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
“축제라는 타이틀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죠. 딤프여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외국 작품들을 직접 무대에서 만날 수 없고 교류도 가지지 못하니까요. 반면 그래서 ‘투란도트’를 영화로 만들었고 뮤지컬스타 경연대회 출신들의 프로 데뷔 길을 터줄 수 있었고 창작지원작,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에 더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게 됐어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교류가 어려워지면서 방향 전환을 해야만 하는 시기를 “다양한 시도와 실험으로 돌파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축제시기를 미루고 미루다 10월 온·오프라인으로 축소해 진행한 딤프는 올해 다시 여름으로 회귀했다. 배 위원장의 전언처럼 “1, 2월까지도 정상 개최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러시아의 ‘위험한 관계’ 등 몇몇 국가의 작품들은 3월 초까지도 14일 자가격리, 백신접종 등을 감수하며 내한을 가늠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딤프에서 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는 영화화하고 대만, 스웨덴 등과는 합작을 시도했습니다. 해외 작품들의 수급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러시아의 ‘레이디 해밀턴’ ‘수중왕국의 삿코’, 프랑스의 ‘에펠탑’이 온라인으로 상영돼요.”
그렇게 제15회 딤프(6월 18~7월 5일)는 좀체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결과물이다.
◇코로나19로 가능해진 딤프 출신 뮤지컬 신예들의 처음, 한국·대만 합작 뮤지컬 ‘Toward’
“원래는 대만 제작비와 배우가 투입되는 작품에 한아름 작가, 서재형 연출 등 한국 창작진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14일 자가격리 후 대구에서 한달 이상 연습을 하고 딤프 공연 후 대만 투어까지 잡혀 있었죠.”
이 역시 변화무쌍한 코로나19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4월 1일을 기점으로 대만이 한국을 방문금지국으로 분류하면서 내한과 연습, 공연 자체가 불가능해져 ‘합작’으로 급선회했다.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는 보수적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으로서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며 건축, 미술, 문학 등의 분야에 무수한 업적을 남긴 임휘인과 그를 둘러싼 세 남자의 이야기다.
대만 예술 전반을 지원하고 있는 재단법인 타오위안시광예기금회와 지난 12, 13회 딤프에서 ‘맨투밋’(Meant to Meat)과 ‘원 파인 데이’(One Fine Day)를 선보인 C Musical Production 그리고 딤프와 ‘왕세자 실종사건’ ‘주홍글씨’ 등의 극단 죽도록달린다가 의기투합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연극 ‘오이디푸스’, 뮤지컬 ‘외솔’, 창극 ‘아비, 방언’ 등의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 콤비작으로 대만의 장심자(張芯慈) 작곡가가 넘버를 꾸리고 기획·프로듀싱까지 책임진 작품이다.
“이미 한아름 작가가 대본은 완성했고 넘버도 다 있었어요. 고민 끝에 2015년부터 시작한 경연 프로그램 ‘뮤지컬스타’ 역대 수상자들과 뮤지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뮤지컬 아카데미’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딤프가 배출한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의 프로 데뷔 무대를 딤프에서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죠.”
그렇게 주인공 임휘인 역에 김다윤(제1회 DIMF 뮤지컬스타 대학/일반부 최우수상), 중국 현대 문학의 대모이자 휘인의 친구인 사빙심은 김도연(제3회 DIMF 뮤지컬스타 중/고등부 최우수상)이 캐스팅됐고 송창근, 왕준형, 서광현, 오동현, 정세은 등 딤프가 발탁한 뮤지컬 신예들이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최초)되는 글로벌 창작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연습실이 아주 뜨거워요. 서재형 연출이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손 동작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직접 챙기는 걸 보면서 배우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다 싶더라고요. 딤프 출신 신예들이 첫 작품을 제대로 만났구나 싶어요.”
그렇게 이번 딤프에서 월드 프리미어되는 ‘Toward’는 11, 12월 타오위안 광예홀, 타이중 국립극장 등 대만투어 후 2022년 중국 투어가 계획돼 있다.
“대만 버전은 대만에 맞게, 중국은 중국스럽게 변주될 거예요. 우리 창작진이 만들었다고 무조건 한국 버전을 고집하기 보다는 지역 특성과 문화에 맞추는 거죠.”
◇메이드 인 딤프 뮤지컬 ‘투란도트’,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나다
“엄마의 불행에 한을 품고 카리스마 넘치던 투란도트는 영화에서 마음도 여리고 착한, 하지만 악령이 깃든 인물로 변주돼요. 투란도트가 저주에 걸리면서 나라가 어두워지고 수수께끼를 못맞춘 사람들도 돌로 변하죠. 칼라프는 더 멋있어 졌고 칼라프를 위해 희생하고 짝사랑의 열병을 앓던 류는 연약한 시녀만이 아니에요. 칼라프의 아버지 티무르도 뮤지컬과는 달리 칼라프의 도전을 적극 지지하며 새로운 왕국을 꿈꾸죠. 뮤지컬에서는 신하들이었던 앙상블은 악령들로 등장합니다.”
“매년 4작품이었던 창작지원작이 올해는 5작품이에요. ‘조선변호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란’ ‘로맨스칠성’ 그리고 최초로 ‘스페셜 파이브’라는 대극장용 작품도 있죠.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작품들은 경연없이 신청을 받아 지원했어요. 코로나19로 여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으니 창작지원금도, 대학생들 작품도 지원예산을 좀 늘였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