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서민경제 살리는 10조 일자리 추경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입력일 2017-06-01 15:38 수정일 2017-06-01 15:39 발행일 2017-06-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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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정책 수단 간 선택은 거시경제정책의 요체이다. 통화정책(금리 인하)을 선택하면 정부 빚은 늘어나지 않는 반면 가계 빚이 늘어난다. 반대로 재정정책(추경)을 선택하면 가계 대출은 제자리가 되겠지만 정부 빚이 늘어난다. 

경기가 나빠지면 빚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소득이 줄면 빚내 소비할 수밖에 없는 일.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늘어나는 빚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의 선택은 정부가 하는 것이다.

서브 프라임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국가 빚 총량도 늘었다. 일부는 정부가, 일부는 가계가 분담했다. 문제는 가계가 너무 많이 분담했다는 점이다.

가계 빚이 급증한 것은 지난 4년간이다. 1%대 초저금리를 장기간 지속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켜왔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도 늘고 생계형 대출도 늘었다. 공룡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손 쓰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대체로 가계부채는 해결이 어려운 부채다. 생계형일수록 더욱 심하다. 경기가 좋아져 늘어난 소득으로 대출을 갚아나가야 하는데, 경기가 바닥을 통과하고 호황 국면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인 상태에서 내수에 종사하는 서민층의 소득은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

분수효과(trickle-down)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은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내수를 더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더구나 가계부문 구조조정이란 불가능에 가까운 과정이다. 기업이야 썩은 살 도려내고 은행도 손실 분담하고 재생의 길을 모색하면 되지만 가계는 썩은 살 도려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반면 정부부채는 해결이 상대적으로 쉬운 부채다. 첫째, 경기가 좋아지면 많이 걷힌 세금으로 갚으면 된다. 재정정책은 경기가 나쁠 때 적자 편성하고 경기가 좋을 때 흑자 편성하는 게 원칙이다. 둘째, 이도저도 아니면 통화 증발해 갚아도 된다. 어차피 저출산 고령화로 디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한 우리로서는 (일본의 양적완화처럼) 통화증발이라도 해서 물가를 끌어올리려 애를 써야 할 지도 모른다.

가계부채 문제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은 누가 뭐래도 정부 책임이 크다. 금리인하 무용론이 지적되었음에도 한국은행은 수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해 1%대 금리까지 내려왔다. 이것이 가계부채 증가의 1차적 원인이다. 금리 인하를 자제하고 추경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여기에 과도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형국이 되었다.

새 정부는 이런 정책적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마침 글로벌 경기는 오랜 침체를 거쳐 회복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글로벌 경기 호조에 발 맞춰 내수 부양책이 호응하면 우리 경기는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 특히 경기 부진 장기화로 피로도가 누적된 서민층이나 그 하위계층에까지 온기가 전해질 것이다.

건설경기 부양과 같은 수단보다는 서민의 지갑에 직접 소득보전이 이뤄질 수 있는 일자리 추경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재정 적자도 그리 크게 편성되는 것이 아니다. 조속한 추경을 기대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