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비바100]뮤지컬 ‘데스노트’ 렘 이영미와 류크 장지후 ① “정의의 정의, 결국 인간의 문제”

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왼쪽)와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류크가 첫 등장해서 하는 대사가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이다’예요. 그리고 그에 대한 권태로움에 대해 얘기하죠.”마치 인간과도 같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영위하고 그에 권태로움을 그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마다 안간힘을 쓰는.뮤지컬 ‘데스노트’(6월 1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그 권태로움의 돌파구로 ‘재미’를 추구하는 사신 류크(서경수·장지후, 이하 시즌합류 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장지후의 말에 또 다른 사신 렘(장은아·이영미) 역의 이영미는 “인간형에 빗대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동의를 표했다. 그렇게 ‘데스노트’는 그런 인간과 그들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마다가 가진 정의에 대한 탐구다.뮤지컬 ‘데스노트’ 중 렘 역의 이영미(왼쪽)와 류크 장지후(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데스노트’는 이름을 적어 넣는 것으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이끄는 사신 류크의 데스노트를 손에 넣은 천재 법대생 야가미 라이토(홍광호·고은성)가 범죄자들을 단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바 츠구미 작, 오바타 타케시 그림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2015년 일본 호리 프로와 씨제스컬쳐가 공동제작해 초연됐다. ‘키라’라는 이름으로 범죄자들을 처단함으로서 자신만의 정의를 구현하려는 라이토와 연달아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는 범죄자들의 사건을 풀기 위해 나선 비밀스러운 탐정 엘(김준수·김성철) 사이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더불어 유희처럼 데스노트를 인간세계에 던진 사신 류크의 도발, 불행한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키라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아이돌 아마네 미사(장민제·류인아)와 그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또 다른 사신 렘의 사랑과 희생 등을 다룬다. 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센 캐릭터’의 대명사 이영미와 장지후, ‘최상급’ 렘과 류크를 만나다“분장으로는 ‘록키호러쇼’ 마젠타가 강력했는데 이제는 렘이 최고죠. 얼굴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색감을 입히니까요. 게다가 마젠타는 외계인이지만 여자라는 확실한 성별도 있었는데 렘은 그 조차도 불분명해요.”‘록키호러쇼’의 마젠타, ‘헤드윅’의 이츠학, ‘리지’의 브리짓 설리번, ‘베르나르다 알바’ 폰시아, ‘맨 오브 라만차’ 알돈자, ‘스팸어랏’ 호수의 여인, ‘지킬앤하이드’ 루시, ‘서편제’ 송화 등 이영미의 필모그래피에는 어느 하나 만만한 캐릭터라고는 없다.이에 소위 ‘센 캐릭터’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이영미에게도 렘은 “최상급”이다. 그의 표현처럼 “외양은 카리스마 있고 무섭고 그렇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인 렘은 당연히 한 줄 알 정도로 이영미와 잘 맞는 캐릭터다. “처음 렘을 만났을 때 ‘누가 노래를 이렇게까지 나한테 딱 맞게 썼어!’라고 했을 정도로 저와 잘 맞는 캐릭터였어요. 다만 저 자신이 누구를 사랑한다고 해서 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렘의 선택과 행동을 제 머리로라도 이해하기 위해 집중했죠. 배우가 스스로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관객들 역시 받아들이기 힘드실테니까요.”이어 “(인간사에 관여함으로서 소멸된) 젤러스의 죽음을 보고 미사를 만났지만 그에게 마음을 주고 그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가 후반의 아주 짧은 시간에 보여진다”며 “미사를 위해 희생하는, 렘의 그 선택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 위해 집중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등장도, 대사도 많지 않고 보여지는 것도 별로 없지만 제 안에서는 엄청난 연기를 하고 있죠. 디테일하게 서사를 채우고 미사를 향한 리액션을 보다 섬세하게 다듬고 걸음걸이 하나 시선 처리 하나를 신경 쓰고 노래에 보다 (생략된) 감정이 실리도록….”이어 이영미는 “권태로움 속에서 류크처럼 재미를 통해 일시적인 만족,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이 있다면 렘은 철학적인 인간 유형”이라고 덧붙였다.“어느 때부턴가 류크의 ‘우리 사신들은 꿈도 없고 야망도 없고 어떤 철학적인 질문도 하지 않아. 그냥 죽음 같은 권태로움 뿐이지’라는 가사가 엄청 들렸어요. 긴 세월 계속된 그 권태로움이 렘은 싫었나 보다,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싶었어요. 그런 사신의 삶 속에서 가치로운 일, 존재의 이유 등에 계속 질문을 던지죠. 렘이 우울하다면 왜 우울한지, 슬프다면 왜 슬픈지 그런 이유를 찾고 싶어서.”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역의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그리곤 이영미는 “류크가 인간을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는 노래를 부른다면 렘은 인간에게도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인간은 왜 저럴까, 조금밖에 살지 못하면서 왜 집착하고 사랑 때문에 목숨을 걸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고 덧붙였다.“그러던 중 키라에 집착하고 그를 위해선 죽음까지 불사하겠다는 미사를 만나면서 생경함을 넘어 존경까지 느끼게 돼요. 이 아이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내 존재를 확인하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미사는 렘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고 죽음이라는 선택을 하면서 다른 존재가 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에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인물이죠. 그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지진 않지만 우리가 살면서 그런 사람을 얼마나 만날 수 있겠어요. 그런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장지후 역시 최근작 ‘마틸다’의 미스 트런치불, ‘환상동화’ 전쟁광대, ‘더 데빌’ X블랙, ‘호프’의 K,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 등 만만치 않은 ‘센 캐릭터’를 소화해 왔다. 그에게도 류크는 역시 “최상급”이다.“극 초반에는 나는 사신이고 내가 왜 여기 왜 왔는지에 좀 더 집중해서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후반이 더 돋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라이토와의 관계에서도 그래요. 친근함이 덜 하다고 해야할까요. 더 친구 같을 수 있지만 라이토는 저한테 그냥 재미거리밖에 안되는 존재예요. 그냥 세포에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그가 가진 정서와 감정, 느낌을 궁금해 하지 않잖아요. 류크에게 라이토는 그런 존재예요. 사실 ‘수많은 먼지 중 하나 같은 인간’도 거창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뮤지컬 ‘데스노트’ 중 류크 역의 장지후(사진제공=오디컴퍼니)이는 류크가 좋아하는 ‘사과’의 상징성에도 반영된다. 장지후는 “류크는 인간의 남은 수명을 먹고 살아간다. 마지막에 류크가 라이토 품에서 가져가는 사과를 심장 혹은 처음과는 달라진 라이토의 욕심과 정의의 변모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류크가 가진 라이토에 대한 생각의 반영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류크가 사과를 좋아하잖아요. 애가 죽었는데도 좋아하는 사과를 가져가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랬던 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드라마적인 요소를 살리고 싶은 욕심도 생겨서 좀 친절해졌어요. 너무 친해져도 안되지만 라이토와의 티키타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김동연) 연출님이 자꾸 불러다가 자제를 시키셔서 마음껏 못하고는 있지만요.”◇반복되는 정의의 정의와 오류들 “누가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왼쪽)와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정의라는 게 사실 진짜 정의 내리기 어렵잖아요. 선보다도, 악보다도 앞서는 게 정의 같아요. 악인지 선인지 모르겠지만 정의라면 따라야 한달까요. 그러다 오류를 범하곤 하는 게 또 인간이고.”이렇게 밝힌 이영미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정의에 대한 정의와 고민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계속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탐구하고 답을 내리지만 그 답은 틀리고 다시 정의내리지만 또 틀리고…이를 반복해온 것 같다”고 부연했다.장지후는 “우리가 지금 정의하고 있는 정의는 법인 것도 같다. 정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안에서 하지 말아야할 것들 몇 가지는 정해놓고 살자 해서 만든 게 법”이라고 의견을 밝혔다.“개개인의 정의를 가지고 산다면 세상이 얼마나 혼탁하겠어요. 그러니 어울려서 살기 위해 우리 안에서 약속을 정한 거죠. 그래서 공통의 정의를 몇 가지를 세우는 거고. 만약에 법이 사라진다면 개인의 정의가 난무할 텐데 생각만으로도 진짜 끔찍해요. 누구를 돌로 내려쳐 죽여도 이게 내 정의면 허용되는 거니까요.”장지후의 말에 이영미는 “정치, 권력 등이 정의라는 것과 과연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어떤 힘 있는 자가 이게 좋다면 대중들은 어느 순간 따라가고 있는 게 항상의 현실이다. 역사 속에서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전했다.“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의라는 건 사실 없잖아요. 저마다 개인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데 수많은 개인들의 이익은 당연히 부딪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공익을 이야기하지만 그 공익 역시 다양한 덩어리로, 수없이 많죠. 그래서 전쟁이 나고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그리곤 “만약 법이 없어진다면 인간은 아마도 또 만들 것”이라며 “그렇게 만들고 그걸 지키려고 하고 못지키는 사람들이 생기고…그게 인간의 속성 같다”고 부연했다.“저희가 ‘데스노트’를 통해 정의에 답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태까지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질문들을 이 작품이 한번 더 던져주는 것 같아요. 여전히 답은 없는 거잖아요. 정의를 누가 정의 내릴 수 있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6-02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복화술은 없어도 “특권이자 영광”

뮤지컬 ‘시카고’ 중 ‘Hot Honey Rag’(사진=허미선 기자)“지난주 토요일 첫 공연은 아주 아주 즐거웠습니다. 관객분들이 저희의 ‘핫 허니 래그’(Hot Honey Rag)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쳐주셨어요. 지금까지 200회 공연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죠.”뮤지컬 ‘시카고’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8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벨마 켈리로 출연 중인 로건 플로이드(Logan Floyd)는 3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한국 투어 첫날의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았다.“서울에서 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건 하나의 특권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배우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의 유산을 저희가 이어서 공연을 하고 있으니까요.”뮤지컬 ‘사키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의 출연진. 왼쪽부터 빌리 플린 역의 제프 브룩스, 벨마 켈리 로건 플로이드, 록시 하트 캐시 프리든, 마마 모튼 일레나 일리 커븐(사진=허미선 기자)록시 하트 역의 케이티 프리덴(Katie Frieden) 역시 “한국 배우들을 만나는 비현실적인 경험을 했다”며 “그 만남을 통해 오래된 ‘시카고’ 전설과 전통의 일부가 됐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카고’는 ‘시카고 트리뷴’ 기자이자 희곡작가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1926년 쿡카운티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연극(원제 A Brave Little Woman)을 원작으로 뮤지컬화한 작품이다.뮤지컬 영화 ‘캬바레’(1972), 뮤지컬 ‘달콤한 자선’(1966), ‘피핀’(1972) 그리고 1980년 제33회 칸영화제 황금종료상에 빛나는 ‘올 댓 재즈’(1979) 등의 밥 포시(Bob Fosse)가 1975년 처음 무대화했고 1996년 월터 바비 연출과 앤 레인킹 안무가가 리바이벌한 작품이다.뮤지컬 ‘시카고’ 중 ‘All That Jazz’(사진=허미선 기자)금주법이 시행되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당시 유행했던 보드빌 무대를 통해 법정, 교도소, 사건현장, 과거의 기억, 마피아가 점령한 뒷골목 등을 오가며 포시 스타일의 재즈 댄스와 음악을 선사한다. 불륜에 빠진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하고 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클럽 배우 출신의 프리마돈나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 정부를 살해하고 수감돼 벨마를 위협하는 코러스 걸 록시 하트(캐시 프리든), 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긴장감을 더하는 변호사 빌리 플린(제프 브룩스), 교도소 간수 마마 모튼(일레나 일리 커븐) 등이 냉혹한 현실, 두 여자의 반복과 연대, 애증과 배신, 남성 중심의 도덕관, 외모지상주의 등으로 얼룩진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다.뮤지컬 ‘시카고’ 중 ‘Roxie’(사진=허미선 기자)미국을 대표하는 뮤지컬임에도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로건 플로이드는 “전통적인 미국식의 반짝거리는 뮤지컬이라 사랑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며 “화려한 세트도 없고 소박한 무대지만 순수하고 아주 구체적인 디렉션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케이티 프리덴은 “더불어 음아기 시대를 초월하지 않나 한다”며 “한국 관객들의 영혼에 가 닿는 아름다운 음악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포시 스타일로 춤을 추다 보면 외적인 데 신경을 쓰기 보다는 음악을 타면서 내적으로 가져가는 음악적인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앤 레인킹과 절친인 안무가 개리 크리스티와 안무연습을 하면서 그 구체적인 뉘앙스를 살리면서 스타일을 완성했죠.”뮤지컬 ‘시카고’ 중 ‘All I Care About’(사진=허미선 기자)로건 플로이드는 “연습 첫날 케이티와 처음으로 안무를 맞췄는데도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매일 밤 공연하면서 둘이 한몸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이에 춤은 추지 않지만 매일 밤 두 사람을 지켜보는 마마 모튼 역의 일리나 일리 커빈(Illeana Illy Kirven)은 “케이티와 로건이 매일 밤 하나가 돼 춤추는 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저도 소대에 서서 관객처럼 박수를 치면서 보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빌리 플린 역의 제프 브룩스(Jeff Brooks)는 “케이티와 로건 뿐 아니라 배우들의 댄스를 지켜보며 항상 놀라고 감탄한다”며 “제가 백스테이지에서 이 춤을 따라 추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눙쳤다. 뮤지컬 ‘사키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의 출연진. 왼쪽부터 빌리 플린 역의 제프 브룩스, 벨마 켈리 로건 플로이드, 록시 하트 캐시 프리든, 마마 모튼 일레나 일리 커븐(사진=허미선 기자)25주년 프로덕션만의 장점과 에너지에 대해 로건 플로이드는 “25주년 기념 공연을 하면서 전통적인 뮤지컬이라는 사실이 증폭돼 와 닿는다”며 “1975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1996년에 다시 만들어져 2023년까지 계속 되고 있다는 것,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25주년 기념 공연을 “유산”이라고 표현한 제프 브룩스는 빌리 플린이 복화술로 록시 하트를 길들이는 유명 넘버 ‘위 보스 리치드 포 더 건’(We Both Reached for the Gun)에 대해 “안하는 쪽으로 선택했다”고 전했다.“복화술을 살릴지 말지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빌리가 록시와 미디어를 조정하는 걸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복화술 없이도 콘트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31 20:39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카트린 할과 무용수 발레리아 쿠즈미카·이치노세 히로키 “경계를 넘어 혁신적인 예술로!”

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왼쪽부터)와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 발레리아 무즈미카(사진제공=LG아트센터)“세계 유수의 안무가들과의 커미션 작업들을 비롯해 신진 예술가 발굴에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시의성 있고 예측불가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혁신적인 예술을 나누는 것이 저희의 목적입니다.”다미안 잘레(Damien Jalet)의 ‘카이츠’(Kites)와 샤론 에얄(Sharon Eyal)의 ‘사바’(SAABA)로 첫 내한 무대를 선보일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이하 예테보리)의 예술감독 카트린 할(Katrin Hall)은 이렇게 전하며 “저희의 예술적 야망은 재능 있는 신진 예술가 발굴과 미래 관객 교육”이라고 밝혔다.“저희가 제작한 공연들에 대한 독점적인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예테보리만의 굉장한 강점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무용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어린 관객 혹은 미래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죠.”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사진제공=LG아트센터)그리곤 “예테보리 지역에서 어린 관객, 난민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아우트리치(Outreach)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학교, 교실, 도심, 지역소극장 등에서 공연 등을 선보이는 예술활동 프로그램으로 무용수 중 한명이 유치원에서 슈퍼맨 역할을 하며 공연을 하기도 했죠. 이번 시즌 안에 100회 정도를 진행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예술가로서 경계를 확장하고 보다 많은 그리고 다양한 관객층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죠.”◇삶의 위태로움을 주제로 한 다미안 잘레의 ‘카이츠’와 샤론 에얄의 ‘사바’“이번 내한공연에서 선보일 ‘카이츠’와 ‘사바’는 인생이 가진 위태로움, 취약성 등을 표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바’는 삶의 취약성을 강렬한 신체성을 통해 드러내죠. ‘사바’가 사용하는 동작의 어휘를 무용수들이 익히고 무대에서 선보이면서 영혼을 밖으로 노출시켜 취약성이 야기되는 공연입니다.”카트린 할이 이렇게 소개한 ‘사바’는 ‘언타이틀 블랙’(Untitled Black), ‘오토댄스’(Autodance)에 이은 샤론 에얄과 예테보리의 세 번째 협업작이다. 그는 “한 안무가와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협업관계 구축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서로를 잘 알게 되고 스타일을 공유하면서 예술적 결과물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2022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카이츠’는 2017년 다미안 잘레가 우리 무용단과 선보인 ‘스키드’(SKID)와 재밌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작인 ‘스키드’는 34도로 기울어진 경사도에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녹록치 않은, 신체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는 작품이었어요. ‘카이츠’에서는 ‘스키드’에서 선보인 바람, 공기 등을 새로운 측면으로 가져오죠. ‘스키드’에서는 아래로 내려갔던 방향이 이번에는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샤론 에얄의 ‘SAABA’(사진제공=LG아트센터)‘사바’에 출연하는 하와이 출신의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Hiroki Ichinose)는 “샤론이 특유의 작업스타일로 예테보리를 위해 만든 작품”이라며 “샤론은 기획이나 계획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각 무용수가 가진 본질적이고 본능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을 보탰다.“작품 곳곳에 독무가 포함돼 무용수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집단성도 엿볼 수 있죠. 한명의 무용수가 무대에서 춤을 추는 순간에도 백스테이지에 있는 모든 무용수들의 존재감이 분명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무용수 각각이 가진 부서지기 쉬운 취약성을 가감없이 드러낸 특별한 작품이죠.”‘카이츠’에 출연하는 라트비아 출신의 무용수 발레리아 쿠즈미카(Valerija Kurmica)는 “자연이 갖고 있는 힘을 들여다 보는 작품”이라며 “제목 ‘연’은 외부적인 힘이 가해져야 움직인다. 이를 통해 작품은 새, 바람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가 가진 힘에 대해 풀어낸다”고 부연했다.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무용수 발레리아 무즈미카(사진제공=LG아트센터)“보통의 무용작품에서는 굉장히 많은 자유가 허용되는 반면 다미안과의 공연에서는 제한된 상황 속에서 저희가 자유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저희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준달까요. 신체성이 도드라지는 공연이죠.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신체성을 볼 때 감동 받고 이를 통해 감정적인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발레리아 쿠즈미카의 설명에 이치노세 히로키는 “두 작품 모두 서사가 아닌 감정과 느낌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말을 보탰다.“관객들로 하여금 뭔가를 이해하거나 얻어가게 하기 보다는 경험, 느낌을 주고 예전 경험을 소환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반추하는 경험을 통해 관객은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진다고 할 수 있죠.”◇집단 창작시스템으로 다양성을 향해다미안 잘레의 ‘Kits’(사진제공=LG아트센터)“저희의 창의성 발전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창작 기회를 주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예가 3년마다 진행하는 팝업페스티벌이죠. 이 팝업 페스티벌에서는 사무실, 쇼핑몰 등 공연장 밖에서 장소특정형 공연을 만들어서 선보이거나 국립극단, NDT 등과의 협업을 하고 여성안무가들의 재능과 노력을 선보이는 작업도 하죠.”카트린 할 감독은 “다름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환경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고 들어주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며 “결국 다른 모두를 연결시키는 요소는 춤”이라고 밝혔다.“춤에는 언어나 문화적인 차이가 없거든요. 예테보리는 전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다양한 배경을 가진 무용수들로 구성돼 있어요. 고전 무용, 재즈, 힙합 등 다양한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들이죠.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춤은 우리 몸을 이용해서 표현해요. 무용수들의 다국적성이 저희 무용단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무용수가 공동창작자로서 집단 창의력을 발휘해 작품을 만들거든요. 그들이 가진 다양한 문화적 배경, 느낌 등이 작품에 스며들죠.”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사진제공=LG아트센터)이어 “무용수들이 모든 공연에 예술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무용수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인 카트린 할 감독은 “오디션 공고를 내면 다양한 국가의 무용수 1200~1300명 정도가 지원하고 그 중 오디션을 볼 7, 80명을 선발한다. 이 과정을 통해 매해 2, 3명을 뽑는데 지난해에는 8명의 새 무용수들을 선발했다. 그 중에는 한국무용수 김다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치노세 히로키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용수들의 창의성을 키워나가도록 독려한다는 점”을 예테보리의 강점으로 꼽았다. “카트린 할 감독의 말처럼 모든 공연이 창의적 협업을 통해 완성됩니다. 단순히 동작을 배분해주기 보다는 각 무용수가 가진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측면을 공연에 녹여내거든요. 이같은 과정이 예테보리의 공연을 특별하고 독특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하와이에서 나고 자란 이치노세 히로키는 “3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 11살에 K팝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며 “춤과 안무는 통과했는데 노래의 장벽은 넘기 쉽지 않았다”고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털어놓았다.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왼쪽부터)와 무용수 발레리아 무즈미카, 이치노세 히로키 (사진제공=LG아트센터)“어린시절 친구 중 한명이 K팝의 관팬이었어요. 친구를 따라 호놀를루에서 오디션을 보고 그때부터 K팝을 즐겨들었죠. 안무가 호페쉬 쉑터와 협업한 공연이 있는데 초반 15분이 MTV 뮤직비디오 같아요. 호페쉬 쉑터는 K팝 아이돌그룹의 미학을 담은 것 같은 이 공연의 동작을 무용수들에게 맡겼는데 그때 (K팝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셔) 못다 이룬 한을 풀었죠.”이치노세 히로키의 말에 카트린 할은 “유명 K팝 기획사로부터 뮤직비디오를 함께 작업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흐지부지됐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K팝 뿐 아니라 신진 예술형태에서 영감받는, 더 많은 협업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느 브런(Ane Brun)이라는 팝스타와 ‘12 송스’(12 Songs)라는 작품을 선보인 것이 그 예죠. 다미안 잘레 뿐 아니라 톰 요크와의 작업,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과 협업해 ‘스키드’ 안무로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애니마’(Anima) 등 장르적 크로스 시도를 계속 하고 있죠.”이어 “요안 부르주아는 해리 스타일스, 콜드플레이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는 비욘세, 다미난 잘레는 마돈나와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카트린 할 감독의 말에 이치노세 히로키는 “저희는 현대무용 그리고 보다 접근가능한 대중문화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동시에 무용수로서는 대면 관객과의 교류가 굉장히 중요해요. 현장 관객과의 교류를 통해 무엇보다 동작의 본질을 깊이 전달할 수 있거든요. 더불어 인간의 의지력과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게 너무 기대가 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26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궁정발레부터 컨템퍼러리까지! 발레, 시대를 담다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안무가들(사진=허미선 기자)그동안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된 발레가 다소 아쉽고 늘 마음 아팠습니다. 팬데믹 이후 지금의 모습들이 마치 전쟁과 혁명, 전염병 이후의 낭만주의 시대와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이렇게 전한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6월 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 기획공연 ‘발레 오디세이’(6월 16~1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를 연출한 문영 국민대학교 교수는 “그래서 이즈음에 발레의 역사를 한번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통찰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단순 작품 해설이라기 보다는 르네상스 이후 낭만주의, 고준주의, 신고전주의를 거쳐 컨템퍼러리에 이르기까지 발레가 발전해온 역사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한국 발레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1부에서는 예원학교의 꿈나무 발레를 선보이기도 하죠.”이어 “발레는 사랑하는 관객들은 단순 관람 차원을 넘어 체험의 영역으로, 매우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는 관객으로 변화되고 있다”며 “아름답기도 하지만 도태되고 사라지지 않기 위해 애써 탐구하고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하며 분투하는 발레의 역사를 담아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2021년 공연장면(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황실 발레의 어마어마한 투쟁, 발레뤼스 등 사설발레단의 노력 등 발레 진화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영국 국립발레단이 진행하고 있는 ‘먼데이 발레’, 치매 노인들을 위해 고민하는 ‘실버 발레’ 등 사회적 담론을 형성할 가능성까지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는 마냥 아름다움만을 추구한다는 오해 속에서 성장하고 진화해온 발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할 ‘발레 오디세이’를 비롯해 다양한 발레 단체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6월 9~11일), CJ토월극장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윤전일댄스이모션의 ‘첫 번째 게임_Uno. Dos. Tres, Cuatro’와 클라라 슈만의 강인한 삶을 모던 발레로 표현한 서울발레시어터 제임스 전 예술감독의 ‘클라라 슈만’ 그리고 특별초청된 광주시립발레단의 ‘돈키호테’(6월 24~25일)이 공연된다.‘첫 번째 게임_Uno. Dos. Tres, Cuatro’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을 오마주한 작품으로 윤전일 안무가는 “남자들 위주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 에너지 넘치는 장면과 드라마가 어우러진다”며 “각자 다른 성향의 댄서들의 조합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자유소극장에서는 유희웅리버티홀의 ‘커튼콜’, NXXT FLOOR의 ‘그해 6월’, 프로젝트클라우드 나인의 ‘콤비네이션 2.0’, 유미크댄스 ‘엣지_뉴 던’, 양영은 Beyoun Ballet ‘소나기’, 원혜인 발레 프로젝트의 ‘라이터스피커 II’가 6월 8일부터 18일까지 공연된다.2023년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 포스터(사진제공=축제 사무국)유희웅리버티홀의 ‘커튼콜’은 안무가 유회웅이 “무용수들의 땀방울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유회웅 안무가는 “우연히 본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모든 악기가 하나돼 피날레를 장식하고 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무용수 개개인이 안기가 돼 몸으로 표현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플룻, 트럼펫 등 무용수 스스로가 악기를 선택하고 그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고 화음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재밌고 아름답게 표현해 봤다”고 털어놓았다.NXXT FLOOR의 ‘그해 6월’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 노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순규 할머니와 6.25전쟁이 끝나고 신혼 시절 인민군에게 끌려간 남편의 이야기다. 신현지 안무가는 “전쟁에 대한 직적접인 언급이 아니라 피해를 받고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로 풀었다”고 설명했다.“피아노, 첼로 등 양악기 라이브연주에 해금, 타악 등으로 한국적인 색을 더하고 소리꾼이 등장해 6개 장면들을 해설하고 소리로 표현합니다. 재미 보다는 다시 한번 지금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만들어 보고자 노력 중입니다.”유미크댄스 ‘엣지_뉴 던’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김유미 안무가는 “클래식 발레의 유려한 표현과 동시대적인 감각, 명확한 주제의식 등을 향유하면서도 첨단 기술을 수용해 또 다른 감각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현재 우리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의 가속화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과거와 미래라는 역사의 선상에 서 있는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자 합니다. 문명의 발전이라는 군맥 속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되돌아보게 하며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시사하고자 합니다.”양영은 Beyoun Ballet ‘소나기’는 황순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순수한 사랑의 온전함을, 원혜인 발레 프로젝트의 ‘라이터스피커 II’는 소통에 대해 다룬다.‘라이터스피커 II’에 대해 원혜인 안무가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의 소통과 신뢰에 대해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며 “나 스스가 주체인 삶에 대해 일상적인 동작들로 풀어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이들 공연 외에 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는 관객과의 대화, 발레 일러스트展, ‘발레무용수와 함께 하는 NO 플라스틱 캠페인’ 등이 부대행사로 마련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25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실화 #전과자 같은 소재, 다른 해법…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보이A’

뮤지컬 ‘시카고’ 브로드웨이 25주년 투어 공연ⓒJeremy Daniel(사진제공=신시컴퍼니)달라도 너무 다르다. 분위기도, 장르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소재를 다루는 태도도, 추구하는 것도 다르다. 브로드웨이 25주년을 맞은 뮤지컬 ‘시카고’(5월 27~8월 6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와 ‘보이A’(5월 30~8월 20일 예스24스테이지 3관)는 실화를 바탕으로 전과자 혹은 재소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무작정 밀어내거나 과소비하며 열광하다가도 금세 다른 태도를 취하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데서 묘하게 닮아 있다.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공연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뮤지컬 ‘시카고’가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1975년 브로드웨이 초연 25주년을 기념해 내한한 뮤지컬 ‘시카고’는 ‘시카고 트리뷴’ 기자이자 희곡작가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1926년 쿡카운티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연극(원제 A Brave Little Woman)을 원작으로 한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당시 유행했던 보드빌 무대를 통해 법정, 교도소, 사건현장, 과거의 기억, 마피아가 점령한 뒷골목 등을 오가며 관능적이고 위트 넘치는 재즈 선율과 춤을 선사한다. 뮤지컬 영화 ‘캬바레’(1972), 뮤지컬 ‘달콤한 자선’(1966), ‘피핀’(1972) 그리고 1980년 제33회 칸영화제 황금종료상에 빛나는 ‘올 댓 재즈’(1979) 등의 밥 포시(Bob Fosse)가 록시 하트를 중심으로 변주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불륜에 빠진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하고 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클럽 배우 출신의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 정부를 살해하고 수감돼 벨마의 교도소 내 프리마돈나 자리를 위협하는 코러스 걸 록시 하트(캐시 프리든), 두 여자 사이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하는 변호사 빌리 플린(제프 브룩스), 교도소 간수 마마 모튼(일레나 일리 커븐) 등이 풀어가는 이야기로 냉혹한 현실과 뜨겁고 농염한 재즈 댄스 등이 공존한다. 1996년, 2002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시카고’는 콤플렉스였던 안짱다리를 활용한 독특한 스텝, 손가락 튕기기, 일사분란하면서도 자유롭게 관절을 움직이고 농염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포시 스타일 재즈 댄스로 무장하고 두 여자의 반복과 연대, 애증과 배신, 남성 중심의 도덕관, 외모지상주의 등으로 얼룩진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다.뮤지컬 ‘보이A’ 연습현장(사진제공=나인스토리)‘시카고’가 조롱, 풍자 등의 방식을 택했다면 ‘보이A’는 진지하고 무겁게 사회를 담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2004년 발표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동급생을 살해해 소년 교도소에 수감됐던 소년이 가석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호’라는 명목 하에 실명 대신 청교도시대 간통한 여성에게 찍었던 주홍글씨(Adultery의 첫 글자)와도 같은 ‘보이A’로 불리다 새로운 삶을 위해 잭으로 이름을 바꾼 소년범을 통해 사회가 가진 편견과 희망을 아우른다.뮤지컬 ‘보이A’ 포스터(사진제공=나인스토리)2007년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선보였던 ‘보이A’는 새로운 삶을 지키려는 소년범 출신 청년의 이야기로 과거가 알려지면서 접하게 되는 다정하고 친절했던 이웃들의 변화,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희망 등을 이야기한다.‘멤피스’ ‘히스토리 보이즈’ ‘비더슈탄트’ ‘리지’ ‘오펀스’ ‘팬레터’ 등의 김태형 연출작으로 ‘최후진술’ ‘해적’ ‘트레이스 유’ ‘마마돈크라이’ ‘신흥무관학교’ 등의 박정아 작곡가가 넘버를 꾸리고 ‘사랑의 불시착’ ‘모래시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설의 리틀농구단’ ‘이토록 보통의’ 등의 박해림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살해죄로 복역 후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잭은 보이프렌드 멤버이자 ‘어린왕자’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비더슈탄트’ ‘쓰릴미’ 등의 동현, ‘인터뷰’ ‘더 테일 에이플릴 풀스’ ‘오펀스’ ‘오만과 편견’ 등의 현석준, ‘히스토리보이즈’ ‘랭보’ ‘터칭 더 보이드’ ‘은하철도의 밤’ 등의 정지우가 트리플 캐스팅됐다.‘히스토리 보이즈’ ‘데미안’ ‘여신님이 보고계셔’ ‘넥스트 투 노멀’ ‘라흐마니노프’ 등의 김현진, ‘비더슈탄트’ ‘붉은 정원’ ‘테레즈 라캥’ 등의 곽다인, ‘전설의리틀농구단’ ‘신이 나를 만들 때’ ‘신흥문관학교’ 등의 정찬호가 부모 이혼 후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결핍에 휩싸인 제드 그리고 잭의 공범 A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24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악덕사장 프랭클린 역의 숀 니덤 “여전한 문제의 잔재들, 지속적으로 얘기해야죠!”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2015년 ‘포비든 플래닛’(Return to the Forbidden Planet, 2015년) 이후 8년만인데 여전히 다들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얼마나 따뜻하게 맞아주는지 대구라는 공간에 왔을 때 느끼는 기분은 전혀 안바뀌었어요.”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9 to 5, 28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로 다시 대구를 찾은 숀 니덤(Sean Needham)은 이렇게 답했다. ‘나인 투 파이브’는 1980년대 퍼트리샤 레스닉과 콜긴 히긴스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돌리 파튼 히트곡들로 넘버를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영국에서 (2019년 리프로덕션된) ‘나인 투 파이브’ 첫 공연날 돌리 파튼이 전용기를 타고 참석했고 모두를 자신의 호텔방으로 불러 술도 한잔씩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는 본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지만 그는 당당하게 맞서 ‘그게 원래 나야’라고 얘기하는 사람이죠. 그 마인드가 고스란히 노래에, 가사에 담겨 있어요. 그래서 이 공연이 (2008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이 보다 더 나쁠 순 없다! 프랭클린 하트이 작품에서 숀 니덤은 악덕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한다. 프랭클린 하트는 주디(레아 세인트 루스), 바이올렛(루신다 로렌스), 도랠리(조지나 캐슬)를 지독히도 괴롭히는 성차별적이고 이기적인 사장이다. 숀 니덤은 “주변에 그런 사람도 너무 많고 영화 등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인물들도 많았다. 대본에 충실하면서 그런 인물들을 참고했고 제 색을 가미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여직원들을 “내 여자들”이라고 칭하는 프랭클린 하트에 대해 숀 니덤은 “그게 프랭클린의 근본”이라고 표현했다.“본인 스스로가 모두의, 특히 여성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죠. 여성을 중심으로 한 작품에서 프랭클린은 그 시대의 남자를 대표하고 있어요.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저 역시 끔찍하게 싫을 거예요. 물론 사연이 있을 수도 있어요. 어려서부터 그런 것들을 보고 자랐거나 불행한 가정사가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 극에서 굳이 그의 그런 얘기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상대역들의 리액션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제공=딤프 사무국)이어 “기본적으로 저는 그렇게 못된 사람이 아니다”라 웃으며 “다만 배우로서는 프랭클린 같은 역할을 통해 화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고 눙쳤다.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한 캐릭터다 보니 어쩌면 심각한 차별, 노동 등의 사회문제를 희화하거나 주제를 흐릴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그는 “그래서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이런 연기를 TV나 영화처럼 했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우스꽝스럽게(Silly) 보이거나 메시지가 허투루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균형을 찾아가면서 연기 중이죠. 그게 극장 연기의 특성같아요.”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그는 1부 마지막부터 2부 내내 말 못할 고통을 느낄 법한 고난에 처한다. 극의 스포일러이자 통쾌한 지점이 되는 이 고난에 대해 숀 니덤은 “극 내내 그런 고통 속에 있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이 역할을 거의 3년 가까이 했기 때문에 굉장히 익숙한 상태예요. 그리고 생각하시는 것처럼 오래 그런 상태로 있거나 하진 않아요. 재밌는 건 사실 1막 마지막 장면이긴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도 된다는 공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관객들이 사진과 영상을 찍어 SNS에 제 이름을 태그해 공유한다는 사실이죠. 그런 게시물에는 제가 답글을 달기도 하는데 제가 인터미션 동안에도 그 고난 속에서 전화기를 들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나인 투 파이브 “저 역시 바이올렛, 주디, 도랠리이던 시절이 있었죠!”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배우들이 연기만 하면서 먹고 살 수는 없어요.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경우들이 많죠. 저 역시 16살 때 사무실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요. 커피를 타고 차를 만들고 복사를 하는 매우 낮은 직급이었죠.”굳이 성별, 직급 등이 아니라도 부조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상황들은 어디에나 발생하곤 한다. 배우라는 직업 역시 ‘선택’이라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면서 바이올렛, 주디, 도랠리처럼 불공정함, 차별 등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는 극의 배경인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제기돼 오는 문제들이기도 하다.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서 악덕 사장 프랭클린 하트를 연기하는 숀 니덤(사진=허미선 기자)“그런 잔재들이 오늘까지도 이 공연이 계속 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극 중 이슈들이 현재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그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남겨지는 또 다른 문제들이 파생될 수도 있죠.”이어 그는 가장 마음에 와닿는 곡으로 ‘순박한 바비’(Backwoods Barbie)를 꼽았다. 그는 “(도랠리 역의) 조지나가 노래를 너무 잘하기도 하지만 가사 자체가 본인이 누구인지 알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하는지를 알고 부르는, 굉장히 슬프기도 한 노래죠.”숀 니덤은 “이 작품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운다”며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남자다움 등에 빠져드는지, 성차별적인 행동들이 얼마나 산재돼 있는지, 분명 잘못된 행동인데 무의적으로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지 등을 깨닫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이어 “저 스스로에게도 해서는 안되는데 그냥 지나쳐 버리는 행동들을 누누이 되새긴다” 덧붙인 숀 니덤은 “예술과 극장 지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사회적으로 예술 극장이나 예술에 좀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어요. 그렇게 좋은 공연들이 좀더 많이 무대에 오르면 좋겠어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술적 지원이 많은 도시에서는 범죄율이 감소한다고 해요. 예술 활동들을 통해 스스로를 더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술, 특히 극장에 많은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22 18:4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코로나 팬데믹 관통한 열일곱 딤프, 3년 만에 풍성한 해외초청작으로 돌아왔다!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축하공연 전경(사진제공=딤프 사무국)“이번 딤프는 3년의 코로나 기간을 지나 오프라인으로 제 모습을 찾는 해라고 생각합니다.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는 2019년 다시 만들어진, 돌리 파튼이 개막일에 전용기를 타고 직접 참석할 정도로 가장 핫한 작품 중 하나죠. 제대로 된 작품을 딤프 무대에 올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에요. ‘나인 투 파이브’를 비롯해 6개 나라 19개 작품이 딤프 기간 동안 공연됩니다.”배성혁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의 전언처럼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이 개막작인 영국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9 to 5, 5월 19~28일 대구오페라하우스)로 3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이번 딤프의 특징은 그간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쉽지 않았던 해외 초청작들이 대거 선보인다는 것이다. 배 위원장은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에 대해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금 시기에 우리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며 “사실 작년까지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해도 에로사항들이 많았다. 올해는 다양한 해외작품들과 프로그램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사진제공=딤프 사무국)“(폐막작인) 카자흐스탄의 ‘로자 바글라노바’(Roza Baglanova 6월 2~3일 대구오페라하우스)도 수준이 높은 작품입니다. 독일의 ‘에피 브리스트’(Effi Briest 6월 3~4일 어울아트센터 함지홀)는 독일 특유의 연극적인 요소가 많고 프랑스의 ‘바벨-오’(Ba Bel-O 6월 2~4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는 한국의 판소리를 접목시킨 굉장히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죠. 이런 다양한 작품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소개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딤프 관계자는 “특히 카자흐스탄의 ‘로자 바글라노바’를 눈여겨볼 만하다”며 “문화체육부 산하의 국립뮤지컬단체인 카자흐콘서트(Qazaqconcert)가 제작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카자흐스탄의 국민가수 로자 바글라노바에 대한 이야기로 배우만 36명이 출연하는 대작입니다. 구소련 국가들이 예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로자 바글라노바는 이 뮤지컬 제작사인 국립뮤지컬단체의 정식 명칭 ‘카자흐콘서트-로자 바글라노바를 기리며’(State Concert Organization ‘Qazaqconcert’ named after Roza Baglanova)에 이름이 달릴 정도로 사랑받는 가수죠.”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폐막작인 카자흐스탄의 ‘로자 바글라노바’ 포스터(사진제공=딤프 사무국)뮤지컬 ‘로자 바글라노바’는 세계대전 가운데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은, 예술을 사랑하는 카자흐스탄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상징적인 인물 로자 바글라노바(자리나 마키나·아크마랄 아야쇼바)를 통해 예술의 위대함을 전한다.테오도르 폰타네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독일의 ‘에피 브리스트’는 1878년부터 1890년대 독일 빌헤미네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보다 두배는 나이가 많은 남자와 결혼해 아내로, 엄마로 살던 에피 브리스트(카리나 크뢰머)의 이야기다.프랑스의 언어 유희와 한국 전통 판소리가 만난 ‘바벨-오’는 세상의 모든 언어가 모인 바벨 대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언어투쟁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화다. 이 외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비밀의 화원’(6월 2~4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사후세계 파라다이스 빌리지에서 펼쳐지는 천사 존(김태윤)과 악마 제임스(허만·장두환)의 탈출노력을 다룬 성재준 연출의 ‘애프터 라이프’(6월 2~25일 문화예술전용극장 CT). 지난해 창작지원작 수상작인 ‘메리 애닝’(21일까지 대덕분화전당) 등이 초청공연된다.더불어 ‘왕자대전’(21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일기쓰는 남자’(5월 21일까지 서구문화회관), ‘타운 오브 해방’(5월 26~28일 서구문화회관), ‘더 템페스트’(6월 2~4일 대덕문화전당) 네편의 창작지원작과 ‘레 미제라블’ ‘내 마음의 풍금’ ‘베어 더 뮤지컬’ ‘페임’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넥스트 투 노멀’ 등 유명 작품들이 대학생들의 무대로 꾸려진다.대덕문화전당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무대 중 ‘적벽’을 탄생시킨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연희예술전공 음악극 파트가 출품한 ‘산불’을 눈여겨 봐달라”라고 귀띔했다. ‘산불’은 한국 리얼리즘 연극을 대표하는 차범석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로 2023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1951년을 통해 냉전, 이념과 진영 갈등을 반추한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21 11:15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조명]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무채색의 삶이 알록달록해졌다!

“1막은 단색 조명으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프랭크 하트의 사무실을 대변합니다. 2막은 바이올렛의 사무실을 대변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곳을 표현했죠. 특히 2막 조명 색상의 다채로움은 1980년대 펑크(Funk)를 녹여냈습니다.”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이 개막작인 영국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9 to 5, 28일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조명에 대해 사라 브라운(Sarah Brown) 조명 조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나인 투 파이브’는 컨트리의 여왕 돌리 파튼 곡들로 넘버를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로 1980년대 퍼트리샤 레스닉과 콜긴 히긴스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다. 여성 직원들을 “내 여자들”이라고 지칭하는 성차별주의자이자 이기적인 사장 프랭크 하트(숀 니덤) 탓에 고단하기만 한 회사생활 중인 주디(레아 세인트 루스), 바이올렛(루신다 로렌스), 도랠리(조지나 캐슬)의 이야기로 2008년 미국 로스 엔젤레스에서 초연된 후 201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다.어떤 사건으로 세 여자가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서 시작된 변화와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 통쾌하기까지 하다.무채색의 단색이었던 겹겹이 세워진 프레임의 68개 모니터는 바이올렛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다채로워진다. 더불어 컨트리를 비롯해 펑크, 정열의 라틴, 포시 스타일의 재즈 댄스까지 유쾌하고 신나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일하는 댄스 타임이 이어진다. 그렇게 편견에 사로잡힌 프랭크 하트 사장으로 인해 억눌리고 암울했던 무채색의 삶은 바이올렛이 회사 경영을 주도하면서 펑키하고 알록달록해진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20 22: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제17회 딤프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나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정”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제작진과 배우들. 왼쪽부터 아담 필포트 조연출, 주디 역의 레아 세인트 루스, 도랠리 역의 조나스 캐슬,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제작자 리처드 달번(사진=허미선 기자)“딤프는 행복입니다.”배성혁 집행위원장이 ‘행복’이라고 정의한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이 개막작인 영국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9 to 5, 5월 19~28일 대구오페라하우스)로 3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3년의 코로나 기간을 지나 오프라인으로 제 모습을 찾는 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막작인 ‘나인 투 파이브’는 2019년 다시 만들어진 가장 핫한 작품 중 하나죠. 돌리 파튼이 직접 개막일에 참석할 정도로 딤프와 함께 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대작이에요.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금 시기에 우리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거기에 코믹함까지 가미돼 현대인들에게 굉장히 와닿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기막히게 멋지고 즐거우며 조이풀하고 크레이지한 ‘나인 투 파이브’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는 1980년대 퍼트리샤 레스닉과 콜긴 히긴스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돌리 파튼 히트곡들로 넘버를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08년 로스 엔젤레스에서 초연됐고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2010년 미국 투어를 거쳐 2012년 영국에서 초연됐다. 오랜 공백 끝에 201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 ‘나인 투 파이브’는 2021년 영국 투어에 나선 작품이다. 성차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상사 하트(숀 니덤) 때문에 고단한 회사생활 중인 주디(레아 세인트 루스), 바이올렛(루신다 로렌스), 도랠리(조지나 캐슬)의 이야기다.2010년 공식초청작인 ‘바버숍페라II’(Barbershopera II), 2015년 ‘포비든 플래닛’(Return to the Forbidden Planet), 2016년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 2017년 개막작 ‘스팸어랏’(Spamalot), 2018년 폐막작 ‘플래시댄스’에 이어 ‘나인 투 파이브’로 다시 딤프를 찾은 제작자 리처드 달번(Richard Darbourne)은 “이 작품은 우정에 관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함께 즐기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또 얼마나 서로에게 끈끈하게 엮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쇼죠.”그리곤 ‘나인 투 파이브’를 한 마디로 “기막히게 멋지다”(Fabulous)고 표현했다. 리처드에 이어 아담 필포트(Adam Filfot) 조연출은 “매우 즐겁다”(Exhilarating) 표현하며 “한국 관객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웨스트엔드에서 느끼는 만큼만 느껴주시길 바란다”고 털어놓았다.도랠리 역의 조지나 캐슬(Georgina Castle)은 “조이풀”(Joyful), 주디 역의 레아 세인트 루스(Leah St Lucde)는 “크레이지”(Crazy)라고 ‘나인 투 파이브’를 정의했다.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조지나 캐슬은 도랠리에 대해 “돌리 파튼을 캐릭터화한 인물로 외양은 물론 내면까지 아름다운, 따뜻한 여성”이라 소개하며 “보스와 매우 가까운 사이다. 극 중 보스를 직접 총으로 쏴 죽이고 스스로 성장하고 싶다는 강렬한 가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주디 역의 레아 세인트 루스는 “모든 관객들이 춤추고 싶어할만큼 매우 즐겁고 밝은 극이니 관객들이 아무 생각없이 그냥 즐기고 행복할 수 있는 날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주디는 부끄러움도 많고 모든 면에서 순종적인, 사랑에 쩔쩔매는 캐릭터지만 그걸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주디가 바이올렛, 도레이와 함께 자신에 대해 찾아나가는 아룸다운 여정을 담은 작품이죠. 잘 나갈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는 배우로서의 제 모습을 닮아 있기도 하죠. 배우로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저는 지금 대구에 와 있고 되게 신납니다. 한국 관객들도 그 여정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오리지널과 달라진? ‘헤이 보스’ 추가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제작진과 배우들. 왼쪽부터 주디 역의 레아 세인트 루스, 도랠리 역의 조나스 캐슬, 아담 필포트 조연출, 제작자 리처드 달번,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이 공연은 스스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공연으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다만 새로운 곡이 하나 추가됐죠. 브로드웨이 버전에는 없었는데 웨스트엔드 뉴 프로덕션에 도입했고 딤프 공연부터 완전한 세트리스트로 정작했습니다.”프로듀서 리처드 달번은 미국 오리지널 버전을 영국에서 리프로덕션하면서 돌리 파튼이 작곡한 ‘헤이 보스’(Hey Boss)가 추가됐다고 귀띔했다.아담 필포트 조연출은 “아주 상징적인 곡이 있는데 그걸 관객들이 알아봐주시길 바라고 시작과 끝에 나오는 곡에 주목해 달라”며 “살짝 스포일러를 하자면 돌리 파튼이 영상으로 잠깐씩 등장한다”고 웃었다.“또 극 중에 관객들로 하여금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에서 특히 더 함께 춤추고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한국 뮤지컬 산업에 대해 리처드 달번은 “영국의 뮤지컬 기업들은 한국 뮤지컬 산업에 관심이 많다”며 “많은 작품들을 한국으로 수출하고 싶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그뿐 아니라 한국에 정말 높은 수준의 배우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한국으로의 수출 뿐 아니라 한국 작품들을 수입도 하고 싶어요. 그렇게 서로 함께 동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19 19:1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연극 ‘오셀로’, 지하벙커의 불안함과 안전감 그 사이를 파고드는!

연극 ‘오셀로’ 이아고 역의 손상규(왼쪽부터), 에밀리아 이자람, 오셀로 유태웅·박호산, 데스데모나 이설, 박정희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흔히들 ‘오셀로’를 이아고의 연극, 이아고가 주인공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왜 셰익스피어는 제목을 ‘이아고’가 아닌 ‘오셀로’라고 했을까, 그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 질문과 ‘오셀로’가 갖고 있는 이질성, 어떤 특성들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사랑과 감정의 변화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감정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오셀로’(6월 4일까지 CJ토월극장)의 박정희 연출은 ‘오셀로’ 선택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셀로’는 문학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베니스공화국의 무어인 장군 오셀로(박호산·유태웅)와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이설)의 사랑과 배신을 다룬다.연극 ‘오셀로’ 박정희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당시에는 추한 이방인으로 폄훼 당하던 무어인으로서 베니스의 전쟁영웅이 오셀러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데스데모나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질투’ ‘불신’ 등의 감정을 불어넣는 이아고(손상규) 등이 끌어가는 비극적인 이야기다.‘모범택시 2’ 등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하던 박호산이 2021년 ‘얼음’ 후 오랜만에 오르는 무대이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수상자인 ‘어느날’ ‘DP’ 등 이설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이번 ‘오셀로’의 무대는 눅눅하고 축축한 지하 벙커를 콘셉트로 한다. 지하 벙커가 가진 불안함과 안전함, 그 장소에서 연상되는 용병 영웅으로서의 무어인 오셀로와 모두에게 사랑받는 데스데모나, 그 사이를 파고드는 이아고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돋보이게 하는 무대다.이에 대해 박정희 연출은 “지하벙커 콘셉트”라며 “여신동 무대 감독과 불안에 대해 얘기를 했다. 데스데모나와 오셀로의 사랑도, 이아고의 활약도 모든 인물들이 불안에 잠식돼 있는 느낌이었고 제 첫인상이었다”고 전했다.“그 불안이라는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하면서도 가장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는 지하 벙커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물은 죽음의 방처럼 생각하시면 돼요. 물이 계속 흘러내리는, ‘어두운 그림자’라는 조명 콘셉트와 맞춘 하나의 상징성을 띠는 공간이죠.”◇히딩크를 모티프로 한 박호산, 용병 영웅 유태웅, MZ세대 데스데모나 이설연극 ‘오셀로’ 오셀로 역의 유태웅·박호산(사진제공=예술의전당)“인종, 얼굴 색의 의미보다는 차별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무어인으로서) 열등감, 자기 비판에 빠진 오셀로가 남의 나라에 와서 공동의 적을 대상으로 열심히 해서 능력을 잘 발휘한, 팽팽하고 날이 서 있는 훌륭한 장군이어야 한다고 해석했어요. 그래야 이아고에 속아 나락으로 떨어지는 오셀로가 크게 다가올 거라 생각했죠.”이렇게 전한 오셀로 역의 박호산은 “오셀로가 되게 바보 같았다. 질투로 오셀로가 그렇게 되는 데는 지기비판이나 열등감 보다 사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랑이 크기 때문에 큰 실수를 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말을 보탰다.연극 ‘오셀로’ 공연장면(사진제공=예술의전당)“결국 ‘나는 어쩔 수 없는 무어였구나.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는 있지만 무어인이라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사실 인물적으로는 히딩크 감독이 제일 많이 생각났어요. 한국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 됐지만 배타성을 능력으로 뚫고 나오면서 이름을 얻었잖아요. 오셀로 역시 베니스에서 무어인으로만 있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어 드라마트루그까지 겸임한 박철호 번역가를 통해 들었던 유럽사를 바탕으로 “오셀로 또한 몰락한 왕국의 왕족”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오셀로 유태웅도 “유럽사회에서의 무어인에 대한 인식을 통해 오셀로를 좀더 이해하게 됐다. 관객들게 더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연극 ‘오셀로’ 공연장면(사진제공=예술의전당)“흑인이라고 해서 꼭 검게 분장을 해야할까 의심을 가졌고 연극적 약속으로 배우 본래 모습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오셀로가 답답했던 건 데스데모나한테 그냥 물어보면 해결될 걸 그러지 못했다는 거예요. 영웅이지만 용병으로서 가진 고독감, 외로움, 자존심 등이 혼합돼 물어볼 수 없었다는 걸 잘 표현하고자 노력 중입니다.”‘오셀로’로 연극 무대에 처음 오르고 있는 이설은 “사실 어려울 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라서 이 어려움을 담대하고 열심히 이겨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며 데스데모나에 대해서는 “MZ세대 특성 등을 시도해 봤다”고 털어놓았다.“사실 데스데모나는 인물 자체가 좀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걸 좀 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습 초반 연출님과 얘기를 하면서 MZ세대로 설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좀 해봤습니다.”이어 이설은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구조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탈피는 할 수 없었다”며 “억지로 꾸며 넣어 변모하기 보다는 전통 연극에 충실하자 판단내린 끝에 보여드리는 인물이 지금의 데스데모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지막 죽음에 이르는 장면에 대해 이설은 “제 해석으로는 스스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내가 선택한 사람이 오셀로고 그와의 행복한 생활을 바랐지만 파국으로 치달았죠. 어차피 죽음은 눈앞에 있는 것이니 내가 선택해서 죽겠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박정희 연출은 이설을 캐스팅한 데 대해 “데스데모나를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해석했다”며 “우연히 이설씨 사진을 봤는데 그 얼굴에서 제가 그렸던 데스데모나를 읽었다”고 전했다.◇저열한 극의 작동자 이아고 손상규, 톱니바퀴 에밀리아 이자람 연극 ‘오셀로’ 공연장면(사진제공=예술의전당)“가장 고귀한 인물이 가장 평범한 혹은 저열한 인간에게 추락당하는 얘기라고 이해했어요. 그 구조로 장면들이 짜여졌고 이아고는 극을 작동시키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안에서 인물로 나타내야하는 부분들을 찾아 접근했고 어떻게 서사 없이 이걸 작동시킬까 고민했죠.”손상규의 설명처럼 이아고가 저열한 극의 작동자라면 에밀리아는 이자람의 전언처럼 “데스데모나의 선의를 이용해 이아고가 친 그물에서 가장 중요한 손수건이라는 톱니바퀴를 담당하는 캐릭터”다.“그래서 이 죄악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이 이아고와 오슬로에게 하고 싶은 욕을 시원하게 대신해주는 거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19 18:30 허미선 기자

서울시무용단 ‘일무’ 뉴욕 링컨센터 무대 오른다!

서울시무용단의 창작무 ‘일무’가 7월 링컨센터 무대에 오른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세종문화회관 산하의 서울시무용단의 창작무 ‘일무’(佾舞, One Dance)가 7월 20~22일(현지시간) 뉴욕 링컨센터 내에 위치한 뉴욕 시립발레단 전용극장이자 세계적인 무용극장인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David H. Koch Theater) 무대에 오른다.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줄리어드 음대, 뉴욕 시립발레단 등 11개 단체가 상주하고 있는 종합예술센터인 링컨센터 내에 위치한 좌석 2586석 규모의 극장이다.7월 링컨센터 무대에 오를 서울시무용단의 창작무 ‘일무’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링컨센터가 주최하는 ‘서머 포 더 시티’(Lincoln Center’s Summer for the City) 중 ‘코리안 아츠 위크’(Korean Arts Week)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3차례 공연된다.이번에 링컨센터에서 선보이는 ‘일무’는 재연 버전으로 세종문화회관 관계자에 따르면 “5월의 한국 공연과 동일한 포맷으로 공연된다.”‘일무’는 제1호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 중 여러 무용수가 하나가 되는 의식무(儀式舞)를 현대화한 세종문화회관 자체제작 작품이다.국립극장의 ‘묵향’ 등 전통의 현대화에 힘써온 디자이너이자 리움미술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연출,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과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 중인 현대무용가인 아크람 칸(Akram Khan) 단원 김성훈·모던테이블 예술감독이자 T.H.E 댄스컴퍼니 해외상임안무자 김재덕 안무, 김재덕 음악으로 꾸려 지난해 5월 초연됐고 한국에서의 재연(5월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앞두고 있다.전통 전폐희문지무(奠幣熙文之舞), 정대업지무(定大業之舞)와 각각의 응용무를 선보이는 ‘일무연구’(佾舞硏究), 춘앵무(春鶯舞)와 그를 응용한 춤으로 구성된 ‘궁중무연구’(宮中舞硏究)를 비롯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일무(新佾舞) 그리고 재연에 새로 추가된, 선비의 기개를 남성군무로 표현한 ‘죽무’(竹舞)로 구성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17 19:32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조승우의 오페레타와 김주택의 본격 연기 ‘도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을 연기 중인 성악가 김주택(왼쪽)과 조승우(사진제공=에스앤코)뮤지컬에서의 가창력은 보통의 노래, 가요 등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심지어 오페라의 아리아와도 다른 가창력 기준을 가진 뮤지컬은 그래서 어려운 장르이자 매력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뮤지컬의 연기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연극과도 그 결이 다른 연기가 필요한 뮤지컬은 어쩌면 가창력과 연기 면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예민하고 까다로운 장르일지도 모른다.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오며 부산에서 먼저 닻을 올린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은 조승우와 성악가 김주택의 도전에 ‘샤라웃’(Shout Out)을 외치게 하는 작품이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의 유명 작곡가이자 제작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작품으로 해롤드 프린스(헤롤드 프린스(Harold Smith Prince),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질리언 린(Gillian Lynne) 등 대단한 창작자들이 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꾸렸다.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래 전세계 41개국, 183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공연돼 1억 4000여만명 관람, 6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흥행작이다. 한국에서는 2001-2002년, 2009-2010년 한국어로 공연됐고 2005년과 2012-2013년 그리고 2019년 끝자락부터 코로나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20년 여름까지 오리지널 캐스트로 내한공연됐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유령 역의 조승우와 크리스틴 손지수(사진제공=에스앤코)‘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싱크 오브 미’(Think of Me) 등 그 유명한 웨버의 넘버들과 객석으로 곤두박질하는 1톤짜리 거대한 샹들리에 그리고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등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아리아들로 무장한 오페레타 형식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살며 5번 박스석을 차지하고 있는 천재음악가 유령(조승우·김주택·전동석·최재림)과 그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손지수·송은혜) 그리고 그녀의 연인 라울(송원근·황건하)이 펼쳐가는 이야기다.조승우는 무대 뿐 아니라 TV,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공연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해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의 유난한 이름값은 엄격한 잣대로 ‘가창력’ ‘연기력’ ‘흥행력’ 등 그 가치를 평가받아야하는 요인이기도 하다.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지만 오페레타, 아리아 형식의 넘버까지 소화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우려에 그 대단한 웨버 작품 첫 출연이라는 점도 난관이었을 터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제공=에스앤코)“하이 바리톤의 음역을 소화해야만 했기에 1년이 넘는 장기 공연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처음으로 보컬 발성 레슨을 꾸준히 받았다”고 밝힌 조승우는 연습 초반부터 순차적으로 찾아온 급성 부비동염, 축농증, 비염, 감기로 드레스 리허설까지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만큼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성악으로 10년, 20년을 갈고 닦은 이들의 흉내를 내기보다는 “내 소리에 내가 추구하는 색깔을 입혀보자!” 했던 결심을 이루기 위해 숨이 안쉬어지고 다 포기하고 싶은 “뮤지컬을 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을 감내해야 했다. 프리뷰 기간에도 완전하지 않은 음 표현으로 비판을 받았던 조승우는 “한번도 최고를 꿈꾼 적은 없다”며 했던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김주택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성악가다. 가창력은 말 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팬텀싱어’ 시즌 2에서 ‘미라클라스’(김주택·박강현·정필립·한태인)로 준우승을 하기 전부터 그는 오페라계의 유명인사였다.2009년 스물셋의 나이에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 무대에서 조아키노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피가로로 데뷔해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라보엠’(La Boheme),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청교도’(I Puritani), ‘잔 다르크’(Jeanne d‘Arc) 등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400회 이상의 오페라 무대에 올랐던 성악가였다.그 전적이 아니라도 JTBC ‘팬텀싱어’ 경연과 그 이후 행보에서 그의 가창력은 이미 입증됐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였다.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으로 캐스팅됐을 때도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강점인 오페라 가수였지만 뮤지컬에서도 그 강점이 발휘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첫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연기’ 시험대와도 같았다.섣불리 발성법을 바꾸기 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조승우, 오페라 무대에서 갈고 닦은 연기력을 뮤지컬화하며 진화를 꿈꾸는 김주택에게 ‘오페라의 유령’은 쉽지 않은 도전인 동시에 가창력과 연기력을 확인받는 무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단한 연기자 조승우와 탁월한 가창력의 성악가 김주택은 그 저력을 최선을 다해 입증 중이다.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12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김광보 연출의 첫 체호프 연극 ‘벚꽃동산’…“다양한 인간 군상에 빗댄 저마다의 삶”

연극 ‘벚꽃동산’ 김광보 연출(왼쪽부터), 라네프스카야 역의 백지원, 로파힌 이승주(사진제공=국립극단)“맨 마지막 ‘살긴 살았지만 도무지 산 것 같지가 않아. 아무 것도 없군. 에이 바보 같으니’라는 피르스(박상종)의 대사를 읽으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대사를 통해 인생을 성찰하는 모습이 저한테 느껴졌어요.”김광보 국립극단장이자 예술감독은 스스로 “지금까지 체호프를 잘 몰랐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면서도 연극 ‘벚꽃동산’(5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을 연출하게 된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그저 서사가 분명하고 인물의 성격이 강한, 임팩트 있는 작품을 선호해 왔죠. 바꿔 말하면 ‘벚꽃동산’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피르스의 대사와 더불어 여기엔 굉장히 많은, 다양한 인물군상들이 나옵니다. 그 인물들에 저마다의 삶을 투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연극 ‘벚꽃동산’ 김광보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 사실주의 대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유작이자 그의 4개 희곡으로 꼽히는 대표작이다. 벚꽃동산을 둘러싸고 몰락한 귀족이자 지주 라네프스카야 류보비 안드레예브나(백지원)와 그 집 농노의 아들이었지만 신흥부자가 된 로파힌 예르볼라이 알렉세예비치(이승주), 로파힌과 결혼 얘기가 오가는 라네프스카야의 수양딸 바랴(정슬기), 라네프스카야의 딸 아냐(이다혜) 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광보 연출은 라네프스카야를 연기하는 백지원에 대해 “제가 굉장히 신뢰하고 좋아하는, 어떤 작업을 하든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배우”라며 “백지원 배우가 가진 큰 장점은 기본적으로 호흡이 굉장히 아래에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그래서 어떤 역할을 하든 관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보이스죠. 마냥 천진난만한 인물이 아니라 어떤 무게감을 가진, 아픔이 있는 라네프스카야를 생각했기 때문에 대본을 읽자마자 백지원 배우에게 제안을 했죠.”‘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안나’ ‘레이스’ 등 드라마와 박서준·아이유 주연의 영화 ‘드림’ 등에서 주로 활동하다 ‘벚꽃동산’으로 5년만에 무대에 복귀한 백지원은 자신이 연기하는 라네프스카야에 대해 “5년만에 황폐해진 영혼을 가지고 (벚꽃동산으로) 돌아온 인물”이라고 밝혔다.“위로와 위안, 치유를 받고 싶어서 돌아왔지만 결국 여기서도 떠나야하는, 개인적으로 제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라네프스카야가 저에게, 저도 라네프스카야에게 참 많이 다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무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라노프스카야가 벚꽃동산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제가 배우로서 지키고 싶은 가치와 라노프스카야가 지키고 싶어하는 가치가 조금은 닮아 있다고 느껴지거든요.”연극 ‘벚꽃동산’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이어 백지원은 “라네프스카야는 벚꽃동산이 팔린다는 것도, 경매로 넘어간다는 것도, 나에게 돈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로파힌이 제시한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지도 않는다”며 ‘벚꽃동산’을 “돈이나 경제적인 부분으로 따질 수 없는, 내가 지키고 싶은 어떤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했다.“처음 이 인물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라네프스카야는 사랑이 전부인,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이죠.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오면 사랑이라는 것으로 도망치는 사람이라는 큰 줄기를 잡고 시작했어요. 이 공연에서 라네프스카야는 상대 배우들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해요. 로파힌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것도, 그의 진심도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그 진심을 따라주지 못하는 자책감을 가진 인물이죠.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미 알고 있음에도 어쩌지 못하는 그 지점을 연기해야 했어요.”그리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은 동정에서 시작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이 인물이 가진 감정이나 상황에서 느껴지는 것들에 좀 더 충실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연극 ‘벚꽃동산’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더불어 “너무 어이가 없거나 화가 나도 웃을 때가 있다. 어떤 현실에 부딪혔는데 그걸 도저히 생각할 틈이 없어서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이처럼 극한에 몰렸을 때 감정들에 충실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을 보탰다.“굉장히 사랑받으면서 연습을 했고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좀 행복해요. (공연기간은) 정해져 있고 날짜가 끝나가다 보니 이 행복을 제가 잘 보내줄 수 있을까, 이 상실감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불안감이 있어요. 늘 현실에서 외발로 서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계속 있죠. 그럼에도 이 아름다운 시간들을 잘 지내고 즐기고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어요.”‘벚꽃동산’ 제의를 받고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백지원이 김광보 연출과 더불어 믿고 함께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 이승주는 로파힌에 대해 “현실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과거에 얽매인 인물”이라고 털어놓았다.연극 ‘벚꽃동산’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까지 이 집안의 농노였고 저(로파힌)는 아버지한테 매나 맞던 아이였어요. 벚꽃동산을 차지함에도 라네프스카야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 그리고 그 사람이 베풀어준 것을 떠올리죠. 연출님이 로파힌에게 라네프스카야는 최초의 여성이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됐어요. 최초의 여성이자 이성, 어떻게 보면 사랑을 준 최초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이어 이승주는 “그렇다고 라네프스카야가 굉장한 마음과 애정을 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번도 제대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이 친구가 처한 현실이나 환경이 너무나 척박하고 열악했기 때문에 작은 관심 하나가 이 사람에게 크게 각인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연극 ‘벚꽃동산’ 김광보 연출(왼쪽부터), 라네프스카야 역의 백지원, 로파힌 이승주(사진제공=국립극단)“그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했고 벚꽃동산이 라네프스카야 소유가 아닌 것은 스스로도 인정이 안됐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경매가 끝나고 내 손에 (벚꽃동산이) 낙찰된 거죠. 사실 대본만 읽었을 때는 로파힌의 감정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어요. ‘이렇게 해야 당신이 살 수 있어요’ ‘제발 좀 이렇게 하세요’라고 얘기하다 갑자기 ‘내가 샀어요’ 하거든요. 미안함에도 기분 좋은, 여러 가지가 섞인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하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김광보 연출은 피르스 죽음의 순간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으로 극을 마무리 지은 데 대해 “이 장면은 판타지”라며 “비극으로 풀었다기 보다 희비극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피르스가 죽는 순간의 대사에서 인생을 성찰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고 그 죽음의 의미를 더 강조하기 위해 벚꽃을 날렸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12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창작곡, 인당수신, 문라이트 파드되 등으로 무장한 발레 '심청'

2019 발레 ‘심청’ 공연장면(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가정의 달 5월 눈 먼 아비를 위해 자신을 던진 심청의 이야기가 발레로 무대에 오른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Shim Chung A Legend from the Far East, 5월 12~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4년만에 돌아온다.1986년 케빈 바버 픽카드(Kevin Barber Pickard)가 오롯이 ‘심청’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고 유니버설발레단 초대 예술감독 애드리언 델라스(Adrienne Dellas)가 안무를, 故박용구 평론가가 대본을 담당해 초연된 창작발레다. 초연 이래 꾸준히 진화를 거듭한 ‘심청’은 한국 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뉴욕과 워싱턴 등 15개국 40여개 도시에서 공연되며 사랑받았다.2019 발레 ‘심청’ 공연장면(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이번 ‘심청’은 원작을 토대로 유병헌 현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이 연출한 버전이다. 초연 이후 34년간 안무, 연출, 무대, 의상 등에서 꾸준히 변화해온 ‘심청’의 2023년 공연의 가장 큰 변화는 극 구성이다.무대 전환 테크닉을 개선하면서 기존의 3막 4장, 인터미션 2회, 러닝타임 130여분으로 구성됐던 극은 2막 120분으로 압축된다. 아버지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을 통해 동양 특유의 효 사상과 민간신앙, 부녀지간의 지극한 정, 왕과의 로맨스 등이 무대에서 펼쳐진다.2019 발레 ‘심청’ 공연장면(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심청’은 남자 무용수들의 군무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1막 인당수 신은 고요하던 물결이 휘몰아치는 폭풍우로 변하며 순식간에 사나워진 바다, 그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배 위에서 펼쳐지는 선원들의 역동적인 군무 그리고 두려움 속에 심청이 몸을 던지는 장면이 동시에 구현된다. 이 인당수 신을 비롯해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오롯이 ‘심청’만을 위해 작곡된 음악 그리고 궁궐 달빛 아래 왕과 심청이 사랑을 약속하는 문라이트 파드되(2인무)가 하이라이트”라고 추천했다.2019 발레 ‘심청’ 공연장면(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우아한 백 캄브레(뒤로 활처럼 휘는 발레 동작), 아라베스크(한 발로 서서 한 손은 앞으로 뻗고 다른 한 손과 다리는 뒤로 뻗은 자세), 잇단 리프트(들어올리기) 동작 등으로 무장한 왕과 심청의 문라이트 파드되는 “정말 많은 갈라공연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명장면”이라는 귀띔이다.더불어 영상으로 투사되는 바다 속 심청, 용궁에서의 바다 요정, 진주·인어·물고기들 등의 화려하고 섬세한 디베르티스망(발레의 줄거리와는 상관없는 무용), 궁에서 궁녀들이 선보이는 기품어린 군무, 피어나는 연꽃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심청, 심청과 용왕의 경쾌하면서도 신비로운 파드되 등도 볼거리다.수석무용수 강미선과 홍향기, 솔리르스 한상이 그리고 2월 스위스 로잔발레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박상원이 심청으로,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칸토지 오코비얀바, 강민우, 미국 툴사 발레단에서 활동하다 수석무용수로 다시 돌아온 이현준 등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발레리노들이 왕과 용왕, 선장으로 번갈아 매일 무대에 오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10 18:30 허미선 기자

쇼뮤지컬 '드림하이' 프리뷰 13일 시작…저스트절크·위댐보이즈 협업

(사진=아트원컴퍼니)K팝 톱 댄서들이 모인 쇼뮤지컬 ‘드림하이’가 프리뷰 공연을 선보인다.4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드림하이 프리뷰 공연은 오늘 13일 시작된다.이 작품은 춤에 드라마를 녹여 서사를 풀어가는 쇼와 뮤지컬이 융합된 공연이다.최영준 안무 감독을 필두로 한 댄서팀에는 힙합, 팝핑, 비보잉 등 K-댄스를 이끄는 세계적인 댄서들이 섭외돼 극에서 춤의 비중이 높아졌다.이로써 인물이 겪는 상황과 감정들이 배우, 댄서들의 움직임을 통해 구현돼 빈틈없이 무대를 채워간다.드림하이의 10년 후를 이야기하는 만큼 주요 인물의 개성과 이야기가 어떤 춤선과 퍼포먼스로 표현될지 ‘쇼’적인 구성이 기대를 모은다.또 10년이 흐른 시점을 반영해 뮤지컬 넘버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귀에 익숙한 노래들을 편곡, 인물과 같은 추억을 공유해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원작에서 10년이 지난 뒤 재회한 송삼동과 제이슨, 진국, 윤백희 등은 잊고 있었던 꿈을 발견하는 여정으로 관객에게 ‘꿈 꿀 용기’를 전한다.주연 배우로는 위너 이승훈, SF9 유태양, 카라 박규리, 장동우, 니엘, 아스트로 진진 등 K팝 아티스트들이 합류했다.제작사 아트원컴퍼니 관계자는 “관객들에게 기존의 뮤지컬과 다른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소개하고 싶다”며 “개막 후에는 유명 댄스 크루 ‘저스트절크’, ‘갬블러크루’, ‘위댐보이즈’ 등과 협업한 공연 이벤트를 기획, 확장된 댄스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말했다.쇼뮤지컬 드림하이는 오는 13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며, 티켓 예매는 예매처 인터파크와 예스24, 티켓링크를 통해 진행된다.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23-05-04 13:52 장애리 기자

[비바100] 뮤지컬 ‘맘마미아!’ 최정원 “날아갈 것만 같은 지금도, 가루가 돼서도 댄싱퀸!”

2007년부터 16년째 뮤지컬 ‘맘마미아!’ 도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춤을 잘 춰서 ‘댄싱퀸’이 아니에요. 어느 순간이든 지금 가장 빛나는 모두의 인생을 축복해주는 말인 것 같거든요. ‘지금 이 순간 네가 주인공이야! 사랑해’죠. (뮤지컬 ‘맘마미아!’ 넘버 ‘댄싱퀸’ 가사처럼) ‘신나게 춤춰 봐. 인생은 멋진 걸 기억해. 그 자리에서 넌 댄싱퀸이야. 너 진짜 멋있어!’예요. 모든 관객들에게 지금 그 자체로도 댄싱퀸이라고 해드리고 싶어요. 나 같은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잖아요. “2007년부터 16년째다. 16년째 뮤지컬 ‘맘마미아!’(6월 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의 도나(최정원·신영숙)로 1000회 넘게 무대에 오른 최정원은 극 중 과거 비슷한 시기에 만났던 세 남자 샘(김정민·장현성,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과 해리(이현우·민영기), 빌(김진수·송일국)의 대사처럼 “여전히 아름답다.”뮤지컬 ‘맘마미아!’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16년 동안 단 한번도 같은 적이 없어요. 제가 아침에 먹은 음식, 만난 사람들 등에 영향을 받거든요. 어떤 날은 좀 더 다정한 친구가 되고 독립적이 되기도 하죠. 한번도 같은 적이 없어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는 공연을 떠날 거예요. 제 배터리가 죽어가는 걸 테니까요.”◇16년차 도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모든 작품이 재밌지만 특히 ‘맘마미아!’는 진짜 제 인생작이에요. ‘맘마미아!’를 하려고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후배들이 새로 오면 제가 하면서 좋았던 부분을 알려주며 대화를 나누고 또 후배의 좋은 점을 제가 배우면서 도움을 많이 받아요.”‘맘마미아!’는 세계적인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3개로 넘버를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로 1999년 웨스트엔드, 200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2008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다.“새로 온 배우들이 에너지를 줘요. 특히 아빠분들이 많은 자극을 줬죠. 실제로 (샘 역으로 새로 합류한) 장현성 배우님이 ‘무대에서 매일 설렌다’고 굉장한 칭찬 같은 고백을 해주셨어요. 무대에서 만날 때면 진짜 샘이 되는 것 같다고. 상대가 그러니까 저 또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더불어 딸 역의 배우에 따라 달라지는 스스로를 느끼기도 한다는 최정원은 “요즘 아이들은 화를 다 발산 안한다. 눈을 똑바로 보면서 조근조근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하는데 정말 더 큰 상처”라며 “그들에 따라 리액션을 하다 보니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술을 마시고 난리를 치는 스카이와 친구들에게 저 역시 조근조근, 절제하면서 ‘시끄러’를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리액션이 너무너무 재밌어요. 축구랑 똑같아요. 어디로 어시스트가 될지 모르고 제가 (그 어시스트로) 골을 넣을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 긴장감이 너무 좋습니다.”2007년 뮤지컬 ‘맘마미아!’ 도나로 무대에 오른 최정원(가운데). 타냐 역의 전수경(왼쪽)과 로지 이경미(사진제공=신시컴퍼니)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된 ‘맘마미아!’에서 최정원은 2007년부터 도나로 합류해 16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다. 1989년 ‘아가씨와 건달들’을 시작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카고’ ‘렌트’ ‘마틸다’ ‘넥스트 투 노멀’ ‘시카고’ ‘브로드웨이 42번가’ ‘빌리 엘리어트’ 등 다양한 작품들로 두루, 오래 무대에 선 최정원에게도 단일 배역으로는 최장기간이다.“뮤지컬 ‘시카고’는 록시로 시작해 벨마로 옮겨갔으니 한 배역을 제일 오래 한 작품이 ‘맘마미아!’죠. 도나로 상상을 초월한, 1000회를 넘게 무대에 올랐어요. 제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단일 배역 1000회 이상을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없을 것 같거든요.”그리곤 “내가 오늘 할 대사, 오늘 만나는 딸 소피(김환희·최태이), 그 딸한테 ‘얘는 창창한 인생을 벌써’ 이러면서 스무살에 결혼은 안된다는 짜증, 친구 타냐(홍지민·김영주)와 로지(박준면·김경선)에게 하는 하소연 등 하나하나가 다 너무 소중하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맘마미아!’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제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제 앞에 수식어가 ‘뮤지컬 배우’잖아요. ‘맘마미아!’ 최정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매일 매일이 좋아요!”“너무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싶어서요.”2008년 전세계 최고의 도나로 선정돼 스웨덴 말뫼 아레나 개관 기념 갈라쇼에서 아바(ABBA)와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던 최정원은 하루 만보 걷기, 좋은 음식 먹기와 안좋은 음식 안먹기를 비롯해 자기관리에 철저한 배우다. 자타공인 “제일 먼저 출근하는 배우 중 하나”로 “충무아트센터 불을 제일 먼저 켠다.”“실장님(매니저)한테 약수 역에서 내려달라고 해서 극장까지 걸어요. 저희 엄마들 분장실에 계단이 좀 많은데 그 계단을 10번 정도 왔다갔다 하면서 워밍업을 하고 가끔 꽃을 꽂기도 해요. 그리곤 무대에서 혼자 처음부터 2시간 30분가량을 해봐요.”처음 도나로 ‘맘마미아!’ 무대에 올랐던 2007년 그는 첫 공연을 끝내고 열이 40도까지 올라 응급실로 실려간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공연 준비와 무대에 집중하느라 몸에 이상이 생긴 줄도 몰랐다가 무대에 서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제 쓸개에 담석이 3개가 있다며 더 이상 공연을 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돌 자체가 컸고 염증 때문에 숨을 못 쉴 정도로 열이 올랐기 때문에 수술을 하든 빨리 빼내야 한다고. 첫 공연을 올린 상태에서 잠깐이라도 제가 빠진다는 게 저에겐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수술과 회복에 필요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그 2주 동안의 제 인생이 없어집니다. 저는 ‘맘마미아!’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데 저 이거 해야합니다’ 이러면서 강행을 했죠”그렇게 극구 말리는 의사의 허락을 받고 두달 간의 공연을 강행한 최정원은 수술을 받기 위한 검사에서 이미 담석이 다 빠져버린 걸 확인했다. 상황이 이러니 “저는 ‘맘마미아!’를 하려고 태어났다”는 최정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2007년부터 16년째 뮤지컬 ‘맘마미아!’ 도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습도, 준비도, 고민도 많이 했는데 아프면 표현을 못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니까요. 이 작품이 정말 체력이 중요해요. 연기만, 노래만 잘해서도 안되고 모든 게 조화로워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날의 제 체력이 이 작품에 너무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죠.”그는 “어제 본 관객도, 오늘 본 관객도 나가면서 ‘저러다 최정원 죽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매일 그렇게 제 체력을 다 쏟아내니까 힘들다기 보다 몸이 다시 재정비가 되는 걸 느낀다”고 털어놓았다.“(그렇게 무대에서 다 쏟아내니까) 제 몸에도 좋더라고요. 실제로 몸 컨디션이 너무 좋아요. 사람들이 ‘매일 어떻게 좋아요?’라고 물어보는데 이걸 뭐라고 답할 수가 없어요. 매일 매일 산책과 걷기는 기본이고 분장실 계단을 10번쯤 오르내리고 공연 전 2시간 넘게 혼자서 무대 리허설을 해요. 몸에 좋은 건 먹고 몸에 나쁘다는 건 안먹고…사실 음식도, 운동도 중요하지만 감사하면 세상에 다 감사해지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다 힘든 것 같아요.”◇‘이긴 사람만이 모든 걸 다 갖죠’부터 ‘치키티타’까지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맘마미아!’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갑자기 나타난 샘에 흔들리는 도나가 부르는)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 이긴 사람만이 모든 걸 다 갖죠)은 왜 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드라마와 감정을 거기까지 잘 쌓아올려선지…진짜 잘 만든, 고급진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어요.”최정원이 “5번이나 반복하는, 그래서 어찌 보면 부르는 사람은 좀 힘들다”는 ‘이긴 사람만이 모든 걸 다 갖죠’라는 가사에는 ‘네가 이긴거야’ ‘지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여전히 흔들리려’ ‘나 그만 할게’ ‘사랑을 갖게 될 거야’ ‘그때 나에겐 아무 것도 없었어’ 등 다양하고도 복잡한 감정들이 실린다.“16년 동안 매번 하는 곡이니 담담해질 만도 한데 상대가 주는 에너지, 관객들의 에너지가 합쳐지면서 북받쳐 올라요. 저 감정으로 20년 동안 샘을 사랑했겠구나 싶어서 관객들께서도 저마다의 사랑과 기억을 떠올리면서 도나가 안쓰럽다고 느끼실 수 있겠다 싶어요. 우리 포스터의 여자가 애도 어른도 아닌, 소피도 도나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거든요. 저 역시 소피인가, 소피 나이의 도나인가 여러 가지 상상을 했지만 아마도 관객이 아닌가 싶어요.”최정원은 극 중 소피와 그가 엄마 몰래 초대한 샘과 해리, 빌이 함께 부르는 ‘생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 후 “네가 도나의 딸이구나”라는 샘의 대사가 가장 가슴을 울린다고 털어놓았다.“그 장면에서 저는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샘이 (소피가 도나의 딸이라는) 그 사실을 발견하면 막 눈물이 나요. 다른 사람은 못알아보는데 샘이 알아보는 대사에 저도 모르게 슬퍼지고 눈물이 나고 그래요. 최근에는 친구들이 불러주는 ‘치키티타’(Chiquitita)에서 눈물이 나요. 세상에서 혼자라고는 하지만 무대 위 친구들에게 진짜 위로 받거든요. 그래선지 힘든 일이 있을 때 이 ‘치키티타’를 들으면 너무 행복해지죠.”더불어 엄마와 화해하기 위해 도나의 방을 찾은 소피의 머리를 빗기며 부르는 ‘슬리핑 스루 마이 핑거스’(Slipping Through My Fingers)에 대해 최정원은 “어느덧 커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머리카락같은 아이가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맘마미아!’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예전보다는 되게 담담해진 것 같아요. 되게 허밍하듯이 부르죠. 실제로 제 딸이 그만큼 성장했고 소피 나이가 돼서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까지 제가 매일 머리를 빗겨주고 묶어줬거든요. 제가 처음 도나를 시작한 게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어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 그 아이가 시집갈 나이가 됐잖아요. 그게 작품에 나왔다는 게, 어떻게 이런 장면을 만들었을까 싶어요.”뮤지컬 배우인 최정원과 싱어송라이터인 딸 유하는 극 중 도나와 소피 처럼 살며 사랑하며 성장했다. 최정원은 “그 아이를 출산하면서 제 부모한테서는 느끼지 못했던 모성이라는 걸 알게 됐고 무대에서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사춘기 때는 소피보다 더 심한 소리도 했는데 이제는 ‘엄마 괜찮아?’라고 안부를 물어오기도 하고 ‘진짜 너무 멋있다’고 얘기해주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가끔 딸 아이에게 전화가 오면 아무 말도 안해요. 울고 있거든요.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전화기를 들고 5분 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모녀 사이가 된 게 너무 좋아요. 엄마와 딸 사이는 다 오픈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내 아이가 힘들어할까 뭔가 감정을 들키지 않고 절제하면서 할 수 있게, 제가 추구하는 딸과의 관계를 한국적 정서로 풀어내고 있죠. 제 딸 때문에 모성이라는 걸 알게 되고 무대에서 잘 표현할 수 있게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놀이처럼 30여년 “가루가 돼서도 댄싱퀸!”2007년부터 16년째 뮤지컬 ‘맘마미아!’ 도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제가 놀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영화 ‘포드 대 페라리’란 영화 주인공이 자기 아버지가 한 말을 인용하는 연설에 명대사가 있어요. ‘아들아. 어렸을 때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평생 일을 안하고 살 수 있단다.’ 제 얘기더라고요.”데뷔 30여년을 훌쩍 넘긴 뮤지컬 배우로서 지치지 않은 데 대해 이렇게 전한 최정원은 “저김도 저는 매일 놀고 있다”며 “뮤지컬 ‘마틸다’도 재밌고 ‘빌리 엘리어트’도, ‘시카고’도 재밌는데 그렇게 노는 것 중 가장 재밌는 게 ‘맘마미아!’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행복해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해요. 행복해 하며 치는 박수를 받으면 몸에 누가 건전지를 끼운 것처럼 ‘찌리리’ 해요. 그런 ‘맘마미아!’의 중심에 제가 있는 거예요.”뮤지컬 ‘맘마미아!’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16년차 도나로서 이번 ‘맘마미아!’에 대해 최정원은 “이후 시즌에서는 더 완벽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이번 시즌이 도나의 정서를 가장 가깝게 표현할 나이가 된 것 같다”며 “제 모든 일상에서 작품 속 대사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사랑, 행복과 더불어 이 작품의 주제는 기쁨이더라고요. 관객은 물론 지금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기쁘기 위해서 진짜 온전히 사랑을 다 주고 있어요. 특히 이번 시즌은 온전히 사랑을 다 주고 받게 된 것 같아요.”도나로 무대에 올랐던 16년을 “뾰족했던 돌을 제가 손으로 만져 동글동글, 반질반질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표현한 최정원은 “이제 ‘댄싱퀸’은 제 인생 곡이 됐고 도나와는 친구가 됐다”고 털어놓았다.“도나는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최정원에게 ‘진짜 댄싱퀸과 도나가 대한민국에 있었구나’라고 얘기해줄 것 같아요. 배우인 최정원은 도나를 안아주고 싶어요. ‘고맙다’ 그리고 ‘도나가 나여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이어 “너무 고마운 캐릭터”라며 “엄마로서도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넓은 스팩트럼을 선사했고 여자로서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춤과 노래 모든 게 잘 맞는 그런 도나여서 고맙다. 지금은 진짜 제일 소중한 친구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딸에게 제 비명에 꼭 써달라고 했어요.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 거야. 기억해라. 너 최고의 댄싱퀸 최정원. 배우로서 최고의 댄싱퀸으로 살았다’고. 그리고 옆에 꼭 ‘댄싱퀸’을 틀어달라고도 했어요. 그것만 있으면 무덤 안에서, 화장해 가루가 됐어도 ‘댄싱퀸’을 부르며 춤을 출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01 18:00 허미선 기자

뮤지컬 ‘그날들’ ‘투란도트’ 등의 장소영 음악감독, 하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취임

장소영 하남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사진=브릿지경제DB, 이철준 기자)뮤지컬 ‘그날들’ ‘형제는 용감했다’ ‘투란도트’ ‘인간의 법정’ 등의 작곡가이자 장소영 음악감독이 하남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장소영 대표이사는 2일부터 하남시로부터 정식 임명돼 근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2년. 그는 “그동안 재직해 왔던 홍익대학교를 휴직하고 하남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돼 활동하게 됐다”며 “20년 간 음악감독으로 쌓아 온 경험, 지역과 예술문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 예술문화발전 기여에 대한 큰 꿈 등을 모아 이곳 하남에서 펼쳐보려고 한다”고 알렸다.장 대표는 “하남문화재단이 시민 문화를 선도하며 예술이 삶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며 “지역 예술인, 유관 기관과의 강화된 협업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예술교육을 활성화하고 하남시만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축제를 기획할 것”이라 포부를 전했다. 이어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문화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국제교류를 통해 지역문화를 세계로 알리는 미션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재단 관계자는 “공연 현장에서 쌓아온 장소영 대표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통해 공연과 함께 지역특화 문화 콘텐츠가 더 풍부해질 것”이라며 “장 대표이사의 취임으로 달라질 하남문화재단의 다양한 역할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장소영 대표는 연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전임교수를 역임했으며 ‘2018 평창올림픽 퍼레이드 및 콘서트‘ ‘2012 여수 세계 박람회’ 등 국가·기관 공식 행사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했다.뮤지컬 및 테마파크 총괄 음악감독, 광고 등을 비롯해 채널A ‘뮤지컬 스타’ 등 다수의 오디션 TV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중국, 일본, 베트남 등과의 국제 문화 교류까지 이뤄내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그동안의 음악창작활동을 접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된 개념의 새로운 창작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묵직한 책임감은 물론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새로운 돛을 달고 항해를 준비하는 하남문화재단과 신나게 출발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5-01 13:43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글로벌 출격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5년 내에 3개의 오리지널 IP 확보, 근간은 완성도”

글로벌 신작에 대해 발표 중인 오디컴퍼니(주) 신춘수 대표(사진제공=오디컴퍼니)“저의 핵심가치는 작품의 완성도였습니다. 지금까지 한순간도 이걸 놓은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컴퍼니의 비전인 세계적인 뮤지컬 프로덕션 컴퍼니의 미션은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전세계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거죠.”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27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계적인 뮤지컬 프로덕션 컴퍼니”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작품의 완성도”를 재차 강조했다. 오디컴퍼니는 조승우, 김준수, 홍광호 등을 내세운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으로 한국 뮤지컬 산업 부흥을 이끌었던 제작사다.신춘수 대표가 밝힌 오디컴퍼니의 목표는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캣츠’ ‘사운드오브뮤직’ 등으로 41개국 186여개 도시에서 7조 8000억원 매출을 기록한 영국 웨스트엔드의 RUG(The Really Useful Group), ‘라이온킹’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을 21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선보이며 누적매출 10억 5300억여원을 올린 미국 브로드웨이의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Disney Theatrical Group)과 경쟁하는 글로벌 뮤지컬 프로덕션 컴퍼니다.글로벌 신작 중 하나인 ‘위대한 개츠비’ 포스터(사진제공=오디컴퍼니)“5년 안에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글로벌 뮤지컬 제작사로서 10억 달러, 1조원 가치의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고 알린 신춘수 대표는 “한국 뮤지컬 역사의 새로운 획이 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뮤지컬 프로덕션 컴퍼니”라는 비전 달성을 위한 키워드로 글로벌과 오리지널 IP를 꼽았다.“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글로벌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확장하고 콘텐츠 산업으로서 가치를 확보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성도 높은 우리 뮤지컬을 제작해 세계에서 통하는 원천 IP 홀더로서 전세계로 확장하는 것이 오디컴퍼니의 목표죠.”이어 ‘위대한 개츠비’ ‘일 테노레’ ‘캡틴 니모’ ‘피렌체의 빛’ ‘어거스트 러쉬’ ‘워더링 하이츠’ ‘나는 리차드가 아니다’ 등 향후 5년 동안 순차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개발 및 디벨로프 해온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글로벌 뮤지컬 프로덕션 컴퍼니를 향한 디딤돌이 될 오디컴퍼니의 신작들은 고전 소설 혹은 영화 등을 바탕으로 재해석과 변주가 주를 이룬다. F. 스콧 피츠제랄드의 동명 고전소설을 재즈와 팝 넘버로 변주한 ‘위대한 개츠비’는 2020년 작가진을 구성하고 첫 트리트먼트를 시작해 2022년 테이블 리딩, 5월과 8월 브로드웨이에서 두 차례의 29시간 리딩을 거쳐 12월 AEA 워크샵을 마친 작품이다. 올해 10월 22일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의 월드 프리미어를 거쳐 내년 6월 이후 브로드웨이 입성을 목표로 하는 작품으로 1920년대 사랑과 꿈을 좇는 인간의 단상으로 지금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글로벌 신작에 대해 발표 중인 오디컴퍼니(주) 신춘수 대표(사진제공=오디컴퍼니)1920년대 풍미했던 재즈와 넬슨 리틀 스타일의 빅 밴드 편곡, 브루노 마스 스타일의 팝 음악이 메시업된 넘버가 웅장하고 몽환적인 무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 입성작이 될 작가 케이트 케리건을 비롯해 작사가 네이단 타이슨, 작곡가 제이슨 홀랜드, 연출 마크 브루니, 안무가 도미니크 켈리 등 브로드웨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창작진들이 대거 투입된다. 이어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 현지에서도 굉장히 놀랄만한 캐스팅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일 테노레’는 6.25 전쟁 발발 전까지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을 연출하고 성악가로 무대에도 올랐던 실존인물인 이인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의사이기도 했던 이인선을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한국 최초의 오페라를 꿈꾸는 이선, 독립운동가 진연 그리고 진연을 짝사랑하는 수한 등 암흑같은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다간 이들의 이야기다.글로벌 신작 중 하나인 ‘일 테노레’ 포스터(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적으로 해석해 새로 창작한 오페라 아리아로 문학성과 고전성을 살린 작품으로 신 대표에 따르면 “이미 음악이 완성돼 뉴욕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의 콤비 작가·작사·작곡가인 박천휴와 윌 애런슨, ‘데스노트’ ‘미세스 다웃파이어’ ‘그레이트 코멧’ 등의 김동연 연출, ‘지킬앤하이드’ ‘웃는 남자’ ‘마타하리’ ‘베토벤’ 등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 한국 창작진들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신 대표는 “이 작품은 올 1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이고 브로드웨이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더불어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지구 속 여행’을 모티프로 한 ‘캡틴 니모’,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데스노트’ ‘엑스칼리버’ ‘시라노’ ‘웃는 남자’ 등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넘버를 꾸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대결을 그린 ‘피렌체의 빛’,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어거스트 러쉬’,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워더링 하이츠’,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모티프로 한 ‘나는 리처드가 아니다’ 등이 라인업됐다.“5년 안에 ‘위대한 개츠비’ ‘일 테노레’ ‘피렌체의 빛’ 등 전세계적으로 정말 사랑받는 3개 이상의 오리지널 IP를 확보해 세계로 확장하는 컴퍼니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재무적인 파트너와 전략기업이 생기면 K팝처럼 큰 시장으로 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닥터 지바고’ 등처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무대를 올리며 경험한 뼈아픈 실패를 토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는 트리트먼트 구성부터 트라이아웃까지를 진행하며 확신과 기대가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좋은 작품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4-29 1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 “누구도 안갔던 길, 소심하지 않게 뚜벅 뚜벅”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이제 허니문이 지났어요. 모두들 저한테 굉장히 호의적으로 대해주셨고 오페라단 내에서도, 밖에서도 기대감이 굉장히 컸죠. 이제야 조금씩 맞춰 가면서 살고 있습니다.”지난 2월 새로 임명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은 자신의 상태를 ‘결혼’에 비유했다. 마냥 좋기만 하던 신혼을 지나 이제 비판과 지적들을 접하는 “웃음기가 사라지는 순간들로 실감하고 있다”는 그는 “순진한 생각으로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현실적인 감각이 좀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독일 프랑크푸르트-오더 극장(클라이스트 극장), 카셀 국립극장,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였고 2000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성악과 교수였던 그는 “이 안에 들어와 보니 막연하게 외부 사람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털어놓았다.“밖에 있을 때는 마음 편하게 비판도 하고 ‘왜 이러냐’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하기도 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해도 되고…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이제 막 신혼이 지났나봐요. 조그마한 일들이 생기는 걸 보니.”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당장은 예산이 문제다. 최 단장이 부임하기 전 이미 내년까지 기획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당장 내년 예산이 삭감된다는 얘기가 와서 우리가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던 모든 것들에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며 “조금 미루거나 절약 혹은 축소해서 진행하거나 해외 출연진들에 양해를 구하는 식으로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전통의 계승과 현대화 그리고 대중화의 기로에서 “오페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예술 분야 중 하나예요. 전통과 혁신 그리고 실험적인 결합해 발전하며 지금까지 전승돼 온 예술이죠. 재해석하고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 결합, 새로운 기술 활용, 실험적인 기법 및 무대 연출 등을 시도하며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새 시대의 음악적 흐름과 대화하면서 진화해왔어요.”전통 장르에서 빠지지 않는 현안이자 고민거리는 관객 개발 및 확장 등 수요의 문제다. 오페라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오페라는 노래, 무용, 연기,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가 모여 만들어내는 예술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예술”이라며 “그 가치가 절대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이에 최 단장은 전통의 본질은 고수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의 연출, 현대기술을 접목한 무대제작, 의상 등과 창작오페라”로 현대화와 대중화를 추구할 예정이다.“아무리 수요 창출이 급하고 대중화가 절실해도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약간 문턱을 낮추는 접근 방식을 계획 중이죠. 가격을 조정하고 오페라에 낯선 이들을 위한 사전 교육 프로그램 등 시스템을 만들고자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이어 “이 모든 시스템의 근간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재밌으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며 “어린시절부터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어려서의 문화경험이 평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저 역시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당시에는 억지로 갔던 공연들, 연주들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게 싹을 틔워 지금 예술가가 된 것 같거든요. 제 아들도 독일에서 태어나 제가 연습하는 걸 매일 보면서 대여섯살 무렵엔 오페라 전곡을 외웠으니까요. 그런 기회를 아이들에게도, 부모님들에게도, 서울 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 제공했으면 좋겠어요.”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그리곤 “현재 국립오페라단 내에 있는 문화소외지역을 위한 프로그램을 좀더 확대시켜 이어갈 것”이라며 이탈리아에서 진행됐던 어린이 프로그램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밀라노의 600~700석 되는 조그마한 극장이었어요. 아침 9시 극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이 왁자지껄 시끄럽고 난리가 났죠. 그러다 연주가 시작되고 지휘자가 돌아서서 아이들한테 지휘를 하니 노래를 하더라고요. 똑같은 가사, 멜로디로 노래를 하고 정리를 하고 또 다시 노래를 하고 정리를 하고…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면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는 걸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작품도 아닌 창작물이었어요. 전 지구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공기오염, 플라스틱 등 환경문제에 대한 이야기였죠. 그게 현대화 같아요.”이어 “지방의 작은 학교 학생들이었는데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은 예술가였다. 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몇 달 후 모여 함께 연주하고…”라 전한 최 단장은 “특히 어릴수록 예술로 받은 것들이 강하고 오래 가는 것 같다. 좀 잊고 지내가다도 다시 경험하면 또 떠올리고…오래 걸리는 작업이지만 어린이 교육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국립오페라단 내에도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있어요. 어린이를 위한 그 프로그램을 좀 확장하고 싶어요. 환경 등 지금의 이슈들을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오페라를 몇 편 함께 하고…그러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미래의 자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K컬처 열풍, 그래서 중요한 창작뮤지컬“오페라는 장르 자체가 서양의 고전이에요. 우리 클래식 인재들이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부분은 매우 뛰어나도 결국 유럽음악이죠. 우리만의 얼과 한, 정서 등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어내야 해요. 그래서 창작오페라가 중요하죠.”한국 오페라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세게 불고 있는 K컬처 열풍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정서, 색채를 담은 “창작오페라가 중요하다”고 밝힌 최 단장은 “우리 것을 오페라적인 소리로 승화시킨 창작오페라가 K컬처의 진정한 의미를 담는 거라고 생각한다. 창작작품에 대한 지원을 아낌없이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을 보탰다.이에 2025년부터는 신작을 비롯해 한편의 창작오페라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내년에 공연될 작품 중 서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의 ‘서부의 아가씨’를 제외한 바그너의 ‘탄호이저’,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벤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가 신작이다.“바그너의 ‘탄호이저’는 무겁고 어렵지만 그 뒤로 상상의 세계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바그너 작품 입문에 편안한 작품이죠. 벤자민 브리튼 ‘한여름 밤의 꿈’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이야기로 판타지가 있고 젊은 세대를 향한 메시지도 많아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악가들도 우리가 알고 있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등만이 아니라 카운트테너, 콜로라토라 소프라노 등 굉장히 다양하고 세분화된 성부의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젊은 성악가들을 배치하려 노력하고 있죠.”◇20여명의 자체 앙상블, 젊은 지휘자·작곡가 발굴 “결국 작품!”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요즘은 ‘레지테아터’(Regie-Theater), 연출을 중심으로 한 오페라가 주목받고 있어요. 음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연출, 연기, 캐릭터 분석 등이 중요해졌죠. 그러다 보니 외부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시간은 제한돼 있고 연기를 따로 연습시킬 수도 없죠. 그래서 국립오페라단 자체 내에 우리 앙상블을 만들고 싶어요. 매일 훈련을 시키고 실험도 해보고.”초기에는 “유연함을 갖춘 형태로 20여명 규모를 고려하고 있다는” 최 단장은 “성악 파트에 맞춰 구성해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진짜 필요한 그런 과정을 거쳐 서로 눈만 봐도 어떻게 할 줄을 알 정도로 케미스트리가 맞는 앙상블을 만들어 젊은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잘 훈련시켜 무대에 설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그들은 국립오페라단의 뿌리가 되고 큰 나무로 성장할 거예요. 그런 앙상블을 지속적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수장이 오더라고 지속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의 헌법이 변하지 않고, 변해서도 안되는 것처럼요.”뮤지컬에서 운용 중인 ‘얼터네이트’ ‘언더스터디’ ‘스탠바이’ ‘커버’ ‘스윙’ 등까지도 염두에 둔 자체 앙상블과 더불어 최 단장은 젊은 지휘자와 작곡가 발굴·지원·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유지하는 건 너무 중요한 일이에요. 지속적으로 젊은 층이 올라올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분야에서 음악적 창조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죠.”이어 “음악적 창조성을 발휘할 작곡가, 연주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지휘자를 키워내는 것은 새로운 음악 창작, 새로운 작품, 예술적 경쟁력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밝혔다.“젊은 성악가들 뿐 아니라 오랫동안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이들도 나이가 먹었다는 이유로, 무대활동이 좀 소홀해졌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면 충분히 해내요. 시간을 좀 더 주면 돼요. 파바로티나 우리의 자랑인 연광철 성악가도 너무 잘,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잖아요.”젊은 성악가, 작곡가, 지휘자, 연출가 등의 발굴·지원·육성 그리고 선배들의 등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이에 대해 최 단장은 “지금까지는 명목상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느낌이었다”며 “어떻게 하면 수치적으로만 맞추는 게 아닌 진정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이어 “결국 시스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수장이 바뀌어도, 어떤 변화가 생겨도 견고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뛰어넘는 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젊은이들이 나도 저기 들어가 함께 활동할 수 있겠구나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 사회적인 관심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정부의 아주 든든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한번은 안 갔던 길을 가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주 용기 있게, 소심하지 않게 그냥 뚜벅 뚜벅 앞으로 가보고 싶어요. 그 발자국들에 굳이 제 이름이 새겨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우리 오페라가 한번쯤은 새로운 도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4-28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또 한 단계 진화한 ‘일무’…“이번엔 꺾이지 않는 ‘죽무’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기자간담회(사진=허미선 기자)“관객들이 전통에 관심을 안갖는 이유는 변화하지 않고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에 ‘일무’는 그 동안 보여줬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통의 이미지를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그런 변화와 여러 가지 기술적 요소들 보다 중요한 건 무용단이 보여준 최고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5월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기자간담회에서 정구호 연출은 “서울시무용단 무용수들의 노력”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일무’는 가장 단순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돼 하나의 동작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새로운 ‘일무’를 보여주고자 하는 무용단원들과 단장님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도 지루하지 않게, 긴장감 넘치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습니다.”서울시무용단 ‘일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정구호 연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안무, 김성훈 안무, 김재덕 안무·음악으로 지난해 초연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화하는 새로운 시도로 3000여석 규모의 극장에서 펼쳐진 4회 공연 객석 점유율이 75%에 달했던 작품이다.초연에 이어 이번 ‘일무’에서도 안무와 음악을 맡은 김재덕 안무가·작곡가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인 느낌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최대한 미니멀하게 하면서 서양음악의 저음에 속하는 콘트라베이스와 첼로를 이용해 약간 아쟁 같은 소리를 표현했고 하이브리드를 위해 신디사이저를 모호하게 깔았다”고 설명했다.김성훈 안무가는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전통이라는 게 쉽지가 않았다. 저희도 ‘일무’를 배웠음에도 전통 가지고 창작을 하는 게 어려웠다”며 “기존 틀에서 생각을 좀 달리 해 각도도 틀어보고 상체로 시선을 끌기도 하면서 움직임을 좀 확장시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서울시무용단 ‘일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지난해 초연 당시 전통과 혼재, 창작무 3개막으로 구성됐던 ‘일무’는 파격적인 의상과 남성무 특유의 다이내믹이 넘치는 ‘죽무’를 더해 4막으로 재구성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혜진 예술감독은 1, 2막의 전통 일무에 이어 3막에서 선보일 ‘죽무’에 대해 “굉장한 난이도의 춤으로 한달 동안 연습을 하다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된 무용수가 있을 정도”라며 “선비의 절개를 나타내는 대나무가 내려와 이를 부러뜨리지 않고 자유롭게 춤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감독은 “5월의 ‘일무’는 전통 그대로 올리는 ‘일무’는 아니다. 연희에서 사용하는 ‘일무’에 초점을 두고 줄을 지어 춤을 춘다는 의미”라며 “이 시대에 ‘일무’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의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열 맞춰 같이 춤추며 복잡한 이 사회가 하나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획일화가 좋기만 한 말은 아닙니다. ‘일무’에서의 획일화는 질서를 지키고 서로의 본분을 잘 지키면서 마음을 다잡자는 의미죠. 질서와 본분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둔, 그러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하늘로 보내는 안무예요.”서울시무용단 ‘일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성훈 안무가(왼쪽부터),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정구호 연출, 김재덕 안무·음악(사진=허미선 기자)이 ‘죽무’에 대해 정구호 연출은 “2막까지 전통 ‘일무’를 보여주고 완전 컨템포러리한 ‘新일무’를 선보일 4막으로 가기 전 한번 딛고 가는 3막을 만들었다”며 “우리 전통 중 쉼을 보여주기 위한 막”이라고 설명했다.“느긋한 쉼이 아니라 완전 컨템포러리로 가기 전의 긴장감과 디딤을 만들기 위한 막입니다. 템포는 빠르지 않지만 3, 40개에 달하는, 엄청난 난이도의 무용들이 등장하죠. 대나무를 상징하는 파이프를 건드리지 않고 굉장히 예민하게 춤추는 동작들을 할 겁니다.”전통의 진화에 집중해온 정구호 연출은 “국립극장 ‘향연’까지가 전통을 정리하는 개념이라면 그 이후 작품들은 서서히 진화를 보여준다”며 “급속한 진화는 (전통무용계에) 불협화음을 내고 관객에게는 이해의 폭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진행해온 편”이라고 밝혔다.“국립극장의 ‘향연’이 전통의 여러 색 중 중요한, 심볼릭한 색으로 정리했다면 ‘일무’는 전통 색에서 벗어나 재구성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번 ‘일무’가 가장 많이 진화한 작업 중 하나죠. 5단계까지의 진화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4-25 18: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