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너무 이른 이별” 뮤지션 ★ 방준석·테일러 호킨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03-31 19:30 수정일 2022-03-31 19:30 발행일 2022-04-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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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Tallk] 뮤지션 ★ 지다
Obit Taylor Hawkins
테일러 호킨스.(AP=연합)
한국과 미국의 뮤지션이 같은 날 “너무 이른 이별”을 고했다. ‘모가디슈’ ‘자산어보’ ‘베테랑’ ‘타짜’ ‘신과함께’ 시리즈 등 수천만 관객들을 동원했던 영화의 음악감독이었던 방준석과 미국 그런지 밴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작사·작곡·보컬·기타 데이브 그롤, 기타 팻 스미어·크리스 쉬플레트, 베이스 네이트 멘델, 드럼 테일러 호킨스)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Oliver Taylor Hawkins)가 26일(한국시간) 세상을 떠났다.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투어의 드러머로 활동하다 1997년 푸 파이터스에 합류한 호킨스는 남미 투어 중 콜롬비아 보고타의 ‘에스테레오 페스티벌 피크닉’ 무대를 앞둔 상태에서 갑작스레 사망소식을 전했다. 보고타 시 설명에 따르면 호킨스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호킨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인 26일(현지시간) BBC, AP, AFP 등 다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콜롬비아 보고타 수상당국이 호킨스의 체내 예비 독성 검사에서 THC(대마초 핵심성분), 3가 항우울제, 벤조디아제핀(향정신성의약품), 아편 성분 등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분들이 그의 직접적인 사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25일 밤 예정됐던 무대의 드럼은 퀸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의 아들인 루퍼스 테일러가 호킨스를 대신해 연주했다. 이날 축제장으로 모여든 팬들은 촛불을 들고 침묵으로 추모를 표했고 푸 파이터스는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남미 투어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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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킨스가 속했던 푸 파이터스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이끌던 너바나(Nirvana) 드러머 데이브 그롤(Dave Grohl)을 중심으로 1994년 결성했다. ‘에버 롱’(Everlong), ‘런 투 플라이’(Learn to Fly), ‘더 프리텐더’(The Pretender), ‘워크’(Walk), ‘렛 잇 다이’(Let ti Die), ‘타임 라이크 디즈’(Time Like These) 등으로 팬들을 열광시켰고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12회나 수상했다. 데이브 그롤의 깁스투혼이 빛났던 2015년 안산M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 후 2017년 내한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호킨스는 긴 금발을 휘날리며 강렬한 연주를 선사하는 드러머였지만 작사에 참여하는가 하면 ‘더 프리텐더’나 퀸의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 레드 제플린의 ‘록앤롤’(Rock and Roll) 등을 선보여 팬들의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인 22일(현지시간) 드러머를 꿈꾸는 9살 소녀 팬을 응원한 일화도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소녀의 아버지가 트위터에 공유한 영상과 글에 따르면 호킨스는 악천후로 취소된 파라과이 공연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호킨스가 머무르는 호텔 앞에서 푸 파이터스의 ‘더 프리텐더’를 연주하는 소녀를 직접 현장에서 응원했다. 
그의 “비극적이고 너무 이른 죽음”에 믹 재거, 오지 오스본, 레이지어게인스트더머신(RATM) 기타리스트 톰 모렐, 비틀즈 드러머 링고 스타, 니켈 백 등이 그를 잃은 슬픔과 추모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방준석 음악감독
방준석 음악감독(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영화에서 음악으로 수천만 관객의 마음을 울렸던 방준석 감독은 위암 투병 중 26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52세. 

칠레와 미국에서 성장해 1994년 이승열과 유앤미블루를 결성해 한국에서의 음악활동을 시작해 한국 모던 록의 시초로 평가받는 뮤지션이다. 

음악으로 스스로와 타인이 즐겁기를 바랐던 고인은 몇 년 전 위암 선고 후 완치판정을 받았지만 2020년 재발해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유앤미블루 1집 ‘낫싱스 굳 이너프’(Nothing‘s Good Enough), 2집 ‘크라이 아워 워너비 네이션!’(Cry...Our Wanna Be Nation!) 발매 후 1997년 해체 수순을 밟으며 영화음악 감독으로 전향했다. 
최신작 ‘모가디슈’와 이준익 감독과의 ‘자산어보’ ‘변산’ ‘박열’ ‘사도’ ‘즐거운 인생’ ‘라디오 스타’ ‘소원’ 등을 비롯해 ‘신과함께’ 시리즈, ‘백두산’ ‘럭키’ ‘오! 브라더스’ ‘텔미썸딩’ ‘후아유’ ‘타짜’ ‘군함도’ ‘베테랑’ ‘님은 먼 곳에’ ‘너는 내 운명’ ‘공동경비구역 JSA’ 등 한국 영화사의 굵직한 작품들에 그의 음악이 있었다. 음악으로 관객들을 만난 그는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부일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휩쓸었다. 
영화 음악감독 활동을 비롯해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콘서트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2015년 어어부밴드프로젝트의 백현진과 결성한 그룹 ‘방백’ 라이브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2017년 ‘만추’ 등의 김태용 감독과 국립국악원 공연 ‘꼭두’로 새로운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유앤미블루 재결성을 논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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