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비바100] ‘레미제라블’ 저작권 놓고 콘서트 VS 뮤지컬 제작사 갈등

세계적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저작권을 놓고 콘서트 공연팀과 뮤지컬 제작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이달 15일 부산 KBS홀과 19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열리는 ‘레미제라블’의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 콘서트(Les Miserables The French Musical Concert, 이하 레미제라블 내한 콘서트) 공연에 대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국내 공연권을 갖고 있는 레미제라블코리아가 저작권자들의 승인을 받지 않은 공연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레미제라블 내한 콘서트’는 장발장 역의 로랑 방 등 20인의 프랑스배우가 33인조 아르텔 필 하모닉 풀 오케스트라와 함께 뮤지컬 넘버를 연속으로 들려주는 콘서트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측은 이 공연이 오리지널 뮤지컬 제작사 카메론 매킨토시사(CML) 등 저작권자들의 승인을 받지 않은 공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측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저작권자들인 작사가 알랭 부빌, 작곡가 클로드 미쉘 숀버그, 오리지널 뮤지컬 제작사 카메론 매킨토시사는 ‘해당 콘서트가 저작권자들의 승인을 받지 않은 공연이며 이는 저작권자들의 저작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개최돼서는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며 “이를 해당 콘서트의 제작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레미제라블코리아는 이 콘서트가 한국 제작사인 KP엔터테인먼트와컬쳐박스가  신규 제작하고 프랑스 에이전시를 통해 배우들만 섭외해 출연시키는 ‘국내 프로덕션’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코리아는 “해당 콘서트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제작된 적이 없는 프로덕션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공연한 적 없는 팀”이라며 “출연하는 프랑스 배우들 역시 ‘레미제라블’에 참여한 적이 없는 배우들임을 분명하게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아울러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콘서트 레미제라블’이라는 홍보 문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저작권자들은 일반 관객들이 오리지널 공연팀의 내한 뮤지컬로 착각과 오해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콘서트 제작사 KP엔터테인먼트는 “카메론 매킨토시 및 레미제라블코리아가 제작하는 영어 버전 뮤지컬 ‘레미제라블’과는 무관한 프랑스어 버전 형식”이라며 “법률적 검토를 득하고 저작권 전문 변호사의 의견에 근거한 합법적인 공연을 기획 초기 단계부터 적용해 진행하고 있는 공연”이라고 반박했다. 콘서트 홍보 문구에 ‘오리지널’이란 표현이 사용된 것과 관련해서는 “카메론 매킨토시가 1985년 영어 버전으로 제작하기 이전인 1980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어 버전으로 최초로 공연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의미를 담아 프랑스 공연단들이 영어 버전이 아닌 프랑스어로 실연함에 따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카메론 매킨토시와 레미제라블 코리아의 저작권 승인 여부와 관련해서는 “뮤지컬이 아닌 콘서트 형식의 극 형식은 저작권자의 사전 승인을 받는 형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개된 음원을 각국의 저작권 협회에 사용신청 및 저작권료를 정산함으로써 완료된다”며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대한 저작권 침해 우려를 제기해 의견을 조율한 결과 현재 포스터 및 공연 제목, 공연 관련 정보 등 상당 부분 KCMI 측 의견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KP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KP엔터테인먼트는 “본 공연을 원활히 진행하고자 우호적으로 KCMI에 협조했으나 결국 KCMI의 계산된 방식으로 본 공연을 무산시키려는 무분별한 공연 방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1-05-13 18:00 조은별 기자

‘좋은 사람’에 대한 깊은 대화…연극 ‘렁스’ 이동하·성두섭·오의식, 이진희·류현경·정인지

연극 ‘렁스’ 출연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자 역의 이동하·성두섭·오의식, 여자 정인지·류현경·이진희(사진제공=연극열전)환경, 인권 그리고 부부 간 신뢰부터 출산까지를 소재로 대화하며 ‘좋은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연극 ‘렁스’(6월 26~9월 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가 캐스팅을 공개했다.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뮤지컬 ‘레드북’ ‘포미니츠’ ‘펀홈’ ‘차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연극 ‘오만과 편견’, 음악극 ‘태일’ ‘섬’ 등의 박소영 연출작으로 때론 무례하고 지극히 모순되지만 ‘좋은 사람’에 대해 토론하는 남자(성두섭·이동하·오의식,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여자(이진희·류현경·정인지)의 이야기다.연극 ‘렁스’ 포스터(사진제공=연극열전)지난해 초연 무대에 환경을 생각하고 어떤 일이든 진지하게 고민하며 깊은 사려와 좋은 의도로 행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남자와 여자로 섰던 ‘오만과 편견’ ‘오펀스’ ‘어나더 컨트리’ ‘오펀스’ 등의 이동하, ‘완벽한 타인’ ‘펀홈’ ‘샤이닝’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성두섭과 ‘돌아서서 떠나라’ ‘그날들’ ‘벙커 트릴로지’ ‘톡톡’ ‘킬미나우’ ‘프라이드’ 등의 이진희가 다시 돌아온다.더불어 ‘렛미플라이’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뜨거운 여름’ ‘나와 할아버지’ 등의 오의식이 남자로, 영화 ‘아이’ ‘기도하는 남자’ ‘오피스’ 등의 류현경과 ‘광주’ ‘베르나르다 알바’ ‘난설’ ‘마리 퀴리’ 등의 정인지가 여자로 새로 합류했다.‘렁스’는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Duncan Macmillan)의 대표작으로 2011년 워싱턴에서 초연된 후 미국,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공연됐고 한국에서는 지난해 첫 무대를 올렸다.‘아이’와 ‘환경’ 문제로 시작해 서로에게 무례하고 막무가내로 상처주는 남자와 여자는 등퇴장, 암전도 없이 치열하게 자신의 주장을 쏟아내며 ‘좋은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12 21:00 허미선 기자

다시 한번 강필석·차지연·김호영, 새로 합류하는 윤도현·엄기준, 역할 바꾼 김성규…뮤지컬 ‘광화문연가’

뮤지컬 ‘광화문연가’ 출연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중년 명우 역의 윤도현·엄기준·강필석, 월하 김성규·김호영·차지연(사진제공=디컴퍼니, iHQ, 씨제스엔터테인먼트, CJ ENM)故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고선웅 작가, 이지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등이 의기투합해 변주한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7월 16~9월 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캐스팅을 공개했다.제목과 같은 ‘광화문연가’를 비롯해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가을이 오면’ ‘그녀의 웃음 소리뿐’ ‘사랑이 지나가면’ 등을 넘버로 꾸린 ‘광화문연가’는 죽음을 앞둔 중년 명우(강필석·엄기준·윤도현,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가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차지연·김호영·김성규)에 이끌려 1984년 봄으로 거슬러 오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소중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뮤지컬 ‘광화문연가’ 포스터(사진제공=CJ ENM)2018년 명우로 무대에 섰던 ‘썸씽로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명성황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번지점프를 하다’ ‘모래시계’ 등의 강필석이 다시 돌아오며 ‘김광석 다시 부르기’ 투어를 진행했던 가수 윤도현,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절대악 주단태로 활약했던 ‘몬테크리스토’ ‘베르테르’ ‘레베카’ 등의 엄기준이 새로 합류했다.중년 명우를 시간여행으로 이끄는 월하는 2017년 ‘젠더프리’(성별에 상관없는) 캐스팅의 물꼬를 튼 차지연, 2018년 시즌의 김호영이 다시 돌아오고 2017년 젊은 명우로 출연했던 인피니트 멤버 김성규가 역할을 바꿔 무대에 오른다.오랜 시간 명우의 곁은 지킨 아내 시영은 ‘제인’ ‘듀엣’ ‘머더발라드’ ‘풍월주’ 등의 문진아와 ‘나빌레라’ ‘향화’ ‘윤동주, 달을 쏘다’ 등의 서울예술단원 송문선이 더블캐스팅됐다.1984년 봄의 젊은 명우는 ‘마마돈크라이’ ‘블루레인’ ‘세자전’ ‘아킬레스’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쓰릴미’ 등의 양지원과 ‘히스토리 보이즈’ ‘전설의 리틀농구단’ ‘차미’ ‘지구를 지켜라’ ‘어나더 컨트리’ 등의 황순종이 번갈아 연기한다.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찬란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명우의 첫사랑 중년 수아는 ‘헤드윅’ ‘또! 오해영’ ‘블랙메리포핀스’ 등의 전혜선과 ‘썸씽로튼’ ‘마리 퀴리’ ‘시티오브엔젤’ ‘킹아더’ 등의 리사가, 젊은 수아는 ‘아마데우스’ ‘리지’ ‘헤드윅’ ‘신흥무관학교’ ‘도리안 그레이’ ‘나폴레옹’ 등의 홍서영과 신예 이채민이 더블캐스팅됐다.tvN 오디션 프로그램 ‘더블캐스팅’ 출연자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히스토리 보이즈’ ‘어나더 컨트리’ 등에서 활약했던 심수영이 명우의 친구 중곤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12 19:45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잔잔한 일상의 로맨스, 극적 반전…송용진·장지후·정원조가 연극 ‘안녕 여름’을 선택한 이유!

연극 ‘안녕, 여름’ 태민 역의 정원조(사진제공=알앤디웍스)“생각해보니 첫 로맨스 작품이에요. 학생 때는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도 많이 했었는데…로맨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안녕, 여름’은 잔잔한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극적 반전이 있어서 더 재밌게 하고 있죠.”연극 ‘안녕, 여름’(6월 20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유명 사진작가 태민으로 분하고 있는 정원조 뿐 아니다. 정원조가 말한 “잔잔한 일상의 로맨스, 극적 반전”은 초연에 이어 태민으로 다시 돌아온 송용진에게 “이 작품을 또 다시 하게 된 이유”이고 장지후에게도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정하게 된 이유”다.연극 ‘안녕, 여름’은 드라마 ‘워터보이즈’, 연극 ‘뷰티풀 선데이’ 등의 유명 극작가 나카타니 마유미의 ‘이번엔 애처가’(今度は愛妻家)를 원작으로 한다. 유명 사진작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1년 전부터는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돼 반(半)백수로 지내고 있는 남편 태민(송용진·장지후·정원조,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그런 태민 걱정에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내 여름(박혜나·이예은)의 이야기다.연극 ‘안녕, 여름’ 태민 역의 송용진(사진제공=알앤디웍스)결혼 6년차를 맞은 태민·여름 부부를 중심으로 태민을 비롯한 인물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자칭 ‘늙은 게이’ 조지(조남희·남명렬), 착한 심성으로 모두를 이해하고 보듬는 태민의 조수 동욱(박준휘·반정모·조훈), 그의 연인인 배우지망생 란(박가은·이지수)이 엮어가는 소소한 일상이 극적 반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다.일본에서는 2002년 연극으로 초연됐고 희곡집·소설·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출판물로 출간됐으며 2009년에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연출로 영화화돼 사랑받았다. 한국 프로덕션의 연극은 2016년 초연된 후 5년 만에 돌아왔다.오루피나 연출의 설명처럼 “결핍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결혼, 인간관계, 일로 연결된, 결핍을 가진 사람들을 ‘조지’라는 역할로 묶는 작품이다.” 이에 원작에서 다소 평면적이던 조지 캐릭터는 나이와 성별 상관없이 결핍을 가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이는 입체적 캐릭터로 변주됐다.연극 ‘안녕, 여름’ 태민 역의 장지후(사진제공=알앤디웍스)독특하거나 자극적이거나 기괴한 캐릭터와 비극적이고 범상치 않은 이야기들이 주류를 형성한 한국 공연계에서 ‘안녕, 여름’의 평범함 혹은 잔잔함은 오히려 ‘신선함’을 선사한다.뮤지컬 ‘마마돈크라이’ 중 영생을 꿈꾸는 사회성 제로의 프로페서 브이, ‘검은사제들’의 구마사제 최부제, ‘헤드윅’의 ‘앵그리 인치’를 남겨둔 록밴드 보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박사,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동성에게 우정과 사랑을 느끼는 복역수 등 예사롭지 않은 역할들을 주로 했던 송용진에게도 ‘안녕, 여름’은 그래서 “꼭 다시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송용진은 “초연에 비해 더 깊고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딱히 달달한 장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랑하는 상대가 있고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겁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달의 폭력으로 태어나 저주와도 같은 영생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마마돈크라이’의 드라큘라 백작, ‘환상동화’의 전쟁광대, 시인 이상의 창작 고통을 무대로 옮긴 ‘스모크’의 초,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렌트’의 로저 등으로 극적이고 격렬한 연기를 주로 했던 장지후에게도 ‘안녕, 여름’의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의 로맨스”는 출연 이유가 됐다.“일상을 연기하는 일, 이걸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더 작은 단위의 연기? 자연스러운 연기? 여전히 이 부분에서는 고민이 많지만 큰 사건이나 도드라지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하는 연기랑은 다른 것은 분명하죠. 태민이는 무대 위에서 그저 기지개를 켜고 신문을 보고 여느 부부처럼 구시렁거리거든요. ‘차 좀 따라줘’ ‘밥은?’ ‘벌써 12시 반이야’ 등 대수롭지 않은 말들을 무대 위에서 내뱉는 경험은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이어 장지후는 “물론 아직 더 찾아가야 하고 어쩌면 평생 걸려서 배워야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게 이 일이 주는 매력”이라며 “좋은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아주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늘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연기할 그날이 올 때까지 노력해야죠. 로맨스는…그건 여전히 좀 부끄럽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12 18:51 허미선 기자

같은 기억, 다른 성장, 그 시절의 우리는…뮤지컬 ‘유진과 유진’

뮤지컬 ‘유진과 유진’ 출연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큰 유진 역의 강지혜, 큰 유진과 작은 유진 모두를 소화할 임찬민, 큰 유진 이아진,작은 유진 역의 김히어라·정우연(사진제공=낭만바리케이트)같은 유치원을 다닌 같은 이름의 두 소녀가 중학교 2학년이 돼 다시 만나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상처를 치유하고 위안받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 ‘유진과 유진’(6월 19~8월 22일 드림아트센터 3관)이 캐스팅을 공개했다.‘아동성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풀어낸 이금이 작가의 동명 청소년소설(2011년)을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같은 일을 겪었지만 그 상처를 당당하게 마주하며 성장한 큰 유진과 강제로 기억을 삭제 당한 채 착실한 모범생으로 살고 있는 작은 유진이 ‘그 일’로 표현되는 유치원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담는다.‘제인’ ‘해적’ ‘블랙메리포핀스’ 시데레우스‘ 등의 임찬민은 아픈 상처에도 구김살 없이 성장한 큰 유진과 중학교 2학년 큰 유진을 만나고서야 잊혀진 오랜 기억을 떠올리며 혼란을 겪는 작은 유진, 두 역할 모두를 소화한다.임찬민과 더불어 큰 유진 역에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개와 고양이의 시간’ ‘안나 카레니나’ ‘빨래’ 등의 강지혜, ‘태양의 노래’ ‘작은 아씨들’ ‘그날들’ ‘차미’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등의 이아진이 트리플 캐스팅됐다.작은 유진으로는 임찬민과 ‘베르나르다 알바’ ‘팬레터’ ‘마리 퀴리’ 등의 김히어라, ‘제인’ ‘차미’ ‘시련’ ‘무한동력’ ‘김종욱 찾기’ 등의 정우연이 번갈아 연기한다.같은 상처를 가지고 다르게 성장한 두 유진의 진실 찾기와 성장 여정에는 ‘나, 혜석’ ‘난설’ ‘왕복서간’ ‘줄리엣과 줄리엣’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등의 이기쁨 연출과 양지혜 음악감독, 김솔지 작가, 안예은 작곡가 등이 동행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08 18:10 허미선 기자

정동화·최석진·김이후, 김대현·주민진·김려원…올뉴 뮤지컬 ‘해적’

뮤지컬 ‘해적’의 루이스(위)와 앤(아래)을 연기하는 정동화(왼쪽부터), 김이후, 최석진(사진제공=콘텐츠플래닝)유료점유율 91%를 기록하며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았던 뮤지컬 ‘해적’(6월 15~8월 29일 드림아트센터 1관)이 제작사, 연출을 바꿔 올 뉴 캐스팅으로 돌아온다.뮤지컬 ‘해적’은 ‘사춘기’ ‘마마돈크라이’ ‘최후진술’ ‘알렉산더’ 등으로 공연 마니아들을 열광시키는 이희준 작가·김운기 연출·박정아 작곡가 콤비작으로 2019년 봄과 겨울 연달아 공연되며 사랑받은 작품이다.해적의 황금시대였던 18세기 카리브해에서 활약했던존 래컴, 앤 보니, 메리 리드 등 실존인물들의 이야기에 극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아버지 뒤를 잇고 싶은 17세 소년 루이스와 축복받지 못한 사생아 총잡이 앤 그리고 거칠지만 속 깊은 선장 잭과 집안 유산 상속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받은 검투사 메리를 두명의 배우가 소화한다.  뮤지컬 ‘해적’ 중 캡틴 잭(위)과 메리(아래)를 연기하는 김대현(왼쪽부터), 김려원, 주민진(사진제공=콘텐츠플래닝)해적이었던 아버지가 죽고 혼자 남겨진 소년 루이스와 사생아로 태어나 최고의 총잡이로 성장한 앤은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 ‘더 픽션’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트레이스유’ ‘라흐마니노프’ ‘랭보’ ‘쓰릴미’ 등의 정동화, ‘라 레볼뤼시옹’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인사이드 윌리엄’ ‘블랙메리포핀스’ ‘최후진술’ 등의 최석진, ‘유리동물원’ ‘제인’ ‘아킬레스’ ‘알렉산더’ ‘앤’ 등의 김이후가 번갈아 연기한다.거칠지만 마음 따뜻한 선장 잭, 패배를 모르는 검투사 메리는 ‘미오 프라텔로’ ‘아랑가’ ‘프리스트’ ‘빈센트 반 고흐’ ‘비클래스’ ‘트레이스유’ ‘이블데드’ 등의 김대현, ‘인사이드 윌리엄’ ‘더 픽션’ ‘배니싱’ ‘광주’ 등의 주민진, ‘베르나르다 알바’ ‘호프’ ‘머더 발라드’ ‘리지’ ‘관부연락선’ 등의 김려원이 트리플캐스팅됐다.해적들이 오가는 항구마을을 배경으로 홀로 남겨진 소년 루이스에게 해적이었던 아버지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캡틴 잭이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제작사 및 연출 교체, 성별과 상관없이 역할을 오가는 재능 넘치는 배우들로 새롭게 변주될 예정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07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에델라인클랑,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마마돈크라이’, 드라마 ‘공작도시’ 이충주 “차근차근 꿈으로 가는 중”

이충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무슨 일이야’ 싶은 상황이었어요. ‘몰리뜨바’(Molitva)는 팔 부상 상태에서도 기억에 남는 무대로 잘 끝냈다 싶었는데 제 SNS며 난리가 났더라고요. 세르비아의 원곡자에게 DM(Direct Message)가 오고 현지 신문이며 매거진에 기사도 났다고 하고….”JTBC ‘팬텀싱어 올스타전’ 팀 지목전에서 선보인 ‘몰리뜨바’로 에델라인클랑(김동현·안세권·이충주·조형균, 가나다 순)이 겪은 일들에 대해 이충주는 “어안이 벙벙, 딱 그 표현이 정확한 상태”라고 했다. ‘몰리뜨바’ 무대 후 원곡자인 마리야 세르포비치로부터 찬사를 받은 데 이어 세르비아 대사관으로부터 초청공연 제안을 받는 등 그야 말로 ‘핫이슈’의 주인공이 됐다.이충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델라인클랑의 이충주, 아쉬운 ‘미아’부터 역대 최고점 ‘담배가게 아가씨’까지!“저희 네명이 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감사함, 감격스러움 등 별별 감정이 다 교차했어요.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었죠. 감사하단 말은 약해요. 훗날 저희가 세르비아에 가서 노래를 실제로 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 자체로 영광이고 감격이었어요.”‘팬텀싱어 올스타전’ 경연과 더불어 이충주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5월 3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공연, ‘마마돈크라이’(5월 27~8월 22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습 그리고 생애 첫 드라마 ‘공작도시’ 촬영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경연에서 선보인 ‘보통날’도, ‘담배가게 아가씨’도 뮤지컬 무대에서 해오던 요소들을 가지고 온 무대였어요. 물론 싱어와 무대 배우로서의 차이는 있죠. 그 차이를 명확하게 둬야 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팬텀싱어 올스타전’ 경연을 하면서) 살짝 경계를 허물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저런 시도 중이죠.”‘팬텀싱어 올스타전’ 경연에 대해 “다 기억에 남고 다 아쉽다”고 토로한 이충주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담배가게 아가씨’이고 조금 아쉬운 무대는 첫 번째 ‘미아’”라고 짚었다. ‘미아’에 대해 이충주는 “가장 긴장하고 부담이 됐던 것 같다”며 “오랜만에 들려드리니 도전해보자 했는데 아쉬움도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담배가게 아가씨’는 이충주가 직접 선곡·편곡·안무·연출까지 주도한 무대로 ‘팬텀싱어’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경연 때마다 뮤지컬 공연하듯이 무대를 펼칠 수는 없을까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크로스오버 싱어 네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파격적인 무대가 나올 것 같았거든요. 멤버들의 동의 하에 제가 하고 싶은 무대를 맘껏 해봤죠. 멤버들의 도움을 얹어 좋은 결과까지 얻은, 크로스오버에서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도전이 아니었나 싶어요.”pspan style="font-weight: normal;"이충주가 ‘팬텀싱어 올스타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꼽은 ‘담배가게 아가씨’(사진=방송화면 캡처)이어 “공연이 기다려지는 무대”라며 “얼른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그 무대를 관객들 앞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에델라인클랑 뿐 아니라 함께 경연을 펼쳤던 팀들이 했던 무대 중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의 ‘겨울소리’와 미라클라스(김주택·박강현·정필립·한태인)의 ‘I‘ll See You Again’을 꼽았다.“첫날 첫 무대였던 포르테 디 콰트로의 ‘겨울소리’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네 사람 목소리가 한 사람처럼 울려 퍼지는 걸 보면서 사람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구나 느꼈죠. 그리고 미라클라스가 제일 마지막에 선보인 웨스트라이프의 ‘I‘ll See You Again’은 ‘미라클라스가 미라클라스했다’고 할 정도로 감동이었고 오래 기억에 남는 무대죠.”◇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의 향연,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충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굉장히 독특하고 특별한 무대예요. 공연할 때마다 엔돌핀과 아드레날렌이 솟는 느낌이죠. 한회 한회 끝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 코로나19만 아니면 훨씬 더 관객들과 호흡하며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아요.”크로스오버 가수로서도 관객들을 직접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이충주는 3월부터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아나톨로 분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중 2편 7부의 극히 일부에서 영감을 얻은 이머시브 공연으로 홍광호·케이윌, 정은지·이해나, 박강현·고은성 등과 함께 한국 초연 중이다.“하나 확실한 건 이제까지 전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스타일의 뮤지컬이라는 점이에요. 다시 이런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특별한 공연이죠. 코로나19 때문에 100 중 10~20밖에 못하는 상황이 아쉬워요.”이 작품에서 이충주는 향락과 유흥에 빠진 젊은 군인으로 순진한 나타샤를 사랑하고 상처주는 아나톨로 분하며 전공인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자칫 오해되기 쉬운 아나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충주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극을 흔들어주는 존재”라고 표현했다.“나타샤의 마음을 흔들고 피에르와 갈등을 만들죠. 너무 진지하고 깊게 들어가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지점들이 많은 인물이에요. 이 작품에서는 극 자체에 잘 녹아든 조연으로서 극을 잘 흔들어주고 갈등요소를 주는 인물로 존재하고 있어요. 나타샤를 사랑하는 데도 진심이고 제가 흥이 나야할 때는 기운을 돋우고 도망갈 때는 쿨하게 떠나죠.”아나톨은 극 중 바이올린 연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흥을 돋우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바이올린으로 예술고에 입학한 전공자로 “노래를 하고 배우를 하면서 오래 악기를 쉬어서 걱정이 됐다”며 “입시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바이올린 레슨을 다시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p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아나톨 역의 이충주(사진제공=쇼노트)“전공자로서의 기준점까지 다시 끌어올려야 했어요. 신이 나서 노는 장면이라 악기 연주에 굉장히 비중을 많이 실었고 연습을 많이 해야 했죠. 현재 무대에서 연주하는 악기도 제가 고등학교 때 쓰던 바이올린이에요. 아나톨로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주고 싶지 않은 기억은 관객들이 ‘저 배역이 갑자기 연주하러 들어가는구나’라고 느끼는 거예요. 극과 하나 돼 녹여진 연주를 하고 싶어요. 연주하느라 놀지 못하거나 노느라 연주를 못하지 않도록, 그래서 미안함이 들지 않도록 엄청 연습했죠.”이충주와 아나톨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강현, 고은성 역시 ‘팬텀싱어 올스타전’에 출연했던 미라클라스, 흉스프레스(고은성·권서경·백형훈·이동신) 소속의 배우들이다.“(고)은성이는 밝고 유쾌하면서도 아이같이 천진난만하고 개구진 부분도 있는 아나톨이에요. (박)강현이는 순수하면서도 그 아이가 가진 귀족적인 매력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가지만 부러워요. 워낙 두 친구 다 훌륭한 배우이자 싱어죠.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신선했고 자극이 됐어요. 같은 작품에 출연하다 보니 더 끈끈해지기도 했죠.”◇드디어 오를 ‘마마돈크라이’, 새로운 도전 드라마 ‘공작도시’이충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나에게 일이 주어진다면 몸이 부서져라 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해내야 한다고 다짐하는 시기를 보냈어요.”‘팬텀싱어 올스타전’ 경연과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 드라마 촬영을 동시에 소화했던 이충주는 “일할 수 있는 감사함”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경연과 ‘그레이트 코멧’ 공연, 드라마 촬영을 동시에 하면서 너무 힘들고 잠 잘 시간도 부족했어요. 하지만 저는 코로나19 때문에 작년에 꽤 오랜 시간을 쉬었어요. 일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당연하게 혹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죠. 무대에서 노래하고 관객과 만나 연기하는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이고 감히 ‘힘들다 ’얘기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이충주는 ‘팬텀싱어 올스타전’에 이은 갈라콘서트 준비,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에 이어 ‘마마돈크라이’ 연습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마마돈크라이’는 코로나19로 수차례의 취소를 거쳐 5월 2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타고난 천재성, 병적인 수줍음으로 사회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프로페서 브이(허규·송용진·조형균·박좌헌·백형훈·양지원·최민우,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가 달의 폭력, 엄마의 불행으로 태어나 불멸의 삶을 얻은 드라큘라 백작(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노윤)을 만나 위험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충주는 불멸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프로페서 브이를 매료시키는 드라큘라 백작으로 2016년부터 함께 하고 있다. “작년에 10주년 공연을 올리려다 2번이나 취소돼 허탈감이 컸어요. 이제는 공연이 잘 올라가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제가 여러 번 섰던 무대라는 것과는 별개로 특별하고도 감사한 무대 같아요. 이번 시즌의 첫 무대에 서는 순간 복합적인 감정들이 들 것 같아요. 저도, 관객분들도 많은 아쉬움을 안고 기다린 만큼 좋은 무대로 보답해드리려고 노력 중입니다.”pspan style="font-weight: normal;"이충주(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더불어 하반기에 방송될 수애·김강우 주연의 ‘공작도시’로는 생애 첫 드라마에 도전한다. 자신이 연기할 중앙지검 검사 박정호에 대해 이충주는 “아주 진중한 검사”라며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리곤 “대본을 열심히 연구 중”이라며 “검사라는 직업적인 부분 보다는 이 인물이 드라마 안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정서를 더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예전부터 꿈이었어요. 뮤지컬 배우 생활을 하면서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싶은 꿈이요. 지금은 제가 할 수 있고 맡겨진 좋은 역할들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굉장한 반전을 가진 악역, 열쇠를 쥔 인물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차근차근 꿈을 향한 스텝을 밟아가는 과정 같아요. 물론 뮤지컬과 드라마 연기는 다르고 힘든 부분도 있죠.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부분들이 감격스러워요. 대박 반응 보다는 잘 다져져서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매일 즐겁고 설레며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03 18:45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This is Moment]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3막 쉐이드 군무…‘발레 블랑’의 진수

신비롭고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박슬기·김리희·신승원·박예은), 사랑하는 여인과 권력욕 사이에서 고뇌하는 용맹한 무사 솔로르(김기완·박종석·허서명·하지석), 권력의 정점에 선 당당한 공주 감자티(정은영·박예은·심현희), 니키아에 대한 사랑으로 신과의 맹세를 저버린 제사장 브라만(송정빈·강동휘). 네 남녀의 얽히고설켜 사랑을 갈구하거나 지키고자하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5년만에 무대에 올랐다. 강수진 예술감독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1887년 프랑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러시아 왕실을 위해 무대에 올린 초연을 1991년 유리 그리고로비치(Yuri Grigorovich)가 재해석한 버전이다.마린스키 극장 무용수 출신인 유리 그리고로비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지 인형’ ‘백조의 호수’ ‘지젤’ ‘돈키호테’ ‘스파르타쿠스’ ‘이반대제’ ‘황금시대’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리며 볼쇼이 발레단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러시아 발레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라 바야데르’사진제공=국립발레단)유리 그리고로비치 ‘라 바야데르’의 매력은 다양하다. 주요 네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서사는 흥미진진하며 연인인 니키아·솔로르의 파드되(2인무)는 로맨틱하고 사랑과 배신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표현되는 니키아의 독무는 처연하다. 상징적인 스카프를 활용한 군무는 의미심장하고 한 남자를 두고 팽팽하게 격돌하는 니키아와 감자티의 대립 장면은 긴박감이 넘친다. 무용수들의 기량이 한껏 발휘되는 솔로르·감자티의 바리에이션, 2막 인도무희들이 선사하는 부채춤·양동이춤·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 황금신상 춤 등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선보이는 춤)은 화려하고도 인상적이다.  ‘발레 블랑’의 진수를 선보이는 ‘라 바야데르’ 3막의 쉐이드 군무(사진제공=국립발레단)국내에서 손꼽히는 최고 기량의 프리마돈나와 발레리노의 고난도 테크닉과 섬세한 연기력은 여지없이 발휘돼 감탄할만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라 바야데르’의 백미는 단연 3막이다. 니키아의 죽음에 좌절한 솔로르가 환영처럼 빠져드는 망령의 왕국에서 선보이는 쉐이드 군무는 ‘지젤’의 2막, ‘백조의 호수’ 2·4막과 더불어 ‘발레 블랑’(Ballet Blanc)의 진수로 꼽힌다.백색 튀튀를 입은 32명의 발레리나들이 순차적으로 가로 9미터, 세로 6미터, 높이 22미터, 경사각 9도에 이르는 장치 위를 아라베스크를 하며 등장하는 장면이다. 첫 번째 무용수는 46번의 아라베스크를 수행해야 하는 고난이도 장면이며 가장 클래식발레다운 장면이기도 하다.발레단의 역량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으로 꼽히기도 하는 ‘라 바야데르’ 3막 쉐이드 군무에 임하는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은 권력욕과 찰나의 선택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회한에 빠진 솔로르 뿐 아니라 관객들 모두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기에 충분하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5-02 19:48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This is Moment] 저마다의 목소리만을 내는 지금 사람들의 불편한 투영…연극 ‘정의의 사람들’

연극 ‘정의의 사람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하지만 연극 ‘정의의 사람들’(5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5장, 저마다의 주장만을 외치는 사람들이다. ‘정의를 위한 살해의 정당성’이라는 카뮈의 원작이 던지는 질문에 그 당시와는 다른 시대에서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불쑥 불쑥 난입해 ‘정의의 정의’를 묻는다.극의 흐름은 다소 어수선하고 장면들은 부조화를 이룬다. 원작이 가진 무게감도, 진중함도, 아이러니도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런 극에서 “왜 굳이 카뮈의 ‘정의의 사람들’일까, 그 마지막은 왜 달라져야 할까”를 고민한 창작진의 고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장면 역시 엔딩이다.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이는 단 한명도 없다. 원작에서 ‘정의실현’을 위해 대공을 죽인 칼리아예프(김시유)는 어쩌면 그 시대의 국가 혹은 체제를 상징하는 스쿠라토프(강신구), “너희의 정의가 진짜 정의인지?”를 끊임없이 묻는 사내(신현종) 등과 첨예하게 갈등하고 고민하다 2021년을 연상시키는 어딘가에 존재하게 된다.연극 ‘정의의 사람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독립군들이 있고 노동법 준수를 외치는 근로자들이 있는가 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이들도 등장한다. 더불어 서로를 ‘개진보’ ‘꼴보수’라고 칭하는 극진보와 극보수, 성소수자, 남녀 등이 서로를 조롱하고 격돌하다 저마다의 주장만을 목소리 높여 부르짖는다.주인공인 칼리아예프의 목소리마저 묻혀 버리는 주장들의 난무 속에는 구체적이고 개인화된, 칼리아예프가 살았던 시대의 것과는 다른 정의들이 자리 잡고 있다.절대 불변의 정의는 과연 존재하는가. 남의 정의에는 귀를 닫고 목소리 높여 외치는 스스로의 정의만 옳은 것인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시니컬함이 ‘정의’를,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지금에 이르렀는가.4막까지 구현된 원작이 던진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살인은 정당한가’라는 물음에서 확장된 ‘정의의 정의’에 대한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미심장한’ 엔딩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30 18:45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포미니츠’ 김선영·김환희 “그 4분 후 크뤼거와 제니는…”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크뤼거처럼 끊임없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기질은 저에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상황을 만들기를 원하고 누군가를 설득할 의지도 있는 것 같거든요.”김선영은 뮤지컬 ‘포미니츠’(5월 2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연기 중인 트라우드 크뤼거(김선영·김선경, 이하 관람배우 순)와 닮은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고집 피우는 타입은 아닌데 제 안에도 무언가를 향한 고집, 끊임없이 생각하고 가고자하는 게 비슷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뮤지컬 ‘포미니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06년 개봉한 크리스 크라우스(Chris Kraus)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루카우 교도소의 여성 재소자들에게 60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 폰뢰벤(김환희·김수하)이 서로를 통해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서는 과정을 그린다.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김선영이 연기하는 크뤼거는 과거 전쟁에서 겪은 일들과 죄책감으로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차단하며 높은 벽을 쌓아 올린 인물로 난폭해질 대로 난폭해져 교도소 내 골칫거리가 돼 버린 제니를 만나면서 스스로의 살아갈 길을 찾아간다.김선영은 “저도 표현은 잘하는 편임에도 아주 친절하게 표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연기를 할 때도 담고 참으면서 하는 걸 좋아한다”고 크뤼거와 닮은 점에 대해 얘기했다.“숨기는 재능은 없어요. 일부러 숨기려는 건 아닌데 복잡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보니 인물에도 투영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심플한 사람도 아닌데 단순한 면도 있어서 복잡하게 생각에 생각을 꼬리 무는 성향들이 인물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천재성으로 인한 상처와 지켜야할 존재를 지키지 못한 아픔에 스스로를 가둔 제니 역의 김환희는 “(저와 제니) 둘 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아픈 걸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 같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누가 들어도 아픈 상처이고 대수로운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는 ‘미련한 착함’이랄까요. 미련한 자기 짓누르기는 너무 어른인데 또 어리숙하고…표현 자체를 불편해 하면서도 어려워하는 것 같거든요.”◇경이로운 후배들, 무대 위 살아 있는 선배들“크뤼거로서 제니를 보는 것도 여러 가지 감정이 들지만 (김)수하랑 (김)환희를 볼 때마다 너무 놀라워요. 둘이 너무 다른데 너무 잘해요. 이 배우 둘을 어쩌면 좋을지…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김선영은 제니 역의 김환희와 김수하에 대해 “연습실에서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부터 무대에 오르는 걸 보면서 놀라곤 한다”며 “이 작품으로 둘을 만나서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감탄했다.“그 광기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누구나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담대하게 연기로 다 쏟아내는 것 또한 재능이거든요. 두 배우는 정말 누가 더 미쳤나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둘 다 너무 무서워요. 그 집중력이랑 대담한 표현 등이 너무 멋있어요. 한참 동생들이지만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어요.”재능 넘치는 김환희·김수하와 함께 하는 무대에 대해 김선영은 “저는 그날그날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배우여서 제니들의 눈빛, 호흡, 템포 등을 따라 저도 굉장히 긴밀하게 반응하면서 너무 재밌고 뿌듯하다”고 말을 보탰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김선영의 찬사에 김환희는 “연습하다 어느 순간 오셔서 ‘너무 잘한다’고 말씀해주시곤 하셨는데 그 진심이 느껴져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김)선영 선배님의 크뤼거는 굉장히 섬세해요. 크뤼거는 솔직하지만 말을 아껴요. 하지만 눈빛에서 감정과 느낌이 다 보여요. 그런데 선배님의 크뤼거가 그래요. 그 안에 어떤 생각인지가 저에게 그대로 다가와요. 대사 없이 ‘내 맘 속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눈빛으로 말씀하시면 저도 느껴져요. ‘너한테 내 마음을 들키지 않을거야’라고 마음먹었다면 진짜 안읽혀요. 그런 선배와 함께 하면서 무대 위에서 진짜 살아있음을 느끼죠.”그리곤 “크뤼거가 제니에게 색을 입혀주는 것처럼 선영 선배님이 저 김환희에게 주는 영향력도 같다”며 “한 장면 한 장면 생명력 있고 너무 섬세한 선배와 같은 무대에 오르는 게 매회 영광”이라고 털어놓았다.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김선경 선배님은 다정다감하고 간단명료하세요. 투박하고 어떨 때는 진짜 사관 같기도 하죠. 두 선배님이 너무 달라서 크뤼거가 이럴 것이다, 제니가 이럴 것이다 정답을 정해놓지 않고 각자만의 제니를 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선배님들이 매회 같은 게 아니어서 매회 다른 공연을 하는 것 같을 때도 있어요. 정말 살아 있음을 느끼죠.”◇그리고 그 후의 우리는…“저도 상상해요. 콩쿠르 이후 제니와 크뤼거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크뤼거를 못만나겠죠. 하지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크뤼거가 저(제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애타게가 아니라 일상처럼요.”김환희는 콩쿠르 후 크뤼거와 제니에 대해 이렇게 밝히며 “저(제니)도 크게 욕심내지 않고 탈옥 등 법을 어기거나 죄를 지은 데 대한 벌을 달게 받았을 것”이라며 “제니라면 저보다는 세상을 더 잘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러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어쩌면 아빠랑 다시 만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진 않겠지만 아빠가 와서 대화를 하고 오해는 풀 수도 있지는 않을까 싶어요. 다 열린 마음은 아니겠지만요. 같이 사는 삶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김환희의 말에 김선영은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건 거기까지만 했을 거 같다”며 “제니의 연주에 ‘브라바’ 하는 순간, 그 후부터는 스스로 60년 동안 붙잡고 있던 데서 해방됐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제는 집에서 좀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연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말 피아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주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서 간간이 제니의 소식도 듣게 되겠죠. 만났을지는 모르겠어요. 크뤼거가 찾아가지는 않았을테고 제니가 찾아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이렇게 전한 김선영은 “이 작품도 좋지만 훌륭한 배우들을 만나 너무너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김환희에 대해 “순수하면서도 그 안에 강인함을 가진 배우”라고 표현했다.“굉장히 매력적인 마스크예요. 그 안에 그렁그렁함 뿐 아니라 다양한 모습이 있는 환희가 이런 역할을 만나서 마음껏 표현하는 걸 지켜보는 기쁨이 너무 커요. 알아서 자기 길을 잘 만들어 갈 거라는 믿음도 생겼죠. 저는 크뤼거처럼 지켜봐주는 선배로 있으면 될 것 같아요.”이렇게 말하는 김선영에 대해 김환희는 “그저 영광”이라며 “무대에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같이 무대에 서는 하루하루가 아깝고 보내기 싫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평생 무대해 주세요. 선배님이 저를 ‘파트너’라고 얘기해주시는 게 너무 쑥스럽지만 무대에 계속 있어주시면 저도 더 열심히 해서 성장할게요. 선배님처럼요. 선한 영향력으로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매력을 가진, 부지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김환희의 말에 김선영은 “제가 크뤼거와 호프 나이가 되면 대사 몇줄 하고 들어가는 역이라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민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럴 수 있다면 좀 요란하지 않게, 무대 위에서 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선배이자 어른으로 후배들 옆에 좀 더 오래요. 나이들어서까지 이렇게 좋은 작품과 배우들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리며 배우로 살 수 있다면, 그만큼 축복받은 삶이 어딨을까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30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시카고’ 티파니 영 “니나 시몬, 엘라 피츠제럴드로 저만의 록시 하트 찾았죠!”

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 역의 티파니 영(사진=이철준 기자)“재즈 베이스의 음악인만큼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톱25를 정말 많이 공부했어요. 다양한 노래를 불러보고 공부하면서 톤과 텍스처를 어떻게 만들어 갈까 고민을 많이 했죠.”뮤지컬 ‘시카고’(7월 1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록시 하트(아이비·민경아·티파니 영,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소녀시대 티파니 영은 신이 나 있었고 연신 “행복하다”고 했다.“특히 니나 시몬의 ‘필링 굿’과 엘라 피츠제럴드 ‘서머타임’을 정말 많이 불렀어요. 얼마나 미니멀하고 시적인지…송라이터로서 이렇게 저렇게도 불러보고 독백으로 분석도 하면서 ‘와우 나도 재즈를 불러보는 구나’ 싶었죠. 색다르게 다가왔어요.”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로 분하고 있는 티파니 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그렇게 찾아낸 록시 하트에 대해 티파니 영은 “사랑받고 보호 받고 싶은 인간으로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면도 있고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어떤 선택과 리액션에서 본능적으로 ‘내 안에 이런 것도 있구나’ 깨닫고 야망에 눈 뜨는 록시로 표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그 역시 스타를 꿈꾸는 록시 하트처럼 소녀시대 데뷔 전 연습생 시절을 보내며 무대에 오를 날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록시 하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스타를 꿈꾸는 데 공감해서 아니었어요. 누구에게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을 스타가 되는 걸로 찾으려 했던 거죠. 프레드한테도, 벨마(최정원·윤공주), 마마(김경선·김영주), 빌리(박건형·최재림)한테도 사랑과 보호를 찾는 것 같아요. 사랑에 고파하는 록시를 보면서 누구나 공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는 “저는 악기로서 무대에 서는 거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디랙션을 많이 받고 싶었다”며 “타냐 나디니 연출님이 모든 배우를 관찰하고 저마다의 성향을 극대화시킨 록시를 만들어 주셔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에이모스한테 얄밉게 말해보거나 생각하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하는 식이었죠. 얄밉게도, 요염하게도 해보려고 했는데 ‘굉장히 순수한 록시’라고 하셨어요. 정말 순수하게 몰라서 묻는데 상처가 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굉장히 순수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록시가 티파니의 장점이라고 해주셨죠.”◇Dreams Come True! 감격의 나날들 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 역의 티파니 영(사진=이철준 기자)“시간이 지나도 이해가 가고 어느 시대와 언어로 번역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각본이 탄탄한 작품이에요. 그리고 너무 멋져요(So Chic)! 조명, 연출, 사운드, 밴드…미니멀하지만 임팩트 있는 ‘시카고’ 스타일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좋아요.”티파니 영에게 ‘시카고’는 “2009년 20대가 되자마자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본 뮤지컬도, 한국에서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 시간만 되면 관람했던 뮤지컬이었고 볼 때마다 매력에 빠져 들고 더 알고 싶을” 정도로 꿈의 무대였다.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 역의 티파니 영(사진=이철준 기자)그에게 콜 캐스팅(배역에 어울릴만한 배우들에게 오디션 참가를 권유하는 캐스팅)이 간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오디션에 지원서를 제출할 정도로, 오디션 관계자들이 “가장 준비를 많이 한 참가자”라고 인정할 만큼 그에게 ‘시카고’는 그의 꿈이었다.“(오디션 과제로 주어진) 춤과 대사를 전부 외워갔어요. 좀 더 디테일하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좀더 몰입하고 싶어서 백스토리를 만들고 록시가 입던 옷, 듣던 음악, 술 등을 준비했죠.그렇게 200대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록시 하트로 꿈의 무대에 서는 요즘은 그가 연신 외치는 “감격” “행복” 그 자체다. 뮤지컬 ‘시카고’는 환락과 갱단, 물질만능이 판치던 1920년대 격동기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애증과 배신, 유혹과 살인, 남성 중심의 도덕관, 외모지상주의 등으로 얼룩진 사회를 경쾌하고 농염하게 풍자한다.‘시카고 트리뷴’ 기자이자 희곡작가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1926년 쿡카운티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연극(원제 A Brave Little Woman)을 원작으로 한다. 무성영화로도 선보였던 작품으로 신체적인 결함을 안무로 승화시킨, 그 이름 자체로 스타일이 되는 밥 포시(Bob Fosse)의 대표작이기도 하다.“워낙 ‘스위트 채리티’ ‘캬바레’ ‘피핀’ 등 밥 포시 작품을 좋아해요. 저 뿐 아니라 소녀시대 안무가 리노 나카소네도 밥 포시 스타일을 좋아해서 무대는 물론 콘서트 오프닝 넘버 등도 밥 포시 구성이나 연출이 많았어요.”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로 분하고 있는 티파니 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그렇게 소녀시대 덕분에 팝 포시 스타일의 기본이 다져져 있는 티파니 영에게도 ‘시카고’ 안무는 ‘난코스’였다. 그와 그의 공연을 보러 왔던 소녀시대 멤버들의 말처럼 “어려서 볼 때는 너무 예쁘고 시크하고 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한목소리를 낼 정도였다.“안무 연습에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다들 ‘그게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내 몸이 불편하면 맞는 거구나, 하이힐을 신었을 때 불편하지만 예쁜 느낌인가’ 싶었죠. 안무 감독님이 (출연진들이 표현해야하는) 동작들을 종이처럼 오려서 벽에 붙여 두셨어요. 저 뿐 아니라 배우들 40명이 그 벽에 붙어 매일을 연습했죠.”그 결과 소녀시대 멤버들이 뿌듯하게 지켜보며 “티파니는 이제 댄스해야 겠다”고 인정할 만큼 표현되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 역의 티파니 영(사진=이철준 기자)“저는 엑소 카이나 샤이니의 태민처럼 엇박에 춤추는 걸 좋아해요. 두 사람 춤을 보면서 ‘언젠가는 저렇게 출거야’라고 진지한 저를 보면서 멤버들이 많이 웃기도 했죠. ‘시카고’를 보고 엇박에 맞추는 저를 보고는 효연이가 반 놀리듯 ‘댄스 해도 된다’고 해줬어요.”◇고맙다! 록시 하트 그리고 ‘시카고’ 팀“록시 하트에게 제일 고마워하는 부분이 실수를 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고 깨닫게 해준 거예요. 록시 하트는 순발력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아이디어 뱅크같아요. ‘이거 아니면 이거 하면 되지’ 하는 유연성에 반했죠. 연습 초반에는 뭐 하나만 틀려도 도미노처럼 집중력이 와르르 다 무너지곤 했어요.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자책을 했죠.”스스로에 대해 “완벽주의라기 보다는 퀄리티를 좋아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제가 너무 팬인 ‘시카고’이기 때문에, 제가 봤을 때 ‘아! ’시카고‘ 재밌어’라고 했던 것처럼 저도 그렇게 느낄 수 있는 퍼포먼스를 누군가에게 주고 싶었다”며 “완벽 보다는 퀄리티로 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털어 놓았다.“제 자신한테 너무 엄격했던 것 같아요. 되게 치열하고 좀만 이상해도 힘들어 했죠. 실수 하나로 ‘티파니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을까 제 자신을 철통보안으로 꾸미기도 했어요. 연습실 갈 때가 제일 행복하고 편했어요. 예전 같으면 새벽에 일어나 풀 메이크업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고, 있는 그대로여도 ‘너는 티파니고 록시야’라고 해주는 안정한 공간을 만나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요.”그렇게 완벽주의자든, 퀄리티를 추구하든 스스로의 실수에 엄격했던 티파니는 이제 실수에 “실수도 할 수 있지. 같은 실수 다시는 안하면 돼” 혹은 “뭐 어때? 다른 거 해볼까?”라고 당당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됐단다. 그를 변화시킨 건 록시 하트 그리고 그의 표현을 빌자면 “너무 치열하고 힘들지만 정말 색다르고 감사한 연습 현장”이었다.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 역의 티파니 영(사진=이철준 기자)“연습하다가 제가 우는 걸 보면 모든 배우분들이 ‘네가 준비 안돼 있으면 우리가 어떻게든 함께 준비해 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어요. 보호받고 치유받는 현장에서 매일 쇼를 하고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를 했어요. 타냐 나디니 연출님이 ‘네 인생에서 너무 필요했던, 선물 같은 역할을 만난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죠.”그렇게 두 달이 걸려서야 “마음이 편해지고 팀에 대한 믿음과 유연성이 생겼다”며 “항상 세팅하고 살아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자신부터 알고 내려놔야 보는 사람도 편해지고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시카고’를 통해 배웠다”고 털어놓았다.“그때랑 지금은 제가 봐도 달라요. 매일매일 감독님들이 전날보다 잘 할 수 있다고 해주셨어요. 그럴 때면 ‘저는 나무입니다. 자랄 거지만 쑥쑥 안자랄 수도 있어요’라고 했죠. 그럴 때마다 다들 ‘넌 할 수 있어, 우리가 함께 하는 거야’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렇게 저는 달라졌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26 19:03 허미선 기자

손준호에 이어 박세리 코로나19 확진, 김소현·김준수·신성록·전동석·민우혁 등은 음성

박세리(왼쪽)와 손준호(사진제공=바즈인터내셔널, sidusHQ)23일 손준호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전 프로골퍼 박세리도 24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박세리는 21일 네이버나우 ‘세리자베스’ 게스트로 출연했던 손준호와의 밀접촉으로 2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오늘(24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리자베스’에 함께 게스트로 출연했던 김준수는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내달 5일까지 스케줄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손준호가 연습에 참여했던 뮤지컬 ‘드라큘라’(5월 18~8월 1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의 김준수를 비롯한 신성록·전동석 등 출연진 및 스태프들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드라큘라’ 제작사 오디컴퍼니에 따르면 ‘드라큘라’ 팀은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명의 스태프를 제외하고는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더불어 “뮤지컬 ‘드라큘라’ 연습과 ‘맨오브라만차’(5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에 동시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은 모두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판정을 받았다”며 “금일부터 ‘맨오브라만차’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알렸다.손준호의 배우자인 김소현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다. 김소현이 출연 중인 뮤지컬 ‘팬텀’(6월 27일까지 샤롯데씨어터) 관계자는 “신속항원 검사 결과 어제 오후 음성 판정을 받았고 보건소 검사에서도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더불어 선제적 차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던 ‘팬텀’의 전체 배우, 스태프, 오케스트라 역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역학조사 결과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김소현과 전동석이 2주간 자가격리에 돌입하게 되면서 캐스팅 변경은 피할 수 없게 됐다.22일 출연 중인 뮤지컬 ‘광주’(4월 25일까지 LG아트센터) 공연 후 손준호를 만났던 뮤지컬 배우 민우혁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23일 공연을 취소했던 ‘광주’ 관계자에 따르면 “민우혁 배우가 손준호 배우를 만나기는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했고 잠시 물건만 주고 받았다.” 이어 관계자는 “민우혁 배우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자발적 자가 격리에 돌입한다”며 “이에 (민우혁이 출연 예정이던) 24, 25일 14시 공연은 캐스팅을 변경해 진행된다”고 전했다.‘드라큘라’ 랜필드 역의 김도현이 출연 중인 ‘아이위시’(5월 23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2관) 제작사 아이엠컬처 역시 “김도현 배우는 금일(24일) 오전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2주 자가격리를 진행한다”며 24일 2시, 6시 공연 취소를 알렸다.‘드라큘라’ 루시 역의 이예은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음으로서 막바지 연습 중인 연극 ‘안녕, 여름’(4월 27~6월 20일 유니플렉스 2관)도 정상 개막한다. ‘안녕, 여름’ 관계자는 “캐스팅 변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다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10개가 넘는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조기폐막했던 “지난해 8월의 악몽은 재연되지 않았지만 보다 철저한 방역과 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24 17:00 허미선 기자

손준호 코로나19 확진에 공연가 들썩

뮤지컬 ‘드라큘라’ 반 헬싱 역의 손준호(사진제공=오디컴퍼니)연일 확진자수 6, 700명대를 기록 중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4차 확산세에 공연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뮤지컬 ‘드라큘라’(5월 18~8월 1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습에 한창인 배우 손준호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3일 오전 sidusHQ는 손준호가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느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이어 “현재 감염경로 파악을 위해 보건 당국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동선이 겹치거나 접촉이 있었던 모든 스태프 및 접촉자 등은 즉시 검사를 진행했거나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손준호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함께 연습 중이던 김준수·신성록·전동석 등 ‘드라큘라’ 배우진과 스태프 전원, 아내 김소현, 그가 21일 게스트로 출연했던 네이버나우 ‘세리자베스’ 진행자 박세리 등이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드라큘라’ 연습을 함께 했던 스태프가 참여한 ‘맨오브라만차’도 23일 공연을 취소했다배우 및 스태프 등이 여러 극에 동시 출연 혹은 참여하는 한국 공연계 특성에 ‘드라큘라’ 뿐 아니라 김소현이 출연하는 뮤지컬 ‘팬텀’(6월 27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드라큘라’ 스태프가 참여 중인 ‘맨오브라만차’(5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랜필드 역의 김도현이 출연 중인 ‘아이위시’(5월 23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2관)가 23일 공연을 취소했다.더불어 루시 역의 이예은이 막바지 연습 중인 연극 ‘안녕, 여름’(4월 27~6월 20일 유니플렉스 2관)도 “내일 검사 결과 및 후속 조치에 따라 캐스팅 변경, 개막일 연기 등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나단 역의 백형훈이 프로페서V로 출연예정인 ‘마마돈크라이’(5월 27~8월 2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는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연습 전이라 배우들이 다같이 모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팬텀’의 제작사 EMK뮤지컬은 밀접촉자 뿐 아니라 “선제적 차원에서 전체 배우와 스태프, 오케스트라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팬텀’ 관계자는 “내일까지는 일단 멈추고 캐스팅 변경, 공연 중단 등 경우의 수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 두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다수의 공연관계자들은 “지난해 3월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10여개의 공연이 셧다운됐던 8월의 악몽이 재연될까 초긴장 상태”라며 “그때도, 이번에도 느끼는 건 소규모 집단 감염이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드라큘라’ ‘팬텀’ ‘맨오브라만차’ ‘아이위시’ ‘안녕 여름’ 뿐 아니라 N차 접촉자들이 참여해 연습 중이거나 공연을 하고 있는 수편의 작품들까지 긴장 상태로 관련 배우, 스태프 등의 검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23 21:45 허미선 기자

손준호, 코로나19 확진 판정…뮤지컬 '드라큘라' '팬텀' 비상

손준호. 사진=싸이더스HQ뮤지컬배우 손준호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23일 소속사 싸이더스HQ는 “손준호 씨는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느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라고 알렸다.이어 “현재 감염경로 파악을 위해 보건 당국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동선이 겹치거나 접촉이 있었던 모든 스태프 및 접촉자 등은 즉시 검사를 진행했거나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배우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앞으로도 보건 당국의 지침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수칙을 준수하겠다”라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손준호의 확진에 따라 오는 5월 막을 올릴 예정이었던 뮤지컬 ‘드라큘라’도 비상이다. 손준호는 극 중 반 헬싱 역으로 캐스팅된 상태다. 뮤지컬 측은 손준호와 함께 연습한 배우와 제작진도 검사를 진행한다고 전했다.손준호의 배우자인 뮤지컬배우 김소현 역시 이날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소현은 현재 뮤지컬 ‘팬텀’에 출연하고 있다.‘팬텀’ 측은 이날 오후 3시와 7시 30분 공연을 취소하고, 출연 배우와 오케스트라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공연 계획은 검사결과에 따라 정한다는 방침이다.이종윤 기자 yagubat@viva100.com

2021-04-23 13:28 이종윤 기자

[비바100]피아노 선율에 삶이 다시 흐른다! 뮤지컬 ‘포미니츠’ 김선영·김환희 “그렇게 살아간다”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원작영화 중 ‘우리 모두는 해야 할 일이 있고 너는 당장 엉덩이를 떼고 움직여야 한다’는 크뤼거의 대사가 강하게 다가왔어요. 그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을 하기로 결심했죠.”뮤지컬 ‘포미니츠’(5월 2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크뤼거로 출연 중인 김선영은 출연 이유를 이렇게 전하며 “그 순간을 위해 달려왔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그 메시지만 잘 전달되고 표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인 한나를 잃고 그와의 관계를 부정했던 죄책감으로 60년 동안 스스로를 과거에 가둔 채 살고 있는 크뤼거를 연기하고 있는 김선영은 올 초까지 공연됐던 전작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서도 나치시대에 겪은 일로 수십년 동안 자신을 버린 채 원고 K에 집착하는 노인 에바 호프을 연기했다.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너무 밭게 하게 돼서 고민은 잠깐 했어요. 작가님도 같고 이야기의 구조에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사실 걸리긴 했죠. 게다가 코로나19로 ‘호프’ 공연이 미뤄지면서 ‘포미니츠’와 연습이 겹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요. 이 작품이 향해 내달리는 마지막 4분, 콩쿠르 결승전에 제니가 참가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되는 크뤼거의 마인드에 집중했죠.”제니 역의 김환희 역시 전작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폭압적인 어머니에 의해 집안에 감금돼다시피 한 아멜리아를 연기한 바 있다. ‘포미니츠’의 제니 역시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고 주변 사람들과 드잡이를 하며 스스로도 생채기내는 인물이다.“아멜리아도, 제니도 ‘여기가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공통점 같아요.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죠. 아멜리아는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좋게 생각한다면 제니는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는 마음이거든요.”‘포미니츠’에 대해 “인생 얘기 같아서 많은 걸 느낀다”며 “제 입으로 제니에 대해서, 크뤼거에 대해서, 포미니츠의 연주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다 보면 생각이 더 많아지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이전의 역할들은 폭력을 당하거나 방관자였어요. 제니 같은 성격을 연기해본 적이 없었죠. 폭력적이고 내 안의 것을 분출하는 솔직한 사람이요. 모든 사람들 마음 한켠에는 그런 성격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저 역시 처음 제니를 만났을 때는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할수록 내 안에 제니의 성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뮤지컬 ‘포미니츠’는 2006년 크리스 크라우스(Chris Kraus)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선보인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루카우 교도소의 여성 재소자들에게 60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쳐온 트라우드 크뤼거(김선영·김선경, 이하 관람배우 순)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 폰뢰벤(김환희·김수하)의 이야기다.타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차단하며 높은 벽을 쌓아 올린 크뤼거와 난폭해질 대로 난폭해져 교도소 내 골칫거리가 돼 버린 제니가 서로를 통해 살아야할 이유를 찾고 각자의 방식대로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서게 되는 여정을 따른다.‘영웅’ ‘레미제라블’ ‘웃는 남자’ 등의 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으로 나서 감독과 직접 연락해 저작권까지 확보한 작품으로 ‘펀홈’ ‘차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태일’ ‘섬’ ‘오만과 편견’ 등의 박소영 연출, ‘호프’ ‘검은 사제들’ 등의 강남 작가, 오페라 ‘리타’, 뮤지컬 ‘워치’ 등의 맹성연 작곡가, ‘제이미’ ‘더 그레이트 코멧’ ‘웃는 남자’ ‘영웅’ 등의 박재현 음악감독 등이 꾸렸다.◇피아노, 사랑받기 위한 도구 그리고 애증 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제공=정동극장)“크뤼거는 아주 좋은 피를 물려받았고 군수물자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렸을 거예요. 계급사회에서는 괜찮은 계급에 속하는 집안이지만 크뤼거가 피아노를 치는 목적은 엄마, 아빠한테 사랑받기 위해서 였을 것 같아요.”김선영은 극 중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크뤼거의 사연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금요일 함께 음악회에 갔다가 식사를 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때가 가족이 유일하게 함께 보는 시간”이라며 “그때만 유일하게 엄마,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형편이 좋으니 좋은 선생님도 있었을 거고 피아노는 당연히 잘 쳤고 대회에서 입상도 했겠죠. 하지만 스스로는 본인이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뮈체(육현욱·정상윤)가 ‘선생님을 봤을 때 가슴이 뛰었다’는 말에 대한 ‘과장이 심하군요’는 진심인 거죠.”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크뤼거에게 피아노는 “사랑받기 위한 도구”라고 표현한 김선영은 “피아노를 좋아하는지,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연주했을 것”이라고 전했다.“음악을 사랑해야한다는 것 또한 교육을 받고 학습되는 거죠. 부모에게 사랑받으려면 이런 음악을 감당하고 항상 정한 규칙과 원리원칙 안에 잘 있어야 한다는 정서적 학대가 있었던 사람 같아요. 그래서 크뤼거에게 피아노가 사랑하는 대상이었나는 의문이에요.”더불어 “게다가 사랑하는 한나가 재능을 보였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 한나는 죽었고 그와의 관계를 부정하면서 살아남은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 위해 피아노를 곁에 두고 의무감으로 견뎌내고 있다”고 부연했다.“그렇지 않았다면 피아노와 손절을 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의무감과 벌을 받는 것처럼 60년을 견디고 살면서도 살아가는 이유를 찾지 못하다가 제니를 만나면서 과거와의 충돌을 겪고 직면하게 돼요. 뛰어난 재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이 친구의 자유를 향한 갈망, 눈빛 등을 통해 과거 치열한 전쟁에서 한나와 겪었던 것들이 터져 나오는 거죠. 어찌 보면 크뤼거는 제니를 만나 사건들을 겪고 난 후, 극이 끝나고서야 비로소 피아노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제니 역의 김환희는 피아노에 대해 “피아노를 배워야 했던 배우 김환희에게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제니에게도 피아노는 애증”이라며 “제니에게는 유아시절 받았던 폭력, 사라져 버린 아이 등 피아노 때문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증오하게 되는 존재”라고 밝혔다.“피아노는 다 지워버리고 싶고 살기 싫게 만드는 기억이 돼버렸죠. 하지만 계속 눈에 밟히고 생각나고.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질 수 없고 떼려고 하지만 끈끈하게 계속 붙어 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제니에게 피아노는 (다들 천재라고 하는데) ‘나는 특별해’가 아니라 ‘특별한가?’예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죠.”◇지켜야할 이들을 지키지 못한 두 사람의 ‘지켜’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전쟁 상황 속에 함께 있었던 사람, 한나는 이미 죽었어요. 제니의 말처럼 ‘당신 때문에 죽은 게 아닌데’ 그렇게 됐어요. 그 사람을 모른다고 얘기한 건 당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었어요. 그렇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을텐데 크뤼거는 그러질 못한 사람이에요.”이렇게 전한 김선영은 “거기서부터 ‘참 착한 사람이구나’ 싶고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다”며 “제니도 그렇다. 어린아이가 어린아이를 가져서 잃어버린 슬픔과 아픔, 트라우마를 잊거나 모른척하거나 빨리 치워버리리고 새로운 삶을 향해 갈 수 있지만 이 친구는 그 안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속에 굉장히 착함과 따뜻함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죠. 상황 때문에 가시가 생기고 단단해지고 방어를 하게 되는 인물로 변해가잖아요. 그런 인물들이 쌓아놓은 벽들을 하나씩 허무는 것들을 보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라는 들어요.”그리곤 “60년의 자기 인생을 지배해버린 데서 벗어나지 못하는 크뤼거, 이 착한 사람이 잘 이겨내고 풀 수 있는 열쇠를 이 친구를 만나 찾고 해방되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제니를 보면 한나도 떠오르지만 저 자신도 투영이 돼요. 이 아이가 뱉는 말들, 눈빛, 행동들이 그래요. 처음엔 천재적인 재능에서 한나를 투영했다가 제 자신이 속에서 몇십년 동안 해왔던 말들을 이 어린 친구 입을 통해 듣는 묘한 순간들을 만나게 되죠.”그리곤 ‘지켜’라는 넘버와 장면을 예로 들었다. 김선영은 “그 장면에서 제니가 외치는 ‘아무 것도 지키지 못한 나’ ‘나를 박살내러’ 등은 크뤼거가 늘 규정하지 못했던 말들”이라고 설명했다.“크뤼거도 굉장히 의연한 척하면서 살았지만 계속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어린 친구 입에서 내가 평소 생각했던 말들이 쏟아져 나오니 되게 복잡해졌어요. 이 친구를 어떻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크뤼거에게 제니는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김선영의 말에 김환희는 “크뤼거는 창살도, 창문도 없이 꽉 막힌 감방 안에 있는 제니에게 아픈 바늘이 아닌, 숨통을 틔워주는 구멍을 뚫어 빛을 내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그로 인해 제니는 숨을 쉴 수 있었어요. 숨을 쉴수록 구멍이 커지면서 제 삶에 색깔을 입혀줬다고 생각해요. 제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닥까지 다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아픔을 알아봐주지 않아요. 그저 쓰레기, 살인자라고 욕하죠. 하지만 크뤼거는 달라요. 어떤 이유에선지 나를 알려고 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고 하고…내게 빛을 주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죠. 제니에게 크뤼거는 호기심의 대상이에요. ‘이 사람 뭐지?’ ‘내 인생에 이런 존재가?’라고 느껴지는 사람이죠.”김환희 역시 ‘지켜’라는 장면을 “제니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크뤼거가 다르다고 느끼는 순간”으로 꼽았다. 그리곤 크뤼거에 대해 “참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그리고 뭔가 어이없고 계속 호기심이 드는 사람”이라며 “제니로서는 이 사람 인생이 아니고 ‘이 사람 나한테 왜 이러지?’가 궁금해진다”고 밝혔다.“크뤼거가 종이를 먹으라고 하면서 순종하기, 손 아끼기 하는데 나무라거나 강압적인 느낌이 아니었어요. 제니에게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죠. 제니가 ‘당신도 마지막에 쓸모없어지면 버릴 거잖아’라고 상스러운 욕을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해도 크뤼거는 ‘다시 처음부터’ ‘다시’하면서 계속 기회를 주고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오스카 얘기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남아 있는 숙제, 스스로를 가둬 버린 크뤼거와 제니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피아노도 피아노인데 성격적인 부분에서 거칠게 표현해야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제니 자체가 저에겐 도전이었죠. 상처받은 제니의 마음은, 하루는 어떨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조심스레 다가갔어요.”제니에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김환희는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다가 아닌, 언제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질지 모를 애를 표현하는 게 계속 숙제였다. 걸음걸이조차”라며 “지금도 무대에서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처음에는 소리를 지르거나 물리적으로 힘을 가하는 표현으로만 하다 보니 많이 다치고 목도 안좋아지고 그랬어요. 게다가 에너지가 때리는 힘으로만 가니 집중력도 떨어졌죠. 연출님, 배우님들과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김선영 역시 “크뤼거의 정서는 한번에 끝나지 않는, 연습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체화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 긴 시간을 외롭게 버티고 견디고 싸워온 사람만이 가진 모습, 정서 등을 더 찾아내고 유지해 가는 게 제일 어려운 작업”이라고 동의를 표했다.혼자 남는 걸 가장 두려워했던 크뤼거가 혼자 남기를 택한 것에 대해 김선영은 “계속 끝나지 않는 숙제 같은 것”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표현했다.“한나는 이미 죽었고 자신이 그 사람을 부정함으로서 ‘한나’라는 존재가 아무 것도 아닌 게 됐다고 믿으면서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죠. 그게 남은 삶 동안 한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크뤼거는.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방어막을 치는 건 크뤼거가 그 긴 세월을 살아내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잃고 모든 걸 놔버리겠다는 제니의 결정도 어쩌면 살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을 거예요. 크뤼거에게도, 제니에게도 사실은 ‘궁여지책’이었던 거죠.”‘궁여지책’이라는 김선영의 표현에 김환희 역시 “혼자 남는 건 스스로에 대한 벌”이라며 “스스로 벌을 주지 못해 미칠 것 같고 죽고 싶지만 죽지 못한 게 한이 되는 그런 마음”이라고 말을 보탰다.“연기를 하다가 힘 조절을 못하면 멍이 들어요. 하루 한번은 멍이 들죠. 그걸 보면서 제니를 더 생각하게 돼요. 제가 아파서가 아니라 제니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거든요. 생각 자체만으로도 힘들텐데 몸까지 가만두질 못하는 제니 생각에 멍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요.”◇“아가씨”에서 “제니”까지, 그 지난한 여정 끝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한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영화에서 제니가 드레스를 입고 연회장 같은 데서 수갑을 차고 크뤼거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동성애자인 크뤼거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제니는 또 어떤 마음이었을지 몇 번을 돌려보면서도 헷갈리는 장면이었죠. 진심으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말하기까지 제니가 크뤼거에게 얼마나 복잡한 감정들이 많이 생겼고 그렇게 열리기까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돼요.”김환희의 말처럼 제니도, 크뤼거도 쉽지 않았을 연대의 시작은 난장판이 됐던 첫 만남 이후 규칙을 강조하는 크뤼거가 꼬박꼬박 “아가씨”라고 칭하던 제니의 이름을 부르면서부터다. 자칫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는 ‘아가씨’라는 호칭에 대해 김선영은 “대본 리딩 때도 얘기가 됐던 부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저는 ‘아가씨’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었어요. 굉장히 무심한 듯 ‘너는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 아냐’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 말인 것 같았거든요. ‘나는 너한테서 목적만 가지고 가면 돼’라는 표현이죠. 설령 내(크뤼거) 마음속에는 그게 다가 아니라도. 이 친구에게 ‘네가 얼마나 대단한 재능을 가졌는지 너는 알아야 하고 이제부터 움직여야 한다’고 일깨우면서도 더 이상 선은 넘어오지 않기를 바라죠.”그리곤 “제니가 지켜야할 규칙을 얘기하면서는 ‘널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여기 있는 친구들을 대변해서 네가 해야할 일’이라고 규정짓기도 한다”고 말을 보탰다.“이 대사가, ‘아가씨’에서 ‘제니’라고 바뀌는 호칭이 심플하게, 그런 뜻만 있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복잡한 것들, 감정들을 숨기고 하는 말 같거든요. 그래서 ‘아가씨’라고 부르면서 일부러 불특정다수 중 하나라고 얘기하다가 ‘네가 해야 할 일, 이제부터 너는 움직여야 해 제니’라고 정확하게 짚어주는 거죠.”김선영의 말에 김환희는 “이름을 불러주는 크뤼거에게도 여전히 ‘이 사람 뭐지?’의 감정”이라며 “끝까지 제니에게 크뤼거는 ‘이 사람 뭐지?’하게 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교도소에서는 주어진 죄수번호를 부르거나 ‘제니 폰뢰벤’이라고 풀네임을 부르겠죠. 정말 언제 들어봤는지도 모르겠는 ‘제니’라는 크뤼거의 한마디에 동공지진이에요. 제니는. ‘나한테 제니라고 불렀어?’ ‘어떤 뜻에서 제니라고 날 불렀을까?’ 질문이 이어지면서 생각이 너무 복잡해져요. 그때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그 전에는 반항심과 ‘왜 이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였다면 그때부터는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죠.”◇마지막 4분, 삶을 향한 몸부림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사진=이철준 기자)“그럼에도 죽지 않고 살았던 건 아마 남은 숙제, 하지 못한 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도 그건 마지막 4분에서 시작됐다고 봐요. 크뤼거로 인해 그제야 제 삶의 숙제를 깨닫게 되는 거죠.”김환희의 말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할 이유를 찾고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서게 된다.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니의 4분짜리 연주는 두 사람의 ‘연대 아닌 연대’ 그리고 이 작품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 삶을 향한 몸부림과도 같은 마지막 4분은 제니 역의 배우들과 피아노의 호흡이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김환희는 “(홍유선) 안무감독님이 안무적으로 뭔가를 하기 보다는 제니의 감정대로 가면 좋겠다고 저희에게 맡겨주셨다”며 “기본적인 틀만 주시고 ‘여기서 이 음을 왜 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숙제를 내주셨다. ‘그 안에 너희들의 드라마가 있을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지금도 끊임없이 숙제를 주신다”고 털어놓았다.“그래서 피아니스트분들(오은철·조재철)과 얘기를 나누고 고민하면서 건반 쓸기, 현 튕기기, 건반 누르기, 타악 등 하나하나에 드라마를 만들었어요. 제니의 인생이 다 담겼어요. 오스카, 아빠에 대한 증오도, 크뤼거에 대한 고마움, 나 자신에게 하는 ‘잘했다’는 칭찬, 세상을 향한 ‘나는 이제 시작’이라는 외침 등이 있죠.”크뤼거가 한결같이 꼿꼿하게 고수하던 원칙이나 규칙의 강요도 없이, 제니가 세상과 드잡이 하듯 쏟아내던 욕설이나 반항도 없이 그 4분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고 기꺼이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저(크뤼거)는 제니가 자신의 방식대로 연주할 걸 어느 정도 예상한 것 같아요. 제대로 시작했다가 ‘다당’하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한달까요. 네가 너의 인생을 그렇게 살 것처럼 나도 내 인생을 살아볼게 하는 것 같아요.”김선영의 말에 김환희 역시 “연주에 대한 것보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나 이런 삶을 살게’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감사인사를 드리는 것도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피아노에 대한 가르침 뿐이 아니에요. ‘피아노를 가르쳐 줘서 고마워요’라거나 ‘나 이렇게 머지게 연주했죠’가 아니라 삶에 대한 고마움이죠. 피아노 때문에 시작됐지만 나를 이렇게 생명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19 19:00 허미선 기자

[B포토]티파니 영, 블링블링 '록시하트'

가수 겸 배우 티파니 영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빌라드뮤리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티파니 영은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에서 주인공 록시 하트 역을 맡고 있다.가수 겸 배우 티파니 영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빌라드뮤리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티파니 영은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에서 주인공 록시 하트 역을 맡고 있다.가수 겸 배우 티파니 영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빌라드뮤리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티파니 영은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에서 주인공 록시 하트 역을 맡고 있다.가수 겸 배우 티파니 영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빌라드뮤리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티파니 영은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에서 주인공 록시 하트 역을 맡고 있다.가수 겸 배우 티파니 영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빌라드뮤리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티파니 영은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에서 주인공 록시 하트 역을 맡고 있다.뮤지컬 ‘시카고’에는 티파니 영을 비롯 최정원, 윤공주, 아이비, 박건형, 최재림, 김영주, 김경선, 차정현, S. J. Kim 등이 출연하고 오는 7월 1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상연한다.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

2021-04-19 14:29 이철준 PD 기자

[B그라운드] 현재진행형에서 벗어나 노래하고 춤추는 ‘그날’은 올까? 뮤지컬 ‘광주’

뮤지컬 ‘광주’(사진제공=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다소 문제가 됐던 부분을 개선·보완했습니다. 진실, 광주의 본질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수정들이죠. 2021년 올라온 ‘광주’ 그 자체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습니다.”뮤지컬 ‘광주’(4월 25일까지 LG아트센터)의 고선웅 연출은 거듭되는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15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에서 “음악적으로도 정리하고 대본도 손질하며 스토리와 뮤지컬 자체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광주’(사진제공=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41년 전 고난을 그대로 정확하게 바라보면 저희가 나름해야할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직업이 연출이니 서사와 미장센을 책임지면서 그때 아팠던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면 이 시대와 접점이 생길까를 고민했죠.”그리곤 ‘광주’가 뮤지컬 자체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고선웅 연출은 “광주의 보통 사람들이 겪은 1980년 5월 16일부터 열하루 사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그분들은 그냥 절실했어. 진실이 있었는데 그 진실이 모두 차단된 곳이어서 세상에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들이 하고자 했던) 얘기를 전달하는 것이 뮤지컬 ‘광주’죠.”고선웅 연출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이들을 과거로 덮어 버리자가 아닌, 제대로 진실을 규명해 ‘현재진행형이 아닌 역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공연하는 사람으로서 ‘광주’가 현재진행형이 아니면 좋겠어요. 과거의 일인데 왜 현재진행형인지 모르겠고 ‘아픔을 인정하고 애도하고 진실을 받아들이면 현재진행형이 안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마음이죠. 현재진행형이 안되고 딛고 일어서 춤추고 노래하고 행복한 ‘광주’ 뮤지컬이 되면 좋겠습니다.”◇참회까지 40년! 어쩌면 비겁했던 혹은 절실하게 뜨거웠던 이들의 이야기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광주’는 미국 중앙정보부 CIA 문건이 공개되면서 30년만에 존재 사실이 드러난 ‘편의대’를 다룬 작품이다. 시민으로 위장한 군인들을 일컫는 편의대원 박한수(민우혁·신우,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시민군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야학교사 윤이건(민영기·김종구), 황사음악사 주인 정화인(장은아), 야학교사 문수경(이봄소리·최지혜), 야학생 오용수(문남권) 등을 만나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따른다.시민군을 폭도로 만들기 위해 광주에 파견된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로 새로 합류한 B1A4의 신우는 “이 인물을 관객분들이 어떻게 바라봐주실까 고민이 많았다”며 “주인공이긴 하지만 비겁한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참회하고 용서를 구하기까지 40년이 걸린, 어쩌면 비겁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 또한 간과하지 않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뮤지컬 ‘광주’를 하기 전에도 (광주민주화운동은) 관심이 많이 갔던 일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했죠.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그리고 목적은 희생자들의 정신을 잊지 말자는 데 있는 것 같아요.”뮤지컬 ‘광주’(사진제공=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그리곤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뮤지컬 ‘광주’를 선택한 데 대해 “좋은 의미의 작품이어서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초연에 이어 문수경으로 돌아온 이봄소리는 “어떻게 하면 문수경 뿐 아니라 이름을 가진 모든 광주시민들 하나하나, 그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 공연의 서사를 좀 더 친절하고 마음에 가 닿을 수 있게 전달할까를 모든 배우가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공연을 하다 보니 불과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무대 위에서 배우들끼리 에너지가 한번 더 상승되는 기운을 받아요. 감히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순간들을 경험했죠. ‘광주’라는 작품은 사실 보는 이에 따라 누군가에겐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적어도 이 무대 위의 배우들에겐 하면할수록 그때 그 시간들, 그분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작품이에요. 그때의 용기와 희생정신,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생겨나고 역사에 좀더 진중한 마음을 가지게 돼요.”정화인으로 두 번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장은아 역시 “배우들 모두 같은 마음”이라며 “당시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이뤄냈는지, 그 역사를 감히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말을 보탰다.“감히 100% 이해는 생각할 수도 없어요. 따뜻하고 찬란한 봄을 누리를 수 있는 우리지만 당시 봄은 굉장히 아팠어요. 그 아픔을 뼛속까지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그 모습, 마음의 중심을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명랑하고 비장하게 ‘훌라훌라’뮤지컬 ‘광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역사 책에 기록된 역사가 있다면 ‘사연’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광주’의 음악과 노래는 전자보다는 후자를 기록하고 기억하기 하는 것들이죠. 광주는 노래나 음악으로 쓴 역사가 아닌가 싶어요.”넘버를 꾸린 최우정 작곡가는 거대한 역사 보다는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음악과 노래를 강조하며 “개인적으로는 광주 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에 관한 작품들 해왔다. 언제나 생각한 것은 적어도 ‘음악과 노래는 역사책 기록이 아닌 개인사를 다루면 좋겠다’였다”고 전했다.“뮤지컬‘ 광주’에서도 거대 서사보다는 광주라는 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담담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그 바람이 물씬 묻어나는 넘버가 하나로 뭉쳐 ‘독재자 퇴진’ 시위에서 다 함께 부르는 ‘훌라훌라’다. 계엄군이 겨누는 총구 앞에서도 지치지 않고 민주화를 외치는 광주시민들의 명랑하고도 비장한 넘버다.“적극적으로 학생운동을 한 건 아니지만 ‘훌라훌라’를 알고 있었고 늘 듣던 멜로디였어요. 이를 어떻게 좋은 음악으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애국가’를 깔았어요. 광주 같은 역사를 다룰 때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그 현장에서 불렸고 살아서 계속 남아 있는 노래와의 접목이 필요했죠.”뮤지컬 ‘광주’(사진제공=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이어 최우정 작곡가는 “‘애국가’를 비롯해 저작권 문제 해결이 가능한 곡들만을 편집해서 만들었다”며 “그 현장에 계셨던 분이라면 들었던 ‘훌라훌라’와 (익숙한 음악들의) 단편들을 엮어 현장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이성준 음악감독은 “그 부분이 배우들 화음과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며 “비울 땐 비우고 채울 건 채우고, 템포를 높이고 늦추는 등 대비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말을 보탰다.신선호 안무감독은 뮤지컬 ‘광주’ 안무에 대해 “화려한 기교나 테크닉 등은 없다. 진솔하고 솔직한 그들의 움직임을 승화시키는 데 집중했다”며 “첫 번째 콘셉트는 심장”이라고 설명했다.“한국 사람들의 정(情), 누군가 나약해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고 보듬고 어깨를 두드리죠. 그 응집력을 심장소리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동작은 단순하게 발 구르기입니다. 고개도, 발도 굴러서 하나가 되는 느낌이죠. 멋있게 하기 보다는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17 1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강렬한 마지막 4분, 삶을 향한 몸부림…뮤지컬 ‘포미니츠’

뮤지컬 ‘포미니츠’ 창작진과 출연진(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이 작품은 요즘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흔히 접할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들이 있어요. 관객들이 그 인물들 통해 위로받는 극이 되기를, 끝나고 여운들을 가슴에 담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뮤지컬 ‘포미니츠’(5월 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 대해 양준모 예술감독은 이렇게 소개했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2006년 선보인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루카우 교도소의 여성 재소자들에게 60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쳐온 트라우드 크뤼거(김선경·김선영, 이하 가나다 순)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 폰뢰벤(김수하·김환희)의 이야기다.뮤지컬 ‘포미니츠’ 양준모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타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차단하며 높은 벽을 쌓아 올린 크뤼거와 난폭해질 대로 난폭해진 제니, 전혀 다른 듯 보이는 두 사람에게는 지켜야할 것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교집합으로 자리 잡고 있다.“독일에서는 히트했지만 한국에서는 예술영화로 분류돼 있어 정보가 별로 없어 저작권을 찾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 양준모는 13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사실 제가 가장 감명받는 부분은 인물이 가진 스토리, 실화였다” 털어놓았다.“마지막 4분이 강렬했어요. 마지막 피아노 연주는 영화에서도 혼자 연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어요. 작업된 음악이었죠. 이게 무대에서 실현 가능할지 물음표였는데 음악팀과 배우들이 잘해주셔서 완성된 것 같아요.”양준모의 전언처럼 마지막 4분의 피아노 연주는 뮤지컬 ‘포미니츠’의 백미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퍼포먼스와 연기,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피아니스트(오은철·조재철)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극적인 장면이다.이 장면에 대해 양준모는 “이렇게 연주하는 게 아예 없진 않다. 현대음악에서만 볼 수 있는 연주방식”이라며 “(현대음악 연주는) 어쩌다 한번이지만 저희는 일주일에 8, 9번을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해야 해서 부서지지 않게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세트에 맞게 피아노 상판을 따로 제작해 부서질 염려는 없지만 제니들도, 피아니스트도 신경 써서 연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무대화 작업을 하면서 최대한 인물들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 노래가 드라마를 침범하지도, 그렇다고 벗어나지도 않게 신경을 썼죠.뮈체(윤현욱·정상윤)는 영화 중 두 인물을 한명으로 압축하기도 했어요.”양준모 예술감독의 말에 맹성연 작곡가는 “영화에서도 음악이 중요한 소재였고 마지막에 실제로 쓰이기도 했다”며 “작곡가로서 저의 색과 다양한 클래식, 영화 음악 등을 아우르는 게 어려웠다. 음악 때문에 드라마가 오해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말을 보탰다.◇깊고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이야기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경(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드라마를 할 때도, 영화 ‘써니’ 때도 한번 나오더라도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제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더불어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고 ‘그래도 살 만하다’ 얘기하고 싶었죠. 그런 저에겐 큰 희망을 주고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작품이죠.”크뤼거 역의 김선경은 ‘포미니츠’를 “쓰지만 보약 같은 작품”이라 표현하며 “2년 만에 무대에 서서 후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배울 게 많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통해 기쁨과 희망을 나누기를 바란다”고 전했다.크뤼거를 연기하는 김선영은 “내가 무엇을 할까가 명확히 보일 때 작품을 선택하는데 ‘포미니츠’가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수하(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피아노가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지만 사람 이야기를 깊게 품고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배우 하나, 스태프 하나가 사랑스럽고 예쁜 작품이죠.”제니 역의 김수하는 “다른 천재도 아니고 하필 못하고 자신 없는 피아노 천재인 친구를 만나서 몇 개월 전부터 레슨을 받고 혼자 연습도 해보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며 “불가능은 없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진다. 제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김환희는 ‘포미니츠’에 대해 “저에게는 도전이었다. 피아노가 그랬고 캐릭터 성격에 있어서 표현해야하는 것들이 저한테는 너무 어려웠다”며 “배우들, 스태프들이 기다려주셨고 이끌어내주셔서 지금 이 시간에 존재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할 희망!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왼쪽부터), 제니 김환희·김수하, 크뤼거 김선경(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공연하면서 계속 와닿는 부분은 ‘그럼에도 살아야하는 이유’예요. 계속 생각하면서 제니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제니 역의 김환희는 극 중 대사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상처로 스스로 세상과 단절한 제니가 크뤼거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 사람 말 한 마디, 눈빛과 행동들로 바뀌어 간다”며 “그 사람 한명으로 인해 제니가 바뀌는 모습에서 ‘그럼에도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던, 20년 간 부은 적금을 털어 교도소에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기부했지만 재능은 없는 교도소 간수 뮈체 역의 정상윤은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냈다.“많이 부족하지만 재능 없는 사람들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있어요. 뮈체처럼 적금을 붓고 계시는 모든 평범한 분들을 늘 응원하고 싶어요.”뮤지컬 ‘포미니츠’ 크뤼거 역의 김선영(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정상윤의 말에 또 다른 뮈체 윤현욱도 “이하동문”이라며 “저희 작품은 많은 감정들을 전면에 내비치고 있다. 그 감정들은 불행, 절망, 힘듦, 역경이지만 사실 얘기하고자 하는 건 결국 희망”이라고 말을 보탰다.“크뤼거 넘버의 가사처럼 버려진 땅에도 태양은 다시 떠올라요. 보기에 힘들 순 있지만 작은 빛을 쫓아가는 저희 모습을 응원해주시기를 바랍니다.”김선영은 “크뤼거는 제니를 통해 자기 안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책임감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어쩌면 제니가 60년 후 더 괴물이 돼 있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뮤지컬 ‘포미니츠’ 제니 역의 김환희(왼쪽)와 크뤼거 김선경(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스스로가 그렇지 못한 크뤼거이기 때문에 얘기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제니의 재능 뿐 아니라 그 마음 안에 있는 반짝거림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고 세상도 나와서 살 만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김선경은 “난 크리거가 좋다”며 “저 역시 젊어서 크뤼거 같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크뤼거를 보면서 재능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잘하는 하나, 그걸 재능으로 생각하면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그로 인해 분명 길이 보이고 선물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 공연을 보신 분들이 살아야 할 이유는 너무 거창하고 큰 게 아니라 내 앞에, 내 안에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걸 아실 때까지 저는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할머니로 무대에 서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16 23:1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휘몰아치는 물 위를 날아오르는 희망의 날개짓처럼! 서울시무용단 ‘감괘’

서울시무용단의 ‘감괘’(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서울시무용단이 만물의 근원인 물을 소재로 한 ‘감괘’(坎卦, 4월 16~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전한다. 역학 중 자연계와 인간계의 본질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기호 팔괘(八卦, 건乾·태兌·리離·진震·손巽·감坎·곤坤) 중 ‘감괘’를 소재로 물이 지닌 의미와 정신을 담는다. 팔괘 중 ‘감괘’는 한 개의 양(陽)이 두 음(陰)에 빠진 모양으로 험난한 운명과 물을 상징한다. 더불어 하나의 양은 새의 몸통을, 두 개의 음은 날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동양철학의 팔괘는 위아래로 합쳐져 다시 64괘를 이루기도 하는데 서울시극단의 ‘감괘’는 감괘를 중심으로 한 8가지 괘를 모티프로 한다.서울시무용단의 ‘감괘’(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거듭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는 어린 새를 통해 깨달은 자연의 이치와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물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 바닥에 가로 18미터, 세로 12미터짜리 수조가 동원된다. 그 물 위에서 50여명의 무용수들은 자연스레 흐르는가 하면 역동적으로 휘몰아치고 눈물 흘리며 사람들을 필연적인 상생으로 이끈다. 작품은 ‘태초의 어둠 속에서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물로 뒤덮인 대지에서 알에서 깨어난 새 한 마리가 서툰 날갯짓을 하는’ 프롤로그를 거쳐 ‘수풍정-만물의 놀이’ ‘수택절-고통의 시작’ ‘수산건-얼어붙은 그리움’ ‘수뢰둔-내면의 응시’ ‘수천수-만겁의 기다림’ ‘중수감-운명의 폭풍’ ‘수지비-연민의 중력’ ‘수화기제-필연적 상생’ 8개장으로 이뤄진다.물과 새, 험난한 운명을 상징하는 감괘의 표현을 시작으로 0과 100, 생과 사의 경계에서 흐르며 융화하는 모습, 소유와 지배 그리고 그로 인한 불평등의 탄생, 생존자의 고통과 그리움, 물에 비춰보고 톺아보는 나, 저마다의 꿈을 꾸는 사람들, 여전히 험난한 운명에 맞서는 의지, 새로 인해 손을 잡는 사람들의 몸짓은 결국 상생과 순환으로 마무리된다.서울시무용단의 ‘감괘’(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지난 해 12월 서울시극단의 사전제작 쇼케이스 ‘더 토핑’에서 선보였던 작품으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이 총괄안무와 예술감독으로 나섰고 아크람칸무용단 출신의 김성훈, 서울시무용단의 전진희·한수문 지도단원이 함께 안무를 책임졌다.더불어 ‘작은 아씨들’ ‘라스트세션’ ‘그라운디드’ ‘다윈영의 악의 기원’ ‘킬미나우’ ‘레드북’ 등의 오경택 연출, ‘어떤 접경지역에서는’ ‘자기 앞의 생’ ‘신의 아그네스’ ‘궁: 장녹수전’ ‘3월의 눈’ 등의 김철환 작곡가, ‘그레이트 코맷’ ‘웃는 남자’ ‘드라큘라’ ‘마타하리’ 등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대학살의 신’ 등의 신호 조명디자이너 그리고 이탈리아 출신의 파돌라 마리카와 이호준 의상디자이너 등이 힘을 보탠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14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마지막 크리스틴’을 선언하고 ‘처음’을 떠올리다! 뮤지컬 ‘팬텀’ 임선혜 “제 직업이 너무 좋거든요!”

세계적인 소프라노이자 뮤지컬 ‘팬텀’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사진=이철준 기자)“6년 전 처음 뮤지컬 ‘팬텀’의 크리스틴 다에 제의를 받고 오래 고민하면서 욕심과 도전의 가치를 정의하던 그때를 떠올렸어요. 욕심이라면 하지 말아야 하고 도전이라면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잘할 줄 알면서 하는 건 욕심이고 잘할지는 모르지만 많이 배우겠다고 시작하면 도전이라고 생각했죠. 나는 도전이니까 용기 내보자 했던 그 시간이요.”뮤지컬 ‘팬텀’(6월 2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2015년 초연부터 크리스틴 다에로 함께 한 성악가 임선혜는 “마지막”을 선언하고 “처음을 떠올렸다”고 털어놓았다. 1999년 스물셋에 벨기에 고(古)음악의 거장 필립 헤레베게에 발탁돼 유럽은 물론 뉴욕 카네기홀, 링컨센터, 베를린 슈타츠오퍼, 함부르크 극장 무대에 올랐고 영국의 그라모폰 음반상, 독일 비평가 상 등을 수상하며 고음악계의 유일한 동양인 프리마돈나로 이름을 알리던 때였다.세계적인 소프라노이자 뮤지컬 ‘팬텀’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사진=이철준 기자)“뮤지컬도 해보고 싶다는 호기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어요. 행여 뮤지컬을 함으로서 성악가로서의 제 테크닉이 상하거나 원하는 걸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가장 큰 고민은 뮤지컬 ‘팬텀’을 하고 난 다음에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해야하는데 가능할까 였어요. 저는 제가 하는 (클래식, 성악) 장르에 애정이 많아요. 뮤지컬 때문에 내 공연을 방해받거나 성악가 커리어에 리스크가 되는 걸 감수할 수는 없었어요.”당시 뉴욕 카네기홀 공연 중이던 임선혜에게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설득할 2시간을 달라”며 “2시간이면 된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임선혜 캐스팅을 위해 꼬박 2년여의 공을 들인 로버트 요한슨과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끝에 임선혜는 뮤지컬 ‘팬텀’ 합류를 결정했다. “설득의 말도 있지만 어떤 마음으로 나와 함께 하고 싶은지, 정말 내가 하면 잘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지 등을 살폈어요. 연출님에게서 그 확신이 느껴졌고 연출님이 그렇게 날 만들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렇게 임선혜가 오랜 고민 끝에 출연하게 된 뮤지컬 ‘팬텀’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팬텀 에릭과 그가 첫눈에 반한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다에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다룬다.뮤지컬 ‘나인’의 작가 아서 코핏(Arthur Lee Kopit)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Maury Yeston)의 콤비작으로 1991년 미국 초연 후 한국에서는 2015년에 처음 관객들을 만난 후 2016, 2018년에 이은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나를 닮은 크리스틴 “제 직업이 너무 좋거든요!”뮤지컬 ‘팬텀’에서 크리스틴 다에로 분하고 있는 임선혜(사진제공=EMK컴퍼니)“(마담 카를로타의 의상 담당으로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일하게 된) 크리스틴 대사 중에 ‘정말 좋아요…(중략)…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도 그래요. (극장, 무대 위에 있을 수 있는) 제 직업이 너무 좋거든요!”유렵에서 22년차 성악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임선혜는 ‘팬텀’의 크리스틴을 통해 자신의 첫 데뷔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제 유럽 데뷔 콘서트가 대타였다”며 “하루 전날 공연하기로 한 성악가가 못하게 돼 제가 대신 무대에 오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한번도 해보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공연 전날 저녁에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잠깐 배우고 무대에 올랐죠. 그렇게 배운 노래가 오케스트라에 실리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상상보다도 너무 멋졌어요. 게다가 그 악기들이 제 가까이에 있어요. (‘내 고향’ 중 )크리스틴의 가사처럼 ‘사랑스러운 플롯 나를 들뜨게 해, 목관의 트릴이 내게 스릴을 줘,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무대 위에서 노래를 쉬거나 악기 솔로 때는 연주자들을 보게 돼요. 누가 이런 명당에 있을 수 있겠어요.” 그리곤 “오페라 극장에 처음 갔을 때 무대 바닥을 깔고 조명을 설치하고 가발부터 신발, 드레스 등을 만들 수 있는 공간들을 보면서 느꼈던 제 감정이 의상담당이지만 극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크리스틴과 닮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크리스틴은 캐릭터의 성숙과정이 보여서 매력적이에요. 타고난 재능과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성스러움을 지녔지만 팬텀의 얼굴을 보겠다는 용기를 내죠. ‘이런 게 연애구나’ 샹동 백작과 썸도 타보고 팬텀의 이야기를 듣고 존경하는 스승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느끼고…. 샹동 백작과는 가슴 설레는 풋풋한, ‘이게 사랑일까’ 싶다면 에릭과의 감정은 깊어요.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중요한 반전 포인트죠.”◇전환의 극치 ‘내 사랑’, 경이로운 ‘넌 나의 음악’, 울컥하는 발레신  세계적인 소프라노이자 뮤지컬 ‘팬텀’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사진=이철준 기자)“처음 ‘넌 나의 음악’이라는 넘버를 보고는 ‘이게 노래야?’ 했어요. ‘랄랄라~’와 ‘도레미파솔파레파미, 도레미파미솔파레미도’ 계명에 맞춘 단순한 멜로디잖아요. 하지만 에릭이 죽어갈 때 마지막으로 크리스틴이 ‘오 너는 음악, 고귀한 음악, 넌 나의 환한 빛’라고 불러줄 때는 완전 다른 노래가 돼 있어요. 라이트모티프(악극ㆍ표제 음악에서 주요 인물이나 사물 또는 특정한 감정을 상징하는 동기)처럼 캐릭터를 설명하죠.”이렇게 전한 임선혜는 “단순한 선율 하나로 10가지 이상의 다른 감정 표현이 가능하게 만들어둔, 아주 짜임새 있는 곡”이라며 “이런 단순한 멜로디로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게 상업예술이구나 감탄을 했다”고 털어놓았다.세계적인 소프라노이자 뮤지컬 ‘팬텀’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사진=이철준 기자)“에릭의 이야기를 하는 발레신에서는 울컥하게 돼요. 노래를 해야 해서 너무 몰입하면 안된다 저 자신을 추스러야 하죠. 특히 파랑새를 주는 (에릭의 엄마이자 댄서,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인) 벨라도바에게 에릭이 확 안길 때 너무 눈물이 나요. 너무 짧게 살다 간 가수, 댄서, 엄마의 기억으로 살고 있는 에릭이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현실처럼 다가오거든요.” 그리곤 “채 10분이 안되지만 극 전체를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이라며 “게다가 노래하는 아이가 주는 감동이 진정성을 가지게 만드는 장면”이라고 부연했다.그리곤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내 사랑’(My True Love)을 꼽았다. 이 넘버에 대해 “팬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 알고 얼굴을 보여 달라고 애원하는 노래”라 소개한 임선혜는 “성격 전환의 극치 같다”고 덧붙였다. “정말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은 노래예요. 소중하지만 내 감정을 너무 실으면 부담스러우니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읊조리는 마음이죠.”임선혜의 설명처럼 “그런 마음이 먹어지는 크리스틴을 잘못 표현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그는 “팬텀의 얼굴을 보고 도망은 쳤지만 마지막을 함께 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마지막 팬텀과 함께 하는 자체를 잘 해냈을 때 카타르시스가 깊어요. 이 사람으로 인해 행복하다가 아니라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감정이요. 그 후 크리스틴이 샹동한테 갈 수 있을까, 노래를 계속 할 수 있을까를 상상해 보곤 해요. 크리스틴이라면 한동안 노래도 못하다가 결국 노래로 위로받으면서 팬텀에 대한 사랑을 지킬 것 같아요.”◇안정적인 카이, 마에스트로 박은태, 로맨틱 전동석, 어린왕자 규현뮤지컬 '팬텀'의 네 팬텀. 왼쪽부터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사진제공=EMK컴퍼니)“사실 2월 말부터는 독일에서의 투어공연이 계획돼 있어서 출국을 해야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너무 안좋아져서 결국 취소했죠.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아프지 않은데 공연을 취소하기는 처음이었죠.”그렇게 코로나19로 성악가로서의 행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그는뮤지컬 ‘팬텀’과의 이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임선혜는 “덕분에 모든 팀원들과 연습의 처음과 끝을 같이 했다”며 “초연, 삼연 때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동료애도 남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집에서 넘어온 미운오리새끼나 이방인이 아닌, ‘소프라노 임선혜’라는 수식어를 떼고 이 작품에 녹아들기를 바랐는데 이번에야 말로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그 어느 때보다 뮤지컬 ‘팬텀’ 사람들과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를 하고 조심하면서도 더 끈끈해지고 무대에서 훨씬 자유롭고 유난한 케미스트리를 이룰 수 있었던 시간”을 보낸 임선혜는 에릭을 연기하는 카이·박은태·전동석·규현(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전혀 다른 매력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학교 후배이기도 한 카이는 함께 무대에 서면 든든한 안정적인 팬텀이에요. 자신만의 팬텀을 굉장히 잘 만들어 뒀죠. 박은태 배우는 음악성이 너무 좋아요. 노래를 잘 하는 사람과 호흡을 맞추니 무슨 창법이든 드라마에 빠져들게 돼죠. 진짜 마에스트의 느낌이에요. 함께 할 때마다 굉장히 유연한 가수이자 배우임을 느껴요.” 이어 전동석에 대해서는 “눈빛 연기가 일품”이라며 “카리스마도 있는데 로맨틱한 감정을 너무 잘 살리는 팬텀”이라고 덧붙였다.“진짜 샹동 백작이 긴장해야할 정도로 로맨틱하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게 극이 훅 지나가게 하는 팬텀이에요. 규현 배우는 어린왕자 같아요. 카리스마, 비극의 주인공인 팬텀의 매력에 순수한 영혼이 더해지죠. 크리스틴으로서는 그걸 깰까 두려워하게 돼요. 정말 다칠까봐. 그렇게 팬텀에 따라 저도 다른 크리스틴이 되죠.”◇‘마지막 크리스틴’ 선언 “아쉽지만 돌아가야죠!”세계적인 소프라노이자 뮤지컬 ‘팬텀’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사진=이철준 기자)“사실 여전히 조심스러워요. 저는 양쪽 분야를 오가고 있지만 뮤지컬은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장르임을 느끼거든요. ‘팬텀’이 예외적으로 클래식 발성이 필요해서 저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그의 표현을 빌자면 “(뮤지컬을 해보겠다는) 엉뚱한 결론으로 주변 동료와 업계에서 “이도저도 안되고, 뮤지컬계에서도, 성악계에서도 이방인이 될까” 걱정을 듣던 임선혜는 두 분야 모두에서 인정받는 선례를 남겼다.그는 성악과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로 “마이크 사용 유무”를 꼽으며 “클래식에서는 소리를 멀리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발성이지만 뮤지컬은 오히려 속삭이듯 하는 게 더 큰 감동”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제야 좀 알 것 같은데 끝이에요. 저는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하고 바흐와 모차르트를 해야 해요. 아쉬워도 가야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그렇게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은 오랜 고민 끝에 임선혜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이라고 선언하고 크리스틴 다에로 ‘팬텀’ 무대에 오르는 중이다.“크리스틴이라는 역할은 성악가들로 하여금 전혀 다른 장르로 건너갈 수 있는 ‘안전한 다리’ 같아요. 해맑고 앳된 느낌이 중요하니 그런 매력을 가진 후배들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성악가에서 뮤지컬 배우로의 전향이 아닌 자유로운 크로스오버, 그 어려운 길을 건너고자 노력하는 후배들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4-12 19: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