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함께 그리는 내일의 출발점에 선 2022-2023 국립극장 시즌…‘로봇’ 지휘자부터 웹툰, ‘호동’ 그리고 셰익스피어까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07-12 20:07 수정일 2022-07-12 20:09 발행일 2022-07-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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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창작진들(사진제공=국립극장)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다각적 협력과 상생으로 모두의 극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우리 예술인들의 열정이 담긴 전통예술 작품들을 통해 시대와 세대, 국경을 넘어 모두를 위한 극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립극장이 12일 광화문 서울프레스센터에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2022년 8월 31~2023년 6월 30일, 이하 2022-2023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성구 국립극장장 직무대리는 ‘2022-2023 시즌’에 대한 바람과 더불어 “함께 그리는 내일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이번 시즌은 국립창극단의 ‘귀토’(8월 31~9월 4일)를 시작으로 ‘엔톡라이브플러스’ ‘헨리5세’(9월 9, 15, 17일), ‘타르튀프’(9월 10, 16, 17일), ‘입센의 집’(9월 11, 18일) 그리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신작 ‘부재’(不在, 2023년 6월 30일, 이상 해오름극장)까지 총 61편(신작 12편, 레퍼토리 10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1편)으로 구성된다.

◇웹툰 ‘정년이’,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변주에 나설 국립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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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절창 III’의 이광복(왼쪽)과 밴드 이날치 보컬 안이호ⓒ황필주(사진제공=국립극장)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창극단은 ‘귀토’와 ‘나무, 물고기, 달’(10월 4~5일 하늘극장), ‘절창 I, II, III’(2023년 4월 27~28일, 5월 2~3일, 5월 6~7일 달오름극장) 등 레퍼토리와 상설공연 ‘완창판소리’ ‘송년판소리’ 그리고 신작인 ‘정년이’(2023년 3월 17~26일 달오름극장)와 ‘베니스의 상인들’(2023년 6월 8~11일 해오름극장)을 선보인다.

허종열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대행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레퍼토리와 상설공연을 비롯해 내년 3, 6월에는 신작을 선보인다”며 “1년 내내 축제 같은 프로그램들로 단원들은 연습실과 무대를 쉴새없이 오가며 일해야하는 일정이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우리 소리로 정성스럽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성열 연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의 이성열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

신작 ‘정년이’는 195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사천가’ ‘억척가’ 등의 남인우 연출과 이자람 작창의 콤비작으로 재능 넘치는 목표 소녀 윤정년과 국극 배우들의 성장극이다. 이 작품에 대해 허정열 대행은 “그들의 모습이 국립창극단원들과 닮아 있어 인상적”이라고 소개했다.

‘함익’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로풍찬 유랑극장’ ‘연변엄마’ 등의 김은성 작가, ‘서교동에서 죽다’ ‘화전가’ ‘갈릴레이의 생애’ ‘오슬로’ ‘말뫼의 눈물’ 등의 이성열 연출,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리어’ 등의 한승석 작창이 꾸릴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바탕으로 변주된다.

2017년 ‘산불’에 이어 국립창극단과의 두 번째 작업에 나선 이성열 연출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국 상황 속에서 얼마만큼 동시대적 감각으로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는지를 고민 중”이라며 “원제목에 ‘들’을 붙여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면들을 부각시키는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비극 ‘리어’에 이은 희극 ‘베니스의 상인’의 변주로 3년째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에 몹시 지친 국민들에게 한바탕 건강한 웃음을 드릴 예정입니다. 유태인이어서 다른 생업을 할 수 없어 고리대금업을 하는 샤일록, 젊은 상인 안토니오 등을 다루고 있죠. 창극은 인종주의적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샤일록을 유태인이 아닌 악덕기업가로, 안토니오 등 베니스의 젊은 상인들은 신흥기업가, 지금으로 따지면 벤처기업의 CEO로 설정해 풀어가고자 합니다.”

이어 이 연출은 “16세기 말 베니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젊은 기업인들과 노회하고 늙은 자본주의적 성향의 노기업가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호동’ ‘홀춤 III’ ‘넥스트스텝 III’으로 과거와 미래 이을 국립무용단
산조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무용단 ‘산조’(사진제공=국립극장)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국립무용단만의 역사를 정리한 적이 없어서 이를 좀 정리해보고자 했습니다. 과거를 정리하는 책자 출간부터 기념극 ‘호동’ 그리고 미래를 책임질 안무가 프로젝트까지를 아우릅니다.”

손인영 예술감독의 말처럼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립무용단은 레퍼토리 ‘새날’(2023년 1월 20~24일 하늘극장), ‘더 룸’(2023년 3월 2~4일 달오름극장), ‘산조’(2023년 6월 23~25일 해오름극장)를 비롯해 신작 ‘무용극 호동’(10월 27~29일 해오름극장), ‘홀춤 III-홀춤과 겹춤’(12월 2, 3일 달오름극장), ‘넥스트 스텝 III-안무가 프로젝트’(4월 209~22일 달오름극장)를 선보인다.

무용극 ‘호동’은 국립무용단 초대단장 송범의 1974년 ‘왕자 호동’, 1990년 리메이크한 ‘그 하늘 북소리’를 잇는 무용극이다. ‘호동’에 대해 손 감독은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무용극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미래를 책임질 정소연, 송지영, 송설이 안무하고 50여명의 국립무용단원 전원이 출연하는 대형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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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무용단 ‘홀춤’(사진제공=국립극장)

“모두가 호동이고 낙랑이라는 설정으로 너와 나, 우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시대, 성별 등의 구분없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죠. ‘홀춤’은 제 소신과 신념을 담아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예요. 현대적인 것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전통의 이것저것을 습득한 몸에서 흘러나오는 나만의 전통춤을 만들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죠. 올해는 홀춤을 넘어 겹춤까지 동시에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이어 ‘넥스트 스텝-안무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간헐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로 올해부터는 외부 신진 안무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라며 “내년 4월부터 7개월 정도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고 저희 극장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동’은 ‘나빌레라’ ‘썸씽로튼’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광화문연가’ ‘마마돈크라이’ 등으로 호흡을 맞춘 이지나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 작품이다. 이지나 연출은 “누구나 아는 호동을 2022년 지금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호동이라는 인물을 통해 2022년의 도덕적 올바름에 대해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지나 연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무용단 ‘호동’의 이지나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

“그 시절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로 민족적인 대업을 이룩한 호동은 비극적 죽음 맞이했습니다. 그 죽음의 이면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죠. 모두가 생각하는 도덕적 잣대, 지금 정세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어디까지 지금의 시점으로 볼 수 있는지, 어디까지 확장시킬지가 가장 까다롭고 해결해야할 문제이며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이 연출은 “호동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나 호동, 너 어떤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라며 “그 상대는 사랑하는 여자, 호동이 떨치고자 하지만 떨칠 수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 우리라는 국가”라고 부연했다.

“너와 나, 우리 중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떤 선택이 옳을까, 호동의 선택이 현재의 시점에서도 옳은가, 호동이 진정으로 원한 걸까, 민족을 위해 희생한 호동에게는 무엇이 남았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죠. 전통을 어디까지 고수하고 컨템포러리화하고 확장시킬지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그리곤 “제가 할 수 있는 시도는 주제 의식이 아닌 음악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한다”며 “국립무용단은 작품, 안무, 비주얼 등 많은 시도를 했다. 뮤지컬 연출자로서 더 잘 할 수 있는 건 음악적 확장과 도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

“김성수 작곡가·음악감독과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망설이거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이고 글로벌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해 보겠습니다.”

◇선명한 국립국악관현악단만의 색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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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년음악회’(사진제공=국립극장)

“보다 진취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이번 시즌 첫 작품은 ‘이음음악제’입니다. 지난해 출범한 창작음악제로 이번 시즌 주제는 ‘비비드’(Vivid)로 음악적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동시대 음악을 생생하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김성진 예술감독의 선언처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음음악제’에 포함될 신작 ‘비비드: 음악의 채도’(9월 22일 이하 해오름극장), ‘2022 3분 관현악’(9월 30일)을 비롯해 신작 ‘역동과 동력’(11월 18일), ‘2023년 신년음악회’(2023년 1월 14일), ‘탐(耽)하고 탐(探)하다’(2023년 3월 31일) 그리고 ‘부재’(不在)를 선보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동욱 수석연구원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동욱 수석연구원(사진제공=국립극장)

김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3분 관현악’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선정한 10명의 작곡가들이 신선한 감각으로 창작한 3, 4분짜리 국악관현악 신작을 연주한다.”

‘신년음악회’에서는 크로스오버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첼리스트 홍진호 등과 다채로운 협연을 선사한다.

국립극장 2022-2023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부재’

(不在)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의 기술협력으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선다.

김 감독은 “기계나 장치가 대체하기 어려운 상위 10위 안에 드는 지휘자의 영역에 로봇이 도전한다”며 “지휘자라는 존재의 부재를 통해 그 존재를 열망하게 될지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부재’

(不在)를 통해 기술협력에 나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이동욱 수석연구원은 “그간 시도 중 가장 과감한 실험”이라며 “그간은 얼굴 표현, 감정인식 연구를 주로 했다면 로봇이 집으로 들어왔을 때 필요한 기술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필요한 로봇은 인간의 형태가 아닌 가구, 가전, 발려견, 캐릭터 등으로 서비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과의 접점, 의사소통을 위한 감정표현 및 인식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 될 겁니다. 지휘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동작속도 개선 및 설계, 보완과 지휘 동작 알고리즘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장벽 없는 극장의 출발점에서…무장애 기획공연과 해외 초청작들
김지원 연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무장애 공연 ‘합★체’의 김지원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

이번 국립극장 시즌에는 엔톡라이브플러스로 마련된 ‘헨리 5세’ ‘타르튀프’ ‘입센의 집’을 비롯한 해외초청작 ‘잉크’(Ink, 2023년 5월 12~14일 달오름극장) 등 해외초청작과 ‘합★체’(9월 15~18일 이하 달오름극장), ‘틴에이지 딕’(11월 17~20일), ‘우리읍내’(2023년 6월 22~25일) 그리고 ‘2023 함께, 봄’(2023년 4월 15일 해오름극장) 등 장애인의 문화향유 및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4편의 무장애(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연도 제작된다.

무장애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합★체’는 김지리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김지원 연출이 변주하는 음악극이다.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를 둔 쌍둥이 형제, 합과 체의 유쾌한 성장기입니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받아야 되는 놀림 그리고 난쟁이라고 불리우던 아버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등 합·체에게는 키가 커야 할 이유가 아주 분명하고 많습니다.”

이어 김지원 연출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전 음성 해설과 작품 내 음성 해설을 담당한 내레이터 역할이 극 전반을 아우르며 5명의 수어 통역사가 배우와 함께 움직이면서 공연되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7명의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극 형식의 작품입니다.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건 보여지는 겉모습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 처해도 다시 튕겨져 올라갈 수 있는 내면의 탄력임을 스스로 체화시켜 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