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가상현실을 사는 '강남 해바라기'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대한민국 국민 중 가장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을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40대 강남 서민이다. 내 선배는 강남구 도곡동 일반아파트에 12년째 살고 있다. 그는 ‘하우스 푸어’를 입에 달고 산다. 전세로 사는 건 아니지만 자기 집이 아니라 80%는 은행집(주택담보대출)이며 두 아이들의 학원비, 대출이자 및 원금, 생활비 때문에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적자가 없는 달이 없다. 예외적인 하소연일까?월 평균 600만원을 버는 선배는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이 375만원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4인 가족의 경우 187만원이 중산층과 빈곤층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187만원보다 1만원이라도 더 벌면 중산층이고 1만원이라도 적게 벌면 빈곤층이 되는 셈이다. 중산층과 그 위의 고소득층을 나누는 기준은 중위소득의 150%다. 따라서 4인 가구 기준으로 563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고소득층이다. 따라서 600만원을 버는 선배는 고소득층이다. 그럼에도 선배는 왜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생각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입대비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강남 서민은 왜 강남을 고집할까?강남은 대한민국 교육계의 가장 핫한 이슈들을 소개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대한민국에서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을 꼽는다. 이 세 박자를 동시에 충족하는 주체가 강남이다. 그래서 일까. 강남의 교육 철학을 따라하기 위해 전국의 ‘맘’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그들의 교육철학을 받아들인다. 이런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강남 서민들이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오히려 이들은 오기를 발동시킨다. ‘아이들만큼은 강남 서민으로 살게 할 수 없어!’라며 은행에 빚을 내서라도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으로 신분상승을 꿈꾼다. 이러한 피해의식이 가장 강한 사람이 강남 서민이다. 그래서 일까. 지역별 자녀 1인당 교육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 역시 강남이다.강남 서민은 가상의 현실에 산다. 은연중에 그들은 즐긴다. ‘나 강남 살아!’라고. 가상현실(VR)은 사용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기술이다. 가상현실 서비스는 주로 사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고글 형태의 기기를 쓰고 이용한다. 강남서민들은 부자들의 공간에서 고글 기기를 쓰고 가상의 자신을 본다. 넓은 거실에 피카소의 그림이 보이고 곰돌이 인형과 대화를 하며 람보르기니를 타고 여행을 한다. 가상의 현실을 인식한 자신은 동일한 시선으로 현실을 본다. 그리고 현실을 부정하고 가상의 나를 욕망한다.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젊은이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은 ‘자기만족적 삶’을 산다. 주변에 읽을 책이 있고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로 친구나 연인들과 함께 즐길 사회관계자본이 있다면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박하지만 내면적으로 존재의 가치를 인식하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생산한다. 그들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산다.정작 행복이란 타자의 삶이 아닌, 경제적 논리로 지배하는 삶이 아닌 내면의 진정성을 생산하는 삶이 아닐까.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7-06-12 15:05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서비스산업은 양질의 고용창출자

박종구 초당대 총장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전방위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해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청와대에 일자리 수석을 신설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정부가 단독으로 고용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다.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심각한 실업문제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비스산업을 양질의 고용창출자로 인식해 적극 육성해야 한다.산업별 고용유발계수를 비교해 보면 2013년 기준으로 10억원 생산당 피용자수는 서비스업이 11.04명으로 제조업 5.07명의 2배 수준이다. 관광, 의료, 교육, 컨벤션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부문이 많다.서비스산업의 고용비중은 1999년 50.2%에서 2015년 70.1%로 크게 늘어났다. 고용률 70%를 달성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 국가의 비중은 74.6%에 달한다.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로 대침체에 빠졌지만 2009년 12월 이후 서비스 부문에서 1400만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경기회복에 성공했다. 16년만에 최저 수준인 4.3%로 실업률이 떨어졌다. 반면 제조업 일자리는 2010년 1150만명에서 2016년 1230만명으로 소폭 늘었다. 석탄과 철강의 도시 피츠버그는 80년대 이후 산업구조 변화와 일본제품의 수입 등으로 급격히 쇠락했다. 그러나 카네기 멜론대 등 고등교육기관의 육성과 첨단 메디컬 단지의 유치에 힘입어 도시재건에 성공했다. 반면 자동차산업에 과다 의존한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180만명의 대도시에서 7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의 실업률은 2.8%로 떨어져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대졸 취업률은 97%에 달한다.월트디즈니의 성공 사례는 서비스산업이 성장과 고용의 엔진임을 잘 보여준다. 55억 달러를 투자한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만 1만명 수준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에서 2만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되었다. 마카오가 되살아난 것은 관광, 카지노, 컨벤션, 쇼핑이 어울러지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하남 신세계 스타필스에서만 수천명의 신규 고용이 이루어졌다.의료산업 역시 성장잠재력이 크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권의 의료인력 배출국이다. 세계적 수준의 진료시스템과 의료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인도는 의료관광을 대표적인 전략 수출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싱가포르의 레플즈병원은 외국인 환자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의료 개방에 성공했다.서비스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맞춤형 기술교육 등을 통해서 양질의 서비스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 프랜차이즈발 자영업 위기가 만만치 않다. 하루에 114개가 창업하는 반면 66개가 폐업할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체계적인 자영업 육성책을 마련해 균형 있는 자영업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서비스업이 일자리의 보고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06-11 15:34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4차산업혁명 무기는 소프트웨어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소프트웨어(SW)에 매료된 후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날, SW는 전세계 산업지형을 흔들어 놓기에 이르렀다.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최상위 5개 기업은 모두 SW기업이다. 엑손모빌 같은 정유기업과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가전기업이 선두권을 형성하던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현상이다. 이처럼 세계 산업 지형이 정보기술(IT) 중심으로 바뀐 지는 이미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제서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반면 미국에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산업 구조 재편의 열매를 수확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소프트웨어(SW) 기초가 건실한 덕이다. IT 중에서도 산업 지형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는 바로 SW다.우리나라는 그동안 SW에 무관심한 채 허송세월했다. 많이 늦은 것이다. 그래선지 요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매우 요란하다. 그러나 SW에 대한 우리 나름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한번 빈 수레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SW에 대한 대책 없이 산업혁명 운운하다가는 분명 헛발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SW 기업 중 글로벌 최상위권에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포함돼 있다. 창업 역사가 불과 십여년밖에 되지 않는 ‘약관(弱冠)’ 의 기업이다. 둘의 위상은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동종 SW기업이라고 해도 위상 차는 현격하다. 구글은 2위인 반면 페이스북은 5위다. 핵심은 SW플랫폼을 독자적으로 보유한 기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갈린다. 그 이면에는 구글이 플랫폼 보유기업이나 페이스북은 그렇지 못하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플랫폼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기차역으로 말하면 기차 진출입의 근거다. 플랫폼 없이는 다른 중간 역들은 존재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SW 세계에서도 같은 논리다. 페이스북은 자체 플랫폼이 없다 보니 구글과 같은 타 플랫폼 보유 기업으로부터 운영체계와 데이터베이스 엔진을 둘 다 빌려 써야 한다. 자연스럽게 독자 플랫폼을 가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개 기업은 사이 좋게 1위부터 3위까지를 나란히 차지하는 위용을 과시했다. 반면 SW 기업 중에서도 이들로부터 플랫폼을 빌려다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인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4위와 5위에 위치하는 데 그쳤다. 최상위권에 속하려면 결국은 플랫폼 SW를 겨냥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교훈을 준다.이는 세계 1등을 외치는 삼성전자에게 비장한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삼성도 플랫폼은 구글 것을 그대로 갖다 쓰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우리나라가 대비할 길은 이미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 선두주자 일부를 플랫폼 SW쪽에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땅에 SW 기업이 번창하게 만드는 길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플랫폼 기업은 고사하고 SW 기업이 번성하도록 만드는 일만 해도 벅찬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1940년대 초부터 근 30년동안 자체 SW 산업을 일구어내기 위해 들인 끈질긴 노력을 보면 그렇게 절망적인 것만도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남의 잔치로 끝나게 하지 않으려면 우리로서는 SW산업을 위한 30년의 투자는 필수적인 것이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7-06-08 14:26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개, 고양이를 부탁해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앞집 바둑이, 옆집 야옹이가 국민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오던 시절, 반려동물 업종은 감히 산업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규모면에서나 체계적 측면에서 초라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1인 가구, 결혼기피, 저출산·고령화 등이 가속화되면서 반려동물인구는 이제 1000만명까지 늘었다.우리나라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반려동물 등록 마릿수는 100만 마리를 훌쩍 뛰어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1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일자리 창출은 반려동물산업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려동물산업 일자리는 2014년 2만7000명에서 2017년 4만명대를 바라보고 있다. 일자리의 기본적인 틀은 사료산업, 용품산업, 서비스업에 집중되고 있지만 관련 직종은 동물병원, 반려동물 전문사진사, 애견옷 디자이너 및 미용사에 그치지 않고 애견카페, 장례서비스 및 묘지, 펫튜터, 용품렌탈, 고령동물 도우미, 보험업, 테마파크, 반려동물 전용방송 등 다양하게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정책의 패러다임을 ‘규제’에서 ‘육성’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반려동물의 보호와 복지 수준의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 것을 비롯해 시설·인력기준 등 영업기준 강화를 통해 동물 보호와 복지수준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서비스 품질 향상까지 노리는 정부의 노력은 동물병원 진료서비스 품질 향상, 동물보험상품 개발, 동물의약품 유통구조 개선, 동물사료산업 제도정비 및 고품질 사료 중심으로 생산·유통기반 확충 추진, 동물사체의 불법소각·매립 방지, 더 나아가 동물간호복지사 제도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모든 노력이 현실적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피상적 정책이나 행정조치 차원을 뛰어넘어야 한다. 동물보호법을 위시한 반려동물산업을 육성하는 법률적 기반과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의 지속적인 반려동물산업의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물론 반려동물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으로 반려인과 비반려인간 갈등을 최소화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하고 동물을 보는 관점도 ‘소유 물건’에서 ‘보호해야 할 생명체’로 전환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길고양이을 비롯한 유기견 급증사례도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유기·유실 방지를 위해 등록대상 확대가 필수적이며 ICT 기술과 결합한 동물보호관리시스템도 추진해야 한다. 이는 반려동물에 대한 윤리적 요구까지 고려하여 반려동물산업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것이다.인천시는 반려동물 학대·유기행위를 규제하는 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하면서 반려동물 실태자료를 수집·관리하고 피학대동물·유기동물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체계적인 움직임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해안선의 애견 전용 트레일, 무려 7만5000여구를 수용하는 뉴욕 하츠데일 애견묘지, 일본 고베의 애견 리조트는 아직 꿈 같은 얘기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7-06-07 14:53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제도의 역습' 경계해야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제도(System or Institution)는 매우 포괄적인 단어다. 보통 복합적인 사회규범이라 일컬어지며 법률에서부터 일상생활의 규범(Norm), 막연한 약속도 포함된다. 제도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들을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으며 누군가가 만드는데 국가 차원에서는 정치인, 관료 등이며 기업 차원에서는 경영진이다. 통칭 파워 엘리트(Power Elite)들이다. 결국 제도를 이해하려면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다 같이 못살면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갈 것인 지대(地代), 경영권의 사적이익 등도 별로 없다. 파워 엘리트의 시야도 전체 경제의 파이(Pie)를 키우는데 한정될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하며 그에 부합하는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경제발전 초기에 사적소유권(Property Right)을 보장해 투자한 만큼 가져가게 만들었다. 사회적 역동성, 경제적 생산성이 높아진다.파이가 커지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커지게 마련이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그들의 시야에 다른 것들이 끼어드는 것이다. 권력을 나누기 싫어질 것이다. 나누어도 소수 비선실세와 나눈다. 다수의 사람들과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것도 꺼려질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찍어 누르고 싶어진다. 그러면 사회는 정체된다. 사람들은 의욕을 잃어 간다. 제도의 역습이고 부(富)의 역전이다. 영원한 제국은 없다.새로운 정권이 출범했고 새로운 경제팀도 모습을 갖추어 간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으로 갈 수 있는 위기라는 인식이 있어 보인다. ‘소득 주도의 성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과감한 재정정책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이다. 경제가 위기고 시장 자체의 엔진이 꺼졌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게 한국경제 돌파구 마련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리 많을 거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청와대, 경제팀(청와대 정책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보고 4차 산업혁명을 직접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 역량이 있으면 지금 당장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결국 제도설계자들은 제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은 경제, 시장에 다시 역동성을 불어넣는 제도개혁의 기본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상법개정, 중소기업지원, 국민연금 개혁, 기본소득제, 세금 등 굵직한 의제라면 제도를 설계하는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 금융위원회 등에게 넉넉한 시간을 제공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시야에 대통령만 아른거리지 않고 국민이 보인다. 충분한 연구, 토론, 소통 등이 뒷받침되지 않고 좋은 제도는 나올 수 없다. 제도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만들어지면 되돌리기도 어렵다. 여론의 지지를 받는 정권 초반에 모든 것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식의 조언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단기적 개혁은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하면 된다.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17-06-04 16:01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서민경제 살리는 10조 일자리 추경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정책 수단 간 선택은 거시경제정책의 요체이다. 통화정책(금리 인하)을 선택하면 정부 빚은 늘어나지 않는 반면 가계 빚이 늘어난다. 반대로 재정정책(추경)을 선택하면 가계 대출은 제자리가 되겠지만 정부 빚이 늘어난다. 경기가 나빠지면 빚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소득이 줄면 빚내 소비할 수밖에 없는 일.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늘어나는 빚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의 선택은 정부가 하는 것이다.서브 프라임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국가 빚 총량도 늘었다. 일부는 정부가, 일부는 가계가 분담했다. 문제는 가계가 너무 많이 분담했다는 점이다.가계 빚이 급증한 것은 지난 4년간이다. 1%대 초저금리를 장기간 지속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켜왔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도 늘고 생계형 대출도 늘었다. 공룡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손 쓰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대체로 가계부채는 해결이 어려운 부채다. 생계형일수록 더욱 심하다. 경기가 좋아져 늘어난 소득으로 대출을 갚아나가야 하는데, 경기가 바닥을 통과하고 호황 국면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인 상태에서 내수에 종사하는 서민층의 소득은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분수효과(trickle-down)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은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내수를 더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더구나 가계부문 구조조정이란 불가능에 가까운 과정이다. 기업이야 썩은 살 도려내고 은행도 손실 분담하고 재생의 길을 모색하면 되지만 가계는 썩은 살 도려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반면 정부부채는 해결이 상대적으로 쉬운 부채다. 첫째, 경기가 좋아지면 많이 걷힌 세금으로 갚으면 된다. 재정정책은 경기가 나쁠 때 적자 편성하고 경기가 좋을 때 흑자 편성하는 게 원칙이다. 둘째, 이도저도 아니면 통화 증발해 갚아도 된다. 어차피 저출산 고령화로 디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한 우리로서는 (일본의 양적완화처럼) 통화증발이라도 해서 물가를 끌어올리려 애를 써야 할 지도 모른다.가계부채 문제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은 누가 뭐래도 정부 책임이 크다. 금리인하 무용론이 지적되었음에도 한국은행은 수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해 1%대 금리까지 내려왔다. 이것이 가계부채 증가의 1차적 원인이다. 금리 인하를 자제하고 추경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여기에 과도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형국이 되었다.새 정부는 이런 정책적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마침 글로벌 경기는 오랜 침체를 거쳐 회복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글로벌 경기 호조에 발 맞춰 내수 부양책이 호응하면 우리 경기는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 특히 경기 부진 장기화로 피로도가 누적된 서민층이나 그 하위계층에까지 온기가 전해질 것이다.건설경기 부양과 같은 수단보다는 서민의 지갑에 직접 소득보전이 이뤄질 수 있는 일자리 추경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재정 적자도 그리 크게 편성되는 것이 아니다. 조속한 추경을 기대한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2017-06-01 15:38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아마추어 時人 입문기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내 삶의 큰 변화가 시작된 날이다. 나이가 들면서 시가 좋아져 몇 년 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기성 시인의 시를 친구들 밴드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시 전문 H밴드로부터 초청이 와 가입하고 좋아하는 기성 작가의 시를 올렸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봐주겠지만 다음번엔 안 된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자기 밴드는 자작시를 올리는 곳이며 기성 작가의 시를 동의 없이 올리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밴드를 탈퇴할까 고심하다가 차라리 이 기회에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산으로 자작시 한 편을 써서 올려보았다. 고교 1학년 때 문예지에 시를 올려 본 이후 거의 40년 만에 쓴 시였다. 내 이름으로 올리려니 왠지 쑥스러워 필명을 사용했다. 첫 시부터 댓글은 관대했다. ‘좋아요’, ‘최고에요’라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그런 반응을 접하자 어안이 벙벙해지고 공중으로 부웅 뜬 기분이었다. 이를 계기로 이 밴드에 정을 붙이고 시작(詩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나는 시의 세계에 빠져 저녁을 보냈다. 내 시의 시어들에 무미건조함을 느꼈지만 시작 활동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라 위로했다. 시를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고, 또 습작이라 해 봐야 학창시절 잠깐이었으니 제대로 된 시어가 나올 리 만무했다. 딱히 스승으로 모실만한 시인도 없으므로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해 독학하기로 했다.매일 기성 시를 다섯 편 필사하고, 무조건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이다. 그렇게 1년만 하면 제대로 된 시의 세계에 근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동안은 시의 완성도는 물론, 댓글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필사는 백석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서정주, 김영랑, 조지훈, 장석주, 황동규, 함민복, 문정희, 이성복, 황지우, 정호승 등 기라성으로 우뚝 선 시인들의 시로 했다. 그리고 거의 하루 한 편의 시를 밴드에 올렸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고교동창회 밴드에 본명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어떤 후배는 기성 시 보다 낫다고 치켜세워 줬고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고교친구들도 공감과 함께 격려 어린 댓글을 달았다. 그러던 차에 한 문학밴드로부터 등단이라는 생각지 못한 영예도 안게 되었다.아직 당당히 내 놓을 작품이 없는 만큼 매일 다섯 편의 필사와 한 편의 시 쓰기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흔히 시는 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한다. 산문이 산책이라면 시는 무도(舞蹈) 즉, 춤을 추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나는 그림과 춤에 대해 깊이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좋은 그림과 춤은 장르와 시대를 뛰어넘어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좋은 시도 마찬가지 아닐까.한 가지 추가할 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왜 시를 쓰느냐’는 시인의 사명일 것이다. 나는 시를 쓰는 일이 자아성찰의 계기라고 생각한다.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고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보려 하는 것. 그것이 시인의 사명이자 시가 시인에게 주는 축복이라 생각한다.시인은 열여섯 소녀의 감성으로 세상을 사랑하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성직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의 길, 굉장히 설레는 길임에 분명하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7-05-31 16:24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애매한 총리제, 운영의 묘 살려야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우리나라 헌법상 정부의 권력구조를 보면 대통령이 국정을 총책임지고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각 부 장관을 두고 있다.헌법상 총리의 책임과 권한은 각 부 장관 임명을 제청하는 것 외에 딱 부러지게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그래서 과거 역대정부마다 ‘총리잔혹사’, ‘대독(代讀) 총리’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무총리는 정부정책을 주도하지 못했다.이 3명의 총리제도와 비슷한 것이 조선시대에 의정부(議政府)제도이다. 영의정을 가운데로 좌의정, 우의정을 두고 삼각체제를 형성해 국정을 유지했다. 즉 육조위에 의정부를 두었던 것이다.3명의 정승을 둔 것은 중국춘추전국시대에 천하를 제패한 제왕의 상징물인 솥인 ‘정정(正鼎)’이란 말에서 유래한 것 같다. 바른 솥이란 뜻을 가진 정정에는 3개의 다리가 안정적 받침을 하고 있다.이는 안정적이고 올바른 정치를 하기위해서는 3개의 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1개라면 독재의 길로 쓰러지고, 2개라면 극과극의 극한대립으로 휩쓸릴 가능성이많고, 4개라면 파벌조성의 편가르기로 5개는 혼란만 부추기 때문에 3개 세력이 가장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좋다는 것이다.하지만 역사 속에 임금과 의정부의 권한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다. 임금이 의정부와 주로 의논하면 임금의 권한이 유명무실해지는 사태가 발생했고 , 의정부를 무시하고 육조와만 의논하다 보면 총리의 역할이 없어지고 임금의 업무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난다.어느 경우든 이조, 예조, 병조를 관장하는 좌의정이나 호조, 형조, 공조를 관장하는 우의정에 비해 영의정은 사실 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국무총리와 매우 흡사하다.그럼에도 이 권한과 책임이 없는 이름뿐인 영의정제도를 잘 운영하여 우리 역사 최고의 정치부흥시대를 연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선4대 임금인 세종과 영의정 황희였다.황희는 20년간 재상으로 있으면서 주장하는 논리가 너그러우면서도 상대방과 분쟁하고 고치는 것 보다는 타인에게 관대하여 잘 따르게 하니 모든 신료와 백성들이 진정한 재상이라고 만인이 우러러 존경했다. 한편으로는 공조판서인 김종서를 크게 야단치는등 아래 판서들의 잘못됨을 나무라며 기강을 잡기도 했다.또 모든 정승들이 비록 육조와 같이 직접 일을 관장처리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대사나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는 의정부와 육조가 무한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냈으며, 임금이 국사를 잘못 처리하려고 할때는 목숨을 내놓고 임금을 꾸짖기도 해 정승의 지위가 가진 막중한 무게를 중시했다.황희의 예에서도 보듯이 국무총리, 부총리등 3명의 각료들은 비록 권한과 책임이 애매하지만, 대통령, 장관들과 더불어 운영의 묘를 잘살린다면 유명무실이라는 직책에서 금상첨화라는 찬사를 받을 수도 있었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최근 새 정부의 국무총리 청문회를 보며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유념하여 국정에 임하면 보다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는 데 생각이 미쳤다.이를 위해, 대통령과 총리는 논쟁을 좋아하기 보다는 포용을 좋아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은 장관으로부터 직접보고도 받고 총리와 부총리와 논의케하여 정책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셋째 대통령과 장관의 잘못된 처사나 정책은 바로 꾸짖을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하다. 더불어 장·차관이하의 인사권은 총리에게 넘겨 총리가 실질적인 힘을 구사하도록 해야한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7-05-29 14:54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명품정신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옷장 밑 빼닫이에서 당신의 신발 한 짝을 내 봅니다. 이것은 당신이 끌려가던 날 새벽 뜨락에 벗어진 당신의 신발입니다.”  황금찬 시인의 ‘구월의 편지’는 애통함과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 있다. 국정농단 사건을 만든 최순실을 구속하는 과정에서도 신발 한 짝이 매스미디어에 클로즈업됐었다. ‘당신의 신발’이나 ‘최순실의 명품 신발’ 모두 근심이 담겨있다. “근심 많은 사람에게는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주라”는 속담도 있다. 신발에 신경을 쓰다 보면 걱정거리를 마음에 담아둘 틈이 없슴이다. 그 근심덩어리가 가끔 세계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사건을 일으킨다. 2009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설하던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는 어느 유럽 청년이 벗어 던진 신발에 맞을 뻔했다. 조지 W 부시도 이라크에서 회견 도중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아 국제분쟁으로 확산될 뻔했다.신발의 어원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파피루스로 엮은 샌들리온(sandllion)이다. 오래 전에는 신발이 부의 상징이어서 귀족들만 신었다. 점차 일반인들도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만들어주고 가치를 높여 준 것은 철강이었다. 1858년, 철강재는 제화용 재봉틀의 탄생을 앞당겼다. 이때부터 가죽 신발이 대량 생산됐다. 못과 징을 사용했던 과거의 제조방식은 실로 대체됐다. 그리고 고무 운동화가 등장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찰스굿이어는 고무나무에서 수확한 재료로 운동화를 만들었다. 가볍고 활동적인 운동화는 올림픽 육상 선수들의 속도경쟁에 불을 붙였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7년도 이란)’에서 남매는 운동화 한 켤레를 번갈아 바꿔 신으며 등교한다. 어느 날 육상경기가 열린다. 3등 상품이 운동화였다. 주인공은 여동생에게 운동화를 선물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숨이 턱까지 차고, 넘어지고, 죽을 만큼 힘든 고비를 넘어 1등을 한다. 운동화는 3등에게 돌아간다. 이 영화는 어렵게 살았던 우리의 1960~70년대 시대상과 맞닿으면서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명품 신발들은 보통 신발보다 수 십 배나 비싸다. 언제부터 신발을 명품이란 이름으로 가치화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19세기에 하이힐이 나오면서 신발은 멋과 품위를 상징하는 장신구로 변신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명품 구두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라가모 역시 사랑하는 여동생의 신발을 만들다가 탄생됐다.페라가모는 10대에 할리우드로 건너가 야간에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해부학을 들으며 모든 사람들이 불평하지 않는 구두를 제작하는 데 몰두한다.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쇳조각이다. 구두 밑바닥 중심에 손가락 너비의 쇳조각을 박아 몸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특수 공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 기술은 페라가모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구두 밑바닥에 쇳조각이 들어 있다. 독일의 명품 구두 로이드는 “정치보다 구두가 먼저 철의 장벽을 넘었다”는 언론의 타이틀을 받으면서 이름값을 높였다. 이 구두를 구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신고 나타나자 예리한 눈빛의 기자들이 가십 기사를 쓴 것이다.  철강재는 산업재 전용이 아니다. 구두, 의상 등의 패션도 아우른다. 철강재뿐만 아니라 모든 용품은 최고의 품질일 때 가치를 인정받는다. 근심 덩어리도 창조적인 가치를 부여하면 명품으로 재탄생한다. 이제 ‘명품정신’이 미션이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7-05-28 15:49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자녀 리스크' 없는 노후 되려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베이비붐 세대는 대체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 주택 마련과 부모 봉양, 노후 준비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과도한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이 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은퇴 후에도 자녀 취업과 결혼이 늦어져 함께 살아야 할 기간이 길어졌다. 또한 자녀들의 경제사정이 어렵다보면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사라질 수 있다는 ‘자녀 리스크’도 일반화되었다. 부모 자녀와의 관계는 일생을 통하여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관계이다. 따라서 자녀 리스크를 줄임으로써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어릴 때부터 독립심을 키워 줘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독립심이다. 자녀가 자라서 사춘기 전후가 되면 부모는 이제 뒤로 물러서서 지켜 봐 줌으로써 홀로 서기 위한 연습과 시행착오의 기회를 갖게 해 줘야 한다. 20세 이후 성인이 되면 더 이상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혼자 힘으로 살 수 있는 자립심 배양이 가장 중요한 부모의 책무다. 일본에서는 무직 자식이 은퇴 후 최고의 골칫거리라 한다. 독립적 생계를 꾸리지 못하고 부모 연금에 의존해 사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기생 독신)’과 ‘중년 캥거루’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둘째, 교육비 등 자녀 양육비 지출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최근 들어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면서 자녀들의 성공 방정식도 바뀌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시대에는 자녀교육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합리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자식에게 너무 올인하지 말고 오히려 본인의 노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아울러 자녀 결혼비용도 본인 능력에 맞게 간소하게 해야 한다. 주제와 분수를 모르고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허례허식은 금기다.셋째, 자녀가 분가한 후에는 자산을 연금화해야 한다. 주택이나 자산을 주택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연금화하여 돈을 자녀로부터 분리해 두는 것이 서로를 위하여 바람직하다. 유산도 미리 주지 말고 쓰고 남으면 주자. 그 대신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삶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 그리고 인생의 가치관을 남겨주자.넷째, 자녀를 인격체로 대접하여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부모와 친하게 지냈던 어린 자녀가 점점 클수록 대화를 기피하는 것은 자녀를 인격과 개성이 다른 개체로 여기지 않고 내리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간섭하는 데서 기인한다. 자녀가 20세가 넘으면 성인으로 대접하고, 의견을 존중하라. 우호적 관계가 되어야만 앞에서 언급한 대책에 대한 협조를 얻을 수 있다. 가정도 자녀 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전환한다. 자녀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부부중심의 삶을 살자. 부모의 노후 행복이 자식에게도 직결된다.하버드 대학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50세를 맞이하는 생일 소원이라 하였다. 젊어서 자식에게 헌신하고 노후 불안에 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어서 자식에게 잘해주는 것이 자식 사랑이 아니라,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식 사랑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은퇴준비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7-05-25 15:45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지지율 87%' 文 대통령의 비결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질레트. 세계 최대 면도기 회사다. 그 질레트가 지난달 면도기 가격을 20% 인하한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만 시장점유율이 20%포인트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이렇게 질레트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인 달러셰이브클럽 때문이다. 달러셰이브는 회원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착한가격으로 면도날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회사다. 한달에 한번 면도날 4~5개를 갖다준다. 이 회사의 전체 면도기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지만 온라인 판매점유율은 54%로 창업한지 7년 만에 21%의 질레트를 압도하고 있다.어떻게 신생회사가 콧대 높은 거대기업 질레트의 아성을 무너뜨릴수 있었을까.질레트는 전통적으로 고급·고가전략을 써왔다. 계속 신형 면도날을 개발해 가격을 높였고 광고 모델도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티에리 앙리, 박지성 등을 썼다. 달러셰이즈클럽은 바로 이 점을 파고 들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다. 면도날 몇 개 사려고 굳이 쇼핑을 나갈 필요가 없도록 해준 것이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가 별 것인가. 고객 입장을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전략이 어디 있으랴.바로 이 회사의 모토인 ‘시간과 돈을 깎자’다. 면도기에 그렇게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비싸게 받을 필요도 없고 매번 귀찮게 면도날을 사러 가는 것도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월 1달러만 내면 2중날 5개, 6달러에 4중날 4개, 9달러에 6중날 4개씩 배송해 준다. 이렇게 딱 세 종류뿐이다. 면도날은 한국의 면도날 메이커인 강소기업 도루코에서 공급받는다. 이런 전략으로 콧대 높은 질레트의 115년 전략을 무너뜨리게 한 것이다.이 회사의 회원은 현재 320만명, 연 매출은 2억4000만 달러(약2660억원)다. 2016년 유니레버에 10억 달러(1조1000억원)에 매각되기도 했다. 어떤 기능을 더 넣어 고급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대체 무엇이 불편할까를 고민한 결과일 뿐이다. 달러셰이브클럽에 공급하면서 재작년 60주년을 맞은 장수기업인 도루코는 ‘제2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싸구려’라는 외면 속에서 군대, 목욕탕에서나 쓰는 저가제품으로 명맥을 유지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해외업체들의 안방인 미국과 유럽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202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로 매출 1조원을 올리겠다는 비전이다.2015년 매출 3540억원으로 전년대비 24% 늘었다. 영업이익은 세 배이상 급증한 77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약27%에 이른다. 질레트(62%)엔 못미치지만 쉬크(10%)에는 크게 앞섰다.온라인시장은 연평균 20%이상 성장하면서 오프라인시장을 잠식해갈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품질과 가격이 중요해지는 만큼 도루코에는 기회”라고 도루코에서는 전망한다.이러한 온라인시장은 오로지 고객중심주의, 즉 고객마인드로 무장한 달러셰이브클럽같은 마케팅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정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취임 보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지율 87% 문재인대통령의 이른바 ‘사이다 행동’들! 바로 국민입장의 생각 즉 ‘고객마인드’에 뿌리를 두고 나오는 행동이 아니겠나.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7-05-24 15:29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칼럼] 새정부 부동산 정책은 `주거복지`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서민들을 위한 주거안정에 대한 공약을 강조한 만큼 서민주거복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 질 것이다.첫째, 임기 중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6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중 공공임대주택 13만 가구와 공공지원 임대주택 4만 가구 등 매년 공적임대주택 1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은 신혼부부와 청년층 등 젊은 세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임대주택 중 30% 수준인 4만 가구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고, 생애 최초로 주택을 사는 신혼부부에게는 우대금리 대출을 확대한다.둘째, 문재인 정부에서 예상되는 대표적 부동산 정책은 도시재생사업이다. 후보시절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발표하고, 매년 10조원씩 5년간 공적재원 50조원을 투입해 낙후된 도심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지가 아닌 500여 곳의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선정하여 완전히 철거하는 대신 소규모 정비사업 위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셋째, 서민들을 위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도 공약했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월세 상승을 5%로 제한하는 법률로서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현행 2년 주기로 전세계약이 끝나면서 나타나는 주거불안과 이사비용 같은 사회적 낭비를 없애기 위해 세입자에게 2년 거주 후 1회에 한해 전세계약 갱신청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전월세대란에 지친 서민들의 주거안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넷째, 보유세를 포함한 조세제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이다. 보유세는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대표적인 것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보유세가 강화되더라도 1가구 1주택자들보다는 다주택자 또는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적용될 것이다. 내년부터 실시예정인 연소득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자에게 부과하는 임대소득과세도 연장 없이 추진될 것이다. 시장상황에 따라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도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다섯째, 투기방지를 위해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실수요자를 위한 청약제도개편도 추진될 것이다. 현재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재개발·재건축시장을 압박하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을 포함한 재건축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수요에 대한 대출규제와 분양권전매금지와 청약가점제 같은 제도들이 확대될 전망이다.문재인 정부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기반으로 집권한 진보정권이다. 시장논리를 중요시하던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 같은 보수정권과는 정치성향이나 통치이념이 다르다. 따라서 부동산정책의 목표를 서민주거안정에 두고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 도시재생사업 추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조세제도 강화, 투기방지와 청약제도개편 등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실현한기 위한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거나 추진될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17-05-23 15:50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

[브릿지 칼럼] 노인기준 바꿔야 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모든 차별은 나쁘다.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닌 까닭이다. 차이는 몰라도 차별은 곤란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차별사회에 산다. 옛날보다 좋아졌다지만 차별심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저성장으로 한정자원을 둘러싼 쟁탈전이 심각해질수록 차별은 더 심화될 터다.대표적인 게 연령차별이다. 성별·지역·학력·인종은 물론 고용형태(정규 vs. 비정규) 차별 등 대상항목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대부분은 가려진 은근한 차별이다. 반면 연령만큼은 확실한 숫자까지 내세워 뚜렷이 나눈다. 선거시즌에 논란이 된 선거연령이 대표적이다.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또 다른 연령차별이 바로 은퇴 나이다. 특정연령에 달하면 근로현장에서 빠지도록 제도화한 경우다. 60세든 65세든 고령인구의 기준이 법제화돼 강력한 지배력과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한 광고문구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의 잣대로 해당연령층을 규정하기 힘들어졌다. 환갑을 넘겼건만, 마흔·쉰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신체능력을 갖춘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에게 ‘65세↑=노인’의 등식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물며 평균수명은 계속 상향조정이다. 201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78.5세, 여자 85.1세로 단순평균해도 81세를 가뿐히 넘어선다. 1970년(남녀 각각 58.7·65.6세)보다 30%나 늘어난 수치다.요즘 환갑이라고 노인정을 찾아가면 문전박대 당한다. 게다가 지금 4050세대는 100세까진 무난하게 살 전망이다. 장수시대다.현재의 노인기준은 과거의 잣대다. 현재의 노인기준인 65세는 120여년 전인 1889년 독일재상 비스마르크가 고령연금을 도입할 때 제안된 기준연령이다. 이를 토대로 1950년 UN보고서는 65세를 고령분기점으로 봤다. 이게 지금껏 흘러왔다.상황이 바뀌면 기준은 달라지는 게 옳다. 인식이 변화하고 필요가 공감되면 여기에 맞춰 제도는 수정되는 게 바람직하다. 4050세대를 ‘후기청년’으로 명명하는 책까지 나온 마당에 여전히 환갑도래를 노인 출발로 보는 건 아쉽다.그래서 현재 각 나라별로 노인기준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변경의 방향은 세분화다. OECD는 66~75세를 ‘젊은 고령자(Younger Old)’로, 그 이상을 ‘늙은 고령자(Order Old)’로 본다. 일본은 이를 전기·후기고령자로 바꿔 사용한다.한국도 70세 이상을 고령인구로 보자는 쪽이다. 응답자의 78%가 70세를 노인연령으로 봤다(2014 노인실태조사). UN도 인류체질·평균수명을 토대로 새로운 연령표준을 만들었다. 0~17세(미성년자), 18~65세(청년), 66~79세(중년), 80~99세(노년), 100세 이상(장수노인) 등의 구분법이다. 공통점은 ‘65세↑≠노인’이다.그 다음이 고령근로다. 65세가 노인이 아니라면 일하는 건 당연하다. 당장 정년부터 수정하는 게 맞다. 정년연장에 따라 60세로 강판연령이 높아졌지만, 이는 땜질처방일 뿐이다. 정년을 없애거나 아니면 65세, 70세까지 정년을 올리는 게 고령사회에 진입한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면 고령인구의 삼중고이자 노후갈등의 연쇄뇌관인 고립·질병·빈곤문제도 적잖이 희석된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05-22 15:35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칼럼] 쉐보레 볼트, 최고의 기회를 잃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올해는 전기자동차 활성화의 최고의 한해이다. 지난 10년간 국내에 공급된 전기차는 약 1만 2000대 정도로 과반수는 제주도에 공급됐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도 전기차의 다양한 보급이나 활성화에 노력해 우리보다 훨씬 기술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선두그룹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쫓아가는 형국이어서 더욱 가일층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공급되는 전기차는 약 1만4000대이고 급속충전기 등 민관에서 약 1000기를 설치 예정으로 있어서 다양한 충전 인프라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도 나타나고 있다.역시 가장 난제는 전기차 자체의 고성능화다. 한번 충전에 갈 수 있는 일반적인 전기차의 성능은 최대 약 200㎞정도다. 택시의 경우 하루 종일 주유를 하지 않고 운행하는 일반적인 거리가 최소한 30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는 최소한 300㎞ 내외는 돼야 일반인의 불편함이 사라진다는 것이다.현 시점에서 가장 충족시킬 수 있는 차종은 바로 쉐보레 볼트다. 그리고 또 다른 모델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출시될 예정인 테슬라의 모델3가 해당될 것이다. 모델3는 미리 예약 받은 대수가 세계적으로 약 50만 대일 정도로 최고의 기대감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출시일이 늦어지는 고민이 많다고 할 수 있다.쉐보레 볼트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이 큰 또 다른 이유는 일반인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는 모델로서 올해 보급되는 전기차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제대로 보급만 된다면 전체 물량의 70%인 1만 대 정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고 할 수 있다. 매달 1000대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기대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인기도에 비해 타이밍 맞는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이 차량은 국내 생산이 아닌 미국산 수입차인만큼 공급량이 시기에 맞추어 공급이 되지 못하면서 그림의 떡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공급된 총 물량은 약 500~600대 정도로 렌트용까지 포함한 수치인만큼 일반인 보급은 훨씬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모터쇼 때 당일 모든 물량이 예약됐다고 발표하면서 만족감을 표명하였으나 반대로 최고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1만 대까지 시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비교도 되지 못할 초소량 공급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실제로 쉐보레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물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국내 시장에서 큰 활약상을 보이지 못한 부분도 많아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쉐보레 볼트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 등 각종 핵심 부품을 국내 부품업체에서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부품기업과 연계가 깊은 모델이다. 그렇다면 미리부터 충분한 능력을 갖춘 부평이나 군산 공장에서 생산 공급했다면 내년 전기차의 빅뱅의 해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또한 내년은 약 5만 대 정도의 전기차가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쉐보레는 올해의 약 3배 물량인 약 1800대 정도를 수입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7-05-21 15:23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기자

[브릿지 칼럼] 동양3국론 : 세계인의 인식 재확립

현병경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미·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이 “역사적으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고 말한 사실을 밝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시진핑의 잘못된 중국 국가주의적 발언도 문제지만, 정말 문제는 트럼프가 동양의 역사와 지식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태라, 그의 머리 속에 그대로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요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윤식당’이란 방송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네덜란드, 독일, 러시아, 스웨덴, 프랑스, 호주 등 다채롭다. 놀라운 것은 불고기, 라면, 만두 등 한국어를 영어로 표기했는데도 이들이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맛나게 먹는 모습들이었다. 더 기분 좋은 사실은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어쨌든 동양에 있어서 한국의 입지는 분명해 졌다. 하지만 한국이 동양의 대표적인 나라로 인식되고 있느냐는 문제는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에 외국인들은 ‘동양’이라고 하면 중국에 비중을 두었다. 이후 일본을 높게 보다, 최근에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 ‘동양’은 이들 세 나라로 통합되어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중국 대륙에서 한족이 지배한 시절은 한, 송, 명 정도다. 시진핑 식으로 표현하면 ‘중국은 역사적으로 사실상 이민족의 나라였다’, ‘중국은 수 천 년 동안 외국의 일부였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 그래서 이제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중·일을 묶어 동양 3국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A3(Asia 3)’이라 하여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가이자 동양의 3개국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해 각인시켜야 한다.지금 국력으로 보면 아시아 1위, 2위, 4위가 중국, 일본, 한국 순이다(3위는 인도). 세계적으로 보면 중국은 2위, 일본은 3위, 우리는 11위다. 한국의 국력은 지난 2010년 경만 해도 아세안 10개국을 합친 동남아시아 전체와 거의 맞먹는 정도였다. 군사력에서는 중국이 3위, 일본과 한국은 10위권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교역량은 중국이 1위, 일본이 4위, 한국이 8위이다.하지만 민주주의 실현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순서로 볼 수 있다.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의 선진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독보적 위치에 있고, 일반적으로 그 성숙도에서는 일본보다 더 앞서 아시아 1위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남북통일이 되면 인구가 7700만 명에 이르러 유럽국 중에 독일을 빼고 가장 인구가 많고 일본에 능히 필적할 수 있는 확실한 인구와 영토 기반을 갖게 된다.한·중·일 3국은 2008년부터 3국 협력을 꾸준히 이어와 2010년 5월 제주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 때 상설 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11년 9월에 3국협력사무국(TCS)이 공식 출범해 정례화 및 제도화의 기반도 확립했다.‘동양 3국’의 토대가 일반화할수록 시진핑이나 한국을 바라보는 트럼프가 더 겸손해지고 우리의 국익을 놓고 함부로 처신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도 해외에서 업무를 보거나 여행을 가더라도 서양인을 비롯한 세계인의 존중을 받으면서 활동하기에 편할 것이다.현병경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2017-05-18 16:40 현병경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

최승노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고 있다. 기업의 활동성도 떨어졌다. 한번 활력이 떨어진 경제를 다시 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성장의 열쇠는 바로 기업이다. 기업은 경제의 주역으로, 세계적으로 좋은 기업이 많은 나라일수록 잘 산다.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당연히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기업이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 추구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소비자가 스스로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부단히 노력하고 투자하여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기업의 본분이다.사실상 소비자가 기업의 규모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많은 소비자가 특정 기업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면, 해당 기업은 종업원 수를 늘리고 사업 규모를 확대하게 된다. 반대로 소비자가 외면하면 그 기업은 사업 규모와 고용을 점차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진화한 결과가 바로 대기업이다. 바꿔 말해 대기업은 많은 소비자가 계속 선택한 덕분에 존재할 수 있다.그런 맥락에서 기업 가운데 평판은 좋지만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새롭게 고용을 늘리지도 못하는 기업에 대해 진정 좋은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기업의 가치는 브랜드로 계산되고 표현된다. 브랜드는 소비자를 만족시킨 공헌이 얼마나 컸으며, 책임을 다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브랜드 가치가 큰 기업은 그만큼 소비자를 위해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적으로 큰 공헌을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따라서 브랜드 가치가 큰 기업일수록 소비자 이익에 적극적이며, 소비자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거나 속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브랜드 가치가 큰 기업의 상품을 안심하고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좋은 기업은 브랜드의 가치가 높다. 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기업의 규모도 함께 커지고 이에 따라 브랜드의 중요성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브랜드는 신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본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좋은 기업이 많아질수록 기업들의 사회 기여도가 높아진다.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윤의 극대화를 통해 주주에게 보답한다. 이는 결국 국가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기업의 매출이 커지고 이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경영을 잘했다는 의미다. 바로 이것이 좋은 기업의 요건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즉 기업의 본질에 충실한 기업이 좋은 기업인 셈이다.또한, 좋은 기업의 노력은 제품의 품질 향상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소비자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소비 증대는 기업의 매출 증대로, 새로운 제품 개발로, 일자리 창출로, 가계 부문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최승노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2017-05-17 16:07 최승노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브릿지 칼럼] 도시바 몰락의 원인은?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일본의 자존심인 도시바가 몰락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 11일 도시바는 5325억엔(약 5조 5600억원) 영업적자와 2256억엔(약 2조 3500억원) 자본잠식된 회계법인의 실적을 발표했다. 1875년 일본 도쿄 긴자에 설립한 전신기 생산 공장을 모태로 142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바는 일본 최초로 냉장고와 세탁기, 컬러TV를 출시했고 세계 최초로 노트북과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개발한 일본의 대표적 기업이었다. 이런 도시바가 왜 벼랑 끝에 몰렸을까? 도시바가 위기상황으로 몰리게 된 건 원자력발전사업의 실패가 큰 원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반핵 여론이 확산돼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주정부가 원전 규제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적용대상에는 도시바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일본 지진으로 불러온 나비효과가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게 만들었다.사실 도시바의 위기는 조직 내부에 실질적 원인이 있었다. 내부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파벌주의, 상명하복의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관료화가 되고 분식회계까지 자행했다. 과거 성공에 취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변화에 둔감했으며 지름길만 좇다가 이제는 역사 속에만 존재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689년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들과 말갈족을 모아 만주 지방에 ‘발해’라는 나라를 세웠다. 멸망한 고구려 유민들이 당시 군소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유목민족을 규합해 만든 나라로, 전성기 시절에는 영토의 넓이가 지금의 북한 땅을 포함해 중국의 요녕성, 요동반도, 만주, 연해주까지 뻗었으며 한때 ‘해동성국’이라 불릴 정도로 번창했다. 그토록 강성했던 발해는 926년 거란에 의해 불과 보름만에 수도를 내어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발해의 멸망 원인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지만 20세기 들어 활발한 연구를 한 결과 발해 내부에서 오랫동안 왕위 계승 다툼이 벌어져 지도층이 분열됐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이처럼 발해를 포함한 모든 인류 역사의 패망을 살펴보면 외부 세력의 농간질 보다는, 내부 세력들 간의 갈등과 반목으로 더 나은 역사를 열지 못하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104년의 역사를 가진 샤프, 13년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인 노키아, ‘필름의 대명사’로 130년의 전통을 가진 코닥 등이 실패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캘리포니아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레드우드라는 나무가 살고 있다. 높이가 100미터이며 성장도 빨라서 묘목이 해마다 1.8m씩 자란다. 다른 나무들은 폭풍우가 불어오고 비바람이 치면 뿌리가 뽑히고 부러졌지만 레드우드는 공룡시대부터 오랜 세월 동안에 모든 비바람과 수많은 지진을 견뎌내고 현재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어떻게 이 나무가 이렇게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알아보니 그 뿌리가 땅 밑으로 깊이 들어가 큰 바위를 안고 있었다. 위에서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큰 바위를 안고 있으니 흔들리지 않고 1000년이 넘도록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지금 글로벌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 내부에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당장의 기술과 이윤으로 덩치를 키우기보다 1000년이 넘도록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깊은 뿌리를 내리는 것 말이다.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7-05-15 14:46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마크롱 당선의 의미와 과제

박종구 초당대 총장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7일 실시된 대선 결선 투표에서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에게 압승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우방국은 안도했다. 주요국 증시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39세의 사상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의 활기찬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마크롱은 친(親)시장 친유럽연합 친글로벌주의자다. 반면에 르펜은 극우정당 국민전선을 이끄는 반이민 반유럽연합의 민족주의자다. 이번 선거는 미래 대 과거, 글로벌주의 대 민족주의, 친유럽연합과 반유럽연합의 대결이었다. 유권자들은 “미래는 폐쇄와 고립이 아니라 개방과 협력에 있다”는 마크롱을 선택했다. 선거 직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강력하고 단합된 유럽의 승리”라며 크게 환영했다.극우정당의 집권 가능성에 놀란 주요 정치세력이 단결한 것이 압승의 주요 원인이다. 북동부와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했다. 파리(89.7%), 리옹(84.1%), 톨루즈(82.9%) 등 주요 도시에서 압승해 승부를 결정지었다.마크롱 당선은 브렉시트로 유럽의 장래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전후 번영과 안정의 토대인 유럽연합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해 주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프랑스가 포퓰리즘, 반글로벌주의에 굴복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논평했다.하지만 마크롱호의 앞날은 험난하다. 첫째로 심각한 실업문제다. 작년 청년실업율은 24.6%로 영국 14% 독일 6%를 압도한다. 관건은 노동개혁이다. 노동법규만 3000 페이지에 달한다. 주 35시간 근무제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그러나 7대 강성 노조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된다. 2000년 사회당 내각이 도입한 35시간제는 기대했던 고용 창출효과는 미미한 반면 고용비용 상승과 기업의 채용 기피를 초래했다. 독일이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비용 감소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경제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저성장을 탈피하는 것도 시급하다. 3%이상 성장률이 달성된 것은 17년 전의 일이다. 법인세율을 33%에서 25%로 낮추고 대규모 경기부양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12만명의 공공 일자리를 줄이려는 정책은 국가의 역할에 관한 해묵은 논쟁을 재점화할 것이다. 프랑스 정부 부문은 국내총생산의 57%를 차지해 유럽 최고 수준이다. 복지지출도 31.5%로 재정 부담이 과도하다. 복지와 성장을 적절히 균형시킬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둘째로, 내달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마크롱의 앙 마르슈 당은 의석이 한석도 없는 신생 정당이다. 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동거정부가 불가피하다. 제5공화국 출범이후 미테랑 때 2번, 시라크 때 1번 동거정권이 성립되었다. 노동개혁이나 경기활성화 법 등 경제개혁이 의회에서 거부되면 ‘식물대통령’이 될 수 있다.르펜은 유권자 3분의 1의 지지를 얻었다. 농촌과 중소도시에서 르펜의 지지가 높았다. 세계화 과정에서 낙후된 근로계층의 분노가 여전하다. 심화된 양극화와 빈부격차 문제 해소에 마크롱의 친시장적 경제개혁의 성패가 달렸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05-14 15:58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정통부 회귀론은 패배주의 발상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정권의 실정의 중심에는 지금껏 본질이 밝혀지지 않은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존재했고, 그로 인해 해당 정책을 수립했던 미래창조과학부에 포화가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미래부의 개편 방향은 유감스럽게도 과거지향적인 모습이다. 지난 5년간 미래부는 과학기술부(과기부)의 역할을 소화해 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정보통신부(정통부)로서의 기능과 역할은 유감없이 수행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평가일 것이다.미래부 실책의 요인 중에는 정부가 창조경제 같은 담론에 스스로 심취해 자족하고 만 것도 있지만, 그 개념의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어야 할 소프트웨어 같은 플랫폼을 규명하는 노력에 소홀했던 이유도 있다. 창조경제라는 미사일의 발사대가 바로 소프트웨어 같은 핵심기술이었으나 말로만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부르짖었지 실천이 전혀 뒤따르지 않은 점이 주된 원인이었다.그렇다면 왜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의 발상이 여전히 하드웨어(HW) 일변도지 소프트웨어 쪽으로는 전혀 발달하지 못한 까닭이다. 미래부가 미래지향적인 소위 융합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부분들도 하나같이 하드웨어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데만 만족했지, 소프트웨어에는 근처에도 못 가는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미래부 연구지원 예산 집행 현황을 살펴보면 눈에 띈다. 이렇듯 사용자 접점 부분에 국한해서 소프트웨어를 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한마디로 수박 겉핥기 같은 초보적 차원에서 하고 말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것이다.공무원들의 수준이 천편일률적으로 반도체 내지 통신 일변도로 하드웨어 지향적이지 소프트웨어의 정곡을 찌르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쯤 되면 공무원들의 구성 상의 한계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드웨어 마인드에 충실한 공무원들을 하루 아침에 소프트웨어 마인드를 갖는 이들로 변모시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므로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결국 공무원 인적 구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성격의 문제다. 지금의 구조는 소프트웨어 마인드를 갖춘 이들이 공무원 사회에 동참할 기회를 박탈하는 형태라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아예 끼어들지 못하도록 어떤 차단막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누구보다 먼저 직시해야 할 것이며, 이런 차단막 제거에 정부가 즉각적으로 착수해야 한다.새로운 국가지도자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다.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 마인드에 충실한 인재들이 공무원 사회에 진출하게끔 길을 열어줄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지점에 있는 것이다.소프트웨어에서는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정부는 철저히 방관자였다. 어느 시대건 기업의 몫과 역할이 있고 정부의 몫과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기업으로 하여금 개발할 의지를 갖도록 제도와 법령을 제정하는데 머리를 짜낼 필요가 있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7-05-11 16:05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문화산업 지형 바꾸는 미세먼지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작은 가슴 모두 모두어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몇 년전 오디션 프로그램 경연자였던 로이킴과 정준영이 패기 넘치게 이 노래를 듀엣으로 부를 때까지만 해도 먼지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당시 황사는 태풍이나 한파처럼 간간이 찾아오는 불청객이었을 뿐이다. 하물며 김광석이나 이윤수가 불렀던 그 옛날에 먼지는 낭만이었고 사랑의 메신저와도 같았다.하지만 이제 미세먼지는 웃을 일이 아니다. 우리의 발등에 뜨겁게 떨어진 당면 과제다. 5월 황금 연휴를 즐기지 못한채 미세먼지에게 반납해야 했던 아픔은 그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화력발전을 제어하고 전기차, LPG 차량을 지원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다. 환경부 소관의 대책에 불과한 차원이 아닌 것이다. 미세먼지는 우리들의 기본적인 의식주 패턴을 바꾸고 문화산업의 얼굴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이에 미세먼지는 다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대기오염과 직결되기 때문에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문화활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오염의 천국인 중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당장 실내 스포츠 및 레저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랑받던 피트니스, 요가 뿐 아니라 실내 풋살, 스피닝(자전거), 클라이밍, 인도어 스키 등 새로운 형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VR, AR 기술까지 결합해 스크린골프의 확장과 함께 스크린야구, 스크린테니스 등이 포화된 피트니스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미세먼지 시대에는 관광 및 레저정책도 달라질 것이다. 야외 관광지보다 실내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해야 하며 놀이공원도 실내 공간을 더 활용해야 한다. 100% 피할 수 없는 미세먼지 상황을 감안해 체육·관광정책의 입안에 실내 스포츠 등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무엇보다 식품산업에 지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폐를 보호하는 기능성 건강식품은 물론 고등어, 도라지 등 신토불이 원재료들도 새롭게 떠오를 것이다. 미세먼지는 패션과도 떼놓을 수 없는데 먼지방지용 마스크나 외투가 필수 아이템이 되므로 패셔너블한 마스크 등은 패셔니스타들의 표적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사업자들은 미세먼지에서 파생되는 이러한 포인트들을 결코 놓치지말고 정책과 사업전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새롭게 시작하는 정부는 당파, 이념을 초월해 미세먼지 해결에 매진해야 한다. 당장 외교안보, 경제회생도 시급하겠지만 미세먼지는 그 어떠한 민생문제보다도 중요한 건강, 안전, 인간다운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미세먼지 발생과 제어의 측면으로만 접근하면 부족하다. 미세먼지에 대해 기술적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은 오히려 새로운 패턴을 적용하여 문화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미세먼지 속에서도 바흐의 선율에 젖을 수 있어야 하며 조그만 실내 공간 속에도 문화생활의 추억만 쌓여가야 미세먼지 시대에 까닭 모를 눈물만이 아른거리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오래된 경구가 미세먼지로 허덕이는 우리 가슴에 새삼스레 와닿는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7-05-10 15:34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