를 600편 가까이 번역했는데 이 정도로 완성도 있고 멋있는 문장은 정말 드물어요. 5편도 채 안 되거든요. 그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좋은 작품이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문장에 집중해 그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황석희 번역가(왼쪽부터)와 신유청 연출,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과 유승호(사진=허미선 기자)이어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놓치지 않고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영어 대본”이라며 “두 언어 간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그대로 번역할 경우에는 그 흐름이 이어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 흐름을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캐릭터를 살리는 게 가장 주안점이었습니다. 다행인 건 연출·조연출님이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깊으신 분들이라 번역가 입장에서는 ‘치트키’를 가지고 시작한 것과 다름없었어요.”‘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유승호는 손호준과 더불어 북동부 특권층을 일컫는 와스프(White Anglo-Saxon Protestant, WASP,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출신의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인 프라이어 월터를 번갈아 연기한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사진=허미선 기자)유승호는 “이 작품에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사실 전혀 아는 게 없어서 영화나 창세기 등을 찾아봤다”며 “손톱 매니큐어는 연출님께서 소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시선들을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해봤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그럼에도 그분들의 진심에까지 다가갈 수는 없다는 확신이 들어요. 하지만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연출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각 장면에 담긴 의미들을 깨달아요. 매일, 매번 연습마다 장면들에 담긴 의미들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죠.”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유승호, 그의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 역의 이태빈과 정경훈(사진=허미선 기자)또 다른 프라이어 역의 손호준은 “프라이어 역할을 하는 저희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모여서 드래그퀸 공연도 보러가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의 유튜브, 자료 등을 열심히 찾아서 공부했다”며 “1막 4장 연인 루이스의 할머니 장례식 후 자신의 에이즈 발병 소식을 전하는 프라이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죽음이라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루이스에게 두려움이나 공포스러운 감정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더 밝게 노력하는 프라이어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프라이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가장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죠.”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이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정경훈)에게 자신의 에이즈 발병 사실을 털어놓는 장면(사진=허미선 기자)그의 연인이이자 미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 루이스 아이언슨은 드라마 ‘펜트하우스’ ‘연애지상주의구역’, 연극 ‘어나더 컨트리’ 등의 이태빈과 뮤지컬 ‘앤’ ‘오즈’ 등의 정경훈이 더블캐스팅됐다.이태빈은 자신이 연기하는 루이스에 대해 “그가 하는 선택들이 어떻게 보면 되게 비겁하기도 하고 누군가한테는 되게 현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팀의 막내로서 저만의 풋풋함으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털어놓았다.자신의 성정체성과 모르몬교도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 조셉 피트는 ‘삼남매가 용감하게’ ‘멜로가 체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빠는 딸’ 등의 이유진과 ‘광염소나타’ ‘마마돈크라이’, 화가시리즈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아르토, 고흐’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등의 양지원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로이 콘과 조셉으로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할 부자 이효정(왼쪽)과 이유진(사진=허미선 기자)‘공주의 남자’ ‘시티헌터’ ‘신기생뎐’ ‘자이언트’ ‘불멸의 이순신’ ‘야인시대’ ‘여인천하’ 등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이효정과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김주호가 연기하는 악마의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 유력인사 로이 콘은 스스로가 유대인이며 동성애자임을 극구 부인하면서도 조셉과 기묘하게 얽히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캐릭터다.‘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이효정과 이유진 부자가 애정 관계에 놓이는 캐릭터로 함께 무대에 서는 작품이다. 25년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서는 이효정은 “동성이지만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한다”며 “이런 경우가 없었어서 걱정이 됐다”고 털어놓았다.“대한민국에서 부자지간에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한 전례가 없어서 인간적으로 고민을 좀 했죠.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 아들 눈을 바라보면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 괜찮아서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잃어버렸던 아들을 다시 찾은 느낌입니다. 연습실에서 매일 만나 하루 한끼 이상 밥을 같이 먹거든요. 연극으로 얻는 기쁨도 크지만 아들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있다는 게 제일 큰 선물이죠.”이유진은 “태어나자마자 아빠는 배우였고 TV에 나왔기 때문에 출연작들을 따로 챙겨보진 않았었는데 이번 작품 리딩 첫날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며 “원래 있던 존경심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아빠를 따라 본가로 가서 비법 같은 걸 전수받으려고 했어요. 그 동안은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만든, 되게 소중한 기회이자 감사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돈독했지만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전체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조셉의 아내로 약물중독으로 환상을 마주하는 하퍼 피트는 ‘빙의’ ‘그녀는 예뻤다’ 등 고준희와 ‘시지스프’ ‘여고괴담’ ‘히든’ 등 정혜인이, 드래그퀸 출신의 혼혈 간호사 벨리즈는 태항호와 민진웅이, 조셉의 어머니 한나 피트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 중인 전국향과 방주란이, 프라이어에게 신의 계시를 전하는 천사는 ‘스카펭’ ‘앨리스 인 베드’ ‘파우스트 엔딩’ 등의 권은혜가 연기한다. 로이 콘 역의 김주호는 발표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로이라는 인물을 상징하는) 부정부패는 한 국가의 탄생, 권력과 조직의 형성으로 언제 어디서나 어쩔 수 없이 함께 흘러가는 것”이라고 밝혔다.“이 사람이 유대인이라는 걸, 에이즈 환자라는 걸, 성소수자라는 걸 부정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그에 대한 고민 중이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가려고 노력 중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데뷔 30년, 그 음악여정과 바그너 음악의 매력 응축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데뷔 30주년을 맞은 베이스 연광철이 그 음악여정을 아우르는 리사이틀(7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연다. 오페라 대가들의 음악 여정을 담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는 두 번째 주자인 연광철을 비롯해 소프라노 홍혜경,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리사이틀과 더불어 젊은 성악가들과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연광철은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 계약 후 2004년까지 리하르트 바그너를 비롯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주세페 베르디, 조아키노 로시니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 그 공로로 2018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수여 받은 그는 1996년 아주 작은 역으로 시작해 매년 여름 바그너 오페라로만 꾸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150회에 걸쳐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발퀴레’(Die Walkure), ‘탄호이저’(Tannhauser), ‘뉘른베르크의 명가수’(Die Meisteringer von Nurnberg), ‘파르지팔’(Parsifal),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 등의 무대에 오르며 자타공인 ‘세계적인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성악가다.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더불어 빈 국립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등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의 오페라 ‘파우스트’(Faust),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마농’(Manon),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등에도 출연했다.  이번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에서는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지금까지 연광철이 해왔던 작품들 중 무대에서 많이 불렀던 곡과 캐릭터들로 선정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오페라 가수로서 연광철 커리어의 가장 많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그너의 아리아들은 2부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연광철이 “바그너 중 한번씩은 꼭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곡들” 꾸렸다.이 무대에서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얘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네가 정말 그랬다는 말인가’, ‘리엔치’(Rienzi, der Letzte der Tribunen) 서곡,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과 ‘그렇지 않다는 게 보이지 않니?’를 만날 수 있다.특히 ‘파르지팔’은 연광철이 “해외에서 100회 이상 공연한 작품”으로 1막과 3막의 아리아를 선보인다. 그는 “제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어떤 음악으로 관객 앞에 서는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스 연광철(사진제공=예술의전당)1부에서는 고전 중 스탠다드라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이태리 오페라 대표 작곡가이자 그가 다양한 해외 프로덕션에 참여했던 베르디의 곡들을 선보인다. 공연은 백작의 음모에 맞서는 젊은이의 패기와 사랑을 다룬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과 ‘더 이상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로 시작한다.이어 프랑스의 압제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던 시칠리아인들의 독립투쟁인 ‘시칠리아 만종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I Vespri Siciliani) 서곡 ‘신포니아’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을 다룬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 중 ‘찢어질 것처럼 아픈 영혼’(Il lacerato spirito), 정략결혼으로 인한 사랑의 결핍과 그리움, 쓸쓸함에 대해 노래한 ‘돈 카를로’(Don Carlo)의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Ella giammai m‘amo)가 불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4 18: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