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비바100] 주옥같은 신중현·김현식 명곡, 뮤지컬 ‘미인’ ‘사랑했어요’로 무대에 오르다

“명곡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발전하고 새로운 음악이 나와도 아날로그 감성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명곡들로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지난 5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투어에 나선 ‘광화문연가’에 출연했던 윤도현은 주크박스뮤지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히트곡들로 인류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주크박스뮤지컬 두편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거나 만날 채비 중이다.‘커피 한잔’ ‘님아’ ‘리듬 속에 그 춤을’ ‘거짓말이야’ ‘봄비’ ‘아름다운 강산’ 등 신중현의 곡들이 뮤지컬 ‘미인’(9월 15~12월 5일 예스24스테이지 1관), ‘내 사랑 내 곁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골목길’ ‘비처럼 음악처럼’ ‘사랑사랑사랑’ 등 故김현식의 곡들은 ‘사랑했어요’(10월 3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 홀) 무대에서 불린다.  뮤지컬 ‘미인’(사진제공=홍컴퍼니)뮤지컬 ‘미인’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극장 하균관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 가수, 시인 등으로서 꿈을 꾸며 성장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다.동경대 법학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독립운동가 강산(박영수·조성윤,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그의 동생이자 하륜관의 가수로 데뷔한 강호(최민우·현석준·윤은오), 여성 시인으로 그 누구보다 강한 병연(여은·장민제·제이민), 강산의 친구이자 종로 굴다리패 대장 두치(조현우·최호승) 등이 어두운 시대 속에서 저마다의 가치관대로 살아가는 여정을 따른다.‘해적’ ‘마마돈크라이’ ‘미아 파밀리아’ 등 이희준 작가, ‘니진스키’ ‘사랑했어요’ ‘로빈’ 등의 정태영 연출, ‘광화문연가’ ‘아일랜더’ ‘나빌레라’ ‘베르나르다 알바’ ‘썸씽로튼’ ‘록키호러쇼’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등 김성수 음악감독, ‘조선삼총사’ ‘아마데우스’ ‘애니’ 등 서병구 안무가 등이 의기투합해 2018년 대극장에서 초연됐던 ‘미인’은 중소극장 규모로 변주돼 새 시즌을 맞는다. 29곡에 달하던 넘버는 ‘소문났네’ ‘문이 열릴 때’ ‘인형’ 등을 뺀 22곡으로 추렸고 인터미션도 없앴다. ‘미인’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에 “대본의 큰 틀은 유지하되 인물들 간의 드라마 밀도를 높이고 소극장 어법에 익숙한 관객들이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됐다”며 “드라마의 변화에 맞춰 편곡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성수 음악감독이 캐릭터의 음악적 콘셉트에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장치적으로 배치해 주크박스뮤지컬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도어스, 데이빗 보위, 밥 딜런 등의 스타일, 저항정신 등을 인물의 음악 콘셉트로 풀어내는 방식”이라며 “신중현 선생님 곡에는 록, 재즈는 물론 싸이키델릭까지 있어서 어떤 장르의 뮤지컬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이번에 엔딩곡인 ‘아름다운 강산’ 편곡이 특히 많이 바뀌었는데 기가 막히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사랑했어요’(사진제공=호박덩쿨)2019년 이희준 작가, 정태영 연출, 서병구 안무가 등이 함께 해 초연됐던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서른넷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 김현식의 곡들로 넘버를 꾸린 작품이다. 뮤지션으로 성공한 이준혁(성기윤·정세훈·조장혁)이 음악이 전부였던 아웃사이더 과거 이준혁(고유진·김용진·홍경인), 그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 김은주(신고은·박규리·임나영), 준혁의 절친으로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진 경영학도 윤기철(강승식·박정혁·선율·세븐) 등을 떠올리며 풀어가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뮤지컬 ‘사랑했어요’(사진제공=호박덩쿨)비엔나 길거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함께 할 수 없게 되는 연인 준혁과 은주, 그 사랑을 따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기철 등의 엇갈린 운명이 여름의 끝자락, 가을을 알리는 계절에 펼쳐진다. 초연과는 달리 현재 이준혁과 과거의 이준혁 캐스트를 따로 두고 새 곡도 추가됐다. ‘사랑했어요’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에 “스토리의 큰 줄기는 같지만 다르게 풀어갔다”며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던 김현식 곡들의 매력이 한껏 발휘된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전언처럼 독특한 음색으로 블루스, 발라드, 소울, 팝, 펑키, 트로트,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던 김현식의 주옥같은 곡들의 향연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초연에는 없었던 ‘내 사랑 내 곁에’와 ‘넋두리’가 넘버로 추가됐다. 김현식의 유작앨범인 6집 수록곡인 ‘내 사랑 내 곁에’는 인연과 극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배치됐다. 극 초반 뮤지션으로 성공한 ‘현재 이준혁’이 비엔나에서 ‘특별한 추억이 있는’ 이 노래로 버스킹을 하다 한 여인을 발견하면서 과거로 거슬러 오른다. 외로움과 싸우며 재기를 꿈꾸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긴 상황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5집 앨범에 실린 ‘넋두리’는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 한 준혁과 기철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 등장한다. “저마다 다르게 새로운 넘버를 소화하는 배우들이 관전포인트”라는 관계자의 귀띔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08 18:30 허미선 기자

이순재, 소유진, 이연희 등…셰익스피어 본연의 ‘리어왕’ 찾기 여정에 합류하다

연극 ‘리어왕’(사진제공=파크컴퍼니)“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시작은 유산분배를 위한 이 질문이었다. 이 질문으로 시작해 거짓과 술수가 난무하고 유산과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공주들의 싸움은 유혈이 낭자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거짓과 술수에 휘둘리며 진실되게 말하는 막내 공주와 직언하는 충신을 내친 오만하고도 어리석은 왕의 이야기는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며 파국으로 치닫는다.지난달 31일 이순재의 출연을 알렸던 연극 ‘리어왕’(10월 30~11월 2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이 전캐스트를 발표했다. 연극 ‘리어왕’은 서울대학교 극예술동문을 중심으로 창단된 극단 관악극회 10주년 프로젝트로 올해로 연기생활 65주년을 맞은 배우 이순재를 비롯해 소유진, 첫 연극 무대에 오르는 이연희 등이 출연한다.연극 ‘리어왕’ 출연진(사진제공=파크컴퍼니)‘리어왕’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절대 권력자로서 행복한 은퇴를 꿈꿨지만 거짓과 달콤한 말에 휘둘리다 미치광이 신세로 전락한 리어왕을 중심으로 세 딸 고너릴·리건·코딜리아, 쫓겨나서도 천인광대로 변장해 리어왕을 지키는 충신 켄트 백작, 고너릴과 리건의 갈등을 야기시키는 에드먼드, 그에게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에드거 등이 풀어가는 이야기다.이번 연극에서는 이순재와 이연희가 리어왕과 셋째 딸 코딜리아로 캐스팅됐으며 첫째 딸 고너릴은 소유진·지주연(이하 가나다 순), 둘째 리건은 서송희·오정연이 번갈이 무대에 오른다.글로스터 백작은 최종률, 그의 적자 에드거는 권해성·박재민, 서자 에드먼드는 박영주, 충신 켄트 백작은 박용수, 고너릴의 남편 올바니 공작은 유태웅, 집사 오스왈드는 김인수·임대일, 리건의 남편 콘월 공작은 염인섭이 연기한다. 번역과 연출을 맡은 이현우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이번 ‘리어왕’에 대해 “원작의 충실한 재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셰익스피어 본연의 ‘리어왕’ 만들기에 노력 중이라는 이현우 연출은 언니들에게 쫓겨나 비참해진 아버지 리어왕을 구하기 위해 프랑스 대군을 이끌고 영국을 침공하는 코딜리아에 대해 “자기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수동적인 코딜리아는 원작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본 공연에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리어왕’이 쓰여진 1606년,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노스텔지어가 만연하던 사회 분위기를 상징하는 코딜리아를 연기하는 이연희는 바보 광대 역할까지 소화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07 20:15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 기억의 삭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끝까지 끝은 아니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사진제공=CJ ENM)세상을 지배하는 모든 ‘악’이 격돌하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설정으로 금요일 밤을 평정한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에서 천서진(김소연)과 하윤철(윤조훈)의 딸 하은별(최예빈)은 ‘조기치매’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뒤따르는 기억을 지우는 약에 집착했다. 그 속내는 자신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엄마의 기억을 지워 더 이상 나쁜 짓을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비록 누구도 약을 복용하지는 않았지만 약을 복용해 ‘기억’을 지운다고 그간의 악행이나 불행도 사라질까.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들의 사랑이야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마지막에서 올리버(정욱진·신성민·임준혁,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클레어(한재아·해나·홍지희)는 서로를 만나고 사랑했던 기억을 리셋하는 선택을 한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사진제공=CJ ENM)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낡고 소멸돼 가는 헬퍼봇들의 사랑이야기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우게 돼 버린 올리버와 클레어, 지직거리며 플레이되는 오래된 레코드 사운드, 빈티지스러운 스탠다드 재즈 선율, 인공적인 요소라고는 없는 어쿠스틱 음향 등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무장한 작품은 지극히 인간답고 서정적이기도 하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기획·개발, 2015년 내부리딩 및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6년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던 당시의 ‘새로움’과 ‘설렘’은 제작사와 출연진들을 바꿔가며 2017년 앙코르 공연, 2018년 재연, 2020년 삼연, 2021년 네 번째 시즌으로 이어지면서 다소 퇴색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어쩌면 해피엔딩’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미래에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을 ‘사랑’이다. 너무 사랑하는 상대가 자신의 소멸에 아파할 것을 걱정해 내린 ‘결정’ 역시 지극히 인간답고 감정적인 엔딩이다. 그 결정을 실제로 실행했는지는 배우마다의 해석과 표현 그리고 보는 이들의 받아들임과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이 작품의 제목이 ‘어쩌면 해피엔딩’인 이유도 그래서일지 모른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사진제공=CJ ENM)‘우린 왜 사랑했을까’라는 넘버 가사처럼 “흐르는 시간 속 결국 모든 게 흩어질 걸 알면서” 사랑에 빠져버린 두 사람은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에서 “다 잊기엔 너무 아까운 눈부시게 예쁜 기억들” “우리가 얼마나 서롤 아끼고 사랑했는지”는 잊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노래한다.극 초반 주인에게 상처받고 버림받았음에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클레어가 부르는 넘버 ‘끝까지 끝은 아니야’는 극 전체를 아우르는 문구들로 ‘어쩌면 해피엔딩’을 꿈꾸게 한다. 정말 마지막 순간이 오기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일분일초 매 순간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라거나 “괜한 걱정 따윈 말아, 어차피 똑같은 결말, 그저 지금에 집중해” “끝이라 생각한 순간 항상 찾아왔던 시작” 등까지. 사랑했던 기억의 리셋과 유지 중 어떤 선택을 했든 지극히 ‘나다운’ 것이었다면 끝이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면 그대로, 그렇지 못했더라도 그대로 ‘어쩌면 해피엔딩’일테니….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05 18:34 허미선 기자

뮤지컬 ‘판’ 확진 배우 외 전원 음성, 밀접촉자 17명 자가격리

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재)국립정동극장 뮤지컬 ‘판’이 출연 배우 중 한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9월 5일까지의 잔여 회차를 취소했다. 국립정동극장은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코로나19 확진으로 판정된 배우는 백신 2차 접종 후 2주가 경과됐다”며 “차기작 연습 참가를 위해 선제적으로 8월 30일(월) 코로나19 PCR 검사를 진행한 결과 31일(화) 오전 코로나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이에 31일 공연을 취소하고 배우와 스태프, 국립정동극장 임직원 등에 대한 PCR 검사를 진행·완료했고 “9월 1일 오후 12시 기준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1일 오전 진행된 중구보건소 역학조사 결과 뮤지컬 ‘판’ 출연자, 연주자 등 17명이 밀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며 8월 28, 29일 관객의 명단도 제출된 상태다.뮤지컬 ‘판’ 관계자에 따르면 “확진된 배우는 다른 작품의 공연이나 연습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무증상이어서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 역학조사 중이다.”뮤지컬 ‘판’은 양반가 도령 달수 역의 김지철·류제윤, 전설의 전기수 호태 김지훈·원종환, 매설방 주인 춘섬 김아영·최유하, 세책가의 이덕 박란주·최수진, 사또와 분이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류경환·이경욱과 김지혜·임소라, 산받이 최영석 등이 꾸리는 풍자극이다.출연진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판’ 배우들이 밀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감으로서 그들이 참여해 공연 중이거나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작품들도 어쩔 수 없는 캐스팅 변경 등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8월 31일 개막한 연극 ‘보도지침’(11월 14일까지 대학로 TOM 2관)은 김지철이 출연예정이던 2일 캐스팅을 임병근으로 변경했다. 김지훈은 뮤지컬 ‘아가사’(10월 3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원종환은 뮤지컬 ‘풍월주’(11월 7일까지 플러스씨어터)에 출연 중이며 박란주는 ‘작은아씨들’(10월 9~31일 드림아트센터 2관), 최유하는 ‘작은아씨들’과 ‘웨딩플레이어’(9월 15~12월 26일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최수진은 ‘지킬앤하이드’(10월 19~2022년 5월 8일 샤롯데씨어터) 공연을 준비 중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01 18:15 허미선 기자

뮤지컬 ‘판’ 출연진 코로나19 확진에 공연계 또 다시 ‘폭풍전야’

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국립정동극장이 뮤지컬 ‘판’(9월 5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출연진 중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31일 공연을 취소했다. 국립정동극장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일 오전 뮤지컬 ‘판’ 배우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당일 공연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 알리며 “현재 국립정동극장 전 직원 및 뮤지컬 ‘판’ 공연 전체 참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PCR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관계자에 따르면 ‘판’ 출연배우 중 1명이 차기 공연 연습을 위해 8월 30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31일 오전에 확진 통보를 받았다.뮤지컬 ‘판’은 양반가 도령 달수(김지철·류제윤)가 전설의 전기수 호태(김지훈·원종환), 매설방 주인 춘섬(김아영·최유하), 세책가의 이덕(박란주·최수진) 등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풍자극이다. 이날 공연에는 달수 역의 김지철, 호태 김지훈, 춘섬 최유하, 이덕 최수진, 사또와 분이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류경환과 임소라가 출연 예정이었지만 한데 모이기 전 해당 배우가 확진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출연진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판’ 배우들이 참여해 공연 중이거나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작품들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어 공연계는 또 다시 폭풍전야를 맞았다.국립정동극장은 “차후 공연 진행 여부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및 보건소 등 방역당국 안내에 따라 국립정동극장 SNS, 홈페이지, 예매처, 언론사 등을 통해 신속하게 공지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31 15:12 허미선 기자

[비바100] 한영 최고 뮤지컬배우 마이클 리와 라민 카림루, ‘사랑’으로 한 무대 오르다

뮤지컬배우 마이클 리(왼쪽)와 라민 카림루가 ‘사랑’으로 한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2019 ‘뮤직 오브 더 나이트’ 콘서트 중 듀엣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사진제공=리마프로덕션)“리마(LIMAH)라는 프로덕션 이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중 하나인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의 넘버 ‘Finishing the Hat’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예요. ‘봐, 내가 모자를 만들었어. 모자가 없던 곳에 말야’(Look, I Made A Hat. Where There Never Was A Hat)라는 가사에서 영감을 받았죠. 우리 마음과 영혼으로부터 예술이 창조되는 것, 우리를 감동시키는 아이디어로부터 진정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에 관한 이야기죠.” 브로드웨이와 한국 ‘미스사이공’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렌트’ ‘노트르담 드 파리’ ‘헤드윅’ ‘록키호러쇼’ 등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던 마이클 리가 ‘리마 프로덕션’이라는 제작사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출발선에 섰다. 마이클 리(사진제공=리마프로덕션)‘리마’라는 회사 이름이 “Look, I Made A Hat”이라고 전한 마이클 리는 “모자는 예술이며 이상이자 목표”라며 “가장 나은, 잘 성장해 완벽해진 상태에서의 자기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을 통해 완벽해질 수 있고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한 마이클 리가 프로듀서로서 처음 선보이는 ‘마이클 리라민 카림루 콘서트’(8월 27~29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가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그의 무대 파트너는 ‘선셋 블리바드’(Sunset Boulevard), ‘레미제라블’(Les Miserable), ‘미스 사이공’(Miss Saigon),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과 그 후속작인 ‘러브 네버 다이’(Love Never Dies) 등의 웨스트엔드 뮤지컬배우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다. 2018년 ‘앤드루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 2019 ‘뮤직 오브 더 나이트 마이클 리 라민 카림루 콘서트’, 2021 ‘일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에 이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네 번째 무대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마이클 리와 라민 카림루가 공들여 선정한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를 비롯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대표작과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미스사이공’ 등의 넘버들이 불린다. 마이클 리에 따르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 ‘신데렐라 중 ‘온리유 론리유’(Only You Lonely You),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은 중동 배경의 뮤지컬 ‘루미’(Rumi)의 중동풍 넘버 ‘라이트닝’(Lignting)도 한국 처음으로 선보인다. 뮤지컬배우 마이클 리(왼쪽)와 라민 카림루가 ‘사랑’으로 한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2019 ‘뮤직 오브 더 나이트’ 콘서트 중 듀엣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사진제공=리마프로덕션)라민 카람루는 자신이 팬텀으로 출연했던 ‘러브 네더 다이’의 ‘Til I Hear You Sing’를 오랜만에 부를 예정이며 마이클 리 역시 ‘As If We Never Said Goodbye’를 선사할 것으로 알려진다. 마이클 리는 “단순한 노래만이 아닌, 배우들이 할 수 있는 프로덕션을 보여드리게 될 것”이라며 “유명 뮤지컬과 생소한 작품의 넘버 뿐 아니라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 셀린 디온(Celine Dion) 등의 히트팝도 불러드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뮤지컬, 팝 등을 아우르는 세트리스트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마이클 리는 ‘사랑’이라고 꼽았다. 그는 “사랑은 일반적으로 로맨틱한 면으로 사용되지만 많은 것들을 얘기한다”며 “세 남자가 함께 부르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아름답다’(Belle), 팬텀이 가진 사랑의 감정을 표출하는 라민 카림루의 ‘러브 네버 다이’ 중 ‘Til I Hear You Sing’ 그리고 ‘미스사이공’ 넘버에서도 사랑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민 카림루(사진제공=리마프로덕션)더불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2년 동안 우리는 많은 시간을 잃었다. 저희에게 주어진 그 어떤 시간도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두 배우가 표출하는 공연과 예술을 향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등에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이클 리와 라민 카림루를 지원사격하는 게스트들도 쟁쟁하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비욘세(Beyonce), 존 레전드(John Legend)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세션 및 싱어송라이터로 활약 중인 에디 브라운(Eddy Brown)이 내한해 세션으로 두 사람과 함께 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 ‘에드거 앨런 포’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더 데빌’ 등에서 마이클 리와 함께 했던 윤형렬과 ‘미스 사이공’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으로 호흡을 맞춘 김보경 그리고 ‘지킬앤하이드’ ‘광주’ ‘프랑켄슈타인’ ‘다윈영의 악의 기원’ ‘벤허’ 등의 민우혁과 ‘노트르담 드 파리’ ‘레미제라블’ ‘아이다’ ‘렌트’ 등의 전나영 등이 스페셜 게스트로 힘을 보탠다. 더불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 중인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와 국내 예비 스타들이 함께 준비하는 히든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깜짝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25 19: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뮤지컬 ‘광화문연가’ 윤도현이 말하는 월하 차지연·김호영·김성규 그리고 명우 강필석·엄기준

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사진제공=CJ ENM)“뮤지컬은 노래가 진짜 중요한데 차지연 배우와 함께 무대에 설 때면 아무 걱정 없이, 마음대로 노래해요.”뮤지컬 故이영훈 작곡가의 곡들로 꾸린 주크박스뮤지컬 ‘광화문연가’(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중년의 작곡가 명우(윤도현·강필석·엄기준)로 출연 중인 윤도현은 전혀 다른 매력의 월하(차지연·김호영·김성규,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 중 차지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뮤지컬 ‘광화문연가’는 고선웅 작가, 이지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등 쟁쟁한 창작진들이 꾸린 작품으로 ‘광화문연가’ ‘소녀’ ‘붉은 노을’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옛사랑’ ‘가을이 오면’ ‘내 오랜 그녀’ ‘애수’ ‘그녀의 웃음소리 뿐’ 등을 따라 떠나는 명우와 월하의 시간여행을 담고 있다. 이에 그 무엇보다 명우·월하의 호흡과 이영훈 작곡가 곡의 맛을 잘 살리는 가창이 중요한 작품이다.뮤지컬 ‘광화문연가’ 출연진. 왼쪽부터 월하 김호영, 명우 윤도현, 월하 차지연, 명우 강필석, 월하 김성규(사진제공=CJ ENM)“뮤지컬을 하면서는 굉장히 절제하는 창법으로 노래하는데 차지연 월하와 할 때는 살짝 올립니다. (차지연이) 워낙 성량이 풍부하다니 제가 막 올려도 커버가 되거든요. 음악적인 면에서 아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월하죠.”이어 “1막 마지막 곡인 ‘그녀의 웃음소리 뿐’을 할 때 격정을 제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배우”라며 “매번 어떻게 저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갈까 싶은 배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월하 김호영에 대해서는 “잔망미가 너무 넘치니 같이 하면서 너무 재밌고 즐겁다”고 털어놓았다.“(김)호영 배우가 편안하게 하다 보니 저 역시 편안해져요. 그런 케미가 너무 좋은, 월하 자체죠. 보다보면 신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역할에 몰입돼 있어요. (월하 중 가장) 어린 (김)성규는 어린 월하 특유의 매력이 있어요. 귀엽기도 하고 장난기도 있어서 무대에서 색다르게 다가오죠.”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왼쪽)과 강필석(사진제공=CJ ENM)그리곤 “월하가 바뀌면 새로운 공연을 하는 느낌”이라고 부연한 윤도현은 “(엄)기준이, (강)필석이 셋이서 모여 분석을 많이 했다. 기준이가 드라마(펜트하우스) 때문에 바빠서 많이 참석하진 못했지만 함께 고민했다”며 같은 명우 역할의 강필석, 엄기준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기준이나 필석이한테 특히 연기적인 부분에서 많이 배웠어요. 제가 연기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걸 잘 알고 있거든요.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의) 필석이한테는 개인레슨을 받았어요. 우스갯소리로 ‘한예종 연기과 커리큘럼을 공짜로 내가 써도 되냐’고 할 정도로 많은 걸 배웠죠. 반대로 필석이는 노래 부분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서 알려주기도 하는 등 상부상조하면서 공연을 만들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23 18: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광화문연가’ 윤도현 “나를 꼭 닮은 명우, 날 돌아보게 하죠!”

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사진제공=CJ ENM)“제가 기억하는 ‘붉은 노을’은 신나는 곡이에요. 관객들과 같이 뛰고 합창하는 그런 곡이죠. 그런데 ‘광화문연가’ 극 중에서는 가장 고통스러워할 때 나오는 곡이어서 색다르게 다가와요.”故이영훈 작곡가의 곡들로 꾸린 주크박스뮤지컬 ‘광화문연가’(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죽음을 앞두고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차지연·김호영·김성규,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중년의 작곡가 명우(윤도현·강필석·엄기준)로 출연 중인 윤도현은 ‘붉은 노을’을 가장 색다르게 다가온 곡으로 꼽았다.“YB에서도 많이 불렀고 ‘나는 가수다’에서도 불렀던 곡이에요. 이전에는 항상 기분 좋은 느낌으로 노래했다면 ‘광화문연가’에서는 첫 사랑을 떠난 아픔을 노래로 표현하는 장면이라 굉장히 다르게 와 닿았죠.”지난달 2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레스콜에 참석한 뮤지컬 ‘광화문연가’ 출연진과 창작진. 왼쪽부터 월하 역의 김호영, 명우 윤도현, 김성수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감독, 이지나 연출, 월하 차지연, 명우 강필석, 월하 성규(사진제공=CJ ENM)고선웅 작가, 이지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등 쟁쟁한 창작진들이 꾸린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생의 끝자락에서 찾은 기억의 전시관, 그곳에서 인연을 관장하는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를 만나 1984년 봄으로 거슬러 오른 명우가 펼쳐내는 환상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명우(양지원·황순종)와 그의 첫사랑 수아(이채민·홍서영), 현재 명우의 곁을 지키고 있는 시영(문진아·송문선) 그리고 우연히 만난 중년의 수아(전혜선·리사) 등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광화문연가’ ‘소녀’ ‘붉은 노을’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옛사랑’ ‘가을이 오면’ ‘내 오랜 그녀’ ‘애수’ ‘그녀의 웃음소리 뿐’ 등에 실린다.◇열일곱 딸도, YB 멤버들도 극찬한 뮤지컬 ‘광화문연가’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사진제공=CJ ENM)“말할 나위 없이 이번 편곡이 너무 좋아요. (김)성수 형과는 워낙 친분도 있고 어떤 스타일인지도 알고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죠. 특히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아주 많이 살린 편곡들이 마음에 들고 작품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이렇게 밝힌 윤도현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YB(보컬 윤도현, 베이스 박태희, 드럼 김진원, 기타 허준#8231;스캇 할로웰) 멤버들의 관람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YB멤버 중 영국인 스캇은 말도 못알아듣는데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재밌냐’고 물어보니 음악 편곡이랑 노래가 저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제 노래가 너무 완벽했다고 하더라고요. 베이스 (박)태희 형도 잘 봤다고,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혼자 와서 보고 가기도 했죠. 너무 오래된 사이라 칭찬을 거의 안하는 멤버들한테 (호평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이어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고 얘기해주니 보람돼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한 윤도현은 YB멤버들은 물론 “독설가는 아니지만 필터가 전혀 없는 피드백을 주는, 귀가 되게 예민한” 열일곱 딸에게 들은 호평에 대해서도 전했다.“딸이 항상 ‘긴장하면 끝’이라고, ‘제발 여유롭게 생각해’라고 하곤 해요. (딸이 ‘광화문연가’를 보러 온) 그날 좀 더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피드백이 좋았어요. ‘아빠 잘했어. 진짜 괜찮았어’라고 하고는 몇 군데 음정에 대해서 얘기했죠. 연기부분에서도 처음으로 ‘아빠 잘하던데’라는 얘기도 해주고 다행히 잘 넘어갔습니다.”◇나를 닮은 명우 “창작자의 마음 보여주고 싶어요”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사진제공=CJ ENM)“명우를 연기하면서 작곡가나 창작자들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작곡가나 창작자들의 결과물만 알게 되지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고 창작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거든요.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그에 따른 감정선들을 잘 보여줌으로서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고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죠.”윤도현은 “음악을 만들거나 창작할 때는 없던 걸 만들어내야하기 때문에 집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집중을 위해서는 주변 상황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서 인간관계가 소홀해지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심해지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저 역시 그랬어요. 저의 삶과 너무 닮아 있어서 내 얘긴가 싶을 정도죠. 어떤 때는 소름이 끼치기도 해요. 곡을 만들기 위해 온갖 상상력, 경험한 것, 경험하지 않은 것조차도 동원해요. 어떤 땐 책, 영화 등을 떠올리기도 하고 남의 얘기를 듣고 없는 얘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고통스럽지만 완성 후의 희열 때문에 힘든 작업을 반복하거든요.”그리곤 “극중 이명우도 작곡을 위해 첫사랑과의 기억을 동원한다. 풋사랑일 정도로 에피소드가 없는데도 계속 그걸 생각하면서 상상으로 곡을 만들어내는 점들이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소홀했던 점도 닮았다”고 부연했다.“여러 면에서 명우가 많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어떻게 해야 명우를 나쁜 놈으로 안 보이게 할까 고민하고 창작을 위해 자기 상상력까지 동원하는 모습이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보여질까 생각하면서 무대에 오르고 있죠.”◇이영훈 작곡가와의 인연, 뮤지컬 ‘광화문연가’로 이어지다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사진제공=CJ ENM)“이영훈 형님과는 두 번 정도 녹음을 하면서 친분이 있었고 절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녹음할 때도 별 디렉팅 없이 제가 부르는 노래가 너무 좋다고만 해주셨죠. 돌아가시기 전 문병을 두 번 갔었는데 위중한 상태였는데도 곡을 쓰고 계시더라고요. 침상에서.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고 ‘네가 이걸 꼭 해야 한다’고 해주셔서 (2011년의)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하게 됐죠.”그렇게 윤도현은 2011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버전의 뮤지컬 ‘광화문연가’에도 출연했다. 그는 “그때의 ‘광화문연가’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였다”며 “지금의 ‘광화문연가’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음악가가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뒤를 돌아보며 인생을 관조하는 느낌의 작품”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저도 나이가 들었고 지금의 ‘광화문연가’ 감정선이 제가 표현하기에는 걸맞는 것 같아요. 작곡가나 창작자의 삶을 보여주기도 해서 개인적인 감정 이입도 잘 되는 작품이죠. 지금도 이영훈 형님이 모셔져 있는 곳에 가끔 가는데 아마 하늘에서 보고 되게 좋아하실 것 같아요. 노래가 남아 많은 이들에게 들려지니 후배로서 너무 기쁩니다.”◇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명곡의 힘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사진제공=CJ ENM)“명곡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 같아요.” 윤도현은 ‘광화문연가’를 비롯해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음악으로 꾸린 ‘미인’(9월 15~12월 5일 예스24스테이지), 故김현식의 노래들로 꾸린 ‘사랑했어요’(10월 3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내후년 공연 예정으로 서태지 곡들로 꾸리는 ‘페스트’,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1980년대 포크음악의 한 획을 그은 가수의 곡들로 꾸린 작품 등 오래 전 곡들로 꾸린 뮤지컬들이 사랑받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단언했다.“1990년대 초반 댄스음악들이 새로 등장하면서 이미 그런 얘기들을 했어요. ‘더 이상 나올 스타일이 없다’고. 어떤 선배 형이 ‘음악은 결국 돌고 돈다’고 했던 말을 당시에는 안믿었어요. 새로운 음악이 생기면 오래된 음악은 도태될 거라고 믿었죠. 하지만 예전 곡들이 사랑받고 작지 않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레트로 음악을 듣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아무리 음악이 발전하고 새로운 것들이 나와도 아날로그가 가진 감성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명곡들로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사진제공=CJ ENM)그리곤 “몇년 전 YB노래들로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했었다”며 “시나리오도 재밌게 나왔고 곡들도 이미 선곡돼 진행되다 못하게 됐다. 다시 하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더불어 죽기 1분 전 자신을 돌아보는 명우의 이야기가 “중장년층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설정이라고 밝혔다.  “중장년이 되면 스스로도 모르게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게 돼요.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까 고민하는 나이거든요.”그리곤 명우처럼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돌아가고 싶은 시절로 윤도현은 “어려서 뛰어놀던 파주의 자연 속”이라고 꼽았다.뮤지컬 ‘원더티켓: 수호나무가 있는 마을’에서 풍백 역을 연기한 윤도현(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산에서 들에서 냇가에서 고기도 잡고 잠자리채를 들고 친구들과 뛰어 다니고…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걱정도 없었죠.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 시절로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어요.”◇5년만의 뮤지컬 복귀 ‘광화문연가’와 ‘원더티켓’“뮤지컬과 음악활동, 예능 프로그램 등을 병행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스케줄상으로 뮤지컬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시간적으로 충분히 할애하지 못해서 뮤지컬을 하지 않겠다고 했죠.”이에 윤도현은 2016년 ‘헤드윅’을 끝으로 더 이상 뮤지컬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5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그 계기는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비대면으로 초연됐던 뮤지컬 ‘원더티켓: 수호나무가 있는 마을’이었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주최·주관하는 ‘원더티켓’(9월 17~26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은 최첨단 ICT기술로 재현하는 화려한 무대와 ‘쇼’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는 작품이다. 세계 유일의 비무장지대(DMZ)가 평화와 화해, 희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만들어진 ‘DMZ 평화관광 콘텐츠’다.“완전한 뮤지컬이 아닌 공연 형식이 합쳐진 새로운 장르였어요. ‘원더티켓’을 하면서 ‘다시 뮤지컬을 해야겠다’ 하던 차에 이지나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운명인가 싶었죠. 2011년 공연 때의 좋은 기억들도, 명곡들도 많아서 출연을 결심했어요.”(뮤지컬을 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번복하긴 했지만 “뮤지컬에 대한 매력에 다시 빠지고 있다”는 윤도현은 ‘원더티켓’에서 남북분단으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만나고 싶어하는 기관사 출신 노신사(이황의)의 소원을 이뤄주는 바람의 신 풍백(윤도현·유회승, 이하 시즌 합류 순)으로 분한다.'원더티켓'과는 또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가운데), 월하 김성규(왼쪽), 젊은 명우 황순종(사진제공=CJ ENM)“이 작품과는 상반된 역할인데 ‘원더티켓’에선 제가 월하예요. ‘광화문연가’의 월하를 보면서 ‘매력있다’고 느꼈는데 ‘원더티켓’에서 다 풀고 있죠. 공교롭게도 비슷한 캐릭터들을 직접 경험하니 너무 재밌어요. 배우로서 극과 극의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 같거든요.”이어 “앞으로도 기회가 온다면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밝힌 윤도현은 “마음 속으로는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지만 말을 꺼내기는 어렵다”고 눙쳤다.“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뮤지컬을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제가 앞으로 기회가 오면 하고 싶다는 건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유다 등 그 동안 했던 작품들을 비롯해 ‘윤도현이 저걸 한다고?’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뭐든 들어오면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음악은 나의 힘, YB 멤버 그리고 뮤지컬배우 윤도현뮤지컬 ‘광화문연가’ 명우 역의 윤도현(사진제공=CJ ENM)“같은 음악을 들어도 다들 기억이 다를 거예요. 각박하고 힘든 삶, 일상에 답답함을 느낄 때 음악을 들으면서 추억여행을 하거나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죠. 음악들을 통해 잠시나마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힘든 삶을 살아갈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생각해요.”음악의 힘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도현은 지난 6월, YB가 9월 10일 발매될 메탈리카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앨범 ‘더 메탈리카 블랙리스트’(The Metallica Blacklist)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깜짝 발표했다.“너무 영광스럽게도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메탈리카 기념 앨범에 참여하게 돼 너무 많이 흥분했어요. 오래 하다보니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겼구나 싶었죠. 그 흥분감을 가지고 무지막지하게 집중해 만들어낸 결과물이 만족스러워 기분이 좋아요. 얼마 전에는 메탈리카 팬매거진에서 요청이 와 인터뷰를 했는데 ‘편곡이 유니크해서 좋다’고 하셔서 기분이 너무 좋았죠.”가수로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윤도현은 “제 생각에 YB는 쿨한 매력의 밴드다. 그래서 YB 때는 쿨한 느낌을 가지고 시원시원하게 표현하고 노래한다면 ‘광화문연가’에서는 곡마다 이야기가 보여야한다는 생각으로 노력 중”이라고 털어놓았다.“감성적인 어려움 보다는 기술적 창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달까요. 막 내지르기 보다는 절제하고 섬세한 감정을 보여드리기 위해 힘을 빼려고 노력했어요. 예전에 뮤지컬을 할 때 ‘윤도현 콘서트를 본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저에겐 가장 풀어야할 숙제였죠. 다행히 이번엔 그런 피드백이 없어요. 이명우로 보여지기 위해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해요.”이어 극 중 명우처럼 맞이하게 될 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윤도현은 “어떤 모습으로 이 생과 작별을 해야 할까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저 역시 ‘광화문연가’의 명우처럼 행복하게 작별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유쾌하게 잘 살다 갑니다. 이런 마음으로 가고 싶어요. 그래야 남겨진 사람한테도 슬픔을 덜 안겨줄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도 더 잘 살아야겠다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23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꿈’으로 뜨거운 네명의 빌리가 빚어내는 200도짜리 감동…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왼쪽부터 빌리 역의 이우진·김시훈·주현준·전강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음악 따라 가다 보면 나는 또 사라져. 그 순간 느끼죠. 뜨거워진 내 마음.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내 안의 내 모습.”‘일렉트릭시티’(Electricity) 가사처럼 역경 속에서도 꿈을 찾아 날아오르는 소년 빌리(김시훈·이우진·전강혁·주현준, 이하 가나다 순)의 여정을 1984년 실재했던 영국 탄광 노동자 파업과 교차시킨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8월 31~2022년 2월 2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가 18일 온라인으로 연습장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이번 ‘빌리 엘리어트’ 연습은 고양시 아람누리에 실제 공연될 무대 장치를 똑같이 설치해 진행했습니다. 연습량이나 리허설룸 등 조건들이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온라인 라이브 인터뷰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명성 프로듀서, 아빠 역의 최명경, 윌킬슨 김영주, 사이먼 폴라드 해외협력연출, 톰 호지슨 해외협력안무, 윌킨슨 최정원, 빌리 역의 전강혁·주현준·김시훈·이우진, 할머니 박정자(사진제공=신시컴퍼니)이렇게 전한 한국 ‘빌리 엘리어트’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 프로듀서는 “빌리, 마이클(강현중·나다움·성주환·임동빈) 등 어린 배우들이 오디션을 거쳐 20여개월 간 맹연습 중”이라며 “7살의 어린 배우부터 팔순 박정자 선생님까지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뮤지컬”이라고 전했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한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워킹타이틀이 제작한 작품으로 팝 아티스트 엘튼 존(Elton John)이 음악, 리 홀(Lee Hall)이 대본을 책임지고 스테판 달드리(Stephen Daldry) 연출, 피터 달링(Peter Darling) 안무가 등이 힘을 보태 무대화했다. 2005년 런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10년 첫 선을 보인 후 2017년 재연에 이은 세 번째 시즌이다.◇매일 성장하는 빌리들에 울컥!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 ‘샤인’(Shine)을 시연 중인 김시훈(사진제공=신시컴퍼니)“공개된 연습장면들은 2주 전에 촬영한 것들이에요. 그 사이에 이 아이들은 훨씬 더 잘하게 됐죠.”한국 세 번째 시즌의 해외협력연출로 참여한 사이먼 폴라드(Simon Pollard)는 공개된 ‘샤인’(Shine, 김시훈·최정원·이진하·이윤슬·발레걸즈), ‘익스프레싱 유어셀프’(Expressing Yourself, 주현준·나다움), ‘앵그리댄스’(Angry Dance, 이우진·최명경·앙상블), ‘솔리대리티’(Solidarity, 전강혁·김영주·최명경·김시영·이진하·김근영·발레걸즈·앙상블) 연습장면에 대해 “연습을 할 때마다 좋아지기만 하니 공연 때 쯤에는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연습 장면을 지켜본 할머니 역의 박정자, 빌리의 발레 재능을 알아보고 지도하는 윌킨슨 선생 역의 최정원·김영주, 빌리 아빠 최명경은 “감동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윌킨슨 역의 최정원은 “저희는 무대 위에 있지만 의상이 없어도 감동적이다. 네명의 빌리를 보니 울컥한다”고, 최명경은 “3년 전에도 연기하면서 감명받았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감동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영주 역시 “눈물이 나고 멋있다”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 ‘익스프레싱 유어셀스’(Expressing Yourself)를 시연 중인 빌리 역의 주현준(왼쪽)과 마이클 나다움(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습 영상을 보면서 우리 빌리들이 얼마나 연습한지를 아니까 정말 눈물이 나요. 너무 멋있어요. 이 아이들과 공연을 하는 게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어요.”최고 연장자인 할머니 역의 박정자는 “연습을 하다보면 한번도 다른 생각을 안하고 오로지 무대만 보게 된다”고 털어놓았다.“매일 매일 감동이에요. 무대 리허설 온도가 100도를 넘어 200도는 되죠. 눈물이 나요. 빌리, 앙상블, 모든 스태프 등을 보고 있으면 이게 라이브의 힘이구나 싶고 그 감동이 식지를 않죠. 공연이 끝나는 2월까지 그 감동이 식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오디션과 빌리스쿨 18개월의 지난한 여정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 ‘솔리대리티’(Solidarity)를 시연 중인 빌리 역의 전강혁(앞)과 윌킨슨 김영주(사진제공=신시컴퍼니)“대견하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연습 영상을 지켜본 네 명의 빌리 김시훈·이우진·전강혁·주현준은 이구동성으로 뿌듯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했다. 이들의 말에 해외협력 안무가 톰 호지슨(Tom Hodgson)은 “아이들 대답에 웃음이 난다”며 “저도 (연습영상을 보면서 아이들과) 같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오디션에서는 잠재력을 봐요. 오디션과 빌리스쿨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좋은 배우로 발전했어요. 대견하지만 아이들마다 이거는 고쳐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아이들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끼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톰 호지슨의 말에 사이먼 폴라드 연출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습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1년의 빌리스쿨을 끝내고 연습을 시작하는데 4주 동안은 빌리들만 연습을 한다”며 “대본 전체를 공부하고 대사 한줄한줄을 숙지한다”고 전했다.“그 연습이 끝날 즈음엔 빌리들도 공연을 잘 알게 돼요. 빌리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클, 윌킨슨 순으로 합류하죠. 그런 과정을 거쳐 캐릭터가 몸에 배 자연스럽게 공연을 할 수 있게 됩니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 ‘앵그리댄스’(Angry Dance)를 시연 중인 빌리 역의 이우진(사진제공=신시컴퍼니)사이먼 폴라드 연출의 말에 안무가 톰 호지슨도 “안무가 복잡해 겹겹이 쌓아야한다”며 “장면마다 배우들이 소화해야하는 안무가 각각 다르다”고 부연했다.“좋은 예가 ‘앵그리댄스’입니다. 성인 배우들과 앙상블 전체가 안무를 익히는 데는 일주일이 걸려요. 하지만 빌리 배우들은 9주가 걸리죠. 이에 빌리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캐스트를 추가하는 연습과정을 통해 안무를 완성해갑니다.”그렇게 지난한 여정 위에 있는 네명의 빌리 김시훈·이우진·전강혁·주현준은 저마다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뮤지컬 ‘빅 피쉬’ ‘마틸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등의 이우진은 2009년생으로 탭댄스, 발레, 아크로배틱, 스트리트댄스 등의 실력을 두루 갖춘 배우였다.“제가 되게 운동하는 걸 즐기는데 ‘빌리 엘리어트’를 준비하면서는 다칠까봐 운동을 못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가장 발전한 건 춤들이에요. 빌리 스쿨 전에도 했던 탭과 아크로배틱 그리고 새로운 발레 등도 더 잘하게 됐죠.”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온라인 라이브 인터뷰 현장(사진제공=신시컴퍼니)2010년생으로 오페라 ‘1945’, 뮤지컬 ‘팬텀’ 등의 무대에 올랐고 발레와 태권도가 특기 김시훈은 ”빌리스쿨 전에는 겁이 많았다”며 “특히 아크로배틱이 그랬는데 빌리를 하면서 겁이 없어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주현준은 “가장 힘든 건 마스크다. 마스크를 쓰면 사람들 얼굴도 잘 안보이고 숨 쉬기도 어렵다”며 “실력이 발전했고 스스로 자제하는 능력도 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2009년생으로 비보잉, 발레, 탭이 특기인 주현준은 뮤지컬 ‘빅 피쉬’ ‘크리스마스 캐롤’ 등에 출연한 바 있다.2009년생으로 발레에 특화된 전강혁은 “처음에는 탭이나 아크로배틱을 아예 안배운 상황이어서 힘들었다”며 “계속 하다 보니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생겨서 기뻤다”고 말했다. 빌리 배우들의 토로에 사이먼 폴라드 연출은 “오디션과 빌리스쿨까지 18개월 동안 아이들이 스펀지처럼 잘 흡수해 왔다”고 밝혔다.“다들 연기 경력은 없는 편이었는데 노래와 연기, 춤까지 제대로 소화하는 훌륭한 배우가 돼가고 있어요. 주연배우에게 이렇게 많은 걸 요구하는 공연은 ‘빌리 엘리어트’ 뿐이죠.”◇에너지 소모가 많은 ‘앵그리댄스’, 가장 자신있는 ‘솔리대리티’ ‘드림발레’ ‘앵그리댄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왼쪽부터 빌리 역의 이우진·김시훈·주현준·전강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몸에서 분노를 계속 쏟아내며 에너지를 쓰는데다 감정적으로도 힘든 ‘앵그리댄스’”가장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장면에 대해 김시훈·이우진·전강혁·주현준은 ‘앵그리댄스’를 외쳤다. ‘앵그리댄스’는 아버지와 형 토니가 왕립발레학교 오디션을 보러가지 못하게 막는 상황에 빌리가 분노와 답답함을 표출하는 넘버다. 더불어 마을에는 폭동이 일어 광부들과 공권력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이 오버랩된다.한마음으로 ‘앵그리댄스’를 가장 힘든 장면으로 꼽은 김시훈·이우진·전강혁·주현준의 가장 자신있는 넘버는 저마다 달랐다. 전강혁은 가장 자신있는 장면으로 ‘솔리대리티’를, 이우진은 ‘드림발레’(Dream Ballet)를, 김시훈은 ‘앵그리댄스’를 꼽았다. 김시훈은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자신있는 장면이 ‘앵그리댄스’인 것 같다”며 “탭이 너무 재밌고 ‘앵그리댄스’를 출 때 되게 행복하다”고 이유를 밝혔다.전강혁의 ‘솔리대리티’는 발레 실력이 늘어가는 빌리와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는 마을사람들·경찰의 대치를 대비시켜 표현하는 장면이다. 이우진이 가장 자신있는 장면으로 꼽은 ‘드림발레’는 홀로 체육관에 남겨진 빌 리가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성인 빌리와 추는 파드되(2인무)다. 이우진은 ‘드림발레’에 대해 “행복함과 아름다운 선이 느껴진다”며 “성인 빌리와 합이 잘 맞아야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21 22: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와이드 LED, 프로젝션 맵핑, 홀로그램으로 재현되는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뮤지컬 ‘원더티켓’

뮤지컬 ‘원더티켓’ 출연진(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36미터에 달하는 와이드 LED, 그 LED를 여는 최첨단 트롤리 시스템, 대형 ABR(Air Balloon Robot) 프로젝션 맵핑, 홀로그램, 5G 이동통신기술, 플라잉 장치 등으로 재현된 초대형 기차와 10미터짜리 수호나무, 정겹고도 웅장한 DMZ 풍광 등이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특설무대에 펼쳐진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주관하는 뮤지컬 ‘원더티켓: 수호나무가 있는 마을’(9월 17~26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은 최첨단 ICT기술로 재현하는 화려한 무대와 ‘쇼’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는 작품이다.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비대면으로 초연됐던 ‘원더티켓’은 세계 유일의 비무장지대(DMZ)가 평화와 화해, 희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DMZ 평화관광 콘텐츠’다.뮤지컬 ‘원더티켓’ 출연진. 왼쪽부터 풍백 역의 유회승, 해나 이서영, 노신사 이황의, 풍백 윤도현(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전쟁으로 멈춰버린 열차와 무너져 내린 풍백역, 파괴된 수호나무와 폐허가 된 DMZ 마을을 배경으로 단군신화 속 바람의 신 풍백(윤도현·유회승, 이하 시즌 합류 순)이 분단으로 헤어진 첫사랑을 찾으려는 기관사 출신 노신사(이황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은 판타지 뮤지컬이다. 이들의 여정에는 고구려 벽화 속 철의 신 단야(이장원), 노신사의 손녀 해나(이서영), 풍백의 아우인 우사(유제)와 운사(이용석) 등이 함께 한다. “실제로 마지막 신의주선 기관사는 19살에 기관사가 됐어요. 그 당시에는 기관사가 되는 일이 신문에 날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이렇게 전한 이혜진 연출감독은 1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임진각 찾은 해나와 노신사, DMZ 숲속에 잠들어 있던 단군신화 속 풍백이 바람의 열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는 판타지 뮤지컬”이라며 “다양한 장치와 기술을 활용한 화려한 퍼포먼스와 총 43명의 앙상블이 그려내는 역동적인 군무들이 장면의 힘과 멋을 더한다”고 소개했다.뮤지컬 ‘원더티켓’ 공연장면(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최광일 총감독은 “좌표를 이용한 홀로그램, 3D맵핑을 이용한 장면 표현, 실시간 페이스 혹은 메시지 미러링, ABR로 부활하는 수호나무, 대형 열차 등 선진수준의 ICT기술과 스펙타클한 장치가 배우들과 어떻게 합을 이루는지 봐주시면 좋겠다”며 “관객이 공연을 들여다보는 위치가 아닌 공연에서 만들어진 음악, 영상 등 모든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흥과 재미를 느끼는 장면들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최광일 총감독은 ‘원더티켓’에 대해 “이전에는 땅굴, 판문각 등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존재하던 DMZ 접경지역을 미래적으로 해석한다”며 “한반도에만 있는 것, 근대사 등을 늘어놓으며 평화관광지로 자리매김하는 흐름 중 가장 중요한 콘텐츠 공연”이라고 털어놓았다. “프로시니엄(객석과 경계가 분명한 원형 혹은 반원형 무대)이 아닌 야외극장에서 스토리보다는 배우의 합, 여러 장치와 장비 등의 힘을 빌어 구현되는 14개 장면의 힘과 재미가 훨씬 중요한 공연이죠. ‘태양의 서커스’ 등이 자연경관이나 장치 등을 이용해 세계적인 관광 블록버스터가 됐다면 ‘원더티켓’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실, 역사 등을 바탕으로 이 지역을 미래적인 평화관광지로 만드는 초석을 다지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원더티켓’ 공연장면 중 풍백 윤도현(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초연에 이어 다시 풍백으로 돌아올 윤도현은 “제 고향이 또 파주다. 임진각은 정말 지겨울 정도로 어릴 때부터 소풍도 갔던 곳”이라며 “접경지역에 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아주 막연하게 ‘남과 북은 하나라는데 왜 나눠져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가수 데뷔 후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곡들도 많이 발표했다”고 설명했다.“그러다보니자연스럽게 제 음악의 원동력이었던 ‘평화’와 맞물린 ‘원더티켓’은 많은 의미가 있는 공연입니다.” 이렇게 전한 윤도현에 또 다른 풍백 역의 유회승은 “저는 파주, 연천 지역에서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으니 그런 이미지를 살려 메시지를 전달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뮤지컬 ‘원더티켓’ 공연장면. 왼쪽부터 우사 역의 유제, 풍백 유회승, 운사 이용석(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최광일 총감독은 “화법 자체가 대중적, 세계적인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것들”이라며 “기획부터 K팝을 비롯한 한국의 독특한 현상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 관광객 수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동서독의 경계점이자 이동할 수 있는 통로인) 브란덴부르크 문이 (독일통일로) 붕괴될 당시 핑크플로이드 공연처럼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꼭 봐야하는 공연 관광상품이 되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21 17: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시우민에 이은 최재림 등 23명 무더기 감염, 뮤지컬 ‘하데스타운’

뮤지컬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의 시우민, 헤르메스 역의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결국 2000명을 훌쩍 넘어서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아직도 정점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한다. 좀체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결국 풍요로운 지하도시 ‘하데스타운’까지 덮쳤다. 24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던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배우, 스태프 등 2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공연 중이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8월 중순 연극 ‘짬뽕’ ‘와이바이’ 연습을 진행하던 극단 산과 극단 미인, 연말 프렌치내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등 그간의 공연계 집단감염 사례 중 최고치다.뮤지컬 ‘하데스타운’(사진제공=에스앤코)5일 아우리디케 역 배우이자 엑소 멤버 시우민이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이어 9일 자가격리 중이던 헤르메스 역의 최재림도 코로나19 추가검사 결과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최재림이 지방 공연 중이던 뮤지컬 ‘시카고’의 제작사 신시컴퍼니가 공지를 내기까지 침묵하던 뮤지컬 ‘하데스타운’ 제작사 에스앤코는 10일 SNS 공지와 보도자료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지난 8월 5일 배우의 코로나19 확진 후 같은 공간에 머문 전 스태프, 배우를 대상으로 8월 5일 당일부터 자가격리 중에 있으며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개막을 9월 7일로 연기한다고 알렸다.이어 ‘하데스타운’ 프로덕션 측은 “연습실 내 마스크 착용 및 방역 지침을 충실히 지켜왔다”며 “배우의 코로나19 확진 당일,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였으며 추가 확진자 외에 음성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 중인 배우와 스태프를 대상으로 8월 7일~8월 9일 추가적인 검진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전했다. 에스엔코에 따르면 “8월 10일 기준, 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뮤지컬 ‘하데스타운’ 연습실(사진제공=에스앤코)서대문구에 사는 한 뮤지컬 관객은 “(시우민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진) 5일 이후 별 공지가 없더니 (오르페우스 역) 조형균의 (또 다른 출연작) ‘마마돈크라이’ 남은 전회차 캐스팅 변경, ‘시카고’ 제작사의 최재림 코로나19 확진 공지가 나고서도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심각한 상황을 알렸다”며 “그러는 사이 이런저런 추측, 루머 등을 접하며 두려움까지 들었다”고 늑장 공지에 대한 불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데스타운’ 공식 SNS에도 늑장 공지와 더불어 “8월 24~9월 4일 공연 사전 예매 관객분들 대상으로 3차 티켓 오픈시 선예매가 진행된다”는 공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을 토로 중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렵게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공연계의 시름도 깊어졌다. 한 공연 관계자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백스테이지 및 무대 최소한의 인원 제한, 인터뷰·무대인사 등 대면 홍보활동 전면금지, 정기적인 PCR검사, 혼자 식사하기,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방역 등을 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가 점점 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매일 목숨 걸고 공연을 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하데스타운’은 그리스신화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로드웨이 신작으로 미국 대공황 시기를 연상시키는 배경, 재즈 풍의 넘버 등으로 무장한 성스루(노래로만 진행되는) 뮤지컬이다.배고픔과 불안함으로 떠도는 이들이 넘쳐나는 시대, 굶지는 않지만 자아를 잃은 채 살아가야하는 지하 도시 하데스타운을 배경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젊은 음악가 오르페우스(박강현·시우민·조형균, 이하 가나다 순)와 연인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스토리텔러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 하데스타운의 주인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과 불화하는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김선영·박혜나) 등이 사랑과 삶, 자존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디서나 피울 수 있지만 모두가 볼 수는 없는 ‘희망’ 꽃의 가치를 전하는 작품으로 토니어워즈 8관왕, 그래미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 등 수상작이다.또 다른 공연 관계자는 “누구도 코로나19 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방역은 물론 상황 발생시 정확한 현황 공유, 투명한 대처 등이 중요한 시기”라며 “확진자 치료와 더불어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2, 3개월 전 선예매와 치열한 티켓팅, 번거로운 방역과정 등을 감내하며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고 의견을 전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12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안중근, 창작발레로 무대 위 나빌레라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사진제공=예술의전당)“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죽음을 앞두고서도 독립과 나라의 안녕을 걱정하던 안중근 의사의 유언을 모티프로 한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8월 13~15일 CJ토월극장)이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 창작 진흥에 주목한 예술의전당이 광복 76주년, 안중근 의사 순국 111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창작발레로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선정작으로 초연된 작품이다.1910년 2월 14일 뤼순감옥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안중근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거슬러 오르는 이야기로 전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이자 문병남 M발레단장의 안무작이다. 더불어 김은지 작곡가·음악감독과 ‘극장 앞 독립군’ ‘아프레걸’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춘향탈옥’ ‘빨간바지’ 등의 나실인 작곡가, 한국무용예술학회 이사이자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교수인 양영은 작·연출 등이 함께 한다.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문병남 안무가(사진제공=예술의전당)타이틀롤인 안중근 역으로는 국립발레단 출신으로 뮤지컬 ‘팬텀’,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윤전일과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무용수 이동탁이 더블캐스팅됐다.안중근 의사의 독립에 대한 염원, 독립운동가로서의 활약상, 일본군과의 격돌 등 영웅으로서의 면모와 어머니 조마리아·아내 김아려 등에 대한 그리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인간적 고뇌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등 남성적인 음악과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Andreevich), 에드바르드 그리그 (Edvard Grieg), 요한 슈트라우스 2세(Strauss II, Johann),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생상스(C. Saint-Saens),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 등의 선율에 실린다.2015년 초연 틀거리에 이야기, 안무, 음악, 연출 등을 확대 편성한 남성발레로 논란이 됐던 위안부 장면 등은 삭제하고 독립투사로서의 염원, 일본군과 독립군의 다이내믹한 격돌 등과 더불어 하얼빈에서의 모습,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 등이 보다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화려하고 남성적이며 힘과 절도가 있는, ‘스파르타쿠스’ 같은 느낌의 작품”이라며 “발레작품이 주로 오르는 오페라극장이 아닌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으로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보다 다이내믹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들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라며 “김지영·이동탁 페어 연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중근 역의 이동탁·윤전일, 김아려 김지영·박예은, 이시다 윤별·강민우, 사쿠라 곽화경, 조마리아 여사 역의 민혜진·김순정(사진제공=예술의전당)관계자의 말처럼 화려하고 다이내믹하며 절도 있는 안무를 비롯한 ‘안중근, 천국에서의 꿈’의 특징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무용수들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페어 연기다. 안중근을 번갈아 연기할 윤전일과 이동탁을 비롯해 아내 김아려는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현 국립발레단 수석부용수 박예은, 일본군을 이끄는 이시다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민우와 전 우루과이 국립발레단원 윤별이 함께 한다. 어머니 조마리아는 국립발레단 출신의 김순정 성신여대 교수와 민혜진 M발레단 부예술감독이 번갈아 무대에 오르며 김아려 역의 박예은과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 곽화경이 이시다의 연인 사쿠라를 연기한다. 더불어 발레작품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군무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28명의 무용수들이 책임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11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그 유명한 프랑켄슈타인, 잔혹극의 대가 앙토냉 아르토와 빈센트 반 고흐…뮤지컬 ‘메리셸리’ ‘아르토, 고흐’

뮤지컬 '아르토, 고흐' 출연진(사진제공=네베엔딩플레이)그 유명한 크리처 소설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818년 익명으로 출간됐던 소설은 왜 1831년에야 메리 셸리(Mary Shelly)라는 작가 이름이 밝혀졌을까. 잔혹극의 대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는 전혀 다른 시기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를 어떻게 그렇게 깊이 이해하고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사회가 자살시킨 사람 반 고흐’라는 에세이까지 썼을까.  실존 인물과 작품에서 시작한 뮤지컬 ‘메리셸리’(8월 7~10월 31일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와 ‘아르토, 고흐’(8월 6~10월 3일 유니플렉스 2관)가 개막한다. 두 작품은 실존인물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녹록치 않은 시대와 편견 그리고 삶의 잔혹성에 주목했던 크레이에이터들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뮤지컬 '메리셸리' 포스토(사진제공=뷰티풀웨이)뮤지컬 ‘메리셸리’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벤허’ ‘영웅본색’ ‘광주’ ‘삼총사’ 등의 이성준 음악감독, ‘이토록 보통의’ ‘나빌레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설의 리틀 농구단’ 등의 박해림 작가, ‘마마돈크라이’ ‘와일드 그레이’ ‘검은사제들’ ‘호프’ ‘록키호러쇼’ 등의 오루피나 연출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뮤지컬 ‘메리셸리’는 작가 메리 셸리가 ‘프랑케슈타인’을 집필하는 과정과 어쩔 줄 모르겠는 가난, 고독 등으로 힘겨운 개인사를 영위하며 내면에서 꿈틀대는 괴물을 느끼는 순간들을 교차시킨다.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는 사회,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붙이며 괴물들을 양산하는 지독한 괴물들의 세상에서 여성인 메리 셸리가 창작자로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꿈과 자신의 문학세계를 펼쳐가는지에 주목하는 작품이다. 무정부주의자이자 자유사상가인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과 최초의 페미니스트인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글쓰기에 남다른 재주를 가진 이야기꾼이었던 메리 셸리는 ‘모차르트!’ ‘벽을 뚫는 남자’ 등의 배다해, ‘이토록 보통의’ ‘미드나잇’ ‘미스트’ ‘여신님이 보고계 계셔’ ‘사의찬미’ ‘아랑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최연우, ‘아일랜더’ ‘드라큘라’ ‘호프’ ‘머더발라드’ 등의 이예은이 트리플캐스팅됐다. 뮤지컬 '메리셸리' 출연진(사진제공=뷰티풀웨이)그는 아버지의 제자이자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사랑에 빠져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며 피폐하고 가난하며 고독한 삶을 영위했다. 뮤지컬 ‘메리 셸리’는 이미 유부남이었던 퍼시의 숨겨진 여자로, 여자라는 이유로 작가로서의 꿈을 펼치기 어려웠던 메리 셸리(배다해·이예은·최연우 이하 가나다 순)가  남편 퍼시(기세중·박선영·조환지)와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김도빈·안창용·정휘)의 별장에 초대돼 바이런의 주치의 존 윌리엄 폴리도리(려욱·박규원·송원근) 등과 저마다의 괴담을 창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르토, 고흐’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시인이며 배우인 잔혹극의 대가 앙토냉 아르토(안재영·유승현, 이하 가나다 순)가 정신착란으로 정신병원에 갇혀 빈센트 반 고흐(김준영·박좌헌·유현석)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뮤지컬 '아르토, 고흐' 빈센트 반 고흐 역의 박좌헌(왼쪽)과 앙토냉 아르토 유승현(사진제공=네베엔딩플레이)‘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세자전’ ‘라흐마니노프’ ‘데미안’ 등의 오세혁 각색·연출작으로 변영진 작가가 대본을 꾸렸다.더불어 ‘광염소나타’ ‘난설’ ‘리틀잭’ ‘어린왕자’ ‘달과 6펜스’ 등의 다미로 작곡가·음악감독, ‘무인도 탈출기’ ‘개와 고양이의 시간’ ‘카포네 트릴로지’ 등의 이현정 안무가 등이 힘을 보탠다. 아르토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고흐의 전시회를 보고 에세이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사회가 자살시킨 사람 반 고흐’를 쓰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기획했던 오세혁 작·연출은 “저 사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이해할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음을 이해할게’가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너는 그렇구나, 그렇다는 걸 알아줄게…가 시대의 질문 같아요. 두 사람과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후대에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는 걸. 현재 사랑이 부족해도 언젠가는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지금 이 공간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지구 반대편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8-04 19: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드라큘라’ 임혜영이 전하는 전혀 다른 매력의 김준수·신성록·전동석 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 역의 임혜영(왼쪽)과 드라큘라 백작 신성록(사진제공=오디컴퍼니)“사실 (신)성록이가 처음 캐스팅됐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어요. 성록이 코털만 봐도 웃음이 터질 정도로 너무 편한 친구거든요.”뮤지컬 ‘드라큘라’(8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미나 역의 임혜영은 2006년 체코 ‘드라큘라’로 함께 하면서 지금까지 편한 친구로 지내고 있는 신성록의 합류에 “배우 전에 친구로 먼저 인식하다 보니 걱정부터 앞섰다”고 전했다.“이전에 ‘키다리 아저씨’(2017, 2018)에서도 같이 했었지만 ‘드라큘라’처럼 진지하고 무거운 극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기우였죠. 신성록은 역시 배우구나 했어요. 성록이를 비롯해 (김)준수, (전)동석이가 어떤 드라큘라라고 말하기 보다는 각자가 가진 매력들이 너무 달라요. 그러다 보니 셋이 전혀 다르게 마음을 아프게 해요.”뮤지컬 ‘드라큘라’는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데이비드 스완 연출로 2014년 한국에서 초연된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빅토리아 시대 브람 스토커의 소설인 ‘드라큘라, 더 뮤지컬’(Dracula, The Musical)을 바탕으로 한다.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2016년 재연부터 2020년, 202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임혜영이 연기한 미나(임혜영·조정은·박지연,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는 드라큘라 백작(김준수·전동석·신성록)이 400여년을 변함없이 사랑해온 연인 엘리자베사의 환생이다.◇도베르만 같은 신성록, 사람 같지 않은 김준수, 여리고 섬세한 전동석“성록이가 연기하는 드라큘라는 큰 도베르만 강아지 같아요. 키가 190m인데 그렇게 짠해요. 어느 날엔가는 안겨야 하는 엔딩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가서 안아줬죠. 저 큰 남자가 무너지는 모습이 그렇게 짠할 수가 없어요.”이어 “반면 준수는 크진 않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드라큘라이자 묘한 매력이 있는 친구”라며 “연기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정말 열심히 보는데 준수의 눈을 보면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여전히 받는다”고 말을 보탰다.“다른 건 안보는 듯한데 다 체크하고 있더라고요. 준수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아이예요. 어려운 얘기도 아닌 걸 정말 신중하게 얘기하죠. 예를 들어 2막 엔딩에서 드라큘라가 칼을 쥐어주는 장면에서 제(미나)가 손을 빼려고 하는 동작이 자칫 칼을 쥐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걸 공연 중반쯤 얘기하길래 제가 오히려 ‘왜 이제 얘기하냐’며 웃었어요. 그 디테일을 다 보고 있었던 거죠. 괜히 김준수가 아니구나 싶었어요.”그리곤 “이번 ‘드라큘라’에서는 준수가 아픈 마음을 더 표현해주고 있다”며 “예전엔 그 아픔을 참았다면 이번엔 표정에서 깊은 아픔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다 보니 이전 시즌에서는 헤어지기 싫어서 ‘떠나지마’ ‘이별은 안돼’였다면 이번 시즌에는 헤어지기는 싫지만 보내줘야할 것 같은, 너무 아프지만 보내줘야 하는 감정이 생기더라고요.”뮤지컬 ‘드라큘라’ 전동석(사진제공=오디컴퍼니)전동석 드라큘라에 대해 임혜영은 “실생활에서는 터프하고 관심이 없으면 아예 얘기를 안하는 스타일인데 무대에서는 굉장히 섬세하고 여린 드라큘라”라고 밝혔다.“동석이랑도 (‘두 도시 이야기’ 등) 몇 작품을 같이 했었는데 이번 ‘드라큘라’에서 생각지도 못한 섬세함을 봤죠. 제가 마지막에 (소멸을 택한 드라큘라를) 유난히 안보내주는 미나예요. 어떻게 보내줘요. 모든 걸 다 걸고 그 사람한테 왔는데. 제가 엔딩에서 너무 안보내주려고 하니까 동석이가 이마를 맞대주는데 그 찰나가 너무 아파요. 나(미나)를 달래주기 위한 그 디테일이 연인을 달래주는, 진짜 남자친구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동석이도 준수도 엄청 깊어졌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7-31 18:3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드라큘라’ 임혜영 “코 찡하고 아픈” 세 번째 미나 “어떻게 보낼까요…”

뮤지컬 ‘드라큘라’ 임혜영(사진제공=오디컴퍼니)“미나, 어떻게 보내요. 마지막 주가 시작되면서부터 코가 찡해졌어요. 원래도 작품이 끝나면 아픈데 이번엔 보내주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요.”임혜영은 뮤지컬 ‘드라큘라’(8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네 번째 시즌의 마지막 공연만을 남겨둔 소감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데이비드 스완 연출로 2014년 한국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빅토리아 시대 브람 스토커의 소설인 ‘드라큘라, 더 뮤지컬’(Dracula, The Musical)을 바탕으로 한다.임혜영이 연기하는 미나(임혜영·조정은·박지연,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는 드라큘라 백작(김준수·전동석·신성록)이 400여년을 변함없이 사랑해온 연인 엘리자베사의 환생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2016년 재연부터 2020년, 2021년까지 세 차례 미나로 무대에 올랐던 임혜영은 이번 미나를 보내는 아쉬움이 “유독 더 크다”고 밝혔다.“극장에 펄럭이는 (박)지연이나 저나 (조)정은 언니 현수막를 그냥 두면 좋겠는데…괜히 (김)준수한테 (김준수의 차기작이자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다음 작품인) ‘엑스칼리버’(8월 17~11월 7일)가 좋아, ‘드라큘라’가 더 좋아 물어보고 그랬어요. 이번엔 유독 아플 것 같아요.”뮤지컬 ‘드라큘라’ 임혜영(사진제공=오디컴퍼니)◇극과 극이 명확한 임혜영만의 미나“처음 미나를 받아들었을 때는 되게 이상했어요. 데뷔가 이 ‘드라큘라’가 아닌 2006년 체코 ‘드라큘라’거든요. 당시는 앙상블이고 아드리아나 커버였죠. 그럼에도 캐릭터 이름은 다르지만 주는 메시지도 같고 드라큘라 백작이 사랑하는 여자니까 의미도 있는 것 같고…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 너무 달라서 생각이 안나더라고요.”그리곤 “드라큘라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며 개구지게 웃는다. 2016년 처음 만나 세 차례 함께 하고 있는 미나에 대해 임혜영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진 않다”며 “영생하는 드라큘라 백작, 400년 동안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환생한 연인 등 어쩌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털어놓았다.“한 여자만 400년을 기다리는 남자가 어딨어요. ‘러빙 유’(Loving You)에서는 어제까지 사랑했고, 어제 헤어진 것처럼 아파잖아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아파요. 2016년 재연 때 (조)정은 언니한테 ‘실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랑이라 더 아픈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제가 이런 사랑을 언제 받아보겠어요’라면서 울먹였죠. 실제로 그런 일이 없어서 믿고 싶었던 것도 같아요.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건 기적적인 일이고 무대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더 믿고 싶었고 아팠던 것 같아요.”이어 “서사적으로 배우가 채워가야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며 “보통은 처음부터 끝까지의 여정을 보는데 ‘드라큘라’는 끝에서 거꾸로 올라오면서 개연성을 만든 유일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그래서 오히려 미나 캐릭터가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도 되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거든요. 미나마다 해석이 다르지만 전 정확하게 엘리자베사의 환생이라고 믿어요. 그렇게 해도 ‘나는 미나인가, 엘리자베사인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거든요. 엘리자베사로 기억을 더듬다 보니 풀리는 것도 많아졌죠. 배우가 확신을 가지고 정확하게 분석이 돼 있으면 오히려 재밌는 작품 같아요.”뮤지컬 ‘드라큘라’ 임혜영(사진제공=오디컴퍼니)임혜영이 표현하는 미나는 유난히 장난스러운,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극의 시작과 스스로가 엘리자베사의 환생임을 깨닫고 드라큘라 백작을 사랑하게 되는 후반의 격차가 큰 인물이다. “우리도 그렇잖아요. 안좋은 일, 고민이 있어도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일단 접어두고 평소처럼 행동하잖아요. 미나가 드라큘라를 처음 만나 심난하다가도 친구 루시(이예은·선민)를 만나면 또 결혼 얘기로 즐겁고, 앞을 그렇게 풀다보니 더 깊어지고 순간 몰입도도 좋아지고…그런 것들이 다 같이 작용해줘서 극과 극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저의 미나는 2막에서 한번도 안웃어요. 저희도 힘든 일이 있으면 밝았던 사람도 한없이 가라앉는 것처럼 정확하게 갭을 두고 싶었어요. 그렇게 일상에서 소스를 얻다 보니 시작과 끝의 격차가 더 커진 것 같아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드라큘라’ 임혜영(사진제공=오디컴퍼니)◇일상도 캐릭터처럼“의도했다기 보다 (TV조선 ‘결혼 작사, 이혼 작곡’ 시즌 1, 2의 남사빈 역으로)드라마와 무대를 병행하면서 연기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렇게 됐어요.” 더불어 “성악과 출신으로 연기를 정식으로 배우기보다 현실에 발 딛고 일상을 관찰하며 만들어내는” 그의 연기관에서 비롯된다. 일상생활을 관찰하며 풀어내는 그의 연기관은 ‘마이페어레이디’(2008) 데이비드 스완 연출과의 기억에서 비롯된다.“연습 중 갑자기 버스장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연기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는 시계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저마다 표현하느라 난리였죠. 그걸 보곤 연출님이 다 거짓말이라고 하셨어요. 버스정류장에 가보라고. 다 멍 하니 있다고. 저한테는 되게 큰 깨달음이었어요. 그 후로 실제로 일상생활을 많이 관찰해요.”이는 비단 미나 뿐 아니다. 그가 무대에서 연기해온 ‘젠트맨스 가이드’의 시벨라, ‘투란도트’ 류, ‘키다리 아저씨’ 제루샤 애봇, ‘안나 카레니나’ 키티 세르바츠카야, ‘타이타닉’ 캐롤라인 네빌, ‘브로드웨이 42번가’ 페기 소여, ‘레베카’의 나, ‘팬텀’의 크리스틴 다에 등 역시 일상에 발 디딘 캐릭터들이다.“시벨라를 할 때는 실생활에서도 시벨라처럼 살아요. 미나 때는 미나 모드로 살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사실은 힘들죠. 하지만 실생활도 시벨라처럼, 미나처럼 살지 않으면 무대에서 온전히 시벨라나 미나가 될 수 없거든요.”공연이 끝나면 무조건 샤워를 하는 그의 루틴이 생긴 것도 그래서다. 임혜영은 “공연이 끝난 상태로 그냥 집에 가면 그 여운이 너무 커서 힘들고 아프다”고 털어놓았다.“씻어내고 가야 여운의 반 정도는 덜어낼 수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그 마저도 못하고 있어요. 10시 전에 공연장을 비워줘야 하거든요. 도저히 감정을 털어내지 못하는 날엔 3~5분 안에 대충이라도 씻어내기는 하는데 이번 시즌은 매 공연 여운이 너무 커요.”◇코로나19로 절실해진 무대, 관객·스태프들에게 받는 감동뮤지컬 ‘드라큘라’ 임혜영(사진제공=오디컴퍼니)“작년에는 사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도 없고 대응도 체계적이지 않아서 빨리 끝나고 도망가고만 싶었어요. 게다가 마지막 공연을 하는 날엔 (공연장인 샤롯데씨어터 인근의) 롯데월드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빨리 하고 도망갈까 분위기”였다면서도 임혜영은 “코로나19 때문에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없지 않다”고 털어놓았다.“무서운 중에도 작년 공연 중 (배우 2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의 주인공 조나단 록스머스가 ‘드라큘라’를 관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3주 동안 쉬고 왔을 때는 새로운 감정을 느꼈어요. 마스크를 쓰고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께 감동을 받았죠.”아울러 “오늘이 마지막 공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 했고 그런 경험도 했다”며 “지난해 ‘드라큘라’의 3주 간 공연 중단이 결정된 날 저는 낮공연을 준비하다가 ‘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당시에는 다시 공연이 재개된다는 보장도 없어서 정말 간절해졌어요. 올해도 그랬어요. 연습을 하다가 (손준호를 시작으로 전동석·신성록, 강태을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한번 난리가 났었잖아요. 그러고 나서 다들 ‘슈퍼파워’를 발휘해 정말 열심히들 했죠. 저희 스태프 중 한분은 큐얄체크인을 한달 동안 안했다고 알람이 왔대요. 공연에 문제가 생길까 스태프들도 얼마나 조심하고 있는지가 느껴져서 또 감동받았죠. 그렇게 무대에 대한 소중함과 사람 대 사람으로서 몰랐던 진심이나 숨은 가치도 찾게 된 것 같아요.”임혜영은 “작년엔 도망가자가 60%, 아쉬움이 40%였다면 이번엔 여전히 코로나19가 무섭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80%가 넘는다”고 털어놓았다.“8월 1일 쫑파티는 고사하고 단체사진도, 무대인사도 못하게 생겼어요. 공연이 끝나면 항상 힘든데 올해는 더 힘들고 이상할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정말 빨리 꺼져주면 좋겠어요. 원래는 ‘결혼 작사, 이혼 작곡’ 시즌2 마지막 방송도 8월 1일이었어요. 도쿄올림픽으로 미뤄지지 않았다면 8월 1일이 굉장히 슬플 뻔 했어요. ‘드라큘라’ 미나도, ‘결혼 작사, 이혼 작곡2’ 남사빈도 보내려고 생각하니 코가 찡해져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7-31 18:00 허미선 기자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 최종혁 프로듀서 ② “느슨한 연대감으로 오래오래!”

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왼쪽)과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저희의 화두는 ‘느슨한 연대’예요. 의도적으로 느슨한 텀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해요. 무조건 네버엔딩플레이 일이 우선이 아니라 각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충분히 하다가 오히려 절실할 때 함께 하자는 주의죠. 어차피 네버엔딩플레이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저희가 있으니까요.”오세혁 작·연출은 “수익을 내기 위해, 회사를 유지해야하니까 공연을 올리는 ‘회사를 위한 회사’가 아니라 각자 일, 다른 장르, 매체 등의 작업을 하면서 개발할 콘텐츠들은 안정화까지 공을 들여 제대로 무대에 올릴 생각”이라고 부연했다.“저희(오세혁·최종혁·윤상원·변영진·김세한)가 자체적으로 적립해 둔 지원금도 있고 공공 창작지원을 받은 것들도 있어요. 공연계 어르신들께 자문도 받고 있고 투자사와 제작사, 공공극장, 재단 등을 열심히 만나 적절한 데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죠.”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사진=이철준 기자)이어 “제가 어떤 것을 애정하는만큼 다른 사람한테도 애정을 바라면서 멀어지거나 스스로도 상처가 되고 상대에게 미안하기도 한 경험들을 너무 많이 했다”며 “그래서 저희의 최고 화두는 느슨함”이라고 덧붙였다.◇느슨한 연결망을 가진 플랫폼을 꿈꾸며“네버엔딩플레이 멤버들은 다 자기 극단이나 팀이 있고 각자 하는 일들이 있어요. 그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접점을 넓혀서 함께 할 좋은 작업이 있으면 다른 곳을 바라보며 기다리지 말고 여기서 씨앗을 심자는 의미예요.”그리곤 오세혁 작·연출은 “그러기 위해서 저희 혹은 자체제작 작업은 ‘빨리 빨리’하고 개발 단계의 창작자들 작품은 2, 3년에 걸쳐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며 “초반에야 과도기도 겪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느슨한 연결망을 가진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한 기업과 공동개발 중인 웹툰 드라마도 있고 내년에 공연될 5편 정도는 이미 라인업돼 있어요. 그렇게 영역을 확장시켜가지만 공연이 일순위이고 이 연습실이 베이스캠프예요. 수익을 내기 위해 아끼고 아끼기 보다는 영역을 확장하고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 일하고 그 결과물을 투자하려고 해요.”최종혁 프로듀서 역시 “최후의 보루, (어려울 때 돌아와도 되는) 집 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며 “느슨한 소속감 혹은 연대이다 보니 창작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할 예정”이라고 말을 보탰다.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왼쪽)과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어떤 분은 모든 걸 네버엔딩플레이랑 같이 하고 싶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하던 일을 먼저 하고 ‘함께 하는 작품할 때 다시 올게요’ 할 수도 있어요. 그 모두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습니다.”이에 네버엔딩플레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뢰와 배려’다. 최종혁 프로듀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있어서 저희가 하려는 작업들, 작품개발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세혁 작·연출은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되고 있는) 요즘 같은 때는 더 그런 것 같아요.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면 좋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넷플릭스로 더 많이 보기도 하죠. 하지만 공연은 공연장으로 와야하잖아요. 관객들이 복잡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와준다는 게 너무 고맙고 그 발걸음 앞에서 진심이 아니면 안될 것 같고 그래요.”오세혁 작·연출은 느슨한 연대와 신뢰, 진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네버엔딩플레이의 미래에 대해 “포부가 크거나 개선을 외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작은 버스 정거장”이라고 표현했다. 최종혁 프로듀서 역시 “저희가 하려는 작품들은 흥행, 대중성 등 다른 것보다 창작진이 정말 하고 싶고 만들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라며 “너무 빨리 달리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3년, 5년 안에 빠르게 성장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50년이 지나 저희가 늙은 후 젊은 창작자들이 이어받아도 큰 문제없이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어요. ‘뉴웨이브’ 운동이라기보다 창작진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끝나지 않을 드라마의 시작 ‘조선변호사’와 ‘아르토, 고흐’“모든 개발과 창작을 저희가 다 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공 들여 잘 만들어야 하죠. 저희가 3년 안에 30여명 창작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건 그래서예요.”그 예가 네버엔딩플레이의 첫 작품으로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창작지원작에 선정된 김세한 작가, 윤상원 연출의 ‘조선변호사’와 곧 개막할 첫 장기 공연 ‘아르토, 고흐’(8월 6~10월 3일 유니플렉스)다. 최종혁 프류듀서는 ‘조선변호사’에 대해 “김세한 작가가 군복무 중 쓴 글을 휴가를 나와 2019년 콘텐츠진흥원 스토리공모대전에 지원해 당선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조선변호사’는 조선독립과 2.8독립선언, 박열·가네 후미코 사건, 김시현 폭탄투척사건 등의 변호인으로 법정에 섰던 일본인 후세 다츠지(안재영)의 이야기다. 그에게 박열(이규학)의 변호를 부탁하는 후미코(금조), 조선인이지만 일본 가정에 입양돼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검사가 된 카누치(박시원) 등이 시대의 아픔과 정의를 이야기한다.“‘조선변호사’는 좀 더 개발하고 수정 과정을 거쳐 내년쯤 공연예정이에요. 창작자들이 만족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아르토, 고흐’와 10월 이태원 인근에서 열릴 ‘쇼케이스 페스티벌’에 집중할 계획입니다.”뮤지컬 '조선변호사'(왼쪽)와 '아르토, 고흐'(사진제공=딤프사무국, 네버엔딩플레이)‘아르토, 고흐’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시인이며 배우인 잔혹극의 대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안재영·유승현, 이하 가나다 순)가 정신착란으로 정신병원에 갇혀 빈센트 반 고흐(김준영·박좌헌·유현석)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오세혁 작·연출은 ‘아르토, 고흐’에 대해 “제가 몇 년 전부터 생각했던 아이템이지만 외부 작업으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던 작품”이라며 “누가 오롯이 이 작품만을 생각하면서 공 들여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변영진 작가에게 의뢰했다”고 설명했다.그렇게 완성된 변영진 작가의 대본을 오세혁 작·연출이 각색·연출하고 윤상원 작·연출이 드라마터그로 참여한다. 더불어 ‘아르토, 고흐’에서 눈에 띄는 이름은 출연진과 ‘그래픽터그’라는 낯선 롤의 ‘팬레터’ ‘마리 퀴리’ ‘베르나르다 알바’ ‘유진과 유진’ 등의 배우 김히어라다. 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사진=이철준 기자)“김히어라 배우는 개인전을 하는 화가예요. ‘아르토, 고흐’ 공연화에 김히어라 배우의 그림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아르토, 고흐’를 만들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표현하나 고민을 하다 김히어라 배우의 카페에 걸린 그림을 보는 순간 실마리를 찾았어요. 김히어라 배우가 하루 동안 꾼 꿈인가, 했던 일들인가를 선으로 연결한 그림이었죠. ”그렇게 미술적 부분, 창작 표현 등을 같이 책임지는 그래픽터그로 ‘아르토, 고흐’에 투입된 김히어라는 “재연에서는 함께 하기로 한” 창작자 중 한명이다. 더불어 ‘아르토, 고흐’ 출연진 중 앙토냉 아르토 역의 안재영·유승현, 박사 역의 김주호·이형훈은 ‘라흐마니노프’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보도지침’ 등으로 자주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다.뮤지컬'아르토, 고흐'에서 함께 하는 안재영(왼쪽부터), 김주호, 유승현(사진제공=네버엔딩플레이)“창작, 초연 등을 함께 하면서 코드가 잘 맞는 배우들이 있었어요. 누군가와 같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친해져야하는 단계들을 거쳐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 제안이나 의견을 바로바로 제시할 수 있는 배우들이죠. 동시에 끊임없이 공부하며 공연 뿐 아니라 미술, 음악, 과학 등에서도 접점을 찾는 사람들이기도 해요.”특히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표도르, ‘세자전’ 이홍에 이어 ‘아르토, 고흐’에서도 함께 하는 김주호에 대해 “뉴런. 초끈이론 등 뇌과학까지 공부하면서 아르토가 상상 속에서 고흐를 만나는 원리가 무엇인지를 파고 있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준비 중에도 알베르 까뮈가 연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 역할을 연기하다 영감을 받아 ‘이방인’을 썼다는 등 많은 걸 찾아내서 알려주셨어요. 김주호 형님 뿐 아니라 안재영, 유승현 배우도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죠. 공연이지만 그림, 음악 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고 만만치 않은 첫 작업이라 잘 맞는 배우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앞으로 그런 접점을 가진 배우들이 더 많아질 것 같고 오래오래 함께 할 것 같아요.”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오세혁 작·연출의 설명에 네버엔딩플레이의 비전, 정체성이 담긴 출발점이 될 ‘아르토, 고흐’에 대해 최종혁 프로듀서는 “대학로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자가 하고 싶은 걸 온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다른 무언가 없이 본인이 표현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은 음악의 힘이 큰 장르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에서 느꼈듯 음악이 흐르는 순간 더 깊고 먼 곳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좀더 뮤지컬로 들어가 보고 싶다”고 전한 오세혁 작·연출은 지치지 않는 탐구와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시작하는 작품으로서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탐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탐구했던 두 사람, 아르토와 고흐를 만나게 했죠. 실제로 아르토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고흐의 전시회를 보고는 그에 대한 에세이(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사회가 자살시킨 사람 반 고흐’)를 썼죠. 한 사람에 대한 글을 썼다는 건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이어 오세혁 작·연출은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를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할게’가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두 사람과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받더라도 후대에 누군가는 이해할 것이고 현재 사랑이 부족해도 언젠가는 사랑하게 될 거라고요. 지금 이 공간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지구 반대편에는 좋아하는 사람 있을 수 있음을, 나를 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딘가에는 나를 이해할 사람이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죠.”◇‘이야기’에 집중해 공연의 사랑스러움을 오래오래 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왼쪽)과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저희 다섯이 처음 모여 다짐한 게 ‘이야기에 집중하자’였어요. 실험이나 시도, 도전도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생생하면 좋겠다’였어요. 저희는 ‘드라마’라고 표현하는데 인간의 드라마가 담긴 거라면 어떤 내용이든 놓지지 말자고 했죠.”오세혁 작·연출은 “앞으로 세상은 점점 더 실험을 많이 할 테니까 저희는 ‘아날로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냥 사람 얘기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수단이나 장르는 달라지더라도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저도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작년에 각색에 참여해 촬영 중인 작품도 있어요. 단편영화에 짧게 출연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딴 데서 일하면할수록 공연이 제일 재밌어요. 공연의 에너지와 템포가 너무 좋아요. 영화는 대본작업부터 촬영, 후속작업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하죠. 신 하나를 찍는데도 몇 시간 세팅을 하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면 공연은 시간을 쓰는 예술이죠. 영화작업 중 한 신을 위해 세팅하는 3시간이면 공연은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고 토론하고 연습하고 바꾸며 시간을 쓰거든요.”이어 “얼마 전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개막날 극장엘 갔는데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쳐주시는 관객분들을 보면서 너무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며 “세상에 이런 분야가 또 있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공연은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장르구나 생각했고 그 마음을 네버엔딩플레이를 통해 잘, 오래 가져가고 싶어요. 그리고 공연의 그 사랑스러움을 힘든 시절을 보내는 창작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절과 환경 문제로 일이 잘 안풀릴 수도 있는데 대부분이 본인 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은 그래서 저도 극장엘 자주 나와요.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든요. 우리만의 교회에 오는 느낌이랄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7-30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 최종혁 프로듀서 “30명의 창작자, 100개 이야기를 목표로!”

젊은창작그룹 네버엔딩플레이의 공동대표인 오세혁 작·연출(왼쪽)과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중점을 두는 건 무조건 창작환경이에요.”창작그룹 네버엔딩플레이(Never Ending Play, N.E.P)의 공동대표이자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세자전’ ‘라흐마니노프’ ‘데미안’ ‘보도지침’ ‘홀연했던 사나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오세혁 작·연출은 “창작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창작자들이 중심이 되는 팀을 만들어 보고 싶어 2, 3년 정도 고민한 끝에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가끔 젊은 창작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가장 큰 고민이 활동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막연하기도 하고 조건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거였어요. 게다가 창작자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개발하려는 것을 여건만 되면 기간을 충분히 두고 차근차근 확인과정을 거치면서 여유있게 하고 싶은데 현재 시장에서는 그게 쉽질 않아요.”그래서 정보를 공유하고 창작환경을 개선하고 신진 창작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창작자 중심의 팀 네버엔딩플레이를 출범시켰다. 네버엔딩플레이는 오세혁 작·연출을 중심으로 ‘라흐마니노프’ 각색과 조연출로 시작한 ‘더 픽션’ ‘무인도탈출기’ ‘조선변호사’ 등의 윤상원 작·연출, 극단 불의 전차 대표이자 ‘낙화’ ‘아무도 없는 이 밤’ ‘윤대성X윤대성’ 등의 변영진 작·연출, ‘코리올라누스’ ‘페리클래스’ ‘엄마이야기’ ‘보물섬’ ‘정글북’ ‘루디스 드림’ 등을 각색한 김세한 작가 그리고 노리토와 극단 이방인의 최종혁 프로듀서가 뭉친 젊은 창작집단이다.◇너무 좋은 창작진들과 차근차근 느슨하게젊은창작그룹 네버엔딩플레이의 공동대표인 오세혁 작·연출(사진=이철준 기자)“주변에 좋은 창작자들, 스태프들이 너무 많아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기획·개발부터 공연까지 13년이 걸렸대요. 우리나라 창작자들은 빨리 잘 쓰고 만들잖아요. 빨리 하는데도 이 정도면 여유있게 제대로 단계를 거치면 얼마나 더 잘 만들까 생각했어요.”그리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예로 든 오세혁 작·연출은 “3, 4년에 걸쳐 조금씩 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며 “작품이 좋고 안좋고를 떠나 ‘이 길로 가면되겠다’는 확신 들었다”고 털어놓았다.“공공에서도 좋은 일도 많이 하지만 창작자 중심으로 된 그룹들이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어 작지만 의미 있는 파동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마당극을 하다가도 극장에서 연극을 하고 연극하다 뮤지컬을 하고 뮤지컬 하다가 판소리도 한 건 공연이 너무 좋아서예요. 한곳에만 있으면 익숙해지고 다 안다고 자만할 것 같고 사업자처럼 되는 게 싫어요.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 그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놀랐어요. 창작진 뿐 아니에요. 회사, 스태프, 배우들까지 좋은 생각과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좋은 바람을 일으키면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죠.”이어 “사실 회사까지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시도나 실험, 개발, 발전 등을 주도적으로 하려면 제작까지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네버엔딩플레이 설립 이유를 덧붙였다.“창작자들의 마음은 창작자가 가장 잘 알잖아요. 저 역시 창작지원 프로그램에 공모를 해서 되면 하고 안되면 안하는 그런 방식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 일 없이 저희가 책임지고 창작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들의 방식대로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죠.”이렇게 전한 오세혁 작·연출은 “하지만 창작자들만 모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어떻게 운영할까 고민이 컸다”며 “그러다 능력과 수완이 있는 행정가 겸 사업가 최종혁 프로듀서를 만나 (회사 설립을) 마음먹었다”고 말을 보탰다. 젊은창작그룹 네버엔딩플레이의 공동대표인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네버엔딩플레이의 공동대표인 최종혁 프로듀서는 “오세혁 작·연출님이랑 작년 8월 방배동 곰탕집에서 만나 얘기를 들었다”며 “다른 회사의 방식, 기존의 문법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가지고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저도 너무 공감했다”고 합류 계기를 밝혔다.“처음엔 공연 한정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구성원들이 공연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에요. 영상 등도 해봤지만 공연 얘기를 할 때 토론도 활발해지고 진행도 잘돼서 공연 콘텐츠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게 됐죠.”◇동시 개발 중인 5편, 10월 ‘쇼케이스 페스티벌’에서 만나요!젊은창작그룹 네버엔딩플레이의 공동대표인 오세혁 작·연출(사진=이철준 기자)“창작자의 환경이나 마음은 창작자가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운 제작환경이나 시장 현실을 토로하겠다기 보다는 좋은 흐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저희 내부 제작 작품이든 가능성 있는 외부 창작진 작품이든 좀 긴 시간을 가지고 기획·개발·공연할 생각이에요.”이어 오세혁 작·연출은 얼마 전 계약한 A4 두장짜리 작품을 예로 들었다. 오세혁 작·연출이 진행하는 아이템 개발 수업 중 해볼만한 A4 두장짜리 이야기를 발견해 구성원들의 회의를 거쳐 정식 계약했다.“5개월 동안 조건 없이 매월 일정금액을 지원하고 대본을 가져다주면 잔액을 주는 방식이에요. 누군가 좋은 걸 가져오면 지원해주고 천천히 쓰게 해주는,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대본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고 동기부여도 되는 그런 걸 해보고 싶었어요.”그리곤 “그분들이 요청하기 전까지는 트리트먼트나 초고를 쓰는 중 만나서 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작가, 작곡가, 연출을 묶어 알아서 개발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나온 대본과 넘버를 자체 내에서 연출해 보고 수정을 거쳐 짧게 쇼케이스로 먼저 선보이고 또 다시 수정, 개발하는 과정에 2, 3년 정도의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공연을 올릴 예정”이라고 부연했다.젊은창작그룹 네버엔딩플레이의 공동대표인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물론 저희가 자본이 풍부한 회사는 아니다 보니 저희가 감당할 수 없는 건 제작사 혹은 극장에 연결시키거나 창작지원 프로젝트에 함께 공모하는 등 다양한 케이스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이같은 방식으로 동시 개발 중인 작품이 벌써 5편에 이른다. 3년 안에 무대에 올릴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5편의 작품들은 10월 개최예정인 ‘프리뷰 페스티벌’(가칭)에서 선보인다. 여러 편이 경합을 벌여 한두편만 작품화가 되는 창작지원 프로그램, 쇼케이스들이 대부분이지만 ‘프리뷰 페스티벌’에서 발표된 작품들은 모두 공연화를 목표로 한다.“장편이지만 15분 정도 맛보기로 선보이는 작은 페스티벌이에요. 관객은 물론 공연 제작사 및 관계자, 창작자들에게 저희가 이런 걸 개발하고 있다 알리고 도움말을 듣고 네트워킹도 하는 자리죠. 같이 하실 분이 있으면 같이 하고 아니면 저희가 제작하고요.”오세혁 작·연출의 설명에 최종혁 프로듀서는 “얘기를 들은 제작사 대표, 관공서 관계자 등이 많은 관심을 보이며 꼭 가겠다고 해주신다”며 “창작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힘든 환경에 작지만 새로운 파동을 일으키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을 보탰다.젊은창작그룹 네버엔딩플레이의 공동대표인 오세혁 작·연출(사진=이철준 기자)“제일 먼저 연습실을 마련했어요. 그간은 임대한 시간이 끝나면 쫓기듯 나가야 했거든요. 이 공간 안에서 오롯이 작품활동만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연습 뿐 아니라 배우가 밤새 작품,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작가들이 글을 쓰고 싶으면 편하게 맘껏 쓸 수 있게요. 작품 개발에 집중하고 많은 젊은 창작진과 함께 하기 위한 베이스캠프죠.”◇함께 할 창작자 30명, 100편의 작품을 목표로!“네버엔딩플레이의 약자는 ‘N.E.P’, ‘넵’이에요. 어디서, 어떤 장르 혹은 의뢰가 들어와도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넵!’하고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최종혁 프로듀서의 말에 오세혁 작·연출은“서로에게 피드백을 할 때도 좋은 점 먼저 얘기해주고 그 다음에 아쉬운 걸 얘기하는 원칙들이 있다”며 “회사 명 앞에 붙는 정체성은 ‘멀티스토리그룹’이고 약자로 MSG”라고 부연했다.“다양한 장르, 이야기들을 재밌고 맛깔지게 만드는 작업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픽사, 디즈니, 지브리스튜디오 등의 작업 환경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서 하는 방식을 공연쪽으로 가져와 저희 그룹 안에서 시도해보려고 노력 중이죠.”이같은 방식으로 네버엔딩플레이는 “3년 안에 접점을 가진 창작자들 30명의 작업을 케어하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굳이 전속이 아니어도 좋아요. 올인한 저희가 있으니 함께 하는 분들은 찬찬히, 느슨하게 하고 싶은 걸 하면 좋겠어요. 뮤지컬, 연극 등 공연에 집중하긴 하지만 웹툰, 영화, 드라마, 웹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혼자서도 각자 빨리빨리 잘 만드는데 같은 생각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여서 뭘 못만들겠어요. 우리가 세상에 개발해 내놓은 이야기 혹은 콘텐츠가 100개면 뿌듯할 것 같아요. 다양하게 일을 벌이기보다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해서 네버엔딩플레이라는 플랫폼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어요. 이야기 창고처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7-30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신명나는 풍자 한판 뮤지컬 ‘판’ #LH #아낌없이주는나무 #두꺼비 #부동산투기

27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판’ 프레스콜 출연진. 왼쪽부터 사또·이조 역의 이경욱, 분이 김지혜, 이덕 박란주, 달수 김지철, 호태 김지훈, 춘섬 김영아, 산받이 최영석(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이번 ‘판’의 세태풍자 키워드는 #LH #아낌없이주는나무 #두꺼비 #부동산투기입니다.”27일 국립정동극장에서 프레스콜을 개최한 뮤지컬 ‘판’(7월 27~9월 22일 국립정동극장)의 정은영 작가는 2021년 시즌의 세태풍자 키워드를 “#LH #아낌없이주는나무 #두꺼비 #부동산투기”라고 꼽았다.“풍자는 시의성이 중요해요. 그래서 올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을 소재로 삼아 ‘판’의 스타일대로 신나고 재미있게 풍자해 봤습니다.”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이렇게 전한 정은영 작가는 ‘판’에 대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상황과 세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퓨전극”이라며 “이에 작품의 전체적인 결은 유지하되 새롭게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내용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영 작가의 말대로 뮤지컬 ‘판’은 한국 전통 연희의 즉흥성과 해학을 뮤지컬 문법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2017년 초연부터 꾸준히 음악적, 극적, 내용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직업적인 낭독가 전기수, 유기전과 주막을 가장한 세책가와 매설방에 양주별산대의 꼭두각시놀음, 솟대쟁이 놀이, 줄타기, 가면극, 타령 및 판소리, 산받이(극을 이끌어가는 연희자) 등 우리 전통 연희적 요소를 버무린 풍자극이다.◇2021 ‘판’ 풍자키워드 #LH #아낌없이주는나무 #부동산투기 #두꺼비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또 다른 풍자 키워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LH 임직원들이 땅투기 수법, 신도시 예정지로 정해진 토지에 버드나무 묘목을 심은 사건을 풍자해 장면화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었거든요.”정 작가가 꼽은 풍자 키워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이 작품에서 부정부패의 상징과도 같은” 사또(류경환·이경욱,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꼭두각시놀음’이라는 넘버로 장면화됐다.“커다란 탑을 짓기 위해 버려진 땅을 사 들이고 그 땅의 값을 더 받기 위해 버드나무를 심는 상황을 만들어 LH 임직원들의 땅투기 수법을 풍자했죠. 사또에게 그 버드나무는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꼭두각시놀음’은 송정안 협력연출이 꼽은 “우리 연희의 전통성을 드러내면서도 서양의 뮤지컬 장르를 조화시키는 뮤지컬 ‘판’의 특징을 잘 살린 장면”이자 “현 세태를 가장 잘 반영한 장면”이기도 하다. 송정안 협력연출은 뮤지컬 ‘판’에 대해 “양주별산대 놀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 전통연희와 서양 뮤지컬의 결합시키면서 어떻게 우리 연희의 전통성을 드러내면서도 조화로울 수 있는지를 고심했다”며 “그 고민의 흔적들이 장면 곳곳에 녹아 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판’에서 공부나 세상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양반가 자재 달수 역의 김지철·류제윤, 유명 전기수 호태 김지훈·원종환, 글쓰기를 꿈꾸는 이덕 박란주·최수진, 매설방 주인 춘섬 최유하·김아영, 분이 임소라·김지혜, 사또 류경환·이경욱 등은 연기자이자 놀이꾼으로 분하며 관객들과 호흡한다. 정 작가가 또 다른 풍자키워드로 꼽은 ‘두꺼비’는 음악적 요소에서 비롯된다.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이번 ‘판’의 풍자 소재를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정하고 이를 압축적이고 효과적인 가사로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의 멜로디와 가사를 살짝 비틀었죠. 작곡가와의 협의 끝에 그 멜로디와 가사를 활용해 ‘꼭두각시놀음’ 코러스로 만들었어요.”그리곤 정 작가는 “노래 속에 두꺼비가 과연 몇번 나올지 맞춰보는 것 또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윤솔 작·편곡자는 “뮤지컬 ‘판’의 음악은 전통과 현대의 조합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전통음악 리듬 베이스에 스윙, 탱고, 보사노바 등을 얹는가 하면 대금과 바이올린, 장구와 드럼 등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조합한 편곡에서도 전통과 현대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2021년 버전 ‘판’에 새롭게 추가된 넘버들도 전래동요의 멜로디에 현대적인 화성을 사용했어요. 현대에서 사회이슈를 비판하는 방식인 ‘랩’을 민요 중간에 삽입해 전통과 현대의 합을 극대화했죠. 멜로디 악기인 대금과 바이올린이 동시에 가되 메기고 받는 형식을 취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음악적으로 표현했습니다.”◇유대와 연대로 빚은 이야기의 힘 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놀이판 형식은 유지하되 달수의 성장드라마를 포함해 그와 관계를 맺는 인물 모두 주체성과 의지를 갖고 극 안에 존재할 수 있도록 개인별 서사를 강화했어요. 그런 그들이 모인 ‘이야기패’로부터 달수는 전기수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죠.”이어 송정안 협력연출은 “달수가 그들과 연대하고 결국 이야기패거리에 합류하는 과정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정은영 작가는 뮤지컬 ‘판’의 주제이자 메시지로 “이야기의 힘”을 꼽았다.“사회적 금기를 이야기로 넘어선 전기수의 모습을 통해 어두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었어요.”2020년 여름 공연될 예정이었던 뮤지컬 ‘판’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전 회차 취소라는 극한상황을 맞기도 했다. 정은영 작가는 무대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토로했다.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웃고 떠들고 추임새를 넣어가며 함께 호흡했던 과거의 무대가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몸소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취소 끝에 다시 재정비하고 올리게 된 지금의 ‘판’이라는 무대가 저희에게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이어 정 작가는 뮤지컬 ‘판’에 대해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극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송정안 협력연출은 ‘유대와 연대’를 강조했다.“어떠한 시기, 어떠한 계기로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곧 유대와 연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빚어지는 이야기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결국 성장과 변화의 불씨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7-27 21:15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지옥의 타바타 100분’ 뮤지컬 ‘판’ 배우들의 간절함 “올해는 더 즐겁고 유쾌하시길!”

뮤지컬 ‘판’(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세번의 공통점은 정말 힘들다는 겁니다. ‘지옥의 타바타 100분’ 그것이 뮤지컬 ‘판’입니다.”세 시즌에 걸쳐 뮤지컬 ‘판’(7월 27~9월 22일 국립정동극장) 매설방 주인 춘섬으로 분하고 있는 최유하는 작품에 대해 “지옥의 타바타 100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배우들이 연기 외에 해야할 것도, 맞춰야할 것도 많은 작품이다.뮤지컬 ‘판’은 2015년 CJ문화재단 지원프로그램인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선정작으로 2017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기획공연에 이어 2017년, 2018년 무대에 오르며 국립정동극장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뮤지컬 ‘판’(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지난해 공연예정이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순연된 뮤지컬 ‘판’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하는 조선 후기의 직업적인 낭독가 전기수, 유기전과 주막을 가장한 세책가와 매설방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극이다.양주별산대의 꼭두각시놀음, 솟대쟁이 놀이, 줄타기, 가면극, 타령 및 판소리, 산받이(극을 이끌어가는 연희자) 등 우리 전통 연희로 꾸린 신명나는 풍자극이다.공부나 세상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양반가 자재 달수(김지철·류제윤,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조선 제일의 전기수 호태(김지훈·원종환), 글쓰기를 꿈꾸는 이덕(박란주·최수진), 매설방 주인 춘섬(최유하·김아영) 등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뮤지컬 ‘판’(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달수 역의 김지철과 류제윤, 호태 김지훈과 원종환, 이덕 박란주와 최수진, 춘섬 최유하와 김아영을 비롯해 산받이 최영석, 분이 임소라·김지혜, 사또 류경환·이경욱 등 모든 출연진이 연기 뿐 아니라 놀이꾼으로도 분한다.뮤지컬 ‘판의 리딩부터 함께 했던 호태 김지훈, 분이 임소라와 네 번째 달수로 함께 하는 김지철, 세 번째 춘섬으로 돌아온 최유하 그리고 달수 류제윤, 춘섬 김아영, 산받이 최영석이 ‘브릿지경제’에 3년만에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이덕으로 새로 합류한 최수진은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전해왔다.리딩부터 호태 김지훈 “코로나19도 물러갈 만큼 신명나고 흥겹게!”“처음 했을 때보다 체력이 떨어진 게 느껴집니다. 때문에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좀 더 노력을 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분들이 지쳐있을 이 때에 조금이나마 힘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더 신명나게, 더 흥겹게 공연하고 싶습니다.”리딩부터 분이 임소라 “케미스트리가 팡팡!”“배우의 조합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케미스트리와 볼거리가 생기는 게 ‘판’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은 전 배역이 더블캐스팅인만큼 다양한 케미스트리가 팡팡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 ‘판’ 중 ‘가장 재미있고 즐겁게 임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네 번째 달수 김지철 “한 ‘판’ 놀고 가시기를!”뮤지컬 ‘판’ 중 달수 역의 김지철(왼쪽)과 류제윤(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처음 ‘판’을 했을 때 공연을 보고 관객분들이 즐겁고 유쾌하게 집으로 돌아가시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2번째, 3번째, 4번째,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더 소망합니다. 개인의 캐릭터에 집중해서 보시기보단 같이 힘든 시국에 한 ‘판’ 놀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욱 커집니다. 더더욱 더 간절해지네요^^ 모두, 하나같이 열심히 하겠습니다!! 같이 한판 놀아봐요!”두 번째 달수 류제윤 “동료들과 함께 기존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인물들의 관계나 서사에 좀 더 집중하며 연습했습니다.”세 번째 춘섬 최유하 “진짜 이야기패처럼, 늘 설레는 마음으로!”뮤지컬 ‘판’(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이번이 세 번째 ‘판’ 참여입니다. 처음엔 만드느라 힘들었고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장대나 탈, 새, 책 등 정말 많은 소품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 있어야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해서 의외로 굉장히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작품이거든요.(웃음) 그래서 서로 전혀 친해지지도 못했어요. 2018년 두 번째로 할 때에야 서로 좀 알아가고 즐기며 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이야기 패가 된 기분이었어요. 지금은 새로운 캐스트들이 한번 더 리프레시해주고 달라진 부분들을 익히면서 또 새롭게 준비했습니다. 다른 마음으로 설레네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 잘 보여드리고 싶고요.”두 번째 춘섬 김아영 “더 커진 애정으로 ‘서사’에 집중!”뮤지컬 ‘판’(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저번 시즌엔 초연 멤버 캐스트에 저만 새로 투입됐었습니다. 보시면 아시다시피 ‘판’에 워낙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인형극, 무대 전환, 카혼 연주 등) 저번 시즌엔 ‘미션 클리어’하듯이 모든 것을 해내야 했어요. 기존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좀 컸죠. 이번엔 훨씬 더 큰 그림을 보고 춘섬이란 캐릭터의 서사와 ‘판’ 자체의 서사에 대해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더 생긴 것 같아요. 그만큼 애정도 훨씬 더 크게 생겼고요. 더 깊게 표현해 볼게요. 기대해주세요!”뮤지컬 ‘판’ 중 새로 합류한 이덕 역의 최수진(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새로운 덕이 최수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덕이의 ‘그런 이야기’”“덕이는 필사를 주로 하고 있지만 글을 좋아하는 인물이에요. 언젠가는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이 보는 세상과 이야기를 직접 쓰고 싶어하는 인물이죠. 자기 발로 매설방에 들어가 춘섬과 함께 일하고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인 것 같아요. 그에 제일 잘 맞는 장면은 마지막 ‘그런 이야기(패관소설 금지 rep.)’가 아닐까 싶어요. 다 타버린 소설책을 들고 뒷이야기는 자기가 써보겠다고 나서죠. 윗사람들이 천시하고 만만히 보았던 그 소설이 언젠가 세상에서 인정받는 꿈을 갖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산받이 최영석 “다시 태어나게 해준 뮤지컬 ‘판’!” “뮤지컬 ‘판’ 참여 전에는 음악극의 음악감독 일과 더불어 산받이 역할을 활용한 연극의 산받이로 출연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초연 당시의 뮤지컬 ‘판’을 만났죠. 뮤지컬 작업은 처음이었어요. 뮤지컬에서의 산받이는 또 다른 차원의 역할이었죠. ‘다시는 뮤지컬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초연을 준비하는 중에 치아 여러 개가 망가질 정도였죠. 그러나 초연을 무사히 마친 후부터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개인적인 어려움을 견뎠다는 기쁨도 있지만 뮤지컬에서도 산받이라는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장본인이 됐다는 자부심이 들었거든요. 뮤지컬 ‘판’은 저에게는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작품’입니다. 앞으로 뮤지컬, 연극 어떤 작업을 하든 뮤지컬 ‘판’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아요. 3년 만에 다시 공연하게 됐습니다. 3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내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두려워요. 코로나19로 연습 과정이 매우 열악하기도 했죠. 그러나 그것을 핑계로 3년 전을 그대로 재현하는 내가 된다면 자괴감이 들 것 같아요. 2021년 뮤지컬 ‘판’에 맞는 새로운 산받이가 되도록 2021년 9월 5일 마지막 공연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7-27 18:15 허미선 기자

[비바100] 극과 극 ‘비틀쥬스’ 유준상·정성화 이구동성 “이렇게나 유쾌한 죽음!”

뮤지컬 '비틀쥬스'의 유준상(왼쪽)과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원작 영화를 보고 비교·분석하기 보다는 대본에 충실했어요. 뮤지컬은 영화와 흐름이 다른데다 대본 자체에 답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아주 오래 전에 영화를 보긴 했지만 기억이 잘 나질 않아요.”뮤지컬 ‘비틀쥬스’(8월 7일가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8억년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존재해온 ‘산 사람 퇴치 악당’ 비틀쥬스(유준상·정성화, 이하 가나다 순)를 연기하는 유준상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뮤지컬 '비틀쥬스'의 유준상(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뮤지컬 준비를 하면서는 원작 영화와의 비교·분석 보다는 한국화하는 데 충실히 임했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려는 마음이 더 컸죠.”“마이클 키튼의 연기나 제스처를 많이 벤치마킹했다”는 또 다른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는 “영화 ‘비틀쥬스’에서는 작은 인간으로 표현되다 비틀쥬스가 되고 나서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뮤지컬에서는 온전히 유령으로 나오는 등 영화와 뮤지컬은 완전 다른 매력”이라고 밝혔다.“눈 앞에서 실제로 봤을 때의 매력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적 요소가 가미돼 관객들을 더 즐겁고 흥미롭게 하는 요소들도 다르죠.”팀 버튼 감독이 1988년 선보인 동명 영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비틀쥬스’는 10여년 전부터 기획돼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스캇 브라운(Scott Brown)·앤서니 킹(Anthony King) 작가, 뮤지컬 ‘킹콩’의 에디 퍼펙트(Eddie Perfect) 작사·작곡가, ‘물랑루즈’ 등의 알렉스 팀버스(Alex Timbers) 연출, ‘해밀턴’ ‘디어 에반 핸슨’ 등의  데이비드 코린스(David Korins) 무대 디자이너, 뮤지컬 ‘라이언 킹’의 퍼펫 디자이너 마이클 커리(Michael Curry) 등 쟁쟁한 창작진이 총동원되고 25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다. 이번 서울무대가 해외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원작 영화와는 달리 비틀쥬스와 유령을 보는 시크한 소녀 리디아(장민제·홍나현)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새집에 이사하자마자 죽음을 맞은 아담(이율·이창용)·바바라(김지우·유리아) 부부, 이 어리바리 초보 유령 부부 앞에 나타난 비틀쥬스, 새 집에 이사 온 부동산 사업가 찰스(김용수)와 딸 리디아, 리디아의 라이프코치이자 찰스의 연인 델리아(신영숙·전수미) 등과 집밖을 지옥으로 만드는 거대한 모레벌레, 퍼펫들로 구현되는 다양하고 해괴한 캐릭터들이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볼거리와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해외 대부분이 공연을 못해서 아쉬운 상황에서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진행된 한국 공연에 해외 스태프들이 혼신을 힘을 다했어요. 그들이 주는 좋은 에너지로 저 역시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됐어요.”◇유준상·정성화 비틀쥬스의 추천 넘버 ‘The Whole Being Dead Thing’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잗면(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정성화 배우와는 완전 다른 캐릭터예요. 비틀쥬스 뿐 아니라 모든 더블캐스트들이 각자 달라서 보실 때마다 처음 본 공연 같은 거예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연습했거든요. 연습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고 춤췄어요. 처음엔 그게 너무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내 입안에 모래주머니를 달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스크를 벗는 순간 훨씬 가볍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겠다 싶었고 훈련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유준상의 말처럼 전혀 다른 매력의 정성화도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하는 건 산꼭대기를 올라가는데 방독면을 쓴 느낌”이라 표현하며 “연출에게 내 표정을 보여줄 수 없는 애로사항도 있었다. 하지만 극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연습)를 하는 데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비틀쥬스'의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이어 정성화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스크 쓰고 연습한 게 훈련이 된 듯 무대 위에서 좀 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멘탈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추천 넘버로 비틀쥬스의 첫 곡인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꼽았다. 유준상은 “첫곡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통쾌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래퍼처럼 노래해요. 비틀쥬스가 왜 속도가 빠르냐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예요. 98억년 동안 아무랑도 말을 못해봤으니 사람들을 만나면 많은 말을 하고 싶어해요. 인간도 마찬가지죠. 누군가와 말하고 싶은데 말을 오래 안하면 모르는 사람과도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노래 속도가 다른 작품의 두세배는 빨라요. 그럼에도 이야기는 완벽하게 다 전달해야해서 미친 듯 연습했어요. 미치지 않고서는 이 템포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없거든요. 가장 신나는 넘버는 분신들을 불러내는 ‘뷰티풀 사운드’예요. 분신들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쾌감이 느껴지죠.”..정성화는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장면”이라고 이유를 밝혔다.“죽음에 대해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해주겠다’고 알리는 넘버죠.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농담 같은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이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슬퍼만 할 게 아니라 농담처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죽음을 농담처럼 느끼면서) 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거든요.”◇‘죽음’에 대한 고민에 행복한 답 뮤지컬 '비틀쥬스'의 유준상(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뮤지컬 ‘비틀쥬스’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영화 제작 관련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차였어요. 죽음에 대한 고민에 이 대본이 너무 명쾌하게 대답을 줘서 행복했어요. 메시지를 이런 식으로 전달하면 너무 행복하겠다 싶었죠.” 유준상은 뮤지컬 ‘비틀쥬스’를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98억년 동안 혼자 지내며 외로운 비틀쥬스를 비롯해 사회와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격리된 캐릭터들에 대해 요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뮤지컬 '비틀쥬스'의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유준상은 “이런 시대가 될지는 누구도 몰랐고 1년여 만에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만난 마음 속 응어리와 생각의 단절들이 생각났다”며 “이 작품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 면에서 ‘비틀쥬스’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대사가 이래요. ‘죽었든 살았든 누구나 다 외로워. 그냥 살아. 난 낯설고 이상하게 살거니까!’ 사실 비틀쥬스는 인가으로 단 몇분 살아봐요. 그런 비틀쥬스가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고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정말 크게 와닿았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이 대사를 칠 때마다 울면 안되는데 눈물이 차올라요. 그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2시간 30분을 무대에서 뛰어요.”정성화 역시 ‘죽음’을 뮤지컬 ‘비틀쥬스’의 중요한 메시지로 꼽았다. 정성화는 “밉지 않은 악동이미지를 생각했다”며 “많이 참고한 영화 ‘비틀쥬스’의 마이클 키튼, ‘배트맨’의 조커 이미지를 정성화가 가진 유쾌발랄함을 접목시키면 죽음이라는 주제도 너무 무겁지 않게 전달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죽음이라는 것도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삶의 한 요소임에도 죽음을 무서워하거나 걱정으로 인생을 제대로 못살기도 하죠. 죽음은 삶의 원동력을 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을 원동력으로 삼아 지금의 삶을 보다 활력있게 살아가면 좋겠어요.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들 속에서 ‘희망’을 찾은 뮤지컬 ‘비틀쥬스’ 속 사람들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이 희망을 찾아가시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7-26 18: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