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10주년 뮤지컬 ‘그날들’부터 동화작가까지, 유준상 “그냥 해보는 건 없어요!”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3-07-03 18:30 수정일 2023-07-03 19:36 발행일 2023-07-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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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10주년 ‘그날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영화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 클래식 작곡가, 에세이 및 동화 작가 유준상 “그냥 해보는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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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가 즉흥적으로 뭔가를 할 거라고들 생각하시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준비를 많이 해서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일단 (하겠다고) 내놓는 건 정말 오래 할 것들이죠.”
유준상에게 그냥 한번 해보는 건 없다. 오랜 시간 준비와 숙고를 거쳐 계속 할 수 있을 것들을 한다. 2016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초청작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로 영화감독 데뷔 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아직 안 끝났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스프링 송’에 이어 최근작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9일까지) 초청작으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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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2013년 첫 앨범 ‘JUNES’ 발매 후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더 페이스’(The Face), 기타리스트 이준화와의 ‘트래블 프로젝트’ 시리즈, 피아노 연주 앨범 등을 발매한 그는 “제가 작곡한 클래식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면 좋겠다”는 꿈을 향해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이미 녹음을 마치고 올해 말이나 내년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앨범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센스 노트’라는 팀을 결성해 드라마 음악으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다.

매년 쓰는 일기, 무대에 오를 때마다 쓴 공연일지, 여행 중 썼던 글들을 모은 에세이 집이 11월 출간 예정인가 하면 꽤 오래 틈틈이 써온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드디어 출판사를 만나 계약을 마치고 내년쯤 출간 예정”이기도 하다.
“지금 안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했던 테니스를 2년 전부터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성남시테니스협에서 주관·주최하는 테니스 동호회 대회에서 우승해 ‘금배’가 됐다. 금배가 됐음에도 “더 잘 치고 싶어서 레슨을 계속 받고 있다”는 그에게 한번 해보거나 대충이란 없다.
동국대 영화연출과에 입학했지만 ‘싱잉 인 더 레인’ 등과 윤복희의 뮤지컬 ‘피터팬’ 등을 보면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던 그는 1998년 ‘그리스’의 대니를 시작으로 ‘그날들’ ‘벤허’ ‘프랑켄슈타인’ ‘삼총사’ ‘비틀쥬스’ 등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30년째 연기와 노래 레슨을 비롯해 1일 1.5식 등 건강 및 체력, 체중 관리 등 “레슨만이 살 길”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10년을 ‘차정학’으로 함께 했던 유준상의 ‘그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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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 차정학으로 10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그들 중 그의 오랜 팬이기도 했던 장유정 연출의 창작뮤지컬 ‘그날들’(7월 12~9월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10년을 빠짐없이 차정학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고 김광석의 노래를 넘버로 엮은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원 차정학(유준상·이건명·오만석·엄기준)과 어느날 갑자기 사리진 그의 친구 강무영(오종혁·지창욱·김건우·영재)의 이야기다. 
“제가 했던 창작뮤지컬들이 10주년을 넘겨서 너무 감사해요. 그 작품들 중 ‘그날들’은 제가 한번도 빠지지 않고 했던 작품이라 더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광석 형님 노래의 힘이죠. 더불어 결국 지켜주지 못한 사람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 미련, 용서 등 이런 주제의 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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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이어 유준상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거나 떠나보내야 할 때가 있다. 어느 순간 삶을 끝내야 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용기와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라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10년, 일곱 번째 시즌 동안 차정학으로 ‘그날들’과 함께 해온 그는 “예전과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와 노래 하나하나의 감정이 조금 달라진다”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조금씩 더 알 것 같고 똑같은 노래지만 어떻게 불러야 할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여기 왜 이 노래와 대사가 있는지, 그때의 감정은 어떤지 예전보다는 훨씬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나이 먹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좋은 점이 많거든요. 제가 거의 1일 1런(극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해보는 연습)을 해요. 공연을 안할 때도 혼자서 런을 돌 때가 있는데 40대 후반부터는 감정이 너무 북받치더니 50대를 앞두고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이제는 괜찮겠지 했는데 연습을 하면 또 눈물이 나요.”
그는 “가사 중 ‘또 하루 멀어져 간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등을 부를 때면 제가 이입되고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이러면 갑자기 20대에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서 펑펑 울기도 한다. ‘집 떠나와’ 할 때면 제게도 있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고 ‘나의 정원을 본 적이 있나’ 하면 정원을 다시 둘러보게 되고…인생이 떠오른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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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오랜만에 무영이를 만나 ‘너는 그대로구나. 나만 늙었네’ 등 대사 하나하나 가사 하나하나가 제 삶과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한테 적용될 수 있겠구나 싶어요. 특히 산에서 ‘거리에서’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어두운 산에 올라가서 그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어요.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그 순간을 보고 싶어서요. 진짜 가로등불이 하나씩 켜지더라고요.”  
뮤지컬 ‘그날들’ 객석 중앙에는 김광석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공연을 하다가도 문득 그 자리가 눈에 띌 때면 유준상은 “여전히 울컥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장유정) 연출님이 얼마 전에 제가 연습하는 걸 조용히 지켜보다가 ‘선배님 앞으로 20년은 더 하셔도 되겠다’고 하셨으니 80세까지 해보겠습니다.”
◇영화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2’, 나에게 보내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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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가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하면 좀 평온해질 수 있을까 싶어서 매니저, 저랑 음악하는 친구랑 셋이서 몽고로 떠났어요. 사막을 좋아해서 가는데 그 길이 너무 울퉁불퉁, 우당탕탕 시끄럽고 힘든 거예요. 그렇게 10시간을 가는 동안 너무 행복한 저를 느꼈어요. 평온은 그렇게 난관을 극복해야 찾아오는 거더라고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그의 단편영화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는 그 깨달음의 과정을 유준상과 그의 매니저 휴대폰으로 찍어 편집한 작품이다.

“매일이 힘든 일이에요. 밤샘 촬영, 뭔가 일이 잘 안풀릴 때, 제 의지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걸 느낄 때…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지금이 나이를 정말 잘 먹으면서 좋은 사람이 돼야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50살이 넘으면 마음의 평정심도 좀 생기고 순탄해야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만날 요동치고 힘들지 싶거든요. 저는 어려서부터 자책하는 시간이 많았고 제가 만드는 영화들 대부분이 자책이죠. 그렇게 자책하면서 저를 계속 다독이는 것 같아요.

그리곤 “왜 이걸 못참아 내지 라고 했었는데 몽고 여행 후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걸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나이를 잘 먹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떻게 하면 나이를 더 잘 먹을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돼요.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과 힘든 여행을 좀 더 많이 하고 있어요. 너무 편한 것 말고 자신한테는 좀 불편한 것들이요. 몸이 편하다고 마음까지 충족시킬 수는 없는 것 같거든요. 차를 타면 편하지만 걷는, 그런 것들을 좀 찾아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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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 유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유준상은 “다음 작품은 남미로 떠날 예정”이라며 “사람의 뇌와 남미에서의 사랑 이야기를 엮은 이야기로 뇌 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뮤지컬 대본도 한편 정도 완성했다”며 “사람들이 뇌파를 통해 갑자기 한 장소에 모여드는데 왜 모여드는지 모른다. 거기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넘버까지 제가 작곡을 끝냈다”고 털어놓았다. 
오랜 준비와 숙고 끝에 ‘오래 계속 할’ 것들을 하나둘씩 꺼내는 그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 2 방송을 기다리면서 공승연과 ‘여행을 대신 해드립니다’를 촬영 중이기도 하다. 
“확실히 (경이로운 소문의) 카운터들과 만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 따뜻한 정서들이 진짜 좋죠. ‘경이로운 소문’이 한국형 히어로물이잖아요. 이 작품이 좀 오래 하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