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비바100] 무대 뒤에서 속살거리는 프롬프터에 빗댄 지금 이야기, 연극 ‘소프루’

연극 ‘소프루’ⓒChristophe Raynaud de Lage(사진제공=국립극장)“2010년 외부 협력 연출로 포르투갈 리스본의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Teatro Nacional D. Maria II) 작품을 한 적이 있어요. 그곳 연습실 현장에서 프롬프터(Prompter, 연극 중 프롬프터 박스나 무대 인근에서 배우에게 대사나 동작 등을 일러 주는 사람)를 봤어요. 그가 속삭이는 모습이 우아했죠.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만 눈에 띄었고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이, 자신의 직업에 임하는 태도가 멋지게 느껴졌고 신선했어요.”40년 넘게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의 프롬프터로 일해 온 크리스티나 비달(Cristina Vidal)과의 강렬한 첫 만남 후 작가이자 연출가 티아구 호드리게스(Tiago Rodrigues)는 시적이고도 철학적인 연극 ‘소프루’(Sopro, 6월 17~1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기획했다.  연극 ‘소프루’(사진제공=국립극장)‘숨, 호흡’이라는 뜻의 ‘소프루’는 여전히 현역 프롬프터로 활동하며 배우들과, 공간과, 시대와 앙상블을 이루는 크리스티나 비달의 속살거림에 빗대 극장에 깃든 숨결에 귀 기울인다.티아구 호드리게스의 전언처럼 “포루투갈에도 국립극장에 2명 뿐”이며 “유럽에도 거의 사라진 직업군”인 프롬프터의 이야기가 초연되기까지 7년여. 티아구 호드리게스 작·연출이 2015년 크리스티나 비달이 40여년을 몸 담아 온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되고도 2년 후의 일이다.  ‘소프루’는 자신이 조명을 받거나 관객들에게 드러나거나 무대에 서기를 극도로 꺼린 크리스타 비달을 “당신이 아니라 무대 뒤, 보이지 않는 데서 일하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작품”이며 “당신은 그들을 대표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이라 설득하는 데 온힘을 기울인 결과물이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소프루’는 2017년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이 제작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후 파리가을축제, 더블린축제, 빈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와 각 도시의 극장에서 공연돼 사랑받았다.“모든 행위 자체가 기억과 연결돼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소프루’에 대해 “기억하는 것에 대한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극장 이야기”라고 소개한 그는 ‘소프루’를 통해 “극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위기를 겪어 왔지만 팬데믹으로 점점 심화되면서 (비대면이 아닌)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연극 ‘소프루’ⓒFilipe Ferreira(사진제공=국립극장)그가 “극장에 오는 행위 자체가 절대 만날 수 없는 집단과 한 공간에서 만나는 경험”을 선사하는 ‘소프루’는 프롬프터 크리스티나 비달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폐허처럼 보이는 극장에서 크리스티나 비달은 배우들을 불러낸다. 그리곤 티아구 호드리게스가 ‘소프루’를 만들자 설득하던 일, 공연 중 커튼이 젖혀져 노출돼버린 에피소드 등 그가 40년간 몸 담아 온 극장에서의 기억들이 배우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실제 프롬프터인 크리스티나 비달의 여정과 더불어 그가 함께 했던 몰리에르의 ‘수전노’, 장 라신느의 ‘베레니스’,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 소포크라테스의 ‘안티고네’ 등을 비롯해 다양한 셰익스피어와 포루투갈 희곡 등이 교차한다. ‘소프루’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정치·경제 등 사회를 비추는 티아구 호드리게스 작·연출의 작품세계와 맥을 같이 한다. 연극 ‘소프루’ 작가이자 연출가 티아구 호드리게스ⓒFilipe Ferreira(사진제공=국립극장)9살 소녀의 시선으로 포루투갈 긴축 재정 시절을 빗댄 ‘기린 생애의 슬픔과 기쁨’(2011), 사라자르 파시즘 정권의 검열 시스템을 그린 ‘무릎 아래 세 손가락’(2012)이 그렇고 티아구 호드리게스 작·연출의 할머니가 직접 겪은 전쟁 이야기를 독일, 러시아 소설에 섞어 시와 기억에 대해 풀어낸 ‘기억하며’(2013)이 그렇다. 개인의 이야기를 고전과 엮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2014)를 비롯한 ‘보바리’(2016), ‘그녀가 죽는 방식’(2017) 등 그의 대표 레퍼토리들이 그렇다.티아구 호드리게스는 “지금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목소리를 내고 ‘나’에 대해 말하는 시대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들, 드러나지 않은 채 타인을 위해 일하며 행복과 의미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의미를 더했다.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보이지 않는 이들에 대한 가치는 극 내내 속닥거리던 크리스티나 비달의 마지막 7줄 대사에 고스란히 응축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15 18:00 허미선 기자

CJ ENM 글로벌 프로듀싱작, 마이클 잭슨 뮤지컬 ‘MJ’로 토니상 4관왕

CJ ENM의 글로벌 프로듀싱작 ‘MJ’가 토니어워즈 4관왕을 차지했다(사진제공=CJ ENM)CJ ENM이 글로벌 프로듀싱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MJ’가 제75회 토니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마일스 프로스트 Myles Frost), 안무상(크리스토퍼 윌든 Christopher Wheeldon), 조명 디자인상(나타샤 캣츠 Natasha Katz), 음향 디자인상(가렛 오웬 Gareth Owen)을 거머쥐었다.13일 CJ ENM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진행된 제75회 토니어워즈에서 ‘MJ’가 4관왕을 차지했다고 알렸다. 휴 잭맨의 브로드웨이 복귀작으로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인 ‘더 뮤직맨’(The Music Man),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Bob Dylan)이 음악을 꾸린 ‘걸 프롬 더 노스 컨트리’(Girl from the North Country)fmf 비롯한 경쟁작들도 쟁쟁하다.CJ ENM의 글로벌 프로듀싱작 ‘MJ’가 토니어워즈 4관왕을 차지했다(사진제공=CJ ENM)이번 수상은 ‘더 뮤직맨’ ‘걸 프롬 더 노스 컨트리’ 그리고 헨리 8세의 여섯 아내의 삶을 재구성한 ‘식스’(SIX)와 무비컬 ‘미스터 새터데이 나이트’(Mr. Saturday Night), 남북전쟁 중 뉴욕시를 배경으로 아일랜드계 미국인과 흑인계 미국인의 갈등을 다룬 ‘파라다이스 스퀘어’(Paradise Square), 퓰리처상 연극 부문 수상작가인 마이클 R. 잭슨(Michael R. Jackson)이 흑인 동성애 극작가의 좌절과 내면 심리, 갈등 등을 풀어낸 ‘어 스트레인지 루프’(A Strange Loop)와의 경쟁 끝에 이뤄낸 결과다.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 ‘보디가드’ ‘물랑루즈!’ ‘빅피쉬’, 웨스트엔드에서 시작한 ‘백투더퓨처’에 이은 CJ ENM의 공동 프로듀싱작인 ‘MJ’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생애를 다룬 최초의 뮤지컬로 올해 토니어워즈에서 안무상을 거머쥔 크리스토퍼 윌든이 연출까지 책임졌다. 뉴욕시립발레단 안무가 출신으로 안무와 연출을 책임진 크리스토퍼 윌든, ‘MJ’를 비롯해 여섯 번이나 토니상을 수상한 나타샤 캣츠, 음향디자인상 수상자 가렛 오웬을 비롯한 창작진들의 면면도 대단하다. 두번의 퓰리처상 극본상 수상자인 린 노티지(Lynn Nottage), ‘물랑루즈!’ ‘그리스’ ‘작은 아씨들’ 등의 무대 디자이너 데렉 맥클레인(Derek McLane), 뮤지컬 ‘해밀튼’,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의 의상디자이너 폴 태즈웰(Paul Tazewell), ‘디어 에반 핸슨’ 등의 영상 디자이너 피터 니그리니(Peter Nigrini) 등 브로드웨이의 유명 제작진들이 의기투합했다.CJ ENM 예주열 공연사업부장의 전언처럼 “브로드웨이 정식 개막부터 오미크론 여파”를 정면돌파한 ‘MJ’는 언론의 호평을 얻고 관객을 사로잡으며 순항 중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13 20: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김찬종·최호승·박좌헌 “드라마에 집중하며 어렵지만 즐겁게!”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스티비 역의 박좌헌(왼쪽부터), 리차드 김찬종, 오스카 최호승(사진=이철준 기자)“마지막 신을 더 드라마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 내가 나가기 전에 ‘끝이야’ 하고 나가면 오스카 드라마가 완성되고 끝, 그 다음 신에 리차드 드라마가 끝, 스티비가 들어오면서 드라마가 끝이 나는 거야! 지금처럼 말고…무슨 말인지 알지? 그 신이 리차드가 진짜 마음 아플 수 있는 신이거든…일단 오늘 한번 해보자. 내(오스카)가 다시 돌아 온 거잖아.”인터뷰 중에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스토리라인을 정리하는 맏형 최호승에 동갑내기 김찬종과 박좌헌은 “말해봐!” “좋네!”라 반응하며 “이따 다시 얘기해”를 한 목소리로 외친다.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6월 11~9월 4일 예스24스테이지 2관)에 새로 투입돼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리차드 김찬종, 오스카 최호승, 스티비 박좌헌의 요즘 일상은 늘 이렇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오스카 역의 최호승(사진=이철준 기자)뮤지컬 ‘미아 파밀리아’는 이희준 작가·박현숙 작곡가·김운기 연출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꾸린 보드빌리언 3부작(미아 파밀리아, 미오 프라텔로, 아폴로니아) 중 하나로 2013년 초연된 후 2019년, 2020년 재·삼연에 이어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금주령이 내려진 대공황기의 193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아폴로니아 인바(InnBar, 이하 아폴로니아)의 상설무대 배우들이자 오랜 친구 리차드(김도빈·황민수·김찬종, 이하 시즌합류 순)와 오스카(조풍래·장민수·최호승) 그리고 두 사람에게 상원의원에 당선된 ‘보체티 패밀리’의 보스인 써니보이 일대기를 무대화해줄 것을 요구하며 찾아온 마피아 스티비(박영수·문경초·박좌헌)의 이야기다.세 배우는 아폴로니아의 보드빌 배우 리차드와 오스카 그리고 마피아 스티비를 비롯해 스티비가 쓰고 있는 극 중 극 ‘미아 파밀리아’의 써니보이, 치치, 부티, 루치아노 보체티, 부패한 경찰청장 그리고 또 하나의 극 중 극인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 속 여자, 남자, 여자의 아버지까지를 연기해야 한다. 누아르와 멜로 등 뮤지컬 속 극 장르도, 뮤지컬 넘버·록·오페레타 등 소화해야할 음악도 다양한 작품으로 배우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재미와 매력을 선사하기도 한다.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미오 프라텔로’(6월 19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는 스티비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호승은 11일 개막하는 ‘미아 파밀리아’의 오스카로 역할을 바꿔 무대에 오른다. ‘미오 프라텔로’를 통해 보체티 집안의 복잡한 사정과 반전, 등장인물 간의 관계, 첫사랑 등을 알고 있는 그는 김찬종·최호승·박좌헌 ‘미아 파밀리아’의 “드라마를 좀 더 살려내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털어놓았다.“드라마를 조금 더 살리려고 계속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연습 내내, 지금까지도 가장 큰 고민이죠.”◇‘배우’인 나를 이입한 예술가 리차드와 오스카 그리고 입체적인 인물 스티비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차드 역의 김찬종(사진=이철준 기자)“리차드 역할은 해석하기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어요. 리차드도 예술가로서, 보드빌리언으로서 저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순간순간 나오는 예술가로서의 예민함 등이 저랑 많이 닮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 그 자체만으로 분석했죠.”같은 예술가로서 리차드에 이입하게 된다는 김찬종에 오스카 역의 최호승 역시 “오히려 다른 공연보다 캐릭터적으로는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오스카가 연기하는 치치고 오스카가 연기하는 부티이기 때문에 오스카로부터 출발하면 됐거든요. 여러 캐릭터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오스카라는 한 캐릭터를 어떻게 더 확실하게, 뿌리 깊게 연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스티비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한창 막바지 공연 중인 ‘미오 프라텔로’에서 스티비로 리차드, 치치, 써니보이 등을 만나고 있는 최호승은 “(이희준) 작가님도 전혀 다르게 생각해달라고 말씀하셔서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관객분들께는 닿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평행적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로맨스 극인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 속 주인공들 이름이 써니보이와 플로렌스가 아닌 남자와 여자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제(오스카)가 치치 역할을 그리 많이 하지는 않아요. 치치를 하다가 바로 부티로 넘어가거든요. 부티는 ‘미오 프라텔로’에는 없는 역할이라 마음껏 하고 있죠. 사실 별개의 이야기이고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지만 ‘미오 프라텔로’와 ‘미아 파밀리아’가 겹치는 날이 딱 하루 있어요. 그 날은 어떨까 저도 궁금해요. 아무리 감정을 연결시키지 않고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여겨도 그 날은 그래도 감정의 여운이 남아 있으려나 싶고…그래요.”박좌헌은 자신이 연기할 스티비에 대해 “어려운 인물”이라며 “입체적인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스티비가 쓴 글이니까 중간에 한번씩 나와서 장면을 끌고 가야하고 또 어떤 데서는 다른 인물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처음에는 좀 헷갈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대본에는 스티비의 서사가 100% 있지는 않아서 초반에는 좀 그랬는데 형님들(박영수·문경초) 걸 보면서 많이 참고하고 (장우성) 연출님, 조연출님이랑 얘기하고 저희 셋이 호흡을 맞추면서 많이 채워왔죠.”◇관계와 드라마에 집중하며 우리만의 ‘미아 파밀리아’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오스카 역의 최호승(사진=이철준 기자)“계속 생각하게 되는 건 캐릭터적인 부분보다는 서로의 관계예요. 리차드와 오스카는 어려서부터 계속 함께 해온 사이인데 스티비가 들어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딱 하루 만에 스티비와 어떤 유대 관계가 생겨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쌓아갈까를 계속 생각해요. 스티비는 마피아잖아요. 마피아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융화되는 관계성에 대해 정말 얘기를 많이 나눴죠.”이렇게 전한 최호승에 김찬종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제(리차드)가 오스카를 챙겨주는 것 같았는데 연습을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고 말을 보탰다.“뭔가 엄청 덤벙대고 실없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오스카가 저(리차드)보다 더 어른스럽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더 기대고 있는 존재랄까요. 오히려 제가 더 어리고 철없고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스티비와의 관계에서는 정확해요. 제가 챙겨야 해요. 저희가 안고 가야 하는 존재죠.”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차드 역의 김찬종(사진=이철준 기자)최호승은 “리차드와 오스카의 관계는 대본상에 너무나 명확히 잘 나와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며 “그런데 사실 ‘미아 파밀리아’라는 극의 완성은 저희 둘(리차드와 오스카)이 스티비를 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저희가 스티비를 품었다는 걸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끔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하면 저희 둘이 스티비를 품는 게 잘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마지막은 누가 봐도 해피엔딩이잖아요. 하지만 그 전까지 실컷 총 겨누고 경계하다가 갑자기 마지막이라고 저희가 스티비를 품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극 중간 중간 스티비와 저희들이 교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죠.”이어 “마지막에 (1막에서는 리차드와 오스카가 부르던) ‘마이 베이비’ 리프라이즈를 스티비랑 함께 부르면서 (박)좌헌이가 되게 많이 신경이 쓰인다”며 “그런 스티비의 드라마를 어떻게 하면 저희가 잘 안고 갈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그래서 드라마적으로 좀 더 깊게 들어가야 할 것 같았아요. 재미있는 극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끼리는 진지하게, 드라마적으로 더 깊게 들어가 보고자 했죠.”김찬종 역시 “처음엔 이질적이었다가 점점 융합해서 하나가 되는 과정이 하루만에 이뤄진다”며 “물리적으로는 너무 급박한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연계성이 중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박좌헌 역시 “드라마적인 생각을 좀 더 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스티비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최)호승 형님이 ‘이 부분은 좀 더 드라마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어 주시는 게 저도, (김)찬종이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너무 가볍게만 넘어가지 않으려고, 그냥 재밌게만 흘러가게 되는 부분이 없게 계속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최호승은 “한편으로는 스티비가 되게 안쓰러울 때도 있다. 되게 외로워 보이고. 그걸 알면서도 초반에는 ‘마피아’라는 데서 오는 감정들로 경계하고 멀리하고…그래서 좀 미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스티비 역의 박좌헌은 “둘(리차드와 오스카)을 보면서 선망하는 느낌이 있다. 둘의 관계가 되게 좋아 보이다 극 중반을 넘어가면 부러움마저 생기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리곤“(최호승) 형님이 하고 계신 ‘미오 프라텔로’에서는 스티비의 서사들을 탄탄하게 풀어가지만 ‘미아 파밀리아’에서는 리차드와 오스카의 관계성이 더 드러나 있다”며 “하지만 글을 썼고 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은 스티비다 보니 연기하면서 둘에게서 많은 것을 찾게 된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오스카 역의 최호승(사진=이철준 기자)“다시 거꾸로 고민을 하기도 해요. 좀더 진지하게 스티비의 드라마로 가보려고 하고 있어요. 좀더 진지하게 스티비가 알고 있는 보체티 패밀리들의 모습으로 표현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죠. 저희는 한껏 진지하지만 관객분들은 즐거운, 그런 저희만의 ‘미아 파밀리아’가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김찬종의 여자, 최호승의 치치와 부티, 박좌헌의 MC“부티와 치치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냥 치치나 부티가 아니라 오스카가 연기하는 치치고 부티니까요. 해석하기 나름이고 연기하기 나름인데 두 역할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드라마적으로 풀 수 있을까 했거든요.”이어 최호승은 “리차드와 오스카가 극 중 극으로 보여주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이나 스티비가 쓴 ‘미아 파밀리아’에 닿아 있는 지점들이 있어서 많은 시도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그리곤 “부티는 (최호승이 2021년 학생4로 출연했던 작품으로 빨간 천의 활용이 특징인 연극) ‘알 앤 제이’처럼 하고 있다” 눙치는 최호승에 김찬종이 “아주 멋있더라고요. 살짝만 해도 그냥 멋있어요”라고 귀띔한다. 김찬종은 “(극 중 극인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 속) 여자의 소프라노도 그렇지만 리차드 노래가 다 너무 높아서 힘들다”고 토로했다.“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노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말 죽어라 하고 있어요. 제가 ‘하데스타운’을 정말 좋아해서 오르페우스를 참고하면서 하고 있어요. 특히 여자 연기는 너무 어려워서 누가 살려줘야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죠. 사실 소리를 내는 것도 어렵지만 에티튜드가 되게 어려워요. 진짜 섬세하거든요. 최대한 섬세함을 좀더 보여드리고 싶어서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준비했어요.”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스티비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스티비 역의 박좌헌은 “감정 변화보다는 갑자기 변하는 캐릭터들을 만나는 게 좀 어려웠다”며 “스티비로서 쭉 끌고 가는 감정이나 정서의 변화들은 오스카랑 리차드 그리고 그들이 하는 걸 보면 절로 따라오는데 그 안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캐릭터들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어려운 역할이 MC예요. 예를 들어 ‘너한테 화가 난 게 아니야’라는 넘버가 그래요.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오스카와 리차드 얘기를 풀어주는 노래인데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 선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입이 되는 지점들이 생겨나거든요.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얘기하는 게 어려워요. 방금 리차드와 오스카가 싸우는 걸 봤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객관적으로 얘기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잘 찾아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차드 역의 김찬종(사진=이철준 기자)◇준비된 상태로 “잘 하고 싶어요!”“돌방상황이 많은 극이기 때문에 저희끼리의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고 합의했어요. 물론 갑자기 바지가 터지거나 금고가 열리거나 벌레가 내려온다거나 정전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저희 약속에서 벗어난다기 보다 천재지변(?)이잖아요.”이렇게 한 목소리를 내는 김찬종·최호승·박좌헌은 “등골이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나는 상황이지만 그래서 연습만이 살 길”이라며 “돌발상황도 더 재밌게 잘 넘길 수 있게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진짜 보드빌리언처럼 할 수 있게”라고 밝혔다.“준비되는 과정 보다는 준비된 상태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대한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 가자는 생각으로 계속 고민하면서 하루하루 만들어가고 있죠.”이어 김찬종은 “매번 그렇지만 배우로서 진짜 잘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어떤 작품이든 저는 어렵게 접근하고 잘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서 실수하지 않고 잘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박좌헌도 “저도 너무 잘하고 싶다”며 “더불어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우리 셋이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 크다” 말을 보탰다. 최호승 역시 “잘 하고 싶다”며 “많이 고민을 하면 그만큼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고 그만큼 기대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사실 저희 셋이 만들어내는 ‘미아 파밀리아’가 관객분들께 어떻게 다가가 닿을지 궁금해요. 그만큼 기대도 되고요. 그래서 분명히 어느 순간에는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있죠. 저희 셋이어서 가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랄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10 18:00 허미선 기자

[컬처스케이프]춘천국제인형극학교 명예교장 루씰 보송 “마리오네트는 ‘놀라움’이자 ‘발명’이죠!”

춘천국제인형극학교 루씰 보송 명예교장(사진=허미선 기자)“프랑스에서 ‘마리오네트’(Marionette)라는 건 인형, 인형극, 인형 아티스트 등 인형에 관한 모든 것을 응축하고 있는 단어죠. ‘마리오네트’라는 단어의 어원은 ‘작은 성모 마리아’까지 올라가지만 그 기원은 ‘축소된 제일 작은 단위의 어떤 것’이에요. 아주 작게 축소되고 응축된 생명체죠. ‘마리오네트’라는 그 단어 자체로 장르적·예술적 의미 그리고 공연까지를 모두 포함합니다.” 8월 개교를 앞둔 아시아 최초의 인형극전문학교 ‘춘천국제인형극학교’(Chuncheon International School of Puppetry)의 명예교장인 루씰 보송(Lucile BODSON)은 ‘마리오네트’에 대해 “놀라움(Surprise)이자 발명(Invention)”이라고 정의했다.“마리오네트는 늘 놀라워요. 그리고 에디슨이 그랬듯 늘 새로운 것을 발명하죠. 새로운 게 나올까 싶은데 또 새로운 것이 나오거든요.” 춘천국제인형극학교 루씰 보송 명예교장(사진=허미선 기자)문화 프로젝트 개발 및 교육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루씰 보송은 파리 유일의 인형극 전용극장이자 연구센터인 무페타르 극장(Le Mouffetard) 대표이자 국제인형극연맹(UNIMA, Union Internationale de la Marionnette)과 세계인형극우호도시연합(AVIAMA) 집행위원이다.2003년~2014년 프랑스 국제인형극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De La Marionnette) 소장 및 국립인형극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Arts de la Marionnette) 교장을 역임하는 등 ‘인형극’ 외길을 걸어온 그는 프랑스 예술문화 훈장(Arts and Letters Officer-French National Order of Merit Officer) 수훈자이기도 하다.그의 말처럼 인형극은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동명의 애니메이션 혹은 베스트셀러를 온전히 무대 위에 재현한 뮤지컬 ‘라이온 킹’이나 ‘북 오브 더스트’ 등이 그렇다. 더불어 2020년 루씰 보송이 대표로 있는 무페타르 극장에서 공연된 ‘헨’(Hen) 등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에 가깝다. 그렇게 마리오네트는 “저게 가능하다고?”라는 놀라움도 잠시 “그럼 이것도 가능할까?”라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그게 마리오네트가 가진 힘이죠. 일종의 은유랄까요. 그 표현 언어들, 도구들이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그리고 그 중심에 마리오네트가 있어요. 그 마리오네트가 펼쳐 보이는 세계는 너무도 다양해서 무한대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죠. 연극, 무용극 등도 경이로운 경험을 제공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해요.”이어 루씰 보송 교장은 “사람이 표현하는 너무 사적인 이야기, 무대 위 그들만의 세계나 민감할 수 있는 사안들은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형이라는 매개체가 있을 때는 또 달라진다”고 덧붙였다.“그 간극의 힘은 엄청나요. 인형이 저한테 말을 걸어온다고 할까요. 제가 가진 생각, 한계 등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자유로움을 주죠. ‘무엇은 무엇’이라는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 등은 사라지고 그 간극이 은유하는 것들을 깨닫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죠.”◇인형극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 넘는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춘천국제인형극학교 루씰 보송 명예교장(사진=허미선 기자)“제가 ‘마리오네트’에 매료된 건 1989년이었어요.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공연예술축제에서 인형사 헨크 보어윈켈과 아내 안스(Henk·Ans Boerwinkel)가 만든 극단 트라이엔젤(Triangel)의 ‘12 쇼츠 액츠’(Twenty Short Acts, 1991년 ‘Metamorphoses’로 제목을 바꿔 1995년까지 무대에 올렸던 작품)라는 인형극을 봤어요. 1970년대부터 토탈시어터 작업을 하던 팀의 비언어극이자 비주얼 시어터였는데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었죠. ‘실화야?’ ‘이게 가능하다고?’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매료됐어요.”공연이 끝나고도 그 여운은 이어져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던” 당시를 루씰 보송 교장은 “저 역시도 다른 사람들처럼 가지고 있던 ‘인형극은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그는 ‘마리오네트’의 세계로 접어들었다.“그때 ‘마리오네트’에서 느꼈던 놀라움은 지금까지도 똑같아요. 제가 교장으로 몸 담았던 국립인형극학교의 교육위원으로 지금도 학생들의 작업 과정들을 지켜보곤 하는데 그들은 늘 저를 놀래키거든요. 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상상력을 구현해 내죠.”1980년대 그가 가지고 있던 ‘인형극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은 한국을 비롯한 어디에나 있다. 그는 “인형극에 대한 그 시선들은 한국 뿐 아니라 좀 오래 전의 일이지만 유럽에도, 프랑스에도 이미 있었다”며 “그 편견이 변해가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밝혔다.“인형극은 굉장히 많은 시간과 인내심 그리고 장인정신을 필요로 하죠. 좀 느리지만 그 변화의 과정은 프랑스에서, 스페인에서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이미 검증이 됐어요. 춘천국제인형극축제도, 춘천국제인형극학교도 다양한 환경에서 다른 시선으로 창작하고 작업했던 전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아티스트들은 그런 사람들, 작업들과의 만남에서 영감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변화하죠. 저는 그것을 목도했고 믿습니다. 춘천도 그럴 것이라고 믿어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춘천국제인형극학교 루씰 보송 명예교장(사진제공=춘천국제인형극학교)◇편견을 넘을 사건, 춘천국제인형극학교“춘천에 국제인형극전문학교가 생기는 자체로도 하나의 경이로운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곳의 명예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이 자리에 있죠. 인형극학교가 독립체로서 시작한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죠. 더구나 그 출발점이 한 도시의 행정적 움직임잖아요. 시 차원에서 인형극 예술을 지원·후원한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죠.”춘천국제인형극학교 개교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더한 루씰 보송 교장은 “그 의미 있는 사건의 시작을 함께 하며 앞으로의 과정들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며 “인형극의 중심인 유럽에 한국의 춘천에 인형극학교가 세워졌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 제가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인형극이 가진 전통의 전수는 가계 안에서 가업으로 혹은 극단 내에서 도제식으로 이뤄져 왔어요. 이같은 전수의 과정은 전통 방식의 재현 정도에 그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죠. 물론 전통의 전수도 중요하지만 동시대 창작예술로서 현대 인형극으로 넘어오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학교입니다. 서로 다른 예술 언어들, 표현방식 등을 가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학교에 모여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스며들면서 제3지대로 나아가죠. 그렇게 유럽의 인형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동시대에 맞춘 공연예술 장르로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춘천국제인형극학교는 책임교수로 위촉된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태용 극단 수레무대 대표 및 연출, 프랑스 국립인형극학교 교수인 끌레르 헤겐(Claire Heggen), 러시아와 핀란드에서 인형극학과 창설을 주도하고 인형극축제 감독을 역임한 안나 이바노바(Anna IVANOVA-BRASHINKAYA) 등이 인형극 창작 및 제작에 최적화된 커리큘럼에 투입된다.“다양한 차원에서 인형극에 접근하는 이 분들이 모인 학교라는 시작점 자체가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는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곳이 아니에요. 교육에서는 과정이 중요하죠. 그 과정 동안 학생들은 자기 성찰을 하고 끊임없는 탐험과 실험을 통해 스스로 어떤 표현 방식, 예술 도구를 가지고 나아갈 것인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춘천국제인형극학교 루씰 보송 명예교장(사진=허미선 기자)춘천국제인형극학교가 유럽의 인형극이 현대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따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에 루씰 보송 교장은 “이미 시작됐다”고 단언했다.“춘천국제인형극학교에 모신 글로벌 마스터 7분의 면면이 그걸 증명해요. 그 중 끌레르 헤겐 선생님은 이 학교가 다양한 차원에서 인형극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증거죠. 이분은 몸으로 표현하는 마임으로 시작하신 분이에요. 75세가 되는 지금까지 평생을 무대에 오르고 몸과 오브제, 공간 안에서의 상관관계를 학술적으로 연구하셨던 분이에요.”이어 “인형극의 기초적 훈련, 몸으로 표현하는 것들을 마리오네트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알려주실 것”이라며 “생명이 없는 인형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생명체인 내 몸의 역할을 모르면 생명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그 분이 교수진으로 초대된 걸 보고 이 학교는 이미 편견이 깨져 있다고 확신했죠. 그렇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춘천국제인형극학교가 절로 생겨난 게 아니에요. 제가 처음 한국을 찾은 건 프랑스 국립인형극학교의 교장이자 국제인형극연구소장이었던 10여년 전이었어요. 춘천국제인형극축제에 초청 받아서 왔을 때 이미 인형극 전문 인력 양성·연구·교육기관을 세우고 싶다고 하셨죠. 그 수가 얼만큼이든 학교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렇게 10년을 넘게 흘려보내고서야 춘천국제인형극학교가 만들어졌죠.”◇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가 마리오네티스트!춘천국제인형극학교 루씰 보송 명예교장(사진=허미선 기자)“이제 제일 중요한 건 학생들입니다. 배우고자 하는 그들이 결국 미래 예술을 지켜갈 사람들이거든요. 그리고 그들로부터 이 학교가 나아갈 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은 배우고자 하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이렇게 강조한 루씰 보송 교장은 “극예술, 조형 미술, 영상 등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리오네티스트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요즘은 마리오네트에 관심을 보이면 좋겠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마리오네트가 미래적인 장르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고 요즘 젊은이들은 어디서 배우지 않아도 이미 다원적인 기능과 창작력을 가지고 있죠. 지금은 이미 테크놀로지의 시대고 그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들은 누구나 마리오네트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요. 게임, 아바타, 메타버스, AI 로봇 등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삶이 어우러지는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마리오네트는 대면 무대에서의 공연예술에 한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래로 이어지죠.”이어 “더불어 프로페셔널한 마리오네티스트들의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며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어마어마한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할 테고 당장 현장에 나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정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렇게 학교에서 현장으로 나갈 때 필요한 것이 선배 마리오네티스트들이에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극단 운영과 공동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관객과 마주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학교가 아니거든요.”◇인형극 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 “실수해도 괜찮아요!”춘천국제인형극학교 루씰 보송 명예교장(사진=허미선 기자)최근 칸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송강호·강동원·아이유·배두나 등의 ‘브로커’를 비롯해 이정재의 ‘오징어게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윤여정의 ‘미나리’, BTS(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를 비롯한 K팝 등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K콘텐츠 열풍에 한국 인형극이 합류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루씰 보송 교장은 “확신했다.”“10여년 전 한국을 찾았을 때 이미 그 잠재력을 발견했어요. 아이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말을 걸고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당시 프랑스나 유럽에서는 없었던 시도들이, 무대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웠거든요. 이것이 한국만의 가능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만의 그 가능성과 잠재력이 세계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더불어 글쓰기를 하고 싶다”며 “지금은 모던 인형극과 컨템포러리 인형극의 구분이 좀 필요한 시기 같다. 유럽에서는 현대 인형극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그에 관한 책을 쓰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춘천국제인형극학교에서는 ‘대모’ 역할을 하고 싶어요. 두려워하지 않고 실수할 수 있는 곳이 학교예요. 실제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유일하게 학교에 몸담고 있는 시간에만 가능한 일이죠. ‘여유와 시간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험하고 충분히 실험하라’고, ‘실수도 두려워 말라’고, ‘괜찮다’고 모두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모두의 ‘대모’처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09 17:30 허미선 기자

초연부터 마지막까지 이자람·차지연, 서범석 그리고 트로트스타 홍자·양지은·홍지윤, 소리꾼 김준수 새로 합류한 뮤지컬 ‘서편제’

'서편제' 초연부터 마지막까지 송화로, 유봉으로 함께 하는 이자람(왼쪽부터), 차지연, 서범석(사진=브릿지경제DB, CJ ENM, PAGE1 제공)뮤지컬 ‘서편제’(8월 12~10월 23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가 마지막 시즌을 함께 할 캐스팅을 발표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은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010년 조광화 작가, 윤일상 작곡가,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등이 무대화해 2012년, 2014년, 2017년에 이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아 ‘피날레’를 선언했다.  초연부터 송화와 아버지 유봉으로 분한 이자람·차지연과 서범석이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소리 밖에 모르는 떠돌이 소리꾼 송화는 이자람, 차지연과 더불어 ‘모래시계’ ‘레드북’ ‘리지’ ‘헤드윅’ ‘비틀쥬스’ 등의 유리아가 새로 합류했다.뮤지컬 ‘서편제’ 출연진(사진제공=PAGE1)그리고 TV조선 ‘미스트롯’ 시즌 1 준우승자 홍자, 시즌 2의 1, 2위 양지은과 홍지윤도 새로운 송화로 무대에 오른다. ‘미스트롯2’ 우승자인 양지은은 10대부터 판소리를 시작한 소리꾼으로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홍보가 이수자이며 홍지윤 역시 국악 전공자다.소리에 강압적이고 집착하는 아버지에 소리를 증오하며 록커로 살아가는 동호는 올뉴 캐스트로 돌아온다.신화 멤버이자 ‘썸씽로튼’ ‘젠틀맨스 가이드’ ‘시라노’ 등의 무대에 올랐던 김동완, ‘모래시계’ ‘킹 아더’ ‘레드북’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송원근, 국립창극단원으로 JTBC ‘풍류대장’ 출연으로 얼굴을 알렸으며 ‘곤 투모로우’에서 고종으로 분했던 소리꾼 김준수 그리고 SF9의 재윤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소리꾼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한을 송화, 동호 남매를 통해 이루려는 아버지로 폭력적이기까지 한 유봉은 초연부터 함께 한 서범석과 ‘넥스트 투 노멀’ ‘썸씽로튼’ ‘세종, 1446’ ‘위키드’ ‘시카고’ ‘맘마미아’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의 남경주, ‘아몬드’ ‘킹아더’ ‘곤 투모로우’ ‘명동 로망스’ ‘아마데우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어나더 컨트리’ 등의 김태한이 트리플 캐스팅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08 21:2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결혼’을 둘러싼 좌충우돌,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 국립발레단 ‘고집쟁이 딸’

‘고집쟁이 딸’(사진제공=국립발레단)그 시작은 그림 한점이었다. 안무가 장 베르셰 도베르발(Jean Dauberval)이 시골의 작은 창고에서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있는 딸과 그 뒤로 도망치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창문 너머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꾸린 발레극 ‘고집쟁이 딸’(La Fille mal gardee)이 국내 초연된다.프랑스 혁명 직전인 1789년 7월 1일 보르도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부유한 농장의 주인인 미망인 시몬과 그의 무남독녀 리즈 그리고 리즈의 연인인 젊은 농부 콜라스의 이야기다. 부유한 포도농장 주인인 토마스의 아들 알랭과 결혼시키려는 엄마 시몬과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연인 콜라스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딸 리즈의 좌충우돌 코미디다.‘고집쟁이 딸’(사진제공=국립발레단)귀족과 왕실, 인위적인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리던 기존 발레와는 달리 일상적이고 솔직한 감정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공감을 끌어내 초연과 동시에 사랑받던 작품이다. 19세기까지 공연되다 명맥이 끊긴 ‘고집쟁이 딸’은 1960년 영국 로열 발레단이 창립하면서 다시 무대에 올랐다. 로열 발레단의 창립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이었던 프레데릭 에쉬튼(Frederick Ashton)이 재안무해 무대에 올려 로열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고집쟁이 딸’은 원작 안무가 장 도베르발의 안무를 바탕으로 프레데릭 에쉬튼이 재안무한 영국 로열 발레단 버전이다.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 안무와 라이트 모티프로 발전시킨 리본, 유머러스한 닭 댄스와 전환장면에 등장하는 닭의 행진, 알랭이 들고 다니는 빨간 우산을 활용한 캐릭터 묘사 춤 등으로 무장했다.‘고집쟁이 딸’(사진제공=국립발레단)‘고집쟁이 딸’의 또 다른 매력은 음악이다. 영국 민속 무용 공연의 음악을 모티프로 한 콜라스의 나막신 댄스 음악과 더불어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등의 익숙한 선율들을 곳곳에 배치시킨 것이 특징이다.수석무용수 박슬기와 허서명, 수석무용수 박예은과 솔리스트 하지석 그리고 신예 조연재와 수석무용수 박종석이 엄마의 방해 속에서도 용감하게 사랑의 결실을 맺는 연인 리즈와 콜라스로 페어를 이뤄 무대에 오른다.‘고집쟁이 딸’(사진제공=국립발레단)이번 국립발레단 ‘고집쟁이 딸’의 또 다른 특징은 엄마 시몬을 남자 무용수들이 연기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감정 표현이 중요한 역할로 이번 공연에서는 배민순과 김명규 B가 캐스팅됐다. 시몬이 리즈와 결혼시키려는 청년으로 우물쭈물하거나 우스꽝스러운 혹은 야단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알랭은 솔리스트 선호현, 드미솔리스트 전호진 그리고 올해 정단원으로 승급한 신예 엄진솔이 연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08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난세’ 김은영 작·연출·작곡가·음악감독 “봄을 알린 '붇곳'같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이야기”

뮤지컬 ‘난세’의 김은영 작·연출·작곡·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출발은 세종이었어요. 뮤지컬 ‘세종, 1446’ 연출을 준비하면서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이방원이 궁금해졌어요. 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그렇게 정도전이 보였죠.”그렇게 김은영 작곡가는 첫 연출작 ‘세종, 1446’에서 뮤지컬 ‘난세’(8월 21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 이르렀다. 애초 작곡가로 시작했지만 ‘세종, 1446’과 ‘파가니니’를 통해 연출로 영역을 확장한 그는 ‘난세’로 작가로 데뷔했다.작가와 작곡가, 음악감독 그리고 연출까지 1인 창작시스템으로 완성된 이방원과 정도전의 이야기에 대해 김은영 작·연출·작곡가·음악감독은 “너무 많은 드라마,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잘 아는 얘기를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백성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담고 싶어졌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난세’는 무능하고 난폭한 왕, 부패한 관료들, 외세의 침략 등으로 백성들이 신음하던 고려 말 한때는 같은 꿈을 꾸었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지음(知音) 정도전(박유덕·정동화·주민진, 이하 가나다 순)과 이방원(양지원·이준우·최석진) 그리고 그들의 의기투합에 이은 갈등으로 혼탁해진 ‘난세’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꾼’(소정화·이지숙·정연)을 통해 지금을 비춘다.뮤지컬 ‘난세’의 김은영 작·연출·작곡·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백성의 이야기로 담고자 했던 건 거창한 정치나 정권 비판이 아니라 개인의 신념이에요. 그 신념에 너무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 않나 싶었거든요. 살면서도 그렇잖아요. 분명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걸 향해 가다보니 반대되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죠. 그래서 묻고 싶었어요.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나에게 중요한 건 또 무엇인지.”◇음악적 상상이 무대가 되다“이 이야기가 저에게 온 이유가 있어요. 백성 이야기로 꾸리다 보니 음악적 상상이 먼저 펼쳐졌거든요. 이런 음악이 나오면 좋겠는데, 이런 신이면 좋겠는데…음악적 상상을 구현하기 위한 그릇을 내가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죠.”대본까지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은영 작·연출·작곡가·음악감독은 “시작 초반에는 판소리였다”며 “한 소리꾼이 다양한 역할을 하는 판소리에 고수가 있듯 피아노가 고수 역할을 하면서 같이 끌어나가면 재밌는 극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국악 특유의 리듬과 선율을 뮤지컬적으로 잘 녹여내는 데 집중했어요. 대놓고 판소리를 구현하기 보다는 가락의 한, 장단의 긴박함, 흥 등 국악의 장점들을 뮤지컬 어법으로 녹여보려고 했죠. 친근하지만 한이 느껴지게끔요. 비슷한 시대지만 제가 작곡한 ‘세종, 1446’이나 편곡한 ‘경종수정실록’에 비하면 ‘한(恨) 덩어리’예요.”그리곤 “이전작들에 비해 ‘난세’의 음악은 말의 흐름에 더 집중한 것 같다. 판소리에서 ‘쿵딱!’하고 음악과 장면이 확확 바뀌는, 어느 순간 확 열리고 닫히는 힘을 차용했다”고 부연했다.“음악적 힘으로 돌변시키는 재미에 집중했어요. 사건 중심이라기보다 이방원의 순리, 정도전의 속내, 그들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마음 등 궁금했던 것들을 담아 넘버로 꾸렸죠.”뮤지컬 ‘난세’의 김은영 작·연출·작곡·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세종, 1446’(당시 극명 ‘1446’)의 2017년 초연 준비단계부터 시작된 ‘난세’에 대해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나누며 발전시켜야하는데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게 좀 두려웠다”고 토로한 김은영 작·연출·작곡가·음악감독에게 힘을 보탠 이들은 함께 하는 배우들이었다.‘세종, 1446’ 초연부터 세종으로 분한 박유덕과 그가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사의찬미’ 김우진이었고 음악감독으로 편곡에 참여했던 ‘경종수정실록’의 경종이기도 했던 정동화 그리고 홍수찬 주민진이 정도전으로 ‘난세’에 힘을 보탰다. 이들과 더불어 ‘세종, 1446’의 소헌왕후였고 ‘웨스턴스토리’를 함께 한 정연, ‘문스토리’를 함께 한 소정화 그리고 이지숙이 꾼으로, 양지원·이준우·최석진이 이방원으로 함께 하며 “혼자 의심돼 고민할 때”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작곡을 할 때는 연출 입장에서 떨어져 보려고 하고 연출을 할 때는 작가로서 고민하고…제 안에서의 싸움이었죠. 극의 특성상 꾼이 이성계, 하륜, 남윤 등 이방원과 정도전의 상대배역이 돼주기도 하는데 어느 타이밍에 이게 필요할까를 고민하던 때도 배우들과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 의견을 다양하게 나누다 보면 말끔하게 해결되는 경우들이 있죠.”뮤지컬 ‘난세’의 김은영 작·연출·작곡·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그 예 중 하나가 소정화의 “나는 목련이 너무 아파”라는 말에서 발전시켜 ‘붇곳’ 이미지로 표현한 넘버 ‘그들의 이야기’다.◇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붇곳같은 존재들의 이야기“붇곳은 목련의 옛이름이에요. 제일 먼저 환하게 피어나 봄을 알리죠. 하지만 제일 먼저 꽃이 떨어져 짓밟히고 지저분하게 스러져가는 게 저희 작품이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봄을 먼저 알아챈 붇곳이 새 나라가 시작돼야 한다고 느꼈던 정도전과 이방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봄을 알렸지만 정도전은 붇곳처럼 죽었어요. 지음 이방원에 의해서.”이어 “이방원은 붇곳이 된 정도전을 보며 새 나라를 굳건히 했지만 스스로 붇곳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후대에 피의 군주로 평가받고 아내, 자식 등과 마지막까지 반목하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상 나라가 이상하다고 제일 먼저 알아채는 이들도, 나라가 잘못됐을 때 온몸으로 피해를 입는 이들도 백성들이다. 그렇게 백성들도 붇곳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난세’는 붇곳 이미지를 넘버화한 ‘그들의 이야기’로 극을 열고 닫는다.“봄을 알리는 존재지만 그 끝이 너무 아파요. 다른 꽃들이 만개할 때 벌써 떨어져서 짓밟히니까요. 한편으로는 정도전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게 아닐까, 이방원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게 아닐까, 이 나라에 닥쳤던 ‘난세’를 묵묵히 살아온 그 시절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는 이렇게 사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렇게 ‘난세’는 붇곳같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죠.”그는 “저한테서는 이방원과 정도전 중 누구도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없다. 치열한 명분 싸움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왔다”며 “아직 안정되지 않는 시대, ‘조선’이라는 꿈꾸던 새로운 나라를 열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명분 등으로 함께 할 수 없는 갈라짐이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난세’의 김은영 작·연출·작곡·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그 시대를 살던 백성 입장에서 둘이 공존할 수는 없었을까…‘공존’이라는 키워드가 계속 저에게 왔어요. 그렇게 함께 하지 못했던 두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꾼이라는 백성을 통해 ‘내가 뭐라 얘기한들 그들이 들을까?’ 싶은 마음을 담았죠. 백성들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아 움직이면 그게 ‘천명’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백성을 위한다고 하면서 명분 싸움을 하는 두 사람이 한심하면서도 안타까웠어요.”그리곤 “정도전이 이룬 업적들은 대단하고 백성을 위한 것이지만 그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이방원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이방원도 하나의 백성이었을텐데…사람 마음을 얻는 데 도가 튼 분이 왜 이방원의 마음은 못얻었을까 안타까웠다”고 전했다.“이방원 역시 이성계와 정도전이 아니라고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자신만의 명분이 옳다고 밀고 나가는 부러지지 않는 힘이 답답했어요. 결국 정적이 돼 충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까웠어요.”지음이었지만 정적이 돼 버린 정도전과 이방원을 통해 김은영 작·연출·작곡가·음악감독이 하고 하고 싶었던 건 “꾼의 이야기”다. 그는 “정도전과 이방원만 따로 역할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꾼이 다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공존을 위한 내려놓음, 답답함에 외치고 싶었던 “나는 그저 살고 싶소”뮤지컬 ‘난세’의 김은영 작·연출·작곡·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꾼은 그냥 저예요. 작가이자 뜻은 같은데 반목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 그 시절의 누군가죠. ‘공존’을 위해서 필요한 건 뭐였을까를 고민했어요. 결국 백성이었죠. 백성이 아무리 외쳐도 자신 일에 집중하느라 듣지 않는 자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잠깐 내려놓고 귀만 열었어도 이해했을 텐데…그 잠깐의 내려놓음이 왜 없었을까 궁금했어요.”김은영 작·연출·작곡가·음악감독은“시대적 배경을 가사로 녹이긴 했지만 지금의 이야기이고 저 그리고 모두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정치색으로 싸우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결국 명분 때문이잖아요. 그게 너무 답답해서 ‘명분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한테 외치고 싶었죠. ‘나는 그냥 살고 싶소!’라고. 정도전이 이방원의 마음을 얻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방원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너무 안타깝고 요즘 세상이 너무 갑갑하니까 자꾸 상상하게 돼요.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지만 ‘난세’인 세상을 얘기하고 싶었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03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반복되는 역사 그리고 격변기를 살아낸 사람들…“두 번째 표현되는” 뮤지컬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우석 역의 최재웅(왼족)과 태수 조형균(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원작은 같아서 큰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표현하는 방식이나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죠. 몇만편, 몇십만편의 ‘햄릿’이 있듯 이제 두 번째로 표현되는 ‘모래시계’라고 생각합니다.”2017년 초연에 이어 5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모래시계’(8월 14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도 우석을 연기 중인 최재웅은 5월 3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달라진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창작 뮤지컬을 좋아해서 저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창작 뮤지컬을 선택한다”며 “더불어 초연 때 개인적으로 모자라다고 느낀 부분을 재연에서 잘 마무리지어보고자 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뮤지컬 ‘모래시계’ 혜린 역의 나하나(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방영돼 ‘귀가시계’라 불릴 정도로 사랑받았던 故김종학 연출, 송지나 작가,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정재 등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삼청교육대, 제5, 6공화국, 동일방직 사건, 부마 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의 격변기를 관통하는 세 친구 박태수(민우혁·온주완·조형균,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윤혜린(나하나·박혜나·유리아), 강우석(최재웅·남우현·송원근)과 정경유착의 핵심 인물인 혜린의 아버지 윤재용 회장(정의욱·황만익), 태수의 친구이자 야망가 이종도(이율·임정모), 사건과 시대의 기록자인 기자 신영진(김수연·송문선) 등의 이야기다.뮤지컬 ‘모래시계’ 태수 역의 온주완(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두 번째 시즌에 새로 합류한 김동연 연출은 “이번 시즌에서 집중한 건 ‘이 방대한 드라마를 뮤지컬로 어떻게 표현할까’였다”며 “사건을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워 장면과 가사로 편집해 무대 안에서 즐기면서 보실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설명했다.2014년부터 뮤지컬 ‘모래시계’를 준비해온 박해림 작가는 “이번 시즌에서는 드라마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키면서 캐릭터 간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그 과정에서 혜린을 지키는 보디가드 재희를 과감하게 삭제해 세 친구들의 관계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모래시계’ 우석 역의 송원근(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역시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박정아 작곡가는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새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세 캐릭터를 부각시킬 넘버 그리고 태수와 우석, 태수와 혜린 등의 관계에서 교차점이 생기는 넘버를 고민했다”고 부연했다.태수 역의 민우혁은 “무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태수에만 집중했다”고, 온주완은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다음을 어떻게 살 건지가 더 중요하다는 태수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조형균은 “마지막에 태수가 ‘끝까지 살아라’라며 던지는 질문 하나”가 뮤지컬 ‘모래시계’의 강점이라고 꼽았다.뮤지컬 ‘모래시계’ 태수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태수는 그런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남지 못하지만 다음 세대에게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인물 같아요. 그 메시지에 ‘나라면 어땠을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죠. 3명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역사가 반복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혜린 역의 박혜나는 “아픈 그 시대를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잘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우리는 역사적으로 힘든 일을 쉽게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같이 아파하고 기억해주기를 바랐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모래시계’ 햬린 역의 박혜나(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혜린은 작품 속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장부를 전해주면서 시대의 아픔과 슬픔, 억울함 뿐 아니라 그걸 뚫고 나가려는 이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그것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기억해야한다는 것을 말하는 사람이에요. 젊은이들에게 그 시대와 그들의 울분과 억압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런 중에도 주체성을 잃지 않고 목숨을 잃으면서 한 누군가의 행동이 변화를 이뤘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어요. 우리 역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 하는 노력들이 언젠가는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잃지 말자고 얘기하고 있죠.”유리아는 혜린에 대해 “영웅이 아니어서 좋았던 것 같다”며 “큰 사건과 힘든 일이 있을 때 모두가 앞장 서서 영웅이 되지는 못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혜린이가 그런 여러 입장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밝혔다.뮤지컬 ‘모래시계’ 혜린 역의 유리아(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모두가 유관순 열사가 될 수 없는 것처럼요. 어렵고 힘든 시대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옳은 선택이 아니어도 실수를 바로 잡으려는 용기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혜린은 그런 개개인의 삶이 가진 많은 공통분모를 보여주는 캐릭터여서, 멋있게만 표현되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나하나는 “혜린을 비롯해 태수, 우석은 부끄러움이라는 정서가 깔려 있는 인물들”이라며 “부끄러움이라는 정서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인물들”이라고 전했다.“혜린이는 시대에 맞서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실패한 듯도 보이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인물이에요. 본인 의지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과 환경, 아버지까지도 부끄러움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잘못된 선택을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선택으로 바꾸는 동력으로 삼는 걸 보면서 마음이 끌렸죠.”뮤지컬 ‘모래시계’ 우석 역의 남우현(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뮤지컬 ‘모래시계’에 대해 우석 역의 남우현은 “모래알 여럿이 모여 변화를 이루는, 잊지 말아야 할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김동연 연출은 “추억 속이 아닌 무대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드라마 속 세대가 저희 세대에게 넘겨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를 뮤지컬 ‘모래시계’를 만든 저희가 받았고 저희는 관객들에게 또 다시 넘겨주기 위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6-01 17:30 허미선 기자

[컬처스케이프] 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박정아 작곡가 ② “처음이지만 즐겁게!”

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왼쪽)와 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이 작품과 저는 인연이 길어요. 데뷔(2016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도 하기 전인 2014년 받은 텍스트거든요. (뮤지컬 ‘모래시계’ 제작사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장우재) 대표님께서 ‘모래시계’ 대본집 두개를 주시고는 보조작가처럼 도와줄 수 있냐고 하셨죠. 그때부터 대본과 드라마를 보며 타임라인으로 정리했어요.”박해림 작가는 뮤지컬 ‘모래시계’(8월 14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의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8년을 함께 하면서 사명감이 컸다”며 어느 시대에도 발맞추는 “고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박해림 작가의 ‘사명감’, 박정아 작곡가의 ‘전환점’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사진=이철준 기자)“송지나 작가님이 처음 이 작품 쓰셨을 때가 33살이셨대요. 제가 처음 ‘모래시계’의 대본을 받았을 때도 33세였어요. 누군가 33세에 만들어낸 작품을 당시 33세였던 ‘내가 잘 지켜야 겠다’ ‘망치지 말아야 겠다’ 사명감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두려움은 있어요. 여전히 이 텍스트를 존경하고 있죠. 이 작품이 지금 잘 맞는 이야기면 좋겠고 앞으로도 (시대에 따라) 잘 수정돼 가면 좋겠어요. 그렇게 고전이 되기를 바랍니다.”박해림 작가의 말에 박정아 작곡가는 “창작자들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관객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송지나 작가님의 드라마 원본 대본을 보고 느낀 무언가에 대해 창작자들이 일종의 책임감 혹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제가 이전에 했던 작품들과 ‘모래시계’는 결이 다르긴 해요.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다음 텀으로 넘어가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뮤지컬 ‘모래시계’는 故김종학 연출, 송지나 작가,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정재 등 주연의 동명 드라마(1995)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방송 당시 국민들의 귀가길을 앞당긴 작품으로 격변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린 박태수(민우혁·온주완·조형균,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윤혜린(나하나·박혜나·유리아), 강우석(최재웅·남우현·송원근)의 이야기다.2017년 조광화 연출, 박해림·오세혁 작가, 김문정 음악감독, 오상준 작곡가, 신선호 안무감독 등이 초연 무대를 올렸고 두 번째 시즌에는 뮤지컬 ‘데스노트’ ‘어쩌면 해피엔딩’ ‘그레이트 코멧’ ‘난쟁이들’ ‘킹키부츠’ 등과 연극 ‘환상동화’ ‘알앤제이’ 등의 김동연 연출, ‘최후진술’ ‘해적’ ‘마마돈크라이’ ‘트레이스유’ 등의 박정아 작곡가·음악감독 등이 새로 합류했다.◇박해림 작가의 영진, 박정아 작곡가의 모든 인물뮤지컬 ‘모래시계’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박해림 작가, 신선호 안무감독, 홍문기 의상디자이너, 우석 역의 최재웅을 제외하고는 싹 바꿔 돌아오면서 넘버, 장면 연출, 세 사람의 관계, 등장인물 등이 변화를 맞았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오징어게임’으로 전세계를 휩쓸었고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연출작 ‘헌트’를 월드프리미어로 선보이며 박수갈채를 받은 이정재가 연기해 사랑받았던 혜린의 보디가드 백재희의 부재와 그 빈자리를 채운 서영진(김수연·송문선)이다. 박해림 작가는 “작품마다 저를 투영하는 캐릭터를 넣는다. ‘땡큐베리스트로베리’의 버나드, ‘전설의 리틀 농구단’ 상태 같은 친구들”이라며 “이 작품에서는 영진에 감정이입하며 제 생각을 투영 중”이라고 귀띔했다.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사진=이철준 기자)“영진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태도가 참 좋아요. ‘거창한 얘기 하고 싶은 거 아니고 기사 하나 내자는데 내가 뭘 잘못했냐? 난 그냥 특종을 원하는 것뿐’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사회가 바뀌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그를 위한 주춧돌이 되기를 원하는 캐릭터죠.”그리곤 영진에 대해 “태수·혜린·우석의 하숙집 꼬마였다가 2막에서 기자로 만나게 되는 인물로 세 친구의 뒷세대”라 소개하며 “5.18광주민주항쟁은 1980년의 일이지만 실제적으로 기사에서 인정하기 시작한 건 1988년이다. 8년 동안 언급이 금지됐던 비극을 제일 처음 기록한 인물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했다”고 부연했다.“(드라마가 방송하던) 1995년과 1999년 사이에는 엄청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2, 3년 차이도 세대차가 꽤 크게 느껴지던 시기였어요. 그 1990년대에 제가 실제로 느꼈던 그 세대차를 적용한 인물이죠. 앞서 간 언니, 오빠를 보고 따라간 세대라고 할까요. 언니, 오빠들이 뭘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가 도움을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박정아 작곡가는 “줏대 없이 넘버를 쓸 때마다 그 인물에 감정이입하다 보니 모든 인물에 제가 투영돼 있다”며 “넘버를 쓰다가 울기도 많이 운다”고 털어놓았다.“혜린이 곡을 써야 하면 혜린이 모드가, 태수나 우석이 넘버 작업을 해야하면 태수나 우석이 모드가 돼요. 그렇게 곡을 써놓고는 혼자서 시뮬레이션도 많이 해봐요. 가장 극적인 순간에 노래를 해야 하니까 몇발짝을 떼야 하고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계산해야 하거든요. 이때는 이런 느낌이겠지, 리듬은 이렇게 구르고 음정이나 키는 여기까지 가야할 것 같지 등 다양한 부분들을 계산하죠.”◇태수 같은 태수들, 다른 듯 닮은 우석들 그리고 ‘파워풀’ 혜린들뮤지컬 ‘모래시계’ 태수 역의 민우혁(왼쪽부터), 온주완, 조형균(사진제공=인사이트)“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태수와는 달리 강인함 속에 연약한 지점들이 있어요. 뮤지컬에서는 싸움도 음악 안에서 하거든요. 민우혁·온주완·조형균 배우는 셋 다 그냥 태수 같아요. 일단 이 배우들은 넘버 소화력이 뛰어난데다 본인의 색이 강한 배우들이죠. 그 색을 태수에 잘 입혀내고 있어요.”태수 역의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에 대해 이렇게 밝힌 박정아 작곡가는 초연에도 우석을 연기했던 최재웅에 대해 “대사를 하고 노래만 해도 그냥 검사 같은 배우”라며“검사 말고 다른 역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밝혔다. 박해림 작가는 “감정을 배제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하는 우석”이라며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서도 사이 사이에 감정이 섬세하게 흘러간다”고 말을 보탰다.“그래서 긴박감이 있으면서도 섬세하죠. 초연배우다 보니 드라마에 대한 이해나 표현이 완전 달라요. 아무리 극이 변화를 맞아도 빠르게 소화하죠. 새로 만들어진 이번 시즌도 포인트를 빠르게 잡아내 자신 안에서 표본을 만들어 나가는 배우예요.“뮤지컬 ‘모래시계’ 우석 역의 최재웅(왼쪽부터), 송원근, 남우현(사진제공=인사이트)또 다른 우석 역의 송원근에 대해서는 “배우 자체의 성정이 밝은 사람”이라며 “신이 무거워질 때마다 분위기를 잘 만들어 간다”고 털어놓았다.“특히 1막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데도 극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송원근 배우가 먼저 만들어나가는 장면들이 있는데 되게 재밌어요. 1, 2막을 극과 극으로 표현하는 우석이죠.”박정아 작곡가는 남우현에 대해 “성격 자체가 열려 있다. 다른 배우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빨리 받아들인다”며 “우석 중에 제일 모범생이면서 생각 보다 남자”라고 전했다.“세 사람의 목소리가 완전 다른 듯한데 또 되게 비슷해요. 태수의 노래들은 이큐(EQ, 이퀄라이저)가 걸린 느낌이라면 우석의 곡에는 이큐가 덜 걸려야 해요. 뭔가 단단하달까요. 그런 의미에서 세 배우(최재웅·남우현·송원근)의 목소리는 굉장히 닮은 꼴이죠.”뮤지컬 ‘모래시계’ 혜린 역의 나하나(왼쪽부터), 박혜나, 유리아(사진제공=인사이트)이어 나하나의 혜린에 대해서는 “너무 해맑다”며 “나하나의 혜린과 남우현의 우석이 함께 하면 참 해맑다. 특히 1막에서는 정말 고등학생 같고 너무 행복해서 마지막까지 그냥 행복하면 안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같은 얘기를 하고 같은 결심을 하고 자신의 일을 하는데 그렇게 해맑던 친구들이 저렇게도 변해갈 수 있구나 싶어요. 박혜나 배우는 순간 집중력이 굉장해요. 순간적으로 몰입해야하는 장면이나 표현에서도,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빠르게 빠져들어요. 혜림이 시간을 넘나 들곤 하는데 가장 잘 이해하고 원숙하게 표현해 내죠.”박해림 작가는 유리아에 대해 “정말 똑똑하고 본인을 연출할 줄 아는 친구”라며 “어떤 장면에서 자신이 두드러져야하고 어느 때에 다른 사람들을 잘 받쳐줘야하는지를 너무 잘 안다”고 밝혔다. 박정아 작곡가 역시 “끝까지 갈 수 있음에도 스스로가 어디까지 해야 혜린 캐릭터에 맞는지를 빨리 계산할 줄 아는 배우”라고 부연했다.“세 혜린이들 모두 파워풀해요. 1막에 혜린이들의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배우마다 달라서 재밌어요.”◇첫 호흡에도 즐겁게 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왼쪽)와 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개인적으로 (박)해림 작가 작품 중 ‘전설의 리틀 농구단’을 좋아해요. 안산에서의 초연을 보고 호감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선지 ‘모래시계’로 처음 작업을 함께 하는데도 서로에게 적응하는 기간이 빨랐어요. 서로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이제 이렇게 가면 되겠구나’하는 시점이 평균치보다 빨리 와서 편하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죠.”박정아 작곡가의 말에 박해림 작가는 “저희 두 사람이 공유하는 모토가 있다”며 “우리는 직업인이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정해진 시간 안에 규칙적으로 좋은 것들을 보고 좋지 않은 것들을 걸러내는 데 힘을 쏟자는 생각”이라며 “영감을 바라는 삶은 우리에겐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박해림 작가의 말에 박정아 작곡가도 “저희가 공연의 첫 출발”이라며 “저희 때문에 그 출발이 늦어지거나 극의 완성도가 쌓일 시간을 늦춰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뮤지컬 ‘모래시계’ 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저희가 작가이고 작곡가다 보니 영감이 오기를 기다려서 작업해야하는 사람들 같지만 사실은 시기적절하게 완성해서 끌고 나가야 하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해림 작가도 작업속도가 빨라요. 어떤 의견을 얘기하면 피드백도 굉장히 빨라요. 언제 무엇을 던지든 바로바로 답이 오죠. 그래선지 처음 함께 작업을 하는데도 잘 맞아서 치밀하게 쌓아갈 수 있었어요.”7월 개막하는 ‘전설의 리틀농구단’과 더불어 현빈·손예진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신작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9월 개막 예정)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박해림 작가는 “제 안의 것을 꺼내기보다 이미 있는 이야기의 각색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그 각색 과정이 좋아요. 기존의 것들을 제 안에서 소화해 표현하고 그에 대한 제 생각을 담는 작업이 좋아요.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되는 것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그런 과정을 함께 할 좋은 작품을 만나면 좋겠어요.”장기화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최후진술’ ‘알렉산더’ ‘우주대스타’ ‘마마돈크라이’ ‘트레이스유’ ‘해적’ 등을 무대에 올렸던 박정아 작곡가는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신작 두편을 준비 중”이라며 “빠르면 올 하반기, 내년 상반기 중에 공연될 신작들”이라고 귀띔했다.“저는 쓰고 싶은 곡이나 작품이 없어요. 대본이 오면 그게 제 창작의 출발점이 되고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그때부터는 또 줏대 없이 그 얘기가 같이 하고 싶어져요. 활짝 열어둔 상태로 그 이야기를 음악어법으로 어떻게 풀어낼까를 고민하죠. 작품 의뢰를 받으면 부탁하는 게 ‘작가가 생각하는대로 나둬주세요’예요. 뮤지컬에서는 음악을 먼저 쓰는 경우들도 있지만 저는 1차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가 받아들여 음악을 입혀야 어색하지 않거든요. 언제나 설레면서 기다리는 것 같아요. 어떤 대본이 들어올까, 어떤 이야기가 나에게 올까…기대하면서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8 18:0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주호·현준, 장동우·이의진의 첫 연극 도전 ‘여도’

연극 ‘여도’(사진=허미선 기자)“그간은 로맨스 위주의 드라마나 시트콤 연기를 많이 했었는데 사극을 해보고 싶었어요. (첫 사극 출연을 위해) 작품을 참고 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선생님, 선배들, 연출님께 여쭤보면서 준비했어요. 더불어 멤버인 로운(KBS ‘연모’), 찬희(MBC ‘화정’, 웹드라마 ‘가시리잇고’)가 사극 출연 경험이 있어서 많이 물어보면서 이래저래 도움을 받고 있죠.”27일 서울 강남구 소재의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여도’(5월 28~7월 10일) 프레스콜에 참석한 이성 역의 SF9 주호는 첫 연극 도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이어 “무대에서 와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후회 없는 엔딩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연극 ‘여도’ 출여진(사진=허미선 기자)주호와 이성으로 더블캐스팅된 더보이즈 출신의 현준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송중기 선배님을 참고하며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송중기 선배님을 참고하며 어떻게 캐릭터 구현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연구 중입니다. 특히 이성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위장하는) 미치광이 역할을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2018년 초연과 앙코르 공연에 이어 4년만에 돌아오는 연극 ‘여도’는 어린 나이에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은 조선의 제6대왕 단종(이의진·장동우, 이하 가나다 순)과 그의 왕위를 찬탈한 숙부 세조(곽은태·김효배) 그리고 숨겨진 단종의 아들 이성(백주호·허현준)의 이야기다.연극 ‘여도’(사진=허미선 기자)극은 세조와 궁녀 출신의 근빈 박씨 소생(하정원)으로 성장한 이성이 단종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 진실을 찾는 과정을 따른다. 치광이 행세를 하며 단종 죽음의 진실을 쫓는 이성은 SF9의 백주호와 더보이즈 출신의 허현준이, 비극적인 왕 단종은 인피니트 장동우와 빅플로 이의진이 번갈아 연기한다. 단종 역의 이의진은 첫 연극 도전에 “수많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처럼 연극도 또 하나의 퍼포먼스라는 생각이 든다”며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도전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장동우는 “여러 분야가 평생 공부라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연기 활동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제 별명이 ‘장뿌엥’이에요. 잘 울기도 하지만 감정이 잘 올라와서 그런 것도 있어요. (단종 역할이) 감정 소모가 크긴 해요. 하지만 저는 소모해서 빈 곳을 금방 채우는 옹달샘 같은 사람이죠. 관객과의 교류, 교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7 22:2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평범한 인생은 없다, 잃은 것을 확인하며 성장하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평범을 얘기하는 작품이다 보니 평범한 게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우리는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인생도 평범하지 않아요. 하나하나 놓고 보면 평범한 인생은 없거든요. 그럼에도 평범하게 생각한다는 건 그 끈을 놓지 않고 넘어져도 일어나 내가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의미 아닐까…이 작품을 하면서 느꼈습니다.”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의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 7월 3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HC홀) 프레스콜에서 댄 역의 이건명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댄은 많은 아버지가 그러하듯 평범함을 지키고 싶어해요. 자신의 아픔을 뒤로 하고 가족을 지키려는 데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캐릭터죠. 결국 댄 역시 아픔을 마주하면서 평범한 삶을 향해 걸어갈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하는 댄은 그렇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공연장면(사진제공=달컴퍼니)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양극성 장애를 앓는 다이애나(박칼린·최정원,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댄(남경주·이건명) 부부, 외로움 속에서도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딸 나탈리(이서영·이아진·이정화)와 남자친구 헨리(김현진·최재웅) 그리고 아들 게이브(노윤·양희준·이석준) 등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가족 간 갈등과 치유 과정을 담은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2008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토니어워즈 음악상, 편곡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며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2011년 초연된 후 2013년, 2015년에 이어 7년만에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 이번 시즌의 박준영 협력연출은 ‘넥스트 투 노멀’에 대해 “무언가를 성취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무얼 잃었는지 확인하면서 성장하는 드라마여서 특별한 작품”이라며 “지난 시즌들의 대본과 가사들을 훑어보며 드라마에 유효한 말들을 정리해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고 하나로 이어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굿맨 가족(사진=허미선 기자)초연부터 다이애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칼린은 “초연에는 영어의 흐름에 따른 번역에 집중하며 작품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2, 3시즌에는 조금씩 보태갔다”고 전했다.“이번 시즌은 코로나 때문인지 하고 싶었던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제약이 없는 느낌이죠. 영어로 다시 보며 원없이 하고 있어요. 작품이 좀더 몸속에 들어왔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다양하게, 제가 생각한대로 해보고 있습니다.”초·재연에 이어 10년만에 댄으로 돌아온 남경주는 “초연 때는 음악의 힘에 이끌려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다”며 “댄은 힘들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공연장면(사진제공=달컴퍼니)“제 삶의 10년을 돌아보니 저 역시 매순간 힘들었고 신념 하나로 버텨냈어요. 결국 그 신념은 사랑이고 가족이죠.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을 때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역시 가족들의 힘이었어요. 댄과 굿맨 가족들 이야기에 제가 생활에서 느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새기고 있죠. 더불어 딸을 키우면서 겪은 일들을 대입하다 보니 밀도 있고 현실감 있는 연기를 하게 됐어요.”이나영 음악감독은 “이 작품의 음악은 너무 잘 쓰여졌고 편곡적인 부분에서도 드라마와 딱 붙어 가고 있다. 드라마 자체도, 음악도 촘촘해서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았다”며 “테크닉적으로도 어려운데다 변수를 가지고 가야하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에 기운을 많이 썼다면 다시 돌아오면서는 힘을 뺐어요. (초연부터 했던) 배우들은 서 있는 것만 봐도 눈물이 날 만큼, 그 깊이가 가늠이 안될 정도로 깊어졌죠. 새로 합류한 최정원, 이건명 선배도, 젊은 배우들도 섬세하고 감성적이에요. 그러다 보니 힘을 주기 보다는 인물들이 가진 내면 이야기에 좀더 집중하고 있어요. 관계 안에서도 섬세한 부분을 챙기려고 노력 중이죠.”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공연장면(사진제공=달컴퍼니)2013년에 이어 다시 한번 다이애나의 주치의로 출연하는 박인배는 ‘넥스트 투 노멀’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로 연극성과 음악의 다양성을 꼽았다.“뮤지컬은 음악성에 힘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넥스트 투 노멀’은 쇼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인물들의 성격 묘사에 집중하고 있죠. 이 작품이 가진 디테일한 관계와 심리묘사는 자칫 무거워질 위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작곡가가 음악을 다양한 장르로 변주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음악과 대본의 밸런스 그리고 음악 장르의 다양성이 우리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다이애나로 새로 합류한 최정원은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의사가 될 때가 있다”며 “마음의 병은 예술을 통해 회복되고 치유된다”고 전했다.“저 역시 배우로서 치유 받고 싶었어요. 상처를 가진 분들에게 좋은 음악과 드라마, 팀워크로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넥스트 투 노멀’은 저를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멋진 작품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6 22:23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 바라보기…연극 ‘햄릿’

연극 ‘햄릿’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창작진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선생님들과 저희가 만난 건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6년 전 (연극 ‘햄릿’의) 그 무대를 보면서 정말 작은 소품으로라도 출연하면 행복하겠다 했는데 이번에 레어티즈라는 큰 역할에 참여하게 돼 좋습니다.”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연극 ‘햄릿’(7월 13~8월 13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제작발표회에서 레어티즈 역의 박건형은 “연습실에서 선배님들의 리딩 목소리를 들으면서 늘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연극 ‘햄릿’은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맞아 손진책 연출과 권성덕, 전무송,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등이 의기투합해 초연한 작품으로 6년 만에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손진책 연출은 “당시에는 9명의 배우에 대한 오마주 개념이었다”며 “성별, 나이, 역할 등에 상관없이 9명이 돌아가면서 소화하는 미니멀라이징한 연극놀이였다면 이번엔 죽음 바라보기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메멘토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혹은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메시지를 던집니다.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건 모두 죽는다는 사실이죠. 확실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음은 멀리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햄릿’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 바라보기를 해보고자 합니다.”연극 ‘햄릿’ 손진책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손진책 연출의 설명처럼 지난 시즌에서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주요 역할들을 소화했던 9명의 배우들은 햄릿을 비롯한 레어티즈, 오필리어, 호레이쇼 등을 강필석, 박건형, 박지연, 김수현 등 젊은 후배들에게 내어주고 거트루트, 클로디어스, 폴로니어스, 무덤파기, 유령 그리고 배우 1, 2, 3, 4로 기꺼이 무대에 오른다.연극 ‘햄릿’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대표인 박명성 프로듀서는 이번 시즌에 대해 “후배와 선배 배우들이 함께 하는 세대 융복합 작품”이라며 “젊은 세대를 위해 큰 자리를 기꺼이 내주신 선생님들께 감동했다”고 털어놓았다.“저는 올해 연극 입문 40년을 맞았습니다. 선생님들과 작업하면서 왜 연극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정도인지, 어떤 작업과정을 거쳐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지를 배웠죠. 대극장 연극이 실종되다시피한 요즘 대선배들과 후진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햄릿 역의 강필석은 “제가 감히 선생님들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복 받은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그 역사적 순간을 맞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연습 중”이라고 소감을 털어놓았다.“연습실에서 제 정신은 아직 저 우주에 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서 햄릿이었던) 유인촌 선생님이 계시고 박정자 선생님이 첫 대사를 하시는데 제 대사를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심장이 뛰고 제가 오염시키는 것 같아서 감히 대사를 섞지 못할 정도로 한없이 긴장됩니다.”6년 전 햄릿으로 분했던 유인촌은 “사실 그때도 무리였다”며 “나이와 성별을 초월해 기념비적인 의미의 작품이라 했지만 제가 더 이상 햄릿을 하면 해가 되면 됐지 도움이 안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당시 66세로 아마도 제일 늙은 햄릿이었을 거예요. 이번엔 클로디어스를 하게 됐습니다. 대단히 나쁜, 권력을 가진 왕이죠. 너무 거대하고 야비하기도 하고 권력에 대한 욕망의 화신 같은 인물이기도 해요. 형수랑 살려면 훨씬 젊고 섹슈얼한, 다분히 남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왕의 입장에서 햄릿은 한없이 작고 연약한 아이처럼 바라보지 않을까 싶어요. 악역을 많이 해본 경험 없어서 저에겐 큰 도전이고 어찌해야할지 아직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아요. 하지만 새로운 왕, 나쁜 놈의 전형으로 잘 표현해 보려고 합니다.”연극 '햄릿'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유인촌을 비롯해 박정자, 정동환 등이 나이 들어서 하고 싶은 역할로 꼽은 무덤파기는 지난 시즌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해야했던 권성덕이 연기한다. 그는 “연극인생은 다 끝난 줄 알고 조용히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또 불러줬다”며 “힘이 딸릴 것 같아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그냥 잊혀도 되는데 그 놈의 정이 뭔지 또 불러주셔서 당시 (중도 하차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서 좋아요. 매우 반가워요. 이번이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좋은 친구들, 젊은 친구들과 같이 하게 돼 정말 영광이에요. 아마도 이번이 제일 좋은 역을 맡았고 제일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박정자는 “한자리에 모인 선배, 동료, 후배들과 ‘햄릿’을 함께 하게 돼 감사하다. 연습장으로 향하는 마음이, 발걸음이 정말 행복하다”며 “저희들끼리는 이런 작품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곤 한다”고 전했다.연극 ‘햄릿’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 배우한테 배역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무대 한구석, 조명 밖에 있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게 배우들의 숙명이죠. 80세를 넘다 보니 대사 외우기가 너무 어려운데 대사가 적어서 좋아요. 대신 대사 많은 햄릿(강필석)을 맘껏 응원하려고 합니다.”손진책 연출은 “한국 연극계가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 없는 위기를 맞았다”며 “주변에서 제대로 틀을 갖춘 작품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이같은 연극계 현실은) 평생 연극을 열심히 한 우리 동료들이 일정 부분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배우들을 가지고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면 이 또한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연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격이죠. ‘격’있는 연극해보려고 합니다.”정동환은 “준비하면서 (선배와 후배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이런 전통은 계속 유지돼야 하는 구나, 애쓰는 사람들에게 이유가 있구나 싶다”며 “관객들과 선후배들이 인정하는 이런 전통은 유지되고 범연극인들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오필리어 역의 박지연은 “젊은 배우들 때문이 아니라 선생님들 때문에 가장 젊고 재밌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호레이쇼 역의 김수현은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운좋게 공연을 많이 관람했고 무대 위에서 빛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며 선배들에 대한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그렇게 빛나는 모습으로 여전히 무대 위에 존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제 말이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무대 위에 존재해주시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5 22:15 허미선 기자

[비바100] 시대를 마주한 얼굴들, 무대에 서다…뮤지컬 ‘마타하리’ ‘모래시계’ ‘난세’

격동기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개막한다. 왼쪽부터 뮤지컬 '마타하리' '모래시계' '난세'(사진제공=EMK뮤지컬, 인사이트, 콘텐츠플래닝)전세계가 전쟁이라는 비극을 맞아야 했던 제1차 세계대전, 부패한 관료들과 무능한 왕으로 인해 신음하는 백성들을 위한 새로운 세상이 절실했던 고려 말부터 조선 초 그리고 삼청교육대, 동일방직 사건, 부마 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아픈 역사가 소용돌이치던 1970~80년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이중간첩이었던 마타하리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마타하리’(5월 28~8월 15일 샤롯데씨어터),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정도전과 이방원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던 백성 꾼의 이야기 ‘난세’(5월 31~8월 21일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 시대를 관통하며 서로 다른 길로 내달려야했던 세 친구 태수·혜란·우석의 ‘모래시계’(5월 26~8월 14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까지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내야 했던 개인들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뮤지컬 ‘마타하리’는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 ‘황태자 루돌프’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 스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재즈를 바탕으로 넘버를 꾸린 작품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버림받은 소녀, 삼촌에게 무참하게 짓밟히던 시절, 자바섬에 배치받은 군인과의 결혼, 남편의 과오로 잃은 딸 등 비참하기만 했던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옥주현·솔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물랭루즈 최고의 무희 마타하리로 변신해 겪는 이야기다.뮤지컬 ‘마타하리’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타하리 역의 옥주현·솔라, 아르망 김성식·이홍기·이창섭·윤소호(사진제공=EMK뮤지컬)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마타하리가 프랑스군의 라두 대령(김바울·최민철)과 파일럿 아르망(김성식·윤소호·이창섭·이홍기)를 만나 사랑하고 전쟁 중인 독일과 프랑스 스파이로 나서게 되는 과정들이 신비로운 음악과 동양적 춤사위, 스펙타클한 장면 등에 어우러져 펼쳐진다.  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옥주현과 마마무 멤버 솔라가 마타하리로 분하며 그녀를 사랑하는 파일럿 아르망은 FT아일랜드 이홍기, 비투비 이창섭, JTBC ‘팬텀싱어’ 출신의 뮤지컬 배우 윤소호와 라떼아모르 멤버 김성식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마타하리에 대한 집착으로 고뇌하며 첩보 업무를 제안하는 라두 대령은 ‘레베카’ ‘명성황후’ ‘몬테크리스토’ 등의 최민철과 성악가이자 라비던스 멤버 김바울이 더블캐스팅됐다.뮤지컬 '모래시계' 출연진. 왼쪽부터 혜린 역의 나하나·박혜나·유리아(사진제공=인사이트)1970~80년대를 아우르는 뮤지컬 ‘모래시계’는 故김종학 연출, 송지나 작가,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정재 등이 출연했던 동명 드라마(1995)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지난 2017년 첫 선을 보인 후 5년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박해림 작가, 신선호 안무감독, 홍문기 의상디자이너, 우석 역의 최재웅을 빼고는 새로운 이들로 꾸린 두 번째 시즌은 뮤지컬 ‘데스노트’ ‘어쩌면 해피엔딩’ ‘그레이트 코멧’ ‘난쟁이들’ ‘킹키부츠’ 등과 연극 ‘환상동화’ ‘알앤제이’ 등의 김동연 연출, ‘최후진술’ ‘해적’ ‘마마돈크라이’ ‘트레이스유’ 등의 박정아 작곡가·음악감독이 새로 합류했다.뮤지컬 '모래시계'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태수 역의 민우혁·온주완·조형균, 우석 남우현·송원근·최재웅(사진제공=인사이트)군인이 되고자 했지만 조직폭력배의 길로 들어선 박태수(민우혁·온주완·조형균,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카지노 대부의 딸 윤혜린(나하나·박혜나·유리아), 정의롭고자 하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강우석(최재웅·남우현·송원근)의 우정과 번뇌 등을 통해 근현대사를 아우른다.역사적 사건에 집중하며 느와르로 풀어낸 초연과 달리 두 번째 시즌은 세 사람의 우정과 감정,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도 살아내고자 하는 생명력에 집중한다. 혜린이 보다 독립적인 캐릭터로 변주되면서 그녀를 지키던 재희를 대신해 역사의 기록자로 기자인 영진(김수연·송문선)이 새로 투입됐다. 8인조 현악을 중심으로 한 15인조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새로 꾸린 넘버는 1막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2막 카지노로의 연결에 집중하며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떨쳐 일어서는 이들과 권력의 대물림, 사회 부조리 등을 대비시킨다.뮤지컬 '난세' 출연진. 왼쪽부터 꾼 역의 정연·이지숙·소정화(사진제공=콘텐츠플래닝)창작뮤지컬 ‘난세’는 관료들은 부패하고 백성들은 신음하던 고려 말, 새 나라를 꿈꾸던 지음(知音) 정도전(박유덕·정동화·주민진, 이하 가나다 순)과 이방원(양지원·이준우·최석진)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백성 ‘꾼’(소정화·이지숙·정연)의 이야기다. 뮤지컬 ‘사의찬미’ ‘웨스턴스토리’ ‘세종, 1446’ ‘경종수정실록’ ‘배니싱’ ‘파가니니’ 등의 김은영 작곡가·음악감독이 극작부터 작곡, 연출, 음악감독까지 맡은 작품으로 한때는 같은 꿈을 꾸었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지음과 그들의 의기투합에 이은 갈등으로 혼탁해진 ‘난세’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꾼’을 통해 지금을 비춘다. 극의 화자이자 작가이며 당시 백성이면서 정도전과 이방원의 내면이기도 한 ‘꾼’은 ‘웨스턴 스토리’ ‘언더스터디’ ‘웨딩플레이어’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의 정연, ‘아이위시’ ‘귀환’ ‘아랑가’ ‘여신님이 보고 계셔’ ‘어쩌면 해피엔딩’ 등의 이지숙, ‘팬레터’ ‘작은 아씨들’ ‘카포네 트릴로지’ 등의 소정화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김은영 작가·작곡가·연출은 “꾼 배우들의 강렬한 에너지가 최고”라고 귀띔했다.뮤지컬 '난세'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방원 역의 양지원·이준우·최석진, 정도전 주민진·정동화·박유덕(사진제공=콘텐츠플래닝)조선을 세운 이성계와 손잡고 혁명에 나섰지만 이방원이 겨눈 칼에 비극으로 치닫는 정도전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초연부터 라흐마니노프와 그의 정신과 주치의 니콜라이 달 박사로 호흡을 맞춘 박유덕과 정동화 그리고 ‘광주’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더 모먼트’ ‘더 라스트 맨’ ‘해적’ ‘경종수정실록’ 등의 주민진이 트리플 캐스팅됐다.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새나라 조선을 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개국공신 채택과 세자 책봉에서 밀려난 이방원은 ‘최후진술’ ‘천사에 관하여’ ‘광화문연가’ ‘세자전’ 등의 양지원, ‘비더슈단트’ ‘미오 프라텔로’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엔딩노트’ ‘블랙메리포핀스’ 등의 최석진, ‘스톤 더 스톤’ ‘V 에버 애프터’ ‘라 레볼뤼시옹’의 이준우가 번갈아 연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힘은 빼고 섬세해진 뮤지컬 ‘아이다’…“시즌 중 최고 질감!”

24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뮤지컬 ‘아이다’의 프레스콜에 참석한 배우들. 왼쪽부터 조세르 역의 박성환, 라다메스 최재림, 암네리스 아이비, 아이다의 김수하·윤공주·전나영, 암네리스 민경아, 라다메스 김우형, 조세르 박시원(사진=허미선 기자)“이전 시즌까지는 한 나라의 공주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강인한,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사랑과 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의 갈등과 감정을 좀더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했어요.”24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뮤지컬 ‘아이다’(8월 7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프레스콜에 참석한 아이다 역의 윤공주는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에 대해 “감정표현이 더 깊어지고 섬세하게 표현되는 부분들이 생겨 저희의 엇갈린 사랑이 더 잘 표현되고 있다”고 밝혔다.뮤지컬 ‘아이다’ 아이다 역의 윤공주(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아이다’는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를 바탕으로 한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하 디즈니) 작품으로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콤비작이다. 한국에서는 2005년 초연에 이은 2010년, 2012년, 2016년, 2019년에 이어 5번째 시즌을 공연 중이다. 망국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윤공주·전나영·김수하,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그 누비아를 집어삼키기 위해 선봉에 선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김우형·최재림),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아이비·민경아)의 사랑이야기이자 성장담이다. 뮤지컬 ‘아이다’ 암네리스 공주 역의 아이비(사진=허미선 기자)프레스콜에서는 오프닝곡인 ‘에브리 스토리 이즈 어 러브 스토리’(Every Story is a Love Story, 윤공주·최재림·민경아·앙상블), ‘포춘 페이버스 더 브레이브’(Fortune Favors the Brave, 최재림·앙상블), ‘더 패스트 이즈 어나더 랜드’(The Past is Another Land, 윤공주·최재림·앙상블), ‘어나더 피라미드’(Another Pyramid, 최재림·박성환·남자 앙상블), ‘바스킷헤즈’(Basketheads, 여자 앙상블), ‘낫 미’(Not Me, 전나영·김우형·아이비·유승엽·앙상블), ‘댄스 오브 더 로브’(Dance of the Robe, 김수하·유승엽·지새롬·앙상블)를 시연했다.  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왼쪽)과 그의 아버지 조세르 박성환(사진=허미선 기자)2019-2020년 시즌부터 라다메스로 함께 한 최재림 역시 “대사톤, 움직임 등 전체적으로 힘을 빼고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밝혔다.“강인한 공주 아이다, ‘남자남자’ 라다메스 등 인물을 보여주는 연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감정들과 겪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변해가는 심경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보여주기 보다 배우 스스로가 가져가는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죠.”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김우형(왼쪽)과 아이다 전나영(사진=허미선 기자)최재림의 말에 2010년 재연부터 라다메스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우형은 “사실 ‘아이다’의 대사들이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말들에 감정을 실어서 교감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공연에서는 섬세해졌다”고 동의를 표했다.“힘을 좀 빼면서 배우들끼리 ‘진짜 말을 해보자’고 얘기했어요.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내 마음을 전해보자 했죠. 섬세한 감성들이 객석까지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이 역대 가장 좋은 질감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뮤지컬 ‘아이다’ 아이다 역의 김수하(사진=허미선 기자)아이다로 새로 합류한 김수하는 첫 공연에 대해 “환영받는 기분이어서 감사했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암네리스 공주 민경아는 “처음 겪어보는 신기한 경험”에 대해 털어놓았다.“리허설을 할 때까지도 너무 떨렸었는데 첫 곡인 ‘에브리 스토리 이즈 어 러브 스토리’(Every Story is a Love Story)가 끝나고 객석을 봤는데 너무 따뜻했어요. 관객들 모두가 저희를 응원하러 온 느낌이 들어서 긴장은 했지만 떨리진 않았어요. 역시 저에겐 관객분들이 있어야 하는구나를 느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4 21:38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 박정아 작곡가 ①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

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왼쪽)와 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5년 전에는 허용됐지만 지금은 할 수 없는 얘기나 표현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전체적인 구조는 비슷하지만 저와 안무·의상디자이너 선생님을 빼고는 다 바뀌었기 때문에 한번 했던 공연을 리뉴얼한다는 개념보다 완전 새로 만들 듯 하고 있죠.”2017년 처음 무대에 올렸던 뮤지컬 ‘모래시계’(5월 26~8월 14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의 두 번째 시즌에 대해 박해림 작가는 “초연을 만들 듯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정아 작곡가·음악감독 역시 “재연이지만 초연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다”며 “모든 음악이 새로 주신 대본, 연출 콘셉트에 맞게 작곡·편곡한 상황”이라고 밝혔다.뮤지컬 ‘모래시계’ 포스터(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뮤지컬 ‘모래시계’는 故김종학 연출, 송지나 작가,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정재 등 주연의 동명 드라마(1995)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조광화 연출, 박해림·오세혁 작가, 김문정 음악감독, 오상준 작곡가, 신선호 안무감독 등이 꾸린 2017년 초연 후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박해림 작가, 신선호 안무감독, 홍문기 의상디자이너, 우석 역의 최재웅을 빼고는 싹 바뀌어 돌아오는 두 번째 시즌은 뮤지컬 ‘데스노트’ ‘어쩌면 해피엔딩’ ‘그레이트 코멧’ ‘난쟁이들’ ‘킹키부츠’ 등과 연극 ‘환상동화’ ‘알앤제이’ 등의 김동연 연출, ‘최후진술’ ‘해적’ ‘마마돈크라이’ ‘트레이스유’ 등의 박정아 작곡가·음악감독이 새로 합류했다.아버지의 빨치산 전력이 문제가 돼 군인의 꿈을 포기하고 조직폭력배의 길로 들어선 박태수(민우혁·온주완·조형균,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카지노 대부의 외동딸 윤혜린(나하나·박혜나·유리아), 정의를 꿈꾸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강우석(최재웅·남우현·송원근)을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아우른다.격동기를 온몸으로 관통한 세 사람을 비롯해 정경유착의 핵심 인물인 혜린의 아버지 윤재용 회장(정의욱·황만익), 태수의 친구이자 야망가 이종도(이율·임정모), 사건과 시대의 기록자인 기자 신영진(김수연·송문선) 등이 이야기를 풀어간다.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삼청교육대, 제5, 6공화국, 동일방직 사건, 부마 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꿰는 이야기와 “이렇게 하면 너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나 떨고 있니” 등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대사, 도입부부터 귀를 사로잡는 OST ‘백학’ 등으로 방송당시 국민들의 귀가길을 앞당긴 작품이다.◇시대나 사건보다는 세 사람에 집중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사진=이철준 기자)“태수, 혜림, 우석 세 사람 이야기에 집중한 것 같아요. 이 텍스트에는 영웅이 없어요. 나약한 인간들이죠. 실수하고 자책하고 부끄러워하고…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인물들뿐이에요. 세 인물이 어떤 때는 가해자였다가 또 어떤 때는 피해자가 되기도 해요. 그 반복되는 굴레 속에서도 그들이 계속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려고 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자 생각했죠.”이렇게 전한 박해림 작가는 “지금 관객들이 ‘모래시계’를 좋아할지, 여기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고민도, 생각도 많았다”며 “초연에 ‘느와르’라는 목적이 있었다면 이번 ’모래시계‘는 반복되는 역사라는 본질은 그대로 두고 ‘발버둥치더라도 살아내야 한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바뀔 것’이라는 큰 주제에 목적을 뒀다”고 덧붙였다.“이렇게 하면 너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나 떨고 있니” 등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드라마 대사에 대해 박해림 작가는 “그 비슷한 뉘앙스의 지금 말로 바꿨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모래시계’ 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이번 ‘모래시계’의 가장 큰 변화는 ‘오징어게임’으로 전세계를 휩쓸었고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연출작 ‘헌트’를 월드프리미어로 선보인 이정재가 연기해 인기를 끌었던 혜린의 보디가드 백재희의 부재와 서영진의 합류다. 이는 보다 독립적이고 단단해진 혜린 캐릭터의 변화와 역사가 반복되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내려진 결정이다.“혜린이 자체가 누군가의 보살핌을 원하는 캐릭터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백재희는 지금 현실에 맞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죠. 그런 이유들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연습 한달 전에 최종적으로 빠지게 됐어요. 윗세대부터 아래세대로 옮겨지며 역사가 반복되는 과정을 잘 전달하고 싶어 처음부터 기록된 것들을 다시 전달받는 인물로 영진이라는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넣었죠.”극의 변화에 따라 24개의 넘버를 새로 꾸린 박정아 작곡가는 “스트링 사운드를 많이 사용한다”며 “제 평소 작품 속 록 사운드보다는 좀더 서정적인 부분이 강조된 음악들”이라고 밝혔다.“현악기와 관악기에 비중을 많이 뒀어요. 15인조 오케스트라 중 스트링이 8인조죠. ‘느와르’를 목적으로 했던 초연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 감성적으로 부합할 수 있는 사운드에 대한 고민 끝에 스트링에 집중하게 됐어요.”음악적 고민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은 박정아 작곡가는 “노래와는 엮지 않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유명 OST) ‘백학’을 관객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들려주느냐 않느냐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고 귀띔했다.“들려드리지 않는 걸로 정리는 됐지만 편곡하면서 한 군데 심어놓기는 했어요. 연습실에서 선보이기도 했는데 (박해림) 작가님 빼고는 아무도 모르더라고요.”◇에너제틱 혜린, 감성적인 태수, 이성적인 우석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모래시계’ 혜린 역의 나하나(왼쪽부터), 박혜나, 유리아(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혜린, 태수, 우석 세 인물이 산발적으로 벌어져 있어서 셋이 같은 고등학교 친구라는 설정을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같이 시작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다른 선택들로 각자의 길들로 걸어가며 만났다 흩어지는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죠. ‘어떤 사건이 있었다’ 보다는 그 사건 속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상처받고 다시 일어섰는가에 초점을 맞췄어요.”이어 박해림 작가는 “(사랑의 감정이 엇갈리는 원작 드라마와는 달리) 세 사람을 그냥 친구로 만들었다”며 “아무리 어렵고 아픈 시대라도 감정에 초연하기란 어렵지만 그 셋은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사진=이철준 기자)“지난 시즌에도, 지금도 혜린에게 중요한 역할들을 부여했어요. 이 친구는 자신의 삶이나 현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캐릭터예요. 그것들을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한 여러 선택들을 하는 인물이죠.”박해림 작가의 “혜린의 중요한 가치나 감정은 부끄러움”이라는 말에 박정아 작곡가는 “혜린, 태수, 우석, 종도, 영진 등 뿐 아니라 대학생들, 시민군, 군인들 등까지 각각 처한 상황이나 그들이 가진 캐릭터성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멜로디로 테마를 하나씩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세 주인공은 각각의 솔로 넘버가 있는데 혜린 음악이 가장 많은 에너지가 느껴져요.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가지고 나아갔지만 마지막을 결정하는 지점의 에너지를 혜린의 솔로에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가장 강하고 큰 에너지요. 감성적인 부분이 많이 배제된 상태에서 혜린의 넘버를 만들었죠.”태수에 대해 박해림 작가는 “제일 어렵다”며 “현재는 없는, 판타지스러운 인물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곤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힘을 가지고 싶은 친구”라며 “잘못된 방식으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가고 마는 비극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다른 친구들에게 ‘그럼에도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가야 한다’ ‘잘못된 선택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다음을 살고 또 살아야 한다’는 중요한 전제를 가르쳐 주는, 그런 인물이죠.”박해림 작가의 설명에 박정아 작곡가는 “그래서 태수 음악이 제일 감성적”이라며 “비현실적이고 가장 여린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보탰다.뮤지컬 ‘모래시계’ 태수 역의 민우혁(왼쪽부터), 온주완, 조형균(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혜린이가 시집을 주는데 그걸 읽으면서 노래로 연결시키는 사람도 태수예요. 이 노래는 메시지가 가장 잘 담긴, 이 작품을 잘 나타낸 넘버기도 해요. 그 시점에 나오는 가사들이 2부 마지막 넘버로 확장되고 연결되죠. 혜린과 태수 관계에는 사랑도 우정도 아닌, 그들이 이루지 못한 감정들이 있어요. 그들이 가고자 했지만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부분이 넘버로 엮여 있죠. 관객들이 들으시기엔 가장 달콤하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우석에 대해 박해림 작가는 “옳다고 믿는 게 명확하고 상식과 정의를 지키고 싶어하는 인물”이라며 “결과적으로 광주에서 계엄군이 된 것이 그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 전했다.뮤지컬 ‘모래시계’ 우석 역의 최재웅(왼쪽부터), 송원근, 남우현(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자신이 누군가를 판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된 것 때문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죠. 인물들마다 큰 딜레마들이 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여러 번 등장해요. ‘모래시계’는 그것들이 극복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같아요.”우석의 인물설정에 맞게 그의 넘버와 음악들은 박정아 작곡가의 말처럼 “제일 딱딱하다.” 박정아 작곡가는 “감성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이고 강직한 인물”이라며 “마지막에 큰 걸 해결하는 키를 우석이 가져간다. 사회 정의 실현에 대해 마지막에 우석이 부르는 부분이 있다”고 소개했다.“우석의 솔로들은 사회적인 얘기들이 엮여 있어요. 강하게 우석이 끌고 가는 음악들이죠. 우석은 태수에게 편지를 쓰는 순간만 감성적이에요. 초반 대학시절에만 감성적이다가 점차 변화를 맞는 인물이죠. 스무살이 넘어가면서 세 사람이 운명적으로 엇갈려 만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태석과 우석 사이에 편지를 모티프로 넣었죠. 태수와 우석의 관계는 듀엣으로 풀어나가고 우석이 부른 노래를 태수가 리프라이즈하기도 해요.”◇1막의 광주, 2막의 카지노…점층적으로 이어지는 음악들뮤지컬 ‘모래시계’ 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드라마에는 굉장한 사건들이 있어요. 광주, 삼청교육대, 노동운동, 계엄군 등 근현대사가 다 나오는 느낌이죠. 뮤지컬 ‘모래시계’는 광주를 주축으로 해요. 1막은 5.18광주, 2막은 카지노 관련사건이 주축이죠. 사실 2막은 카지노 자체가 아니라 카지노를 좌지우지하려는 1세대에 집중했어요. 광주 때 권력을 차지하면서 카지노 권력까지 등에 업은 이들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하고자 했죠.”이어 박해림 작가는 “그 사이사이 사건들은 과감하게 ‘계엄군이었다’ ‘삼청교육대에 갔다왔다’ 식으로 생략할 수 있는 건 생략했다”며 “1막의 주축인 1980년 가해자들이 2막에서 카지노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로 군림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박정아 작곡가는 그 과정을 위해 “음악적으로 단계를 만들었다”고 말을 보탰다.“무대에서 실제로 치고받으며 에너지를 표출하는 방식보다는 음악적으로 풀어냈어요. 2막 ‘야만의 시대’라는 넘버를 리프라이즈하고 확장시키는 방식이죠. 음악을 크게 ‘광주의 음악’ ‘카지노의 음악’ ‘힘의 세력’ 세 가지 테마로 나눠 계속 사용하고 전개함으로서 그 과정들을 표현해요.”그리곤 “카지노와 권력이 결탁하는 과정이 ‘카지노의 음악’인 ‘새로운 시대’라는 넘버의 리프라이즈로 표현되거나 ‘힘의 세력’에서 사용한 넘버가 카지노에서 리프라이즈되기도 하고 같이 묶여 리프라이즈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그렇게 음악적으로는 점진적으로 쌓여서 터질 수 있게 장치를 만들어 갔죠. 그렇게 하다보니 결국 2막이 송스루(대사 없이 음악으로만 진행하는)더라고요. 거의 쉬는 지점 없이 계속 넘버가 나오죠. 노래만 24개에 악보 페이지 수가 어마어마해요. 제가 좋아하는 건 종도의 노래들이에요. 노래를 하는 순간 연습실 분위기가 좋아지거든요. 너무 잘하고 멋있어서. 종도 노래를 비롯해 카지노 넘버 ‘새로운 시대’도 재즈적 요소가 있는데 제일 좋아하는 건 ‘삶의 방식’이에요. (김동연) 연출님이 종도라는 인물의 광기를 보여주고 싶은 노래를 원하셔서 만들었어요.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응축시키는 넘버죠.”◇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사진=이철준 기자)“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 중 인생이 너무 풀리지 않을 때는 치열한 인내로 대하라, 알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으로 대하라, 그렇게 살다가 어느새 뒤돌아보면 네 안의 해답 안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치열하게 살아라…라는 문장을 ‘모래시계’에 가져왔어요.”박해림 작가는 “혜린이 태수에게, 태수가 또 다시 우석에게 전하는 시어를 노래로 만들었다. 그 노래가 결국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모래시계’ 박해림 작가(왼쪽)와 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것, 끝까지 발버둥치면서 살다 보면 이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너도 나도 윗세대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나봐요. 그때도 그랬고 지금 우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이어 박해림 작가는 “공장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혜린이가 대학시절 노동운동을 하는데 그들이 외치는 구호와 카지노를 건설하고자 모인 이들의 구호가 똑같다”며 “그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두 진영이 싸우는 신이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위쪽에서는 카지노 준공식을 하며 먹고 마시면서 술잔을 돌릴 때 밑에서는 대학생들이 새로운 시대를 위해 화염병을 돌려요. 상반된 상황이 한 신 안에서 벌어지죠. 결국 각자는 저마다가 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계속 달려가고 있었어요.”뮤지컬 ‘모래시계’ 박정아 작곡가(사진=이철준 기자)하나의 구호에 다른 뜻이 담기듯 그때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저마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내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신에 대해 박정아 작곡가 역시 “처음부터 가져가고 싶은 포인트였다”고 동의를 표했다.이어 “광주에서도 시민군과 군인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윗사람들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엇갈려 버렸다. 그 장면에서도 같은 가사와 멜로디로 얘기하지만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 사람들의 대치를 음악적으로, 장면적으로 잘 만들어 활용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처음에는 이 작품을 왜 해야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작품(넘버)을 쓰면서는 작가님이 얘기한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는 부분을 찾아냈고 느꼈죠. 어떻게 보며 지금 시점에 위험할 수도, 어울리지 않는 얘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틀어서 생각하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얘기라는 생각도 들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0 18:15 허미선 기자

[비바100] 전통과 현대화, 절제미와 액티브함의 공존 ‘일무’

서울시무용단 '일무' 포스터(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와 정구호 연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 김성호 안무가, 김재덕 음악 및 안무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1막은 선 몇개로만 이뤄진 무대 위에 전통 무용과 이를 현대화한 동작들이 순차적으로 느릿느릿하게 펼쳐진다. 2막에서는 원 몇개가 전부다. 그리고 3막은 여러 개의 선들이 액티브하게 움직이며 전통과 현대화한 동작들이 빠르게 휘몰아친다.  서울시무용단이 2022년 첫 정기공연으로 ‘일무’(佾舞, 5월 19~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선보인다. 일무는 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가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한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 중 포함된 무용이다. 역대 제왕의 문덕과 무공을 기리며 일자로 열을 맞춰 추는 춤이다. 서울시무용단의 ‘일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한마음 한뜻으로 기원하는 정신에 방점을 찍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향연’ ‘묵향’ ‘산조’ ‘김주원의 사군자 생의 계절’ 등의 연출이자 삼성미술관 리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16회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인 정구호 연출작이다.전통무용은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이, 이를 응용한 현대화는 현재 Akram Khan 무용단원인 김성훈 안무가와 김재덕 모던테이블 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자 T.H.E 댄스컴퍼니 해외상임안무가가 책임진다. 김재덕 안무가는 ‘일무’ 음악 현대화도 함께 수행했다. 각 막은 전통과 그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무용이 짝을 이뤄 진행된다. 야외에서 공연되던 옛 일무와는 달리 프로시니엄 극장 무대에 오르는 걸 고려해 과장된 모자와 한복 속에 입는 고쟁이 바지를 변형시켜 보색대비를 이루는 의상 등으로 춤의 디테일을 잘 보이게 한다. 김성호 안무가는 “1, 2, 3단계로 나뉘어져 움직임의 발전이 있다”며 “전통 일무의 동작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현대화하면서 큰 움직임은 작게, 작은 건 크게, 직선은 곡선으로, 느린 음악은 빠르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 일무는 스탠딩이 많은데 현대 버전은 역으로 바닥에 누워서 동작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55명이 한번에 무대에 올라 49명의 춤으로 마무리되는 ‘일무’의 백미는 밀도 있는 동작의 합, 일사분란한 통일성이다. 정혜진 단장의 말처럼 “맥시멀라이즈로 이루는 합”은 이 시대의 다양한 춤 언어들로의 변주에도, 보는 사람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에도 고수된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정구호 연출의 설명처럼 “신념에 대한 하나의 의식”인 ‘일무’의 안무와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재덕 안무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간다면 현대인으로서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전통동작들을 짰다”고 털어놓았다. 김재덕 안무가는 “3막 1장은 절제해 심심한 듯 천천히 끌어올리고 2장은 빠르게 흘러간다”며 “절제미와 액티브한 동작들이 섞여 민족적 흥을 더 낸 안무”라고 설명했다.혼돈과 고난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저마다의 할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사람들, 결국 그 마음들이 하나돼 하늘을 감동시키고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정신을 담은 ‘일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수년째 신음하면서도 제 자리를 지켰던 지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원이자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 바람은 55명 무용수들이 한데 모여 혹은 소수이더라도 한뜻으로 펼쳐 보이는 ‘일무’ 속에서 정구호 연출의 귀띔처럼 “꽃”으로 피어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8 18:00 허미선 기자

선배들이 밀고 후배들이 끌고…연극 ‘햄릿’, 6년 만의 귀환

연극 ‘햄릿’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유인촌, 김성녀, 윤석화, 손봉숙 등 공연계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들이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선보였던 연극 ‘햄릿’(7월 13~8월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6년 만에 돌아온다.당시 60대의 유인촌과 윤석화가 햄릿과 오필리어를, 정동환·손숙·박정자·전무송·김성녀·손봉숙이 각각 클로디어스왕, 거트루트, 폴로니어스, 레어티즈, 호레이쇼, 로젠크란츠 등을 연기했던 2016년과는 달리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 젊은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는다.6년 전 주요 배역을 맡았던 선배들은 조연과 앙상블로 다시 함께 한다. 더불어 2016년 당시 출연하고자 했지만 스케줄 문제로 함께 하지 못했던 길혜연도 합류한다.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2016년) ‘햄릿’을 하셨던 선배 배우님들께 출연제의를 드렸는데 흔쾌히 함께 하겠다고 하셨다”며 “반드시 주인공을 해야하기보다는 다 같이 참여한다는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신 듯하다”고 전했다.공연계 선배들이 밀고 후배들이 전면에 서서 끌어갈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리어’ ‘화전가’ 등의 배삼식 작가가 각색하고 손진책 연출이 진두지휘한다. 손진책 연출은 “고전은 통시성을 갖게 되긴 하지만 오늘, 현대인의 심리로 ‘햄릿’을 보려 한다”고 밝혔다. 신시컴퍼니 관계자에 따르면 “대사는 그대로지만 동시대성을 추구 중”이며 “다음 주 월요일(23일)부터 연습을 시작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6 20:11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전통과 현대 창작의 공존, 극과 극의 ‘일무’…“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간다면…”

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의 궁궐에서 거행되는) 종묘제례악 현장에 간다면 현대인으로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전통 동작들을 짜온 것 같아요.”11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습실 공개에서 시연된 ‘일무’(佾舞, 5월 19~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전통 그대로인 1막과 현대화해 창작무로 변주한 3막 2장에 대해 음악까지 담당한 김재덕 안무가는 이렇게 말했다.‘일무’는 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에 포함된 무용으로 역대 왕들의 문(文)·무(武)덕德)을 기리는 문무(文舞)와 무무(武舞)로 구성된다. 홍주의(紅周衣). 남사대(藍紗帶, 남색의 사로 만든 허리띠), 목화(木靴)를 갖추고 문무는 진현관(進賢冠)을 쓰고 왼손에 약(약, 황죽으로 만든 구멍이 셋인 악기), 오른손에 적(翟, 나무에 꿩 털로 장식한 무구)을, 무무는 피변관(皮辨冠)을 쓰고 간(干, 방패)과 척(戚, 도끼) 혹은 목검을 들고 춤을 춘다.‘일무연구’ ‘궁중무연구’ ‘신일무’ 3막으로 구성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국립극장의 ‘묵향’, 정동국립극장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등의 정구호 연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 그리고 현대무용가 김성훈·김재덕 등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 2막은 한국 전통춤을 온전히 구현하고 3막은 김성훈·김재덕 안무가와 정혜진 단장이 현대적으로 공동창작한다.◇김재덕 안무가 “지금의 유명가수들이 국회의사당 혹은 청와대에서 춤추는 걸 상상했죠”span style="font-weight: normal;"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김재덕 안무가의 설명에 따르면 “각 막은 전통춤의 재현과 현대적 재해석이 공존한다.” 1, 2막, 3막 1장과는 달리 3막 2장은 빠른 속도로 전통 무용 동작들이 구현되는데 이에 대해 김재덕 안무가는 “현대에 맞게 유명가수들이 국회의사당 혹은 청와대에서 춤추는 걸 상상했다”고 털어놓았다.“일무는 문관과 무관들이 추는 춤으로 지금의 경호원, 경찰, 군대, 행정관 등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되게 간단했어요. 그들과 옛날 문무관의 사고는 어땠을까, 지키는 것과 힘이 아니었을까, 힘이 좋으려면 스피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식으로 접근했죠.”이어 “연습실 공개에서 시연된 3막 2장만 빠르다”며 “1, 2막은 느릿느릿하고 3막 1장은 오히려 절제해 심심한 듯 천천히 끌어올리는 맛이 있다”고 덧붙였다.“3막도 계속 동적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1장은 카운트를 크고 느리게 하지만 힘 있게 쓰면서 절제해요. 2장을 위한 준비를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민속적 흥을 더 냈다고 볼 수 있어요. 3막 2장에서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훈련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고 동작이 단순화되기도 했죠.”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그리곤 “제일 어려웠던 건 소통이었다”며 “전통 무용을 바탕으로 하는 (서울시무용단) 단원분들과 현대무용하는 제가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다.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마저 달라서 몸으로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안돼서 몸의 피로도가 좀 높았다”고 말을 보탰다. 3막의 안무 뿐 아니라 음악까지 책임진 김재덕 안무가는 음악에 대해 “미니멀리즘”이라 정의하며 “편경, 어(어, 호랑이 모양으로 음악의 종지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목부에 속하는 체명악기)를 현대화해 믹싱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대나무로 세번 치고 등을 긁는 소리를 리듬화해 드럼의 하이햇 같은 사운드로 만들었어요. 태평소, 피리 등 고음을 내는 악기들은 소리를 빼거나 아예 깎아서 부드럽게 들리도록 했죠. 더불어 콘트라베이스를 많이 사용했어요. 어떻게 전통적으로 현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저음을 깎고 이퀄라이저를 활용해 아쟁이 아닌데 아쟁 같은 사운드를 만들어 사용했죠.”◇어쩌면 이 시대에 필요한 정신 ‘일무’ 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목표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 일무의 재현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공연 자체로 완성도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관객에게 제대로 감동을 주고 일정 정도라도 공감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죠.”‘일무’에 대해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전통 ‘일무’를 재현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하는 제목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정구호 연출은 “일무가 종묘제례악에 쓰여서 제사를 지내는 춤으로 돼 있지만 세종 때는 연희이기도 했다. 제사를 지내는 게 아니라 연희적 측면을 강조했다”고 강조했다.“종묘제례는 밀도 있는 움직임과 반복 동작이 많아 지금 관객들에게 이 시대 춤으로 보여드리기는 어렵죠. 그래서 연희적인 에너지, 템포, 방향 등이 변형됩니다. 일무의 정해진 동작들을 유지하면서 좀 더 액티브하게 속도 밸런스를 맞췄죠. 합을 이루고 획일적으로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정신이고 부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3막에서 합하고 에너지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죠.”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김성호 안무가는 “1, 2, 3단계로 나뉘어 움직임의 발전이 있다. 처음 전통 무용을 봤을 때는 답답하고 이해가 안가고 지겨운 부분도 있었다”며 “하지만 체험하면서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는) 움직임들을 현대화하면서 큰 움직임은 작게, 작은 건 크게, 직선은 곡선으로, 느린 건 빠르게 바꿨습니다. (전통 일무는) 바닥에 내려가지 않고 스탠딩이 대부분인데 역으로 바닥에 누워서 하면 어떨까 싶었죠. 중요한 건 춤의 언어예요. 이 춤과 저 춤이 만나면 어떨지, 융합적인 부분을 고려해 안무했습니다.”정구호 연출은 의상에 대해 “1, 2막은 전통의상을 고수하려고 노력했다”며 “정해진 틀 안에서의 색 변화 등으로 주어진 맥락을 흐트러트리고 재조합했다”고 설명했다.“예전의 종묘제례악은 실제 마당에서 가깝게 보는 행사였지만 현대에는 무대에 올려져 멀리 떨어져 관람하게 됐죠. 이에 춤의 디테일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 관(冠, 모자)을 과장하는 식으로 변화를 줬어요. 3막의 의상도 현대의상처럼 보이지만 한복 속에 입는 고쟁이 바지가 모티프죠. 더불어 상하의 보색대비로 색을 분리해 현대적으로 표현했습니다.”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정구호 연출은 무대에 대해서는 “안무과 구성이 너무 꽉차 있어서 제가 했던 그 동안의 작품 중 가장 미니멀한 무대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1막에서는 선 몇개, 2막은 원 몇개, 3막은 여러 개의 선으로 액티브한 무대를 연출한다”고 귀띔했다.“이번 ‘일무’는 다른 차원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 무용문법을 잘 아는 정혜진 단장님과 현대적 무용문법을 잘 아는 김재덕·김성호 안무가가 하나의 주제를 엮어 내 승부해야하는 작품이죠. 작품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정혜진 단장은 “일무는 밀도 있는 동작의 합이다. 무용수들이 하나로 똑같이 가는 게 일무에서 보여주는 정신”이라며 “현대화하더라도 똑같이 합을 이루는 동작구현을 통한 통일성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이 시대에 맞는 춤의 언어들, 다양한 춤의 언어들이 합을 이룹니다. 전통이든 컨템포러리든 언어는 다양해도 보여주려는 건 하나죠.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자신의 할 일을 하다보면 결국 그 마음들이 하나가 돼 하늘을 감동시키고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일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1 21:03 허미선 기자

딤프의 태희 최연우와 뉴 캐스팅으로 돌아오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출연진(사진제공=신스웨이브)꾸준히 사랑받는 소극장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곡가 윌 애런슨과 작사가 박천휴(윌휴)의 첫 번째 의기투합작인 ‘번지점프를 하다’(6월 22~8월 2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가 4년만에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김대승 감독, 이병헌과 故이은주 주연의 동명영화(2001년)를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워크샵을 거쳐 2009년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이 주관하는 창작팩토리 사업에서 시범공연된 후 2010년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첫 번째 창작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무대화됐다.2012, 2013, 2018년 초·재·삼연에 이은 네 번째 시즌을 맞는 ‘번지점프를 하다’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 서인우(이창용·정택운·조성윤,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제자 임현빈(렌·정재환)에게서 17년 전 사랑했던 인태희(최연우·고은영·이정화)를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사진제공=신스웨이브)윌휴가 만든 왈츠로 극을 여는 ‘번지점프를 하다’는 환생을 소재로 국문학도와 미대생으로 첫눈에 사랑에 빠진 인우·태희의 과거와 태희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우가 태희를 연상시키는 제자 현빈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현재가 교차되며 풀어가는 애틋한 멜로극이다.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반가운 이름은 최연우다. 2010년 딤프 창작지원작 당시 태희로 무대에 오른 지 12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최연우를 제외한 대부분이 뉴캐스팅이며 창작진도 대거 교체된다.태희는 최연우를 비롯해 ‘지킬앤하이드’ ‘사의찬미’ ‘웨스턴스토리’ ‘젠틀맨스 가이드’ ‘아가사’ 등의 이정화, ‘금악’ ‘블루레인’ ‘킹키부츠’ ‘또 오해영’ 등의 고은영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태희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다 제자 현빈의 등장에 혼란을 겪는 인우는 ‘레베카’ ‘비틀쥬스’ ‘스웨그에이지’ ‘시데레우스’ ‘얼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등의 이창용,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잭더리퍼’ ‘드라큘라’ ‘미인’ 등의 조성윤, ‘프랑켄슈타인’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마타하리’ ‘몬테크리스토’ 등에 출연햇던 아이돌그룹 빅스의 정택운이 트리플캐스팅됐다.태희를 연상시키는 인우의 제자 현빈은 아이돌그룹 뉴이스트 멤버이자 ‘헤드윅’ ‘제이미’로 무대에 올랐던 렌(최민기)과 ‘스메르쟈코프’ ‘이퀄’ ‘올모스트 메인’ ‘에어포트 베이비’ ‘김종욱 찾기’ 등의 정재환이, 현빈의 같은 반 친구 이혜주는 ‘베어더뮤지컬’ ‘앤’ ‘무인도 탈출기’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그날들’ 등의 이휴와 ‘번지점프를 하다’로 뮤지컬 데뷔하는 걸그룹 위키마키 멤버 지수연이 연기한다.원제작사 달컴퍼니와 공연 전문 글로벌 플랫폼 ㈜메타씨어터의 자회사 ㈜신스웨이브가 공동제작하는 네 번째 ‘번지점프를 하다’는 ‘킹키부츠’ ‘머더러’ ‘젊음의 행진’ 등의 심설인 연출이 진두지휘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0 19:51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