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
◇유준상·정성화 비틀쥬스의 추천 넘버 ‘The Whole Being Dead Thing’
“정성화 배우와는 완전 다른 캐릭터예요. 비틀쥬스 뿐 아니라 모든 더블캐스트들이 각자 달라서 보실 때마다 처음 본 공연 같은 거예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연습했거든요. 연습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고 춤췄어요. 처음엔 그게 너무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내 입안에 모래주머니를 달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스크를 벗는 순간 훨씬 가볍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겠다 싶었고 훈련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유준상의 말처럼 전혀 다른 매력의 정성화도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하는 건 산꼭대기를 올라가는데 방독면을 쓴 느낌”이라 표현하며 “연출에게 내 표정을 보여줄 수 없는 애로사항도 있었다. 하지만 극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연습)를 하는 데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정성화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스크 쓰고 연습한 게 훈련이 된 듯 무대 위에서 좀 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멘탈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추천 넘버로 비틀쥬스의 첫 곡인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꼽았다. 유준상은 “첫곡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통쾌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래퍼처럼 노래해요. 비틀쥬스가 왜 속도가 빠르냐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예요. 98억년 동안 아무랑도 말을 못해봤으니 사람들을 만나면 많은 말을 하고 싶어해요. 인간도 마찬가지죠. 누군가와 말하고 싶은데 말을 오래 안하면 모르는 사람과도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노래 속도가 다른 작품의 두세배는 빨라요. 그럼에도 이야기는 완벽하게 다 전달해야해서 미친 듯 연습했어요. 미치지 않고서는 이 템포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없거든요. 가장 신나는 넘버는 분신들을 불러내는 ‘뷰티풀 사운드’예요. 분신들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쾌감이 느껴지죠.”..
정성화는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장면”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죽음에 대해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해주겠다’고 알리는 넘버죠.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농담 같은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이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슬퍼만 할 게 아니라 농담처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죽음을 농담처럼 느끼면서) 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거든요.”
◇‘죽음’에 대한 고민에 행복한 답
“뮤지컬 ‘비틀쥬스’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영화 제작 관련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차였어요. 죽음에 대한 고민에 이 대본이 너무 명쾌하게 대답을 줘서 행복했어요. 메시지를 이런 식으로 전달하면 너무 행복하겠다 싶었죠.”
유준상은 뮤지컬 ‘비틀쥬스’를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98억년 동안 혼자 지내며 외로운 비틀쥬스를 비롯해 사회와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격리된 캐릭터들에 대해 요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유준상은 “이런 시대가 될지는 누구도 몰랐고 1년여 만에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만난 마음 속 응어리와 생각의 단절들이 생각났다”며 “이 작품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 면에서 ‘비틀쥬스’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대사가 이래요. ‘죽었든 살았든 누구나 다 외로워. 그냥 살아. 난 낯설고 이상하게 살거니까!’ 사실 비틀쥬스는 인가으로 단 몇분 살아봐요. 그런 비틀쥬스가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고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정말 크게 와닿았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이 대사를 칠 때마다 울면 안되는데 눈물이 차올라요. 그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2시간 30분을 무대에서 뛰어요.”
정성화 역시 ‘죽음’을 뮤지컬 ‘비틀쥬스’의 중요한 메시지로 꼽았다. 정성화는 “밉지 않은 악동이미지를 생각했다”며 “많이 참고한 영화 ‘비틀쥬스’의 마이클 키튼, ‘배트맨’의 조커 이미지를 정성화가 가진 유쾌발랄함을 접목시키면 죽음이라는 주제도 너무 무겁지 않게 전달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죽음이라는 것도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삶의 한 요소임에도 죽음을 무서워하거나 걱정으로 인생을 제대로 못살기도 하죠. 죽음은 삶의 원동력을 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을 원동력으로 삼아 지금의 삶을 보다 활력있게 살아가면 좋겠어요.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들 속에서 ‘희망’을 찾은 뮤지컬 ‘비틀쥬스’ 속 사람들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이 희망을 찾아가시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