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비바100] 10주년 뮤지컬 ‘그날들’부터 동화작가까지, 유준상 “그냥 해보는 건 없어요!”

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제가 즉흥적으로 뭔가를 할 거라고들 생각하시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준비를 많이 해서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일단 (하겠다고) 내놓는 건 정말 오래 할 것들이죠.”유준상에게 그냥 한번 해보는 건 없다. 오랜 시간 준비와 숙고를 거쳐 계속 할 수 있을 것들을 한다. 2016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초청작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로 영화감독 데뷔 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아직 안 끝났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스프링 송’에 이어 최근작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9일까지) 초청작으로 상영 중이다.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2013년 첫 앨범 ‘JUNES’ 발매 후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더 페이스’(The Face), 기타리스트 이준화와의 ‘트래블 프로젝트’ 시리즈, 피아노 연주 앨범 등을 발매한 그는 “제가 작곡한 클래식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면 좋겠다”는 꿈을 향해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만들고 있다.이미 녹음을 마치고 올해 말이나 내년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앨범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센스 노트’라는 팀을 결성해 드라마 음악으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다.매년 쓰는 일기, 무대에 오를 때마다 쓴 공연일지, 여행 중 썼던 글들을 모은 에세이 집이 11월 출간 예정인가 하면 꽤 오래 틈틈이 써온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드디어 출판사를 만나 계약을 마치고 내년쯤 출간 예정”이기도 하다.“지금 안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했던 테니스를 2년 전부터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성남시테니스협에서 주관·주최하는 테니스 동호회 대회에서 우승해 ‘금배’가 됐다. 금배가 됐음에도 “더 잘 치고 싶어서 레슨을 계속 받고 있다”는 그에게 한번 해보거나 대충이란 없다.동국대 영화연출과에 입학했지만 ‘싱잉 인 더 레인’ 등과 윤복희의 뮤지컬 ‘피터팬’ 등을 보면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던 그는 1998년 ‘그리스’의 대니를 시작으로 ‘그날들’ ‘벤허’ ‘프랑켄슈타인’ ‘삼총사’ ‘비틀쥬스’ 등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30년째 연기와 노래 레슨을 비롯해 1일 1.5식 등 건강 및 체력, 체중 관리 등 “레슨만이 살 길”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10년을 ‘차정학’으로 함께 했던 유준상의 ‘그날들’ 뮤지컬 ‘그날들’ 차정학으로 10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그들 중 그의 오랜 팬이기도 했던 장유정 연출의 창작뮤지컬 ‘그날들’(7월 12~9월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10년을 빠짐없이 차정학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고 김광석의 노래를 넘버로 엮은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원 차정학(유준상·이건명·오만석·엄기준)과 어느날 갑자기 사리진 그의 친구 강무영(오종혁·지창욱·김건우·영재)의 이야기다. “제가 했던 창작뮤지컬들이 10주년을 넘겨서 너무 감사해요. 그 작품들 중 ‘그날들’은 제가 한번도 빠지지 않고 했던 작품이라 더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광석 형님 노래의 힘이죠. 더불어 결국 지켜주지 못한 사람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 미련, 용서 등 이런 주제의 힘인 것 같아요.”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이어 유준상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거나 떠나보내야 할 때가 있다. 어느 순간 삶을 끝내야 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용기와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라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다”고 덧붙였다.10년, 일곱 번째 시즌 동안 차정학으로 ‘그날들’과 함께 해온 그는 “예전과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와 노래 하나하나의 감정이 조금 달라진다”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조금씩 더 알 것 같고 똑같은 노래지만 어떻게 불러야 할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여기 왜 이 노래와 대사가 있는지, 그때의 감정은 어떤지 예전보다는 훨씬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나이 먹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좋은 점이 많거든요. 제가 거의 1일 1런(극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해보는 연습)을 해요. 공연을 안할 때도 혼자서 런을 돌 때가 있는데 40대 후반부터는 감정이 너무 북받치더니 50대를 앞두고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이제는 괜찮겠지 했는데 연습을 하면 또 눈물이 나요.”그는 “가사 중 ‘또 하루 멀어져 간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등을 부를 때면 제가 이입되고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이러면 갑자기 20대에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서 펑펑 울기도 한다. ‘집 떠나와’ 할 때면 제게도 있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고 ‘나의 정원을 본 적이 있나’ 하면 정원을 다시 둘러보게 되고…인생이 떠오른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오랜만에 무영이를 만나 ‘너는 그대로구나. 나만 늙었네’ 등 대사 하나하나 가사 하나하나가 제 삶과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한테 적용될 수 있겠구나 싶어요. 특히 산에서 ‘거리에서’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어두운 산에 올라가서 그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어요.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그 순간을 보고 싶어서요. 진짜 가로등불이 하나씩 켜지더라고요.”  뮤지컬 ‘그날들’ 객석 중앙에는 김광석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공연을 하다가도 문득 그 자리가 눈에 띌 때면 유준상은 “여전히 울컥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장유정) 연출님이 얼마 전에 제가 연습하는 걸 조용히 지켜보다가 ‘선배님 앞으로 20년은 더 하셔도 되겠다’고 하셨으니 80세까지 해보겠습니다.”◇영화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2’, 나에게 보내는 위로  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제가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하면 좀 평온해질 수 있을까 싶어서 매니저, 저랑 음악하는 친구랑 셋이서 몽고로 떠났어요. 사막을 좋아해서 가는데 그 길이 너무 울퉁불퉁, 우당탕탕 시끄럽고 힘든 거예요. 그렇게 10시간을 가는 동안 너무 행복한 저를 느꼈어요. 평온은 그렇게 난관을 극복해야 찾아오는 거더라고요.”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그의 단편영화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는 그 깨달음의 과정을 유준상과 그의 매니저 휴대폰으로 찍어 편집한 작품이다.“매일이 힘든 일이에요. 밤샘 촬영, 뭔가 일이 잘 안풀릴 때, 제 의지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걸 느낄 때…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지금이 나이를 정말 잘 먹으면서 좋은 사람이 돼야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50살이 넘으면 마음의 평정심도 좀 생기고 순탄해야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만날 요동치고 힘들지 싶거든요. 저는 어려서부터 자책하는 시간이 많았고 제가 만드는 영화들 대부분이 자책이죠. 그렇게 자책하면서 저를 계속 다독이는 것 같아요.”그리곤 “왜 이걸 못참아 내지 라고 했었는데 몽고 여행 후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걸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나이를 잘 먹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어떻게 하면 나이를 더 잘 먹을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돼요.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과 힘든 여행을 좀 더 많이 하고 있어요. 너무 편한 것 말고 자신한테는 좀 불편한 것들이요. 몸이 편하다고 마음까지 충족시킬 수는 없는 것 같거든요. 차를 타면 편하지만 걷는, 그런 것들을 좀 찾아보는 거죠. ”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유준상은 “다음 작품은 남미로 떠날 예정”이라며 “사람의 뇌와 남미에서의 사랑 이야기를 엮은 이야기로 뇌 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뮤지컬 대본도 한편 정도 완성했다”며 “사람들이 뇌파를 통해 갑자기 한 장소에 모여드는데 왜 모여드는지 모른다. 거기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넘버까지 제가 작곡을 끝냈다”고 털어놓았다. 오랜 준비와 숙고 끝에 ‘오래 계속 할’ 것들을 하나둘씩 꺼내는 그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 2 방송을 기다리면서 공승연과 ‘여행을 대신 해드립니다’를 촬영 중이기도 하다. “확실히 (경이로운 소문의) 카운터들과 만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 따뜻한 정서들이 진짜 좋죠. ‘경이로운 소문’이 한국형 히어로물이잖아요. 이 작품이 좀 오래 하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03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매일 그리고 어디서나 치러지는 믿음의 전투,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연극 ‘나무 나무 위의 군대’ 출연진 및 창작진. 왼쪽부터 상관 역의 김용준·이도엽, 신병 손석구, 여자 최희서, 민새롬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이 작품은 결국 매일매일 또 삶의 구석구석에서 믿음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게 가족일 수도 있고 지역 사회일 수도 있고 직장일 수도 있죠. 우리는 응답받지 못한 채로 내 삶의 전부가 돼 버린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그 믿음이 붕괴되고 균열이 가고 무너지는 경험들은 우리 모두가 하고 있죠. ”민새롬 연출은 연극 ‘나무 위의 군대’(8월 12일까지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민 연출은 “전쟁이 비극인 이유는 끔찍한 죽음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군인 우리가 사실은 뼛속까지 얼마나 다른 믿음을 갖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게 진짜 참상”이라며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이 작품을 본다는 건 보편적인 우리 삶의 어떤 고통을 목도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장면(사진제공=엠피앤컴퍼니)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태평양전쟁 막바지 오키나와 전투 중 본섬 북서쪽 작은 섬 가쥬마루 나무 위에서 2년여를 버틴 두 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작품에 반전 메시지, 사회비판 등을 담았던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미완성 유작을 호라이 류타가 완성해 무대에 올린 연극이다.류쿠국이라는 독립국가였지만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에 병합된 후 태평양 전쟁으로 미국, 1972년 다시 일본 등으로 소유가 바뀐 오키나와의 불분명한 정체성에 인간의 심리를 빗댄 작품이다.적군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에 오른 본토 출신의 상관(김용준·이도엽, 가나다 순)과 자신이 살아온 삶의 터전, 이웃들을 지키고자 입대한 오키나와 출신의 신병(손석구) 그리고 신비로운 여자(최희서)의 이야기다.국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군인으로서의 도리로 무장한, 그러나 죽음 앞에서 한없이 비겁해지는 자신을 숨기느라 거짓말과 살의를 드러내는 상관 역의 김용준은 “신병이 저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게 제일 답답했다”고 털어놓았다.“누가 나를 안믿어주면 분노하고 믿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그 사람이 미워지고 답답하죠. 반대로 누가 나를 믿고 있다면 압박감과 부담감이 있어요. 특히 그 사람 믿음에 맞는 사람이 아닐 때 계속 불안하고 초조하고 거짓말을 더 하게 되고 미워하다 죽이고 싶어지는 미묘한 지점들이 있죠.”이어 “이 작품에 그런 순간들이 많다”며 “그 미묘한 지점을 상관과 신병에서 어른과 젊은 사람, 국가와 국민, 사회 구성원 사이 등으로 넓혀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준의 말에 ‘나무 위의 군대’ 신병으로 9년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손석구는 “저는 개인적으로 엄청 공감이 됐던 게 아빠와 가졌던 관계에서의 답답함”이라고 동의를 표했다.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장면(사진제공=엠피앤컴퍼니)“(아버지의 말씀은) 무조건 옳죠. 지금도 믿고 있어요. 예를 들어 밤 10시면 자야하고 TV소리는 7 이상 키우면 안되고 밥은 이렇게 먹어야 하고 남들 앞에서는 이렇게 행동해야하고…이해는 안되지만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믿고 따르잖아요. 너무 힘든 일이죠. 근데 그 생활을 나무에 갇혀 2년 동안 했을 때는 살인까지도 갈 수 있다는 지점이 재밌었어요. 직장, 가족, 학교 등 안에서 누군가와 이런 경험을 모두가 겪을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이어 “억지로 믿어야 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믿음과 존경을 갖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 안에서 ‘왜 저래야 하는지’ 질문이 싹트지만 믿음이 더 클 때는 따르게 된다”며 “그런 믿음을 받는, (신병과는) 반대에 있는 상관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이런 관계가) 가족, 직장, 학교 등 이런 데 다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계급이 있고 서로의 능력치와 경력이 다르다 보면 충돌이 오죠. 그런데 (그 충돌에서) 신념과 믿음이 작동하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싸울 수도 없어요. 그러면서 병들어가는 부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제가 상관한테 가졌던 답답함은 저 사람을 믿고 따르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음에도 이해는 안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이 이야기의 가장 큰 공감대라고 생각합니다.”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장면(사진제공=엠피앤컴퍼니)또 다른 상관 역의 이도엽은 “전쟁 이야기다 보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분명 있다. (신병 역의 손)석구를 중3인 제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대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그 순간 살의와 분노, 미움, 사랑 등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놓았다.“한 순간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가 충분히 다 담겨져 있다고 저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에서 많은 관객분들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최희서는 자신이 연기하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의 흐름, 신병과 상관의 상태 등을 알려주는 해설자이자 그 이상의 나무 혼령과도 같은 역할”이라며 “내레이션도 내레이션이지만 어떻게 무대 위에서 서 있느냐가 굉장히 걱정되고 중요했다”고 털어놓았다. 민새롬 연출은 여자에 대해 “우리가 이 이야기를 왜 봐야 하고 왜 이 고통스러운 풍경을 관객들에게 말해야 하는지 주제를 탑재한 인물”이라고 부연했다.연극 ‘나무 위의 군대’ 출연진. 왼쪽부터 상관 역의 이도엽, 신병 손석구, 여자 최희서, 상관 김용준(사진=허미선 기자)“신병과 상관, 두 사람 사이의 믿음이 엇갈리는 고통, 수치심, 간절한 믿음 등을 목격하고 관객들에게 스피치하는 현대적인 인물이에요. 스토리텔러이기도 하고 전쟁에서 희생당한 사람, 동식물, 자연 등 모든 존재를 상징하는 인물이죠.”김용준은 “상관이 신병한테든 나 자신한테든 믿음을 갖게 하려고 엄청 부담감과 압박감을 가지면서 노력하다가 결국은 ‘나무로 도망쳐 왔다’는 사실과 초라한 존재임이 신병에게 완전히 노출되면서 오히려 믿음이 생기고 숨이 쉬어지는, 서로가 진정한 서로를 만나게 된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우리 사회 곳곳에 얽혀 있는 허위와 진실이 해소되는 지점들이 이 연극에 있어요. 그 지점들을 지금 관객들과 나누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01 13: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일년에 단 한번 열리는 ‘수박수영장’ 유시현·강단아·권아린·성나윤, 성예슬·윤세아 “보석같이 빛나는, 그게 나야!”

“항상 이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요. 제가 먼저 작품을 시작했고 출연 작품 횟수가 좀 많은 것뿐이지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친구들이거든요. 매일 매순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너무 잘들해요.”뮤지컬 ‘수박수영장’(7월 1~8월 27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진희 역의 유시현은 진희(유시현·성나윤·강단아·권아린,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막내씨앗(성예슬·윤세아·정은서)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동생들에 대해 “저는 이제 아역에 머물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대단하다”고 극찬했다.뮤지컬 ‘수박수영장’ 진희 역의 유시현(사진제공=AM컬처)뮤지컬 ‘수박수영장’은 안녕달의 동명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바탕으로 2021년 초연된 작품이다. 2021년 초연부터 7월이면 관객들을 만나며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수박수영장’은 늘 바쁜 엄마와 아빠를 둔 진희가 혼자 외할아버지 댁으로 떠나는 여행, 그곳에서 만난 막내씨앗과의 모험 그리고 일년에 딱 하루 열리는 수박수영장에서 즐거운 사람들의 이야기다.◇재능넘치는 아역 배우들의 향연“(성)나윤이는 너무 목소리가 예뻐요. 소심했었는데 지금은 맘껏 재능을 뽐내고 있죠.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끼가 엄청 많아요. (권)아린이는 에너자이저예요. 아무리 연습을 해도 텐션이 늘 높죠. 저한테도 와서 안아주고 애교도 부리면서 정말 힘을 많이 줘요. (강)단아는 노래도, 춤도 잘하고 저를 너무 잘 챙겨줘요. 체인지도 도와주고 런도 지켜봐주고.”이렇게 전한 진희 역의 유시현은 뮤지컬 ‘애니’ ‘펀홈’ ‘워시홀’ 그리고 2021년 ‘수박수영장’ 초연을 진희로 무대에 오른, 재능넘치는 아역배우다. ‘수박수영장’은 진희와 막내 씨앗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 유시현을 비롯해 재능 넘치는 아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또 다른 진희 역의 성나윤은 뮤지컬 ‘하모니’와 함안 지방 투어 ‘수박수영장’, 강단아는 ‘마틸다’의 라벤더, ‘타임스토어’ 시간요정 등으로 무대에 올랐다. 권아린은 TV조선의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 출전자로 ‘수박수영장’이 뮤지컬 데뷔작이다.뮤지컬 ‘수박수영장’ 출연진. 왼쪽부터 할아버지 역의 최승열, 진희 역의 유시현·강단아, 막내씨앗 역의 윤세아·정은서, 진희 역의 성나윤·권아린, 할아버지 역의 정호윤, 막내씨앗 성예슬(사진제공=AM컬처)진희가 외할아버지 댁에서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나는 막내씨앗 역의 윤세아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리 테레즈, ‘안녕 바다에’ 소녀 우미 등과 뮤지컬 갈라쇼, 정은서는 ‘마틸다’의 아만다로 무대에 올랐다. 성예슬은 ‘수박수영장’이 뮤지컬 데뷔작이지만 진희·막내씨앗 역의 친구들에게 “절대음감”이라고 칭송(?)받을 정도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데다 공부도 잘하는 영재다. 뮤지컬 ‘수박수영장’ 진희 역의 성나윤(사진제공=AM컬처)“(정)은서는 너무 귀엽습니다. 존재 자체가 너무 귀엽죠. (윤)세아는 애교가 진짜 많고 목소리가 엄청 예뻐요. 뮤지컬은 처음이라는데 동요를 하던 친구라 그런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잘하죠. (성)예슬이도 뮤지컬이 처음이라는데 너무 잘하는 거예요. 동요를 하다 왔겠지 했더니 그것도 아니래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동생들의 장점을 조목조목 짚는 유시현의 말에 윤세아는 “진짜 맏언니”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강단아는 “언니를 보면서 진짜 경험치는 무시할 수 없다는 걸 느낀다”며 “저에게 언니는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사람이고 해결사, 마법사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너무 엄마 같은 언니예요. 저희가 뭔가 힘들어 하고 뭐가 뭔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면 해결사처럼 나서서 얘기해주고 도와주거든요. 언니가 오면 다 해결되는, 마법사 같은 존재예요.”뮤지컬 ‘수박수영장’은 그림책 속 수박수영장을 비롯해 다양한 장면들이 눈앞에 구현된다. 다양한 넘버와 장면들로 진행되는 극에 대해 권아린은 “책으로만 보던 ‘수박수영장’이 저의 첫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진희라는 친구도 동화책에는 이름만 나오는데 실제 주인공이 돼서 제가 연기를 하니까 너무 신기하다. 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뮤지컬 ‘수박수영장’ 진희 역의 강단아(사진제공=AM컬처)◇진짜로 수박수영장이 나타났다!“수박 수영장은 여름이면 열리는, 이 수박마을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오늘 하루만은 다 잊고 놀자는 의미도 있는, 되게 좋은 공간 같아요.”이렇게 전한 성예슬은 “실제로 수박수영장이 있다면 씨앗을 빼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는 책 속 장면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을 보탰다.“사실 저는 수박수영장 보다 구름장수 아저씨가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름은 너무 더운데 구름이 있으면 되게 시원하고 좋을 것 같거든요.”권아린 역시 “수박수영장이 실제로 있으면 매일매일 찾아갈 것 같다”며 “구름장수 아저씨가 실제로 있으면 진짜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흰색 구름이 햇빛을 가려준다면 먹구름은 샤워를 하는 구름이잖아요. 진짜 구름장수 아저씨가 있으면 일반 구름으로 햇빛을 가려보고 먹구름으로 샤워도 해보고 싶고 그래요.”성나윤은 “우리 마을에만 있는 수영장”이라며 “수박마을 사람들이 수박 수영장을 진짜 좋아하는 갓 같고 실제로 있다면, 먼 함안이라도 저는 여름마다 찾아갈 것 같다”고 전했다.윤세아는 “수박수영장은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놀거리”라며 “수박수영장이 실제로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냥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MBTI가 극강의 N”이라는 유시현은 “수박수영장이 실제로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진짜 많이 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수박수영장’ 공연장면(사진제공=아이엠컬처)“엄청 큰 수박 안에 사람들 다 들어가서 놀다가 기울어지면 사람들이 다 밖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수영장에서는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데 수박을 파먹어도 기물 파손이 아닌 건가? 정말 많은 상상을 했어요. 365일 중에 딱 하루 여는 엄청 특별한 수영장이잖아요. 마을사람 모두가 그날 만큼은 어린시절로 돌아가 진희 나이 또래처럼 다 잊고 놀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강단아는 “수박수영장이 진짜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수박도 뜯어먹어보고 싶고 수영도 해보고 싶고. 너무 재밌고 신나는 수영장일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수박수영장’ 진희 역의 권아린(사진제공=AM컬처)“진짜 365일 중 딱 하루 열리는 거면 그날 폭우가 쏟아져도 열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뮤지컬 ‘수박수영장’은 저에게 꿈같은 존재 같아요.”◇보석같이 빛나는 “이게 나야”“이 작품의 주제는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보석보다 빛나는’이라는 넘버가 너무 좋아요.”강단아는 ‘수박수영장’의 주제를 ‘보석보다 빛나는 나’라고 짚었다. 이는 맏언니 유시현이 마침표처럼 사용하는 “이게 나야”로 발현되기도 한다.동물 보살피기를 좋아하는 강단아는 “원래 사육사, 산부인과 간호사가 꿈이었는데 뮤지컬이 너무 좋아졌다”며 “최종적으로는 뮤지컬배우가 꿈이지만 아이돌 그룹도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제 롤모델은 최정원 선생님이랑 최재림 배우님이세요. 두분 다 진짜 최고세요. ‘마틸다’를 할 때 대기실에서 만날 같이 누워서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죠. 제 자랑거리, 보석같이 빛나는 나는 ‘마틸다’ 출신이라는 거예요. 라벤더라는 역할이 생각보다 대본도 꽤 두껍고 할 게 많았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렇게 해냈다는 게 저를 특별한 아이로 만드는 것 같아요.”막내씨앗 역의 윤세아(사진제공=AM컬처)“김소현 배우님 같은 뮤지컬 배우를 꿈꾼다”는 윤세아는 “강한 멘탈”이 “이게 나야”라고 밝혔다.“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어요. 되게 여러 차례 오디션을 보다 보니 멘탈이 강해졌죠.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저예요.”영어를 좋아해 학원 영어선생님을 꿈꾸기도 했다는 성나윤은 “저 역시 김소현 배우님이 롤 모델”이라며 “말할 때와 다른, 노래할 때의 목소리”를 ‘보석같이 빛나는 나’로 꼽았다.그런 성나윤의 목소리에 대해 유시현과 강단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이 맑고 청아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제가 노래를 하면 목소리가 얇아져요. 말할 때는 되게 허스키한데 노래할 때면 목소리가 달라지나 봐요. 역할에 들어맞는 목소리랄까요. 전작 때도 발랄하고 밝은 ‘끼쟁이’ 역할을 하면서 또 다른 목소리를 냈던 것 같아요.”“합창을 했고 스포츠 댄스, 방송댄스, 걸스팝 등 움직이는 걸 좋아해” 다양한 댄스장르를 섭렵한 권아린은 자타공인 “다재다능한 끼쟁이”다. “제가 성우 생활도 좀 했는데 애니메이션 ‘코코멜론’ 벨라, 제이제이 목소리 연기를 했어요. 저 스스로도 목소리가 확 바뀐 게 느껴져서 ‘이게 나야’라는 생각을 했죠. 아직 개봉은 안했는데 애니메이션 ‘핑크퐁 아기상어’ 극장판 3기 노래도 제가 불렀어요!”뮤지컬 ‘수박수영장’ 출연진. 왼쪽부터 할아버지 역의 최승열, 진희 역의 유시현·강단아, 막내씨앗 역의 윤세아·정은서, 진희 역의 성나윤·권아린, 할아버지 역의 정호윤, 막내씨앗 성예슬(사진제공=AM컬처)충남에서 매일 아침 혼자 KTX로 서울까지 오르내릴 정도로 뮤지컬 배우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유시현은 “중학교 들어가자마자 사춘기가 세게 한번 왔었다.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싫다’고 마다하고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는데 이제는 좀 후회가 되기는 한다”며 “최근에는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털어놓았다.그는 “중학생이 되다 보니 챙겨야할 것도 많아지고 수행평가도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을 만큼 뮤지컬이 좋다”며 “실력으로 인정받고 흔들리지 않는 박강현 배우님같은, 진짜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귀띔하기도 했다.“동생(유석현)이 ‘웃는 남자’에 출연하면서 박강현 배우님을 직접 만나 힘을 받기도 했어요. 그리고 역사 학원에 다녔었는데 그곳의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라’고. 그 말이 제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게 저니까요. 그 후로 제 좌우명이 돼 버렸죠.”막내씨앗 역의 성예슬(사진제공=AM컬처)6살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길거리에서 들은 노래를 바로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음감이 탁월한 성예슬은 지난 중간고사에서 전과목에서 한개를 틀렸을 정도로 “공부하는 게 즐거운” 모범생이다. 연습 중 쉬는 시간이면 영어, 수학 등 잘 안풀리는 문제들을 곱씹는 게 즐겁다는 그는 “6학년 때 뮤지컬 ‘위키드’를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졌다”고 털어놓았다. “박강현·최재림 배우님을 너무 좋아해요. 발성도 좋으시고 노래도 너무 잘하시고 마음가짐도 되게 좋으신 것 같아요. 두 분이 ‘킹키부츠’ 할 때는 보고 또 보면서 정말 행복했죠. 더 못봐서 속상할 정도였어요.”그 후부터 뮤지컬 넘버를 따라 부르곤 했다는 성예슬은 ‘수박수영장’ 연습 중에서 틈만 나면 느닷없이(?) 아이다의 “이건 증오의 시대에 살던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 등을 부르곤 한단다.6명의 진희와 막내씨앗 배우들을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노래 좀 한다”는 소리를 꽤 듣는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성예슬은 “제가 열심히 하는 이유는 처음인데다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며 “관객들께 이 작품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많이 배우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사실 저는 자존감이 되게 낮아요. 사고뭉치 진희가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과정을 담은 ‘수박수영장’을 하면서 마음에 쟁여두고 있는 걸 솔직하게 다 털어내면서 자신감을 좀 높이고 있죠. ‘나는 올해 막내씨앗이야!’ 이렇게 외치면서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30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 거머쥐 강미선 “여전히 배워가는 단계”

왼쪽부터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 상을 수상한 강미선, 유지연 지도위원, 유병헌 ‘미리내길’ 안무가이자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수상 후) 일주일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실감이 나지를 않습니다. 한국 발레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어요.”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은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레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Female Dancer) 수상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무용수는 해당 무용수가 지난 한해 동안 ‘처음’ 무대에 오른 작품으로 후보에 올라 심사위원들의 심사로 최종 선정된다. 이에 강미선은 20분 남짓의 ‘코리아 이모션’ 중 6분짜리 파드되(2인무)인 ‘미리내길’로 후보에 올라 최우수 여성 무용수 상을 거머쥐었다.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 상을 수상한 강미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이번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낙점됐던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지도위원 추천으로 후보에 올랐던 강미선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도로시 질베르,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엘리자베타 코코레바,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메이 나가히사, 중국국립발레단 추윤팅 등과 경쟁 끝에 최우수 여성 무용수에 호명됐다.한국인 무용수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무용수 상 수상은 강수진(1999년 독일 슈투르가르트 발레단), 김주원(2006년 국립발레단), 김기민(2016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박세은(2018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이어 다섯 번째다. 그의 수상은 서양 클래식 발레가 아닌 한국 창작발레 ‘미리내길’로 거둔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미리내길’의 안무가이기도 한 유병헌 유니버설 예술감독은 “이런 큰 무대에서 우리 한국의 창작발레와 음악을 인정해 주신다는 것에 감사하고 세계 어느 나라, 민족이든 우리 정서에 감동을 받는 건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의 말처럼 “클래식 발레, 창작발레, 현대무용 어떤 것이든 믿고 맡길 수 있고 그 책임을 온전히 해내는, 안해본 역할이 없는 수석무용수” 강미선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 수상은 “클래식 발레가 아닌 한국 정서가 강조된 6분가량의 창작발레 2인무, 무대도 아닌 영상으로 심사했기 때문에 쉬운 수상은 아니었다.”유지연 위원은 “심사위원들이 미리 영상을 제공 받아 심사를 하는데 최우수 안무가, 남자 무용수 부문에는 두드러지는 안무가, 무용수가 있어 심사가 수월했다”며 “여성 무용수 후보는 한명한명이 너무 세계 정상급 무용수들이라 저도 굉장히 긴장할 정도로 치열했다”고 전했다.“6명 후보의 영상을 받았는데 거의 전막 작품이었어요. 2, 3막에 걸쳐 무용수들의 다채로운 장점들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20분짜리 ‘코리아 이모션’ 중 6, 7분짜리 한 피스인 ‘미리내길’은 (강)미선이의 장점을 다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서양작품이 아닌 한국 정서를 담은 작품이었고 (라이브 공연도 아닌) 영상이었죠. 그래서 러시아와 영어 통역에게 극의 내용을 미리 알렸고 미선이의 무한한 장점을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 상을 수상한 강미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려 두 번의 투표 끝에 강미선과 추윤팅의 공동수상이 결정된 후 가진 갈라쇼에서 선보인 강미선의 ‘미리내길’과 ‘춘향’ 중 재회 파드되 공연으로 심사위원들은 “심사를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다는 유지연 위원의 전언이다.“발레를 하면 육아 등으로 쌓였던 스트레스나 피로가 풀린다”고 할 정도로 여전히 발레에 빠져 있는 강미선은 “제가 이렇게 오래 발레단에서 춤출 줄은 몰랐다.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그 부분을 채워가려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여기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유니버설 발레단 근속) 21년 동안 최고가 되지 못했어요. 계속 배워가는 단계죠. 지금 발레리나의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나 발레단에 이제 막 발레를 시작한 후배, 신진 무용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무용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30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축제하는 인간’들을 위한 ‘북적북적’ 무경계 놀이판! ‘2023 여우락 페스티벌’

‘2023 여우락 페스티벌’ 중 유순자, 손영만 상쇠가 이끄는 두 농악패가 선사하는 ‘추갱지르당’(사진제공=국립극장)(사진제공=국립극장)우리 소리와 재즈 그리고 지화, 클래식 피아니스트와 대금연주자, 판소리꾼과 무녀, 30여년 각각의 농악판에서 놀던 두 명인, 하드록 밴드와 해금 연주, 아프리카 가나 음악과 사물놀이,  전자음악과 범패….‘2023 여우락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국립극장)전혀 다른 길을 가던 예술가들이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라는 모토 아래 ‘여우락 페스티벌’(6월 30~7월 22일 국립극장 달오름·하늘극장·문화광장) 무대에서 만난다. 지난해까지 7만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간 ‘여우락 페스티벌’은 공연 비수기인 여름 축제로 다양한 예술가들의 거침없는 도전과 실험의 무대이자 협업의 장(場)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여우락 페스티벌’에서는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을 주제로 우리 소리와 다양한 예술가들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펼쳐진다. 대금 연주자이자 프로듀서 이아람 예술감독, 타악 연주자 황민왕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꾸려가는 14회 여우락 페스티벌은 평생 한길을 걸어온 예술가들이 장르, 국경 등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예술의 가치를 재발견해 확장하는 12개의 무대가 마련된다.관습, 관례 등을 깨는 축제는 국가무형문화재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인 윤진철 명창과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부산기장오구굿’ 예능보유자인 무녀 김동언이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와 동해안 별신굿 ‘심청굿’을 주고받는 ‘불문율’(6월 30일 하늘극장)로 시작한다. ‘2023 여우락 페스티벌’ 중 유순자, 손영만 상쇠가 이끄는 두 농악패가 선사하는 ‘추갱지르당’(사진제공=국립극장)(사진제공=국립극장)이번 축제에서 눈여겨 볼 공연은 각기 다른 농악판에서 30년을 넘게 따로 놀던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호남여성농악-포장걸립 상쇠 보유자 유순자 명인과 국가무형문화재 김천금릉빗내농악 8대 상쇠 손영만 명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추갱지르당’(7월 19~20일 하늘극장)이다. 따귀와 뽀뽀가 동시에 이뤄졌던 첫 만남 이후 30년이 훌쩍 넘어서야 한 무대에 오를 걸판진 두 상쇠가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1인 판소리 음악극 ‘종이 꽃밭: 두할망본풀이’(7월 1~2일 달오름극장)는 소리꾼이자 작창가 박인혜가 지화작가 정연락, 베이스 연주자 최인환과 함께 제주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를 재해석해 재지하게 풀어낸다. ‘2023 여우락 페스티벌’ 중 박인혜, 정연락, 최인환의 ‘종이 꽃밭: 두할망본풀이’(사진제공=국립극장)전국 13개 지역 천하제일탈꾼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과거의 탈춤을 재해석해 현재로 연장시키는 요즘 탈춤극 ‘가장무도: 탈춤의 연장’(7월 4~5일 하늘극장), 하드록 밴드 스쿼시바인즈와 잠비나이의 해금연주자 김보미가 꾸리는 ‘신: 지핌’(7월 6일 달오름극장), 전자음악 그룹 모듈라서울이 불교의식 음악 범패를 풀어내는 실험적인 무대 ‘Lull~유영’(7월 18일 달오름극장) 등이 흥을 돋운다. 해외 음악가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민속음악과 재즈 등 장르를 넘나들며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사토시 다케이시와 ‘여우락 페스티벌’의 음악감독 황민왕이 선사할 타악의 진수 ‘장:단’(長短, 7월 8~9일 하늘극장), 아프리카 가나 출신 음악가 킹 아이소바(King Ayisoba)와 한국 사물놀이팀 느닷(Newdot)이 선보이는 아프리칸 사물놀이 ‘리듬 카타르시스’(7월 13~14일 하늘극장)는 국경을 넘어 우리 소리와 장단의 확장을 이끈다. 축제의 마지막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부문 2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대금연주자이자 여우락페스티벌 예술감독 이아람의 ‘백야’(7월 21~22일 달오름극장)가 장식한다. 이 무대에서 프리페어드 피아노, 토이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로 다채로운 주법을 선보일 손열음, 대금·퉁소 등 전통 관악기를 연주할 이아람은 현대음악의 거장 아르보 패르트(Arvo Part) 작품을 비롯해 대중에게 익숙한 클래식 음악, 전위음악 등을 재해석해 선사할 예정이다.‘2023 여우락 페스티벌’ 중 박인혜, 정연락, 최인환의 ‘종이 꽃밭: 두할망본풀이’(사진제공=국립극장)문화광장에서는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발굴하고 선발한 젊은 아티스트들의 신명나는 무대도 마련된다. 첼리스트 김 솔 다니엘, 철현금과 운라의 한솔잎, 피리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목기린, 타악의 조봉국, 소리의 김보림 등 신진 솔리스트들이 꾸리는 ‘시너지’(7월 8일 달오름극장), ‘물’을 소재로 한 더튠과 세움의 ‘자유항’(7월 12일 달오름극장) 그리고 10주년을 맞은 ‘여우락 아카데미’ 수료생들의 무료 공연 ‘여우락 홈커밍’(7월 15일 문화광장) 등 젊은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창작열이 만들어낸 새롭고 신명나는 무대들이 펼쳐진다. 23일 간 펼쳐질 신명나는 북적북적 무경계 놀이판 ‘여우락 페스티벌’에 대해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지금은 세계 곳곳에 문화원에서 사물놀이를 하게 되고 있다”며 “이 축제를 통해 국악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새로운 장르가 탄생되고 뜨거운 창작 활동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26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힘도 나고 心도 나는 ‘내 편’ 그리고 ‘해피엔딩’을 찾아서…연극 ‘겟팅아웃’

연극 ‘겟팅아웃’ 고선웅 연출(왼쪽)과 출연진(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이 희곡을 읽은 지 굉장히 오래 됐습니다. 한 2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때 연극도 봤는데 맨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누군가 편 들어줄 때가 가장 힘이 나고 마음 ‘심’(心)도 난다는 생각이 듭니다.”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겟팅아웃’(6월 23~7월 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프레스콜에서 고선웅 연출이자 서울시극단장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연극 ‘겟팅아웃’ 고선웅 연출, 서울시극단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편들어주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운 지금, 이런 이야기가 굉장히 동시대적이지 않나, 우리 시대에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납득이 되거든요.”‘겟팅아웃’은 고 연출의 표현처럼 “힘이 나고 심도 나는” 내 편에 대한 이야기로 ‘잘자요, 엄마’ ‘비밀의 정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의 마샤 노먼(Marsha Norman) 작품이다.엉겁결에 발사된 총알로 과실치사범으로 복역하다 출소해 이름까지 바꾸고 새 삶을 꿈꾸는 알린(이경미)이 좀체 떼어낼 수 없고 외면할수록 선명해지는 과거 알리(유유진)와 벌이는 24시간 동안의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한 공간에서 현재의 알린과 과거의 알리가 공존하며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겟팅아웃’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영화라면 플래시백으로 회상장면으로 넘어가겠지만 연극은 현재와 과거 장면을 한 공간에 배치하고 있어서 과거 알리가 파편처럼 계속 튀어나온다”며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제가 생각하는 연극성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정통연극은 한 공간에서 사건이 일어날 때 긴장감, 밀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소파 연극이라든지 응접실, 침대가 있는 공간에서는 사건들의 연결이나 배우의 심리상태, 개연성 등이 무난하게 잘 연출돼야 작품에 신뢰가 가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이런 사실주의 세트에서 공연한 적이 거의 없어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죠.”극 중 알린은 이름까지 바꾸고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굳이 곁에 머물겠다는 교도관 베니(정원조), 여전히 믿어주지 않는 엄마(박윤정), 자랑스럽지 않은 과거처럼 큰 돈을 벌러 뉴욕으로 가자 보채는 탈옥수 칼(서우진), 짓지도 않은 절도죄로 전과자가 됐지만 잘 살아가는 듯 보이는 윗집의 루비(최나라) 등과 얽히며 후회하고 절망하면서도 다시 수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연극 ‘겟팅아웃’(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알린을 연기하는 ‘오만과 편견’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메리 제인’ ‘비너스 인 퍼’ ‘인형의 집, Part 2’ ‘아버지와 아들’ 등의 이경미는 “제가 했던 연극 중 가장 마음이 힘들었다”고 밝혔다.“‘겟팅아웃’이 그런 작품 같아요. 또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야할 테지만 그것들을 잘 견뎌내고 알린이 아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힘들겠지만 마음의 근육이 생겨서 잘 헤쳐 나가고 잘 다스리다 보면 조이를 데려올 수 있는 환경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알린을 응원하면서 연기하고 있으니 관객분들도 끝까지 알린을 놓지 않고 응원해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23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뮤지컬 ‘모차르트!’ 수호·유회승·김희재 “천재는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뮤지컬 ‘모차르트!’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저는 천재가 아니라서 처음엔 엄청 큰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근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사랑은 같았어요. 음악에 몰입해 있거나 음악을 들으면 신나고 춤추고 싶고 놀고 싶은 마음이 공감이 많이 됐어요.”엑소(EXO)의 수호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모차르트!’(8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프레스콜에서 ‘음악인’으로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의 공감대 형성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또 다른 모차르트 엔플라잉(N.Flying) 멤버 유회승은 “음악가의 일대기다 보니 순간순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들이 있다”며 “한편으로는 내 얘기 같고 또 한편으로는 모차르트의 삶은 어땠을까 더 궁금해지기도 해서 재밌게 연습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모차르트!’ 중 수호(연합)TV조선의 오디션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 트롯’ 톱7에 오른 김희재는 ‘모차르트!’로 첫 뮤지컬에 도전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음악신동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모차르트처럼 저도 ‘신동’으로 자라다보니 비슷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어떤 상황 속에서도 영감이 떠오르고 음악으로 소화하는 모차르트와는 좀 다르지만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곤 했어요. 어려서부터 음악을 사랑하는 모습이 조금은 닮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베토벤’ 등의 미하엘 쿤체 작가와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의 콤비작인 뮤지컬 ‘모차르트!’는 자유를 갈구하는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수호·유회승·김희재·이해준, 프레스콜 시연 여부·가나다 순)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2010년 한국 초연에 이어 7번째 시즌을 맞았다.당시 록스타로 설정된 청바지 차림의 모차르트와 그를 압박하는 아버지 레오폴드(홍경수·서범석),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남서운·문선우·우예원), 콜로레도 대주교(길병민·민영기)를 비롯해 아내 콘스탄체 베버(선민·허혜진·황우림), 후원자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윤지인·최지이) 등이 엮어가는 이야기다.2011년 재연부터 함께 해온 김문정 음악감독은 “사실 이번 작업은 좀 쉽지 않았다. 10여년을 함께 해왔던 (김준수, 박효신, 박은태, 임태경, 전동석, 슈퍼주니어 규현, 박강현 등) 기존 멤버가 한명도 없이 새로운 (모차르트) 캐스팅으로 작업하기는 처음”이라며 “그래서 (권은아) 연출님과 할 일이 너무 많았다”고 토로했다.이어 “네 모차르트의 각기 다른 매력을 찾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며 “모차르트는 본능적으로 음악에 모든 감각이 열려 있는 천재였다. 네분이 가진 음악적 역량은 모차르트를 연기할 배우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다르게 활동하는 배우들이었음에도 음악에 대한 받아들임과 지식 등을 굉장히 수월하게 공유하는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유)회승씨는 고음역대를 굉장히 잘 소화하는 배우예요. 음악에 연기를 입히는 작업을 같이 하면서 감탄하는 시간을 가졌죠. 엄청나고 파워풀한 노래에 연기가 더해지는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가장 선배인 수호씨는 저랑 벌써 네 작품(웃는 남자 초·재연, 더 라스트키스)을 같이 하고 있는데 첫 공연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가 더 좋아지는 배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뮤지컬 ‘모차르트!’ 중 유회승(연합)이어 김 감독은 “어떤 작품보다도 애정을 가지고 임하는 게 느껴져 수호씨에게 고맙다. 계속 질문하고 연습량도 그렇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과 성을 다해주셨다”고 덧붙였다.“사실 좀 물음표가 떴던 모차르트가 (김)희재씨였어요. 뮤지컬은 처음이고 타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가수였으니까요. 그런데 첫 연습 때 깜짝 놀랐습니다. 준비를 이미 다 해오셨고 음악적으로 모차르트처럼 열린 감각을 가지고 있었죠. 굉장히 잘 받아들이고 습득이 가장 빨랐던 배우였습니다. 연기가 처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연출님도 칭찬을 엄청 하셨죠.”그리곤 “이 세분이 무대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다행스러웠다.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데 익숙해진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공연 전에 엄청 긴장한 걸 느꼈다”며 “제 경험상 무대를 무서워하는 분이면 못할 수가 없다. 경외심을 갖고 무대를 밟아주고 이해해줘서 아주 기분 좋은 작업이었다”고 말을 보탰다.뮤지컬 ‘모차르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의 김희재(왼쪽부터), 수호, 유회승(사진=허미선 기자)추천하고 싶은 장면에 대해 유회승은 “처음 신을 시작하기 전 빨간 커튼 안에 있다가 등장해 지휘하는” ‘오버추어’를 꼽았다. 그는 “그 안에 모든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수호는 자신을 외면하는 아버지를 향한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를 추천했다.“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족애를 얘기하고 있어서 많은 분들의 마음 깊이 가닿는 신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도 이 넘버를 부를 때마다 마음속 깊이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김희재는 “마지막 모차르트의 죽음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동안 살았던 인생을 받아들이면서 비극적인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라서 그 장면을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굉장히 속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연출적인 부분이나 무대 장치도 굉장히 많이 바뀌었고 음악도 좀 변화를 많이 줬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23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좀 더 이해하기 쉬워질 ‘진정한 지성인’들의 지적 대화, 연극 ‘라스트세션’

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출여진들. 왼쪽부터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신구, 루이스 이상윤·카이(사진=허미선 기자)“자연인으로서 이제 죽을 때가 가까워졌잖아요.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으니 힘을 남기기보다는 여기 다 쏟고 죽자는 생각입니다. 꾀부리지 않고 진지하게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과 일하면서 오히려 제가 힘을 받고 있어서 이 작품이 아주 잘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지난번 공연보다는 좀더 편하게 잘 이해하면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2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연극 ‘라스트세션’(Freud’s Last Session 7월 8일~9월 10일 대학로 TOM 1관) 기자간담회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역의 신구는 이렇게 전했다.“관객분들이 좀더 즐기실 수 있게 만들고자 노력했는데도 부족하고 미진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어요. 이번이 세 번째예요. 그런데도 모여서 대본을 읽다보면 오래 토론을 해도 쉽게 답이 안나오는 부분들이 있죠. 그런 부분을 채우고 메워서 이번엔 좀더 잘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특히 이번엔 명확하고 확실하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대사전달에 집중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연극 ‘라스트세션’(사진제공=파크컴퍼니)‘라스트세션’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신구·남명렬)와 ‘나니아 연대기’의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이상윤·카이)가 만나 벌이는 치열한 지적 대화를 담고 있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 영감받아 집필한 희곡을 바탕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한국에서는 2020년 초연, 2022년 재연에 이은 세 번째 시즌이다. 초연부터 프로이트와 루이스로 함께 해온 신구와 이상윤을 비롯해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온 남명렬 그리고 새로 합류한 카이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이상윤은 “초연 때는 대본이 가진 내용, 각 인물들의 철학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다보니 원문 그대로를 살리고자 했었다. 그 의미는 계속 토론하고 이해하면서도 그렇게 친절하지 않은 대사도 그대로 고수했다”고 털어놓았다.“초연 때는 짧은 문장이지만 정말 많은 뜻이 담긴 대사를 그대로 전달했다면 재연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성에 집중했어요. 두 사람이 자신 철학에 어떻게 집중하고 상대방에 반응하는지 관계성에 집중했죠. 세 번째는 의미 전달을 정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원문을 고수하기 보다는 대사를 좀 바꾸면서 하고 있어요.”초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에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온 남명렬은 “5년 전쯤 시작한 지 얼마 안된 파크컴퍼니가 이 작품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지 한번 읽어봐 달라고 했을 때는 우려가 됐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이니 좀더 대중성 있는 작품을 해야 회사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저는 이런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작품 자체에 대한 우려는 아니었어요. 관객들이 얼마나 좋아해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막상 작품을 올리고 나니 관객들이 굉장히 좋아해주셨어요.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치열한 토론도 좋아하시는구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그런 작품이죠.”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왼쪽)과 신구(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믿음을 갖게 된다. 타인의 믿음이나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자기의 생각이 옳다면 그 방식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마지막 장면에서 악수를 해요. 신에 대한 다른 생각들로 1시간 반 동안 치열하게 토론을 했지만 끝나고 헤어질 때는 상대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해 보고 나와 다르지만 새로운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으로 끝나게 됩니다.”이렇게 전한 남명렬은 “루이스는 신의 존재를 믿지만 보험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나가고 음악을 싫어하던 프로이트는 루이스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번 들어볼까라는 자세를 취하면서 끝이 난다”며 “이것이 진짜 지성인”이라고 표현했다.“진정한 지성인은 자신의 생각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한번 되짚고 그 안에 뭔가 진리가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라스트세션’은 진짜 지성인들 간의 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그리곤 이상윤에 대해 “3연까지를 하면서 이 친구의 연기가 많이 깊어졌다는 걸 느낀다”며 “연습을 하면서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자기 신념을 가지고 논쟁을 하는데 제가 어느 순간 루이스에 설득을 당해 제가 할 대사를 놓친 적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연극 ‘라스트세션’ 루이스 역의 이상윤(왼쪽)과 카이(사진=허미선 기자)이에 이상윤은 “3년만에 다시 만났는데 유심론에서 무신론으로 돌아간 사람으로서 신념이 강하시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날카롭게 연기해주셔서 역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진짜 감사한 건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제가 어떻게 해도 수용하고 반응해주셔서 ‘역시 좋으시구나’ 생각이 듭니다. 신구 선생님은 늘 겸손하게 기본으로 돌아가 연습에 임하시는 모습에서 많이 배워요. 저를 비롯해 연출부 등 한참 어린 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시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죠. (라스트세션) 연습 전에 선생님의 다른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압도당했어요. 근데 (라스트세션의) 연습실에서는 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시는 걸 보고는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까불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 했죠.”루이스로 새로 합류해 2016년 ‘레드’ 이후 7년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카이는 “처음 연극을 했을 때도 음악을 빼고 무대에 올랐을 때 나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며 “음악 혹은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카이가 아니라 무대에 서 있는 단순하고 본질에 가까운 배우의 모습으로 루이스를 표현해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는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혀 가지지 않았다는 게 좀 특이했어요. ‘베토벤’이나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대형 뮤지컬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잘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라스트세션’을 통해서는 어떻게 하면 비워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장 본질에 근접할 수 있을까 등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선생님들께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자신을 내려놓고 조금씩 발전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죠.”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출여진들. 왼쪽부터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신구, 루이스 이상윤·카이(사진=허미선 기자)카이는 ‘라스트세션’에 대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또 그렇게 다시 한번 사유의 계기가 되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보는 분들이 기독교인, 무신론자 등을 떠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어떤 합의, 일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에 접근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동년배의 목사님에게 ‘나는 어떤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의문점을 가지고 ‘라스트세션’에 참여했는데 그때 남명렬 선생님께서 좋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종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하다’고.”이어 카이는 “어패가 있지만 상당히 날카로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스트세션’이 종교 이야기를 넘어 다른 개념과 환경,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간의 고급스러운 토론이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 작품이 끝나고 퇴장하는 부분에서 저는 늘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진정 존재하는 게 맞을까?’라고요. 저는 유신론자임에도 그런 질문을 계속 합니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의 입장에 서서 다시 한번 생각하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라스트세션’이 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22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백조의 호수’ 앙줄랭 프렐조카주 “춤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진짜 질문들, 이대로라면 내 딸들이 백조가 뭔지는 알까요?”

환경문제로 풀어낸 ‘백조의 호수’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사진제공=LG아트센터)“원래의 ‘백조의 호수’에서 출발하고 싶었습니다. 차이콥스키 음악의 가장 상징적인 순간들을 유지하면서 사운드를 추가해 좀 더 현대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죠. 더불어 이야기를 산업과 금융의 세계로 바꾸고 싶었어요. 하지만 ‘물’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 신비로움을 유지하지 않고서 ‘백조의 호수’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했죠.”‘백조의 호수’(6월 22~25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 홀)로 ‘프레스코화’(La Fresque) 이후 4년만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앙줄랭 플레조카주(Angelin Preljocaj)는 이렇게 밝혔다. 더불어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새로운 공연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올리게 돼 기쁘다”며 “자연을 건축에 융합하는 그의 건축 철학은 ‘백조의 호수’를 통해 제가 다루려는 주제와 일치한다”고 말을 보탰다.“백조의 에로티시즘 같은 원래의 상징들을 활용하는 동시에 우리 시대의 사회적 문제들과 연결시키고 싶었습니다. 안무가로서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죠. 하지만 전 스스로를 겁주는 걸 좋아해요. 저를 깨어 있게 하거든요.”◇환경운동가 오데트, 호수개발 투자자의 아들 지그프리드, 부동산업자의 딸 오딜‘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사진제공=LG아트센터)“아버지로서 다음 세대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합니다. 제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어떤 것들을 물려주게 될지 궁금하거든요. 호수는 말라가고 동물의 종이 사라져 버리는 세상, 이대로라면 우리 아이들이 백조가 뭔지는 알까요?”이같은 질문에서 시작된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는 아름다운 호수 인근에 거대한 공장을 세우려는 자본가와 부동산업자, 그로 인한 환경파괴로 희생되는 백조 이야기로 변주됐다.“오데트는 마법사 로트바르트에 의해 백조가 된, 환경에 관심이 많은 여성입니다. 그녀는 호수를 개발하려는 투자자로부터 위협을 받는데 이 수상한 투자자가 다름 아닌 지그프리드의 아버지죠. 지그프리드는 자연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오데트에 푹 빠져있어요. (호수개발) 계획을 막아보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로트바르트의 도움을 받아 목적을 달성하고 오딜(블랙 스완)을 보내 지그프리드를 속이려고 하죠.”앙줄랭 플레조카주의 ‘백조의 호수’ 특징 중 하나는 캐릭터들의 현대화다. 오데트는 환경운동가로, 지그프리드는 시추기 판매기업의 본사 대표이자 호숫가에 공장을 세우려는 투자자의 아들로, 로트바르트는 지그프리드 아버지의 공장 건립 의지를 부추기는 부동산업자로 변주된다. 로트바르트에 의해 낮에는 백조가 되는 저주에 걸린 오데트에 지그프리드가 한눈에 반하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이 과정에서 눈여겨 볼 캐릭터는 지그프리드와의 관계가 강조되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는 폭군으로 마법을 쓰는 로트바르트와 묘하게 죽이 잘 맞는 인물로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어머니는 플루스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남다른 모성애의 소유자로 이상을 좇는 아들 지그프리드의 편에 섰다 희생되는 인물로 변주된다.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90%의 차이콥스키 음악에 79D가 ‘바이올린 협주곡’ ‘서곡’ ‘교향곡’ 등을 바탕으로 새로 작곡한 10%의 현대음악들이 어우러지는가 하면 백조의 에로티시즘 등 ‘백조의 호수’가 가진 본연의 상징들이 현대의 사회 문제들을 반영한다.“이야기의 원래 구조와 등장인물들의 낭만적인 특성은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는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지만 판타지적인 측면은 보존되죠. 반면 안무는 완전히 새로 쓰여졌습니다. 프티파만의 전통적인 기본적인 구조는 유지하면서 그 위에 얹히는, 춤의 살점이 되는 모든 것들이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재창조됐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이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상황, 현상 등은 저에게 매우 중요하고 영감을 준다. 그렇게 고전작품을 우리 사회에 다시 살려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을 보탰다.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 고전 발레를 완성한 프랑스 안무가이자 무용수 마리우스 프티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소품 ‘유령’(Ghost)을 위촉받으면서 시작됐다.“이 작품은 프티파를 기념하는 갈라의 일부였어요. (‘유령’ 공연 후에도) ‘백조의 호수’를 멈추고 싶지 않았고 포인트 슈즈 없이 만들고 싶었죠. (제 전문 분야인) 현대 무용은 땅에 닻을 내리고 있고 저는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새가 날아오르면 땅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요. 이를 위해 팔을 쓰고 점프하고 일어나는 방법들을 찾아야 했습니다.”그렇게 2막 ‘화이트 액트’(White Act), 백조들의 춤은 탄생했다. 무용수들 저마다가 살아 있는 백조처럼 움직이는 이 장면에 대해 프렐조카주는 “백조들은 팔로 특별한 표현을 하도록 했다. 날아가기 전 땅 위에서 쉬고 있다가 팔을 이용해 점프하고 일어나는 등의 안무를 통해 상승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가장 주목해야할 장면은 2막 마지막 둥근 대형의 백조들입니다. 이 장면은 고전 발레 및 여성 무용수들의 클리셰를 모두 해체하는, ‘자유의 송가’이기도 하죠.”◇끊임없는 고전의 변주, 최근작 ‘Mythologies’ 그리고 꿈 ‘호두까기 인형’span style="font-weight: normal;"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다프트 펑크가 해체되기 훨씬 전에 토마스 방갈테르에게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하는 데 관심이 있는지를 물었어요. 그에게 현대의 의식과 집단적 상상력을 형성하는 건국 신화를 설명하는 책을 선물하기도 했죠.”다프트 펑크와 함께 한 최근작 ‘Mythologies’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앙줄랭 프렐조카주는 “다양한 신화에 대한 안무적인 접근”이라고 표현했다.‘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사진제공=LG아트센터)“어떤 것은 아주 오래됐고 또 어떤 건 최근의 것인가 하면 현대적인 것도 있죠. 이 작품은 집단적 상상력을 형성하는 현대의 의식과 건국 신화를 탐구하고 그들이 서로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가 영화, 패션, 음악 그리고 물론 춤을 통해 어떻게 국제적으로 퍼졌는지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며 “특히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 열풍에는 춤이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백설공주’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의 재해석으로 명성을 쌓아온 그는 재안무에 도전하고 싶은 작품으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을 꼽았다. “아직 계획돼 있지는 않다”고 전제한 그는 “안무가에게 놀라운 상상력을 주는 차이콥스키를 계속 탐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Text, Pretext, Context. 발레를 할 때 제 머리를 스치는 세 단어입니다. 텍스트는 언어를 만들기 위해 신체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프리텍스트는 제가 선택한 주제이고 콘텍스트는 우리 시대죠. 오늘날 ‘백조의 호수’ 같은 발레는 환경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구 온난화로 호수가 말라가고 있고 50년 동안 800종 이상의 동물들이 사라졌어요. 우리의 아이들, 손주들이 이 장엄하고도 흠잡을 데 없이 새하얀 새를 알 수 있을까요?” “이것이 제가 춤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진짜 질문들”이라고 밝힌 앙줄랭 프렐조카주는 “그 질문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스피노자는 ‘영혼을 만드는 것은 육체’라고 했습니다. 안무가인 저에게는 최고의 문장이죠. 그렇게 제 관심사는 움직임과 신체에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21 22:05 허미선 기자

[비바100] 환경 문제로 풀어낸 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

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아버지로서 다음 세대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합니다. 제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어떤 것들을 물려주게 될지 궁금하거든요. 800여종의 동물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백조가 뭔지는 알까요?”그래서 환경 문제였다. 세계적인 안무가 앙줄랭 플레조카주(Angelin Preljocaj)의 ‘백조의 호수’(6월 22~25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 홀)는 이같은 그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프레스코화’(La Fresque) 이후 4년만에 한국을 찾은 앙줄랭 프렐조카주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새로운 공연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올리게 돼 기쁘다”며 “자연을 건축에 융합하는 그의 건축 철학은 ‘백조의 호수’를 통해 제가 다루려는 주제와 일치한다”고 부연했다. 오데트는 환경운동가로, 지그프리드는 시추기 판매기업의 본사 대표이자 호숫가에 공장을 세우려는 투자자의 아들로, 로트바르트는 지그프리드 아버지의 공장 건립 의지를 부추기는 부동산업자로 변주된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에서 눈여겨 볼 캐릭터는 지그프리드와의 관계가 강조되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다. 그의 아버지는 권력을 남용하는 폭군이며 어머니는 보호적이고 플루스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특히 지그프리드의 아버지는 마법을 쓰는 로트바르트와 죽이 잘 맞는 인물로 환경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호수 주변 개발을 위해 투자자인 지그프리드 아버지와 손잡아야하는 부동산업자이자 마법사 로트바르트는 개발사업에 방해가 되는 오데트를 백조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백조가 된 오데트는 호수 개발에 열을 올리는 지그프리드의 아버지와 로트바르트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한눈에 오데트에 빠져버린 지그프리드는 자연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호수 개발을 막으려고 하지만 로트바르트와 손잡은 아버지는 결국 목적을 달성한다. 이 과정에서 로트바르트는 오데트를 꼭 닮은 딸 오딜(블랙스완)을 동원해 지그프리드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아름다운 호수 인근에 거대한 공장을 세우려는 자본가와 부동산업자, 그로 인한 환경파괴로 희생되는 백조 이야기로 변주된 ‘백조의 호수’는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러시아 고전 발레를 완성한 프랑스 안무가이자 무용수 마리우스 프티파 탄생 200주년 기념하는 소품 ‘유령’(Ghost)을 위촉받으면서 시작했다. 프티파를 기념하는 갈라의 일부였던 이 작품은 “백조의 호수를 멈추고 싶지 않은” 앙줄랭 플레조카주에 의해 본격 변주돼 무대에 올랐다. 90%의 차이콥스키 음악에 79D가 ‘바이올린 협주곡’ ‘서곡’ ‘교향곡’ 등을 바탕으로 새로 작곡한 10%의 현대음악들이 어우러지는가 하면 백조의 에로티시즘 등 ‘백조의 호수’가 가진 본연의 상징들에 현대의 사회 문제들이 반영된다.앙줄랭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사진제공=LG아트센터)“이야기의 원래 구조와 등장인물들의 낭만적인 특성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는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지만 판타지적인 측면은 보존되죠. 반면 안무는 완전히 새로 쓰여졌습니다. 그것은 마치 건설 라인이 있는 청사진을 받고 그 위에 건축하도록 요청받는 것과 같았어요. 프티파만의 전통적인 기본 구조 위에서 완전히 다른 안무를 재창조했죠.”새가 날아오르면서 땅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팔을 사용한 점프, 기립 등이 주가 되는 안무, 2막 ‘화이트 액트’(White Act) 중 백조들의 춤은 그렇게 탄생했다. 앙줄랭 프렐조카주는 가장 눈여겨 볼 장면으로 “2막 마지막 둥근 대형의 백조들 장면”을 꼽으며 “이 장면은 고전 발레 및 여성 무용수들의 클리셰를 모두 해체한다. 이는 ‘자유의 송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21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흔들림 없는 ‘불혹’ 강미선의 발레 “더 깊어지는 사랑 때문이죠!”

발레리나 강미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조금 욕심을 부려 보고도 싶지만 후보들이 워낙 대단한 무용수들이어서 사실 큰 기대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엔 ‘미리내길’과 ‘춘향’을 최대한 아름답게 춰서 이런 한국 발레가 있다, 한국 발레가 이렇게 아름답다고 세계에 알리고자 해요.”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은 ‘무용계의 아카데미’로 꼽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Female Dancer) 후보에 오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그의 최우수 여성 무용수 수상 도전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한국적인 창작발레 ‘미리내길’로 후보에 올랐다는 데서 더욱 의미가 크다.  ‘미리내길’은 2021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체 초청작 ‘트리플 빌’ 중 한국인의 고유 정성인 ‘정’(情)을 표현해 큰 호응을 받았던 네오클래식 발레 ‘코리아 이모션’의 한 파트다. 드라마 ‘구암 허준’의 메인 OST에 맞춰 애끓는 부부의 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강미선은 그 시작부터를 함께 했다. 6월 20~21일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선보일 네오클래식 발레 ‘미리내길’(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임신과 출산으로 초연부터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6월 20~21일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과 갈라콘서트에서 풀어낼 예정이다. 이 무대에서 강미선은 ‘미리내길’과 더불어 ‘춘향’의 해후 파드되(2인무)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선보인다.“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인 ‘미리내길’은 만들 때부터 애정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에요. 음악도 좋고 한국적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 있어서 수상도 수상이지만 이 작품을 세계에 알릴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춘향’은 한국적인 이야기지만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마치 이 작품을 위해 작곡된 것처럼 어우러지죠. 차이콥스키 음악과 한국 발레의 어울림이 어떤지 최고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1991년 국제무용협회(현 국제무용연합) 러시아 본부가 설립한 브누아 드 라 당스는 매해 최고의 남녀 무용수, 안무가, 작곡가 등을 선정해 수상하는, 노미네이트 소식만으로도 “무용수들에게는 영광”인 세계적인 권위의 상이다.강미선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 도로시 질베르,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엘리자베타 코코레바,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메이 나가히사 등과 함께 최우수 여성 무용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무용수로는 강수진(1999년 독일 슈투르가르트 발레단), 김주원(2006년 국립발레단), 김기민(2016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박세은(2018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이은 다섯 번째 수상 도전이다.“너무 큰 무대라 좀 긴장도 되고 부담도 살짝 돼요. 그러면서도 어떤 걸 배우게 될까 기대감도 커요. 그렇게 유명한 무용수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자체로도 큰 영광이고 제가 직관하면서 깨닫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불혹’ 강미선의 중꺽마 “최선을 다 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아요!”발레리나 강미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저도 이렇게 까지 오래 출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서른 중반까지만 무대에 올라도 오래 추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체력 관리를 엄청 꾸준히 열심히 하는 스타일도 아니예요. 사실 무용수들의 은퇴는 부상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여기 저기 아픈 데가 없진 않지만 최대한 관리해서 무대에 서는 동안 잘 하고 싶어요.”‘한국 발레 사상 최장기 근속’이라는 역사를 쓰고 있는 그는 ‘백조의 호수’ ‘지젤’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로미오와 줄리엣’ ‘심청’ ‘춘향’ 등 유니버설 발레단 대표작의 주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유니버설발레단에 몸담은 지 21년, 그의 나이는 ‘불혹’이다. 안무가를 꿈꿔봄직도 하지만 그는 “제 길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안무가는 타고 나는 것 같아요. 항상 영감을 떠올리고 동작을 만들어내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안무가의 피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길은 아니죠.”6월 20~21일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선보일 ‘춘향’ 중 해후 파드되(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그렇게 2021년 아들을 출산한 그는 10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오로라로 무대에 올라 여전한 기량을 발휘했다.“운도 좋고 주변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자 무용수 후보도 ‘미리내길’ 때문에 올랐는데 문훈숙 단장님, 유병헌 감독님, 유지연 선생님, 코치 선생님들 등 여러 분들의 도움이 있어서 그 춤을 출 수 있었거든요.”그의 응원군단에는 남편이자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도 있다. 강미선은 2004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2012년 나란히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2014년 결혼했다.“덤덤한 성격인데 이번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자 무용수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는 너무 좋아하고 기뻐했어요. 잘 하고 오라고 응원을 해줬죠.”강미선은 “발레단에 오래 있으면서 느낀 건 발레라는 예술 장르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게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모두가 어우러져야 시너지가 생기고 아름다운 공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임신 중에도, 출산 후 복귀했을 때도, 지금도 후배들이 굉장히 많은 응원과 힘을 줘요. 그래서 저도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후배들에게 저도 힘이 되고 싶어요. 최대한 춤 출 수 있을 때까지 좋은 모습으로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죠. 결혼, 출산 후 돌아와서도 춤을 멋지게 출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고 후배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여전히 춤출 수 있는 힘 “더 깊어진 발레 사랑”발레리나 강미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아주 어려서부터 하다 보니 발레는 제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어요. 발레는 제 인생을 함께 걷는 친구 같은 존재죠. 힘들 때 춤을 추면 위로 받고 힘이 나거든요. 발레를 하면서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제일 힘든 시기였던 스무살 때도, 20대 초반부터 서른까지도 늘 그랬어요. 서른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발레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죠. 춤출 때 마음가짐이 더 편안해지면서 더 재밌어지더라고요.”‘사람들’을 비롯해 오래 무대에 설 수 있는 비결을 그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타고난 체력”과 “깊어지는 발레에 대한 사랑”으로 꼽았다.“저는 부족한 면이 많아요. 국내에서만큼은 최고로 잘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해요. 게다가 저는 타고난 체형도 아니에요. 팔다리가 길쭉길쭉한 것도, 아주 작은 얼굴도 아니고 발등이 많이 나와 있어서 발이 예쁘지도 않아요. 월등한 체형의 서양 발레리나나 어린 단원들처럼 타고난 신체조건이 아니죠.”발레리나 강미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이어 “거기서 오는 단점들도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강미선은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고 아름다울까 등 표현력과 연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발레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이든 그렇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써요. 어떤 공연이든 굉장한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있지만 그걸 잊고 즐겁게 춤추면 관객들도 느끼시는 것 같거든요.”강미선은 근속 21년을 “발레단도 크게 발전했지만 저 역시 성장할 수 있었던, 굉장히 소중한 순간들이고 뿌듯함을 느낀 시간들이었다”며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꼽았다.“딱 한번 했던 작품인데 한번만 더 해보면 소원이 없겠어요.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작품은 ‘미리내길’이에요. 감독님, 파트너와 함께 시작부터 함께 한데다 저한테 꼭 맞게 만들어진 작품이거든요.“발레리나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 강미선은 “다 이룬 것 같다”며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다 한 것 같다”고 밝혔다.“후회없이 지금도 춤추고 있는 자체가 저에겐 이미 행복이거든요. 바람이 있다면 제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춤추는 걸 보여주는 건데…. 과한 욕심같기도 하지만 아이가 엄마, 아빠가 멋진 무용수였구나 생각할 수 있게끔 몸 관리를 잘해 보려고 해요. 관객들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을 때까지, 꼭 큰 무대가 아니어도 외부의 작은 공연에서라도 춤 추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19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삶은, 나 자신조차도 전리품이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신병 역 손석구(왼쪽부터), 여자 최희서, 상관 이도엽.(사진=LG아트센터 제공)어쩌면 삶은 전쟁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매순간 내리는 선택은 내 안의 전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그렇게 방향을 정한 삶은 전리품과도 같다. 1945년 태평양전쟁 후반부의 오키나와 전투 중 본섬 북서쪽 작은 섬 가쥬마루 나무 위에서 2년여를 버틴 두 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나무 위의 군대’(6월 20~8월 5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는 그런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연극 '나무 위의 군대' 상관 역의 김용준.(사진=LG아트센터 제공)작품에 반전 메시지, 사회비판 등을 담았던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미완성 유작을 호라이 류타가 완성해 무대에 올린 연극으로 뮤지컬 ‘데스노트’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로 2013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15년 초연 이래 두 번째 시즌이다.류쿠국이라는 독립국가였던 오키나와는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에 의해 오키나와 현으로 병합된 후 태평양 전쟁으로 미국, 1972년 다시 일본 등으로 소유가 바뀌면서 섬 주민들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공간이다. 전쟁 중인 이 공간을 배경으로 본토에서 파견된 풍부한 전투경험의 상관(김용준·이도엽, 가나다 순)과 자신이 살아온 삶의 터전, 이웃들을 지키고자 입대한 오키나와 출신의 신병(손석구), 적군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에 올라간 두 사람 곁에 모습을 드러낸 신비로운 여자(최희서) 등이 펼쳐가는 이야기다.원칙과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상관은 적군의 식량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극한의 배고픔에 의도치 않게 눈치를 보게 만드는 신병을 죽일 생각을 하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목소리 높여 대의명분과 군인정신을 외치지만 원초적 본능(?)에 맞닥뜨려서는 번번이 신념과 대의, 권위를 져버리곤 한다. 자원입대한 열혈 신병은 고향과 이웃들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상관을 뜨끔하게 하는 인물이다. 그저 내 고향, 가족과 친구를 지키고자 내뱉은 말과 행동이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관을 자극하는가 하면 믿고 따르던 상관의 변화에 분노하고 대립하면서도 결국 동조하게 되는 경우들도 생긴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연습 현장(사진제공=LG아트센터)양극단을 오가며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관은 드라마 ‘작은 아씨들’ ‘아다마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과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데스트랩’ ‘진실X거짓’ ‘네버 더 시너’ 등의 이도엽, 영화 ‘다음 소희’ ‘82년생 김지영’, 드라마 ‘자백’, 연극 ‘보이지 않는 손’ 등의 김용준이 번갈아 연기한다.‘나무 위의 군대’는 ‘카지노’ ‘나의 해방일지’ 등의 손석구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동주’ ‘박열’ ‘옥자’ 등 최희서의 연극 복귀작으로 2014년 배우들이 각출해 무대를 올렸던 ‘사랑이 불 탄다’ 이후 9년여만이다. 손석구는 오롯이 고향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신병을, 최희서는 두 사람 곁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그 이야기 속 전쟁 피해자들이기도 한 여자를 연기한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연습 중인 손석구(왼쪽)와 최희서(사진제공=LG아트센터)표면적으로 안정화된 나무 위에서의 생활에는 여전히 계급이 존재하고 선택과 갈등의 연속이다. 종전을 알리는 편지가 도착하면서 두 사람이 겪는 갈등과 고민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안정된 생활 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안간힘을 쓴다. 한국 초연 당시 여자 역의 배우 강애심이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꼽았던 “지켜주고 있는 것이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거기에 매달리고 매달리면서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믿는 거다”는 ‘나무 위의 군대’가 지닌 핵심 메시지다.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전쟁을 치르고 있고 전세계가 에너지, 물류 등의 대란을 겪고 있다. ‘나무 위의 군대’는 전쟁 막바지 적군을 피해 나무 위로 피한 두 군인을 통해 개인, 지역, 국가 그리고 세계는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서로에게 영향 받고 있음을 각인시킨다. 더불어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인간이 지켜야할 것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1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재벌3세와 평범한 청년, 베니스와 벨몬트 그리고 지금! 록재즈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고난 끝에 희망이 아장아장 걸어오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잦게 무대에 오르는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한국 전통 장르라는 틀과 현대적인 서사로 변주돼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해 ‘리어왕’을 노자사상에 빗대 창극화했던 국립창극단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록재즈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6월 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로 변주해 선보인다.16세기 베니스를 배경으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친구의 사랑을 위해 그에게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죽을 위기에 처한 젊은 상인 안토니오의 이야기는 대자본에 맞서는 젊은 소상인들의 분투로 변주돼 지금을 빗댄다. 이성열 연출, 김은성 작가, 한승석 작창가, 원일 작곡가 등의 의기투합으로 변주된 ‘베니스의 상인들’은 종교적, 인종적 설정도 변형시킨다. 원작의 유대인 샤일록에 투영된 그 시대의 종교적, 인종적 편견을 걷어내고 지금에 맞게 새로운 서사로 꾸린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중 샤일록 역의 김준수(사진제공=국립극장)이성열 연출은 “우리 시대에 맞는 작품으로 단순히 웃고 즐기는 작품만은 아니다. 그 웃음의 내용에는 희망이 있다”며 “우리를 가로막고 있고 벽, 장애물들을 젊은이들의 사랑과 패기, 시민과의 연대, 협업 등으로 뚫고 나가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 살아갈 힘과 웃음을 전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김은성 작가의 설명처럼 “원작의 샤일록이 사회적 약자처럼 느껴졌다. 돈만 있을 뿐 기독교 사회에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고리대금업을 떠맡아야 했던 인물이다. 그런 지점에서 낭만적으로 무역하고 사랑놀음을 하면서 잘 지내는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는 노인을 혼내는 느낌이라 마음이 불편했다.”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중 상인조합 리더로 변주된 안토니오 역의 유태평양(가운데)와 상인들(사진제공=국립극장)이에 ‘베니스의 상인들’의 각색 포인트는 “대규모 무역상사 수장 샤일록과 소규모 상인조합과의 대결구도로 바뀐 것”이다. 샤일록(김준수)은 3대를 이어온 대자본가로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재벌3세로, 안토니오(유태평양)는 베니스 상인조합의 리더로 변화를 맞는다. 나잇대 역시 샤일록은 60대 노인에서 40대 젊은 자본가로, 안토니오는 30대 청년사장으로 변주된다. 바사니오(김수인)와 포샤(민은경)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가슴살 1파운드를 걸고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 안토니오와 이를 빌미로 상인조합을 해체할 계략을 꾸미는 샤일록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상인들이 연대해 베니스의 잔인한 법을 해체하고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로 변주되면서 무대는 빚을 갚지 못하면 가슴살 1파운드를 떼어낸다는 냉혹한 법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공간 베니스와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환상적인 공간 델몬트로 구분돼 표현된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이성열 연출은 “베니스는 차갑고 엄격한 고딕 풍으로, 벨몬트는 화사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대비시킨다”며 “의상 역시 베니스는 기계적이고 어둡고 직선을 많이 활용했고 벨몬트는 인도풍의 이국적 분위기를 가미했다”고 밝혔다. 원일 작곡가는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을 ‘록재즈 창극’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샤일록의 음악은 록적”이라며 “일렉트릭 기타가 사용되고 드럼 비트가 강력하게 위압적인 사운드들이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샤일록 역의 김준수(왼쪽)와 안토니오 유태평양(사진제공=국립극장)이어 “음악이 끝나고 대사가 넘어갈 때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공상적인 세계를 사운드로 불러일으키고 싶었다”며 “한편으로는 국립창극단이 가진 정체성 중 하나인 수성반주(소리꾼이 선창하는 소리를 듣고 그것을 악기가 그대로 따라가는 반주)는 베니스 상인조합원들이 파탄을 맞을 때 그 진수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국립창극단의 얼굴과도 같은 김준수가 연기하는 샤일록은 가진 자의 여유,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로 개인사업자 조합을 해체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에 샤일록은 상대를 압도하는 록적인 사운드로 표현된다. 반면 이성열 연출의 표현처럼 “오뚝이처럼 생긴” 유태평양이 연기하는 안토니오는 샤일록에 맞서기 위해 조합원들과 상인들을 설득하고 일깨우는 목소리와 리듬을 위주로 활용된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이성열 연출은 “젊은이들이, 지혜로운 여성이, 그 안에 한데 모인 시민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이뤄내는 서사를 통해 건강한 에너지에서 오는 희망, 밝은 웃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기대를 전했다.“안토니오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 영웅이 아니에요. 굴하지만 다시 딛고 일어서고 무너지지만 또다시 일어서는 안토니오의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관객들이 나 같은 평범한 서민이지만 용기를 내니 뭔가를 해낸다는 위안을 받길 바랍니다. 3년여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은 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드리고자 기획된 작품이고 안토니오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 격의 인물이죠. 김은성 작가가 대본에 ‘아장아장 걸어오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정말 밝은 내일이 우리에게 아장아장 걸어오는 것 같은 극으로 만들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07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제17회 딤프 폐막작 ‘로자 바글라노바’ 자리나 마키나 “사람을 살리는 예술, 계속 노래하고 싶어요”

제17회 딤프 폐막작인 ‘로자 바글라노바’의 자리나 마키나(사진=허미선 기자)“극 중 폭발로 중상을 입고 스스로의 생에 이미 작별을 고한 한 군사가 로자 바글라노바(자리나 마키나·아크마랄 아야쇼바)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로자가 당신은 죽지 않을 거라면서 노래를 불러줘요. 그 노래를 듣고 군사는 살아남아 다시 삶을 이어 가게 됐죠. 그게 노래의 힘인 것 같아요. 노래가 사람들에게 삶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우리 작품의 메시지가 담긴 장면이죠.”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 폐막작인 카자흐스탄의 뮤지컬 ‘로자 바글라노바’에서 로자 바글라노바로 무대에 올랐던 자리나 마키나(Zarina Makina)는 “사람을 살리는” 예술의 힘에 대해 언급했다.제17회 딤프 폐막작 ‘로자 바글라노바’ 공연장(사진제공=딤프 사무국)‘로자 바글라노바’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카자흐스탄의 국민 가수 로자 바글라노바의 삶을 통해 예술의 힘, 평화와 가족애 등을 다룬 뮤지컬이다. 극의 타이틀롤인 로자 바글라노바는 “국민적 영웅”으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열여섯에 전선에 나아가 뮤직 앙상블의 일원으로 노래로 위안을 주는 일을 하셨고 실제로 국민훈장 수훈자이기도 하다.”“극 중에서처럼 실제로 14살에 참전한 동생을 찾으러 전쟁터로 향했어요. ‘절대 노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동생을 잃은 슬픔에도 노래했죠. 로자가 갔던 나라 모두에서 인정받을 만큼 재능이 뛰어나고 위대한, 존경받는 아티스트였어요. 무대와 관중들에 대해 사려 깊고 생각을 많이 하는, 책임감이 투철한 아티스트죠.“제17회 딤프 폐막작인 ‘로자 바글라노바’의 자리나 마키나(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보다 먼저 만들어졌던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자리나 마키나는 “상황들마다 이럴 때 로자 바글라노바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등을 연구하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이어 “음악적으로는 카자흐스탄 전통음악과 아카데믹한 보걸 기술들을 잘 섞어 조화롭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부연한 그 역시 가수이자 배우로 어쩌면 극 중 로자 바글라노바를 닮았다.“3살부터 노래를 시작했는데 저 역시 로자처럼 할머니께서 가르쳐 주셨어요. 3살부터 지금까지 온 세월을 노래했죠. 노래가 없는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극장 뿐 아니라 극장 밖에서도, 친구·가족들과 있을 때도 노래는 제 인생이죠.”노래는 “제 스스로를 표현하고 제 영혼을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 밝힌 자리나 마키나는 “딤프 무대에 서면서 제 모든 에너지를 분출했는데 커튼콜에서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분출했던 것의 3, 4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다시 받았다”고 털어놓았다.“완전히 충전됐어요. 무대에서 남편을 만나기도 했으니 무대는 제 운명이죠. 언어가 다른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했는데 다들 잘 봐주신 것 같아 매우 즐겁습니다.”극 중에는 예술을 잘 가꾼 정원에 비유하며 “예술은 일상 속에서 관중들의 관심을 먹고 꽃을 피운다”고 정의한다. 이에 대해 자리나 마키나는 “사람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예술을 통해 밝게 빛나는 것들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쟁과도 같았던 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예술의 힘은 여지없이 발휘되곤 했다.제17회 딤프 폐막작인 ‘로자 바글라노바’의 자리나 마키나(사진=허미선 기자)“실제 전쟁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전쟁과도 같은 팬데믹을 지나왔죠. 저희 작품에는 전쟁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현실적으로 묘사돼 있어요. 마치 실제 전선에 있는 기분을 느꼈죠.”이어 그는 “코로나 팬데믹은 정말 우리의 손발을 묶어 버렸다”며 “무대에 설 수도, 관객들을 만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콘서트를 보러 간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음악을 들으면서 치유를 받았죠. 내 노래가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다면 단 한명의 관객을 위해서라도 노래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음악이고 예술의 의미죠. 인생 그 자체가 예술이 아닐까 싶어요.”제17회 딤프 폐막작인 ‘로자 바글라노바’의 자리나 마키나(사진=허미선 기자)‘로자 바글라노바’의 출연진들은 커튼콜 후 한국어로 ‘아리랑’을 불러 딤프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이 과정에 대해 자리나 마키나는 “한국의 ‘아리랑’도 전쟁의 아픔을 담고 있다고 들어서 우리 극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카니시라는 배우가 직접 번역을 해 한국어에 이어 2절은 카자흐스탄 언어로 불렀다”고 귀띔했다.“음역대가 좀 높아 어렵기도 했지만 한국어는 소리나 발음 등이 카자흐스탄 언어와 비슷했어요. 저희가 ‘아리랑’을 부를 때 관객분들이 일어나 환호해주실 때는 애국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었죠. 배우로서, 가수로서, 아티스트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리고 역사에 제 이름을 남기고도 싶어요. 누군가 인터넷에 검색해 제 노래를 듣고 뮤지컬을 볼 수 있도록요. 한국의 모든 분들의 행운과 건강을 빕니다. 우리 즐겁게 살아요!”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05 18:3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호프’의 소녀 호프 김지현과 소년 K 백형훈이 말하는 김선영·이혜경의 호프 그리고 김경수·조형균 K

뮤지컬 ‘호프’ K 역의 백형훈(사진=이철준 기자)“우리 (백)형훈이는 제일 소년같은 K예요. 새싹같은 느낌이랄까, 소년의 풋풋함이 있어요. 뭔가 떼내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있잖아요. 늘 옆에 있으면 그냥 힘이 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요.”뮤지컬 ‘호프’의 에바 호프 김지현은 백형훈의 K에 대해 “새싹” 그리고 “소년”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곤 “파릇파릇하면서도 무언가를 강요하기 보다는 ‘호프의 지금 상황이 이러니 내가 이렇게 해줘야지’ 식으로 되게 잘 맞춰주는, 자꾸 호프를 건드리는데 미워할 수 없는 K”라고 부연했다.백형훈은 “연습할 때부터 커튼콜에서 (김)지현 누나가 나오는 순간 감정이 확 올라와 울컥하게 된다”며 “가장 방어적인 호프”라고 밝혔다.뮤지컬 ‘호프’ 에바 호프 역의 김지현(사진=이철준 기자)◇소년, 소녀를 만나다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가장 큰 호프죠. 법원에서도 그렇고 K한테도 그래요. K는 호프를 어려서부터 봐왔잖아요. 그래서 그 속이 가장 여리다는 걸 알아요. 전형적인 외강내유 느낌의 호프죠. 그래서 대화할 때나 법원에서 막 툴툴대고 강하게 말하고 어떨 때는 위험하게까지 느껴지는 태도를 취하는데 회상으로만 가면 완전 달라져요. 그런 누나한테 굉장히 많은 걸 배우고 있죠.”이어 “지현 누나 뿐 아니라 (김)선영, (이)혜경 누나의 공통점인데 숨죽여서 울고 계신다”며 “내가 지금 슬프고 힘들다는 걸 굳이 표현하시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숨 죽여서’ 그 상황들로 들어간다”고 털어놓았다.“그 상황들을 저는 제일 가까이에서 보고 있잖아요. 누나들의 얼굴을. 엄마를 볼 때도 그렇고 현실로 돌아와서 ‘됐어!’ 할 때도 지현 누나가 가장 답답하고 막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마지막 반전 매력이 가장 큰, 가장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강한 호프 같아요. 선영 누나나 혜경 누나는 처음부터 아픔이 묻어나는데 지현 누나는 그 아픔을 없는 척하면서 초중반을 이어가기 때문에 마지막에서의 낙차가 굉장히 크죠. 마지막 법정을 나갈 때 제일 소녀처럼 돼서 나가요. 무장해제돼 소녀시절의 호프처럼요.”이에 김지현은 “원래는 안그랬던 사람이 상황에 의해 변한 느낌”이라며 “이 신을 왜 만들어 놨을까, 왜 이런 대화가 있을까 등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분석하는 편이라 마지막까지 배역의 최상급을 만드는 데 노력한다”고 말을 보탰다.“너무 매너리즘에 빠지는 스스로가 너무 싫어요.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장기 공연을 하다 보면 매일 똑같은 걸 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 상황에서 매일 같은 걸 하게 되면 저 자신도 괴롭고 관객들한테도 너무 미안해져요. 그래서 항상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호프를 만들었죠.”◇클래식 김경수와 ‘끼쟁이’ 조형균의 K, 마지막까지도 걱정되는 김선영과 아이 같은 이혜경의 호프 뮤지컬 ‘호프’ 공연 중 에바 호프 역의 김지현(왼쪽)과 K 김경수(사진제공=알앤디웍스)“(김)경수 같은 경우는 좀 클래식하다고 할까요. 영국의 옛날 고전 책 같은 느낌이에요. 굉장히 천천히,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K다 보니 끝판에 힘으로 확 밀어붙일 때 깜짝 놀라 어지러울 정도죠.”김경수 K에 대해 “진짜 힘이 센, 아예 힘으로는 못당하는 친구”라며 웃었다. 이어 조형균 K에 대해서는 “성스럽다” 표현하며 “특히 노래할 때 그런데 또 완전 ‘끼쟁이’ K”라고 덧붙였다.“어디에 갔다 놔도 무슨 말을 해도 쑥스러울 일이 없는, 그래서 듣는 사람이 더 쑥스러운 K죠. 공연마다 녹음을 해서 다시 듣고 체크하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형균이랑 형훈이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요. 제가 귀가 나쁜 사람도 아닌데 둘 다 굉장히 힐링을 줄 수 있는 목소리죠.”뮤지컬 ‘호프’ 공연 중 K 조형균(사진제공=알앤디웍스)백형훈은 “선영 누나는 가끔 회상 부분에서 텅빈 듯한 눈을 연기하실 때가 있는데 그 안에는 소용돌이가 막 치고 있다”며 “뭔가 일어설 힘도 없는 호프”라고 전했다.“그래서 공격이 들어오면 마지막으로 발악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K로 바라볼 때는 법원에서의 행동도 안쓰럽죠. 마지막에 자기 자신을 지키겠다면서 법정을 나설 때도 사실은 약간 걱정이 남는 그런 호프예요. 나를 떠나서 혼자서도 잘 지내겠지, 그럴 수 있겠지…약간의 걱정이 남는.”이어 이혜경 호프에 대해서는 “좀 아기 같다”며 “K를 비롯해 사람들을 대할 때 붙잡고 안놓으려고 하는, 꼬마아이 같은 모습이 있는데 또 중간중간 훅 어른의 모습이 나올 때도 있는 호프”라고 설명했다.뮤지컬 ‘호프’ 공연 중 에바 호프 역의 이혜경(사진제공=알앤디웍스)“호프가 붙잡고 있는 모습 중 하나겠구나, 아기처럼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무너져내릴 때 낙차가 가장 적은 그래서 떠날 때 가장 후련한 호프예요. K로서 가장 이상적으로 그리는 결말이랄까요. 요제프가 이 원고를 쓸 때는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을 거예요. 이제 원고는 이스라엘 도서관에 비치돼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거고 출판이 되기도 하겠죠. 호프가 멋진 할머니, 여인이 돼 카페에서 저를 읽는 결말이요. 이제 한명의 독자로서 저를 읽고 뿌듯해 하는, 제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결말로 갈 것 같은 호프죠.”그리곤 “지현 누나의 호프는 베르트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무명의 화가로 세상을 떠난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동생 테오가 그렇게 애를 썼지만 결국 그의 아내가 고흐를 유명 화가로 만든 것처럼”이라고 부연했다.뮤지컬 ‘호프’ 공연 중 에바 호프 역의 김선영(사진제공=알앤디웍스)“지현 누나의 호프는 ‘내가 K를 제일 잘알아’라면서 ‘내가 책으로 너를 세상에 알리겠다’ 했을 것 같아요. K를 양도하면서 받은 수십억으로 재단을 만들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요제프의 원고를 세상에 알렸을 것 같아요.” ◇‘지금’에 집중할 수 있도록!“제 활동 베이스인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안테나를 세워놔야 할 것 같아요. 한국어로 공연할 때 정말 나다운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노력만으로는 안되는 일이라는 걸 알아요. 그럼에도 지금까지처럼 내가 있는 장소에서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자세로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합니다.”김지현의 말에 백형훈은 “공연은 팀 프로젝트라 서로 믿고 가야하지만 일단은 제가 잘 해내야 팀워크도, 신뢰도 생기는데다 늘 평가에 노출돼 있다 보니 가끔 고독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고 고백했다.“그럼에도 배우로서 저의 가치를 인정해주시는 동료들, 제작사들 사람들, 관객분들이 있음을 느낄 때마다 외롭지만은 않구나 깨달아요. 그런 분들 덕분에, 자부심만으로 가득한 ‘호프’ 같은 작품들이 있어서 ‘지금’에 충실할 수 있는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05 18:00 허미선 기자

[Pair Play 인터뷰]뮤지컬 ‘호프’ 김지현·백형훈② ‘빛나잖아’ ‘난 아주 완벽하게 내 자리에 있어’ ‘안녕’

뮤지컬 ‘호프’ K 역의 백형훈(왼쪽)과 에바 호프 김지현(사진=이철준 기자)“극 마지막에 K가 저에게 ‘빛날거야’라고 해주는 노래가 굉장히 큰 느낌으로 다가와요. 그 순간에야 안도감, 신뢰감, 확신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빛날거야’라는 그 단어가.”극 중 다양한 시점과 의미로 변주되는 ‘빛난다’ 중 마지막 K의 ‘빛날거야’가 가장 와닿는다는 김지현은 “(강남) 작가가 ‘빛’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큰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화려해도 은은해도 “빛나잖아, 빛났었어, 빛날거야” 뮤지컬 ‘호프’ 에바 호프 김지현(사진=이철준 기자)“빛이라는 단어의 존재감은 정말 어마어마해요. 이 세상도 어둠이 먼저였고 ‘빛이 있으라’는 한 마디로 만들어졌죠. 그 엄청난 빛이라는 단어를 의식 안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이 테마와 같은 느낌으로 ‘빛날 거야’ ‘빛날 수 있다’고 계속 얘기하는 것 같아요. 어둠에만 있으려고 하고 가리려고 하는 호프에게도 ‘빛이 있으라’라는 의식을 심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연을 하면서 저 역시 되새김질하게 되는 장면이죠.”이어 김지현은 “호프에게 빛나는 건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라며 “딱 한번밖에 없고 딱 하나 뿐인 진정한 삶과 생명, 나 자신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래서 좋아하는 문장이 ‘이제야 날 만난 여자’예요. 그 가사가 저한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고 ‘빛’의 의미로 다가왔죠.”백형훈은 “처음 ‘빛나잖아’는 (요제프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트(송용진·지혜근) 노래에서 나오는데 그때 K는 빛난다는 게 뭔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그 빛난다는 게 표면적으로는 알겠는데 그 속뜻을 모르겠는 거죠 그러다 K가 앉아 있고 조명 하나가 떨어질 때 인지하는 것 같아요. 사실 속으로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이미 빛나고 있는데 너는 모르고 있구나’라고. 그래서 ‘빛나잖아’ ‘빛났었어’ ‘빛날거야’라고 얘기하거든요.”그 빛에 대해 백형훈은 “거대 자본의 영화 연출 제안이 들어왔는데 내가 힘들고 어려워하는, 싫어하는 배우들이랑 해야 한다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항준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그런 거대 자본이 아닌, 소소할지라도 행복하게 작업하고 싶다고.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소소할지라도 그건 그거대로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빛난다는 게 매우 찬란할 필요는 없지 싶어요. 자기가 만족한다면 그 빛 역시 얼마든지 밝은 빛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성공해서 화려하게 빛나는 것도, 은은하게 계속 빛나는 것도 빛이잖아요.”‘나다운 나’를 꿈꾸며 “난 아주 완벽하게 내 자리에 있어”뮤지컬 ‘호프’ 공연장면(사진제공=알앤디웍스)“전 ‘난 아주 완벽하게 내 자리에 있어’가 정말 가슴에 와 닿아요. 실제로 이렇게 얘기하면서 살고 싶어요. ‘완벽하게 내 자리에 있다’고. 언젠가는 할 수 있겠죠? 그런 삶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이어 김지현은 “‘호프’에는 ‘이제야 나를 만난 여자’ ‘진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등 새롭게 나를 돌아보게 하는 대사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백형훈은 “마리(김보경·홍륜희)가 다시 만난 베르트가 ‘이제 내 인생을 찾고 싶다’고 하자 광기에 사로잡혀 ‘원고야. 보라고. 빛나잖아’라고 매달린다. 그걸 보고 ‘정신 차리라’고 책을 던져버리는 어린 호프(이예은·김수연·최서연)를 밀어버리는 장면이 가슴에 와닿는다”고 털어놓았다.“어떻게 보면 폭력적일 수 있을 정도로 딸을 밀어버리고 그걸 다시 닦아요. 그걸 볼 때마다 미칠 것 같아요. 왜 마리는 이렇게까지 하는지. 내(K)가 뭐라고. 그 장면이 지금은 제일 가슴 아파요. 그 다음에 기차가 내려오면서 배우들이 저를 보는데 ‘형 왜 거기서 울고 있어요’ 그래요. ‘아무도 안보는 데서 왜 이렇게 울고 있냐’고. 정말 미칠 것 같아요.”만남, 이별 그리고 무조건적인 응원 “안녕”뮤지컬 ‘호프’ K 역의 백형훈(사진=이철준 기자)“안녕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만남 그리고 헤어짐 등의 의미가 포괄적으로 함축된 단어죠.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일 수도 있어요.”김지현의 말처럼 뮤지컬 ‘호프’에서의 ‘안녕’ 역시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김지현은 “제가 사실 헤어지는 걸 굉장히 힘들어해서 후배들한테도 종종 단체대화방에 ‘나한테 정주지 마. 나 가기 힘들어’라고 쓴다”고 털어놓았다.“헤어짐이 두려운 건 집착을 하게 됐을 때거든요. 그래서 호프가 K에게 ‘안녕’을 말하지 못하는 심정이 이해가 가요. 그래서 ‘안녕’이라는 건 과한 욕심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안녕’은 과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게, 냉철하게 바라보는 부분이 필요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호프’를 통해 다시 생각하고 들여다보게 된 단어죠.”김지현의 말에 백형훈은 “두 글자에 희로애락이 다 담기니까 위대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작품에서의 ‘안녕’은 시작과 끝”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시작할 때 K가 ‘내가 너를 도와 줄게’하면서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마지막에 ‘안녕’으로 끝난다”고 부연했다.김지현은 ‘호프’를 통해 전하고 싶은 “안녕”에 대해 “헤어짐의 두려움을 미리 생각할 거 없이 그냥 지금의 안녕”을 꼽았다.“지금은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항상 남는, 그런 만남을 간직할 수 있는 ‘안녕’으로 노력하려고 해요. 더불어 지금 저에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면서 살려고 해요. 관객분들께는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말 편안하게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편안하게 살아가시길 바라는 ‘안녕’을 전하고 싶어요.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다 보면 그로 인해 스스로도, 주변도 힘들어지거든요.”더불어 “제가 너무 좋아짐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상황에 처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며 “제가 좀 낮추고 손해 보는 걸로 제 주위의 누군가 좋아진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나쁘지 만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백형훈은 “제가 ‘호프’를 통해 전하고 싶은 ‘안녕’은 무조건적인 응원”이라고 밝혔다.“사실 저는 되게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무조건적인 위로나 응원을 하는 사람은 아니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 만큼은 무조건적인 응원을 하고 싶어져요. 혹시나 힘든 마음으로 이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있다면 ‘호프’의 가사 대로 ‘새로운 날들아 안녕’이라고 힘들었고 잊고 싶은 날들아 ‘안녕’이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배우로서‘호프’ 뿐 아니라 제가 하는 작품으로 그런 ‘안녕’을 전하고 싶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04 14:15 허미선 기자

[Pair Play 인터뷰]뮤지컬 ‘호프’ 김지현·백형훈① “이 동네 미친년” “내가 너고 네가 나야” “다른 사람의 기준이 되기 위한 존재”

뮤지컬 ‘호프’ K역의 백형훈(왼쪽)과 에바 호프 김지현(사진=이철준 기자)“내 옆에 누구 한 사람만 있어도 살아간다고 하잖아요.”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6월 1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이하 호프)에서 에바 호프(김선영·김지현·이혜경,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김지현은 이렇게 말했다.뮤지컬 ‘호프’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미발표 유작 원고 반환소송 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2019년 초·재연, 2020년 삼연에 이은 네 번째 시즌이다. 거장 요제프의 미발표 원고를 의인화한 K(조형균·김경수·백형훈)를 지키기 위해 30여년간 법정에서 고군분투해온 호프를 통해 오롯이 나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다룬다.뮤지컬 ‘호프’ 에바 호프 김지현(사진=이철준 기자)‘사랑’을 되찾기 위해 딸까지 제쳐주고 K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엄마와 그런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발버둥쳤지만 결국 뭐라도 붙들고 살고자 K를 놓지 못하는 호프를 통해 지금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생존을 위한 선택 “이 동네 미친년, 에바 호프”“정말 외로움에 찌든 그런 삶 속에서 호프가 살아가기 위해 유일하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게 K, 사실 K였다기 보다 원고였던 것 같아요. 아마도 호프는 이 원고를 수십번은 읽지 않았을까 싶어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내용 안에서 자신의 삶을 찾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동네 미친년, 에바 호프’의 삶을 일부러 만든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는 자신이 살아갈 방법이 없었을 것 같아요.”김지현은 에바 호프의 수식어 ‘이 동네 미친년’에 대해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삶”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설 속에서 찾아낸 인물 혹은 그를 연기하는 배우였을지도 모른다”고 부연했다.“저는 호프가 굉장히 똑똑한 여자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미친년 호프’란 삶을 선택했죠.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정당성을 가지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원고에 집착하는 삶 뿐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이어 김지현은 “후반부 재판에서 자신의 의지와 함께 나온 ‘뭐라도 붙들고 나 좀 살자’는 대사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호프가 집착하는 K에 대해 김지현은 “어쩌면 호프의 아바타와 같은, 자기 자신이 될 정도의 존재”라고 표현했다.뮤지컬 ‘호프’ K역의 백형훈(사진=이철준 기자)김지현의 말처럼 에바 호프 자신이자 내면이며 꿈꾸는 삶일지도 모를 K 역의 백형훈은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며 “호프 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들이 튀려고 한다면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작품이어서 그래야 이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인 ‘빛난다’처럼 더 빛이 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대본에 있는 그대로, 자신의 삶을 되찾고 스스로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호프를 응원하고 싶었어요. 단계별로 응원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데 좀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평소에는 친한 친구 혹은 엄마와 아들처럼, 어떤 때는 오빠와 여동생 같다가도 인물의 주객이 전도돼 단호하게 말할 때는 말하면서.”뮤지컬 ‘호프’ K역의 백형훈(위)과 에바 호프 김지현(사진=이철준 기자)배우로서 바라는 수식어에 대해 김지현은 “제가 일본 사계에서 같이 작업했던 지혜롭고 똑똑한 음악감독 친구가 저에게 어느 날 ‘김 선생님은 포기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서 놀랐다”며 “저도 모르게 하는 행동들로 그들에게도 보여진다는 데 놀랐다”고 털어놓았다.“모두가 안될 것 같다고 했을 때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계속 바꿔가면서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 배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쁘지 않았어요. 계속 그런 배우로 있고 싶어요.”백형훈은 “어렸을 때는 ‘스타’라고 해야 할지, 그런 위치에 있는 배우들을 보고 꿈을 꿨다”며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좀 오래, 지금의 내 모습을 유지하면서 배우를 할 수 있는 게 중요해졌다”고 전했다.“최근에 제 팬이 되셨다는 어떤 분께 편지를 받았어요. 저를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보러 왔는데 그 후부터 자꾸 눈길이 가더니 다음 작품들을 찾게 됐다면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죠. 그냥 그 정도로만 계속 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리곤 “잘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꼭 제 팬이 아니어도, 어떤 작품에서 제 이름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더라도, 굳이 찾아보진 않더라도 제가 있는 게 나쁘지 않은 정도의 배우여도 저는 충분하다”고 부연했다.“코로나가 한창일 때 캐스팅 변경이 정말 잦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저를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도 보러 와주실 정도의 배우만 돼도 너무 만족해요. 캐스팅이 변경됐을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왔는데 공연의 만족도가 좋았다는 게 사실 저에게는 최고죠. 내가 열심히 잘 하고 있구나 싶거든요. 그렇게 계속, 오래 배우가 하고 싶어요.”1%의 어떤 것 “내가 너고 네가 나야”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호프’ 에바 호프 역의 김지현(사진=이철준 기자)“호프는 정말 천한 취급을 받는 그런 존재잖아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상태에서 원고 하나를 지키겠다고 30년을 싸우죠. 내 건 이거 하나인데. 호프와 달리 원고는 호프를 비롯한 모두가 원하는 존재예요. 엄마에게, 연인에게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K라는 존재는 받고 있죠. ”극 중 호프는 수도 없이 “내가 너고 네가 나야”를 외치곤 한다. 이에 대해 김지현은 “호프에게 K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해서 나한테서 가져가고 싶어 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넌 나야’ ‘넌 내가 돼야 해’라는 의지가 아주 강해요. K와 떨어지면 난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삶을 선택한 거죠. 호프는.”뮤지컬 ‘호프’ 공연 중인 김지현(사진제공=알앤디웍스)김지현의 말에 백형훈은 “K에게 호프는 나를 소유했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 한명일 뿐이지만 가장 오랫동안, 그의 아픔을 지켜봐온 사람”이라고 호프와 K의 관계를 밝혔다“K가 수호신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느낌은 있어요. 옆에 있어주고 바라만 볼 뿐 어떤 아픔을 겪지도, 이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도 없으니까요. K는 ‘내가 너고 네가 나야’라고 할 때마다 호프를 밀어내요. 저를 계속 가지고 있다면 호프는 불행해질 걸 알고 있으니까요. K는 그런 생각도 좀 가지고 있어요.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났다, 내가 차라리 없었으면…. 그래서 내가 필요 없을 정도로 호프가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싶죠.”이렇게 전한 백형훈에 김지현은 “K는 호프에게 자신을 태우라고 할 정도로 그의 인생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K는 호프 머릿속에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대상과 계속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을 보탰다.“K가 외치는 소리들은 어쩌면 호프가 자기 자신한테 던지는 소리예요. 결국 호프 혼자서 혼잣말을 계속하고 있는 거죠. 호프가 99%였고 K가 얘기하는 부분은 내 안에 있는, 내가 바라는 1%의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뒤로 갈수록 두 부분의 %가 바뀌면서 진정한 호프가 나오는 거죠.”호프처럼 나다운 나로 서기까지 K처럼 내 모든 것을 지켜봐주며 때론 다독이고 때론 쓴소리도 하며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곤 한다. 그런 존재를 김지현은 “신앙”이라고 했다. “그걸로 지금 현재 제가 존재하고 있거든요. 일본에 있을 때도 그랬고 그 신앙이 없었다면 아마 제 자신을 지킬 수 없을 수도 있었고 그 안에서 배운 것들로 제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죠.”뮤지컬 ‘호프’ 공연 중 백형훈(사진제공=알앤디웍스)백형훈은 “어쨌든 가족”이라며 “굳이 말씀 드리자면 제 와이프가 될 수도 있는데 약간 독특하게 응원을 해준다”고 털어놓았다.“보통의 사람들처럼 ‘잘 될 거야’ ‘꼭 성공할 거야’ ‘이룰 거야’ 라고 안해요. ‘힘들면 그만 둬 내가 먹여 살릴게’ 이렇게 응원해줘요. 아내가 봤을 때는 저희들이 하는 일이 정말 힘들어 보이나 봐요. ‘정말 너무 힘들면 내려놓고 우리 진짜 행복을 찾아 보자’고 해요.”백형훈은 “이 일을 하다 보면 모든 일이 그렇듯 좀 불합리한 경우도 겪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에 치이기도 하고 늘 평가 속에 있어야 하기도 한다”며 “주변에서 ‘잘 될 거야’하는 것도 진심을 담아 해주는 말이지만 저희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건네는 아내의 현실적인 위로가 오히려 힘이 됐다”고 말을 보탰다.“사실 처음엔 서운했거든요. 그런데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니까 오히려 이 일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호프가 K를 붙잡듯 ‘이 일이 아니면 안돼’ ‘지금까지 해온 게 이 일이고 잘하는 것도 이 뿐인데 이걸 안하면 내가 어떻게 살아’ 했을 때는 스트레스가 진짜 너무 많았어요. 와이프가 ‘언제든 떠나도 된다’고 해주니 오히려 더 편하게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결국 내 기준 “다른 사람의 기준이 되기 위한 존재”뮤지컬 ‘호프’ K역의 백형훈(사진=이철준 기자)“극 중 호프는 스스로 선택한 거예요. 다른 사람의 기준이 돼 줘야겠다고.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벌을 준거죠. 솔직히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오히려 반대죠. ‘내로남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극 중 “다른 사람의 기준이 되기 위한 존재”라는 문장에 대해 김지현은 “누군가의 멘토가 될 만큼의 좋은 존재는 엄청남 모티베이션이 될 수 있지만 호프는 거꾸로 스스로 나쁜 기준이 되기를 선택했다”고 부연했다.“그 원고 소유권을 두고 30년 동안 시달리면서 자신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이 나쁜 기준이 돼주면 날 가만히 내버려두겠지 라는 생각에 선택한 그녀만의 생존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K가 ‘누군가의 기준이 되기 위해서 네 삶을 포기 하지마’라고 할 때 호프가 ‘네가 할 말은 아니다’라고 답해요. 너로 인해 (나쁜 기준이 돼주는) 이 길을 선택한 것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기준이 되기 위한 존재’는 그녀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의미하는 문장이죠.”백형훈은 “대부분 그렇듯 저 역시 일상을 포기하면서 살아가는데 그게 누구의 기준인지 모르겠다”며 “가끔 남탓도 하는데 알고 보면 ‘내 기준’일 때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제가 공연할 때 잘 안먹어요. 테크니컬적으로 불편해지는 부분도 있고 관리의 차원이기도 하죠. 누군가의 기준이 되기 위해 제 일상을, 먹고 싶은 걸 포기하면서 저 보다는 배우의 일상을 훨씬 더 챙기게 된달까요. 자기 편한 대로 다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한테 엄격하게 기준을 세우죠. 이 일을 하는 동안은 ‘다른 사람의 기준이 되기 위한 존재’라는 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04 14: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데스노트’ 이영미·장지후 “선택의 순간과 고민, 결국 지금”

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왼쪽)와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렘 입장에서는 사랑 같아요. 우리는 사랑받고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수많은 업적을 이룬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이 행복하고 가치 있을까. 그건 다른 후세에 혹은 다른 사람들이 판단해주는 거잖아요.”이에 이영미는 미사를 향한 마음을 담은 ‘어리석은 사랑’ 중 “사랑이 너에게 뭐 길래. 스스로 모든 걸 버렸어. 끝없이 깊은 어둠 속에 한 줄기 흔들리지만 꺼지지 않는 빛. 목숨마저 희생하는 이 아이의 눈먼 사랑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랑. 하지만 그런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욕심이 날 걸”을 가장 좋아하는 가사로 꼽으며 ‘사랑’을 강조했다.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렘의 사랑과 류크의 “그냥 심심해서”“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려면 결국 사랑해야 하는 것 같거든요. 이 세상에 태어나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면 내 인생의 가치, 내 존재는 누가 확인해줄까…그런 생각이 들어요.”장지후는 “라이토의 ‘이걸 왜 떨어뜨렸냐’는 물음에 ‘그냥 심심해서’라고 답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힘이 많이 들어간 장면”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미사와 렘의 선택을 왜 희생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고 라이토가 울부짖으며 찾고자 했던 정의도, 아버지가 라이토에게 줬던 신뢰도 도대체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고…류크에겐 다 재미도, 의미도 없다”고 부연했다.“부질없는 행동들을 반복하는 인간들이 재미없어진 거죠. 천재라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되는 사신 렌까지도. 류크가 바라보는 건 (인간이 아니라) 돌멩이에요. 그런데 렘은 움직이지 못하는 이 돌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는거죠. 어느 날은 진짜 라이토를 죽이고 싶은 거예요. 렘한테 쏟아붓고 노트로 때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거 죽어야 되는데. 안되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너무 어이가 없어요. 그럼에도 렘을 저렇게 만들고 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든 라이토를 처벌했다면 마지막에 점점 소멸해 가겠죠. 인간사에 개입한 게 되니까요.”◇선택의 순간, 이미지 소비에 대한 고민 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저는 사실 제일 큰 선택은 아이를 낳은 거예요. 진짜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죠. 제 인생에 이런 도로가 깔릴 줄은 추호도 몰랐으니까요. 4차원의 문이 열렸달까요. 존재 이유를 찾아 헤매다 나를 변화시키고 가치롭게 만드는 그런 존재를 만나는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저한테는 아이가 미사같은 존재이기도 해서 더 잘 표현하고 싶은 것 같아요. ”각 캐릭터들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데스노트’는 그래서 이영미에게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모성애는 아니지만 미사를 위한 렘의 선택,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어떤 분은 렘이 미사를 자식을 보듯 하는 건지, 성애적인 의미가 있는 건지를 묻기도 하시는데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 존재 같아요. 렘에게 미사는. 제가 성애적인 부분을 트릭처럼 숨겨두긴 했지만 존재가 존재를 사랑하는 느낌이 훨씬 강하거든요.”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장지후의 오랜 고민은 “이미지 소비”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배우로서의 쓰임이 비슷비슷하게 소비되는 것 같아 고민하게 되고 선택이 어려워진다”고 털어놓았다. 소속사 없이 혼자서 활동하는 지금의 상황 역시 그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무 고민이 없어요. 뭘 많이 고민한다고 해서 대단하 게 주어지지도 않고 가볍게 선택한 게 결코 가볍지 않더라고요. 너무 힘주고 살아서 힘든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냥 조금 내려놓고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좀 해소되고 있는 시점같아요.” 장지후의 “이미지 소비”에 대한 고민에 이영미는 “그 과소비를 내가 23년째 하고 있다”며 눙쳤다. 이영미는 “처음부터 센 캐릭터로 인식되다 보니 그 외의 역할에서는 아예 재껴두곤 한다”며 “사람들이 보는 나는 ‘센 캐릭터’로 정해져 있어서 하고 싶은 역할은 할 수 없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지금 보면 배우로서는 감사하고 좋은 일 같아요. 우리는 소모되는 이미지를 고민하지만 많은 배우들이 자신만의 이미지가 생기지 않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자기 정체성을 못찾아서 고민하곤 하거든요. 저에게 최적화된 이미지가 있고 어떤 캐릭터에 저를 떠올리신다는 게 꽤 괜찮은 것 같아요.”이영미의 말에 장지후는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대본, 노래, 동선 등에 제 안에서 찾은 재료들을 섞어 만드는데 작품마다 다르다는 건 배우로서 엄청난 영광”이라고 동의를 표했다.“아직까지도 꺼내서 보여주지 못한 재료들이 있다는 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안의 재료들이 떨어지거나 소실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장지후의 말에 이영미는 “그 재료를 더 많이 찾고 싶으면 결혼을 해”라며 “삶이 확 변하면서 나의 재료가 많아진다. 저 역시 결혼을 안했다면 이미 (내 안의 재료들이) 다 소진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사람이 할 수 있는 경험치는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난 성공과 좌절, 자연재해, 전쟁 등 극단적인 일들을 경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 삶 속에서 결혼으로 굉장히 건강하게 나를 바꿀 수 있었고 배우로서는 엄청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장지후 “지금처럼 근사하기를!” 이영미 “보다 진지하게, 새롭게” 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왼쪽)와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제 계획은 지금 이 순간에 찾고 싶은 것들을 잘 찾아가면서 살고 싶은 거예요. 변하지 않는 건 지금 주어진 데 열심히 하면서 오늘을 살자 예요. 누나는 삶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지금처럼 꽤 근사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진짜 건강해야 해요!”이렇게 바람을 전한 장지후에 이영미는 “지후 배우는 ‘데스노트’로 처음 만났는데도 어디선가 계속 있었을 것 같다. 성격도 좋고 엄청 멋있는데다 열심히 하니 앞으로 더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계속 멋있는 건 물론 힘들다. 그걸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사실 어릴 때는 진짜 좋아해서, 놀러다니면서 공연을 했어요.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임하지만 놀이처럼 공연하면서 워라벨 라이프였죠. 배우로서 보다 더 진지해진 건 사실 얼마 안됐거든요. 그런 제가 굉장히 좋아요. 제 주변에서 ‘언니는 절대 꼰대가 될 수 없어’ ‘그런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는 게 꽤 괜찮고 아직도 신인이 된 것 같고 그래요.”그럼에도 이영미 역시 “내가 이제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내가 더 찾을 수 있는 새로움은 무엇인지 고민이 크긴 하다”며 “집안 내에 아픈 분들이 많아서 힘들었고 최근에는 작품도 좀 쉬었다. 지금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긴 한데 무대가 저의 숨통이 돼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공연장이 너무 좋아요. 배우를 오래오래 하고 싶고 새롭게 작품 만났을 때 더 새롭게 진지하게 임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02 18:30 허미선 기자

[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데스노트’ 이영미·장지후 ② 닮은 듯 다른 홍광호·고은성 라이토와 김준수·김성철 엘 등

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역의 장지후(왼쪽)와 램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마지막에 류크가 가져가는 게 라이토의 남은 수명인지 처음과는 달라진 정의인지는 보는 분들의 몫이죠. 하지만 사신 입장에서 후자는 인간의 문제에 대한 개입이고 심판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역할이 누가 죽고 사는 문제를 심판할 수 있는 정도인가 싶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뮤지컬 ‘데스노트’(6월 1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류크(서경수·장지후, 이하 시즌합류 순) 역의 장지후는 “극 중 류크가 좋아하는 사과는 사신들이 먹고 사는, 인간의 남은 수명을 의미 하지만 처음과는 달라진 라이토의 변모 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역의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이에 렘(장은아·이영미) 역의 이영미는 “저도 다양한 생각들이 오가고 있다”며 “류크는 수많은 사신 중 하나지만 스스로 ‘되게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면 또 흥미롭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보탰다.“류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등장해 기승전결을 주관하잖아요. 라이토(홍광호·고은성)는 신세계의 신이고 엘도 신(김준수·김성철)이고 류크도 렘도 신이고 모두가 신이라면 누가 더 신다운지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뮤지컬 ‘데스노트’는 권태로움에 재미를 좇는 사신 류크가 이름을 적어 넣는 것으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이끄는 데스노트를 인간세계로 던져 넣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이를 손에 넣은 후 범죄자들을 단죄하며 스스로의 정의를 실현하는 천재 법대생 야가미 라이토와 이를 저지하려는 비밀스러운 탐정 엘의 숨막히는 두뇌전이 펼쳐진다. 두 사람의 심리전에는 라이토 곁을 늘 따라다니는 사신 류크가 있다.이영미는 “마지막에 렘이 ‘어리석은 사랑’ 넘버를 부를 때 (개인의 정의, 사적 복수를 다룬) ‘글로리’로 끝날 것 같지만 결국 류크에 의한 결말을 맞는다”고 설명했다.뮤지컬 ‘데스노트’ 램 역의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렘 입장에서는 라이토가 예상 외로 너무 나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쟤를 남기고 소멸되는 게 너무 분하지만 그럼에도 미사(장민제·류인아)를 위한 선택을 하죠. 그 마지막 순간에 류크를 향해 ‘네가 해결할 수 있지? 해결할 거지?’라는 눈빛을 보내요. 결국 라이토와 류크의 관계가 그렇잖아요. 라이토는 류크가 이름을 씀으로서 죽음에 이르니까요.”이영미가 밝힌 렘의 눈빛에서 장지후는 류크로서 “젤러스의 최후를 보고도 (미사를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그 이상한, 흔들리지 않는 초연한 결심이 느껴진다”며 “그 장면에서 렘과 류크가 대사를 주고받지는 않지만 눈빛에서 다양한 것들이 보인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데스노트’ 중 램 역의 이영미(사진제공=오디컴퍼니)“류크는 렘이 그런 결심을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도 같아요. 라이토가 렘을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냥 죽여버려야겠다’라는 건 사신계가 금지하고 있는 인간사 개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름을 쓰기 위해 데스노트를 펴면서 되게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라이토를 볼 때도 있고 결국 네가 선을 넘네 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매 공연 다르지만 라이토를 향해서는 그런 정서가 큰 것 같아요. 으르렁거리게 되는 정서? 매 공연 다른데 어떤 때는 더 재밌어 하는 것도 같고 어떤 때는 처음 내가 봤던 라이토의 재기발랄함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기도 하고.”◇운명을 맞닥뜨리는 혹은 만나는 이영미와 장은아의 렌“(이)영미 누나는 운명을 만난 것 같고 (장)은아 누나는 어느 지점부터는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아는 렘 같아요. 운명을 ‘맞닥뜨리다’와 ‘만난다’,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차이에서 오는 타격감이 꽤 커요.”장지후는 이영미와 장은아가 표현하는 렌의 차이를 이렇게 밝혔다. 이영미가 미사(장민제·류인아)를 예상도 못한 순간에 조우한다면 장은아는 예감하던 중 맞닥뜨리는 렌이다.“저도, 렌도 인간을 도우면 모래로 변해버리는 걸 알고 있어요. 은아 누나의 렌은 그래서 안된다고 인식하면서도 그런 선택을 한다면 영미 누나는 ‘안된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장지후의 말에 이영미는 “저는 ‘안된다’는 생각을 안한다” 동의하며 “마음 가는대로 그냥 가자, 솔직하고 즉흥적이고 직진하는 렌”이라고 부연했다.◇일관된 장지후와 격차가 큰 서경수의 류크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서)경수의 류크는 훨씬 더 장난기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순하다는 생각이 안들고 훨씬 더 냉정하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마지막 라이토에 하는 류크의 행동이 당연해 보이죠. (장)지후의 류크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하는 것 같아요.”이영미의 말에 장지후는 “경수 류크의 특징은 좀더 인물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라며 “초반 라이토와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풀어주니 후반부의 반전이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덧붙였다.“저의 류크는 어떤 결핍이나 반항심에서 찾았어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류크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거든요. 재미를 추구하면서 인간 라이토를 따라다니는 사신이잖아요. 따라다니는 대상도, 동선도 정해져 있어서 라이토를 졸졸 쫓아다니는, 어쩌면 종속적인 느낌이 드는 캐릭터였죠. 사실 류크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자문하면서 버틸 만큼 버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이어 “이 캐릭터를 내가 원하는대로 구축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주체적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래서 톤도, 걸음걸이 등 여러 가지 것들을 무겁게 잡았다”고 덧붙였다.“강하게 설정해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어요. 류크는 이런 성격인데 이런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지를 시종일관 생각하죠. 그게 저한테는 너무 재밌거든요. 그런 재미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꽉 잡고 가고 있으니 이제는 즐길 것들은 충분히 즐겨야겠다, 좀 풀어지는 과정 중이죠.”◇내버려 두게 되는 홍광호와 재밌는 일이 펼쳐질 것만 같은 고은성의 라이토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홍)광호 형은 자기가 되게 잘난 줄 알아서 내버려 두게 되는 라이토예요. 제가 쿡쿡 찔렀을 때 확 튕겨져 나오는 리액션이 적어요. 점잖을 뺀다, 여유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고)은성이는 툭 건드렸을 때 막 움직이는 반응이 되게 재밌어요. ‘너는 괴물이야’라고 했을 때도 은성이는 발끈하거든요. 모니터를 막 휘어잡을 정도로. 그로 인해 재밌을 일이 펼쳐질 것만 같다는 기대감이 굉장히 크죠.”홍광호와 고은성 라이토의 차이를 이렇게 전한 장지후는 “대사도 좀 다르고 전혀 다른 라이토들이지만 그들이 하는 선택들이 되게 재밌다”며 “특히 제일 재밌는 구간은 엘과 테니스 치는 장면”이라고 털어놓았다.“마치 여기서 이기면 누가 세상이라도 준다고 한 것처럼 엄청 싸우거든요. 둘 다 엄청 똑똑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둘이 대단한 신경전을 벌이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류크에게는 둘이 그러고 있는 꼴이 참…똑똑한 게 뭐가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어요.”◇선천적 천재 김준수, 후천적 천재 김성철의 엘과 사랑 앞에 성숙한 장민제와 아이 같은 류인아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김)준수 형은 선천적 천재고 (김)성철이는 후천적 천재의 느낌이에요. 준수 형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천재성을 너무 잘 알아서 그 위에서 즐기려고 하는 반면 성철이는 자기가 머리를 쓰고 뭔가를 깨닫는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엘 같아요.”이어 장지후는 “두 엘이 살아온 환경이 다른 것 같다”며 “성철이는 고립돼서 살았을 것 같고 준수 형은 지니어스 파티도 즐길 것 같은 엘”이라고 말을 보탰다.“두 미사는 배우려는 자세와 동화되는 성향이 강한 친구들이에요. 그래선지 캐릭터에 충실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서로 많은 대화를 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장)민제도, (류)인아도 아닌 제3의 캐릭터 미사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이렇게 밝힌 이영미는 “인아는 좀 더 곱고 민제는 좀 거친 소리라고 알고 있는데 소리까지 미사에 맞춰 표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다만 인아 미사가 사랑 앞에서 좀더 아이처럼 순수한 느낌이 강하다면 민제의 미사는 성숙하고 깊이가 느껴지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02 18:15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