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휘몰아치는 물 위를 날아오르는 희망의 날개짓처럼! 서울시무용단 ‘감괘’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4-14 19:00 수정일 2021-04-14 19:00 발행일 2021-04-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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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서울시무용단 ‘감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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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의 ‘감괘’(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이 만물의 근원인 물을 소재로 한 ‘감괘’(坎卦, 4월 16~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전한다. 역학 중 자연계와 인간계의 본질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기호 팔괘(八卦, 건乾·태兌·리離·진震·손巽·감坎·곤坤) 중 ‘감괘’를 소재로 물이 지닌 의미와 정신을 담는다.

팔괘 중 ‘감괘’는 한 개의 양(陽)이 두 음(陰)에 빠진 모양으로 험난한 운명과 물을 상징한다. 더불어 하나의 양은 새의 몸통을, 두 개의 음은 날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동양철학의 팔괘는 위아래로 합쳐져 다시 64괘를 이루기도 하는데 서울시극단의 ‘감괘’는 감괘를 중심으로 한 8가지 괘를 모티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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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의 ‘감괘’(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거듭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는 어린 새를 통해 깨달은 자연의 이치와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물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 바닥에 가로 18미터, 세로 12미터짜리 수조가 동원된다. 그 물 위에서 50여명의 무용수들은 자연스레 흐르는가 하면 역동적으로 휘몰아치고 눈물 흘리며 사람들을 필연적인 상생으로 이끈다.

작품은 ‘태초의 어둠 속에서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물로 뒤덮인 대지에서 알에서 깨어난 새 한 마리가 서툰 날갯짓을 하는’ 프롤로그를 거쳐 ‘수풍정-만물의 놀이’ ‘수택절-고통의 시작’ ‘수산건-얼어붙은 그리움’ ‘수뢰둔-내면의 응시’ ‘수천수-만겁의 기다림’ ‘중수감-운명의 폭풍’ ‘수지비-연민의 중력’ ‘수화기제-필연적 상생’ 8개장으로 이뤄진다.

물과 새, 험난한 운명을 상징하는 감괘의 표현을 시작으로 0과 100, 생과 사의 경계에서 흐르며 융화하는 모습, 소유와 지배 그리고 그로 인한 불평등의 탄생, 생존자의 고통과 그리움, 물에 비춰보고 톺아보는 나, 저마다의 꿈을 꾸는 사람들, 여전히 험난한 운명에 맞서는 의지, 새로 인해 손을 잡는 사람들의 몸짓은 결국 상생과 순환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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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의 ‘감괘’(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지난 해 12월 서울시극단의 사전제작 쇼케이스 ‘더 토핑’에서 선보였던 작품으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이 총괄안무와 예술감독으로 나섰고 아크람칸무용단 출신의 김성훈, 서울시무용단의 전진희·한수문 지도단원이 함께 안무를 책임졌다.

더불어 ‘작은 아씨들’ ‘라스트세션’ ‘그라운디드’ ‘다윈영의 악의 기원’ ‘킬미나우’ ‘레드북’ 등의 오경택 연출, ‘어떤 접경지역에서는’ ‘자기 앞의 생’ ‘신의 아그네스’ ‘궁: 장녹수전’ ‘3월의 눈’ 등의 김철환 작곡가, ‘그레이트 코맷’ ‘웃는 남자’ ‘드라큘라’ ‘마타하리’ 등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대학살의 신’ 등의 신호 조명디자이너 그리고 이탈리아 출신의 파돌라 마리카와 이호준 의상디자이너 등이 힘을 보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