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황홀한 무대 위 차지연의 17년 “첫 자작곡 ‘별빛’, 넘버마다 담긴 사연 들려드릴게요”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3-08-21 18:00 수정일 2023-08-21 18:00 발행일 2023-08-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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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전시회' 첫 콘서트 여는 차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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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한곡 한곡 써봤거든요. 왜 이 곡을 골랐는지, 무대 위에 올라 이 곡을 불렀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 시기에 개인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공연을 했는지…. 일기 쓰듯 끄적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관객분들은 무대 위의 비슷한 제 모습을 보시지만 저는 굉장히 희로애락도, 삶의 굴곡들도 많았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풀어서 얘기해드리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첫 콘서트 제목이 ‘전시회’(Exhibition, 9월 2~3일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다. “감사하게도 참 좋은 작품들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고 소감을 전한 차지연은 2006년 ‘라이온킹’ 라피키로 데뷔해 17년차를 맞았다. 보통 콘서트를 여는 10년차도, 15년차도, 20년차도 아닌 17년차에야 첫 개인 콘서트를 여는 이유에 대해 차지연은 “아껴두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서편제’ 송화, ‘위키드’ 초록마녀 엘파바, 젠더프리의 서문을 열었던 ‘광화문연가’ 월하,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아마데우스’ 살리에리, ‘호프’의 에바 호프, ‘레베카’ 댄버스 부인, ‘드림걸즈’ 에피 화이트, ‘레드북’ 안나, ‘마리 앙투아네트’ 마그리드 아르노, ‘모차르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아이다’의 아이다,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 ‘마타하리’의 마타하리 ‘노트르담 드 파리’ 에스메랄다….

무대 뿐 아니라 ‘블랙의 신부’ ‘모범택시’ ‘해어화’ ‘간신’ 등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대부분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누구보다 치열했으며 관객들을 만족시켰지만 상처받고 좌절하는 순간들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 무대 위의 17년 동안 겪었고 견뎌야 했던 이야기들을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전시회’의 작품설명처럼 풀어낸다.

◇삶의 희로애락과 굴곡 그리고 관객에 대한 감사함을 응축한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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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작품을 할 때마다 저만의 고충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저에게 꼭 필요한 과정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깨닫고…참 감사하더라고요. (세트리스트를 짜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작품은 ‘위키드’예요. 했던 작품도, 결국 못하게 된 작품도 다 쉽지 않았지만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거든요. 제 인생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공연이죠.”

‘레베카’ 지방 공연과 ‘위키드’ 초연(2016년) 연습이 동시에 진행되던 때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불편해 하는 말들을 들어야 했고 “공연에 폐를 끼칠까 어떤 티도 내지 않고 악착같이 7개월여를 버티면서” 마음고생과 육체적 고통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배의 수축이 너무 심해 커튼을 붙잡고 견디면서 뱃속의 아이를 달래기도, 그 고통이 잦아들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어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컨디션을 조절하느라 늘 혼자였죠. 그때 정말 많은 오해들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렇게 가슴 아프게 끝낸 작품이다 보니 기회가 된다면 ‘위키드’는 꼭 한번 다시 해서 제일 큰 한을 풀고 싶어요.”

이어 차지연은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생명에 대해 그렇게까지 안좋은 소리를 들어야 했는지, 왜 그때 나는 당당하게 얘기 못했나 싶지만 당시는 완벽한 무대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정말 쉽지 않았어요. ‘위키드’ 뿐 아니라 마음 편하게 한 작품이 하나도 없어요. (출연을) 못하게 된 것도 편안하게 못하게 된 게 없거든요. 그럼에도 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박수였어요. 객석을 채워주신 관객분들의 박수와 환호로 해낼 수 있었죠. 그런 이야기들을 이번 콘서트에서 하려고 해요. 제가 그 정도로 힘들게 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힘내서 매회 할 수 있었다고.”

처음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제작사와 창작진들의 “어떤 감정이냐”는 물음에도 차지연은 “감사밖에 없다”고 답했다. 간이의자에서 콘서트를 관람해야하는 관객들을 위한 2000여장의 방석, 특별한 방법(?)으로 몇몇 관객들에게 선물할 티셔츠까지 웬만한 중형차 한대값을 들여 직접 고르고 구매하는 것은 물론 이런저런 세세한 부분들까지 신경쓰며 감사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 이유 또한 그래서다.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준비해서 팬들한테 드리고 싶었어요. 비록 몇분일지라도. 17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오롯이 관객들 덕분이었거든요. 그 17년을 농축해서 ‘고작 이거 하나 드리네’ 싶을 정도로 너무 감사해요.”

◇‘라이온킹’의 ‘서클 오브 라이프’부터 아이유의 ‘러브포엠’ 그리고 첫 자작곡 ‘별빛’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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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기쁜 순간들도 많았어요. ‘서편제’의 마지막 여정이었던 대전 공연이 인상 깊어요. 다시는 할 수 없는 무대니까요. 그날 ‘심청가’를 정말 맘껏 했어요. 그간 안했던 손짓, 모션들까지 후회없이 다 쏟아내고 끝냈죠. 송화라는 역할 안에서의 끝인 동시에 나의 끝이기도 해서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이 다 쏟아냈죠.”

이어 차지연은 “초연 ‘드림걸즈’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도, 여자 선장 루이자로 ‘몬테크리스토’ 오디션을 봤는데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께서 ‘목소리가 되게 슬프다. 메르세데스 곡을 한번 해볼 수 있겠냐’고 하셔서 불렀는데 메르세데스로 캐스팅됐을 때도 정말 기뻤던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데뷔작 ‘라이온킹’의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와 뮤지컬 ‘위키드’의 ‘디파잉 그래피티’(Defying Gravity), ‘더 데빌’의 ‘포제션’(Possession) 등 출연 작품의 넘버 뿐 아니라 아이유의 ‘러브 포엠’(Love Poem), 알리샤 키스의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If I Ain’t Got You) 등 다양한 무대를 준비 중이다.

2023 차지연 콘서트 라운드 인터뷰_배우 프로필_
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데뷔작 ‘라이온킹’도 너무 아쉬운 작품이에요. 너무 아무 것도 몰랐을 때 만나서 순수할 수는 있었겠지만 아쉬움도 큰 작품이거든요. 지금 한다면 그때와는 또 다른 노련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국어 공연이 안된다면 영어라도 공부해서 꼭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작품이죠. 아이유의 ‘러브 포엠’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선곡했어요. 아이유와 저를 놓고 보자면 되게 다르잖아요. 톤도, 스타일도, 외모도 너무 다르죠. 저와 너무 다른 가수의 곡이 나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이어 “이번에 들려드릴 곡들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훌륭하지만 (이나영) 음악감독님이 저에 맞게 거의 10곡 이상을 편곡하셨다”며 “이번 콘서트에서 부를 곡들은 커버곡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제가 음악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 송창식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촌스럽거나 예스럽지가 않아요. 선생님만이 갖고 계신 한국적 울림과 리듬이 있거든요. ‘코리안 소울’이라는 말이 정확히 맞는 분이시죠. 그 분의 그루브 등을 감히 흉내낼 수는 없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 OST로도 잘 알려진 송창식 선생님의 ‘안개’를 부릅니다.”

차지연은 “이 곡 역시 음악감독님이 탱고 느낌으로 편곡해 주셔서 제 스타일대로 불러볼까 한다”고 말을 보탰다. 더불어 그의 첫 자작곡 ‘별빛’도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선사한다.

“조금씩 말하고 싶은 것들을 노래들로 찾아뵙고 싶어서 용기를 내 만들었어요. 그 곡도 감독님이 예쁘게 편곡해 주셨죠. 제목은 저희 아들이 지어줬어요. 집에서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주면서 ‘어떤 느낌이 드냐’고 물어보니 ‘별빛 같아’라고 해서 지어진 제목이죠.”

자작곡 ‘별빛’에 대해 차지연은 “제일 예쁘게 피어야 할 나이는 보편적으로 10대 후반부터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이고 그때를 ‘청춘’이라 일컫는다. 가장 아름답고 싱그럽게 피어나고 생동감 있어야 할 나이 때 저는 반대의 삶을 살아왔다”며 “그런 시간을 보낸 저한테 하고 싶은 얘기”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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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의 첫 콘서트 게스트로 힘을 보태는 정선아(사진=브릿지경제 DB, 팜트리아일랜드 제공)

“제가 저한테 하는 얘기기도 하지만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 청년들이든 삶이 어려워진 누군가든 이 가사를 듣고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공감해주시고 알아주시는 분들이 단 몇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이곡을 시작으로 계속 만들고 있어요. 콘서트 후 ‘별빛’을 시작으로 음원으로 발표하려고요.”

◇타드래곤으로 맞을 태양인 김해준, 김호영 그리고 ‘내편’ 정선아

“(김)해준씨는 그냥 와주기만 해도 된다고 했는데 ‘누나 우리 재밌는 거 해봐요’ 해서 콜라보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 타드래곤으로 나갑니다.”

데뷔 17년만에 처음 열리는 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김해준·김호영(2일), ‘위키드’로 호흡을 맞췄던 정선아(3일)가 출격한다. 그의 남편인 윤은채의 친구이기도 한 김해준은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최준, 모창가수 등으로 최근 가장 핫한 개그맨이자 크리에이터다.

“관객분들이 좀 색다른 재미를 느끼시면 좋겠다 싶어서 다양한 무대를 준비 중”이라는 차지연은 이번 콘서트에서 많은 조언과 응원을 해줬다는 정선아와 “모두가 이미 예상하고 계신 그 곡을 하게 될 것”이라 귀띔했다. 그는 “선아랑 꼭 다시 불러 보고 싶었던 곡이었다. 둘 다 이제 아이 엄마고 더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돼서 (눈물이 나지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웃었다.

“(정)선아랑 한 무대에 서는 건 ‘위키드’ 초연 이후 7, 8년 만이에요. 저를 ‘차지’라고 부르는데 임신, 출산 후 통화를 하는데 ‘너한테 제일 미안해’라면서 울먹거리더라고요. ‘그때(‘위키드’ 공연 당시)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떻게 그 공연을 그렇게 해냈는지, 내가 너무 못챙겨준 게 너무 미안해‘라고. 참 따뜻한 배우예요. 도대체 선아가 못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얼굴도 예쁘지 노래도 잘하지 연기도 잘하지 마음까지 따뜻하지…제가 선아를 그 자체로 정말 좋아해요. 선아랑은 솔직하게 다 얘기하죠. 자주 연락하고 그러진 않는데 항상 응원하고 서로 난 네 편이지, 넌 내 편이지를 느껴요.”

◇황홀한 무대 지키며 또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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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 3일 17년만에 첫 콘서트를 여는 배우 차지연(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17년 동안 부끄럽지 않게 살았구나, 누구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배우의 길을 걸어왔구나…이젠 제가 저를 좀 인정해주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제는 제작사, 창작진, 스태프들에게 함께 하고 싶은 배우 중 하나가 됐고 엄청나게 흘륭하지는 않아도 참 괜찮은 배우이고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콘서트를 통해 ‘너 꽤 괜찮게 살아왔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이어 “앞으로도 무대와 매체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라 밝힌 차지연은 “올 연말에는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내년에는 매체활동을 좀 더 활발하게,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많은 얘기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모토랄까, 제 목표는 ‘어떤 회차도 관객을 기만하지 말자’예요. 집중이 안되는 날도 죽을 것처럼, 마지막인 것처럼 다 하고 끝내야 하죠. 시간, 재정 등을 투자해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 수많은 애씀과 한결같이 지켜온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차지연은 “당시에는 감당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고 벅찼지만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어찌할 바를 몰랐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는데 책임질 것들은 너무 많아 흘렸던 눈물들과 아픔이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색깔로, 질감으로 잘 표현되고 있으니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고 느낀다”며 “앞으로는 나이에 맞게, 좀 멋있게 잘 늙고 싶다. 지금까지 잘 밟아온 것처럼 잘 내려오고 또 잘 밟아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공연은, 무대는 놓을 수가 없어요. 무대가 주는 기쁨과 성취감이 정말 너무 크고 재밌거든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동료들, 스태프들과 함께 한다면 무대만큼 황홀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