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자녀 리스크' 없는 노후 되려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입력일 2017-05-25 15:45 수정일 2018-03-28 16:58 발행일 2017-05-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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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베이비붐 세대는 대체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 주택 마련과 부모 봉양, 노후 준비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과도한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이 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은퇴 후에도 자녀 취업과 결혼이 늦어져 함께 살아야 할 기간이 길어졌다. 또한 자녀들의 경제사정이 어렵다보면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사라질 수 있다는 ‘자녀 리스크’도 일반화되었다. 부모 자녀와의 관계는 일생을 통하여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관계이다. 따라서 자녀 리스크를 줄임으로써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어릴 때부터 독립심을 키워 줘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독립심이다. 자녀가 자라서 사춘기 전후가 되면 부모는 이제 뒤로 물러서서 지켜 봐 줌으로써 홀로 서기 위한 연습과 시행착오의 기회를 갖게 해 줘야 한다. 20세 이후 성인이 되면 더 이상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혼자 힘으로 살 수 있는 자립심 배양이 가장 중요한 부모의 책무다. 일본에서는 무직 자식이 은퇴 후 최고의 골칫거리라 한다. 독립적 생계를 꾸리지 못하고 부모 연금에 의존해 사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기생 독신)’과 ‘중년 캥거루’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둘째, 교육비 등 자녀 양육비 지출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최근 들어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면서 자녀들의 성공 방정식도 바뀌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시대에는 자녀교육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합리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자식에게 너무 올인하지 말고 오히려 본인의 노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아울러 자녀 결혼비용도 본인 능력에 맞게 간소하게 해야 한다. 주제와 분수를 모르고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허례허식은 금기다.

셋째, 자녀가 분가한 후에는 자산을 연금화해야 한다. 주택이나 자산을 주택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연금화하여 돈을 자녀로부터 분리해 두는 것이 서로를 위하여 바람직하다. 유산도 미리 주지 말고 쓰고 남으면 주자. 그 대신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삶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 그리고 인생의 가치관을 남겨주자.

넷째, 자녀를 인격체로 대접하여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부모와 친하게 지냈던 어린 자녀가 점점 클수록 대화를 기피하는 것은 자녀를 인격과 개성이 다른 개체로 여기지 않고 내리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간섭하는 데서 기인한다. 자녀가 20세가 넘으면 성인으로 대접하고, 의견을 존중하라. 우호적 관계가 되어야만 앞에서 언급한 대책에 대한 협조를 얻을 수 있다. 가정도 자녀 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전환한다. 자녀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부부중심의 삶을 살자. 부모의 노후 행복이 자식에게도 직결된다.

하버드 대학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50세를 맞이하는 생일 소원이라 하였다. 젊어서 자식에게 헌신하고 노후 불안에 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어서 자식에게 잘해주는 것이 자식 사랑이 아니라,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식 사랑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은퇴준비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