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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밀레니얼 세대의 오류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평점테러로 영화계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영화 ‘브이아이피’는 개봉 후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극 중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하고 노골적인 폭력 묘사가 문제로 제기되면서 여성 네티즌들로부터 심한 뭇매를 맞았다. 이전의 ‘군함도’ 역시 평점테러의 희생양이다. ‘군함도’는 이례적으로 개봉 당일에만 네티즌 평점이 1만399개가 쏟아졌고 이 중 1점은 4054개로 39%를 차지했다. 개봉 이튿날에도 총 9913개의 평점 중 절반이 넘는 5440개가 1점이었다. 1점을 준 네티즌들은 대부분 스크린 독과점과 역사 왜곡에 관련한 악평을 쏟아냈다.과거에는 창작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용인된 측면이 있지만 최근 관객들은 성(性)이나 특정계층에 대한 편견에 민감하고 본인들이 느낀 불편함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특성이 있다. 일회성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영화계 평점테러는 일상상이 돼버렸다.그렇다면 누가, 왜 평점테러를 자행하는 걸까? 무엇보다 평점테러를 하는 연령층을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20~30대가 62%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평균 27세의 나이로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된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대한민국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66%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밀레니얼 세대는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기표현의 욕구가 강하다. 이들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다. 뛰어난 젊은 전문가조차 그들이 겪은 가혹한 경제 현실과 스트레스를 기억하고 있다. 많은 젊은 세대가 수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부담하고 있고 오랜 실업상태를 견디고 있다.이런 경험은 밀레니얼 세대가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자신만의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열망을 심화시켰다. 그러다보니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호불호를 자유롭게 표현한다. 이는 평소 억눌린 자아의 표현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Generalization Error)를 자주 범한다. 이들은 인터넷 정보에 필요한 정보만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잘못된 정보도 많지만 잘못되지 않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읽는 사람의 지식기반이 약하거나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편한대로 해석을 하는 오류까지를 내포한다.성급한 일반화의 문제는 일부를 전체의 문제로 해석하는 부정확한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에서 전체를 보고 평가하기보다는 편집된 부분을 전체로 판단해 평가한다. 그들은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즐기며 일단 편견이 확고하게 고정되면 그 편견을 타파할 수 있는 행위를 보아도 눈감아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차이다. 무엇보다 관객은 유료로 영화를 즐기는 소비자로서 자유롭게 평가할 권리도 있지만 마녀사냥과 같은 문화적 테러로 영화를 쓰레기 취급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그 어떤 감독도 쓰레기와 같은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7-09-28 14:50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주택시장 경계 1호 '자기합리화'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8·2 부동산 대책, 9·5 후속 대책 이후 매매심리가 냉각되면서 주택시장은 안정 기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9·5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와 모니터링 지역이 추가 지정되는 등 지속적인 규제기조 유지가 예상되면서 추석 분양시장마저 냉각된 것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있는 주택’을 찾아낸다. 서울 재건축가격이 전주 대비 0.07% 기록하며 2주 연속 상승을 보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이러한 아파트가격 변동에도 여러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누구는 규제의 역설로, 누구는 썰렁해진 명절 분양시장으로 바라본다. 즉, 주택규제에도 주택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관점과 일시적인 반등이지 대세적인 상승은 아니라는 관점이 양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공급이 부족하거나, 양호한 교통, 교육 등의 편의시설, 개발호재 등에 의해 규제에도 가격상승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매수 및 매도자의 자기합리화에 의한 영향도 크다.최근 단기적 주택가격 상승이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합리적인 선택에 의한 가격인지 의구심이 든다. 부동산 규제로 인해 최근 거래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주간 주택가격은 인기단지의 분양이나 급매물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기 물량의 가격은 바로 반영되는데 반해 그 외 대부분의 물량은 시세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심리의 간극은 자기합리화, 무드셀라 증후군, 콩코드효과 등으로 대변된다. 부동산 시장으로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거나 규제에도 주택을 매수하는 것은 과거 주택시장에서 가격상승을 경험했거나 봐왔기 때문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남기려는 일종의 ‘기억왜곡현상’이다. 주택담보대출상환이나 주택매도에 고생한 기억보다 매도차익을 얻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매수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매수하지 못한 사람은 시장을 좀 더 비관적으로 본다. 어떤 걸 원하지만 그 걸 얻을 수 없으면 비난을 함으로써 심리적 부조화를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 매물을 회수하고 있는 매도자는 ‘단 레몬 심리’에 빠져있다. 단 레몬 심리는 단지 자신이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 레몬을 세상에서 가장 달다고 치켜세우는 것을 말한다. 즉,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매도자든 매수자든 혹은 대기자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심리적 왜곡은 시장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자기합리화하고 확증편향을 갖게 한다. 매수자는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장기간 전세난민으로 남게 되고, 매도자는 본전생각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한 주마다 변동되는 가격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향후 주택규제 강화, 세제 강화, 금리인상 등 대세적인 시장변화에 대비하고 자기합리화의 왜곡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7-09-27 15:03 김동현 기자

[브릿지 칼럼] 시장경제의 올바른 수호자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최근 인상 깊게 읽은 기사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폴 크루그먼(미국 경제학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칼럼이다. 그는 ‘폭군 칼리굴라보다 못한 트럼프’라는 제목으로 트럼프의 독선과 무능을 사정 없이 비판했다. 권력에 대항하는 용기도 부럽고 트럼프 경제정책(특히 보호무역)에 대한 냉철한 비판도 멋있다. 그는 미국 주류경제학자이지만 날씨 좋은 날의 스웨덴을 이상적인 경제체제로 여겼다. 필요할 때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제무역의 대가이지만 자유무역을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는다.두 번째는 김병연 서울대 교수의 인터뷰다. 최근 북한에 대한 책을 냈는데, 약 3만명의 탈북민 중 2000명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고 2011년부터는 북한과 거래하는 180여 개 중국 기업을 취재해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본인이 직접 추계한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은 2.5%다. 북한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이런 분석에 기반해 대북정책을 제시한다. 허가받은 약 400개의 시장과 60만개의 점포, 그밖에 무수히 많은 암시장이 커져 있으므로 경제제재 장기전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대북정책이 나온다.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질서 옹호를 목표로 하는 집단이 있다. 최근 일부 집단에서 창업자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나의 주식에 하나의 의결권이 주어지는 원칙을 벗어나 의결권을 여러 개 가질 수 있는 주식을 발행하자는 것이다.창업주 일가, 지배주주들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취득할 경우 적은 비용을 들여 경영권 방어가 쉬워진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또는 외국자본의 공격에 대해서 방어 장치 마련하기 위함이다. 혁신기업에 한해서 도입하자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참 이상한 현상이다.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에 도매금으로 팔리고 있지도 않다.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MA 시장은 기본적으로 경영권 시장으로 경쟁을 촉진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자를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잠시 민족주의와 흡혈귀 외국자본을 잊자. 지금 한국경제에서 보호가 필요한가, 활력이 필요한가.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질서를 외치는 분들이 왜 이렇게 보호를 외치는가. 그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것은 시장경제인가, 시장경제 안에 그 무엇인가.우리나라가 당분간 고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3%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7·4·7(연평균 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대강국 진입)’이나 박근혜정부의 ‘4·7·4(잠재성장률 4%·고용률 70%·국민소득 4만 달러)’가 이상했던 거다.고도성장을 해 온 나라가 피할 수 없는 단계다. 전환기에 필요한 시장경제의 수호자들은 누구일까. 권력과 기득권에 주눅 들지 않을 것, 사고방식이 자유로울 것, 도그마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무조건은 없다. 무조건적으로 잘하는 정부도, 무조건적으로 잘하는 시장도 없다. 제일 문제는 시장의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집단이다. 시장경제의 내부자들을 지키는 것과 시장경제를 지키는 것은 많이 다른 이야기다. 내부자들 지키다가 밀려오는 후폭풍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17-09-25 14:56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우리도 금리인상 나서야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미국 경기는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근 9년 가까이 사상 최장의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된다한들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실제로 상당히 많은 지표가 하락세 전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4.4%까지 내려간 실업률이나, 가계의 대출증가 여력 같은 것 들이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소위 ‘슬랙’ 때문인지 전혀 위축되는 모습이 없다.그런 배경이 이유일까. 지난 FOMC(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면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먼저 연준(연방준비은행)은 기준 금리를 1.00~1.25% 범위에서 동결했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인 점도표(dot plot)에서 12월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내년에도 3회 인상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보유 자산 축소에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은 것이다.내년에 더 중요한 것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정상화 경로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4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매달 100억 달러로 시작해서 1년쯤 후에는 500억 달러까지 축소 규모를 늘려나간다. 자산 축소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연결되므로 기준금리 인상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이번 FOMC 의사 결정을 시장은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먼저 미국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화가 강 달러 기조로 전환되면 원화는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과 국내 채권 금리차가 좁혀지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진다. 외화 표시 채권 조달금리도 상승한다.특히 연준이 점도표대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12월이면 기준 금리가 미국은 1.25~1.50%, 한국 1.25%가 된다. 하단 금리 기준으로 같아지는 것이고 상단 기준으로는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내년에 3회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간 기준금리가 대폭 역전될 것이고 금융시장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미국 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더하여 우리는 한 가지 폭탄을 더 안고 있다. 바로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다. 지난 7월까지 우리 부동산 가격은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과 함께 가계부채 급증세도 멈출 줄 몰랐다. 이대로 가다간 뭔가 사단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실제로 IMF나 BIS 등 국제금융기관에서 내놓은 부동산 버블 경고장에 한국도 단골손님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지난 8.2대책은 그런 관점에서 시의 적절했다고 평가한다. 조금이라도 때를 놓쳤으면 낭패가 될 뻔 했다. 단기미봉책 때문에 시장 왜곡과 부작용이 나타날 거라는 비판 정도는 개의치 않아도 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더 큰 문제의 불씨가 되었을 것이다.다만 단기미봉책은 단기미봉책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약발도 사라질뿐더러 실수요자들의 정상적 매매거래 위축, 신규 공급 부족에 따란 중장기 수급 악화와 같은 부작용만 커지게 된다. 부동산시장을 펄펄 끓게 만든 본래의 원인을 찾아서 고쳐야 한다. 다리가 가려운데 등을 긁는다고 효과가 있을 리 없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장기간 무제한적으로 살포한 통화에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실수요자를 위해 규제책은 완화해주면서 금리를 정상화해나가야 한다.이와 같은 국내외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지금은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을 제거하고, 자산시장에서의 버블을 막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그 속도가 빠를 필요는 없으나 시작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경기도 조금씩이나마 개선되는 조짐이다. 수출은 탄력을 받았고, 내수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 인상의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건설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긴 했지만 재정정책으로 보완해나가면 문제 없을 것이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2017-09-24 12:00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브릿지 칼럼] 혈세만 낭비, 허울뿐인 KRX 석유시장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MB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소위 석유정책 삼총사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고유가 시절, 석유시장을 잡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알뜰주유소와 혼합판매, 석유전자상거래 정책이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정책으로, 출범 당시부터 논란이 거셌던 석유전자상거래는 예상했던 대로 정부의 혈세만 축내고 있는 상황이다.당초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이하 KRX 석유시장)의 개설 취지는 외국에서 싼 기름을 수입, 국내 주유소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국내 석유사업자들의 KRX 석유시장 참여가 부진하자 석유제품 관세 3%와 석유수입 시에 부과되는 부과금 ℓ당 16원 환급, 경유에 바이오 디젤 혼합의무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이로써 석유수입업자들은 리터당 50원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 한때 국내 시장의 10%까지 잠식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일부 수입업자에게만 적용되는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되자 관세면제와 바이오 디젤 혼합의무 면제는 폐지되고 석유 수입부과금 환급은 ℓ당 8원으로 줄였다가, 현재는 경쟁매매시 8원, 협의매매시 4원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렇게 혜택이 줄어들자 석유수입사들은 칠팔월 뙤약볕 호박잎처럼 생기를 잃어 버렸다.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석유수입사들이 해외에서 들여온 석유는 11만 배럴에 그쳤다. 휘발유는 전혀 없고 경유는 9만9000배럴, 등유는 1만6000배럴에 그쳤다. 같은 기간 경유 내수 소비량이 8218만 배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수입 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0.12%에 불과했다.하지만 수입사들이 올해 상반기 KRX 석유시장을 통해 구매한 석유는 163만3861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석유의 대부분은 국내 정유사가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석유수입사가 매도한 물량이 38만 배럴임을 감안할 때 나머지 130만여 배럴이 장외거래를 통해 주유소에 판매된 것으로 볼 수 있다.지난 7월만 보더라도 수입사는 24만8000 배럴을 KRX 시장에서 구매했지만 매도량은 5만6000배럴에 불과하고, 나머지 19만2000배럴을 장외에서 판매했다.문제는 허울뿐인 수입사가 정유사 공급물량으로 거래하면서도 정부의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받고 있어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수입사 KRX 거래물량이 사실상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은 물량이기 때문에 정유사 과점시장의 경쟁을 유도해 기름 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미 퇴색하고 말았다,이렇듯 수입사 물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유사의 팔을 비틀어 유지되고 있는 석유전자상거래 제도는 사실상 심폐기능(시장기능)이 정지되어 산소호흡기(정부보조)로 유지되는 환자와 다를 바 아니다.정부는 제도를 위한 제도에 혈세를 낭비하며 석유시장을 왜곡시킬 것이 아니라, 지난 70년 가까이 석유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석유대리점 업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난 3년간 KRX 석유시장 유지를 위해 100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규모로 석유대리점에 각종 세제혜택 등을 지원하여 바잉 파워를 길러준다면, 국내 석유시장은 소비자의 후생을 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7-09-21 15:32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21세기 경영자에 정말 필요한 것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최근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살충제달걀파동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근본적인 ‘푸드포비아(food phobia)’를 안겨주었다. 완전식품이라 불릴 정도로 영양가가 뛰어난 달걀은 웬만한 식사 메뉴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식재료다.정부는 매일 두 개씩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고 발표하며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위해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파동의 원인은 간단하다. 자연상태의 야외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흙 목욕을 하며 스스로 진드기 등의 해충을 없앨수 있는 야생본능의 환경조건을 없애고 대신 경제성의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공장식 밀집사육의 결과이다. A4용지보다 좁은 공간에 닭을 빽빽히 가둬놓은 불량한 환경에서 닭을 생명체가 아닌 알 낳는 기계로 전락시키니 진드기가 번성한 것이다. 이 진드기를 막기위해 살충제를 투여하니 결국 달걀을 먹는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탐욕이 재앙을 자초한 것 이다.광우병, AI, 구제역 등 사실 근래에 발생한 대부분의 푸드포비아 사태는 경제성과 효율만을 생각한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우병은 소의 살을 더 찌우고 젖을 더 짜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간 사료를 먹여 육식을 강요하면서 생긴 병으로 알려져있다. AI나 구제역 또한 인간의 집단사육방식에 따라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고 좁은 일정한 틀에 갇혀 지낸 가축들의 저항력 저하에 따른 결과이다.이밖에 슈퍼옥수수, 슈퍼 콩, 네모난 수박, 하트형 딸기 등 인간의 탐욕과 호기심에 의해 만들어진 유전자변형의 식품도 우리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자연이 만들어낸 유전자체계를 건드리면 생명체는 생존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새로운 변형으로 진화한다. 이 새로운 변형이 어떠한 위험으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때 전세계를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종 플루(H1N1)의 범람도 이런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이 빚은 결과다. 이처럼 인간의 탐욕이 자연의 섭리에 더 많이 손을 대면 댈 수록 발생하는 질병도 다양해지고 치료는 더욱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다. 산업발전에 따라 필연적인 지구의 온난화 현상, 마구잡이식 지하자원의 채굴로 인한 천재지변, 공장 증설에 따른 미세먼지의 증가,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한 삼림의 축소 등은 모두 수 백년간 경제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경제개발의 이면에 놓인 어두운 그늘이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이런 어두운 산업화의 그늘을 벗어 던지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기업들이 다시 한번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인간과 자연은 태고적부터 서로 공생하며 공리를 취해왔다. 인간이 일방적인 탐욕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자연도 인간에 대해 더 이상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의 경영자에게는 경제성, 수익성보다 녹색경영, 윤리경영 등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의식이 더욱 필요하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2017-09-20 17:0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세계 자랑할 해저터널 만들자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취업시즌이다. TV화면을 가득 채운 청년들의 구직 행렬이 너무 길다. 보는 이들도 안타깝다. 갈수록 청년 실업이 늘고, 교회나 불당에는 간절한 기도행렬이 넘쳐난다. 일본에서는 취업 시즌이 되면 많은 젊은이들이 간몬(關門)터널을 찾아간다. ‘관문을 도보로 건너면 취업과 결혼 등 인생의 관문을 잘 넘을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한국의 통영터널에도 유사한 스토리가 있다. 통영터널 입구에 부착된 용문달양(龍門達陽)이란 고사성어가 말해주듯 ‘잉어가 거친 여울목 물살을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는 의미는 취업을 앞둔 이들에게 솔깃한 위안 장소가 될 만하다. 통영해저터널은 경남 통영시 당동에서 미수 2동을 연결한 국내 하나뿐인 해저터널이다. 1927년도에 착공해 5년 만에 완공됐다.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이지만 아쉽게도 일본 기술로 만들어졌다.길이 483m의 통영터널이 완공되자 일제는 한국으로부터 갖가지의 수탈 통로로 삼았다. 당시는 토목기술이 시원치 않았으므로 건설 과정은 전근대적이다. 판대목(통영반도와 미륵도 사이의 좁은 해협) 양쪽에 방파제를 설치하고 바닷물 유입을 우선 차단했다.방파제 공간에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법으로 터널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강제 동원된 많은 한국인들은 인명 피해를 입었지만 구체적인 사고 내용과 기록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통영터널은 바닷물이 스며들고 노후화되어 1967년 충무교의 완공을 계기로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지금은 사람만 다닐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쓸쓸하게 남아 있다.일본 간몬터널은 해협의 바다 밑에 철도터널과 국도터널을 만들었다. 간몬터널 서쪽에는 간몬교가 해먹처럼 걸려 있다. 간몬 철도터널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상에서 미리 만들어 바다 밑에 장착시켰다. 터널의 전체길이는 약 3600m. 그 중 해저부분은 1140m이다. 1936년에 착공해 8년만인 1944년에 개통했다. 일본 최초의 해저 터널이며 세계 최초의 해저 철도터널이기도 하다. 간몬 국도터널은 1939년에 착공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1958년에 완성되었다. 무려 19년이나 공사를 진행했다. 간몬교는 길이 1068m나 되는 대형 현수교다. 이곳에 투입된 철강재는 모두 신일본제철과 신호제강에서 공급했다. 직경 67㎝의 케이블 1162m, 교각을 떠받치는 154본의 스트랜드는 일본 철강산업의 위상을 보여준다. 전체 케이블의 중량이 5080톤인 것으로 보아 와이어 로프 등의 철강재가 5000톤 이상 사용된 걸작이다.지리적 여건상 우리나라는 더 많은 해저 터널이 건설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서남쪽의 섬을 잇는 해저터널의 건설 방안이 공개됐었다. 목포에서 해남과 보길도를 잇고 추자도를 거쳐 제주까지 17㎞의 해저터널을 건설하자는 방안이다. 이 해저 터널이 완공된다면 기존의 고속 철도와 연결하여 서울에서 제주까지 단 2시간 28분 만에 갈 수 있다. 물류산업에서도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꼭 해저 터널이 아니더라도 섬과 육지를 잇는 연육교 등의 건설은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우리 기술로 만든 해저 터널이 하나도 없는 국가라는 손가락질을 언제까지 받고 살아야 하는가.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7-09-18 14:37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은퇴 준비, 지금도 늦지 않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2000년대 초, 실버산업을 살펴보기 위해 필자는 일본 장수촌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10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언론사 기자와 인터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때 그 할아버지는 “기자 양반, 재수 없으면 나처럼 오래 사니까 지금부터 계획을 잘 세워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사연인즉 이렇다. 할아버지는 60세에 퇴직을 하였는데, 그동안 못 다닌 여행이나 실컷 해보자는 생각에 여행을 하면서 지냈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어느 새 칠십이 되었다. 칠십이 되고 나니 “이제 곧 죽을텐데 뭐 더 할 일이 있겠어? 그냥 살다가 죽는 거지” 하며 살았는데, 팔십이 되고 구십을 넘어 100세를 훌쩍 넘기고 말았다. 돌이켜 보니 은퇴 이전은 나름 알차게 살았는데, 은퇴 후 40년은 헛되게 낭비했으니 기자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는 충고였다. 당시에는 그저 남의 나라 노인네 얘기이려니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이로부터 10년 후 필자도 퇴직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부친께서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1986년에 교육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하시고, 남해안 고향마을에 살고 계셨다. 당시 공무원 박봉을 쪼개어 필자를 서울까지 유학을 보내셨다. 필자의 은퇴 얘기를 들은 부모님은 이렇게 젊은데 벌써 퇴직이라니 깜짝 놀라셨다. 한참 후에 마음을 추스르고 당신의 은퇴 후 생활에 관한 두 가지 얘기를 털어 놓았다.첫 번째가 ‘이렇게 내가 오래 살 줄 꿈에도 몰랐다’. 당시 65세로 정년퇴직 하셨으니 잘 살아야 10년이고 길어도 15년, 80세를 넘기지 않으리라 생각하셨단다. 그런데 아직도 건강하니 “이렇게 오래 살 줄 정말 꿈에도 몰랐다”고 하셨다. 90대 초반까지는 문화 해설사, 예절학교장, 노인대학 학장, 멋진 노인 대상 수상, 방송 출연 등 보람 있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셨고, 지난해 96세로 퇴직 30주년을 맞았다.두 번째는, ‘지금 새로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88서울올림픽이 열리고 난 뒤 마이카 붐이 불기 시작했는데 마침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도 있고해서 어머니께서 읍내 병원이나 시장에라도 편하게 다닐 수 있게 자동차를 사자고 무척이나 졸랐다고 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시골에 사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나이가 이제 70이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운전면허가 뭐냐?” 며 한마디로 거절하셨단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그 당시에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운전면허를 취득하였을 것이다, 그때 내 스스로 늙었다고, 운전을 하기엔 늦었다고 포기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하시며, 무슨 일이든지 지금 다시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필자는 부모님의 이 두 가지 조언을 가슴에 새기면서 은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60세 이후의 인생을 덤 혹은 여생이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지 않는다. 수명이 갑자기 늘다 보니 100세 시대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에도 30~40년, 길게는 살아온 세월만큼 더 살아야 하는 시간을 덤 혹은 남아 있는 자투리 인생으로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지금 새로 시작하거나, 준비해도 결코 늦지 않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음을 반드시 유념하자.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7-09-17 15:05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가상화폐의 한계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최근 미국에서는 2억원 상당의 현금가치가 있는 가상화폐지갑이 해커에게 털린 사건이 발생해 화제가 된 적 있다. 특이한 것은 도둑맞은 사람이 평범한 사람도 아닌 컴퓨터 전문가였다는 점이다. 가상 화폐가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현재 상황 속에서 터진 이 사건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렸다. 가상화폐는 일명 온라인 화폐로 불린다. 온라인 보안의 중추 요소가 모바일 폰이라는 점을 잘 간파하고 있는 해커들은,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어느 지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공격하면 탈취가 가장 쉽고 빠르게 가능한지 잘 알고 있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물론 어느 가상화폐든 간에 거래 회계장부는 통째로 한 군데에 보관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사이트에 분산 저장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블록 단위로 나뉘어 저장되기 때문에 관련 블록 단위들이 사슬 형태로 엮어져야만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이런 조립완성형 회계원장이 만들어진다고 해 이를 ‘블록체인’ 방식이라고도 일컫는다. 비트코인이 내비게이터라면 블록체인은 내비게이션인 셈이다.블록체인 방식으로 작동 유지되는 가상화폐는 이론상으로는 기존의 오프라인 화폐와 대등하게 어떤 면에서도 화폐로서의 완벽성을 지니고 있다.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에 대한 보안도 완벽에 가깝다. 어느 한 사이트를 해킹해봤자 원장의 일부분 파편에 지나지 않는 것을 획득하는 데 지나지 않으므로 어떤 해킹에도 원천적으로 안전하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세상 속으로, 즉 실생활 오프라인 속으로 연결되는 접점에서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 접점이 바로 스마트 폰이다.스마트 폰을 제어하는 권한이 일단 해커 손에 넘어가고 나면 해커는 스마트폰 속에 저장돼있는 가상화폐를 오프라인 은행계좌로 자유자재로 입금시킬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제어권한이 해커 손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사회 친분을 가장한 사회공학적 공격으로 가능하다. 제 아무리 컴퓨터 전문가라 하더라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 수백~수만번에 걸친 해커의 집요한 우회적 공격에는 힘 없이 굴복하게 된다. 가상화폐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수단이고, 사람은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 의해 속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아무리 완벽하게 작동되는 가상화폐 기술이라 할지라도 종국에는 해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이버 보안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속지 않는 기법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이버 기술이 새롭게 등장할수록 인간 기만 기법도 비례해서 발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유감스럽게도 금전을 노리는 해커들에 의해서 원치 않게 발달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세상 만사에 명암이 존재하듯,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역설적으로 인간 기만 요령도 발달되며 이것은 앞으로 펼쳐질 세상의 최대 현안 모순 중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향후 사물인터넷 시대가 펼쳐지면 그 정도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말이 사물이지 이 세상 만물에 고유 식별번호가 붙어 어떤 만물이든 스마트 폰을 매개체로 연동되어야만 하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만물인터넷 시대에 오프라인 세상 만물과 온라인 세계 간의 접점은 모바일 폰 말고는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는 점도 역시 현재 기술의 한계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7-09-14 16:35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안장과 등자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칭기즈칸은 유럽과 아시아를 평정한 위대한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는 전쟁마다 승리했다. 그리고 적을 무자비하게 응징했다. 하지만 절대 죽이지 않은 적진의 사람들이 있다. 기술자들이다. 신기술을 지닌 자만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숫자가 적은 그의 군대가 멀리 수만 킬로미터를 달려가서 원정전쟁을 벌이자면 숫자적 열세와 속도를 반드시 기술력으로 보완해야만 했다. 그래서 칭기즈칸은 자기네 개발품이든 아니든 기술을 흡수하고 향상시키려고 무단히 힘썼다. 당시 충격적인 신무기는 훈족으로부터 지혜를 물려받은 말의 안장과 등자였다. 그는 이것으로 동유럽을 점령하고 로마까지 괴롭히며 흔들었다.칭기즈칸군의 말은 마치 기수와 한 몸인 것처럼 날쌨다. 그것은 안장 때문이다. 로마 안장은 말 몸통에 가죽 끈으로 잡아매는 밋밋한 방식이었다. 반면 훈족 안장에는 나무 버팀목이 있었다. 앞뒤로 우뚝하게 올린 기둥과 안장머리는 말이 움직이고 달릴 때 기수에게 안정감을 줬다.버팀목이 없는 로마기병들은 전투중에 균형을 잃고 툭하면 낙마했다. 또 칭기즈칸군은 등자도 활용했다. 등자란 말을 탈 때 두 발을 디디는 기구다. 말안장에 매달아 양쪽 옆구리로 늘어뜨리게 되어 있다.간단하기 짝이 없지만 등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등자에 발을 디디면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고삐를 쥘 필요가 없다.허벅지로 말 등을 조여가며 마상쇼도 가능하다. 앞으로도 뒤로도 탈 수 있다. 물론 옆으로도 밑으로도 말을 탈 수 있다. 이게 12∼13세기 칭기즈칸을 무적의 정복자로 만든 신기술 신무기였던 것이다. 어떤 학자의 주장처럼 지난 천 년 동안 인류가 거둔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등자라고 할 수 있다.최근 20세기의 가장 큰 기술혁명의 산물은 다름 아닌 정보기술(IT)라고 할 수 있다. IT는 바이오테크(BT), 나노테크(NT), 환경테크(ET), 항공테크(ST), 문화테크(CT) 등과 어우러지며 21세기를 선도하는 신기술로 자리잡았다.‘IT의 총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신기술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계의 표준을 장악하면서 가공할 만한 거대기업이 되었다.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5억 달러, 29억 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은 인텔의 296억 달러에 이은 2위, 영업이익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1위다. SK하이닉스도 올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으로 규모가 비슷한 퀄컴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제쳤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 모두 볼 만하다.현대·기아차가 2015년부터 중국시장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근자에는 ‘사드(THAAD)’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면서 왜 현대건설 인수나 삼성동 한전 땅 10조원 거금 매입 등에 뭐하러 머리를 박았는지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칭기즈칸군이 안장과 등자를 십분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은 몸이 가벼웠기 때문이다. 로마군은 갑옷만 60~70kg이었다. 칭기즈칸의 예언처럼 제국의 붕괴는 지도자의 굼뜸, 부패에서 출발하는 것이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7-09-13 14:18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청년이 웃어야 은퇴자도 행복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스페인에는 ‘야요플라우타(Yayo flautas)’라는 독특한 집회가 있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은퇴자들의 거리집회다. 이들은 정치권에 청년의 이해를 대변하기 이해 모인다. 청년실업이 개별청년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나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단체유니폼을 입은 할아버지·할머니는 손녀손자를 위해 나왔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에게는 적잖이 낯선 풍경이다. 야요플라우타의 계기는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고국을 버리는 청년인구가 생겨나면서부터다.이들의 집회목표는 청년인구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비난 대신 응원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 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연결성’을 강조한다. 청년이 잘 돼야 연금도 잘 받는다는 다분히 실리적인 상생카드를 골랐다.이들은 청년의 실업이 노년의 연금붕괴이듯 청년과 노년은 연결된 존재라고 인식한다. 청년을 웃게 해야 본인도 웃는다는 세대연결의 이해인 셈이다.노년인구의 생활전략을 세대연대에서 찾아낸 사례는 또 있다. 고령대국 일본의 ‘후쿠이(福井)모델’이다. 열도서쪽의 소외지역에 가까운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손꼽힌다. 다른 지역의 반발로 지금은 없어진 풍요지표(신국민생활지표)에서 5년 연속 1위(1995~99년)를 기록했고, 행복도 순위도 단골 1위다. 근로자세대 실수입, 맞벌이 비율, 정규직 비율, 보육원 수용정원 비율 등도 모두 1위다.일본에선 후쿠이의 행복구조를 세대융합·세대교류적인 상생모델로 규정한다. 공식적으론 ‘맞벌이를 통한 가치창조 모델’로 불리지만, 노청(老靑)연대도 빼놓을 수 없다. ‘정규직+맞벌이=수입배증’을 완성한 데는 부모세대의 육아지원을 비롯한 세대연결적인 상생부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직장과 가정의 양립에 성공하니 자연스레 ‘자녀양육+부모봉양+본인노후’의 연쇄위기가 사라졌다.일본정부는 후쿠이모델에 미래를 걸었다. 수출·대기업 우선지원의 아베노믹스 1.0(2013~14년)은 낙수효과와 재정승수효과보다 내수부양·직주완성에 초점을 맞춘 아베노믹스 2.0(2015~현재)으로 방향을 틀었다.아베노믹스 2.0의 핵심은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 거주공간의 실현, 즉 생활품질의 향상이다. 금융완화, 재정투자, 성장 등의 경제 목표가 GDP 600조엔, 희망출산율 1.8, 간병퇴직 제로 등의 목표로 대체됐다.특히 간병퇴직을 없애겠다는 목표는 30년 노년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치매발병→가족간병→간병퇴직→소득감소→재정보조→재정악화’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다.결국 노년위기는 청년·중년위기를 극복할 때 가능해진다. 당사자만 쳐다보면 근원처방이 어렵다. 노년을 감싸는 다양한 환경과 변수를 종합적으로 볼 때 노년위기의 맞춤대응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출발은 현역세대와의 교류확산일 수밖에 없다. 현역이 웃어야 노년도 행복해진다. 노(老)와 청(靑)의 연대전략이야말로 가장 실효성이 우수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한국적 상상모델의 지름길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09-11 15:30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자동차 급발진, 진전없는 대책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얼마전 자동차 급발진 피해자 모임 회원이 1000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급발진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필자에게는 끊임없이 문의가 온다. 하나하나가 억울한 사연들이다. 그러나 필자도 심각한 경우 언론에 알리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급발진 사고의 경우 국내에서 연간 100건 내외가 발생한다고 조사되나 실제로는 약 20배 이상인 2000건 정도로 판단된다. 아예 액땜했다며 넘기거나, 소송에서 이길 확률이 없어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급발진 사고의 80%는 운전 실수이고, 나머지 20% 정도가 실제 급발진 사고다. 그리고 전체 발생 건수의 95%는 가솔린엔진과 자동변속기 기반 자동차에서 발생하며, 나머지가 디젤엔진과 자동변속기 계통이다. 당연히 LPG엔진도 가솔린 엔진과 같이 불꽃 점화방식이어서 같은 비율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차 급발진은 지난 1980년 초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를 장착하면서 발생되었다고 본다. 전자제어장치가 고장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수년 전 자동차 급발진 원인에 대한 전자제어장치의 이상동작이 영향을 끼친다고 일부 입증하면서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받기도 했다.급발진 사고에 대해 미국에서는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은 데, 우리는 왜 단 한번도 재판에서 승소하거나 보상을 받은 경우가 없을까? 알아서 져주는 법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운전자가 자신이 실수를 하지 않고 자동차의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구조인 반면 미국은 재판 과정에서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음을 메이커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비전문가인 운전자가 사고 원인을 확인하고,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한 기계장치의 고장은 증거가 남지만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은 재연도, 입증도 할 수 없다.물론 누구 책임인지를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급발진 연구회에서는 3년 전에 2009년 말부터 출시된 자동차의 경우 ‘OBD2’라고 하는 장치를 통해 일종의 블랙박스를 달면 누구 책임인지 알 수 있다고 알려왔다. OBD2는 연구회에서 개발해 국가 인증을 받은 장치다. 이 장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나 가속페달 등 운전행태를 면밀하게 알 수 있고 차량의 상태도 확인하면서 정확하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차량에 부착돼 있는 자동차사고기록장치인 ‘EDR’은 운전자의 행태 정보가 한정돼 있고 차량의 상태만 일부 알 수 있으며, 에어백이 터지지 않으면 기록되지 않는 등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장치다. 일각에서는 ‘메이커의 면죄부’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다.예전에 어느 법원에 근무하는 판사가 연구회에서 개발한 장치를 구입, 부인 몫까지 장착했다. 그 분 말씀이 ‘이 장치라도 있으면 문제가 발생할 시 입증할 수 있다고…’. 아예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수동변속기 차량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발생빈도가 낮은 디젤 차량을 구입하든지. 이러면 미세먼지 등 정부의 시책과 반대 방향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사고방지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자.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7-09-10 15:14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재건축 규제와 선의의 피해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내년 1월 1일 도입될 예정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둘러싸고 재건축단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위헌논란과 이중과세 및 실수요자 배려 등을 제기하며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란 3000만원이 넘는 재건축 이익에 대해 요율을 적용해 재건축부담금 형태로 환수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준공인가일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하고, 부과하는 것은 미실현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위헌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1주택조합에 대해 획일적으로 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실수요자들을 투기세력으로 보고 있다고 구제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재건축 규제로 공급을 위축시켜 놓으면 공급부족으로 전세대란이 일어 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떤 정책이든지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책을 찾아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먼저, 재건축부담금 산정방법과 부과시점의 문제점이다. 현행 재건축부담금 산정은 ‘준공인가일’과 ‘조합설립승인일’을 기준으로 주택가격의 차액으로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실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미실현 이익에 대해 부담금을 환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재건축부담금 산정기준과 부과시점을 ‘준공인가일’ 대신 증여, 상속, 매도 등을 통한 ‘1차 소유권 이전시점’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차 소유권 이전시점’으로 재건축부담금을 산정하게 되면 미실현 이익의 과세라는 위헌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고, 현실적인 가격을 근거로 객관적 가치가 산정돼 양도소득세로 환수할 수 있다.둘째, 장기거주 1주택조합원을 포함한 실수요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장기거주 1주택조합원은 투기세력이라기보다 더 좋은 주거환경으로 옮겨가려는 실수요자로 분류해야 한다. 이런 실수요자들을 투기세력으로 몰아 동일하게 재건축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부과대상에서 특례를 인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 아파트 1채가 전부인 조합원들에게 준공기준일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하게 되면 경제력이 부족한 조합원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주민을 쫓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일으킨다. 만약 1주택조합원들을 부과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투기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면, 특례조건으로 2~3년 정도 보유요건 및 거주요건을 갖추도록 규제를 만들면 될 것이다.셋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같은 재건축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서울시 주택보급률은 2015년 기준 96%, 2017년 기준 97.8%로 여전히 부족하다. 서울지역에서 유일하게 공급지 역할을 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부지에 각종 규제를 가해 공급을 막으면 몇 년 후에는 공급부족에 따른 주택가격 급등과 전월세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급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인센티브를 주어 공급을 확대시키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그 동안 우리나라 재건축 시장이 투기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돼 온 점은 개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재건축이 국민들의 주거환경개선과 주거가치를 선도하는데 큰 역할을 해 왔으며, 좁은 국토와 한정된 도시 토지의 효율적 이용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주거환경을 제공했다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통해 미래지향적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17-09-07 15:20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기업의 존재 이유

현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다. 생산을 담당하고 경쟁하는 데 뛰어난 경제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들이 더 나은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계약체이다. 서로 이렇게 하자고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면서 더 나은 성과를 얻는 협력체인 것이다. 본질이 계약체라서 서로 약속한 것을 지키는 신뢰가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사회 일반에 비해 약속과 신용을 중시하는 공동체인 셈이다.개인은 최종 소비의 주체이지만, 생산과 판매 단계에서는 기업을 통해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은 자발적 협력을 통해 기업 법인체와 관계를 맺는다. 일정기간 일하거나 무언가를 빌려주면서 그 대가를 받기도 하고 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거래를 통해 서로 이익을 얻기도 한다.사람들은 기업을 당연히 존재하는 경제 주체로 여긴다. 하지만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기업의 존재 이유에 주목한 사람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였다. 그는 기업의 본질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명쾌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코스는 ‘거래비용’의 개념으로 기업의 존재이유를 밝혔다. 경제 주체들이 거래할 때 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느 가게에서 살 것인지 정하고, 비슷한 물건 가운데 어느 제품이 가장 좋은지 살펴보는 것도 비용이다. 이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도 있지만 구매 대행을 이용한다면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면 배송료도 내야 한다. 이처럼 상품 가격 말고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거래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모두 거래비용에 속한다.코스는 이 거래비용의 절감이야말로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즉 기업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개인이 시장을 통해 거래를 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가구를 생산하고 판매한다고 해보자. 나무를 구입해야 하고 이를 가공하고 디자인하여 팔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탐색하고 다른 이들과 거래하는 일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그러나 생산의 각 단계를 개별 생산자들이 나눠 맡지 않고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원료 구입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내부화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구의 생산비용이 훨씬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최종 완제품 가격도 확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거래비용을 절감해 제품을 적은 비용에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바로 기업이다. 기업은 시장거래를 조직에 내부화하여 거래비용을 낮추게 된다. 기업은 그런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수단이라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화한다. 더구나 기술발달처럼 환경변화가 빠르면 기업문화와 사업방식도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환경변화는 기존의 기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요구한다. 과거의 방식이 더 이상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라서 기업은 더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능해진 새로운 기업방식을 찾아내는 일 또한 중요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2017-09-06 15:06 최승노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브릿지 칼럼] 뜨는 협업전문회사와 벤처연합의 조건

이석원 벤처스퀘어 편집장“통합 법인은 압도적 국내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비즈니스를 선도할 글로벌 모바일 C2C(개인간거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11번가 빅딜 같은 대기업 얘기가 아니다. 9월 4일 모바일 중고마켓인 번개장터와 모바일 중고거래 컨시어지 서비스인 셀잇이 합병을 선언하면서 장원귀 퀵켓 대표가 꺼낸 말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10월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퀵켓이 셀잇을 흡수 합병하게 된다. 합병 효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양사의 서비스를 합산한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1100만건에 달한다. 월 사용자 수도 310만명 규모. 연말이 지나야 시너지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18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중고 거래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물론 퀵켓이나 셀잇은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분을 보유한 곳이지만 중소기업의 기본 체력을 불리려는 노력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간 협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협업전문회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협업전문회사는 중소기업끼리 공동 출자해 규모화를 돕는 제도다. 대기업의 특정 업종 지원만 일방적으로 막기보다 중소기업이 손잡고 공동 판로를 개척하거나 연구 개발, 인력 개발 등 모든 부문에서 협업하는 협업전문회사를 선정해 창업 수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 사업 선정에서 우대하거나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공공기관까지 우선구매제도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 그 뿐 아니다. 공동 행위에 대해서 공정거래법상 담합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등 제도적 장벽도 없앤다. 지난 7월 아산나눔재단과 캠퍼스서울이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정책제안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은 2016년 기준으로 지난 2011년보다 8% 성장한 9만 6000개로 몸집을 불렸다. 펀드 조성액 역시 2012년보다 무려 41%나 늘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조금 딱하다. 창업 중 생계형 비중이 63%에 달하는 것. 그 뿐 아니다. 매년 창업 기업이 쏟아지지만 매출 20%가 넘는 고성장 기업은 매년 4%씩 줄어들고 있다. 결국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은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물론 이를 위해 가장 좋은 건 창업 인프라나 진입, 투자 환경 등 기반 여건이 선순환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이 같은 진입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우버 같은 모델이 한국에서 창업할 수 없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외 스타트업 사례에서 볼 수 있듯 MA 등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 회수 유형 비중을 보면 IPO가 27%인 반면 MA는 3%에 불과하다. MA 같은 중간 회수 시장이 발전하지 않으면 민간 투자금은 상장 전 후기 성장 기업에만 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또 다른 의미는 앞선 예에서 볼 수 있듯 스타트업간 인수합병이 장기적인 성장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퀵켓과 셀잇은 각각 모바일 중고마켓과 중고거래라는 유사 업종간 합병이다. 이를 통해 성장 속도를 높이는 롤업 전략, 특정 기업이 같은 산업 분야에 속한 규모가 작은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전략은 이미 해외에선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정부의 협업전문회사 우대 방침 역시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의 일환이다. 협업전문회사가 주목받을 이유다. 다만 이미 해외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이 같은 협업전문회사가 퀵켓과 셀잇처럼 실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동종이 아닌 MA나 무분별한 규모 확장의 일환이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말 그대로 합병의 조건은 ‘협업’이어야 건전한 생태계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석원 벤처스퀘어 편집장

2017-09-04 17:01 이석원 벤처스퀘어 편집장

[브릿지 칼럼] 잠재성장률 제고 시급

박종구 초당대 총장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3년째 2%대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초 4~5%선에서 2%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을 2.8~2.9%로 전망한다.금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생산인구가 10년 후에는 6.8%, 20년 후에는 17.8%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인구가 현 700만 명선에서 2020년 800만 명으로 늘어난다. 신생아수가 금년 36만~37만 명으로 급락해 합계출산율이 1.1명 미만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3%대의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저출산·고령화 대비, 혁신 경제로의 전환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첫째로, 선제적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구조개혁을 ‘세 개의 화살’ 중 하나로 설정해 기업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섰다. 제조업과 정보기술이 결합되는 ‘제조업 4.0’ 시대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좀비기업 정리에 올인해야 한다. ‘한물 갔다’는 소리를 들던 소니가 이미지센서 반도체와 게임 사업을 중심으로 되살아나 ‘기술의 소니’라는 명성을 회복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둘째로,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새정부의 J노믹스는 저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양질의 서비스산업이야말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 서비스산업은 제조업보다 고용창출능력이 2배나 높다. 유통, 의료, 교육 등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빅데이터와 물류로 결합한 온라인 유통 거인 아마존의 고속성장은 서비스산업이 양질의 고용 창출자임을 잘 보여준다. 아마존은 1997년 기업 공개 이후 임직원이 34만 명이 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셋째로, 인구 쓰나미에 대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늙어가는 한국’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가정 양립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여성고용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여성고용률은 2016년 기준 56.2%로 OECD 평균 59.3%보다 훨씬 낮다.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은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할 때 사회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개방적 이민정책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되었다. 이민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는 지적은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유럽 경제의 우등생 독일의 저력은 개방적 이민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넷째로 우리 경제의 혁신 역량을 높여야 한다. 최근 기업가 정신과 기업혁신 활동이 크게 약화되었다. 정치의 변동성이 커지고 기업지배구조가 불안정한 것이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경영인의 혁신역량 제고가 시급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혁신이야말로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 짓는 잣대’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구글 창업주의 혁신 마인드가 유튜브와 안드로이드를 동영상과 스마트폰 운영시스템의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었다.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시급하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09-03 16:05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시장근본주의자의 감언이설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 /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국가의 운영과 가계의 운영은 그 성격이 다르다. 국가의 재정이 흑자로 운영되는 것은 세입이 세출보다 크다는 것이고 이는 민주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과거 봉건 왕조시대에 왕실의 존재는 국가 체제 유지의 근간이었다. 그러므로 왕실은 국가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의 비중이 가장 큰 존재고 왕실의 재정 건전성과 부의 축적이 곧 국가의 발전으로 인식됐다. 유럽의 역사에서 보면 프랑스 왕국의 루이 14세가 말했다고 알려진 ‘짐이 곧 국가’라는 문장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프랑스 대혁명이후 왕의 처형과 왕실의 해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 정점을 이룬다. 물론 아시아와 다른 세계 국가들의 흥망성쇠와 관련지어 봐도 최근까지 왕실의 역할은 지대했다.이른바 민주공화국 체제에서는 정부와 국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일반 국민들이다. 정부의 역할은 정책을 운영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을 맹신하면서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을 과신해왔다. 정부 역할의 폐해를 과장해 왔던 밀턴 프리드먼 등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처럼 경제 정책에 반영됐다.이 후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대기업들은 봉건왕조의 왕실과 같은 존재로 국가 경제에 군림하게 됐다. 그 정점에서 세계 경제는 극적인 붕괴를 가져왔고 지난 10년간 세계경제는 시장과 기업이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해 결국 정부의 역할에 경제 회복을 맡겨 온 것이다.우리 경제는 폴란드의 경제학자 미샤우 칼레츠키(Michał Kalecki)의 경제순환 이론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칼레츠키는 1930년대 대공황 이전에 경제의 순환에서 거품의 진행과 붕괴 그리고 몰락에 대한 이론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논문은 케인즈의 ‘일반이론’이 발표된 이후여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케인즈는 경제 붕괴가 발생하고 지속되는 원인에 대해서 순환론적으로 설명하면서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경제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된 이후 경제의 순환에 대한 설명이 없다. 반면 칼레츠키는 경제 회복 이후에 대한 순환론적 설명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경제가 회복돼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 기업주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왜냐면 해고 위협의 훈육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최근 많은 이들이 경제붕괴를 위협하고 완전 고용 상태로 회복되고 유지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매도한다. 이런 우려를 전파하기 위해서 완전 고용이 ‘명백히 불건전한(manifestly unsound)’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를 추켜세운다. 1970년대 그 역할을 한 이가 바로 밀턴 프리드먼이었다.한국도 엉터리 시장근본주의자들이 항상 정부재정의 건전성을 강조하고 경제성장의 낙수효과를 선전하면서 경제발전의 결과에 집착한다. 결과물의 배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어리석은(?) 국민들을 통제하려면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고, 먹거리에 대한 배분의 권리를 자신들이 유지해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 /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2017-08-31 14:25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 /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카카오뱅크가 바꾼 '돈의 본질'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하자마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출시 5일만에 고객 100만명과 대출액 3230억원을 넘겼으니 시중은행이 지난해 1년 동안 모바일뱅킹 등으로 15만개의 계좌를 만들어 준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최저·최고 대출이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입자를 대상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증정하는 등 자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돈은 다음과 같은 속성을 지닌다. 첫째가 희소성이다. 아무 데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누가 애써 일하겠는가. 둘째는 대체 가능성과 통일성이다. 똑같은 모양과 형상을 지닌 것들로 계속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는 이동성이다. 표상하는 가치(액면가) 대비 무게가 가벼워야 가지고 다니기에 편하다. 대표적인 금속 화폐가 여기에 해당된다. 넷째는 구별성이다. 쉽게 진위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내구성이다. 쉽게 변하거나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지금의 화폐가 돈의 대명사로 입지를 확고히 해왔다.그런데 K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 대부분이 이제는 실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아버지 세대가 공유하는 추억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월급봉투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급여명세서가 겉면에 인쇄돼 있던 그 월급봉투에는 한달 급여가 고스란히 현금으로 담겨 있었다. 요즘은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수입은 숫자 형태로만 표시돼 통장에 축적되거나 카드 사용 등에 따라 발생하는 마이너스 숫자들을 메우느라 디지털 형태로 소진될 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의 90%가 이렇게 디지털화된 숫자에 불과하다. 결국 화폐의 전통적 속성인 통일성, 구별성, 내구성의 의미가 완전히 무너졌다.인터넷뱅킹의 출현은 눈에 보이는 유형적 가치를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디지털화된 화폐로 전화시켜 화폐의 가상성을 가속화시킨다. 송금하는 것이 이모티콘, 기프티콘 날리듯 하니 돈이 아니라 머니티콘 같다. 월급봉투를 보고 지난 시간 노동의 대가를 추억하는 것은 이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해졌다. 결국 돈이야말로 정말 숫자, 이모티콘에 불과한지도 모른다.사실 이러한 현상은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부터 예견됐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한 점토판(Clay Tablet)을 보면 “돈은 금속이 아니다. 돈은 그것이 어떤 형태든 무언가에 새겨진 신뢰다”라고 새겨져 있다. 이 점토판은 돈의 본질적 형태가 ‘정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따라서 돈이란 교환을 활발하게 해 주기 위해 필요한 매개 수단에 불과하다. 어떤 것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폐의 본질을 곱씹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직시해 보자는 것이다. 오늘날 개인과 개인의 연결은 공동체가 아니라 화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단순히 화폐의 생산이 목적이며 화폐를 통해서만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당신에게 묻고 싶다. 피 땀 흘려 일하는 경제 활동의 목적이 삶의 질이나 행복추구가 아니라 숫자와 이모티콘에 불과한 자본의 축적이 목표인가를.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7-08-30 14:24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주택시장 '사이드카' 활용법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최근 시행된 8·2 부동산 대책은 주식시장의 ‘사이드카’와 같은 효력을 나타내고 있다. 사이드카는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거래가 과열되었을 때 시행되는 일시정지제도다. 8·2 대책 시행에 따라 분양권시장,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매물이 극감하고 끝을 모르던 서울아파트 가격도 3주 연속 하락(한국감정원 기준)하고 있다. 일단 시장과열이 멈췄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정책 무용론보다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소급적용에 의한 국민청원 발생 등을 제외하더라도 가계부채 사상 최고치 경신, 풍선효과, 전세가격 상승 등의 현안문제와 거래절벽 및 국지적 공급 감소에 의한 시장기능 소실 등의 장기적 부작용은 해소노력이 필요하다.투기수요 억제하되, 실수요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6·19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외면 받았기 때문에 8·2부동산 대책이라는 초강수가 탄생한 것이다. 즉, 언제 투기적 수요자로 변심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실수요자까지 보호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으며, 그로 인해 소급적용 문제는 8·2부동산 대책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다.전반적 가격 하락과 저가 급매물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다주택자와 8·2부동산 대책 간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어서 언제 정책방향이 전환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오히려 8·2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가격을 유지하거나 매물을 회수하고 버티는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적인 보유세 강화 요구가 있다. 최근 거래절벽과 과열해소가 8·2부동산 대책에 따른 확정된 시장 흐름인지, 부동산 규제 전 증가한 매수계약에 의한 단기적 영향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서 완전히 틀린 주장도 아니다.정책의 신뢰회복과 시장의 투기수요 단절을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 등 추가적인 규제 정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거래절벽 장기화로 시장기능의 상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트리거 작동, 전월세 가격 급등에 따른 주거불안과 정책효과 반감, 미분양 증가 및 공급단절에 따른 변동성 확대 등이 나타나고 오히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이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변동성 확대에 따라 시장리스크가 커지면, 주택은 극히 일부만 거래할 수 있고, 손실과 이익이 일부에 집중되는 자산으로 변질된다. 주택자산의 변질은 주거불안 장기화와 경제 잠식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주식시장에서도 시장기능을 유지하고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이드카는 발동 5분 후 자동 해제되고, 장 종료 40분전에 발동 할 수 없으며, 하루 1번 발동이 가능하는 등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규제에 의해 주택거래가 제한되는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부작용은 급격히 늘어날 우려가 있다. 주택정책 목적이 투기수요를 잡기위해 모든 시장 참여자를 고사시키는 것이 아닌 이상 극단적 규제와 완화보다 선택적이고 탄력적인 시장관리가 필요하다. 향후 주택규제 시행에 따라 시장기능이 저하될 수 있는 만큼 시장안정과 거래보호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7-08-28 14:38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큰 정부'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

지난 달 새 정부 국정 100대 과제가 발표됐다. 경제 분야 1순위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번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 고령화 등과 40대의 진보적 성향을 고려할 때 ‘큰 정부’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와 여론의 힘이 존재하는 이상 정책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회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큰 정부는 진보·복지, 작은 정부는 보수·성장이라는 고전적 전선이 한국에서는 좀 복잡하다. 큰 정부는 공공영역이 커짐을 의미하는데 관료주의, 공공부문 비효율성 문제가 따라붙는다. 기존에 고착화된 관중심의 질서와 사고방식도 있다. 진보적이라고 다 큰 정부를 지지하지도 않고, 보수적이라고 다 공공부문 개혁을 지지하지 않는다.우선 큰 정부를 추구하려면 시장에 대한 깊은(?) 불신을 희석시켜야 한다. 스웨덴이든 독일이든 미국이든 경제 질서의 근간이 시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시장의 승자독식(Winners take all)을 해결해야 하는 건 당위이고, ‘큰 정부’는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 정책금융이다. 우리나라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돈은 정부 호주머니에서 나오더라도, 지원할 기업을 잘 선택하고, 지원한 후 잘 챙기고, 최종적으로 투자한 돈을 잘 회수해야 한다. 이 지난한 과정을 다 관료와 공공기관이 책임질 수 없다.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 같은 정부가 마중물을 대고 시장이 행동을 담당하는 정책 아이디어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정부와 시장이 만나는 정책에 집중하면 좋다.또 ‘인사가 만사’라지만 아닐 수도 있다. 모든 정부가 인사에 공을 들이지만 착각은 생각이 비슷한 장관을 앉히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특히 ‘큰 정부’를 추구하는 정부는 더 조심해야 한다. 정부의 개입을 증가시키려면 그 제도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훨씬 더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정부가 좋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잘 이루어지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이 정부의 경제장관들만 슈퍼맨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이미 일을 충분히 많이 하고 있다.인사문제가 나온 김에 요직에 시장전문가들 등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부문과 사적부분, 정부와 시장은 인사철에는 완전히 따로 논다. 정부 정책은 정치인, 관료, 교수 들 만의 영역이 아니다. 은퇴 후에 ‘관이 민’으로 이동하는 거 말고, 현직에서 ‘민이 관’으로 이동하는 실험도 좀 많이 해보자. 지혜와 경험의 교류일분만 아니라 소모적인 감정 대립을 푸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문재인대통령은 지난 달 ‘작은 정부’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바꿔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고도 했다. 시장에 대한 맹신은 좋을 거 없다. 중요한 건 국민이 필요한 일을 정부가 ‘어떻게’ 잘 하느냐다. 지혜로운 ‘큰 정부’는 ‘작은 정부’와 만날 줄도 알아야 한다.이창민 한양대 교수

2017-08-27 15:20 이창민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