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B그라운드]역대 최고 기록 앞둔 뮤지컬 시장, 그 성장을 자축하는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후보추천위원장인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왼쪽)과 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좋은 작품, 배우, 창작진을 추리는 일이 사실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어려운 만큼 굉장히 즐거운 고민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 뮤지컬시장이 놀랍게 성장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아 작품·배우·창작부문별 수상 후보를 발표한 한국뮤지컬어워즈(2024년 1월 1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의 후보추천위원장인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은 이렇게 밝혔다.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후보들의 특징은 조승우, 김준수, 최재림, 홍광호, 박강현, 아이비, 정선아, 이자람, 김호영, 최정원, 조정은, 서경수, 김주택, 손지수, 송은혜 그리고 박보검까지 그 어느 때 보다 굵직한 배우들이 배우부문 후보에 포진했다는 것이다.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후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데스노트' 김준수, '멤피스' 박강현, '오페라의 유령' 조승우, '물랑루즈!' 홍광호,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남우주연상의 김준수(데스노트)·박강현(멤피스)·조승우(오페라의 유령)·최재림(오페라의 유령)·홍광호(물랑루즈! 이하 가나다 순), 여우주연상 민경아(레드북)·아이비(물랑루즈!)·유리아(멤피스)·이자람(순신)·정선아(이프덴) 뿐 아니다. 조연상의 김대종(레드북)·소리꾼 김준수(곤 투모로우)·김호영(렌트)·서경수(데스노트)·안지환(렛미플라이)과 나하나(렛미플라이)·이아름솔(이프덴)·장은아(데스노트)·조정은(레미제라블)·최정원(멤피스), 신인상의 김주택(오페라의 유령)·박보검(렛미플라이)·박상혁(브라더스 까라마조프)·윤석호(난쟁이들)·황건하(오페라의 유령)와 김세영(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류인아(레미제라블)·박새힘(인터뷰)·손지수·송은혜(오페라의 유령) 등 연기는 물론 티켓파워까지 갖춘 배우들이 대거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들의 출연작들이 ‘데스노트’ ‘오페라의 유령’ ‘멤피스’ ‘레드북’ ‘레미제라블’ 등 몇 작품에 집중됐다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이는 작품부문 후보들에 대한 아쉬움과 맥을 같이 한다.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 후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레드북' 민경아, '물랑루즈!' 아이비, '멤피스' 유리아, '이프덴' 정선아, '순신' 이자람(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난 첫해 뮤지컬업계는 인기극, 각 제작사의 효자작품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미 작품성과 흥행세를 인정받은 대작들 등이 주로 무대에 올랐다. 덕분에 “수요가 폭발하면서 뮤지컬 시장규모가 4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객석 규모와 상관없이 국내 초연된 창작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대상’ 후보작은 박열의 이야기를 다룬 ‘22년 2개월’, 10주년을 맞은 ‘더데빌’의 세계관을 확장해 스핀오프식으로 선보인 ‘더데빌: 에덴’,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명소설을 극화해 부대에 올린 ‘비밀의 화원’, 한국의 국민영웅 이순신의 내면에 집중한 서울예술단의 실험극 ‘순신’, 현재 K팝 르네상스를 근간이 되는 대한민국 가요계 걸그룹들을 조명하는 ‘시스터즈’(SheStars!)다.창작이나 라이선스 구분없이 극장 규모(400석)로 구분한 ‘작품상’ 후보로는 ‘멤피스’ ‘물랑루즈!’ ‘식스 더 뮤지컬’(Six The Musical), ‘오페라의 유령’ ‘이프덴’(If Then, 이상 400석 이상)과 ‘라흐헤스트’ ‘비밀의 화원’ ‘웨이스티드’(Wasted), ‘인사이드 윌리엄’ ‘판’(이상 400석 이하)이 이름을 올렸다. 창작진을 위한 부분 역시 배우 및 작품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들(작품들)과 대부분 연관됐다.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포스터(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한국뮤지컬어워즈는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시상식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며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 뮤지컬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축제처럼 결속을 다지기 위한 자리다.후보추천위원회가 10배수로 선정한 후보에 대한 투표단의 예심투표, 본심투표로 최종수상자를 선정한다. 투표단은 전문가투표단 100명, 관객투표단 100명으로 가중치는 각각 70%, 30%다. 이 중 관객투표단은 연간 다수의 작품을 관람한 이들로 선정되며 배우 부분에 대해 투표권을 가진다.이번 어워즈의 변화 중 하나는 뮤지컬 분야에 공을 세운 전문가를 위한 ‘공로상’, 한해 동안 가장 많은 뮤지컬 작품을 관람한 관객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관객상’과 더불어 특별부문에 신설된 아동가족뮤지컬상이다. ‘야구왕, 마린스!’ ‘수박수영장’ ‘판타지아’ ‘장화 신은 고양이 비긴즈’ ‘태권 날아올라’ 등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아동뮤지컬들이 선보인 시장추세를 반영한 아동가족뮤지컬상은 시상식 당일 수상자를 발표해 시상한다.“내년에도 더욱더 많은 작품들이 발표돼 끊임없는 성장을 보여주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는 고 위원장의 말에 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은 “어워즈에서는 시상식 외에도 페스티벌로서 이 위상을 계속 키워가고 있는 중”이라며 “레드카펫을 비롯해서 포럼, 어쿠스틱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해를 거듭할수록 단순 시상식이 아닌 뮤지컬인 모두가 즐거운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페스티벌로 계속 키워가도록 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부분별 후보(가나다 순)span style="font-weight: normal;"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후보작들(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작품부문●대상 ‘22년 2개월’ ‘더데빌: 에덴’ ‘비밀의 화원’ ‘순신’ ‘시스터즈’(SheStars!)●작품상(400석 이상) ‘멤피스’ ‘물랑루즈!’ ‘식스 더 뮤지컬’(Six The Musical), ‘오페라의 유령’ ‘이프덴’(If Then)●작품상(400석 이하) ‘라흐헤스트’ ‘비밀의 화원’ ‘웨이스티드’ ‘인사이드 윌리엄’ ‘판’배우부문●주연상 남자 김준수(데스노트)·박강현(멤피스)·조승우(오페라의 유령)·최재림(오페라의 유령)·홍광호(물랑루즈!)●주연상 여자 민경아(레드북)·아이비(물랑루즈!)·유리아(멤피스)·이자람(순신)·정선아(이프덴),●조연상 남자 김대종(레드북)·소리꾼 김준수(곤 투모로우)·김호영(렌트)·서경수(데스노트)·안지환(렛미플라이)●조연상 여자 나하나(렛미플라이)·이아름솔(이프덴)·장은아(데스노트)·조정은(레미제라블)·최정원(멤피스)●신인상 남자 김주택(오페라의 유령)·박보검(렛미플라이)·박상혁(브라더스 까라마조프)·윤석호(난쟁이들)·황건하(오페라의 유령)●신인상 여자 김세영(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류인아(레미제라블)·박새힘(인터뷰)·손지수·송은혜(오페라의 유령)●앙상블상 ‘레미제라블’ ‘렌트’ ‘멤피스’ ‘물랑루즈!’ ‘순신’ ‘오페라의 유령’ 창작부문●프로듀서상 강병원(마리퀴리, 야구왕 마린스!, 태권 날아올라), 쇼노트 김영욱·이성훈·임양혁·송한샘(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멤피스, 이프덴), 설도권·신동원(오페라의 유령), 신춘수(데스노트, 스위니토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정인석(식스 더 뮤지컬, 판), 홍승희(라흐헤스트)●연출상 김은영(라흐헤스트), 김태형(멤피스), 박소영(웨이스티드), 성종환(이프덴), 이대웅(렛미플라이)●극본상 김솔지(비밀의 화원), 김한솔(라흐헤스트), 박칼린·전수양(시스터즈), 정은영(판), 조민형(렛미플라이)●음악상(작곡) 브랜든 리·강하님(비밀의 화원), 우디 박·신은경(더데빌: 에덴), 남궁유진(윌리엄과 윌리엄과 윌리엄들), 다미로(22년 2월), 문혜성·정혜지(라흐헤스트), 최종윤(곤투모로우)●음악상(오케스트레이션) 구소영(이프덴), 김문정(데스노트), 원미솔(스위니토드), 이나영(웨이스티드), 장소영(그날들)●안무상 송희진(데스노트), 신선호(시스터즈), 심새인·정보경(순신), 이현정(멤피스), 홍유선(렛미플라이)●무대예술상(2명 선정) 강국현(멤피스 음향디자인), 권민희(마리 퀴리 소품디자인), 김숙희(멤피스 분장디자인), 노병우(스위니토트 프로덕션 무대감독), 마선영(이프덴 조명디자인), 안현주(멤피스 의상디자인), 오필영(순신 무대미술디렉터), 조수현(이프덴 무대영상디자인)

2023-12-22 18:00 허미선 기자

동서대, 창작 뮤지컬 ‘시랑’ 23일 쇼케이스 공연 가져

창작 뮤지컬 ‘시랑’ 포스터. (자료 = 동서대)동서대학교 LINC 3.0 사업단은 창작 뮤지컬 ‘시랑’을 오는 23일 오후4시 동서대 센텀캠퍼스 민석 소극장에서 제작발표회 겸 쇼케이스 공연을 갖는다고 19일 밝혔다.뮤지컬 ‘시랑’은 부산 기장 8경 중 하나인 시랑대(미랑대)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로 기장군 특화 브랜드를 뮤지컬 콘텐츠로 개발 및 제작한 신작 뮤지컬이다.용왕의 딸 ‘시랑’과 육지의 ‘미가’, 그리고 두 사람을 집요하게 방해하는 ‘화림’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이’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사랑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갖고 있는 이 작품은 시랑대(미랑대)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창작물이다.특히, 기존 전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으로 새로운 기장군의 전설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부산시, 동서대학교, 부산테크노파크의 지원을 받아 기장군 뮤지컬 컴퍼니 창단 준비 공연으로 올리게돼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제작사 헤아림컴퍼니 김봉규 대표는 “부산테크노파크 ‘지역사회 상생협력 지원사업(에버그린 프로젝트 시즌2)’을 통해 만들어진 에버그린 영화대학에 선발된 20명의 기장 군민 배우들과 헤아림컴퍼니 단원들이 함께 모여 지역사회와 예술단체가 조화를 이룬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작가 겸 프로듀서를 맡은 오세준 동서대 교수는 “지금은 작은 쇼케이스로 시작하지만 지역민들의 손에서 성장해서 기장군을 대표하는 관광 브랜드 콘텐츠가 돼 지역 관광 문화 콘텐츠의 개발과 성장을 위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한편, 기장군과 동서대학교가 만든 에버그린 프로젝트는 3년째 기장군의 지역(계층) 간 문화복지 불균형 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 8월 장편 뮤지컬 공연이 예정돼있다.부산 = 서진혁 기자 seojh613@viva100.com

2023-12-20 15:29 서진혁 기자

[비바100] 10년을 한결같이 ‘드라큘라’ 김준수 “여전한 깨달음의 순간들, 지금에 충실하며 흘러가는대로!”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너무나 감사하고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2년에 한번 꼴로 무대에 올려진 자체가 관객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게다가 초연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드라큘라’라는 뮤지컬의 순간들을 제가 함께 했다는 게 뿌듯하고 자부심도 있고 감사하기도 해요.”2014년 초연부터 5번째 시즌을 맞은 지금까지 뮤지컬 ‘드라큘라’(2024년 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와 함께 해온 김준수는 그 10주년을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10년을 했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은 것 같아요. 여러 시즌을 했으니 편하지 않냐는 시선도 있지만 사실은 부담감이 더 커요. 초연 때는 좋은 작품이 될까 라는 부담감이 컸지만 기준치도, 비교 대상도 없다 보니 제가 하는 게 기준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여러 시즌을 거쳐 오면서 다져지고 높아진 기준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10주년 무대에 오르는 심정을 이렇게 전한 김준수는 “10년, 100회를 해도 매순간 ‘나는 왜 이런 것들을 표현해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매일 다르고 의문을 가지게 되고 이해 안되던 것들이 문득 풀려버리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그날의 감정, 컨디션, 배우 등에 따라서 달라져요. ‘드라큘라’ 뿐 아니라 뮤지컬은 다 그런 것 같아요. 2초, 3초…대사와 대사 사이에 얼만큼의 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른 감정과 뉘앙스를 관객들께 드릴 수 있거든요. 그런 묘미들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고 그걸 똑같이 느껴주셨을 때의 쾌감을 떠올리면서 공연에 임하고 있죠.”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10년을 한결같이 “여전히 힘들어요”“이제는 배우이자 ‘드라큘라’의 팬으로서 할 때마다 정말 무대를 잘 만들었다는 걸 새삼 느껴요. 거의 첫 시도였을 4중 턴테이블, 하늘에서 내려오는 관 등 10년 전 무대인데도 여전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 공연되면서 정말 많은 게 바뀌었어요. 거의 새로운 창작뮤지컬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뮤지컬 ‘드라큘라’는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을 한결같이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김준수·전동석·신성록,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 김준수가 ‘미국 형’이라고 부르는 ‘지킬앤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이 넘버를 꾸려 2001년 미국 샌디에고 라호야 플레이하우스(La Jolla Playhouse)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한국에서는 2014년 논레플리카(원작과 똑같지 않은)로 초연됐고 김준수는 그 초연부터 지금까지를 함께 했다. “설명식의 대사로 처리되던, 엘리자베사의 환생체인 미나(정선아·임혜영·아이비)를 400년 동안 사랑한 이야기가 담긴 ‘쉬’(She)라는 넘버도 새로 만들어 넣었어요. 미나를, 관객들을 얼마나 납득시키냐에 따라 극이 끝날 때까지 에너지가 이어지는, 너무나 중요한 신이죠. 이 넘버 없이 어떻게 공연을 했나 싶을 정도예요.” 이를 비롯해 마지막 넘버인 ‘앳 라스트’(At Last), 반 헬싱(박은석·손준호)과의 ‘잇츠 오버’(It’ Over), 미나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Loving You Keeps Me Alive) 리프라이즈 등 없어서는 안될 넘버와 장면 등이 10년여 동안 변화를 맞았다.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10주년을 맞으면서 여전한 또 하나는 힘들다는 거예요. 이번 시즌은 변화도 크기 않은데 그 어느 공연보다 신경 쓸 게 여전히 많아요. 그냥 인간이 아닌 흡혈귀라는 걸 어느 정도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걸음걸이 하나, 손짓 하나까지도 신경을 쓰게 되죠. 외모에도 신경을 써야하고 죽지 않는 400살의 노인부터 젊어지는 순간까지를 표현해야 하다보니 체력적으로도 난이도 최상의 작품 같아요.”더불어 김준수의 표현처럼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로 “400년을 한결같은 그 사랑을 미나에게, 관객들에게 납득시키려다 보니 감정의 기복이 ‘스위치를 온오프하는 것처럼’ 심한 작품”이기도 하다. ◇빨간 머리 드라큘라 “이렇게 오래할 줄 저도 몰랐죠!”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저도 이렇게 오래 빨간 머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는 뮤지컬에서 미장센, 보여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큘라 백작이 조나단(진태화·임준혁)의 피를 빠는 ‘프레시 블러드’(Fresh Blood)라는 신이 극적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피가 전이된 듯 온몸에 돌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죠.”프랭크 와일드혼에 따르면 한국 초연 당시 빨간 머리로 젊은 드라큘라를 표현하고자 했던 김준수의 도전으로 “이전까지는 40대 이상의 배우가 연기하던 전세계 모든 프로덕션이 20대 드라큘라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시작했다.”“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도 많이 했어요. 정말 힘들거든요. 일주일에 한번은 염색을 해야 하고 좀만 땀이 나도 빨간 물이 흘러요. 이불 등도 벌겋게 물들고 모자를 안쓰고는 돌아다닐 수도 없고 일상생활 자체가 계속 힘들거든요.”이렇게 토로한 김준수는 “사실 이번엔 빨간 머리를 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초연 때는 썩 달가워하지 않던 제작사 측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해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빨간 머리를 하게 됐다”며 “지금이 ‘빨간 머리 드라큘라는 마지막’이라고 공표하는 자리”라고 전했다. 1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는 걸음걸이도, 제스처도, 다혈질의 서툰 표현법도 인간이 아닌 캐릭터로 드라큘라를 표현하고 싶어서 집중했다”는 김준수는 “지금은 드라큘라가 흡혈귀가 되기 전 그리고 미나에게 인간으로 다가갈 때 좀 더 다정하고 상냥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인간으로서 좀 더 나긋나긋해야 윽박지르거나 화를 낼 때의 격차가 커지는 것 같아요. 드라큘라가 흡혈귀가 되기 전 인간이었을 때 얼마나 다정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엔 좀 더 신경 써서 하고 있습니다,”◇배우로, 가수로, 팜트리아일랜드 대표로서 “흘러가는 대로! 지금에 충실하며!”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프랭크 와일드혼인 뮤지컬 작품의 넘버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캐롤을 써주셨어요. 저희 회사(팜트리아일랜드) 소속 뮤지컬 배우들이 부르는데 K팝 작곡가한테 받고 싶지는 않았어요. 봄쯤부터 추진했고 여름쯤에 와일드혼한테 얘기했는데 일 주일만에 곡이 왔어요. 듣자마자 너무 놀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딱 그 정도 밸런스의 곡이었거든요.” 대표인 그를 비롯해 팜트리아일랜드 소속 배우들(정선아, 김소현, 손준호, 서경수, 진태화, 양서윤)이 함께 부른 ‘마이 크리스마스 위시’(My Christmas Wish)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너무 어렵거나 발랄하지만은 않은, 뮤지컬 배우들이 화음을 쌓을 수 있을 정도의, 그러면서 디즈니스럽기도 한…정말 여러 가지를 얘기했는데 정말 딱 그에 맞는 곡이었어요. 피아노 반주에 자신이 육성으로 녹음해서 보내주셨는데 그냥 너무 좋았죠.”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렇고 앞으로도 큰 미래를 그리면서 목표를 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그렇게 했다면 오히려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미끄러질 때의 실망감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스타일로 바뀐 것 같기도 해요. 반면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다보니 지금 당장에 몰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이어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는 지금처럼 하고 싶어요. 배우들과 자체 콘텐츠로 만들고 콘서트 등 하고 싶을 걸 하면서”라고 덧붙였다.“내년엔 다들 출연작들이 많아서 너무 바빠요. 콘서트를 하기는 힘들 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냥 흘러가는대로 안주하지 않고 큰 탈 없이 계속 배우로서, 또 가수로서 해나가고 싶어요.” 그리곤 “실제로 드라큘라처럼 어떤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김준수는 “지금은 세계가 통하는 시대, K팝 가수가 글로벌 스타인 시대”라며 동방신기를 언급했다. “동방신기를 지금 이 환경에서 해보고 싶기는 해요. 너무 힘들었지만 다시 가고 싶기도 하고…반반이에요.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만끽하질 못했거든요. 지금의 이 분위기, 시스템 속에서 그때의 동방신기로 활동하면 어떨까 궁금하긴 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8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전혀 다르지만 닮은 우리 이야기,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당대 유명한 화가들 중 (뮤지컬화할) 인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했던 지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 첫 번째는 당시 유행했던 아카데믹한 화풍이나 대중들이 인정하는 화풍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화가였어요.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이 그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스스로의 삶과 비교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요.”정찬수 연출의 설명처럼 뮤지컬화할 화가의 선택 기준은 자신만의 세계관 구축과 더불어 “그림과 그들의 삶이 얼마나 연결돼 있느냐”였다. 그래서 ‘모딜리아니’(Modigliani)와 ‘에곤 쉴레’(Egon Schiele, 2024년 3월 10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2관)다.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더 픽션’ ‘파가니니’ ‘파리넬리’ ‘살리에리’ ‘어린왕자’ 등의 제작사 HJ컬쳐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화가시리즈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와 에곤 실레(김준영·황민수·양지원·최민우,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삶을 60분짜리 두편으로 엮은 옴니버스 뮤지컬이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백혜빈 작가, 문동혁 작곡가, 정찬수 연출, 모딜리아니·에곤 실레 역의 양지원·황민수·최민우(사진=허미선 기자)해외진출과 학교 대면 혹은 영상 공급을 위해 ‘괴테의 변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 와일드의 변론-거짓의 쇠락,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으로 구성된 변론시리즈에 이은 두 번째 옴니버스 뮤지컬이다. 정찬수 연출이 전한 두 가지 기준으로 선정된 두 화가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분명한 인물들이다. 정 연출은 “같은 시대에 활동했고 짧은 인생을 살았으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려고 했던 사람들”이라며 “모딜리아니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고 에곤 실레는 인정받았음에도 결핍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의 목소리가 당대에 통용이 됐느냐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이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덧붙였다.“모딜리아니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화가다 보니 화상이라는 존재가 그림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전파해요. 반면 생전에 영예를 누린 에곤 실레는 스스로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고 삶을 구축하죠. 그 죽음도 전혀 다르게 표현됩니다. 모딜리아니는 많이 슬프지만 에곤 실레는 관객분들과 함께 노래 부르며 신나게 마무리됩니다.” 백혜빈 작가는 “두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뮤지컬 제안을 받으면서 눈에 띄었던 키워드는 ‘비극’이었다”며 “본인들도 자신의 삶을 비극이라고 생각할지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고 화가시리즈의 시작점을 밝혔다.화가시리즈 뮤지컬 ‘에곤 쉴레’에서 에곤 실레를 연기 중인 황민수(사진제공=HJ컬쳐)“그들의 짧은 생을 3분 40초라는 시간과 여름이라는 키워드로 은유적 표현을 썼습니다. 모딜리아니의 ‘3분 40초’는 일반적의 가요의 길이로 삶을 살아가면서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그림 뿐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름은 28세, 청년의 시기에 세상을 떠난 에곤 실레의 삶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죠. 뜨거운 인물이기도 했고 그의 삶이 여름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이어 백 작가는 “그림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다 보니 전시회라는 틀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모딜리아니를 마지막 순간에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자화상을 그리는 이야기로 구성했다면 에곤 실레는 스페인 독감으로 사경을 헤매면서 자신의 가장 화려했던 전시회를 떠올리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부연했다.“두 화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니 일반적으로 이해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정서와 감정을 중점적으로 다뤘죠.”연출적으로는 목소리를 키워드로 마이크로 표현된다. 정찬수 연출은 “모딜리아니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어주지 않는 세계와의 대립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에곤 실레는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확성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세계들을 뛰어다니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마이크의 형태에 따라 자세나 몸 상태, 감정 등이 표현될 수 있게 했다”고 털어놓았다.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에서 모딜리아니를 연기 중인 최민우(사진제공=HJ컬쳐)“모딜리아니는 쓰러져 가는 마이크를 활용합니다.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향할 수 없는 마이크죠. 에곤 실레는 높낮이, 거리감 등이 다른 마이크를 통해 어디서든 누군가든 그의 말을 들어주고 있어요. 이 말을 들어주는 형태와 하고 싶은 말의 감정, 관계성 등은 에곤 실레가 직접 마이크를 움직이며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 갑니다.”전혀 다른 성향의 두 화가는 마이크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는 게 정찬수 연출의 전언이다.밴드 제비뽑기의 멤버이자 브로콜리너마저에서도 활동했던 문동혁 작곡가는 “모딜리아니는 드라마적 요소가 많아서 감정선을 따라 음악이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며 “에곤 실레는 각각의 곡, 특히 오프닝 넘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에곤 실레라는 인물이 굉장히 도드라지는 캐릭터라서 돋보일 수 있게끔, 에너지가 넘치는 곡들로 구성했죠. 데이비드 보위를 많이 상상하면서 썼습니다.”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에도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로 돌아온 황민수는 “너무 달라보이지만 안에 가지고 있는 건 사실 같다”며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죠. 모딜리아니는 기침 등 신체적인 불편함을 좀 더 드러내면서 망가져가는 몸을 이겨내서라도 꿋꿋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있습니다. 에곤 실레는 결핍이 많았지만 그 결핍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부딪혔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속으로는 무섭고 두렵지만 당당했던 데 포인트를 두고 연기하고 있습니다.”양지원은 “둘은 너무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의 이면을 찾고자 했다는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인간의 이면에 대해 그리고 저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화가시리즈 뮤지컬 ‘에곤 쉴레’에서 에곤 실레를 연기 중인 양지원(사진제공=HJ컬쳐)“연출님께 모딜리아니를 연기할 때는 마이크를 쓰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어요. 사람들이 입, 겉모습만 쳐다볼 뿐 내 진짜 눈동자를 봐주지 않는 데서 느끼는 모딜리아니의 결핍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에곤 실레는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결핍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최민우는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대처하는 두 사람의 행동을 표현하고 있다”며 “모딜리아니는 어떤 상황에 계속 기가 죽고 결핍이 생기는데 에곤 실레는 정말 급진적으로 나아가려는 상반된 모습들이 재밌었다”고 전했다. “모딜리아니는 살아온 생애와 비슷하게 노래와 극을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표현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에곤 실레는 개척해나가는 포인트들이 흥미로웠죠.”이어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최민우는 “나의 예술”을 꼽았다. 그는 “저는 모두의 삶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며 “극에서는 ‘나의 예술을 위해’이라고 하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 목표나 꿈이라는 서브 텍스트를 생각하며 연기 중”이라고 설명했다.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에서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를 연기 중인 양지원(왼쪽부터), 최민우, 황민수(사진=허미선 기자)양지원은 “모딜리아니가 자신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답답함을 ‘아’ 한 단어를 음율에 실어 표현하는 신을 가장 좋아한다”고 꼽았다.“저 역시 아주 어릴 때부터 가수를 준비하는 등 예술 계통에서 노력하다가 뮤지컬 배우까지 됐어요. 제가 생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 예술이 아닌 것처럼 평가받을 때도 굉장히 많았죠. 그래선지 ‘모딜리아니’를 준비하면서 그 장면이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황민수는 “저 역시 ‘모딜리아니’에서는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동의를 표하며 “같은 선상에서 ‘에곤 쉴레’의 ‘여름의 끝’ 마지막 대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을 보탰다.“에곤 실레가 ‘세상은 항상 우리에게 뜨겁게, 열정적으로 살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세상에서 나라고 말이 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거야’ 라고 당당하게 되묻는 대사죠.”정찬수 연출은 “두 인물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그들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의 우리가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극 중에 ‘정말 어려운 시기’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희 화가시리즈도 사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초연을 했거든요. 그런 시기에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예술을 해 나가야 하는지까지 연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관객들도 이 힘들고 갈수록 다양한 위기가 닥쳐오는 시기에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5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선택과 집중, 젊은 크리에이터, 지속가능성…15주년 공연예술창작산실은 “현재진행형”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성과를 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창작산실은 지금 끝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입니다.”2008년 ‘창작팩토리’로 시작해 15주년을 맞은 ‘공연예술창작산실’(이하 창작산실)에 대해 주최단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정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2023년 창작산실의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젊은 크리에이터 지원’ ‘지속가능성’이다.“44개였던 사업을 현장업무 보고, 현장 예술인들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17개로 구조조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업들을 나눠놓다 보니 창작자들이 어느 곳에 지원해야할지 어렵고 사업목표에 맞추다 보니 창작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이에 창작자들이 쉽게 응모하고 스스로의 창작활동 영역을 자유롭게 활용하게 공간을 넓혀주자는 취지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향을 설정했습니다.”더불어 “젊은 청년 예술인들을 위하는 데 50%, 좀 더 숙련된 예술활동을 위해 30%, 글로벌 경쟁력 구축에 20% 비중을 두는 구조로 접근하고자 한다”며 “일회성이 아닌 다년지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2023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홍보대사 차지연(사진=허미선 기자)“현재 전국 17개의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단체까지 141개의 문화예술재단이 있습니다. 이에 웬만한 것은 지방으로 넘겨야겠다 싶었어요. 직접 지원하는 사례, 예를 들어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일회성 사업들은 지역을 통해 올라오게끔 과정을 정비한 것이 이번 창작산실의 특징이죠.”2023 창작산실에서는 동시대성, 다양성,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한 1차 서류심사, 2차 PT/인터뷰 심사, 3차 실연 심사를 거쳐 선정된 28개 작품이 공연된다.연극은 ‘언덕의 바리’ ‘아들에게’ ‘이상한 나라의, 사라’ ‘테디 대디 런’(TEDDY DADDY RUN), ‘화전’(火田) 5편. 창작뮤지컬은 ‘내 친구 워렌버핏’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이솝S이야기’ ‘여기, 피화당’ 4편이 선정됐다.무용 부문에서는 ‘애니멀’ ‘Yaras’ ‘a Dark room’ ‘The Line of Obsession’ ‘반가: 만인의 사유지(思惟地)’ ‘Where is the Rabbit?’, 전통예술에서는 ‘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 ‘물의 놀이’ ‘남성창극 살로메’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 2’ ‘무한수렴의 멀티버스’(Multiverse of Iinfinite Convergence)가 관객들을 만난다.지난해 신설된 음악 부문에는 ‘민요 첼로’(MINYO CELLO), ‘시선 si, Sonne!’ ‘크로스 콘체르토 프로젝트’ ‘UN/Readable Sound’ ‘In Around C’가, 창작오페라 부문에는 ‘3과 2분의 1 A’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상의 날개’가 선정됐다.연극 5편, 창작뮤지컬 4편, 무용 6편, 음악 5편, 창작오페라 3편, 전통예술 5편 등 선정작들은 내년 1월 6일부터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국립극장, 충무아트홀, 대전연정시립국악원 등에서 공연된다.‘2023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작들에 대한 경향과 작품을 소개 중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홍승욱 부장(왼족)과 강량원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장(사진=허미선 기자)강량원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장은 “올해의 특징은 역사 속에 숨겨져 왔던 다양한 인물을 재조명하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현대인의 불안과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작품들이 있다. 더불어 경계를 넘나드는 퍼포먼스와 음악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경향을 짚었다.2023 창작산실의 홍보대사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다. 그는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연극 ‘빵야’ 쇼케이스에 참여했는가 하면 창작산실에서 발굴한 ‘레드북’의 2021년 공연에서 안나로 분하기도 했다.“쇼케이스는 정말 떨리더군요. 그런 긴장감을 더 많은 배우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굴된 좋은 작품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과 연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주시면 더 다양한 작품에서 더 다양한 배우들이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며 좋은 작품을 발굴해내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2023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왼족)과 홍보대사 차지연(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차지연은 “그렇게 참여한 작품들이 좋은 성과를 내 박수와 환호를 받았을 때의 성취감은 엄청 값진 것”이라며 “더 많은 배우들이 창작 작업에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달려들어서 더 많은 우리 창작 작품들이 빛을 보고 세계로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부연했다.정병국 위원장은 “창작산실 선정작이 우리나라 창작작품의 대표성을 띤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보다 공정한 심사과정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발굴하겠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후속 단계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내년 상반기에는 창작산실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예술가와 단체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창작자들이 창작산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더 듣고자 합니다. 이 외에도 관객들이 참여하는 캠페인과 그간 참여했던 예술가들이 축하 영상 캠페인도 함께 준비할 예정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4 18: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조선 최초 테너를 꿈꾸는 의대생, 그의 목소리에 담긴 독립 의지 뮤지컬 ‘일 테노레’

뮤지컬 ‘일 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왼쪽부터), 홍광호, 박은태(사진제공=오디컴퍼니)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안정적인 인기 레퍼토리를 주로 무대에 올리던 뮤지컬계에 대형 창작 신작 ‘일 테노레’(Il Tenore, 12월 19~2024년 2월 25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가 개막한다. 한국 창작뮤지컬이라지만 작품성과 인지도가 이미 담보된 문학작품 혹은 영화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해외 유명 인사의 삶을 소재로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투입되는 대부분의 대극장 창작뮤지컬들과는 달리 ‘일 테노레’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예술의지로 관통한 이들의 이야기다.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인 베르디의 ‘춘희’(라 트라비이타)를 비롯해 비제의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 연출자이자 성악가 이인선에서 영감받아 꾸린 작품이다. 이인선은 일제강점기 시절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밀라노 왕립의학원에서 수학한 의사이면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성악가다.  뮤지컬 ‘일 테노레’ 포스터(사진제공=오디컴퍼니)이탈리아 밀라노 유학 후 서울부민관, 일본 동경 히비야공회당, 중국 베이징·칭다오 등에서 독창회를 열 정도로 인정받는 동양 제일의 테너였다. 이탈리어로 ‘테너’를 뜻하는 ‘일 테노레’는 이인선을 모티프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인물로 극화한 윤이선과 대학생들의 항일운동모임인 ‘문학회’ 리더이자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 건축학도로 오페라 공연의 무대디자인을 맡은 이수한 등의 꿈과 사랑 그리고 독립 의지에 대한 이야기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 낭독회를 거쳐 꾸준히 디벨롭해온 ‘일 테노레’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 등의 작가이자 작곡가 윌 애런슨(Will Aronson)과 작가이자 작사가 박천휴의 콤비작이다.전통 클래식 사운드를 바탕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뮤지컬적으로 재해석하고 고전적인 가사를 붙인 넘버와 음악들이 18인조 대편성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린다. 대본을 공동집필하고 넘버를 꾸린 윌 애런슨, 박천휴와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호흡을 맞춘 ‘데스노트’ ‘신과함께-저승편’ ‘미세스다웃파이어’ 등의 김동연 연출, 뮤지컬 ‘비틀쥬스’의 코너 갤러거(Connor Gallagher) 안무감독, ‘웃는 남자’ ‘데스노트’ ‘드라큘라’ ‘순신’ 등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이 힘을 보탠다. 내성적인 모범생으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며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은 ‘데스노트’ ‘물랑루즈’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그레이트 코멧’ 등의 홍광호, ‘벤허’ ‘베토벤’ ‘웃는 남자’ ‘엘리자벳’ ‘프랑켄슈타인’ 등의 박은태 그리고 ‘킹키부츠’ ‘레드북’ ‘썸씽로튼’ ‘위키드’ 등의 서경수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일 테노레’ 서진연 역의 김지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지연, 홍지희와 이수한 역의 전재홍, 신성민(사진제공=오디컴퍼니)문학을 사랑하는 대학생 모임처럼 보이지만 열혈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는 문학회 리더이자 치밀한 전략가로 애국심과 독립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오페라의 연출을 맡은 서진연은 ‘사랑한다 말해줘’ ‘서른, 아홉’ ‘공작도시’ ‘D.P.’ 시즌2 등 드라마와 ‘그날들’ ‘스위니토드’ ‘렛미플라이’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등의 김지현,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2시 22분-A Ghost Story’ ‘햄릿’ ‘레베카’ 등의 박지연, ‘식스더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은아씨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 등의 홍지희가 연기한다. ‘쇼맨’ ‘곤 투모로우’ ‘레드북’ ‘이프덴’ ‘광주’ 등의 신성민과 ‘브로드웨이 42번가’ ‘타이타닉’ 등의 전재홍이 언제든 총을 들 준비가 된 열정적인 독립운동가이자 오페라 무대디자인을 맡은 건축학도 이수한으로 더블캐스팅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3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뮤지컬 ‘렌트’ 연출을 꿈꾸는 엔젤 김호영 “오늘도 호이스럽게! No Day But Today!”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지인분들이 너무도 감사하게 늘 그래요. ‘너처럼 사는 사람은 없다’고. 데뷔 때부터 제 별명이 ‘호이’예요. 대학생 때 친구가 지어준 별명인데 저를 표현하는 그 말이 브랜드가 돼서 ‘호이스럽다’는 단어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스페인어로 ‘오늘’이라는 단어가 ‘호이’(Hoy)더라고요. 마치 ‘렌트’의 엔젤을 대비라도 한 것 마냥. 가수가 노래 제목 따라 간다고들 하잖아요. 저도 제 애칭따라 실제로도 오늘을 되게 충실히 살아가는 것 같아요.”김호영의 설명처럼 그는 뮤지컬 ‘렌트’(2024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의 주제인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2002년 당시 뮤지컬 ‘렌트’ 엔젤로 데뷔한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첫 상대역이 ‘렌트’ 콜린 역의 성기윤 선배였어요. 그 선배가 말씀해주시기를 저를 만나면서 굉장한 문화충격을 받았고 삶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대요. 좀 닫혀 있었는데 저를 만나면서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라고. 그러면서 ‘너한테는 어떤 사람도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호이마법이 있다’고 하셨죠.”그 ‘호이마법’은 김호영이 표현하는 엔젤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호영은 “사람 마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엔젤”이라며 “(사랑하는) 콜린 뿐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은 로저, 오늘을 굉장히 뜨겁게 살고 살려고 하지만 서툰 미미, 항상 카메라 뒤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마크 등 누구든 편안하게 해 주기도 하는 그런 엔젤”이라고 털어놓았다.“사실 무대 위에서 뿐 아니라 연습실에서도 그래요. 욕쟁이 할머니 콘셉트로 분위기를 좀 풀곤 했어요. 연습실부터 저는 엔젤의 치마, 가발 등을 갖춰요. (조)권이 것도 함께 준비하죠. 조금은 편안하고 재밌게 해주려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요.”그렇게 무대에서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엔젤’로서의 애티튜드를 유지하는 김호영은 콜린 역의 윤형렬, 임정모의 오미자 물까지 준비하며 “엔젤과 콜린으로서의 무드를 형성한다.”“엔젤이나 콜린처럼 작품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인물들일수록 연습할 때부터 뭔가 끈끈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업(?)을 많이 치는 편이에요. 윤형렬 배우는 알고 지낸 지 오래 됐음에도 같이하는 작품은 이번 ‘렌트’가 처음이에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곤 했지만 연습실부터 말을 놓으며 분위기를 풀어갔죠. 단순히 여장을 하고 스킨십을 하고 눈빛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동화였으면 했거든요.”◇지금 잘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호이스럽게’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오래 전부터 (안톤 체홉의) ‘갈매기’의 ‘꼬스자’(유명배우 이리나의 작가지망생 아들 콘스탄틴 가브릴로비치 뜨레플레프)를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아무도 캐스팅해주지 않으면 제가 제작하면 되죠. 만약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은데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홈쇼핑을 열심히 해서 내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지 뭐 그렇게 생각해요.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지금 제가 당장 필요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해야되겠다 싶어요.”남다른 에너지로 ‘끌어 올려’ 등 유행어를 확산시키며 무대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 홈쇼핑 등에서도 남다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그는 “꿈은 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역할이 있지만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방송활동, ‘홈쇼핑 완판’ ‘렌트’ 등 지금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그는 무대에서도 그렇다.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지금 엔젤을 하면서도 어떤 음이나 장면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엄청 혼자 자책을 해요. 뭐가 문제인지 고민도 하고 개선하려고 노력도 하고. 혼자서 끙끙 거리고 있는데 한 배우가 ‘오빠 됐어요. 오빠는 지금이 장르인데 뭐’ 이러면서 지나가는데 너무 용기가 나는 거예요.”  이어 김호영은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지금까지 해온 걸 기반으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김호영은 그렇게 ‘오늘’을 중시한다. 그런 그의 ‘오늘’ 중 하나인 ‘렌트’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을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에 빗대 현대화한 작품이다. 작사·작곡가이자 극작가이며 배우기도 했던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의 자전적 이야기로 로저(장지후·백형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마크(배두훈·정원영), 미미(김환희·이지연), 엔젤(김호영·조권), 콜린(임정모·윤형렬), 모린(전나영·김수연), 조앤(정다희·배수정), 베니(구준모) 등 조나단 라슨과 그의 친구들을 모티프로 극화한 작품이다.그 시절 일상처럼 존재했지만 그 언급조차 금기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노숙 등의 이야기가 알앤비(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장르들과 어우러지는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이다.◇마지막 엔젤 “틀에 갇히지 않도록!”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사실 저로서는 2020년 한국 20주년 기념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혼자 생각했어요. 역대 출연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던 홈커밍데이에서 아주 기이한 경험을 했거든요. 배우로서 저만의 역사가 파도처럼 덮쳐 오면서 ‘20주년의 엔젤이 나의 마지막이겠구나’ 했죠.”2002년 ‘렌트’ 엔젤로 데뷔해 21년차가 된 지금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호영은 2023년의 ‘렌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번이 엔젤로는 마지막”이라고 공언했다.  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그의 표현처럼 “누구랑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2020년 당시 혼자서 마지막 엔젤이라고 되뇐 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도, 나이 등 외양의 문제도 아니었다. 문득 익숙해지고 노련해진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이 잦아져서였다.“예전의 어떤 추억이 자꾸 소환되는 거예요. 어떤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어떤 에너지가 퍼져야 한다는, 저만의 수치가 생겼달까요. 저만의 경험치로 만들어낸 수치니 그게 맞는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죠.”그렇게 “새로운 배우들, 새로운 창작진, 새로운 프로덕션의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야하는데 저 스스로 뿐 아니라 새로 함께 하는 배우들까지 틀에 갇히게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많아지면서 그는 2023년의 ‘렌트’가 엔젤로서는 진짜 마지막임을 공표했다.“나이를 먹다 보니 엔젤이 갖고 있는 상징성, 그 사랑스러움을 너무 연륜과 노련미로만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었죠. 뉴진스 무대에 이효리가 함께 하면 충분히 좋지만 뭔가 다른, 그런 느낌이요.”이어 “이번에 조권 씨랑 더블캐스팅이 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부여잡고 있기 보다는 이런 친구가 더 잘 하게끔 해주는 것도 선배로서의 미덕이 아닐까 싶었다”고 덧붙였다.“2020년 20주년 때 이미 마지막이라고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갑자기 또 하라고 하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이미 여러 번 했으니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들 하지만 ‘렌트’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에요.”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김호영은 “이 작품은 주요 배우들 뿐 아니라 앙상블들, 그들과의 호흡이 너무 중요한 작품”이라며 “1막에서 앙상블들이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해줘야만 폭발하는 케미스트리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제가 ‘렌트’로 데뷔했을 때 선배들과 했던 얘기도, 보고 배운 것도 그거였어요. 워낙 약속도 많고 맞춰야 할 것도 많지만 그것들을 넘어선, 연습과정 내내 함께 하면서 생긴 끈끈함과 눈빛만 봐도 서로를 채워 줄 수 있는 호흡이 필요한 작품이죠. 그래서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으로 연습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용납이 안될 것 같았어요.”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그의 표현을 빌자면 “다행히도 연습할 시간들이 생겨줘서 다시 할 마음을 먹었다”는 김호영은 자타공인 “연습 출석률이 제일 좋은 출연진”이기도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한회 한회가 진짜 귀하게 느껴져요. ‘렌트’의 메시지처럼 ‘오늘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죠.” ◇뮤지컬 배우 김호영 “지금 잘 하는 걸 하며 내실을 다질 때!” “최근 알게 된 분들 중에는 ‘렌트’라는 작품, 뮤지컬이라는 걸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렌트’가 처음 보는 뮤지컬인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께는 제가 사전교육을 시켜요. 넷플릭스에서 유료지만 ‘틱틱붐’을 보라고 하고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송스루’라는 개념도 설명해주고 유튜브의 ‘렌트’ 관련 영상 등도 찾아보게 하고…여러 가지 순환이 되는 것도 같아요.”그는 예능, 홈쇼핑 등 어느 활동영역에서든 스스로를 “뮤지컬 배우”라고 소개한다. 그는 “그런 제가 뮤지컬 필드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내년에도 두 작품 출연을 확정지었고 한 작품은 조율 중”이라고 귀띔했다.“저 역시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고 싶어요. 비중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가진 이미지,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어도 좋아요. 다만 극 흐름 상 굳이 필요한 인물이 아닌데 이슈성으로 등장하는 그런 출연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이어 그는 “어디서는 장점이 되는 부분이 또 다른 영역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해 온 것보다 해야 할 영역이이나 역할, 이미지가 더 많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지금은 현재의 모습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을 쓰면서 내실을 다질 때”라고 부연했다.“제가 가진 에너지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냥 분출만 아는 게 아니라 때에 따라 참고 정제시키고 순화시키는 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능에서는 본인 뿐 아니라 전국민의 기운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하이텐션 에너지의 소유자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분자분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에너지를 잘 다룰 줄 아는 그런 배우요.”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믿음을 보내는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그에겐 “엔젤 같은 존재들이 되게 많다.”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데뷔작인 ‘렌트’를 함께 했던 선배들이 아직까지도 제가 뭘 하든 응원해주세요. ‘렌트’로 함께 데뷔한, 당시 19살이던 정선아 배우도 어느덧 제 위치에서 잘 자리를 잡았어요. 서로가 무엇을 하든 든든한 지원군이죠. (정)선아씨는 좋은 말을 참 많이 해줘요. 그 칭찬이 사람들한테 얼마나 좋은지 선아 동생한테 또 많이 배워요.”◇혼자서 꾸는 꿈 “스태프로 돌아오고 싶은 큰 그림”“이건 (‘렌트’ 제작사) 신시컴퍼니조차 모르는 저의 방대한 꿈인데요. 다음 시즌 ‘렌트’의 연출로 돌아오고 싶어요. 2020년 처음으로 외국 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랑 같이 작업을 했는데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어요. 외국 연출자와 한국 연출자가 어떻게 협력을 하는지를 배우기도 했지만 그 역시 엔젤 출신이거든요.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어가 대단히 잘 통하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게 뭔지를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더불어 “저 자체가 가진 기질 중 하나가 배우, 플레이어로서만 작품에 접근하기 보다는 이 작품 안에서 내가 맡은 바가 무엇인지 살피면서 연출적인 마음으로 전체를 보려고 한다”며 “온전히 엔젤이 아니라 슈퍼바이저처럼 위에서 관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앤디를 보면서 통역을 거치지 않고 배우들에게 인물, 극 등의 내면, 연기적 표현 등을 잘 얘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이 작품에 대해 많이 알아서도, 잘해서도 아니에요. 그냥 아는 거죠. 새로운 창작뮤지컬을 단독으로 연출하라고 하면 자신없어요. 하지만 ‘렌트’에서라면 배우들과 연출, 안무, 음악감독, 제작사 신시컴퍼니 등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꼭 연출이 아니어도 돼요. 드라마트루그(Dramaturg)나 액션 코치 등 스태프로 ‘렌트’에 다시 한번 복귀하면 좋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1 19: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미카엘과 미키타의 “비바 코리아!”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왼쪽)와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영화 ‘기생충’(Parsite)이 너무 좋았어요. 한국 문화의 익살스러움이 좋아요. 제가 알기로 한국은 힘든 역사를 겪었는데도 지금은 굉장히 잘 살고 있고 사람들은 행복함과 즐거움을 느끼죠. 그런 점이 너무 좋아요. 저는 낙천적인 사람인데 한국 사람들도 그런 것 같거든요.”‘태양의 서커스 루치아’(Cirque du Soleil Luzia 12월 3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2024년 1월 13~2월 4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후프 다이빙’(Hoop Diving), ‘차이니스 폴’(Chinese Poles) 등을 선보이고 있는 미카엘 브루예르-라베(Michael Bruyere-L‘Abbe, 이하 미카엘)는 한국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예전엔 어디를 가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들려오고 저희도 항상 듣곤 했어요. 박물관도 더 많이 가보고 싶어요. 제 여자 친구도 저처럼 서커스 아티스트인데 저보다 먼저 한국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죠. 임신 중이라 함께 오진 못했지만 그녀가 ‘서울은 꼭 가봐야 하는 도시’라고 얘기해 주곤 했어요. 와보니 역시 이 도시가 너무 좋고 설레요.”미카엘의 말에 ‘스윙 투 스윙’(Swing to Swing) 아티스트 미키타 세두노우(Mikita Sedunou, 이하 미키타) 역시 “서울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특히 음식이 맛있다”고 털어놓았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직접 저희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셰프가 한국 음식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주고 있어요. 한국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데 굉장히 맛있죠.”두 사람은 한국 관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미카엘은 “공연을 할 때마다 보내주시는 모습들이 굉장히 놀랍다”며 “항상 즐겁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털어놓았다.“관객분들이 공연 중에 환호성을 정말 많이 보내주시거든요. 너무 행복하고 더 멋진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그래서 더더욱 감사해요.‘”미카엘의 말에 미키타 역시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관객을 비롯한 사람들이 너무 멋지다”며 “특히 첫 공연 때 꼬마 관객들이 많이 오셔서 굉장히 좋아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동의를 표했다.“사실 공연 전에는 연습과 훈련으로 꼼짝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야 쉬는 날이면 돌아다니곤 하죠. 언어의 차이로 좀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표지판 등이 너무 잘 돼 있어서 어딘가를 찾아가기가 편하더라고요. 음식이나 문화 역시 잘 즐기고 있죠.”이어 “한국의 겨울이라는 계절도 설레면서 기다리고 있다” 덧붙인 미카엘은 “아직 노래방을 못 가봐서 꼭 가보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왼쪽)와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지금까지 먹은 음식들도 너무 좋았어요. 삼겹살이요! 불고기도! 다 좋아요. 여러 동네를 걸어 다니는 것도 항상 즐거워요. 굳이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즐겁고 한국은 굉장히 좋은 곳 같아요.”미카엘의 말에 미키타는 “북한산엘 다녀왔는데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얼마 전에는 DMZ에 다녀왔다. 한 나라의 역사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알아가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털어놓았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왼쪽)와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서울 공연에 이어 2024년에는 부산 투어가 예정된 데 대해 미카엘은 처음 방문하는 도시 부산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태양의 서커스’가 부산에 가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너무 기대 돼요. 빨리 한국의 다른 곳도 보고 싶어요. 저는 뜻밖의 일을 겪는 것도 좋아해서 어떤 곳에 가기 전에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아요. 직접 가서 겪을 모든 것이 너무 기대되거든요. 투어는 세상을 알아가는 일이에요. 투어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곳에 가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일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8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미카엘과 미키타 “서커스는 살아 움직이는 꿈이자 마술, 모두를 꿈꾸게 하죠!”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왼쪽)와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저에게 ‘루치아’는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것이든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곳이에요. 아주 긍정적인 곳,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죠. 서커스도 그래요. 가족, 지지, 신뢰, 동반자 관계…이런 단어들이 주로 떠올라요. 그런 생각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그 순간들을 공유하는 것이 ‘루치아’죠. 한계를 넘어서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사람들과 열정을 나누는, 정말 살아 움직이는 꿈이죠. ”미카엘 브루예르-라베(Michael Bruyere-L‘Abbe, 이하 미카엘)는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Cirque du Soleil Luzia 12월 3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2024년 1월 13~2월 4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 그리고 서커스에 대해 “살아 움직이는 꿈”이라고 표현했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미카엘은 인간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화려한 볼거리로 감탄을 자아내는 ‘루치아’에서 ‘후프 다이빙’(Hoop Diving), ‘차이니스 폴’(Chinese Poles) 등을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다.31살의 그가 나고 자란 몬트리올에서 공연된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서커스에 빠져들어 몬트리올 국립 서커스 학교(ENC)의 대학 프로그램에 입학해 공부하며 서커스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키웠다. 2011년 ENC 졸업 후 서크 엘로이즈의 서코폴리스(Cirque Eloize’s Cirkopolis) 월드투어, 극단 세븐 핑거스(7 Fingers)와의 협력 등 “12년 동안 서커스를 하고 있다.”그렇게 꿈을 이룬 미카엘처럼 ‘루치아’에서 ‘스윙 투 스윙’(Swing to Swing) 무대에 오르고 있는 벨라루스 비텝스크 출신의 미키타 세두노우(Mikita Sedunou, 이하 미키타) 역시 서커스에 대해 “오래 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드림워크(Dream Work)”라고 밝혔다.“네살 때부터 트램펄린을 시작해 전문선수로 활동했어요. 함께 운동을 하던 선수들 중에 서커스 공연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들의 공연 비디오를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죠. 처음 본 ‘태양의 서커스’가 ‘루치아’였고 저는 지금 여기 있습니다.”32세가 된 지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루치아’에 대해 “엄청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덧붙인 미키타는 서커스에 대해서는 “엄청 놀라운 세상”이라고 표현했다.“진짜 마술 같아요. 아티스트들도 공연을 하면서 스스로 더 잘하고 계속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그런 세상이죠. 그래서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마술이죠. 서커스는.(It’s a Magical Place or Everybody)”◇‘루치아’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들, 물과 빛‘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이번이 ‘태양의 서커스’ 팀과는 첫 작업인데 굉장히 멋져요. 고난이도의 기술 등도 좋지만 ‘루치아’가 특별한 건 물을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레인 커튼’ 장면처럼요. 무대가 돌아가는 중에 선보이는 ‘스윙 투 스윙’도 굉장히 특별해요. 더불어 쇼에 공통적으로 멕시코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도 ‘루치아’의 특별함 중 하나죠. 색상 자체가 굉장히 다채롭거든요.”미키타의 말처럼 미카엘과 미키타의 ‘살아 있는 꿈’이자 ‘드림워크’인 ‘루치아’는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출범해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쿠자’ ‘뉴 알레그리아’ 등 다양한 버전의 쇼를 선보여온 ‘태양의 서커스’ 38번째 작품으로 2016년 멕시코 관광공사 의뢰로 만들어져 초연됐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가 함께 하는 스윙 투 스윙(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러닝머신 위 후프 다이빙, 시어힐(Cyr Wheel)과 공중그네, 고대 메소아메리카에서부터 3000년 동안 이어져온 축구댄스 폭타폭(Pok-ta-pok), 에어리얼 스트랩스(Aerial Straps, 공중에서 서로의 손과 발에만 의지해 선보이는 공중곡예), 폴 곡예(Masts and Poles), 물 커튼(Water Curtain), 알레브리헤(Alebrije)…. 낙하산을 타고 불시착한 여행자가 꿈속에서 접하는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 사막, 그곳을 날아다니는 허밍버드, 선인장과 꽃, 고대부터 내려져 오는 문화와 신화 속 요소 등이 플라멩코를 기반으로 한 라틴 아메리카 음악에 맞춘 고난이도 곡예로 펼쳐진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가 선보이는 후프 다이빙(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더불어 멕시코 전설과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들을 모티프로 한 코스튬, 거대한 실물 크기의 퍼펫 그리고 ‘태양의 서커스’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물’을 모티프로 한 빗속 아크로배틱 퍼포먼스 등으로 무장했다. 이를 미카엘은 “지금까지의 ‘태양의 서커스’와는 다른 매력”이라고 짚었다.“예전에 다른 ‘태양의 서커스’와도 함께 한 적이 있지만 ‘루치아’는 유난히 무대 위 작업이 많아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는 프로젝트예요. 스토리 라인도 탄탄하고 음악이며 색상이며 각 신들에서 펼쳐지는 고난이도 기술들이 엄청나죠.”◇‘루치아’의 힘, 모두를 꿈꾸게 하는 사람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우리 ‘루치아’ 팀은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협동하고 저희가 느끼는 그 재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를 통해 관객들이 꿈꾸게 하는 게 ‘루치아’의 굉장히 특별한 점이죠.”그렇게 ‘루치아’의 가장 큰 매력을 “공연의 우수함과 무대 위 배우들의 인간적인 면모”로 꼽은 미카엘은 “색감이나 음악 등 ‘루치아’ 세계관 그 자체가 굉장히 특별하고 관객들이 여기에 연결된다”고 전했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그렇게 ‘루치아’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합작품이에요. 배우들뿐 아니라 무대 뒤편의 스태프들, 기술팀, 예술팀 등 모두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죠.”이전의 ‘태양의 서커스’보다도 신체적 기술과 파트너십이 필요한 ‘루치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카엘의 전언처럼 “좋은 팀”이다.“굉장히 신뢰가 필요한 작업이거든요. 묘기를 선보일 때마다 파트너를 믿을 수 있어야 해요. 어떤 배우는 위로 날아가기도 하고 또 누구는 저를 넘어가기도 해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정말 중요한 작업이죠. 그렇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그 자체예요. 작품 시작 전부터 거친 많은 훈련 과정과 더불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저희들의 아크로배틱을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끌어올린다고 생각합니다.”미키타 역시 “퍼포먼스와 안전이 모두 잘 수행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충분한 연습”이라 동의를 표하며 “무대에 올라가지 전에 점프 연습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두려움과 걱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에요. 굉장히 고난이도의 동작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니까요.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이죠. 그 공포를 극복하면서도 안전하게 공연을 하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하고 팀원들에 대한 신뢰를 더 두텁게 쌓아가고 있습니다.”◇꿈으로 가는 열쇠 “스스로에 대한 믿음”‘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왼쪽)와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꿈이라면 부상 없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꿈으로 가는 열쇠는 지금 하고 있는 ‘루치아’ 그 자체죠. ‘루치아’가 저를 다양한 방면에서 계속 성장하게 하거든요.”불시착한 여행자가 거대한 열쇠를 돌리면서 꿈의 세계로 빠져드는 ‘루치아’의 시작처럼 “꿈으로 가는 열쇠”에 대한 질문에 미키타는 “‘루치아’ 그 자체”라고 답했다.“그 꿈으로 가는 길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단계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어요. 차근차근, 차례대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미카엘은 “관객들과 더 많이 만나 감동을 주고 세상의 안 좋은 일들은 잊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는 꿈을 털어놓았다.“라이브로 공연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모두를 즐겁게 하거든요. 그런 제 열정을 나누는 것이 너무 좋아요! 그런 꿈을 위한 열쇠는 자기 자신을 믿는 거죠. 때론 의심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꿈을 포기 하지 않는 것,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희생해야 할 수도 있지만 계속 행복함을 느끼고 겸손해야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8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이상, 아가사 크리스티,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등 실존 인물들 무대 위로! ‘꾿빠이, 이상’ ‘아가사’ 그리고 화가시리즈

실존 인물들을 다룬 뮤지컬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꾿빠이, 이상’ ‘딜쿠샤’, 화가시리즈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그리고 ‘아가사’(사진제공=서울예술단, 국립정동극장, HJ컬쳐, 나인스토리)이상의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영감 받아 그의 내면을 초·해·홍으로 표현한 ‘스모크’(2024년 2월 4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방사성 원소 라듐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화학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의 생애를 담은 ‘마리 퀴리’(2024년 2월 14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실존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지만 프랑스 초대 공사 콜랭 드 플랑시와 사랑에 빠진 조선의 궁중 무희이자 관기의 이야기 ‘리진: 빛의 여인’(2024년 2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연대를 다룬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12월 1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등.이미 시작된 무대 위 실존 인물들에 또 다른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세한다. 천재시인 이상, 추리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그리고 서울 종로구 행촌동 빨간 벽돌집에 살던 이들의 이야기가 각각 ‘꾿빠이, 이상’ ‘아가사’, 화가시리즈, ‘딜쿠샤’에 담긴다.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관객까지 가면을 씌우고 “이제 나는 간다”를 외치는 배우들에 등 떠밀리는 그 입장부터 심상치 않은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12월 9~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상의 이야기다. 김연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관 속에서 깨어나 자신의 장례식장을 체험하게 되는 육체의 이상(김효준), 스스로가 누구인지 혼란에 빠진 감각의 이상(이기완), 이를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지성의 이상(이동규)이 등장하며 그를 애도하는 주변인들이 저마다 기억하는 이상의 모습이 그려진다.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세 이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생을 이상의 삶을 흉내냈던 서혁민(고석진), 이상 연구에 매진해온 피터주(김보근)를 비롯해 작가 김기림(리온), 김유정(김동호), 화가 김환기(변재범)와 전처 변동림(오현정), 길진섭(안재홍), 무용가 최승희(이은솔), 조우식(최병희), 권순옥(오지은), 박태원(이경민), 연인 금홍(박혜정), 여동생 옥희(이한나) 등이 이상을 기리고 김해경을 논한다.2017년 초연 후 6년만에 돌아오는 작품으로 이상의 시 ‘오감도’ 속 13인의 아해들은 그의 지인들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진짜 이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객석과 관객, 관객 사이를 시종일관 누빈다.관객이 관람자가 아닌 이상 장례식 참여자가 되는 ‘꾿빠이, 이상’은 ‘오감도’를 비롯한 ‘이런 시(詩)’ 등 이상의 시, 전통에 발을 디딘 서울예술단 특유의 춤사위, 독창적이고 모호한 김성수 음악감독의 음악까지 한데 어우러진다.신체·감각·지성의 이상은 같은 시 구절을 반복적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뉘앙스로 읊어대며 다시 한번 관객들을 극으로 끌어들인다. 혼란스럽고 부산스러운 중에도 이상의 시와 리듬에 젖어들고 음악에 호흡을 맞추게 되는, 이상의 시만큼이나 난해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공연이다.뮤지컬 ‘아가사’(12월 7~2024년 3월 3일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는 ‘스타일스 저택 살인 사건’ ‘아크로이드 살인 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의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백은혜·이정화·최수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1926년 11일간 사라졌던 실제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극은 천재로 불리며 전도유망한 작가였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서는 1953년의 작가 레이몬드 애쉬튼(이준후·정지우·홍기범)에서 시작한다.뮤지컬 ‘아가사’ 2021년 공연장면(사진제공=나인스토리)신작 ‘아크로이드 살인사건’에 대한 혹평에 시달리던 중 스타일스 저택에서의 티타임 후 사라졌다 11일만에 기억을 잃은 채 발견된 아가사 크리스티, 그런 아가사의 살의를 부추기는 미스터리한 독 전문가 로이(김재범·고상호·윤소호), 1926년의 작가지망생 소년과 표절시비, 악몽 등에 시달리는 1953년의 작가를 오가는 레이몬드 등이 풀어가는 심리극이다. 남편 아치볼드(이진혁·정평), 오래 함께 하며 신뢰를 쌓은 하녀 베스(한세라·하미미), 친분이 있는 신문기자 폴 뉴트란(안두호·장재웅),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출판하는 편집장 뉴먼(김지훈·무현) 등 아가사 실종 전 티타임을 함께 했던 사람들, 그의 미완성 원고 ‘미궁 속의 티타임’을 본 유일한 소년 레이몬드, 실종된 사이 만난 로이 등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른다.실종 11일 만에 나타나 읊조리듯 되뇌는 아가사의 “모두 각자의 미궁 속으로 사라져!”라는 말을 통해 결국 모든 것의 중심은 ‘나’임을 일깨운다. 화가시리즈 중 ‘모딜리아니’ 2022년 공연장면(사진제공=HJ컬쳐)‘모딜리아니’ ‘에곤 실레’(12월 9~2024년 3월 10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는 ‘괴테의 변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 와일드의 변론-거짓의 쇠락,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으로 구성된 변론시리즈에 이어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더 픽션’ ‘파가니니’ ‘파리넬리’ ‘살리에리’ ‘어린왕자’ 등의 제작사 HJ컬처가 선보인 화가시리즈다.해외 진출과 학교에 대면 혹은 영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제작한 작품으로 같은 주제로 1시간 남짓 되는 두개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옴니버스 형식의 연작 뮤지컬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이야기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화가 시리즈 중 ‘에곤 실레’ 2022년 공연장면(사진제공=HJ컬쳐)초연을 함께 했던 김준영·황민수를 비롯해 양지원·최민우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초연의 금조와 심수영, 새로 합류한 박새힘·선유하, 김민강·신혁수가 각각 두 작가의 뮤즈 잔과 발리, 해설자 및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싱어로 두 작품의 무대에 오른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한편씩 혹은 두 작품을 연달아 봐도 좋은 작품들이다.뮤지컬 ‘딜쿠샤’(12월 7~30일 국립정동극장)는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로 3.1운동을 외신으로 처음 보도하는 등 항일 독립운동을 도왔던 미국인 기업가 겸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가 아내 메리와 살았던,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의미의 딜쿠샤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뮤지컬 ‘딜쿠샤’ 중 브루스 역의 최인형(왼쪽부터)과 금자 김현숙·하은섬(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본래 행주대첩에서 큰 공을 세웠던 권율 장군의 집터로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인왕산 언덕 위의 서양식 주택을 모티프로 테일러 부부의 아들 브루스(최인형)와 딜쿠샤를 지키는 가상의 인물 금자(하은섬·김현숙)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진행된다.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를 통해 과거의 부모 세대의 이야기, 지금의 이야기, 역사적 사실 그리고 ‘집’에 대한 저마다의 의미를 되짚는다. ‘노트르담 드 파리’ ‘영웅’ ‘미세스 다웃파이어’ ‘웃는 남자’ ‘하데스타운’ ‘레미제라블’ 등의 배우 양준모가 뮤지컬 ‘포미니츠’에 이어 또 다시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으로 국립정동극장의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인 ‘창작ing’ 선정작이다.양준모가 KBS ‘다큐공감-희망의 궁전 딜쿠샤’(2013)에서 영감을 받아 무대화를 추진한 작품으로 다큐멘터리의 김세미 작가와 ‘포미니츠’ ‘워치’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맹성연 작곡가, ‘스프링 어웨이크닝’ ‘풍월주’ ‘쓰릴미’ 등 이종석 연출이 힘을 보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뮤지컬 ‘레미제라블’ 민우혁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 보리! 장발장처럼”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저희 작품은 친구, 가족, 후대, 동지 등에 대한, 굉장히 여러 형태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저마다의 사랑에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장발장으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사랑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10주년을 맞아 8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레미제라블’(2024년 3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장발장으로 분하고 있는 민우혁은 “여러 사랑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누가 봐도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고 가슴이 뜨거워질 수 있는 그런 공연”이라고 밝혔다.“특히 저는 자베르도 사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혁명군 바리케이트에 포로로 잡힌 자베르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풀어줄 생각부터 했다는 자체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이고 큰 사랑 같아요. 극 마지막 가사 중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 보리’라고 하는 것처럼 정말 신의 시선으로 봤던 것 같아요.”◇기술 발전에서 발휘되는 고전의 힘 ‘레미제라블’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Bring Him Home’의 장발장 민우혁(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기술이 많이 발전해 무대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역시 고전이 주는 그 웅장함은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레미제라블’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수동으로 움직여 장소들이 정해지는 걸 보면서 화려함보다 더 무서운 게 이 오리지널 고전이 주는 힘이구나 싶어요. 사실 영상으로는 아무리 웅장함을 표현해도 영상이잖아요. 근데 조명과 무대, 의상 색 등의 조화로움은 정말 쉽지 않은, 우리 작품의 가장 큰 무기죠.”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전설적인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브리가 의기투합한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표현하는) 뮤지컬이다.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후 딘뉴 주교의 포용으로 신분을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장발장(민우혁·최재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그 여정에는 ‘정의구현’이라는 명목으로 장발장을 집요하게 쫓는 경찰관 자베르(김우형·카이), 끝없는 시련 속에서도 딸 코제트(류인아·이상아)를 위해 생명력을 발휘하는 판틴(조정은·린아), 하층민을 등쳐먹고 사는 떼나르디에 부부(임기홍·박준면, 육현욱·김영주), 혁명을 이끄는 청년 앙졸라(김성식·김진욱)와 마리우스(김영록·윤은오), 마리우스를 향한 혼자만의 감정을 키우는 에포닌(김수하·루미나), 어린 부랑아 가브로슈(김승주·김승후·최지훈) 등 역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8년만에 다시 ‘레미제라블’을 준비하면서 놀란 건 거의 무채색이에요. 무대도, 영상도 컬러감이 다채롭지가 않아요. 그런데 의상에 따라 상황들이 다 설명이 되는 거예요. 조명이 의상들을 비출 때면 마치 미술작품을 보는 것 같으면서 그 상황들이 다 표현돼요. 공장이면 공장, 거리면 거리…여러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상황이 담긴 그 장면들이 의상으로 표현되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정말 완벽하게 캐릭터 각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무대가 연출되죠. 그렇게 예전엔 못보던 것들이 막 보이니 너무 감동이에요.”◇앙졸라에서 장발장으로! “본질적인 메시지 사랑!”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One Day More’의 장발장 민우혁(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장발장 캐스팅은) 저에겐 영광이죠. 그 영광이 굉장히 빨리 찾아온 느낌이에요. 8년 전의 ‘레미제라블’은 이제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됐구나 라는,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8년 전 앙졸라로 무대에 올랐던 ‘레미제라블’은 민우혁에게 그랬다. ‘영웅’ ‘벤허’ ‘프랑켄슈타인’ ‘지킬앤하이드’ ‘위키드’ ‘아이다’ ‘광주’ ‘안나 카레니나’ ‘그날들’ 등의 무대,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비롯한 ‘불후의 명곡’ ‘살림하는 남자들’ 등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은 그는 “저는 뮤지컬 배우”라고 강조했다.“인지도를 얻었고 다양한 팬층이 생겼어요. 영화나 다른 매체 쪽으로 빌드업돼도 좋겠지만 그래도 저는 뮤지컬 배우잖아요. 배우로서 ‘레미제라블’을 한다는 자체가 아직도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영광이에요. 하지만 뮤지컬도, ‘레미제라블’도 생소해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얻음으로서 그런 뮤지컬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분들이 계신다면 굉장히 뿌듯한 일이고 축복이죠.”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현재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지만 당시는 성대결절 등의 고난이 이어지면서 뮤지컬 배우를 그만두려는 결심을 굳혀가던 중이었다. 그런 그를 무대로 떠민 이는 아내였다. 그런 “아내 덕에 8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해왔다”는 민우혁은 “그래서 장발장 역할을 맡았을 때는 저보다 더 감동받았다”고 털어놓았다.“그때는 막연하게 ‘내가 레미제라블 배우’라는 감동이 컸어요. 앙졸라를 연기하면서 배우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찾게 됐달까요. 그냥 무대에서 멋있기만 한 게 아니라 이 작품을 전함으로서 큰 용기와 희망, 감동을 주고 의사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정말 말도 안되는 직업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이제는 ‘레미제라블’이 어떤 작품인지, 그 무게와 크기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사실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는 기쁨 보다 두려움이 좀 더 컸던 것 같아요.”이어 “앙졸라를 연기할 때는 ‘그 역할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 목숨을 걸고 후손들을 위해 싸우고 희생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 장발장으로서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본질적인 메시지 전달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결국 본질적인 메시지는 사랑이에요. 사랑으로 인한 용기, 사랑으로 인한 희생, 사랑으로 인한 희망…그 시작점은 늘 사랑이거든요. 그래서 그 메시지를 좀 더 고민하고 있죠.”8년의 세월 속에서 배우로 성장한 그는 “이제는 어떻게든 그 작품의 의미, 메시지, 캐릭터성을 잘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장발장으로서 엄청난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지만 저에겐 서울에서의 70여회 그리고 대구 공연(2024년 3월 21~4월 7일 계명아트센터)이 남아 있으니 차곡차곡 완성시켜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장발장으로서 해야 하는 발성, 연기, 노래 등이 제 모든 출연작들을 통틀어 가장 난이도가 높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고 두렵죠. 모든 신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지만 또 그래서 오는 행복감도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을 마치고 나면 잠을 못 자요. 그 흥분이 가라앉질 않아서. 특히 공연이 끝난 후 터져 나오는 함성과 관객분들의 눈빛을 보면 정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오죠.”◇‘광주’ ‘영웅’…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의 총체 ‘레미제라블’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이번에 ‘레미제라블’ 캐스팅이 되고 나서 워낙 두려워했어요. 너무 괴로웠고 연습 전까지 거의 잠을 못잤죠. 생각만 해도 심장이 조여 오곤 했어요. 저를 믿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 어려움이 예상됐던 것들을 저도 모르게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그간 민중의 어려움을 담은 ‘광주’ ‘영웅’ 등을 괜히 한 게 아니구나 싶었죠.”이에 “연습 시작과 더불어 너무 행복했다”는 민우혁이 장발장에 캐스팅됐을 때는 ‘전직 장발장’ 정성화, 양준모와 뮤지컬 ‘영웅’을 연습 중이었다. 안중근으로 트리플 캐스팅돼 연습을 하면서 장발장에 대해 정성화와 양준모는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미리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하셨는데도 굉장히 힘들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해보니 실제로도 정말 힘들어요. 그야말로 이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죠.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질 않아요. 그래도 그때 두 선배님들께서 해주신 레슨 받아야할 것들 등의 조언을 잘 들은 덕분에 지금 잘 하고 있습니다.”8년 전부터 지금까지 작품에 맞는 보컬 레슨을 한개 이상 받고 있다는 민우혁은 ‘레미제라블’ 배우들은 모이면 “작품 얘기만 계속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저, 김우형·임기홍 형님, 조정은·박준면 누나 등 8년 전 ‘레미제라블’을 했던 사람들이 5명이 있어요. 그 5명에게 새로 합류한 캐스트들이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은 질문을 하고 저희는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전 출연진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연습에 집중했죠. 그야말로 ‘레미제라블’ 그 자체였어요. 특히 우형이 형은 단 1분도 연습을 빠진 적이 없어요. 자신의 연습이 아니어도 제일 먼저 와 있었으니까요. 굉장히 특별하고 따뜻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레미제라블’로 전하는 응원 메시지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인간적인 성향으로는 장발장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사랑이 많거든요. 자베르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신념에 되게 굳건하잖아요. 사실 저는 그렇진 않거든요. 그래선지 자베르에 매력을 더 느끼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꼭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죠. 차가운 돌덩이 같은 자베르가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면서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 인간적인 면모가 큰 감동으로 와 닿았거든요.”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만큼이나 눈에 띄는 캐릭터 자베르에 대해 이렇게 전한 민우혁은 “사실 주변에 자베르처럼 잘 표현하지 못하고 굉장히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되게 인간적이지 않다고 쉽게 생각했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표현되지 않을 뿐 그들에게도 인간적인 면모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발장은 다시 한번 인간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캐릭터”라고 부연했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딕션이에요. 그래야 작품의 본질을 어떤 환경에서도 좀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더불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컨디션이죠. 저는 이 작품을 50번, 100번을 하지만 보시는 분은 제가 한 그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영혼을 갈아서 공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저의 가장 큰 숙제죠.”그리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을 보리’지만 응원의 메시지를 꼽자면 딸 코제트에게 쓴 마지막 편지 속 참회록을 건넬 때의 말”이라고 밝혔다.“내 마지막 참회록이자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얘기하면서 주거든요. 저 뿐 아니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굉장히 힘든 일들을 겪잖아요. 그럴 때면 늘 내 자신을 굉장히 탓하거든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부정적인 생각들로 꽉 차 있죠. 하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주변에 저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런 분들 때문에 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과 함께 잘 버틴다면 분명 좋은 일은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먼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이들의 사랑을 한껏 느끼는 그런 시간들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한결같은 사랑 속 찬란했던 10년…"다시 막 오릅니다" 뮤지컬 ‘드라큘라’ ‘레미제라블’ ‘더데빌’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드라큘라' '더데빌: 파우스트'(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 오디컴퍼니, 페이지원, 알앤디웍스)10만원 내외의, 최근엔 20만원에까지 육박하고 있는 뮤지컬 한 작품이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작품에는 기념비적인 사건이고 참여했던 모든 이들이 자축해 마땅하다. 10년을 꾸준히 사랑받는 건 주연배우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초연부터 주연배우들을 비롯한 앙상블, 연주자들, 창작진들, 뒤에서 애쓰는 컴퍼니들까지 제자리에서 저마다의 일을 온전히 해냈을 때에도 드물게나 가능한 일이다. 이에 쉽지 않은 뮤지컬 10주년은 누구 한 사람이 독식할 수 있는 영광이 아니다. 지난해 대학로 인기뮤지컬 ‘사의찬미’는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들은 물론 새로운 10년을 이끌어갈 캐스팅으로 무장하고 장기공연으로 10주년을 축하했다. 그 10주년 공연은 장기화됐던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서 맞은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초연부터 10년 동안 댄버스 부인으로 분하고 있는 신영숙. 사진은 뮤지컬 ‘레베카’ 2017년 시즌 공연사진(사진제공=EMK뮤지컬)그들의 10주년 잔치는 올해까지도 이어져 최근 ‘사의찬미’ 콘서트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반면 지난해 이처럼 특별하고도 뜻깊은 10주년을 한 배우를 중심으로 한 캐스팅 논란으로 얼룩지게 한 대극장 인기 뮤지컬은 그래서 안타깝다. 올해도 10주년을 맞은 뮤지컬들이 있다. 이들은 그 특별한 10주년을 자축하기 위해 저마다의 전략으로 무장하고 공연 중이거나 무대를 올릴 준비에 한창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초연의 류정한, 김보경, 신영숙, 옥주현을 비롯해 다양한 시즌을 함께 했던 막심, 나, 댄버스 부인 등과 각 시즌 별 출연진, 뉴캐스트 테이 등까지를 아우르며 10주년을  축하한 데 이어 초·재연의 막심 오만석, 2021년 6번째 시즌의 잭 파벨 이창용을 기용해 앙코르(12월 14~2024년 2월 24일 LG아트센터 서울) 무대를 준비 중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그 귀환만으로도 ‘축하’ 받아 마땅한 ‘레미제라블’(11월 30~2024년 3월 1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은 8년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레미제라블’은 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후 딘뉴 주교의 포용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장발장(민우혁·최재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신분을 숨긴 장발장을 집요하게 쫓으며 ‘정의구현’을 외치는 경찰관 자베르(김우형·카이), 끝없는 시련의 굴레 속에서도 생명력을 발휘하는 판틴(조정은·린아), 그의 딸이자 장발장의 수양딸 코제트(류인아·이상아), 하층민을 등쳐먹고 사는 떼나르디에 부부(임기홍·박준면, 육현욱·김영주), 혁명을 이끄는 청년 앙졸라(김성식·김진욱)와 마리우스(김영록·윤은오), 마리우스를 향한 혼자만의 감정을 키우는 에포닌(김수하·루미나) 등 역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전설적인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브리가 의기투합한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표현하는) 뮤지컬로 198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198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37년간 22개 언어로 꾸준히 공연되며 1억 3000여명의 관객들을 만난 히트작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레미제라블’의 한국공연은 2013년,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8년만의 귀환,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레미제라블’은 초연부터 함께 한 김우형, 조정은, 박준면, 재연의 민우혁, 임기홍 등과 더불어 새로운 캐스트들로 무장했다.재연의 앙졸라였던 민우혁과 최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킹키부츠’ ‘마틸다’ ‘아이다’ 등 뿐 아니라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빌런 김윤범으로 주목받은 최재림이 장발장으로 분한다. 초연의 앙졸라였고 재연에서 자베르로 분했던 김우형이 다시 돌아오며 ‘지킬앤하이드’ ‘벤허’ ‘베토벤’ 등의 카이가 자베르로 더블캐스팅됐다. 초연부터 함께 한 조정은과 ‘스위니토드’ ‘몬테크리스토’ ‘벤허’ ‘시라노’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린아가 판틴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장발장 역의 민우혁은 “판틴이 겪고 있는 모든 과정들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 아팠다”며 “장발장이 코제트에게 건넨 참회록의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으면 스스로를 굉장히 탓하게 돼요. 부정적인 생각들로 꽉 차 있는 모두에게 너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그들을 생각하고 잘 버틴다면 분명 좋은 일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극이죠.”뮤지컬 ‘드라큘라’(사진제공=오디컴퍼니)2024년 10주년을 맞는 뮤지컬 ‘드라큘라’(12월 6~2024년 3월 3일 샤롯데씨어터)는 4시즌에 걸쳐 출연했던 배우들이 총동원된다. 2014년 초연부터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드라큘라 백작으로 분한 김준수를 비롯해 초연의 미나였던 정선아가 10년만에 다시 돌아와 반가움을 더한다. 재연의 드라큘라 박은석이 그를 쫓는 반헬싱으로 역할을 바꿔 돌아오는가 하면 재연부터 미나, 루시로 꾸준히 함께 하고 있는 임혜영, 이예은과 미나의 약혼자 조나단 역의 진태화, 반헬싱 손준호가 다시 한번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2020년 세 번째 시즌에 새로 합류한 전동석, 2021년부터 함께 하고 있는 신성록이 드라큘라로 다시 돌아오며 아이비가 미나로 새로 합류했다.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드라큘라’의 전동석(왼쪽)과 신성록(사진제공=오디컴퍼니)브램 스토커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을 한결같이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로 2001년 미국에서 초연된 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흥행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넘버를 꾸린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14년 논레플리카(원작과 똑같지 않은) 라이선스로 초연됐다. 당시만 해도 40대 이상의 중년 남자배우가 소화했던 드라큘라는 빨간 머리로 염색한 김준수로 인해 일대 파란을 맞았다. 2019년 뮤지컬 ‘엑스칼리버’ 초연 당시 만난 프랭크 와일드혼은 “뮤지컬 ‘드라큘라’ 한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김)준수가 저에게 한장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캐릭터를 좀 다르게 해보고 싶다고 했다”며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스무살 초반에 뱀파이어가 된, 기존의 드라큘라보다 훨씬 어린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렇게 모든 상황과 스토리가 바뀌었고 지금은 세계 모든 ‘드라큘라’ 프로덕션이 20대 드라큘라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뮤지컬 ‘더데빌: 에덴’(사진제공=페이지원, 알앤디웍스)뮤지컬 ‘더데빌’(12월 5~2024년 3월 3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은 세계관을 확장하며 10주년을 자축했다. 2014년 초연된 ‘더데빌’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20세기 뉴욕 블랙먼데이 시절의 증권가로 배경을 옮겨온 작품이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와 그가 지키려는 아내 그레첸으로 상징되는 인간 내면의 빛과 어둠을 X 화이트와 X 블랙으로 캐릭터화한 작품으로 X자 형태의 무대, 100여대의 무빙라이트가 동원돼 그 자체로 서사가 되는 조명 등이 돋보인다. 2022년 ‘더데빌: 파우스트’ 공연장면(사진제공=페이지원, 알앤디웍스)10주년을 맞아 ‘더데빌’은 ‘파우스트’라는 부제를 달고 프리퀄 ‘더데빌: 에덴’을 먼저 선보이며 세계관을 확장했다. 인간 내면의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결, 그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선택을 ‘더데빌: 파우스트’와 공유하는 ‘더데빌: 에덴’은 결국 욕망을 떨치지 못하는 에덴과 레브의 이야기다. ‘더데빌: 에덴’에서 X화이트로 분한 정동화와 백인태, X블랙 역의 김찬호, 김준영이 같은 역으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X블랙이었던 조형균과 X화이트 박규원이 역할을 바꿔 돌아온다. 더불어 2018년 X화이트와 X블랙을 모두 연기했던 임병근이 X블랙으로 다시 돌아오며 배해선이 같은 역으로 새로 합류했다. ‘더데빌: 에덴’에서 레브로 분한 이기현, 반정모, 김우성이 존파우스트로, 에덴 역의 여은, 이재림, 세르판 이효정이 그레첸으로 무대에 오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9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이야기하다!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인건 극장장(왼쪽부터), 박범훈 작곡가 겸 지휘자, 국수호 안무가(사진제공=국립극장)“국립극장이 남산 이전 후 창작 예술의 거점으로 탄생한 지 5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그간 쌓아온 우리 창작 역량을 모두 보여드릴 만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지난 3월 취임한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2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12월 29~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인건 극장장(사진제공=국립극장)1973년 남산 이주 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에서 세존은 국립창극단의 스타 소리꾼 김준수, 세종은 김수인, 소헌왕후는 이소연 등이 연기하며 국립극장 산하의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관현악단을 비롯한 객원 출연진, 랑코르 캄머 필하모닉, 메트·불음꽃·슈리말라·상월청년 합창단까지 313명이 무대에 오른다.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은 576년 전 세종대왕이 먼저 떠난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직접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박범훈 작곡가 겸 지휘자가 2년여에 걸쳐 작곡한 미발표곡이다.석가모니의 생애를 담은 원작에 녹아든 군주로서의 외로움, 아내에 대한 순정, 애민정신 등에 주목한 작품으로 박 극장장의 설명처럼 “국립극장과 모태부터 지금까지 함께 성장한” 박범훈 작곡가·지휘가, 손진책 연출, 국수호 안무가가 의기투합했다.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범훈 작곡가 겸 지휘자(사진제공=국립극장)박범훈 작곡가는 “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함께 연주한다”며 “독창곡, 중창곡들은 국립창극단원들이 담당하고 합창은 성악 전공한 분들이 벨칸토 창법으로 부르며 4성부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박범훈 작곡가·지휘가에 따르면 “벨칸토 창법과 판소리가 어우러지는 시도를 했고 국립무용단의 참여로 볼거리가 있는 칸타타”로 서곡으로 시작해 ‘흰 코끼리 타고 오신 세존’ ‘마야부인의 죽음’ ‘세존의 고뇌’ ‘고행의 길로 들다’ ‘세존으로 가는 길’ ‘고뇌의 마지막이 되리라’ ‘세존이 되다’ ‘법의 수레바퀴 굴리다’ ‘세존, 열반에 들다’로 구성된다.1973년 3월 1일 남산으로 이주한 국립극장 개관 당시 국립무용단의 남자무용수 1호였던 국수호는 안무가로 50주년 기념작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에 힘을 보탠다. 그는 “굉장히 뜻 깊다”며 “그 바쁜 세종대왕이 어떻게 작품을 남겼을까 관심을 두고 보다 보니 결국 사랑이었다”고 털어놓았다.“소헌왕후에게 보내는 사랑이기도 하지만 백성을 생각하는 인내천의 정신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세종대왕의 백성사랑이 이 시를 짓게 했고 ‘월인천강지곡’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이에 제 움직임도 사랑, 부딪힘 그리고 내유와 외유를 통한 화합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감기로 불참한 손진책 연출 역시 전언을 통해 “사랑에 초점을 두고 연출했다. 조선 최고의 커플인 세종과 소헌왕후, 훈민정음을 퍼뜨리려고 했던 애민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소리와 음악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인건 극장장(왼쪽부터), 박범훈 작곡가 겸 지휘자, 국수호 안무가(사진제공=국립극장)박범훈 작곡가는 “소헌왕후를 그렇게 사랑했으면서도 ‘월인천강지곡’에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없다”며 “냉정하신 분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에 이번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이 노래를 세종대왕이 직접 무대에서 씁니다. 세종과 소헌왕후가 안내를 하는 것처럼 나와 노래를 하면서 다음 노래를 할 사람을 불러내요. 손진책 연출의 아이디어로 다음 스토리를 노래하는 사람한테 넘겨주는 식으로 풀어냈죠.”‘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국수호 안무가(사진제공=국립극장)국수호 안무가는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며 “총결산의 의미도 있고 저희를 키워준 고향에 보답하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사실 3회 공연, 3번의 리허설, 3개월 간 각 파트별 연습 등을 한다면 30억원 정도의 예산이 추산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고향 같아서, 50주년에 뜻깊게 각인시키자는 결의를 가지고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8 20:12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가장 중요한 주제 다양성 “결국 사랑”, 뮤지컬 ‘시스터 액트’

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오늘날의 세상을 보면 다양성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시스터 액트’가 공연됐던 18년 동안 이렇게 다양한 캐스트들로 작품을 꾸린 건 처음이에요. 아시아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백인 등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그림을 전 세계에 선보이게 돼 굉장히 신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을 나누는 것이니까요.”부산 투어를 마치고 서울에 무대를 올린 뮤지컬 ‘시스터 액트’(2024년 2월 11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의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연출은 “다양성”과 “사랑”을 강조했다.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Nicole Vanessa Ortiz) 역시 “저희는 다양한 나라에서 왔다. 나라 뿐 아니라 문화, 음식 등 서로 많은 게 달랐다”며 “이렇게 다양한 환경 안에 있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이렇게 여러 나라의 배우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스토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저희가 서로 그렇게 다르지 않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음식을 먹고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다르지만 이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서는 결국 같다는 걸 느끼죠. 그리고 원장수녀님이 말씀하시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원장수녀 역의 메리 구찌(Mary Gutzi)도 “저는 예전에 미국 ‘시스터 액트’ 프로덕션에 출연한 적이 있다”며 “그간 공연된 ‘시스터 액트’ 중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함께 한 적은 처음이다. 그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을 보탰다.“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서로 친해지고 교감을 한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개,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만나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음식을 먹지만 서로 비슷한 점도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그리곤 “초반에는 한국인들을 대할 때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되는지 어떤 경계선들을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문화적인 그런 차이점들이 있는지를 조심하곤 했다”며 “하지만 벽을 허물고 그리고 서로에게 연약한 모습을 오픈하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일을 하지 않을 때도 동료로서, 친구로서 굉장히 친하게 지내요. 농담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이렇게 공동체를 이루고 자매의 정을 나누는 친구 같은 관계가 됐습니다.”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1992년 개봉했던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2006년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제작에 나섰고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앨런 멘컨(Alan Menken)과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Glenn Slater)가 넘버를 꾸리고 부부 작가 셰리·빌 스타인컬너(Cheri·Bill Steinkeller)가 대본을 집필해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초연됐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마피아 보스 커티스의 애인이자 클럽 헤븐의 가수 들로리스가 살인사건 목격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2006년 초연 후 2009년 웨스트엔드, 2011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오스트리아,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공연됐다.커티스의 추격을 피해 클라렌스라는 이름의 수녀로 위장해 수녀원에 숨어든 들로리스가 수녀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며 희망과 감동을 전하는 이번 ‘시스터 액트’는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아시아·중동지역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제작한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다.이 프로덕션은 그간 EMK와 ‘웃는 남자’ ‘팬텀’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을 함께 한 로버트 요한슨 연출과 제이미 맥다니엘(Jayme Mcdaniel) 안무가 그리고 ‘시스터액트’ 오리지널의 음악감독이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킹’ ‘노틀담의 곱추’ ‘그리스’ 등의 비에이 허프만(BA Huffman)이 의기투합했다.미국에서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Nicole Vanessa Ortiz), 원장수녀 역의 메리 구찌(Mary Gutzi) 그리고 2017년 한국 공연에서 동양인 최초로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로 무대에 올랐던 ‘프리다’ ‘마리 퀴리’ ‘모차르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하리’ 등의 김소향을 비롯한 7명의 한국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수녀님들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너무 귀엽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하는 신체적인 것들, 물리적인 것들을 보시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울 겁니다. 그리고 갱스터들도 굉장히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로 만들었어요. 섹시한 라틴계 갱스터가 한명 있고 마이클 잭슨이 되고 싶어 하는 갱스터도 있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사실은 정말 부드러운 갱스터도 있죠.”안무가 제이미 맥다니엘은 “영화가 80년대에 만들어지다 보니 모타운 음악이 사용됐다. 반면 뮤지컬은 알란 맥켄 작곡가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70년대로 배경을 바꾸면서 더 춤 출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에서는 수녀님들뿐 아니라 갱스터들도 춤을 춥니다. 그래서 수녀님들의 신체적 표현에 대해 고민했는데요. 특히 들로리스는 수녀님들에게 춤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됐죠. 잭슨 파이브의 ‘템프테이션’, 티나 터너 등 들로리스가 따라할 만한 유명 가수들을 찾아보며 안무했습니다.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가 아닌 우리 배우들에게 맞추는 등 유기적인 안무를 만들어서 좋았어요. 굉장히 금욕적인 수녀님들이 엉덩이를 빵실빵실 흔드는 모습을 많이 보러 와주세요.”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이번 ‘시스터 액트’가 한국에서의 첫 작업인 비에이 음악감독은 “서로 일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며 “무대 감독님, 뮤지션 혹은 배우들 모두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고 느꼈다”고 밝혔다.“제 목표 중 하나는 원작 음악의 중심을 그대로 가져가는 겁니다. 더불어 안무, 연출, 세트 등이 완전 새롭게 만들어지는 데 따른 음악적 변화가 있었고 배우들 맞춤형으로 키를 조정하고 파트 조율도 조금씩 하면서 새로운 버전을 만들었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엘런 멘켄의 원작 음악은 그대로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들로리스가 수녀원의 수녀님들에게 사랑을 전했듯 우리 작품을 통해 한국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관객분들께 기쁨과 사랑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시스터 액트’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전한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것은 자매 공동체인 수녀님들 간 관계의 보편성”이라고 짚었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이 공동체의 메시지를 오늘날 전 세계에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돕고 예의 있게 대하고 또 서로를 생각해 주고 깊은 사랑으로 대하는, 그런 면들이 오늘날 우리가 많이 놓치고 있는 것들 같거든요. 그렇게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이어 “코미디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제가 한국에서 한 작품들은 비극이 대부분이었다. 이 작품들은 비극이어서 우는 경우가 많았다면 ‘시스터 액트’는 감동으로 마음이 따뜻해져 눈물을 흘린다”고 덧붙였다.“커튼콜이 지난 후의 어떤 순간이 있는데 그때 모든 한국 관객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어떤 장면이고 순간인지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거든요. 이후 다른 나라에 투어를 가게 된다면 그 나라의 관객들에 맞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4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네 바우덕이의 조우,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암덕: 류(流)의 기원’

‘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보다는 가장 보여주고 싶은 본질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둔 현대화였습니다. 남사당 놀이라는 예술의 속성 중에서 이 프로덕션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예술의 본질에 대해 해석했는가를 현대화로 정의했죠.”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11월 26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이하 암덕)이 추구하는 현대화에 대해 민새롬 연출은 ‘본질’과 ‘해석’을 강조했다.‘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암덕’은 여성 최초 남사당패 꼭두쇠(우두머리) 바우덕이(본명 김암덕)의 삶과 예술혼을 모티프로 남사당놀이 주요 6종목(풍물, 버나, 살판, 어름, 줄타기, 덧보기, 덜미)을 현대적으로 무대화한 작품으로 어린 암덕(이유주), 줄타는 암덕(박지나), 춤추는 암덕(조하늘), 노래하는 암덕(서진실)이 ‘바위에서 피어난 꽃’ ‘대지의 춤’ ‘허공에 피는 꽃’ ‘먼 길’ ‘문명이 피는 꽃’ 5장에 걸쳐 등장한다.‘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나무 위의 군대’ ‘온 더 비트’ ‘아몬드’ 등의 민새롬을 연출을 비롯해 전라북도립국악원 이용탁 관현악단장, 서정순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이현 안무가 등이 의기투합했다.“현대화의 첫 번째는 서사구조입니다. 한 인물의 희로애락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연령대별로 자아를 나눠 각 암덕이 저마다 살아온 자기 자신을 조우한다는 서사구조가 현대적 접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 왔던 인생의 순간순간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무대 위에 모인다면 어떤 풍경이 될까를 고민했죠. 남사당 놀이 중 어디를 보여주고 생략할 것인가를 안무가, 의상 디자이너(여백선옥), 비주얼 디렉터·무대미술(김종석) 등과 얘기하면서 삶의 단편적인 초상들을 이미지로 도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민 연출은 “부모와의 이별, 독립 등 개인적인 삶과 예술가로서 연마하고 절정에 이른 예술가로서의 행보, 마지막에는 또 다시 그 다음 단계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비언어적인 요소들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부연했다.“개별 단계의 서사성이라기 보다 연속적인 흐름을 한번에 보여줬을 때 관객들이 ‘암덕: 류의 기원’이 특수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감각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에 서사성 보다는 어떠한 순간들의 감각을 건드리면서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이현 안무가는 “남사당 놀이의 땅재주는 아주 근본적인 요소”라며 “그 땅재주를 춤으로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장(문명에 피는 꽃) 땅을 밟고 튀어 오르는 장면은 땅재주를 모티프로 한다. 이 춤이 발전하고 변화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오랫동안 생각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은 꿈을 갖고 있다”며 해외 진출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부족한 것을 채우고 잘 다듬어 세계시장에 내놓고 싶습니다. 시각적인 작품이고 다양한 전통 요소를 녹여냈기 때문에 누구나 봐도 좋을, 세계진출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지역에서 공연해 전국민이 ‘암덕’에 합류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2025년은 국립정동극장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잘 발전시켜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 먼 ‘바위섬’에서 위안을!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기장 비벌리를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차지연(왼족)과 신영숙(사진제공=쇼노트)총 인구수가 채 1만명도 안되는, 주민 1000명당 시장이 존재하는 북미 북동쪽 끝 뉴펀들랜드(Newfoundland)의 갠더(Gander)에 38대의 비행기가 몰려든다. 보통 날은 대여섯 편의 항공기가 도착하는, 폐쇄를 논할 정도의 공항은 갑자기 날아든 비행기들이 ‘정어리처럼’ 늘어서는 통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마을 뿐 아니라 비행기 내부의 승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저마다의 출발지를 떠나 각양각색의 이유로 목적지로 가던 비행기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곳, ‘바위섬’(The Rock) 갠더에 불시착했다. 그 이유를 말해주는 이는 없고 길게는 28시간을 폐쇄된 비행기 속에 고립됐던 7000여명의 사람들이 갠더의 주민들을 만나 함께 보낸 5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11월 28~2024년 2월 18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가 한국 초연된다.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로맨스 그레이를 담당할 닉 역의 남경주와 이정열(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이앤 최정원과 최현주(사진제공=쇼노트)‘컴 프롬 어웨이’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캐나다 갠더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뮤지컬이다. 2011년 9.11 10주년을 맞아 아이린 산코프(Irene Sankoff)와 데이비드 헤인(David Hein)이 갠더 현지인과 그곳에 불시착했던 승객들을 인터뷰해 대본을 쓰고 작사·작곡해 넘버를 꾸렸다. 2012년 워크숍을 거쳐 2015년 초연된 후 시애틀, 워싱턴 DC, 토론토 등에서 공연되다 201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북미 동북쪽 끝의 섬에는 순식간의 세상 모든 문화, 종교, 언어, 사연 등이 모여들어 북적거린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이자 편견 속에서도 미국 최초의 여성 기장이 된 비벌리 베스(신영숙·차지연, 이하 가다나 순), 테러 이후 실종된 소방관 아들의 소식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한나(김아영·이현진), 출장이 너무 많아 결혼도 할 수 없었던 워커홀릭 닉(남경주·이정열)과 테러 당시 비행기를 타고 있던 아들 걱정에 애 태우는 다이앤(최정원·최현주), LA에서 이름이 같은 동성연인과 휴가를 가던 중이던 두 케빈(주민진·지현준과 김찬종·현석준), 모든 것을 경계하며 긴장하며 살았던 밥(김승용·신창주), 중동 출신의 최고급 호텔 셰프 알리(김찬종·현석준) 등.영문도 모른 채 갠더에 떨어진 이들은 그곳의 시장 클로드(고창석·서현철),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장으로 이방인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뷸라(장예원·정영주), 갠더 학교의 교사 아네트(신영숙·차지연), 마침 시위 중이던 버스 운전자 노조위원장 가르스(주민진·지현준), 비행기 수하물 칸의 동물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갠더 동물학대방지협회장 보니(김지혜·정영아), 그의 남편이자 항공관제사 더그(남경주·이정열), 갠더 경찰서의 경찰 오즈(심재현·이정수) 그리고 지역방송국의 신입 리포터 재니스(나하나·홍서영) 등을 만난다. 순식간에 전세계의 모든 언어, 문화, 사연, 종교 등이 모여들어 누구든 출입가능한 하키장 냉장고가 생긴 갠더에서는 삶 중 가장 끔찍했던 순간들을 희망과 연대의 시간으로 바꾼 이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평생을 함께 할 노년의 사랑이 싹 트는가 하면 5년을 함께 했지만 결국 이별을 택하는 연인도 있다. 아들이 소방관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안정시키며 연대하는 두 엄마가 있고 그 난리통 속에서 잊혀질 뻔한 동물들을 돌보는 여자와 그를 돕는 남편이 있다.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한 갠더의 시장 클로드 역의 고창석(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서현철, 실종된 소방관 아들을 걱정하는 한나 김아영과 이현진,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장 뷸라 역의 정영주와 장예원(사진제공=쇼노트)경계와 두려움으로 시작해 갠더 특유의 환영인사인 럼주 스크리치(Screech) 원샷, 대구와의 뽀뽀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유쾌하고 따스하게 펼쳐진다. 한때 대륙들이 충동했던 갠더에서 서로 부딪히고 이해하고 보듬는 이들의 연대기에는 편견의 시선을 견뎌야한다는 두려움을 지녔던 여성 기장, 게이 커플, 테러 후 경계대상이 돼 모든 승객들 앞에서 알몸 수색을 당해야 했던 이슬람 사람 등도 있다. 남경주, 이정열, 서현철, 고창석, 최정원, 최현주, 정영주, 차지연, 신영숙, 주민진, 지현준, 나하나, 홍서영, 김찬종, 현석준 등 1세대 베테랑 배우부터 최근 급부상 중인 신진 배우들까지 한국 뮤지컬 역사를 한데 모아둔 듯한 출연진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다양한 캐릭터들 쉴 새 없이 오간다.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의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각 배우가 가진 특색이 이번 캐릭터에도 잘 묻어난다”며 “같은 역을 맡은 신영숙·차지연 배우의 경우 비행기 기장 비벌리 뿐 아니라 그와는 상반되는 갠더의 선생님 아네트 등을 겸하고 있어 그간의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같은 이름의 동성연인과 휴가를 떠나온 케빈T 역의 지현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케빈J 현석준, 갠더 지역방송국의 신임리포터 나하나와 홍서영, 케빈J 역의 김찬종과 케빈T 주민진(사진제공=쇼노트)다양한 사람들, 문화, 종교 등을 존중하며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아름다운 켈틱 음악,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함께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 사라진 것과 얻은 것들에 대한 숙고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갠더를, 9.11의 참극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이들의 힘을 전한다. ‘쇼맨’ ‘레드북’ ‘하데스타운’ 등의 박소영 연출, ‘이프덴’ ‘베르테르’ ‘명동로망스’ 등의 구소영 음악감독이 함께 하는 한국 프로덕션은 논레플리카로 원작과는 달리 1, 2막으로 나뉘는가 하면 무대 위 턴테이블, 의자 몇개를 활용하던 오리지널과는 “무대부터 다르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켈틱 음악으로 유명한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곡으로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케이트 윈슬렛(Kate Elizabeth Winslet)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Titanic) OST ‘마이 허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의 아주 짧지만 유쾌한 두번의 등장은 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2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바람’의 ‘잔혹한 힘’으로 뛰고 즐기고 춤추고!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의 세바스찬 구티에즈 무대감독(왼쪽부터),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 멜리나 소아네(사진=허미선 기자)“한국 관객들은 허물없이 다가와주고 기쁨을 많이 표현해줘요. 무대 앞까지 오셔서 같이 춤추고 같이 기쁘게 활기찬 에너지를 표출해주시죠.”10년 전부터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2023 Fuerza Bruta Wayra in Seoul, 2024년 2월 15일까지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을 함께 해온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Bruno Lopez Aragon)과 멜리나 소아네(Melina Seoane)는 17일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서 한목소리로 한국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장면(사진제공=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푸에르자 부르타’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 ‘웨이라’는 중남미 원주민의 말로 ‘신의 바람’을 의미한다.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이 나간다, 바람이 노래를 부른다” 외치며 시작하는 ‘푸에르자 부르타’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부지에 FB씨어터를 꾸리고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푸에르자 부르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 개·폐막식, ‘델라구아다’(Del La Guarda) 등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 디키 제임스(Diqui James)와 작곡가·음악감독 게비 커펠(Gaby Kerpel)이 의기투합해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첫 선을 보인 광란의 퍼포먼스다. 초연 후 36개국, 63개 도시에서 6300여회 공연되며 650만 관객을 만난 쇼로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시달리고 있을 스트레스를 모티프로 관객과 호흡하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다.‘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장면(사진제공=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지난해 첫 선을 보인 크레인 신 ‘라 그루아’(La Grua)를 비롯해 관객들과 함께 춤추는 무르가(Murga), 러닝머신을 내달리며 장애물을 넘는 ‘꼬레도르’(Corredor), 넘실거리는 은빛 벽을 나를 듯 뛰어다니는 ‘꼬레도라스’(Corredoras) 등 10개 장면에 일상 속 희로애락, 절망 끝에서 만나는 환희의 순간 등을 표현하는 ‘아트 퍼포먼스’다.어셔는 2012년 앨범 ‘루킹 포 마이셀프’(Looking 4 Myself) 발매와 더불어 ‘푸에르자 부르타’ 무대에 직접 올라 ‘스크림’(Scream) 뮤직비디오에 활용했고 배우 애쉬튼 커처는 한 라이브 방송에서 “미쳤다”(It’s Bananas)고 외칠 정도로 열광한 바 있다.어셔와 애쉬튼 커처를 비롯해 비욘세, 카니에 웨스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돈나, 주드 로, 저스틴 비버, 제이지, 제시카 알바, H.O.T. 출신의 장우혁, 최여진, 슈퍼주니어 은혁, 발레리나 윤혜진 등 전세계 스타들이 열광하는가 하면 직접 참여하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의 세바스찬 구티에즈 무대감독(왼쪽부터),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 멜리나 소아네(사진=허미선 기자)올해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에는 보이그룹 몬스타엑스(셔누·민혁·기현·형원·주현·아이엠)의 셔누와 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시즌 2 우승팀 베베(BEBE, 바다·러셔·태터·키마·민아·채채·소원)의 리더 바다(본명 이바다)가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쇼 관람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 세바스찬 구티에즈(Sebastian Gutierrez) 무대감독은 “준비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준비는 필요 없어요. 본인이 원하는대로,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할 수 있게 그냥 공연을 보러 오시면 됩니다. 공연을 진행하면서 분명히 다 같이 함께 즐기게 될 거거든요. 더불어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죠. 그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저희 공연을 보러 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9 12:23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벤허’ 메셀라 박민성 “엉덩이에 쥐 난 초연의 첫공처럼, 매회 내일이 없는 것처럼!”

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지금까지의 공연들이 다 그랬지만 한회 한회 좀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에요. 지금이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고 초연부터 해오다 보니 애착도 남다른 작품이죠. 아픈 손가락이랄까요. 그래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임해왔던 것 같아요.”2017년 초연부터 세 시즌 동안 빠짐없이 뮤지컬 ‘벤허’(Ben-Hur, 1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의 메셀라(박민성·서경수·이지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올랐던 박민성은 이렇게 밝혔다.“초연 때 (초연부터 벤허를 연기한 박)은태 형이랑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서 엄청 힘들었어요. 검술신을 좀더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서 연습 시간 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준비하곤 했죠. 세 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대사들이 좀 수정되고 속도감을 높이면서 나름 힘들게 준비했어요.”◇인정욕구에 사로잡힌 메셀라, 친구 벤허와의 엇갈림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EMK뮤지컬)“인간이라면 누구나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굳이 최고 권력자가 아니어도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고…이번 메셀라에서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뮤지컬 ‘벤허’는 루이스 월리스(Lewis Wallace)가 1880년에 발표한 소설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Ben-Hur: A Tale of the Christ)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찰톤 헤스톤(Charlton Heston)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작품으로 예루살렘의 명문가 자제이자 대부호 유다 벤허(박은태·규현·신성록)의 삶을 다룬 대서시다. 메셀라는 그런 벤허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로마인 친구이자 고난과 역경의 원인제공자로 벤허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다. “거둬준 가문에 대한 배신이라기보다는 로마 장교로서 인정받고 성공한 삶을 친구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어쨌든 로마는 지배민족이잖아요. 그런데도 가정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대인 집안의 도움을 받았죠. 로마인으로서는 자존심이 엄청 상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어 박민성은 “가사에는 빵 반쪽 얘기가 나오지만 똑같은 걸 해줘도 서운함 등이 계속 쌓이지 않았나 싶다”며 “거둬준 데 대한 감사함도 있지만 ‘우리 민족이 더 우월한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어야 되지’라는, 그 내면의 억울함이 컸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그래서 자라는 내내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일부러 벤허에게 누명을 씌우고 집안을 몰락시키려고 했다기 보다는 벤허의 여동생이 옥상에 올라가 실수를 했기 때문에 시작된 거죠. 원래부터 그럴 마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로 인해 제가 수행해야하는 직속 상관이 머리를 다쳤으니 어쩌겠어요.”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더불어 “어디에서도 표현되지 않고 접점도 없지만 어려서부터 메셀라가 에스더(윤공주·이지혜·최지혜)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에스더가 벤허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그래서 서운함, 억울함 등과 함께 쌓이고 쌓여 ‘배신’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말을 보탰다.“나는 죄가 없다,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생각해요. 벤허의 엄마와 여동생도 그 자리에서 죽인 게 아니라 감옥에 가뒀지만 살려주죠. 그들이 한센병이 걸렸을 때도 사실은 죽여야 하지만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려주잖아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죽는다는 마음으로 부르는 ‘나 메셀라’“은태 형과는 초연부터 함께 하다보니 검술 신도 그렇고 호흡이 최적화돼 있는 것 같아요. 규현이는 동생이다 보니 저도 톤이 좀 바뀌는 것 같고 (신)성록이랑은 실제로도 동갑이어서 진짜 친구같아요.”수정 과정에서 벤허를 위기에 빠뜨리고 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메셀라의 서사와 감정 등이 축약되면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수없이 고민했다는 박민성은 “벤허와의 관계성이 덜 보이다 보니 에너지를 좀 더 극대화해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고 털어놓았다.“그러다 보니 메셀라 넘버인 ‘나 메셀라’의 마지막을 사점(死點)을 넘겨서까지 한 호흡으로 길게 부르게 되더라고요. ‘나 메셀라’에 사점이 두 번 정도 있어요. 재연 때까지도 (왕용범) 연출님께서 음이탈을 걱정하시면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셔서 커튼콜에서만 했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이거 실패 하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본극에서도 그렇게 부르고 있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이어 박민성은 “저는 (벤허와 전차 경주 후 자살 직전 부르는) ‘나 메셀라’ 리프라이즈가 그렇게 슬프다”며 “진짜 화려하고 찬란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망토를 찾는다”고 덧붙였다.“그 망토는 저(메셀라)에게 상징 같은 거예요. 집정관으로서 임명돼 그 망토가 어깨에 얹혀졌을 때는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진정한 로마의 영웅으로서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라졌으니 더는 살 이유가 없다고 (극단적 선택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 거죠. 지금을 살다 보니 굳이 자살까지 해야 했나, 뭘 그렇게 아등바등 이기려고 하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있어요. 메셀라에게는 그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자기 자신 말고는 지킬 게 없으니까요.”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EMK뮤지컬)그리곤 “메셀라가 빌라도(김대종)가 아니라 퀸터스(이정열·홍경수) 장군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며 “그랬다면 지금의 ‘벤허’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렸을지도 모른다”고 말을 보탰다.“연출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뮤지컬 ‘메셀라’를 한번 해볼까 봐. 주인공이 굳이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잖아‘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정성 있게 보였고 멋있는 악역을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최고의 찬사죠. 사실.”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무대를 나의 삶처럼 ‘나 박민성’“제가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도전을 할지, 지금까지의 행보를 이어갈지를 고민해야하는 때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금의 활동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싶고…전체적으로 갈 길에 대한 방향을 고민 중이죠.”차기작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12월 5~2024년 2월 25일 대학로 TOM 1관)로 메셀라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일 준비에 한창인 박민성은 “도전과 안전한 길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사실 제가 다시 메셀라를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재연 때까지만 해도 메셀라가 내 거라는 생각을 별로 안했어요. 연출님이 하시는 작품이니 하겠지 했다가 삼연에서는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생각 끝에 하게 되니 감사한 마음이 너무 커요.”박민성은 “다음 시즌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매회 ‘나의 삶’이라는 생각으로 해냈다”며 “그냥 공연하고 무대를 내려온다가 아니라 메셀라의 삶을 살다가 죽어서 내려온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털어놓았다.“초연 첫 공연에서 너무 힘을 주다 보니 오른쪽 엉덩이에 쥐가 났어요. 이번 3연의 첫 공연에서도 그랬죠. 어떻게든 메셀라의 심정을 전하고 싶어서 에너지를 너무 끌어올렸나봐요. ‘벤허’ 뿐 아니라 어떤 공연이든 제가 생각하는대로 잘 나오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제 스스로에게 많이 박한 편이고 자책도 많이 하고 ‘더 해야지!’라고 다그치는 편인데 이번 ‘벤허’는 정말 거의 없는, ‘너 정말 잘했어’라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순간들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8 13:18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3년간의 인터미션 끝 ‘엔젤’ 세대교체까지! 9번째 ‘렌트’ “1년 52만 5600분 중 오직 오늘 뿐!:”

뮤지컬 ‘렌트’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지난 시즌을 코로나 때문에 확실히 마무리 못했는데 그래서 더 ‘렌트’다웠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3년 만에 다시 찾아오니 마치 긴 인터미션을 지난 것 같습니다. 극장도, 배우들도 달라졌지만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온 것처럼,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아 기쁩니다.”지난 시즌에도 마크로 출연했던 정원영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트리움에서 열린 뮤지컬 ‘렌트’(2024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트리움) 프레스콜에서 다시 돌아온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9번째 시즌 ‘렌트’로 엔젤의 마지막을 알린 김호영(연합)뮤지컬 ‘렌트’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을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에 빗대 현대화한 작품이다. 정확히 서술하자면 작사·작곡가이자 극작가이며 배우기도 했던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의 자전적 이야기를 ‘라 보엠’을 빌어 구현한 뮤지컬이다. 로저(장지후·백형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마크(배두훈·정원영), 미미(김환희·이지연), 엔젤(김호영·조권), 콜린(임정모·윤형렬), 모린(전나영·김수연), 조앤(정다희·배수정), 베니(구준모) 등 조나단 라슨과 그의 친구들을 모티프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다.그 시절 일상처럼 존재했지만 터부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홈리스 부랑자들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록, 알앤비(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장르들이 어우러지는 뮤지컬 ‘렌트’는 정원영의 표현처럼 “긴 인터미션을 지나” 9번째 시즌으로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더불어 이번 시즌이 특별한 건 2002년 ‘렌트’ 엔젤 역으로 데뷔한 김호영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김호영은 “저희끼리 농담처럼 세계 최장수, 최고령 엔젤 같다고 얘기하면서 프라이드를 가져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그래선지 이번 시즌은 데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엔젤로서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더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조권씨처럼 엔젤 역에 찰떡인 후배들이 나오기도 해서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선배의 미덕이라는 생각으로 즐기면서 인수인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작품의 테마가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이잖아요. 마지막 엔젤인 만큼 모든 순간을 ‘오직 오늘 뿐’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98%만 줄 겁니다. 나머지 2%는 직접 찾으세요!”김호영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있다는 엔젤 역의 조권(연합)김호영을 “대비마마”라 칭한 조권은 “최장수 엔젤이신 김호영 선배님께 배우는 하루하루가 영광스러운 시간들이고 굉장히 의미가 깊다”며 “호영이 형의 보살핌 아래 엔젤의 노하우들을 잘 전수받아서 그 에너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부담 보다는 굉장히 흥분되고 기대가 됐던 작품이었어요. 평소에 저의 페르소나는 하이힐이라고 말씀드리는데요. 하이힐을 신으면 슈퍼히어로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그렇다면 엔젤의 페르소나는 무얼까 정말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가 가지고 있는 온전한 사랑인 것 같아요. 과연 조건없이 사랑을 다 퍼줄 수 있을까 싶은데 무대에서 엔젤로 살 때는 그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요.”이어 조권은 “얼마 전 반신욕을 하다가 호영이 형이 SNS에 올린 ‘나는 최종 리허설을 하는 권이의 모습을 모니터하면서 생각했다. 참으로 특별한 아이라고’라는 글을 보고 펑펑 울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뮤지컬 ‘렌트’ 중 ‘Seasons of Love’(사진제공=신시컴퍼니)김호영은 ‘렌트’가 2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작품의 소재와 배경이 우리와 거리가 멀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인생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대표곡인 (2막 오프닝 넘버로 1년 52만 5600분의 순간 속에서 사랑을 기억하라는)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 등을 부를 때 관객들은 각자 추억을 소환해 울고 웃을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6 17: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It’s Banana!”를 외치게 할 마지막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이번엔 MZ들의 핫플레이스 성수동이다. 2013년에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18년, 2019년, 2022년까지 잠실종합운동장에 판을 벌였던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Fuerza Bruta Wayra in Seoul, 11월 17~2024년 2월 15일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아 성수동에 전용 극장을 차렸다.기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전용극장을 새로 꾸려야하는 공연이다 보니 우여곡절도 적지 않다. 지난해는 고속터미널에 FB씨어터를 지으려 했지만 지역자치단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개막을 늦추고 다시 잠실종합운동장에 터를 잡아야 했다.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2022년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쇼비얀 엔터테인먼트 제공)올해 역시 애초 10월 24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전용극장 문제로 3주 남짓 늦춰 관객들을 만난다.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을 지닌 ‘푸에르자 부르타’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모티프로 관객과 호흡하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다. 러닝머신을 내달리며 장애물을 넘는 ‘꼬레도르’(Corredor)와 넘실거리는 은빛 벽을 나를 듯 뛰어다니는 ‘꼬레도라스’(Corredoras), 등을 통해 일상 속 희로애락, 절망 끝에서 만나는 환희의 순간 등을 표현하며 현대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아트 퍼포먼스다.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 개·폐막식, ‘델라구아다’(Del La Guarda) 등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 디키 제임스(Diqui James)와 작곡가·음악감독 게비 커펠(Gaby Kerpel)이 의기투합해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첫 선을 보인 그야말로 ‘광란의 퍼포먼스’다.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초연 된 후 36개국, 63개 도시 관객들을 만난 작품으로 뉴욕 오프브로드웨이(1950년대의 실험적인 연극을 지향하는 소극장운동이자 뉴욕 브로드웨이를 벗어난 지역 소재의 소극장)에서는 9년 동안 오픈런(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으로 공연되며 100만명 이상을 열광시켰다. 아프리카 토속 음악에 테크노, 덥스텝(Dubstep) 등 EDM의 다양한 장르를 버무린 음악, 경계를 허문 무대와 객석, 벽, 천장 등 공간의 360도를 활용하며 깜짝 등장하는 배우들, 하늘에서 쏟아질 듯 일렁이는 수조, 관객들을 가로지르는 러닝머신, 허공을 울리는 총성 등.'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감탄을 자아내는 ‘푸에르자 부르타’는 비욘세, 카니에 웨스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돈나, 주드 로, 어셔, 저스틴 비버, 애쉬튼 커처, 제이지, 제시카 알바, H.O.T. 출신의 장우혁, 최여진, 슈퍼주니어 은혁, 발레리나 윤혜진 등 전세계 스타들이 열광하는가 하면 직접 참여하기도 해 눈길을 끄는 쇼다. 어셔는 2012년 앨범 ‘루킹 포 마이셀프’(Looking 4 Myself) 발매와 더불어 ‘푸에르자 부르타’ 무대에 직접 올랐고 배우 애쉬튼 커처는 한 라이브 방송에서 “미쳤다”(It’s Bananas)고 외칠 정도로 열광한 바 있다.고되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의식 중에 혹은 무의식 속에서 누구에게나, 언제나 조우했을 쾌감의 순간을 구현하는 ‘푸에르자 부르타’는 관계자의 표현처럼 “핵심은 아드레날린과 센세이션”이다.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2022년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쇼비얀 엔터테인먼트 제공)장우혁, 최여진, 은혁, 윤혜진을 이어 1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의 ‘마지막’을 알린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에 참여할 스페셜 게스트는 몬스타엑스의 셔누와 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시즌 2(이하 스우파 2) 우승팀 베베(BEBE)의 리더 바다(본명 이바다)다. 바다는 에스파의 ‘ㄷ(디귿)’을 비롯한 엑소 카이, BTS 뷔, NCT, 화사 등 유명 아이돌의 트렌디한 안무가로 ‘스우파 2’ 우승 전부터 ‘푸에르자 브루타 웨이라 인 서울’ 출연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다. 바다는 계급미션에서 선보인 ‘스모크’(Smoke) 안무가 BTS 뷔와 정국, NCT 태용, 세븐틴 호시와 도겸, 더보이즈 큐, 아이키, 아이브 안유진, 우주소녀 여름 등이 동참한 댄스 챌린지로 확산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5 18: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