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B그라운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임창정·정성화·양준모 “모든 아빠가 그렇듯 사랑!”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주요 출연진. 왼쪽부터 스튜어트 역할의 김산호, 미란다 신영숙, 다니엘이자 다웃파이어 정성화·임창정·양준모, 미란다 박혜나, 스튜어트 김다현(사진제공=샘컴퍼니)“바빠서 다니엘처럼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는 못하지만 사랑의 크기는 다르지 않아요. 아빠는 다 같을 것 같아요.”19일 서울 중구 엠베서더 서울 풀만호텔 남산룸(19층)에서 열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Mrs. Doubtfire, 8월 30~11월 6일 샤롯데씨어터) 제작발표회에서 임창정은 자신이 연기할 세 아이의 아빠이자 백발의 도우미 다웃파이어와의 싱크로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뮤지컬 탄생기를 다룬 ‘썸씽로튼’의 캐리(Karey)·웨인(Wayne) 커크패트릭(Kirkpatrick) 형제와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오패럴(John O‘Farrell) 콤비가 크리스 콜럼버스(Chris Columbus) 감독,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주연의 동명 영화(1993)를 바탕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포스터(사진제공=샘컴퍼니)자유분방하다 못해 철없는 다니엘(양준모·임창정·정성화, 이하 가나다 순)과 그런 다니엘에 지쳐 이혼을 선언한 미란다(박혜나·신영숙), 그들의 세 아이 그리고 미란다의 마음을 흔드는 대학동기이자 사업파트너 스튜어트(김다현·김산호) 등이 꾸려가는 코믹 가족극이다.다니엘이 이혼 후 아이들을 보고 싶은 간절함에 백발의 가정부 할머니로 변장해 이중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2015년 기획·개발을 시작해 2019년 트라이아웃 공연에 이어 회차를 연장하며 브로드웨이에 연착륙했다.세계에서 처음으로 라이선스 공연되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한국 프로덕션은 ‘그레이트 코멧’ ‘젠틀맨스 가이드’ ‘데스노트’ ‘어쩌면 해피엔딩’ 등의 김동연 연출, ‘서편제’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김문정 음악감독 등이 꾸린다.“캐스팅이 된 다음에야 무슨 작품인지를 알았어요. 친한 형이 ‘너한테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는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하겠다’고 먼저 얘기하고 나서야 제가 그 옛날 감동적으로 봤던 ‘미세스 다웃파이어’임을 알게 됐죠. 그래서 너무 감사했어요.”이렇게 전한 임창정은 “너무 어려운 작품이라는 생각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공연 첫날이 올까’ 등 걱정이 많다”고 10년 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요즘 꿈을 꿔요. 무대에 올라갔는데 연습이 전혀 안된 지금 이 상태인 거에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작품이지만 이걸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게 됐으면 얼마나 후회할까, 그런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어요. 너무너무 좋은 이 작품을 하게 된 건 그 동안 고생했다고 하늘에서 주신 선물같아요.”또 다른 다니엘이자 다웃파이어 정성화는 “저랑 닮은 캐릭터”라며 “저 역시 다니엘처럼 철없는 남편이고 아이들을 웃기려고 노력하는 아빠다. 재밌는 존재가 되는 게 바람일 정도”라고 밝혔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다니엘이자 다웃파이어 역의 정성화(왼쪽부터), 임창정, 양준모(사진제공=샘컴퍼니)“제가 가진 그런 면모를 좀 과하게 해석하면 되겠구나 생각하며 준비 중이죠.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완벽하게 여성에 빙의하기 보다는 다니엘이 다웃파이어가 되는, 완벽한 여성이 아닌 인물로 생각하고 있어요. 엘레강스하면서도 구수한 할머니를 섞어서 캐릭터를 창조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윤여정·김수미 선생님을 살짝 합쳐놓은 말투와 행동으로 만들고 있어요.”‘킹키부츠’ ‘라카지’ ‘젠틀맨스 가이드’ ‘거미여인의 키스’ 등으로 수차례 여장을 해온 정성화는 다웃파이어만의 차별점에 대해 “제가 낼 수 있는 여성의 목소리는 한정적”이라며 “그 소리를 가져가되 말투를 현실에서 참고 중”이라고 밝혔다.“시장,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어머니들끼리 하는 얘기를 듣고 말투 등을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수집하고 영상 중 실제 할머니들이 말씀하시는 걸 보거나 할머니 성대모사를 하는 남자를 살펴보면서 준비 중이죠.”정성화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대해 “제 쇼비즈니스 인생의 총망라 같은 작품”이라며 “어려서 속해 있던 개그 그룹 틴틴파이브 시절에 했던 그 많은 아이디어 회의, 개인기 연구 등이 다니엘을 통해 나온다”고 설명했다.“대사나 진중한 부분에서는 연기적인 부분이 나오고 뮤지컬 배우로 쌓아온 노래 등까지 총망라돼 나와서 ‘정성화 종합선물세트’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많이 준비해서 많이 울고 웃게 하겠습니다”제작진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다웃파이어”로 꼽은 양준모는 “태어나 처음으로 치마와 스타킹을 입어봤다. 저에게도 좋은 도전이고 한번 더 성장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니엘에 대해서는 “부족한 아빠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을 통해 변화하고 깨닫는 캐릭터”라고 밝혔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미란다 역의 박혜나(왼쪽), 신영숙(사진제공=샘컴퍼니)“가족에 대한 다니엘의 생각, 사랑 등은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인물이 가진 것과 저는 정반대의 성격이죠. 아이와 잘 놀아주지도 못하고…. 아이들과의 연습신에서 제 딸과 노는 것처럼 했는데 (김동연) 연출님이 애들한테 너무 무섭게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연습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다니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니엘은 여장을 비롯해 탭댄스, 비트박스 등 많은 것을 소화해야하는 캐릭터다. 이에 대해 정성화는 “무대 위에서 루프머신(일정구간 혹은 즉석 녹음된 구간 위에 다른 소리를 쌓아 올려 음악을 만드는 기계)을 선보인다”며 “저희도 생소해 매일 조금씩 연습하지 않으면 무대 위에서 쓸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토로했다.“연습마다 패턴이 정해져 있어요. 오자마자 탭댄스 슈즈를 신고 연습한 후 루프머신 연습, 랩 연습을 한 다음에야 작품연습을 하죠. 익숙하지 않아서 노력 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매일 같은 패턴을 따르며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신영숙은 미란다에 대해 “24시간이 바쁜 워킹맘”이라 소개하며 “애가 셋인데 다니엘이 너무 철이 없어 마치 아이가 넷인 것처럼 일과 육아에 최선을 다하는 현대여성”이라고 부연했다.“제가 지금까지는 강렬한 캐릭터, 강렬한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 역할들을 많이 했는데 미란다는 드라마적 연기가 필요한 인물이에요. 엄마로서 굉장히 섬세한 연기를 해야하는 색다른 도전이죠. 재밌기도 해요. 공부도 열심히 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미란다에 더블캐스팅된 박혜나는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대해 “많이 웃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다양한 삶,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다양성을 가지고 바라봤는지,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없었는지 제 삶을 돌아보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했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따뜻한 시선이 너무 좋았어요. 결국 사랑에서 치유받고 공감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유쾌상쾌통괘한 작품이지만 드라마도 감동적이죠.”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스튜어트 역의 김산호(왼쪽), 김다현(사진제공=샘컴퍼니)스튜어트 역으로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김다현은 ‘헤드윅’ ‘라카지’ ‘프리실라’ ‘엠버터플라이’ 등까지 여장남자 역을 자주 연기한 배우다. 그는 “오랜만에 남자역할을 맡았다”며 “저도 모르게 (정)성화 형님이 연습하는 걸 보며 따라하고 흉내내게 된다. 빨리 내려놓고 스튜어트의 매력을 뽐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눙쳤다.“영화와는 다르게 피트니스 클럽 대표라 운동 해야해요. 대사에도 ‘근육질 몸매’라고 나와 있어서 생애 처음으로 몸 만드는 숙제를 하고 있어서 전과는 다르게 남성다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김산호는 스튜어트에 대해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남자지만 아이들을 좋아하고 미란다를 사랑하는 남자”라 소개하며 “뮤지컬을 계속하게 되는 건 관객과의 호흡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할 수 없는, 카메라에 비춰진 내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대면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면서 하는 공연의 중독같은 매력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임창정은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대해 “이 뮤지컬로 정말 많이 웃으실 수 있을 것”이라며 “배우들의 개인기면 개인기, 구성이면 구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고 자신감을 표했다.“빨리 무대에 서고 싶어요. 관객들과 다 같이 많이 웃고 싶거든요. 마지막에 제가 울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도 돼요. 감정이입이 돼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뮤지컬 실황을 볼 때마다 울어요. 공감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그래서 울컥하는 부분의 음악이 나오면 저는 연기를 해야하는데 울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돼요.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통해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많이 웃을 수도, 울 수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9 23:3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창작진, 웃으며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진지한 질문 “가족이란”

19일 중구 소재의 엠베서더 서울 풀만호텔 남산룸(19층)에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스튜어트 역의 김산호, 미란다 신영숙, 다니엘·다웃파이어 정성화, 김문정 음악감독, 김동연 연출, 다니엘·다웃파이어 임창정·양준모, 미란다 박혜나, 스튜어트 김다현(사진제공=샘컴퍼니)“정성화, 임창정 배우는 워낙 (여장) 그런 게 잘 어울리기도 하고 그런 역할도 많이 했었지만 양준모 배우는 첫 여장이에요. 그의 변신이 관객들에게도 새롭고 참신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19일 중구 소재의 엠베서더 서울 풀만호텔 남산룸(19층)에서 열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Mrs. Doubtfire, 8월 30~11월 6일 샤롯데씨어터) 제작발표회에서 공동제작사인 ㈜스튜디어선데이의 박민선 프로듀서는 “양준모 배우의 다웃파이어를 기대 중”이라고 밝혔다.샘컴퍼니 김미혜 프로듀서 역시 “영화계의 유명 특수분장팀과 협업을 통해 CG라는 작업이 없는 무대에서 아날로그적으로 보여드리는 점이 관객들에게 어필될 것”이라며 “저도 마찬가지로 양준모 배우의 다웃파이어를 기대하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굉장히 남성적이신데 너무 놀랐어요. 기존의 장발장(뮤지컬 ‘레미제라블’), 안중근(‘영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귀엽고 발랄하고 깜찍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다니엘·다웃파이어 역의 정성화(왼쪽부터), 임창정, 양준모(사진제공=샘컴퍼니)김동연 연출 역시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장한 아빠 다니엘 역의 양준모·임창정·정성화(이하 가나다 순) 캐스팅 이유를 언급하면서 양준모에 대해 “가장 의외여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사실 실상에서 만나면 굉장히 귀엽고 생각보다 어린 배우”라고 웃었다.정성화에 대해서는 “아마 이 작품의 캐스팅 발표 전부터 (정성화 배우가 다웃파이어 역할을) 하지 않을까 확신할 정도였다”며 “코미디 감각과 연기, 노래실력을 다 가진 배우가 드물다”고 전했다. 임창정에 대해서는 “드물게도 노래와 연기로 국내 정상에 올랐던 분”이라며 “10년 동안 뮤지컬을 쉬고 계셨지만 ‘누가 가장 잘 어울리나’ 찾다보니 떠오른 배우”라고 표현했다.전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인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뮤지컬 탄생기를 다룬 ‘썸씽로튼’의 캐리(Karey)·웨인(Wayne) 커크패트릭(Kirkpatrick) 형제와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오패럴(John O‘Farrell) 콤비가 크리스 콜럼버스(Chris Columbus) 감독,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주연의 동명 영화(1993)를 바탕으로 꾸린 작품이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포스터(사진제공=샘컴퍼니)자유분방하다 못해 철없는 다니엘과 그런 다니엘에 지쳐 이혼을 선언한 미란다(박혜나·신영숙), 다니엘이 이혼 후 아이들을 보고 싶은 간절함에 백발의 가정부 할머니로 변장해 이중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코믹 가족극이다.2015년 기획·개발을 시작해 2019년 브로드웨이 트라이아웃 공연에 이어 회차를 연장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그레이트 코멧’ ‘젠틀맨스 가이드’ ‘데스노트’ ‘어쩌면 해피엔딩’ 등의 김동연 연출, ‘서편제’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김문정 음악감독 등이 꾸린다.한국화에 대해 김동연 연출은 “뮤지컬은 코미디를 담기에 좋은 장르”라며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지만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탄생했다고 할 정도로 유머는 뮤지컬에 중요한 요소”라고 털어놓았다.“외국의 코미디적 요소는 한국화시키는 과정이 분명 필요합니다. 오리지널 쪽에서도 각색 등에 많이 열어주셔서 대본을 보며 문화적 차이, 우리 관객들이 얼마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이죠. 전반적으로 뮤지컬에서 코미디는 음악이랑 어떻게 잘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들의 호흡과 템포가 음악과 어떻게 어우러져 잘 살리면서 갈 것인지를 고민 중이죠.”김문정 음악감독은 “캐릭터가 다양하기 때문에 뮤지컬에서 음악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며 “경쾌하고 어깨를 들썩일 만큼 흥겨운 록, 소울, 알앤비, 가스펠, 폴카, 힙합, 디스코풍도 있다”고 귀띔했다.“음악으로만 존재하면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서 코드 진행, 중간 브레이크 등에 어떤 동작으로 유기성을 가지고 연결시키는지가 중요하죠. 록으로 흘러가다가 브레이크되는 등 좀더 과감하게 드러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요. 코미디가 음악과 같이 유기적으로 잘 배합돼 표현되게 고민 중이죠.”이어 “논레플리카 버전이라 한국 특성에 맞춘 창작의 여지도 있어서 ‘이런 코드와 진행을 집어넣었어?’라고 놀랄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며 “가사에 대한 부분도 세심하게 고민하며 수정 중”이라고 덧붙였다.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출연진. 왼쪽부터 다니엘·다웃파이어 역의 정성화, 미란다 박혜나, 다니엘·다웃파이어 임창정, 미란다 신영숙, 다니엘·다웃파이어 양준모(사진제공=샘컴퍼니)“연습실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진지함이 주는 매력, 웃음이 주는 매력 등을 연습시간에 즐겁게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이 작품의 음악을 받았을 때 안할 이유가 없었어요. 대극장에서 주인공이 숭고함과 대의적 명분으로 죽음을 맞는 존재감이 있었다면 또 다른 승부수 중 하나인 코미디가 굳건히 자리잡을 첫 번째 작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더불어 “극 중 한명만 있어도 웃음이 터지는, 모든 분들이 어떤 작품에 한분만 있어도 유쾌한 배우들이 다 모여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안죽어서 너무 좋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모두에게 웃음으로 존재감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뮤지컬계에) 큰 획을 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동연 연출은 “주조연급 배우들도 있지만 세명 아이들의 장면에서 가장 웃음을 짓게 된다. 아이들을 노래를 부를 때는 감동스럽기도 하다”며 “실제로 가족들이 많이 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음악적으로도, 퍼포먼스적으로도 드라마틱해보이지만 화려한 뮤지컬이기도 해요. 중간에 쇼나 강도 높은 안무 신도 많죠. 개인사 같지만 악몽을 꾸는 등 감정적으로 극단적인 경험을 하기도 해요. 그렇게 큰 파고를 지나 결론에 이르는 장면들이 펼쳐지면서 가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 아이가 있으면 가족인가’ ‘외부모 자녀는 그럼 가족이 없는 건가’ 등. 너무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가 아니라 웃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하게 되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9 22:12 허미선 기자

코로나19 ‘더블링’, 연극 ‘햄릿’도 멈춰 세웠다

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는 4만 342명. 이는 일요일 기준 올 최고치인 4월 24일 6만 4696명에 이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로 누적 확진자 수는 1876만 1757명에 이른다.잦아드는듯하던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14일째 ‘더블링’(1주일 단위로 신규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현상)으로 재확산하면서 무대에도 비상이 걸렸다.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지난 13일 개막한 ‘햄릿’(8월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개막 나흘만인 16일 팀 내 코로나 19 신규확진자 발생으로 ‘일단 멈춤’을 알렸다. ‘햄릿’의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예매처 공지를 통해 “공연팀 내 대체할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7월 16일(토)부터 7월 22일(금)까지 공연이 취소됐다”고 알렸다. 확진자 외 출연진과 제작진들은 서로 접촉하지 않은 채 추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극 ‘햄릿’은 지난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등과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원로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초연된 후 6년만에 돌아온 작품이다.연극 ‘햄릿’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6년만에 무대에 오른 올해의 ‘햄릿’은 권성덕, 길해연, 김성녀, 박정자, 손봉숙, 손숙, 유인촌, 윤석화, 전무송, 정동환(이상 가나다 순) 등 작은 역도 마다않는 연기 베테랑 선배들과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햄릿의 강필석, 호레이쇼 김수현, 레어티즈 박건형, 오필리어 박지연, 로젠크란츠 김명기, 길덴스턴 이호철 등 후배들의 시너지가 놀라운 작품이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와의 통화에서 “확진자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며 “잠복기를 고려해 일주일 간의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며 공연 재개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7 11:17 허미선 기자

[비바100] DIMF 창작뮤지컬상 ‘메리 애닝’ 성재준 연출 “모두가 메리 애닝처럼!”

뮤지컬 ‘메리 애닝’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어떻게 보면 긴박한 게임이었어요. 수상은 엄두조차 낼 수가 없었죠. 두달 이상 대본·넘버 수정에만 집중하면서 연습도, 무대디자인도, 조명도…긴박했죠. 창작진들도,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들에 확신을 가지고 만들고 증명해내는 데 오롯이 집중했어요. 모두가 메리 애닝처럼요.”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이하 딤프)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돼 창작뮤지컬상과 여우주연상(최서연)을 수상한 ‘메리 애닝’의 성재준 연출은 관객들을 만나는 지난한 과정을 전하며 “작품따라 가는구나 싶었다”고 웃었다.이가은 작가, 정예영 작곡가, 성재준 연출의 뮤지컬 ‘메리 애닝’은 18세기 화석발굴을 통해 지질과학과 고생물학의 발전에 이바지했지만 여자라서, 귀족이 아니라서 인정받지 못하고 지워진 과학자 메리 애닝(Mary Anning)의 삶을 다루고 있다.“화석은 메리 애닝이 소중하게 발견한 자식 같은 존재들이에요.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화석은 그의 삶 자체죠. 그 걸 지켜나가려 애쓰며 자신의 이름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 세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존재기도 합니다.”라임 리지스 절벽을 배경으로 메리 애닝(최서연)과 그를 지지하는 귀족부인 샬롯 머지슨(최유하), 귀족청년 헨리 드라베쉬(최성욱), 메리의 조수 애나(서예림), 과학자를 꿈꾸는 토머스 호킨즈(임하람) 그리고 지질학회의 리더 제임스 우드(정운) 등의 연대와 갈등이 펼쳐진다.“과거 이야기를 다룰 때 거기에 머물기 보다는 현재의 삶과 얼마나 맞닿아 있고 닮았는지에 주목하는 편이에요. 지금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나를 고민하죠. 그런 의미에서 ‘메리 애닝’은 지금 사람들에게 너무너무 맞닿아 있고 필요한 얘기였어요.”◇모두가 기꺼이 걸었던 가시밭길로 완성한 ‘메리 애닝’성재준 연출(사진제공=딤프 사무국)“딤프와 창작산실 모두에 선정된 작품은 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첫 도전에서요. 그만큼 대본과 음악의 힘이 대단했죠.”성재준 연출의 말처럼 이가은 작가, 정예연 작곡가가 꾸린 ‘메리 애닝’은 딤프의 창작지원작 뿐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2021년 연극·창작뮤지컬 대본공모-창작뮤지컬 분야’에도 선정된 작품이다.딤프 아카데미 ‘창작자과정 전문반’ 교육생이었던 이가은 작가, 정예영 작곡가와 입문반 강사였던 성재준 연출이 의기투합해 화석을 발굴하고 지구의 유래, 역사 등을 증명해내기 위해 애쓰던 메리 애닝의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기까지는 그야말로 지난한 ‘가시밭길’이었다.“첫 대본은 메리 애닝이 죽고 헨리와 친구들이 그의 업적을 증명하려는 이야기였어요. 메리는 플래시백으로 짧게 등장하고 현재에 집중된 이야기였죠. 저한테는 큰 문제였어요. 메인 스토리는 메리 애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른 사람이 증명해내는 그의 삶이 아닌,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이어 성 연출은 “너무 큰 공사(?)였고 작가와 작곡가에겐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3개월 안에 모든 걸 다 바꾸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게 ‘메리 애닝’이라는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하물며 이미 딤프와 창작산실에 선정되며 우수성을 인정받은 작품을 전면 수정하는 게 심정적으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고생길이 너무 뻔한 선택이었죠.”.하물며 성재준 연출이 합류한 시점은 4월 중순, 이미 늦은 시기였다. 그럼에도 성재준 연출의 제안에 결단을 내린 이가은 작가와 정예영 작곡가는 대본 수정과 음악 재창작에 돌입했다. 배경이 1860년대에서 1826년으로 앞당겨지면서 이야기의 축 자체가 바뀌었다.뮤지컬 ‘메리 애닝’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대본의 80%가 수정됐고 메리 애닝을 비롯해 헨리, 샬롯, 애나, 토마스, 제임스 등의 캐릭터들도 전혀 다른 설정으로 재탄생했다. 인물의 나이대, 인물 간 관계 등이 바뀌면서 가사, 넘버 등도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새 곡만 10개에 이를 정도였고 같은 곡도 12살의 메리 애닝이 부르는 것과 26살의 메리 애닝이 부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시행착오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대본이 덜 완성된 상태에서 연습을 시작해 추가 쪽대본을 만들며 극을 만들어가는 상황이다 보니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잔뜩 긴장한 상태였죠. 그럼에도 배우, 스태프들도 창작진의 방향에 충분히 공감하며 기다려 주고 토론해주고 아이디어도 제안하면서 같이 만들어 갔어요. 이번 딤프 ‘메리 애닝’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확신했던 걸 만들고 증명해내는 일이 가장 중요했죠.”오롯이 ‘메리 애닝’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한데 뭉쳐 가시밭길(?)도 마다 않은 창작진, 스태프, 배우들의 힘은 결국 딤프 창작뮤지컬상, 여우주연상 수상까지 이어졌다. 성 연출은 모두의 가시밭길에 대한 대가처럼 여겨져 “보상받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아쉬운 부분들도 분명 있어요. 전체를 바꾸며 메리 애닝에 집중하다 보니 좀더 디테일하게 풀어내지 못했죠.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를 보강해보려고도 했지만 오히려 메리 애닝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어요. 이도저도 아니게 되기보다는 메리 애닝의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하자 했어요.”◇틀거리의 완성, 빛을 발할 ‘메리 애닝’을 꿈꾸며!뮤지컬 ‘메리 애닝’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사실은 저희가 가야할 길은 이제 시작이에요. 우리가 갈 미래의 틀거리만 완성된 상태죠.”성재준 연출은 “화석이라는 소재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다룬다는 데서는 신선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인물들의 쓰임새가 아쉽다”는 평에 “공감”을 표하며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메리 애닝의 이야기에 집중해야했던 상황에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다 버려지더라도 해야할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게 최우선이었죠. 그냥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를 명확하게 구축하고 무대 위에서 입체화시켜두면 디벨롭도 훨씬 더 빨라지거든요. 이제 틀거리를 만들고 첫발을 내딛었으니 샬롯과의 연대, 청혼이 느닷없이 느껴지는 헨리의 서사, 애나·토마스 등과의 관계, 빌런들의 입체화 등 더 치열하게 만들어가야죠.”성재준 연출은 딤프의 창작지원제도에 대해 “무대화를 직접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큰 힘이 된다. 대본과 악보 형태로만 있는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진 창작자들에겐 큰 힘”이라며 “지원작 5개 안에 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오롯이 이가은 작가와 정예영 작곡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글을 쓰는 연출로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무대화를 함께 하면 성장이 훨씬 빨라져요. 리딩하면서 달라지고 연습하면서 달라지고 극장에서 리허설하면서, 관객을 만나면서도 달라지거든요. 글과 음악을 입체화시켜나가면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체화돼 축적되죠. 어떻게 하면 무대화에 맞게, 입체적으로 텍스트나 음악을 쓸까, 관객이 좀 더 공감하게 할 수 있는 장치는 뭘까 등을 고민하게 돼요.”이어 성 연출은 “그런 의미에서 딤프 창작지원작에 선정돼 4일 동안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창작자들에겐 큰 메리트”라고 덧붙였다.“극의 맨 마지막 ‘잊혀진 삶은 없고 잊혀진 죽음도 없다. 알아보지 못한 삶만 있을 뿐이다’에 이 작품의 메시지가 함축돼 있어요.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지 하나하나 다 소중한 삶이죠. 이가은 작가와 정예영 작곡가 2021년에 메리 애닝의 이야기를 알아봐줬기 때문에 무대화가 된 거잖아요. ‘알아봐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고 인정받지 못하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봐줄 지금 모두의 삶은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내가 가장 나일 수 있는” F열 3번을 찾아서!

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사진=허미선 기자)“이 이야기는 말리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에요. 스스로를 마주하고 사랑하기 힘든 요즘 같은 시대에 이 이야기를 통해 같은 고민을 겪은 분들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떠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려는 사람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죠.”13일 서울 종로구 한성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8월 14일까지 한성아트홀 1관) 프레스콜에서 김주영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작품 초반 엄마아빠한테 ‘누가 나를 사랑하냐’고 화를 내던 말리가 맨 마지막에는 어린 자신에게 ‘누구보다 너를 사랑해’라고 말해요. 자신을 미워하며 괴로워하던 말리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면서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죠.”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사진=허미선 기자)김주영 작가, 박병준 작곡가, 정성경 연출, 성경 음악감독이 꾸린 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은 201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 협동과정에서 기획개발돼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돼 올해 초청공연된 작품이다.  18세의 말리(임소라·이서영,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어린시절 애착을 가졌던 인형 더기(강은일·조용휘)가 돼 아역스타로 사랑받던 7년 전 과거로 돌아가 어린 말리(박설아·이서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사진=허미선 기자)진정한 스스로를 마주하고 사랑하게 되는 여정을 담은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에는 18세의 말리와 어린 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일컫는 ‘F열 3번’이 등장한다. 저마다가 찾아가는 혹은 가고자 하는 자리를 의미하는 F열 3번에 대해 정성경 연출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아직 자리를 계속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공연이고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병준 작곡가는 “저 역시 그 자리(F열 3번)는 찾아가는 중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고 좋은 분들을 만나 공연을 올리고…이 모든 기회들이 음악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된 것 같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창작진. 왼쪽부터 김주영 작가, 정성경 연출, 박병준 작곡가(사진=허미선 기자)18세 말리 역의 이서영은 “지금의 F열 3번은 무대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긴장도 많이 하는데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무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큐베이팅부터 함께 해온 임소라는 “(이)서영씨의 첫 공연을 모니터하면서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을 공연으로는 처음 봤는데 눈물이 많이 났다”며 “왜 많이 울까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나는 자리도 없고 친구도 없는 사람이라 눈물이 나나 생각했어요. 진짜 자리가 필요하구나 싶으면서 ‘그럼 내가 가고 싶은 자리는 뭘까?’를 고민하게 됐죠. 무대든 어디든 결국 연기하는 곳 같아요. 진짜 많이 떨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돌아서면 다시 하고 싶은 게 연기거든요.”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사진=허미선 기자)더기 역의 조용휘는 “따로 정해져 있기 보다는 제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 옆이면 그게 어디든 F열 3열 같다”며 “무대일 수도, 집일 수도, 친구와 같이 있는 공간일 수도 있다. 좋은 사람들과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주영 작가는 “가사를 쓸 때 ‘F열 3번’이면 객석의 완전 사이드인데 누가 가고 싶겠나 싶었다”며 웃었다.“제가 생각하는 F열 3번은 ‘내가 가장 나일 수 있는 자리’ 같아요. ‘내 자리가 F열 3번이라면’ 가사처럼 먼지 가득한 책상 위, 침대 밑 구석진 자리 등 어디든 편하고 저 스스로를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F열 3번은 집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3 20:42 허미선 기자

[비바100] 대한민국 소극장 연극 역사 그 자체 국립정동극장_세실 재개관작 ‘카사노바’

연극 ‘카사노바’(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재정난으로 개관과 폐관을 반복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세실극장이 14일 재개관한다. 세실극장은 대한성공회 대성당 부속건물로 1976년 개관해 1980년대까지 실험 소극장 연극의 중심이었고 6·10항쟁 민주화 선언이 진행된 곳이다. 46년의 역사가 깃든 대한민국 소극장 연극 산실로 인정받아 2013년 서울특별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지속되는 경영난으로 존속이 불투명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국립정동극장이 5년 장기임대해 운영할 것을 발표하면서 세실극장은 개·보수에 돌입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연극 ‘카사노바’(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특히 조명 라인 관련 부분들을 새롭게 갖추는 등 새 단장해 돌아오는 정동국립극장_세실(이하 세실) 재개관작은 연극 ‘카사노바’(7월 14~24일)다. 지난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로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임지민 연출작으로 ‘미드썸머’ ‘노란달’ ‘우주비행사’ ‘집에 사는 몬스터’ 등의 데이비드 그레이그(David Greig)가 1990년대에 집필한 동명 소설을 변주된다.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상 속 유머로 풀어내는 임지민 연출과 시대상, 정치적·사회적 비판을 반영하면서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담고 있는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원작이 만나 어떻게 무대에 펼쳐질지가 관람 포인트다. 연극 ‘카사노바’(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카사노바는 ‘하데스타운’ ‘레드북’ ‘명동로망스’ ‘아마데우스’ 등의 지현준이 연기한다. 최근 이슈가 된 OTT 왓챠 오리지널 ‘최종병기 앨리스’를 비롯해 연극 ‘오슬로’ ‘선을 넘는 자들’ ‘더 파워’ ‘빛의 제국’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등의 정승길이 카사노바 회고전의 쇼케이스 제작자로 그에게 복수를 꿈꾸는 캐비넷 메이커로 캐스팅됐다.‘먼 자리’ ‘블라인드’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빨간시’ ‘고래햄릿’ 등의 이영숙이 카사노바의 후원자 미세스 테넌트를, ‘집에 사는 몬스터’ ‘신의 아그네스’ 등의 이지혜가 복수를 꿈꾸는 캐비넷 메이커가 고용한 탐정 케이트를 비롯한 여인들을, ‘여우와 두루미’ ‘여전사의 섬’ ‘제향날’ 등의 허진이 카사노바가 첫눈에 빠진 마리 루이스를 연기한다. 연극 ‘카사노바’(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국립정동극장은 세실을 창작자와 관객, 극장을 잇는 창작핵심기지로 삼아 차세대 아티스트 발굴, 실험과 도전의 창작작업, 건강한 공연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국립정동극장은 ‘카사노바’를 시작으로 미래 국악계 인재를 발굴하는 청년국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청춘만발’(8월 2~6일 경연, 12월 1~6일 공연), 셰익스피어의 고전 명작에서 유토피아를 찾는 인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인간탐구생활’(8월 13~28일),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희망을 전할 뮤지컬 ‘우주에게 보내는 편지’(9월 2~11일),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의 삶을 바탕으로 한 모노 음악극 ‘괴물’(11월 17~27일), 일제강점기의 서양가옥을 소재로 한 뮤지컬 ‘딜큐샤’(12월 8~31일)를 연달아 선보인다. 대한민국 소극장 연극의 역사 그 자체인 세실이 더 이상 존폐 위기에 서지 않을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3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이성열 연출 “젊은 세대의 꿈과 도전, 발랄하고 골계적으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의 이성열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원작이 가진 기본 틀은 가지고 가되 안토니오, 베사니오 등 젊은 상인들을 부각시켜 샤일록과 대등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새로워지는 부분입니다.”국립극장이 12일 광화문 서울프레스센터에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2022년 8월 31~2023년 6월 30일, 이하 2022-2023 시즌)에서 발표한 작품들 중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2023년 6월 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대해 이성열 연출은 이렇게 전했다.“흔히 ‘베니스의 상인’이라고 하면 샤일록을 떠올리죠. 원작 자체가 안토니오, 베사니오 등 상인들 보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 집중해 쓰여진 듯 하고 많은 공연들 역시 그랬죠. 원작 제목에 ‘들’을 붙여 베니스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젊고 패기 있는 젊은 상인들이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더 잘 표현하고자 합니다.”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사진제공=국립극장)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바탕으로 ‘서교동에서 죽다’ ‘화전가’ ‘갈릴레이의 생애’ ‘오슬로’ ‘말뫼의 눈물’ 등의 이성열 연출, ‘함익’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로풍찬 유랑극장’ ‘연변엄마’ 등의 김은성 작가,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리어’ 등의 한승석 작창이 의기투합해 변주한다.“원작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은 인종문제로 현대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인물이에요. 유태인을 나쁘게 그리고 있어서 샤일록을 어떻게 그리느냐가 큰 문제죠. 어떤 나라에서는 아랍인으로 그리기도 해서 또 다른 인종주의를 야기시킵니다. 저희 극에서는 유태인이 아닌 그냥 고리대금업자이자 악덕기업주로 등장합니다.”이어 이 연출은 “(김은성) 작가가 샤일록을 노회한 기성 기업주로 변주해 젊은 기업인들과 대립하는 구도로 꾸리겠다고 얘기했다”며 “연출로서는 샤일록의 음험함 보다는 젊은 기업가들의 패기에 중점을 둬 희극성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알파치노의 영화 ‘베니스의 상인’은 유태인 샤일록을 주인공으로 무겁게 그리고 있어요. 샤일록이 억울하다는 동정적 시선, 인종주의를 반대하는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최근 경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태인의 억울한 시각으로 풀어내면 희극이 되기 어렵죠.”그리곤 “샤일록과 다른 상인들이 벌이는 각축전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세대 간 갈등, 기득권자와 새로운 자의 갈등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전한 이성열 연출은 “우리 소리가 가진 양식은 다양하다. ‘심청가’ ‘적벽가’ 등이 가진 비장미와 비극성 못지 않게 ‘춘향전’ ‘흥부전’ 등은 해학적이고 쾌활하며 골계적(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젊은 세대에 중점을 두고 그들의 도전과 꿈을 그리는 국립창극단의 ‘베니스의 상인들’은 우리 소리가 가진 양식 가운데 밝고 발랄한, 골계적인 면을 살려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극처럼 대사로 유지되는 게 아닌,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풍성한 볼거리와 즐거움을 드릴 수 있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2 20:56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함께 그리는 내일의 출발점에 선 2022-2023 국립극장 시즌…‘로봇’ 지휘자부터 웹툰, ‘호동’ 그리고 셰익스피어까지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창작진들(사진제공=국립극장)“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다각적 협력과 상생으로 모두의 극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우리 예술인들의 열정이 담긴 전통예술 작품들을 통해 시대와 세대, 국경을 넘어 모두를 위한 극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국립극장이 12일 광화문 서울프레스센터에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2022년 8월 31~2023년 6월 30일, 이하 2022-2023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성구 국립극장장 직무대리는 ‘2022-2023 시즌’에 대한 바람과 더불어 “함께 그리는 내일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더했다.이번 시즌은 국립창극단의 ‘귀토’(8월 31~9월 4일)를 시작으로 ‘엔톡라이브플러스’ ‘헨리5세’(9월 9, 15, 17일), ‘타르튀프’(9월 10, 16, 17일), ‘입센의 집’(9월 11, 18일) 그리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신작 ‘부재’(不在, 2023년 6월 30일, 이상 해오름극장)까지 총 61편(신작 12편, 레퍼토리 10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1편)으로 구성된다.◇웹툰 ‘정년이’,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변주에 나설 국립창극단‘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절창 III’의 이광복(왼쪽)과 밴드 이날치 보컬 안이호ⓒ황필주(사진제공=국립극장)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창극단은 ‘귀토’와 ‘나무, 물고기, 달’(10월 4~5일 하늘극장), ‘절창 I, II, III’(2023년 4월 27~28일, 5월 2~3일, 5월 6~7일 달오름극장) 등 레퍼토리와 상설공연 ‘완창판소리’ ‘송년판소리’ 그리고 신작인 ‘정년이’(2023년 3월 17~26일 달오름극장)와 ‘베니스의 상인들’(2023년 6월 8~11일 해오름극장)을 선보인다. 허종열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대행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레퍼토리와 상설공연을 비롯해 내년 3, 6월에는 신작을 선보인다”며 “1년 내내 축제 같은 프로그램들로 단원들은 연습실과 무대를 쉴새없이 오가며 일해야하는 일정이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우리 소리로 정성스럽게 준비했다”고 밝혔다.‘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의 이성열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신작 ‘정년이’는 195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사천가’ ‘억척가’ 등의 남인우 연출과 이자람 작창의 콤비작으로 재능 넘치는 목표 소녀 윤정년과 국극 배우들의 성장극이다. 이 작품에 대해 허정열 대행은 “그들의 모습이 국립창극단원들과 닮아 있어 인상적”이라고 소개했다.‘함익’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로풍찬 유랑극장’ ‘연변엄마’ 등의 김은성 작가, ‘서교동에서 죽다’ ‘화전가’ ‘갈릴레이의 생애’ ‘오슬로’ ‘말뫼의 눈물’ 등의 이성열 연출,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리어’ 등의 한승석 작창이 꾸릴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바탕으로 변주된다.2017년 ‘산불’에 이어 국립창극단과의 두 번째 작업에 나선 이성열 연출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국 상황 속에서 얼마만큼 동시대적 감각으로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는지를 고민 중”이라며 “원제목에 ‘들’을 붙여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면들을 부각시키는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비극 ‘리어’에 이은 희극 ‘베니스의 상인’의 변주로 3년째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에 몹시 지친 국민들에게 한바탕 건강한 웃음을 드릴 예정입니다. 유태인이어서 다른 생업을 할 수 없어 고리대금업을 하는 샤일록, 젊은 상인 안토니오 등을 다루고 있죠. 창극은 인종주의적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샤일록을 유태인이 아닌 악덕기업가로, 안토니오 등 베니스의 젊은 상인들은 신흥기업가, 지금으로 따지면 벤처기업의 CEO로 설정해 풀어가고자 합니다.”이어 이 연출은 “16세기 말 베니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젊은 기업인들과 노회하고 늙은 자본주의적 성향의 노기업가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부연했다.◇‘호동’ ‘홀춤 III’ ‘넥스트스텝 III’으로 과거와 미래 이을 국립무용단‘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무용단 ‘산조’(사진제공=국립극장)“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국립무용단만의 역사를 정리한 적이 없어서 이를 좀 정리해보고자 했습니다. 과거를 정리하는 책자 출간부터 기념극 ‘호동’ 그리고 미래를 책임질 안무가 프로젝트까지를 아우릅니다.”손인영 예술감독의 말처럼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립무용단은 레퍼토리 ‘새날’(2023년 1월 20~24일 하늘극장), ‘더 룸’(2023년 3월 2~4일 달오름극장), ‘산조’(2023년 6월 23~25일 해오름극장)를 비롯해 신작 ‘무용극 호동’(10월 27~29일 해오름극장), ‘홀춤 III-홀춤과 겹춤’(12월 2, 3일 달오름극장), ‘넥스트 스텝 III-안무가 프로젝트’(4월 209~22일 달오름극장)를 선보인다.무용극 ‘호동’은 국립무용단 초대단장 송범의 1974년 ‘왕자 호동’, 1990년 리메이크한 ‘그 하늘 북소리’를 잇는 무용극이다. ‘호동’에 대해 손 감독은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무용극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미래를 책임질 정소연, 송지영, 송설이 안무하고 50여명의 국립무용단원 전원이 출연하는 대형작품”이라고 소개했다.‘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무용단 ‘홀춤’(사진제공=국립극장)“모두가 호동이고 낙랑이라는 설정으로 너와 나, 우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시대, 성별 등의 구분없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죠. ‘홀춤’은 제 소신과 신념을 담아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예요. 현대적인 것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전통의 이것저것을 습득한 몸에서 흘러나오는 나만의 전통춤을 만들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죠. 올해는 홀춤을 넘어 겹춤까지 동시에 보여드릴 예정입니다.”이어 ‘넥스트 스텝-안무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간헐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로 올해부터는 외부 신진 안무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라며 “내년 4월부터 7개월 정도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고 저희 극장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호동’은 ‘나빌레라’ ‘썸씽로튼’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광화문연가’ ‘마마돈크라이’ 등으로 호흡을 맞춘 이지나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 작품이다. 이지나 연출은 “누구나 아는 호동을 2022년 지금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호동이라는 인물을 통해 2022년의 도덕적 올바름에 대해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무용단 ‘호동’의 이지나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그 시절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로 민족적인 대업을 이룩한 호동은 비극적 죽음 맞이했습니다. 그 죽음의 이면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죠. 모두가 생각하는 도덕적 잣대, 지금 정세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어디까지 지금의 시점으로 볼 수 있는지, 어디까지 확장시킬지가 가장 까다롭고 해결해야할 문제이며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이어 이 연출은 “호동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나 호동, 너 어떤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라며 “그 상대는 사랑하는 여자, 호동이 떨치고자 하지만 떨칠 수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 우리라는 국가”라고 부연했다.“너와 나, 우리 중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떤 선택이 옳을까, 호동의 선택이 현재의 시점에서도 옳은가, 호동이 진정으로 원한 걸까, 민족을 위해 희생한 호동에게는 무엇이 남았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죠. 전통을 어디까지 고수하고 컨템포러리화하고 확장시킬지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그리곤 “제가 할 수 있는 시도는 주제 의식이 아닌 음악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한다”며 “국립무용단은 작품, 안무, 비주얼 등 많은 시도를 했다. 뮤지컬 연출자로서 더 잘 할 수 있는 건 음악적 확장과 도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김성수 작곡가·음악감독과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망설이거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이고 글로벌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해 보겠습니다.”◇선명한 국립국악관현악단만의 색채를 찾아서‘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년음악회’(사진제공=국립극장)“보다 진취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이번 시즌 첫 작품은 ‘이음음악제’입니다. 지난해 출범한 창작음악제로 이번 시즌 주제는 ‘비비드’(Vivid)로 음악적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동시대 음악을 생생하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김성진 예술감독의 선언처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음음악제’에 포함될 신작 ‘비비드: 음악의 채도’(9월 22일 이하 해오름극장), ‘2022 3분 관현악’(9월 30일)을 비롯해 신작 ‘역동과 동력’(11월 18일), ‘2023년 신년음악회’(2023년 1월 14일), ‘탐(耽)하고 탐(探)하다’(2023년 3월 31일) 그리고 ‘부재’(不在)를 선보인다.‘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동욱 수석연구원(사진제공=국립극장)김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3분 관현악’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선정한 10명의 작곡가들이 신선한 감각으로 창작한 3, 4분짜리 국악관현악 신작을 연주한다.”‘신년음악회’에서는 크로스오버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첼리스트 홍진호 등과 다채로운 협연을 선사한다.국립극장 2022-2023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부재’(不在)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의 기술협력으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선다. 김 감독은 “기계나 장치가 대체하기 어려운 상위 10위 안에 드는 지휘자의 영역에 로봇이 도전한다”며 “지휘자라는 존재의 부재를 통해 그 존재를 열망하게 될지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부재’(不在)를 통해 기술협력에 나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이동욱 수석연구원은 “그간 시도 중 가장 과감한 실험”이라며 “그간은 얼굴 표현, 감정인식 연구를 주로 했다면 로봇이 집으로 들어왔을 때 필요한 기술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필요한 로봇은 인간의 형태가 아닌 가구, 가전, 발려견, 캐릭터 등으로 서비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람과의 접점, 의사소통을 위한 감정표현 및 인식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 될 겁니다. 지휘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동작속도 개선 및 설계, 보완과 지휘 동작 알고리즘을 개발할 예정입니다.”◇장벽 없는 극장의 출발점에서…무장애 기획공연과 해외 초청작들‘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무장애 공연 ‘합★체’의 김지원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이번 국립극장 시즌에는 엔톡라이브플러스로 마련된 ‘헨리 5세’ ‘타르튀프’ ‘입센의 집’을 비롯한 해외초청작 ‘잉크’(Ink, 2023년 5월 12~14일 달오름극장) 등 해외초청작과 ‘합★체’(9월 15~18일 이하 달오름극장), ‘틴에이지 딕’(11월 17~20일), ‘우리읍내’(2023년 6월 22~25일) 그리고 ‘2023 함께, 봄’(2023년 4월 15일 해오름극장) 등 장애인의 문화향유 및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4편의 무장애(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연도 제작된다.무장애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합★체’는 김지리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김지원 연출이 변주하는 음악극이다.“저신장 장애인 아버지를 둔 쌍둥이 형제, 합과 체의 유쾌한 성장기입니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받아야 되는 놀림 그리고 난쟁이라고 불리우던 아버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등 합·체에게는 키가 커야 할 이유가 아주 분명하고 많습니다.”이어 김지원 연출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전 음성 해설과 작품 내 음성 해설을 담당한 내레이터 역할이 극 전반을 아우르며 5명의 수어 통역사가 배우와 함께 움직이면서 공연되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7명의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극 형식의 작품입니다.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건 보여지는 겉모습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 처해도 다시 튕겨져 올라갈 수 있는 내면의 탄력임을 스스로 체화시켜 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2 20:07 허미선 기자

[CBox] 이번주 캐스팅 ‘두 교황’ ‘리차드3세-미친왕 이야기’ ‘안나, 차이코프스키’ ‘라흐헤스트’ ‘디어 마이 라이카’ ‘원더보이’

연극 ‘두 교황’ 교황 베네딕토 16새 역의 신구, 서상원, 서인석(사진제공=에이콤)변화와 타협의 차이…연극 ‘두 교황’(8월 30~10월 23일 한전아트센터)2019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Fernando Meirelles) 감독, 안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 조나단 프라이스(Jonathan Pryce)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큰 울림을 전한 ‘두 교황’이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두 교황’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에 파란을 일으킨 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교황 빅토르 2세 이후 950년만에 선출된 독일인으로 자진 사퇴를 선언하며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되는 신구, 연극 ‘햄릿’ ‘휘가로의 결혼’ 등 후 TV 드라마에 주로 출연해온 서인석 그리고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불량청년’ ‘원무인텔’ ‘코펜하겐’ ‘차이메리카’ 등의 서상원이 트리플캐스팅됐다.‘햄릿’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단테 신곡’ ‘고도를 기다리며’ ‘하이젠버그’ ‘레이디 맥베스’ 등의 정동환과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라스트세션’ ‘그을린 사랑’ ‘안녕, 여름’ ‘올드위키드송’ ‘알리바이 연대기’ 등의 남명렬이 기독교 사상 최초의 남미, 예수회 출신의 교황으로 개혁을 지지하며 진보적인 신념의 소유자인 프란치스코를 번갈아 연기한다. 연극 ‘두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정동환, 남명렬(사진제공=에이콤)신구·서인석·서상원, 정동환·남명렬과 더불어 프란치스코의 젊은 시절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역에는 ‘광주’ ‘스위니토드’ ‘웃는 남자’ ‘핍-위대한 유산’ ‘안나 카레니나’ ‘나폴레옹’ 등의 조휘가 캐스팅됐다.‘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단테 신곡’ ‘톡톡’ ‘아들’ ‘비’ ‘진실X거짓’ 등의 정수영이 베네딕토 교황을 따르는 브리지타 수녀, ‘빈센트 리버’ ‘더 드레서’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분장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메리 제인’ 등의 정재은이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신념을 따르는 강직한 소피아 수녀로 분한다.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낡은 구두, 헌 가방, 길거리 피자, 축구와 탱고 등을 즐기는 자유분방한 프란치스코, 정반대의 ‘두 교황’이 타협과 변화의 차이를 아우르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고전의 변주! 뮤지컬 ‘리차드 3세: 미친왕 이야기’(8월 23~9월 4일 CJ아지트 대학로)뮤지컬 ‘리차드 3세: 미친왕 이야기’(사진제공=베네픽 시어터, 아트로버 컴퍼니)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변주한 뮤지컬 ‘리차드 3세: 미친왕 이야기’가 8월 개막을 알리며 캐스팅을 공개했다.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젊은 예술가 지원 사업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차세대 열전 2019’ 선정작으로 초연된 작품으로 ‘엔딩노트’ ‘테레즈라캥’ ‘머더러’ 등의 정찬수 작·연출과 한혜신 작곡·음악감독의 콤비작이다.타고난 곱추로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요크왕조 마지막 왕 리차드3세는 ‘번지점프를 하다’ ‘웨스턴스토리’ ‘그레이트 코멧’ ‘제이미’ 등의 최호중과 ‘베어더뮤지컬’ ‘디아길레프’ ‘엔딩노트’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더 픽션’ ‘비스티’ 등의 박정원이 연기한다.신체적 장애로 외롭고 울분에 차 있는 어린 리차드는 ‘전설의 리틀 농구단’ ‘앤’ ‘헬렌 앤 미’ 등의 김민강, ‘태양의 노래’ ‘신흥무관학교’ ‘무한동력’ 등의 김지웅과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예 김영현이 트리플캐스팅됐다.어린 리차드의 친구인 자유롭고 솔직한 소년으로는 ‘은하철도의 밤’ ‘아가사’ ‘베어더뮤지컬’ 등의 김리현과 ‘스메르쟈코프’의 신예 류동휘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신흥무관학교’ ‘엘리자벳’ 등의 이태은이 초연에 이어 어린 리차드와 소년을 이어주는 숲속의 동물과 정령을 다스리는 여왕으로 다시 함께 한다. 이들과 더불어 김낙현, 나재엽, 서경수, 윤단우, 최현규, 홍유정이 앙상블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현실과 작품을 넘나드는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8월 16~10월 30일 유니플렉스 1관)러시아의 음악 거장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삶을 다룬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가 개막과 더불어 캐스팅을 발표했다.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오세혁·작연출, 이진욱 작곡·음악감독의 콤비작으로 차이콥스키와 문학잡지 편집장 안나의 교감을 다룬다. 극 중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호두까지 인형’을 비롯해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 ‘겨울날의 환상’ ‘비창’ 등이 연주되며 현실과 작품 속 세상을 오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러시아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음악가 차이콥스키에는 ‘사의찬미’ ‘레베카’ ‘엑스칼리버’ ‘경종수정실록’ 등의 에녹, ‘빈센트 반 고흐’ ‘라흐마니노프’ ‘팬레터’ ‘트레이스유’ ‘아가사’ ‘검은사제들’ ‘리틀잭’ 등의 김경수,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 ‘미오 프라텔로’ ‘더 데빌’ ‘배니싱’ ‘더 픽션’ 등의 박규원이 번갈아 연기한다.문학잡지의 편집장 안나는 ‘웃는 남자’ ‘작은 아씨들’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퀴리’ ‘프리다’ ‘엑스칼리버’ 등의 김소향, ‘사의찬미’ ‘지킬앤하이드’ ‘썽씽로튼’ ‘맨오브라만차’ ‘어쩌면 해피엔딩’ 등의 최수진, ‘메리 애닝’ ‘호프’ ‘록키호러쇼’ ‘스위니토드’ 등의 최서연이 트리플캐스팅됐다.임병근, 테이, 안재영이 러시아 5인조의 일원이자 민족 음악의 대변자 세자르, 김지온정재환김리현이 차이콥스키의 비서이자 제자 알료사로 분한다.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의 주인공 오네긴과 타치아나는 송상환과 조은진이, ‘호두까지 인형’의 클라라와 동생 프리츠는 곽나윤과 홍기범이 연기한다.누구의 아내 아닌 예술가, 뮤지컬 ‘라흐헤스트’(9월 6~11월 13일 드림아트센터 2관)뮤지컬 ‘라흐헤스트’(사진제공=홍컴퍼니)수필가이자 화가였으며 미술평론가였던 김향안의 삶이 뮤지컬 ‘라흐헤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천재시인 이상의 아내 동림(김향안의 본명)과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기의 아내 김향안의 삶이 역순으로 교차되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 김향안은 ‘난세’ ‘하데스타운’ ‘아랑가’ ‘어쩌면 해피엔딩’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이지숙과 ‘리지’ ‘헤드윅’ ‘썸씽로튼’ ‘미인’ 등의 제이민이, 스무살의 동림은 ‘유진과 유진’ ‘아몬드’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의 임찬민, ‘실비아, 살다’ ‘더 헬멧’ ‘네이처 오브 포켓팅’ ‘뱀파이어 아더’ 등의 김주연, ‘웨스턴스토리’ ‘광주’ ‘인사이드 윌리엄’ ‘박열’ 등의 최지혜가 캐스팅됐다.김향안의 남편 환기는 ‘미아 파밀리아’ ‘차미’ ‘최후진술’ ‘곤투모로우’ ‘윤동주, 달을 쏘다’ ‘마마돈크라이’ 등의 박영수, ‘세종, 1446’ ‘빈센트 반 고흐’ ‘빨래’ ‘샤이닝’ 등의 이준혁, ‘난세’ ‘최후진술’ ‘천사에 관하여’ ‘광화문연가’ 등의 양지원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동림에게 빠져드는 자유로운 영혼의 이상은 ‘비더슈탄트’ ‘차미’ ‘렛미플라이’ ‘아가사’ ‘명동로망스’ 등의 안지환, ‘전설의 리틀농구단’ ‘더 모먼트’ ‘풍월주’ 등의 임진섭이 더블캐스팅됐다.이상의 시와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의 저작권 후원으로 김환기 작가의 예술성을 무대로 소환한 ‘라흐헤스트’는 ‘너를 위한 글자’ ‘인사이드 윌리엄’ 등의 김한솔 작가, 신예 문혜성·정혜지 작곡가, ‘사의찬미 ’난세’ ‘세종, 1446’ 등의 김은영 연출작이다.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9월 24~10월 30일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오랜 우주여행으로 기억을 잃은 우주비행사 라이카의 기억 찾기 여정을 담은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가 캐스팅을 발표했다. ‘디어 마이 라이카’는 KTG 제5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선정작으로 우주과학을 소재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들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구와 닮은 별 야사B 행성 탐사 미션 수행을 위해 우주여행을 떠난 라이카는 ‘디아길레프’ ‘그레이트 코멧’ ‘알렉산더’ ‘더 모먼트’ ‘더 헬멧’ 등의 강정우와 ‘원더보이’ ‘팬레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 ‘광염소나타’ 등의 김지철이 더블캐스팅됐다.라이카를 동경해 우주비행사가 된 ‘벨카’는 ‘미아 파밀리아’ ‘광주’ ‘팬레터’ 등의 장민수와 ‘베어더뮤지컬’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등의 김지훈이, 라이카와 우주선에 올라탄 신경학 전문의 출신의 우주비행사 K박사는 ‘포미니츠’ ‘난쟁이들’ ‘판’ ‘더 모먼트’ 등의 류제윤과 ‘비더슈탄트’ ‘드라큘라’ ‘아이위시’ 등의 김도현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원더보이’(8월 19~2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뮤지컬 ‘원더보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 22’(Sync Next 22) 시즌작 ‘원더보이’가 개막과 더불어 캐스팅을 공개했다. 서울시뮤지컬단 작품으로 ‘넥스트 투 노멀’ ‘비너스인퍼’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등의 박준영 연출, ‘판’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의 박윤솔 작곡가, ‘달과 6펜스’ ‘어린왕자’ 등의 성재현 작가가 의기투합했다.김연수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홀로 살아남아 초능력을 갖게 된 소년 정훈의 성장극이다. 교통사고 후 사람들 속마음이 들리고 과거가 보이는 초능력이 생긴 정훈 역은 ‘터칭 더 보이드’ ‘마우스피스’ ‘스웨그에이지’ ‘브라더스까라마조프’ ‘히스토리 보이즈’ 등의 이휘종과 서울시뮤지컬단원 김범준이 함께 한다.시대의 희생양이 된 연인을 그리는 남장여자 강토는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판’ 아랑가‘ 등의 박란주와 서울시뮤지컬단원 이혜랑이, 비상한 암기력을 가진 천재지만 억울한 운명을 맞는 수형은 김지철이 캐스팅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1 22:19 허미선 기자

[비바100] 과거에서 찾아낸 ‘오늘의 뉴스’…무대는 요즘 ‘정치’판!

“다들 너무 답답하고 불안한 게 아닐까요?”뮤지컬 ‘모래시계’(8월 14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난세’(8월 21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 ‘웃는 남자’(8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 7월 8~10일 대구 아양아트센터), 연극 ‘더 헬멧’(8월 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그리고 지난 3일 막을 내린 연극 ‘초선의원’까지 최근 무대 위는 ‘정치’ 열풍이다.무대예술의 핵심이 사회를 반영하는 ‘동시대성’임을 고려할 때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이에 정치 현상을 은유하는 극들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적인 ‘정치상황’을 소재로 하거나 ‘역사’에 지금을 빗대는 작품들이 유독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관련 작품들의 창작진들은 “답답하고 불안한 현실”과 “반복되는 역사”를 언급했다.뮤지컬 ‘난세’(사진제공=콘텐츠플래닝)‘난세’의 작가·연출·작곡가·음악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계속 되는, 풀리지 않는 응어리들이 있다. 거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치니 답답함을 토해내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가늠했다. 뮤지컬 ‘난세’는 부패한 관료들과 무능한 왕으로 인해 백성들이 신음하던 고려 말부터 새 나라를 창립하던 조선 초를 배경으로 한다.같은 곳을 바라보던 때도 있었지만 서로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된 정도전(박유덕·정동화·주민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이방원(양지원·이준우·최석진·류찬열)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백성 꾼(소정화·이지숙·정연)의 이야기다. 편을 갈라 서로의 옳음을 주장하고 증명하는 데만 몰두하는 위정자들에게 “우리를 봐 달라” 외치는 백성의 모습이 지금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지난 5월 15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초연된 후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이하 딤프, 7월 11일까지)에서 초청 공연될 ‘쇼맨’의 한정석 작가는 “정치 관련 작품은 늘 존재했던 것 같다. 꼭 정치인이 등장하거나 정치를 중심 소재로 삼지 않더라도 동시대성, 시사성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쇼맨’은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였던 네블라(강기둥·윤나무)의 삶과 현재를 힘겹게 살아가며 방황하는 젊은 한국계 입양아 수아(박란주·정운선)를 관통하는 작품이다.“최근에는 대선이나 전쟁 같은 이슈들이 있다 보니 정치 관련 작품들이 전보다 더 주목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정치 관련 작품들이 주목을 받게 되는 현상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정치가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으며 국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늘어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연극 ‘초선의원’(사진제공=네버엔딩플레이)연극 ‘초선의원’은 대놓고 ‘정치 코미디’를 표방한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과정과 사회 부조리를 코믹하게 엮는다. ‘초선의원’의 박준하 드라마터그는 직접적인 정치적 상황으로 현재를 이야기하는 극들이 최근 주목받는 데 대해 “우리 사회는 극도로 파편화돼 가고 있다. 이 파편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공정을 외친다. 하지만 그 공정은 결국 ‘내 생존에 방해가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간다”고 짚었다.“내 생존에 방해 혹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눈앞의 불공정에 눈 감죠. 이 파편화된 사회에서 연대를 외치고 내 이득이 아닌 것에 공정을 외치는 일은 바보나 하는 일이 돼 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런 바보를 경험했어요. 그리고 아직도 우린 눈물을 흘립니다.”그리곤 “연극 ‘초선의원’을 통해 그런 ‘바보 노무현’ 이전, 파편화된 사회에 분노해 ‘공정은 나의 도구가 아닌 공동체의 정의’라고 외친 의원 노무현을 ‘지금’ 기억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박태수(민우혁·온주완·조형균), 윤혜린(나하나·박혜나·유리아), 강우석(최재웅·남우현·송원근) 세 친구를 통해 삼청교육대, 동일방직 사건, 부마 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아픈 역사가 소용돌이치던 1970~80년대를 아우르는 뮤지컬 ‘모래시계’의 박해림 작가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 시대를 통해 ‘지금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모래시계’(사진제공=인사이트)“모래시계의 본질을 가진 역사는 돌고 돌며 반복돼요. 그런 역사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죠. 발버둥을 치더라도 살아내야 한다고, 그러면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바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정치적인 상황’을 직접 다루는 작품들의 또 다른 특징은 구체적인 사건, 현상, 역사 보다는 ‘그 속의 사람들’에 방점을 찍는다는 데 있다. ‘난세’의 김은영 작·연출·작곡가·음악감독은 “정치적인 이념을 강조하기보다 그들에게 우리, 평범한 국민들도 생각이라는 걸 하고 있고 모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모래시계’의 박해림 작가 역시 “정치적 사건보다는 사건 속 인물들이 어떻게 상처받고 다시 일어섰는가에 집중했다. 이 텍스트에는 영웅이 없다. 다들 실수하고 자책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인물들”이라고 털어놓았다.“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것, 반복되는 역사의 굴레 속에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보려고 끝까지 발버둥치면서 살다보면 이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너도, 나도, 윗세대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 우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배우’(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초선의원’의 변영진 연출은 “88년도는 우리에게 축제와도 같은 한해였다. 그것뿐이었다. 제가 기억하는 88년은 서울 올림픽이 개최됐고 아름다운 한강 고수부지가 개설됐으며 지하철이 본격적으로 개통돼 서울 한복판을 멋들어지고 달려가고 있던 그 모습만을 배워왔다”며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가 그야말로 가슴 벅차게 울려댔던 뜨거운 1년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그런데 그 이면에는 지독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습니다. 마치 아름다운 선물상자 속에 돼지의 썩은 간이 들어있는 형상처럼. 그 상자 속에는 소시민의 눈물과 애환, 부정부패와 왜곡들로 가득 차 있던 거죠. 올림픽에 가려졌던 선물상자를 풀었을 때 ‘아!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었구나! 88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격세지감 아닌 격세지감을 느꼈죠.”이어 변 연출은 “금메달 속에 철거민이 가려져 있었고 은메달 속에 노동자가 울고 있었으며 ‘손에 손잡고’가 흐르는 시대 속에 여러 시민들의 손이 불어 터지고 있었다”며 “88년은 그야말로 반칙 없는 스포츠의 현장이었다”고 덧붙였다.“많은 관객 분들이 이 공연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그거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진짜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초선의원’ 변영진 연출,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의 말처럼 불공정, 부조리, 아픈 역사에서 좀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길의 첫 걸음은 ‘부끄러움’이다. 가해사실, 미처 알지 못하거나 신경쓰지 못했던 무지 혹은 무관심, 알고도 모르는 척 눈감는 방관 등에 대한 부끄러움은 반성과 개혁의지로 이어지며 사회의 변화, 진화로 향하게 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이는 뮤지컬 ‘웃는 남자’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이 작품의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고 추천한 “2막에서 선보이는 힘든 넘버 세곡” ‘모두의 세상’ ‘그 눈을 떠’ ‘웃는 남자’에 응축돼 있다.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입이 찢긴 채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박효신·박은태)이 귀족 신분을 되찾은 후 참석한 의회 회의에서 앤 여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절망하고 포기하게 되는 과정을 따르는 넘버들이다.뮤지컬 ‘웃는 남자’ 2018년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DB)이미 많이 가지고도 더 가지려는 권력자들, 그 행태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이들은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때까지” “저 벽을 무너뜨려, 참된 자유만. 오직 정의만, 살아 숨 쉬게” 거짓을 꿰뚫어보고 더 늦기 전에 “눈을 떠 봐”라고 절규하는 그윈플렌에게 비웃음과 냉소를 보낸다.이 넘버들 중 프랭크 와일드혼은 ‘모두의 세상’을 특히 강조했다. “끝도 없는 욕망에 길들여진 시선 속에 누군가의 지옥으로 세운 천국”에서 “검게 물든 꽃잎에 얼어붙은 그 생명에 영원한 빛을 밝혀줄” 세상을 꿈꾸는 그윈플렌의 염원을 표현한 곡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이 곡에 담긴 그 메시지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미국)는 엉망진창이 됐다. 얼굴이 주황색인 그 분 때문에”라며 “그래서 ‘모두의 세상’이 주는 메시지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제16회 딤프에서의 초청공연을 준비 중인 ‘쇼맨’의 한정석 작가는 “사유의 가치”를 강조했다.“사회 안에서 개인은 온전히 주체적일 수 없다는 자각이야말로 주체성 회복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욕망과 이데올로기에 맞추느라 버거운 현대인들에게 사유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08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DIMF 첫 출격에 두 작품! 뮤지컬 ‘인비저블’ ‘쇼맨’의 안창용 “즐겁게 놀아보겠습니다!”

뮤지컬 ‘인비저블’에서 톨킨을 연기한 배우 안창용(사진제공=딤프사무국)“DIMF는 올해 처음 참여해 보는데요. 다들 열정적이시고 관객 분들도 공연을 재미있게 봐주셔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주어지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다른 초청작도 보고 여러 부대 행사에도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올해로 16회를 맞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이하 딤프, 7월 11일까지) 첫 출격에 창작지원작 ‘인비저블’, 공식초청작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7월 8~10일 아양아트센터, 이하 쇼맨) 두 작품 무대에 오르는 배우 안창용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2012년 ‘루브’로 데뷔해 2017년 극한(?)의 2인 뮤지컬 ‘머더 포 투’에서 마커스를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안창용은 이후 ‘모범생들’ ‘레드북’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팬레터’ ‘미드나잇’ ‘비스티’ ‘광주’ ‘환상동화’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의 안창용(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딤프 개막(6월 24일) 주에 창작지원작 ‘인비저블’로 대구 관객을 만난 안창용은 오늘(8일) 개막하는 ‘쇼맨’으로 다시 한번 대구 무대에 오른다. 대구의 뮤지컬제작사 안컴퍼니 작품인 ‘인비저블’은 암울하고 편견이 들끓는 현실 속에서 ‘판타지’의 힘을 믿는 젊은 학자들의 우정과 갈등, 화해 등의 여정을 따른다.‘나니아 연대기’의 C.S. 루이스(C.S. Lewis, 황두헌)와 ‘반지의 제왕’ 존 로날드 로웰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안창용)을 주축으로 한 판타지 문학 동아리 ‘잉클링즈’의 이야기를 다룬다.그는 “대구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두개의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아직 공연이 남아있는 ‘쇼맨’에서도 즐겁게 놀아보겠다”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쇼맨’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등의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음악감독, 박소영 연출의 의기투합작으로 올 5월까지 정동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시민혁명으로 사라지고 없는 나라 파라디수스의 독재자이자 학살자 미토스의 네 번째 대역배우였던 네블라(강기둥·윤나무)의 삶과 현재를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계 입양아 수아(박란주·정운선)의 방황을 관통하는 작품이다.네블라는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누구보다 성실하게 대역배우 역할에 충실했지만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싶어도 온통 죄책감으로 채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의 노년은 고독하며 회한투성이다.그런 네블라가 자신의 생을 돌아보기 위해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사진작가’를 자처한 대형마트 직원 수아는 불안과 방황의 시기를 관통 중이다. ‘가짜’ 독재자로 살아온 네불라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가짜’ 사진작가 수아가 찍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저마다가 지닌 무게, 진정한 자신으로 서기 위한 고군분투로 채워진다.이 작품에서 미토스의 첫 번째 대역배우, 간부 등을 연기하는 안창용은 ‘쇼맨’에 대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진짜 자신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우리는 사회에서 온전히 주체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끌려가고 지배당하는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 같아요. 더불어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서로를 바라봐 주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08 17: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배우1 박정자, 배우2 손숙, 배우3 윤석화, 유령 전무송…연극 ‘햄릿’

2016년 초연됐던 ‘햄릿’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수차례 무대에 올랐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도 그들이 의기투합하니 달랐다. 지난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김성녀, 박정자, 손봉숙, 손숙, 유인촌, 윤석화, 전무송, 정동환, 한명구(이하 가나다 순) 9명의 원로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재현한 손진책 연출의 ‘햄릿’은 묵직했고 감탄을 자아냈다. 그 ‘햄릿’(7월 13~8월 13일 국립극장 해오름)이 젊은 햄릿을 내세워 6년만에 다시 돌아온다. 지난날의 햄릿 유인촌은 형수를 탐하고 권력욕을 불태우는 클로디어스로, 오필리어 윤석화는 배역 이름도 없는 배우3으로 무대에 오른다. 6년만에 돌아온 ‘햄릿’ 연습장면. 햄릿 역의 강필석과 클로디어스 유인촌(사진제공=신시컴퍼니)2016년 초연 당시 젠더프리로 폴로니어스를 연기했던 박정자는 배우1, 거트루트 손숙은 배우2, 레어티즈 전무송은 유령, 클로디어스왕 정동환은 폴로니어스, 호레이쇼 김성녀는 거투르드, 로젠크란츠 손봉숙은 배우 4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다. 여기에 2016년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건강 혹은 스케줄 문제로 함께 하지 못했던 권성덕이 ‘무덤파기’로, 길해연이 배우2로 새로 합류했다.주요 배역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배우들이 연기한다. 뮤지컬 ‘썸씽로튼’ ‘곤 투모로우’ ‘명성황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서편제’ 등의 강필석이 햄릿으로 낙점됐다. 더불어 호레이쇼는 연극 ‘스웨트’ ‘킬롤로지’ ‘진실X거짓’ ‘데스트랩’ 등의 김수현, 레어티즈는 ‘시카고’ ‘썸씽로튼’ ‘바넘’ ‘모래시계’ ‘아트’ 등의 박건형, 오필리어는 ‘레베카’ ‘드라큘라’ ‘고스트’ ‘시라노’ ‘어쩌면 해피엔딩’ ‘리차드3세’ 등의 박지연이 연기한다. 더불어 김명기가 로젠크란츠, 이호철이 길덴스턴으로 분한다.지난날의 햄릿과 지금의 햄릿이 함께 무대에 올라 선후배가 앙상블을 이루는, 젊은 배우들이 입을 모아 “역사적 사건”이라고 칭하는 ‘햄릿’은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게 ‘햄릿’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메멘토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혹은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의 메시지를 던진다. 80세를 훌쩍 넘긴 박정자의 말처럼 “연극배우한테 배역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대 한구석, 조명 밖에 있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게 배우들의 숙명”이라며 “햄릿(강필석)을 맘껏 응원하겠다”고 기꺼이 참여한 선배들로 무대에 다시 오를 ‘햄릿’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다. 이제 2016년과는 다르면서도 더 묵직한 감탄을 자아내는 건 후배들의 몫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0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제16회 딤프 배성혁 위원장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리딩공연’, 지속적인 지원에 나섭니다”

제16회 DIMF에서 새로 출범한 뮤지컬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 최우수상 '돌쇠전'(사진제공=딤프사무국)“16년째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상징과도 같은 축제인데 대구의 젊은 친구들이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프린지페스티벌 말고는 없었어요. 창작지원작은 경쟁 프로그램이다 보니 최종선정이 쉽지 않고….” 올해로 16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이하 딤프, 7월 11일까지)의 특징은 지역 뮤지컬 발굴을 위해 출범한 DIMF 뮤지컬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이다. 이에 대해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젊은 대구 창작자들에게 무대화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딤프는 꾸준히 16년째 안정적으로 진행해온 국내 유일의 뮤지컬 축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축소 개최됐던 2년 동안에도 55만명이 다녀간, 전세계에서도 그 유례가 드문 뮤지컬축제다. 지역 축제들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 국한돼 ‘그들만의 축제’로 치러져 왔다면 딤프는 대구를 대표하는 행사지만 한국,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를 지향하는 축제다. 이같은 딤프에 ‘지역 창작자 및 창작뮤지컬 발굴’에 방점을 찍은 인큐베이팅사업은 그간 행보와는 결을 달리하는 프로젝트다.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배성혁 집행위원장(사진=브릿지경제 DB, 허미선 기자)“축제 예산 중에는 뮤지컬 전문 인력 양산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아카데미, 창작뮤지컬 발굴을 위한 창작지원작 등도 포함되지만 대구 창작뮤지컬 지원 예산은 없었어요. 이에 이번에 ‘지역’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 예산을 따로 마련했죠. 대구지역의 젊은 창작자, 제작사에 한정해 3월 공모를 통해 최종 8작품을 선정해 ‘리딩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을 비롯해 ‘헤드윅’ ‘그레이트 코멧’ ‘젠틀맨스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등의 제작사 쇼노트 이성훈 대표, ‘리차드3세’ ‘오이디푸스’ ‘신과함께-이승 편’ ‘윤동주, 달을 쏘다’ 등의 한아름 작가, 김준희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등 한국 공연계의 대표 전문가들이 심사해 ‘지역색’에 대한 우려를 덜어냈다.배성혁 위원장의 전언처럼 “다양한 경향의 작품들 중” 최종선정된 작품이 19금 코미디 ‘돌쇠전’, 2인 스릴러 ‘리플리’, ‘정글북’을 모티프로 한 ‘모글리’,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를 극화한 ‘뱅크씨’, 실패한 첫사랑과 찬란했던 그 시절을 담은 ‘오므라이스’, 전차를 소재로 한 팩션 역사극 ‘한성전차’, 판소리 ‘수궁가’와 ‘별주부전’을 재해석한 ‘어 퓨 굿 피시’(A Few Good Fish),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재즈와 접목시킨 ‘더 템페스트’(The Tempest)다.지난달 29, 30일 양일간 진행된 ‘리딩공연’ 결과 최우수상은 ‘돌쇠전’이, 우수상은 ‘더 템페스트’가 차지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1000만원, 500만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돌쇠전’은 육체적 사랑과 욕망을 표출하는 한국의 고전적 설정인 ‘돌쇠와 마님’에 그리스로마 신화 속 육체적 사랑 에로스와 영혼을 상징하는 프시케를 접목시킨 19금 코미디다. “상상과는 전혀 다른, 의외여서 놀란 작품이에요. 19금이지만 천하지 않고 우아했죠.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재학생들이 꾸린 작품이었는데 배우들은 수상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미 서울로 올라가 버렸는데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더 템페스트’는 블랙코미디로 의아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았죠. 기존의 ‘템페스트’와는 전혀 다르게 다루는가 하면 음악적으로도 재밌는 작품입니다.”응모작들은 실재했던 이야기, 실존인물, 기존에 자주 다뤄왔던 소재 등으로 다소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최종선정작들은 배 위원장의 말을 빌자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롭게 풀어내거나 완성도가 높아 놀라웠다.” 우수상을 두고 “세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일 정도로 기대 이상의 작품들”이라는 배 위원장의 귀띔이다. 2022 DIMF 뮤지컬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 수상자 및 참가자(사진제공=딤프사무국)“수상작들 외에도 정글북을 바탕으로 한 ‘모글리’도 굉장히 극찬을 받았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리플리’를 높게 평가했죠. 남자 2인극으로 대학로 공연 중 유사한 작품이 너무 많아 ‘새로움’이 심사기준 중 하나인 ‘리딩공연’에서 수상하진 못했지만 ‘지금 당장 대학로 무대에 올려도 되겠다’고 할 정도였어요.”이어 “최종선정작들은 당장 내년에 공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능성있는 작품들이었다”며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년 창작지원작에 응모할 수 있도록 돕거나 딤프에서 따로 의뢰해 공동제작해 축제 기간 중 무대에 올리는 등 그들을 위한 지원을 지속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축제(딤프) 예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리딩에서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에요. 대구의 젊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딤프에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0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태권도에도, 연기에도 진심으로!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사진=허미선 기자)“(김명훈) 연출님께서 태권도를 어쭙잖게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태권도 시범단에 누가 되지 않게, 적어도 기본은 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태권도에 진심이듯, 태권도 시범단도 연기에 진심으로 임해주셨죠.”뮤지컬 ‘태권, 날아올라’(7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 한국체육고등학교 태권도부 2학년의 에이스 박두진을 연기 중인 배우 김준식은 “태권도에도, 연기에도 진심이었다”고 털어놓았다.박두진으로 더블캐스팅된 배우 조용현도 “태권도로 하는 뮤지컬이라 부담도, 걱정도 많았다. 22명 중 14명이 태권도를 처음 하는 배우들이었다”며 “연기나 춤 보다는 태권도가 어려웠다. 시범단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간극을 줄이는 데 노력했다”고 전했다.‘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눈길을 끈 엄지민이 ‘태권, 날아올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사진=허미선 기자)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라이브(주)와 ㈜컬쳐홀릭이 제작, 태권도진흥재단이 후원하는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는 태권도진흥재단의 태권도 문화콘텐츠 육성사업 프로젝트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강호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체육고등학교 태권도부원들의 성장극으로 절도 있는 태권도 동작들이 화려하게 펼쳐진다.‘니진스키’ ‘디아길레프’ ‘구내과의원’ ‘금악’ 등의 김정민 작가·성찬경 작곡가 콤비작이자 ‘공룡 타루’ ‘스노우데이 ’등의 김명훈 연출작으로 미국 서바이벌 쇼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 Got Talent)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골든부저를 받았던 엄지민이 ‘품새 스페셜리스트’ 태권도부 주장 이솔을 연기하며 뮤지컬에 데뷔한다.김명훈 연출 역시 “태권도와 드라마가 따로 놀지 않게 융합시키는 데 집중했다”며 “누가 배우이고 누가 시범단인지 구분할 수 없게, 간극을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전했다.성찬경 작곡가는 넘버에 대해 “전주만으로도 박진감, 힘과 에너지 더불어 10대들의 순수함과 끓어오르는 열정을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뒀다”며 “그 어떤 뮤지컬보다 다채로운 음악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박동영 예술감독은 “태권도는 다양한 장르, 한국 대표 문화들과 협업해왔지만 뮤지컬과의 접점은 고민이 많았다. 정체성은 뮤지컬이지만 태권도가 빛날 방법을 고민하면서 뮤지컬 배우들이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노파심이었다”며 “누가 선수이고 누가 뮤지컬배우인지 간극 없이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아메리카 갓 탤런트’를 통해 전세계에 태권도의 저력을 알린 엄지민은 시범단이 아닌 배우로 뮤지컬 무대에 서는 데 대해 “연습부터 지금까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고 인생의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며 “운동선수였던 저를 이솔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태권도부를 이끄는 코치 서태준으로 출연 중인 권민수는 ‘태권, 날아올라’에 대해 “주제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태권도’처럼 이 작품은 누구 한명이 아닌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라며 “국뽕이 차오르는 뮤지컬”이라고 정의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2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창의적인 액티비티 플랫폼 꿈꾸는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 "결국 콘텐츠”

안도 다다오 작품인 LG아트센터 서울 외관(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한 시장조사, 관객조사 결과 일산 지역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연장은 예술의전당이었어요. 인지도가 가장 높고 자주 가는 공연장도 예술의전당이었어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기 보다는 신뢰도가 높은, 보고 싶은 공연이 많은 공연장이죠.”10월 13일 개관으로 마곡시대 첫발을 디딜 LG아트센터 서울의 이현정 센터장은 “두 가지를 확신했다”며 “관객들은 결국 ‘가까운 데만 가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보러 간다’ 그리고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어떤 특정 지역에만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안도다다오 #다목적그랜드시어터 #블랙박스극장 하드웨어는 갖춰졌다!안도 다다오 작품인 LG아트센터 서울의 게이트 아크(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인 LG아트센터 서울은 그의 시그니처 요소인 ‘튜브’(Tube), ‘게이트 아크’(Gatee Arc), ‘스텝 아트리움’(Step Artium)으로 무장하고 1355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LG 시그니처 홀’과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 ‘U+ 스테이지’ 그리고 2개의 리허설 룸, 예술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3개의 클래스룸, 1개의 스튜디오, 5개의 FB 매장 등으로 꾸린다. 소음을 최소화한 박스 인 박스(Box in Box) 양식으로 관객을 위한 건축 및 디자인 요소로 무장한 LG아트센터 서울은 보다 넓어지고 변형이 자유로워진 무대와 오케스트라 피트, 탁월한 음향 시스템, 무대장치 및 공연장 내 시스템 이동 및 설비의 편이성 등 하드웨어는 제대로 갖춰 가고 있는 듯 보인다. 마곡에 새로 자리잡은 LG아트센터 서울의 LG시그니처홀(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10월 13일 개관을 결정하고 12월 18일까지 1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개관 페스티벌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꾸리는 개관식을 시작으로 이날치 신작 ‘물밑에서’(가제), 이자람의 ‘노인과 바다’, 안무가 김설진·김재덕과 비보이크루 갬블러·엠비크루가 협업하는 ‘브레이크 스루’(Break Through),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선우예권이 협연하는 ‘세헤라자데’, 박정현 콘서트 ‘지금’, 새로워질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등이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현대무용의 거장 아크람 칸 컴퍼니의 ‘정글북: 또 다른 세계’,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함께 하는 알 디 메올라 재즈 트리오 공연,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의 ‘기울어진 사람들’‘푸가/트램펄린’ 등 해외의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도 LG아트센터 서울의 개관을 함께 한다.21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 중인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22년 간 역삼역 인근에서 초대권 없는 공연장으로 사랑받았던 LG아트센터가 마곡지구 서울식물원 내로 이전하면서 높아진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이 센터장은 “결국 콘텐츠”를 강조했다.“바로 집 앞에 공연장이 있다고 자주 가지는 않아요. 결국 콘텐츠가 경쟁력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죠. 지난 22년 간 450만 관객을 맞은 역삼동 LG아트센터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좋은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수한 공연들, 관객들이 보고 싶은 공연 등 그 극장에 가고 싶게 하고 신뢰할만한 프로그램이라면 LG아트센터 서울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습니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지금 이 무대에서 빛날 콘텐츠들의 향연“역삼 LG아트센터는 ‘유일성’이 주요 차별화 전략이었어요. 하지만 마곡에서의 차별화는 ‘유일무이’한 공연은 아닙니다. ‘여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기 보다는 이 공연장에서 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그게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조성진, 선우예권, 클라라 주미 강, 이자람, 이날치, 이은결…개관 페스티벌 라인업은 지금까지 LG아트센터가 꾸려온 프로그램과는 결을 달리 한다. ‘유일성’ 보다는 ‘강서지역 유일의 다목적 공연장’이라는 정체성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이현정 센터장은 “저희의 경쟁상대는 롯데콘서트홀이나 예술의전당이 아니다”라며 “다른 공연장에서 볼 수 있고 이미 다른 데서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던 공연을 멀리 가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도 차별화 요소 중 하나”라고 털어놓았다. “지금 여기서 공연함으로서 빛날 작품, 강서에서 1300명이 와서 볼만한 공연이면 라인업에 포함시켰어요. 새로운 관객들에게 좋은 극장에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죠. 경쟁이 아닌 협업, 주변 관객들에게 밸류를 주는 것이 중요한 극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이어 “다른 공연장에서도 볼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올해의 프로그램도 작품 하나하나에 힘을 실었고 다른 극장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넣었다”고 덧붙였다. “이날치는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프로 한 신작 음악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처음 선보입니다. 음악극이 아닌 콘서트지만 박정희 연출, 여신동 무대디자이너 등이 협업해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음악과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지는 공연이죠.”안도 다다오 작품인 LG아트센터 서울 튜브(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더불어 “이자람의 ‘노인과 바다’는 대극장으로 키워서 온다. 지방투어 중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는 했지만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또 다르게 선보인다”며 “아티스트 이자람이 LG시그니처 홀과 U+ 스테이지를 직접 방문해 보고 대극장에서도 ‘노인과 바다’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했고 ‘상상을 통해 파도를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고 말을 보탰다.“개인적으로는 김설진, 김재덕 안무가와 비보이 크루가 협업하는 ‘브레이크 스루’가 야심작입니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개발 프로그램으로 만났던 팀들로 새로운 안무로 작품을 꾸리죠. 이은결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새로운 세트를 제작하며 구성을 고민 중이에요. 완전 새로운 작품은 아니지만 LG아트센터 서울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새로운 것을 담은, 좀더 스펙타클하게 발전·변화시킨 버전이죠. 이은결의 마술 공연은 예술성과 대중성이 잘 어우러져 있고 휴머니즘을 내포하고 있어요. 어떤 연령층이든 좋아할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죠. 더불어 LG아트센터에서 마술공연도 한다는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합니다.”◇진짜 은둔고수를 찾아서 마곡에 새로 자리잡은 LG아트센터 서울의 블랙박스 극장 U+스테이지(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결국 실험은 프로그램하는 사람들이 얼만큼의 의지를 가지고 만들고 운영하느냐에 그 성공여부가 좌우됩니다. 게다가 실험적인 작품을 찾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협업’입니다.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진 공연장을 제공한다 공표하고 자발적으로 예술가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무대는 물론 객석까지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블랙박스 극장을 열며 ‘실험’과 ‘발굴’ ‘인큐베이팅’ 등의 가능성과 의지를 표명한 시설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 ‘실험’ 보다는 ‘안정’을 택하며 ‘굳이 블랙박스 극장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공연들로 꾸려지며 원래 취지는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다양한 ‘실험’ 플랫폼이 될 U+스테이지 운영에 대해 이현정 센터장은 “협업”을 강조했다. 이어 “수많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있지만 주로 ‘공급자’가 주도해 왔다”며 “저희는 판을 깔 뿐 실험은 아티스트가 주인공”이라고 부연했다.“인큐베이팅 관련해서 지난해부터 아티스트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공모, 지정공모 등의 의견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작품 경력이 있고 일정 수준이 보장된, 정해진 분들을 여타 기관과 똑같은 방식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진짜 은둔 고수를 찾고자 합니다. 어딘가 존재하지만 방법을 몰라 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죠.”◇창의적인 액티비티 플랫폼을 꿈꾸며 “2023년을 더 기대해주세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 중인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 센터장(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똑같은 공연도 LG아트센터에서 할 때와 예술의전당에서 할 때 관객층이 완전 달랐어요. 역삼 LG아트센터는 1000석 규모의 단일 공연장으로 비즈니스 타운 내에 위치하며 목적 지향적으로 공연을 보로 오는 분들에 타깃 오리엔트된 극장이었죠. 똑같은 공연인데도 LG아트센터는 정말 진지하게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예술의전당 관객들은 편하게 공연을 즐기셨죠.”이렇게 전한 이현정 센터장은 “마곡지구의 LG아트센터 서울은 새로 개발된 지역이고 공원 내에 자리잡았고 어떤 관객이 오실지 알 수가 없다”며 “이에 지금은 극장을 널리 알리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짚었다.“지금은 ‘우리 여기 왔어요’를 알리고 다양한 공연을 수용하며 어떤 관객이 오시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동시에 우리 극장이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물리적 거리도 관객동원에는 상관없다는 것도 입증해야 하죠.”서울시 기부채납 후 20년간의 사용수익권을 확보해 LG연암문화재단에서 운영할 LG아트센터 서울이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리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을 “3년 정도로 예상 중”이라고 이현정 센터장은 귀띔했다. “ 조수미, 홍혜경, 피나 바우쉬 등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포진돼 있었지만 (2000년) 역삼 LG아트센터 개관 해에도 유료관객이 60%에 그쳤어요. 하지만 바로 다음해 80%를 달성할 수 있었죠. 결국 콘텐츠와 신뢰도였어요. 마곡 LG아트센터 서울도 신뢰도를 쌓으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이어 이현정 센터장은 “창의적인 액티비티가 이뤄지는 공간을 꿈꾼다”며 “아티스트든 관객이든 그곳에 가면 창의적인 무언가가 일어나고 재밌는 걸 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2023년의 공연을 더 많이 기대해주세요. 그때부터 LG아트센터 서울의 솔직한 색이 드러나기 시작할 겁니다. 그걸 발판삼아 창의적인 액티비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테니까요. 역삼동에서도 좋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더니 마곡에서도 그렇구나 생각하시게 될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23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실화’ ‘스토리텔링’에 초점 맞춰…벌써 세 번째 변화 맞은 뮤지컬 ‘마타하리’

뮤지컬 ‘마타하리’(사진=허미선 기자)“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매우 독특합니다. 미국은 작은 도시에서 시연을 하고 관객 반응을 보고 수정한 후 또 다른 도시로 가 공연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죠. 이같은 과정을 마치고 무대에 오른 작품은 절대 수정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한국은 한번에 완성형으로 관객들을 맞이하다 보니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라도 수정을 통해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게끔 창작진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죠.”뮤지컬 ‘마타하리’(8월 1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은 2016년 초연, 2017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또 다시 변화를 맞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21일 서울 송파구 소재의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마타하리’ 프레스콜에 참석한 프랭크 와일드혼은 “이처럼 극적인 인생을 살아간 인물이라면 뮤지컬로 만들어져 마땅하다고 생각했다”며 “권은아 연출이 같은 여성의 관점으로 어떻게 풀어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마타하리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스토리텔링이 더 명확하게 전달되게 고민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를 전달하다보면 인물들이 가진 두려움, 욕망들, 그들이 원하는 것, 그들이 즐거운지 행복한지 등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게 임하다 보니 새로운 곡들도 작곡하게 됐습니다.”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정부에 의해 총살당한 무희 마타하리, 본명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실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2016년, 2017년에 이은 세 번째 시즌으로 옥주현과 마마무 멤버 솔라가 마타하리로 분하고 있으며 그를 사랑하는 파일럿 아르망으로는 FT아일랜드 이홍기, 비투비 이창섭, JTBC ‘팬텀싱어’ 출신의 라떼아모르 멤버 김성식 그리고 뮤지컬 배우 윤소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마타하리’ 세 번째 시즌에 새로 합류한 권은아 연출은 “실존인물을 다루는 게 조심스러워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해졌다”며 “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뮤지컬 ‘마타하리’(사진=허미선 기자)“그녀의 삶에는 공연에서 보여지는 것보다도 불편한 이야기가 더 많았어요. 그런 지점들을 숨겨야 하나, 수위를 조절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불편한 이야기들이 생기지 않을 수 없죠. 적어도 생이 끝나갈 때 어떤 미움도, 후회도 없이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자신의 어떤 모습도 사랑해줄 수 있을 때야 행복이 찾아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이어 권 연출은 “그래서 과거의 또 다른 자아를 보여줘야 했고 ‘마가레타’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 캐릭터가 노래나 말 등 언어적 수단으로 전달하는 순간 마타하리와 겹치는 지점들이 고급스럽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춤이라는 도구로 표현했다”며 “곡 순서도 재배치됐고 비주얼적인 요소들도 변화를 맞았다”고 부연했다.세 번째 변화를 맞은 ‘마타하리’는 머리가 전시되는가 하면 누군가 그 전시됐던 머리를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그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실제 비극과 마타하리를 중심으로 한 인물 간 감정 및 관계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맞춘다.뮤지컬 ‘마타하리’(사진=허미선 기자)권 연출은 “마타하리는 지금 스트립쇼의 시초가 되는 인물이자 거의 첫 페미니스트로 알려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뮤지컬 ‘마타하리’에서는 페미니스트로 보이기 보다는 인간으로 조명하고 싶었다. 마타하리를 비롯한 라두 대령, 아르망, 안나(최나래·한지연), 팽르베 국방부 장관(육현욱·홍경수) 등의 입장과 그들의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초연부터 세 번째 시즌까지 마타하리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옥주현은 “접점이 빠진 느낌이어서 납득이 안가고 이입이 안돼 초연 보다 재연이 더 힘들었다”며 “이제야 몰입감과 흐름이 잘 짜여진, 확실한 버전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이 완성된 퍼즐을 본 느낌”이라고 전했다.“푸치니, 아인슈타인, 피카소 등의 연인이었던 실제 이야기가 추가되고 음악적 구성도 달라졌어요. 체감상 ‘레베카’보다도 짧게, 순식간에 지나가는 인생이라고 체감하고 있죠. 무대 위에서 자연스레 살 수 있게 해주셨어요. 마지막에 텅빈 마음이 꽉 차오른 상태로 떠날 수 있게 하죠. 가장 현실적으로 감정이입해 연기할 수 있고 최고의 모먼트로 살아가게끔 해주셔서 연출님을 비롯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편곡자에게 감사드립니다.”◇첫 마타하리 솔라와 아르망들 윤소호·이창섭·김성식, 라두 최진철·김바울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마타하리’(사진=허미선 기자)“모든 게 새로웠어요. 제일 자신 있던 것 중 하나가 노래였는데 그 마저도 많이 혼나면서 불렀어요. 저는 자신있게 불렀는데 ‘너무 솔라 같다’ ‘마타하리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고 혼란스러웠죠. 연습을 하면할수록 걱정이 앞섰지만 공연이 시작되면서는 재밌게 하고 있죠.”‘마타하리’에 뮤지컬에 데뷔한 마마무의 솔라는 이렇게 소감을 전하며 “모든 게 다 처음이고 새로워 준비과정에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이 배우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마마무로서 음악활동을 하다보니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했는데 ‘마하타리’를 하면서 매력적인 장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멤버 중에는 (문)별이가 첫 공연을 봤죠. 공연이 끝나고 만나서는 울더라고요. 극의 마지막이 너무 슬퍼서인 줄 알았더니 제가 노력한 게 보인다면서 울더라고요.”새 마타하리와 더불어 이번 시즌 ‘마타하리’에는 프레스콜에 불참한 이홍기를 비롯해 비투비 이창섭, ‘팬텀싱어’ 출신의 김성식, 뮤지컬 배우 윤소호 네명의 새로운 아르망들이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저마다의 매력에 대해 윤소호는 “제일 어린 데서 오는 순수한 면이 있다”고, 이창섭은 “제일 개구지고 유쾌함이 좀더 묻어나는 아르망”이라고 밝혔다.뮤지컬 ‘마타하리’(사진=허미선 기자)맏형 김성식은 “(윤)소호의 순수함, (이)창섭의 유쾌함이 저는 많이 부족해서 이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다. 배운 걸 접목해서 아르망의 순수함에 다가가려로 노력 중”이라고 털어놓았다.세 번째 시즌에 새로 합류한 라두 역의 최진철은 “단지 마타하리에 대한 집착, 배신이 아니라 사랑과 집착, 개인적 욕망과 조국에 대한 애국심의 갈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팽르베 국방부 장관 역할이 새로 투입되면서 많은 감정선을 보여주고 입체적 연기가 가능해졌다”고 전했다.또 다른 라두 김바울은 “처음엔 투철한 신념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나중에는 그 신념 때문에 변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흥미로웠다”며 “집착, 욕망에 치중하기 보다는 그 안에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라두도 마타하리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어요. 표현방식이 잘못돼 나쁜 놈의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여러 상황 속에서 라두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하면서 연기 중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22 18:15 허미선 기자

[비바100] 창작뮤지컬 발굴·지원·육성에 방점 찍은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공식 초청작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개막작인 ‘투란도트’ 슬로바키아 버전, 폐막작 ‘더 콰이어 오브 맨’, 지난해 창작지원 선정작 ‘스페셜 파이브’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정동극장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배우’(사진제공=딤프사무국)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축소 개최되던 2년 동안에도 55만명이 다녀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이하 딤프, 6월 24~7월 11일)이 올해로 16회를 맞는다. 거리두기 좌석제가 사라진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의 첫 무대는 딤프가 탄생시킨 대표작이자 시그니처인 ‘투란도트’(6월 24~28일 대구오페라하우스)다. 푸치니의 유작인 ‘투란도트’를 가상의 해저나라로 배경을 바꿔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상처받고 마음을 닫아버린 투란도트 공주와 그녀에 첫눈에 반해 목숨까지 거는 칼라프 왕자 그리고 그런 왕자에 대한 연정을 키우는 류의 이야기다.제16회 DIMF 개막작 ‘투란도트’ 슬로바키아 버전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사무국)2010년 트라이이웃돼 2011년 초연된 후 2016년 서울에 입성을 비롯해 중국(닝보·항저우·동관·상해·하얼빈) 초청, 2018년 동유럽 6개국(슬로바키아·독일·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폴란드) 수출, 슬로바키아 노바스째나 국립극장 시즌 프로그램 선정 등의 성과를 올린 딤프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매년 축제 때면 무대에 올랐지만 이번 ‘투란도트’가 특별한 이유는 한국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유럽권에 라이선스 수출된 슬로바키아 버전이 공연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도 슬로바키아 노바스째나 국립극장 시즌 프로그램으로 공연됐던 작품으로 고전적이거나 중세 유럽풍이 아닌 현대적으로 변주한 것이 특징이다. 말끔한 슈트, 티셔츠와 청바지, 캐주얼 원피스와 가방, 가죽 재킷, 모던한 드레스 등으로 꾸렸다.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폐막작 영국 ‘더 콰이어 오브 맨’(사진제공=딤프사무국)폐막작은 영국의 ‘더 콰이어 오브 맨’(The Choir of Man, 7월 2~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이다. 영국의 공연예술시상식인 올리비에 어워즈 후보에 이름을 올린 작품으로 펍에서 펼쳐지는 9남자의 화려한 파티이자 콘서트다.세계적인 탭댄서, 시인, 연주자, 가수 등이 건스 앤 로지즈(Guns’n Roses), 아델(Adele), 폴 사이먼(Paul Simon), 펀!(Fun!), 아비치(Avicii), 시아(Sia) 등 글로벌 차트를 장악한 뮤지션들의 히트곡들을 재창조한 곡들을 비롯한 Pub Tune(펍 튠), 포크, 록, 합창, 브로드웨이 뮤지컬 넘버 등으로 신나는 밤을 선사한다.더불어 한국의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배우’(7월 8~10일 아양아트센터)와 지난해 창작지원 선정작인 ‘스페셜 파이브’(6월 24~26일 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6월 25~26일 문화예술전용극장 CT)도 초청 공연된다.딤프의 또 다른 재미는 작품의 시작을 함께 하는 창작지원작이다. 딤프는 ‘프리다’ ‘블루레인’ ‘더 픽션’ ‘번지점프를 하다’ 등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사랑받는 뮤지컬들을 탄생시킨 창작뮤지컬의 보고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73개 지원작에서 엄선한 5편의 창작뮤지컬이 관객들을 만난다.퍼펫을 활용한 군견과 군견병 이야기 ‘산들’(6월 24~26일 대덕문화전당, 이하 공연일·가나다 순), 판타지 소설가인 ‘반지의 제왕’의 톨킨과 ‘나니아 연대기’의 루이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인비저블’(6월 24~26일 어울아트센터), 전·현생을 오가는 서정적인 로맨스 ‘봄을 그리다’(7월 1~3일 대덕문화전당), 브람스·슈만·클라라의 편지 및 자서전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브람스’(BRAMS, 7월 2~3일 어울아트센터), 지질과학과 고생물학에 대단한 업적을 세우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한 과학자 이야기 ‘메리 애닝’(7월 9~10일 대덕문화전당)이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다.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들(사진제공=딤프사무국)올해는 지역 창작뮤지컬 지원 시스템인 ‘DIMF 인큐베이팅사업-리딩공연’(9월 29~30일 꿈꾸는씨어터)도 출범한다. 지역 내 창작진 및 창작공연 발굴을 위한 지원 시스템으로 최우수작품·우수작품에 각각 1000만원,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투란도트’를 이을 글로벌 콘텐츠 발굴·지원·육성을 위한 시스템으로 그 첫 작품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육체적 사랑과 욕망을 표출하는 고전적 설정인 ‘돌쇠와 마님’에 ‘에로스와 프시케’를 접목시킨 19금 코미디 ‘돌쇠전’, 2인 스릴러 ‘리플리’, ‘정글북’을 모티프로 한 ‘모글리’,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를 극화한 ‘뱅크씨’, 실패한 첫사랑과 찬란했던 그 시절을 담은 ‘오므라이스’, 전차를 소재로 한 팩션 역사극 ‘한성전차’, 판소리 ‘수궁가’와 ‘별주부전’을 재해석한 ‘어 퓨 굿 피시’(A Few Good Fish),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재즈와 접목시킨 ‘더 템페스트’(The Tempest)까지 8작품이 리딩공연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22 18: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②]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김찬종·최호승·박좌헌 “하이텐션 에너지, ‘땀’부자들의 커튼콜, 관객들을 믿어요!”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오스카 역의 최호승(왼쪽부터), 리차드 김찬종, 스티비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리차드는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역할과는 결이 좀 다르긴 한 것 같아요. 일단 이 나잇대의 역할이 처음이거든요. 소년이나 어린 역할을 좀 많이 했어요. 천방지축이었죠.”뮤지컬 ‘미아 파밀리아’(9월 4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의 리차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찬종은 이어 “그런데 리차드는 철든 척하는 천방지축”이라고 눙쳤다. ‘미아 파밀리아’와 더불어 뮤지컬 ‘니진스키’(8월 21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1관)의 천재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로 출연 중인 최호승은 “스트라빈스키는 (5월 15일 막을 내린) ‘디아길레프’, 현재 공연 중인 ‘니진스키’랑 연결되는 역할이라 깊은 하나의 뿌리를 지키면서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은하철도의 밤’(6월 18일까지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캄파넬라를 연기하고 있는 박좌헌은 “지금까지 제가 했던 역할들을 합쳐 놓은 캐릭터가 ‘미아 파밀리아’의 스티비 같다”고 밝혔다.“스티비가 MC를 할 때는 ‘마마돈크라이’의 프로페서 브이 같고 마피아 솔저 특유의 강압적이고 무서운 모습일 때는 ‘엠’(M)의 검사 송지석 같고 루치아노 보채티를 연기할 때는 ‘은하철도의 밤’에서 했던 할아버지 같거든요.”뮤지컬 ‘미아 파밀리아’는 금주령이 내려진 대공황기의 1930년대 뉴욕 아폴로니아 인바(InnBar, 이하 아폴로니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보드빌리언 리차드(김도빈·황민수·김찬종, 이하 시즌합류 순)와 오스카(조풍래·장민수·최호승), 두 사람에게 보스의 일대기를 공연으로 만들어 달라는 마피아 솔저 스티비(박영수·문경초·박좌헌)의 이야기다.세 배우는 보드빌리언 리차드와 오스카, 마피아 스티비를 비롯해 스티비가 집필한 극 중 극 ‘미아 파밀리아’의 써니보이, 치치, 부티, 루치아노 보체티, 부패한 경찰청장 그리고 또 하나의 극 중 극인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 속 여자, 남자, 여자의 아버지까지를 연기하며 뮤지컬 넘버·록·오페레타 등을 선사한다.◇자타공인 하이텐션 에너지의 김찬종과 박좌헌, 숨은 강자 최호승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오스카 역의 최호승(사진=이철준 기자)“저 말고 두 친구는 어려요. 그래서 저도 동생들한테 묻어서 어린 느낌으로 가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 오스카로 출연 중인 최호승의 말에 리차드 김찬종은 “연습할 때는 형이 날이 갈수록 기진맥진해서 집으로 가곤 했었는데 이젠 형도 저희들의 에너지와 텐션을 넘어서고 있다”고 귀띔했다.“나이로는 제가 막내지만 목소리가 제일 커서 ‘형’입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최고죠. ‘패밀리, 나이프, 뮤직’ 때는 (최)호승 형이 귀를 막고 불러요. 특히 ‘뮤직 인 마이 소울’(Music in My Soul) 구간에서는 진저리를 치죠. 그래서 저는 호승이 형 귀에 더 가까이에 대고 부릅니다.” 큰 목소리로 눙치는 막내 김찬종에 최호승은 “목소리가 어마어마하다”며 “또 다른 리차드인 (김)도빈이 형이나 (황)민수가 옆에 있을 때도 열심히 노래하지만 (김)찬종이랑 할 때는 더 집중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스티비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발성이 굉장히, 굉장히 우수합니다.”재차 강조하는 최호승에 박좌헌 역시 “처음 음악 연주 때 셋이 나란히 앉아서 노래하다가 같이 부르는 파트가 나오면 저랑 호승이 형이 동시에 일어나 양쪽 끝으로 도망가곤 했다”고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사실 저는 긍정적이거나 밝거나 재밌는 사람이 아니에요. 좀 어두운 면이 많고 조용한 게 좋은 사람이죠. 그래서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두 사람과 함께 우리만의 것을 찾으면서 즐거워졌죠. 사실 (최호승) 형님이 저희보다 텐션이 훨씬 높아요. 숨기고 있을 뿐이죠.” 박좌헌의 말에 “제가 막내지만 분위기 메이커는 호승이 형”이라는 김찬종에 최호승은 “누군가 텐션이 높은 사람이 있으면 저는 절대 텐션이 높아지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저는 일은 즐겁게 하자는 주의예요.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공연이, 연습이 즐겁지 않으면 더 힘들잖아요. 어차피 하는 일인데 즐겁게 하자 싶은데 누구도 나서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진짜 어쩔 수 없을 때여야 텐션을 높이는 성격이라 고민을 100번 하고 나서요. 100번의 고민을 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텐션을 높이지 않으면 ‘나라도 해야겠다’ 나서는 성격이죠. 찬종, (박)좌헌이랑 있을 때는 나서지 않아도 돼서 너무 편해요.” 최호승의 말에 김찬종은 “프로필 촬영하던 그날이 (어쩔 수 없이 나서야하는 상황이어서) 그랬나보다”며 “셋이 페어 컷을 찍어야 하는데 서로 엄청 서먹서먹해서 쭈뼛거리고 있었다”고 첫 만남을 떠올렸다.“그런데 (최)호승 형이 ‘재밌게! 재밌게!’ ‘잘 돼야 하잖아!’ ‘웃어! 웃어!’ 이러면서 분위기를 살렸어요. 그때부터 엄청 친해졌죠. 호승이 형의 그런 말들이, 이끌어주려는 노력들이 너무 힘이 돼요.”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차드 역의 김찬종(사진=이철준 기자)김찬종의 전언에 박좌헌은 “형의 숨은 텐션이 터지는 게 부티신”이라며 “숨죽이고 있다가 튀어나오는 그 텐션이 너무 재밌다”고 털어놓았다.“저는 그래서 웃음을 참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저를 가운데 두고 찬종(리차드)이랑 호승이 형(오스카)이 대사를 하는 신들이 많은데 여기를 보면 찬종이가 있고 저기를 보면 호승이 형이 있고…정말 웃음을 참는 게 제일 힘들어요.”박좌헌의 토로에 서로가 인정하는 ‘하이텐션 에너지’로 무장한 두 사람 사이에서 어쩌면 ‘숨은 고수’일지도 모를 최호승이 또 다시 ‘분위기 메이커’이자 ‘맏형’답게 토닥인다.“참을 수 있어! 우리는 진지하면 돼. 우리가 진지하면 관객들은 훨씬 더 재밌으실 거야!”◇하이텐션 에너지, ‘땀’부자들의 커튼콜 “관객들을 믿어요!”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차드 역의 김찬종(왼쪽부터), 오스카 최호승, 스티비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12년 전인가 일본에서 ‘싱글즈’를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일본 스태프가 ‘아시아에서 땀 부자로는 3위 안에 든다’고 했을 정도로 땀이 많아요. 연극 ‘알앤제이’를 할 때도 한번에 마이크 2개가 다 땀으로 망가질 정도죠.”최호승의 토로에 박좌헌은 “리차드와 오스카에 비하면 등장이나 움직임이 적은데도 땀이 너무 나서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김찬종은 “퇴장도 거의 없고 시종일관 내달려야 하는 극이라 땀도 버라이어티하게 흘리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의 커튼콜은 2막이죠. 인터미션 없이 바로 시작되는 2막이요.”김찬종의 말에 박좌헌은 “저희 셋 텐션이면 충분하다”며 “저는 많은 분들이 저만 봐라봐 줄 때가 좋다. 시선이 분산될 때가 제일 힘들다”고 눙쳤다. 최호승은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서 그래도 훨씬 나아졌다”고 말을 보탰다.“(코로나19 준수사항이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아무 것도 못할 때도 있었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회차마다 가위바위보로 한명씩 담당을 정해 끌어가도 될 정도로 하이텐션의 소유자들이라 커튼콜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어요.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친구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겐 관객분들이 있잖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18 18: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①]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김찬종‧최호승‧박좌헌의 이구동성 “탐나는 매력의 오스카! 그리고 끝이야!”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오스카 역의 최호승(왼쪽부터), 스티비 박좌헌, 리차드 김찬종(사진=이철준 기자)“극 중에 ‘길에서 살던 놈이야. 결국 길에서 죽을 거야’라는 제(리차드) 대사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스티비도 나중에 버림받게 되잖아요. 그 둘이 묘하게 맞닿는 지점이 확 느껴지면서 마음이 참….”뮤지컬 ‘미아 파밀리아’(9월 4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 리차드로 새로 투입된 김찬종의 말에 오스카 역의 최호승은 “스티비도 고아야. 그렇게 맞닿는 지점이 있는 거지”라고 부연한다.“작가님이 진짜 천재예요. 뭐랄까…캐릭터들이 만나지 않는 평행선에 있는 것 같지만 아주 얇게, 미세하게 만나는 지점이 조금씩 있거든요.”최호중이 찬사를 보내는 이희준 작가의 대본에 ‘팬레터’ ‘미오 프라텔로’ ‘V 에버 애프터’ ‘개와 고양이의 시간’ 등의 박현숙 작곡가가 넘버를 꾸린 ‘미아 파밀리아’는 금주령이 내려진 대공황기의 1930년대 뉴욕 아폴로니아 인바(InnBar, 이하 아폴로니아)를 배경으로 한다.아폴로니아의 상설무대 배우들이자 오랜 친구 리차드(김도빈·황민수·김찬종, 이하 시즌합류 순)와 오스카(조풍래·장민수·최호승) 그리고 상원의원에 당선된 ‘보체티 패밀리’의 보스인 써니보이 일대기를 무대화해달라고 두 사람을 찾아온 마피아 솔저 스티비(박영수·문경초·박좌헌)의 이야기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차드 역의 김찬종(사진=이철준 기자)◇한 목소리로 “매력적인 오스카!”“이전 시즌의 ‘미아 파밀리아’를 보면서 오스카와 스티비에 이입했었어요. 너무 어렵고 힘들고 해야할 것도 많은 리차드를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도, 하게 될 거라고도 아예 생각조차 못했죠. 그런데 리차드를 하고 있네요.”리차드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은 김찬종은 “관객으로 봤을 때 스티비는 너무 멋있으면서도 허당인 상반된 매력의 소유자”라며 “사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오스카였다”고 고백했다. 김찬종의 말에 자신이 “오스카를 연기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최호승은 “같은 세계관의 ‘미오 프라텔로’ 연습을 하면서 지난 시즌 ‘미아 파밀리아’를 봤다”고 털어놓았다.“(김)도빈이 형과 안창용, (박)영수 형 페어로 봤는데 당시는 ‘미오 프라텔로’의 스티비로 캐스팅돼 연습 중이었어요. 영수 형만 집중해서 봤죠. 제가 연기해야할 캐릭터였으까요. 도빈이 형은 워낙 친하니까 ‘저 어려운 노래를 잘도 하는구나’ 싶었고 안창용이라는 친구는 역할 보다는 ‘땀을 되게 많이 흘리네’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제가 오스카로 땀을 엄청 흘리고 있네요.”출연 전까지 ‘미아 파밀리아’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스티비 역의 박좌헌은 “오스카 역할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너무 귀엽고 너무 러블리해요.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 또 되게 진지해지죠. 결국 리차드를 보듬고 챙겨주는 존재는 오히려 오스카 같아서 볼 때마다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사실 스티비가 이 친구들한테 마음을 열게 되는 것도 리차드가 아니라 오스카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이어 박좌헌은 “처음엔 연출을 하는 리차드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며 끌렸지만 오스카는 군대로 치면 맞선임 같은 느낌”이라며 “리차드가 너무 존경하는 소대장님의 느낌이라면 오스카는 주임 원사님같다”고 비유했다.“가장 가까이에서 ‘이리로 와서 이걸 하세요’ ‘스티비씨 이거 하시면 왜요. 지금 이 신이에요’ ‘너무 과하신 것 같아요’ 등 보듬고 이끌어주는 느낌이죠. 그래서 ‘미아 파밀리아’를 계속 만들라고 총을 겨누는 신에서도 리차드 때문이 아니라 오스카를 보고 총을 내리게 되거든요.”◇김찬종의 여자, 최호승의 부티 그리고 박좌헌의 하찮은 경찰청장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스티비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세 배우는 보드빌리언 리차드와 오스카, 마피아 스티비를 비롯해 스티비가 집필한 극 중 극 ‘미아 파밀리아’의 써니보이, 치치, 부티, 루치아노 보체티, 부패한 경찰청장 그리고 또 하나의 극 중 극인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 속 여자, 남자, 여자의 아버지까지를 소화하며 뮤지컬 넘버·록·오페레타 등을 선사한다. “(김)찬종이의 (브루클린 블릿지의 전설‘ 속) 여자랑 (최)호승이 형님의 부티를 제일 사랑해요.”각자 연기하는 다양한 캐릭터들 중 가장 인상적인 역할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하는 박좌헌에 김찬종은 “호승이 형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여자와 부티를 여자로만 표현하지는 않는다”고 말을 보탰다. 이에 박좌헌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오스카 역의 최호승(사진=이철준 기자)“절대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데도 너무 러블리해요. 찬종이가 너무 잘해서. 그리고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뜨거든요. 그 희번덕거리는 눈에 빠지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호승이 형은 그냥 최고예요. 아침에 눈 떠서 ‘피곤하다’가도 두 사람의 여자와 부티를 생각하면 혼자 웃음이 터질 정도죠.”박좌헌의 말에 김찬종은 “눈을 희번덕거리는 건 고음을 올려야 해서”라며 “연습을 하면서는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지곤 했다. 공연에서는 좀 줄여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눙쳤다. 김찬종은 “(박)좌헌이가 하는 캐릭터 중에는 경찰청장이 제일 재밌다”고 꼽았다. “세상 너무 하찮거든요. 호승이 형은 부티를 할 때 진짜 듬직해요. 우리 셋 중 최고일 걸요. 제(리차드)가 부티를 지켜주려고 하지만 이미 너무 최강이죠.”김찬종, 박좌헌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꼽은 오스카 역의 최호승은 “찬종이는 리차드를 할 때, 좌헌이는 스티비를 할 때가 저는 제일 좋다”고 털어놓았다.“찬종이는 거의 첫곡인 ‘아폴로니아’부터 노래도 너무 잘하고 춤도 잘 추고…이 친구가 가진 끼와 매력이 충분히 나오는 것 같아요. 좌헌이의 스티비는 처음과 끝이 너무 여려요. 그 여림이 너무 좋아요. 총을 겨누고 성질을 피우고…누가 봐도 마피아지만 여린 좌헌이의 스티비 때문에 마지막 신이 확 와닿는 것 같거든요.”◇김찬종의 “끝이야”, 최호승의 ‘마이 베이비 리프라이즈’, 박좌헌의 마지막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오스카 역의 최호승(왼쪽부터), 리차드 김찬종, 스티비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연습을 하면서는 ‘너한테 화가 난 게 아니야’라는 넘버의 ‘어느날 갑자기 무대에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라는 가사를 부르면서 완전 동감했어요. 진짜 숨이 차서 죽을 거 같았거든요. 이 노래가 진짜 숨이 차거든요.”농담 반 진담 반으로 “노래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는 김찬종은 “이희준 작가님 가사나 대사들이 되게 시적이고 상징적이면서도 공감되는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대사나 가사를 뱉어 놓고 돌아서 생각하면 ‘이게 그 말이구나’가 느껴지거든요. 주옥같은 가사나 대사들이 너무 많아서 자꾸 생각나고 그래요. ‘사랑’이라는 넘버가 끝나고 나오는 ‘오스카, 끝이야’라는 대사도 너무 슬퍼요. ‘끝이야’라고 단정 짓는 게 리차드로서는 너무 슬퍼요. 그 순간은 배우 김찬종이 절대 보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요.”최호승은 “오스카는 배우이고 저 역시 배우다 보니 제 마음과 감정들이 이입되는 대사들이 너무 많다. ‘아늑해 보이지만 다 환상이야. 이 무대처럼’ 같은 문구들”이라며 “그래서 제 마음을 더 편하게 담아내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사실 제일 슬픈 건 마지막 곡인 ‘마이 베이비 리프라이즈’예요. 주책(?)맞게 이 신이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어요. 그 곡을 부를 때면 좌헌이(스티비)를 바라보면서 막…미치겠어요. 너무 슬퍼서. 그리고 마지막 신에 ‘그런데 써니보이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어. 마피아 보스가 그렇게 눈물이 많아도 되나? 첫 장면부터 왜 그렇게 울어?’라는 리차드의 대사가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어요. 사실 리차드는 아무 의미 없이 그냥 툭 던지는 대사인데 저는 너무 슬퍼요.”박좌헌 역시 “마지막 신이 정말 좋다”며 “독백이 끝나고 오스카가 ‘차였다’고 돌아오는 장면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털어놓았다.“돌아올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라기보다 리차드 때문에, 우리의 무대는 여기이기 때문인 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그 장면이 되게 짠하고 좋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17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블루맨그룹’ 월드투어 쇼 캡틴 바니 하스 “열린 마음으로, 맘껏 소란스럽게 봐주세요!”

2022 ‘블루맨그룹’ 월드투어(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파란색은 바다와 하늘을 연상시켜요. 광대함, 탁 트인 개방감을 주죠. 블루맨이 가진 열린 마음과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경이로움을 닮았달까요.”14년만에 내한공연에 나선 ‘블루맨그룹’ 월드투어(8월 7일까지 코엑스아트리움)의 쇼 캡틴 바니 하스(Barney HASS)는 “그 많은 색 중 왜 ‘블루’맨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처음엔 다소 직관적으로 ‘블루’를 선택했지만 결국 아주 적합한 색이 됐어요. 다른 색들은 ‘블루맨’ 캐릭터의 본질에 맞지 않을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빨강(Red)은 다소 사악해 보일 수 있고 초록색(Green)은 외계인으로 보이게 했을 테니까요.”2022 ‘블루맨그룹’ 쇼 캡틴 바니 하스(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블루맨그룹’은 세 친구 크리스 윙크(Chris Wink), 매트 골드만(Matt Goldman), 필 스탠튼(Phil Stanton)이 1980년대 후반 뉴욕에서 창조한 캐릭터로 1991년 뉴욕 애스터 플레이스 시어터에서 초연됐다. 말 없이 음악, 코미디, 몸짓 등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쇼로 보스턴,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올란드, 베를린 등 25개국에서 3500만명의 관객들을 만났다.월드투어의 일환으로 14년만에 한국을 찾은 이번 공연에는 그간 사랑받아온 클래식 프로그램과 더불어 새로운 음악, 신선한 스토리, 커스텀 악기, 오감을 자극하는 그래픽 등으로 무장한 새 프로그램이 어우러진다.바니 하스가 “광대함, 개방감, 열린 마음, 끝없는 호기심, 경이로움을 담았다”고 전한 ‘블루맨’은 편견의 탈피, 부정과 긍정을 넘어선 중립 그리고 영웅, 어린이, 트릭스터 등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바니 하스는 ‘블루맨그룹’에 대해 “지루하고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는 아이템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재미를 만들어낸다”며 “블루맨들의 특별한 시각으로 장난치고 연주했을 때 재미가 생겨나는 장면들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그의 설명처럼 마시멜로, PVC파이프, 검볼, 시리얼 등 일상적인 소품들이 미술작품이 되고 악기가 되며 화려한 그래픽과 색들로 무장한 음악을 즐기는 쇼가 된다. ‘블루맨그룹’은 현실과 사회를 반영하는 ‘풍자’ 코드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클래식 코너인 ‘검볼스 앤 마시멜로’(Gumballs and Marshmallows)가 그 예다.가운데 선 블루맨이 던져주는 검볼을 제대로 받아서 정교한 스핀 아트를 완성하는 또 다른 블루맨과 마시멜로를 입으로 받아 볼이 터질 듯 우겨넣었다 뱉어 ‘똥’같은 뭉텅이를 만들어내는 세 번째 블루맨 장면에는 상업화된 예술에 대한 풍자가 담겼다. ‘블루맨그룹’의 홍보 총괄 담당자(Director of Public Relations) 켈리 루케(Kelly Luecke)는 “마시멜로 예술은 본질적으로 풍자”라고 밝혔다. 2022 ‘블루맨그룹’ 월드투어(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입에 우겨넣었던 마시멜로를 토해낸 것에) 높은 가격표를 붙인 것은 지나치게 상업화된 예술 세계를 반영합니다. 반면 정교하게 완성된 ‘스핀 페인팅’은 종종 팔려요. 그것은 재미있고 화려하며 쇼의 훌륭한 기억을 상징하기 때문이죠.” 14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블루맨그룹’이 ‘메가 스타 콘셉트’의 록 콘서트 같은 투어였다면 올해는 “오리지널에 가깝다.” 이에 대해 “매회가 새로운 쇼”라고 표현한 바니 하스는 ‘블루맨그룹’을 한껏 즐기기 위한 팁으로 “열린 마음”을 언급했다.“심각하고 진지하게 보거나 거창하고 멋진 걸 기대하는 공연이 아니에요. 아이 같은 호기심, 동심을 가지고 신기해하며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마음이면 충분한 쇼입니다. 전통적인 쇼는 조용해야 하고 공연 예절을 지켜야 하지만 ‘블루맨그룹’은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소리 지르고 박수를 치고 싶을 때 치면 돼요. 가능한 한 가장 큰소리를 내주시고 한껏 소란스럽게 봐주시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16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