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이춘연 ‘여고괴담’ 제작자…현대사 달랜 춤꾼·스크린 대들보, 하늘의 ★이 되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5-13 18:30 수정일 2021-05-13 18:30 발행일 2021-05-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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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Tallk] 한국 무용·영화계 거장 잇단 별세,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이춘연 ‘여고괴담’ 제작자…영화계·무용계 큰 어른 하늘의 ★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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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노제(연합)

한국 문화계를 이끌어온 큰 어른이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10일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로 한국 무용계의 큰 어른인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별세한 데 이어 11일에는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 하정우의 ‘더 테러 라이브’ 등의 제작자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유명을 달리 했다.

국가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의 예능보유자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은 10일 오후 5시경 숙환으로 영면했다. 향년 74세. 5살 때 춤을 시작해 전통춤의 거장 한성준의 뒤를 잇는 김보남 선생, 승무 인간문화재 한영숙 선생에게 승무를 사사했다. 이근성 선생으로부터 먹중춤을, 이용우·조한춘 선생에게 경기도당굿을 사사하고 박송암 스님으로부터 작법(불교의식에서 재를 올릴 때 추는 모든 춤의 총칭)과 박상화 선생으로부터 ‘영가무도’를 전수받았다.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두 전공 모두의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교육학 박사로 2012년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수를 역임했다.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식민용어 ‘무용’이 아닌 ‘춤’ ‘마당’ ‘판’ 등 우리말 회복에 앞장섰고 민주화를 염원하는 독무 ‘바람맞이’, 1987년 민주화 대행진 출정식에서의 진혼굿, 1987년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과 최루탄에 스러져간 이한열 열사의 한 서린 죽음을 위무하는 살풀이춤, 한반도의 상징적 장소를 찾아다니며 통일과 민족번영을 기원한 ’터벌림‘ 춤 등 시대와 사회 변화에 예민하게 발맞춘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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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으로서의 삶을 ‘천명’이자 ‘사명’이라고 회고했던 그는 제주 4·3 희생자,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핵 없는 세상 등을 위해,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는 춤을 추기도 했다. 2019년부터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으로 활약했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전통춤회 예술감독, 한영숙춤보존회 회장, 홍역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한 ‘시대의 춤꾼’이자 문화운동가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아 문화예술인장으로 치러졌으며 11, 12일에는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문화제를 진행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시나위 연주와 소리,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전 이사장의 추모사 낭독, 이광수의 비나리, 이청산 한국민예총 이사장의 추모시 낭독, 경기도무용단의 한영숙살풀이, 한국민족춤회의 진혼무와 퍼포먼스 등에 이어 13일 발인 후에는 서울 마로니에 공원, 과천 이애주춤전수관에서 노제를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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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맏형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별세했다(연합)
11일에는 하지원, 최강희, 박진희, 공효진, 김옥빈, 오연서 등을 배출한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의 제작자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급작스러운 부고를 전했다. 항년 71세. ‘영화인들의 맏형’이라 불리던 이 대표는 최근까지 ‘여고괴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제작하고 개봉을 준비하는 등 활발하게 활약해 왔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회의에 참석했다가 몸이 좋지 않아 귀가한 직후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후 극단 활동을 하다 1983년 화천공사 기획실장으로 입사하며 영화계에 말을 들였다. 1984년 ‘과부춤’을 시작으로‘접시꽃 당신’ ‘행복은 선정순이 아니잖아요’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미술관 옆 동물원’ ‘더 테러 라이브’ 등을 기획·제작했다. 그의 대표작인 ‘여고괴담’ 시리즈는 신인 배우와 감독의 등용문으로 “뜨려면 ‘여고괴담’에 출연하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였다.
영화인회의 이사장,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 등을 역임하며 한국 영화계 맏형으로 자리매김했던 이춘연 대표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장례위원장, 신영균, 정진우, 임권택, 황기성, 손숙이 장례고문, 강우석·강제규·박찬욱·이창동·봉준호·이준익 등 감독과 배우 문성근·이병헌·하정우·손예진,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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