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제도의 역습' 경계해야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일 2017-06-04 16:01 수정일 2017-07-11 15:12 발행일 2017-06-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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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제도(System or Institution)는 매우 포괄적인 단어다. 보통 복합적인 사회규범이라 일컬어지며 법률에서부터 일상생활의 규범(Norm), 막연한 약속도 포함된다. 제도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들을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으며 누군가가 만드는데 국가 차원에서는 정치인, 관료 등이며 기업 차원에서는 경영진이다. 통칭 파워 엘리트(Power Elite)들이다. 결국 제도를 이해하려면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 같이 못살면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갈 것인 지대(地代), 경영권의 사적이익 등도 별로 없다. 파워 엘리트의 시야도 전체 경제의 파이(Pie)를 키우는데 한정될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하며 그에 부합하는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경제발전 초기에 사적소유권(Property Right)을 보장해 투자한 만큼 가져가게 만들었다. 사회적 역동성, 경제적 생산성이 높아진다.

파이가 커지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커지게 마련이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그들의 시야에 다른 것들이 끼어드는 것이다. 권력을 나누기 싫어질 것이다. 나누어도 소수 비선실세와 나눈다. 다수의 사람들과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것도 꺼려질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찍어 누르고 싶어진다. 그러면 사회는 정체된다. 사람들은 의욕을 잃어 간다. 제도의 역습이고 부(富)의 역전이다. 영원한 제국은 없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고 새로운 경제팀도 모습을 갖추어 간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으로 갈 수 있는 위기라는 인식이 있어 보인다. ‘소득 주도의 성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과감한 재정정책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이다. 경제가 위기고 시장 자체의 엔진이 꺼졌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게 한국경제 돌파구 마련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리 많을 거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청와대, 경제팀(청와대 정책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보고 4차 산업혁명을 직접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 역량이 있으면 지금 당장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결국 제도설계자들은 제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은 경제, 시장에 다시 역동성을 불어넣는 제도개혁의 기본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상법개정, 중소기업지원, 국민연금 개혁, 기본소득제, 세금 등 굵직한 의제라면 제도를 설계하는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 금융위원회 등에게 넉넉한 시간을 제공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시야에 대통령만 아른거리지 않고 국민이 보인다. 충분한 연구, 토론, 소통 등이 뒷받침되지 않고 좋은 제도는 나올 수 없다. 제도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만들어지면 되돌리기도 어렵다. 여론의 지지를 받는 정권 초반에 모든 것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식의 조언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단기적 개혁은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하면 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