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극과 극 ‘비틀쥬스’ 유준상·정성화 이구동성 “이렇게나 유쾌한 죽음!”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7-26 18:30 수정일 2021-07-26 18:30 발행일 2021-07-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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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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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의 유준상(왼쪽)과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
“원작 영화를 보고 비교·분석하기 보다는 대본에 충실했어요. 뮤지컬은 영화와 흐름이 다른데다 대본 자체에 답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아주 오래 전에 영화를 보긴 했지만 기억이 잘 나질 않아요.”
뮤지컬 ‘비틀쥬스’(8월 7일가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8억년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존재해온 ‘산 사람 퇴치 악당’ 비틀쥬스(유준상·정성화, 이하 가나다 순)를 연기하는 유준상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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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의 유준상(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준비를 하면서는 원작 영화와의 비교·분석 보다는 한국화하는 데 충실히 임했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려는 마음이 더 컸죠.”
“마이클 키튼의 연기나 제스처를 많이 벤치마킹했다”는 또 다른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는 “영화 ‘비틀쥬스’에서는 작은 인간으로 표현되다 비틀쥬스가 되고 나서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뮤지컬에서는 온전히 유령으로 나오는 등 영화와 뮤지컬은 완전 다른 매력”이라고 밝혔다.
“눈 앞에서 실제로 봤을 때의 매력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적 요소가 가미돼 관객들을 더 즐겁고 흥미롭게 하는 요소들도 다르죠.”
팀 버튼 감독이 1988년 선보인 동명 영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비틀쥬스’는 10여년 전부터 기획돼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스캇 브라운(Scott Brown)·앤서니 킹(Anthony King) 작가, 뮤지컬 ‘킹콩’의 에디 퍼펙트(Eddie Perfect) 작사·작곡가, ‘물랑루즈’ 등의 알렉스 팀버스(Alex Timbers) 연출, ‘해밀턴’ ‘디어 에반 핸슨’ 등의  데이비드 코린스(David Korins) 무대 디자이너, 뮤지컬 ‘라이언 킹’의 퍼펫 디자이너 마이클 커리(Michael Curry) 등 쟁쟁한 창작진이 총동원되고 25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다. 
이번 서울무대가 해외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원작 영화와는 달리 비틀쥬스와 유령을 보는 시크한 소녀 리디아(장민제·홍나현)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새집에 이사하자마자 죽음을 맞은 아담(이율·이창용)·바바라(김지우·유리아) 부부, 이 어리바리 초보 유령 부부 앞에 나타난 비틀쥬스, 새 집에 이사 온 부동산 사업가 찰스(김용수)와 딸 리디아, 리디아의 라이프코치이자 찰스의 연인 델리아(신영숙·전수미) 등과 집밖을 지옥으로 만드는 거대한 모레벌레, 퍼펫들로 구현되는 다양하고 해괴한 캐릭터들이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볼거리와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해외 대부분이 공연을 못해서 아쉬운 상황에서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진행된 한국 공연에 해외 스태프들이 혼신을 힘을 다했어요. 그들이 주는 좋은 에너지로 저 역시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됐어요.”

◇유준상·정성화 비틀쥬스의 추천 넘버 ‘The Whole Being Dea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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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잗면(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

“정성화 배우와는 완전 다른 캐릭터예요. 비틀쥬스 뿐 아니라 모든 더블캐스트들이 각자 달라서 보실 때마다 처음 본 공연 같은 거예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연습했거든요. 연습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고 춤췄어요. 처음엔 그게 너무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내 입안에 모래주머니를 달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스크를 벗는 순간 훨씬 가볍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겠다 싶었고 훈련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유준상의 말처럼 전혀 다른 매력의 정성화도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하는 건 산꼭대기를 올라가는데 방독면을 쓴 느낌”이라 표현하며 “연출에게 내 표정을 보여줄 수 없는 애로사항도 있었다. 하지만 극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연습)를 하는 데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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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의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

이어 정성화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스크 쓰고 연습한 게 훈련이 된 듯 무대 위에서 좀 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멘탈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추천 넘버로 비틀쥬스의 첫 곡인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꼽았다. 유준상은 “첫곡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통쾌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래퍼처럼 노래해요. 비틀쥬스가 왜 속도가 빠르냐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예요. 98억년 동안 아무랑도 말을 못해봤으니 사람들을 만나면 많은 말을 하고 싶어해요. 인간도 마찬가지죠. 누군가와 말하고 싶은데 말을 오래 안하면 모르는 사람과도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노래 속도가 다른 작품의 두세배는 빨라요. 그럼에도 이야기는 완벽하게 다 전달해야해서 미친 듯 연습했어요. 미치지 않고서는 이 템포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없거든요. 가장 신나는 넘버는 분신들을 불러내는 ‘뷰티풀 사운드’예요. 분신들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쾌감이 느껴지죠.”..

정성화는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장면”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죽음에 대해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해주겠다’고 알리는 넘버죠.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농담 같은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이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슬퍼만 할 게 아니라 농담처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죽음을 농담처럼 느끼면서) 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거든요.”

◇‘죽음’에 대한 고민에 행복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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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의 유준상(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비틀쥬스’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영화 제작 관련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차였어요. 죽음에 대한 고민에 이 대본이 너무 명쾌하게 대답을 줘서 행복했어요. 메시지를 이런 식으로 전달하면 너무 행복하겠다 싶었죠.” 

유준상은 뮤지컬 ‘비틀쥬스’를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98억년 동안 혼자 지내며 외로운 비틀쥬스를 비롯해 사회와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격리된 캐릭터들에 대해 요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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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의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세종문화회관)

유준상은 “이런 시대가 될지는 누구도 몰랐고 1년여 만에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만난 마음 속 응어리와 생각의 단절들이 생각났다”며 “이 작품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 면에서 ‘비틀쥬스’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대사가 이래요. ‘죽었든 살았든 누구나 다 외로워. 그냥 살아. 난 낯설고 이상하게 살거니까!’ 사실 비틀쥬스는 인가으로 단 몇분 살아봐요. 그런 비틀쥬스가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고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정말 크게 와닿았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이 대사를 칠 때마다 울면 안되는데 눈물이 차올라요. 그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2시간 30분을 무대에서 뛰어요.”

정성화 역시 ‘죽음’을 뮤지컬 ‘비틀쥬스’의 중요한 메시지로 꼽았다. 정성화는 “밉지 않은 악동이미지를 생각했다”며 “많이 참고한 영화 ‘비틀쥬스’의 마이클 키튼, ‘배트맨’의 조커 이미지를 정성화가 가진 유쾌발랄함을 접목시키면 죽음이라는 주제도 너무 무겁지 않게 전달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죽음이라는 것도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삶의 한 요소임에도 죽음을 무서워하거나 걱정으로 인생을 제대로 못살기도 하죠. 죽음은 삶의 원동력을 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을 원동력으로 삼아 지금의 삶을 보다 활력있게 살아가면 좋겠어요.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들 속에서 ‘희망’을 찾은 뮤지컬 ‘비틀쥬스’ 속 사람들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이 희망을 찾아가시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