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지지율 87%' 文 대통령의 비결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7-05-24 15:29 수정일 2017-05-24 15:31 발행일 2017-05-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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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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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레트. 세계 최대 면도기 회사다. 그 질레트가 지난달 면도기 가격을 20% 인하한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만 시장점유율이 20%포인트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질레트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인 달러셰이브클럽 때문이다. 달러셰이브는 회원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착한가격으로 면도날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회사다. 한달에 한번 면도날 4~5개를 갖다준다. 이 회사의 전체 면도기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지만 온라인 판매점유율은 54%로 창업한지 7년 만에 21%의 질레트를 압도하고 있다.

어떻게 신생회사가 콧대 높은 거대기업 질레트의 아성을 무너뜨릴수 있었을까.

질레트는 전통적으로 고급·고가전략을 써왔다. 계속 신형 면도날을 개발해 가격을 높였고 광고 모델도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티에리 앙리, 박지성 등을 썼다. 달러셰이즈클럽은 바로 이 점을 파고 들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다. 면도날 몇 개 사려고 굳이 쇼핑을 나갈 필요가 없도록 해준 것이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가 별 것인가. 고객 입장을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전략이 어디 있으랴.

바로 이 회사의 모토인 ‘시간과 돈을 깎자’다. 면도기에 그렇게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비싸게 받을 필요도 없고 매번 귀찮게 면도날을 사러 가는 것도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월 1달러만 내면 2중날 5개, 6달러에 4중날 4개, 9달러에 6중날 4개씩 배송해 준다. 이렇게 딱 세 종류뿐이다. 면도날은 한국의 면도날 메이커인 강소기업 도루코에서 공급받는다. 이런 전략으로 콧대 높은 질레트의 115년 전략을 무너뜨리게 한 것이다.

이 회사의 회원은 현재 320만명, 연 매출은 2억4000만 달러(약2660억원)다. 2016년 유니레버에 10억 달러(1조1000억원)에 매각되기도 했다. 어떤 기능을 더 넣어 고급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대체 무엇이 불편할까를 고민한 결과일 뿐이다. 달러셰이브클럽에 공급하면서 재작년 60주년을 맞은 장수기업인 도루코는 ‘제2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싸구려’라는 외면 속에서 군대, 목욕탕에서나 쓰는 저가제품으로 명맥을 유지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해외업체들의 안방인 미국과 유럽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202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로 매출 1조원을 올리겠다는 비전이다.2015년 매출 3540억원으로 전년대비 24% 늘었다. 영업이익은 세 배이상 급증한 77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약27%에 이른다. 질레트(62%)엔 못미치지만 쉬크(10%)에는 크게 앞섰다.

온라인시장은 연평균 20%이상 성장하면서 오프라인시장을 잠식해갈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품질과 가격이 중요해지는 만큼 도루코에는 기회”라고 도루코에서는 전망한다.

이러한 온라인시장은 오로지 고객중심주의, 즉 고객마인드로 무장한 달러셰이브클럽같은 마케팅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취임 보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지율 87% 문재인대통령의 이른바 ‘사이다 행동’들! 바로 국민입장의 생각 즉 ‘고객마인드’에 뿌리를 두고 나오는 행동이 아니겠나.

이해익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