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코멘트] 신명나는 풍자 한판 뮤지컬 ‘판’ #LH #아낌없이주는나무 #두꺼비 #부동산투기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7-27 21:15 수정일 2021-07-27 22:44 발행일 2021-07-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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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전래동요 멜로디, 랩 등으로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 풍자
달수 김지철·류제윤, 유명 전기수 호태 김지훈·원종환, 박란주·최수진, 매설방 주인 춘섬 최유하·김아영, 분이 임소라·김지혜, 사또 류경환·이경욱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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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판’ 프레스콜 출연진. 왼쪽부터 사또·이조 역의 이경욱, 분이 김지혜, 이덕 박란주, 달수 김지철, 호태 김지훈, 춘섬 김영아, 산받이 최영석(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이번 ‘판’의 세태풍자 키워드는 #LH #아낌없이주는나무 #두꺼비 #부동산투기입니다.”

27일 국립정동극장에서 프레스콜을 개최한 뮤지컬 ‘판’(7월 27~9월 22일 국립정동극장)의 정은영 작가는 2021년 시즌의 세태풍자 키워드를 “#LH #아낌없이주는나무 #두꺼비 #부동산투기”라고 꼽았다.

“풍자는 시의성이 중요해요. 그래서 올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을 소재로 삼아 ‘판’의 스타일대로 신나고 재미있게 풍자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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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이렇게 전한 정은영 작가는 ‘판’에 대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상황과 세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퓨전극”이라며 “이에 작품의 전체적인 결은 유지하되 새롭게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내용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영 작가의 말대로 뮤지컬 ‘판’은 한국 전통 연희의 즉흥성과 해학을 뮤지컬 문법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2017년 초연부터 꾸준히 음악적, 극적, 내용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직업적인 낭독가 전기수, 유기전과 주막을 가장한 세책가와 매설방에 양주별산대의 꼭두각시놀음, 솟대쟁이 놀이, 줄타기, 가면극, 타령 및 판소리, 산받이(극을 이끌어가는 연희자) 등 우리 전통 연희적 요소를 버무린 풍자극이다.

◇2021 ‘판’ 풍자키워드 #LH #아낌없이주는나무 #부동산투기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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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또 다른 풍자 키워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LH 임직원들이 땅투기 수법, 신도시 예정지로 정해진 토지에 버드나무 묘목을 심은 사건을 풍자해 장면화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었거든요.”

정 작가가 꼽은 풍자 키워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이 작품에서 부정부패의 상징과도 같은” 사또(류경환·이경욱,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꼭두각시놀음’이라는 넘버로 장면화됐다.

“커다란 탑을 짓기 위해 버려진 땅을 사 들이고 그 땅의 값을 더 받기 위해 버드나무를 심는 상황을 만들어 LH 임직원들의 땅투기 수법을 풍자했죠. 사또에게 그 버드나무는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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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꼭두각시놀음’은 송정안 협력연출이 꼽은 “우리 연희의 전통성을 드러내면서도 서양의 뮤지컬 장르를 조화시키는 뮤지컬 ‘판’의 특징을 잘 살린 장면”이자 “현 세태를 가장 잘 반영한 장면”이기도 하다.

송정안 협력연출은 뮤지컬 ‘판’에 대해 “양주별산대 놀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 전통연희와 서양 뮤지컬의 결합시키면서 어떻게 우리 연희의 전통성을 드러내면서도 조화로울 수 있는지를 고심했다”며 “그 고민의 흔적들이 장면 곳곳에 녹아 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판’에서 공부나 세상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양반가 자재 달수 역의 김지철·류제윤, 유명 전기수 호태 김지훈·원종환, 글쓰기를 꿈꾸는 이덕 박란주·최수진, 매설방 주인 춘섬 최유하·김아영, 분이 임소라·김지혜, 사또 류경환·이경욱 등은 연기자이자 놀이꾼으로 분하며 관객들과 호흡한다. 정 작가가 또 다른 풍자키워드로 꼽은 ‘두꺼비’는 음악적 요소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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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이번 ‘판’의 풍자 소재를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정하고 이를 압축적이고 효과적인 가사로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의 멜로디와 가사를 살짝 비틀었죠. 작곡가와의 협의 끝에 그 멜로디와 가사를 활용해 ‘꼭두각시놀음’ 코러스로 만들었어요.”

그리곤 정 작가는 “노래 속에 두꺼비가 과연 몇번 나올지 맞춰보는 것 또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윤솔 작·편곡자는 “뮤지컬 ‘판’의 음악은 전통과 현대의 조합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전통음악 리듬 베이스에 스윙, 탱고, 보사노바 등을 얹는가 하면 대금과 바이올린, 장구와 드럼 등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조합한 편곡에서도 전통과 현대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2021년 버전 ‘판’에 새롭게 추가된 넘버들도 전래동요의 멜로디에 현대적인 화성을 사용했어요. 현대에서 사회이슈를 비판하는 방식인 ‘랩’을 민요 중간에 삽입해 전통과 현대의 합을 극대화했죠. 멜로디 악기인 대금과 바이올린이 동시에 가되 메기고 받는 형식을 취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음악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유대와 연대로 빚은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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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놀이판 형식은 유지하되 달수의 성장드라마를 포함해 그와 관계를 맺는 인물 모두 주체성과 의지를 갖고 극 안에 존재할 수 있도록 개인별 서사를 강화했어요. 그런 그들이 모인 ‘이야기패’로부터 달수는 전기수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죠.”

이어 송정안 협력연출은 “달수가 그들과 연대하고 결국 이야기패거리에 합류하는 과정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정은영 작가는 뮤지컬 ‘판’의 주제이자 메시지로 “이야기의 힘”을 꼽았다.

“사회적 금기를 이야기로 넘어선 전기수의 모습을 통해 어두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2020년 여름 공연될 예정이었던 뮤지컬 ‘판’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전 회차 취소라는 극한상황을 맞기도 했다. 정은영 작가는 무대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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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웃고 떠들고 추임새를 넣어가며 함께 호흡했던 과거의 무대가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몸소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취소 끝에 다시 재정비하고 올리게 된 지금의 ‘판’이라는 무대가 저희에게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어 정 작가는 뮤지컬 ‘판’에 대해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극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송정안 협력연출은 ‘유대와 연대’를 강조했다.

“어떠한 시기, 어떠한 계기로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곧 유대와 연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빚어지는 이야기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결국 성장과 변화의 불씨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