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또 한 단계 진화한 ‘일무’…“이번엔 꺾이지 않는 ‘죽무’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3-04-25 18:30 수정일 2023-04-26 00:23 발행일 2023-04-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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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무
서울시무용단 ‘일무’ 기자간담회(사진=허미선 기자)

“관객들이 전통에 관심을 안갖는 이유는 변화하지 않고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에 ‘일무’는 그 동안 보여줬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통의 이미지를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그런 변화와 여러 가지 기술적 요소들 보다 중요한 건 무용단이 보여준 최고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5월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기자간담회에서 정구호 연출은 “서울시무용단 무용수들의 노력”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일무’는 가장 단순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돼 하나의 동작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일무’를 보여주고자 하는 무용단원들과 단장님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도 지루하지 않게, 긴장감 넘치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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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일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정구호 연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안무, 김성훈 안무, 김재덕 안무·음악으로 지난해 초연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화하는 새로운 시도로 3000여석 규모의 극장에서 펼쳐진 4회 공연 객석 점유율이 75%에 달했던 작품이다.

초연에 이어 이번 ‘일무’에서도 안무와 음악을 맡은 김재덕 안무가·작곡가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인 느낌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최대한 미니멀하게 하면서 서양음악의 저음에 속하는 콘트라베이스와 첼로를 이용해 약간 아쟁 같은 소리를 표현했고 하이브리드를 위해 신디사이저를 모호하게 깔았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안무가는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전통이라는 게 쉽지가 않았다. 저희도 ‘일무’를 배웠음에도 전통 가지고 창작을 하는 게 어려웠다”며 “기존 틀에서 생각을 좀 달리 해 각도도 틀어보고 상체로 시선을 끌기도 하면서 움직임을 좀 확장시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일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지난해 초연 당시 전통과 혼재, 창작무 3개막으로 구성됐던 ‘일무’는 파격적인 의상과 남성무 특유의 다이내믹이 넘치는 ‘죽무’를 더해 4막으로 재구성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혜진 예술감독은 1, 2막의 전통 일무에 이어 3막에서 선보일 ‘죽무’에 대해 “굉장한 난이도의 춤으로 한달 동안 연습을 하다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된 무용수가 있을 정도”라며 “선비의 절개를 나타내는 대나무가 내려와 이를 부러뜨리지 않고 자유롭게 춤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감독은 “5월의 ‘일무’는 전통 그대로 올리는 ‘일무’는 아니다. 연희에서 사용하는 ‘일무’에 초점을 두고 줄을 지어 춤을 춘다는 의미”라며 “이 시대에 ‘일무’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의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열 맞춰 같이 춤추며 복잡한 이 사회가 하나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획일화가 좋기만 한 말은 아닙니다. ‘일무’에서의 획일화는 질서를 지키고 서로의 본분을 잘 지키면서 마음을 다잡자는 의미죠. 질서와 본분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둔, 그러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하늘로 보내는 안무예요.”

서울시무용단 '일무'
서울시무용단 ‘일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성훈 안무가(왼쪽부터),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정구호 연출, 김재덕 안무·음악(사진=허미선 기자)

이 ‘죽무’에 대해 정구호 연출은 “2막까지 전통 ‘일무’를 보여주고 완전 컨템포러리한 ‘新일무’를 선보일 4막으로 가기 전 한번 딛고 가는 3막을 만들었다”며 “우리 전통 중 쉼을 보여주기 위한 막”이라고 설명했다.

“느긋한 쉼이 아니라 완전 컨템포러리로 가기 전의 긴장감과 디딤을 만들기 위한 막입니다. 템포는 빠르지 않지만 3, 40개에 달하는, 엄청난 난이도의 무용들이 등장하죠. 대나무를 상징하는 파이프를 건드리지 않고 굉장히 예민하게 춤추는 동작들을 할 겁니다.”

전통의 진화에 집중해온 정구호 연출은 “국립극장 ‘향연’까지가 전통을 정리하는 개념이라면 그 이후 작품들은 서서히 진화를 보여준다”며 “급속한 진화는 (전통무용계에) 불협화음을 내고 관객에게는 이해의 폭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진행해온 편”이라고 밝혔다.

“국립극장의 ‘향연’이 전통의 여러 색 중 중요한, 심볼릭한 색으로 정리했다면 ‘일무’는 전통 색에서 벗어나 재구성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번 ‘일무’가 가장 많이 진화한 작업 중 하나죠. 5단계까지의 진화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