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동서양 고전, 발레극으로…‘허난설헌-수월경화’와 ‘돈키호테’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5-19 19:00 수정일 2021-05-19 19:00 발행일 2021-05-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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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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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BAKI(왼쪽)과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사진제공=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여자여서 재능을 인정받을 수 없었던 조선 중기 천재 시인 허난설헌의 인생역정을 담은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5월 22~23일 국립극장 달오름), 가난하지만 재치 넘치는 이발사 바질과 아름다운 선술집 딸 키트리의 유쾌·발랄한 사랑이야기 ‘돈키호테’(6월 4~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실존인물의 시조와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서양의 고전소설을 바탕으로 한 발레극 두편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는 옛 시인 허난설헌의 한국 전통 시조를 서양의 클래식 장르 발레에 접목시킨 작품이다. 허난설헌의 시 ‘감우’(感遇),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을 안무로 풀어낸 2장짜리 발레로 2017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 안무로 초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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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BAKI(사진제공=국립발레단)

시인 허난설헌과 그의 이상이 어우러지는 작품으로 시인으로는 신승원과 박슬기, 시인의 이상으로는 김기완과 이재우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2017년 콜롬비아 보고타 마요르 극장, 캐나다 토론토와 오와타에서 공연되기도 한 ‘허난설헌-수월경화’는 시에 등장하는 잎, 새, 난초, 바다, 부용꽃 등이 안무로 형상화되며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여자 무용수들이 병풍 앞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난’, 허난설헌의 고향인 강릉 앞바다 파도에서 영감을 얻어 안무한 ‘바다’ 등 유려하면서도 강렬하고 우아하면서도 강단있으며 정적인 듯 역동적인 군무들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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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BAKI(사진제공=국립발레단)

더불어 젊디젊은 나이인 스물일곱에 생을 마감한 허난설헌의 생애를 시들어가는 부용꽃에 빗댄 피날레 ‘부용꽃’도 동서양의 클래식 장르들이 어우러지며 여운을 남긴다. ‘감우’ ‘몽유광상산’에 등장하는 푸른난새, 바다 등의 소재들을 형상화한 110여벌의 의상 또한 볼거리다.

 

여성 신체의 실루엣을 강조하는 의상은 여자라는 이유로 전통적인 관습에 갇혀 억압받고 재능을 펼치지 못한 허난설헌의 자유로움을 기원하는 듯 무용수의 춤사위와 어우러진다. 지난 시즌과는 달리 국악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에는 거문고 연주자 김준영이 음악감독과 연주자로 참여해 한진, 심영섭 등이 작곡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음색과 정서를 표현한다.  

돈키호테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중 1막2장 바르셀로나 광장-에스파다2 ⓒuniversal ballet(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은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희극발레 ‘돈키호테’를 무대에 올린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루드비히 밍쿠스(Ludwig Minkus)의 음악과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의 안무로 1869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엉뚱한 기사 돈키호테와 산초를 중심으로 한 원작소설과 달리 발랄한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유쾌한 이발사 바질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번에 공연되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돈키호테’는 프티파의 안무에 뿌리를 둔 알렉산드르 고르스키 (Alexander Gorsky)의 개정안무를 근간으로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변주한 안무와 연출 버전이다.

파스텔 톤의 무대를 배경으로 빠른 전개, 유머 넘치는 판토마임, 리프트와 연속 점프, 발레리나의 32회전 푸에테, 화려한 디베르티스망, 투우사의 춤과 플라멩코, 세기딜랴, 판당고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3막 그랑파드되까지 정열적이고 경쾌한 춤과 음악들로 무장했다. 

돈키호테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t(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능청스러운 바질과 발랄한 키트리의 좌충우돌 로맨스에 등장하는 조력자 돈키호테, 그의 시종 판초, 두 사람을 탐탁치 않아하는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와 귀족 가마슈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도 흥미롭다. 

무용수 개개인의 뛰어난 테크닉과 조화로움, 섬세하고도 정확한 연기력까지 요구되는 작품으로 손유희가 키트리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이현준과 호흡을 맞추며 홍향기와 이동탁도 페어를 이뤄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선화예고 2학년 재학생으로 이번 ‘돈키호테’에 깜짝 발탁된 김수민은 몽고 출신의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간토지 오콤비얀바와 짝을 이뤄 키트리와 바질로 분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