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노인기준 바꿔야 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5-22 15:35 수정일 2017-05-22 15:35 발행일 2017-05-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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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모든 차별은 나쁘다.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닌 까닭이다. 차이는 몰라도 차별은 곤란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차별사회에 산다. 옛날보다 좋아졌다지만 차별심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저성장으로 한정자원을 둘러싼 쟁탈전이 심각해질수록 차별은 더 심화될 터다.

대표적인 게 연령차별이다. 성별·지역·학력·인종은 물론 고용형태(정규 vs. 비정규) 차별 등 대상항목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대부분은 가려진 은근한 차별이다. 반면 연령만큼은 확실한 숫자까지 내세워 뚜렷이 나눈다. 선거시즌에 논란이 된 선거연령이 대표적이다.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또 다른 연령차별이 바로 은퇴 나이다. 특정연령에 달하면 근로현장에서 빠지도록 제도화한 경우다. 60세든 65세든 고령인구의 기준이 법제화돼 강력한 지배력과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한 광고문구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의 잣대로 해당연령층을 규정하기 힘들어졌다. 환갑을 넘겼건만, 마흔·쉰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신체능력을 갖춘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에게 ‘65세↑=노인’의 등식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물며 평균수명은 계속 상향조정이다. 201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78.5세, 여자 85.1세로 단순평균해도 81세를 가뿐히 넘어선다. 1970년(남녀 각각 58.7·65.6세)보다 30%나 늘어난 수치다.

요즘 환갑이라고 노인정을 찾아가면 문전박대 당한다. 게다가 지금 4050세대는 100세까진 무난하게 살 전망이다. 장수시대다.

현재의 노인기준은 과거의 잣대다. 현재의 노인기준인 65세는 120여년 전인 1889년 독일재상 비스마르크가 고령연금을 도입할 때 제안된 기준연령이다. 이를 토대로 1950년 UN보고서는 65세를 고령분기점으로 봤다. 이게 지금껏 흘러왔다.

상황이 바뀌면 기준은 달라지는 게 옳다. 인식이 변화하고 필요가 공감되면 여기에 맞춰 제도는 수정되는 게 바람직하다. 4050세대를 ‘후기청년’으로 명명하는 책까지 나온 마당에 여전히 환갑도래를 노인 출발로 보는 건 아쉽다.

그래서 현재 각 나라별로 노인기준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변경의 방향은 세분화다. OECD는 66~75세를 ‘젊은 고령자(Younger Old)’로, 그 이상을 ‘늙은 고령자(Order Old)’로 본다. 일본은 이를 전기·후기고령자로 바꿔 사용한다.

한국도 70세 이상을 고령인구로 보자는 쪽이다. 응답자의 78%가 70세를 노인연령으로 봤다(2014 노인실태조사). UN도 인류체질·평균수명을 토대로 새로운 연령표준을 만들었다. 0~17세(미성년자), 18~65세(청년), 66~79세(중년), 80~99세(노년), 100세 이상(장수노인) 등의 구분법이다. 공통점은 ‘65세↑≠노인’이다.

그 다음이 고령근로다. 65세가 노인이 아니라면 일하는 건 당연하다. 당장 정년부터 수정하는 게 맞다. 정년연장에 따라 60세로 강판연령이 높아졌지만, 이는 땜질처방일 뿐이다. 정년을 없애거나 아니면 65세, 70세까지 정년을 올리는 게 고령사회에 진입한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면 고령인구의 삼중고이자 노후갈등의 연쇄뇌관인 고립·질병·빈곤문제도 적잖이 희석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