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4차산업혁명 무기는 소프트웨어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6-08 14:26 수정일 2017-06-08 17:18 발행일 2017-06-09 23면
인쇄아이콘
20170511010003429_1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소프트웨어(SW)에 매료된 후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날, SW는 전세계 산업지형을 흔들어 놓기에 이르렀다.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최상위 5개 기업은 모두 SW기업이다. 엑손모빌 같은 정유기업과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가전기업이 선두권을 형성하던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현상이다. 이처럼 세계 산업 지형이 정보기술(IT) 중심으로 바뀐 지는 이미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제서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반면 미국에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산업 구조 재편의 열매를 수확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소프트웨어(SW) 기초가 건실한 덕이다. IT 중에서도 산업 지형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는 바로 SW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SW에 무관심한 채 허송세월했다. 많이 늦은 것이다. 그래선지 요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매우 요란하다. 그러나 SW에 대한 우리 나름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한번 빈 수레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SW에 대한 대책 없이 산업혁명 운운하다가는 분명 헛발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W 기업 중 글로벌 최상위권에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포함돼 있다. 창업 역사가 불과 십여년밖에 되지 않는 ‘약관(弱冠)’ 의 기업이다. 둘의 위상은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동종 SW기업이라고 해도 위상 차는 현격하다. 구글은 2위인 반면 페이스북은 5위다. 핵심은 SW플랫폼을 독자적으로 보유한 기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갈린다. 그 이면에는 구글이 플랫폼 보유기업이나 페이스북은 그렇지 못하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플랫폼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기차역으로 말하면 기차 진출입의 근거다. 플랫폼 없이는 다른 중간 역들은 존재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SW 세계에서도 같은 논리다. 페이스북은 자체 플랫폼이 없다 보니 구글과 같은 타 플랫폼 보유 기업으로부터 운영체계와 데이터베이스 엔진을 둘 다 빌려 써야 한다. 자연스럽게 독자 플랫폼을 가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개 기업은 사이 좋게 1위부터 3위까지를 나란히 차지하는 위용을 과시했다. 반면 SW 기업 중에서도 이들로부터 플랫폼을 빌려다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인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4위와 5위에 위치하는 데 그쳤다. 최상위권에 속하려면 결국은 플랫폼 SW를 겨냥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교훈을 준다.

이는 세계 1등을 외치는 삼성전자에게 비장한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삼성도 플랫폼은 구글 것을 그대로 갖다 쓰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우리나라가 대비할 길은 이미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 선두주자 일부를 플랫폼 SW쪽에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땅에 SW 기업이 번창하게 만드는 길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플랫폼 기업은 고사하고 SW 기업이 번성하도록 만드는 일만 해도 벅찬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1940년대 초부터 근 30년동안 자체 SW 산업을 일구어내기 위해 들인 끈질긴 노력을 보면 그렇게 절망적인 것만도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남의 잔치로 끝나게 하지 않으려면 우리로서는 SW산업을 위한 30년의 투자는 필수적인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