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 성황리 폐막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 성황리 폐막- 시니어 연극인들의 무대로 꽉 찬 5일간의 여정 마무리- 대상 서울노인복지센터 훨훨 간다, 최우수상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지하철 두더지, 우수상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청아,! 수상종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관스님)은‘청춘의 바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가 11월 10일 대학로 종로마루홀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이번 연극제는 초청 공연을 포함한 10개 연극의 약 2,000석 매진이 이어져 시니어 연극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전국 시니어 배우들의 열연과 관객 참여형 연극 등 이색적인 무대가 펼쳐져 관객들을 압도하고 호평이 이어졌다.연극이 마무리된 이후, 포토존에서는 시니어 연극인들과 사진 촬영으로 붐볐다. 단순 연극 관람이 아닌 연극과 시니어를 사랑하는 관객 모두가 11월의 추위를 잊을 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호흡해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됐다.폐막식은 내빈소개 및 인사,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청춘의 바다」스케치 영상 상영, 심사평 ,시상, 페회 순서로 진행됐다.심사를 통과한 전국 9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 만큼 수준 높은 경연이 펼쳐졌으며 경연 결과 영예의 대상은 서울노인복지센터 훨훨 간다가 차지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원이 주어졌다.이어 최우수상에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지하철 두더지가 수상하여 상금 70만원, 우수상은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청아,!가 차지했고, 상금 50만원이 주어졌다.개인 부문에는 최우수 연기상에 부산강서노인종합복지관 정수덕 배우, 연출상 마포문화재단 현대철 배우, 인기상 사근동노인복지관 김성자 배우가 수상했으며, 그 외 분야의 상에 6개 단체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윤시향 심사위원장은 심사 결과를 알리며 “시니어 연극인들이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를 통해 예술적인 경험을 하고, 연극인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느끼며 알아가기를 기대한다”며 “전국 시니어 연극인들을 위한 연극과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역할 또한 기대한다”고 말했다.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스님은 “2023년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를 함께 즐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특히 이번 연극제는 공연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홍보대사 오만석 배우, 한국예술종합학교 황하영 교수, 동국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정달영 교수, 정혜선 배우 등 총 16인의 추진위원이 함께하여 문화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한 점이 의미가 깊고, 앞으로도 시니어연극제의 가치와 명성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장인평 기자 jip309@viva100.com

2023-11-15 13:52 장인평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꿈의 배역으로 보내는 꿈같은 날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쉬지 않고 일한 지는 4년 정도 됐어요. 밀어붙이는 선택을 해야할 순간이 있었어요. 당시 각기 다른 극의 지방공연과 서울공연이 계속 겹쳤고 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도 촬영하고 있었어요.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도전해볼까 했죠. 그렇게 했는데 되길래 하나씩 계속 추가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뮤지컬 ‘시카고’ ‘킹키부츠’ ‘아이다’ ‘하데스타운’ ‘마틸다’의 서울 및 지방 공연이 진행 중 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까지 촬영했다. ‘하데스타운’이 끝나는 시점에는 뮤지컬 ‘썸씽노튼’ 무대에 바로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다.뮤지컬 배우이자 최근 ENA 드라마 ‘마당있는 집’의 빌런 김윤범을 연기한 최재림은 그렇게 벌써 4년째 ‘열일’ 중이다. 중간 중간 페스티벌 무대에 섰고 제17회 딤프(DIMF), 공연예술창작산실 등 공연계 굵직한 이벤트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지하미궁’ 유령 최재림과 크리스틴 송은혜(사진제공=에스앤코)지금 역시 다르지 않다. 그 대단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 서울(The Phantom of The Opera, 11월 19일까지 샤롯데씨어터)과 오랜만에 돌아오는 ‘레미제라블’ 부산(11월 1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번갈아 오르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중이다. 이 후로는 ‘레미제라블’ 서울(11월 30일~2024년 3월 1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과 ‘오페라의 유령’ 대구(12월 22일~2024년 2월 4일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계명아트센터)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가혹한 운명 ‘오페라의 유령’, 그 아픔의 씨앗을 찾아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유령은 태어날 때부터 참 가혹한 운명을 타고 났어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마음껏 펼쳐보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비뚤어져 버리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채 소외되고 단절된 삶을 살아온 그는 성숙한 사고나 어려운 인물이기도 해요. 그래서 전 사랑, 관심, 분노를 굉장히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인물로 접근하고 있죠.”최재림은 그런 유령의 표현을 위해 “그 인물 행동의 근원이 되는 아픔이 뭔지 그 씨앗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아픔의 근원, 행동의 근원이 되는 씨앗을 통해 공연 마지막에 나약하게 무너진 유령을 보고 연민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었구나를 느끼길 바랐다”고 부연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의 유명 작곡가이자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으로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궁에 숨어사는 천재음악가 오페라의 유령(조승우·김주택·전동석·최재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그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손지수·송은혜) 그리고 그녀의 연인 라울(송원근·황건하)이 펼쳐가는 오페레타 형식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앤드루 로이드 웨버를 비롯해 해롤드 프린스(Harold Smith Prince),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질리언 린(Gillian Lynne) 등 대단한 창작자들이 꾸려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01-2002년, 2009-2010년 한국어로 공연됐고 2005년과 2012-2013년 그리고 2019년 끝자락부터 코로나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20년 여름까지 오리지널 캐스트로 내한공연됐다.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싱크 오브 미’(Think of Me) 등 유명한 넘버들과 객석으로 곤두박질하는 1톤짜리 거대 샹들리에 그리고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등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아리아들로 무장한 작품이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1막에서는 극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공포, 두려움, 기피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등장만으로도 카리스마와 위엄, 비틀림이 느껴져 위험하지만 알고 싶은 존재로서의 매력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요.”이어 “일부러 부드럽게 연기한다든지 그 공포의 레벨을 낮춰 평이한 인물로 연기할 생각은 없다”며 “1막과 후반의 차이를 충분히 표현하면서도 과하거나 꾸미지 않기 위한 표현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발걸음 하나, 어깨 올리는 행동 하나, 손 뻗는 행위 하나까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내 의도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음악적인 다이내믹을 찾아서!“바리톤으로 시작해 테너로 전향했는데 배우생활을 하면서 다시 바리톤으로 갔어요. ‘오페라의 유령’에서야 처음으로 제 원래 배우 발성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요. 그간은 (양준모 연출, 전미도 드라마터그의) 오페라 ‘리타’를 제외하고는 제 성악발성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거든요. 바리톤들이 뮤지컬을 많이들 한다고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A 정도까지는 소화해야 해서 제가 원하는 대로 힘을 좀 쓰고 소리도 뽑을 수 있는 음역대인데다 클래시컬한 발성을 사용하다보니 상당히 음악을 하는 게 즐거워요. 제가 가진 걸 다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니 자구 욕심을 내게 돼요.”이에 최재림은 “음악적인 다이내믹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좀더 풍성하게, 힘을 좀 많이 주고 빼면서 하고 있다”며 “좀더 정확한 다이내믹 표현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고 털어놓았다.“(그 디이내믹을) ‘뮤직 오브 더 나이트’(The Music of the Night)로 예를 들자면 노래 자체만 떼놓고 보면 굉장히 길어요. 5분 3, 40초 정도 되는 곡인데 배우에 따라서 6분이 넘어가기도 한다. 노래구조도 ‘ABABABAB’로 같은 게 네번 반복되기 때문에 노래만 들으면 사실 되게 지루해질 수도 있죠.”이어 “하지만 이같은 단조로움에도 그토록 사랑받고 유명한 이유는 크리스틴과 유령의 관계성, 서로의 목적성을 드라마 안에서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라며 “그걸 잘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되게 섬세한 곡”이라고 부연했다.“유령이 크리스틴을 지배했다가 그의 반응에 물러서기도 하고…강약조절과 줄다리기가 되게 섬세하게 표현되면서 드라마가 쌓여가는 곡이에요. 이를 다이내믹으로 잘 표현해야 하죠. 피아니시모도 있고 보이스를 가성부터 완전 풀보이스까지 세기 차이를 줘야 하고 박자를 밀었다가 원래로 당기는 등의 흐름을 반복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죠. 그런 다이내믹을 정확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강약과 속도, 손동작, 걸어가는 템포까지요.”◇피겨스케이팅 같은 ‘뮤직 오브 더 나이트’, 화산지역을 뛰는 듯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The Music of The Night’를 연기 중인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그 프레이징(Phrasing)들이 되게 현대적인 멜로디인데 굉장히 클래시컬해요. 성악전공자로서는 프레이징 처리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들어와요. 전공에서 배운 음악 흐름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진짜 잘 쓴 아리아들이죠.”최재림은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등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아리아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리곤 그 아리아들 중 크리스틴과 함께 부르는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The Point of No Return)을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짚었다.“이 곡도 ‘뮤직 오브 더 나이트’처럼 반복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밑에 깔린 정서의 흔들림이 굉장히 강렬해요. ‘뮤직 오브 더 나이트’와는 또 다른 성격의 곡이죠. ‘뮤직 오브 더 나이트’가 빙판에서 춤추는 피겨스케이팅 같다면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은 언제 터질지 모를 화산 지역을 한발 한발 뛰어다니는 느낌이에요.”갈라 콘서트나 페스티벌에서 자주 부르던 넘버이기도 한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에 대해 최재림은 “노래 자체로 접근하던 콘서트 무대와 본극에서는 부르는 건 굉장히 다르다”며 “몸과 마음 씀씀이가 더 필요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꿈같은 나날 “꿈에서 깨기 전 최선을 다해 마음껏 즐기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그냥 ‘꿈의 배역’이라는 표현 그대로 꿈을 꾸는 것 같아요. 깨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이 꿈을 마음껏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아이다’의 라다메스로 두번이나 무대에 올랐고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까지 꿈의 배역을 맡으며 차근차근 성장한 그는 지금의 상태를 “꿈같다”고 전했다.“뮤지컬 배우로서 ‘오페라의 유령’은 삼성 취직 같아요. 꿈의 직장인데다 혜택이 큰 만큼 그 안에서 해내야 하는 것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거든요. 딱 그런 기분이에요. 제대로 해내야하는 부담감과 책임이 따라오거든요. ‘아이다’의 라다메스도 그런 꿈의 역할이지만 전혀 다른 대기업에 취직한 느낌이랄까요.”그리곤 “‘아이다’가 굉장히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하고 멋있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팝 뮤지컬이라면 ‘오페라의 유령’은 세미 클래식 안에 상징적인 인물이 있는 오페레타”라며 “무대 황금기에 세미 클래식 정통 뮤지컬과 세련된 현대극으로서 뮤지컬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작품들”이라고 말을 보탰다.“그 긴 시간을 기다려서 내가 이 자리에 섰구나, 정말 많은 노력과 고생을 했는데 보상을 받고 있구나 싶어서 감개무량해요. 이 기분 좋음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어요.”무대를 달리 하며 또 다시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으로 동시에 분할 최재림은 “신인시절의 기점은 ‘넥스트 투 노멀’이었다. 그 후 ‘에어포트 베이비’를 하면서는 창작을 하는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리고 2023년은 뮤지컬 주역으로 우뚝 선 느낌이 드는 해”라고 표현했다.“정말 하고 싶은 건 다 한 것 같아요.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와르, ‘아이다’의 라다메스…이런 시점들을 앞으로 계속 더 만들어가고 싶어요. 더 좋은, 막 설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창작공연도 많이 쏟아져서 제가 막 달려들고 싶은 작품들이, 그런 역할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3 19:00 허미선 기자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주인공 6인 프로필 사진 공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려원, 유주혜, 장민제, 테이, 김경수, 김종구. (제공 ㈜엠피앤컴퍼니)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주역 6인의 프로필 사진이 공개됐다.13일 공개된 프로필 사진에는 제루샤의 새로운 세상 밖으로 나온 설렘과 제르비스의 곧 사랑이 시작되려는 달뜬 마음, 그리고 현재 계절이 주는 따스한 정서가 담겨있어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아원에서 지내다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을 통해 꿈을 펼쳐 나아가는 ‘제루샤 애봇’ 역의 김려원, 유주혜, 장민제는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고, 즐거움을 느끼는 듯한 비상함과 더불어 제루샤 만의 사랑스러움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제루샤가 꿈을 좇을 수 있도록 돕는 후원자 ‘제르비스 펜들턴’ 역의 김종구, 김경수, 테이는 제루샤가 전하는 소식에 기뻐하며, 제루샤의 생각으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듯한 사랑에 빠진 다정한 모습을 표현했다.여섯 명의 배우가 프로필 사진에서 그려낸 새로운 제루샤와 제르비스의 행복이 가득한 모습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고조시키고 있다.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토니어워즈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한 존 캐어드의 탄탄한 극본과 연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로 오베이션어워즈 최우수 작곡·작사상을 수상한 폴 고든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원작 소설 ‘키다리 아저씨’ 는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 지내던 ‘제루샤 애봇’이 그녀의 후원자 ‘제르비스 펜들턴’에게 후원의 조건으로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보내고, 편지 내용에 따라 인물들의 시점이 이동하는 서간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또한 서간체 특유의 인물의 속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흥미로운 구성을 무대 위로 그대로 가져왔다. 제르비스는 제루샤의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편지를 통해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관객들은 아름다운 넘버와 함께 두 인물의 감정선과 로맨스의 흐름에 더욱 몰입하며 공연 내내 미소를 짖게 된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는 한 세기가 넘은 시간 동안 전세계에서 사랑받아온 동명의 원작 소설의 명성을 이어 이번 연말, 많은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현재진행형인 마음에도 따뜻함을 전할 기대작이다.한편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티켓은 오는 11월 9일 오후 4시부터 예스24를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2차 티켓오픈 일인 9일부터 12일까지 예매 시 얼리버드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19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 S석에 한하여 50% 할인된 금액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3인 또는 4인 가족 예매 시 25%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3-11-13 14:58 오수정 기자

[B그라운드] 신구·박근형·박정자·김학철의 ‘고도’일지도 모를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경택 연출(왼쪽부터), 에스트라공 역의 신구, 럭키 박정자, 블라디미르 박근형, 포조 김학철, 소년 김리안(사진제공=파크컴퍼니)“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던 작품이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못했어요. 이 즈음에 그 기회가 오니까 이걸 놓쳐야 되느냐 해야 하느냐 저 나름대로 고심을 했죠. 그럼에도 제가 (하겠다고) 결정을 한 건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걸 놓치면 못한다 싶어 과욕을 좀 부렸습니다. 열심히 해볼게요.”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87세의 신구는 에스트라공(고고)으로 분할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 Waiting for Godot, 12월 19~2024년 2월 1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출연 결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가 지난 여름 tvN ‘유 퀴즈 온더 블록’에서 “출연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던 그 작품이다.‘고도를 기다리며’ 에스트라공 역의 신구(사진제공=파크컴퍼니)‘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대표작으로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런, 로빈 윌리엄스, 스티브 마틴 등 유명 배우들도 무대에 오르게 했던 작품이다.한국에서는 1969년 산울림극장의 임영웅 연출이 그의 아내인 오증자 번역가 역본으로 초연을 올린 후 1500회 이상 공연돼 22만여 관객을 만난 부조리극이다.인간의 육체적, 탐욕적인 면을 상징하는 비관적인 인물 에스트라공(고고, 신구)과 지적이고 철학적이며 고도가 올 거라 믿는 낙천주의자 블라디미르(디디, 박근형)가 국도 옆 앙상한 나무 아래서 올 듯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이야기다.두 사람의 기다림에는 권위적이고 멋 부리기 좋아하는 포조(김학철), 그의 짐꾼이자 노예 럭키(박정자) 그리고 고도의 심부름꾼 소년(김리안)이 함께 한다.신구 뿐 아니라 ‘고도를 기다리며’의 제작사 파크컴퍼니를 비롯한 공연계에서 그간 수많은 연극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선뜻 긍정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박근형 역시 “연극학부 시절부터 ‘고도를 기다리며’는 어떤 역이든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젊었을 때 했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다 놓치고 자유극장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장면을 몇번 보기만 했어요. 그런 열망이 있었는데 해보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죠. 1년에 한번은 연극을 하겠다는 약속을 전혀 못지키다가 (연기생활) 40년이 지난 후에야 7년에 한번씩 연극을 하게 됐는데 너무나 운이 좋게도 ‘고도를 기다리며’ 출연 기회를 얻어 버렸어요.”‘고도를 기다리며’ 블라디미르 역의 박근형(사진제공=파크컴퍼니)그렇게 박근형은 열망하던 ‘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디디) 역으로 출연을 결정하면서 “사실주의,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연기생활을 하다가 너무 오랜만에 부조리극을 하게 되니 어떻게 할까가 가장 큰 숙제였다”고 밝혔다.“오랜 연륜의 두분(신구·박정자)이 있어 걱정을 하나도 안해도 될 정도예요. 눈빛만 알고 움직임만 알아도 바로 할 수 있게끔 두분이 해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꾸준히 무대에서 활동해온 박정자는 ‘고도를 기다리며’ 제작 소식을 듣자마자 “내가 럭키를 하겠다”고 자처해 오경택 연출과 제작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고도를 기다리며’ 럭키 역의 박정자(사진제공=파크컴퍼니)박정자는 “오 연출도, 제작사도 저를 럭키로 캐스팅하지 않았다”며 “연극 ‘위기의 여자’ 때도 임영웅 선생님이 여주인공 캐스팅으로 고민하실 때 ‘박정자의 위기의 여자는 안되겠습니까’ 해서 결국 출연해 성공시켰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럭키를 보여줄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도 궁금하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두분 선생님(신구·박근형)과 같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준비하면서 연습실에서 훨씬 더 긴장해요. 두분이 너무 열심히 하셔서 제가 도전을 받아요. 이런 시간이 또 있을까 싶어요. 저도 60년 넘게 연극을 했지만 두분의 빛나는 연기를 보는 매순간이 감동입니다. 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무슨 말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고도를 기다리며’를 50여년간 무대에 올린 임영웅 연출에게 포조 역할을 수차례 제안받았지만 스케줄 등 여러 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했던 김학철은 “이번에 포조로 출연제의를 받고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고도를 기다리며’ 포조 역의 김학철(사진제공=파크컴퍼니)“포조를 드디어 하는구나 싶었어요. 게다가 신구·박근형·박정자 선생님이 캐스팅되셨다는 얘기를 듣고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거기에 내가 낄 자격이 있나, 망신당하면 어쩌나…이렇게 긴장된 연극은 처음이에요. 연습하면서 몇 차례 도망가고 싶을 지경이었죠. 그 어떤 대하드라마보다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사무엘 베케트가 우리에게 던진 큰 질문 하나 ‘고도는 과연 무엇인가’를 고통스럽지만 즐겁게 고민하고 있습니다.”이어 김학철은 “어떤 배역보다 깜짝 놀랄 연기를 자신있게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덧붙이기도 했다. ‘라스트세션’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러브레터’ ‘작은아씨들’ ‘킬미나우’ ‘레드북’ ‘레드’ ‘시티오브엔젤’ 등의 오경택 연출이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김리안과 함께 꾸릴 2023년 ‘고도를 기다리며’의 특징 중 하나는 그간 남성들이 연기하던 럭키, 소년을 여자 배우가 소화하는 것이다.‘고도를 기다리며’ 오경택 연출(사진제공=파크컴퍼니)사무엘 베케트는 1980년대 유럽의 몇몇 여성극단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올리는 데 극렬히 반대했고 이를 어기고 공연을 한 네덜란드 극단과 법정소송을 벌일 정도로 젠더프리 캐스팅에 대한 심한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이에 ‘고도를 기다리며’는 젠더프리 캐스팅이 녹록치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이에 대해 오경택 연출은 “처음에 박정자 선생님이 ‘내가 럭키를 하겠다’고 하셨을 때 저희는 정말 뒤통수를 세게 맞는 것 같았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도전인데 너무 좋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이 작품은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자체가 가진 그 보편성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 배우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50여년 임영웅 연출이 꾸준히 무대에 올려온 ‘고도를 기다리며’를 새로 연출하게 된 데 대해 오경택 연출은 “임영웅 선생님 무대를 보면서 굉장히 명쾌하고 교과서적인 연출의 정석을 공부한 한 사람으로서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차이점을 내기 위해 일부러 뭔가를 새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1970년대 베케트가 직접 연출하며 변주한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동시대에 맞는 대사, 장면 등이 적용되죠.”이어 “본인이 썼고 연출한 프로덕션이라면 작가의 의도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판단 하에 그것을 기준으로 작업 중”이라고 부연했다.‘고도를 기다리며’ 기자간담회(사진제공=파크컴퍼니)“더불어 저는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작품 안에 모든 것들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연출적으로 다르게 해석하기 보다는 대본을 충실하게 따르다 보면 선생님들이 그 간 배우로서 쌓아오신 시간의 힘들이 충돌하며 굉장히 다른 느낌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저마다의 ‘고도’를 묻는 질문에 신구는 “고도는 실체가 없다. 형체도, 형태도 없는 그 존재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매일을 보낸다”며 “오늘은 못오지만 내일은 올 거라는 메시지를 기다리면서 50년을 같이 지낸다”고 설명했다.“그런 변화없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구나 싶어요. 그 고도가 시든 자유든 희망이든 꽉 채워지지 않으니 매일 쫓고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함으로서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지금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그런 희망이 있기 때문이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09 19:05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제31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자 이양구 작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 받는 희곡, 결국 제도의 문제!”

제31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당선자 없음’의 이양구 작가(사진제공=대산문화재단)“희곡은 소설보다 오래된 장르예요.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작품 등이 다 희곡이잖아요. 희곡들이 서정시, 서사시, 극시 등으로 발전한 게 문학이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희곡이 제도화가 덜 돼 있다 보니 텍스트 자체의 문학성에 주목하기 보다는 공연 중심으로 발달해 왔습니다.”제31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인 ‘당선자 없음’의 이양구 작가는 희곡이 문학의 범주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데 대해 “결국 제도의 문제”라고 짚었다.“그런 면에서 대산문학상은 권위 있고 상금도 적지 않은, 여러 모로 제도화된 희곡상 중 가장 큰 상이기도 해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창작산실이나 대본 공모 등 지원제도 등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제도화해 승인해주는 수상제도는 극히 드물죠.”이양구 작가의 말처럼 희곡 부문에 따로 상이 주어지는 시상식은 대산문학상을 비롯해 벽산예술상, 동아연극상, 차범석희곡상 등 정도로 “희곡작가는 문학인이 아닌 공연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희곡 작가에게 대산문학상 수상은 ‘제도적 승인’이라는 남다른 의미이기도 하다.”제31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시 부문 ‘낫이라는 칼’의 김기택 시인, 소설 부문 ‘제주도우다’의 현기영 작가, 희곡부문 ‘당선자 없음’의 이양구 작가(사진제공=대산문화재단)올해로 31회를 맞은 대산문학상은 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종합문학인상으로 매해 시와 소설 수상작을 선정한다. 더불어 번역 부문은 영어·불어·독일어·스페인어 4개 언어를 해마다 번갈아서, 그리고 희곡과 평론은 격년제로 심사를 진행해 수상작을 선정·발표한다. 심사대상은 매해 전년 8월부터 그해 7월까지(희곡은 2년, 번역은 4년 간격) 출판된 단행본으로 올해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발표된 출판물에 대해 두번(예심과 본심)의 심사를 진행했다. 이 심사를 통해 이양구 작가의 ‘당선자 없음’과 더불어 김기택 시인의 ‘낫이라는 칼’과 현기영 소설가의 ‘제주도우다’ 그리고 독일어 부부 번역가 마티아스 아우구스틴(Mattihias Augustin)과 박경희가 번역한 전명관 작가의 ‘고래’(Der Wal)가 수상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5000만원의 상금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작품 상패인 ‘소나무’가 수여되며 시, 소설, 희곡 수상작은 2024년 대산문화재단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해외 출간된다.희곡상을 수상한 ‘당선자 없음’은 두산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부터 매년 하나의 주제를 사회학적, 인문학적, 예술적으로 풀어내 공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두산인문극장’ 2022년 선정작이다. 2022년 ‘공정’이라는 테마 하에 진행된 ‘당선자 없음’은 최초의 헌법을 만드는 과정을 따르는 작품이다.제31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당선자 없음’의 이양구 작가(사진제공=대산문화재단)“저는 지금까지 실존 문제와 결부시켜 사회적인 이슈를 다뤄왔어요. 이슈 가운데 선 그냥 사람의 이야기,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죠. ‘당선자 없음’도 헌법을 만드는 이야기지만 그에 관련된 인물들, 만드는 사람들을 조명했던 사람들 등의 실존적 고민을 다루고 있습니다.”그리곤 “두산이라는 기업이 만든 두산연강재단이 안정적인 제작시스템을 구축하고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제도화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다”며 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문학 제도 안에서 희곡의 위상이 낮은 건 그 수가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작품이 많이 생산되기 어려운 구조 자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립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가 만들어질 때도 연극과는 제외됐잖아요. 희곡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랑 같이 가는 장르예요. 그리스 비극도 시민 간의 토론을 기본으로 하고 있거든요. 시민문학으로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발달하고 쇠락하면 동반 쇠락하는 장르가 희곡이죠.”이렇게 전한 이 작가는 “소수의 서술자가 있고 다수의 독자가 있는 다른 문학장르들과는 달리 한번 말하면 한번은 들어야 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와 긴밀하게 연관된 장르”라며 “그리스 비극 경연대회도 민주주의 학교였다. 그런 면에서 희곡은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데서 중요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라고 부연했다.“오래 전에는 극시로 불렸던” 희곡의 예술성, 문학성에 대해 이 작가는 “생략과 간결함, 함축성이 희곡의 특징”이라며 “쓰여진 것보다 쓰여지지 않은 게 훨씬 더 중요한 장르”라고 짚었다.“그렇게 사회적 관계가 존재하는 방식 자체를 만들어 주고 있어요. 한 사람의 시점이 아니라 어떤 공동체, 어떤 인간 사회 관계 속에서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준달까요. 어려서부터 희곡을 배우면 커뮤니케이션, 표현력 훈련이 돼요. 희곡의 기본 바탕이 소통이거든요.”이어 “우리는 집단적 의사소통이 약한 사회에 살고 있다”며 “그 약한 집단적 의사소통을 학습하기에 매우 좋은 장르가 희곡”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다시 한번 “제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결국 그 가치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 받고 있는 희곡이 쓰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체계 안에서의 획기적인 개선과 더불어 민간 재단이든 기업이든 제도적 지원이 과감하게 이뤄지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09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패왕별희’ 우희, ‘고집쟁이 딸’ 엄마 시몬…무대 위 이유 있는 ‘젠더프리’

희극발레 ‘고집쟁이 딸’의 엄마 시몬(왼쪽)과 창극 ‘패왕별희’ 우희(사진제공=국립발레단, 국립창극단)무대 위 ‘젠더프리’(성별에 상관없이) 캐스팅은 주로 ‘여성’ 배우가 주체가 되곤 했다. 그간 ‘남성’ 배우들이 소화해오던 역할을 담당하거나 새로 창작되는 작품에서 굳이 성별을 구분짓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를 통해 남성 캐릭터의 성장이나 서사를 돕기 위한 기능으로 주로 활용되던 여성 캐릭터들은 극을 이끄는 주요 인물들로 창작되는가 하면 출연기회를 넓히는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다.연극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 ‘광화문연가’의 월하, 연극 ‘언체인’ 마크·싱어, 뮤지컬 ‘데미안’의 데미안·싱클레어, 연극 ‘오펀스’의 해롤드·트릿·필립, 뮤지컬 ‘해적’의 모든 캐릭터 등을 비롯해 여성 캐릭터들로만 꾸린 ‘베르나르다 알바’ ‘리지’ ‘유진과 유진’ ‘브론테’ 등이 그렇다.매우 드물지만 남성 배우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들도 있다. 뮤지컬 ‘마틸다’의 빌런 트런치불 교장,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헬레네 그리고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11월 8~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엄마 시몬과 창극 ‘패왕별희’(11월 11~18일 국립극장 해오름) 우희가 그렇다.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사진제공=국립발레단)이들 중 11월 초에 두 작품이 개막한다. ‘고집쟁이 딸’(La Fille Mal Gardee)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로 1789년 장 베르셰 도베르발(Jean Berche D‘Oberval)이 유리가게 창문 너머에서 조우한 그림 ‘훈계’(le Reprimande)에서 모티프를 딴 작품이다. 시골의 작은 창고에서 무슨 이유인지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있는 딸과 그 뒤로 도망치는 청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그림에서 도베르발은 사랑스러운 연인 리즈와 콜라스, 자신의 딸을 순진한 부잣집 아들 알랭에게 시집보내기 위해 감금까지 하는 엄마 시몬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이번에 개막하는 ‘고집쟁이 딸’은 영국 로열발레단의 창립 안무가 프레데릭 애슈턴(Frederick Ashton)이 안무한 영국 로얄발레단 버전으로 지난해 국립발레단이 초연한 데 이은 두 번째 시즌이다.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울하고 힘겨울 이들을 위해 공연되는 이 희극발레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남성 무용수가 연기하는 엄마 시몬이다.희극발레 ‘고집쟁이 딸’에서는 엄마 시몬을 남성 무용수가 연기한다(사진제공=국립발레단)국립발레단원인 발레리노 배민순과 김명규가 연기하는 풍요로운 농장의 소유주이자 미망인인 시몬은 외동딸 리즈를 부유한 포도밭 주인 토마스의 아들 알랭과 결혼시키기에 혈안이 된 인물이다. 하지만 이미 리즈에게는 한눈에 반해 사랑을 약속한 젊은 농부 콜라스가 있다. 이에 시몬은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리즈에게 밤새 춤을 추게 하거나 집안일을 시키더니 급기야 감금하기에 이른다. 여장을 한 남자 무용수가 연기하는 시몬은 딸과 그의 연인을 위협하지만 우스꽝스럽게 희화된 인물이다. 리즈와 콜라스 사랑의 장애물로 위협을 일삼는 이 인물을 남자 무용수가 연기하면서 연인의 고난은 험해지고 그 고난을 함께 이겨내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은 깊어진다. 더불어 다이내믹한 춤사위로 빌런으로서의 면모가 강화되는가 하면 우스꽝스러운 표현으로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콜라스를 못만나게 하기 위해 리즈에게 춤을 추라며 마구잡이로 탬버린을 두드리다 잠들어 버리거나 리즈의 성화에 신발을 갈아 신고 추는 클로그 댄스(나막신 춤)는 ‘고집쟁이 딸’의 명장면 중 하나다. 클로그 댄스는 영국 민속무용에서 모티프를 딴 춤으로 코믹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안무가 어우러지는 장면이다.희극발레 ‘고집쟁이 딸’ 중 리본을 활용한 리즈와 콜라스의 파드되(사진제공=국립발레단)이와 더불어 리본을 활용한 1막 1장의 ‘파드되’(2인무), 도제니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선율을 사용한 음악에 리즈와 콜라스가 8명의 무용수들과 함께 선보이는 ‘파니 엘슬러 파드되’, 시골풍경을 연출하는 캐릭터 닭의 춤과 행진 등이 웃음을 선사한다.고(故) 장국영(張國榮)의 대표영화로도 잘 알려진 ‘패왕별희’(霸王別熙)는 2019년 국립창극단이 중국의 동명 경극을 원작으로 풀어낸 창극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 ‘항우본기’를 근간으로 진말(秦末) 한초(漢初)의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패왕 항우와 한나라 황제 유방의 대립, 패전한 항우와 연인 우희의 이별 등을 담은 작품이다.창극 ‘패왕별희’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창극단)대만의 경극배우이자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영화·연극·TV 등을 넘나들며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 중인 우싱궈와 한국의 소리꾼 이자람이 작창을 맡아 중국과 한국의 전통을 아우른 무대를 꾸린다. 더불어 태고답무단 예술총감독인 린슈웨이가 극본과 안무, 영화 ‘와호장룡’으로 제73회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한 예진텐이 의상디자인을 담당한다. 의상, 분장, 소품, 안무 등 시각적인 부분은 경극, 대사나 음악 등 청각적인 측면은 창극의 요소를 부각시킨 작품이다. 맹인 노파의 구슬픈 소리로 시작해 대표 장면인 항우와 우희의 이별을 담은 6장 ‘패왕별희’를 비롯해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중국 역사상 위대한 전투 중 하나인 ‘십면매복’, 항우의 마지막을 다룬 ‘오강에서 자결하다’까지가 2막 7장으로 펼쳐진다.국립창극단 ‘패왕별희’(사진제공=국립극장)4년만에 돌아오면서 “출연진 보강, 악기편성 변화 등으로 정교하게 다듬었다”며 “판소리의 정수를 담아내고자 힘쓴 작품으로 원작 경극과는 달리 소리가 빚어내는 처량한 아름다움과 강한 생명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는 우싱궈 연출의 설명처럼 2장 ‘홍문연’은 ‘적벽가’, 6장 ‘패왕별희’는 ‘춘향가’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항우의 영웅성, 사마천이 ‘사기’ 집필 당시 전쟁에 패한 항우를 ‘제왕’ 편에 수록한 이유 등을 고심하던 우싱궈 연출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권력 다툼,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어떤 상황에서도 정정당당하게 정면으로 맞붙는 기개’를 강조했다.유방을 죽일 기회가 있음에도 공정한 승부가 아니라며 칼을 거둬 패전의 계기가 된 ‘홍문연’ 사건, 유방에 쫓겨 사면초가에 이르러서도 후일 도모 보다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 등을 강조하고 한신 이야기를 추가해 유방과 항우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리는가 하면 눈이 아닌 마음과 영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맹인노파를 통해 전쟁의 허망함을 표현하기도 한다.창극 ‘패왕별희’ 공연장면 중 이별하는 항우 정보권과 우희 김준수(사진제공=국립극장)2019년 초연 후 4년만에 공연되는 ‘패왕별희’의 우희는 국립창극단의 젊은 소리꾼 김준수가 연기한다. 우싱궈 연출 전언에 따르면 “경극과 창극이 결합된 ‘패왕별희’를 만들면서 남자 배우가 여자 배역을 맡는 경극의 전통을 살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선택이다.” 부러 여성적인 목소리나 행동으로 우희를 표현하기 보다는 음역대에 맞는 작창을 바탕으로 섬세한 정가 등 음악적 요소, 검무 등을 활용해 여성성을 강조한다. 우희의 김준수를 비롯해 초나라 항우는 초연에 이어 정보권이 돌아오고 한나라의 개국 황제 유방으로는 이광복이 새로 합류했다.극의 중요한 메시지를 품은 인물로 극을 진행하고 해설하는 도창 역할을 하는 맹인 노파는 김금미, 항우의 책사이자 멘토 범증은 허종열, 유방의 책사 장량은 유태평양, 중국 역사상 첫 황후 여치는 이연주가 연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08 18:00 허미선 기자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 개막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 개막 -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대학로 종로마루홀에서 총 10개의 작품 잇달아 선보여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주관하는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가 6일 대학로 종로마루홀에서 개막했다.개막식에는 마채숙 종로부구청장,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무처장 덕운스님을 비롯한 홍보대사 오만석 배우, 정혜선 배우, 한국예술종합학교 황하영 교수 등이 참석했다.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는 오는 10일까지 5일에 걸쳐 10개의 다양한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4회째를 맞은 서울시니어연극제는 올해 ‘청춘의 바다’를 주제로 진행되며 시니어 연극인들이 발현하는 역동과 배우로서 걸어갈 새로운 길의 큰 가능성이라는 의미를 담았다.특히 개막식 기념공연은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미디어 퍼포먼스로 개성있고 화려한 무대를 장식해 관람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기념공연을 시작으로 주요 내빈 소개 및 축사, 연극제 추진위원 인사, 홍보대사 오만석 배우 인사, 심사기준 설명, 제막식 순으로 진행됐다.이번 연극제 경쟁부문 경연은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지하철 두더지 연극을 시작으로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이건 어디서도 듣지 못할 이야기 보따리 △소하노인종합복지관 노인, 새가 되어 날다 △마포문화재단 둘둘둘 △부산강서노인복지관 옹고집전 △부산수영구노인복지관 홍도야 우지마라 △사근동노인 복지관 사근동에서, 웃음 꽃 피는 우리들의 이야기! △서울노인복지센터 훨훨 간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청아,!의 다채로운 작품 뿐만 아니라 극단 해오름 전문 연극단 초청 공연을 통해 볼거리를 더 할 예정이다.시상은 대상·최우수상·우수상으로 3개 단체, 최우수연기·연출상·연기상 개인 3명, 입상 6개 단체이며 10일 폐막식에서 시상한다. 연극제 심사기준은 윤시향 심사위원장이 개막식을 통해 소개했으며 표현력, 연출기술, 작품 완성도 등 5개의 분야로 심사한다.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스님은 “2023년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로 성장해 오는 과정 속에서 시니어 연극인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4년 만에 열려 더욱 화려해진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를 통해 아마추어 연극인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행사는 11월 10일 오후2시 폐막식에서 폐막선언과 시상식 등으로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장인평 기자 jip309@viva100.com

2023-11-08 11:11 장인평 기자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 화려한 개막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 화려한 개막- 대학로 종로마루홀에서 펼쳐지는 연극의 향연, 연극으로 물드는 종로- 경쟁부문 시니어극단 9개팀, 초청부문 청년극단 1개팀 총 10개 극단 참여- 미디어 퍼포먼스, 드로잉쇼, 제막식 등 다채로운 개막식 마련▲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청춘의 바다」포스터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가 11월 6~10일까지 대학로 종로마루홀에서 열린다.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주관하는 이번 서울시니어연극제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일간 진행되며 경쟁작 시니어 극단 9개팀, 초청작 청년 극단 1개팀의 연극이 상연된다.상연 작은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지하철 두더지’ △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이건 어디서도 듣지 못할 이야기 보따리’ △ 소하노인종합복지관 ‘노인, 새가 되어 날다’ △마포문화재단 ‘둘둘둘’ △부산강서노인복지관 ‘옹고집전’ △부산수영구노인복지관 ‘홍도야 우지마라’ △사근동노인 복지관 ‘사근동에서, 웃음 꽃 피는 우리들의 이야기!’ △서울노인복지센터 ‘훨훨 간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청아,!’ △극단해오름 ‘가족’ 등이다.6일 개막식에서는 미디어 퍼포먼스, 드로잉쇼와 함께 출전 극단이 참여하는 제막식 등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되고, 홍보대사 오만석 배우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황하영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 16명이 시니어 연극인들을 함께 응원할 예정이다.올해 연극제는 4년 만에 개최된 가운데 첫 시작을 알리는‘지하철 두더지’ 연극이 전석 매진되는 등 티켓 예매 전부터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스님은 “수많은 관객과 함께 시니어 연극인들의 노력과 열정이 담긴 작품들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세대를 불문하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장인평 기자 jip309@viva100.com

2023-11-02 10:40 장인평 기자

[비바100] 인간의 사고체계, 존재 이유만큼이나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연극 ‘튜링머신’

연극 ‘튜링머신’ 연습 중인 엘런 튜링 역의 고상호(왼쪽)와 이승주(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표면적으로는 촉망받는 수학천재이자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암호학자이며 초기 컴퓨터 형태를 고안한 컴퓨터 공학자다. 현재의 ‘컴퓨터’ 체계의 기초를 고안한 이론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위대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모국인 영국에서 불법으로 취급되던, 떳떳하지 못한 ‘동성애자’라는 낙인이 찍혀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없었다면, 영국은 전쟁에서 분명 패했을 것이다.”‘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연극 ‘튜링머신’(11월 3~25일 LG아트센터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은 알고리즘 증명을 위한 시스템을 도입한 컴퓨터의 초보적 형태인 튜링머신을 개발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군사 관련 비밀정보 암호화를 위한 다중치환암호체계 에니그마(Enigma) 해독으로 암호화와 복호화를 가능하게 했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다.연극 ‘튜링머신’ 포스터(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프랑스 작가이자 배우 브누아 솔레스(Benoit Soles)가 대본을 집필해 2018년 파리 미셸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튜링머신’은 텔아비브,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시상식인 2019년 몰리에르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최우수 작가상·희극인상·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초연에서 앨런 튜링을 연기하기도 했던 작가 브누아 솔레스에 따르면 ‘튜링머신’은 “튜링이 우리에게 물려준 위대한 유산에 대한 중요성과 그가 너무 오래 잊혀졌다는 사실”에 주목해 꾸린 작품이다. 연극으로 만들어지기 10년 전 앨런 튜링의 웹사이트에서 접한 그의 천재성과 비밀스러운 성과 및 사생활, 백설공주를 연상시키는 비극적 최후 등에 매료된 브누아 솔레스는 “앤드류 호지스(Andrew Hodges)의 ‘에니그마’, 휴 와이트모어(Hugh Whitemore)의 연극 ‘브레이킹 더 코드’(Breaking the Code)를 참고해 극을 꾸렸다”고 알려진다.그는 앨런 튜링에 대해 “천재성과 순수함 그리고 강인함과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두루 갖춘, 완전한 인간이자 일종의 슈퍼 캐릭터(Supra Character)”라고 정의했다.극은 1952년 겨울 맨체스터를 배경으로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경찰서를 찾아온 남자, 앨런 튜링이 수사관 로스에게 그간 침묵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한다. 전쟁 중 수행했던 에니그마 해독 및 암호화 임무로 여전히 비밀스럽게 감시하는 이들을 감내하며 오랜 세월을 지내온 튜링과 경찰관 로스의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서 ‘튜링머신’만큼이나 복잡한 인간의 사고 체계, 존재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연극 ‘튜링머신’ 연습 중인 엘런 튜링 역의 고상호(왼쪽)와 이승주(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한국 초연은 ‘테베랜드’ ‘엔젤스 인 아메리카’ ‘그을린 사랑’ ‘빈센트 리버’ ‘와이프’ ‘언체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등의 신유청 연출이 사면 객석 무대에 올린다. 독일군의 에니그마 해독에 고군분투하는 앨런 튜링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밉살스럽게도 깐족대고 의료진 파업을 선동하던 양호준 선생으로 분했고 ‘멸화군’ ‘미드나잇’ ‘아가사’ ‘사의찬미’ ‘나와 나타샤의 흰당나귀’ ‘베어더뮤지컬’ 등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고상호가 연기한다. ‘벚꽃동산’ ‘세인트 조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세일즈맨의 죽음’ ‘두개의 방’ ‘글로리아’ 등의 이승주가 그를 취조하는 수사관 미카엘 로스를 비롯해 튜링의 비밀스런 동성연인 호텔서버 아놀드 머레이, 학자로서의 라이벌 휴 알렉산더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01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뮤지컬 ‘시스터액트’ 음악 수퍼바이저 비에이 허프만 “같은 음악 다른 감정, 그럼에도 변함없는 사랑 그리고 진짜 나”

뮤지컬 ‘시스터액트’ 오리지널 음악감독 비에이 허프만(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뮤지컬 ‘시스터액트’ 음악에 담긴 매력은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들로리스가 수녀원에 오기 전에도 수녀들은 노래를 부를 줄 알았어요. 하지만 들로리스를 통해 ‘즐겁게’ 노래부르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우리 작품의 모든 노래가 인간의 즐거움을 다룹니다.”11월 4일 그 첫발을 내딛을 준비에 한창인 뮤지컬 ‘시스터액트’(11월 4~11일 부산 소향씨어터, 11월 21~2024년 2월 11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음악수장 비에이 허프만(BA Huffman)은 “음악의 즐거움”을 강조했다.2017년 한국에서 선보인 ‘시스터액트’ 투어에서 동양인 최초로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김소향이 “함께 한다는 소식에 너무 행복해 환호를 질렸다”고 표현했던 비에이 허프만은 2006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초연부터 뮤지컬 ‘시스터액트’과 함께 해온 음악감독이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오리지널 음악감독 비에이 허프만(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비에이 허프만은 1992년 개봉했던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2006년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제작에 나선 뮤지컬 ‘시스터액트’를 비롯해 ‘알라딘’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킹’ ‘노틀담의 곱추’ ‘그리스’ 등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그는 넘버를 꾸린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앨런 멘컨(Alan Menken)과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Glenn Slater), 대본을 집필한 부부 작가 셰리·빌 스타인컬너(Cheri·Bill Steinkeller)와 뮤지컬 ‘시스터액트’의 시작부터를 함께 했다.곧 개막을 앞둔 ‘시스터액트’는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아시아·중동지역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제작한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다.EMK와 ‘웃는 남자’ ‘팬텀’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을 함께 한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연출과 제이미 맥다니엘(Jayme Mcdaniel) 안무감독의 손을 거치며 큰 변화를 맞을 ‘시스터액트’에서 원작을 고수하는 부분이 ‘음악’이다.“음악적으로 크게 변화한 부분은 있지 않아요. 오히려 제 역할은 오리지널 넘버를 최대한 보존하는 거죠. 다만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연출가인) 로버트 요한슨의 디렉션에 의해 달라지는 연출에 따라 배우가 기존곡이 가졌던 감정과는 다른 감정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 좀 달라요.”이렇게 전한 비에이 허프만은 “레플리카(원작 그대로) 작업을 할 때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 이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배우들과 음악 연습을 하는지 등 분명한 스케줄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 프로덕션에서는 연출과 안무 등 모든 것이 연습하는 순간순간 ‘창작’된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중 비에이 허프만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라고 밝힌 ‘레이즈 유얼 보이스’(Raise Your Voice) 리허설 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이에 언제나 동료들이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에도 유연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연출이나 안무가 달라짐에 따라 음악에도 영향을 주거든요. (이같은 작업과정에서는) 연출 변화에 따라 배우들이 다른 감정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게 제 몫이죠.”그리곤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Nicole Vanessa Ortiz)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전(2022년)에 이미 들로리스를 연기한 경험이 있는 니콜은 메인 넘버를 원곡과 같은 음정이지만 다른 감정으로 부른다”고 귀띔했다.비에이 허프만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레이즈 유어 보이스’(Raise Your Voice)를 꼽았다. ‘레이즈 유어 보이스’는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클라렌스’라는 이름의 수녀로 위장해 수녀원으로 숨어든 클럽 헤븐의 가수 들로리스가 엄격한 규율 속에서 버릇처럼 노래하고 기도하지만 스스로를 억눌러야만 하는 수녀들과 함께 부르는 곡이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중 비에이 허프만이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넘버로 꼽은 ’스프레드 더 러브 어라운드’(Spread the Love Around) 리허설 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엄격한 규율과 독실한 믿음으로 점철된 일상, 커지기만 하는 자괴감과 바닥을 치는 자존감 등 스스로를 억누르며 살아가는 수녀들이 진정한 자신으로 즐겁게 노래하며 살아갈 수 있게 힘을 북돋우는 곡이다. 모두가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시대의 글로벌 키워드로 자리매김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진짜 나로 서기’ 등을 강조하는 곡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즈 유어 보이스’를 가장 좋아하지만 ‘시스터액트’가 가진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넘버는 피날레를 장식하는 ‘스프레드 더 러브 어라운드’(Spread the Love Around)죠. 관객들은 종종 화려한 의상에 집중하거나 곡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느라 가사에 신경을 쓰지 못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 곡은 아주 특별하고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으니 그 가사에 귀기울여주세요. 사랑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메시지죠.”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7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다양한 사람과 문화의 좌충우돌, 왁자지껄…준비과정 자체가 ‘시스터액트’

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 25일 리허설을 오픈했다(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2017년 ‘시스터액터’ 투어 공연을 하면서 이 탄탄한 콘텐츠가 EMK의 제작 노하우를 만나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 꿈이 실현되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어요. 그 과정 자체가 ‘시스터액트’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좌충우돌하며 싸우고 갈등하고 오해하고…하지만 결국 하나가 돼가는 시간들이었거든요.”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김지원 부대표는 25일 부산 소향씨어터 블랙박스에서 진행한 연습장면 공개 및 미디어 데이에서 뮤지컬 ‘시스터액트’(11월 4~11일 부산 소향씨어터, 11월 21~2024년 2월 11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준비과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로버트 요한슨 연출(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뮤지컬 ‘시스터액트’는 1992년 개봉했던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2006년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제작에 나섰고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앨런 멘컨(Alan Menken)과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Glenn Slater)가 넘버를 꾸리고 부부 작가 셰리·빌 스타인컬너(Cheri·Bill Steinkeller)가 대본을 집필했다.2006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초연된 후 2009년 웨스트엔드, 2011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오스트리아,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공연됐다.마피아 보스 커티스의 애인이자 클럽 헤븐의 가수 들로리스가 살인사건 목격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커티스의 추격을 피해 클라렌스라는 이름의 수녀로 위장해 수녀원에 숨어든 들로리스가 수녀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며 희망과 감동을 전하는 극이다.이번 뮤지컬 ‘시스터액트’는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뮤지컬 제작사 EMK가 아시아·중동지역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제작한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다.이 프로덕션은 그간 EMK와 ‘웃는 남자’ ‘팬텀’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을 함께 한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연출과 제이미 맥다니엘(Jayme Mcdaniel) 안무가 그리고 ‘시스터액트’ 오리지널의 음악감독이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킹’ ‘노틀담의 곱추’ ‘그리스’ 등의 비에이 허프만(BA Huffman)이 의기투합했다.EMK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진행한 6주 간의 리허설에 이어 11월 4일 개막하는 부산을 포함해 서울 등 15개 도시 투어 후 2025~2026년 아시아 투어가 예정돼 있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프로듀서인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왼쪽)와 소향씨어터 차순례 극장장(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김지원 프로듀서, 창작진 그리고 첫 선을 보이는 소향씨어터의 차순례 극장장까지 한목소리로 외치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인 ‘시스터액트’의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은 “다소 약했던 피지컬적인 부분을 강화했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피지컬적인 부분은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며 “아주 신선한 시선, 새로운 방향으로 상상해 봤다. 이 작품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전에 보셨던 ‘시스터액트’와는 굉장히 다른 요소들이 있어 놀라실 것”이라고 밝혔다.“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생각으로 캐럭터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더 깊게 파보고 디테일들을 찾아 모든 인물들과 장면들에 의미를 더하려 애썼습니다. 더불어 저희 버전의 ‘시스터액트’가 가장 매력적인 것은 역대 프로덕션 중 가장 다양한 캐스트를 기용했다는 겁니다. 다양한 인종의 미국인 배우들 뿐 아니라 한국 배우도 7명이나 있죠. 처음이다 보니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했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배역들에 다양한 (인종 및 국적의) 배우들을 출연시키는 실험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비에이 허프만 음악감독(왼쪽)과 제이미 맥나니엘 안무감독(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다양성’을 강조한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다양성은 오늘날 너무도 중요한, 우리가 많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글로벌 메시지”라며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차이점, 유사점들을 인정해줘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저희 작품의 피날레(Spread The Love Around)에서는 형제들, 자매들 모두가 서로 사랑하자는 아주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스터액트’ 초연 후) 15년 동안 조명, 영상 기술들이 굉장히 발달되고 정교화돼서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어요. 전반적으로 따뜻한 톤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죠.”그리곤 “들로리스가 노래하던 클럽 헤븐과 성당의 관계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두 장소 간의 상관관계를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이 흥미로운 원형관계를 잘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Nicole Vanessa Ortiz)는 “굉장히 다른 클럽과 성당의 상관관계, 연계성을 찾아보자는 연출님의 제안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마지막 들로리스와 원장 수녀님의 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조화롭고 하나가 되는 경험이 너무 좋았죠. 들로리스로서 뿐 아니라 니콜로서도 따뜻해진 마음으로 관객분들을 따뜻하게 해드릴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너무 기뻤고 계속 즐거울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이어 “저는 들로리스처럼 제 안에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흑인이지만 쿠바인이고 페루 사람이기도 하면서 일본 혈통도 있다”며 “한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들로리스로서 뿐 아니라 니콜로서도 모두가 하나가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다양한 인종과 국적, 문화를 가진 출연진 모두) 우리는 모두가 다르지만 결국 그냥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고 있어요.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면서 작업에 임하고 있죠.”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원장수녀 역의 메리 구찌와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 김소향(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원장수녀 역의 메리 구찌(Mary Gutzi)는 “현재 미국에서도 캐스팅의 다양성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며 “한국에 굉장히 훌륭하고 재능 있는 배우들이 많다는 걸 미리 알고 오면서 기대를 했다”고 전했다.“한국 배우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얼마나 작업에 충실히 임하는지 그들의 근면·성실함과 프로페셔널리즘을 배우고 있어요. 매일 연습에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언제라도 할 수 있게끔 얼마나 철저히 스스로 준비하는지를 관찰하면서요.”원작에서 유지하는 것은 음악으로 “캐릭터들은 물론 감정과 상황들을 굉장히 잘 표현해 주고 있다”는 로버트 요한슨의 설명에 비에이 허프만은 “모든 곡들의 가사와 오케스트레이션은 원작과 똑같이 유지된다”고 말을 보탰다.“다만 노래를 부르는 의도, 동기 그리고 감정들이 달라지게 됩니다. 새로운 연출, 안무가를 만나면서 노래들이 새로운 의도들을 갖게 됐거든요. 이에 원작의 작곡가, 작사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지켜가면서 협업과정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가장 큰 변화를 맞는 건 안무다. 제이미 맥나니엘 안무가는 “이번 프로덕션의 안무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며 “EMK와 10년 넘게 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 대부분 음울하고 묵직한 드라마틱한 뮤지컬들이었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사실 미국에서의 저는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작업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그리고 제가 자라면서 즐겼던 노래와 춤들을 드디어 한국에서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너무 기뻐요. 캐스트들이 어떻게 해주시느냐에 따라 창작 방향이 결정되다 보니 이번 작품의 안무는 유기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들로 인해 안무도 영향을 받거든요. 사랑스럽고 힘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이 스토리를 잘 이끌어가는지를 지켜봐주세요.”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2017년 한국에서 공연된 ‘시스터액트’에서 동양인 최초로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로 무대에 올랐던 ‘프리다’ ‘마리 퀴리’ ‘모차르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하리’ 등의 김소향은 이번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에서도 같은 역을 연기한다. “그때는 배우기에 급급하다보니 발음이나 연기 등을 어떻게 미국사람처럼 잘 녹여낼까를 매일 고민했어요. 이번에는 제 안에서 메리 로버트와의 접점을 찾아서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죠. 경제도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저희 ‘시스터액트’를 보시면서 함께 웃고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6 17:08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여전히 유효한 현실, 오페라 ‘노르마’

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남자와의 사랑, 출산 등이 금기시되고 죄가 됐던 시대, 그런 시대의 엄격한 규범 안에서 역할을 강요받으며 자란 여사제 노르마, 그런 그를 둘러싼 신도들과 아주 사적인 노르마만의 공간을 표현한 3500여개 십자가의 중첩, TV와 총의 등장, 현대적 영상과 여성의 바지정장….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인 오페라 ‘노르마’(Norma, 10월 26~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알렉스 오예(Alex Olle) 연출의 설명처럼 “전통적인 오페라의 형식을 깨부수는, 현대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며 “실제로 스페인에 존재했고 오래 전부터 가져온 전통적인 가톨릭 문화를 바탕으로 조합해 현실화한 작품”이다.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노르마’는 201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The Royal Opera House Covent Garden)가 ‘피가로의 결혼’(2009) 이후 14년만에 제작·초연한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의 오페라로 로마 지배 하에 있는 갈리아(Gallia 로마 제국이 멸망 이전까지 지배했던 현재의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서부, 라인강 서쪽의 독일 등을 포함하는 지방)에 터를 잡은 드루이드족 여사제 노르마의 이야기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은 원수인 로마 점령군 수장이자 로마 총독 폴리오네와 사랑에 빠져 두 아이를 낳은 노르마가 겪는 사랑과 질투, 배신과 복수, 용서와 희생 등에 대한 이야기다.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주어진 역할을 강요받는 삶, 극과 극의 갈등, 엄격하기만 한 규범과 극단으로 치닫는 믿음의 폭력성, 사랑에 대한 배신, 금기시된 것과 그를 깨는 이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 그로 인한 혼란과 감정들 등은 지금 시대로 치환할 수 있는 것들이다.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당시 40여년간 이어지던 스페인의 독재정치, 가톨릭의 극단적인 보수 성향 등의 환경 속에서 노르마의 삶은 폭풍전야와도 같다. 로마와의 전쟁을 종용하는 드루이드 신도들 사이에서 평화를 지키고자 분투하는가 하면 연인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폴리오네는 아끼는 여사제 아달지사와 또 다른 사랑에 빠져 버린다. 한국인 소프라노로 이번 ‘노르마’ 무대에 오르는 여지원이 “아침 드라마”라고 비유한, 이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노르마와 폴리오네는 끝내 죽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높은 지위의 사제이자 한 남자의 연인이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종교적 의무, 그로 인한 죄의식과 고뇌, 배신과 증오, 질투 등 복잡한 극한의 감정들이 충돌하고 융합되는 인물 노르마는 한국의 소프라노 여지원과 데시레 랑카토레(Desiree Rancatore)가 연기한다.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노르마의 연인이자 로마 점령군의 수장 폴리오네는 마시모 조르다노(Massimo Giordano)와 이라클리 카히제(Irakli Kakhidze), 노르마가 아끼는 여사제이자 폴리오네의 새로운 연인 아달지사는 테레사 이에르볼리노(Teresa Iervolino)와 김정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로마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를 ‘광기’로 정의한 오예 연출의 말처럼 높은 지위의 중요한 사회인사이자 아내이며 엄마인 여성들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 여성들을 향한 편견과 의무, 누군가를 비극으로 내모는 집단 ‘광기’, 비틀린 종교 혹은 믿음 등은 여전히 사회의 난제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광기’ 어린 로마시대 이야기 ‘노르마’는 지금의 문제와 맞닿으며 2023년의 현실이 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한국 문화를 근간으로 한 ‘태양의 서커스’를 꿈꾸며!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기자간담회 중인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서커스’ 부회장, 김용관 마스트인터내셔널 대표, 그레이스 발데즈 예술감독, 엔야 화이트 트라페즈 아티스트, 크리스토프 홀로웬코 아다지오 아티스트, 제롬 소리디옹 에어리얼 스트랩 아티스트(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저희에게 한국은 너무 소중한 시장입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런던 웨스트엔드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로 큰 공연시장으로 성장한 걸 피부로 느끼거든요.”서울 서초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24일 열린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Cirque du Soleil: Luzia10월 25~12월 31일까지) 프레스콜에서 다니엘 라마르(Daniel Lamarre) ‘태양의서커스’ 부회장은 “관객들 반응 역시 점점 성장하고 있는 걸 느낀다”고 밝혔다.그의 전언처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시간에도 지구상의 44개국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출범해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쿠자’ ‘뉴 알레그리아’ 등 다양한 버전의 쇼를 선보여 왔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중 ’에어리얼 스트랩‘(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루치아’는 ‘태양의 서커스’ 38번째 작품으로 빅탑에서 열리는 17번째 공연이다. 2016년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루치아’는 김용관 마스트인터내셔널 대표에 따르면 “멕시코 관광공사의 의뢰로 만들어진 공연”이다.그레이스 발데즈(Grace Valdez) 예술감독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뜨거운 태양, 사막, 거기를 날아다니는 허밍버드들, 선인장 등은 물론 처음 보는 꽃들도 있다”며 “이 꽃들은 오래 전부터 고인의 명복을 빌 때 꾸미던 것들이다. 하지만 저희 무대에서 이 꽃들은 슬픔이 아닌 아름다움과 기쁨, 감동을 품도록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한국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루치아’는 그간 볼 수 없었던 ‘물’을 모티프로 한 장면들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대해 에어리얼 스트랩 아티스트 제롬 소르디옹(Jerome Sordillon)은 “그간 ‘태양의 서커스’를 함께 하면서 유일하게 안해본 것이 물”이라며 “물 빼고는 위험한 건 다 해본 저에게 ‘루치아’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밝혔다.“처음엔 미끄러울 수도, 위험할 수도 있겠다 했는데 전혀 미끄럽지가 않습니다. 무대 위에는 보이지 않지만 배수시설이 돼 있고 무대 역시 미끄럼방지 장치가 돼 있죠. 이처럼 안전할 수 있는 장치들과 더불어 훈련을 통해 즐겁게 준비하고 있습니다.”오래 전부터 수많은 쇼를 선보여 왔고 비슷한 콘셉트의 타사 공연을 양산해온 ‘태양의 서커스’에 대해 다니엘 라마르 부회장은 “여전히 ‘태양의 서커스’는 블루오션”이라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긴장한 상태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출연진들(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이어 “우리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하며 늘 도전하는 정신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매번 한국에 오면 서울에서만 공연했는데 이번에 부산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도 저희에겐 도전”이라고 덧붙였다.“이번 ‘루치아’가 멕시코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듯 언젠가는 한국 문화를 담은 ‘태양의 서커스’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한국 문화는 현재 전세계에서 너무너무 사랑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가 올 때마다 참 깊은 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느끼거든요. 언젠가는 그 꿈이 이뤄지길 기원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5 1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대만에 ‘엘레나’ 양산 중!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로비 풍경(사진=허미선 기자)“제 최애배우는 OOO이에요!”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拉赫曼尼諾夫, 10월 22일까지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가 공연 중인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臺北表演藝術中心) 그랜드시어터(Grand Theater)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공연을 끝내고 진행한 포토데이 참여를 위해 번호표를 들고 대기 중인 대만 뮤지컬 관객들이었다. 누군가는 까치발을 들고 배우들의 사진을 찍느라 안간힘을 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캐스팅 보드의 특정 배우를 찍느라 자세를 바꿔가며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백스테이지에서 바라본 무대(사진=허미선 기자)‘라흐마니노프’ 제작사 HJ컬쳐 관계자의 “600~800석 규모면 모를까 1500석은 좀 부담스럽지 않나”라던 우려가 무색하게 공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라흐마니노프’가 공연 중인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는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하버드 교수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가 설계해 지난해 개관한 공연 전문극장이다.다양한 각도에서 인근을 조망할 수 있는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는 ‘라흐마니노프’가 공연 중인 1500석 규모의 그랜드시어터, 실험적인 공연을 위한 840석 규모 블루박스(Blue Box), 800석 규모의 반구형 글로브 플레이하우스(Globe Playhouse)가 자리 잡고 있다.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공연 중인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는 세개 극장이 무대를 비롯해 백스테이지, 공연지원시설,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공유한다(사진=허미선 기자)2021년 미국 CNN Style에서 가장 기대되는 신축 건물 중 하나로 선정된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는 특이하게도 세개 공연장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중앙 큐브에 집약된 무대를 비롯해 백스테이지, 공연지원시설, 관람객 편의 시설 등을 실내 둘레길을 통해 공유하는 매싱 콘셉트(Massing Concept)의 건축물이다. 그랜드시어터와 블루박스는 무대까지 공유하며 대형 오페라, 오케스트라 공연, 패션쇼 등을 소화할 규모의 슈퍼 시어터(Super Theater)로 활용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대만은 한국 뮤지컬 문화 수용 중!span style="font-weight: normal;"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무대(사진=허미선 기자)미세한 움직임이나 소음도 없는 객석, 배우들을 지칭하는 별명,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위한 도시락 및 먹을거리들, 배우들 뿐 아니라 피아니스트·현악 4중주 연주자들에게까지 아끼지 않고 보내는 박수, 스페셜 커튼콜, 포토데이 등의 이벤트…. 중국어 자막이 아니었다면 서울 대학로의 어느 극장쯤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대만은 한국 뮤지컬 문화를 적극 수용 중이었다.장제스(蔣介石)의 증손자이자 제17대 대만 타이베이 시장인 장완안(蔣萬安)은 애초 계획했던 ‘라흐마니노프’ 공연장 방문이 어려워지자 한승원 HJ컬쳐 대표에게 따로 친서를 보내 성공을 기원할 정도로 한국 뮤지컬 시장과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무대 뒤 풍경(사진=허미선 기자)“대만 뮤지컬 관계자들이 한국 뮤지컬 산업의 특징인 N차 관람, 성숙한 관람태도, 포토데이·악수회·스페셜 커튼콜 등 이벤트 등에 적응 중”이라 전하는 HJ컬쳐 관계자를 비롯한 대만 뮤지컬 관계자에 따르면 “대만은 한국의 뮤지컬문화, 특히 대학로 문화에 관심이 많다.”‘라흐마니노프’ 공동주최사인 HJ컬쳐와 C뮤지컬이 진행한 사전설문조사 결과에도 그 관심이 반영됐다. ‘라흐마니노프’ 사전 예매 관객 3000여명 중 25%가 한국에서, 24.4%가 대만에서 한국 뮤지컬을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45.8%가 ‘라흐마니노프’를 보고 싶은 이유로 “한국 뮤지컬이 좋아서”라고 답했다.특정 배우의 애드리브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자막에 적극적인 개선 요구를 하는 전화가 빗발치는가 하면 공연 기간 중에는 김주한 음향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가 진행되기도 했다.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김주한 음향감독이 대만 뮤지컬 관계자들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1번’(Symphony no.1) 혹평 후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러시아의 천재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박유덕·안재영·김현진·정욱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를 치료한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Nicholai Dahl 김경수·정동화·유성재·임병근) 박사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라흐마니노프가 달 박사에게 헌정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중심으로 ‘교향곡 1번’ ‘피아노 협주곡 3번’ ‘보칼리제’ ‘비가’ 등을 변주해 넘버를 꾸려 2016년 초연됐다.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사진=허미선 기자)이번 대만 공연은 “한국 배우들의 오리지널 버전으로 보고 싶다”는 대만 관객들의 요청을 수용해 라흐마니노프에 박유덕·안재영·김현진·정욱진, 달 박사에 김경수·정동화·유성재·임병근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여랑·조영훈이 무대에 올랐다.특정 배우를 ‘본진’으로 지목한 한 팬의 이름은 절묘하게도 극 중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어린 라흐마니노프가 음악가로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응원했던 누나의 이름인 ‘엘레나’(蔥花)였다. 그렇게 대만은 극 중 라흐마니노프의 누나처럼 한국 뮤지컬에 열광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엘레나’를 양산 중이다.타이베이=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1 17:35 허미선 기자

꽃할배 신구·박근형, 박정자 등 베테랑들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출연진. 왼쪽부터 에스트라공 역의 신구, 블라디미르 박근형, 럭키 박정자, 포조 김학철(사진제공=파크컴퍼니)꽃할배 신구와 박근형, 박정자 등 베테랑 배우들이 ‘고도를 기다리며’(12월 19~2024년 2월 1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출연을 확정했다.‘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아일랜드 출신 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대표작이다. 인간 존재를 다루는 부조리극이자 희비극으로 앙상한 나무 아래서 그 정체도, 오는 시기도, 진짜 올 것인지의 여부도 불분명한 고도(Godot)를 50년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 고고 에스트라공과 디디 블라디미르의 이야기다.매번 약속시간을 어기고 변경하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이제 그만 가자”고 하다가도 다시 주저 앉아 기다림을 이어가는 두 광대의 이야기는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된 후 지금까지 다양한 국가의 무대에 올려졌다. 한국에서는 임영웅 연출, 그의 아내이자 번역가인 오증자 번역으로 1969년 극단 산울림에서 초연된 후 1500회 공연돼 22만 관객을 만났다.‘라스트 세션’ ‘다윈영의 악의 기원’ ‘작은 아씨들’ ‘킬미나우’ ‘레드북’ 등 오경택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신구가 인간의 육체적이고 탐욕스러운 면을 상징하는 에스트라공, 박근형이 인간의 지성적인 면을 강조하는 인물로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상기시키는 블라디미르로 출연한다.두 사람이 막연하게 고도를 기다리는 사이 오가는 포조는 김학철, 그의 노예인 럭키는 박정자, 고도의 소식을 전하는 소년은 김리안이 연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1 11:39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이번엔 멕시코 판타지! 감탄을 부르는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공연장면(사진제공=(주)마스트인터내셔널)그 간에는 볼 수 없었던 물을 활용한 아크로배틱 퍼포먼스, 고난도의 곡예, 말·재규어 등 동물들을 모티프로 한 코스튬과 실물 크기의 퍼펫, 플라멩코 기반의 음악…. 인간 신체의 한계를 가늠하는 듯한 화려한 볼거리로 감탄을 자아내는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10월 25~12월 31일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2024년 1월 13~2월 4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가 개막한다.‘루치아’(Luzia)는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쿠자’ ‘뉴 알레그리아’에 이은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38번째 작품이자 빅탑에서 열리는 17번째 공연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쇼다.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공연장면(사진제공=(주)마스트인터내셔널)2016년 4월 몬트리올에서 월드와이드 초연된 ‘루치아’는 쇼의 핵심 요소인 ‘빛’(luz)과 ‘비’(lluvia)를 합친 제목으로 이번엔 멕시코 모험이다. 각 프로덕션마다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구축하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에서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 정글을 배경으로 삶의 비밀을 찾아 헤매는 연금술사와 그 손녀의 모험담 ‘라 호야’(Joya)에 이은 두 번째 멕시코 이야기다. 지난해의 ‘뉴 알레그리아’가 왕의 부재로 혼란하고 부패한 왕국을 배경으로 권력을 쟁취하려던 어릿광대 플뢰르가 “진정한 힘은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는 여정을 통해 가문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루치아’는 여행자가 낙하산을 타고 떨어진 꿈 속의 나라에서 목격한 상상의 멕시코를 바탕으로 한다.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공연장면(사진제공=(주)마스트인터내셔널)그 꿈속에서 여행자가 접하는 신비한 종족들의 문화, 자연, 신화 등이 런닝머신 위 후프 다이빙, 시어힐(Cyr Wheel)과 공중그네, 축구 댄스, 에어리얼 스트랩스(Aerial Straps, 공중에서 서로의 손과 발에만 의지해 선보이는 공중곡예), 폴 곡예(Masts and Poles), 물 커튼(Water Curtain) 등 정통 서커스에 기반한 고난이도 곡예로 펼쳐진다.멕시코 문화 중 달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노란색과 흰색으로 꾸린 빅탑 내에서 선보일 ‘루치아’는 플라멩코를 기반으로 한 경쾌하고 정열적인 라틴 아메리카 음악에 맞춘 다양한 곡예를 비롯해 멕시코 전설과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들을 모티프로 한 코스튬, 거대한 실물 크기의 퍼펫 그리고 빗속에서 펼쳐지는 아크로배틱 퍼포먼스 등으로 무장했다.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공연장면(사진제공=(주)마스트인터내셔널)‘루치아’의 주목할만한 점은 그간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물’을 테마로 한 곡예들에 동원되는 무대 중앙의 ‘레인 커튼’과 3000리터 규모의 수영장이다. 레인 커튼은 물을 정확하게 방출해 패턴과 이미지를 생성하는 개별 제어 장치 및 12개의 조명이 달린 회전 섀시(Rotating Chassis)로 멕시코 고유의 패턴, 동물, 나무와 나뭇잎 등을 구현한다.주최사 마스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밀리언셀러 콘텐츠로 자리잡은 ‘태양의 서커스’의 ‘루치아’는 내한 사상 역대급 사전 매출을 기록하며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막 2주 전부터 9만여석을 판매해 매출 150억원을 웃돌며 ‘태양의 서커스’ 내한 역사상 최단기간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18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오페라 ‘노르마’ 알렉스 오예 연출 “열린 예술 오페라, 박물관 볼거리 아닌 현실로 치환”

오페라 ‘노르마’ 알렉스 오예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제가 오페라 연출을 시작하던 1996년부터 유럽의 오페라들은 파격적인 실험을 해왔어요. (인형극, 연극,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 등을 연출하던) 그래서 저 역시 오페라 연출을 시작할 수 있게 됐죠. 그렇게 오페라를 비롯해 많은 것을 배우며 여러 상도 받은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인 오페라 ‘노르마’(Norma, 10월 26~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알렉스 오예(Alex Olle) 연출은 “전통적인 오페라의 형식을 깨부수는, 현대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오페라 ‘노르마’ 알렉스 오예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오페라를 오페라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의도입니다. 관객이 참여하지 않고 오페라를 느낄 수 없다면 전통적인 오페라는 현대사회에서 사라지고 말 거예요. 오페라는 박물관에 두고 보는 게 아닙니다. 현실 문제를 다루며 관객과 소통해야죠. ‘노르마’ 역시 1831년에 쓰여졌고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이야기를 현실로 치환해 현대화한 작품입니다.”201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The Royal Opera House Covent Garden)가 2009년 ‘피가로의 결혼’ 이후 14년만에 제작해 초연한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작품이다.로마 지배 하에 있는 갈리아(Gallia 로마 제국이 멸망 이전까지 지배했던 현재의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서부, 라인강 서쪽의 독일 등을 포함하는 지방)에 터를 잡은 드루이드족의 여사제 노르마의 사랑과 질투, 복수, 용서, 희생 등에 대한 이야기다.“극 중 사제의 복장은 상상에서 끌어낸 게 아닙니다. 실제로 스페인에 존재했고 오래 전부터 가져온 전통적인 가톨릭 문화를 바탕으로 조합해 현실화한 것들이죠. 당시 스페인은 40여년 간의 독재정치가 지속됐고 그때 이뤄졌던 모든 사실들 그리고 가톨릭의 보수적인 성향을 다 녹여냈습니다. 노르마는 그 가톨릭 교황의 지혜를 대변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죠.”3500여개 십자가의 중첩, TV와 총의 등장, 현대적 영상, 바지정장을 입은 여사제 등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극 중 로마 점령군의 수장인 로마 총독 폴리오네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은 노르마는 현재와는 달리 당시에는 금기시했던 남자와의 사랑, 출산 등이 죄가 됐던 시대의 상징이다.“3500여개의 십자가는 야외와 실내를 동시에 표현하기 위한 무대적 장치입니다. 굉장히 사적인 노르마만의 공간인 동시에 수많은 신도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죠.”3500여개의 십자가를 중첩한 장면들이 인상적인 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로마와의 전쟁을 종용하는 드루이드 신도들과 평화를 지키려는 노르마, 자신이 아끼는 여사제 아달지사와 또 다른 사랑에 빠진 폴리오네, 이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노르마와 폴리오네는 끝내 죽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로마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는 항상 ‘광기’입니다. 극한의 감정, 폭발적인 충동 그리고 그 안에서의 사랑, 시기, 질투, 증오 등이 융합돼 있어요. 이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가 높은 지위의 사제이자 한 남자의 애인,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던 노르마죠. 종교의 의무 중 일부인 죄의식과 고뇌 그리고 그 안에서 보여지는 종교의 사회적 위치, 사제의 역할 등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들을 다루고 있습니다.”3500여개의 십자가 중첩으로 꾸린 오페라 ‘노르마’의 무대는 노르만의 개인 공간과 신도들에 둘러싸인 상황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한 연출이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이어 오예 연출은 “우리가 알고 있는 따뜻한 종교가 아니라 굉장히 광기와 집착적인 종교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종교가 나쁘다, 종교가 사람을 나쁘게 만든다 등을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 종교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부연했다.“종교의 상징이었고 리더였던 노르마가 살아 있는 채로 화형이 되기까지, 그녀의 아버지까지 동참하는 그 과정을 설명하기가 힘들었어요. 애인이 있기 때문인가, 아이를 낳아서 인가…도대체 이 사람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길래 산채로 화형에 처해지는가 고민이 많았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는 ‘광기’입니다.”오페라 ‘노르마’ 알렉스 오예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현재 높은 지위의 중요한 사회인사이자 아내이며 엄마인 여성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여성들을 향한 편견과 의무도, 보수적인 성향도, 누군가를 비극으로 내모는 집단 ‘광기’도, 비틀린 종교 혹은 믿음도 여전히 사회의 큰 문제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광기’ 어린 로마시대 이야기는 지금의 문제와 맞닿으며 2023년의 현실이 된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알렉스 오예는 1979년 모이아에서 창립된 카탈로니아의 극단 라 푸라 델스 바우스 예술감독 중 한명으로 인형극으로 공연계에 발 디딘 연출가다.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 연출로 급부상해 ‘F@ust 3.0’ ‘XXX’, 카프카의 ‘메타모포시스’, 사무엘 베켓 ‘첫사랑’ 등 연극, 인형극, 마임, 무용 등을 주로 작업하던 그는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의 ‘아틀란티스’(L‘Atlantida. 1996)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의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순교’(Martyre de Saint Sebastien, 1997)로 오페라계에 입문해 199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헥터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의 ‘파우스트의 저주‘(La Damnation de Faust)를 통해 본격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했다. 이후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 극장, 파리 국립오페라, 브뤼셀 왕립극장, 마드리드 왕립극장, 리옹 국립오페라, 도쿄 신 국립극장 등에서 ‘마호가니의 도시의 부흥과 몰락’ ‘파우스트’ ‘콰르텟’ ‘프리지오네로’ ‘기대’ ‘트리스탄과 이졸데’ ‘메피스토펠레’ ‘아리아드네와 파르브르블’ ‘투란도트’ ‘카르멘’ 등을 연출하며 세계적인 연출가로 자리매김했다.“전통을 전통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현실로 치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노르마’의 경우 스페인의 주교인 가톨릭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죠. 이에 스페인 사람들이라면 무대의 집을 자신의 집으로 여기고 종교적 의식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오페라 ‘노르마’ 알렉스 오예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이어 “전통적인 오페라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오페라가 발전해야 하고 더 많은 관객들이 찾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실의 걱정거리, 오늘날의 문제점을 오페라에 녹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그것이 관객을 오페라로 끌어들이는 길이자 현대화죠. 젊은 관객 층이 많이 와서 보고 느껴야 해요. 오페라 문화권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아이들부터 부모까지 오페라를 즐기는 게 일반화돼 있어요. 하지만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공연하다 보면 확연히 다르죠. 어린 친구들이 별로 없거든요.”라 칼라스 신작으로 바쁜 일정에도 ‘노르마’ 내한 공연의 디렉팅에 직접 나선 데 대해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캐릭터성을 배우들에게 직접 알려주고 싶었다”며 “한국 방문이 처음이지만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에 빠져들었고 황정민 배우의 굉장한 팬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오페라 ‘노르마’ 알렉스 오예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그렇게 간접적으로나마 한국 문화를 접해오다가 한국에 오게 돼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지금의 오페라는 영화적 요소들이 많이 반영되고 있어요. 조명, 연출, 영상 등 최근 20년 동안 오페라는 현실에 근접하게 발전했죠. 오페라 배우들도 이제는 노래만 잘해서는 안돼요. 노래를 기본으로 연기를 비롯한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죠.”이어 “오페라가 전형적인 틀을 깨면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예술’이 됐으니 한국의 영화감독님들도 오페라 연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실제로 한국의 몇몇 감독님께 ‘오페라 연출을 한번 해보시라’고 말씀 드리기도 했다. ‘올드보이’는 굉장히 장엄한데 오페라에서도 꼭 필요한 요소”라고 부연했다.“이번 ‘노르마’ 한국 공연에 다양한 취향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오페라라는 장르가 좀 더 대중화되기를 바랍니다. 관객들의 취향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노르마’가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주 일부라도 재밌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라도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고 즐기는 방향으로 변할 수 있으니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14 14:30 허미선 기자

연극 '카페 쥬에네스', 특별 메시지 오간 '관객과의 대화' 성료

사진=콘텐츠합연극 '카페 쥬에네스'가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다.'카페 쥬에네스(제작사 콘텐츠합 / 작∙연출 오인하)'는 지난 9일과 11일, 12일 3일간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관객과의 대화에는 오인하 연출을 비롯해 출연 배우 최정헌, 차용학, 조윤영, 랑연, 이봉준, 지호림, 장서연, 신가은, 오의식, 김다흰, 박은석이 참석해 '카페 쥬에네스'를 향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시간을 가졌다.오인하 연출은 연극 '카페 쥬에네스'의 모티브에 대해 "일상에서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됐다. 편의점에 '이달의 독립운동가' 얼굴들이 있었는데 평소 나름대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도 그분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며 "그래서 정말 우리가 모른 채로 희생당하고 잊힌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고 답했다.또 이번 연극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게 문화 예술의 힘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이라는 것이 이뤄졌지만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많은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이 많은 것을 누렸고 지금도 누리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관심과 선택"이라고 운을 뗐다.이어 "저는 이름 없이 죽어간 많은 청춘들의 희생과 고통을 다루고 싶었다. 지금도 살아 계신 독립운동가의 가족들과 후손들에 관심을 갖고 지켜줘야 한다. 아직 친일 문제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이 문제에 자그마한 관심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또 "이 이야기는 유명하고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성취를 조명하기 위한 작품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건 뒤에 수없이 많이 쌓여있을 희생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늘 선택을 해야 했던 청춘들이었고 그렇기에 독립운동가들의 선택이 더 의미 있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카페 쥬에네스'는 현실의 우리에게 '우리 모두는 역사의 수혜자이자, 창조자다'라는 먹먹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오인하 연출은 이에 대해 "작품을 쓰며 부족하지만 공부를 해봤다. 그분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독립을 기다리며 다음 세대가 누릴 일반적인 평화와 자유를 위해 빛줄기 하나 없는 터널을 걸으셨을 것이다. 우리는 명백한 수혜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선택하고 판단한 모든 것들이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끝으로 오인하 연출은 "제가 모르는 독립운동가분들이 너무 많아 반성을 하고 그분들의 희생에 대해 찾아보게 됐다. 역사의 수혜를 누리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바라만 봐도 될까, 우리가 독립을 기념하고 축하만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함께 마주해줘서 감사하다"고 관객들에게 끝인사를 전했다.'카페 쥬에네스'의 '쥬에네스'는 불어로 '청춘 (Jeunesse)'이라는 뜻으로, 1920년대 말 일제 강점기의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카페 쥬에네스'는 어둡고 암담했던 시대로 인해 청춘들이 애국과 매국을 강요받고 혹은 선택하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삶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희생과 그 속에 담긴 사랑을 이야기한다.한편, 연극 '카페 쥬에네스'는 오는 11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된다.온라인뉴스부

2023-10-13 10:03 온라인뉴스부 기자

[비바100] 테크닉 보다 감정!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그 시작은 1909년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가 창단하고 세계적인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Waclaw Nizynski), 발레리나 알렉산드라 다닐로바(Alexandra Danilova),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안무가 레오니트 마신(Leonid Massin) 등이 몸담았던 발레 뤼스(Ballets Russes)까지 거슬러 오른다.모나코 왕실이 최대 후원자로 몬테카를로 오페라극장의 상주단체로 활동했던 발레 뤼스는 디아길레프 사망 후 해체됐다 그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발레 뤼스 드 몬테카를로(Ballet Russe de Monte Carlo)를 설립했지만 이마저도 내홍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다. 모나코 왕자 레니에 3세와 결혼한 배우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모나코 왕립 그레이스 발레학교(Academy Princess Grace)를 세웠고 그 뜻을 이은 딸 캐롤라인 그리말디(Caroline Grimaldi) 공주가 1985년 왕립 몬테카를로 발레단을 만들었다. 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그렇게 발레 역사에 한획을 그은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10월 13~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무대에 오른다. 2019년 ‘신데렐라’ 이후 4년만의 내한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10년 만이다.그 시작을 함께 했고 현재 예술감독이기도 한 안무가 장-크리스토퍼 마이요(Jean-christophe Maillot)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1996년 12월 23일 초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스스로가 “내 작품의 정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표현한 작품이다.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에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가 곡을 붙인 클래식 발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미니멀한 무대와 소품, 현대적 의상, 단순명료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시네마틱한 장면들로 무장했다. 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안무와 이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테크닉 보다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방점이 찍힌 작품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시대, 국경, 인종, 성별 등을 불문하고 누구나 겪었을 감정에 주목한 작품이다.셰익스피어의 서사구조,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며 전통을 따르는 동시에 로미오의 뺨을 올려붙이는 줄리엣, 원작의 입맞춤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죽는 로미오, 원작에 비해 그 존재감이 남다른 줄리엣의 약혼자 패리스 백작과 로미오의 전 연인 로잘린, 비장함 속에 때때로 웃음을 선사하며 안내자 역할을 하는 로렌스 신부 등 차별화된 캐릭터와 장면구성으로 현대화를 꾀한다.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몬테카를로가 주목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키워드는 사랑 그리고 마이요의 전언처럼 “모든 비극의 원동력”이자 “그 필연성 때문에 선택하고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죽음이다. 특히 비극이 시작되는 머큐소의 죽음, 이에 분노하는 로미오와 그로 인해 죽음을 맞는 티볼트로 이어지는 시퀀스는 비장한 슬로모션으로 표현되며 발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영화적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로미오와 줄리엣’에는 발레단 유일의 한국인 무용수 안재용이 티볼트로 출연한다. 16세에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감명받아 춤을 추기 시작한 그는 2016년 코르드발레(군무 무용수)로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한 후 다음해 세컨드 솔로이스트, 그 다음해 수석무용수로 빠르게 승급하며 마이요가 “우리 발레단의 중요한 솔리스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성장했다.줄리엣은 카트린 슈레이더(Katrin Schrader), 안나 블랙웰(Anna Blackwell), 빅토리아 아나얀(Victoria Ananyan)이, 로미오는 프란네스코 레시(Franesco Resch), 제롬 티서랜드(Jerome Tisserand), 시몬 트리우나(Simone Tribuna)가 연기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장-크리스토퍼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제공=라보라예술기획)

2023-10-1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웃음’이라는 감각 너머 ‘인간’…연극 ‘굿닥터’

연극 ‘굿닥터’의 김승철 연출(왼쪽부터)과 이승우, 김귀선, 김수현, 정원조(사진=허미선 기자)“그냥 가벼운 코미디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가볍게, 그냥 감각적으로 넘길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냐 휴머니티냐 했을 때 저는 휴머니티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라고 이해했어요. 현 시대의 사회상이나 부조리를 풍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더 집중했죠.”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굿닥터’(10월 6~11월 12일) 프레스콜에서 김승철 연출은 “웃음 보다는 인간”이라며 “체홉 원작에 담긴 아주 짙은 인간의 무언가가 깊게 밴, 여운이 긴 작품”이라고 밝혔다.‘굿닥터’는 러시아 문학거장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동명 단편소설을 ‘기이한 부부’ ‘공원에서 맨발로’ ‘스위트 채리티’ ‘선샤인 보이’ ‘나팔을 불어라’ 등으로 토니상, 골든글로브 각본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작가 닐 사이먼(Neil Simon)이 각색해 엮은 옴니버스극이다.고선웅 연출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의 네 번째 레퍼토리로 “전통연극, 고전의 원형을 지금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기조의 일환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다.연극 ‘굿닥터’ 중 ‘재치기’(사진=허미선 기자)소심한 하급 공무원과 최고 상관인 장관의 이야기를 담은 ‘재채기’를 시작으로 ‘가정교사’ ‘치과의사’ ‘늦은 행복’ ‘물에 빠진 사나이’ ‘생일선물’ ‘의지할 곳 없는 신세’ ‘오디션’ 등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8편 중 닐 사이먼의 오리지널 창작 에피소드인 ‘늦은 행복’과 ‘오디션’을 제외한 6편이 체호프 단편을 원작으로 한다. 김승철 연출은 “8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한테 관객분들이 애정을 느끼고 누구는 도닥여주고 싶고 누군가는 끌어안아주고 싶고 또 어느 인물하고는 같이 술 한잔을 하고 싶고 어느 인물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품에 접근했다”고 밝혔다.“닐 사이먼이 작가(김수현)를 체호프로 상정하고 썼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극이죠. 무대 역시 글을 쓰다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 ‘언젠가는 글 쓰는 일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매달리는 작가의 머릿속을 표현하고 있어요. 작가 머릿속의 말풍선이 마치 극장의 프레임 안의 구조처럼 무대로 구성했습니다.”연극 ‘굿닥터’ 중 ‘가정교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이어 “무대가 작가 머릿속의 이야기 주머니”라 전한 김승철 연출은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더 세밀하게, 돋보기처럼 확대해 장면을 포착해 무대 위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작가 역의 김수현은 “교묘하게 관객과 직접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게 제일 어려웠다”며 “오래된 고전이고 대본상에 엄격하게 표시돼 있지는 않지만 작가를 체호프로 추정하다 보니 관객과 직접적으로 만날 때 괴리감 같은 게 있다”고 전했다.김승철 연출은 “아주 마음 여리고 유약한 인물이 어떤 현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재채기’ 속 이반은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애정을 가지고 달리 보면 순수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라며 “‘가정교사’의 줄리아는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천성을 가진 사람이다, 사회 곳곳에 드물게라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 윤활유 역할을 해 각박함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연극 ‘굿닥터’ 중 ‘치과의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더불어 ‘치과의사’는 내가 아닌 남의 고통이 얼마나 웃기고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인간의 본질을 좀 비틀어서 보여주는 걸 수도 있어요. 그렇게 모든 에피소드들은 인간에 포커스를 맞춰 본질, 본성 등을 이야기하죠. 그래서 마냥 깔깔 거리면서 웃기 보다는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 사랑, 격려 등의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정원조는 “관객들한테 여러 가지를 줄 수 있지만 제 생각에는 재미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대중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굿닥터’를 통해 관객들이 두 시간 동안 정말로 지루하지 않게 즐기고 가면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김수현은 “원작 그대로의 고전 즐기기가 되면 좋겠다”고, 이승우는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시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더불어 아무리 힘든 상황도 한발짝만 멀어지면 웃어 넘길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06 19:01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