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B그라운드] ‘경계없는 질문’을 던질 제23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5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시어터카페에서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문영호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연극연습3. 극작 연습-물고기로 죽기’ 고주영 프로듀서, 개막작 ‘익스트림 바디’의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 프랑스 사요 국립무용극장 예술감독, 최석규 예술감독, ‘지상의 여자들’ 전인철 연출(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제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스파프)가 한국에서 어떻게 비춰지는지까지는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스파프가 표준이 되는 예술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많은 해외 파트너들과 작업하면서 느낀 것은 이 스파스가 미래에 대한 좋은 비전들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기회들이 새롭게 창조되고 있다는 사실이죠.”5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시어터카페에서 열린 제23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 6~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정동극장_세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여행자극장 등지, SPAF 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스파프) 기자간담회에서 개막작 ‘익스트림 바디’(Corp Extremes)의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Rachid Ouramdane) 프랑스 사요 국립무용극장 예술감독은 이렇게 밝혔다.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개막작 ‘익스트림 바디’의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 프랑스 사요 국립무용극장 예술감독(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그가 선보일 ‘익스트림 바디’는 서커스, 클라이밍 등 스포츠적인 요소들을 활용한 작품이다. 라시드 우람단 안무가에 따르면 ‘익스트림 바디’는 무용극이지만 “무용수는 한명도 없다.”“모두 곡예사, 운동선수들로 이뤄져 있죠. 그들은 매우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들입니다. 무대에서 몸의 대화를 하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자연적인 요소, 바람이나 공기 등이 되기도 하고 그런 것들과 소통하면서 작품을 꾸리죠. 그들은 저에게 말하곤 합니다. 우리는 수학, 문학 등을 배우지만 사회가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물 등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를 알려줬다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좀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거라고요.”라시드 우람단 안무가는 “제가 살고 있는 파리와 알프스 산맥 중간지점에서는 스카이 점프, 공중 줄타기, 암벽등반 등 위험천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컴퍼니XY의 곡예사, 안무가분들과의 만남도 이어왔다”며 “그들은 삶에 대한 엄청난 철학을 가지고 있고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자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할 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허약함과 나약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적절히 통제하는 사람들이죠. 그들의 그런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시드 우람단이 이끄는 사요 국립무용극장의 ‘익스트림 바디’를 시작으로 스파프는 ‘경계없는 질문들’을 주제로 19개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스파프는 공연 예술의 지형과 어떤 시대적 가치를 담아내는 축제가 되고자 하고 노력하고 있다” 전한 최석규 예술감독은 “늘 커다란 발견과 새로운 변화는 예술가들의 질문과 사유, 탐구에서 시작된다. 이에 이번 스파프는 ‘경계없는 질문’이라는 주제로 크게 세개의 분류로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의 연극연습 프로젝트 중 ‘연극연습3. 극작 연습-물고기로 죽기’, 전인철 연출이 이끄는 극단 돌파구의 ‘지상의 여자들’. 구자하의 ‘하마티아 3부작: 롤링 앤 롤링,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말레시아 파이브 아트센터의 ‘노셔널 히스토리’, 안은미 컴퍼니의 ‘웰컴투유어코리아’(Welcome to Your Korea) 등은 동시대의 사회, 정치, 역사, 다양성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문영호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왼쪽)와 최석규 예술감독(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더불어 프랑크 비그루의 ‘플레시’, 데드센터 ‘베케트의 방’, 거인아트랩‘인.투’(In.To), 김지연과 전윤환 연출의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 등이 성별, 국가, 장르, 디지털과 아날로그, 과거와 현재 등 경계를 넘나들며 질문을 던진다.스파프를 주최하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문영호 대표는 “적극적인 마니아 관객 발굴 그리고 15일 개관하는 아트코리아랩을 통한 아트와 테크 융합 지원”을 강조했다. 이어 “적극적인 마니아 관객 발굴을 위해홍보 마케팅 인력 전담배치, 뉴스레터, 관객대상 설문조사 등 데이터마케팅을 진행하고 외국인과 장애인 관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지난 2년여의 걸친 준비 끝에 개관한 아트코리아랩과 스파프를 연계해 공연, 작품, 심포지엄,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별도로 5억원의 예산이 추가되기도 합니다.”이 아트랩과 스파프의 연계에 대해 최석규 감독은 “3개 트랙으로 연계를 준비 중”이라며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공연 개발·창작, 사운드에 대한 포커스 및 창작 프로토타입 개발 지원, 플랫폼 구축이다. 특히 사운드 관련해서는 대만, 독일, 홍콩, 호주 등의 사운드 아티스트와 사운드를 개발하고 아시아 네트워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지상의 여자들’ 전인철 연출(왼쪽)과 ‘연극연습3. 극작 연습-물고기로 죽기’ 고주영 프로듀서(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더불어 협력예술가 제도를 도입한다. 제1기 협력예술가로 선정된 구자하·권병준 작가, 김풍년·이진엽·전인철 연출, 허성임 안무가 등 6명과 협력하며 새로운 작품 발표, 아시아·유럽 극장과의 축제네트워크를 통한 기획제작 및 유통을 지원한다. 최석규 감독은 “협력 아티스트 제도로 스파프의 큐레이털 방향을 조망하고 아시아·유럽 예술축제 네트워크협회를 통해 해외와 연계할 수 있는 중장기 플랜들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예술가의 작품만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질문들이 꾸준히 소개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문 대표는 “예술가가 소모되지 않는 과정을 고민했고 예술가의 작품과 그의 작품세계, 그의 생각들이 지속적으로 소개되기를 기대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세계, 고민과 질문 등이 관객들과 좀더 밀도 있게 많이 만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여러 가지 채널과 협력 시스템을 통해 예술가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연계되면 좋겠습니다. 그게 저희 스파프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05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투우사의 춤부터 결혼식 그랑 파드되까지! 스페인 정취 물씬 풍기는 러시아 정통발레 ‘돈키호테’

2021 ‘돈키호테’ 중 1막 2장 ‘세기디야’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화려하고 신명나는 스페인의 다양한 민속춤과 정교하고 극적인 마린스키 정통 발레가 만난 ‘돈키호테’(Don Quixote, 10월 6~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무대에 오른다.1605년 발표된 미겔 드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루드비히 밍쿠스(Ludwig Minkus)가 음악을,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가 안무를 담당한 작품으로 1869년 볼쇼이발레단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이번에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선보이는 ‘돈키호테’는 1960년대 프리파의 원작 안무를 바탕으로 한 알렉산드르 고르스키(Alexander Gorsky) 개정판으로 마린스키 발레 정통을 고스란히 구현한 3막짜리 작품이다.2021 ‘돈키호테’ 2막 2장위 둘시네아 홍향기(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기사도에 심취해 망상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기사 돈 키호테 데 라 만차라고 생각하는 귀족 알론소 키하노와 애마 로시난테, 순진한 시종 산초판자의 모험담을 담은 원작소설과는 달리 발레 ‘돈키호테’는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 선술집 주인 로렌조의 딸 키트리의 사랑과 모험을 중심으로 한다. 부자 귀족 가마슈와 결혼시키려는 아버지 로렌조의 눈을 피해 사랑의 도피행을 감행하는 키트리와 바질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리는 결말까지 유쾌한 모험담과 화려한 스페인 민속춤들의 향연이 펼쳐진다.2021 ‘돈키호테’ 중 1막2장 ‘토레아도르’(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여자들은 부채를, 남자들은 탬버린을 들고 빠른 템포로 리듬을 타는 스페인 서민들의 춤 ‘세기디야’, 붉은 망토를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휘날리는 ‘토레아도르의 춤’(투우사의 춤), 자유롭고 현란한 팔동작들과 힘이 넘치는 점프로 격정적인 ‘집시들의 춤’, 결혼을 축하하는 쾌활한 ‘판당고’ 등 격정적이고 속도감 넘피는 스페인 민속춤들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더불어 클래식 발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돈키호테의 꿈속에서 펼쳐지는 ‘숲의 여왕’ 및 ‘둘시네아’ ‘큐피트’ 솔로, 파스텔톤 튀튀를 입은 숲속 요정들의 섬세하고도 정교한 군무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혼식 그랑파드되(Grand Pas de Deux)까지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2009년 ‘돈키호테’중 3막 2장 ‘결혼식’ 그랑파드되의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이 클래식 발레의 진수는 뛰어난 기술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무용수들이 책임진다. 지난 6월 ‘발레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우수 여성 무용수’(Female Dancer)로 선정된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그의 남편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10월 6·8일, 이하 공연일 순), 손유희·이현준(7일),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동탁(7일), 홍향기·강민우(8일)가 키트리와 바질로 분한다.2021‘돈키호테’ 3막 2장 중 ‘판당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용감한 기사의 무용담을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스스로를 기사라고 믿으며 환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구하러 떠나는, 키트리를 둘시네아로 착각해 유쾌한 해프닝을 벌이는 돈키호테는 전 유니버설발레단원인 곽태경 객원무용수, 키트리의 아빠 로렌조는 등장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관록의 김현우 발레리노가 맛깔나게 선보인다. 키트리와 바질의 로맨스가 중심축인 연극적인 서사, 엉뚱한 돈키호테와 시종 산초판자, 사랑의 방해꾼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로렌조와 가마슈 등 다양한 캐릭터들, 활기 넘치는 스페인 민속춤과 정통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돈키호테’에 대해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발레 입문작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04 18:00 허미선 기자

[‘다’리뷰]‘약간의 똘끼’부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혹은 보고 싶었던 무대까지 ‘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

‘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 공연사진(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뮤지컬 ‘마틸다’의 ‘어른이 되면’(When I Grow Up)으로 ‘약간의 똘끼’(?)를 예고하면서 시작한 ‘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고, 어쩌면 보기를 바랐던 무대들의 연속이었다.콘서트에서는 뮤지컬 ‘데스노트’ ‘지킬앤하이드’, 디즈니 음악, ‘엘리자벳’ ‘물랑루즈’ 등 작품 섹션과 각 배우들을 대표하는 ‘드라큘라’ ‘위키드’ ‘이프덴’ ‘아이다’ ‘오페라의 유령’ ‘모차르트!’ ‘킹키부츠’ ‘시라노’ 등 자유곡으로 구성해 34곡을 선보였다.‘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 중 김준수(왼쪽)와 정선아(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김준수·정선아·김소현·손준호·서경수·진태화·양서윤, 7명의 소속배우들은 솔로와 듀오, 트리오, 4중창, 5인의 무대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하는, 김준수의 표현처럼 “떼창 아닌 합창”으로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다. 김준수의 목소리로 듣는 ‘지킬앤하이드’의 여자캐릭터 루시 넘버 ‘A New Life’와 정선아가 부르는 ‘데스노트’의 천재소년 라이토 넘버 ‘데스노트’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희귀한 무대였다.‘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 중 서경수(왼쪽부터), 양서윤, 진태화(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김준수가 지킬, 서경수가 하이드로 분해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을 표현한 ‘지킬앤하이드’의 유명 넘버 ‘The Confrontation’ 그리고 2021년 ‘위키드’에서 피에로와 착한 남쪽마녀 글린다로 호흡을 맞췄던 서경수와 정선아가 들려주는 ‘As long as You’re Mine’은 특별했다. 특히 ‘As long as You’re Mine’은 피에로와 초록마녀 엘파바의 러브송으로 2013년 초연부터 글린다로 무대에 올랐던 정선아가 “나 이 노래 처음 불러봐!”라고 외친 곡이기도 하다.‘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 중 손준호(왼쪽)와 김소연(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진지한 열창 사이 사이 선사한 일곱 배우들의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중 ‘Mambo’와 여장한 김준수·손준호·서경수·진태화의 ‘물랑루즈’ ‘Lady Marmalade’는 저마다가 너무 진지해서 웃음을 자아낸 무대이기도 했다. 손준호가 부르는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양서윤의 ‘데스노트’ 중 라이토의 여동생 야가미 사유 넘버인 ‘나의 히어로’, 진태화의 ‘헤드윅’ 중 ‘The Origin of Love’ 등은 새롭다.‘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 중 양서윤(왼쪽부터), 정선아, 김소현(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김준수·김소현·서경수가 웃음을 선사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Do You Want to Build a Snow Man’과 손준호의 ‘In Summer’, 진태화·양서윤이 부르는 ‘미녀와 야수’의 ‘Beauty and The Beast’, 서경수에 딱 맞는 캐릭터인 ‘알라딘’ 지니의 ‘Friend Like Me’, 정선아의 폭발적인 ‘인어공주’의 ‘저곳으로’(Part of Your World) 그리고 김소현·정선아·양서윤이 함께 부른 ‘포카혼타스’의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 등을 비롯한 새로운 무대도 흥미로웠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롭고도 특별한 무대와 더불어 일곱 배우들의 대표 작품의 유명 넘버들도 반가움을 자아냈다. ‘데스노트’의 ‘게임의 시작’(김준수), ‘이프덴’의 ‘Always Starting Over’와 ‘아이다’ 암네리스 공주의 ‘My Strongest Suit’(이상 정선아), ‘킹키부츠’의 롤라 넘버 ‘Hold Me in Your Heart’(서경수), ‘드라큘라’의 ‘Prologue + It‘s Over’(김준수·손준호) 등 배우들의 최근작 넘버들이 무대에서 불렸다.‘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 중 서경수(왼쪽부터), 김준수, 진태화, 손준호(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키치’(서경수), ‘나는 나만의 것’(김소현), ‘마지막 춤’(김준수), ‘그림자는 길어지고’(김준수·진태화),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진태화), ‘나는 나만의 것 리프라이즈’(김준수·김소현·손준호) 등 ‘엘리자벳’ 넘버들과 ‘오페라의 유령’ 중 크리스틴과 라울의 대표 넘버 ‘All I Ask of You’(김소현·손준호), ‘모차르트!’의 ‘어떻게 이런 일이’(손준호), ‘지킬앤하이드’의 ‘Once upon a Dream’(김소현) 등은 꼭 다시 혹은 언젠가는 보고 싶은 무대들이었다.오프닝 곡에서 예고했듯 ‘약간의 똘끼’와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새로운 무대, 어쩌면 극으로는 다시 못볼지도 몰라서 혹은 언젠가는 하게 될지도 모를 반가운 넘버들을 만날 수 있었던 ‘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는 뮤지컬 ‘물랑루즈’의 ‘Come What May’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내년을 기약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9-2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이해준 조직위원장 “새로운 세계관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중”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이해준 조직위원장(사진제공=국제현대무용제사무국)“한국 최장수, 최대 규모의 현대무용 축제로서 국제현대무용제는 진화와 공존을 향해 늘 혁신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모다페 유니버스’를 주제로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전세계 무용인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작품이 시대정신 같은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에 이번 모다페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가는 브릿지죠.”이해준 조직위원장이자 사단법인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장은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10월 15일까지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MODAFE 이하 모다페)를 출발점으로 “새로운 세계관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중”이라고 표현했다.“지난 40여년 한국에서 모다페는 세계적인 동시대 춤을 선보여 왔습니다. 다다이즘, 표현주의를 거쳐 사실주의, 추상 등으로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죠.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맞아 위축되고 단절된 세상을 살게 됐고 미디어 환경 뿐 아니라 공연 환경, 예술 등은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그런 변화에 발맞춰 단순한 하나의 작품이 아닌,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갈 것인지, 그 세계에 인접한 작가들이 어떻게 영향받고 진화할 것인지 등을 새로운 모다페 세계관으로 구축하고자 합니다. 복잡하고 세심하게, 여러 여건들을 배려하면서요.”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해외초청작인 NDT 2의 ‘Cluster’(사진제공=국제현대무용제사무국)그래서 이번 무용제의 주제는 ‘모다페 유니버스’다. 이에 대해 이해준 위원장은 “모다페 유니버스 자체가 완성된 건 아니다. 그 세계관으로 향하는 출발점에 선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리부팅되는 새로운 마인드, 세계관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브릿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가장 중요한 건 연결성과 관계성입니다. 움직임이 발전을 넘어 진화하고 그 진화를 넘어 새로움을 추구하며 독창성과 안무적 상상력을 완성하는 작업을 해오면서 어느 시점에 다다르니 장르 무너뜨리기가 일반화됐어요. 무용이 단순 신체 표현 예술이 아닌 총체극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죠. 그 쉽지 않은 과정이 대단히 의미 깊었고 앞으로도 의미깊은 길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하나의 세계관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멀티버스로까지의 상상을 담고 있습니다.”신체를 미디어로 하는 가장 인간적인 예술인 무용, 그 중 현대무용은 시대와 사회의 반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한 변화를 거친 지금은 과거에 대한 향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등이 혼재된, 복잡다단한 시대다.“이런 시대의 무용은 저마다의 상상력을 꺼내 빌드업하든, 자신들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든 하나의 틀에 묶기 보다는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양적 팽창이 아닌 아주 새롭고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내고 있죠.”그 세계관 구축을 위한 출발점이 될 제42회 모다페에는 크리스탈 파이트의 ‘Ten Duets on a Theme of Rescue’, 에드워드 클루그의 신작 ‘Cluster’, 나다브 너젤의 ‘Bedtime Story’로 구성된 세계 최고의 컨템퍼러리 댄스 무용단 NDT2(Nederlands Dans Theater)의 작품, 9년만에 내한하는 영국 안무가 호페시 섹터의 ‘더블 머더’(Double Murder-Clowns/The Fix),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신작 ‘정글-감각과 반응’ 등이 함께 한다.한 원로 무용가는 “모든 사람의 걸음걸이도 무용이 된다”고 했지만 그 대중화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 위원장은 “무용은 직접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휘발성이 강한 무형의 예술”이라며 “40년 넘게 모다페를 진행하면서 대중들과의 유니크한 접점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선보이는 영국 안무가 호페시 섹터의 ‘더블 머더’(사진제공=국제현대무용제사무국)“가장 중요한 건 지속성, 얼마나 오래 좋아하느냐죠. 현대무용에 대한 인식과 호기심, 관심이 지속적인 사랑으로 연결되는 접점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이번엔 홍보대사인 김호영 배우가 관객과의 대화에 나서기도 합니다. 단순한 작품 설명이 아니라 무대와 소통하고 출연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패밀리십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죠. 현대무용의 DNA에는 분명 관객과의 소통 지점이 있어요.이를 좀더 심도있게 논의하고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도와 모다페 유니버스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사랑받는 시점이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합니다.”더불어 무용 대중화의 또 다른 한계는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이다. 이해준 위원장은 “볼셰비키 혁명 당시 볼쇼이 발레단은 부르조아의 예술이라는 이유로 극장에서 쫓겨났다. 이에 5, 60일 정도를 야외에서 공연했는데 그때 엄청난 팬층을 형성했다. 그렇게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볼쇼이 발레단의 노력이 그들을 러시아의 보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대중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무용이 존재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이 위원장은 “무용 역시 세상에 하나 뿐인 유니크함을 만드는 미술, 음악과 같다. 표현미디어만 다를 뿐”이라며 “모든 예술이 그렇듯 현대무용 역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인접한 장르들에 수많은 영감과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현대인이 요구하는 접점을 찾아야하면서 트렌드를 반영해야하는 현대무용은 동시대성, 상상 그리고 순수한 움직임의 탐색에서 시작한 고민들이 이미지가 되고 은유돼 몸으로 체화되는 총체적 예술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성공여부를 생각하지는 않아요. 의미있는 지점은 관객이 반응하고 좋아할 때 생겨나죠.”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이해준 조직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그리곤 “꽤 오래도록 트로트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는 노래였지만 ‘미스터트롯’ 등의 성공으로 아이들까지 트로트를 부르는 상황”이라며 “고흐와 고갱도 생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후대에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기 시작했다”고 예를 들었다.“그렇게 대중과의 접점이 시작되고 스파크를 일으켜 울림을 주면서 가치가 달라지는 거죠. 현대무용 역시 그렇게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시도를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무용도 그럴 수 있는 보석같은 에너지를 분명 가지고 있거든요.”이어 이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최근 K팝의 안무 트렌드 역시 현대무용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며 “예전의 K팝은 음악을 중심으로 뛰어난 뱁업댄서들과의 칼군무가 짜릿함을 줬다면 요즘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노래 가사를 이미지화하고 움직임 자체를 함축적으로 연상시킬 수 있는 안무 구성들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반복과 함축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고 은유하는 동작들이 K팝 댄스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모다페 유니버스를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올해를 기점으로 모다페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연계하고 연관시켜 히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모다페에서는 대단히 신선한 시도들이 만들어질 겁니다.”이어 “변방까지 아우르는가 하면 경계를 넘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모아 예술단체와 아티스트의 새로운 허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 성장을 위한 동력을 만들 수 있는 정책과 지원,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냉철하게 기록하고 분석하는 작업들, 무용을 견고하게 하는 연구가 무용계, 학계는 물론 정책적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예술가들만의 리그에서 즐기는 현대무용이 아닌 모두가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그렇게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시도하고 그 시도들을 관객에 전달하는 창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모다페의 몫이고 지향점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9-25 18:00 허미선 기자

익숙하면서도 그립고, 보고 싶으면서도 새로운 김준수·정선아·김소현 등의 ‘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

‘2023 팜트리아일랜드 갈라 콘서트’ 포스터(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마틸다’부터 ‘물랑루즈’까지. 김준수가 이끄는 팜트리아일랜드 소속 뮤지컬배우들이 두 번째 갈라콘서트(9월 22~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통해 익숙하면서도 그립고, 보고 싶으면서도 새로운 무대를 꾸린다. 김준수·정선아·김소현·손준호·서경수·진태화·양서윤, 소속배우 전원이 부르는 ‘마틸다’의 ‘어른이 되면’(When I Grow Up)으로 문을 여는 콘서트는 ‘데스노트’ ‘지킬앤하이드’, 디즈니 음악, ‘엘리자벳’ ‘물랑루즈’ 등 작품섹션과 각 배우들의 자유곡으로 구성된다.  김준수가 부르는 ‘지킬앤하이드’의 여자캐릭터인 루시 넘버 ‘A New Life’, 김준수·서경수의 ‘The Confrontation’, 손준호의 ‘지금 이 순간’, 양서윤이 선사하는 ‘데스노트’ 중 ‘나의 히어로’, 정선아의 목소리로 듣는 ‘데스노트’ 라이토의 넘버 ‘데스노트’, ‘위키드’에서 피에로와 글린다로 함께 한 서경수와 정선아가 들려주는 피에로와 엘파바의 러브송  ‘As long as You’re Mine’, 진태화의 ‘헤드윅’ 중 ‘The Origin of Love’, 김준수·손준호·서경수·진태화가 함께 하는 ‘물랑루즈’의 ‘Lady Marmalade’ 등은 새롭다.그리고 디즈니 ‘겨울왕국’의 ‘Do You Want to Build a Snow Man’(김준수·김소현·서경수), ‘In Summer’(손준호), ‘미녀와 야수’의 ‘Beauty and The Beast’(진태화·양서윤), ‘알라딘’의 ‘Friend Like Me’(서경수), ‘인어공주’의 ‘저곳으로’(Part of Your World, 정선아), ‘포카혼타스’의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 김소현·정선아·양서윤) 등은 흥미롭다.일곱 배우들이 따로 혹은 같이 선사하는 ‘데스노트’의 ‘게임의 시작’(김준수), ‘놈의 마음속으로’(김준수·진태화), ‘이프덴’의 ‘Always Starting Over’(정선아), ‘아이다’의 ‘My Strongest Suit’(정선아), ‘킹키부츠’의 ‘Hold Me in Your Heart’(서경수), ‘드라큘라’의 ‘Prologue + It‘s Over’(김준수·손준호) 등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키치’(서경수), ‘나는 나만의 것’(김소현), ‘마지막 춤’(김준수), ‘그림자는 길어지고’(김준수·진태화),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진태화), ‘나는 나만의 것 리프라이즈’(김준수·김소현·손준호) 등 ‘엘리자벳’ 넘버들, ‘오페라의 유령’ 중 크리스틴과 라울의 대표넘버 ‘All I Ask of You’(김소현·손준호), ‘모차르트!’의 ‘어떻게 이런 일이’(손준호),‘지킬앤하이드’의 ‘Once upon a Dream’(김소현) 등은 익숙하면서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무대다.그리고 전 배우가 함께 선사하는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Mambo’와 앙코르까지 익숙하면서도 새로우며 다시 한번 보고 싶던 무대가 펼쳐진다.‘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는 10월 31일 일본에서의 두 차례 갈라콘서트(도쿄 국제 포럼 홀A)를 확정했다. 이에 대해 팜트리아일랜드 관계자는 “약간의 변형은 있지만 틀은 비슷할 것”이라고 귀띔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9-22 23: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이름의 무게를 견딘 이순신, 그 상징에 대하여! 서울예술단 총체극 ‘순신’

창작가무극 ‘순신’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창작진. 왼쪽부터 오필영 무대미술디렉터, 김선미 작가, 이가람 작·작창가, 이지나 작·연출, 이유리 서울예술단장, 김문정 작곡가, 정보경·심새인 안무가(사진제공=서울예술단)“이순신은 그냥 어떤 사람의 이름이 아닌, 상징성을 가진 고유명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순신’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어떤 하나의 상징이 되면 좋겠습니다.”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지나 연출은 서울예술단의 총체극 ‘순신’(11월 7~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창작가무극 ‘순신’의 형남희 무용수(사진제공=서울예술단)세종대왕과 더불어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히는 이순신 장군을 재조명할 ‘순신’은 1592년부터 7년여간 쓰여진 ‘난중일기’ 중 40여편에 달하는 꿈의 기록들을 8개 테마로 엮어 역사적 사실과 교차 편집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 보다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어떤 상황에서도 이름의 무게를 견디며 충신으로 살고자 했던 인물에 주목해 서울예술단 고유의 방식으로 풀어낸 창작가무극이다. ‘순신’에는 이지나 연출을 비롯해 소리꾼 이자람이 대본과 작창 그리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무인’으로 참여한다.더불어 김선미 작가를 비롯해 김문정 음악감독이 작곡가로, ‘웃는 남자’ ‘데스노트’ ‘더 데빌’ 등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무대미술디렉터로, 심새인과 정보경이 공동안무가로 함께 한다. 이유리 서울예술단장은 ‘순신’에 대해 “이순신은 이름만으로도 각자 강렬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며 “지금 이 시기에 정치적, 사회적인 상황에 전혀 흔들리거나 굴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던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고난을 스스로 떠안았던 인간 이순신을 소환하는 데 의미를 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서 우리 관객들에게 또 새로운 자극이나 지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에 저희는 ‘순신’이라는 존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창작가무극 ‘순신’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 중인 이자람 작창가(왼쪽)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바람의 나라’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이어 ‘순신’으로 서울예술단과 세 번째로 함께 하는 이지나 연출이자 작가는 “8년 전 이자람 작창가와 이순신에 관한 뮤지컬, 결국 무산이 된 공연제작을 제안 받은 적이 있다”며 “그렇게 둘이 통영의 유적지들을 찾아 다니면서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은 판소리로 있는데 이순신 판소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당시는 판소리와 뮤지컬의 만남이었다면 ‘순신’은 판소리와 신체극, 무용이 만난 작품이에요. 이야기 진행과 여러 가지 작전들, 이순신에 대한 건 판소리가, 그 내면은 히랍극에서 차용한 코러스들이, 극한의 고통은 서울예술단 무용수 형남희가 표현합니다.”창작가무극 ‘순신’의 심새인(왼쪽), 정보경 공동안무가(사진제공=서울예술단)이어 이지나 연출은 “내후년이면 뮤지컬도 올라갈 테고 곧 영화 3부(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노량: 죽음의 바다’)도 개봉한다”며 “뮤지컬은 대단한 가왕들을 이미 캐스팅했으니 얼마나 멋진 노래로 무대를 채울지 예상이 되고 영화는 서사와 편집, CG 등으로 보여준다면 우리 ‘순신’의 힘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무대예술로서 장르적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순신의 일생을 나열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요. 그 사람이 초인적으로 이겨낸 고통에 포커스를 두고 있죠. 그 고통이 어찌 이 사람을 버티게 했고 그 고통 속에서 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구해낼 수 있었는지, 극한의 고통이 얼마나 인간을 강하게 하는지 등을 신체와 판소리가 가진 애절함 등으로 표현해보려고 합니다.”창작가무극 ‘순신’ 무인 역의 이자람(사진제공=서울예술단)작창과 대본 그리고 무인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자람은 “한산이나 명량의 경우는 ‘적벽대전’이 레퍼런스가 맞다”며 “적벽대전에 비견할만한 대전들이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귀띔했다.“서울예술단의 총체극이다 보니 ‘적벽가’ 같은 판소리를 그대로 무대에 올리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관객들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판소리를 덜어내고 예술단원들과 함께 하는 형식으로 작업 중이에요. 제가 합창과 주고받거나 합창 위에 판소리를 얹거나 흐르는 리듬에 맞춰 함께 액팅을 하는 식이죠. 그렇게 판소리와 액팅, 합창 등이 퍼즐처럼 구조를 이루고 각 대전들이 나열될 듯합니다.”창작가무극 ‘순신’ 오필영 무대미술디렉터(왼쪽)와 김문정 작곡가(사진제공=서울예술단)상황을 설명하고 극을 진행시키는 판소리와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음악은 김문정 작곡가의 몫이다. 김문정 작곡가는 “이자람 작창가와 굵은 멜로디, 장단을 만들고 피아노와 사물이 라이브로 함께 할 수 있게 꾸리며 퍼즐을 맞춰가는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오필영 무대미술디렉터는 “고통의 동굴이라는 개념을 갖는, 정서적인 공간을 하나 창조했다”며 “20미터 깊이의 공간 안에 ‘고통의 동굴’이라는 구조물을 구성했고 그 구조물이 계속 변하며 정서를 표현한다”고 털어놓았다.“아마 국내에서는 해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9대의 프로젝터로 맵핑해 정서적인 표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이유리 서울예술단장(사진제공=서울예술단)이같은 실험은 ‘순신’ 뿐 아니라 ‘잃어버린 얼굴 1895’ ‘신과함께’ 시리즈, ‘나빌레라’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 대표 레퍼토리와 하반기 라인업된 ‘꾿빠이, 이상’(12월 9~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관통하는 서울예술단의 고유성이자 예술적 정체성이기도 하다.이유리 서울예술단장은 “단일 장르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전문 아티스트가 모여 있는 단체로서 총체극 양식의 공연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장르의 실험을 하는 것이 서울예술단의 예술적 정체성이기도 하다”고 밝혔다.“바람이 있다면 이런 서울예술단의 실험적인 작업들이 대중과 만나 호응을 얻어서 민간 공연시장에도 가능성과 새로운 공연 형식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 창작뮤지컬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창작 뮤지컬만의 양식이나 문법이 굉장히 중요해졌고 이는 서울예술단 뿐 아니라 민간 뮤지컬 시장에서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9-22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성공가도를 달리던 뮤지컬 ‘삼총사’,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분명한 해상도를 찾아서!

뮤지컬 ‘삼총사’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바깥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 전체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하며 1000회 넘게 공연됐고 최근 대만투어를 비롯해 해외에서 인정받은 첫 한류뮤지컬로서 성공가도를 달려왔죠. ‘삼총사’는 서사구조도 좋지만 캐릭터 밸런스도 굉장히 좋은 작품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닌가 돌아보고자 했습니다.”2009년 초연부터 아토스로 무대에 올랐던 가수 겸 배우 신성우는 9번째 시즌을 맞는 뮤지컬 ‘삼총사’(11월 19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 출연자가 아닌 연출로 돌아온 데 대해 이렇게 전했다.뮤지컬 ‘삼총사’ 프레스콜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 중인 신성우(가운데) 연출(사진=허미선 기자)“2009년 초연부터 이 극이 표방하고 있는 정의, 사랑 그리고 여러 이야기들이 그간의 성공에 너무 젖어 있지 않았나, 분명한 해상도를 잃고 있지 않나 라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밸런스를 새로 세우고 그 안에서 관객들이 고민하지 않고도 해석할 수 있는 선명함을 제공하고 싶었어요.”신성우는 2019년부터 배우와 연출을 겸했던 ‘잭 더 리퍼’에 이은 두 번째 연출작 ‘삼총사’를 “인생 뮤지컬”이라 표현하며 “3주라는 짧은 빌드업 기간을 거쳐 8월 대만 투어를 끝내고 서울 공연을 준비하면서 노력하고 탐구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감동의 순간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뮤지컬 ‘삼총사’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삼총사’는 프랑스 극작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의 동명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꾸린 뮤지컬로 2004년 체코에서 초연됐다. 왕의 근위대인 총사가 되기 위해 파리로 온 촌뜨기 달타냥(뉴이스트 렌·브로맨스 박장현·SF9 유태양·펜타곤 후이·세븐틴 민규, 이하 시즌합류·프레스콜 출연여부·가나다 순)이다.달타냥과 더불어 삼총사 아토스(김형균·이건명·최대철), 아라미스(신인선·몽니 김신의·포르테 디 콰트로 김현수), 포르토스(조순창·장대웅·최오식) 그리고 강한 여성 캐릭터 밀라디(류비·안유진)와 콘스탄스(이윤하·지수연), 악의 축인 리슐리외(강동우·서범석)와 쥬사크(김상현·엄준식) 등이 펼쳐가는 저마다의 정의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뮤지컬 ‘삼총사’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달타냥 역의 유태양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작품으로 공연을 하는 저 역시 정의와 희망이 생겼다”고 작품의 매력을 전했다. 저마다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아토스 역의 이건명은 “극 중 ‘정의는 반드시 살아 있다. 비록 감춰져 있을지라도’라는 가사에 그대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요즘 여기저기 시끌시끌합니다. 이런 때에 ‘과연 어떤 것이 감춰져 있는지, 그 감춰진 정의를 우리가 어떻게 꺼낼 것인지’ 질문을 유쾌한 극 속에서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극이면 좋겠고 그 정의는 ‘삼총사’를 직접 보시면 아주 명쾌하게 정의하실 수 있을 겁니다.”뮤지컬 ‘삼총사’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2010년부터 리슐리외와 포르토스로 무대에 오른 조순창은 “역할 안에서 객관적인 정의와 주관적인 정의, 두 가지를 다 느껴본 사람”이라며 “이 공연을 보시면 그 정의에 대해 가장 명확하고 쉽게 잘 정리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삼총사’의 매력을 꼽았다.아토스로 합류한 최대철은 “말은 하고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하루하루 흐트러지는 제가 너무 싫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저 스스로를 가다듬고 싶었다”며 “우리가 하나되어 정의롭게 살아서 세상이 바뀌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곤 “저에게 ‘넌 정의롭냐’고 물어도 바로 답은 안나오지만 ‘다시 한번 돌아보자’고 생각했다”며 “정의는 반드시 살아 있다”고 외쳤다.뮤지컬 ‘삼총사’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김형균은 “정의는 시대가 바뀌어도 언제나 이야기되던 화두”라며 “그 정의라는 건 각자 기준이 달라서 정의내리기가 어렵지만 어렴풋이 언제나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어려운 건 많은 이들이 한 지점을 바라봐야할 때 같습니다. 모두가 한 지점을 바라보기란 어렵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어렵고 때론 무거울 수 있는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달타냥의 모험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아주 쾌활하고 신나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뮤지컬 ‘삼총사’ 전체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미스터트롯’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아라미스 역의 신인선은 “분명 배웠는데도 정의로움에 대해 잊고 있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음모를 획책하는 리슐리외 역의 서범석은 “정의는 살아 있다고 외치는 작품에서 악의 큰 축을 맡고 있다”며 “주관적인 정의들을 내세워 각자 입장에서 싸우면서 잊혀졌던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정의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삼총사’를 소개했다.또 다른 리슐리외 역의 강동우는 ‘삼총사’에 대해 “각 인물들이 생각하는, 조금은 비틀리고 비겁한 정의와 올바른 정의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보고 나서는 올바른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뮤지컬 ‘삼총사’ 달타냥과 아토스·아라미스·포르토스 역의 배우들(사진=허미선 기자)포르토스 역의 장대웅은 “정의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제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아주 리얼한 검술 액션신”이라며 “네 시즌을 함께 하고 있는데 검술신이 똑같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선성우 연출은 “우리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과의 소통”이라며 “실제로도 아빠와 아들이 같이 극장에서 들어서면서 대화 단절의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삼총사’를 보고 나가면서 소통하는 모습에 아주 행복하다”고 털어놓았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9-22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흥’을 끌어올려 ‘MODAFE 세계관’을 찾아서…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15일 서울 중구 소재의 더 플라자 호텔에서 제42회 모다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허미선 기자)“해외초청 공연들은 현장 선호도를 중심으로 선정합니다.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2년여의 컨택 기간을 거치죠. 이번 축제는 모다페의 세계관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기획해 준비하고 있습니다.”15일 서울 중구 소재의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9월 20~10월 15일,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MODAFE 이하 모다페) 기자간담회에서 이해준 조직위원장이자 사단법인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장은 이렇게 밝혔다. 이어 “국립극장과 공동주최, 국립현대무용단과 공동기획”을 제42회 모다페의 특징이자 차별점으로 꼽았다.제42회 모다페 운영진(사진=허미선 기자)관객 선호도에 무게 중심을 둔 모다페의 42번째 행사에는 세계 최고의 컨템퍼러리 댄스 무용단 NDT2(Nederlands Dans Theater)의 작품을 비롯해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신작 ‘정글-감각과 반응’, 9년만에 내한하는 영국 안무가 호페시 섹터의 ‘더블 머더’(Double Murder-Clowns/The Fix) 등이 무대에 오른다.구원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춤으로 표현한 크리스탈 파이트의 ‘Ten Duets on a Theme of Rescue’, 에드워드 클루그의 신작 ‘Clster’, 나다브 너젤의 ‘Bedtime Story’로 구성된 NDT2 작품과 폐막작인 호페시 섹터의 ‘더블 머더’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모다페가 공모를 통해 엄선해 선보이는 ‘모다페 초이스’(MODAFE Choice)를 비롯해 신인들의 무대인 ‘스파크 플레이스’(Spark Place), ‘더 뉴 웨이브’(The New Wave) 그리고 서울을 대표하는 안무가들의 ‘센터 스테이지 오브 서울’(Center Stage of Seoul)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제42회 모다페 김혜정 예술감독(왼쪽부터), 홍보대사 김호영, 이해준 조직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모다페 초이스’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이미 검증된 국내 작품들을 골라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해외 플랫폼으로 진출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42회 모다페의 홍보대사는 ‘렌트’ ‘킹키부츠’ ‘광화문연가’ ‘맨 오브 라만차’ 등의 뮤지컬 배우이자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호영이다.“저로 인해 많은 분들이 모다페를 보다 친숙하게 만나 흥을 끌어올리시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한 김호영은 “영국 안무가(호페시 섹터)의 ‘더블 머더’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제42회 모다페 홍보대사 김호영(사진=허미선 기자)“제가 극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 극적인 면을 가진 작품들에 눈이 가더라고요. 트라마틱한 줄거리가 있고 그 안에서 뭔가를 파악하고 의미를 전달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 팀들에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많아 눈여겨보고 있죠.”이어 그는 홍보대사로서 “어떤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SNS 활동을 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무대 위에 직접 오를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무대에 직접 오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관객과의 대화 등의 MC로 진행을 하는 등의 자리를 좀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분위기를 좀 더 끌어올려야 될 것 같아서 일을 저지릅니다.”11월 11일 개막하는 뮤지컬 ‘렌트’의 엔젤로 캐스팅돼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김호영은 ‘21년 전 제가 데뷔했던 작품이고 같은 역할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작품“이라며 ”데뷔 때는 막내였는데 이제는 선배가 돼 팀을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예능 프로그램, 홈쇼핑 등 활동도 구체적으로 많이 생길 테지만 공연은 내년에도 계속 할 것 같다”며 “아무리 TV, 유튜브 등울 많이 해도 저는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연을 놓치지 않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모다페 홍보대사로서는 얼굴마담으로만 머물기 보다는 보다 실질적인 어떤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더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 조금 더 친숙하게 모다페를 만나고 즐기실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9-1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현재의 K팝 열풍 이전에 그들이 있었다, 뮤지컬 ‘시스타즈’

뮤지컬 ‘시스터즈’ 박칼린 연출(왼쪽)과 출연진들(사진=허미선 기자)“현존하시는 분들 앞에서 그분들을 재현해낸다는 것이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경험이었어요. 뭐라고 말하긴 어려운데 그분들의 세월, 영광스러운 나날들, 지금도 무대에 서고 계신 모습들이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느껴졌어요.”쇼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 11월 12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김숙자로, 또 어떤 회차는 인순이로 분하는 김려원은 1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윤복희·김명자·고재숙과 함께 했던 본공연 첫무대(8일) 리허설부터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너무 아름답고 순수하고 깨끗한 것들을 보면 갑자기 감동받아서 눈물이 나잖아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오만 가지 생각이 들면서 왈칵 눈물이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죠. 더불어 우리도 나중에 누군가 표현해주고 연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시스터즈’는 8일 본공연 첫 무대를 윤복희, 김명자, 고재숙과 함께 꾸렸다(사진제공=신시컴퍼니)8일 윤복희를 연기했던 이예은은 “춤추면서 노래하는 중에 객석에 빛이 비치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윤복희 선생님이 환하게 웃고 계셨다”며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제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고 어떤 시련이 닥치고 고난이 와도 예술가의 삶에 녹아들면 하나의 레전드가 탄생할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앞으로 어떤 시련이 와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고 다짐했죠.”이어 바니걸즈의 고재숙으로 8일 무대에 올랐던 이서영 역시 “살아 있는 레전드들 앞에서 그분들 공연을 재연한다는 데 엄청 떨렸다”며 “공연이 끝나고 선생님들께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기분이었다.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저희가 그분들게 추억을 선물드린 것 같아서 기뻤다”고 털어놓았다.‘에어포트 베이비’의 박칼린 연출과 전수양 작가가 의기투합한 ‘시스터즈’는 이난영을 비롯한 조선악극단 여성단원으로 구성됐던 일제강점기의 ‘저고리시스터즈’, 김숙자·애자·미자 자매를 멤버로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한 원조 한국걸그룹 ‘김시스터즈’, 윤복희가 몸 담았던 ‘코리안키튼즈’, 60년대 슈퍼걸그룹 ‘이시스터즈’,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 등의 무대를 재현하는 쇼뮤지컬이다.뮤지컬 ‘시스터즈’ 박칼린 연출(왼쪽)과 출연진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허미선 기자)현재 전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K팝 저변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시스터즈들이 있었다는 콘셉트 아래 선조 걸그룹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10인조 밴드 사운드에 실리는 ‘처녀합창’ ‘왓 아이드 세이’(What I’d Say), ‘웬 더 세인트 고 마칭 인’(When The Saint Go Marching In), ‘울릉도 트위스트’ ‘한마리 새가 되어’ ‘커피 한잔’ 등 시스터즈들의 대표곡에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다.박칼린 연출은 “17년 전부터 머릿속에 떠올리며 준비했던 작품”이라며 “그래서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들이 있었다. 전수양 작가는 한국의, 저는 외국어 논문, 신문 등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찾아보고 준비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실제로 이 작품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분들과 만나면서 나눴던 것들을 토대로 했어요. 이난영 선생님을 빼고는 다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난영 선생님의 얘기는 (딸인) 김숙자 선생님과 나눴죠. (실제 시스터즈들과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극을 그렇게 꾸릴 수밖에 없었던 게 자료들은 누구나 찾을 수 있지만 이분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것들이었거든요.”뮤지컬 ‘시스터즈’의 피날레 무대(사진=허미선 기자)이 작품의 특징은 배우들 모두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멀티로 활약한다는 점이다. 오늘 김숙자였던 배우는 내일 무대에서 인순이가 되기도 하고 이난영이었던 배우는 윤복희가 되기도 하며 무대를 꾸리는 시스터즈들의 멤버가 되기도 한다.홍서영은 “이런 시스템은 처음이어서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했는데 같이 하는 언니들과 즐겁고 재밌게 준비했다. 여러 역할을 준비해야 하다보니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서로 의지를 많이 하게 됐다”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 어려운 걸 다 같이 해낼 수 있는 신기하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시스터즈’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박칼린 연출은 인순이가 울면서 했던 “정말 대단한 연주자이신 OOO 선생님이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에 사람들이 오지를 않았어”라는 말을 인용했다.“그렇게 우시면서 하신 인순이 선생님 말씀이 이 작품의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와 미래는 한 맥락이잖아요. 지금 해외에서 빗발치고 있는 오늘의 K팝 걸그룹, 보이그룹들 이전의 선배들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대단한 음악의 역사가 한국에는 이미 있었고 그래서 오늘날까지 대단하게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9-14 17:3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정휘 “전혀 다른 와일드·로스, ‘구텐버그’와 ‘이토록 보통의’, 두려움 앞에서 내보는 용기”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분명 다른 점이 있죠. 그리고 초연 멤버들이랑은 연습한 기간들도 비슷하고 이 작품을 함께 만들어온 시간들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척 하면 척 하는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좀더 익숙하다고 할까,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뭐든 다 받아줄 거라는 믿음에 무대 위에서 좀 더 자유롭죠.”뮤지컬 ‘와일드 그레이’(9월 3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1관)에 알프레드 더글라스(Alfred Douglas), 일명 보시(Bosie)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휘는 2021년 초연부터 함께 했던 정민·박민성, 안지환과의 호흡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와일드 그레이’는 아름다움을 쫓는 유미주의의 대표 인물로 ‘심연으로부터’ ‘살로메’ 등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정민·박민성·김경수, 시즌합류·관람배우·가나다 순)와 그의 몰락을 부른 퀸즈베리 사건에 관련된 실존인물 알프레드 더글라스(정휘·김리현·윤석호·정재환, 이하 보시) 그리고 와일드의 첫 동성 연인이자 현재의 사업파트너 로버트 로스(Robert Ross, 안지환·기세중·김지훈)가 풀어가는 예술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초연부터 함께 한 로버트 로스 역의 안지환(왼쪽부터), 오스카 와일드 정민, 알프레드 더글라스 정휘(사진제공=뉴프로덕션)2021년 초연돼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작품으로 뮤지컬 ‘난쟁이들’의 이지현 작가, ‘라흐마니노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피아니스트이며 ‘미드나잇’ ‘오디너리데이즈’ ‘왕복서간’ 등의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이범재, ‘킹아더’ ‘검은사제들’ ‘록키호러쇼’ ‘호프’ ‘마마돈크라이’ 등의 오루피나 연출이 의기투합했다.“보시 역할은 저만 초연을 했어요. 새로 온 보시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너무 잘해내고 있죠. 특히 우리팀 막내 윤석호 배우는 저랑 10살 차이가 나요. 제가 와일드를 해도 될 정도의 나이 차이죠. 저는 절대 할 수 없는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보시랑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 무기가 엄청나더라고요. 되게 새로웠고 좋았죠.”◇무한사랑 정민, 친근한 박민성, 예술에 빠진 김경수의 오스카 와일드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 중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왼쪽)와 오스카 와일드 정민(사진제공=뉴프로덕션)“정민 와일드는 보시로서는 같이 하면서 되게 좋아요. 무한한 사랑과 굳은 믿음을 주거든요. 제가 뭘 해도 다 받아주는, 제일 안정감이 들고 기대고 싶은 그런 와일드죠. (박)민성이 형도 굉장히 사랑이 많은데 좀 달라요. 정민 형은 완전히 무한한 사랑이에요. 미움도, 흔들림도 없죠.”이렇게 전한 정휘는 “반면 민성이 형은 사랑이 많으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와일드”라고 부연했다.“힘들어도 하고 ‘그러지 좀 말라’고도 하는, 감정이 더 크게 나오는 와일드죠. 그래서 친근해요. 정민 형이 한없이 기대고 싶은 와일드라면 민성 형은 저를 너무 많이 사랑하면서도 친근하고 서로 고민 같은 것도 얘기했을 것 같아요.”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 중 오스카 와일드 역의 박민성(왼쪽)과 알프레드 더글라스 윤석호(사진제공=뉴프로덕션)이어 이번 시즌에 오스카 와일드로 새로 합류한 김경수에 대해서는 “저를 사랑한다는 느낌보다는 본인의 예술세계에 좀더 많이 빠져 있는 느낌”이라며 “예술가적인 기질이 좀더 많은 와일드”라고 털어놓았다.“(김)경수 형이랑 같이 하다 보면 좀 외로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좀더 표현되어지는 것들도 있죠. 사랑을 받는 것 같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한 데서 오는 불안감 등이 잘 나오더라고요. 되게 신선했죠.”◇유대감과 시너지 안지환,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 기세중, 든든한 김지훈의 로버트 로스 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장면. 로버트 로스 역의 기세중(왼쪽)과 오스카 와일드 박민성(사진제공=뉴프로덕션)“보시로서는 로스의 존재 자체가 너무 불편해요. 그건 로스를 연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너무 잘맞아서거든요. 그게 또 너무 좋아요. 배우로서의 즐거움과 보시로서의 ‘빡침’이 공존하죠.”로스는 와일드의 첫 동성연인으로 현재의 연인인 보시를 견제하거나 도발하는 인물로 초연의 안지환과 더불어 새로 합류한 기세중, 김지훈이 번갈아 연기하고 있다.“(안)지환이는 ‘와일드 그레이’ 뿐 아니라 다른 극에서도 많이 만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여서 유대감과 시너지가 있어요. (기)세중이 형은 원래도 잘 알고 있고 현재 ‘구텐버그’(10월 22일까지 플러스씨어터)를 같이 하고 있어선지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죠. 두 로스 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시너지가 있달까요.”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 중 로버트 로스 역의 김지훈(왼쪽)과 오스카 와일드 김경수(사진제공=뉴프로덕션)이번 시즌에 로스로 새로 합류한, DIMF 뮤지컬 스타 출신으로 JTBC ‘팬텀싱어’ 시즌 4 우승팀 리베란테(Libelante, 김지훈·진원·정승원·노현우) 리더인 김지훈에 대해서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무대와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 좋은 동생”이라고 표현했다.“함께 연습이나 공연을 하면 저도 파이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만난 배우들끼리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김)지훈이는 먼저 터놓고 다가와주고 기대줘서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어요. 서로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 집중하며 반응하는 게 재밌죠.”김지훈의 로스에 대해서는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라며 “나이는 제일 어린데 오히려 제일 든든한 면이 있는 로스”라고 표현했다.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아무 것도 안하고 노래만 해도 굵직함과 드라마가 느껴지죠. 쉽지 않은 표현인데 지훈이가 그걸 해내더라고요. 로스는 굉장히 정제되고 인내하는 역할인데 지훈이를 만나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차기작 ‘구텐버그’와 ‘이토록 보통의’ “한 배우가 많은 역할을 해야하다 보니 힘들긴 해요. 그런데 오랜만에 땀흘리는 역이고 코믹이어서 재밌어요. ‘와일드 그레이’ 공연 중에 연습을 시작했는데 (오스카 와일드 역의) 정민 형이랑 (로버트 로스 역의) 세중이 형이 함께 였어요. 분위기가 극과 극인 작품들을 오가면서 재밌게 하고 있죠.”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구텐버그’에 대해 이렇게 전한 정휘는 “너무 다른 성향의 캐릭터로 대하지만 부담스럽기 보다는 낯설어서 재밌다”며 웃었다. ‘구텐버그’는 포도즙을 짜던 구텐버그가 인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낸 2인극으로 작곡가 버드 대븐포트(기세중·선한국·정휘, 이하 가나다 순)와 작가 더그 사이먼(정민·정욱진·최호승)의 이야기다.한 배우가 모자를 바꿔 써가며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야하는 작품으로 ‘와일드 그레이’에서 오스카 와일드로 분하고 있는 정민, 로버트 로스 역의 기세중이 함께 출연 중이다.“보시로서 와일드, 로스로 만나다가 더그(정민)라는 상대역, 저와 같은 역할인 버드(기세중)로 만나는 게 즐거웠어요. ‘구텐버그’에서는 재밌고 ‘와일드 그레이’에서는 죽도록 사랑하고 아파하고 그러다 분장실이나 연습실에서는 수다를 떨며 깔깔거리기고…전혀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그날의 컨디션, 상황, 관객들 등에 따라 달라지는 극이어서 매회 기대하고 설레면서 하고 있죠.”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와일드 그레이’ ‘구텐버그’ 공연과 더불어 연습을 진행 중인 ‘이토록 보통의’(8월 29~11월 21일 예스24스테이지 3관)는 정휘가 “3연까지 함께 하는 첫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 사랑하는 연인인 우주항공국 직원 제이(최연우·강지혜·김예원,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로봇 수리기사 은기(정휘·임준혁·황휘)의 서글픈 로맨스다.“재연까지 해본 작품은 있지만 3연까지 같이 하는 건 ‘이토록 보통의’가 처음이에요. 초연, 재연에 이어 2년여만에 보는데도 또 좋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더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연습실에서 (최)연우 누나랑 연습하는 걸 보면서 (김)예원 누나가 너무 슬퍼하더라고요.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확실히 있는 작품같아요.”◇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 “그 앞에서 내보는 용기, 그로 인해 뻗어가는 새로움이 좋아요”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극 중 보시라는 인물이 가진 사회적이지 못하고 못된 성향들, 그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들은 누구나 가지는 경험들이고 감정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크고 작은 어려움이나 힘든 상황이 생겼을 때 보시처럼 도망가고 회피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아요.”이렇게 전한 정휘는 “큰 사건을 마주했을 때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히고 인정하며 저 스스로에게 떳떳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사람 사는 건 별로 다르지 않아요. 사건들, 환경들이 다를 뿐 힘듦이나 기쁨, 슬픔, 괴로움 등 많은 감정들은 누구나 느끼죠. 특히 요즘은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 미래가 그려지지 않은 깜깜한 상황을 맞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로 인해 삶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정답은 알고 있잖아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해야할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싶어요.”정휘는 “저 역시 그러지 못해 부끄러울 때도, 스트레를 받을 때도 많다. 한발도 앞으로 내딛기 힘들거나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무엇 하나 나아지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그런 생각들이 끊이질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점점 더 깊이 내려가 버려요. 저를 계속 갉아 먹죠. 그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뭐라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정말 하기 싫고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지만 용기를 내서 무언가를 했을 때 또 다른 나뭇가지들이 뻗어나가더라고요. 그런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무언가를 하면 거기에 따라오는 어떤 현상들이 또 생기거든요. 그런 순간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2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연극 ‘토카타’ 손숙 “한 문장도 버릴 게 없는, 도전할 만한 작품!”

연극 ‘토카타’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손숙, 김수현, 정영두(사진=허미선 기자)“처음에는 막막하다는 느낌이었지만 너무 좋았어요. 한 문장도 버릴 게 없는, 시어 같은 작품을 썼다는 게 놀라웠고 도전정신이 생겼죠. 쉽게 가지는 못하더라도 도전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연극인생 60주년을 맞아 신작 ‘토카타’(9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를 공연 중인 배우 손숙은 서울 강서구 소재의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2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밝혔다.연극 ‘토카타’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처음부터 끝까지 한 대사도 버릴 게 없어요. 눈을 감고 대사만 들어도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죠. 원래 3월 공연 예정이었는데 제가 느닷없이 다치는 바람에 3개월 동안 누워 있으면서 ‘토카타’의 뜻을 깨달은 것 같아요. 접촉하지 못하고 고독하게 있는 상황을 깨닫게 되면서 작품이 제 속에서 묵었다고 할까요.”부상으로 인해 고립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준비 중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남편(배우 김성옥)을 떠올렸다는 손숙은 “슬프고 아픈 얘기들인데 연극에는 도움이 되니 삶이라는 게 아이러니”라고 털어놓았다.손진책 연출 역시 “어렵지만 내용을 보면 누구나 겪고 겪어야할 것들을 극적 갈등 없이 시어만으로 만들어낸 훌륭한 대본”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이어 배우 김수현은 “이야기가 어렵진 않은데 배우가 극이 끊이지 않고 흘러가도록 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을 보탰다.연극 ‘토카타’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손숙은 “만나지도 못하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는데 따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부 이어져 있다”며 “그렇게 남자와 여자의 대사가 이어져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놓치면 이상한 연극이 되기 때문에 정말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손숙의 연극인생 60주년 기념작으로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등이 의기투합한 ‘토카타’는 이탈리아어로 ‘손을 대다’ ‘접촉하다’라는 뜻을 지닌 ‘토카레’(Toccare)에서 유래한 단어로 급속한 분산화음과 음계적 패시지(Passage)를 주제로 하는 기교적·즉흥적인 건반음악 형식이기도 하다.전형적인 연극 형식에서 벗어나 음악처럼, 4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접촉과 고립,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이야기다. 배삼식 작가는 ‘토카타’의 이미지를 “오솔길 산책”이라고 요약했다.작품에는 유일하게 곁을 지키던 반려견까지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늙은 여자(손숙)와 위험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공호흡장치로 연명하며 사경을 헤매는 중년 남자(김수현) 그리고 고독과 단절의 심연, 그 가운데서도 피어오르는 삶의 찬란한 희망 등을 표현하는 춤추는 남자(정영두)가 등장한다.배삼식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거의 매일 산책을 하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념에 젖어 스치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며 “그 수많은 산책에서 묵묵히 입을 닫고 혼자서 산책길을 걷고 있는 분들의 이미지로부터 이 작품은 시작됐다”고 털어놓았다.“일반적인 연극이 목표를 정해두고 그것이 어떻게 되는지, 최종 목적지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집중하면서 관객들을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사로잡아 멱살잡고 이끄는 것이라면 저는 조금 다른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밀어붙이는 힘보다 어쩌면 보시는 분들께서 배우들의 말과 움직임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 각자의 상념들을 곱씹으며 조용히 오솔길을 걸으시기를 바라면서 썼는지도 모르겠어요.”연극 ‘토카타’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이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포기해버린, 연극의 가장 중요한 힘인 사건과 갈등의 자리를 다른 힘으로 어떻게든 채워야 했다”며 “그래서 똑같은 고립과 고독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다른 방향을 향해 걷는, 같은 장 안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와 방향을 향해 마음을 움직이는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그러기 위해 한쪽에서는 모든 접촉을 상실하고 혼자 걷고 있는 여자, 한편에서는 완전히 움직이지 못해 생명 유지 장치를 단 채로 완벽하게 자신의 육체 안에 고립된 남자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끌고 나가게 됐습니다. 스펙타클하고 다이내믹한 데 사로잡혀 무대에서 보여주는 대로 도취돼 보는 연극도 있지만 혼자서 조용히 산책하듯, 상념에 잡혀 능동적으로 무대에서 들리는 것과 교감하는 여유를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연극 ‘토카타’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작인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의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에서 영감을 얻은 무대는 잔디로 빼곡하다. 그 잔디 위로 끝없이 산책하는 여자와 정지된 채 자신의 기억 속을 더듬으면서 산책하는 남자의 독립된 이야기들이 교차하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은 정영두의 춤이 대신한다. 극 중 춤추는 남자로 출연하는 정영두는 “손숙 선생님과 김수현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그리고 텍스트를 읽으면서 인물들의 기분과 상황들을 짐작해 보는 것도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특별한 지시가 있는 지문도 없었고 그냥 세 악장 사이에서 춤추는 사람이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연출님, 작가님께서 힌트를 주셨고 배우님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영감을 얻어 표현할 수 있었죠. 말이 아닌 조형적인 움직임으로 얻어지는 시각적 즐거움이나 정서가 작품 안에서 튀지 않게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연극 ‘토카타’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배삼식 작가, 손진책 연출, 손숙, 김수현, 정영두(사진=허미선 기자)손숙은 “제 이름을 건 마지막 작품일지도 모르는데 초심으로 돌아가 죽을 만큼 해보자 했다”며 “힘들었지만 생각 외로 재밌고 즐거운, 잊을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어떤 때는 40대로 보는 것 같은 (손진책) 연출의 요구도 너무 즐거웠어요. 이 나이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어요. 이 연극이 끝나고 죽어도 ‘오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착 가는 작업이었죠.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배우 김수현, 안무가이자 무용가 정영두) 네 사람에 감사해요. 그 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24 20:51 허미선 기자

[비바100] 삶이 그대 눈을 가릴지라도! 초연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사칠’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출연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까를로스 역의 박정원·양희준·노윤, 이그나시오 역의 윤재호·정재환·홍승안(사진제공=뉴프로덕션)작지만 밀도 높은 혹은 독특한 주제를 담은 이야기, 대학로에서 잘 알려졌거나 촉망받는 창작진과 배우들이 꾸린 뮤지컬 두 편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8월 26~11월 26일 링크아트센터)와 ‘사칠’(8월 29~11월 5일 드림아트센터 2관)이 초연된다. 두 작품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공통점을 가진다.‘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스페인 극작가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Antonio Buero Vallejo)의 희곡 데뷔작으로 전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만들어져 한국에서 초연된다. 맹인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둔 친구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극화한 작품으로 선천적인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돈 파블로 맹인학교를 배경으로 한다.그곳의 학생들에겐 학교가 세상의 전부다. 자신들이 장애인임을 잊은, 사실은 외면한 채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중심에는 모범생 까를로스(노윤·박정원·양희준, 이하 가나다 순)와 그의 여자친구 후아나(주다온·한재아)가 있다.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출연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후아나 역의 한재아·주다온, 도냐 페피따 역의 문혜원·이영미(사진제공=뉴프로덕션)그렇게 평안하게 이어질 것만 같던 일상은 편입생 이그나시오(윤재호·정재환·흥승안)의 등장으로 균열을 맞는다. 시니컬하고 염세적인 성향의 그는 학생들이 애써 외면했던 장애인이라는 자각, 그에 대한 세상의 선입견, 불평등과 차별, 부조리 등이 난무하는 현실로 학생들을 떠민다.  스페인 내전 당시 정부에 저항하다 아버지와 형이 사형됐고 스스로도 사형선고를 받았던 작가는 ‘실명’이라는 장애를 통해 인간의 한계와 그를 대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현실에 눈 감은 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믿으며 자신을 다독이거나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를 맹인학교 이야기는 관리자 도냐 페피따(문혜원·이영미), 그의 부탁을 받은 까를로스로 인해 극단적인 결말을 맞는다. 그렇게 이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지만 전혀 달라진 미래를 맞을지도 모를 이들의 이야기로 ‘사의찬미’ ‘웨스턴스토리’ ‘배니싱’ ‘경종수종실록’ ‘문스토리’ 등으로 호흡을 맞춘 성종완 각색·연출과 김은영 작곡가·음악감독 콤비작이다. 까를로스 역에는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여신님이 보고계셔’ ‘더 픽션’ ‘랭보’ 등의 박정원,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 ‘어쩌면 해피엔딩’ 등의 양희준, ‘트레이스 유’ ‘일라이’ ‘스위니토트’ ‘배니싱’ ‘넥스트 투 노멀’ ‘곤 투모로우’ ‘쓰릴미’ 등의 노윤이 트리플캐스팅됐다.‘사의찬미’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행복한 왕자’ ‘알앤제이’ ‘일라이’ 등 무대를 비롯해 최근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 출연했던 홍승안, ‘와일드 그레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안나 차이코프스키’ ‘번지점프를 하다’ 등의 정재환, ‘나쁜 자석’ ‘천사에 관하여’ ‘쓰릴 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의 정재호가 평온한 돈 파블로 맹인학교 학생들을 ‘현실’에 눈 뜨게 하는 이그나시오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사칠’ 안정원 역의 진태화(왼쪽부터), 변희상, 김찬종(사진제공=주식회사 네오, 극단 좋은사람)소방관들 사이에서 쓰이는 ‘알았다’는 뜻의 통신은어를 제목으로 내세운 ‘사칠’은 박민재 작가가 실제 의무소방관으로 복무하며 겪었던 일들을 토대로 꾸린 소방관들의 이야기다. 의무소방원 시절부터 최고 실력을 인정받았던 소방관이지만 행정과 장비계 창고에서 내근직으로 근무하는 안정원(김찬종·변희상·진태화)과 그를 동경하는 의무소방원 후임으로 소방관으로서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강이준(박정혁·이종석·홍기범)이 풀어가는 이야기다. 지난해 홍천문화재단, 영월문화재단, 원주문화재단, 태백문화예술회관이 공동제작한 ‘아이즈-너를 보는 나’를 재창작한 작품으로 화마와의 싸움 최전방에서 분투하는 소방관들의 사명과 애환, 삶과 죽음 그리고 외면하고 싶지만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뮤지컬 ‘사칠’ 강이준 역의 박정혁(왼쪽부터), 이종석, 홍기범(사진제공=주식회사 네오, 극단 좋은사람)‘아이즈-너를 보는 나’의 연출까지 도맡았던 박민재 작가를 비롯해 ‘인사이드 윌리엄’ ‘디어 마이 라이카’ ‘너를 위한 글자’ 등의 김치영 작곡가, 배우 출신으로 ‘쿵짝’ ‘얼쑤’ 등의 우상욱 연출이 힘을 보탠다. 뛰어난 의무소방원이었지만 화재 현장에서 멀어진 안정원 역에는 ‘사의찬미’ ‘라흐헤스트’ ‘스위니토드’ ‘여신님이 보고계셔’ ‘엘리자벳’ 등의 진태화, ‘비스티’ ‘이프덴’ ‘미아 파밀리아’ ‘배니싱’ 등의 김찬종, ‘트레이스 유’ ‘일라이’ ‘파가니니’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드라큘라’ ‘첫사랑’ 등의 변희상이 번갈아 연기한다. 그를 동경하는 열혈 소방관 강이준 역에는 ‘트레이스 유’ ‘홍련’ ‘전설의 리틀농구단’ ‘메리 애닝’ ‘위대한 개츠비’ 등의 이종석, ‘칠칠’ ‘비스티’ ‘안나 차이코프스키’ ‘일라이’ 등의 홍기범,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 ‘합★체’ ‘사랑했어요’ 등의 박정혁이 트리플캐스팅됐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23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황홀한 무대 위 차지연의 17년 “첫 자작곡 ‘별빛’, 넘버마다 담긴 사연 들려드릴게요”

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한곡 한곡 써봤거든요. 왜 이 곡을 골랐는지, 무대 위에 올라 이 곡을 불렀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 시기에 개인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공연을 했는지…. 일기 쓰듯 끄적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관객분들은 무대 위의 비슷한 제 모습을 보시지만 저는 굉장히 희로애락도, 삶의 굴곡들도 많았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풀어서 얘기해드리면 좋겠다 싶었죠.”그래서 첫 콘서트 제목이 ‘전시회’(Exhibition, 9월 2~3일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다. “감사하게도 참 좋은 작품들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고 소감을 전한 차지연은 2006년 ‘라이온킹’ 라피키로 데뷔해 17년차를 맞았다. 보통 콘서트를 여는 10년차도, 15년차도, 20년차도 아닌 17년차에야 첫 개인 콘서트를 여는 이유에 대해 차지연은 “아껴두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서편제’ 송화, ‘위키드’ 초록마녀 엘파바, 젠더프리의 서문을 열었던 ‘광화문연가’ 월하,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아마데우스’ 살리에리, ‘호프’의 에바 호프, ‘레베카’ 댄버스 부인, ‘드림걸즈’ 에피 화이트, ‘레드북’ 안나, ‘마리 앙투아네트’ 마그리드 아르노, ‘모차르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아이다’의 아이다,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 ‘마타하리’의 마타하리 ‘노트르담 드 파리’ 에스메랄다….무대 뿐 아니라 ‘블랙의 신부’ ‘모범택시’ ‘해어화’ ‘간신’ 등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대부분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누구보다 치열했으며 관객들을 만족시켰지만 상처받고 좌절하는 순간들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 무대 위의 17년 동안 겪었고 견뎌야 했던 이야기들을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전시회’의 작품설명처럼 풀어낸다.◇삶의 희로애락과 굴곡 그리고 관객에 대한 감사함을 응축한 ‘전시회’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작품을 할 때마다 저만의 고충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저에게 꼭 필요한 과정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깨닫고…참 감사하더라고요. (세트리스트를 짜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작품은 ‘위키드’예요. 했던 작품도, 결국 못하게 된 작품도 다 쉽지 않았지만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거든요. 제 인생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공연이죠.”‘레베카’ 지방 공연과 ‘위키드’ 초연(2016년) 연습이 동시에 진행되던 때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불편해 하는 말들을 들어야 했고 “공연에 폐를 끼칠까 어떤 티도 내지 않고 악착같이 7개월여를 버티면서” 마음고생과 육체적 고통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배의 수축이 너무 심해 커튼을 붙잡고 견디면서 뱃속의 아이를 달래기도, 그 고통이 잦아들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어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컨디션을 조절하느라 늘 혼자였죠. 그때 정말 많은 오해들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렇게 가슴 아프게 끝낸 작품이다 보니 기회가 된다면 ‘위키드’는 꼭 한번 다시 해서 제일 큰 한을 풀고 싶어요.”이어 차지연은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생명에 대해 그렇게까지 안좋은 소리를 들어야 했는지, 왜 그때 나는 당당하게 얘기 못했나 싶지만 당시는 완벽한 무대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정말 쉽지 않았어요. ‘위키드’ 뿐 아니라 마음 편하게 한 작품이 하나도 없어요. (출연을) 못하게 된 것도 편안하게 못하게 된 게 없거든요. 그럼에도 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박수였어요. 객석을 채워주신 관객분들의 박수와 환호로 해낼 수 있었죠. 그런 이야기들을 이번 콘서트에서 하려고 해요. 제가 그 정도로 힘들게 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힘내서 매회 할 수 있었다고.”처음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제작사와 창작진들의 “어떤 감정이냐”는 물음에도 차지연은 “감사밖에 없다”고 답했다. 간이의자에서 콘서트를 관람해야하는 관객들을 위한 2000여장의 방석, 특별한 방법(?)으로 몇몇 관객들에게 선물할 티셔츠까지 웬만한 중형차 한대값을 들여 직접 고르고 구매하는 것은 물론 이런저런 세세한 부분들까지 신경쓰며 감사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 이유 또한 그래서다.“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준비해서 팬들한테 드리고 싶었어요. 비록 몇분일지라도. 17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오롯이 관객들 덕분이었거든요. 그 17년을 농축해서 ‘고작 이거 하나 드리네’ 싶을 정도로 너무 감사해요.”◇‘라이온킹’의 ‘서클 오브 라이프’부터 아이유의 ‘러브포엠’ 그리고 첫 자작곡 ‘별빛’까지 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기쁜 순간들도 많았어요. ‘서편제’의 마지막 여정이었던 대전 공연이 인상 깊어요. 다시는 할 수 없는 무대니까요. 그날 ‘심청가’를 정말 맘껏 했어요. 그간 안했던 손짓, 모션들까지 후회없이 다 쏟아내고 끝냈죠. 송화라는 역할 안에서의 끝인 동시에 나의 끝이기도 해서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이 다 쏟아냈죠.”이어 차지연은 “초연 ‘드림걸즈’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도, 여자 선장 루이자로 ‘몬테크리스토’ 오디션을 봤는데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께서 ‘목소리가 되게 슬프다. 메르세데스 곡을 한번 해볼 수 있겠냐’고 하셔서 불렀는데 메르세데스로 캐스팅됐을 때도 정말 기뻤던 순간”이라고 덧붙였다.이번 콘서트에서는 데뷔작 ‘라이온킹’의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와 뮤지컬 ‘위키드’의 ‘디파잉 그래피티’(Defying Gravity), ‘더 데빌’의 ‘포제션’(Possession) 등 출연 작품의 넘버 뿐 아니라 아이유의 ‘러브 포엠’(Love Poem), 알리샤 키스의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If I Ain’t Got You) 등 다양한 무대를 준비 중이다.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데뷔작 ‘라이온킹’도 너무 아쉬운 작품이에요. 너무 아무 것도 몰랐을 때 만나서 순수할 수는 있었겠지만 아쉬움도 큰 작품이거든요. 지금 한다면 그때와는 또 다른 노련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국어 공연이 안된다면 영어라도 공부해서 꼭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작품이죠. 아이유의 ‘러브 포엠’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선곡했어요. 아이유와 저를 놓고 보자면 되게 다르잖아요. 톤도, 스타일도, 외모도 너무 다르죠. 저와 너무 다른 가수의 곡이 나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이어 “이번에 들려드릴 곡들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훌륭하지만 (이나영) 음악감독님이 저에 맞게 거의 10곡 이상을 편곡하셨다”며 “이번 콘서트에서 부를 곡들은 커버곡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제가 음악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 송창식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촌스럽거나 예스럽지가 않아요. 선생님만이 갖고 계신 한국적 울림과 리듬이 있거든요. ‘코리안 소울’이라는 말이 정확히 맞는 분이시죠. 그 분의 그루브 등을 감히 흉내낼 수는 없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 OST로도 잘 알려진 송창식 선생님의 ‘안개’를 부릅니다.”차지연은 “이 곡 역시 음악감독님이 탱고 느낌으로 편곡해 주셔서 제 스타일대로 불러볼까 한다”고 말을 보탰다. 더불어 그의 첫 자작곡 ‘별빛’도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선사한다.“조금씩 말하고 싶은 것들을 노래들로 찾아뵙고 싶어서 용기를 내 만들었어요. 그 곡도 감독님이 예쁘게 편곡해 주셨죠. 제목은 저희 아들이 지어줬어요. 집에서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주면서 ‘어떤 느낌이 드냐’고 물어보니 ‘별빛 같아’라고 해서 지어진 제목이죠.”자작곡 ‘별빛’에 대해 차지연은 “제일 예쁘게 피어야 할 나이는 보편적으로 10대 후반부터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이고 그때를 ‘청춘’이라 일컫는다. 가장 아름답고 싱그럽게 피어나고 생동감 있어야 할 나이 때 저는 반대의 삶을 살아왔다”며 “그런 시간을 보낸 저한테 하고 싶은 얘기”라고 털어놓았다.차지연의 첫 콘서트 게스트로 힘을 보태는 정선아(사진=브릿지경제 DB, 팜트리아일랜드 제공)“제가 저한테 하는 얘기기도 하지만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 청년들이든 삶이 어려워진 누군가든 이 가사를 듣고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공감해주시고 알아주시는 분들이 단 몇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이곡을 시작으로 계속 만들고 있어요. 콘서트 후 ‘별빛’을 시작으로 음원으로 발표하려고요.”◇타드래곤으로 맞을 태양인 김해준, 김호영 그리고 ‘내편’ 정선아“(김)해준씨는 그냥 와주기만 해도 된다고 했는데 ‘누나 우리 재밌는 거 해봐요’ 해서 콜라보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 타드래곤으로 나갑니다.”데뷔 17년만에 처음 열리는 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김해준·김호영(2일), ‘위키드’로 호흡을 맞췄던 정선아(3일)가 출격한다. 그의 남편인 윤은채의 친구이기도 한 김해준은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최준, 모창가수 등으로 최근 가장 핫한 개그맨이자 크리에이터다.“관객분들이 좀 색다른 재미를 느끼시면 좋겠다 싶어서 다양한 무대를 준비 중”이라는 차지연은 이번 콘서트에서 많은 조언과 응원을 해줬다는 정선아와 “모두가 이미 예상하고 계신 그 곡을 하게 될 것”이라 귀띔했다. 그는 “선아랑 꼭 다시 불러 보고 싶었던 곡이었다. 둘 다 이제 아이 엄마고 더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돼서 (눈물이 나지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웃었다.“(정)선아랑 한 무대에 서는 건 ‘위키드’ 초연 이후 7, 8년 만이에요. 저를 ‘차지’라고 부르는데 임신, 출산 후 통화를 하는데 ‘너한테 제일 미안해’라면서 울먹거리더라고요. ‘그때(‘위키드’ 공연 당시)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떻게 그 공연을 그렇게 해냈는지, 내가 너무 못챙겨준 게 너무 미안해‘라고. 참 따뜻한 배우예요. 도대체 선아가 못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얼굴도 예쁘지 노래도 잘하지 연기도 잘하지 마음까지 따뜻하지…제가 선아를 그 자체로 정말 좋아해요. 선아랑은 솔직하게 다 얘기하죠. 자주 연락하고 그러진 않는데 항상 응원하고 서로 난 네 편이지, 넌 내 편이지를 느껴요.”◇황홀한 무대 지키며 또 치열하게!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17년 동안 부끄럽지 않게 살았구나, 누구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배우의 길을 걸어왔구나…이젠 제가 저를 좀 인정해주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제는 제작사, 창작진, 스태프들에게 함께 하고 싶은 배우 중 하나가 됐고 엄청나게 흘륭하지는 않아도 참 괜찮은 배우이고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콘서트를 통해 ‘너 꽤 괜찮게 살아왔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이어 “앞으로도 무대와 매체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라 밝힌 차지연은 “올 연말에는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내년에는 매체활동을 좀 더 활발하게,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많은 얘기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모토랄까, 제 목표는 ‘어떤 회차도 관객을 기만하지 말자’예요. 집중이 안되는 날도 죽을 것처럼, 마지막인 것처럼 다 하고 끝내야 하죠. 시간, 재정 등을 투자해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 수많은 애씀과 한결같이 지켜온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차지연은 “당시에는 감당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고 벅찼지만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어찌할 바를 몰랐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는데 책임질 것들은 너무 많아 흘렸던 눈물들과 아픔이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색깔로, 질감으로 잘 표현되고 있으니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고 느낀다”며 “앞으로는 나이에 맞게, 좀 멋있게 잘 늙고 싶다. 지금까지 잘 밟아온 것처럼 잘 내려오고 또 잘 밟아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공연은, 무대는 놓을 수가 없어요. 무대가 주는 기쁨과 성취감이 정말 너무 크고 재밌거든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동료들, 스태프들과 함께 한다면 무대만큼 황홀한 곳은 없는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21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정휘 “이게 사랑이야? 그럼 사랑이란 무엇일까…그 질문이면 충분해요”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저는 ‘와일드 그레이’가 좋은데 보는 사람들은 뭐가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플레이어로서 느끼는 것과 관객들이 느끼는 건 조금 다를 것 같은데 그걸 전 잘 모르잖아요. 저는 ‘와일드 그레이’를 하면서 받았던 질문이 그거였어요. 이게 사랑이야?”뮤지컬 ‘와일드 그레이’(9월 3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알프레드 더글라스(Alfred Douglas), 일명 보시(Bosie)라 불리는 인물을 연기하는 정휘는 ‘사랑’을 강조했다.뮤지컬 ‘와일드 그레이’는 뮤지컬 ‘난쟁이들’의 이지현 작가, ‘라흐마니노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피아니스트이며 ‘미드나잇’ ‘오디너리데이즈’ ‘왕복서간’ 등의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이범재, ‘킹아더’ ‘검은사제들’ ‘록키호러쇼’ ‘호프’ ‘마마돈크라이’ 등의 오루피나 연출 등이 꾸려 2021년 초연됐고 두 번째 시즌이 공연 중이다.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제공=뉴프로덕션)아름다움을 쫓는 유미주의 대표 인물로 ‘심연으로부터’ ‘살로메’ 등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쓴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정민·박민성·김경수, 시즌합류·관람배우·가나다 순)와 그의 몰락을 부른 퀸즈베리 사건에 관련된 실존인물 알프레드 더글라스(정휘·김리현·윤석호·정재환) 그리고 와일드의 첫 동성 연인이자 현재의 사업파트너 로버트 로스(Robert Ross, 안지환·기세중·김지훈)의 이야기다.“어쩌면 이 셋은 세상에서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어요. 특히 보시(알프레드 더글라스)의 사랑 표현방식은 원론적이지도, 정상적이지도 않죠. 오스카 와일드는 아내와 아이 등 가족이 있고 전 애인과 현재 애인도 있어요. 로스도 그래요. 헤어졌지만 그렇질 못했죠.”정휘의 설명처럼 극 중 오스카 와일드(이하 와일드)는 유명 작가로 여전히 전 연인 로버트 로스(이하 로스)와 비즈니스 파트너다. 그런 와일드가 아름다운 귀족 청년 알프레드 더글라스(이하 보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세 사람의 기묘한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저게 무슨 사랑이야? 저건 사랑이 아냐! 반문할 수도 있는 캐릭터들이죠. 그럼에도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 고민하게 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정상적이진 않지만 이들이 했던 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저한테는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여전히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고 질문을 던지거든요. 제 나이가 허락하는 한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인 것 같아요.”◇일주일에 한번 “아쉽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이런저런 사정으로 일주일에 한번 밖에 공연을 못하고 있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와일드 그레이’를 한번 하고 나면 기운이 다 빠져버릴 정도죠. 그래선지 늘 재밌고 매번 새롭게 느껴져요. 무언가를 되게 열심히 하면 살아 있는 느낌을 받는데 요즘이 그래요.”2021년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보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휘는 “초연을 준비하면서 와일드의 ‘심연으로부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등을 읽고 해석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파고들면서 더 깊게 빠져들었다”며 “그만큼 애정을 많이 쏟았던 작품이고 숨겨놓은 것도, 계속 공부할 것들도 많아서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보시를 표현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어려서부터의 교육을 통해 몸에 밴 영국 귀족들만의 문화, 그들만의 품위와 예의, 일반인들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약간의 우월감 등이었어요. 천박하거나 돈 많고 싸가지 없는 인물로 보이고 싶진 않아서 영국 귀족사회, 그 역사적 배경과 생활, 문화 등을 좀 많이 연구했던 것 같아요. 그들만의 우아한 모먼트들이 공연에서 보여지길 바랐죠.”평범한 이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극한을 오가는 인물이지만 정휘는 “공감이 안되진 않았다”며 “처음 대본을 봤을 때도 사회성이 결여되고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 모습들이 조금 안쓰럽고 불쌍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장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왼쪽)와 오스카 와일드 정민(사진제공=뉴프로덕션)“사랑받지 못한 결핍으로 인해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하게 나가는 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의 특성 같아요. 영국 귀족, 그 중 최고인 퀸즈베리 가문이라는 환경들이 차곡차곡 쌓여 좀 더 극대화된 거죠.”이어 정휘는 “사회적 잣대로만 보면 셋 중 좋은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드라마를 봤을 때는 셋 다 안타깝다”며 “그 안타까움의 종류가 조금 다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 중 알프레드 더글라스는 스스로가 자신을 파괴하고 갉아먹어요. 건강하게 헤쳐 나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외부의 눈도 신경 써야 하는 귀족집안 사람이고…사실 그가 집안에서 받은 건 학대잖아요. 그로 인한 결여와 결핍이 너무 커요. 그런 복잡한 감정들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라는 생각에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배우로서 표현해보고 싶었고 너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그리곤 “초연 때는 마음을 맞춰가며 다 같이 분석하고 만들면서 생기는 시너지가 즐거웠다면 이번엔 좀 더 상대방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무대 위에서 보시로서 하는 행동들에 상대방이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먼트들이 굉장히 즐겁다”고 말을 보탰다. “초연 때보다 알프레드 더글라스라는 인물을 제가 훨씬 더 많이 품게 되더라고요. 초연 때는 좀더 신경질적이고 급박하게 감정들이 변하고 참고 있는 걸 폭발시켰다면 지금은 좀더 내면에 있는 것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달까요. 왜 폭발했는지, 폭발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제 안에 좀더 채워진 느낌이에요.”그래서 보시가 “더 안타깝다”는 정휘는 “폭발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좀더 깊어진 것도 같다. 이 친구가 왜 그렇게 힘들어 하고 바락거리는지에 좀더 이입하고 공감하 다보니 그 괴로움이 더 깊게 다가온다”고 부연했다.“그러다 보니 감각들이 조금 더 다이내믹해지고 표현이 좀 더 입체적이 되는 것 같아요.”◇현실과 이상 사이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요?”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보시도 와일드의 관객으로만 남고 싶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와 함께 예술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었고 와일드로 인해 삶도 좀 편안하고 싶었을 거예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 와일드와 함께 함으로서 더 이상 불안하고 겁에 질리는 뭔가를 마음 한편에 품고 사는 삶이 아니라 평안하게, 예술적인 교감을 나누며 살고 싶었을 거예요.”극 중 보시는 함께 예술을 하고 싶어 하지만 와일드는 그를 “단 하나뿐인 관객”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로스는 와일드의 관객이고 싶어 하지만 예술 동업자로 남아야만 한다. 서로가 원하는 자리에 있는 서로를 질투하고 연민하는 보시와 로스의 관계 역시 기묘하기는 매한가지다.“보시와 로스의 삶의 가치관, 예술적인 생각 등의 딱 가운데에 와일드가 있는 것 같아요. 보시는 너무 공격적이면서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로스는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와일드의 현실은 로스를 따라야 하지만 마음은 보시에 있는 거죠. 항상 와일드 곁에 있는 둘은 실제 관계일 수도 있고 와일드의 현실적인 삶과 예술가로서 원하는 이상적인 본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이어 정휘는 “현실을 사는 것과 원하는 것, 되게 다른 둘이 항상 곁에 있는 상황은 우리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우리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사이에 늘 존재하잖아요. 도저히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야할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거기에 가 있죠. 보시도 사랑하는 와일드와 두려움 없는 삶을 원했지만 결국 (와일드의 ‘막중한 풍기문란’ 죄를 가늠하는)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잖아요. 끝까지 와일드와 함께 하지 못한 게 오히려 자신을 지키는 행동이었던 셈이죠.”더불어 “모두가 신념을 지키면서 살기는 어렵다. 특히 보시는 신념 보다는 순간순간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며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닥치니 살아온 환경, 귀족이라는 신분, 그로 인한 성격 등이 본능적으로 그걸(현실을) 놓을 수 없게 했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자신을 지키기 위해 도망쳤지만 끝까지 함께 하자는 보시의 마음도 진심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계획된 행동이 아니라 보시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건 보시 뿐 아니라 귀족이었던 로스, 유명 작가로 성공한 와일드도 마찬가지죠. 셋 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가다 보니 얽히고설킨 관계가 돼 버렸어요. 그래서 셋 다 안타깝고 우리 삶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신랄한 비판과 분노, 후회와 원망…결국 사랑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극 중 와일드는 한없이 보시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표현하죠. 하지만 연애할 때는 누구나 그렇잖아요.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죠. 어떤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아주 작은 행동이나 말에도 되게 예민해지곤 하잖아요. ‘내가 뭘 잘못했나’ ‘방금 전까지 나를 사랑한다고 했는데 변한건가’…그런 생각들이 저(보시)는 되게 극대화돼 표현되는 거죠.”극 중 와일드는 보시와 로스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로스는 여전히 와일드 곁에 머물며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때때로 보시를 도발한다. 이에 그렇지 않아도 두려움과 결핍에 잠식당한 보시는 불안을 떨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이 사람들의 환경과 배경, 성격 등이 극대화돼 극적으로 보여져서 그렇지 실제 세 사람의 삶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와일드, 보시, 로스) 이 사람들만의 특별한 문제 같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표현을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지 연인이 싸우고 헤어지는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하거든요.”실제로 오스카 와일드가, 당시에는 금기였고 불법이었던 동성애로 추정되는 ‘막중한 풍기문란’이라는 죄명으로 감옥에 수감돼 알프레드 더글라스에게 쓴 글들을 엮은 ‘심연으로부터’는 그에 대한 신랄한 분노와 비판으로 가득 차 있다.“정말 욕밖에 없어요. 진짜 너는 최악이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너 나한테 이런 말도 했고 이런 못된 짓도 했다…그걸 다 적어놨어요. 읽으면서 정말 놀랐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글에 보시에 대한 사랑이 정말 뚝뚝 흐른다는 거예요. 첫장부터 좋은 말들 없이 후회와 원망으로 가득 찼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놓을 수 없어, 이건 당신을 위해 쓴 글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졌죠. 너무 신기했어요. 그의 필력이 놀라웠고 그래서 와일드가 유명한 작가구나 싶었죠. 두 사람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랑으로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꼽히는 이유 같기도 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18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손숙 연극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4악장짜리 생의 찬가 ‘토카타’

연극 ‘토카타’ 연습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원로 아니고 ‘배우’인데요.” “저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설 겁니다. 연극 할 거예요,”스스로를 어떤 수식어도 없는 ‘배우’라고 소개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에 설 의지를 표현하는 배우 손숙이 연극인생 60주년을 맞아 ‘토카타’(Toccata, 8월 19~9월 10일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를 무대에 올린다. 손숙은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문학소녀였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재학시절인 1963년 ‘삼각모자’로 데뷔해 ‘어머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위기의 여자’ 등 꾸준히 무대에 올랐고 TV,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후 지금까지도 ‘햄릿’ ‘장수상회’ 등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 ‘토카타’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을 꿈꿨던 그 어릴 적 초심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연극으로 관객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는 그는 연극 무대 데뷔 60주년을 대부분 자신의 대표작이나 흥행작 중 하나로 ‘과거’를 기념하기 보다는 신작 ‘토카타’로 미래를 가늠한다. “몸은 굉장히 힘들지만 1963년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설렘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손숙의 ‘토카타’를 위해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정영두 안무가, 최우정 음악감독, ‘아이다’ ‘시카고’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맘마미아!’ 등의 박명성 프로듀서가 기꺼이 함께 한다.‘토카타’는 유일하게 곁을 지키던 반려견까지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늙은 여자(손숙)와 위험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공호흡장치로 연명하며 사경을 헤매는 중년 남자(김수현) 그리고 고독과 단절의 심연, 그 가운데서도 피어오르는 삶의 찬란한 희망 등을 표현하는 춤추는 남자(정영두)의 이야기다.단절 속에서 끝없이 산책하는 여자와 정지되고 움직이지 못하는 고립상황에서 자신의 기억 속을 더듬으면서 산책하는 남자, 독립된 인물들의 이야기는 말로 그리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은 춤으로 구현되는 4악장짜리 연극이다.제목 ‘토카타’는 이탈리아어로 ‘손을 대다’ ‘접촉하다’라는 뜻을 지닌 ‘토카레’(Toccare)에서 유래한 단어로 급속한 분산화음과 음계적 패시지(Passage)를 주체로 하는 기교적·즉흥적인 건반음악 형식이기도 하다. 연극 ‘토카타’ 연습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지금은 일상이 돼버린 코로나 팬데믹의 산책길에서 영감을 얻어 대본을 집필한 배삼식 작가의 표현처럼 “따뜻하거나 편안하지만은 않은, 어떤 면에서는 서늘하고 괴팍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는 ‘접촉’을 통해 고독을 이야기하는 ‘토카타’에 대해 손진책 연출은 “이야기의 축도, 내러티브도 없지만 세 인물의 각자 독립된 이야기와 춤으로 이어가는 4악장의 연극”이라며 “마치 악보를 보듯 해보자는 생각으로 준비한 세 인물의 삼중주”라고 설명했다.연극 ‘토카타’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손숙의 연극인생 60년이 아니라 인생 80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존재론적인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슬프다’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삶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어떤 고독이 아니라 생의 찬가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삶이라는 게 이렇게 찬란하구나를 오히려 역설적으로 느끼기를 바랐어요. 고독과 단절된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거든요.”‘토카타’ 연습을 하면서 “제 인생을 한번 돌아보게 됐다”는 손숙은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울 때 행복했던 시절, 남편과의 아름다웠던 순간들, 키우던 개를 떠나보내고 쓸쓸했던 때 등을 떠올리다 보니 그냥 내 얘기, 내가 살아온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무대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의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라는 하이퍼리온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태섭 무대 디자이어는 “(다리가 불편한 와이어스의 친구인) 여인 하나가 풀밭에 쓰러져 있다. 이는 극 속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시면 왜 풀밭이 됐는지 아시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손 연출은 “작가의 대사, 뉘앙스 등에서 자꾸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첫 장면부터 그렇다”고 전했다.“그 첫 장면에서 여자의 상태를 깨닫는 관객도 있을 거고 얼마쯤 지나서 혹은 마지막까지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저마다 삶의 방식을 갖고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따뜻한 눈길, 그 생명들을 소중하게 보듬는 이들이 어딘가로 향하는 여정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16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한국에서 만들어 아시아로! 뮤지컬 ‘시스터 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뮤지컬 ‘시스터 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김지원 프로듀서(왼쪽)와 로버트 요한슨 연출(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그간 해외 공연의 내한 투어는 북미나 호주 제작사에서 만들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했던 팀이 그대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죠. 투어의 투어, 대행의 재대행 식이다 보니 프로덕션 사이즈도 줄이고 캐스팅도 달라지는, 소위 ‘세컨드 클래스’라고 하는 공연을 주로 보게 되는 거예요.”이에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는 뮤지컬 ‘시스터 액트’(11월 22~2024년 2월 11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의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아시아, 중동 지역을 아우르는 투어 프로덕션 제작에 나선다.이를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라고 표현한 김지원 EMK 부대표는 “한국에서 만든 영어 버전을 2023년 9월 부산에서 6주간의 리허설에 이어 서울·부산을 포함한 15개 도시 투어 후 2025~2026년 아시아 투어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김지원 프로듀서(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14일 서울 강남구 소재의 EMK 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나 ‘시스터 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제작을 알린 김 부대표는 “EMK가 10년 넘게 쌓아온 제작 노하우를 좀 더 인터내셔널하게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1992년 개봉했던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으로 알려진 작곡가 앨런 멘컨와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가 넘버를 꾸리고 부부 작가 셰리·빌 스타인컬너가 대본을 집필했다.2006년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나서 제작한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초연된 뒤 2009년 웨스트엔드, 2011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오스트리아,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공연됐다.마피아 보스 커티스의 애인이자 무명가수 들로리스가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면서 추격을 피해 클라렌스라는 이름의 수녀로 위장해 수녀원으로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들로리스와 수녀들 간의 교류, 공감대 형성, 눈물겨운 연대 등을 통해 희망과 감동을 전하는 극으로 한국에서는 2017년 공연된 바 있다. 이 공연에서는 ‘프리다’ ‘마리 퀴리’ ‘모차르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하리’ 등의 김소향이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주요배역인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로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된 바 있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연출은 2007년 ‘햄릿’으로 EMK와 첫 연을 맺은 후 ‘레베카’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팬텀’ ‘몬테크리스토’ 등에 참여한 로버트 요한슨이 맡는다. 올해 4월부터 한국과 뉴욕에서 동시 진행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외국 배우들과 6명의 한국 배우가 함께 꾸릴 ‘시트터 액트’의 강점에 대해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굉장히 재미있는 코미디 뮤지컬로 섹시한 갱스터도 나오고 수녀님들도 나오지만 그 중심에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고 짚었다.2017년 내한했던 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자매들 간의 애정,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지지하는 마음 등에서 굉장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간의 내한 투어 공연들은 돈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닌데 배우들의 연기를 서포트해주는 물리적인 무대 등이 멋있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내한 공연을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만듦으로서 관객들이 이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도 잘 서포트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그리곤 “미국인을 비롯해 한국의 굉장히 유능한 스태프들이 굉장히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배우들 역시 한국인과 미국인이 함께 협업하면서 서로의 장점들을 잘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김지원 ‘시스터 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프로듀서이자 EMK부대표는 “비용 절감”과 “그로 인한 퀄리티 확보”를 장점으로 꼽았다.“예를 들어 한국 공연이 끝나고 일본엘 간다면 세트를 옮기기 위해 최소 3주 정도의 시간과 화물 배송비용이 필요했어요. 그 기간 동안 스태프나 배우들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죠. 바로 다음 나라 공연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면 세트까지 모두 미국으로 보냈다가 다시 들여와야 하니 그 비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죠.” 뮤지컬 ‘시스터 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로버트 요한슨 연출(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이어 “하지만 그 출발선이나 허브가 한국이라면 스태프, 배우들 등의 항공료, 체제비, 화물비 등 모든 비용이 절감되고 (그 절감된 비용을 제작비에 투자해) 공연의 퀄리티를 (세컨드 클래스가 아닌 오리지널 그대로 혹은 그보다 높게) 확보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저희는 모든 스타트와 엔딩을 부산으로 잡았습니다. 항만이 있고 일본, 중국 등과 가깝거든요. 지금 투어 국가들과의 협의에서도 이 부분이 굉장히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비용 뿐 아니라 시간적인 부분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이죠. 한국 뮤지컬의 제작 노하우와 모든 것을 해외에 알릴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티켓 가격에 대해서는 “국내의 경우 현재 설정하고 있는 기본 가격에서 더 올리지도, 낮추지도 않고 동일하게 책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EMK가 새로운 창작을 올리거나 라이선스 공연만 잘 유지해도 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어요. 2017년 공연된 ‘시스터 액트’가 굉장히 성공적이었고 세대를 뛰어넘어서 사랑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앨런 멘컨의 주옥같은 넘버들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재미와 감동을 주는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로버터 요한슨 연출은 “이미 ‘시스터 액트’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더 훌륭한 ‘시스터 액트’를 보여드릴 수 있는 역량이 저희에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굉장히 사람의 마음을 울리면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도 많은, 그리고 아주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2007년 (‘햄릿’으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굉장히 큰 비밀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재능을 가진 싱어들과 배우들이 많다는 거였죠. 그들의 직업윤리, 무대 위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을 표현해주고 있는지에 감동을 받았어요. 한국의 K팝, 올림픽 등이 굉장히 성공적인 데 비해 뮤지컬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는 것 같아요. 세계가 한국의 뮤지컬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14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무려 5시간에 걸쳐 ‘이 불안한 집’ 김정 연출 “이 드라마의 촉발제, 마초 역사 속 희생된 이피지니아”

연극 ‘이 불안한 집’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허미선 기자)“이 이야기를 집으로 가지고 들어왔다는 게 의미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원작 희곡집 표지도 아기인 이피지니아 혼자만 갸우뚱하고 있고 주변의 가족들은 막 흔들려서 거의 실체가 없는 인간처럼 돼 있어요.”고대 희랍 비극(希臘悲劇)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연극 ‘이 불안한 집’(The Restless House, 8월 31~9월 24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의 김정 연출은 제목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이 불안한 집’은 영국의 극작가 지니 해리스가 아이스킬로스의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2016년 영국 시티즌스시어터에서 초연됐다. 그 해 스코틀랜드 비평가협회상 최우수 희곡상, 최우수 연출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무려 5시간의 러닝타임, 15명의 배우들이 표현하는 20여 캐릭터가 꾸려가는 이야기다.  연극 ‘이 불안한 집’의 김정 연출(왼쪽)과 이피지니아 역 홍지인(사진제공=국립극단)1부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딸 이피지니아(홍지인)을 죽인 왕 아가멤논(문성복)의 귀환과 그를 살해함으로서 복수하는 클리템네스트라(여승희)의 이야기를, 2부는 그들의 둘째 딸 엘렉트라(신윤지)가 어머니에게 복수하는 여정을 다룬다. 그리고 3부는 어머니를 살해한 후 제3의 시공간으로 넘어간 엘렉트라가 현대의 정신과 의사 오드리(김문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정 연출에 따르면 “1부는 왕을 살해하면서 사회를 바꾸려는, 실패했지만 혁명적인 움직임으로 체제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사건을 다룬다. 2부는 그 다음 세대가 부모를 살해함으로서 가족에 저항하고 내 개인의 자유를 얘기한다.”“3부에서는 오드리가 가진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1, 2부와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고 있어요. 사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의지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느끼면서 동시대와 연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이어 김 연출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기제들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것이 있긴 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연극 ‘이 불안한 집’의 촉발제이자 드라이브가 되는 이피지니아 홍지인(사진=허미선 기자)김정 연출은 희랍극을 꼭 하고 싶었던 데 대해 “지금까지 2500년을 건너서도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라며 “결국 핏줄, 집안의 이야기”라고 밝혔다.“인간이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가장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핏줄, 혈통이잖아요. 모든 인간은 거기서 고통 받고 치유 받죠. 우리 인간 전체에게 주어지는 공통된 숙명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이어 김정 연출은 “그럼 우리는 무엇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나 라고 했을 때 결국 아주 작은 단위의 우리, 개인의 구원 혹은 자유 같은 것들을 어떤 식으로 우리가 감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나라 꼴을 좀 보세요!”1부의 이 대사만으로도 ‘이 불안한 집’은 2023년 현재에 맞닿아 있다. 김정 연출은 “어느 역사 안에서나 정치적인 이슈들은 있어 왔다.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그래서 1부는 꼭 영웅서사 같은 느낌이어야 했다”고 설명했다.“(오레스테이아 3부작 서사를 그대로 따르는) 큰 이야기로 출발해 3부는 매우 적어서 꼬리가 너무 약하게 빠져버린다는 생각에 계속 고민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꼬리가 약하거나 가볍다기 보다는 극 전체에 잘게 흩뿌려진 느낌이에요. 이에 전인류에게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 시작이자 탈출구가 이피지니아라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이피지니아는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의 첫째 딸로 엘렉트라의 언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신의 계시라는 명분으로 친부인 아가멤논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인물이다. 폭력으로 점철된 마초의 역사 속에서 희생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는 이피지니아는 혼령으로 극 전체를 떠돌며 어디에나 존재한다.“아가멤논이 폭력적인 이전 세대의 거의 끝물 보스 같은 느낌이라면 클리템네스트라는 그걸 끊어내려는, 실패했지만 혁명적인 인물이에요. 자기 자식을 희생당한 인물로서의 역사가 생겼고 이에 대해 정당하게 복수하고 세상을 전복하려고 했던 인물이죠.”연극 ‘이 불안한 집’ 연습실 공개 현장의 아가멤논 문성복과 이피지니아 홍지인(사진=허미선 기자)이어 “혁명이 실패하면서 그 다음 세대는 아이기스투스(윤성원)가 (권력을) 잡았고 그 역시 굉장히 폭력적인 인물”이라며 “이게 꼭 이전 세대부터 우리가 겪어온 역사처럼 느껴진다”고 부연했다.“결국 지금도 벗어날 수 없는 역사죠. 이탓, 저탓, 남탓, 세상탓, 신탓을 해도 결국엔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요. 이런 세상에서 이피지니아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어떤 숭고함인 것 같습니다. 너무 폭력적이고 무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지금에도 아무 죄 없이 희생당한 사람만이 외칠 수 있는 ‘멈춰’가 그래서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김정 연출은 “굉장히 극단적으로 몰려 있는 인간들의 표출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공권력이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그걸 멈출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하지 못하면 그걸 멈출 수 있는 건 누군가의 희생”이라고 부연했다.연극 ‘이 불안한 집’ 연습실 공개 현장의 오드리 김문희(왼쪽)와 이피지니아 홍지인(사진=허미선 기자)“용서나 숭고함이 없는 세상에서 숭고함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자살 뿐이라는 게 참 슬퍼요. 목을 졸라 다른 세계로 넘어가 버리는데 그곳 역시 천국이 아닌 지옥이고…그렇게 끝날 것 같으면서도 더 밑으로 떨어뜨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만들어 내는 게 비극의 힘이잖아요. 저는 (‘이 불안한 집’의) 3부가 그런 비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1, 2부가 ‘오레스테이아 3부작’의 서사를 그대로 따른다면 3부는 어머니를 살해한 후 제3의 시공간으로 넘어간 엘렉트라가 정신과 의사 오드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정 연출은 “1, 2부에 비해 매우 짧고 느닷없게 느껴질” 3부에 대해 “아무 근거도 없고 드라마와 상관없는 듯 느껴지는 이피지니아가 외치는 독백으로 구성했다”고 귀띔했다. 연극 ‘이 불안한 집’ 연습실 공개 현장의 이피지니아 홍지인(외쪽)과 엘렉트라 신윤지(사진=허미선 기자)“지니 해리스 대본에는 좀 흩어져 있던 이피지니아의 독백들을 하나로 모아 강력하게 뚫어버리고 싶었어요. 전쟁, 총소리, 비명소리를 멈출 수 있는 건 희생당한 아이니까요. ‘나는 복수의 혼령인 줄 알았는데 그저 멈추고 싶고 내 동생을 안아주고 싶다’라고 얘기하는 심플함, 그런 심플함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리곤 “1, 2부는 연극하는 사람들 같다. ‘뭐 하러 저렇게까지 하나’ ‘도대체 왜?’ 그래서 ‘그만’을 외치게 되는 3부에서 저 사람들의 몸부림이 이걸 위한 것이었구나 하게 된다”며 “이피지니아의 어떤 드라마적인 충고라기 보단 모든 배우가 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래서 이피지니아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고 이 작품 전체를 꿰뚫는 아주 큰 드라이브라고 생각해요. 매 장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혼령처럼 떠도는 이피지니아는 드라마의 촉발제 같은 거예요. 계속 존재하면서 관통하고 오해받고 결국에는 미움 받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반전이 생기는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12 13:16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뮤지컬 ‘프리다’가 외치는 인생 만세! 김소향 “찰나의 환희”, 김히어라 “수고했어 오늘도”, 알리 “넋두리는 때려치워”

뮤지컬 ‘프리다’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병진 안무가, 허수현 작곡·편곡·음악감독, 추정화 극작·작사·연출, 프리다 칼로 역의 김히어라·김소향·알리, 레플레하 리사·스테파니·전수미, 데스티노 이아름솔·정영아·임정희, 메모리아 허혜진·박시인·최서연·황우림(사진=허미선 기자)“저에게 인생은 찰나의 환희로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잠깐 잠깐의 다른 행복들로 인생을 살 수 있는 힘을 얻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뮤지컬 ‘프리다’에서 프리다 칼로(김소향·김히어라·알리,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소향은 고통과 좌절, 불행과 이별 등이 반복되는 인생 속에서도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인생 만세)를 외칠 수 있는 힘에 대해 “찰나의 환희”라고 밝혔다.“인생을 살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크기는 각자의 기준에 달린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그 고통의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느끼는 바가 다를 테니까요. 제가 느낀 프리다의 고통은 사실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 또한 인생에서 느꼈던 나름대로의 고통들이 있죠. 그런 지점에서 프리다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뮤지컬 ‘프리다’ 프리다 칼로 역의 김소향(사진=허미선 기자)이렇게 전한 김소향은 “저와 프리다가 맞닿아 있는 교집합을 찾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며 “(추정화) 연출님과 (허수현) 음악감독님이 만들어주신 음악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표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프리다’는 소아마비 판정,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고, 첫사랑과의 이별, 죽음과의 동행, 평생의 사랑 디에고 리베라,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로서의 삶, 남편의 여성편력과 유산 등 굴곡진 프리다 칼로의 삶을 ‘더 라스트 나이트’라는 쇼로 풀어낸다.죽음을 앞둔 프리다가 ‘더 라스트 나이트’ 쇼의 진행자 레플레하(전수미·리사·스테파니), 평생을 껴안고 동행한 ‘죽음’의 데스티노(정영아·임정희·이아름솔), 평행 우주 속 완벽한 또 다른 프리다 메모리아(최서연·허혜진·황우림·박시연) 등과 함께 삶을 돌아보는 여정을 따른다.2020년 제14회 대규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된 ‘프리다’는 ‘스모크’ ‘인터뷰’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가·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가의 콤비작이다. 2021년 딤프 초청작으로 다시 선 보인 후 2022년 서울 초연에 이은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뮤지컬 ‘프리다’의 특징은 배우들의 재능에 맞춘 음악과 안무다. 허수현 작곡·편곡·음악감독은 “프리다 칼로의 굴곡진 인생을 다루며 좀 깊어진 부분들이 있다 보니 (넘버가) 어렵고 고음이 많다는 건 인정한다”고 전했다.“(김히어라, 알리, 스테파니) 등 각양각색 개성이 강한 배우들을 새로 만나면서 그들에게 맞춤형 편곡과 어레인지를 했습니다. 그들의 장점이 잘 부각되는 그런 작품이 되도록 노력했죠.”뮤지컬 ‘프리다’ 중 배우 특성을 살린 ‘허밍 버드’ 장면(사진=허미선 기자)안무 역시 배우별 장점을 살려 장면을 구성했다. 특히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전수미·리사·스테파니)가 처음 만나는 장면인 ‘허밍 버드’는 배우마다의 강점을 살려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 김병진 안무가는 “스테파니 배우는 춤이 장기여서 프리다에 구애하는 사랑의 표현을 춤으로 했다”고 설명했다.“클래식을 기반으로 특이한 느낌의 행보, 투사를 상징하는 파소도블레(투우장에서 행진곡으로 흔히 연주되는 에스파냐의 빠른 무곡)라는 장르로 표현해 봤습니다. 굉장히 고퀄리티의 무용극을 보신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이어 “전수미 레플레하는 탭댄스가 장기여서 이를 적극 활용해 코끼리 같은 웅장함을 발 스텝을 기반으로 한 탭댄스로, 리사 배우는 노래를 굉장히 잘하셔서 디에고 리베라의 천재성, 광기, 어디로 튈지 모를 다이내믹함을 음악적 스캣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프리다’ 중 프리다 칼로 역의 김히어라(사진=허미선 기자)배우들 개성에 따라 전혀 다른 극이 되는 ‘프리다’의 이번 시즌에는 ‘글로리’ ‘경이로운 소문: 카운터 펀치’ 등 드라마, OTT에서 주로 활약해온 김히어라가 프리다 칼로로 새로 합류했다. 2021년 뮤지컬 ‘팬레터’ ‘유진과 유진’ 후 2년여만에 무대에 복귀한 김히어라는 인생에 대해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표현했다.“하루하루를 그냥 정말 후회 없이 잘 사는 것 그리고 내일도 또 일어나 오늘을 열심히 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생을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표현하고 싶어요.”뮤지컬 ‘프리다’ 추정화극작·작사·연출 (왼쪽부터), 허수현 작곡·편곡·음악감독, 프리다 칼로 역의 김소향·알리·김히어라(사진=허미선 기자)2020년 ‘레베카’ 댄버스 부인 이후 ‘프리다’로 다시 무대에 선 가수 출신의 알리는 “가장 힘들 때 ‘프리다’로 위안받았다” 복귀 소감을 알리며 인생을 극 중 넘버 ‘코르셋’의 가사를 빌어 “넋두리는 때려치워”라고 표현했다.“좀 유연하게 살고 싶은 게 목표인데 공교롭게도 그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프리다’라는 이름이 독일어로 ‘평화’라고 합니다. 저도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는데 ‘프리다’를 만나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연출님이 ‘프리다’를 통해 표현해주신 것처럼 아무리 아프고 우울해도 쳐지지 말고 굳세게 일어나겠다는 마음으로 살려고 합니다.”뮤지컬 ‘프리다’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리다 칼로 역의 김히어라·김소향·알리, 레플레하 리사·스테파니·전수미, 데스티노 이아름솔·정영아·임정희, 메모리아 허혜진·박시인·최서연·황우림(사진=허미선 기자)추정화 극작·가사·연출은 “고통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는 각자의 몫”이라며 “너무나도 힘든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했으면서도 ‘비바 라 비다’를 외치고 삶을 예찬하면서 살아간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프리다’가 힘든 현실을 견뎌내느라 고통스러운 분들에게 한잔의 샴페인 같은 용기를 주는 공연이 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1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시대를 꿰뚫는 뮤지컬 ‘곤 투모로우’

2021년 ‘곤 투모로우’ 공연장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종 고영빈(왼쪽)과 김옥균 역의 강필석, 김옥균 역의 최재웅(왼쪽)과 고종 김준수, 김옥균 역의 최재웅(사진제공=페이지원)무능하고 나약하며 우유부단하기까지 한 군주, 그를 좌지우지하는 아버지와 아내, 외세의 침략과 부패하기만 한 신하들, 짓밟히고 좌절하는 백성들 그리고 결국 빼앗긴 나라. 뮤지컬 ‘곤 투모로우’(8월 10~10월 22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의 시절은 비극의 극치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국운은 나날이 기울어가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진 중에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권력자들이 판을 치던, 좌절과 처절함이 극으로 치닫던 고종(박영수·고영빈·김준수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 가운데서 혁명을 꿈꾸며 갑신정변을 일으켰으나 3일만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강필석·최재웅·고훈정·조형균) 암살사건을 모티프로 우유부단할 수밖에 없었던 왕 고종,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로 김옥균에게 접근한 한정훈(김재범·신성민·윤소호·백형훈) 등이 엮어가는 처절한 이야기다. 2021년 ‘곤 투모로우’ 공연 장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정훈 역의 김재범, 신성민, 윤소호(사진제공=페이지원) 좌절 속에서도 혁명을 꿈꾸는 경건함과 뜨거움이 공존했고 드라마보다 극적인 시대를 담는 ‘곤 투모로우’는 2016년 이지나 작·연출, 최종윤 작곡, 김성수 음악감독, 심새인 안무가 등이 의기투합해 초연된 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누군가를 죽여야 살 수 있는 시대, 마음과는 따로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 암살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혼란과 처절함, 누구든 혁명을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껍게 스러져가는 혁명가의 내면이 강한 주제의식과 어우러진다. 그렇게 초연 당시 이지나 연출의 표현처럼 ‘곤 투모로우’는 시대의 ‘누아르’다. 여전히 확실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개화기 역사 속 인물들과 현재의 혼돈을 잇는 ‘곤 투모로우’는 그렇게 쉽지 않은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했던 저마다의 이야기다. 세 번째 시즌 ‘곤 투모로우’ 캐스팅의 특징은 초연부터 함께 하던 배우들과 새로 합류한 새 얼굴들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2021년 ‘곤 투모로우’ 공연 장면. 왼쪽부터 고종 역의 박영수, 고영빈, 김준수(사진제공=페이지원)초연부터 함께 했던 ‘스위니토드’ ‘햄릿’ ‘명성황후’ ‘썸씽로튼’ 등의 강필석이 현재까지도 그 평가가 엇갈리는 ‘3일 천하’의 주인공 김옥균으로, ‘슈룹’ ‘인질’ ‘형사록’ 시리즈와 ‘사의찬미’ ‘브라더스까라마조프’ 등의 김재범이 왕의 명으로 그에게 접근하는 한정훈으로 다시 돌아온다. 초연의 박영수 역시 누구보다 김옥균을 믿었지만 좌절과 불안으로 점철된 왕 고종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재연부터 합류한 ‘모래시계’ ‘트레이스유’ ‘아마데우스’ ‘용의자 X의 헌신’ ‘시라노’ 등의 최재웅, ‘이프덴’ ‘쇼맨’ ‘레드북’ 등의 신성민과 ‘마타하리’ ‘베토벤’ ‘랭보’ ‘팬레터’ 등의 윤소호, ‘마마돈크라이’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세종, 1446’ 등의 고영빈과 국립창극단 소속의 젊은 소리꾼 김준수가 각각 김옥균, 한정훈, 고종으로 다시 돌아온다. ‘팬텀싱어’ 시즌 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이자 ‘어쩌면 해피엔딩’ ‘킹아더’ ‘더 데빌’ ‘마마돈크라이’ 등의 고훈정과 ‘호프’ ‘나빌레라’ ‘이프덴’ 등의 조형균이 김옥균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더 데빌’ ‘팬레터’ ‘고스트’ 등의 백형훈이 한정훈으로 새로 합류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09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공주와 완두콩’ ‘생쥐와 인간’ ‘오이디푸스’가 등장하는 이유 ‘3일간의 비’

연극 ‘3일간의 비’ 프레스콜에 참석한 오만석 연출(왼쪽 앞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낸과 라이나 역의 류현경·안희연, 핍과 테오 역의 이동하·유현석·김찬호, 워커와 네드 역의 김바다·박정복·김주헌(사진=허미선 기자)“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비가 내린다는 겁니다. 지난번에는 라이브 연주를 했어요. 마치 이웃집에 사는 피아노 연주자가 연주하는 것처럼요. 비 뿌리는 장면은 마지막 빗속에 선 테오(이동하·김찬호·유현석)의 상태나 세 사람의 관계 그리고 비가 왔었던 날들로 이루어졌던 시간들을 좀 더 이미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던 것 같습니다.”8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3일간의 비’(10월 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 프레스콜에서 오만석 연출은 2017년 초연에 이어 6년만에 돌아온 재연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는 원작으로의 복귀다.“지난번에는 좀 불친절한 부분이 꽤 있는 작품이어서 불특정 다수들도 좀 편하게 볼 수 있게 쉽게 풀거나 단순화시킨 부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남매인 낸(류현경·정인지·안희연)과 워커(김주헌·박정복·김바다)가 관객들에게 이 작품과 삶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독백신들이에요. 초연에서는 낸의 독백으로 바꿨었는데 이번엔 원작대로 둘이 같이 끌어가는 구성이죠.”연극 ‘3일간의 비’ 오만석 연출(연합)이어 “세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도 지난번보다는 조금 가벼우면서도 좀더 친밀하게 그들이 서로 지냈었던 부분들을 살려냈다”며 “그냥 분위기를 만들기 보다는 각각이 실제 인물들로서 같이 현실적으로 부딪혀 어떤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했다”고 부연했다. 연극 ‘3일간의 비’는 유명 건축가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다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1995년과 1960년을 오가며 풀어가는 이야기다. 1명의 배우가 1960년과 1995년의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형식으로 리처드 그린버그가 대본을 집필해 1997년 캘리포니아에서 초연됐다. 1998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1999년 영국 등으로 진출했으며 각 프로덕션에는 ‘킹스맨’ 시리즈의 콜린 퍼스를 비롯해 줄리아 로버츠, ‘엑스맨’ 시리즈의 제임스 맥어보이, ‘어벤져스’ 시리즈 브래들리 쿠퍼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무대에 올랐다.1995년의 자유로운 방랑자 워커와 그의 아버지 네드를 연기하는 박정복은 “배우들 모두가 1인 2역을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대본이 가진 힘이 있기 때문에 그 표현을 잘 하면 (두 캐릭터 간의 차이가) 반드시 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접근했다”며 “같은 나잇대 사람이지만 1960년과 1995년이라는 시대성에 포커스를 두면서 적응했다”고 전했다.쾌활한 핍과 아버지 테오를 오가는 이동하는 가장 인상깊은 대사에 대해 “워커에게 지금까지 쌓여 왔던 것을 터뜨린 후 핍의 ‘싫든 좋든 넌 내 가장 오래된 친구야. 나도 너 사랑해’ 그리고 테오일 때 네드와 싸운 후 ‘넌 내가 있는 게 더 낫잖아’가 둘의 관계를 굉장히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가장 인상깊게 마음에 남는다”고 털어놓았다.1995년의 평범한 가정주부 낸과 그의 어머니 라이나를 연기하는 류현경은 “극 중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워커가 왜 그랬을까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책을 읽어보시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라고 밝혔다.“리처드 그린버그씨가 극 중에 굉장히 많은 것들을 숨겨놓으셨어요. 수수께끼처럼요. ‘공주와 완두콩’ 뿐 아니라 ‘생쥐와 인간’ ‘오이디푸스’ 등을 한번 찾아보시면 즐거울 것 같아요.”연극 ‘3일간의 비’ 프레스콜에 참석한 핍과 테오 역의 김찬호·유현석·이동하, 낸과 라이나 역의 안희연·류현경, 워커와 네드 역의 김바다, 오만석 연출, 워커와 네드 박정복·김주헌(사진=허미선 기자)류현경의 말에 오만석 연출은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부분들의 대사에 이 작품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된 설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담았다”고 부연했다.“작품 속에서 일기장 안의 글들을 누군가는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듯이 (대사나 우스갯소리 등에) 장치들이 숨어 있어요. 하지만 (그 발견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깊이 생각하고 찾아보지 않으면 못느낄만한 것들이죠.”그리곤 “극 중에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이 작품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운명, 신탁을 피하고 내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맞서서 내 운명을 찾아서 살 것인가, 그 선택을 통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혹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온전히 내 삶을 여기에서 살 수 있을까 등의 질문들이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통해 설명된다”고 말을 보탰다.“사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만한 작품이긴 합니다. 쉬운 스토리도 아니고 대사도 너무 많아 집중하지 않으면 흘러가버려 집중력의 한계를 느끼실 수도 있죠. 그렇지만 ‘다양성’ 면에서 ‘3일간의 비’ 같은 작품도 사랑받으며 선보일 기회가 좀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08 20:45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