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B그라운드] 악기 고유의 소리 그대로 모이고 흩어지는…국립무용단 신작 ‘산조’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의 1막 ‘중용’(사진제공=국립극장)국립무용단의 신작 ‘산조’(6월 24~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는 장단과 가락이 모이고 흩어지는 우리 전통 기악 독주양식 산조(散調)를 춤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2013년 ‘단’ ‘묵향’과 2015년 ‘향연’, 2016년 ‘춘상’ 등의 정구호 연출이자 패션디자이너와 손잡고 선보이는 작품으로 ‘중용’(中庸), ‘극단’(極端), ‘중도’(中道) 3막 9장짜리 춤극이다. 1장 ‘중용’에서 단순하고 담백한 선율에 정제된 군무로 시작한 ‘산조’는 자유자재로 박자와 리듬을 타는 극단의 움직임으로 인한 불균형과 음악의 불협화음이 어우러지는 2막 ‘극단’을 거쳐 또 다른 규칙과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가는 조화로 마무리된다.국립무용단 신작 ‘산조’의 2막 ‘극단’(사진제공=국립극장)정구호가 연출과 의상·영상디자인을 책임졌고 경기도무용단 상임안무가 최진욱이 안무, 현대무용 안무가인 고불린파티의 임진호가 협력안무로 참여했다. 무용극이지만 다양한 가락이 모이고 흩어지는가 하면 정통과 즉흥이 교차하는 ‘산조’라는 전통 양식을 시각화했다는 데서 소리의 특성을 살리는 음악과 음향이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더불어 3년 7개월 동안의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특징 중 하나인 몰입형 사운드 시스템에 최적화된 소리에 집중한 작품이기도 하다.국립무용단 신작 ‘산조’의 3막 ‘중도’(사진제공=국립극장)작곡가의 창작이 아닌 안무가, 연출가 등과의 소통에 이은 즉흥연주와 협업으로 완성된 ‘산조’의 음원을 사전 녹음해 2008년과 2012년 그래미에서 클래식부문 녹음기술상과 최고기술상을 거머쥔 황병준 프로듀서가 믹싱작업을 책임졌다.국립극장 관계자는 “보통 극장은 좌우 스테레오 사운드 시스템으로 좌석에 따라 다른 소리를 구현하지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몰입형 사운드 시스템은 좌우위아래 스피커를 통해 하나의 구를 형성한 중심에서 관객이 소리를 듣는 형태”라며 “아쟁이나 거문고, 장구 등 악기 고유의 소리를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악기별 소리를 다 분리해 원래 그 소리 질감이 살아서 들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24 18:45 허미선 기자

[제15회 DIMF+人더컬처] 뮤지컬 ‘프리다’ 추정화 연출 “경이로운 프리다, 그녀로 외치게 될 모두의 비바 라 비다!”

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의 추정화 작·연출(사진=허미선 기자)“프리다 칼로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그녀의 인생은 환희로 빛났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막이 내리고 여자 관객들은 여전사처럼, 남자 관객들은 여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리다’를 썼어요”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에서 초청공연된 뮤지컬 ‘프리다: 라스트 나이트 쇼’(Frida: Last Night Show, 이하 프리다)의 추정화 작·연출은 “모든 관객들이 신나게 극장을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뮤지컬 ‘프리다’는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생애를 마지막 순간에 펼치는 쇼 형식으로 풀어가는 작품이다. 프리다(김소향)는 죽음 직전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미스터리한 진행자들 리플레하(리사), 데스티노(정영아), 메모리아(최서연)와 함께 어린시절부터의 생애를 풀어간다.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사진제공=DIMF사무국)“프리다의 마지막 수박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절망과 아픔의 크기라는 건 비교 자체가 말이 안되잖아요. 저 사람의 아픔과 절망이 엄청 크더라도 내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프리다는 하늘이 타고난 인생을 주지 않았다면 살 수 없을 정도의 삶이었죠. 너무 똑똑했던 사람이 6세부터 혹독한 고통을 경험하잖아요. 그 대단한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가 남편이라는 자체도 사실 매순간 고통이었을 거예요. 그런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가 어떻게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인생 만세)일까….”그 충격과 궁금증에서 시작한 뮤지컬 ‘프리다’는 추정화 작·연출이 극 중 대사처럼 ‘경이롭고’ ‘존경할만한’ 프리다 칼로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헌정공연이기도 하다.“제가 만약 프리다와 같은 고통 속에 있었다면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외과의가 되려던 꿈이 있었고 그만큼 공부도 잘했던 사람이잖아요. 사고로 그 꿈이 무너지는 순간 다른 진로를 선택한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9개월 간 침대에 누워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화가의 꿈을 키우고 디에고를 찾아가고…겨우 19세였잖아요.”추정화 연출은 “그는 언제나 남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정물화를 그린 것도 신체적으로 고통이 심해서였다”며 “당시 멕시코에서 정물화는 죽은 그림이라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프리다는 그런 ‘죽은 그림’ 정물화에도 ‘비바 라 비다’라고 적어 넣으면서 생명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그래서 너무 멋있었어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 ‘나는 이제 곧 외출을 할 거에요.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라고 하죠. 너무 고통스워서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안들었어요. 뭐 하러 돌아와? 다 누렸는데. 충분히 다 했는데! 그녀는 이제 누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프리다에게 세리머니 같은 최고의 쇼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뮤지컬‘프리다: Last Night Show’의 추정화 작·연출(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프리다’는 ‘인터뷰’ ‘스모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블루레인’ 등의 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가·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감독 콤비작으로 2020년 딤프 창작지원작에 선정돼 올해도 딤프 관객들을 만났다.“누구나 힘들죠. 어떻게 매일 행복만하겠어요. 그렇더라도 마지막 삶을 마치는 순간에는 ‘비바 라 비다’여야지 ‘꺼져라 인생’일 수는 없잖아요. 내가 살아온 길에 쓰레기를 붓고 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프리다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내가 나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었어요. ‘프리다’라는 작품이 하나의 거울이 되어 자신을 비춰 볼 수 있고 모두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 ‘비바 라 비다’면 좋겠어요. 견딘다는 건 희망을 안고 있는 거잖아요.”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의 추정화 작·연출(사진=허미선 기자)◇초고와 전혀 달라진 딤프의 ‘프리다’“프리다 칼로의 실사(實事, 실제로 있었던 일)를 극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제작사 없이 개인으로 딤프 창작지원작에 출품했었거든요. 혼자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뮤지컬 ‘라이언 킹’의 연출이자 퍼펫 아티스트 줄리 테이머 감독, 셀마 헤이엑 주연의) 영화처럼 프리다 칼로의 서사를 따라가기는 무리였죠. 그래서 뮤지컬 ‘프리다’는 무조건 판타지여야 했어요.”그렇게 뮤지컬 ‘프리다’는 추정화 연출의 말처럼 판타지 장르로 “초고를 써서 딤프 창작지원작에 출품했고 전혀 달라진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초고에서도 평행한 우주 속 소녀는 있었지만 프리다가 고통 받는 이유가 ‘죽음’이 그녀를 사랑해버렸기 때문이라는 설정이었거든요. ‘죽음’만 남자 배우를 쓸 생각이었죠.”그런 초고에 문제제기를 한 이는 얼마 전 추정화 연출이 전속계약을 한 EMK엔터테인먼트(이하 EMK엔터)의 김지원 대표였다. EMK엔터는 ‘모차르트!’ ‘팬텀’ ‘웃는 남자’ ‘몬테크리스토’ ‘엑스칼리버’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베스’ 등의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이하 EMK)의 연예기획 및 매니지먼트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로 초연 당시 프리다로 출연한 배우 신영숙의 소속사이기도 하다.“첫 리딩 때 김지원 대표님이 EMK 사무실을 빌려주셨어요. 그 리딩을 지켜보시곤 대표님이 ‘엘리자베스’랑 똑같다고 문제제기를 해주셨죠. 그 문제제기로 생각을 바꿔 쇼 뮤지컬로 꾸렸어요. 디에고마저도 쇼의 진행자가 극 중 극 형식으로 해주면 좋겠다 생각하니 훨씬 더 잘 풀렸어요. 김지원 대표님께 너무 감사했죠.” 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에서 멕시코의 국민화가이자 프리다 칼로의 남편인 디에로 리베라의 거대한 존재감을 코끼리처럼 그림자로 표현한다(사진제공=DIMF사무국)이어 “죽기 전 마지막 쇼를 콘셉트로 삼았다. 사람 죽기 직전에 파노라마처럼 인생이 지나갈 거 같았기 때문”이라며 “진행자들을 미스터리한 존재들로 설정하고 뭐든 할 수 있게 해놓고 자유롭게 풀어냈다”고 덧붙였다.“극 형식이 사실적인 쇼도 아니고 판타지 성격이 강한 ‘내 안의 쇼’로 바뀌면서 허수현 작곡가님은 이미 써두었던 13곡을 폐기처분하고 첫곡부터 마지막곡까지를 다시 썼어요. 음악이 최고로 좋아야 했고 특히 오프닝은 그녀의 인생이 압축해 표현돼야 했죠. 허수현 작곡가에게 ‘음악으로 환상적인 쇼를 만들어 달라’고 무리한 부탁을 했어요. 그걸 해내더라고요. 사실 ‘프리다’는 음악이 다 했죠.”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의 추정화 작·연출(사진=허미선 기자)◇신영숙·전수미에 이은 김소향·리사 프리다와 디에고의 전혀 다른 장면들…즐겁고도 새로운 경험 “아픔 속에 있었지만 프리다는 위트있고 강한 사람이었어요. 작은 체구와 예쁜 얼굴로 남자들을 휘어잡는 강단을 가졌죠. 남자들이 나가 떨어질 정도로 강한 모습을 디에고가 너무 사랑스러워했대요. ‘내 와이프’라며 박수를 치곤했죠. 프리다는 그런 인생을 살았어요.”극 중 쾌활하고 상냥한 프리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추정화 연출은 지난해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내용이나 메시지 자체가 달라지진 않았다”며 “배우가 달라지다 보니 전혀 다른 장면들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배우마다 강점이 다르니까요. 이 작품을 쓸 때부터 ‘허밍버드’는 전수미의 탭을 살린다고 생각하고 설계한 장면이에요. 멕시코 국민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거대함을 코끼리처럼 거대한 그림자로 표현하고 그 코끼리의 발자국을 탭으로 설정한 거죠.”프리다와 디에고를 연기하는 리플레하로 무대에 오른 김소향과 리사는 지난해 같은 역의 신영숙·전수미와는 전혀 다른 매력과 강점을 가진 배우들이다. 특히 프리다에 구애하는 디에고의 ‘허밍버드’(Humming Bird)와 스스로가 붓이 돼 마지막 초상화를 그리는 프리다의 ‘초상화’(Portrait)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리사 배우가 노래를 너무 잘하고 스캣에 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추정화 연출은 “리사 배우가 잘하는 걸로 바꿔” 장면을 꾸렸다. 그렇게 리사의 리플레하가 표현하는 디에고는 현란한 스캣 그리고 관객과 주고받는 호흡으로 프리다에게 구애한다. 추정화 연출은 ‘허밍버드’와 더불어 “전수미여서, 리사여서 멋있는 장면”으로 마지막 디에고가 프리다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애원하는 신을 꼽았다.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 중 프리다에 구애하는 디에고를 표현하는 ‘허밍버드’의 리사(사진제공=DIMF사무국)“여자로서 도무지 디에고가 용서가 안되는 거예요. 실제로 프리다가 쓴 글을 보면 ‘내 몸 안에 디에고가 있다’고 할 정도로 사랑했더라고요. 하지만 자신도 그렇게 대단하면서 왜 디에고를 받아주는지 이해하기까지 힘들었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길진 않지만 함축적인 디에고의 한방, ‘넌 다리 따위 없어도 돼. 날개가 돋을테니까’라는 이 한줄이 필요했죠. 그걸 또 전수미, 리사 배우가 너무 잘 표현하더라고요.”‘초상화’ 장면 역시 김소향만의 강점을 살려 변화를 맞았다. 이는 추정화 연출이 뮤지컬 ‘프리다’ 기획 당시 영화 ‘프리다’를 보면서 반드시 구현하고 싶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처음 ‘프리다’를 기획할 때부터 자화상을 그리게 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에 그녀는 다리도 없고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자화상은 그리기를 바랐어요.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간다고 생각했거든요. 더구나 영화 ‘프리다’ 중 척추가 내려앉는 상황에서 벽에 천을 걸어 턱을 대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보고 꼭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죠.”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 중 ‘초상화’를 그리는 프리다를 움직임으로 표현한 김소향(사진제공=DIMF사무국)더불어 추 연출은 “물리적으로 힘이 들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며 “프리다는 척추가 내려앉는 고통 속에서도 그림을 그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도대체 뭐였을까, 얼마나 대단한 정신력이면 그걸 버텨냈을까…관객들에게 그 정신의 말을 듣게 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내레이션과 더불어 그녀의 행위가 자화상이 되게 표현했어요. 프리다의 신체 언어가 그녀가 놀리는 붓인 거죠. 초연을 함께 했던 신영숙 배우의 무기는 노래예요. 저는 그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이번에 프리다로 함께 하는 김소향은 어려서부터 기계체조를 해 움직임에 뛰어난 배우죠. 그래서 그의 장기를 살려 ‘자화상’을 신체적 언어로 변주했어요.”그리곤 “공연마다, 배우별로 다른 장면을 꾸려 구현하는 건 어렵지만 해볼 만한 실험이었다”며 “굳이 정해진 것을 고수하기 보다는 배우마다 잘하는 걸 살리는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고 늘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다르게 구현하기는 저도 처음”이라고 덧붙였다.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의 추정화 작·연출(사진=허미선 기자)“저희 팀(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가·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가)은 주문제작(?)이 가능해요. 배우가 안멋있게 보이는 게 싫어요. 배우를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리다와 디에고를 연기하는 배우가 각기 다른 재능, 자신의 모든 걸 다 내놓고 표현할 수 있도록 변주하는 실험은 ‘프리다’를 통해 계속 해볼 생각이에요.”◇축제같은 장례식, 추정화만의 ‘비바 라 비다!’“저만의 마지막 ‘비바 라 비다’를 위해 글 쓰는 데 좀 더 매진하고 싶어요. 배우를 하다가 어쭙잖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연출도 하면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저는 여전히 부족하고 아직은 열심히 써야할 때죠.”이렇게 털어놓은 추정화 연출은 “20세부터 글만 썼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저는 40세부터 쓰기 시작해 채 10년도 안됐다”며 “저는 현역으로서 좀 더 달리고 싶다”고 덧붙였다.“그래서 사실 너무 힘들기도 해요. 하지만 좋은 글을 쓰는 게 제 목적지예요. 프리다가 마지막까지 그림을 그렸듯 저는 마지막까지 글을 쓰고 싶어요. 힘이 달려 단순한 걸 쓰더라도 마지막까지 글을 쓰다 ‘비바 라 비다’라고 얘기하고 가고 싶어요.”‘좋은 글’에 대해서는 “재밌는 것”이라며 “재밌는데 철학적 메시지까지 있으면 명작이 되겠지만 지금은 재밌는 글을 쓰는 데 시간을 쓰고 싶다”고 털어놓았다.“저 역시 명작을 향해 가지만 지금은 재밌으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재미는 다르지만 저는 스릴러예요. 시간이 남으면 하루 종일 추리소설만 읽어요. 뮤지컬 ‘인터뷰’ ‘블루레인’ 등이 그랬고 ‘스모크’는 스릴러의 장르적 형식을 차용했죠. 하지만 좀 쉬어가고 싶어졌어요. 연습실에서 (스릴러 요소가 강한) 그런 생각만 하고 있으니 24시간이 너무 괴로운 거예요. 지치고 우울하고…그래서 (스릴러는) 좀 쉬자고 결심하고 처음 한 작품이 ‘프리다’였어요.”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사진제공=DIMF사무국)차기작으로 구상 중인 작품 역시 신나는 ‘오션스’다. 그는 ‘오션스’에 대해 “아직은 구상 단계로 신라 해상왕 장보고의 이야기”라며 “제가 ‘지금’ 하고 싶은, 신나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그리곤 추정화, 자신만을 위한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대한 질문에는 “축제같은 장례식”이라고 답했다.  “제가 사랑하는 안무가 김병진에게 가끔 얘기해요. 열살이나 어린 후배를 붙들고 ‘내가 죽어도 슬퍼하지 말라’고, 내 작품을 동영상으로 틀고 그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그리곤 “저는 떠나도 작품은 기억되면 좋겠다”며 “제가 ‘이제 진짜 쇼가 시작됐다’는, 그런 죽음을 꿈꾸다 보니 프리다에게도 가장 멋진 세리머니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뮤지컬 ‘프리다: Last Night Show’의 추정화 작·연출(사진=허미선 기자)“그리고 이번 딤프 공연으로 소원을 이뤘죠. 마지막에 프리다의 두 다리를 드러내고 싶었거든요. 다리는 그녀의 핸디캡이지만 죽어서까지 불구일 리는 없잖아요. 의상 디자이너의 마지막 의상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더불어 이 쇼가 딤프 무대에 오르는 것도 남다르죠. 여자 4명 밖에 안나오는 공연에 이렇게 크고 좋은 극장을 내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행복합니다.”◇내년 2월 소극장 버전으로 변주될 ‘프리다’의 멕시코 행을 꿈꾸며“제 꿈은 ‘프리다’의 수출이에요. 올해는 11월의 ‘프리다’ 말고는 비어있어요. 9월에 일본 공연이 계획돼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취소됐고 11월 신작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준비가 더 필요해 미뤘죠. 앞으로 남은 시간은 진짜 좋은 ‘프리다’를 만들고 ‘오션스’를 집필하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추 연출의 전언대로 2020, 2021년 딤프 무대에 오른 ‘프리다’는 내년 2월 소극장 버전으로 변주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의 공연이 확정됐다. ‘프리다’는 추정화 연출이 EMK엔터와의 전속 계약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인 동시에 EMK의 중소극장 뮤지컬 제작의 신호탄이 되는 작품으로 남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프리다의 고향인 멕시코에서 우리 배우들, 창작진이 꾸린 ‘프리다’를 공연하면 좋겠어요. 너희가 낳은 대단한 아티스트를 우린 이렇게 생각해봤어라고 들려주는 게 꿈이죠. 그런 도전을 위해서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될 ‘프리다’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해요. ‘프리다’가 멕시코에 가는 그날까지 열심히 도전할 거예요.”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22 18:4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노동의 가치'에 대한 고찰! 어쩌면 지금, 우리…연극 ‘SWEAT 스웨트’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안경모 연출(왼쪽부터)과 스탠 역의 박상원, 트레이시 송인성, 신시아 강명주(사진제공=국립극단)“이 작품에서는 노동의 상실에 대한 의미, 그 상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인간이 가진 사회활동 자체가 파괴되고 공황 혹은 진공상태가 되는 데 주목했죠.”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7월 1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이하 스웨트)의 안경모 연출은 1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인간의 노동 가치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 인간의 노동이 경제적 가치로만 폄훼돼 버리고 쉽게 대체가능한 사회에서 인간이 부품처럼 활용되는 것 등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죠. 한국 사회가 펜데믹 상황을 만나면서 더욱 첨예하게 만들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노동을 어떤 가치로 바라봐야하는가, 금융자본주의·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 인간의 노동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등 큰 질문과 무거운 주제를 던진다고 생각해요.”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안경모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이렇게 설명한 안경모 연출은 “한국만큼 인종에 대한 편견과 위계가 강한 나라가 없다. 시한폭탄처럼 갈등이 첨예화될 수 있는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 지점”이라며 “인종문제를 깊숙이 다룬 작품이자 한국사회의 예비 신호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우리는 이런 미래를 만날 것이라는 의미를 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노동과 인종에 대해 다루는 부분에서 획을 긋는 작품이죠. 더불어 여성, 장애 등 많은 문제도 담고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연대 사회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가치가 있을 겁니다.”연극 ‘스웨트’는 미국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의 삶을 풀어낸 퓰리처 수상작이다. ‘스웨트’(2017)와 콩고 여성들의 무자비한 학대의 역사를 다룬 ‘Ruined’(2009)로 두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한 린 노티지는 아프라키계 미국인 여성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인종, 성별, 계급 등의 문제를 녹여낸 작품들로 주목받는 작가다.작품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철강도시 레딩, 산업재해로 퇴직한 스탠(박상원)이 운영하는 바를 배경으로 한다. 20년 넘게 한 공장에서 함께 일해 온 세 친구 트레이시(송인성)·신시아(강명주)·제시(문예주), 신시아의 아들 크리스(송석근)와 남편 브루시(김수현), 트레이시의 아들 제이슨(박용우) 그리고 그들이 매일 축제를 벌이고 휴식을 취하는 바의 운영자 스탠과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이민자 오스카(김세환) 등이 얽히고설켜 끌어가는 이야기다. 안 연출은 “노동의 상실, 가치”와 더불어 “관계”를 키워드로 제시했다.“생일파티, 축제를 벌이는 휴식공간이던 바가 싸움터로 파괴되는 변화 과정 그리고 인물과 인물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트레이시·트레이시·제시 세 친구가 가진 우애와 연대, 살가움과 끈끈함 그리고 연인 같기도, 친구 같기도, 아버지 같기도 한 스탠 등의 관계요.”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스탠 역의 박상원(사진제공=국립극단)치열하게 일하면서도 편견에 시달리며 연대했던 세 친구의 균열, 그로 인해 극단으로 치닫는 편견과 혐오는 어쩌면 지금과도 닮아 있다. 이에 대해 스탠 역의 박상원은 “필라델피아, 올스테드, 클래몬스로 대변되는 외부, 그 외부가 황폐해가는 모든 것들이 거울처럼 바에서도 일어난다”고 밝혔다.“막이 열리면 신시아·트레이시·제시가 행복한 생일파티를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올스테드와 클래몬스처럼 황폐해지고 신시아의 생일에 극도로 반목하죠. 너와 나이던 관계가 그 년, 그 새끼로 변해가는 그들 사이에서 바탠더인 저(스탠)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이어 박상원은 “사회에서 밀려난 가난한 백인인 스탠은 희망을 갈구하는 이민자, (역사 속에서) 노예 상처를 가진 흑인 등을 보듬어 간다”고 덧붙였다.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공연 장면. 무대에서는 뉴스 화면들이 스크린으로 투영된다(사진제공=국립극단)“저의 사고로 인해 바는 2막 8장에서 새로운 상생, 치유의 공간으로 바뀌어요. 그를 통해 우리의 미래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늘날 관객에게는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에게 빼앗긴 일자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로 대체되는 2021년 이 사회의 모든 것을 상징하지 않나 싶어요.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해요.”극 중에는 레딩 지역을 비롯한 미국, 전 세계의 뉴스들이 어지럽게 스크린으로 투영된다. 이에 대해 안경모 연출은 “작가가 레딩지역을 실제 취재하면서 쓴 작품으로 대본에 장면마다 뉴스들을 소개하고 잇다”며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뉴스부터 미시적 공간 뉴스까지 등장한다”고 전했다.“스탠이 쓰러진 후에 등장하는 2000년부터 20008년의 뉴스들은 한국 창작진에서 새로 선정했어요. 저 너머가 아닌 삶 곳곳을 파고도는 뉴스들, 우리 삶에 영향을 주었던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뉴스들을 대표적으로 선정하려고 애썼죠.”작품에는 욕설을 비롯해 편견과 비하 등을 내포한 말들이 난무한다. 논란 요소를 가졌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단어들도 다수 등장한다. 이에 대해 안경모 연출은 “욕설은 거친 감정의 표현으로 원문의 이미지를 다채롭게 풀어가려고 했다”며 “장애비하적인 단어 등은 캐릭터를 형성하면서 모멸과 비하의 맥락이 맞닿아 원문을 살려 사용했다”고 설명했다.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공연 장면. 행복했던 공간은 싸운터로 변모한다.(사진제공=국립극단)막바지 오스카와 제이슨·크리스가 엉켜들어 벌어지는 2분 가량의 싸움 장면에 대해 안 연출은 “행복한 공간이 난장판이 되는 게 목표였다”고 털어놓았다.“이렇게까지 사람이 사람을 대할 수 있고 파괴될 수 있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포스러운 모습들을 관객들이 체감하면 좋겠다는 의도였어요. 그렇게 관객들과 바에서 살아 있는 인간으로 만나지기를 바랐습니다. 인간으로 바라볼 때 저 사람이 느끼는 행복, 고통, 기쁨 등을 공유하고 미국에 사는 저 사람들의 감정들이 한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증이 들었으면 좋겠어요.”안경모 연출의 바람에 트레이시 역의 송인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손을 놓지 말자”고, 스탠 박상원은 “희망이 온다”고 말을 보탰다.“황폐와 절망에 가까운 현실들이 우리 마음과 자세들에 따라 꼭 이겨낼 수 있다고, 우리가 원하는 꿈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상황으로 생각하고 있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19 18:30 허미선 기자

[제15회 DIMF+B그라운드] 영화로 변주된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팬데믹을 돌파하는 영웅을 꿈꾸며

뮤지컬 ‘투란도트’가 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으로 변주돼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였다. 왼쪽부터 김시우 감독, 류 역의 양서윤, 칼라프 민우혁, 투란도트 배다해,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전세계 뮤지컬 영화 중 노래를 제일 잘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10주년을 맞은 뮤지컬 ‘투란도트’가 ‘어둠의 왕국’이라는 부제의 영화로 변주돼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에서 첫선을 보였다. 18일 시사회 및 개막행사에 앞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영화 ‘투란도트: 어둠의 왕국’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이어 칼라프 역의 민우혁, 투란도트 배다해, 류 양지원 등 출연배우들에 대해 “작지만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 일에 배우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도와줬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에 칼라프 왕자 역의 민우혁은 “누구 하나 고생하지 않은 사람 없다”며 “이 영화가 대박이 나고 해외로 쭉쭉 뻗어나가는 등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을 보탰다.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 포스터(사진제공=딤프사무국)뮤지컬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미완성 오페라를 바탕으로 변주된 작품으로 어머니 로링 공주의 처참한 죽음에 웃음을 잃고 남자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공주 투란도트와 오랜 전쟁으로 나라를 잃고 떠돌다 배가 난파돼 오카케오마레에 흘러든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다. 뮤지컬이 배경을 물의 왕국 오카케오마레로 설정해 원작을 변주했다면 뮤지컬 ‘투란도트’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악령이 깃든 투란도트로 인해 돌로 변해버린 이들이 부유하는 ‘어둠의 왕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제주돌문화공원에서 촬영한 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은 박유천의 복귀작인 ‘악에 바쳐’를 비롯해 ‘포겟 미 낫’ ‘파스터 디 아워’ ‘경계인’ ‘장농’ 등의 김시우 감독이 각색까지 도맡았고 장소영 음악감독이 다시 합류해 4개의 새로운 넘버를 추가했다.출연진 역시 배다해, 민우혁, 류 양서윤과 티무르 역의 이정열, 알티움 성기윤 등 뮤지컬과는 다르게 꾸렸다.현재 글로벌 OTT와의 협상 등 다양한 유통 방법을 모색 중인 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의 김시우 감독은 “영화는 예산이 많든 적든, 할리우드처럼 500억, 1000억원을 들여도 (티켓값은) 1만3000원”이라며 “적은 예산으로 최선의 영화적 문법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CG가 아닌 배우의 연기와 스토리로 무장한 판타지로 만들고 싶었어요. 배경을 무대와는 다른 어둠의 왕국으로 설정했죠. 전세계가 저주에 걸린 것 같은 팬데믹 상황에 빗대 악령의 저주로 어둠이 지배하는 세상을 돌파한다는 의미가 컸어요. 민우혁 배우에게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모습을 봤죠. 그런 면에서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 중 티무르 역의 이정열(왼쪽)과 칼라프 왕자 민우혁(사진제공=딤프사무국)칼라프 역의 민우혁은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투란도트’로 이루게 됐다”며 “무대의 장점이 살아 있는 연기라면 단점은 과장된 연기다.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면 굉장히 큰 재미를 느끼고 매체 연기에 대한 갈증 등 많은 것들이 채워진 작업이었다”고 출연소감을 밝혔다.“걱정이 되기도, 기대가 되기도 해요. 뮤지컬의 관객들은 대사하다 노래를 하는 장르적 특징, 무대라서 허용되는 부분들 등을 알고 오시기 때문에 괴리나 어색함이 없는데 이를 영화화했을 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요. 뮤지컬 공연은 매회 좀 다른 감정으로 대사를 하는 등 라이브의 묘미가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최고로 완성된 모습, 섬세한 배우들의 감정 연기 등을 보여주다 보니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좀 더 쉬울 듯해요. 뮤지컬 영화를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무대에서 보는 것보다 재밌게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이 영화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뮤지컬을 보러 오시기를, 좋은 뮤지컬 작품들이 영화로 자주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19 14: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다시 여름, 제15회 DIMF 배성혁 집행위원장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축제라는 타이틀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죠. 딤프여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외국 작품들을 직접 무대에서 만날 수 없고 교류도 가지지 못하니까요. 반면 그래서 ‘투란도트’를 영화로 만들었고 뮤지컬스타 경연대회 출신들의 프로 데뷔 길을 터줄 수 있었고 창작지원작,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에 더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게 됐어요.”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교류가 어려워지면서 방향 전환을 해야만 하는 시기를 “다양한 시도와 실험으로 돌파 중”이라고 털어놓았다.지난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축제시기를 미루고 미루다 10월 온·오프라인으로 축소해 진행한 딤프는 올해 다시 여름으로 회귀했다. 배 위원장의 전언처럼 “1, 2월까지도 정상 개최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러시아의 ‘위험한 관계’ 등 몇몇 국가의 작품들은 3월 초까지도 14일 자가격리, 백신접종 등을 감수하며 내한을 가늠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상영될 딤프 해외 초청작 러시아의 '레이디 해밀턴'(사진제공=사무국)그래서 딤프에서 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는 영화화하고 대만, 스웨덴 등과는 합작을 시도했습니다. 해외 작품들의 수급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러시아의 ‘레이디 해밀턴’ ‘수중왕국의 삿코’, 프랑스의 ‘에펠탑’이 온라인으로 상영돼요.”그렇게 제15회 딤프(6월 18~7월 5일)는 좀체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결과물이다. ◇코로나19로 가능해진 딤프 출신 뮤지컬 신예들의 처음, 한국·대만 합작 뮤지컬 ‘Toward’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원래는 대만 제작비와 배우가 투입되는 작품에 한아름 작가, 서재형 연출 등 한국 창작진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14일 자가격리 후 대구에서 한달 이상 연습을 하고 딤프 공연 후 대만 투어까지 잡혀 있었죠.” 이 역시 변화무쌍한 코로나19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4월 1일을 기점으로 대만이 한국을 방문금지국으로 분류하면서 내한과 연습, 공연 자체가 불가능해져 ‘합작’으로 급선회했다.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는 보수적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으로서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며 건축, 미술, 문학 등의 분야에 무수한 업적을 남긴 임휘인과 그를 둘러싼 세 남자의 이야기다.대만 예술 전반을 지원하고 있는 재단법인 타오위안시광예기금회와 지난 12, 13회 딤프에서 ‘맨투밋’(Meant to Meat)과 ‘원 파인 데이’(One Fine Day)를 선보인 C Musical Production 그리고 딤프와 ‘왕세자 실종사건’ ‘주홍글씨’ 등의 극단 죽도록달린다가 의기투합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연극 ‘오이디푸스’, 뮤지컬 ‘외솔’, 창극 ‘아비, 방언’ 등의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 콤비작으로 대만의 장심자(張芯慈) 작곡가가 넘버를 꾸리고 기획·프로듀싱까지 책임진 작품이다.“이미 한아름 작가가 대본은 완성했고 넘버도 다 있었어요. 고민 끝에 2015년부터 시작한 경연 프로그램 ‘뮤지컬스타’ 역대 수상자들과 뮤지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뮤지컬 아카데미’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딤프가 배출한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의 프로 데뷔 무대를 딤프에서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죠.”그렇게 주인공 임휘인 역에 김다윤(제1회 DIMF 뮤지컬스타 대학/일반부 최우수상), 중국 현대 문학의 대모이자 휘인의 친구인 사빙심은 김도연(제3회 DIMF 뮤지컬스타 중/고등부 최우수상)이 캐스팅됐고 송창근, 왕준형, 서광현, 오동현, 정세은 등 딤프가 발탁한 뮤지컬 신예들이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최초)되는 글로벌 창작뮤지컬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연습실이 아주 뜨거워요. 서재형 연출이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손 동작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직접 챙기는 걸 보면서 배우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다 싶더라고요. 딤프 출신 신예들이 첫 작품을 제대로 만났구나 싶어요.”그렇게 이번 딤프에서 월드 프리미어되는 ‘Toward’는 11, 12월 타오위안 광예홀, 타이중 국립극장 등 대만투어 후 2022년 중국 투어가 계획돼 있다. “대만 버전은 대만에 맞게, 중국은 중국스럽게 변주될 거예요. 우리 창작진이 만들었다고 무조건 한국 버전을 고집하기 보다는 지역 특성과 문화에 맞추는 거죠.”◇메이드 인 딤프 뮤지컬 ‘투란도트’,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나다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시작은 10주년을 맞아 ‘웹뮤지컬, 공연실황으로 만들어보자’ 였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데서 웹뮤지컬을 준비 중이었고 제작비도 만만치 않았어요. 고민 끝에 ‘투란도트’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영화로 만들어 보자 했죠.”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 제작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 배성혁 위원장은 “아예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새로 쓰고 배우들을 캐스팅해 전혀 다르게 변주된다”며 “몇백억 제작비가 드는 볼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제대로 영화 시스템을 갖춰 제작했다”고 귀띔했다. 푸치니의 미완성 동명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투란도트’를 영화로 변주한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에 대해 배 위원장은 “반대가 너무 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한국에서 뮤지컬 영화가 성공한 사례도 별로 없었고 공연을 그대로 영상으로 만든 게 아닌, 뮤지컬영화로 만들기는 처음이니 큰 모험이었으니까요. 코로나19 시대가 아니었으면 만들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영화는 영화다워야 하니 각색, 캐스팅 등을 아예 따로 했죠.”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은 박유천의 복귀작인 ‘악에 바쳐’를 비롯해 ‘포겟 미 낫’ ‘파스터 디 아워’ ‘경계인’ ‘장농’ 등의 김시우 감독이 각색과 연출에 나섰고 장소영 음악감독이 다시 합류해 4개의 새로운 넘버를 추가했다. 출연진 역시 투란도트 역의 배다해, 칼라프 왕자 민우혁, 류 양서윤, 티무르 이정열, 알티움 성기윤 등 뮤지컬과는 다르게 꾸렸다. “호주가 주활동무대였던 김시우 감독이 뮤지컬 영화를 만들겠다고 한국에 와 있었어요. 중국 관련 네트워크 조언을 듣겠다고 저를 찾아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던 중 ‘투란도트’ 영화화 얘기를 듣고는 김시우 감독이 해보고 싶다고 나섰죠.”제주돌문화공원과 대구 인근에서 장기체류하며 촬영에 임했던 투란도트 역의 배다해, 이미 약속된 ‘광주’ 공연과 병행하느라 제주-서울-광주를 누빈 민우혁, 다른 일정까지 정리하며 한걸음에 달려온 이정열과 성기윤, 카메오로라도 출연하겠다고 뜻을 전해온 최정원·김보경을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투란도트’ 영화화에 힘을 보탰다. 코로나19로 관광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조성에 2000억원이 넘게 투자된 제주돌문화공원도 촬영지로 사용이 가능해졌고 7미터 높이의 크레인도 동원됐다.딤프에서 영화화된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사진제공=사무국)“엄마의 불행에 한을 품고 카리스마 넘치던 투란도트는 영화에서 마음도 여리고 착한, 하지만 악령이 깃든 인물로 변주돼요. 투란도트가 저주에 걸리면서 나라가 어두워지고 수수께끼를 못맞춘 사람들도 돌로 변하죠. 칼라프는 더 멋있어 졌고 칼라프를 위해 희생하고 짝사랑의 열병을 앓던 류는 연약한 시녀만이 아니에요. 칼라프의 아버지 티무르도 뮤지컬과는 달리 칼라프의 도전을 적극 지지하며 새로운 왕국을 꿈꾸죠. 뮤지컬에서는 신하들이었던 앙상블은 악령들로 등장합니다.”배 위원장은 이같은 ‘캐릭터들의 반전’과 더불어 “새로 추가된 4개의 넘버”를 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 관전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투란도트의 솔로곡인 ‘빛이 없는 세상’과 사랑의 요정으로 카메오 출연하는 최정원·김보경의 듀엣곡이 너무 좋다”고 귀띔했다.“다만 걱정은 뮤지컬 영화를 일반 관객들이 얼마나 봐주실까예요. 하지만 흥행 보다는 뮤지컬 ‘투란도트’를 더 많이 알리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OTT와도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죠. 잘 돼서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처럼 시리즈로 제작되면 좋겠어요. 다들 황당하다지만 전 진심인 바람입니다.”◇코로나 때문에? 코로나에도 불구하고!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매년 4작품이었던 창작지원작이 올해는 5작품이에요. ‘조선변호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란’ ‘로맨스칠성’ 그리고 최초로 ‘스페셜 파이브’라는 대극장용 작품도 있죠.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작품들은 경연없이 신청을 받아 지원했어요. 코로나19로 여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으니 창작지원금도, 대학생들 작품도 지원예산을 좀 늘였어요.”이렇게 전한 배성혁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년 소개하던 다양한 국가의 다채로운 형식의, 딤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뮤지컬들을 무대에 올리지는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었던 도전과 시도들”로 채워 ‘다시 여름’으로 돌아온 축제의 소중함을 강조하기도 했다.‘투란도트’의 영화화, 대만과 협업한 ‘Toward’, 스웨덴과의 합작뮤지컬 ‘네네네’ 등과 더불어 좀 더 많은 작품에 기회를 줄 수 있게 된 창작지원작과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그리고 초청작으로 만나는 뮤지컬 ‘포미니츠’ ‘지하철 1호선’ ‘프리다’ 등. 그렇게 딤프는 다시 여름으로 회귀했다.“축제는 사람이에요. 사람이 모이는 게 축제잖아요. 무대에 서는 배우들, 만드는 스태프들, 가장 중요한 관객들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안되거든요. 코로나19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전야제, 축하공연, 시상식, 수성못프린지페스티벌 등을 거의 못하는 게 아쉽긴 해요. 코로나19로 어려워졌지만 그래서 할 수 있는 도전과 시도들이 있으니 기대가 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18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지금 이 사회 이슈 품은 발레의 향연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15일 개막한다(사진제공=각 발레단)“코로나19, 환경문제, 별을 주제로 풀어낸 세월호 참사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를 무용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박인자 조직위원장 겸 예술감독의 말처럼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6월 15~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는 대사 없이 몸으로 표현해야하는 발레가 사회적 이슈들을 어떻게 품고 표현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초청공연인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유니버설발레단의 ‘트리플 빌’을 비롯해 기획공연 광주시립발레단 ‘레이몬다 3막 중 결혼식 피로연’, 와이즈발레단의 ‘유토피아’, 조주현 댄스컴퍼니의 ‘디홀릭’(D-Holic) 그리고 협력공연 국제공연예술제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갈라’ 등이 무대에 오른다.더불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신작 4편과 재장착 작품 두편이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용걸댄스씨어터의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시’, 이루다 블랙토 ‘디스토피아’(Dystopia), 유희웅 리버티홀의 ‘노 뉴스’(No News), 수진초이댄스의 ‘레지스터(Register)_시작의 시작’ 등 신작 4편과 재창작된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인 유어 슬립’(In Your Sleep),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의 ‘투 페더스’(Two Feathers)가 무대에 오른다.◇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span style="font-weight: normal;"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말괄량이 길들이기’(사진제공=국립발레단)공연 소식과 더불어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랭코(John Cranko) 안무작으로 한국에서는 2015년 초연됐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존 크랑코 재단 측도 한국에서의 (장애인 비하) 논란을 이해하고 안무를 변경했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변경된 안무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트리플 빌’은 ‘분’(憤), ‘애’(愛), ‘정’(情)을 주제로 두편의 신작과 한편의 재창작 작품을 엮어 동서양의 정서를 아우른다. ‘분’은 2003년 초연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재창작해 표현한다. 유병헌 예술감독은 “2003년 초연된 후 10여년 전까지 공연됐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다시 돌아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라흐마니노프의 랩소디(변주곡)가 코로나19로 힘든 지금과 매치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라흐마니노프 음악에 과거의 행복, 사랑, 자유를 회상하는 맹랑하고 서정적이면서 색 다른 감정들이 실립니다. 코로나19로 힘들고 절망스럽고 분노하는 지금 사람들이 자유를 되찾길 바라는 마음과 미래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죠.”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트리플 빌’(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애’는 중국 4대 설화 중 하나인 ‘양산백과 축영대’를 주제로 한 중국 작곡가 진강과 하점호의 바이올린 협주곡 ‘양축-나비연인’(梁祝-Butterfly Lovers)에 맞춰 표현된다. 유 감독은 “양산백과 축영대는 중국에서 여러 장르로 수백년 간 변주돼 온 설화”라며 “이번 공연에 쓰일 바이올린 협주곡(양축)은 중국 이야기를 서양 음악형식으로 풀어내 유명한 작품으로 어려서부터 (안무해 무대에 올리기를) 꿈꾸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한국 대표 정서인 ‘정’은 ‘풀하우스’ ‘부활’ ‘경성스캔들’ ‘아는 와이프’ ‘쇼핑왕 루이’ ‘구암 허준’ 등 드라마 OST의 대가이자 피겨 퀸 김연아가 선수시설 프리스케이팅곡으로 선택했던 ‘아리랑’으로 유명한 지평권 감독이 속한 다울프로젝트 앨범 수록곡 4개로 풀어낸다. 유 감독은 “미운 정, 고운 정 등 한국에는 여러 정이 있다”며 “지평권 감독의 다울프로젝트 앨범 속 4개 곡을 편곡해 무대에 올린다”고 설명했다.“이 중 ‘미림의 길’은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운 마음을 2인무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드라마 ‘짝패’의 메인 테마) ‘비연’은 소프라노가 판소리를 선보이는 동서양의 오묘한 결합으로 경쾌하고 행복한 느낌을 담았죠. ‘달빛 영’은 한국의 해금과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표현되는 슬픔을, ‘아리랑’은 강원도 정선 아리랑으로 한민족의 정을 표현합니다.”◇‘유토피아’ ‘디홀릭’ ‘레이몬다 3막 중 결혼식 피로연’ 그리고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유토피아’(사진제공=와이즈발레단)“누구나 이상향, 꿈꾸던 곳으로 가기 위해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것이 비록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라 할지라도, 혹은 결과가 뻔해도 가려고 하죠. 그를 위해 살아가는 이 시간이 바로 ‘유토피아’가 아닌가 싶어요.”이번 축제에서 기획공연으로 선보이는 ‘유토피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길용 와이즈발레단장은 “정답은 없지만 ‘유토피아’라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풀어냈다”며 “우리의 ‘유토피아’는 무대임을 요즘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토피아’는 2018년 마포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된 김성민 객원안무가의 작품으로 저마다의 이상향에 대해 사유하는 계기를 제공한다.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디홀릭’(사진제공=조주현댄스컴퍼니)조주현댄스컴퍼니의 ‘디홀릭’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MZ세대의 발레문법을 담은 작품이다. 2012년 초연된 작품으로 조주현 안무가는 “초연을 준비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클럽을 방문했다. 거기서 춤추는 젊은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MZ세대의 몸 언어와 감성에너지를 풀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MZ세대는 모바일, K팝과 함께 성장하며 대중콘텐츠를 수용하면서 자라 독특한 문화 유전자를 지닌 세대예요. 이번 무대에 서는 무용수들은 MZ세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려서부터 클래식 발레를 배우며 성장했어요. 이 시대 삶의 존재 방식에서 한겹 더 들어가 발레에서의 MZ세대를 다루고 있죠.”이어 조 감독은 “어떤 강렬한 융합이 발생할까, MZ세대의 취향과 감성을 어떻게 발레로 만들어낼까 고민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2021년 공연에서는 MZ세대인 10대 후반 무용수들과 함께 공생하면서 발레 실험 중이다. 생각보다 와일드하고 거칠며 매우 달콤한 감성이 있다”고 귀띔했다.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광주시립발레단 ‘레이몬다 3막 중 결혼식 피로연’(사진제공=광주시립발레단)‘유토피아’ ‘디홀릭’과 더불어 광주시립발레단의 ‘레이몬다 3막 중 결혼식 피로연’이 기획공연으로,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의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가 협력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레이몬다’는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작으로 13세기 헝가리와 십자군을 배경으로 한 레이몬다와 장 브리안의 사랑이야기다. 이번에 공연되는 3막 ‘결혼식 피로연’은 화려하고 이국적이면서도 빠른 템포와 고난이도의 군무가 펼쳐질 예정이다.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사진제공=사무국)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예술감독인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는 국내외 최정상 무용수들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무대다. 유수의 글로벌 무용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석주(미국 보스턴 발레단), 이주호(에스토니아 바네무슈 오페라 발레단), 이지영(독일 헤센 위즈바덴 국립발레단), 이충훈(미국 할렘댄스씨어터), 양종예(일본 다이라쿠다칸 컴퍼니), 정혜민(프랑스 씬퀘아논 아트컴퍼니), 최유정(전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듀엣 무대가 펼쳐진다더불어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해외발레단 출신의 김기완, 조연재(국립발레단), 이윤주(프리랜서), 김유미(전 아틀란타 발레단), 박종석(전 워싱턴 발레단, 현 국립발레단), 손유희·이현준(전 털사 발레단, 현 유니버설발레단) 등도 무대를 꾸린다.◇‘지금’ 발레를 만날 수 있는 6편의 공모공연span style="font-weight: normal;"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시’(사진제공=김용걸댄스씨어터)“원제는 ‘봄여름가을겨울’이었어요. 오래 전부터 한국만이 가진 뚜렷한 4계절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이 제목과 콘셉트로 작업을 진행하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제목을 보고 빨려 들어가 버렸죠.”이번 축제에서 공모공연으로 선보이는 신작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용걸 안무가는 “제목만 차용했을 뿐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제목에 명시된) 4개 주제로 4편의 2인무를 선보인다”고 덧붙였다.“흐리지만 청명한 두 가지 색을 2인무로 표현한 것이 ‘하늘’입니다. 흐린 날씨에 비행기를 탔었는데 구름 위에 해가 있던 것에서 영감을 받았죠. ‘바람’은 절에서 느낀 해질녘 바람에 대해 풀어냈어요. 몰아치기도 하고 나뉘기도 하는 느낌을 가야금 산조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이어 ‘별’에 대해 김용걸 안무가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그날의 아이들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됐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설명하며 “‘시’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라고 덧붙였다.“사람에게 인간이 시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어 표현한 작품입니다. 저에게 어떤 스타일의 안무가 있나를 알아보기 위해 4가지 주제를 2인무로 풀어내 구성했죠.”제11회 대한민국 발레 축제 중 인 유어 슬립‘ⓒ강선준(사진제공=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는 ‘인 유어 슬립’을 선보인다. 조현상 안무가는 작품에 대해 “꿈에 대한 이야기다. 유일한 휴식처이자 도피처가 꿈이 아닌가 싶다”며 “휴식을 해야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수면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꿈이라는 시공간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한 작업”이라고 소개했다.“현실과 닮아있지만 어디로도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꿈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이미지화해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선보이려고 합니다. 서사적 구조가 아닌 꿈이라는 공간을 이미지화하면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꿈속을 걷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죠.”2012년작 ‘토킹 인 유어 슬립’(Talking In Your Sleep)을 바탕으로 변주한 작품에 대해 조현상 안무가는 “반중력 요가장치 해먹과 8명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현실을 닮은 비현실적인 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인 ‘디스토피아’ⓒ옥상훈(사진제공=이루다 블랙토)이루다 블랙토의 ‘디스토피아’는 불행한 세상, 멸망을 앞둔 세상을 다룬 이루다 예술감독의 신작이다. 이루다 감독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환경, 인권, 미세플라스틱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 현실이 디스토피아가 아닌가, 이러다 멸망이 다가오는 게 아닐까 라는 위기의식을 담은 작품”이다.“왜 인간들은 스스로 삶의 터전을 망치며 누군가는 화성으로 떠나려 할까, 우리는 이렇게 병들어갈 수밖에 없나 등의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에요. 큰 스케일의 광범위한 주제여서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까를 깊이 고민하다 모든 소품과 의상들을 재활용품과 1회용품, 쓰레기로 제작하려고 노력 중이죠. 8명 무용수들이 1회용 페트병을 모아 동참해 사회적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제11회 대한민국 발레축제 중 ‘투 피더스’(사진제공=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의 ‘투 피더스’는 선과 악의 상징으로 구분되는 ‘백조의 호수’ 속 백조와 흑조를 오마주해 인간 내면에 혼재된 선과 악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정형일 안무가는 “현실에서도 시각적으로 흑과 백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데 과연 자신이 택한 색이 본연의 자아 그 자체일 수 있는지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흑백조 외에 회색조가 등장합니다. 회색조는 현실 속 인간이고 흑백조는 회색조의 내면을 상징하죠. 흑백조로 인간 내면에 혼재하며 갈등하고 대립하는 선악을, 회색조로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겪는 것들을 표현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음악을 여러 악기를 통해 선보이며 때로는 유쾌하고 갈등을 표현하는가 하면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노 뉴스’(사진제공=유회웅 리버티홀)유회웅 리버티홀의 ‘노 뉴스’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충격적인 뉴스를 통해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인간사회에 대해 다룬다. 유회웅 안무가는 “좋은 뉴스가 없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폭력적이고 안좋은 이야기가 많은 현사회를 작품으로 펼쳐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어떻게 하면 내 아이에게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악에서 벗어나게끔 작업해 보고 싶었죠. 10명의 무용수가 에너제틱하고 때론 위트 넘치게 표현하며 신선한 뉴스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수진초이댄스의 ‘레지스터_시작의 시작’은 최수진 안무가의 신작으로 대한민국발레축제 첫 출품작이다. 최수진 안무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코로나 시국에 정재서의 ‘이야기 동양신화’를 읽고 그 안의 여러 신과 캐릭터들에 영감을 받아 옴니버스로 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레지스터_시작의 시작’ⓒBAKI(사진제공=수진초이댄스)“동양이 가진 매력적인 요소들로 컨템포러리 발레로 표현하고자 고민이 많았습니다. 김지영 발레리나를 비롯해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이재우 발레리노와 저 그리고 성창용 네명이서 동양의 여러 캐릭터들과 그들이 가진 매력인적 요소를 솔로와 듀엣 춤으로 표현합니다.”◇코로나19로 더욱 간절해진 ‘무대’“그간에는 작은 무대까지 1년에 100회가 넘는 공연을 진행했었는데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절반도 못했어요.”김길용 와이즈발레단장의 말처럼 발레를 비롯한 무대예술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했다.이는 절망과 더불어 일상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길용 단장은 “우리 삶이랑 비슷한 느낌”이라며 “무대에 서는 우리 삶이 너무 당연해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코로나19로) 단절되는 순간 무대가 너무 소중하고 간절해졌어요. 공연이 재개되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리 무용수들이 이렇게 간절하게 열심히 하는 건 보질 못한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에피소드 보다 너무 간절하고 소중한 게 지금의 무대라는 생각이 듭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09 18:30 허미선 기자

‘춘향이 온다’ 등의 마당놀이 극작가이자 공연기획자, 김지일 별세

7일 오후 김지일 극작가가 췌장암으로 별세했다.(사진제공=극단 미추)김지일(본명 김청일) 극작가이자 공연기획자이며 행정가가 7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80세. 극단 미추는 7일 “마당놀이의 전 대본을 집필하시고 오랫동안 공연기획자로도 활동하셨던 김지일 선생께서 병환(췌장암)으로 오늘(6/7) 오후에 별세하셨다”고 알렸다.고인은 지난 3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 상태가 악화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고인은 손진책 연출이자 극단 미추 대표와 50여년 간 함께 하며 1981년 시작된 ‘허생전’부터 ‘별주부전’ ‘홍길동전’ ‘변강쇠전’ ‘봉이김선달전’ ‘흥보전’ ‘춘향전’ ‘심청전’ 등과 2020년 초까지 공연된 최근작 ‘춘풍이 온다’까지 마당놀이 18여편의 대본을 집필한 극작가다.더불어 신창극 ‘천명’ ‘아리랑’ ‘현해탄에 핀 매화’, 무용극 ‘마음속에 이는 바람’ ‘꿈꿈꿈’ ‘시집가는 날’ ‘황진이’ ‘마의태자’ 등과 ‘뮤지컬 ‘영웅만들기’ ‘뜬쇠 되어 돌아오다’ 등의 대본을 집필하기도 했다.최근까지 극단 미추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고인은 예그린악단 홍보부장, 국립가무단 총무, 국립극장 선전기획실장, 마당세실극장장, 서울시립극단 기획실장, 공연문화산업연구소장 등을 두루 거친 행정가이기도 하다.유족으로는 아내 김상희씨가 있으며 빈소는 구리 원진녹색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9일 6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08 01:41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막장’에서 한 목소리로 외치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한 장면(사진=허미선기자)“우리 앞의 저 어두운 터널이 지나면 펼쳐질 밝은 세상, 새로운 내일.”이를 쟁취하기 위한 인류의 사투는 꽤 오래도록 이어오고 있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7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는 미국 켄터키주 할란카운티 탄광촌 막장에서 ‘인간다운 삶’을 외쳤던 이들의 이야기다.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됐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76 할란카운티’는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바바라 모플의 다이렉트 시네마 ‘할란카운티 USA’를 모티프로 한다.밥 딜런 음악에도 영향을 미친 다큐멘터리를 모티프로 한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는 배우 출신의 유병은 작·연출이 광화문 촛불집회 한가운데서 들었던 민중가요 ‘Which side are you on’(당신은 누구의 편인가요)에서 비롯됐다. ‘Which side are you on’은 1931년 할란카운티 광부 노동조합을 조직한 샘 리스(Sam Reece)의 아내 플로렌스 리스(Florence Reece)가 작곡한 노래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한 장면(사진=허미선기자)노예제도가 폐지된 지 100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는 흑인 라일리(김륜호·안세하,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의 자유를 위해 노예제도가 폐지된 북부 뉴욕으로의 탈출을 감행한 다니엘(산들·오종혁·이홍기) 그리고 존(김형균·이건명)을 중심으로 광산 노조 광부들이 회사의 횡포에 맞서는 투쟁의 여정을 담고 있다. “처음 할 때 놓친 부분이 많았어요. 흑인 노예 역할의 배우가 검은 칠 분장을 하는 등 정의로운 이야기를 하는데 정의롭지 못한 연출, 포인트 등이 있었죠. 그래서 극을 해치지 않는 상태에서 걷어내고 이번에 캐스팅된 배우들에게 맞게 인물들을 빌드업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유병은 작·연출은 3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1976 할란카운티’ 프레스콜에서 2019년 부산·서울 초연, 부산 재연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여전히 차별에 시달리다 자유를 찾아 할란카운티로 흘러든 흑인 청각장애인 라일리 역의 안세하는 수어 연기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수어도 어떻게 보면 똑같은 말”이라며 “처음엔 부담이 많이 됐지만 연습을 하면서 선배들, 동생들과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의 라일리가 됐다”고 털어놓았다.김륜호 역시 “공연을 보실 때 차별없이 캐릭터로 봐주시면 좋겠다”며 “청각장애인 역할이다 보니 함부로 표현하기 부담스럽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앙상블, 전배역 배우가 작품 속 캐릭터를 창조하며 힘들 듯 라일리도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면에서 똑같이 힘들었다”고 전했다.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하는 존 역의 배우이자 프레스콜 사회를 맡은 이건명은 “그 수어를 다니엘들이 노래로 불러주며 모두와 소통하는 신이 있는데 제가 가장 감동적이라고 힘주어 얘기하고 있다”며 “수어의 힘, 소리 없는 말의 힘도 이 작품의 관전포인트”라고 밝혔다.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출연진(사진=허미선기자)다니엘 역의 오종혁은 “지난 시즌 공연을 보면서 작품 속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게 감명 깊었다”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고 언젠가 저 뜨거운 사람들과 저 안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산들은 “무대 위, 공연 안에서 성장하는 다니엘을 보면서” 스스로를 떠올렸다며 “데뷔하고 10년이 지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아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때 다니엘이 정의롭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았다”고 동의를 표했다.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1976 할란카운티’를 선택한 다니엘 역의 이홍기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와 지금의 느낌이 많이 다른 작품”이라며 “처음 받았을 때는 다니엘이라는 친구가 누군가를 위해 싸우고 성장하면서 강인한 남자가 돼가는 과정이 저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겠다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한 장면(사진=허미선기자)이홍기는 “전역을 앞두고 다시 사회로 나오면 외모적·연기적·가창력 면에서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였다. 다니엘이라는 친구가 성장하는 스토리와 전체 넘버들 분위기에 홀려 선택했다”며 “하지만 연습을 거쳐 공연을 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공연할 때마다 엔딩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하는데 그 때마다 많은 감정이 느껴져요. 너무 슬픈데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웃으면서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죠. 하지만 과 사람이 만나면서 소통하고 합쳐지고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게 내가 살아가는 관점에서 더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많이 교류하고 대화하고 도우면서 살고 싶다 생각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04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여전히 ‘춤 길’ 위 '깊은 여름' 한국 춤의 대가 김매자 “이 길이 끝날까요?”

김매자 명인(사진=이철준 기자)“시골 노인네가 농사일을 하다가 막걸리 한잔 걸치고 손을 척하고 올리면 그게 바로 춤이에요. 손끝에는 아무 것도 없어 보여요. 하지만 그 손끝에는 무수한 움직임이 있죠. 손끝에서 떨어지는 삶이 있거든요. 그렇게 우리 춤은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이 전부 들었죠.”한국 춤의 거장 김매자는 우리 춤에 대해 “힘으로 추는 게 아니라 몸속 에너지로 추는, 춤추면서 내면의 에너지와 기를 만들어내는 춤”이라고 정의했다.‘춤’ ‘무용’이라는 개념조차 서지 않았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춤에 빠졌던 그는 여성국극에 매료돼 정식으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하던 중학시절, 인왕산 국사당에서 벌이는 굿판을 드나들던 대학시절, 새벽 6시면 산에 올라 봉원사 박송암 스님에게 작법(불교의식에서 재를 올릴 때 추는 모든 춤의 총칭)을 배우던 때도 그는 삶이 춤이 되는 순간을 목도하곤 했다.70여년을 ‘춤 길’ 위에서 여전히 춤 추고 있는 명인 김매자(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인간문화재) 김천응 선생님이 (김매자가 운영하는 최초의 무용전문 소극장) 포스트극장 무대에서 마지막 춤을 추셨어요. 춘앵무를 추시는데 발 디딤 하나도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불교 의식무 존재 자체도 몰랐던 시절 창경궁 민속박물관에서 박송암 스님의 춤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어요. 나비춤을 턱턱 추고 법고를 탁탁 치는데…꽃에 나비가 살짝 앉았다 튀는 것 같은 경지를 느꼈어요. 전 아직도 남자무용수들이 그 스님처럼 추는 걸 보질 못했어요.”김매자는 “평생 제를 올리고 춤을 추면서 자연스레 쌓이는 것들이 터져 나오는 순간들이었다”며 “우리 춤은 각자 살아온 자기의 모습대로 호흡이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하고 거기서 몸속의 기를 만드는 길”이라고 표현했다.그 역시 1976년 창작무용연구회(이하 창무회) 창단, 복합무용전문기관 창무예술원 설립, 무용 전문 소극장 포스트극장 운영, 춤 전문 월간지 ‘몸’ 발행 등으로 여전히 춤추고 연구하며 ‘춤 길’ 위 에 서 있다.“수행, 한국춤은 수행이에요. 기를 만들어내고 자기화하고 우주 가운데 나를 생각하면서 명상하고 존재하게 하죠.”김매자 명인전 ‘깊은 여름’(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가을·겨울 없는 ‘깊은 여름’“지금까지 한번도 권태기를 가져본 적도 없어요. 춤을 추고 춤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에요. 원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요. 평생 춤추기를 원했는데 여전히 춤을 추고 있잖아요.”그는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춤을 추는 동시에 “무용전문지 ‘몸’을 통해 이론적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소극장에서 젊은 춤꾼들을 실험하게 하고 저 자신도 실험하는 게 아직까지 재밌다”고 말을 보탰다.권태기도 없는 그의 ‘춤 길’, 전통을 바탕으로 한 ‘이 시대의 한국춤’에 대한 끝없는 연구와 모색의 여정이 ‘깊은 여름’(6월 12, 1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사업으로 진행하는 세 번째 ‘명인시리즈’다. ‘깊은 여름’은 여전히 ‘춤 길’ 위에 서 있는 김매자의 출생부터 지금까지의 연대기다.“왜 춤을 추고 있는지, 나 자신조차 나에 대해 물어봐야하는 물음표를 계속 달아가는 공연이에요. 그 물음표에 대한 답을 하라고 내어준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나이로 따지면 끝나는 시점, 종지부를 찍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면서 아직은 내가 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어요.”프롤로그 ‘창무이즘’과 ‘길의 탄생’ ‘태생적 무-차이와 반복’ ‘마술적 도포’ ‘깊은 여름’ 4장으로 구성된 작품에 대해 김매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공연”이라고 표현했다.“가장 강하게 떠오른 기억은 어려서 피란 나오던 얘기예요. 1장 ‘길의 탄생’에서 그려질 내 인생의 시작이죠. 바로 밑 동생을 잃어버리는 순간과 그 동생이 없어서 월남할 수 있었던 아이러니, 얼음이 꽁꽁 언 강을 건너 피란을 나와 이곳저곳을 거쳐 부산에 가서 춤에 입문하던 때, 대학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이 길을 택하게 된 계기 등이 담겼죠.”김매자 명인(사진=이철준 기자)2012년 춤 인생을 정리하는 ‘봄날은 간다’라는 작품을 선보였던 그는 ‘깊은 여름’이라는 제목도, ‘명인’이라는 타이틀도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벌써 여름을 한참 지나 가을 끝자락, 초겨울도 넘어섰는데 ‘깊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지어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어요. 게다가 대단한 전문가들이 지난해 10월부터 2월까지 저를 연구하고 토론하며 판을 만들어줬죠. 그냥 춤 추는 게 좋아서 췄을 뿐인데 어느새 저도 모르게 ‘춤의 대가’ ‘교수’ ‘무용가’라는 타이틀이 붙었어요. 내가 교수인가? 무용수인가? 계속 물었고 그 타이틀들에 익숙해지는 데도 오래 걸렸죠. 이번 ‘명인’ 타이틀도 어색하고 고맙고…내 몸에 닿기까지 또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더 이상 뭘 하겠어요. 저의 마무리를 이렇게 다들 나서서 도와주니 하루에도 몇 번식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와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김매자 명인(사진=이철준 기자)◇우리 춤의 총망라 ‘춤본’“얼씨구절씨구 장단에 맞춰 춤만 추는 것이 한국 춤이 아니에요. 즉흥성, 자유로움, 해방감 등 한국 춤의 특징을 가지고 어법을 만들고 싶었어요.”그가 “전통적이고 문화적인 걸 내 속에 내면화시키면서 좀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기본기를 만들어보자 마음먹고” 만든 것이 ‘춤본’(1987)이다.“춤본은 처음 춤을 배우는 사람의 기본 발디딤이 아니라 한국춤의 본질에 대한 연구예요.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통 문화 발굴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어요. 하지만 춤은 이론적으로 부실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저와 정병호·한명희·서한범·황병기·최종민 선생이 ‘한국 전통예술에 나타난 한국인의 미의식’이라는 논문을 썼죠.”그의 전언처럼 “미의식이 뭔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완성한 논문”을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춤본’이다. 그는 “내 춤 그리고 몸, 자세의 기본은 궁중무용이다. 민속무용은 지역마다 특징이 다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왕 앞에서 하는 궁중무용은 한국인이 가지는 가장 바른 자세”라고 설명했다.“그렇게 궁중무용을 기본으로 한 우리나라 전통 무용 전부를 다 담겠다 마음먹었죠. 의욕은 넘쳤지만 막상 해놓고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단지 제가 한 건 구조적 틀을 만들고 명상적 춤으로서 우주적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는 정도였어요.”‘춤본’에서의 김매자 명인’(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다시 연구에 몰두에 3년만에 발표한 것이 ‘춤본2’다. 그는 “첫 번째 ‘춤본’이 구조적 틀과 내 몸, 어법에 대한 이야기라면 ‘춤본2’는 우리 춤이 가지는 신명, 내 안에 내재된 것들을 어떻게 풀어갈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한번은 제 춤을 좋아하시는 일본대사님이 ‘일본 춤과 한국 춤의 다른 점’에 대해 물으셨어요. 그때의 답이 한국춤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일본 춤은 네모 안에 갇힌 형식을 갖췄다면 한국 춤은 안에서 출발해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바깥에서 안으로 끌어들이죠. 뭐든 받아들여 내 걸로 만들어 발산시키는 것이 우리 춤이에요. 그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하는 춤이죠.” 그렇게 한국 춤은 추는 사람에 따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메시지도, 표현법도 달라지는 유기체와도 같다.◇지켜야할 우리 춤의 정신, 변화해야 살아 숨쉴 전통김매자 명인(사진=이철준 기자)“자유로움, 즉흥성 등 우리 춤이 가진 특징 중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신명이에요. 한국 춤은 흔히들 정적이다, 한이 많다 하지만 살풀이나 진오기 굿에 국한된 얘기예요. 한과 슬픔, 정적 등이 몸에, 마음에 응어리지고 깊어지다 터지면서 밝음으로 나갈 때 맞닿는 계기, 어둠과 밝음의 충동이 신명이죠.”우리 춤의 정신 중 지켜야할 것으로 ‘신명’을 꼽은 김매자는 “신나는 음악에 마구잡이로 몸을 흔드는 게 아니라 내면에 담긴 희로애락을 비롯한 모든 걸 풀어낼 때, 밝음으로 갈 때의 충동이 신명”이라고 부연했다.“우리 춤에 엇모리를 탄다, 장단을 먹는다 등의 표현이 있어요. 한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는, 미술의 여백같은 거죠. 정적이지만 모든 것이 존재하는 정적. 음과 음 사이를 이어주는 여운들…그 중심은 결국 나이고 내 몸이에요.”그는 “한국 춤을 안무할 때 방법론적인 기초는 중심 집중적”이라며 “내 몸이 중심이며 대우주 가운데 나는 소우주다. 우주로서 대우주의 기운을 안으로 끌어들이게 하는 것의 내 춤의 시작”이라고 털어놓았다.“한국 춤 자세 자체가 사방에서 중심을 향해 들어오는 형식이 대부분이에요. 퍼지기보다는 중심을 가지고 안으로 모으죠. 끊어지는 게 아니라 무한한 원을 그리며 가는 거예요. 승무, 살풀이 등 선이 끝나지 않고 무한대로 우주를 연결하고 있거든요. 그 가운데 내가 서 있는 거예요. 모든 것의 연결과 응축이 바로 나죠.”그렇게 우리 춤의 전통, 정신 등을 고수하면서 지금을 담아내는 ‘이 시대의 한국 춤’은 김매자가 평생을 탐구한 것이기도 하다.“전통은 멈춰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시대에 발 맞춰 재창조해 나가야만 전통이 오래 버티고 그 정신을 이어간다고 생각해요.”여전히 맨발로 무대에 오르는 김매자 명인(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그가 1970년대 중반부터 맨발로 무대에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생활을 보면 귀족, 양반네들이나 버선을 신지 보통은 맨발이었다”며 “명절이나 예의를 차려야할 어른을 대할 때나 버선을 신었다”고 설명했다.“유교시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우리 춤이 기방으로 들어가 버리면서 귀족화, 양반화되고 그들의 소유물이 돼 버렸죠. 하지만 이전의 우리 민속춤, 놀이, 유희 등은 맨발이었어요. 보편적인 우리 문화죠.”그렇게 김매자의 맨발은 “변하기 이전 우리 춤의 원형이자 보편성”이다. 의상 역시 비단이 아닌 손수 짠 삼베, 무명 등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김매자 명인은 제자들을 "감사한 존재"라고 표현했다(사진제공=창무회)“예쁜 의상, 선, 웃음 등이 너무 싫었어요. 저와는 상관없는, 제 감정은 전혀 담기지 않은 것들이었거든요. 제가 살아온 시대는 근대화로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였어요. 격동기의 급물살을 맞으면서도 예뻐야 하나 싶었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귀족적인 것,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변질된 거지 우리 진짜 모습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살던 그 당시 환경이 그렇게 귀족적이어야 하는 사회가 아니었거든요.”◇삶을 담은 종합예술 ‘춤’, 어디서든 여전히 춤추고 있을 ‘나’“이번 ‘깊은 여름’ 공연에서 우리 제자들 인터뷰에 그런 얘기가 나와요. 춤추는 시간보다 안장서 토론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안무가가 아무리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혼자서 100%를 채울 수는 없어요.”안무가와 무용수, 연주자 등의 음악적 요소, 조명·세트 등 무대예술 등 춤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 김매자가 추구하는 ‘춤’이다. 그런 그의 춤을 받아주는 “정말 많은 제자들”은 김매자의 춤 길에서 빼놓을 수 없이 “감사한 존재”들이다.“아무리 제자들이라도 무용수들에게 억지로 이렇게, 저렇게 춤춰라 하지 않아요. 제가 말하는 걸 그들이 이해해 자기화해야 하거든요. 그들 마음에 동화되지 않고 자기화되지 않으면 제 춤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 춤의 특징인 자유로움과 즉흥성을 많이 넣으려고 해요. 짜여진 것 같지만 짜여지지 않은 것이 우리 춤이거든요. ”이어 김매자는 “무용은 삶을 담는 종합예술이고 하나로 모이게는 하는 연결고리를 만든다”며 “춤만 따로 떨어질 수 없다. 무당이 소리를 하고 공수도 내릴 때도, 탈춤의 과장 사이에도 언제나 춤이 있어 힘을 모아주고 응축시킨다”고 말을 보탰다.김매자 명인(사진=이철준 기자)“저는 여전히 길 위에 서 있어요. 그 길이라는 게 끝이 있을까요?”스스로를, 자신의 춤 그리고 삶을 ‘길’이라고 표현한 그는 여전히 “현장이 제일 좋다. 지금도 연습복만 입고 다닌다”며 환하게도 웃는다. 내년 춤 인생 70주년을 맞는 그에게 ‘기념’ 계획에 대해 물으니 진정한 춤꾼다운 답이 돌아온다.“예전에는 몇주년엔 뭐 해야지 계획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안해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공간이 허락돼 항상 춤출 수 있으면 그걸로 좋거든요. 게다가 전 지금까지 여전히 춤을 추고 있잖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0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어쩌면 지금 우리, 국립창극단 ‘귀토-토끼의 팔란’

국립창극단 '귀토-토끼의 팔란'(사진제공=국립극장)판소리 ‘수궁가’가 창극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 6월 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변주된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고선웅 작·연출과 한승석 작곡·음악감독 콤비작으로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삼재팔란’(三災八亂)에 주목한 작품이다.산속 팔란을 피해 수궁으로 떠났다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꾀를 내 살아 돌아온 토부(兎父)에서 시작하는 ‘귀토’는 ‘수궁가’ 이후의 이야기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와 가족상봉을 했지만 독수리에게 잡힌 토부와 포수에 목숨을 잃은 토모(兎母), 그로 인해 천애고아로 혼자 남게 된 토자(兎子, 김준수)의 이야기다.국립창극단 '귀토-토끼의 팔란' 공식 포스터.(사진제공=국립극장)고난과 재앙으로 고단한 육지의 일상을 피해 평화로운 미지의 세계 수국으로 떠나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은 일들을 겪게 되는 토자와 그 토끼를 수궁으로 이끄는 자라(유태평양)의 이야기다.‘변강쇠타령’ ‘흥보가’를 재창조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흥보씨’에 이어 ‘수궁가’를 ‘귀토’로 변주한 고선웅 ·연출은 토끼와 자라의 이야기에서 “도망치지 말고 바람 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자”는 데 방점을 찍는다. 토끼와 거북(龜兎) 그리고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 ‘귀토’의 토자는 역경을 극복하고 사유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여전히 파란 투성이인 현실로 돌아왔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와 대처가 변화한 토자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은 어디에도 없다”며 “바람이 없는 곳으로 도망갈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부는 대로 유연하게 흔들리며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과 한승석 작곡·음악감독이 공동 작창으로 참여한 ‘귀토’는 판소리 ‘수궁가’의 원형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각색된 이야기에 맞게 소리를 짜 재배치해 조화를 이룬다. 정광수제 ‘수궁가’의 탄탄한 음악적 짜임새에 진양·중모리·자진모리·엇모리·휘모리 등 다양한 장단을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재구성한 ‘귀토’의 소리는 국악기로 편성된 15인조 라이브 연주와 어우러지며 전통과 동시대성을 조화시킨다.국립창극단 '귀토-토끼의 팔란'(사진제공=국립극장)‘귀토’는 3년 7개월 동안의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첫 시범 운영 작품이기도 하다. 김철호 극장장의 전언처럼 “한 가지 목적을 가진 극장이 아닌, 국악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순수음악 공연이 자연음향으로도 가능하고 무용, 뮤지컬 등 전자음향 필요한 공연도 소화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한” 해오름극장의 특징을 한껏 살린 무대도 볼거리다. 1500여개의 각목을 이어 극장 전체를 언덕으로 만들고 바닥에는 8미터 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하는가 하면 리모델링으로 가능해진 승강무대도 활용한다. 이를 통한 삼재팔란의 세상, 수국 등 다채로운 시공간 표현, 한국적 미감과 추상적 표현 등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흥미롭다.토자와 자라는 4월 ‘절창’으로 호흡을 맞춘 국립창극단원인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다시 한번 함께 한다. 원작에는 없는 토녀(兎女)는 민은경, 용왕은 윤석안, 반골기질의 병마사로 토자와 토녀의 돕는 주꾸미는 최용석 등이 연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6-02 18:3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피아니스트 조재철·오은철 “여기까지다. 안녕~그럼에도 여전히 피아노!”

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처음 뮤지컬 ‘오디너리데이즈’(2018) 이범재 음악감독님께 제안을 받았을 때는 ‘재밌겠다. 한번 해보자’였어요. 재밌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초연인데다 성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었어요. 90분 공연인데 98분 몇십초를 쉼 없이 피아노를 쳐야 했죠. 없던 음악도 작곡해서 만들어 연주했으니까요.”그렇게 처음 뮤지컬에 발을 들인 피아니스트 조재철은 “피아노가 없으면 연습이 안되니 계속 연습실에 있었다”며 “한달 동안 4kg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힘든 기억이 너무 커서 ‘여기까지다. 재밌는 경험이었어. 안녕~’ 하고 다시 클래식 무대로 돌아갔어요. 딱 1년 지나니 외롭더라고요. 저는 더구나 솔로 연주가 많아서 더 그랬어요.”외로움이 깊어지던 조재철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민 이가 이범재 음악감독이었다. 그렇게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 초·재연, ‘배니싱’ ‘포미니츠’ 그리고 ‘라 루미에르’ 연습까지를 연달아 작업하며 조재철은 “이제 저의 정체성은 뮤지컬 피아니스트”라고 표현하기에 이르렀다.“이범재 음악감독님 덕에 여기까지 왔죠. 뮤지컬 ‘미드나잇’도 도전적인 무대예요.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에서 지휘자 역할도 해야하는 작품이죠.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주하느라 손도 움직일 수 없어서 등으로, 어깨로, 고개로 지휘를 해야하거든요.”◇조재철의 ‘자존심’, 오은철의 ‘사람들’ 덕분에! 여전히 피아노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어려서부터 ‘입시’라는 길을 정해놓고 그걸 위해 살았어요. 입시를 위해 살아오다 보니 콩쿠르 특전인 전문장학금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는 인생의 큰 목표가 없어졌어요. 어릴 때 콩쿠르에도 많이 출전하다 보니 대학에선 콩쿠르에 나갈 일도 별로 없었죠.”스스로의 표현처럼 “갇힌 느낌이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온 조재철에게 뮤지컬은 ‘일탈’에 가까웠다. 조재철은 “집에서도 처음에는 굉장히 반대하셨다. 유학을 다녀와 귀국 독주회를 하고 강사를 하다가 교수가 되는 안정적인 삶을 바라셨던 부모님 입장에서 뮤지컬은 안정적이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며 “그때 많은 대화를 나눴고 지금은 너무 좋아하신다”고 털어놓았다.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대학을 입학하고는 다 끝난 느낌에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학기마다 있는 실기시험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건 자존심이 상하고 싫었어요. 다 내려놓고 싶어 반항을 하려다가도 실기시험이 다가오면 ‘일단 이건 마무리 짓자’ 하게 되고…그 놈의 자존심 덕분에 여전히 피아노를 치고 있죠.”조재철이 “자존심 덕분에” 여전히 피아노와 함께 하고 있다면 오은철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조재철이 “피아노 전공이 아닌, 작곡과라고 해서 놀랐다”며 그 실력을 인정한 피아니스트 오은철은 “사실 작곡과여서 피아노를 그만두려고 했다. 저는 연습량이 부족한데 비해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실력은 상향평준화되고 있었다”고 전했다.“잘가~라고 인사하고 작곡에 집중하려고 했죠. 그러다 우연히 만난 악기하시는 분에게 탱고밴드를 하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고 ‘포미니츠’로 뮤지컬 데뷔까지 하게 됐죠.”이어 “이렇게까지 피아노를 칠 생각은 아니었다”는 오은철은 음악감독인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 콘서트에서도, 뮤지컬 ‘포미니츠’ 예술감독으로 그를 뮤지컬로 이끈 양준모의 ‘오페라데이트’에서도 피아노를 연주했다.“생각과는 다르게 피아노를 계속 치게 되니 ‘이걸 어떻게 감당하나’ 부담감이 크면서도 ‘이 길이 내 길인가’ 싶어요. 꾸준히 연주하다 보니 저만의 장점도 발견하게 되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라는 정체성도 찾게 됐죠. 여러 장르를 좋아하니 지금까지 해 온 록을 비롯한 여러 장르를 접목한 저만의 창작, 음악을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조재철의 시그니처 리스트 ‘노르마의 화상’, 오은철의 라흐마니노프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항상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를 좋아했어요. 독주회, 정기연주회 등 큼지막한 연주회나 잘 됐다 싶은 무대, 콩쿠르 등에서 연주한 곡도 리스트였어요. 그 중 정말 많이 연주했던 곡이 ‘노르마의 회상’(Reminiscences de Norma)이죠. 제 주변 사람들한테는 ‘조재철’ 하면 ‘노르마의 회상’, ‘노르마의 회상’하면 ‘조재철’이라고 할 정도예요. 저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피아노 같은 곡이죠.”조재철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노르마의 회상’은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오페라 ‘노르마’(Norma)의 여주인공 선율을 피아노 솔로로 편곡한 곡이다.“제 손이 잘 따라주는 건 리스트와 더불어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곡들이에요. 요즘 좋아하는 음악가도 추가됐는데 ‘포미니츠’로 알게 된 오은철 피아니스트예요. 파이노를 이렇게 칠 수도 있구나 싶고 많은 걸 배우고 있죠.”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조재철의 말에 “저 역시 형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한다” 대꾸하며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로 라흐마니노프, 히사이시 조, 퀸을 꼽았다.“특히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이면서 작곡가라는 정체성과 음악 자체가 제 성향이에요. 음악 안에 담긴 기승전결, 웅장함, 서정성 등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저 역시 그렇게 곡을 썼던 것 같아요. ‘피아노 협주곡 2번’ ‘교향곡’ 등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다 좋아요.”오은철의 말에 조재철은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이 진짜 좋다”고 동의를 표했다. 조재철의 말에 “저는 2악장도 너무 좋다. 벅차오른다고 할까, 제 가슴 밑바닥에서 무언가를 끌어올린다”는 오은철에 조재철 역시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특별함을 털어놓았다.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라흐마니노프가 유독 그래요. 간질간질, 전율이 오게 하죠.”◇조재철의 ‘히즈피아노’ ‘와일드 그레이’, 오은철 포디콰 4집 앨범 프로듀싱과 방송 출연“현재 진행 중인 ‘미드나잇’(5월 30일까지 대학로 TOM1관) 공연을 하면서 이범재 음악감독님과 함께 하는 ‘히즈피아노 온 브로드뒈이’(6월 9~21일 대학로 TOM1관) 그리고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6월 3~8월 1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를 준비 중이에요.”6월 18일 개막하는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초청된 ‘포니니츠’ 무대에도 오를 조재철은 “더불어 7월 말부터 연습에 들어가는 뮤지컬 등 내년 1월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포미니츠’와 ‘포르테 디 콰트로 콘서트’ 투어를 마친 오은철 역시 이후 꽤 분주한 여정을 이어간다.“포르테 디 콰트로 4집 앨범과 제 개인 앨범 프로듀싱 그리고 모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경연자로 출연할 예정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꾸던 꿈이 있어요. 히사이시 조처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 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죠. 그 꿈을 위해 계속 걸어가는 중입니다.”조재철은 “뮤지컬을 하면서부터 꿈은 항상 같다”며 “‘포미니츠’ 같은 작품을 통해 피아니스트, 음악팀이 주목받고 관심거리가 될 수 있도록 무대 위에서 더 열심히 연주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제 위치에서 열심히 연주하고 경험을 더 쌓아서 음악, 드라마 등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면 음악감독이라는 꿈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기쁠 때 들으면 더 기쁘고 너무 힘들고 슬플 때 들으면 펑펑 울며 모든 걸 털어낼 수 있는, 그런 연주를 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28 18:00 허미선 기자

한달만에 또 무대 휩쓴 코로나 공포…뮤지컬 ‘드라큘라’ ‘검은사제들’ 캐스팅 변경, 연극 ‘안녕, 여름’ 취소

왼쪽부터 뮤지컬 ‘드라큘라’, 연극 ‘안녕, 여름’, 뮤지컬 ‘검은사제들’(사진제공=오디컴퍼니, 알앤디웍스)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손준호를 비롯해 신성록·전동석, 강태을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으로 비상이 걸렸던 뮤지컬 ‘드라큘라’(8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가 한달여만에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루시 역의 배우 이예은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27, 28일 공연의 캐스팅을 또 다른 루시 선민으로 변경했다. 현재 이예은은 코로나19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배우 및 스태프 등이 여러 극에 동시 출연 혹은 참여하는 한국 공연계 특성은 이번에도 다양한 공연들에 영향을 미쳤다. 이예은이 출연 중인 연극 ‘안녕, 여름’(6월 20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 제작사 알앤디웍스는 27일 공연을 취소하고“배우 및 스태프 전원의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안녕, 여름’ 관계자는 “(이예은이 접촉한 확진자가) 공연 관계자는 아니다”라며 “바로 한달 전 확진자 발생 사태를 겪으면서 더 조심하며 공연장과 집만 오가던 중 일상에서 접촉이 있었다”고 전했다.26일 오후 4시 공연에서 이예은과 공연했던 란 역 박가은의 또 다른 출연작인 뮤지컬 ‘검은사제들’(5월 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도 27일 캐스팅을 변경했다. 박가은 역시 코로나19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27 21:19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팀 버튼 유니버스와 무대 독창성의 기상천외한 결합…뮤지컬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 출연진과 창작진. 왼쪽부터 CJ ENM 예주열 프로듀서, 리디아 역의 장민제·홍나현, 비틀쥬스 정성화·유준상, 안무가 코너 갤러거, 음악감독 크리스 쿠쿨, 맷 디카를로 연출(사진제공=CJ ENM)죽었지만 저승으로 가기 위해 자신들의 집에서 125년을 살아야 하는 아담·바바라 부부, 집 밖을 지옥으로 만드는 모레벌레, 그 집에 새로 이사 온 찰스와 딸 리디아, 그들 앞에 나타난 98억년살의 ‘산 사람 퇴치 악당’ 비틀쥬스…. 정상과 비정상, 지나치게 인간적인 유령들과 그 어떤 유령이나 괴물보다 공포스러운 인간들, 인간들에게는 이상하고 낯설다고 손가락질 받지만 유령과 비틀쥬스에게는 연민 혹은 구애의 대상이 되는 리디아 등 해괴한 캐릭터들이 지독히도 현실적이고 또 그만큼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팀 버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1988년 개봉했던 동명 영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비틀쥬스’(6월 18~8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가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된다. 10여년 전 기획돼 25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뮤지컬로 스캇 브라운(Scott Brown)·앤서니 킹(Anthony King) 대본, 에디 퍼펙트(Eddie Perfect) 작사·작곡, 알렉스 팀버스(Alex Timbers) 연출로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해외에서의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뮤지컬 ‘비틀쥬스’ 출연진. 왼쪽부터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 리디아 홍나현·장민제, 비틀쥬스 유준상(사진제공=CJ ENM)한국 프로덕션에서 비틀쥬스는 유준상과 정성화가 번갈아 연기하며 리디아는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왕복서간’ ‘분노의 포도’ 등의 홍나현과 뮤지컬 ‘검은사제들’의 신예 장민제가 더블캐스팅됐다.어리바리한 초보 유령부부 중 바바라는 ‘킹키부츠’ ‘시카고’ ‘벤허’ 등의 김지우와 ‘레드북’ ‘리지’ ‘헤드윅’ ‘작은 아씨들’ 등의 유리아, 아담은 ‘블랙메리포핀스’ ‘풍월주’ ‘보디가드’ 등의 이율과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쓰릴미’ ‘빅피쉬’ 등의 이창용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비틀쥬스’ 맷 디카를로 연출(사진제공=CJ ENM)리디아의 아빠이자 새 집주인 찰스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에어포트 베이비’ ‘타이타닉’ ‘킹키부츠’ 등의 김용수, 리디아의 라이프코치 델리아는 ‘명성황후’ ‘웃는 남자’ ‘팬텀’ 등의 신영숙과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프리다’ 등의 전수미가 캐스팅됐다.◇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낀 자…모두가 원하고 갈구하는 것들“영화와 다른 첫 번째는 리디아와 비틀쥬스가 우리의 영웅이라는 거예요. 두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들을 실제로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죠. 10년 전부터 원작 영화를 무대 공연으로의 각색을 시작해 팀 버튼 영화 속 상상의 세계를 존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어요. 비틀쥬스는 무대와 객석을 허무는 캐릭터이고 리디아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으며 무대 전체가 유령의 집처럼 보이기를 바랐죠.”알렉스 팀버스 연출은 24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영상 인터뷰를 통해 “팀 버튼 원작 영화와 몇 가지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대부분의 사건들이 무대에서 벌어지는데 매직 박스처럼 무대가 변하고 트릭이 많아요. 정말 재밌고 놀랍고 독창적이며 감동적인 그 무엇이 있는 작품이죠.”제작발표회에 직접 참석한 한국 프로덕션의 협력 연출 맷 디카를로(Matt Dicarlo) 역시 “팀 버튼 영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리디아의 여정에 중점을 둔 놀랍고도 활기차며 흥미진진한 뮤지컬 코미디”라고 ‘비틀쥬스’에 대해 소개했다.“스펙터클한 볼거리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이야기 안에는 가족, 삶, 슬픔, 잘 보이진 않지만 진짜 내 모습을 봐주길 바라는 욕망이 담긴, 굉장히 서사적이면서도 친밀하고 사적인 작품이죠.”이어 “오랜 기간 연구와 조사를 거쳐 팀 버튼 유니버스를 최대한 구현하고 있다”며 “가장 눈여겨 볼 것은 무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뮤지컬 ‘비틀쥬스’ 해외 창작진. 왼쪽부터 맷 디카를로 연출, 음악감독 크리스 쿠쿨, 안무가 코너 갤러거(사진제공=CJ ENM)“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죠. 대부분 사건은 집에서 이뤄지는데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집은 또 하나의 캐릭터로 존재해요. 인물들이 변하듯 집 또한 물리적 변화를 거치며 자신만의 생명을 얻게 되죠. 그렇게 작품과 무대·조명 디자인 등 모든 요소들이 매순간 교차하며 하나의 연극적 세계관을 만듭니다.”맷 디카를로 연출은 또 하나의 눈여겨 볼 요소로 “헤어·메이크업·의상 디자인 등으로 무장하고 팀 버튼 세계관을 구현하는 이상한 캐릭터들”을 꼽았다. “어떤 캐릭터는 공중부양을 하고 불이 붙기도 해요. 거대한 모레벌레 등 무대 위의 크고 작은 퍼펫들도 살아 숨 쉬는 인물들처럼 움직이며 시선을 사로잡죠. 이 모든 스펙터클의 중심에는 죽음에 집착하는 소녀와 삶에 집착하는 악마의 이야기가 있어요. 이 작품에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낀 사람이 있는데 이 모든 사람들이 바라고 갈구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게 특이해요. 그래서 차이를 주면서도 통일성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죠.”◇독창적인 뮤지컬 넘버부터 해리 벨라폰테의 영화 OST 오마주까지  뮤지컬 ‘비틀쥬스’ 리디아 역의 장민제(왼쪽)와 홍나현(사진제공=CJ ENM)18인조 오케스트라에 실리는 음악 또한 뮤지컬 ‘비틀쥬스’의 강점이다. 원작에서 쓰였던 칼립소(서인도제도에서 널리 유행한 포크뮤직 혹은 그 리듬) 거장 해리 벨라폰테의 ‘데이-오-바나나 보트송’(Day-O : The Banana Boat Song)과 ‘춤을 춰요’(Jump in the Line! Shake, Senora)도 뮤지컬 넘버로 삽입된다.팀 버튼의 원작 영화에서 ‘데이-오- 바나나 보트송’은 찰스 가족이 유령에 씌어 춤추고 새우들이 괴물로 변신하는 등 시끌벅적한 만찬 장면에, ‘춤을 춰요’는 마지막 리디아가 허공에 뜬 채 춤을 추는 장면에 삽입됐다.“뮤지컬 ‘킹콩’의 에디 퍼펙트 작사·작곡가와 수년 동안 함께 작업했다”는 크리스 쿠쿨(Kris Kukul) 음악감독은 ‘비틀쥬스’의 음악에 대해 “정신분열적인 성격의 캐릭터들과 우리가 창조한 환상적인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창적이면서도 원작 영화의 음악을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직, 서커스 뮤직, 호러 뮤직, 라틴, 록, 칼립소, 만화음악, 재즈 등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어요.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음악인 동시에 힙하고 핫하며 동시대적이죠.”이어 “다양한 음악의 혼합을 보여드릴 수 있는 넘버가 오프닝 곡인 ‘죽음에 관한 뭐 그런 거’(The Whole Being Dead Thing)”라고 밝히기도 했다. 코너 갤러거(Connor Gallagher) 안무가는 “뮤지컬 ‘비틀쥬스’의 안무는 독특하다. 그 이유는 하나의 현실에 뿌리를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비틀쥬스와 더불어 캐릭터들은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가 하면 그 사이 어딘가에 있기도 합니다. 우리 음악은 그 세계관을 반영하는 전형적인 무대와 규칙 위에 상상력을 덧입혔죠. 우리 공연의 움직임들은 이야기와 서사에 중심을 둡니다.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는 여러 세기를 거쳐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각 시대의 유행 춤을 모두 겪어왔어요. 스윙댄스, 보드빌, 왈츠, 힙합 등 모든 춤들에 익숙하죠.”뮤지컬 ‘비틀쥬스’ 크리스 쿠쿨 음악감독(왼쪽)과 코너 갤러거 안무가(사진제공=CJ ENM)그 예로 댄스 넘버 ‘저 아름다운 소리’(That Beautiful Sound)를 꼽은 코너 갤러거는 “비틀쥬스의 정신을 확장하는 어휘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며 “자신을 표현할 때는 즐겁고 위험스러운가 하면 혼란스러운 느낌”이라고 설명했다.“팔다리가 없어질 때까지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비틀고 점프하고 다이빙하다가 축제 여파로 쓰러지면서 마무리되죠. 좋은 시간을 위해 캐릭터들은 절대 멈추지 않아요. 모든 안무와 움직임이 캐릭터 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진실돼야 하죠.”◇죽음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뮤지컬 ‘비틀쥬스’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왼쪽)와 유준상(사진제공=CJ ENM)“사랑, 가족, 슬픔의 극복, 다른 사람들 눈에 보여지길 원하는 깊은 욕망 등 코로나로 외로움이 많아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전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죠.”맷 디카를로 연출의 말에 비틀쥬스 역의 유준상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재밌고 유익하게 만들 수 있지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마침 삶과 죽음, 존재하는 것, 외로움 등을 많이 느끼던 시기였어요. 이 대본을 보며 제가 느끼던 것에 대해 얘기해주면 코로나 시기에 큰 위로를 주는 환상적인 작품이 되겠다 싶었죠.”정성화는 ‘비틀쥬스’에 대해 “제 코미디 뮤지컬의 정점을 찍을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미국식 코미디가 한국에서 어떻게 통할까 고민했는데 해외 창작진들이 배우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관객들이 오셔서 불편하지 않게 관람하실 수 있도록 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어요. 더불어 재미없거나 불편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면서 연습 중이죠. 비틀쥬스는 정의내릴 수 없는 다양한 역할로 변해요. 어떨 때는 선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나쁜 사람이고 어떤 때는 전략가 같기도 하죠. 유준상 선배와 제가 표현하는 비틀쥬스가 너무 달라요. 유준상 선배는 레이저가 나오는 호감가는 비틀쥬스라면 저는 무례하고 유머러스한 코미디언 같죠.”CJ ENM 예주열 프로듀서는 뮤지컬 ‘비틀쥬스’에 대해 “브로드웨이 최신 기술의 집합체”라 표현하며 “코로나로 우울한 대중들이 ‘비틀쥬스’를 보는 때만큼은 즐거우시기를 바랐다. 더불어 우울한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맷 디카를로 연출은 “죽음이 아닌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뮤지컬 ‘비틀쥬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한국 관객들이 보러 오실 때는 죽음에 관한 공연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삶에 대한 작품입니다. 어떻게 죽음과 연관되는 슬픔을 이겨내는지를 통해 살아 있는 그 순간에 충실하며 살아야 함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저승으로 떠나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 여정에 많이 놀라고 웃으시길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26 21:51 허미선 기자

[비바100] 지구의 무명 싱어송라이터와 외계행성 슈퍼스타, 그 기로에 선 뮤지컬 ‘우주대스타’

뮤지컬 ‘우주대스타’(사진제공=별들의고향)어느 날 초록 장갑을 낀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네가 이미 슈퍼스타인 곳으로 가자”는 뿌리치기 힘든 제안을 해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으로 가야 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갈림길이 펼쳐진다면. 그 상상에서 시작한 뮤지컬 ‘우주대스타’(6월 13일 CJ아지트 대학로)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선택의 갈림길에 선 싱어송라이터 노바(김순택)의 이야기다.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아예 이름이 없는 것도 아닌 싱어송라이터 노바는 오너(정선기)가 운영하는 라이브펍 스타더스크(Stardust)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반지하 방에서 살고 있다. 나이는 벌써 마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지도 13년이지만 아픈 엄마에게 치료비조차 선뜻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열정은 여전하지만 점점 미안한 감정이 더 커지는 뮤지션의 삶을 영위하던 때 자신을 외계요원 ‘O126’(영오)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믿기지 않지만 따라나서고 싶게 만드는 제안을 해온다.뮤지컬 ‘우주대스타’(사진제공=별들의고향)49광년이나 떨어진 별에서 엄청난 난관을 뚫고 노바를 캐스팅하기 위해 왔다는 초록장갑의 그는 “우주에서 당신은 이미 슈퍼스타”라며 자신과 함께 가 수많은 우주팬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으라고 설득한다. ‘우주대스타’는 믿을 수는 없지만 상상하던 성공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제안에 갈등하는 노바와 그런 노바를 끈질기게 설득하는 외계요원 O126이 관객과 호흡하는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다.CJ문화재단 ‘2021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 선정작으로 ‘마마돈크라이’ ‘해적’ ‘알렉산더’ ‘최후진술’ ‘귀환’ ‘신흥무관학교’ ‘트레이스 유’ 등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정아 작곡가·음악감독과 ‘미드나잇’ ‘비아 에어 메일’ ‘송 오브 더 다크’ ‘아가사’ ‘리타’ 등의 한지안 작가·연출이 의기투합했다. 8일부터 3일간 복합문화공간에무 팡타개라지에서 열린 특별공연에 함께 했던 노바 역의 김순택, O126 영오, 오너 정선기가 원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장기화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종식과 다시 얼굴을 맞대고 노래할 수 있는 휴먼터치 시대를 소원하는 뮤지컬로 지난해 겨울부터 유튜브채널 ‘박정아’s PREVIEW’에 선공개된 7개 음원과 16개의 숏폼 콘텐츠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노바 역의 배우가 5인조 우주인밴드(드럼, 베이스, 기타, 선반)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우주대스타’는 온라인 콘텐츠 영상과 오프라인 공연이 연결되는 투트랙 세계관을 가진 신개념 뮤지컬이다.뮤지컬 ‘우주대스타’(사진제공=별들의고향)반지하방의 비루한 예술가로 살지만 꿈과 자신의 삶이 있는 지구 그리고 ‘슈퍼스타’를 향한 추앙과 환호성이 있는 우주. “네 분야의 최고가 되게 해줄게!”굳이 예술가나 뮤지션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찾아올지 모를, 노바가 맞닥뜨린 갈림길에 선다면? 뮤지컬 ‘우주대스타’ 박신혜 제작PD의 전언처럼 스스로를 대입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게 하는 극의 여운도 꽤 의미심장하다.“지금 여기, 삶을 버티는 사람들을 위한 극이에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꿈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현재를 소중히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26 19:00 허미선 기자

[Pair Paly 인터뷰] 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오은철 “극과 극, 크뤼거와 제니처럼!”

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피아노를 뜯어 부수겠다는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쳐요. 눈을 좀 풀고 빙의된 것처럼. 제니(김수하·김환희, 이하 가나다 순)가 제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요”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오은철은 첫 뮤지컬 도전작인 ‘포미니츠’(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의 마지막 4분을 장식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in a minor, Op.54) 연주에 임하는 자세를 “필사적을 넘어 필‘살’적”이라고 표현했다.피아니스트 조재철 역시 “저 역시 제니에 빙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눈을 흐리게 뜨면 건반이 잘 안보여서 저는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연주한다”며 웃었다.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제니와의 일체를 위해 정말 눈을 크게 뜨고 건반을 봐요. ‘우리 극이 ‘포미니츠’다! 제목의 그 4분이 이 4분이다’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연주하죠. 관객분들이 실망하고 돌아가시면 안되니까요.”피아니스트로 번갈아 뮤지컬 ‘포미니츠’ 무대에 올랐던 조재철과 오은철은 극과 극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연주에 임하는 자세에는 “제니와 하나 되기를, 관객들이 그 4분의 환희를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뮤지컬 ‘포미니츠’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인 한나(박란주·홍지희)를 잃고 그와의 관계를 부정했던 죄책감으로 60년 동안 스스로를 과거에 가둔 채 살고 있는 트라우드 크뤼거(김선경·김선영)와 그가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위해 방문한 루카우 교도소에서 만난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 폰뢰벤의 이야기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크리스 크라우스(Chris Kraus, 2006)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포미니츠’는 ‘영웅’ ‘레미제라블’ ‘웃는 남자’ 등의 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으로서 크라우스 감독과 직접 연락해 저작권을 확보해 기획한 작품이다.외부와 차단된 채 고독하게 살아온 크뤼거와 난폭해질 대로 난폭해져 교도소 내 골칫거리가 돼 버린 제니가 서로를 만나 살아야할 이유를 찾고 각자의 방식대로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서게 되는 여정을 따른다. 그 여정에는 ‘펀홈’ ‘차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태일’ ‘섬’ ‘오만과 편견’ 등의 박소영 연출, ‘호프’ ‘검은 사제들’ 등의 강남 작가, 오페라 ‘리타’, 뮤지컬 ‘워치’ 등의 맹성연 작곡가, ‘제이미’ ‘더 그레이트 코멧’ ‘웃는 남자’ ‘영웅’ 등의 박재현 음악감독 등이 힘을 보탰다.◇달라도 너무 다른! 크뤼거 조재철과 제니 오은철 뮤지컬 ‘포미니츠’ 중 마지막 4분(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한번은 (오)은철이가 하는 헤드뱅잉을 따라하다가 머리가 어지러워 혼난 적이 있어요. ‘그때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손가락이나 제대로 굴리자’ 결심했죠. 피아노 전공자니까 피아노 소리를 어떻게 잘 낼 수 있는지, 타이밍과 패달은 어떻게 쓰는지나 잘, 열심히 알려주자고 마음먹었어요. 성격상 딱 그 정도가 저인 것 같아요. 극 중 크뤼거 선생님 같은? 그 정도의 규칙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조재철의 말에 오은철은 “공연 전에 마지막 4분 연습을 하는데 형(조재철)이 배우들에게 정말 아이들 레슨하듯 차분차분 알려주고 ‘이렇게 한번 해볼까’ 제안을 하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전했다. 오은철의 전언에 조재철은 “제가 첫 1분을 맡으면 그 후 3분은 (오)은철이가 책임진다”고 귀띔했다.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제니 배우들이 피아노 전공자가 아니니 큰 기대 없이 ‘이렇게 한번 해볼까’ 하는데 너무 잘 따라오니까 신이 나서 매일 하나씩 추가하고 있어요. 손으로 연주만 하다가 패달도 활용하는 식이죠. 갈수록 호흡도 잘 맞고 배우들도 안정되고 저희도 여유가 생기니까 은철이가 액팅에 대한 디렉팅을 해주곤 하죠. 사실 전 여전히 액팅이 몸에 배질 않아서 애를 먹고는 있어요. 액팅이 격렬하지 못하니 얼굴이라도 보이자 싶어서 코 정도 보이게 고개 돌리는 수준이랄까요?”조재철과 더불어 제니 역의 배우 김수하·김환희와 마지막 4분 연주의 퍼포먼스와 액팅을 함께 고민했다는 오은철은 작곡을 전공한 피아니스트다. “중국에서 6년 동안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록커를 꿈꿨던” 오은철은 “감옥에 갇혀 억압된 제니를 볼 때마다 록커를 꿈꾸던 그때가 떠오른다”고 털어놓았다.“그때는 머리를 길렀었고 지금도 그루브 타는 게 몸에 배 있어요. 6년 동안 중국의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록커를 꿈꿨고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죠. 그러다 한국 예중에 편입을 했는데 그런 저를 보고 다들 ‘왜 그래?’라고 했어요. 애들이 이상하게 보니 그들에게 맞춰야 하나 싶고…억압되고 감옥에 갇힌 느낌이었어요. 제니의 억압, 자유에 대한 갈망 등에 공감하다 보니 마지막 4분이 너무 시원해요. 저는 객석에 등을 지고 있으니 엄청 격렬하게, 몸으로라도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이어 “제니 배우들이 피아노가 처음인데다 연주를 하면서 퍼포먼스도 해야 하니 힘들었을텐데도 저희 조언을 너무 잘 받아주셨다”며 “모든 게 새롭지만 이상하게 잘 굴러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요즘 들어 다시 텐션이 올라가고 있어요. 양준모 감독님과 포르테 디 콰트로 형들이 많이 열어주시거든요. 물론 정해진 틀도 있고 대본도 있지만 연주 때만큼은 저와 상대배우의 감정, 상태,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즉흥적으로 달라지는 부분들이 생겨요. 제니 등 배우들의 연기에서 자극을 받아 달라지기도 해요. 오늘은 광기 중에서도 하이를 치는 광기, 또 어떤 날은 광기지만 점잖은 광기…그렇게 하나하나 호흡을 맞추는 게 너무 재밌어요. 그러다 보니 더 폭발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회가 지날수록 자꾸 뭘 더 추가하고 싶어져요.”◇다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과 “으쌰으쌰! 너무 행복해요”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달랐어요. 원작 영화도 안본 상태에서도 내용과 소재 자체가 신선했죠. 제안을 받은 후 영화를 봤는데 마지막 연주, 중간 중간의 드라마적인 부분을 음악, 피아노로 표현하면 너무 멋있을 것 같았어요.”‘포미니츠’ 출연 이유를 이렇게 전한 조재철은 ‘오디너리 데이즈’의 이범재 음악감독이자 피아니스트의 권유로 뮤지컬에 입문해 ‘미드나잇: 액터뮤지션’(6월 6일까지 대학로티오엠 1관) 초·재연, ‘배니싱’ 등의 무대에 올랐다.“극의 처음과 마지막 퇴장까지 연주하면서 피아니스트를 비롯한 음악하는 사람들도 뮤지컬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담은 됐지만 이 작품 출연을 후회해 본적은 한번도 없어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늘 보람있고 재밌고…‘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이어 “이제는 거의 자동으로 등·퇴장을 하지만 처음엔 무대 위와 밖을 오가는 자체가 제일 힘들었다”는 조재철에 오은철은 “전 처음이다 보니 뮤지컬에서는 피아니스트도 등·퇴장을 하고 동선이 있는 줄 알았다”고 대꾸했다. 오은철은 작곡 전공의 피아니스트로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 콘서트 음악감독과 앨범 프로듀서, 신수원 감독·문근영 주연의 영화 ‘유리정원’과 노규엽 감독의 ‘출국’ 작곡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다 ‘포미니츠’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양준모 예술감독님이 출연 제안을 주셨어요.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 형님이랑 양준모 감독님의 ‘오페라 데이트’를 같이 했었는데 그때 눈여겨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곤 저 같아서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속으로 참고 있던 자유에 대한 욕망을 제니에게서 보고 대리만족을 느꼈죠.”그리곤 “저는 첫 뮤지컬을 정말 잘 만났다”며 “백지상태에서 이렇게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설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에 조재철은 “다른 뮤지컬들이 작품의 성격과 드라마적인 부분에 맞춰 연주해야한다면 ‘포미니츠’는 중간중간 저희만의 솔로연주도 있고 저희만을 위한 조명도 있다”고 말을 보탰다.“어떤 제약이나 정해진 틀도 없이 저희 스타일대로 연주하라고 해주셨어요. 프리스타일로 연주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더 펼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용 자체가 피아니스트 이야기인데다 저희가 보여지고 들려드려야하는 음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보니 처음엔 긴장됐지만 지금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신나고 설레요. 부담이 되는 만큼 끝났을 때의 성취감이나 카타르시스가 엄청나죠. 특히 마지막 4분은 앞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로 상을 차리고 저희에게 숟가락을 쥐어주시는 느낌이에요.”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조재철의 말에 오은철 역시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연출님, 음악감독님, 안무감독님 등 모든 창작진, 배우들, 스태프들이 ‘너무 잘한다’ ‘너무 좋다’ ‘갈수록 좋아진다’고 해주시니까 내 편이 생긴 느낌”이라고 동의를 표했다.“클래식은 뭐든 혼자 해야 하고 콘서트나 영화에서도 작곡이나 음악감독으로서 편곡, 연주하는 게 끝이라면 뮤지컬은 다른 분야의 점문가들이 같이 호흡하고 으쌰으쌰하면서 친해지는 꿈의 일터 같아요. 무대감독님, 조명감독님, 음악감독님, 작곡가님, 연출님 등 높은 경지의 예술가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내달리는 걸 보면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들께는 일상이지만 저에겐 매일이 감탄이죠.”◇오은철의 쇼팽 소나타, 조재철의 엑시트 음악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저는 이 작품에서 제일 좋은 곡이 쇼팽의 소나타예요. 제니랑 크뤼거가 같이 연습하는 곡인데 따뜻해요. 그 분위기를 받아서 저도 따뜻하게 연주하려고 노력하죠. 정말 힘든 곡도 쇼팽의 에튀드예요. 무대 위 그랜드 피아노가 아닌 무대 아래 밴드 건반으로 쳐야하거든요.”뮤지컬 ‘포미니츠’에서 좋은 곡과 어려운 곡을 각각 쇼팽의 ‘소나타’와 ‘에튀드’로 꼽은 오은철은 “손에 땀이 나면 키보드는 엄청 미끄러져 소리가 달려져 버리는 경우들이 생긴다”고 토로했다.“연습 때는 잘되는데 공연에 들어가면 땀이 나니까…기름 위에서 치는 것 같아요. 한번은 작곡을 했던 적도 있어요. 가야할 길과 반대로 가버려서 작곡을 하고 유턴해 다시 돌아왔어요. 모골이 송연해지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죠.”오은철의 말에 조재철 역시 “쇼팽의 ‘에튀드’는 예전에 워낙 많이 연주한 곡이다. 특히 극 중 연주하는 부분은 정말 유명하다”며 “입시생들은 당연하게 쳐야하는 곡이라 저 역시 몇 년을 계속 연주했고 콩쿠르에 참가하면 예선에서 한번은 연주하던 곡인데도 키보드로는 정말 연주하기가 어렵다”고 동의를 표했다.“지금은 그나마 적응했지만 공연 전 손을 풀기 위해 연습을 할 때면 그랜드 피아노 보다 에튀드에 더 공을 들여요. 감각을 익혀놓고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나마 ‘쇼팽의 에튀드는 라이브 연주가 아니어서 아쉽다’는 후기를 보면서 위안을 삼았죠.”이렇게 전한 조재철은 가장 좋아하면서도 열심히 연주하는 곡으로 “엑시트 음악(모차르트의 소나타)”을 꼽았다. 그는 “당연하게도 모든 곡을 최선을 다해 연주하지만 특히 엑시트 음악은 소리 밸런스까지 찾아서 5대3대2 식으로 완전 클래식하게 연주한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대학생 때 연주하듯 하나하나 프레이즈 연결까지 시키고 패달도 맨 왼쪽 것까지 쓰면서 제일 공들여서 열심히 쳐요. 4분짜리 연주가 끝나고 돌아가시는 관객들이 여운을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거든요. 게다가 요즘 관객분들은 퇴장하시면서 듣는 엑시트 음악이지만 안나가고 끝까지 들어 주세요.”조재철의 말에 오은철은 “나가는 음악인 건 알고 계시는 거지?”라고 묻고는 “처음엔 객석에 조명이 안들어와서 못나가시는 건가 했다”며 웃었다. 조재철은 “마지막까지 연주를 들어주시는 관객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20분 중 한분이 나가시는 정도”라고 밝혔다.“마지막까지 여운을 더 길게 가지고 가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니와 크뤼거 선생님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한번 더 인사를 하시는데 그 상황과 모차르트의 소나타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알고 있고 극 중 넘버에도 나오고 (크뤼거의 연인) 한나도 연주하는, 극을 관통하는 곡이죠.”◇조재철의 ‘살아야하는 이유’, 오은철의 ‘오스카’뮤지컬 ‘포미니츠’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저는 연습부터 지금까지 가장 와닿는 곡이자 장면이 마지막 크뤼거 선생님의 솔로 넘버인 ‘살아야 하는 이유’예요. 들을 때 마다 울컥하죠.”이어 조재철은 “어떻게 보면 다크하고 무겁게 갈 수 있는 극인데 그 넘버로 모든 관계를 회복시킨다. 이 작품의 메시지를 단번에 주는 순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게다가 (크뤼거 역의 김)선경·선영 선배들의 목소리는 그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 넘버를 들을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살아야지,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이거지…그렇게요.”뮤지컬 ‘포미니츠’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조재철의 말에 “저 역시 그렇다”고 대꾸한 오은철은 제니의 ‘오스카’를 가장 마음을 울리는 넘버로 꼽았다. 그는 “제니들이 이 넘버 중간쯤 저희가 무대에 올라가는데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릴 즈음 하이라이트를 부르르는데 거기서 엄청 큰 감정의 폭풍우가 휘몰아친다”고 털어놓았다.“특히나 두 제니 배우가 ‘오스카’를 부를 때의 비슷한 듯 완전 다른 목소리가 전달하는 감정이 너무 좋아요. 제니들도 그때 엄청난 감정과 에너지를 쏟는 것 같아요.”◇내 인생의 크뤼거…조재철의 김정원 교수, 오은철의 이은영 선생님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크뤼거 선생님을 보면 대학시절의 교수님이 떠올라요. 저는 피아노를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어릴 때부터 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고 예고를 다니고 있었어요. 대학에서 피아노 전공을 하겠다는 욕심도 없이 재수를 하던 중에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봤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연주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달라졌죠.”조재철의 은사인 경희대학교의 김정원 교수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위대한 피아니시트를 꿈꿨지만 변두리 피아노학원 선생으로 살고 있는 김지수(엄정화)가 만난 천재소년 윤경민(신의재)의 청년 모습으로 등장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조재철은 그 연주 모습에 “나도 피아노를 잘 쳐서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했다”며 “갑자기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커져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영화를 보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고 그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면 지금도 그래요. 관객분들이 ‘포미니츠’의 마지막 4분 연주를 볼 때 이런 느낌이실 것 같아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서사를 쌓아오다 나오는 연주랄까요? 슬럼프가 올 때면 그 영화의 마지막 연주 부분을 찾아보곤 하죠.”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그렇게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김정원 교수는 재수 중이던 조재철의 진로까지 바꿨다. 조재철은 “교수님 때문에 그 학교엘 갔다”며 “원서도 딱 한 학교, 경희대학교만 썼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콩쿠르를 다 제쳐두고 경희대에서 하는 콩쿠르에 출전해 전면 장학금을 받고 수시로 입학했어요. 김정원 교수님 제자로 들어가려면 또 오디션을 봐야했는데 2명 모집에 24~26명이 넘게 응시했어요. 그때 정원이 32명이었죠. 지금도 ‘저는 김정원 선생님의 제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조재철의 고백(?)에 오은철도 중학교 시절 피아노를 가르쳤던 이은영 선생님을 “제 삶의 크뤼거 같은 존재”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피아노과를 가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작곡과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었다. 작곡과 피아노를 동시에 배웠는데 그때 피아노를 가르쳐주셨던 이은영 선생님과 저의 첫 만남이 크뤼거가 처음 제니를 만났을 때 같았다”고 전했다.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제가 연주하는 걸 보시고는 ‘진짜 못친다. 그런데 음악은 좋다. 뭔가 다르다’고 하셨거든요. 기술적으로는 투박하지만 저만의 하고 싶은 얘기가 전해졌던 것 같아요. 때때로 ‘진짜 못친다’고 하시다가도 제 음악에 좋게 반응해 주시곤 하셨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제니와 크뤼거가 부딪히면서 관계를 발전시키듯 저 역시 선생님과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이 작품은 꼭 저 같아요.”◇절대 없어서는 안될 음악과 피아노“공감됐던 부분은 뮈체(육현욱·정상윤)가 크뤼거 선생님 앞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연주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장면이에요. 가슴 아프고 예전에 레슨 받던 때가 떠올라요. 연주를 하면 선생님이 못마땅하게 ‘이게 안돼?’라고 다그치시던 옛날 기억들요.”그럼에도 조재철은 “극 중에서도, 피아니스트인 저에게도 음악과 피아노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제 인생에서 피아노는 죽을 때까지 없어서는 안될 애증의 악기”라고 털어놓았다. 오은철 역시 동의를 표했다.“두번째달의 베이시스트(박진우) 선생님께서 사적인 모임에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언젠가 네가 힘들 때 너의 악기가 널 구원해 줄 것’이라고.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맞는 것 같아요. 피아노와 음악이 제니를 살렸듯 저를 살렸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23 02: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이지나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올해만도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로 다시 함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제가 채록이었어요. 가진 거라곤 그나마 음악재능 하나였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생계를 위한 일을 해야 했죠.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생계도 유지해야하니 기왕이면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낫다 싶었어요.”창작가무극 ‘나빌레라’(5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김성수 음악감독은 스스로를 “채록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음반작업, 뮤지컬, 교수 등 음악 관련 일들을 하며 영역을 확장해 지금에 이르렀다.“그렇다고 진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아직도 찾는 중이에요. 하고 싶은 걸 왜 안다고 생각하는지…자꾸 물어요.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냐고. 하지만 저도 몰라요. 정해놓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보거나 무언가를 접하면 알게 되거든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재능을 가진 발레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스물셋 채록(강상준·강인수, 이하 시즌합류 순)과 일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가족을 위해 한켠으로 미뤄뒀던, 어린 시절의 꿈인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선 덕출(최인형·조형균)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나빌레라’는 HUN과 지민의 동명 웹툰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제공=서울예술단)2019년 초연된 ‘나빌레라’는 두 번째 시즌을 맞으며 ‘마마돈크라이’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등으로 오래 호흡을 맞춘 이지나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이 새로 투입돼 변화를 맞았다. “한때 저는 채록이었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덕출에 가까워요.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싶거든요. ‘나빌레라’에 투입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마지막 장면과 ‘라라랜드’의 오마주 ‘지나랜드’“죽음이 공포가 아닌 ‘삶의 축제’라는 마무리가 너무 좋아요. 이지나 연출님만 할 수 있는 장면이죠.”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김성수 감독은 “러시안 집시 음악 같은, 크지 않은 편성의 넘버”라며 “초반 러시아에서의 어린 시절 모티프, 어린 덕출과 현재 덕출의 듀엣 등이 중간 중간 스치며 마지막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누구에게나 죽음은 다가오잖아요. ‘나빌레라’ 작업을 하면서 저 역시 개인적인 경험들을 떠올리게 됐어요. 2015년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후부터 사적인 일들로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문 앞에 서 있던 죽음이 방 안으로 들어왔음을, 해마다 한걸음씩 더 다가오고 있음을 느껴요.”이렇게 털어놓은 김성수 음악감독은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며 “사후세계가 없는 데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저를 기억하게 만들려고 여러 일을 했지만 그때부터는 죽거나 스위치가 꺼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굳이 사람들에게 기억돼야 하나 싶어요. 그저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제 아들을 어쩌나…싶고. 덕출이도,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그렇잖아요. ‘나빌레라’는 그런 보편적인 부분들을 얘기하고 있죠.”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중 영화 ‘라라랜드’를 오마주한 ‘덕출 판타지’(사진제공=서울예술단)이렇게 전한 김성수 감독에 이지나 연출은 “저는 ‘나빌레라’를 하면서 작업 태도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끝나고 나면 죽을 것처럼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었다면 ‘나빌레라’는 다 내려놓고 하고 있다”며 “60세를 바라보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은 죽음을 극복한 사람이다. 죽음을 향해 가는 덕출의 여정이 그렇다”고 말을 보탰다.“그래서 안슬퍼요. 죽음으로 향해 가는 덕출이, 그가 걸린 치매는 슬픈 게 아니라 인생의 자연스러운 여정이거든요. 보내는 사람들이 강건해지고 가는 사람도 미련 없이 가게 하는 데 중점을 둔 작품이죠.”그리곤 영화 ‘라라랜드’를 오마주한 ‘덕출 판타지’를 ‘나빌레라’의 엑기스 장면으로 꼽았다. ‘매일이 새롭다’에서 ‘채록의 분노’로 넘어가는 사이에 배치된 장면으로 팀 내에서는 일명 ‘지나랜드’로 불린다.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공연 장면(사진제공=서울예술단)“길 위지만 덕출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죠. 노인도 머릿속에서는 마이클 잭슨이에요. 저도 머릿속에서는 미스코리아거든요. 누군가를 계몽시키기 보다는 70세가 넘은 할아버지의 판타지에 집중했죠. 주제의식이라면 ‘받아들이자’예요.”◇진정한 프로듀서의 시대를 꿈꾸며  “저는 조자룡처럼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적진에서 혼자 애(작품) 하나 지키겠다고 칼을 부리면서 그렇게요. 뮤지컬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스태핑이에요. 제작자가 스태핑을 잘못하면 연출이 조자룡이 돼야 하죠.”이지나 연출은 “우리나라 제작자들 대부분은 비싼 돈 주고 라이선스를 가져오거나 배우 캐스팅에만 신경을 쓰곤 한다”며 “스태프들은 이 작품을 성공시키려고 모인 게 아니라 망치려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아서 연출은 칼을 휘두르면서 물리치고 가는, 조자룡이 돼야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결국 대중들이 원하는 데로 갈 수밖에 없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연출은 말 잘 듣는 스태프들이 아니라 나 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머리에 이고, 등에 업고 가면서 자신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이 산업은 발전할 수가 없어요. 진정한 프류도서의 시대가 와야 해요. 스타 캐스팅을 하는 프로듀서 말고 작품을 잘 만드는 프로듀서의 시대요.”그리곤 “그 수단이 연주곡이든, 춤이든, 대사든, 노래든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게 좋은 공연”이라고 밝힌 이지나 연출에 김성수 감독은 “연출, 음악감독, 스태프들 등을 포함한 메커니즘이 잘 돌아가고 배우들이 투입되는 방식을 생각해 봤다. 배우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메커니즘과 배우의 약속으로 실현되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그런 날이 올지 모르지만 전 아직도 바라는 게 있어요. 뮤지컬 프로덕션은 산업이죠. 산업이면 축적된 데이터에 맞춰 어떤 유형의 작품에 적합한 연출, 음악감독 등 창작진과 스태프를 투입시키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아예 안돼 있어요. 누가 어떤 작품에서 무슨 공헌을 했는지 고과(考課)가 제대로 안되니 힘이 빠지는 경우들이 생겨요. 이 역시 프로듀싱의 영역이죠. 앞으로는 오케스트라나 반주가 없는 뮤지컬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아카펠라, 핸드퍼커션 등으로 꾸리는 그런 작품들이요.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작품의 개발 역시 프로듀서의 혜안으로 가능해지죠.”◇오랜 동지, 올해만도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로 “또 싸울 거예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오래된 동지예요. 가요계에서 독립적으로 잘 하고 있던 사람을 뮤지컬 ‘대장금’으로 끌어들여 고생을 시키고 있죠.”그리곤 멋쩍게 웃는 이지나 연출은 “연극 ‘클로저’로 처음 만난” 김성수 감독을 ‘오랜 동지’라고 표현했다. 이지나 연출은 당시의 김성수 감독에 대해 “사람도, 음악도 너무 이상하지만 너무 세련됐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틈만 나면 “성수김 만한 사람이 없다”고 외칠 만큼의 믿음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김성수 감독과는 올해만도 ‘광화문연가’(7월 16~9월 5일 오페라극장)와 ‘곤투모로우’로 또 싸울 거예요. 혹시 ‘썸씽로튼’이 또 올라가면 더 자주 싸우겠네요.”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김성수 감독은 이지나 연출과 함께 하는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 외에 우란문화재단에서 올여름 선보일 ‘아이슬란드’, 한국 록의 대부인 신중현의 곡들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 아름다운 이곳에’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마, 영화 작업 등을 진행하며 영역 확장 중이다.“제가 뮤지컬을 하게 된 이유가 음악을 바탕으로 도구를 바꿔가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였어요. 작곡가든, 작가든, 연출이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인’은 텍스트에 대해 꾸준히 논의 중이고 내후년에 올 ‘페스트’는 제가 대본을 쓰고 있어요. 미국에 있는 서태지에게 확인까지 받아서 히트곡 대부분을 넣었죠. 연출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조율 중이에요.”그리곤 드라마, 영화 작업에 대해서는 “너무 신기한 경험 중”이라며 “여러 뮤지컬 작업 과정에서 퇴출당한 곡들이 있다. 써놓고도 채택되지 못한 그런 곡들을 드라마에서는 ‘보물상자’라고 환영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제가 쓴 곡들 중 뮤지컬 쪽에서 좋아하는 노래와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호하는 노래들이 너무 달라서 신기해요. 내년엔 소극장 연출작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고 지난해 하기로 했다가 코로나19로 미뤄진 콘서트도 다시 할 계획이에요. 출연하기로 한 배우들은 물론 공개하진 않았지만 무대에 서기로 했던 가수들도 함께 하죠. 원래 6회였는데 한번에 몰아 큰 데서 4시간짜리 공연을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더불어 김성수 감독은 음반 발매 계획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그는 “지금까지 쓴 곡들의 권리는 대부분 제가 가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만들어둔 노래들을 모아서 음반을 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음반을 만들겠다는 강박과 집착으로 계속 미뤄왔어요. 그런 제게 (정)재일이가 ‘저는 작품할 때마다 음반을 낸다. 그렇게 음반 9개를 냈다’고 힘을 줬죠. ‘애드거 앨런 포’ ‘드라큘라’ 등 제가 썼던 뮤지컬 넘버들을 편곡없이 모아서 내려고요. 그렇게 밀어내고 다시 시작할까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21 20:5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동서양 고전, 발레극으로…‘허난설헌-수월경화’와 ‘돈키호테’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BAKI(왼쪽)과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사진제공=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여자여서 재능을 인정받을 수 없었던 조선 중기 천재 시인 허난설헌의 인생역정을 담은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5월 22~23일 국립극장 달오름), 가난하지만 재치 넘치는 이발사 바질과 아름다운 선술집 딸 키트리의 유쾌·발랄한 사랑이야기 ‘돈키호테’(6월 4~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실존인물의 시조와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서양의 고전소설을 바탕으로 한 발레극 두편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는 옛 시인 허난설헌의 한국 전통 시조를 서양의 클래식 장르 발레에 접목시킨 작품이다. 허난설헌의 시 ‘감우’(感遇),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을 안무로 풀어낸 2장짜리 발레로 2017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 안무로 초연됐다.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BAKI(사진제공=국립발레단)시인 허난설헌과 그의 이상이 어우러지는 작품으로 시인으로는 신승원과 박슬기, 시인의 이상으로는 김기완과 이재우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2017년 콜롬비아 보고타 마요르 극장, 캐나다 토론토와 오와타에서 공연되기도 한 ‘허난설헌-수월경화’는 시에 등장하는 잎, 새, 난초, 바다, 부용꽃 등이 안무로 형상화되며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여자 무용수들이 병풍 앞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난’, 허난설헌의 고향인 강릉 앞바다 파도에서 영감을 얻어 안무한 ‘바다’ 등 유려하면서도 강렬하고 우아하면서도 강단있으며 정적인 듯 역동적인 군무들이 볼거리다.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BAKI(사진제공=국립발레단)더불어 젊디젊은 나이인 스물일곱에 생을 마감한 허난설헌의 생애를 시들어가는 부용꽃에 빗댄 피날레 ‘부용꽃’도 동서양의 클래식 장르들이 어우러지며 여운을 남긴다. ‘감우’ ‘몽유광상산’에 등장하는 푸른난새, 바다 등의 소재들을 형상화한 110여벌의 의상 또한 볼거리다. 여성 신체의 실루엣을 강조하는 의상은 여자라는 이유로 전통적인 관습에 갇혀 억압받고 재능을 펼치지 못한 허난설헌의 자유로움을 기원하는 듯 무용수의 춤사위와 어우러진다. 지난 시즌과는 달리 국악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에는 거문고 연주자 김준영이 음악감독과 연주자로 참여해 한진, 심영섭 등이 작곡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음색과 정서를 표현한다.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중 1막2장 바르셀로나 광장-에스파다2 ⓒuniversal ballet(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은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희극발레 ‘돈키호테’를 무대에 올린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루드비히 밍쿠스(Ludwig Minkus)의 음악과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의 안무로 1869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엉뚱한 기사 돈키호테와 산초를 중심으로 한 원작소설과 달리 발랄한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유쾌한 이발사 바질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번에 공연되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돈키호테’는 프티파의 안무에 뿌리를 둔 알렉산드르 고르스키 (Alexander Gorsky)의 개정안무를 근간으로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변주한 안무와 연출 버전이다.파스텔 톤의 무대를 배경으로 빠른 전개, 유머 넘치는 판토마임, 리프트와 연속 점프, 발레리나의 32회전 푸에테, 화려한 디베르티스망, 투우사의 춤과 플라멩코, 세기딜랴, 판당고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3막 그랑파드되까지 정열적이고 경쾌한 춤과 음악들로 무장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t(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능청스러운 바질과 발랄한 키트리의 좌충우돌 로맨스에 등장하는 조력자 돈키호테, 그의 시종 판초, 두 사람을 탐탁치 않아하는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와 귀족 가마슈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도 흥미롭다. 무용수 개개인의 뛰어난 테크닉과 조화로움, 섬세하고도 정확한 연기력까지 요구되는 작품으로 손유희가 키트리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이현준과 호흡을 맞추며 홍향기와 이동탁도 페어를 이뤄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선화예고 2학년 재학생으로 이번 ‘돈키호테’에 깜짝 발탁된 김수민은 몽고 출신의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간토지 오콤비얀바와 짝을 이뤄 키트리와 바질로 분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19 19:00 허미선 기자

마리와 마그리드 김소현·김소향, 김연지·정유지, 올뉴 페르젠 민우혁·이석훈·이창섭·도영…뮤지컬 ‘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리 앙투아네트 역의 김소현·김소향, 마그리드 아르노 정유지·김연지, 악셀 폰 페르젠 백작 민우혁·이석훈·이창섭·도영(사진제공=EMK뮤지컬)원치 않는 정략결혼, 목걸이 사건, 바렌 도주 사건 등을 겪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왕비의 삶을 따르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7월 13~10월 3일 샤롯데씨어터)가 캐스팅을 공개했다.18세기 합스부르크 제국의 공주로 사랑하는 이가 아닌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정략결혼해 화려한 궁정 생활을 영위하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초연부터 개근 중인 ‘팬텀’ ‘명성황후’ ‘모차르트!’ ‘안나 카레니나’ ‘엘리자벳’ 등의 김소현과 2019년 재연부터 함께 하는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미드나잇’ ‘마리 퀴리’ ‘스모크’ 등의 김소향이 더블캐스팅됐다.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사진제공=EMK뮤지컬)‘레베카’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의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작·작사가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ey) 작곡가 콤비작으로 2014년 초연, 2019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이다.마리 앙투아네트에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의 분노를 투영하며 혁명을 이끄는 가상의 인물 마르리드 아르노는 2019년 함께 했던 ‘미스트롯’ 시즌2 출연자 김연지와 걸그룹 베스티 멤버이자 뮤지컬 ‘광주’ ‘영웅본색’ ‘안나 카레니나’ ‘노트르담 드 파리’ ‘드림걸즈’ 등의 정유지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마리 앙투아네트가 사랑하는 연인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역에는 뮤지컬 ‘광주’ ‘그날들’ ‘영웅본색’ ‘지킬앤하이드’ ‘벤허’ ‘프랑켄슈타인’ ‘위키드’ 등의 민우혁과 더불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수들이 대거 새로 합류했다.차트 역주행과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놀면 뭐하니?’ 출연으로 화제가 된 SG워너비 이석훈과 ‘명성황후’ ‘아이언 마스크’ ‘에드거 앨런 포’ ‘나폴레옹’ 등의 비투비 멤버 이창섭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NCT 멤버 도영이 함께 한다.이들과 더불어 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김준현·민영기가 프랑스 왕실을 차지하려는 야욕가 오를레앙 공작으로 출연하며 루이 16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한밀이 다시 돌아오며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정한 친구 마당 랑발의 박혜미, 헤어 스타일리스트 레오나르의 문성혁, 그의 파트너 로즈의 한지연·주아 등이 힘을 보탠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16 18:00 허미선 기자

[Pair Play 인터뷰]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이지나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눈물나게 부러운!”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최근에 드라마까지 했었어서 옴짝달싹을 못했어요. 원작에 충실한 진행으로 가면서 뮤지컬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고 집중했죠. 쳐낼 건 쳐내고 드라마, 만화와의 차별화할 건 하고.”창작가무극 ‘나빌레라’(5월 14~3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의 이지나 연출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HUN과 지민의 동명 웹툰을 무대에 올린 ‘나빌레라’는 공무원으로 정년퇴임한 일흔살의 덕출(최인형·조형균,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발레리노를 꿈꿨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그 마저도 어려워진 스물셋 채록(강상준·강인수)의 이야기다.창작가무극 ‘나빌레라’ 덕출 역의최인형(왼쪽)과 채록 강인수(사진제공-서울예술단)서울예술단원인 최인형과 강상준이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덕출과 채록으로 무대에 오르며 ‘마마돈크라이’ ‘빈센트 반 고흐’ ‘검은사제들’ ‘호프’ 등의 조형균과 마이네임의 멤버 강인수가 새로 합류했다.2019년 초연된 ‘나빌레라’는 두 번째 시즌을 맞으며 이지나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이 새로 투입돼 변화를 맞는다.‘마마돈크라이’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등으로 오래 호흡을 맞춘 이지나 연출과 김성수 감독은 “아예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이라며 “초연이 휴먼 드라마라면 이번 ‘나빌레라’는 쇼뮤지컬”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그간 했던 그 어떤 것보다 착한 작품이에요. 인간이 자연사하는 유일한 작품이고 중간에 아무도 안죽는 작품이죠.”이어 “연습하면서, 런(실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연습)을 돌면서도 이지나 연출님이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고 귀띔하는 김성수 감독에 이지나 연출은 “덕출 자식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을 보탰다.“다들 너무 착해요. 발레를 반대하는 것도 착해서고 악역도, 막장도 없어요. 덕출은 복이 많네 싶어서 눈물이 나요. 부러워서. 그러면서 제 인생이 생각나 울기도 해요. 저희 어머니도 10년째 투병 중이시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런 기억 때문에 우는 거지 제 작품에 빠져서가 아니에요. 저는 저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거나 보고 싶은 걸 최선을 다해 할 뿐이죠. 그랬을 때 그걸 이해해주시는 관객들 때문에 지금까지 버텼어요”◇선택과 집중의 기준 “뮤지컬만 할 수 있는!”창span style="font-weight: normal;"작가무극 ‘나빌레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선택과 집중의 기준은 ‘무대는 다른 장르’라는 거였어요. 집에서 편안하게 넷플릭스나 TV를 볼 수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큐알코드를 찍는 번거로운 과정을 감수하고 공연장에 오시는 거잖아요. 영화나 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하는 음악, 노래, 춤, 무대 전환과 조명 등을 직접 보는 재미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이어 이지나 연출은 “무대, 넘버, 스태프 등 초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해야는 상황에서 새로 합류하면서 단 하나 고집한 게 김성수 음악감독이었다. 음악적으로 전체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라며 “김성수가 진두지휘했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지실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리곤 “신곡은 없다. 가창 곡은 좀 줄였고 연주곡이 엄청 많아졌다”고 설명한 이지나 연출에 김성수 음악감독은 “하다 보니 많아졌다”고 부연했다. 이어 “기존 곡을 저와 이지나 연출님이 같이 하는 화법들로 드라마에 맞게 재편곡했다. (초연과) 똑같은 곡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기존 연주곡 중 일부는 재해석해서 배치하고 안되는 건 제가 새로 작업했다”고 밝혔다.“가창 넘버가 파격적으로 적어요. 그럼에도 음악 수는 늘었어요. 제가 만들어야 할 곡들이나 음악적 요소들이 많아졌죠. 기존 넘버들은 같은 곡이 맞나 싶게 변형됐어요. 음악에 주안점을 두고 드라마 흐름을 잡아가는 구성이어서 시네마틱하게, 영화적 흐름으로 갔죠. (이지나) 연출님이 연주곡을 마구 투척해주셔서 밴드마스터가 된 기분이에요.”그리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중 ‘봄의 태동’, 니콜라스 파가니니의 ‘요정의 춤’, 세르게이 피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중 ‘기사들의 춤’, 표도르 차이콥스키 ‘오두까기 인형’ 중 ‘작은 서곡’ 등 클래식 발레곡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을 비롯해 ‘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 ‘채록의 분노’, ‘폴스카’(Polska) 등의 연주곡과 채록의 ‘내 인생’ 등이 추가되기도 했다.“이 작품을 하기로 하면서 제가 힘들 건 알고 있었어요. 프로덕션 특징상 효과음도 많고 텍스처 음악도 많아서 100% 라이브로는 못가요. 섞어서 가야하는데 그러려면 보다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죠. 음향팀에서 넘겨준 FX효과 리스트 중 3분의 1은 제가 만들어야하는 것들이었어요. 게다가 믹싱까지 제가 다 해야 해서 음악적인 것 보다는 절대적인 시간이 모자라는 게 가장 어려웠죠.”◇힙합사운드와 비밥, 클래식 발레곡까지…김성수여서 가능했던!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제공=서울예술단)“연출님께서 새로 추가한 채록의 넘버 ‘내 인생’은 ‘시간이 없으니 김성수가 주는 대로 할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믿어주시니 제가 춤이라도 추죠.”프롤로그에 이어 등장하는 채록의 새 넘버 ‘내 인생’에 대해 “힙합사운드 빅밴드의 비밥(1940년대 중반 미국에서 유행한 자유분방한 재즈 연주스타일)이 하이브리드돼 있다”며 “힙합과 비밥으로 이뤄진 두 번째 넘버에서 귀여운 발레 연습곡 등으로 이어지다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발레곡까지 세 번을 꺾여 넘어간다”고 설명했다.“그 음악을 들은 이지나 연출님이 ‘이곡에선 꿈을 펼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시작부터 압도할 수 있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해주셨어요. 덕출의 ‘사라진다는 것’은 코드도 바꾸고 완전 다른 노래로 매시업(서로 다른 곡을 조합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는 것)했어요.”김성수 감독의 말에 이지나 연출은 “BTS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에게 ‘레미제라블’ 음악을 들이밀면서 명곡이라고 해도 공감받을 수 없다. 김성수 감독에게 힙합을 해달라고 한 이유”라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 뮤지컬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성수 감독은 이지나 연출과 끊임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음악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에 대해 “작품발전을 위해선 필연적인 것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곤 “결국 제가 해야하는 일이 많아지지만 더 좋아지는 아이디어, 수긍 갈 이야기들”이라고 말을 보탰다.“텍스트에 매몰돼 있는 제작자, 연출들이 많아요. 텍스트에 집중하는 프로덕션을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이지나 연출님은 정반대에 서 계세요. (이지나) 연출님이랑 했던 ‘지구를 지켜라’는 연극인데도 곡이 23곡이었어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도 그랬고 장르가 통합돼 유니크해지는 느낌이죠.”김성수 감독의 말에 이지나 연출은 “제가 선택한 뮤지컬이 TV나 영화, 드라마를 못해서 하는 초라한 장르, 마이너리그가 되는 게 싫다”고 이유를 밝혔다.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덕출 역의 조형균(왼쪽)과 채록 강상준(사진제공=서울예술단)“드라마의 채록이었던 송강도 편집 없이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채록 역의) 강인수 만큼 춤을 출 수는 없어요. 우리 조형균·최인형이니까 하는, 누가 와도 못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어요.”이는 마흔도 안된 배우 조형균을 70세의 덕출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지나 연출은 “춤에 대한 기대”라며 “일생의 꿈인데 아무리 할아버지지만 마지막 발레장면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면 자칫 민폐 캐릭터로 오해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덕출은 발레를 일생의 꿈으로 마음에 품어온 할아버지잖아요. 어떻게 보면 주변 사람들을 되게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춤까지 못춰서 ‘저 할아버지 때문에 여럿이 고생하네’라고 느껴지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의 춤이 끝에는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세상을 바꾸는 춤을 추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그 수준이 모든 사람들이 치매 걸린 할아버지에게 발레를 가르쳐 저 정도까지 성취했구나 싶은, 박수쳐줄 정도의 여정은 보여야 했죠.”◇덕출의 자아, 채록의 생게수단 ‘발레’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일단 안무는 발레에서 벗어났어요. 발레를 기본을 두지만, 그것에만 국한되지 않는 몸 쓰기로 표현했어요. ‘서편제’랑 비슷해요. 판소리하는 사람의 이야기지 판소리로 뮤지컬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나빌레라’는 발레작품이 아니라 발레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니 그 문법에 맞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그렇게 ‘나빌레라’는 발레에 국한되지 않은 여러 댄스 장르를 아울러 “발레처럼 보이지만 발레 선이나 포즈를 이용한 뮤지컬 안무”로 표현된다.“덕출이 하고자하는 발레는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인 것 같아요. 덕출은 마지막까지 발레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갔어요. 덕출은 자아가 강한 사람이에요. 한국 사람들은 보통 자식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곤 하지만 덕출은 마지막까지 자기주도적인 캐릭터죠.”이렇게 전한 이지나 연출은 “가만히 보면 굉장히 이기적인 할아버지”라며 “애티튜드가 자분자분한 양반이라 그렇지 채록이, 가족 등 모두에게 자기주도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덕출의 자기 확인을 도와준다”고 부연했다.“자기주도적이고 독립적인 모양새는 자칫 민폐로 느껴질 수도 있는 덕출이 주인공으로서 자리매김하는 이유기도 해요. 재산에 대해서도 그래요. 자신의 차는 손녀에게 주고 거기서 좀 확대해 채록에게는 유학자금을 주죠.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요즘 ‘나만 좋으면 된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기도 해요. 나만 좋으면, 제 길을 열심히 가면 민폐는 안끼쳐요. 남을 배려하거나 내 식구들, 동료들을 생각하니까 문제들이 생겨나죠.”이어 이지나 연출은 “발레가 덕출에겐 나를 확인하는 수단이자 내가 남한테 민폐덩어리가 되지 않으면서 죽을 때까지 원하는 게 있음을, 인간의 니즈가 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면 채록에게는 생계수단”이라고 표현했다.“채록에겐 남은 게 그것 밖에 없어요. 채록이 말해요 ‘나 발레 하나, 그거 하나 좀 잘해요’라고. 채록이는 지금의 젊은이, 그 중 가난한 부모에 아무 것도 지원받지 못하는데 요만큼의 재능이 있는 발레마저도 돈 때문에 제대로 못하는 지금 20대의 상징이죠. 그런 젊은이들에게 사회가 뭘 해줘야할까 고민했어요. 결국 우리 덕출이는 자신의 말년을 함께 해준 채록이를 유학보내줌으로서 실질적인 도움을 줘요. 그 실질적인 도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인생 설교는 그만하고 ‘지갑을 열어라’예요. 굳이 돈만이 아니에요. 더 좋은 교육, 기회 제공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해법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14 18:15 허미선 기자

[비바100]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이춘연 ‘여고괴담’ 제작자…현대사 달랜 춤꾼·스크린 대들보, 하늘의 ★이 되다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노제(연합)한국 문화계를 이끌어온 큰 어른이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10일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로 한국 무용계의 큰 어른인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별세한 데 이어 11일에는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 하정우의 ‘더 테러 라이브’ 등의 제작자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유명을 달리 했다.국가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의 예능보유자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은 10일 오후 5시경 숙환으로 영면했다. 향년 74세. 5살 때 춤을 시작해 전통춤의 거장 한성준의 뒤를 잇는 김보남 선생, 승무 인간문화재 한영숙 선생에게 승무를 사사했다. 이근성 선생으로부터 먹중춤을, 이용우·조한춘 선생에게 경기도당굿을 사사하고 박송암 스님으로부터 작법(불교의식에서 재를 올릴 때 추는 모든 춤의 총칭)과 박상화 선생으로부터 ‘영가무도’를 전수받았다.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두 전공 모두의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교육학 박사로 2012년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수를 역임했다.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식민용어 ‘무용’이 아닌 ‘춤’ ‘마당’ ‘판’ 등 우리말 회복에 앞장섰고 민주화를 염원하는 독무 ‘바람맞이’, 1987년 민주화 대행진 출정식에서의 진혼굿, 1987년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과 최루탄에 스러져간 이한열 열사의 한 서린 죽음을 위무하는 살풀이춤, 한반도의 상징적 장소를 찾아다니며 통일과 민족번영을 기원한 ’터벌림‘ 춤 등 시대와 사회 변화에 예민하게 발맞춘 예술가였다. 춤꾼으로서의 삶을 ‘천명’이자 ‘사명’이라고 회고했던 그는 제주 4·3 희생자,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핵 없는 세상 등을 위해,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는 춤을 추기도 했다. 2019년부터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으로 활약했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전통춤회 예술감독, 한영숙춤보존회 회장, 홍역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한 ‘시대의 춤꾼’이자 문화운동가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아 문화예술인장으로 치러졌으며 11, 12일에는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문화제를 진행했다.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시나위 연주와 소리,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전 이사장의 추모사 낭독, 이광수의 비나리, 이청산 한국민예총 이사장의 추모시 낭독, 경기도무용단의 한영숙살풀이, 한국민족춤회의 진혼무와 퍼포먼스 등에 이어 13일 발인 후에는 서울 마로니에 공원, 과천 이애주춤전수관에서 노제를 지내기도 했다.영화계 맏형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별세했다(연합)11일에는 하지원, 최강희, 박진희, 공효진, 김옥빈, 오연서 등을 배출한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의 제작자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급작스러운 부고를 전했다. 항년 71세. ‘영화인들의 맏형’이라 불리던 이 대표는 최근까지 ‘여고괴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제작하고 개봉을 준비하는 등 활발하게 활약해 왔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회의에 참석했다가 몸이 좋지 않아 귀가한 직후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후 극단 활동을 하다 1983년 화천공사 기획실장으로 입사하며 영화계에 말을 들였다. 1984년 ‘과부춤’을 시작으로‘접시꽃 당신’ ‘행복은 선정순이 아니잖아요’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미술관 옆 동물원’ ‘더 테러 라이브’ 등을 기획·제작했다. 그의 대표작인 ‘여고괴담’ 시리즈는 신인 배우와 감독의 등용문으로 “뜨려면 ‘여고괴담’에 출연하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였다.영화인회의 이사장,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 등을 역임하며 한국 영화계 맏형으로 자리매김했던 이춘연 대표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장례위원장, 신영균, 정진우, 임권택, 황기성, 손숙이 장례고문, 강우석·강제규·박찬욱·이창동·봉준호·이준익 등 감독과 배우 문성근·이병헌·하정우·손예진,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13 18: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