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시장경제의 올바른 수호자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일 2017-09-25 14:56 수정일 2017-09-25 14:57 발행일 2017-09-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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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인상 깊게 읽은 기사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폴 크루그먼(미국 경제학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칼럼이다. 그는 ‘폭군 칼리굴라보다 못한 트럼프’라는 제목으로 트럼프의 독선과 무능을 사정 없이 비판했다. 권력에 대항하는 용기도 부럽고 트럼프 경제정책(특히 보호무역)에 대한 냉철한 비판도 멋있다. 그는 미국 주류경제학자이지만 날씨 좋은 날의 스웨덴을 이상적인 경제체제로 여겼다. 필요할 때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제무역의 대가이지만 자유무역을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는다.

두 번째는 김병연 서울대 교수의 인터뷰다. 최근 북한에 대한 책을 냈는데, 약 3만명의 탈북민 중 2000명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고 2011년부터는 북한과 거래하는 180여 개 중국 기업을 취재해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추계한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은 2.5%다. 북한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이런 분석에 기반해 대북정책을 제시한다. 허가받은 약 400개의 시장과 60만개의 점포, 그밖에 무수히 많은 암시장이 커져 있으므로 경제제재 장기전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대북정책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질서 옹호를 목표로 하는 집단이 있다. 최근 일부 집단에서 창업자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나의 주식에 하나의 의결권이 주어지는 원칙을 벗어나 의결권을 여러 개 가질 수 있는 주식을 발행하자는 것이다.

창업주 일가, 지배주주들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취득할 경우 적은 비용을 들여 경영권 방어가 쉬워진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또는 외국자본의 공격에 대해서 방어 장치 마련하기 위함이다. 혁신기업에 한해서 도입하자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참 이상한 현상이다.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에 도매금으로 팔리고 있지도 않다.

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M&A 시장은 기본적으로 경영권 시장으로 경쟁을 촉진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자를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잠시 민족주의와 흡혈귀 외국자본을 잊자. 지금 한국경제에서 보호가 필요한가, 활력이 필요한가.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질서를 외치는 분들이 왜 이렇게 보호를 외치는가. 그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것은 시장경제인가, 시장경제 안에 그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당분간 고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3%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7·4·7(연평균 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대강국 진입)’이나 박근혜정부의 ‘4·7·4(잠재성장률 4%·고용률 70%·국민소득 4만 달러)’가 이상했던 거다.

고도성장을 해 온 나라가 피할 수 없는 단계다. 전환기에 필요한 시장경제의 수호자들은 누구일까. 권력과 기득권에 주눅 들지 않을 것, 사고방식이 자유로울 것, 도그마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무조건은 없다. 무조건적으로 잘하는 정부도, 무조건적으로 잘하는 시장도 없다. 제일 문제는 시장의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집단이다. 시장경제의 내부자들을 지키는 것과 시장경제를 지키는 것은 많이 다른 이야기다. 내부자들 지키다가 밀려오는 후폭풍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