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시장근본주의자의 감언이설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 /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입력일 2017-08-31 14:25 수정일 2017-08-31 14:28 발행일 2017-09-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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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영 교수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 /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국가의 운영과 가계의 운영은 그 성격이 다르다. 국가의 재정이 흑자로 운영되는 것은 세입이 세출보다 크다는 것이고 이는 민주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과거 봉건 왕조시대에 왕실의 존재는 국가 체제 유지의 근간이었다. 그러므로 왕실은 국가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의 비중이 가장 큰 존재고 왕실의 재정 건전성과 부의 축적이 곧 국가의 발전으로 인식됐다. 유럽의 역사에서 보면 프랑스 왕국의 루이 14세가 말했다고 알려진 ‘짐이 곧 국가’라는 문장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프랑스 대혁명이후 왕의 처형과 왕실의 해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 정점을 이룬다. 물론 아시아와 다른 세계 국가들의 흥망성쇠와 관련지어 봐도 최근까지 왕실의 역할은 지대했다.

이른바 민주공화국 체제에서는 정부와 국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일반 국민들이다. 정부의 역할은 정책을 운영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을 맹신하면서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을 과신해왔다. 정부 역할의 폐해를 과장해 왔던 밀턴 프리드먼 등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처럼 경제 정책에 반영됐다.

이 후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대기업들은 봉건왕조의 왕실과 같은 존재로 국가 경제에 군림하게 됐다. 그 정점에서 세계 경제는 극적인 붕괴를 가져왔고 지난 10년간 세계경제는 시장과 기업이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해 결국 정부의 역할에 경제 회복을 맡겨 온 것이다.

우리 경제는 폴란드의 경제학자 미샤우 칼레츠키(Michał Kalecki)의 경제순환 이론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칼레츠키는 1930년대 대공황 이전에 경제의 순환에서 거품의 진행과 붕괴 그리고 몰락에 대한 이론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논문은 케인즈의 ‘일반이론’이 발표된 이후여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케인즈는 경제 붕괴가 발생하고 지속되는 원인에 대해서 순환론적으로 설명하면서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경제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된 이후 경제의 순환에 대한 설명이 없다. 반면 칼레츠키는 경제 회복 이후에 대한 순환론적 설명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경제가 회복돼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 기업주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왜냐면 해고 위협의 훈육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이들이 경제붕괴를 위협하고 완전 고용 상태로 회복되고 유지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매도한다. 이런 우려를 전파하기 위해서 완전 고용이 ‘명백히 불건전한(manifestly unsound)’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를 추켜세운다. 1970년대 그 역할을 한 이가 바로 밀턴 프리드먼이었다.

한국도 엉터리 시장근본주의자들이 항상 정부재정의 건전성을 강조하고 경제성장의 낙수효과를 선전하면서 경제발전의 결과에 집착한다. 결과물의 배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어리석은(?) 국민들을 통제하려면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고, 먹거리에 대한 배분의 권리를 자신들이 유지해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 /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