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함께 하는 첫 공식무대 한재민‧박재홍 “순간순간 좋은 음악, 작곡가 ‘입덕’에 쓰일 연주이길!”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4-10-16 17:42 수정일 2024-10-16 18:08 발행일 2024-10-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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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첼리스트 한재민(오른쪽) 그리고 그와 ‘트리오 리사이틀’을 함께 할 피아니스트 박재홍(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지난 3월 선보였던 리사이틀은 약간 이기적인 프로그램이었어요. 도전적인 의미가 컸고 그 도전을 ‘함께 봐주세요’의 취지였죠. 반면 10월의 공연은 좀더 관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에요. 10월은 올해가 두달 남은 시점이고 가을이잖아요. 그 시기에 맞는 곡들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위로의 의미가 담긴 세곡으로 구성했습니다.”

첼리스트 한재민은 2024년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보일 ‘한재민 트리오 리사이틀’(10월 30일 롯데콘서트홀)에 대해 “위로의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코다이, 카사도, 리게티 등 20~21세기 작품들로 꾸린 3월 27일의 무반주 첼로 리사이틀은 그 스스로의 표현처럼 ‘도전’에 가까웠다.

“사실 엄청 도전적인 프로그램이었죠. 연주하기 직전까지 잘 맞출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준비했지만 늘 갈망하던 프로그램이었죠. 혼자 무대 위에 첼로랑 둘이서 같이 연주를 하고 있을 때는 좀더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도 피해 받는 사람도, 음악에 큰 흡집도 없잖아요. 그 연주가 끝나고 나서 앞으로 솔로 리사이트를 좀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좀 했죠.” 

◇초등 5학년, 중등 2학년부터 인연, 함께 하는 첫 공식 무대 ‘한재민 트리오 리사이틀’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인 첼리스트 한재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그렇게 자유로웠던 무반주 솔로 리사이틀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한재민 트리오 리사이틀’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트리오 엘레지 제1번’과 드보르작 ‘피아노 트리오 제4번-둠키’ 그리고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를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트리오 엘레지 제1번’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는 엘레지예요. 엘레지는 누군가를 추모하는 마음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추모하고 위로하죠. 그만큼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곡들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더불어 드로브작 ‘피아노 트리오 제4번-둠키’의 ‘둠키’는 슬라브 정서를 담은 일종의 명상곡으로 이 또한 ‘위안’을 전한다. 한재민 그리고 바이올리니시트 크리스토프 바라티와 함께 트리오 리사이틀 무대에 오를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트리오 엘레지 제1번’은 차이콥스키가 돌아가시고 나서 쓴,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는 루빈스타인을 추모하는 곡”이라고 부연했다.

“정말 위대한 예술가 두분을 엮어서 연주할 수 있어서, 이 가을에 듣기 좋은 러시아 음악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두 음악 사이에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신나기도 한 변화무쌍한) ‘둠키’를 넣어 자칫 무거울 수도, 불친절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한)재민이가 잘 조율한 것 같아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몸 담았던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시절부터 실내악을 너무 좋아했어요. 다양한 악기들, 친구들과 필수적으로 다양한 실내악을 연주해야 했죠. 새로운 곡들을 배우고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이상한 애’ 한재민, 언제나 ‘배울 기회’가 되는 박재홍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첼리스트 한재민과 ‘트리오 리사이틀’을 함께 할 피아니스트 박재홍(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이제 스물도 채 안된 2006년생 한재민은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15세에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첼로 신동’이다. 이후로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등 국내외 각종 콩쿠르를 휩쓴 그에 대해 박재홍은 “저보다 형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아는 것도 많고 자신감도 가득 차 있었던, 하고자 하는 말들에 확신이 있던 친구”라며 “재민이가 초등학교 5학년, 제가 중학교 2학년이던 시절 함께 연주할 때부터 ‘얘는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박재홍은 2021년 페루초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과 더불어 4개의 특별상을 휩쓸며 급부상한 피아니스트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한국종합예술학교 음악원을 거치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독일 유학 중이기도 하다. 한재민은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전문가 학습 과정(한재민)을 밟고 있으며 박재홍은 바렌보임 사이드 아카데미에서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언드라시 시프 경의 가르침을 받을 예정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중학교 2학년이던 박재홍을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한재민은 “(박)재홍이 형은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내는, 제가 존경하고 음악적으로 배울 게 많은 형님”이라며 “음악에 대해 늘 깊게 생각을 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 물어봤을 때 항상 설득력 있는 대답을 해줬던, 같이 연주하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늘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프라이빗하거나 비공개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기는 했지만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협연은 ‘한재민 트리오 리사이틀’이 처음이라는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기대와 설렘”을 털어놓기도 했다.  

“함께 연주했을 때 설득되고 배울 수 있는, 무대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받아주고 반응해주는, 그렇게 대화할 수 있는 연주자를 좋아해요. 그랬을 때 연주에 대한 만족감이 증폭되는 것 같거든요. 특히 한번도 연주한 적 없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를 좋은 바이올니스트, 첼리스트와 함께 첫경험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한재민의 베토벤과 브람스, 박재홍의 베토벤‧라흐마니노프 그리고 경외대상이자 동반자 클래식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첼리스트 한재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제 ‘최애’ 작곡가는 항상 세명이에요. 그 중 둘은 변함없는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고 한명은 요즘 ‘한재민 트리오 리사이틀’을 준비하면서 좋아진 차이콥스키예요.”

이렇게 전한 박재홍과 더불어 한재민이 변함없이 ‘최애’로 꼽는 작곡가 역시 베토벤이다. 박재홍은 “베토벤은 단순히 작곡가를 넘어서는 인류의 유산 같은 느낌”이라며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얻었음에도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데서 정말 대단한 초인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악보 공부할 때마다 선생님한테 혼나는 느낌이죠. 라흐마니노프는 공부하면 할수록 제가 제일 가깝게 느끼는 작곡가 중 한분이세요. 사실 조금 억울할 만한 지점이 많은 작곡가죠. 화려한 맛에 듣게 되는 작곡가지만 굉장히 정교하게 대입법적으로도 많은 걸 숨겨 놓은 대단한 작곡가입니다.”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첼리스트 한재민과 ‘트리오 리사이틀’을 함께 할 피아니스트 박재홍(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그리곤 “차이콥스키는 지금 공부하고 있는 작곡가라 좋아해야 많은 게 보이기 때문에 좋아하고 있다”며 눙쳤다. 한재민 역시 “베토벤은 초인이자 인류의 유산”이라며 “가장 해보고 싶은 연주가 베토벤의 ‘소나타’ 5곡 전곡 연주 말고는 생각이 안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베토벤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브람스를 꼽았다.

“그 좋은 음악이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 모를 정도로 좋아요. 너무 꽉 차 있잖아요. 꽉 차 있는 중에도 느껴지는 섬세함들이 너무 좋고 브람스 음악이랑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첼리스트 한재민(오른쪽) 그리고 그와 ‘트리오 리사이틀’을 함께 할 피아니스트 박재홍(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클래식 음악에 대해 한재민은 “그 가치나 본질은 영원히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외심을 가지고 항상 낮은 자세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밝혔다. 박재홍 역시 “어쩔 수 없이 낮은 자세로 해야하는 음악”이라 동의를 표하며 “실생활과 제 인생에도 영향을 끼치는, 제가 연주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일 뿐 아니라 인생의 길라잡이, 동반자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좋은 음악가로 남고 싶은 건 모든 음악가의 욕심이죠. 하지만 음악은 무대에서 연주가 끝나는 순간 사라지는 시간예술이에요. 연주되는 그 시간 동안 좋은 음악을 남길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클래식 음악계에 이름을 남기는 것도 너무너무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저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해 그 위대한 음악을 공연장에서 좋은 음악으로 남기는 게 목표입니다.”

한재민의 말에 박재홍 역시 “너무 동의한다”며 “제 연주를 들으면서 ‘피아노 잘 친다’가 아니라 ‘저 작곡가의 곡이 이렇게 좋구나’가 먼저 나오는 연주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탰다.

“어떤 작곡가에 ‘입덕’하고 싶을 때 제 연주가 쓰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그 바람을 가지고 묵묵히 더 연습할 생각입니다.” 

허미선 기자 hulr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