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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모두가 여진구의 '악역'에 놀랐다… 영화 '하이재킹' 현장 가보니!

하정우-여진구 ‘조종사와 테러범’.(연합)“현장에서 커피주던 아들이 커서는 폭탄을 들고 왔네요.”(성동일)지난 1971년 납북 미수 사건을 소재로 한 실화영화 ‘하이재킹’이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2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행사에는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이 참석했다.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하는 ‘하이재킹’은 전세계적으로 여객기 납치 사건이 기승을 부리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지금은 단종된 비행기를 고증받아 사실적으로 제작됐다. 항공 관련 전문가가 현장에서 배우들의 운전을 직접 지도하며 사실감은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이재킹’은 태인(하정우)과 규식(성동일)이 모는 김포행 비행기 안에서 사제 폭탄이 터지고 비행기가 용대(여진구)에 의해 납치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진구는 첫 악역도전에 대해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감정들이 얽히는것, 또 승객으로 나오는 60명의 배우들과 한 편의 연극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외적으로 거칠고 과격하게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잘 받아준 선배님들께 감사하다”며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였다.배우 성동일(왼쪽부터), 채수빈, 김성한 감독, 배우 여진구, 하정우가 22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하이재킹’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이에 과거 한 드라마에서 부자호흡을 맞춘 성동일은 “역시 자식은 마음대로 안되는것 같다”고 눙치면서도 “나로 인해 ‘하이재킹’이 코믹하거나 술 먹는 느낌으로 변주되지 않았으면 한다. 촬영 후 식사자리에서 50% 이상이 다음날 동선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일 정도로 치열하게 촬영했다”며 진지했던 촬영 분위기를 전했다. 배우들이 촬영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다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촬영이 늦어질 정도로 진정성에 집중했다는 후문. 극중 부상당한 성동일 대신 비행기를 지키는 하정우는 “그간 좁고 어두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20배는 힘들었다”고 거드는 모습이었다. 진행을 맡은 박경림이 "영화 ’탑건‘을 찍은 톰 크루즈의 마음을 이해했느냐?"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자 “같은 영화인, 배우로서 늘 이해하고 있었지만 책임감을 갖고 연기했다. 쫀득쫀득하게 기본에 충실한 영화”라고 ‘하이재킹’을 정의했다. 특히 채수빈은 승객을 챙기면서 동시에 조종석을 오가는 승무원 역할을 위해 따로 항공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정도였다. 영화 ‘1987’의 조감독 출신으로 ‘하이재킹’으로 입봉하는 김성한 감독은 “근현대사에 집중하는 이유보다 실화가 주는 울림을 좋아하는 편이다. 관객들이 배우들의 좋은 에너지를 극장에서 받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2 15:05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드디어 JYP의 이름값을 할, '보이그룹' 탄생!

왼쪽부터 유우, 하루, 소 건, 토모야, 유키, 휴이, 세이타. 현장에 통역이 있었지만 서툰 한국어로 대답하는 모습이 그간의 노력을 가늠하게 했다.(사진제공=JYP)비닐 바지를 입고 무대를 누빈 JYP의 수장 박진영의 영향 탓일까. 2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넥스지(NEXZ) 데뷔 싱글 ‘라이드 더 바이브(Ride the Vibe)’ 쇼케이스에 등장한 멤버중 네 명이 반바지 차림이었다. 토모야, 유우, 하루, 소 건, 세이타, 휴이, 유키 일곱 명으로 이뤄진 보이그룹 넥스지는JYP가 6년 만에 론칭한 보이그룹이다.JYP와 일본 최대 음반사 소니뮤직이 합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 시즌2를 통해 탄생한 그룹으로 6명의 일본인 멤버와 1명의 재일교포 멤버로 이뤄져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인 박진영이 ‘Next Z(G)eneration’이라는 의미를 담아 ‘넥스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이에 리더 토모야는 “그룹명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담았다.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매력이 분명하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타이틀곡 ‘라이드 더 바이브’는 힙합 기반의 리듬과 일렉트로니카 요소를 융합한 ‘이지 익스페리멘털’(Easy-Experimental) 장르의 노래다. 처음이기에 느낄 수 있는 설렘, 불안함, 두근거림 등 감정의 파동을 가사로 표현했다.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무대를 즐기면서도 빈틈없는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재일교포인 소건은 “팬들과 소통하며 한국에서 넥스지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 넥스지의 곡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단독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히기도.벌써부터 글로벌 팬덤도 남다르다. 일본 나고야, 후쿠오카, 히로시마, 삿포로, 오키나와, 도쿄, 센다이, 고베와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한국 서울까지 총 11개 도시에서 펼쳐진 지역 예선에 이어 도쿄와 서울 합숙까지 모든 관문을 통과해 탄생된 만큼 중독되는 퍼포먼스가 담긴 뮤직비디오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데뷔 싱글은 발매 당일오후 음반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 실시간 앨범 차트 정상에 올라 차세대 슈퍼 루키의 등장을 알렸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1 10:4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영화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의 원태민, 도우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이해"

10대 시절의 꿈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거였지만 성적으로 인해 실기 위주의 학교에 집중했다고 미소짓는 도우. (사진제공=VAST엔터테인먼트)한명은 김수현, 또 한 명은 박서준의 신인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누가  김수현이고 누가 박서준인지는 영화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를 보고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BL(Boy Love)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스핀오프인 이 작품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 달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목표금액인 3000만원을 훌쩍 넘어서며 그 팬덤을 증명했다.어릴적 부터 형제처럼 자란 호태(원태민)과 동희(도우)는 고등학생이 돼 오랜만에 고향인 강릉에서 만난다. 죽음과 절연으로 아버지를 잃은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 호태의 아버지는 얼마전 세상을 떠났고 무슨 이유때문인지 동희의 아버지는 늘 주먹을 휘두른다. 두 살 연상인 자신에게 절대 “형”이라고 부르지 않는 상남자 호태는 간만에 만났지만 여전하다. 입은 거칠고 욱하는 성질은 죽지 않았다.수영선수로 다져진 훤칠한 키 덕분인지 전학오자마자 교내 인기남으로 급상승한다. 집에서 쫓겨난 동희는 엄마들끼리 친자매 이상으로 친했던 인연으로 호태네 집에 머물며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으며 모범생으로 살고 있다.자신의 정신적 지주로 어머니를 꼽은 그는 “지금도 늘 공부하신다. 얼마전 대학원에도 진학하셨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살가운 관계는 아니지만 고민이 생기면 늘 가족과 상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VAST엔터테인먼트)원작 웹툰이나 드라마에서 발랄한 멍뭉미를 발산했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늘 차분하고 비밀스럽게 호태의 찬란한 연애를 바라본다. 자신에게 들이대는(?) 여자들에게 “그러던지”라는 두루뭉실한 말로 연인관계를 허락하는 호태의 얼굴엔 상처가 끊이질 않는다. 헤어질 때 전여친들에게 한대 맞는 걸로 정을 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호태를 잡으러 교실에 들이닥친 전 여자친구 두명을 피하려다 졸지에 입을 맞추게 된다. 일본영화 ‘러브레터’를 오마주한 듯 교실커튼이 흩날리는 순간 교차되는 두 남자의 입술은 영롱하기 그지없다.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에서 남다른 팬덤을 누렸던 호태와 동희의 풋풋한 학창시절을 담은 스핀오프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의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넘버쓰리픽쳐스)“원작 팬들에게 그 신은 정말 중요한 거라서요.(웃음) 잘 살리는 게 관건이었죠.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연기톤이라 사실 기쁜 마음에 출연하면서도 예민한 마음이 컸습니다. 동성애 성향을 숨겨야 하는 과거의 동희는 늘 수줍고 뭔가 주눅 든 캐릭터거든요. 되려 비오는 날 난로를 켠 말랑한 분위기에서 거칠게 입을 맞추는 두 번째 키스신에서 진이 엄청 빠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도우)많이 알려졌다시피 실제로는 원태민이 나이가 많다. 같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1년 후배지만 학교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도우는 “군제대 후 연기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던 형을 좋게 보는 선후배들이 많았다. 진짜 주변에 칭찬밖에 없더라. 친해지기도 전에 내적 친밀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입는 것, 먹는 것도 줄이고 운동도 일부러 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교복을 입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봤거든요. 수영대회에서 지고 나서 우는 장면이 어색했다고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픈 마음이 실패한거니까 좀 아이처럼 울고 싶었어요. 유치해보이는 그 울음이 보였다니 다행입니다.”(원태민)몸에 열이 많아서 약간 껄렁하게 교복을 오픈해서 입는 극 중 스타일이 찰쩍이었다고 밝힌 원태민. (사진제공=다홍엔터테인먼트)극 중  호태는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동희가 이성으로 느껴지며 혼란을 느낀다. 단정한 교복차림에 미술을 좋아하고 가끔 보이는 미소가 너무 아름답다. 실제 남중과 남고를 나와 공대를 다녔던 원태민에게 동성애는 멀리 있는 미지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는 “한국에서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동희와 호태의 호흡이 워낙 쫀득해서인지 팬들의 기대가 대단했다”면서 “도우가 실제로는 나보다 더 남자같은 성격”이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있던 도우 역시 “그 감정이 이상한 게 결코 아니라는거지”라고 맞장구치는 모습이었다. 이어 “드라마 이후 우리 둘 다 남성 팬들이 확 늘어서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대중교통을 즐겨 탄다는 그들은 서로 바라보며 “하긴 얼마 전에 둘이 카페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데 알아봤잖아”라며 처음 느꼈던 유명세를 신기해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원태민은 고향인 대구에서 극 중 동희처럼 반장은 기본으로 전교회장을 도맡아 했을만큼 ‘엄친아’였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제 교육에 올인하셨던 어머니는 여전히 걱정이 많다. 하지만 요즘 내가 너무 행복해하니까 걱정을 좀 덜 하신다. 소녀같으신 분”이라며 배우로서의 끼는 아버지의 DNA에서 왔음을 고백했다.최근에는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얻고 있다는 원태민. (사진제공=다홍엔터테인먼트)“눈매가 아버지를 닮았거든요. 그게 제 장점이자 단점이긴 한데 첫인상은 좀 사나워보이다가도 한 없이 순수한 일희일비를 담은 눈빛이 저의 자랑입니다.”무엇보다 도우는 원작 드라마에서 함께 호흡맞춘 차서원, 공찬과 자신들의 공통점으로 남자형제만 있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당시의 좋았던 분위기, 우정 덕분에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를 찍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삼형제 중 둘째인데 지금보면 방목형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번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굉장히 크고 넓은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키워주셨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된거죠. 가족특징이기도 한데 불행한 기억은 금방 잊어요. 100점은 아니더라도 늘 행복하다고 느끼고요. 그 감정을 동력삼아 저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한 편안한 연기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20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메트 오페라의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한 최후의 예술형식"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한 최후의 예술 형식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쓰고 인간이 노래하고 인간이 악기를 연주하고 인간이 지은 극장에 인간이 꾸린 세트에서 신에 관한 이야기이거나 허구일지라도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죠.”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The Metropolita Opera, 이하 메트 오페라) 주역인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Lisset Oropesa, 이하 오로페사)는 6월 19, 20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이 예술 형식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는지 그리고 이미 얼마나 많은 세대의 삶에 감동을 전해주었는지 놀라울 정도죠. 저는 오페라가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많이 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고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거든요.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해야죠!”◇극강의 콜로라투라, 야닉 네제 세갱이 인정한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리제트 오로페사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마에스트로는 모든 면에서 훌륭합니다. 그는 솔리스트든 앙상블이든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죠.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전염성이 강해요. 항상 축하 이벤트를 준비하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예술 형식과 아티스트 자체를 사랑하고 존중하죠. 개성과 기쁨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방법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에요.”오로페사는 현재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Yannick Nezet-Seguin)이 “누구보다 모차르트를 잘 구현하는 가수”라고 인정한 메트 오페라의 소프라노다.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출신의 오로페사는 2019년 제14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벌리 실즈 아티스트 어워드(Beverly Sills Artist Award) 및 리처드 터커 어워즈(Richard Tucker Award) 수상자로 극강의 콜로라투라(Coloratura, 빠른 패시지나 트릴 등 기교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선율)를 구사하는 소프라노다.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Recitativ und Arie)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A Berenice...Sol nascente K.70)와 콘서트 아리아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Vado, ma dove? K. 583)를 선보인다.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수석지휘자로 이끌기도 했던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6월 19, 20일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일본(6월 22~27일), 대만(6월 29, 30일)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에서 선보일 두 곡에 대해 오로페사는 “전혀 다른 곡”이라고 표현했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모차르트가 11, 12세 무렵에 작곡한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는 극도의 기교와 목소리를 위한 악기 선율,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감흥으로 완성되는 곡이에요. 젊은 모차르트의 놀라운 기교를 한껏 보여주죠. 색채가 있고 긴 구절과 큰 도약도 있어요. 인간의 목소리가 치러야할 장애물 경주 같은 작품이죠.”또 다른 곡인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는 33살 무렵의 모차르트가 소프라노를 위해 작곡한 마지막 아리아다. 이에 대해 오로페사는 “모차르트가 극적인 영역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특별한 아리아”라고 털어놓았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모차르트!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더 단순한 선율, 더 수월한 음역, 더 간결한 음악 구조로 텍스트 뒤에 숨겨진 정서에 집중해야 하는 곡이에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 같은 단순함이죠. 아리아가 짧고 기교가 덜 드러나는데도 노래하기 매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감정 때문입니다.”이어 “모차르트의 곡은 보기에 쉬워 보일수록 부르기에는 어렵다”며 “보컬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더 투명하게 들리고 결함이 더 쉽게 노출된다”고 덧붙였다.“모차르트 작품을 부르기 위해서는 정말 제대로 테크닉을 갖춰져야 해요. 가수의 역량 창고에 정말 많은 것이 있어야 하죠. 저는 깔끔한 패시지 작업, 감정적 뉘앙스, 실제 선과 구절의 방향을 강조하면서 쉽게 들리도록 하는 훈련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첫 번째 레벨일 뿐이죠. 이보다 더 자연스러워야 하거든요. 긴장하거나 지나치게 통제된 것처럼 들리면 진정으로 ‘쉽게’ 들리게 하는 자유를 잃게 되니까요.”그리곤 “이것이 바로 훌륭한 모차르트 해석가와 단순한 음악가 사이의 핵심적인 차이”라며 “기계처럼 들리면 안된다. 음율을 만든 사람이 사람이고 사람이 음율을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야 한다”고 부연했다.“마치 훌륭한 아이스 스케이트 선수를 보는 것과 같아요. 보는 사람들이 ‘와, 정말 쉬워 보이는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죠. 저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모차르트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래서 음악을 해석하는 일은 언제나 경이롭죠.”6월 19, 20일 내한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함께 하는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훌륭한 친구이자 동료로서 존경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매일 성악가들과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특별한 요구 사항, 개별 솔리스트의 소리와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에 매우 민감하며 제가 최선을 다해 노래하도록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앙상블”이라고 소개했다.“그들은 제가 스타일을 쉽게 바꿀 수 있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협력해요. 음악 스타일과 지휘자의 요청뿐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성악가들을 항상 존중합니다. 쉼표가 필요하든, 강조를 위해 시간을 멈춰야 하든 늘 그들이 함께 하죠.”◇비올레타, 마농, 줄리엣, 아미나 그리고 엘비라, 마르게리타, 노르마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비올레타(Violetta)와 쥘 마스네(Jules Massenet) 오페라 ‘마농’(Manon)의 주인공 마농, 샤를 구노(Charles Gounod)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의 줄리엣 그리고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몽유병의 여인’(La Sonnambula) 아미나(Amina)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역할이자 지금도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인물들이죠.”이렇게 전한 오로페사는 “베르디 ‘리골레토’(Rigoletto)의 질다(Gilda),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의 루치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수잔나(Susanna)도 좋아하지만 더 이상 그 배역으로는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을 보탰다.그리곤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와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삶을 소재로 한 도니제티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Maria Stuarda) 무대에 처음 오른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앞으로 벨칸토 오페라와 프랑스 작품을 레퍼토리에 더 추가할 생각입니다. 향후 3~5년 동안은 콘서트 오페라로만 불렀던 벨리니 ‘청교도’(I Puritani, The Puritans)의 엘비라(Elvira),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Faust)의 마르게리타(Marguerite)를 추가하고 가능하다면 노르마(Norma) 역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andel)헨델,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벨리니도 계속 노래할 거예요.”◇조수미, 홍혜경, 한국 그리고 꿈꾸는 사람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조수미 선생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 그녀를 만났고 너무 친절하셨어요. 선생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프라노 디바 중 한분이죠. 제가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주인공) 수잔나를 부를 때 첫 백작부인이었던 홍혜경 선생님을 존경해요. 훌륭한 가수일 뿐 아니라 정말 놀라운 분이셨죠.”그는 한국인 성악가들과도 인연이 깊은 소프라노이기도 하다. 오로페사는 “라 스칼라에서 멋진 베이스 바리톤 박종민, 비엔나에서 유쾌하고 재능있는 젊은 베이스 스테파노 박과도 함께 공연했는데 정말 대단했다”고 밝혔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한국의 성악가들 뿐 아니라 “한국드라마도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오징어게임’(Squid Game)과 ‘더 글로리’(The Glory)를 정말 좋아한다. 김치 등 한국 음식도 좋아해서 직접 채식주의자인 저만의 비건 레시피로 만드는 법도 배웠다”고 전했다.“이번 공연을 통해 저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아시아에는 오페라와 성악가들에 매우 열정적인 관객들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의 아시아 투어는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그는 꿈꾸는 사람들, 특히 뉴욕 메트 오페라 극장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큰 꿈을 꾸는 건 근사한 일이죠. 뉴욕 메트로폴리탄 혹은 작은 동네 극장에서 노래하는 것이 꿈이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을 상상하며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하세요.”이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공이 쉽고 빠르게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많은 좌절이 따르는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정말 원하는 꿈이라면 쉽지 않더라도 쫓아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상을 유지하기란 정말 어렵거든요. 늘 스스로로 존재하세요.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와 생각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마세요. 나만의 개성은 나를 돋보이게 하죠. 연약함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것이고 강인함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게 할 테니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20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삶을 바꾸는 7가지 '거인의 습관'을 훔쳐라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조직심리학자이자 행동과학 컨설팅 회사 ‘인벤티움’의 설립자인 저자가 글로벌 리더들이 가진 7가지의 초생산적 습관을 소개한다. 우선 순위와 구조화, 효율화, 집중, 성찰, 연결, 에너지가 그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많은 시간동안 일을 하느라 희생하지만, 대부분 그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현명하게 시간을 사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일러준다. 거인의 시간|어맨사 임버|다산북스br◇ 우선순위… 무엇이 더 중요한가목표 설정이 곧 목표 달성은 아니다. 아무리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며(Measurable) 달성 가능하고(Achievable) 개인·조직의 가치와 연결되고(Relevent) 시한을 둔(Time-bound) 목표를 세웠더라도 ‘시스템화’가 중요하다. ‘10억 벌기’가 목표라면, 하루 1만 원 벌기처럼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매일 반복하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컬럼비아대 리타 맥그래스 교수처럼 ‘개인이사회’를 두는 방법도 있다. 그는 크고 복잡한 문제로 고민될 때면, 효과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개인이사회를 구성했다. 남다른 영감과 시각으로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조언을 얻는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할 수도 있는 일’의 목록을 따로 만들어 중요하지 않은 일을 미룰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저자는 ‘행복 전문가’ 그레첸 루빈이 전하는 ‘더 나은 결정을 위해 스스로에게 해야 하는 네 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첫째는 ‘어떤 선택이 내 인생을 좋게 만드는가’이다. 둘째는 ‘이 선택으로 내가 더 행복해지는가’ 이다. 셋째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가’이며, 마지막은 ‘내가 하려는 일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인가’이다. 다른 사람을 따라하지 말고, 진짜 자기 모습으로 살라는 것이다.◇ 집중… 원하는 것에 몰입하라우리는 하루 평균 2617회나 휴대폰을 터치한다고 한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디지털 기기 중독성의 위험을 경고했던 애덤 알터 뉴욕대 교수는 의도적으로 스마트 폰과 물리적 거리를 둔다. 꼭 사용해야 할 때만 가까이에 두고, 학교 연구실에서도 자료 보관함에 스마트 폰을 넣어두고 열쇠로 잠갔다고 한다. 저자 역시 스마트 폰은 생각만큼 필요하지 않다며, 하루에 한 번 30분에서 1시간 가량 사용제한 시간을 설정하고 조금씩 늘려가 중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케빈 로즈는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려 기기를 고무줄로 묶었다. 고무줄을 제거해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하루에 휴대폰을 보는 횟수를 10회에서 30회로 줄였다고 한다.눈 앞에서 스마트 폰을 치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녁 먹을 동안 만큼은 휴대폰을 없애는 것이다. 실용적인 앱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거나 무의미한 스크롤링을 멈춘다. 휴가 중에 이 메일 확인을 멈추는 것도 효과적이다.◇ 효율화… 더 빠르게, 더 스마트하게대기업에는 이른바 ‘좀비 프로젝트’가 있다. 더 이상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지만 계속 남아있는 이런 것 들을, 자신과 동료들이 투자할 만큼 가치있는 안건인지 계속 질문하면서 없애 가야 효율적인 조직이 된다. 반복 업무에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된다. 지겹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은 자동화를 하거나 외주를 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내 시간이 중요한 만큼, 다른 이의 시간도 낭비하지 말라”. 2018년에 주 4일제 근무를 영구도입한 부동산 회사 ‘퍼페추얼 가디언’의 앤드루 빈스 창업자의 지론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회의 규칙을 직접 만들어 실행케 하고, 참석 여부도 직접 결정토록 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마이크로소프트 재팬도 이를 벤치마킹해 40%에 가까운 생산성 향상을 보았다고 한다. 동영상 회의도 대체하는 것도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글로벌 인재 리서치 기업인 ‘리모트’는 팀별 소식을 사전 제작한 영상에 담아 회의 전에 공유한다. 새로운 소식도 영상 등으로 만들어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 누구나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 연결… 더 탄탄한 인맥 구축하기글로벌 IT기업 ‘깃랩’의 원격근무 총괄담당자 대런 머프는 ‘사람 사용설명서’로 유명하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법과 자신의 성격이나 장단점, 선호하는 소통 방식과 업무 시간 등을 두루 담았다. 소셜 미디어 ‘핀터레스트’의 팀 켄들 전 회장은 “가입자가 2억 명이 될 때까지 입겠다”며 ‘집중’이라는 단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모든 회의에 참석해 에너지를 결집시켰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저자는 ‘깜짝 선물’을 권했다. 조금의 시간과 정성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결코 자신을 고립된 섬처럼 여기거나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여성 사업가들을 돕는 ‘비즈니스 칙스’의 엠마 아이작 처럼, 깨어있는 동안에 늘 ‘어떻게 하면 사람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라고 권한다. 예일대 마리사 킹 교수는 오랜 만에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을 늘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상대와 빠르게 친밀해지려면 처음 만날 때 ‘가족’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파티에서는 ‘홀수’인 무리에 섞이면 한층 대화 참여가 쉬울 것이라고 코치한다. 메일 인사말도 진부한 표현보다는 상대와의 인연을 떠올리는 문장이 탁월한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한다.◇ 성찰… 가끔은 내면을 들여다보라펜실베니아대 심리학과 애덤 그랜트 교수는 졸업생들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해, 1년에 이틀은 인생을 돌아보고 커리어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독려한다. 스스로도 1월과 7월에 그런 시간을 갖는다. 저자 역시 “이런 인생 정기 점검일에, 자기 일에 지금 만족하는지, 정체기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 지금 일에는 활력을 얻는가 등을 스스로 물어보라”고 말한다.저자는 “생각을 바꾸면 약점은 강점이 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나 다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일하려 하기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일할 때 ‘마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할 때 ‘최악’의 상황보다는 오히려 ‘최고’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지금의 시련이 좋은 도전이라고 생각하라고 독려한다.저자는 제대로 성찰하려면 정확한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늦지 않게, 늘 건설적인 피드백을 끌어내도록 노력하라고 이른다. 효과적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언어습관이나 방해요인이 있는지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말하는 투도 ‘해야 한다’라 보다 ‘할 수 있다’로 바꿔 보라고 말한다.◇ 구조화… 생산적인 하루 만들기하루 중 가장 에너지가 언제 가장 높은지를 나타내주는 수면-각성 리듬을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라고 한다. 이를 내재화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자신이 아침형이냐 저녁형 인간이냐를 잘 파악하고 그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과 함께 행복도를 높여 준다고 한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IT기업 ‘슈퍼휴먼’의 창업자 라훌 보라의 ‘스위치 로그(Switch-log)’ 기법을 소개한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 일을 전환할 때, 그리고 휴식할 때마다 기록하는 것이다. 하루 동안의 모든 작업을 ‘범주화’함으로써, 자신이 사용한 시간이 자신의 가치나 우선순위와 맞는지 비교해 시간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저자는 시간당 가치가 낮은 업무를 파악해 그 일을 줄이거나 멈출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이용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시간을 훨씬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를 최적화하고 싶다면, 캘린더에서 쓸모 없고 무의미한 ‘불싯(Bullshit) 업무’를 주기적으로 삭제하되, 가장 중요한 ‘휴식시간’ 만큼은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고 권한다.◇ 에너지… 당신의 불꽃을 유지하라저자는 포스트 잇으로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표를 적어 모니터에 붙여 매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목표와 삶의 방식을 항상 기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하기 싫고 힘든 일을 짝지어 볼 것도 권유한다. 음악을 들으며 이 메일 답장을 하는 식이다. 좋은 습관을 확실하게 뿌리내리려면, 새로운 행동을 했을 때 자기 자신을 칭찬하거나 단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만 해도 습관이 단단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좋은 기분이 들면 즉각 행해보는 ‘즉각적 습관’은 의도적 습관과 달리 긍정적이고 자연스럽게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고 말한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들로 자기 만의 ‘설렘 폴더’도 요긴하다. 의욕이 떨어졌을 때 활기를 되찾게 해 준다. 저자는 “할 수 없다”보다는 “하지 않는다”는 자의적 태도와 함께, ‘하지 않을 일’의 목록을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라고 조언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5-18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심창민의 ‘늦바람’, 김재범의 ‘눈물’, 김성식 ‘퍼펫과의 쉽지 않은 동행’ 뮤지컬 ’벤자민 버튼‘

뮤지컬 ‘벤자민 버튼’ 출연진(연합)“사실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늦바람’이라고 밖에 설명을 드릴 수가 없더라고요.”동방신기 멤버 심창민은 데뷔 21년만에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이유를 “늦바람”이라고 표현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6일 열린 뮤지컬 ‘벤자민 버튼’(Benjamin Button, 6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프레스콜에서 심창민은 “최근 많은 아이돌그룹 멤버분들께서 뮤지컬에 도전하는데 저는 기회가 닿지 않았었고 연이 안됐다”며 “소설로도 영화로도 제작됐던 이 콘텐츠가 너무 매력적이라 도전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벤자민 버튼’에서 벤자민 버튼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심창민(왼쪽부터), 김성식, 김재범(연합)“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조광화 연출님과 함께 하면 굉장히 많이 배울 수 있는, 귀한 작업이라고 제 친구 조규현이 얘기했줬어요. 아무래도 뮤지컬은 처음이다 보니 연습에 시간을 최대한 많이 할애하려고 해봤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뮤지컬이라는 작업은 정말 많이 어렵고 고되고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 멋진 제작진, 배우들과 호흡하고 싶어서 최대한 노력했죠.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관객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었던 삶의 스윗 스팟(Sweet Spot)을 저 역시 찾은 것 같아요.”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로 유명한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단편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바탕으로 한다.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주연의 동명영화(한국 개봉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던 단편소설로 70세 노인의 외모로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김재범·심창민·김성식)의 이야기다.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을 배경으로 벤자민 버튼과 그가 삶의 스윗 스팟으로 확신하는 재즈클럽 가수 블루 루 모니에(김소향·박은미·이아름솔)를 통해 기쁨과 사랑, 상실의 슬픔, 모든 것의 주체는 육체가 아닌 영혼이라는 깨달음, 시간도 초월하는 삶의 소중한 가치 등을 아우른다.오브제 아티스트 문수호 작가의 퍼펫으로 나이 변화를 표현하고 ‘알로하 나의 엄마들’ ‘북경의 남쪽’ ‘콩칠판 새삼륙’ ‘순수의 시대’ 등의 이나오 작곡가가 넘버를 꾸린 극으로 ‘서편제’ ‘베르테르’ ‘모래시계’ ‘미친 키스’ ‘남자충동’ 등의 조광화 연출이 대본까지 집필했다.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퍼펫으로 나이의 변화를 표현한다(연합)퍼펫을 활용한 데 대해 조광화 연출은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는 무척 매혹적이지만 무대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전 연령대를 보여줘야 의미가 있는 작품인데 무대에서는 CG를 쓸 수도, 특수분장으로 계속 얼굴을 바꿀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영국의 ‘워호스’를 보면서 퍼펫도 그냥 물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일 수 있겠구나, 내면이 있고 감정을 보이는 인물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퍼펫으로 벤자민 버튼의 나이 변화를 보여주면 공연에서도 가능하겠다 싶었죠. 정말 완전한 생명체를 만들고 싶어서 출발했지만 인간의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는 지점들이 있어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이를 대변하는 약속의 장치이자 놀이성의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배우들은 오히려 좀 자유로워져서 정서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죠.”또 다른 벤자민 버튼 역의 김재범은 “처음 대본을 받고 한번에 후루룩 다 읽었다”며 “제가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벤자민 버튼’ 블루 루 모니에 역의 이아름솔(왼쪽부터), 김소향, 박은미(연합)“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어긋남 등이 굉장히 가슴에 훅 쑥 들어오더라고요. 거꾸로 나이를 먹으면서 벤자민이 블루와 만나는 순간이 서른다섯이잖아요. 둘이서 딱 정확하게 같은 나이가 됐을 때죠. 그런 것들이 되게 가슴 아프면서도 간만에 되게 따뜻한 대본을 봐서 행복했습니다.”블루 루 모니에 역의 김소향은 “관객들에게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공감하고 나누고 싶었다”며 “이 공연을 하면서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주름이 하나씩 늘어간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고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블루가 마지막으로 부르는 ‘불안에의 초대’라는 노래가 있어요. 대본을 읽음녀서 그 노래 하나만을 보고 이 공연을 택하고 함께 만들었죠.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2시간 가까이 달려온다고 생각하면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가사가 정말 아름답거든요.”벤자민 버튼 역의 김성식은 퍼펫과의 쉽지 않은 동행에 대해 털어놓았다. 김성식은 “퍼펫에서 빠져나오는 게 어려웠다”며 “퍼펫과 저, 그리고 합쳐지는 부분과 다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어느 순간에는 저대로 하고 있고 또 어떤 때는 퍼펫에 사로잡혔어요. 연출님께서 정서에 더 깊이 다가가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길을 찾을 수 있었고 지금도 공연하면서 퍼펫과 친해지는 중이죠. 사실 아직도 완벽하게 합이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계속 맞춰가다 보면 관객들께 더 깊은 정서를 보여드릴 수 있는 순간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7 23:5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의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 오롯이 “음악과 나”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건 완전 딴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저의 상태는 음악과 저 외에는 없어요. 그게 옳은 태도인 것 같아요. 다 잊어버리고 음악과 나, 내가 그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5월 14일 생애 첫 ‘모차르트’ 3부작 중 첫 번째 앨범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사별한 아내이자 배우 윤정희가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음악과 나”를 언급했다.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 첫 번째(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렇게 ‘모차르트’ 앨범은 오롯이 음악과 자신에만 집중한 작업이었다.  그가 모차르트를 처음 접한 건 ‘론도 A단조’(Rondo in A minor, K. 511). 이에 대해 백건우는 “사실 기억나지 않지만 항상 모차르트의 음악이 존재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사람이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는다는데 음악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일생 동안 많은 작곡가를 하고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20대, 40대, 60대 이 악보를 읽는 것이 확실히 달라요. 지금의 저한테는 굉장히 새롭더라고요. 저에겐 새로운 도전입니다. 예전에는 모차르트 스타일에 맞게 잘 치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모차르트 음악 자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그리곤 “모차르트 음악에서 연주자의 역할은 그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연주 같다”며 “연주를 하면서는 특별한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데 모차르트는 자기를 오히려 없애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부연했다. 이에 앨범 커버도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살 아이의 백건우 초상화다.“거짓없는 아이의 눈길이랄까요. 그런 것이 그리웠어요. 아이들만 표현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서 이 음반의 음악과 참 맞는 것 같아서 커버로 채택했죠.”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렇게 자신을 걷어내는 과정을 거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주옥같은 음악들이 3장의 음반으로 완성됐다. 그 시작은 ‘환상곡’(Fantasia in D Minor, K. 397)이 연다. 이후 ‘론도 D장조’(Rondo in D Major, K. 485)에 이어 ‘피아노 소나타 12번’(Piano Sonata No. 12 in F Major, K. 332), ‘피아노 소나타 16번’(Piano Sonata No. 16 in C Major, K. 545 “Sonata facile”) 그리고 ‘프렐류드와 푸가’(Prelude Fugue in C Major, K. 394)로 이어진다.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그에 따르면 “(이후 발매될) 두장의 앨범에는 ‘피아노 소나타 2번’(Piano Sonata No.2 In F Major KV 280)과 ‘10번’(Piano Sonata C major K. 330), ‘14번’(Piano Sonata No.14 In c minor K. 457), ‘환상곡 다단조’(Fantasia Fantasie c minor K. 475). ‘윤기덕분에’(Verdankt sei es dem Glanz K. 392),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Adagio and Rondo for Glass Harmonoca) 등 익숙한 그리고 듣기 쉽지 않은 곡들이 담겼다.”“모차르트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들었던 음악가 같아요. 틀에서 벗어나는 곡들이 많거든요. 모차르트 음악이다 하면 대부분 ‘피아노 소나타’를 떠올리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어요. 오르간, 하모니카를 위해 쓴 곡도 있고 민속적인 소리도 있거든요. 이번 앨범을 들으시면 모차르트의 음악세계에 이런 면도 있구나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그리곤 “특히 후기 작품들이 너무 마음에 끌려서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데 순서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는 “뭔가 계획하는 걸 별로 안좋아한다”며 “가다 보면 뭔가 새로운 곡이 나타난다. 지금 이 나이에 꼭 이걸 해야겠다는 믿음이 생길 때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할지는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고 웃었다.“저는 녹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녹음해서 픽스한다는 데 부담도 되고 부정적이었죠. 그런데 좀 넓게 생각하니 그때 내 모습을 남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10년 후 달라질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녹음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7 18:3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운명처럼 뮤지컬 ‘일테노레’와 윤이선을 만나다! 서경수 “늘 무대 위 진실된 순간들을 꿈꿔요”

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이 작품을 리딩하는 첫날 딱 깨달았어요. 운명이다. 내게 운명 같은 작품이다. 그냥 심장이 요동치고 뭔가 노력하지 않아도 저 밑에서부터 가늠할 수도 없고 형언할 수도 힘들 만큼 어마무시한 것들이 솟구쳤거든요.”서경수는 뮤지컬 ‘일테노레’(Il Tenore, 5월 19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를 ‘운명’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부터 연습과 12월 초연, 올해 3월 개막한 앙코르 공연까지 1년여를 조선 최초의 성악가 윤이선(홍광호·박은태·서경수)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는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질문에도 “이 작품을 함께 하지 못했다면 ‘일테노레’와 윤이선이 됐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온몸이 요동치는 음악들로 ‘꿈꾸는 사람들’ 우리처럼! 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연습하면서 또 공연하면서 갈고 닦은 걸 얼마나 잘 보여줄까 보다 이 사람들과 다 같이 또 한번 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정말 오랜만에 정적이면서도 유약한, 그를 딛고 성장하는 롤을 맡은 것 같아요.”뮤지컬 ‘일테노레’는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인 베르디의 ‘춘희’(라 트라비이타)를 비롯해 비제의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 연출자이자 성악가인 의사 이인선에서 영감받아 꾸린 작품이다.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예술의지로 관통한 이들을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이인선을 모티프로 극화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으로 살며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그만큼 더 아픈 시간들도 있었지만 결국 공연은 사람들과 하는 작업이잖아요. 휴앤윌 작곡가님들이 쓰신 것들을 함께 맞추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을 함께 한 이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진짜 욕심 부리면 ‘정말 이대로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하게 됐습니다.”윤이선을 비롯해 대학생들의 항일운동모임인 ‘문학회’ 리더이자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김지현·박지연·홍지희), 건축학도이자 적극적인 독립운동가로 오페라 공연의 무대디자인을 맡은 이수한(전재홍·신성민) 등의 꿈과 사랑 그리고 독립 의지에 대한 이야기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 등의 작가이자 작곡가 윌 애런슨(Will Aronson)과 작가이자 작사가 박천휴의 콤비작으로 전통 클래식 사운드, 19세기 오페라 미학을 바탕으로 창작한 가상의 오페라 ‘꿈꾸는 사람들’을 만들어 가는 여정을 따른다.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어쩌면 해피엔딩’ ‘데스노트’ ‘신과함께-저승편’ ‘미세스다웃파이어’ 등의 김동연 연출작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뮤지컬적으로 재해석하고 고전적인 가사를 붙인 넘버와 음악들이 18인조 대편성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린다.“듣는 순간 몸이 요동 쳐요. 그 정도로 음악이 좋아요. 밝은 노래도 슬프고 너무 벅차서 막 소용돌이가 치는 것 같달까요. 뭔가 좀 새롭고 리듬보다는 어떤 선율이 심장을 울리다 보니 연습실에서는 매일이 눈물바다였어요. 인물, 극, 장면 등의 방향성을 형들(홍광호·박은태), 진연들(김지현·박지연·홍지희)과 얘기하면서 ‘너무 사랑해서 말을 못할 만큼’의 감정이 북받쳐서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지곤 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해요.”그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윤이선이 마지막으로 불러주려고 했던 극 중 극인 ‘꿈꾸는 자들’의 맨 마지막 노래와 극을 여는 ‘새로운 세상’”을 꼽으며 “사실 주로 하던 발성이 아니어서 고민이 깊었다”고 토로했다.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그래도 어느 정도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발전 속도가 굉장히 더뎠거든요. 성악 뿐 아니라 해부학적인 레슨까지 좀 다양하게 받았고 지금도 받는 중입니다. 조심스럽지만 그렇게 발전하는 느낌을 어느 만큼씩은 받고 있어서 매일 고민하면서도 너무 행복합니다.”◇“더 이상 못하겠다”는 순간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그는 윤이선과도 같았다. 딱히 꿈을 꾸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기 보다는 “무슨 일을 하든 돈을 벌 자신이 있었고 어마무시한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절대 굶어 죽지 않아’라는 식으로 그냥 살았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돼 발을 들인 뮤지컬 역시 ‘내 꿈이야, 내 길이야’ 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더 이상 (뮤지컬은) 못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가 있었어요. 불과 5년도 안됐어요. ‘썸씽로튼’(2020년, 2021년)을 할 때니까 진짜 최근이죠. 그렇게 마음을 먹고서야 알겠더라고요. 내가 진짜 뮤지컬을 사랑하는 애구나. 진짜 안해야겠다 마음먹었더니 희열에 가득 찬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어요. 내가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얼마나 뮤지컬을 사랑하는지….”뮤지컬을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그를 다시 뮤지컬 무대로 등을 떠민 이는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완전 달라졌다. 뮤지컬에 대한 사랑을 각인한 그때부터 서경수는 “흐르는 강물, 날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눈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에서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전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사실 막 두드리면 깨질까 두려웠는데 그때부터는 하고 싶으면 무조건 들이대자 생각했어요. ‘잃을 게 뭐가 있냐’ ‘창피할 것도 없다’는 마인드가 장착됐달까요. 이전엔 그런 마인드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2, 300은 된 것 같아요.”그래서 윤이선이 처음 오페라를 접했을 때의 감정은 그에게도 오롯이 전달되는 것이었다.“방어기제가 강하게 발동해 다치고 싶지도, 목매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다가 제가 뮤지컬을 이렇게나 좋아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닫게 되면서 저에게도 (윤이선이 오페라를 처음 접했던) 그런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뭐랄까 전구가 켜지듯 심장에 확 불이 켜지는 그런 순간이요. 그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했죠.”◇오롯이 사랑, 귀감이 되는 홍광호·박은태, 영감덩어리 서진연들 김지현·박지연·홍지희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왼쪽)와 서진연 홍지희(사진제공=오디컴퍼니)“제가 윤이선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두는 건 오롯이 사랑이에요. 윤이선이 생각하는 서진연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일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거든요. 표면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사실 오페라죠. 꿈에 대한 이야기고 희망과 간절함, 절실함 등이 표현돼요. 하지만 결국 사랑도 그 꿈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오페라라는 꿈을 더 간절하고 행복하게 꿀 수 있었던 이유는 서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그런 순간들이 더 많이 담길 수 있도록 여전히 노력 중”이라는 그는 “홍지희 배우는 가장 단단한 서진연, 박지연 배우는 가장 단단해 보이지만 유약한 면이 많은 서진연 그리고 그 중간이 김지현 배우의 서진연”이라고 표현했다.“홍지희, 박지연, 김지현, 이 세 서진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서진연이, 그를 연기하는 세 배우가 제 영감이에요. 영감이 둥둥 떠다녀요. 진짜 살아 있는 영감이죠.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그에게도 윤이선의 서진연과도 같은 존재는 있다. 망설임도 없이 “엄마, 형, 형수님, 조카들, 저희 가족”이라 답한 그는 “너무 당연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강조했다.“너무나 당연하지만 이들이 없으면 와르르르 무너지잖아요. 그래서 가족은 저의 원동력이자 기둥이자 삶의 바탕이죠. 더불어 친구들, 사람들…제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순간들을 더 나누고 싶어요.”그는 “윤이선이 극 중에서 형을 그리워하고 우러러 보는 것처럼 저 역시 그렇다”며 “저희 형한테는 다 줄 수 있고 너무너무 사랑하는 존재라 윤이선이 형을 떠올릴 때마다 형과의 순간들이 떠올랐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홍광호(왼쪽)와 서진연 김지현(사진제공=오디컴퍼니)“윤이선이 형을 떠올리는 넘버를 부를 때 저에게 형이 없다고 생각하면 더 슬프고 감정이입이 되고 했어요. 저희 형도 공부를 엄청 잘했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했던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부담감에 휩싸여 있거나 압박감을 갖고 막 괴로워한다기 보다는 해낼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저와 저희 형과 같았죠.”윤이선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은태와 홍광호에 대해서는 “귀감이 된 존재”라며 “서로 정말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주면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라고 밝혔다.“박은태 형님은 제일 통통 튀고 홍강호 형님은 굉장히 무게감이 있고 그 와중에 또 엄청 귀엽기도 해요. 저는 진짜 모르겠어요. 너무 안정적이고 특징있는 두 형님을 보면서 처음엔 ‘망했다’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막연하게 ‘나는 내 색깔이 있어’라고 버티다 깨달았죠. 그냥 주어진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노력의 기준점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걸요.”그렇게 “노력이라는 단어의 기준치를 높여 더 많이 배우고 더 넓게 바라보고 더 많은 걸 습득하면서 차근차근 다시 쌓아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결국 사람들을 보고 자극 받아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고백했다.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박은태(오른쪽 아래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서진연 박지연, 이수한 전재훙(사진제공=오디컴퍼니)“제 주변이 다 그래요. 2, 3년 간 혼자 활동하다 외로울 찰나 저희 (김)준수 대표님이랑 대기실에서 얘기하다가 (팜트리아일랜드에) 소속되면서 더 행복해졌어요. 김준수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고 좋은 사람인가를 알게 됐고 저희 가족들인 (손)준호형, (김)소현·(정)선아 누나, (진)태화형까지.”◇더 할 나위 없는 지금 “늘 무대 위 진실된 순간들을 꿈꿔요”“특히 과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물론 그 과거가 제 인생의 영양분이고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하지만 지금에 집중하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니 30% 정도는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끔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늘 말씀하시듯 ‘인생은 마라톤’이니까요. 천천히 행복하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면서 미래를 바라보며 걸어가고 싶어요.”인터뷰 내내 “행복하다”는 말을 마침표처럼 되뇌던 17년차 배우 서경수는 “지금을 놓칠까봐 과거도, 미래도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몇년 간 TV나 영화, OTT 등 다양한 매체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배우들이 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뮤지컬에서도 배워야할 게 아직도 많아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아직도 뮤지컬 오디션을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거든요. 낯선 환경,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커서 도전하지 못하는 게 커요. 예전처럼 ‘뮤지컬만 할 거야’는 아니에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모르죠. 하지만 전 여전히 무대가 너무 좋아요. 노래도 너무 좋아하고 춤도 너무 좋아하고 연기도 할 수 있고…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하는 것도 너무 좋아요.”서경수는 ‘일테노레’를 하면서 “어떤 것도 안보려고 한다”며 “보시면서 정말 좋은 작품이다. 그리고 동료들끼리 정말 행복하게 공연하는 게 느껴진다. 그냥 이거면 충분한 것 같다”고 전했다.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윤이선을 하면서 더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윤이선으로 살면서 제 스스로가 믿어지지 않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거든요. 윤이선은 안했을 것 같은 행동들 등에 변화가 생겼죠. 무대 위에서만, 껍데기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진짜 일상에서 변화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이는 그가 무대를 대하는 자세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어떤 무대든 다 똑같다. 진실된 순간이 찾아올 수 있게끔 단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일념 하에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죽을 때까지, 항상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잖아요. ‘이 정도면 됐지’라는 마음을 떨쳐내고 계속 발전해 나가면서 무대 위에 생명력이 존재하게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지금처럼 차츰차츰 성장하면서 동료들과 진실된 순간을 같이 한번 만들어 나가자, 그거면 충분합니다. 더 할 나위가 없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7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츠요시 츠츠미·양성원 “스승의 뜻 이어 횃불을 들고!"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 산토리홀 대표(왼쪽)와 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저희의 뛰어난 스승이자 예술가이자 인간적으로도 너무 멋진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을 기리는 일을,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츠요시 츠츠미(Tsuyoshi Tsutsumi) 일본 산토리홀 대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Janos Starker)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제자들과 또 그들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 여는 축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츠요시 츠츠미는 2년 전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7월 3~5일 롯데콘서트홀, 7월 5~7일 산토리홀, 이하 첼로 페스티벌)을 제안했던 세계적인 첼리스트 양성원의 표현을 빌자면 “41년 전 처음 만나 지금은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대선배이자 동료이자 존경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1960년 야노스 슈타커를 처음 만나 제자가 된 첼리스트이자 일본첼로협회 초대 회장, 토호 가쿠엔 음악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교육자다. 현재까지 토호 가쿠엔 음악학교 특임교수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왼쪽)와 그의 애제자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롯데콘서트홀과 일본첼로협회, 산토리홀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 첼로 페스티벌의 공동 예술감독인 양성원은 “첼로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던 1975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선생님의 공연이 제가 본 첫 첼로 독주회였다”며 “아직도 그때의 가슴울림을 간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첫 독주회의 가슴울림과 1986년 제자가 돼 슈타커의 가르침을 받은 양성원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프랑스 본 페스티벌·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성장했고 연세대 교수·영국 왕립음악원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은 우리가 직업 연주가로서 단순한 엔터테이너가 아닌 인류의 유산을 대표하는 예술가라고 항상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수로 재직하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러 뉴욕 맨하튼으로 떠나기 전 작별인사로 해주신 ‘횃불을 들고 가라’(Deep Carrying the Torch)는 말씀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좌절하고 힘들 때 일으켜 세운, 지금까지 저의 가장 믿을 만한 디딤돌 같은 말이죠.”이어 7월 시작될 첼로 페스티벌에 대해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지키며 후대를 위해 길을 밝혀야 한다는 마지막 인사, 그런 선생님의 교육 철학, 음악을 대하는 자세 등을 기리는 축제”라며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의 제자인 저희가 선생님께 배운 걸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그런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항상 자신을 능가할 수 있도록 가르치신 분셨어요.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음악적 이상을 추구하라고 하셨고 테크닉을 가르쳐 주시면서는 추구하는 이상으로 가는 도구라고 말씀하셨죠.”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예술감독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츠요시 츠츠미 대표는 “선생님은 연주회로 너무 바쁜 중에도 교육자로서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늘 연주와 학생들의 교육이 자동차 바퀴의 두개 축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중 하나라도 없으면 자동차가 굴러갈 수 없다고 하실 만큼 젊은 세대를 길러내는 교육에 굉장히 헌신적이셨다”고 말를 보탰다.“14살 때 첫 번째 제자를 두셨는데 교수법이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지점은 모든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길러내는 게 아니라 각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 성장시켰다는 지점이죠. 이번 첼로 페스티벌 공연도 보시면 굉장히 놀라실 겁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너무나 뛰어난 분들이시고 너무도 다른 분들이시거든요.”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이번 페스티벌은 그 가르침을 대물림한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 제자들을 비롯해 그들의 제자까지 3세대가 함께 한다.” 양성원은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의 제자인 츠츠미 선생님의 한예종 제자 한재민이 동경 산토리홀에서, 게리 호프만(Gary Hoffmanm)의 제자 미치아키 우에노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선생님께서 가장 즐겨 연주했던 곡을 바탕으로 짰다”고 전했다. 3일에는 츠요시 츠츠미와 양성원을 비롯해 클리블랜드·밤베르크심포니 수석 마크 코소위(Mark Kosower), 예일대학교 교수 올레 아카호시(Ole Akshoshi), 파리국립음악원 교수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취리히 음대 교수 마르티나 슈칸(Martina Schucan)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Unaccompanied Cello Suites) 전곡을 연주한다.4일에는 ‘소나타와 앙상블’이라는 테마 아래 야노스 슈타커와 음반작업을 가장 많이 한 피아니스트 시게오 네리키(Shigeo Neriki),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이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첼로 소나타’(Cello Sonatas, op. 102)를 연주한다.1950년 슈타커가 발표해 파란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향유되고 있는 코다이 졸탄(Kodaly Zoltan)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Sonata for Unaccompanied Cello Op.8)는 일본의 미치아키 우에노가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의 첼리스트 한재민이 일본 산토리홀(7월 6일)에서 연주한다.둘째 날은 슈타커의 제자들이자 현역 첼리스트들이 모여 창단한 ‘슈타커 센테니얼 앙상블’의 월드와이드 초연 무대도 이어진다. 슈타커가 유독 사랑했던 한국인 제자들인 양성원, 이재은, 이현정, 김인하, 한동연, 장혜리, 박이령, 우미영 등이 전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라 바흐, 헨델, 비발디, 브람스, 드보르작 등을 연주한다.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 산토리홀 대표(왼쪽)와 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5일은 슈타커의 생일로 정확하게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한국 축제의 피날레이자 일본 축제의 오프닝이 동시에 열린다. ‘협주곡의 밤’이라는 테마 아래 야노스 슈타커가 가장 즐겨 연주하던 하이든과 슈만, 드로브작의 ‘첼로협주곡’을 양성원, 게리 호프만, 산티아고 가뇬-발렌시아(Santiago Canon-Valencia)가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휘자 이승원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한다.츠츠미 대표는 야노스 슈타커의 유난했던 한국 사랑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은 클래식 분야의 최강국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러지 못했을 시기에도 슈타커 선생님께서는 ‘한국의 음악 미래를 잘 한번 지켜보며 신경 쓰라’고 말씀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학생들이 연습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유독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방문할 때마다 한국 제자들을 엄청 칭찬하시곤 하셨죠. 선생님의 수업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아요. 타협을 전혀 모르셨거든요. 당시는 한국이 큰 주목을 받지 않던 시기였지만 그만큼 철저하고 명확한 평가를 하시는 선생님께서 한국 연주자들의 미래를 이미 직감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제자들의 노력과 헌신, 자질 등을 높이 사셨고 이후 성장할 클래식 세계를 보신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5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한국에서,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든 건 '오징어 게임'이 아닌 'OOO'

이 한 컷이 ‘차인표’의 모든 걸 압축해 준다. 영화를 다 보고 찾아보길 권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사실 이건 이병헌과 최민식도 절대 못 할 일이다. 자신을 내세운 프로그램에 당당히 이름을 붙이는 것 만큼은, 감히 차인표가 아니라면 할 수 없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는 기획당시 본인의 간곡한 거절로 물거품이 ‘될 뻔한’ 영화다. 극 중 영화 침체기를 지나치게 코믹하게 그린 데 대한 거부감이 심해서 였지만 세월이 흘러서 변한 건 없었다. 사실 영화 ‘크로싱’ 이후 이렇게 극장 산업이 무너질 지 몰랐다. 극 중 여고 체육관이 무너져 갇히는 설정처럼 말이다.‘차인표’는 혜성같이 나타나 안방을 사로잡고 극 중 호흡을 맞춘 배우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실제 그의 삶에서 시작한다. 당시 인기는 현재 변우석과 차은우급 팬덤을 합치고 100배쯤 더 될 정도.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MBC ‘사랑을 그대품안에’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재벌 2세로 의류매장 직원인 진주(신애라)의 캔디형 매력에 빠지며 사랑과 야망 모두를 잡는 인물이다. 틈만나면 클럽에서 색소폰을 불고 여심을 흔든다. 게다가 검지 손사락을 흔드는 특유의 버릇은 지금도 회자되는 캐릭터다.개봉당시 190개 나라에서 개봉돼 인기를 모았던 ‘차인표’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어쨌거나 당시 만난 운명적인 사랑은 아내가 돼 가끔 잔소리도 하고 작품에 대한 타박도 하는 사이다. ‘차인표’에서는 목소리로 등장하는데 늘 반듯하고 깔끔한 남편의 평소 모습을 디스하며 혼내는 모습으로 웃음을 더한다. 제작보고회 당시 차인표는 “저 음성과 데시벨은 연기가 아니다. 실제 말투”라고 했을 정도. 그렇게 ‘차인표’는 배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재미 백배다. 하지만 몰라도 꽤 신선한 웃음을 가득담은 작품이다.극 중 차인표는 여전히 열일 중이다. 매니저 아람(조달환)은 예전의 인기가 아닌 배우이자 형을 한편으로 안쓰럽게 생각하지만 티 내지 않는다. 사실 ‘스타병’에 걸린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차인표의 성격은 털털하다. 연기에 진심이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삶에 익숙하고 자신이 가진 걸 기꺼이 나누는 ‘선한 영향력’을 갖추며 나이들고 있기 때문이다.갇힌 사람보다 구하는 사람이 어떤 감정인지를 실감나게 연기한 조달환. 서브 캐릭터가 아닌 하나의 스핀오프가 나왔으면 할 정도다. (사진제공=넷플릭스)그리고 함께 나이든 팬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오른 등산길인데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아줌마들의 사진요청은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손가락을 흔들어 달라고 하고 가끔 근육에 감탄하며 터치도 일삼는다. 그의 굳건한 바디는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하필 산 속 진흙탕에 빠져 온 몸이 흠뻑 젖은 차인표를 본 산악인(조상구)은 친절히 그에게 하산하는 길에 있는 체육관을 알려준다. 분위기로 봐서는 자신도 가끔 그곳을 이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차인표는 몰랐다. 그곳이 안전진단의 결격사유로 인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여고 샤워실이었단 사실을.게다가 그곳은 언제부턴가 음흉한 시선과 끈끈한 점액질이 발견되면서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골치를 앓는 곳이다. 교장(박영규)은 아마도 몇몇 학생들이 덫(여성 팬티)을 놓고 범인을 잡으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차인표’는 교장의 모습에서 폐허 속에 혹시라도 있을 생명보다 “결격 사유없이 일을 처리했다”는 행정과정을 강조하는 ‘꼰대어른’을 비춘다.븍별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이 깨알웃음을 주는 극장 한 장면. 사진을 통해 자신의 리즈 시절을 확인하는 차인표의 모습이 웃프다. (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의 중반부는 차인표의 망가짐이 8할이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무너진 건물 속에 나체로 갇혔어도 손에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이다. ‘차인표’의 후반부는 배우 평소 차인표 본인이 흡사 주문처럼 외우는 “진정성있게”를 코믹하게 패러디한다. 데뷔 이래 베드신 한번 안 찍었던 몸이라 매니저를 불러 최대한 아무도 모르게 탈출(?)하는 게 관건인데 이 사연도 모르고 소방서와 경찰관들이 무너진 건물더미로 출동한다. 아람은 최대한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는 선에서 차인표를 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시멘트더미를 들어올릴 수도 없고 철근을 자를 수도 없으니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무하다. 그 와중에 배우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목은 마르고 외롭고 추운 밤이 이어져도 소리를 지를 수 없다. 자신이 알몸으로 폐쇄된 건물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본인이 우기고 있는 설경구, 송강호와 동급인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결국 그는 구출된다. 과연 뭐를 걸쳤을까. 모든 걸 체념한 표정이 차인표의 연기 내공을 가늠하게 만드는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차인표’는 제목도 연기도 주인공도 차인표인 상황이 폭소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20대에 벼락 스타가 된 만큼 30대를 안락하게 보낼 수 있을텐데 사실 차인표의 30대는 기부와 봉사, 작가의 삶에 충실했다. 그는 이 영화의 공개 직 후 브릿지경제와 화상인터뷰를 통해 “40대에 일을하려고 하니 정작 들어오는 게 없더라” 눙치면서 “역할을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걸 찾게 됐다. ‘차인표’를 계기로 주성치처럼 웃음을 주는 작품에 출연하고 연출하는 삶을 꿈꾼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 작품을 통해 절친이 된 조달환이 ‘차인표’의 시나리오를 보고 웃겨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니 기대하고 봐도 좋다. 누가 뭐래도 배우 차인표는 영원히 우리의 ‘별’이니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15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변요한 이라는 '변신9단' 배우를 보라!

영화 ‘그녀가 죽었다’의 변요한. (사진제공=㈜콘텐츠지오)배우 변요한은 스스로를 ‘힙합전사’라 부른다. 데뷔 전 ‘독립영화의 신’으로 불렸던 시기, 농담식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날렸다”고 말하고 다닌 그때를 회상하며 ‘힙합’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했다. 그에게 5월 15일은 남다른 날이다. 무려 3년 전 촬영을 마친 영화 ‘그녀가 죽었다’와 얼마 전 현장을 마무리 지은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삼식이 삼촌’이 동시에 첫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5월 15일이 진심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그 전에 군제대 후 나름 공백기가 길었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안방과 스크린을 동시에 공략하는 현재를 즐기고 있어요. 어느 쪽을 지지하냐고요? 솔직히 극장쪽에 마음이 가죠.”남의 삶을 훔쳐보는 공인중개사 구정태를 연기한 변요한. (사진제공=㈜콘텐츠지오)변요한에게 주저란 없었다. “영화관에 사람이 바글바글 했으면 한다”고까지 했다. 송강호의 첫드라마 도전작이라 불린 ‘삼식이 삼촌’에서 엘리트 청년 역할로 호흡을 맞춘 것이 “너무 소중하다”면서도 태생적으로 극장에 끌림을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무모하지만 재미있는 것에 끌리는 성격이라 ‘그녀가 죽었다’에 출연했다”면서 “이 영화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을 끝내면 세상의 시선을 따라갈지 아니면 세상이 나에게 맞추게 할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솔직히 ‘변요한이 변태가 됐다’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신뢰가 기반인 직업을 가졌지만 사실 제가 연기한 공인중개사 정태는 비정상인 사람이거든요. 관심있으면 관찰을 하게 되는데 그걸 세심하게 볼 거란 사람들의 착각을 깨준 작품이죠. 배우니까 대중의 관심이 중요한 직업이고 사랑을 받아야 하기에 작품 선택에 과감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저는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걸 해왔다고 자부합니다.”그는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극찬이 나오자 “캐릭터를 잘 파고, 시나리오의 배경과 콤플렉스 야망 등을 찾고 나면 저절로 나오는게 있다”며 겸손해했다. (사진제공=㈜콘텐츠지오)훔쳐보는 게 취미인 정태는 몰래 고객의 집에 들어가 고장난 가구나 가전제품을 고쳐준다. 그 대가는 ‘가장 필요없고 없어져도 모르는 물건 하나’ 뿐이다. 우연히 훔쳐보던 SNS 스타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한 뒤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성실하고 근면한 평판을 지녔지만 관음증이 있는 그가 신고할 수 없는 상황과 사람들의 시선 속에 돈과 행복을 얻었던 인플루언서의 삶이 디테일하게 화면을 오간다. 범인이 과연 정태일지, 소라가 과연 피해자였을지 관객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에 변요한은 “옹호해서도 미워해서도 안되는 인물이라고 접근했다”면서 “연기를 점점 하기 힘들어졌을 때 이 시나리오를 읽었다. 영리하고 과감한 엔딩에 반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작품으로 입봉한 김세휘 감독은 변요한의 ‘들개’를 보고 반해 다른 단편 영화를 모두 찾아봤을 정도로 팬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탄탄한 서사와 배우들의 명연기, 김세휘 감독의 신인감독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영화릐 공식 포스터.(사진제공=㈜콘텐츠지오)김 감독은 “정태는 몰래 나쁜짓을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선을 넘지 않는다는 확고함이 있다. 이런 캐릭터를 구현해 내는 데 변요한 말고는 생각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자산어보’를 통해 알게된 영화관계자에게 우연히 시나리오를 받은 변요한 역시  “모두가 ‘이 글이 데뷔 작품이라고? 이런 과감한 엔딩을 과연 찍을 수 있을까?’를 주목했을 정도로 천재라고 느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연기를 수학문제 풀듯이 접근한다는 변요한은 현장에서 거의 잠을 자지 못해 예민함의 극치로 몸 상태를 만들고 현장에 나섰다. 결국 감독은 “내가 원했던 지질한 쌍꺼풀이 나왔다”고 극찬했다는 후문이다.“감독님들 마다 좋아하는 눈빛이 있어요.(웃음)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님은 굵고 흔들리지 않는,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님은 건조한 눈빛을 원하셨고 그 찰나를 잘 담아주셨습니다. 또 누군가는 장난끼 있는 평소의 제 눈빛을 좋아하시고요. 그런데 이번엔 굉장히 피곤에 찌든 상태의 눈빛에 만족하시던데요?”변요한은 함께 호흡을 맞춘 신혜선에 대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또 영민한 배우”라며 극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제공=㈜콘텐츠지오)변요한은 곧 마흔을 앞두고서야 배우로서 외모를 활용하는 법을 알게됐다며 밝게 웃었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에 대해 “선배님들 덕분에 현장에서 부반장으로 있을 수 있었다. 덕분에 맺고 끝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올 하반기 변영주 감독의 드라마 ‘블랫아웃’을 선보이고 이상 문학상, 한겨례 문학상 수상작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기반으로 한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변요한은 “지금은 상업예술을 하고 있지만 결국 작품이 남아야 아티스트라고 본다. 난 엔터테이너”라며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었다.   “팬들이 저보다 작품을 더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지금 내가 숨쉴 수 있는 곳은 카메라 앞이지만 언제나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아직도 ‘헤드윅’을 했던 형들과 연락을 할 정도죠. 사실 작품도 많이 들어옵니다. 미친듯이 종횡무진하고 싶은 속내를 숨기고 있을 뿐이죠.”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13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발견과 수집 그리고 가볍지만은 않은 대상들!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

김영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디자이너로서 작업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물리적인 오브제들이 쌓여 가요. 그것들이 어느 벽화로 작업이 될 경우에는 전시가 끝난 후 사라지는 순간을 맞죠. 그때의 기분이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시원스럽고 즐거웠습니다. 그 벽화를 어느 정도 스냅샷처럼 남겨보자는 생각에 특정한 크기의 캔버스에 옮겨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을 크롭해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이죠.” 그렇게 성신여대 입구 지하철 설치작과 독일 베를린에서 운영 중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룸(ROOM) 작업들이, 작은 문구점의 먼지 쌓인 구석 등 전세계 곳곳에서 발견해 수집했던 스티커, 포장지, 포스트잇, 봉투 등 일상용품들이 캔버스로 옮겨졌다.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에르메스(Eermes), 코스(COS) 등과 작업해온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한 김영나 작가가 “조금은 다른 페인팅, 어쩌면 조각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한 작품들은 개인전 ‘이지 헤비’(Easy Heavy, 6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제목 ‘이지 헤비’는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대상들의 집합을 의미하는 말로 일상에서 발견되는 사물과 사건을 수집해 새로운 질서와 규칙으로 샘플링, 재배열, 재편집함으로서 디자인 언어를 확장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김영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전시에서는 대량생산으로 수집 가능한 그래픽 디자인 제품을 그만의 샘플링, 재편집 등을 통해 전혀 다른 시각 언어로 표현한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익숙한 사물과 사건이 보유한 디자인적 요소를 새로운 시공간에 배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한 그의 고민은 현대미술과 전시장을 만나면서 전혀 새로운 신(Scene)의 연출로 이어졌다. 디자이너인 그에겐 낯선 전시장 벽면과 인쇄물 지면 등과의 만남, 상호관계 설정 등이 디자인을 근간으로 한 자기 참조적 행위로 이어진 것이다.이번 전시에서는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그의 대표작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트’(SET) 연작과 이를 전시장 벽면으로 확장·재해석해 소환한 신작 ‘SET v.25: View N’, 벽화 일부를 캔버스로 옮긴 ‘조각’(Piece) 연작 그리고 스티커, 포장지, 포스트잇, 봉투 등 발견된 일상용품들을 재구성한 ‘발견된 구성’(Found Composition)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저한테 페인팅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어떠면 떼어낸 어떤 조각 같은 느낌이기도 하죠. ‘발견된 구성’은 디자인 작업을 시작한 2009년부터 약간 수행적으로 매일 컴포지션 연습을 하듯 했던 작업이에요. 제가 모은 사물들, 인쇄물, 스티커, 프린트, 배터리 등, 가장 경제적인 포맷을 사용해 대량생산된 이들의 숨겨진 규칙을 찾아내는 거죠.”이를 “감각을 연습하는 작업의 일종”이라고 표현한 김영나는 ‘세트’에 이은 새로운 책 ‘자화상’을 출간했다. ‘세트’는 그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작업한 아카이브를 다양한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엮은 일종의 샘플북이다.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고 다른 전시나 프로젝트의 매뉴얼 혹은 어떤 출발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 샘플북을 근간으로 ‘세트’ 연작을 만들었다. 자기 참조적 행위들로 변주된 이 연작은 “형태나 상황들, 클라이언트도 없는 어떤 개인적인 전시 작업이자 다양성이 포괄된 방식의 시리즈”다.“초반에는 디자인을 화이트 큐브에 옮겨 오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낯설었어요. 그래도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 수집 등에 대한 생각들이 어떤 상황들을 거치면서 원본들을 보여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열었던 두산갤러리 전시(테스터 Tester)를 통해 ‘세트’가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더 안하게 됐죠. 이 덩어리가 아카이브로서 저한테 다른 의미를 던져주는 것 같았거든요.”김영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그 경험 후 “원본작업들을 책으로 엮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차곡차곡 담은 것”이 새책 ‘자화상’이다. 이는 “관람객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는” 그래서 “사실 얼마 전까지만도 관람객 스스로 자유롭게 이해하기를 바라기도 했던” 그의 태도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지난해 원본 아카이브를 보여주며 다른 방식의 이해를 제안하면서 조금 더 설명하기를 바라는 태도로 바뀌었달까요. 스티커·포장지·포스트잇·봉투 등 일상용품들, 아카이브들을 재료 삼아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다르게 해석하는지, 장소에 따라 또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를 실험한 최근작들 역시 같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부산=글·사진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김영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5-13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이렇게 찰떡인 캐스팅을 봤나… KBS '함부로 대해줘' 제작발표회 열려

오후 2시 구로구에 위치한 더 세인트 호텔에서 드라마 속 설정을 살려 포토타임을 갖는 이유영과 김명수. (사진제공=KBS)조선시대 유명 화가이자 친구, 선후배였던 신윤복과 김홍도의 사랑이야기가 현대극으로 돌아온다. 13일 KBS2 월화드라마 ‘함부로 대해줘’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인의예지를 장착한 MZ 선비 신윤복(김명수)과 함부로 대해지는 삶에 지친 여자 김홍도(이유영)의 예의 바른 로맨스 드라마를 표방한다. 극중 김명수는 “현대극이지만 사극 요소가 들어가는 독특한 요소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시대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 캐릭터라 다른 현대 로맨스와 다르다. 초반에는 사제 관계가, 그러다가 점점 진행되면서 신윤복도 바뀌고 김홍도와 가까워지는 모습이 재미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21세기 선비 가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뽐내며 인의예지가 사람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고결한 성품을 타고난 캐릭터에 김명수의 외모는 무엇보다 찰떡이다.웹툰의 발랄함을 안방으로 가져온 드라마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KBS)이에 생애 첫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이유영은 “해보고 싶은 장르였지만 너무 망가지면 잡아달라고 했다. 예고편을 보니 결과가 두려우면서도 기대된다”고 밝게 웃었다. 극중 이유영은 국내 중소 의류 브랜드 디자인팀 계약직 보조이자 짠순이 소녀 가장 역할을 맡아 특유의 근성있는 연기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드라마 ‘철인왕후’,‘술꾼 도시여자들’등 특유의 말맛과 재미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던 장양호 PD가 연출을 맡아 기대감을 더한다. 이날 그는 “재밌으면서도 유쾌한 드라마”라고 ‘함부로 대해줘’를 정의한 뒤 “예의 바른 신윤복과 꿋꿋한 직진녀 김홍도의 성장기 외에도 가족, 꿈, 희망 등 다양한 소재들을 풍부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10시 10분 첫 방송.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13 15:4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부스 인 부스’로 집중도 올리고 내실 다진 2024 아트부산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벽마다 한 작가님의 작품들이 있어요. 작가님 한분 한분의 작품이 포커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부스 디자인을 했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13회 아트부산에 참여한 갤러리 이아(IAH) 관계자는 노아 엘 하켐, 이혜인, 재진, 제프리 가브리엘라 몰리나, 정수정 등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부스 인 부스’ 혹은 아티스트별로 벽으로 구분해 전시하는 디자인에 대해 “작가의 방”이라고 표현했다.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아 뿐 아니라 올해는 적지 않은 아트부산 참가 갤러리들이 벽으로 구분해 미로처럼 혹은 선물상자나 비밀의 방처럼 부스를 꾸려 작품들을 선보였다. 각 갤러리 부스가 페어의 축소판인가 하면 선물상자 혹은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거나 극장의 무대처럼 꾸리는 등 다채로움으로 무장했다. 이에 대해 한 갤러리스트는 “솔로부스가 집중도를 높이기 때문에 작가와 작품을 어필하기 좋아서 국제적인 페어들도 한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추세”라며 “비슷한 맥락으로 여러 작가를 하나의 화이트 박스에 섞어 소개하기 보다는 따로 벽 혹은 방을 꾸려 전시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부스 디자인의 변화와 더불어 지난해(22개국 145개 갤러리) 보다 참가 갤러리 수(20개국 129개)를 줄여 전시장 전체는 쾌적해졌다. 부스 열과 열 사이가 넓어져 사람들과 부대끼는 불편함은 대폭 감소했다. 동시에 15억원 안팎의 애니시 카푸어(Anish Kapoor) 작업을 비롯한 수억원대 대가들의 작품부터 합리적인 가격대의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을 선보이는 등 작품군도 다채로워졌다.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관람객 편의시설도 페어장 벽쪽에 자리 잡은 음식 및 음료(FB) 구매공간과 페어장 통로에 설치된 길다란 의자 형 구조물로 휴식공간을 따로 제공하던 지난해와는 달랐다. 올해 아트부산은 페어장 중앙에 스퀘어를 조성해 해리단길(구 해운대 역 인근에 조성된 핫플레이스)의 유명 디저트카페 프루토 프루타, 카멜 커피, 대보름 등 부산지역 FB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편의시설을 마련했다.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에 관람객들이 페어장에 머무는 시간은 늘었고 차분하게 작품들을 둘러보는 분위기였다. 더불어 벽쪽으로는 부산 지역 맛집 및 볼거리 지도들로 꾸려 페어와 더불어 부산 지역 전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트부산 현장 경험을 온라인으로 확장시킬 애플리케이션 아트라운드(Art Round)를 신규 론칭하는가 하면 지난해 서울에서 막을 올린 ‘디파인 서울’(Define Seoul)의 일부를 선보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시아 아트신의 연대’ ‘현시대 여성 아티스트’를 테마로 홍익대학교 주연화 교수가 디텍터로 나서 꾸린 아트부산의 9개 특별기획전 ‘커넥트’(Connect)는 참여 갤러리 부스 사이사이에 자리 잡고 환기 혹은 포인트 역할을 했다.따로 구분 짓기 보다는 갤러리들 사이에 자리잡은 9개의 특별전시는 쿠사마 야요이, 정강자, 샤오루 등 아시아 현대미술 1세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와 신디 셔먼, 제니 홀저를 조명하는 ‘허스토리’(Herstory), 얀 레이(Yan Lei), 마 슈칭(Ma Shuqing), 탄 핑(Tan Ping) 등과 더불어 주진스(Zhu Jinshi)의 가로 4.8m, 세로 1.8m의 대형 연작 등을 선보인 ‘포커스 아시아: 차이나’, 조현화랑의 강강훈, 앤 갤러리의 장 보고시안(Jean Boghossian), 갤러리 이배의 유명균, 서린 스페이스의 정은주, 김덕희, 존 지오르노 그리고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아트 악센트’(Art Accent) 등이다.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판매도 호조세다. 국제갤러리는 프리뷰 첫날이던 9일 하종현, 안규철, 이희준, 우도 론디노네, 장 미셸 오토니엘 등의 억대 작품을 판매했고 학고재 역시 길후 작가의 작품들을 판매했다.어쩌면 2024년의 아트부산은 과도기인지도 모른다. 방문객수와 매출 수치에 연연하기 보다는 아트페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의 조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내실을 다지는 해이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유명작가 및 대가들의 작품들이 중복되던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선보이는 신진, 중견 작가들의 작품들도 늘었다. 이에 절대적인 수치로는 하락세처럼 비춰질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든, 자의적 선택이든 관람객과 매출 보다는 성장가능성에 투자하는 진정한 예술장터로의 변화를 꾀한 아트부산에 박수를 보낸다.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5-12 14:32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드디어'입 연 류준열과 배성우...'침묵과 음주운전', 대중의 반응은?

사과하는 배성우.(연합)침묵에 대한 사과와 음주 운전에 대한 고개숙임, 주연들의 ‘사생활 논란’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오는 17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제작발표회에는 공개연애 후폭풍과 뒤늦게 밝혀진 음주운전으로 주연에서 하차했던 류준열과 배성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은 ‘더 에이트 쇼’는 시간이 갈수록 상금이 쌓이는 8층 공간에서의 서바이벌 쇼에 삶을 포기하려 했던 8명이 참가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두 사람 외에도 믿고보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지만 유독 ‘더 에이트 쇼’의 잡음은 거세다. 한재림 감독은 출연 배우 이열음과 열애의혹이 전해졌고, ‘환승연애’의혹의 류준열은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며 ‘그린워싱(Green washing·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 비난까지 한 몸에 받은 것.= 배우 류준열, 이열음, 박해준, 천우희, 한재림 감독, 박정민, 배성우, 문정희, 이주영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극중 ‘3층’역할의 류준열은 “사생활 관련 이슈 속에서 제 개인적으로 의지와는 상관 없이 SNS에 여러가지 글이 올라왔다”며 “다 일일이 답변드리기보다 침묵하고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터즈(골프 대회)를 다녀오면서 비판적인 여론을 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인 일이다보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번 행사가 열리기 전, 한 의류브랜드 행사 포토콜에서도 취재진들의 포즈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태도와는 다른 온도차이다.더불어 ‘1층’ 역의 배성우는 제작발표회 내내 굳은 표정을 지키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전에 일어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배성우는 지난 2020년 음주운전이 적발돼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고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하차했다. 배성우는 “많이 조심스럽지만 이 작품은 감독님, 배우들, 제작진이 땀과 노력으로 함께 만든 작품이다. 제가 누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최대한 덜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이번 작품으로 처음 시리즈물을 연출한 한 감독은 “‘더 에이트 쇼’는 인생의 나락에 빠진 여덟 명이 자기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당신이 포기한 시간을 사겠다’는 제안을 받고 쇼에 참여하고, 이들이 서로 협동하고 반목하는 희·비극을 담았다”고 강조했다.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네이버웹툰 ‘머니게임’,‘파이게임’을 각색했으며 8부작으로 공개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12 13:08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현대인들의 하수구 같은 욕망들, 어쩌면 오컬트! 양정웅 연출, 황정민의 연극 ‘맥베스’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뱅코우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레이디 맥베스 김소진, 맥베스 황정민, 양정웅 연출(사진제공=샘컴퍼니)“제가 고전극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어릴 때 선배님들이 하던 고전극들을 보고 자라고 공부하면서 정말 기본이라는 걸 배웠기 때문입니다. ‘맥베스’는 그 의미가 함축돼 있는 작품이죠. 그래서 우리 후대들이 해석하고 공부할 거리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오이디푸스’ ‘리차드3세’에 이어 ‘맥베스’(Macbeth, 7월 13~8월 18일 국립극장 해오름)로 무대에 돌아올 황정민은 10일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고전의 힘을 강조했다. 더불어 “관객들에게도 고전극들이 정말 재밌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우리가 하자 했다”고 전했다.연극 ‘맥베스’ 맥베스 역의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황정민은 맥베스라는 인물에 대해 “한 마을의 영주였는데 ‘당신이 왕이 된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예언에 현혹돼 탐욕과 욕망의 끝으로 가는 인물”이라며 “그냥 구청장이었는데 대통령이 되려는 인물”이라고 비유했다.“그 탐욕의 끝으로 내달리며 결국 자기 무덤을 파게 되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인물이죠. 몇백년 전에 셰익스피어라는 사람이 요즘에 나와도 될 법한 얘기를 써서 관객들과 소통했다는 게 신기하고 지금까지 계속 화두가 된다는 게 할수록 재밌습니다.“‘서울의 봄’ ‘아수라’ 등에서 욕망의 끝으로 내달리는 인물들을 연기해온 황정민은 “맥베스로서는 또 다른 욕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면할수록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며 “어떤 식으로 관객들한테 보여줄지 저 역시 스스로한테 기대 중”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황정민)가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돼 권력을 좇다 파국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에는 레이디 맥베스(김소진)의 부추김, 덩컨 왕(송영창)을 비롯해 위협이 되는 뱅코우(송일국), 맥더프(남윤호)와 그 가족들을 몰살하는 광기 그리고 그들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들이 함께 한다.‘파우스트’ ‘오이디푸스’ ‘리차드3세’ ‘로미오와 줄리엣’ ‘해롤드 앤 모드’에 이은 샘컴퍼니의 6번째 연극 ‘맥베스’는 ‘파우스트’ ‘코리올라누스’ ‘페리클래스’ ‘로미오와 줄리엣’ ‘해롤드 앤 모드’ 등의 양정웅 연출작으로 ‘오셀로’ ‘레드’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등의 여신동 무대미술 및 조명디자이너가 힘을 보탠다.칼을 휘두러 정적들을 몰살시키며 왕관을 차지한 맥베스와 그를 부추긴 레이디 맥베스를 시각화한 포스터는 이와이 슌지가 극찬한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 작품이다.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작품인 연극 ‘맥베스’ 포스터(사진제공=샘컴퍼니)양정웅 연출은 ‘맥베스’에 대해 “20년만에 도전하는 작품”이라며 “셰익스피어스러운 아름다운 대사와 압축된 완성도를 내는 이 마지막 비극을 전통에 가깝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멋있게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욕망의 끝으로 달려가는 인물들, 그 욕망의 끝을 통해 얻어지는 상실감과 죄책감 그리고 양심의 문제 등 인간의 원형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죠. 현대인 역시 그렇게 유사한 욕망들과 죄책감, 양심의 문제 속에서 얼마나 허덕이는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 삶을 또 반추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문학적 수사,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인간 본성의 표현들을 잘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연극 ‘맥베스’ 양정웅 연출(사진제공=샘컴퍼니)이어 무대에 대해 “여신동 감독과 매 장면 시그니처가 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장면들을 연구 중”이라며 “굉장히 현대적인 비주얼로 꾸미고 있다”고 귀띔했다.“맥베스만의 욕망을 가득 모아놓은 창고처럼 현대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폐허 속 하수구 같은 기괴한 공간, 마녀와 어마어마한 유령의 등장 등 장르로 치면 오컬트입니다. 오컬트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들로 현대인들의 하수구 같은 욕망들을 표현해보고자 합니다.”올 여름에는 양정웅 연출,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등의 ‘맥베스’를 비롯해 동아연극상 수상자이자 대한민국 연극계의 산 역사와도 같은 배우들 24명이 의기투합한 손진책 연출의 ‘햄릿’(6월 9~9월 1일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과 전도연, 박해수 등의 ‘벚꽃동산’(6월 4~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 등 대극장 연극들이 관객들을 만날 채비에 한창이다.치열한 여름 대극장 연극 열전에 대해 황정민은 “늘 부담이 있다”면서도 “근데 중요한 건 연극이라는 작업은 오히려 저 개인에게는 힐링의 시간이고 공간이라는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저한테는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에요. 물론 영화를 찍을 때도 행복해요. 하지만 결이 다른 것 같거든요. 오롯이 배우로서 힐링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느낌은 다르니까요. 늘 부담을 느끼면서도 관객분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담이 좀 덜 되기도 하죠.”송일국은 연극하는 소감에 대해 “오늘 제작 발표회를 하는 이 장소(국립극장 하늘극장)가 제가 첫 연극을 했던 장소다. 제 배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며 “제가 봤던 작품 중 인생작이 2016년 우리 ‘맥베스’가 공연될 해오름 극장에서 했던 ‘햄릿’이었다”고 털어놓았다.“(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유인촌·윤석화·전무송·정동환·한명구) 선배 배우들이 빈 객석을 등지고 서 있는 마지막 장면에 제가 목 놓아 울었어요. 그 배우들이 살아온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배우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이 있거든요. 빈 객석을 바라봤을 때의 두려움, 설렘, 긴장감 등 그 짧은 시간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지나가면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무대에 제가 발을 디디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레고 영광스럽습니다.”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뱅코우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레이디 맥베스 김소진, 맥베스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황정민은 제작발표회 말미 지난 3월 15일 폐관한 학전과 김민기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1994년 학전의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허투루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학전”이라며 “얼마 전 TV 프로그램(SBS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 나왔듯 (김민기) 선생님은 늘 스스로를 ‘뒷것’이라 얘기하셨다. 그런 겸손함을 배워왔기 때문에 샘컴퍼니에 소속된 젊은 후배들을 열심히 뒷바라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해요. 그래서 SBS 다큐멘터리도 안봤어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못 보겠더라고요.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된 거니 어쩔 수 없는 거고 선생님의 그 정신을 제가 계속 잘 품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1 17: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대한민국 교육정책 성적표 'F학점'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저자는 “세계 최악의 경쟁 교육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극단적 무력감과 혼란만 가져오는 지금의 경쟁교육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교육혁명’만이 답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경쟁-능력주의-공정 이데올로기로 연결되는 ‘야만의 트라이앵글’을 깨부숴야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경쟁의 긍정적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균형감은 아쉽지만, 교육개혁이 시급하다는 대의(大意)에는 공감이 간다.경쟁 교육은 야만이다|김누리|해냄출판사◇ 교육다운 교육이 없는 나라저자는 “교육이 존엄한 인간, 개성 있는 자유인, 성숙한 민주시민을 기르는 일이라면 우리는 교육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라”라고 일갈한다. 역대 모든 정부가, 교육을 받을수록 더 나쁜 인간이 되는 ‘반(反) 교육’을 해 왔다고 비판한다. 우수한 아이와 열등한 아이로 끝없이 나눠 차별하니 어릴 때부터 불행을 내면화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라고 반문한다. 소수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다수의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구조이니, 패자는 열등감과 모멸감을 내면화하며 자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그는 “아무리 천재성을 가진 아이라도 한국 교실에서 12년을 지내고 나면 그저 ‘준수한 범재’가 되어 버린다”고 비판한다. 우열 반까지 만들어 약하디 약한 자아마저 망가트리니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거의 제로인 인간으로 자랄 수 밖에 없다고 개탄한다. 저자는 “진정한 교육은 아이들 안에 있는 고유한 것을 끄집어낼 뿐만아니라 ‘강한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 기르는 것”이라며 “독일은 그런 인간을 기르는 것을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고 꼬집는다.◇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학교2024학년도 전국 연합학령평가가 치러진 지난 3월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연합)저자는 “교실은 민주주의의 묘판(苗板)”이라고 말한다. 학교 전체가 민주주의의 공간이자 훈련장이 되어 민주주의자들을 길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교육받은 독일 학생들은 벌써 20여 년 전에 고등학생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와 반대로 극단적 경쟁이 초래한 폭력문화 속에 분노가 누적되고, 상명하달의 병영적 구조가 여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학교의 현실이라고 비판한다. 대학도 이미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성토한다.반면에 독일에서 대학은 가장 민주적인 곳, 가장 권력 비판이 예리한 곳, 가장 사회정의가 확실하게 구현된 곳으로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대학이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공간이라면, 한국 대학은 가장 끔찍한 디스토피아의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군사독재에 이어 자본독재 세력이 지배하면서 대학의 기업화가 보편화되었다고 꼬집는다. 유례 없이 많은 사립대학,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정부는 단 한 번도 신경 써 본 적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우리 교육부의 유일한 정책은 대학 입시 뿐”이라고 비판한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저자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하고 근원적인 문제가 ‘경쟁’이라고 단언한다.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경쟁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경쟁 없는 교육은 하향 평준화를 낳는다는 그릇된 신화가 만들어져 버렸다고 지적한다. 그 탓에 우리에게 경쟁은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바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때문에 사회적 불평등이 교육을 통해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 교수조차 능력주의를 ‘사회의 공동선을 다 때려 부수는 폭군’으로 비유했다면서, 오랜 구조적인 경쟁의 결과로 한국 사회는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모멸로 구조화된 사회가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끝없는 경쟁과 끔찍한 자기착취를 ‘자기계발’로 합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평등’보다 ‘공정’을 외치는 이면에도, 가진 자들의 특권을 지켜주는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교육, 정답은 아니어도 해법은…독일의 초등학교 수업 장면. 사진=AP Photo.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피사(PISA)’에서 독일은 늘 중하위권이다. 평가 방식이 독일의 비판교육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고학년까지 독일 학교 수업은 오후 3시 이전에 모두 끝난다. 이후로도 과중한 학습노동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한다. 숙제 시간까지 제한을 둔다. 시험도 일주일에 두 과목, 하루에 한 과목 이상을 볼 수 없게 한다. 독일 초등학생들은 4년 동안 한 두 명의 교사에게 배운다. 초등 과정을 마치면 인문계 김나지움 혹은 직업계 하웁트슐레·레알슐례 중 어디 갈 지를 결정하는데, 이 때 누구보다 학생을 잘 아는 교사의 진로 조언이 결정적이다.독일은 경쟁과 서열, 학교 간 경쟁이 없다. 대학입학 때도 입학 자격시험인 아비투어(Abitur)가 전부다. 시험을 통과하면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대부분 주에서 아비투어 성적은 20% 정도만 반영한다. 이른바 의대, 철학과 등 인기학과는 경쟁이 심해, 준비를 하면서 몇 해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 대기시간을 20% 반영한다. 7년 정도를 대기하면 누구나 의대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공부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성적 순대로 학과가 결정되는 한국과 천양지차다.◇ 현실적 비판 의식 키워주는 독일 교육독일의 인문계 중고등 과정인 ‘김나지움’의 수업 전경.‘적응’을 가르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비판’이 교육의 기본이다. 비판적 사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첫 장 제목이 ‘올바른 해석은 존재하는가’이다. 저자는 “한국 교육은 오히려 비판 능력과 사유 능력을 죽이는 교육”이라고 일갈했다. 선다형이나 단답식 문제를 풀게 하는 한국 교육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성 교육도 독일은 책임감 있는 자아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성적 욕망은 자연스러운 본능이자 욕구라며, 최대한 상세하게 가르친다. 그러면서 강한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생물학적·윤리적 차원에 머무는 한국과 대조적이다.저자는 특히 역사 교육의 차이를 강조한다. 독일은 최대 치욕인 나치 시대와 동·서독 분단의 현대사를 역사 교육의 핵심으로 해 성공적인 과거 청산을 이루었다. 다시는 그런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역사적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근현대사를 비중 있게 가르치지 않으니, 현재의 자신도 모르고 비판 능력과 성찰 능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독일은 또 함께 더불어 사는 연대와 공생이 필수라고 가르친다. 2023년부터는 초·중학교에서 환경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생태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실천을 유도한다.◇ 교육혁명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저자는 근본적인 교육 혁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인간을 길러내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이제까지 교육현장에서 ‘지옥’을 체험했던 ‘교육 희생자’ 들이 그 핵심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교육으로 엄청난 부와 권력, 기회를 독점한 기득권 계급은 교육개혁의 의지도 없고, 맡겨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독일은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면서, 과거 50년 전의 선배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성숙한 민주시민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저자는 잃어버린 교사들의 권위를 찾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독일 교사들은 엄청난 권위와 함께 반권위적이기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지만 한국의 교사는 권위주위적인데 권위는 없다”고 꼬집었다. 독일에서는 교사가 되려면 상당한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최소한 초등학교 교사는 6년, 중·고교는 7년의 양성과정이 걸린다. 실제 대학 과정을 마치는데 평균 8~9년이 걸린다. 이후 2년의 수련 기간을 거치고 학사·석사 논문도 써야 한다. 1차 국가 임용고시에 붙어도 ‘레페렌다이아트’라는 18~24개월의 수련기간과 학교 근무 평가를 통과해야 2차 국가고시를 볼 수 있다.◇ 교육이 바뀌어야 미래가 보인다저자는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먼저, 능력주의에서 존엄주의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성장을 위한 교육에서 성숙을 위한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어릴 때부터 높은 정치의식을 가진 시민으로 길러내야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경쟁 교육에서 연대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경쟁 없이도 얼마든지 훌륭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독일 이미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지식 교육에서 사유 교육으로의 전환이다.저자는 교육혁명을 위해 세 가지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먼저, 찍기 전문가를 양산하는 획일적인 대학 입학시험이다. 두 번째는 대학 서열이다. 전국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어 1대학, 2대학 식으로 재편하고, 사립대는 공영화 후 정부가 전폭 지원해 공적 책무를 다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경쟁을 없애자는 것이다. 마지막은 대학등록금이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일도 2차 대전 패전 직후인 1946년에 대학 무상교육을 시작했다”면서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5-11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살아 있지만 죽은,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사령들의 연극 ‘햄릿’, 삶에 대한 철학적 고찰

연극 ‘햄릿’ 출연진과 창작진(사진제공=신시컴퍼니)“지난번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살아 있는 채로 죽어 있는 또 죽은 채로 살아 있는 듯한 비존재의 존재인 사령들의 연극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 미로 속을 배우들과 잘 해치면서 만들고 있죠.”손진책 연출은 24명의 배우들과 한창 준비 중인 연극 ‘햄릿’(6월 9~9월 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연극 ‘햄릿’ 손진책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그 경계를 한번 더 적극적으로 허물어보자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을 사령들처럼 연결하고 무당 개념의 배우 1, 2, 3, 4가 건너와 그들을 보게 했죠. 그만큼 삶을 어떻게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추궁함으로서 삶을 반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이어 손 연출은 “진실을 묵살하고 비겁하게 산다면 그건 살아도 죽은 거고 곧바로 죽음을 맞을지언정 진리를 따르며 제대로 존재하는 것이 사는 것”이라며 “진실을 비겁하게 외면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남는 사르트르 식 실존주의의 원형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연극 ‘햄릿’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건 예술밖에 없습니다. 삶과 죽음에 경계가 없다면 삶 자체가 다시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어떻게 삶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해보고 싶었어요.”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햄릿’은 2016년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9명(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유인촌·윤석화·전무송·정동환·한명구,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배우가 론칭해 2022년 햄릿 강필석과 오필리어 박지연을 영입한 데 이어 또 다시 공연을 준비 중이다.지난 시즌 함께 한 강필석과 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전무송·정동환·김명기·길해연·이호철에 햄릿 역에 이승주, 오필리어 역에 f(X) 루나 그리고 김재건·길용우·남명렬·박윤희·박지일·양승리·이충주·이호재·이항나·전수경·정경순·정환이 새로 합류했다.손진책 연출은 강필석과 이승주의 햄릿에 대해 “외향적 사유형과 내향적 사유형, 아폴론과 헤르메스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니체가 (1872년 출판해 바그너에게 헌정한)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odie aus dem Geiste der Musik)에서 아폴론적 인물과 헤르베스적 인물로 분류합니다. 이를 빌자면 외향적 사유형의 강필석은 아폴론적 인물이고 내향적 사유형인 이승주는 헤르메스적인 햄릿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더불어 박철호 드라마트루기의 말을 빌어 강필석은 “그리스 조각같은 햄릿” 그리고 이승주는 “슬픈 코러스의 선율이 흐르는 햄릿”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곤 “강필석 배우는 대사의 파워나 정교함이 그리스 조각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이승주 배우는 슬픈 코러스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햄릿”이라고 부연했다.연극 ‘햄릿’의 햄릿 역 이승주(왼쪽)와 강필석(사진제공=신시컴퍼니)2016년 초연부터 세 번째까지 함께 하고 있는 손숙은 “이 작품을 하면서 고전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나 크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며 “너무 무궁무진해서 세번을 했지만 50%나 이해했나 싶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세계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고전은 하면할수록 재밌고 깨달아 간다는 느낌입니다. ‘햄릿’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같아요.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0 21:17 허미선 기자

[비바100]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 “뉴욕의 머스트 비지트 데스트네이션을 꿈꾸며!”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허미선 기자)“뉴욕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도시예요. 하나의 국가라고 할 수 있죠. 옛날로 얘기하면 로마랄까요. 모든 돈과 권력, 사상이 거기에 있어서 로마가 로마일 수 있었죠. 그래서 뉴욕도 뉴욕입니다. 자본, 생각 및 사상의 힘과 더불어 다양성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다이내믹하게도 변화하죠.”제일기획 부사장을 거쳐 CJ라이브시티 대표를 역임한 기업가 출신의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은 뉴욕에 대해 이렇게 빗대며 “공략이 쉽지 않지만 정말 열려 있는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누구든 능력 있고 재주만 있으면 경쟁을 통해 위너가 될 수 있는 그런 도시”라고 부연했다.“여기도 주류(Dominant 우세한, 지배적인) 문화가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그 옆으로 같이 가는 문화들도 정말 많죠.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모든 걸 삼키면서 흘러가지는 않아요. 인종도, 그 인종들이 쓰는 언어도, 생활 습관도, 문화도 다양해요. 그런 것들이 다 같이 가는 겁니다.”◇모든 노력의 총합 한류 “한국에서 성공하면 밖에서도 성공한다는 자신감!”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허미선 기자)“주류, 서브컬처 등은 있지만 누가 옳고 그르다거나 이곳의 룰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어요. 미슐랭 3성급 레스트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공존하는 다양성이야말로 뉴욕의 가장 큰 장점이죠.”그 다양성 중 한 지류가 K컬처, 한류다. 김 원장은 “지난해가 힙합 50주년이었다. 그 시작은 다양성을 품은 하나의 지류였고 현재는 엄청난 주류가 됐다”며 “한류 역시 1990년대 시작돼 싸이와 ‘대장금’으로 본격 인식되다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들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지금의 붐을 이뤘다”고 밝혔다.“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지금의 한류가 일시적인 현상일까’예요. 1990년대와 지금의 한류가 다른 건 K팝, 드라마, 영화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문화, 패션, 푸드, 뷰티 등으로 확장돼 라이프 스타일이 됐죠. 일상을 파고들어 삶의 일부가 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산업 유발 효과를 높이죠.”그 예로 “뉴욕에만 7개에 이르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국 음식점들”을 꼽은 김천수 원장은 “K컬처가 현재 확실히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하나의 흐름이라는, 일종의 상징성”이라고 표현했다.“김치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혐오 음식이었지만 인식이 완전 바뀌었죠. 건강하고 세련된, 유니크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가 됐어요. 김치를 비롯한 라면, 김밥, 비빔밥, 막걸리에 이어 수정과, 식혜 등 디저트까지 한국 걸 찾고 있죠.”그리곤 “지금의 한류는 드라마 하나, 노래 하나 잘 만든다 차원이 아니다. 태생부터 글로벌로 향하는 한국의 기업, 예술가, 창작자, 문화인, 기업인 그리고 국민 전체가 글로벌 트렌드, 그들이 갈구하는 새로운 경험과 수요 등을 분석하고 고민한, 모든 노력의 총합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전했다.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허미선 기자)“그 노력의 총합인 한국 자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말한 것처럼 까다로우면서도 스마트하며 그 수준이 높은 콘텐츠 소비자들이 있어요. 한국에서 성공하면 밖에서도 성공한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이어 “이미 한국은 경제 뿐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로 글로벌 경쟁 체제 안에 들어와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전언처럼 방탄소년단 등 K팝, ‘오징어게임’ ‘파친코’ 등의 드라마, ‘기생충’ ‘미나리’ 등 영화를 비롯해 한국 문학까지 글로벌어워즈 수상 소식을 전해 오고 있는가 하면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에서 아시아계 배우로는 최초로 주역을 맡은 스테파니 박, 카네기홀 리사이틀을 진행한 손민수 등 뉴욕에만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거나 주목받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소위 ‘쫄’ 필요가 없어요. 우리 문화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거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약진할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기본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동력이 아닐까요.”◇한국의 정신 담은 새 문화원 건물 “뉴욕의 머스트 비지트 데스티네이션을 꿈꾸며!”올 2월 새로 이사한 뉴욕 한국문화원 건물(사진제공=뉴욕 한국문화원)“대한민국 5000년 역사의 3대 소재인 도기, 자기, 나무를 콘셉트로 합니다. 세라믹 느낌의 자기, 테라코타 도기, 그 위에 나무를 유리로 케이싱해 한국의 정신, 얼을 맨하튼 미드타운에 가져다 놓은 건물이죠. 한국의 문화유산이고 현재이자 미래를 담았습니다.”5년여 끝에 완공해 올 2월 옮겨온 7층짜리 뉴욕한국문화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 원장은 “빠른 시간 내에 뉴욕시민을 비롯해 이곳을 찾는 8000만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야할 ‘머스트 비지트 데스티네이션 인 뉴욕’(Must Visit Destination in New York) 그리고 진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고 털어놓았다.“이곳에서의 경험이 좋으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호감도도 높아지겠죠. 그러다 급기야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져야죠. 이 건물을 짓기 시작한 5년 전이라면 다양한 콘텐츠들을 프로그래밍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가능해졌죠. 전시, 공연 등의 기획·상설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인스타그램 용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을 올해 안에 10개 정도 조성하고자 합니다.”이를 위해 김환기 특별전(5-6월), 한예종 이진희 교수의 ‘영화 속 한복전’(7-8월), 강익중 특별전 및 세계최대 한글벽 전시(9-10월), 내년 초 장욱진展 등의 전시와 최하영 첼리스트 마스터 클래스(6월), 국악경연대회(7월), K-인디뮤직 나이트(7월) 등 공연, K-Cine Fest(2-3월)와 한국단편영화제(4월)에 이은 아시아영화제(7월) 등 영화 프로그램 기획이 한창이다.현재 포토AR기능을 탑재한 인스타 스팟으로 리뉴얼 중인 4층의 부엌과 마루에서는 유엔직원을 대상으로 한 ‘한국 김밥의 밤’(3월)에 이어 한식 요리시연 및 시식회 ‘The Base of Korean Cuisine: Fermentation Rice’(5월) 등이 열릴 예정이다.“5월 하순에는 2층 정원수들을 한국 화초들로 바꿀 겁니다. 봉숭아도 있어서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이나 쪽을 활용한 천연염색도 할 수 있죠.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층계참 벽화도 보완하고 태극기를 새로 디자인해 버티컬 방식으로 건물 외관에 노출할 예정입니다.”뉴욕 한국문화원 2층 전시장에 자리잡은 정원은 5월부터 한국 화초들로 꾸릴 예정이다.(사진제공=뉴욕한국문화원)더불어 그는 올 가을 오픈 예정인 ‘한글 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층 벽면 중 하나를 한글로 채우는 ‘한글 벽’은 그가 뉴욕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2주에 한번씩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지난해 9월 아이디어를 완성한 상태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에 제일 중요한 게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이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거예요. 이 벽에 한글 조각 2만개가 들어갈 겁니다. 번역 시스템까지 탑재돼 있어 어느 국적이든 어떤 언어를 쓰는 사람이든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말을 한글로 공모할 수 있죠. 공모를 통해 모인 것들은 참여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방식으로 투표해 1000개의 문장을 추려 ‘한글 벽’에 새길 예정입니다.”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LG가 시스템 개발에 발벗고 나섰고 한국의 양현재단이 한글 디자인 및 바탕 색 제작비를 후원했다.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힘과 자본을 모아 진행 중인 ‘한글 벽’은 김 원장의 전언처럼 “키오스크를 설치해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미디어 월에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허미선 기자)“그렇게 전세계인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참여를 통해 한글의 원리, 우수성 그리고 글이 담고 있는 정신을 알 수 있도록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차별화된 한국을 경험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도나 호감도가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끔요.”이어 김 원장은 “이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인 특유의 ‘사고적 리더십’(Thought Leadership, 차별화된 독창적인 아이디어, 독특한 관점 및 새로운 통찰력을 가진 리더십)을 자랑하고 싶다”며 “백남준 같은 위대한 예술가의 힘은 그로 인해 ‘저 나라는 멋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서 나온다”고 부연했다.“그러기 위해서는 백남준 선생님과 같은 글로벌 거장과 더불어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뉴욕에 론칭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공간이 돼야죠. 그렇게 다양한 콘텐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명소로 자라매김할 겁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가 가진 사고적 리더십을 알리고 뉴욕의 코리아타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자존감과 자긍심도 높이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 문화원이 할 일이죠.”뉴욕=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10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실제로 나올지도 몰라… '원더랜드'

배우 박보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원더랜드’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연합)‘대세들의 총집합’이렇게 캐스팅하기도 어려울 법하다. 남편이 메가폰을 잡고 아내가 카메라 앞에 섰다. 게다가 박보검, 수지, 최우식등 믿고보는 배우들이 함께했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원더랜드’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정유미는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않았다.‘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크랭크업한 뒤 4년 만에 대중과 만난다. 이날 김태용 감독은 “죽음의 세계를 그린 많은 판타지물이 있지만 ‘현재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한다면 어느 정도 복원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서 “스크린 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나오는 분들이지 않나.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떨 때 상처받고,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 잔잔한 영화”라고 밝혔다.영화 ‘원더랜드’ 제작보고회에 등장한 배우들.(연합)수지가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를 ‘원더랜드’에 복원시키는 인물로, 설계된 인공지능 속 다정한 모습과 의식불명에서 깨어나 모든것이 낯선 연인 태주를 맡아 1인 2역을 오간다. 두 사람은 시상식에서 호흡을 맞춘 적은 많아도 작품을 통해서는 첫 만남이다. 이에 수지는 “세계관이 신선하더라” 데이터를 모아서 그리운 사람을 구현하고 진짜로 믿게 되는 것들이 되게 신선하면서 씁쓸하기도 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박보검 역시 “극중 서비스를 신청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을 AI로 구현해서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김태용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며 남다른 팬심을 밝혔다.극중 탕웨이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역할로 관객들의 심장을 저격한다. 아역 배우와 일부러 한 집에서 지낼 정도로 역할에 몰입했다는 후문. 탕웨이는 “감독님과 ‘만추’에 이어 두 번째로 작업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전작보다 더 익숙해졌다는 것”이라며 “워커홀릭이고 굉장히 디테일하게 작업하는게 닮아서 일할 때 잘 맞아서 행복했다. 다른 분야였으면 힘들었을것”이라는 말로 좌중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원더랜드’는 오는 6월 5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09 12:37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